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새해 첫 전시…성희승, ‘되어감’의 회화 세계 화가 성희승(49)의 그림 앞에 서면 무엇을 그렸는지를 묻기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점 하나, 짧은 붓질 하나. 그것들은 처음부터 이미지를 만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화면은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고 미묘하게 퍼지며 시선을 옮겨 놓는다. 바라보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열리는 구조를 지닌다. 작업은 즉흥적인 제스처로 시작되지만, 화면에는 일관된 질서와 규칙이 유지된다. 반복되는 패턴은 감각에 맡겨진 듯 보이지만, 각 점과 붓질은 화면 전체의 균형과 호흡을 고려하며 배치된다. 학고재에서 새해 첫 전시로 열린 성희승 개인전 ‘Eternal Becoming’은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되어감(becoming)’의 회화적 사유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성희승에게 회화는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인식은 초기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원’에서 출발해 삼각형을 거쳐 ‘별’이라는 형상으로 확장돼 왔다. 별은 특정한 상징이나 서사를 지시하지 않는다. 완결과 확장, 해체와 재구성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겹쳐지는 지점이며, 개인적 체험과 기억 속에서 응축된 빛의 형상에 가깝다. 이번 전시에서 회화는 기도나 명상에 가까운 행위로 드러난다. 반복되는 행위는 통제와 우연, 자유와 규율이 긴장 속에서 공존하는 장을 형성하고, 화면은 언제나 ‘완성’이 아닌 ‘진행 중’의 시간으로 열려 있다. 성희승은 부산 출생으로 서울, 런던,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스튜디오아트·미디어아트 석사를,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국민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작품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경기아트센터, 영은미술관, 자하미술관, 삼성문화재단, 연세대학교, 도이치뱅크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월 7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6/01/22
카이(KAAAI) "2026년 미술시장은 ‘조용한 회복’의 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는 2026년 미술시장을 ‘조용한 회복’의 해로 전망했다. 지표상 반등은 예상되지만, 회복의 온기는 시장 전반이 아닌 특정 카테고리와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카이가 발간한 ‘2025년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인상파와 근대미술 등 미술사적 가치가 검증된 작가군의 강세는 이어지는 반면, 팬데믹 시기 급등했던 초현대미술과 투기성이 강한 분야는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 수익보다는 작품성, 희소성, 소장 이력이 명확한 작품에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역별로는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부다비 등 걸프 지역의 부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가 주도의 대형 문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미술계의 시선과 자본이 이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동아시아는 급격한 반등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며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컬렉터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카이는 Z세대 컬렉터를 2026년 미술시장의 주요 변수로 지목하며, 이들이 커뮤니티 기반의 정보 공유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소비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 흐름을 만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카이는 “2026년은 과장된 반등보다는 선택적 회복이 이어지는 해가 될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등락 자체보다 어떤 카테고리와 지역이 회복을 주도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카이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미술시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형 경매사를 중심으로 한 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양적 축소·질적 성장’의 흐름을 보였다. 국내 9개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전년 대비 5.16% 증가한 1427억 원을 기록했지만, 출품작 수는 감소했다. 글로벌 경매 시장 역시 고가 상위작 중심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3사의 낙찰총액은 11.1% 증가했으나, 판매 작품 수는 33.3% 줄었다. 인상파·근대미술은 급증한 반면, 초현대미술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며 카테고리 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6/01/21
