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에 이해민선·홍진훤·이정우·전현선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로 이해민선, 홍진훤, 이정우, 전현선 등 4인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2012년부터 운영해온 대표적인 연례 전시이자 수상 제도로, 매년 동시대 한국미술을 대표할 작가 4인을 선정해 신작 제작과 전시 기회를 제공해왔다. 새로운 담론을 발굴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선정된 작가들은 각자의 시각적 언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며 “매체의 한계를 확장하며 동시대의 감정과 사회적 조건을 정면으로 사유하는 작가들의 행보에 많은 기대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로 선정된 4인은 회화,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면서도 동시대적 감수성과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민선은 회화를 중심으로 사물의 상태와 취약한 개인의 존재 방식을 관찰하며, 시간의 흔적과 물질의 감각을 통해 존재의 조건을 탐구해온 작업을 이어간다. 홍진훤은 사진과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이미지가 생성·유통되는 권력 구조에 개입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사진, 영화, 웹 프로그래밍 등을 활용해 실재와 가상이 중첩된 세계 속에서 집회와 운동, 투쟁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정우는 기술 시스템의 오작동과 편향에 주목한다. 생성형 AI에 소실된 역사적 아카이브를 입력하며 발생하는 특이점을 조형적 언어로 포착하고, 플랫폼 정책과 데이터 편향 등 보이지 않는 힘이 결과를 어떻게 견인하는지를 영상 작업으로 가시화한다. 전현선은 회화를 중심으로 이미지가 공간과 맺는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점묘적 회화, 설치, 영상, 조각을 넘나들며 이미지의 시간성과 물성을 실험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를 공간적 경험으로 확장해 다중의 이미지 경로를 제시한다. ‘올해의 작가상 2026’ 1차 심사위원단은 엠마 엔더비(베를린 KW현대미술관 관장), 샤메인 도(테이트 모던 수석 큐레이터), 호 추 니엔(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정현 인하대 교수, 김지연 대안공간 D/P 디렉터,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박덕선 학예연구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최종 수상자는 전시 개막 후 ‘작가 & 심사위원 대화’ 공개 좌담회와 2차 심사를 거쳐 10월 중 발표된다. 전시는 오는 7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선정 작가들의 신작과 기존 주요 작업을 함께 선보이며,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작가 & 심사위원 대화’는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들은 SBS문화재단으로부터 각 5000만 원의 창작후원금을 지원받는다. 전시 기간 중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1인에게는 상금 1000만 원이 추가로 수여된다. 2026/01/19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세계적 조경가 앙리 바바 등 초청 서울시는 오는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180일간 서울숲 일대에서 펼쳐질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대표할 작가정원 국제공모 최종 선정 작품 5개와 초청정원 작품 2개를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 녹색 문화(Seoul, Green Culture)'를 주제로 열린다. 작가정원, 학생·시민·다문화가족·자치구가 참여하는 동행정원, 기업·기관·지자체가 조성하는 작품정원, 서울의 이야기를 담은 매력정원 등으로 구성된다. 시는 지난해 12월 '서울류(流)-The Wave of Seoul'를 주제로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작가정원 국제공모'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 작품 제안을 접수했다. 2단계 심사를 거쳐 총 5개 작품(해외 3개, 국내 2개)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작품은 서울숲 내 주요 대상지에 개소당 약 250㎡ 규모로 조성된다. 공모 작품은 조성 후 4월 17일 3차 현장 심사를 거친다. 금상·은상·동상을 선정해 2026 정원박람회 개막식 당일(5월 1일) 시상할 예정이다. 작가정원은 개소당 7000만원 지원금을 받아 조성된다. 시상금은 금상(1팀)에 1000만원, 은상(2팀)에 600만원, 동상(2팀)에 300만원이다. 세계적 조경가 앙리 바바(Henri Bava)와 국내 대표 작가 이남진이 참여하는 초청 정원 2개소가 조성된다. 앙리 바바는 도시·건축·조경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조경 설계 사무소 '아장스 테르(Agence Ter)' 대표다. 프랑스 생투앙 대공원, 비양쿠르 공원, 중국 황푸강 동안, 푀플 드 레르브 공원 등 대규모 도시 공공 공간 사업을 통해 명성을 쌓았다. 독일 정원박람회(Landesgartenschau) 국제 공모 당선작 '아크바 마기카(Aqua Magica)'는 박람회 이후에도 존치되는 공공 정원으로 조성됐다. 이남진 작가는 서울 일상, 도시 풍경을 해석하는 국내 대표 조경가다. 대표작은 양재 살롱드가든, 구 서울역사 옥상정원, 명원박물관 전통정원, 목동 파리공원 리모델링 등이다. 