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중발굴 50년 기념행사…'역사의 물살, 미래의 물결' 우리나라 수중발굴 50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기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행사가 열린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전남광주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한국 수중발굴 50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공식 표어는 '역사의 물살, 미래의 물결'로 특별전, 선상 간담회, 국제학술대회 등이 준비됐다. 오는 14일 오후 2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사회교육관과 수중유산박물관에서 특별전 개막식을 통해 영상시사회, 특별공연, 유공자 표창 등이 이뤄진다. 특별전은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으로 내년 2월 14일까지 신안선에서 발견된 자단목을 중심으로 중세 동아시아 해상 교류를 조명한다. 다음날인 15일에는 '신안 해저로 탐방'이 진행된다. 연구소가 복원한 '조선통신사선'을 타고, 전문가 약 50명과 함께 신안 증도 해저유물 매장해역을 직접 항해한다. 배 위에서 지난 발굴 성과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신안선 발굴 유적지 현장에서 해상헌다례를 거행한다. 16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신안선 자단목과 동아시아 해양교류'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과 발표가 이뤄진다. '신안선의 연구성과와 과제', '자단목의 수종과 산지에 관한 자연과학적 연구 동향', '신안선 자단목의 문자·문양과 중세 동아시아 해역교류', '신안선을 통해 본 14세기 아시아 해역의 자단목 무역에 관한 고찰-자단목에 새겨진 표식의 해석을 중심으로-', '무역 구조를 통해 본 신안선과 자단목', '일본의 자단 작품과 자단의 모방 기법' 등이다. 17일에도 오후 1시부터 '한국 수중유산 조사, 앞으로 50년'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진다. '한국 수중발굴 과거 50년, 미래 50년', '한국 수중유산 거버넌스의 특징과 발전 방향-한국·캐나다·영국 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동남아시아의 공유된 해양사와 수중문화유산 연구의 현황: 미래 협력을 향하여', '남중국해 북서부 대륙사면 침몰선에 대한 심해 고고학 기술 응용',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중 출수 유물 연구 방법론' 등이다. 17~19일에는 '해양유산 달빛유람' 등도 운영한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9/07
애국지사 유묵으로 전시된 '일반시국은', 친일 박중양 글씨였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전시됐던 '일반시국은'이 조사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예, 역사(근현대사), 고문헌, 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인의 교차 검증을 종합해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또 다른 이름 박원근을 사용해 남긴 것으로 판단했다고 7일 밝혔다. '일반시국은'은 임진왜란 당시 최초 의승병장 영규대사가 승병을 모집할 때 했던 말로, 박물관 측은 지난달 10일 박중양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을 외부 제보를 받아 전시에서 유묵을 철수하고 12일 사과한 바 있다. 유홍준 관장은 "각 분야의 독립적 검증이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 만큼, 이번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의 유품으로 알고 마음을 다해 관람해 주신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문위원들은 행서체, 두인, 자호인 등으로 서예를 익힌 인물이 작성했고, 필적 대조 결과 획 처리 방식에 유사성이 있다고 봤다. '한인'이라는 표현도 일본인 앞에서 주로 쓰던 말로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삶과는 거리가 있다. 이 외에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밀양박씨규정공파 족보', '술회', '대한제국관원이력서' 등의 문헌 분석 결과, 박중양은 일본 유학 시기까지는 박원근, 1903년 귀국 무렵부터는 박중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9~20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황(표구) 제작 방식 역시 근대 일본식 표구에 자주 쓰인 방식으로 확인됐다. 이에 박물관은 최종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박원근'이란 이름으로 남긴 서예 작품으로 판단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께 조사 경위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드릴 예정이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시품 및 전시내용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근현대사 분야 내외부 전문가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6/09/07
중국관 철수·대만관 논란…160억 광주비엔날레, 무엇이 문제였나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대만관은 문을 열었고 중국관은 사라졌다. 대만관은 지난 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명칭 변경을 둘러싼 우여곡절 끝에 '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대만 측은 한국에서 보내준 지지와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반면 중국관은 작품 설치 도중 철수했다.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파빌리온에 참여시킨 결과다. 문제는 중국과 대만을 함께 초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세계의 첨예한 갈등을 예술의 공론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비엔날레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느냐다. 양안 관계에서 'Taiwan'이라는 명칭이 갖는 정치적 민감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과 대만을 처음으로 동시에 참여시켰다면 명칭과 참여 자격, 양측과의 사전 협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적용할 원칙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는 그러지 못했다. ◆'대만관' 바꿨다가 되돌리고…중국관은 철수 논란은 파빌리온 명칭에서 시작됐다. 대만 측은 당초 'Taiwan Pavilion'으로 협의했지만 재단이 명칭을 국립대만미술관(NTMoFA)으로 변경했다고 반발했다. 재단은 국가관이 아닌 기관관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기관명을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정치적 검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재단은 지난달 25일 다시 'Taiwan Pavilion'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에는 중국 측이 반발했다. 