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 군상들…AES+F, ‘루프 랩 부산’서 펼친 대형 파노라마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 그룹 AES+F의 대형 영상 설치가 부산 F1963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2026 루프 랩 부산’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영상,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대표적 미디어 작업을 선보인다.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파노라마 화면에는 사막과 공항, 인간 군상이 교차한다. 인물들은 고전 조각처럼 정지된 몸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이미지 속에서 서사적으로 이동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장면은 멈춘 듯 반복된다. AES+F는 타티아나 아르자마소바, 레프 에브조비치, 예브게니 스바츠키, 블라디미르 프리드케스로 구성된 그룹으로, 초현실적 이미지와 극도로 정교한 디지털 연출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전쟁, 이주, 권력, 소비, 욕망 등 동시대 글로벌 이슈를 고전적 미학과 결합해 ‘기념비적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알레고리아 사크라(Allegoria Sacra)’는 르네상스 회화의 구성을 차용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불안과 긴장을 투영한다. 공항이라는 비장소 속 인물들은 목적지를 잃은 채 머무르고, 이미지 속 세계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린다. 전시장 공간 역시 작품의 일부처럼 작동한다. F1963의 긴 수평 구조는 영상의 확장된 프레임이 되며, 관람자는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디지털 기술은 이들에게 도구가 아니라 언어다. 고전 회화의 구도, 종교적 상징, 영화적 연출이 결합되며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권력 구조처럼 작동한다. ‘루프 랩 부산’이 제시한 분산형 플랫폼 안에서 AES+F의 작업은 오히려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개별 콘텐츠가 흩어지는 환경 속에서, 이들의 이미지는 다시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구축한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2026/04/24
국제갤러리 작가들, 2026 베니스비엔날레 전방위 참여 국제갤러리 소속 작가들이 ‘202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대거 참여한다. 오는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리는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를 중심으로 99개 국가관과 31개 공식 병행전이 펼쳐진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국제갤러리는 본전시, 국가관, 병행전 등 다양한 섹션에 작가들을 포진시켰다. 본전시 ‘In Minor Keys’를 맡은 코요 쿠오 큐레이터 아래, 마이클 주는 아르세날레에서 2점의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갈라 포라스-김은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과 협력한 응용미술 파빌리온에 선정됐다. 최재은은 자르디니 일본관 전시 ‘Grass Babies, Moon Babies’에 협업 작가로 참여한다. 병행전에서도 주요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단색화의 대표 작가이자 모노하의 선구자인 이우환은 베니스 SMAC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로터스 강은 불가리 파빌리온의 첫 작가로 선정돼 장소 특정적 작업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아니시 카푸어는 팔라초 만프린에서 대형 설치와 건축 모형을 전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국가관, 기업 파빌리온, 병행전이 유기적으로 확장되는 구조 속에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국제갤러리 작가들의 참여는 한국 및 아시아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해방공간’을 주제로 동시대 한국 사회를 조명한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총괄을 맡고 최고은, 노혜리가 참여한다. 전시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사건까지를 아우르며 역사적 과도기와 시민의 저항을 다룬다. 특히 미술가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 인물을 ‘펠로우’로 초청한 점이 특징이다. 농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소설가 한강,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 등이 참여한다. 2026/04/24
평면을 찢은 회화…신성희, 파리 세르누치 미술관 회고전 “회화는 물질 공간이지만 자연과 정신을 포용하는 화면이어야 한다.” 한국 현대미술가 신성희의 회화는 평면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찢고, 자르고, 꿰매며 다시 구축한다. 고(故) 신성희(1948~2009의 개인전 ‘Shin Sung Hy: Coller, Couturer, Nouer’가 세르누치 미술관에서 17일 개막, 8월 2일까지 열린다. 전속인 갤러리현대에 따르면 작가 사후 처음 열리는 프랑스 미술관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1980년 파리로 건너가 생의 마지막까지 활동한 신성희의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약 30여 점의 주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조형 언어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세 시기로 구성된다. 종이를 찢고 붙인 ‘콜라주’(1983~1992), 캔버스를 잘라 재봉틀로 꿰맨 ‘꾸띠아주’(1993~1997), 그리고 선으로 해체한 화면을 손으로 엮어 평면과 입체를 결합한 ‘누아주’(1997~2009) 연작까지 이어진다. 