김성복 개인전 ‘그리움의 그림자’…노화랑, 조각·회화 100여 점 전시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조각으로 알려진 조각가 김성복(성신여대 교수)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22일부터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2025년 제14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을 기념하는 자리다. '그리움의 그림자'를 타이틀로 조각 20점과 회화 80점 등 총 100여 점을 선보인다. 홍익대 조소과 및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김성복은 돌조각을 중심으로 한국 조각의 조형성과 물성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18회의 개인전과 강원 트리엔날레를 포함해 국내외 단체전 400여 회에 참여했으며, 2002년 ‘미술세계 작가상’을 시작으로 수상 경력을 쌓아왔다. 이번 전시에는 화강암과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과 함께 아크릴 페인팅 회화도 소개된다. 색채를 매개로 한 회화는 조각과는 다른 정서를 더하며, 작가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사유와 미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김성복은 “나는 삶을 조각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삶이란 단순히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힘겨운 일”이다. 살아 있음이 안식이 아니라 견뎌야 할 과정이라는 인식은 그의 조형 세계 전반을 관통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강인해 보이지만 완전한 초인은 아니다. 작가는 유년기의 우상이던 만화 캐릭터 아톰과 한국의 수호상 금강역사상을 결합한 인간상을 통해, “삶이라는 힘든 일에 초연해지고자 하지만 늘 그 안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초인”의 모습을 형상화해왔다. 대표작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에 등장하는 주먹을 쥔 인물은 “흔들리면서도 한 걸음 내딛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김성복의 작업에서 강인함은 도깨비 방망이와 해태 등 한국적 신화와 우화의 이미지로 변주된다. 도깨비 방망이는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해태는 “스스로 굳건해지고자 하는 마음”을 은유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큰 손과 발의 인물상은 초인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말하듯 “불안을 품은 인간”의 초상이다. 김성복은 “삶은 불확실하지만, 반드시 살아본 자만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내가 만드는 사람은 땅에 발을 딛고 무언가를 움켜쥐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어 “고민하고 망설이기보다, 우직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삶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의 탄생 배경을 보여주는 회화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조각 작품 이전 단계에서 출발한 드로잉과 페인팅, 조각 이후 다시 회화로 확장된 작업들이 병치되며, 조형 언어가 매체를 넘나들며 생성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2월 5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1/21
‘82년생 김지영’ 표지 작가 참여…한·일 여성작가 5인전 ‘불온유희’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 표지를 그린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여성 작가 5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은 한국과 일본의 여성 작가 5인이 참여하는 기획전 '불온유희(Subversive Play of Inner Turmoil)’를 21일부터 3월 2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여성 작가들이 내면의 불안과 균열, 감정의 진폭을 ‘유희’라는 방식으로 풀어낸 회화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에는 일본의 나카바야시 아리사, 에노모토 마리코와 한국의 이은경, 정수정, 최나무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일상적 감각과 심리적 긴장을 교차시키며 억눌린 감정과 정체성의 문제를 각기 다른 회화 언어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일본 미술계에서 유망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한국 첫 소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본 뮤지엄 큐레이터들로부터 차세대 작가로 평가받은 나카바야시 아리사와,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 표지를 그려 현지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에노모토 마리코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갤러리밈은 전시 제목 ‘불온유희’에 대해 “작가들이 자신의 원형을 찾기 위해 자기 분열과 해체에 동반되는 불안과 고통을 기꺼이 끌어안고, 세상과의 충돌을 거쳐 유희의 단계로 나아가는 여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때로는 불쾌하고 가혹하며 반란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회화적 질감들이 고통과 쾌락이 맞닿은 경계에서 어떻게 하나의 ‘유희의 언어’로 전환되는지를 따라간다. 작가들이 직조해낸 불온한 감정의 결은 화면 위에서 매혹적인 풍경으로 변주되며, 동시대 여성 작가들의 내면과 세계 인식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갤러리밈 5·6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2026/01/21
