'돗자리 작가' 故 강서경 유작 400여 점, 이화여대에 기증 ‘돗자리 작가’로 불린 현대미술가 고 강서경(1977~2025· 前 이화여대 교수)의 유족이 유작 400여 점을 모교 이화여자대학교에 기증했다. 이화여대는 2일 “고인이 작고하기 전 박물관에 맡겼던 일부 작품을 포함해 총 400여 점의 작품을 기증받았다”며 “국내 대학이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유작을 일괄 기증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향년 48세로 별세한 고인의 유족은 “기증 작품이 이화여대의 학문과 예술 교육 발전을 위한 자산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전담 위원회를 신설해 작품 보관·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전시와 심포지엄을 통해 고인의 예술적 기여를 조명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이화여대 동양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모교 동양화전공 교수로 재직했다. 접착제 없이 실의 마찰만으로 구조를 세운 설치작 '그랜드마더 타워'로 2018년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을 수상했고,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전통과 동시대를 이은 시도가 특징적이다. 조선시대 악보 ‘정간보’에서 착안한 '정井' 연작, 궁중무용 ‘춘앵무’를 모티프로 한 화문석 연작 '자리', 회화의 단위를 재설정한 '모라' 연작 등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했다. 암 투병 중에도 2023년 리움미술관 개인전 '버들 북 꾀고리', 2024년 국제갤러리 개인전 '마치 MARCH'를 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고 강서경 교수는 예술을 통해 전통과 오늘을 잇고 시대를 사유하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며 “그의 유작은 이화의 교육과 예술적 상상력에 영감을 주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9/02
국제갤러리서 루이즈 부르주아…피빛 드로잉·은빛 강철에 묶인 연인 매혹 '인간은 풀려야 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끝내 얽혀 있어야 하는 존재인가.' 피처럼 번진 붉은 손 드로잉이 사방을 둘러싼다. 잡으려는 듯, 밀어내려는 듯, 닿을 듯 말 듯한 손들이 공기를 가르며 뻗어 있다. 그 한가운데 은빛으로 뒤엉킨 조각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팔다리는 매듭처럼 얽혀 있고, 그 끝에서 네 개의 발이 내려온다. 발은 ‘둘’임을 드러내지만 전체는 하나로 묶여 있다. 부르주아의 세계는 결국 존재론적 매듭을 말한다. 사랑과 불안, 결속과 구속, 친밀과 고립이 동시에 얽힌 상태다. 국제갤러리에서 2일 개막한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 'Rocking to Infinity'는 호암미술관 대규모 회고전의 압축판이다. 그러나 부르주아는 이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강렬하다. 전시 제목은 작가의 글에서 가져온 문구로, 아이를 품에 안아 달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지닌 안정감과 친밀함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일곱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는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날 전시 설명에 나선 루이즈 부르주아 재단의 필립 라랏-스미스(Philip Larratt-Smith) 큐레이터는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고, ‘두 사람(couple)’이라는 주제가 부르주아 작업에서 핵심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3 전시장에서는 직물 작업과 드로잉이 네 벽을 가득 둘러싸며 강한 몰입감을 만든다. 붉은 과슈로 두 손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장면을 다양하게 변주한 연작이 대위법처럼 배치됐다. 위쪽의 손과 나선, 아래쪽의 텍스트와 신체 드로잉은 서로 다른 악보처럼 울린다. 라랏-스미스 큐레이터는 “부르주아가 예술가가 되기 전 수학을 공부했다”며 “나선은 심장의 박동 같기도 하고, 은하의 궤적 같기도 하다. 부르주아는 나선을 안으로 말리면 공포, 밖으로 퍼지면 자유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파리에서 태어나 평생 프랑스어를 사용했던 부르주아는 종종 한 문장 안에서도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썼다. 언어처럼 그녀가 집착한 또 다른 상징은 붉은색이었다. 그는 붉은색을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몸에서 나오는 액체, 출산과 상처의 기억”으로 여겼다. 그래서 드로잉과 조각, 글자 작업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붉음을 반복적으로 불러냈다. 