중국관 참여 작가들은 작품 설치를 중단했고 결국 철수했다. 미술계에서 시작된 논란은 전시장 밖으로 번졌다. 중국 광저우시 대표단의 광주 방문 일정이 취소됐고,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참여할 예정이던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도 이미 설치한 홍보관 운영을 취소했다. 광주시도 소통과 절차에 미비점이 있었다며 사과하고 운영 과정에 대한 점검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나의 파빌리온 명칭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국제행사와 도시 간 교류까지 흔든 셈이다. ◆윤범모 "예술은 예술, 정치는 정치"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지난 4일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관 철수를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자신이 대만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지 않으려고 했고, 중국 측도 재단의 이런 노력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관 철수와 대만관 참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예술은 예술, 정치는 정치이니 둘을 겹쳐 보지 말아 달라. 순수 예술 행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C-LAB은 참가 신청을 해 받아들인 것이고, 중국관은 별도로 추진해 관련 기관 간 협약까지 체결한 것"이라며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초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전시와 파빌리온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파빌리온은 본전시와 별개로 운영되는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빌리온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비엔날레에서 예술과 정치를 그렇게 쉽게 떼어놓을 수 있을까. 특히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세계 각국의 미술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사회와 역사에 질문을 던져온 국제미술제다. 파빌리온이 본전시와 별개의 프로그램이라는 설명도 재단의 기획 책임까지 별개로 만들지는 않는다. 파빌리온 역시 '광주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파빌리온은 별개라고 했지만 파장은 별개가 아니었다. 대만 C-LAB의 참여와 중국관 추진 경로가 달랐다는 재단의 설명과 별개로, 결과적으로 하나의 비엔날레 안에서 양안 문제가 충돌했다. 사태가 터진 뒤 중국관 철수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와 사전에 이런 충돌 가능성을 얼마나 면밀하게 살폈느냐는 다른 문제다. 30년 된 국제비엔날레라면 많은 나라를 불러들이는 것만으로 국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역사와 정치, 문화적 맥락을 읽고 충돌 가능성을 관리하는 능력 역시 국제비엔날레의 기획 역량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국제화의 부족이 아니라 국제적 감각의 부재였다. ◆작지만 밀도 높았던 본전시…그런데 왜 릴케인가 더 아쉬운 것은 정작 본전시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올해 본전시 참여 작가를 역대 최소 규모인 22개국 43팀으로 줄였다. 여러 전시장으로 뻗어나가던 기존 방식에서도 벗어났다. 작품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한곳에 집중했다. '확장의 논리' 대신 '집중의 강도'를 택했다. 권병준·박찬경의 신작 '불림'에는 시민들이 모아준 쇠붙이가 작품의 재료가 됐다. 5·18로 삶이 바뀐 오월어머니회는 322점의 그림을 내놓았다. 작품 하나하나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작지만 밀도 높은 전시였다. 그러나 전시의 밀도와 별개로 이번 비엔날레가 내건 주제를 얼마나 깊이 밀고 갔느냐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됐다. 주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아르카익 아폴로의 토르소' 마지막 문장에서 가져왔다. 지난 4일 VIP 사전 개막에서 전시를 관람한 홍가이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비평문 '철학적 신경이 빠진 명령: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릴케 오독(誤讀)에 대하여'에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교수는 작품이 무가치해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전시를 지탱해야 할 철학적 핵심이 공허했다"고 지적했다. 릴케의 마지막 문장이 "하나의 철학적 사건으로 사유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슬로건으로 소비됐다"고 비판했다. 호추니엔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릴케의 문장을 '프로그램 없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왜, 무엇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치명적으로 얕다"고 했다. 릴케의 토르소가 관람자에게 삶을 바꾸라고 명령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큐레이토리얼 프레임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43팀으로 줄인 '집중'은 통했다 홍 교수 역시 이번 전시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43팀으로 작가 수를 줄이고 전시 전체를 하나의 공간에 집중한 것을 "진정으로 대담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더 많은 작가, 더 많은 공간, 더 많은 작품으로 커져온 비엔날레의 '팽창 모델'을 거부하고 집중을 택한 것은 릴케의 미학적 논리와 공명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었다"고 했다. 전시 설계에서 구현한 집중이 릴케의 존재론적 명령까지 밀고 나가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주라는 장소에서 이 문제는 더 무거워진다. 홍 교수는 "광주는 추상적인 도시가 아니다. 5·18의 도시"라고 했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명령에 광주의 시민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삶을 걸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오월어머니회 322점의 그림이 등장하지만 그는 5·18의 역사적 무게와 릴케의 존재론적 명령이 충분히 만나지 못했다고 봤다. 결국 이번 비엔날레가 위대한 시와 광주의 비극이라는 "두 개의 깊은 원천"의 권위를 빌리면서도 어느 쪽도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60억원 광주비엔날레, 무엇을 바꿔야 하나 중국관 철수와 릴케를 둘러싼 비판은 서로 다른 문제다. 하나는 국제미술행사를 운영하는 판단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시를 구축하는 큐레이토리얼 철학의 문제다. 