조성된 작가정원 내 7개 작품은 박람회 종료 이후에도 철거되지 않고 서울숲에 존치돼 예술 정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한강·응봉산·중랑천·성수동을 잇는 서울 동부권 대표 생태·문화축인 서울숲을 중심으로 한 '가든 커넥터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김영환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작가정원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만들어낸 문화적 흐름을 정원이라는 언어로 풀어낸 공간"이라며 "국제공모와 초청정원이 함께 어우러진 서울숲의 작가정원을 통해 서울만의 정원문화와 예술적 정체성을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2026/01/16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뮤지엄휴휴프로그램' 운영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이 박물관 간 문화협력 교육 프로그램 '뮤지엄휴휴프로그램' 백제 크리에이티브 랩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소마미술관과 협력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양 기관의 전시 유물과 대표 콘텐츠를 활용해 감각·관찰·표현을 중심으로 한 심미적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고대 토기의 특징과 종류를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니어처 토기를 제작해 나만의 작은 전시 공간을 꾸며보는 활동과 토기를 주제로 한 드로잉 체험을 통해 관찰과 표현의 과정을 경험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은 오는 17, 24일에 진행되며, 시간은 오후 2시~3시30분까지 운영된다. 박물관·미술관 교육에 관심있는 양육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별도 준비물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교육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소마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연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장은 "이번 문화협력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장하고, 박물관과 시민이 더욱 긴밀히 연결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1/16
‘미술관에 가면 뇌는 어떻게 쉬는가'…정재승 교수 강연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 II’ 연계 강연으로 ‘미술관에 가면 뇌는 어떻게 쉬는가: 예술 감상이 감각, 인지, 감정을 바꾸는 방식에 대하여’를 오는 2월 6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강연은 뇌과학자로 잘 알려진 정재승 KAIST 교수를 초청해, 뇌과학자의 시선에서 예술 감상 경험을 새롭게 조명한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인간의 감각과 인지, 정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자리다. 참여 신청은 19일 오전 9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모집 인원은 350명으로 참가비는 무료이며, 잔여 좌석에 한해 강연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강연이 미술과 뇌과학, 인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 관람객은 물론 교육자, 연구자, 전시 기획자들에게도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 II’는 이건희컬렉션 50여 점을 포함해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 150여 명의 작품 260여 점을 선보이며,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의 흐름을 조망하는 대규모 소장품 상설전이다. 2026/01/16
숨 고른 미술시장, 새해 첫 경매…서울옥션·케이옥션 148억 출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국내 미술시장이 2026년 첫 경매와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하루 차이로 새해 첫 정기 경매를 열고 총 148억원 규모의 작품을 선보인다. 과열을 걷어낸 시장 환경 속에서 두 경매는 블루칩 작가 중심의 구성으로, ‘안정과 본질’을 향한 시장의 방향성을 각기 다른 전략으로 드러낸다. ◆ 서울옥션 117점 출품, 50억 규모 서울옥션은 27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9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한다. 총 117점이 출품되며, 낮은 추정가 기준 약 50억원 규모다. 박수근, 야요이 쿠사마, 우고 론디노네, 우국원 등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현대 도예가들의 달항아리, 고미술 작품이 고루 포함됐다. 근현대미술 섹션에서는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 ‘모자와 두 여인’(4억8000만~8억원)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흙벽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단순화된 인물 표현을 통해 서민의 삶과 시대의 온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해외 작가로는 야요이 쿠사마의 ‘Pumpkin (AAT)’(7억3000만~9억원)과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Black White Red Mountain’(3억~4억원)이 출품돼 글로벌 블루칩 작가에 대한 수요를 가늠하게 한다. 서울옥션은 새해 첫 경매를 맞아 달항아리를 집중 조명한다. 권대섭을 비롯해 강민수, 김동준, 이용순, 문평 등 현대 도예가들의 달항아리를 통해 새해의 염원과 계절적 상징성을 강조했다. 