붉은색은 이번 전시의 공통 언어다. ‘ROUGE’라는 글자 드로잉이 선언처럼 걸려 있고, 임신한 여인의 실루엣과 아이를 품은 나체 드로잉까지 모두 피처럼 번진 붉음으로 물들어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세 점의 주요 조각이 자리한다. 분홍 대리석으로 포개어진 손을 형상화한 'Untitled (No. 5)'(1998), 두 언덕이 나선형 무한대(∞) 형태를 이루는 'Fountain'(1999), 은빛 매듭 속에 남녀가 뒤엉킨 'The Couple'(2007–2009). 모두 관계와 시간, 불안을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시각화한 작품들이다. 한옥 공간에서는 드물게 공개되는 ‘커피 필터 드로잉’이 눈길을 끈다. 생활용품을 캔버스로 전환한 이 실험은 가사(domestic)와 여성의 삶을 은유하는 동시에 르네상스 ‘톤도(tondo)’ 회화를 연상시킨다. 1994년에 제작된 이후 단 한 차례만 공개됐던 이 드로잉은 부르주아 작업에서 보기 드문 원형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떠올렸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필립 라랏-스미스 큐레이터는 “성모와 아이를 주제로 한 톤도처럼, 부르주아의 원형 드로잉에는 모성과 회귀의 욕망이 깃들어 있다”며 “동시에 원형은 시계의 이미지와 겹쳐 시간의 흐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전시는 나선–순환–영원의 구조 속에서 인간 존재를 매듭짓는다. 붉은색은 피와 생명, 욕망과 불안을 동시에 의미하며, 손과 신체는 관계의 결속을 드러낸다. 부르주아는 인간을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그러나 끝없이 되풀이되는 순환으로 그려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내면과 삶의 서사를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키아프리즈’ 기간에 서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붉은색과 은빛 매듭의 심리적 우주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며, 여전히 존재론적 질문을 현재형으로 울려 퍼지게 한다. 전시는 오는 10월 26일까지. 관람 무료. 2025/09/02
익산역서 '고군산섬잇길 사진전' 3~24일 개최 전북자치도 군산시가 K-관광섬 육성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고군산섬잇길 사진전'이 익산역에서 열린다. 2일 시에 따르면 익산역은 전북권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장소다. 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K-관광섬 사업과 고군산군도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여행객들에게 설렘과 감성을 전할 계획이다. 전시는 3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다. 작품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말도·명도·방축도 주민들이 직접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100여 점이다. 아날로그 특유의 따뜻한 질감과 주민들의 시선이 더해져 특별한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붕 위에 말린 생선, 계절 들꽃, 석양이 물드는 일몰, 섬마을 풍경 등 진솔한 생활상과 인물이 담겨 고군산군도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시는 관람객 참여형 SNS 이벤트도 마련했다. 전시작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 개인 계정에 #K관광섬 #고군산섬잇길 #익산역사진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주민 사진으로 제작한 한정판 필름 엽서를 받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진전은 전문가가 아닌 주민들의 눈과 손으로 완성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주민과 상생하며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군산 섬잇길은 2023년 문체부가 선정한 K-관광섬 사업지로, 섬 사이를 잇는 해상 트레킹 코스를 중심으로 편의시설 확충하고, 주민 역량 강화와 홍보 마케팅 등을 추진해 명품 해양관광지로 도약할 계획이다. 2025/09/02
호반문화재단, 알레산드로 시치올드르 국내 첫 개인전 호반그룹 호반문화재단은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에서 이탈리아 현대미술 작가 알레산드로 시치올드르(Alessandro Sicioldr)의 개인전 '고요한 빛, 황홀의 틈'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탈리아 프리모 마렐라 갤러리(Primo Marella Gallery)와의 협업과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4일까지 열린다. 시치올드르는 고전 회화 기법에 몽환적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 세계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가 손쉽게 생산되는 시대에 그는 수천 번의 붓질로 작품을 완성하며 회화의 본질을 되묻는다. 