하지만 두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한곳에서 만난다. 30년 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와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얼마나 깊이 읽고 있는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총예산은 약 1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전시·행사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40억원이다. 다만 비엔날레 예산은 행사 준비 기간을 포함해 2년에 걸쳐 편성·집행된다. 국내 최대 규모 국제미술행사인 만큼 요구되는 기획과 판단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올해 본전시는 규모를 줄이면서 오히려 작품을 보는 힘을 키웠다. '더 많이'에서 '더 깊이'로 방향을 돌린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앞으로 가져갈 만한 변화다. 그러나 국제비엔날레의 경쟁력은 좋은 작품을 불러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의 정치·역사적 맥락을 읽는 국제적 판단력이 필요하다. 강렬한 철학적 문장을 주제로 가져왔다면 그것을 전시 전체에서 감당하는 기획의 깊이도 필요하다. 중국관과 대만 C-LAB의 참여 경로가 달랐다는 설명으로 이번 논란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비엔날레 안에서 충돌할 수 있는 정치·역사적 맥락을 얼마나 면밀하게 읽었느냐가 문제다. 릴케를 불러온 것이 문제도 아니다. 그 한 문장이 가진 무게를 끝까지 감당했느냐가 문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그 질문이 이제 광주비엔날레 자신에게 돌아왔다. 2026/09/07
"프리즈보다 볼 게 많았다"…넓고 화려해진 키아프 8만명, 판매는 '온도차' "올해는 프리즈보다 키아프가 더 볼 게 많았다."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달라졌다. 전시장은 넓고 화려해졌다. 작품만 빼곡히 늘어놓던 아트페어에서 벗어나 먹고 쉬고 즐기는 공간도 커졌다. F&B 공간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잔치마당'을 방불케 했다. 볼거리도 늘었다. KB금융그룹이 마련한 김택상 특별전 '별의 축적(A Gathering of Stars)'은 빛과 색을 중심으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상업 부스 사이에서 작품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운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올해는 프리즈보다 키아프가 볼 게 많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022년 프리즈 서울 상륙 이후 상대적으로 밀려 보였던 키아프가 올해 공간과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손보면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7일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2026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행사 기간 약 8만명이 찾았다. 개막일인 수요일과 목요일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5~10% 늘었다. 프리즈 서울이 끝나고 키아프만 열린 일요일에도 약 8000명이 찾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도 변화를 이끌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간과 콘텐츠 전반을 맡아 전시장에 일관된 디자인을 적용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한 'Kiaf Classic', 증강현실(AR) 특별전 등 미술 밖으로 프로그램도 넓혔다. 정 디렉터는 "공간과 전시, 프로그램 전반에서 '공존'이라는 방향을 구현하고 관람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영국 6억~7.2억…수백만원대 젊은 작가까지 작품 판매도 이어졌다. 고가 작품부터 수십만~수백만원대 신진 작가 작품까지 가격대가 넓어졌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를 6억~7억2000만원에 판매했다. 길성의 2009년작 '달항아리'는 5000만~6000만원, 안규철의 2026년작 '미술 세계지도'는 2400만~2880만원에 팔렸다. 장-미셸 오토니엘 작품도 여러 점 거래됐다. 조각 'Sakura (B)' 2점이 각각 6만2000~7만4400유로, 회화 'Sakura' 2점은 각각 4만2000~5만400유로에 판매됐다. 줄리안 오피의 'Katie II.'도 4만5000~5만4000파운드에 팔렸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 정상화, 김보희, 김성윤 등의 작품을 판매해 18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가나아트는 박은선 작품 6점을 5억원 이상에 판매했다. 표갤러리는 김창열, 하종현, 김강용, 위이 등 작품 6점을 약 5억원에 팔았다. 눈에 띈 것은 젊은 작가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작품이었다. 키아프서울에 처음 나온 호리아트스페이스는 김남표 꽃 작품을 2800만원, 1800만원에 팔았고, 키다리갤러리는 임일민 출품작 11점을 완판하는 등 총 46점을 약 2억원에 판매했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박지영 작품 8점이 모두 팔리는 등 신진 작가 작품 16점이 판매됐다. 가격은 40만~300만원대였다. 1998년생 박영환을 내세운 갤러리 휴에서는 작품 약 25점이 팔렸다. 갤러리헤세드는 최지현의 80~120호 대작 8점을 완판했다. 아트소향도 감성빈 솔로부스에서 600만원 이하 작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어졌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올해는 3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컬렉터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고 중국·일본·태국 등 국제 컬렉터들의 방문 또한 지속적으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8만명 몰렸지만…"사람은 많은데 안 산다" 화려해진 행사장과 달리 부스 안 화랑들의 표정이 모두 밝았던 것은 아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가 구매로 고스란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상당수 화랑 관계자들은 "사람은 많은데 작품을 사지 않는다"며 판매 부진을 호소했다. 작품 앞에는 관람객이 몰렸지만 거래를 기다리는 화랑주들은 애를 태웠다. 이번 키아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 가운데 하나인 장-미셸 오토니엘의 4억원대 대형 은빛 연꽃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반면 오토니엘의 중소형 조각과 회화, 500만원대 무라노 유리 램프 등은 여러 점 팔렸다. 관람객의 관심과 실제 구매력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판매 온기도 부스마다 달랐다. 일부 주요 화랑과 인기 작가들은 수억원대 판매와 완판 소식을 전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작품 한 점을 팔기도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화랑협회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미술시장의 조정기를 지나 시장이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회복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전체 거래액과 전년 대비 판매액 증감은 공개되지 않았다. 