고미술 섹션에서는 조선 후기 문인화의 대가 심사정의 ‘쌍작도’와 ‘쌍치도’(각 2000만~6000만원), 고종 황제의 어필 ‘기자동년(期自童年)’(3000만~5000만원) 등 역사성과 서사를 지닌 작품들이 출품된다. ◆ 케이옥션 94점, 98억 출품 케이옥션은 28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2026년 첫 경매를 연다. 총 94점, 약 98억원 규모로 서울옥션보다 출품 총액은 크다. 케이옥션은 지난해 시장 재조정기를 거친 이후 ‘소장 가치와 안전 자산’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검증된 블루칩 작가 중심의 구성을 선보인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김창열, 이우환, 야요이 쿠사마로 이어지는 블루칩 작가군이다. 쿠사마의 ‘Butterflies ‘‘TWAO’’’는 물방울 무늬와 나비가 결합된 캔버스 작품으로, 10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도록 표지를 장식한 ‘Dress’는 5억~8억원에 추정됐다.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은 판화 3점을 포함해 5점이 출품된다. 김창열의 ‘물방울 ABS N° 2’(9억~14억원)는 파리 체류 시기의 초기 역작으로, 투명한 물방울 표현을 통해 작가의 조형적 정수를 보여준다. 이우환의 대형작 ‘Dialogue’(8억9000만~14억원)는 최소한의 붓질로 여백과 공간의 긴장을 구현한 작품으로, 국내외 경매에서 꾸준히 시장 신뢰를 입증해온 시리즈다. 케이옥션은 또 천경자, 이성자, 양혜규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 서사와 예술적 저력을 조망한다. 이와 함께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거장들의 드로잉과 소품을 다수 포함시켜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 작가의 사유와 조형 언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술시장 관계자는 “2026년 첫 경매는 양적 확대보다 검증된 작품과 소장 가치를 중심으로 한 질적 경쟁의 출발점”이라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서로 다른 전략이 현재 시장의 온도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프리뷰는 16일부터 27일까지 강남센터에서, 케이옥션 프리뷰는 17일부터 28일까지 신사동 전시장에서 진행되며 모두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2026/01/16
사진작가로 데뷔한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첫 개인전 '휴먼 모먼트' [뉴시스Pic] 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었던 박용만 전 회장이 사진작가로 데뷔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전시공간 '피크닉'에서 첫 개인전 '휴먼 모먼트'를 열고 50여 년간 촬영한 흑백·컬러 사진 80점을 선보였다. 박 전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찍은 사진으로 교내 사진전에서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사진기자를 꿈꿨으나 부친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반대에 부딪혀 그 꿈을 접었다. 기업인이 된 후에도 카메라를 들고 세계 곳곳의 출장지, 골목의 풍경과 사람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그는 "그동안 사진에 대한 확신이 없어 전시를 열지 않았다"며 "나이가 많으니까 이 시점에서 한번쯤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남은 시간 동안 사진을 다시 찍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사진 200여 점을 수록한 첫 사진집 '휴먼 모먼트'도 발간했다. 전시는 오는 2월 15일까지 열린다. 2026/01/16
박용만 “나는 사진작가다”…50년간 바라본 '인간의 순간'[박현주 아트클럽] 사람은 언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말할 때가 아니라, 등을 보일 때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같이 걷는 길 이사장·71)이 사진가로서 첫 개인전 ‘HUMAN MOMENT’를 열었다. 전시는 1월 16일부터 2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전시공간 피크닉(piknic)에서 열린다. 50여 년간 그가 기록해온 사진 가운데,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아 있던 장면 약 80점이 처음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전직 기업인의 취미 공개전’이 아니다. 15일 전시를 앞두고 만난 그는 스스로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나는 이제 기업인이 아니라 사진작가다.” ◆ ‘HUMAN MOMENT’, 인간의 순간을 기록하다 전시 제목 ‘HUMAN MOMENT’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지시하지 않는다. 사람이 직접 등장하든, 이미 떠난 흔적만 남아 있든 그의 사진은 늘 ‘사람의 존재감’을 중심에 둔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순간’은 극적인 장면이 아니다. 사진을 찍던 그때의 시선이,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따뜻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홍대 앞에서 포착한 커플의 뒷모습, 캄보디아의 가난한 도시에서 아이 둘이 앞에 서 있고 아버지가 생계를 이어가는 장면, 관광객으로 가득 찬 축제 한복판에서 유독 고요한 한 사람의 모습. 사진 속 인물들은 말을 하지 않지만, 삶은 충분히 읽힌다. 그의 사진은 사건보다 사람이 머문 시간에 반응한다. 사진은 늘 뒷모습에서 시작한다. 