신성희는 캔버스의 ‘평면성’이라는 회화의 전제를 해체한 작가로 평가된다. 화면을 물리적으로 변형해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적인 회화 방식을 구축했다. 세르누치 미술관의 마엘 벨렉 큐레이터는 “회화의 해체가 아닌 재구성의 방향으로 나아간 작업”이라며 “프랑스 미술계에서 하나의 주체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라고 밝혔다. 그의 작업은 단색화와 민중미술 중심의 한국 현대미술 서사를 넘어선다. 회화의 구조 자체를 해체하고 다시 엮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신성희는 1948년 안산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1980년 파리로 이주해 활동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현대미술수장고,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파리에서 시작해 완성된 작가의 작업을 다시 프랑스 미술사 맥락 속에서 조망하는 자리다. 한국 작가 신성희의 위치를 유럽 화단에서 재확인하는 계기로 주목된다. 2026/04/24
이디야커피 "'국중박' 매장 외국인 고객 최애 메뉴는 '시그니처 라떼'" 이디야커피는 국립중앙박물관 내 5개 매장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고객 6명 중 1명이 외국인 고객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결제 데이터에서는 외국인 고객들이 박물관 공간의 특색과 한국적 요소를 담은 메뉴를 더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외국인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한 음료는 '국중박 시그니처 라떼'였다. 내국인 고객에게는 아메리카노가 꾸준히 가장 많이 판매된 반면, 외국인 고객은 박물관점 특화 메뉴를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중박 시그니처 라떼는 한국 식재료인 검은깨를 활용한 메뉴다. 고소한 풍미의 크림을 더해 익숙한 커피 맛에 한국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이디야커피는 외국인 고객이 낯선 맛에 대한 부담은 덜면서도 한국적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고객이 선호한 음료는 국중박 시그니처 라떼에 이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순으로 집계됐다. 디저트에서도 한국적인 메뉴 선호가 두드러졌다. 전통 다과 세트와 흑임자 증편은 음료를 포함한 전체 판매 메뉴 순위에서 각각 6위와 7위에 올랐다. 꿀호떡과 붕어빵도 디저트 카테고리에서 뒤를 이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디야커피는 국립중앙박물관점 운영을 통해 음료와 디저트를 매개로 한국의 카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박물관과 연결되는 특화 메뉴 구성을 통해 외국인 고객에게는 새로운 한국적 미식 경험을, 국내 고객에게는 공간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메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이번 분석을 통해 외국인 고객들이 익숙한 커피 메뉴보다 한국적 재료와 정서를 담은 특화 메뉴를 선택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매장별 특성과 고객 수요를 반영한 메뉴를 선보여, 커피를 넘어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접점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2026/04/24
원예사 출신 독일 작가 로사 로이 '고요한 작품들' 독일 작가 로사 로이 개인전 ‘고요한 작품들(Silent Work)’전이 23일부터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로사 로이는 네오 라우흐와 함께 ‘신 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를 이끄는 작가로, 회화 중심의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계승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형성된 ‘고요함’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작가는 그러한 상태가 상상력과 내면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조건이라고 본다. 이번 전시에는 고요함과 뜻밖의 평화를 가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러한 일상에 대한 찬미를 내적 동력으로 삼은 신작들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꽃과 식물, 그리고 여성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원예사로 일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자연에 대한 감각은 화면 전반에 스며 있으며, 이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과 맞닿는다. 로사의 회화는 명확한 시대적 배경이나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모호한 상황 속에서 등장하지만, 화면의 중심을 점유하며 능동적인 주체로 자리한다. 화려한 색채와 단호한 태도를 지닌 여성상은 이상적 존재에 대한 작가의 상상을 반영한다. 재료 역시 특징적이다. 카제인 기반 물감을 사용해 빠른 건조와 무광의 질감을 구현하며, 제한된 색조 안에서 화면 전체의 조화를 유지한다. 로사는 독일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라이프치히 비주얼 아트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2026/04/24