몇몇 갤러리의 높은 판매액과 완판 사례만으로 시장 전체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팔려도 '쉬쉬'…시장 체온 알기 어려워 판매 정보 공개를 꺼리는 화랑가의 관행도 여전했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행사 기간 주요 갤러리들이 작품 판매 소식을 잇달아 알렸다. 반면 키아프에서는 작품이 팔리고도 판매 사실이나 가격 공개를 꺼리는 화랑들이 적지 않았다. 젊은 갤러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화랑협회 사무국 역시 참가 갤러리의 판매 실적을 취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발표된 판매 사례만으로 약 8만명이 찾은 키아프에서 실제 얼마만큼의 거래가 이뤄졌는지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관람객 숫자와 판매액은 다른 지표다. 8만명이 몰렸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회복을 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간 변화에서도 명암은 있었다. F&B 공간은 작품과 테이블, 먹거리가 어우러지며 페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현대백화점이 운영한 VIP 라운지는 전시장 밖에 자리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특별전과 이어진 또 다른 VIP 공간은 제주맥주 팝업과 맞물려 라운지와 F&B 공간의 경계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구에서 동선을 확인하며 머뭇거리는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올해 키아프의 변화는 분명했다. 25년간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 성장했지만 프리즈 서울 등장 이후 따라다녔던 '프리즈의 안방 파트너'라는 인상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읽혔다. ◆25주년 잔치는 끝났다…내년부터 진짜 시험 25주년 잔치는 끝났다. 이제 키아프의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은 내년부터 장소를 달리한다.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고 프리즈 서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긴다. 2022년부터 이어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5년 만에 끝난다. 지난 5년간 두 페어는 같은 코엑스에서 공동 티켓을 운영하며 관람객과 국내외 컬렉터를 공유했다. 올해도 키아프에는 약 8만명이 찾았고, 프리즈 서울에는 7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프리즈에서는 유영국 작품이 22억~25억원에 판매되는 등 수억원대 고가 작품 거래가 잇따랐다. 키아프에서는 국내 주요 작가부터 중견·신진 작가까지 폭넓은 가격대의 거래가 이뤄졌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페어가 한 공간에서 관람객과 컬렉터를 공유하며 만들어낸 시너지였다. 키아프는 올해 공간과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바꾸며 독자적인 색깔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부터 특별전, 클래식 공연, F&B까지 변화의 폭도 컸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마지막 날까지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을 보며 키아프가 국내외 미술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대 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며 "앞으로도 키아프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며 새로운 25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공동 티켓과 협력 관계는 이어지지만 한 공간에서 관람객과 컬렉터를 공유했던 조건은 달라진다. 올해 넓고 화려하게 변신한 키아프가 프리즈와 한 지붕 아래서 누렸던 시너지를 벗어나서도 8만명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까. 키아프 자체의 콘텐츠와 시장 경쟁력이 새로운 25년의 첫 시험대에 오른다. 2026/09/07
거품 뺀 프리즈 서울, 7만명 찾았다…유영국 25억원 최고가 화려함 대신 실리를 택했다. 서울에 처음 상륙했을 때 수십억~100억원대 작품으로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의 위용을 과시했던 프리즈 서울이 5년 만에 달라졌다. 초고가 작품 몇 점을 앞세우기보다 실제 거래가 가능한 수억원대 이하 작품을 두텁게 내놨다. 한국 미술시장에 맞춰 가격과 작품 구성을 현실화하며 안정세를 찾으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이 5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올해는 약 3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6일 프리즈에 따르면 나흘간 7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 방문객은 54개 국가 및 지역에서 찾아 역대 가장 다양한 국제 참여를 기록했다. 25개국 178개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도 방문해 기관 참여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판매의 특징은 '초고가 몇 점'보다 폭넓은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최고가 수준은 국제갤러리가 판매한 유영국의 1971년 회화였다. 22억~25억원에 팔려 프리즈 서울 5년 역사상 한국 작가 작품 최고 판매가를 기록했다. 국제갤러리는 이와 함께 하종현, 박서보, 김윤신 작품도 판매했다.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는 6억~7억2000만원에 팔렸다. 김용익의 2023년작 '물감 소진 프로젝트 23-22: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는 약 2100만~2500만원, 안규철의 2026년작 '미술 세계지도'는 2400만~2880만원에 판매됐다. 홍승혜의 2026년작 'Family'도 400만~480만원에 팔렸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 5점과 이승택 작품 3점을 판매해 총 23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김창열 작품은 최고 110만 달러, 이승택은 최고 70만 달러였다. 학고재는 이준의 ‘송’이 1억5000만원, 송현숙 회화fmf 1억원에 팔았다. 유리의 150호와 80호 작품 두 점, 채림의 출품작 4점도 새 주인을 만났다. PKM갤러리도 구정아의 '우스' 황금 조각을 3억~3억5000만원, 윤형근 작품을 4억~4억5000만원에 팔았다. 제이슨함은 이목하 작품을 20만 달러에 판매했다. 비비앤엠은 이불 작품을 19만5000~29만 달러에 모두 판매했다. 리안갤러리는 마츠야마 토모카즈 작품을 29만 달러에, 이강소 작품을 3억2000만원에 팔았다. 해외 메가갤러리에서도 수억원대에서 10억원대 작품 판매가 이어졌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 회화를 120만 달러에 국내 주요 기관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아드리안 게니 회화를 110만 달러, 안토니 곰리 조각을 75만 파운드에 팔았다. 