멀리서, 설명 없이. 그리고 천천히 가까워진다. 그가 직접 말했듯, 이번 전시는 “먼 데서부터 시작해 갈수록 가까워지는” 구조를 취한다. 뒷모습, 측면, 다시 얼굴. 시선의 이동은 곧 삶을 대하는 거리의 변화다. “가깝게 가서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 짐작의 힘이 이 전시를 지탱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의 거리 감각이다. 그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대신 오래 본다. 페트라에서 행상에 나서 울고 있는 아이를 찍을 때도 관광객을 일부러 프레임에서 밀어냈다. 흔한 대비 구도를 피한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사진에는 아이와 당나귀만 남는다. 그는 그 장면을 두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연출이 아니라, 그런 마음의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비극적인 장면, 과도하게 슬픈 이미지, 의미를 과잉 생산하는 사진들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보고 편안한 사진, 다시 보고 싶은 사진만 남겼다”는 그의 기준은 전시 전체의 온도를 결정한다. ◆ 50년의 기록, 그러나 지금에서야 꺼낸 이유 그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찍은 사진으로 상을 받으며 처음 사진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이후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진은 늘 곁에 있었지만, 전시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진에 대한 확신이 없어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전시는 확신이 생겨서가 아니라, 확신이 없는 상태 그대로 한 번쯤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선택한 자리에 가깝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그는 젊은 사진가들과 함께 사진을 다시 분류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찍어온 사진의 흐름을 처음으로 타인의 시선으로 마주하게 됐다. “남의 눈으로 보니까, 내가 어떤 사진을 찍어왔는지가 보이더라.” ◆ 정치 하마평과의 거리, 그리고 분명한 선언 그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서울시장, 국무총리 등 각종 정치적 하마평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그런 일과는 상관없다. 가능성은 제로(0)%다.” 이 말은 선을 긋기보다 자리를 옮겼다는 선언에 가깝다. 성장과 효율의 언어를 다뤄온 사람이, 이제는 관찰과 기다림의 언어로 세계를 읽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성과도, 결론도 없다. 대신 시간이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선언의 연장선에 있다. 미래를 설계하던 기업인의 자리에서 내려와, 이미 지나간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는 관찰자로 서겠다는 선택이다. ◆ 사진은 취미가 아니라 태도다 그가 처음 사진을 찍은 것은 1975년이다. “처음 찍은 게 75년이니까 거의 50년이 됐죠. 실제로 필름으로 남아 있는 기록은 한 40년쯤 됩니다.” 어린 시절 그는 사진가를 꿈꿨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그 꿈을 접었다. “아버지가 너무 무섭게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포기했죠.” 사진은 그렇게 마음속에만 남았다. 그러다 1990년, 다시 불이 붙었다. “집사람한테 ‘여보, 나 일을 도저히 못 하겠어’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그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가 다시 사진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에는 사진가 강홍구가 있었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사진이 뭔지도 몰랐는데,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강 선생님하고 친해지면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취미로 찍기 시작한 사진은 점점 분명한 방향을 갖게 됐다. “취미로 찍어도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게 나하고 어울리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말하는 ‘인간다움’은 의식되지 않은 순간에 있다. “누구나 가장 인간다운 건 가장 편안할 때 아닐까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모습,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닌 그 상태요.” 그래서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인식하지 않는다. “제가 찍는 사진 속 사람들은 다 저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모습들이 가장 인간답다고 생각해요.” 박용만의 사진은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다. 연출도, 조작도, 극적인 장치도 없다. 다만 오래 바라보고, 조용히 기다린 시선이 남아 있을 뿐이다. 노숙인과 노인, 이름 없는 사람들, 그리고 압축성장이 남긴 도시의 틈새까지. 그의 사진은 개인의 얼굴을 통해 구조의 초상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전시는 한 개인의 사진 데뷔전이 아니라, 한 시대를 통과한 관찰자가 남긴 잔상 기록에 가깝다. 그는 말했다. “아름답고 따뜻한 사진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쯤 오면 우리가 직면한 현실도 같이 생각했으면 했어요.” 