19~34세라면 주목…국립현대미술관 ‘MMCA 보존학교’ 18명 모집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미술품 보존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MMCA 보존학교’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운영한다. 미술관은 21일부터 26일까지 교육생을 모집해 총 18명을 선발하며,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응시자격은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로, 공고일 기준 '청년기본법'상 청년(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이어야 한다. 보존 관련 전공 대학 졸업 예정자(2026년 2월) 또는 대학원 재학생 이상이 지원할 수 있다. 관련 분야는 국가유산 보존, 보존과학, 회화 보존 등이다. 사진 보존 분야는 사진 전공자를, 뉴미디어 보존 분야는 영상·전자 관련 전공자를 포함한다. 복수국적자의 경우 채용일 이전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MMCA 보존학교’는 ▲지류 ▲유화 ▲뉴미디어 ▲사진 ▲과학분석 ▲상태조사 및 응급처리 등 6개 과정으로 구성된다. 분야별로 교육생을 선발해 3월부터 9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서울관·과천관에서 미술품 보존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과정은 ▲현대미술 재료와 기법 이해 ▲미술품 보존처리 도구 및 재료 이해 ▲보존처리 및 과학분석 실습 ▲미술품 보존 윤리와 보존 환경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생들은 실제 미술관 보존 현장을 경험하며 실질적인 직무 역량을 키우게 된다. 교육생에게는 소정의 교육지원금(150만원)이 지급되며, 총 80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청년 미술품 보존 전문가에게는 교육확인증이 발급된다. 이를 통해 국내외 보존 분야에서의 활동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MMCA 보존학교’는 국가 차원의 보존 역량을 미래 세대로 연결하는 전략적 투자”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가 미술품 보존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생 선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1/21
'딜리버리 댄서' 김아영,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2026’ 수상 ‘딜리버리 댄서(Delivery Dancer)’ 연작으로 동시대 노동과 기술, 몸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미디어아티스트 김아영(47)이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2026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아영은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첫 한국인 수상자이자,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딜리버리 댄서’를 선보인 최초의 한국 미디어 아티스트다. 21일 샤넬의 문화예술 후원 조직인 샤넬 컬처 펀드(Chanel Culture Fund)는 글로벌 문화예술 어워드인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2026 수상자 10인을 발표했다. 2021년 설립돼 격년으로 수여되는 이 상은 올해 세 번째를 맞았으며, 각자의 분야를 재정의하고 문화의 미래를 형성해 나가는 동시대 예술가들을 조명한다. 2026년 수상자는 서로 다른 국가와 배경을 지닌 선구적 예술가 10인으로, 김아영을 비롯해 폴 타부렛, 에메카 오그보, 파얄 카파디아,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마르코 다 시우바 페레이라, 안드레아 페냐, 알바로 우르바노, 바바라 산체스 케인, 판 다이징이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들에게는 새로운 예술 프로젝트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각각 10만 유로(약 1억4000만원)의 지원금이 제공되며, 왕립예술대학을 비롯한 샤넬의 문화 파트너들과 함께 2년간의 멘토십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는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등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후원해 온 가브리엘 샤넬의 활동에서 출발한, 하우스의 100여 년에 걸친 문화예술 후원 전통을 계승한다. 샤넬 아트·컬처·헤리티지 부문 대표 야나 필은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는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각 수상자는 창의성과 대담함으로 현재를 만들어가고 미래를 정의하는 선구자로, 이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1/21