화이트큐브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회화를 62만5000유로에, 박서보 작품 두 점을 각각 30만 달러와 19만 달러에 판매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약 149만 달러(20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우국원과 김선우 작품은 모두 팔렸다. 알민 레쉬는 이우환 회화와 조지 콘도의 종이 작품 등을 판매했다. 두 작품은 각각 125만~150만 달러에 출품됐다. 리만머핀은 서도호의 프레젠테이션과 갤러리가 소개한 다른 한국 작가들에게도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김윤신의 작품 세 점을 각각 3만~8만 달러에, 유귀미(Guimi You)의 작품 두 점도 판매했다. 싱가포르 STPI는 서도호의 2025년작 실 드로잉 ‘Breathing Home’을 22만 달러(약 3억원)에 판매했다. 페이스갤러리는 110만 달러에 출품된 유영국 회화를 중심으로 좋은 판매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즈워너도 쿠사마 야요이와 조르조 모란디,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의 작품을 판매했다. 글래드스톤은 키스 해링의 1982년 종이 작품 10점을 총 250만 달러(약 35억원)에 판매했다. 한 해외 컬렉터가 한꺼번에 구매했다.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은 점당 11만 달러, 안드로 웨쿠아의 작품은 11만 유로에 팔렸다. 아니카 이의 해조류 조명 작품은 12만5000달러, 로버트 라우션버그 작품은 20만 달러, 매튜 바니의 드로잉은 11만 달러에 판매됐다. 특히 프리즈에서는 작품이 팔리자마자 판매 가격과 실적을 공개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해외 메가갤러리뿐 아니라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등 국내 메이저 화랑들도 판매 작품과 가격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가격 공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국내 미술시장 관행과 달리 거래 자체를 갤러리와 작가의 성과로 내세워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했다. 가격 공개는 올해 프리즈 시장의 흐름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고가 작품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반대편에서는 100달러도 안 되는 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포커스 섹션에 참가한 휘슬은 dpgp78의 스펀지 블록 회화를 70달러부터 판매했다. 500점 가운데 400점 이상이 팔렸다. 메이크 룸도 6000~5만 달러 가격대 작품 7점을 개막일에 판매했다. 기획 섹션에서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작가들의 작품도 거래로 이어졌다. 고원석이 기획한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선화랑이 올해 87세인 석난희의 1987년 회화를 8800만원에 판매했다. 석난희를 처음 접한 큐레이터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프리즈 서울에 처음 참가한 홍콩 더블 큐 갤러리는 조르제 이바치코비치 작품 4점을 판매했다. 백아트는 한영수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시아와 서구권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팔았다. 조혜영이 기획한 '머티리얼 프랙티스'에서는 재료와 물성을 앞세운 작품들이 움직였다. 로스앤젤레스 마르타는 한국 화가 이명애의 27패널 작품을 작가 최고가인 3만4000달러에 판매했다. 함께 소개한 한국 가구 디자이너 김민재의 작품도 팔렸다. 서울 라힌은 김규의 나무 달항아리 작품을 해외 컬렉터들에게 모두 판매했다. 뉴욕 워터폴 아트 & 갤러리는 이승희의 도자 작품 여러 점을 3만6000~4만 달러에 팔았다. 솔루나 파인 아트는 장승택 작품을 1만~1만5000달러에, 박종진 작품 세 점을 각각 6000~4만 달러에 판매했다. '100억원짜리 한 점'보다 '얼마나 많은 작품이 거래됐느냐'에 무게를 둔 올해 프리즈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3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초고가 작품이 줄어든 것이 한국 시장의 구매력 저하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한두 건의 대형 판매가 시장의 건강성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전체 거래량"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미술 전문매체의 평가도 비슷했다. '아트뉴스페이퍼'는 올해 서울 미술시장을 이전보다 "성숙했지만 덜 들뜬" 시장으로 평가했다. 갤러리들이 신중한 가격 책정과 젊은 작가를 앞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아트넷은 판매가 예상보다 좋았다는 반응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국 갤러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프리즈 서울의 국제적 흡인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소개했다. 다만 시장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아트넷은 일부 갤러리가 예상보다 좋은 판매 실적을 올렸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참가 갤러리 가운데 약 40곳이 한국 갤러리라는 점을 들어 프리즈 서울의 국제적인 흡인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소개했다. 프리즈 측은 오히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한국 갤러리의 확대를 서울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신진 작가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격대에서 작품 판매가 이뤄졌다"며 "프리즈 서울은 점점 더 국제적인 페어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정체성의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이 있다"고 말했다. 참가 갤러리들도 한국 시장의 구매력과 해외 컬렉터 유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김창열과 이승택의 판매에 대해 "판매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국제적 위상과 지속적인 미술사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 컬렉터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과 미국 컬렉터에게도 작품이 판매됐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즈워너의 제임스 그린 어소시에이트 파트너는 "한국에는 서구 작가에 대한 이해가 깊은 수준 높은 컬렉터층이 있다"며 "이 지역의 구매력 역시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5년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이 한국 시장의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지화가 빨라진 만큼 첫해 서울 미술계를 긴장시켰던 파격과 희소성이 옅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전시 동선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막 떠오르는 낯선 작가와 과감한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초기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다. 