이 말은 전시의 방향을 정확히 말해준다. 그의 사진은 개인의 삶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압축성장이 남긴 불균형의 풍경을 증언한다. 사람의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진은 말을 바꾼다.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 구조의 시간에 대해. 흥미로운 것은 그가 공간을 읽는 방식이다. 물의 반사를 지워 새와 물고기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듯 보이게 하거나, 창살 너머로 거친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을 포착한다. 소란한 축제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 바깥에서 고요를 건져 올린다. 그의 사진은 프레임 안과 밖을 대비시키며 세계를 읽는다. 보호받는 안과 거친 밖, 소음과 침묵, 속도와 정지가 한 장의 사진 안에 나란히 놓인다. “메시지는 없습니다. 그냥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전시는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다. 한 장 앞에 서서 오래 머물게 만든다. 설명이 없어도 우리는 안다. 저 사람들이 지나온 시간, 지금의 관계,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마음을. AI가 이미지를 대신 기억하는 시대에, 이 전시는 오래된 사진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회상의 속도를 지키려는 기록에 가깝다. 전시와 함께 HUMAN MOMENT도 동시 출간된다. 사진집에는 박용만 작가가 지난 50여 년간 기록해온 사진 200여 점이 수록되며, 전시보다 확장된 구성으로 그의 시선과 시간의 기록이 담겼다. 2026/01/15
‘공연장으로 간 미술’…세종문화회관 “전체가 미술관 된다” 공연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막이 내린 이후까지, 관람객이 오르내리던 계단이 미술관으로 바뀐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대극장 계단 전 층에서 2026 공간 큐레이팅 전시 ‘공연장으로 간 미술’을 선보인다. ‘공연장으로 간 미술’은 예술이 공연장의 경계를 넘어 시민의 일상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경험되도록 기획된 연간 전시 프로젝트다. 2025년 이세현, 이동기, 변경수, 정다운 등이 참여해 대극장과 옥외 공간을 미술관으로 전환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올해는 ‘계단 위, 잠시 쉼’을 부제로 관람객의 이동 동선 한가운데로 전시를 끌어들였다. 대극장 계단은 공연 전후의 기대와 여운이 교차하는 장소다. 이번 전시는 이 공간의 특성에 주목해, 오가는 순간 속에서 예술을 통해 잠시 감각을 환기하고 ‘쉼’을 경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별도의 입장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연장 계단에서 마주하는 두 개의 시선, 권여현×변연미 이번 전시에는 권여현과 변연미 두 작가가 참여한다. 권여현은 회화,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인간의 감각과 정서, 존재 인식을 탐구해 온 한국 동시대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작 ‘내가 사로잡힌 철학자들’ 1점과 ‘낯선 곳의 일탈자들’ 연작 4점 등 총 5점을 선보인다. ‘내가 사로잡힌 철학자들’은 프로이트, 니체, 스피노자, 들뢰즈 등 현대 철학자를 주제로 한 연작으로, 자유로운 붓질과 밝은 색채를 통해 정보 과잉 시대에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낯선 곳의 일탈자들’은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질적 공간을 배경으로 자유를 탐색하는 존재들을 담아, 관람객이 자신의 시선과 위치를 자각하도록 유도한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변연미는 자연의 생명력과 그 안에서 경험되는 감각의 흐름을 회화로 확장해 온 작가다. 숲과 꽃을 주요 모티프로 삼되,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감각과 시간의 흐름을 화면에 옮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숲 연작 3점과 꽃 연작 4점 등 총 7점을 선보인다. 유기적인 붓질과 색채의 흐름은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대신 ‘느끼도록’ 이끈다. ◆계단에서 시작된 전시, 세종문화회관 전체로 확장 이번 전시는 공간의 구조와 동선을 고려해 회화 작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이 이동 중 잠시 멈춰 작품을 마주하도록 설계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러한 공간 큐레이팅 방식을 통해 공연장이라는 일상 공간을 예술 경험의 장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공연 전후의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앞으로 계단을 넘어 옥상과 정원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해, 세종문화회관 전체가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26 ‘공연장으로 간 미술’은 오는 6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계단 전 층에서 선보인다. 공연 예매 여부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2026/01/15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5’ 최종 수상자에 김영은 작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 2025'의 최종 수상자로 김영은(46)미디어 작가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공동으로 운영해 온 대표적인 한국 현대미술 작가 후원 프로그램이자 수상 제도다. 