북서울미술관 ‘글짓, 쓰는 예술’전…안광휘·안규철·이민선 퍼포먼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전시 ‘글짓, 쓰는 예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서울시립미술관의 기관 의제인 ‘창작’을 탐구하는 자리로, 미술가의 글쓰기에 주목해 창작의 과정을 살펴본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지금의 세상에서 인내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글 쓰는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 전시는 ‘글쓰기’를 단순한 기록이 아닌 창작의 출발점으로 바라본다. 시, 소설, 수필, 극본, 노래 가사 등 다양한 글쓰기가 회화, 조각, 음악, 퍼포먼스 등으로 확장되며 예술 간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 10명(팀)의 작업을 통해 글을 쓰고 읽는 행위가 작품 제작과 감상의 기반이 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전시는 ‘몸으로 경험하는 동적 읽기’와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 읽기’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텍스트가 소리와 움직임으로 변주되는 작업을 통해 읽기의 신체적 경험을 제안한다. 두 번째 섹션은 글을 조형 요소로 다루며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탐색한다. 야외 별광장에는 관객 참여형 작품도 설치된다. 안규철의 신작 ‘내일’은 조약돌로 ‘Tomorrow’를 구성하는 작업으로, 관람객이 돌을 옮기며 참여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퍼포먼스와 공연도 진행된다. 이민선의 낭독 퍼포먼스와 안광휘의 힙합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다. 2026/04/24
온 국민과 기리는 충무공 이순신…현충사서 참여형 문화행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일을 맞아 온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국가유산청 현충사관리소는 오는 28일 오후 3시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를 거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충무공 탄신기념일'은 1967년 문교부령에 따라 제정되고 1973년 '충무공 탄신일'로 법정기념일에 포함됐다. 2013년에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로 명칭이 바뀌었다. 올해는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전 부대행사가 준비됐다. 현충사 교육관에서는 오는 26일부터 이순신 장군 사당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특별 전시가 진행된다. 본 행사 당일인 28일에는 현충사 교육관 강당에서 '백성을 지킨 충무공, 민족이 세운 현충사'를 주제로 특별 강연이 이뤄지고, 현충사 고택에서 '충무공 고택 마루 차 예절 체험'이 진행된다. 현충사 활터에서는 '제65회 대통령기 전국 시도대항 궁도대회'도 개최된다. 관리소는 내달 1일부터 아산시와 함께 '성웅 이순신축제 및 현충사 달빛야행'도 운영한다. 이순신 창작시 낭송대회, 난중일기 백일장 등 전국대회가 치러지고, 국가무형유산 줄타기, 탈춤, 국악 등 공연도 펼쳐진다. 내달 2일부터 현충사 내 8개 주요 지점의 도장을 모으면 기념품을 받는 행사도 준비됐다. 주 행사 다례에는 헌충사관리소장 및 후손 대표가 참여한다. 소장이 초헌관을 맡고 후손 대표 이열씨가 아헌관을 맡는다. 종헌관은 지난해 난중일기 독후감 공모전 수상자 소예나씨가 역할 한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 명의 헌화와 분향도 이뤄질 예정이다. 2026/04/24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장애예술 작품 구입 공모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이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2026 정부미술은행 장애예술 작품 구입 공모’를 실시한다. 접수는 오는 27일 오전 9시부터 5월 15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정부미술은행 누리집(artbank.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이번 공모는 장애예술인의 작업을 공공 컬렉션으로 편입해 실질적 창작 기반을 마련하고, 미술 향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다. 정부미술은행은 그간 작품을 구입해 정부·공공기관에 전시함으로써 미술시장 활성화와 공공 접근성 확대 역할을 수행해왔다. 신청 자격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장애예술인으로, 장애인 등록증 또는 복지카드, 국가유공자증(상이 등급)을 소지하고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전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출품은 제작 10년 이내 작품에 한하며,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사진, 복합매체 등 시각예술 전 분야가 대상이다. 작품은 미술계 전문가 심사를 거쳐 구입되며, 선정 결과는 7월 중 발표된다. 구입 작품은 정부미술은행 소장품으로 등록된 뒤 공공기관 등에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김성희 관장은 “잠재력 있는 장애예술인을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모”라며 “미술계 다양성과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26/04/24
“디렉터도, 주제도 없다”…서진석 ‘루프 랩 부산’, 35개 공간 실험
부산시가 영화도시에 이어 미디어·디지털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를 넘어 생태계로 이어질 생명력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부산 전역 35개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은 기존 미술 행사와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작동시킨다. 특정 미술관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벗어나, 각 공간이 독립적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분산형 플랫폼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 처음 공개됐다. 당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수평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플랫폼”을 제시하며, 비엔날레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대안 모델을 강조했다.