한국 갤러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키아프와 프리즈의 차별성이 무엇이냐"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왔다. 새로운 발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석난희와 이명애 등 기획 섹션에서는 새로운 작가들이 주목받았다. 다만 첫해 서울을 흔들었던 낯섦과 충격은 옅어졌다. 반면 작품의 스펙터클이 줄어든 자리에서는 사람의 스펙터클이 커졌다. 올해 처음 헤드라인 파트너로 합류한 신세계그룹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를 비롯해 국내외 컬렉터와 연예인들이 몰리면서 행사장은 미술품 거래장을 넘어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사교가 결합된 거대한 문화 축제를 방불케 했다. 다만 후원 콘텐츠의 미술계 화제성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전 파트너 LG가 한국 작가를 집중 조명하며 프리즈 서울의 장소성과 연결했다면, 신세계는 첫해 해외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규모 라운지와 VIP 행사는 화제를 모았지만 전시 콘텐츠 자체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프리즈 위크도 코엑스 밖으로 넓어졌다. 을지로·한남·청담·삼청에서 열린 '네이버후드 나잇'에는 관람객이 몰렸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유영국,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와 크리스틴 선 킴,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뮤지엄 산의 이배 등 주요 전시도 동시에 열리며 서울 전체가 거대한 미술 축제장으로 변했다. 5년간 이어진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의 '한 지붕 두 가족'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재개발에 따라 내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긴다.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는다. 2022년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출발한 두 아트페어가 내년부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열린다. 개최지 결정이 늦어지면서 한때 미술계에서는 프리즈가 서울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프리즈는 서울 잔류를 택했다. 프리즈 서울 출범 당시 폭스 CEO는 키아프와의 공동 개최를 두고 두 아트페어가 ‘결혼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고 '이혼'은 아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키아프와 장소를 달리하는 것을 두고 "별거냐, 이혼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결혼생활은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프리즈와 키아프는 파트너십을 2031년까지 연장했다. 장소는 갈라지지만 협업 프로그램은 이어간다. 프리즈는 DDP 이전과 함께 프리즈 하우스 서울을 통한 연중 전시와 갤러리 레지던시, 특별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내년 여름에는 'frieze' 한국어판 계간지도 창간한다. 관건은 DDP다. 코엑스보다 전시 공간이 작은 DDP에서 프리즈는 참여 갤러리와 프레젠테이션을 더욱 엄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시장에 맞추며 안정세를 찾은 프리즈 서울. '한 지붕'을 벗어나는 내년부터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새로운 시험대다. 2026/09/06
부산비엔날레 류성실 작품 손상…"주최 측 과실" 공식 사과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에 설치된 류성실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비엔날레 측은 “주최 측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5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지난 1일 전시장 내 산업용 리프트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리프트 하부에 추가 지지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손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손상된 작품은 류성실의 설치·사운드 작품 ‘만 가지 꿈’이다. 조직위는 사고 이후 작품 상태를 확인하고 복구 조치를 진행했지만 “작가에게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하고 충분히 조치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조직위는 작품 안전과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작품 입구에 관람 통제용 차단봉을 설치하면서도 작가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람객에게 작품 손상과 관람 제한 사유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은 점도 사과했다. 조직위는 “해당 조치를 전시 운영상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작품 복구와 정상적인 전시를 위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복구가 완료돼 정상적인 관람이 가능해지는 대로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이번 사안은 주최 측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며 “앞으로 작품 관리와 전시 운영 과정에서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작품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관람 제한 등 현장 조치가 필요한 경우 작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만 가지 꿈’은 산업용 리프트 위에 교복 차림의 유령 같은 마네킹 12대를 세운 설치·사운드 작품이다. 음악이 시작되면 마네킹 입에 달린 금빛 술이 움직이고 눈에서 빛을 내며 약 15분 동안 합창한다. 금의환향해야 하는 아이와 95세의 해골, 500년째 과업을 짊어진 소녀 등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에게 국가의 가능성을 대신 짊어지게 하고 끊임없는 성취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강박을 블랙코미디로 비튼 작품이다. 2026/09/05