잠뜰 TV 세계관에 몰입…롯데월드 딥, ‘더 프리즘 展’ 성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몰입형 체험관 ‘이머시브 플랫폼 딥’(IMMERSIVE PLATFORM DEEP, 딥)이 ‘미스터리 수사반 X 픽셀리 : 더 프리즘 展’을 18일 성황리에 마쳤다. 딥은 IP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전용관이다. 지하 3층 아이스링크 인근에 약 450평 규모로 터를 잡았다. 딥은 지난해 11월 개막을 기념한 ‘전지적 독자 시점 : 구원의 마왕 展’에 이어 ‘더 프리즘 展’을 선보였다. 이는 ‘잠뜰 TV’의 IP 콘텐츠 전시다. 잠뜰 TV는 ‘마인크래프트’ 등 각종 게임을 활용해 독창적인 세계관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임 크리에이터다. 오픈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 1·2차 티켓 모두 30분 만에 매진됐다. 전시 굿즈 역시 대부분 품절됐다. 딥은 잠뜰 TV의 IP 중 1020세대 팬덤에서 인기 있는 ‘픽셀리’와 ‘미스터리 수사반’(미수반) 콘텐츠를 활용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이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50평 규모의 ‘이머시브 미디어 영상 존’에서는 미수반 세계관을 다면 스크린 영상으로 구현해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어진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미수반 일원이 돼 단서를 수집하고 스탬프를 모아 미스터리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참여형 콘텐츠가 재미를 더했다. 한 관람객은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해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픽셀리 캐릭터와 함께 겨울 캠핑장 콘셉트 소품을 활용해 기념 촬영하는 기회도 마련됐다. 딥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IP 기반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SNS 참조. 2026/01/21
도산대로 글로벌 화랑 새해 첫 전시…화이트큐브 이성자· 페로탕 최병소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화랑 화이트 큐브 서울과 페로탕 서울이 나란히 새해 첫 전시로 한국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재불 1세대 추상화가 이성자(1918~2009)를 축으로 한 2인전을, 페로탕 서울은 지난해 작고한 작가 최병소(1943∼2025)의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한쪽은 우주를 향한 추상의 언어이고, 다른 한쪽은 언어를 지워 침묵으로 들어가는 저항이다.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이웃 화랑인 두 공간은 국내에서는 드문 밀도의 전시와 세련된 기획으로 전시를 ‘보는 맛’을 제대로 전한다. ◆ 화이트 큐브 서울, 에텔 아드난–이성자 2인전 화이트 큐브 서울은 2026년 첫 전시로 레바논 출신 작가 에텔 아드난과 이성자의 2인전 ‘태양을 만나다(To meet the sun)’를 개최한다. 에텔 아드난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는 1월 21일부터 3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은 아드난이 1968년 발표한 동명의 시에서 가져왔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기리는 이 시는, 오랜 시간 우주적 세계관을 회화로 확장해온 이성자의 작업과 긴밀하게 공명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중심으로 이주와 망명, 단절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두 작가의 예술 언어를 하나의 대화로 엮는다. 아드난은 태양과 달, 타말파이스 산의 실루엣을 반복적으로 호출하며 빛과 풍경을 색면으로 응축해왔다. 이성자는 지구와 행성계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대지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질서를 구축했다. 화이트 큐브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 수잔 메이는 “에텔 아드난은 10년 넘게 화이트 큐브와 함께해 온 작가로, 서울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시점에 한국 작가와 함께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양진희 디렉터의 제안으로 이성자 작가를 알게 됐고, 두 작가의 작업과 삶이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작가는 작품뿐 아니라 이주와 단절, 사유의 방식 등 삶의 궤적에서도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닮았다는 이유로 2인전을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성자라는 중요한 한국 작가와 에텔 아드난이라는 글로벌 작가를 함께 놓고, 두 작업이 만들어내는 대화를 서울에서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23년 강남 도산대로 호림아트센터 1층에 개관한 화이트 큐브 서울은 영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갤러리 화이트 큐브의 아시아 두 번째 전시 공간이다. 런던, 홍콩, 파리, 뉴욕, 웨스트 팜비치 등을 잇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작가와 한국 작가의 작업을 하나의 장으로 병치하는 전시 전략을 지속해오고 있다. ◆ 페로탕 서울, 최병소 개인전 ‘Untitled’ 페로탕 서울은 2026년 첫 전시로 '검은 연필그림' 작가 최병소의 개인전 ‘Untitled’를 연다. 지난해 9월 작가가 별세한 이후 처음 열리는 개인전으로, 20일부터 3월 7일까지 이어진다. 페로탕 서울은 작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이번 전시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최병소의 작업이 지닌 의미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병소의 이른바 ‘검은 신문’ 연작은 방탄소년단의 RM과 배우 유아인 등의 수집 목록에 포함되며 대중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매스미디어와 언어의 구조를 해체하는 그의 작업은 동시대적 문제의식과 맞물리며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병소의 작업은 신문지와 잡지에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볼펜과 연필로 반복적으로 덮고 지우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가 지닌 정보성과 권력을 해체해왔다. 