1년 뒤, 그 구상은 부산 전역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디렉터도, 중심 주제도 없다.”
23일 ‘2026 루프 랩 부산’ ‘디지털 서브컬처’ 기자간담회에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행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존 비엔날레 시스템을 해체한 수평형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0세기 미술계는 비엔날레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였다”며 “이제는 보다 민주적이고 대안적인 예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노베이션 중인 부산시립미술관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이 행사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확장한 프로젝트다.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은 4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중으로 오는 9월 재개관 목표다.
‘2026 루프 랩 부산’은 기술(technology), 자연(nature), 인간(ecology)이 융합되는 동시대 흐름을 기반으로 한 시간성 중심의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디지털 서브컬처: 디지털 시대의 내러티브와 스토리’가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공원 등 35개 공간에서 열린다. 25개국 1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특히 ‘노 디렉터·노 피라미드 조직·노 콘셉트’를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특정 큐레이터가 전체를 통제하는 대신, 각 공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이같은 행사에 대해 서 관장은 “제자백가처럼 각 공간이 해석을 제시하고, 그 결과로 동시대 디지털 예술을 도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전시와 포럼, 미디어 아트 페어 ‘루프 플러스(LOOP +)’가 함께 진행된다. 상업과 비상업, 하위문화와 제도권의 경계를 넘는 구조다.
서 관장은 “이러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형식은 부산이라는 도시와 잘 맞는다”며 “아시아 디지털 미디어 아트 흐름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질문을 동반한다. 하나의 전시가 아닌 35개의 전시는 과연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는가. 큐레이션이 사라진 자리에서 의미는 어떻게 생성되는가다.
기존 비엔날레가 하나의 서사를 제시했다면, 이번 행사는 다수의 시선이 병렬적으로 놓인다. 연계 전시 ‘디지털 서브컬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화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부산시청, 해운대 유카로빌딩, 부산유라시아플랫폼 등에서 진행된다.
SNS 기반 창작자 13명이 참여해 숏폼과 릴스 등 압축된 영상 형식을 통해 새로운 서사 방식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던 콘텐츠를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서 관장은 “AI와 SNS 환경에서 성장한 창작자들이 만든 새로운 내러티브를 살펴보는 전시”라며 “짧은 형식 속에서도 서사가 가능한지를 탐색한다”고 말했다.
연계기관 협력전시로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 선보인 쉬빙과 정혜련의 작품은 허물어져 가는 옛 공장 건물 속에서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이끈다.
그러나 환경은 이미 달라졌다. 서울에서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자리 잡았고, 미디어아트는 더 이상 새로운 장르가 아니다.
AI 확산으로 영상 생산의 문턱은 낮아졌고,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한 콘텐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장의 체감 역시 과제다. 갤러리 등 문화기관 35개 공간을 잇는 분산 구조는 확장성을 확보했지만, 관람 동선의 부담을 키웠다. 도보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도시 전역을 이동해야 하는 방식은 접근성과 집중도를 동시에 요구한다.