중국관은 떠나고 대만관은 각인됐다…광주비엔날레 ‘회색지대’의 역설 중국관은 떠났고 대만관은 남았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불거진 ‘대만 파빌리온’ 명칭 논란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과 검열 논란에 국내외 예술인들의 연대가 이어졌고, 중국관은 결국 철수했다. 광주비엔날레는 본전시와 별도로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은 재단과 기관관 자격으로 참여 협약을 맺었다. 재단은 이를 근거로 공식 명칭에 기관명인 ‘NTMoFA’를 사용했다. 그러나 대만 측은 실무 협의 과정에서 사용해온 ‘대만관(Taiwan Pavilion)’ 명칭이 NTMoFA로 변경된 데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외 예술계에서도 정치적 검열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논의 끝에 ‘대만관’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반발했고, 중국관 참여 작가들이 작품 설치를 중단하고 철수하면서 광주비엔날레는 양안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반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만관은 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예정대로 개막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해 총 28개 파빌리온을 선보인다. 그 가운데 개막 전부터 가장 뜨거운 이름은 ‘대만관’이 됐다.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대만의 존재를 국내외 미술계에 선명하게 각인시킨 셈이다. 더욱 절묘한 것은 전시 내용이다. 대만관의 제목은 ‘인스턴스 던전: 회색 지대(Instance Dungeons: Gray Zone)’. 대만이 놓인 지정학적 ‘회색지대’를 냉전과 백색테러의 기억, AI와 감시 기술, 정보전과 가짜정보를 통해 들여다본다. “우리는 흑과 백, 진실과 허구, 자유와 통제, 기술과 인간의 인식이라는 단순한 구분만으로는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천광이 NTMoFA 관장은 “개인의 경험과 정치적 현실은 서로 다른 의식의 공간에서 겹쳐진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다른 시스템과 서사를 마주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의미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준비 과정에서 대만관의 명칭이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각계의 성원 덕분에 결국 ‘대만관’이라는 이름으로 순조롭게 참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정신을 품은 도시 광주에서 본래의 이름으로 전시하게 된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전시가 말하는 ‘회색지대’가 전시장 밖에서 먼저 현실이 된 셈이다. 하지만 논란만으로 주목받기에는 전시 자체가 아깝다. 대만 작가 8팀이 참여한 전시는 AI와 게임, 영화, 아카이브, 인터랙티브 설치를 능숙하게 끌어들인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술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뒤 질문을 던진다. ◆AI가 실제 군사기지를 게임 속 전쟁터로 오인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루안바이위안의 신작 ‘그라인딩_tw’다. 작가는 대만 냉전 시기의 군사시설과 전쟁 관련 온라인 아카이브, 폐허 기록과 사진 등을 생성형 AI에 입력했다. 그런데 AI 모델은 실제 전쟁 유적과 ‘카운터 스트라이크’, ‘콜 오브 듀티’, ‘하프라이프’ 같은 1인칭 슈팅게임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AI가 실제 전쟁의 흔적을 게임 속 전쟁터로 오인한 것이다. 작가는 그 오류를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AI가 현실과 가상을 뒤섞으며 재구성한 대만 군사기지는 출구 없는 ‘무한 던전’으로 변한다. 정세위의 ‘빛의 추적(Traced)’에서는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 AI와 컴퓨터 비전, 실시간 인체 추적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이 움직이는 곳마다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붙는다. 감시가 ‘목격’이라는 시적 행위로 바뀌는 동시에 섬뜩한 질문을 남긴다. 기계가 우리 대신 ‘본다면’ 인간의 판단은 어디에 남는가. ◆“무엇이 진짜인가”…AI 시대의 정보와 공포 리이판의 ‘important_message.mp4’는 더욱 직접적이다. “무엇이 진짜인가?” 영화 ‘매트릭스’의 질문에서 출발해 온라인 음모론과 가짜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를 파고든다. 정보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불러일으킨 공포와 욕망까지 가짜라고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쑤후이위의 ‘우주 전사들과 디지그레이브’는 1980년대 대만에서 일본 특촬물을 모방해 제작했던 SF 드라마를 AI와 영상으로 다시 호출한다. 동아시아의 집단주의와 대중매체, 가부장제의 기억을 뒤섞는다. 장원쉬안은 ‘데이터 용량 초과’를 통해 한국전쟁과 대만 백색테러의 기억을 정보 과부하의 문제와 연결한다. 쉬저위와 천완인의 ‘작은 집 a’는 대만이 과거 핵무기 원료를 비밀리에 제조했던 시설의 기억을 추적한다. 전시에는 정세위, 루안바이위안, 쉬저위·천완인, 쑤후이위, 리이판, 린위량, 정팅팅, 장원쉬안 등 8팀이 참여했다. 천상원과 린샤오위가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다. ◆지우려던 이름, 오히려 선명해졌다 대만관은 이번 논란을 피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전시가 제기해온 질문과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이 기묘하게 포개진다. 국가와 국경, 냉전과 지정학, 보이지 않는 통제와 개인의 선택을 다룬 전시가 정작 자신의 이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한가운데 놓였다. 그러나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검열 논란과 예술인들의 연대, 중국관 철수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을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선명한 이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 논란이 대만관을 보게 했다면, 이제 관객을 붙잡는 것은 작품이다. 정치적 논란을 걷어내고 봐도 전시는 힘이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15일까지 열린다. 2026/09/05
ACC 미래상 김영은 “115개 스피커로 결국 남기고 싶은 건 사람의 목소리” 소리가 떠돈다. 속삭임 같다가 노래가 되고, 손뼉 소리가 되어 사라진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머리 위를 지나 등 뒤로 이동한다. 천장과 벽을 에워싼 115개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정면과 양옆의 대형 스크린에는 오래된 시구가 떠오른다. 어둑한 공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오래된 극장에 들어온 듯하다. 그러나 한곳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달라진다. 김영은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펼쳐놓은 거대한 ‘소리의 극장’이다.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1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6 ACC 미래상: 김영은’은 아시아의 ‘이동과 이주’를 소리로 풀어낸 전시다. 대표작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를 선보인다. 가로 25m, 세로 60m, 층고 15m의 전시장에 115개의 스피커를 설치했다. 음파 파면 합성(WFS) 기술을 활용해 소리가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공간을 입체적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115라는 숫자에 특별한 상징이 있는 것은 아니다. ACC 전시장의 크기와 층고에 맞춰 결정됐다. 