이 과정에서 종이는 단순한 지지체를 넘어 시간과 노동이 축적된 물질로 변모한다. ‘TIME’, ‘LIFE’와 같은 잡지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선택은 미디어 언어에 대한 그의 특유의 유머이자 비판이다. 모든 것이 과잉으로 치닫는 현재, 그의 작업은 무절제의 지배에 대한 단호한 거부로 다시 읽힌다. 프랑스계 화랑 페로탕은 2016년 서울에 진출한 ‘외국 화랑 1호’이자 ‘친한파 갤러리’로 불린다. 파리, 홍콩, 뉴욕, 서울, 도쿄, 상하이, 두바이 등 7개 도시에 분점을 둔 페로탕은 프리즈 아트페어가 상륙한 이후 서울 시장에 전략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강북 삼청동에 이어 2022년 강남 도산공원과 호림박물관 사이에 ‘페로탕 도산파크’를 개관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삼청동 공간은 폐관했다. 한국 작가로는 박서보, 정창섭, 이배 등을 전속 작가로 두고 있다. 2026/01/20
중동 첫 진출 아트 바젤 카타르…걸프 지역 긴장 변수 아트 바젤 카타르의 첫 행사가 걸프 지역 안보 긴장 고조 속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국제 미술계 안팎에서 우려와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트 바젤 카타르는 오는 2월 5일부터 7일까지 카타르 도하 므셰이렙(Msheireb) 다운타운을 무대로, M7과 도하 디자인 지구 등 주요 문화 공간 전반에서 개최된다. 아트 바젤의 중동 첫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행사다. 이번 우려는 최근 이란 정세 악화와 맞물려, 도하 인근 미군·영국군 기지의 병력 감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본격화됐다. 최근 미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Artnet)에 따르면 일부 출품 딜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항공권 구매와 이동 일정을 행사 직전까지 미루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임시 영공 폐쇄로 주요 항공사들이 항로 변경과 지연을 예고하면서, 도하를 오가는 국제 이동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미국 대사관은 도하 주재 직원들에게 비필수 이동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주최 측은 당분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트 바젤 측은 아트넷을 통해 “카타르 현지 파트너를 포함한 전문 팀과 함께 보안 환경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참여자들의 안전과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긴장은 최근 다소 완화되는 조짐도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의 보안 경보 수준은 다시 낮아졌고, 이전에 이동됐던 항공기들도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 역시 중동 내 동맹국들의 외교적 중재로 일단 유보된 상태다. 한편 이번 페어에는 31개국·지역에서 87개 갤러리와 84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이 중 16개 갤러리는 아트 바젤에 첫 데뷔한다. 참여 작가의 절반 이상은 MENASA(중동·북아프리카·남아시아)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바라캇 컨템포러리(김윤철)와 BB&M(임민욱)이 참가한다. 2026/01/20
아트바젤 홍콩 "서울은 경쟁자 아닌 동반자" “서울과 홍콩은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동반자다.” 아트바젤 홍콩의 안젤 시앙리 디렉터는 서울과 홍콩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시앙리 디렉터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프리즈 서울이 안착하면서 한국 미술 시장에 관심을 갖는 새로운 컬렉터 층이 형성됐고, 그 흐름이 아트바젤 홍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두 도시는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는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 출범 이후 홍콩 당국이 아트바젤 홍콩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4분기부터 세계 미술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1분기에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11월 뉴욕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이 현대미술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점과, 12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200억 원이 넘는 프리다 칼로 작품이 출품된 사례를 시장 회복의 신호로 언급했다. 프리즈·키아프서울과 함께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바젤 홍콩은 오는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41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에 국제갤러리, 아라리오, 바톤, PKM갤러리를 비롯해, 올해 처음 합류한 제이슨 함 갤러리까지 총 18곳이 참가한다. 신진 화랑을 조명하는 디스커버리즈 섹터에는 실린더, P21, N/A가, 인사이트 섹터에 G갤러리 양주혜·우한나, 더페이지(정수진), 선화랑(이충지)도 참여한다. 아트바젤 홍콩 연간 관람객은 8만~9만 명에 달한다.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