매년 4인(팀)의 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과 전시, 해외 프로젝트 참여 등을 지원해 왔다. 김영은은 소리와 청취를 정치적·사회적 산물로 바라보는 작가다. 특정한 역사와 그 안에 축적된 청취 방식을 탐구하며, ‘소리 민족지학(sound ethnography)’을 기반으로 한 다학제적 작업을 이어왔다.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 축적된 소리를 세밀하게 포착해, 일상에서 인식되지 않았던 풍경과 관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드러낸다. 신작 '듣는 손님'(2025)과 'Go Back To Your'(2025)에서는 디아스포라의 이주와 번역이라는 조건 속에서 개인을 넘어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탐구했다. 소리를 매개로 정체성, 이동, 타자화의 문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점이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올해의 작가상 2025'는 12일 작가 동행 심사위원 전시 관람, 13일 관람객 참여형 좌담회 ‘작가-심사위원 대화’, 14일 비공개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전) 네덜란드 라익스 아카데미 디렉터 에밀리 페식, 태국 짐 톰슨 아트센터 아티스틱 디렉터 그리티야 가위웡, 미국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큐레이터 겸 공동 부서장 조던 카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안소연, 독립 큐레이터 김장언,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김영은의 작업이 소리를 단순한 감각적 요소가 아닌 사회·정치적 맥락을 지닌 매체로 다룬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태국 짐 톰슨 아트센터 아티스틱 디렉터 그리티야 가위웡은 “이민자와 같은 사회적 주제를 개인적 경험과 설득력 있게 연결했다”고 평가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안소연은 “시각예술 안에서 소리를 다루는 중요한 작가로, 소리에 깃든 사회적 맥락을 정교하게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큐레이터 겸 공동 부서장 조던 카터는 “시각적 효과를 과도하게 내세우지 않지만, 개념적으로 매우 힘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 수상 작가는 ‘2025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SBS문화재단 후원금 5000만 원에 더해 1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전시는 2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2026/01/15
‘퐁피두센터 한화’ 6월 개관…여의도 63빌딩에 한국 첫 분관 오는 6월, 프랑스 현대미술의 심장부가 서울로 이동한다. 파리 퐁피두센터가 여의도 63빌딩에서 새로운 좌표를 찍는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에 따르면, 한국 분관 ‘퐁피두센터 한화’는 6월 개관과 함께 첫 전시로 입체주의(Cubism)를 전면에 내세운다.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를 중심으로 20세기 미술의 언어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조가 서울에서 다시 현재형으로 작동한다. 개관전은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며,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입체주의 컬렉션을 연대기와 주제에 따라 8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하나의 사조가 회화에서 조각, 건축으로 확장되며 어떻게 분기하고 진화했는지를 따라가는 구조다. 브라크와 피카소를 비롯해 후안 그리, 입체주의 미학을 공간으로 번역한 르 코르뷔지에까지 주요 작가들이 포함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퐁피두센터의 장기 휴관도 있다. 퐁피두는 지난해 가을부터 약 5년간 대규모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며 주요 소장품의 해외 전시가 가능해졌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화문화재단과 파리 퐁피두센터의 협력으로 설립됐다. 양측은 4년 계약을 통해 매년 두 차례 퐁피두 컬렉션전을 선보이고, 별도로 자체 기획전도 연 2회 개최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과거 아쿠아리움으로 사용되던 여의도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조성된다. 지상 4층 규모로, 약 500평 규모의 메인 전시장 2개가 마련된다. 설계는 루브르박물관 리노베이션과 엘리제궁 프로젝트를 맡았던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담당했다. 그간 미술 분야에서 비교적 조용했던 한화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미술관과 손잡고 분관을 여는 선택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해 임근혜 전 아르코미술관장이 퐁피두센터 한화로 자리를 옮기며,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공간 개관을 넘어 전문 인력과 운영 철학까지 포괄한 장기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퐁피두센터 한화의 개관전은 해외 명작을 들여오는 이벤트를 넘어, 서울이 글로벌 미술 지도에서 어떤 좌표를 점하게 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