김영은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보다 규모와 층고가 낮은 공간이라면 스피커 숫자가 줄어들 수 있고 더 큰 공간이라면 늘어날 수도 있다”며 “이 공간에 특정된 스피커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 전시에는 ‘명당’이 없다 일반적인 멀티채널 사운드 작업에는 가장 이상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있다. 이 작품도 사운드를 믹싱할 때는 기준점이 있지만 관객에게는 ‘가장 좋은 자리’를 지정하지 않는다. “자리를 옮겨서 들을 때마다 다른 소리가 들리고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소리의 움직임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앉아 있어도 되고 걸어 다녀도 된다. 오히려 이동할수록 115개 스피커가 만드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소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3채널 영상과 조명, 진동이 함께 움직인다. 김영은은 이를 서로 돕되 방해하지 않는 ‘트라이앵글’에 비유했다.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소리, 영상, 조명 순이다. 작품은 근세부터 20세기까지 전쟁과 피난, 징집과 망명, 이별과 이동을 담은 옛 시에서 출발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카자흐스탄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와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인도의 옛 언어 등 여러 언어가 등장한다. 연구팀은 각 시가 과거에 어떻게 발음되고 낭송됐는지 전문가 자문과 자료를 통해 추정했다. 전문가가 직접 녹음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해당 언어권 출신 작곡가들에게 전달해 음악으로 다시 만들었다. 9개의 곡은 약 60분 동안 이어진다. 어떤 곡에서는 목소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속삭임처럼 울린다. 다른 곡에서는 손뼉을 치며 노래하고, 남녀 가수가 서로 다른 창법으로 부른다. 아시아 각지의 전통 악기도 등장한다. 김영은이 과거의 시를 불러낸 이유는 현재와 과거의 이주 경험이 만나는 지점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주의 경험을 겪어왔다”며 “전쟁과 피난이 있었고 국가에 의한 징집, 망명, 거리로 인한 이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이주 경험과 과거의 시에 나타나는 경험들이 어떻게 공명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번 작업에서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근대 이후의 개념으로 한정하기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이동과 이주’를 바라본다. “빈 벽보다 벽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궁금했다” 김영은에게 소리는 단순히 선택한 작업 매체가 아니다.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에 가깝다. 조소를 전공한 그는 학부에서 나무와 쇠, 석고와 흙 등 전통적인 조각 재료를 다뤘다. 이후 재료 선택이 자유로워지자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는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집에 빈 벽이 있으면 그 벽에 어떤 그림을 걸까, 벽지를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기보다 그 벽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더 관심이 있어요.” 천장을 바라볼 때도 형태보다 위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김영은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항상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라는 제목도 여기서 이어진다. 이번에 처음 사용한 제목이 아니다. 과거의 녹음이나 자료를 현재의 오디오 기술로 재구성해온 연작의 제목이다. 과거의 소리를 오늘 다시 듣는 우리부터 이미 ‘미래의 청취자’인 셈이다. 지금 만든 작품이 10년, 20년, 30년 뒤에도 보존되고 다시 전시된다면 다음 세대가 또 다른 미래의 청취자가 된다. ◆15m 층고에 당황한 작가…공간이 작품을 바꿨다 이번 작품은 ACC 공간과 만나 규모가 커졌다. 대부분 화이트큐브에서 전시해왔다는 김영은은 복합전시1관을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층고도 너무 높고 공간도 거대하고 특이했어요. 기존의 전형적인 전시 공간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건축가와 긴밀하게 작업했습니다. 이 공간에 대해 제가 배워야 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어요.” 115개의 스피커는 높이에 따라 3단으로 펼쳐졌다. 김영은은 일반적인 화이트큐브였다면 스피커를 더 낮게 설치하거나 2단 정도로 줄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CC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일회성 작품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다른 미술관이나 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공간에 따라 스피커 숫자와 설치 규모는 달라질 수 있지만 작품의 기본 구조는 유지된다. 화려한 음향 기술과 거대한 공간을 동원했지만 김영은이 끝내 들려주고 싶은 것은 기술의 소리가 아니었다. 115개의 스피커와 거대한 전시장, 아시아 각지의 전통 악기까지 모두 걷어낸다면 어떤 소리 하나를 남기고 싶은지 묻자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사람의 목소리요.” 김영은은 “악기 소리도 아름답고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라며 “단 하나의 소리를 남겨야 한다면 사람의 목소리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7년 2월14일까지. 관람은 무료다. 2026/09/05
광주 ACC 미래상 김영은 개인전…115개 스피커서 ‘떠도는 소리’ 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1관에서 열린 ‘ACC 미래상 2026: 김영은-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115개 스피커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소리와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시구를 감상하고 있다. 2026.09.05. [email protected] 2026/09/05
김영은, 115개 스피커로 들려주는 ‘아시아의 이동과 이주’ 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1관에서 열린 ‘ACC 미래상 2026: 김영은-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115개 스피커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소리와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시구를 감상하고 있다. 2026.09.05. [email protected]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