또한, 산업과 기술,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시치올드르는 느림과 관조의 시간을 통해 관람객을 작품 속 몰입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번 전시에는 총 35점의 작품이 소개되며 이 중 33점은 국내 최초 공개되는 신작이다. 대표작 'Lo Sposalizio'는 서로 다른 현실을 마주한 두 인물을 통해 내면의 균형을 성찰하게 한다. 전시는 이날 오프닝 리셉션을 시작으로 오는 4일에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호반아트리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익숙한 시선과 사고에서 벗어나 회화라는 매체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과 마주할 기회"라며 "느림과 관조 속에서 작품을 음미하고 상상과 사유의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09/02
글래드스톤, 프리즈 서울 2025 참가…우고 3m 대형작 공개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9월 3일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 참가해 전속 작가들의 신작과 근작을 선보인다. 부스의 중심에는 우고 론디노네의 회화 연작 'mountain lake painting' 가운데 최초의 가로 2m, 세로 3m 대형작품이 설치된다. 신작 13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사용한 적 없는 색 조합을 새롭게 선보인다. 작가의 유년 시절 고향인 스위스 루체른 호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현재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in beauty bright'(10월 18일까지)에서도 같은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리크릿 티라바니자의 신작 회화, 아니카 이의 신작 회화와 해초 램프 3점, 필립 파레노의 'Marquee' 연작, 살보의 2000년대 회화, 야요이 쿠사마의 'Original-Infinity Nets'(2000) 등이 전시된다. 또 오는 11월 홍콩 M+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는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1990년작 'Well (Borealis)'도 함께 소개된다. 2023년부터 프리즈 서울에 참가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글래드스톤은 서울 지점을 기반으로 한 전시 프로그램과 꾸준한 아트페어 활동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넓혀왔다. 뉴욕 본사와 브뤼셀·서울 지점을 운영하는 갤러리는 실험적 현대미술을 꾸준히 소개하며 전속 작가들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5/09/02
아트온오 왔던 독일 갤러리 ZINK, '키아프 서울' 첫 참가 독일과 스위스를 기반으로 한 갤러리 진크(ZINK)가 오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5’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1994년 설립된 진크는 아트바젤 홍콩, 디파인 서울,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아트온오(ArtOnO) 등에 참여해온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다. 이번 키아프에서 진크는 마티아스 산체스, 신타 비달, 문테안·로젠블룸 듀오, 요하네스 나겔, 안나 레온하르트 등 유럽에서 주목받는 다섯 명의 작가를 선보인다. 산체스는 사회·정치적 맥락을 강렬한 회화 언어로 풀어내며, 비달은 다중 시점의 건축적 풍경으로 일상을 재해석한다. 문테안·로젠블룸은 대중문화 이미지를 결합한 청년 정체성 연구로, 나겔은 전통 도자기의 경계를 확장한 조형 실험으로, 레온하르트는 색채의 층위를 쌓아올린 명상적 추상으로 각각 자신만의 시각 세계를 펼친다. ZINK는 “한국과 아시아의 활기찬 예술계와 유럽 신진 작가들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부스 A86에서 국제 관객과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9/02
가나아트 "프리즈 서울·키아프서 만나요"…고영훈~에디 강까지 출격 가나아트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와 ‘키아프 서울 2025’에 동시 참가한다. 한국 현대미술사 거장과 글로벌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는 동시대 작가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며, 전통과 현재성을 함께 조망한다. ◆‘프리즈 서울 마스터즈(Frieze Seoul Masters)’ 참가 가나아트는 주요화랑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즈 섹션에 고영훈, 노은님, 오수환, 윤광조, 이상국, 이왈종, 임동식 등 한국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7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극사실회화의 지평을 넓힌 고영훈, 점과 선을 통해 자연의 원리를 탐구한 노은님, 동양적 사유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필치를 펼친 오수환이 대표적이다. 윤광조는 분청사기를 새롭게 해석해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박물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작품을 소장시킨 인물로, 도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한 두터운 마티에르로 풍경을 재구성한 이상국, ‘중도’의 사유를 평면에 담아낸 이왈종, 한국 자연미술의 기틀을 마련한 임동식의 회화가 함께 소개된다. ◆ ‘키아프 서울 2025’ 참가 이번 부스에서는 원로 조각가 최종태, 수묵화가 박대성, 조각가 심문섭과 박석원 등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대거 출품한다. 교회조각의 현대화를 이끈 최종태, 실경산수의 계보를 잇는 박대성, 조각에서 회화로 확장한 심문섭, 종이의 물성을 탐구한 박석원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통성과 위상을 다시 확인시킨다. 또한 글로벌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현대 작가들도 함께 소개된다. 현재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Return to Earth'를 열고 있는 시오타 치하루의 평면·조각 작품, 알렉스 카츠의 평면적 색채와 크롭 구도, 일본 구타이 그룹의 아츠코 타나카가 남긴 에너지적 회화, 따뜻한 애니마믹스 양식으로 위로의 서사를 전하는 에디 강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가나아트는 "이번 동시 참가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전통적 저력과 국제적 감각을 함께 선보이며, 서울 아트위크의 현장에서 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로지르는 교차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9/02
리움에서 열린 블랙 퀀텀 퓨처리즘…샤넬과 28일까지 개최 샤넬의 컬처 펀드와 리움미술관이 손 잡은 블랙 퀀텀 퓨처리즘(Black Quantum Futurism)의 프로젝트 '타임 존 프로토콜(Time Zone Protocols)'이 1일 리움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샤넬 컬처 펀드가 후원하는 리움의 중장기 연구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Idea Museum)’ 세 번째 시리즈로, 4일부터 28일까지 M2 전시장에서 이어진다. 오프닝에는 클라우스 올대거 샤넬 코리아 대표, 김성원 리움 부관장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아티스트 듀오 블랙 퀀텀 퓨처리즘이 선보인 퍼포먼스 '붕괴된 시간, 표류하는 선들'은 즉흥 사운드와 낭독, 의례적 주문을 결합해 ‘시간 의식(temporal ritual)’이라는 독창적 형식을 완성했다. 블랙 퀀텀 퓨처리즘은 2024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수상자인 카메이 아예와와 라시다 필립스가 결성한 아티스트 컬렉티브다. 양자물리학, 아프리카 고유의 시간 개념, 흑인 디아스포라의 시간 경험을 교차시키며, 제국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든 세계 표준시 체계를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타임 존 프로토콜'은 ‘시간의 규범’을 다시 쓰는 급진적 상상력이자, 대안적 시간 정치학을 실험하는 장이다. 전시와 연계해 4~6일에는 '본초자오선 언컨퍼런스'가 열린다. 학자와 예술가들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아시아적 시간성과 블랙 퀀텀 퓨처리즘의 시각을 교차시키며 강연·워크숍·퍼포먼스를 펼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리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 가능하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리움이 추구하는 포용성, 다양성, 평등, 접근성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탐구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샤넬의 후원 아래, 예술과 사회적 실험이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09/02
갤러리현대 마당서 ‘작두굿판’…삼청나잇 4일 밤 10시 개최 “매체란 신과 소통하는 수단, 곧 매개를 뜻한다. 굿의 어원은 몽골어의 ‘얼(정신)’이니, 매체와 굿은 거의 같은 말이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이 남긴 이 말처럼, 한국 무속 의례가 동시대 미술의 장으로 다시 소환된다. 갤러리현대는 오는 4일 오후 10시 갤러리 마당에서 국가무형유산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인 김혜경 만신의 '대동굿 – 비수거리(작두굿)'를 펼친다. ‘키아프리즈’ 기간 열리는 ‘삼청나잇’ 프로그램의 하나다. 이번 의례는 1990년,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같은 장소에서 펼쳤던 굿 형식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 – 서울에서 부다페스트'의 현장성과 정신을 잇는 자리다. 당시 백남준은 망가진 피아노와 중절모를 제물 삼아 스스로 무당이 되어 의례를 주재했다. 굿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한국 샤머니즘과 전위적 현대미술이 교차하는 장면으로 기록됐다. 퍼포먼스는 국내외 방송을 통해 방영되며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현대와 굿의 인연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04년 귄터 우에커의 '고통받는 사람들 – 치유의 은사' 전시 오프닝에서 고(故) 김금화 만신이 굿판을 벌였고, 2016년 백남준 10주기 전시에서는 당시 장면 일부가 재현됐다. 이번에 굿을 집전하는 김혜경은 김금화의 조카이자 직계 계승자로, 서해안 굿 전승을 잇고 있다. ‘대동굿 – 비수거리’는 대동굿 절차 가운데 육굿에 해당한다. 무당이 작두를 타며 신장과 장군님께 액운을 물리쳐 달라고 기원하는 의례로, 허주와 잡신을 몰아내고 사고·구설·관재수를 막으며 공동체의 안녕을 빈다. 갤러리현대는 “이번 작두굿은 백남준이 굿을 매체로 확장했던 실험정신을 다시 환기하는 자리”라며 “한국 샤머니즘의 예술적·치유적 에너지를 동시대 미술 맥락 속에서 새롭게 조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9/02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첫 상륙…서울, 아시아 디자인 허브로 서울이 아시아 디자인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 디자인 플랫폼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가 첫 아시아 전시 무대로 서울을 낙점, 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 전시가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 마이애미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국제 콜렉터블 디자인 쇼다. 그 첫 개최지로 서울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디자인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과 국제적 위상을 입증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디자인 마이애미는 2005년 설립 이후 매년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마이애미 비치 페어를 중심으로, 파리 페어와 ‘인 시추(In Situ)’ 프로그램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벤트를 전개해왔다. 박물관급 수준의 20·21세기 가구·조명·오브제 아트를 선보이는 세계적 디자인 플랫폼으로, 갤러리·브랜드·전문가·컬렉터 네트워크가 집결하는 장이다. ‘창작의 빛’은 한국어 ‘조명(照明, jo-myeong)’에서 착안해 기획됐다. 해외 12개, 국내 4개 갤러리와 71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총 170여 점의 작품을 내놨다. 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서울디자인재단 차강희 대표이사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 영역을 확립해가고 있다는 점은 K-디자인의 세계화를 입증한다”며 “이번 전시가 서울을 아시아 디자인 중심지로 부각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에는 전시와 연계한 ‘디자인 토크’가 DDP 잔디사랑방에서 열린다. ▲글로벌 시각에서 본 한국 디자인과 시장 ▲세계 무대가 주목하는 한국 디자이너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의미 ▲동시대 K-디자인의 글로벌 트렌드 등 4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디자인 마이애미 CEO 젠 로버츠(Jen Roberts)와 참여 디자이너 최병훈을 비롯한 국내외 패널이 대거 참석한다. 젠 로버츠 CEO는 “2005년 첫 디자인 마이애미 페어에서 자하 하디드가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받은 건축물에서 20년 만에 서울 전시를 열게 돼 뜻깊다”며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도시 서울에서 국내외 디자인 커뮤니티의 교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은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DC) 선정 이후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굵직한 성과를 쌓아왔다. ‘서울디자인어워드’를 통해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전 세계에 확산하며 아시아 디자인 허브로 자리매김했고, 이번 전시는 그 위상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전시 기간 DDP 곳곳에서는 ‘디자인&아트’, ‘서울라이트 DDP 가을’, ‘DDP 가을 스페셜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