‘도시형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표방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아직 조용한 편이다. 서 관장은 지난해보다 홍보 강화를 언급했지만, 이동의 한계는 관람객 유입과 행사 확산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변수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 행사는 서진석 관장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부산시는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관장 임기가 끝나면 사라질 수 있는 행사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향후 지역 민간 연대를 중심으로 자생적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모델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서 관장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연임 여부에 따라 행사 지속성은 불확실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 환경 역시 변수다.
서 관장은 “작년 전시가 창작 환경의 변화에 주목했다면,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과 사회관계망서비스 환경에서 성장한 작가들이 구축한 새로운 서사 구조를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들이 제안하는 감각의 확장은 미디어 예술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루프 랩 부산’은 하나의 실험이다.
비엔날레 이후 모델을 향한 시도이자, 디지털 시대 전시 구조 재편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다만 이 전환이 미디어아트 전문가인 서 관장의 전략적 이벤트를 넘어 부산시의 문화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올해 이후가 가를 전망이다. 행사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2026/04/24
호텔 객실서 미디어아트페어 ‘신박’…김영은 대표 "작품도 팔린다" 호텔 객실이 어두워지고, 침대 위에 앉은 관람객은 움직이지 않는다. 스크린이 켜지는 순간, 이곳은 더 이상 숙박 공간이 아니다. 미디어아트를 위한 ‘블랙박스’가 된다. 부산 해운대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페어 ‘루프플러스(LOOP +)’가 기존 아트페어의 관람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회화 중심 아트페어가 작품을 걸어놓고 빠르게 소비하는 ‘돛데기 시장’에 가까웠다면, 이곳은 머무르며 감상하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앉아 영상을 본다. 영화나 게임처럼 시간을 들여 체험하는 ‘체류형 관람’이다. 23일 개막한 현장에서는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콘텐츠를 경험하는 플랫폼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출품작품들은 세련미와 함께 영상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외 주요 갤러리와 국내 갤러리를 선별해 구성하면서 작품의 완성도와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타오 응우옌 판의 ‘험블 코티지’는 베트남 공동체의 장례 의식을 통해 역사와 기억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퀸투스 글레럼의 ‘키키의 작은 놀라운 세계들’은 가상 세계로의 도피 욕망을 게임적 이미지로 구현한다. 천추린의 ‘가라앉음’은 두부라는 물질을 매개로 취약성과 저항의 감각을 신체와 사운드로 확장한다. 전시는 실내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해운대 일대 옥외 전광판(미디어월)을 활용해 작품을 송출하며, 작가 홍보 채널을 도시 공간으로 확장했다. 행사 기간 동안 호텔 외부 미디어 파사드에서는 작품이 하루 70회 이상 반복 상영되며,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사브리나 라테, AES+F, 추미림 등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이 해운대 일대에 노출된다. 이는 단순 전시를 넘어 ‘유통 방식’까지 실험하는 시도다. 이런 점에서 부산이라는 장소 선택은 전략적이다. 해운대 일대는 미디어 특화 도시 정책에 따라 대형 미디어월이 구축된 지역으로, 이번 페어는 이를 활용해 공공 전광판을 통한 새로운 전시 모델을 제시했다. “환경이 바뀌어야 시장도 성장합니다.” ‘루프플러스’를 이끄는 김영은 대표는 아시아 미디어아트 시장의 핵심 과제로 ‘관람 환경’을 꼽았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전략컨설팅 출신인 그는 지난해 처음 미디어 아트페어를 국내에 도입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기존 아트페어에서는 미디어 작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며 “전시나 비엔날레 중심의 소비 구조로는 시장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미디어아트 생태계를 구축하는 아시아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총 26개의 상영 공간으로 구성됐다. 올해는 프랑스–한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포커스 프랑스’ 섹션도 마련됐다. 관람객은 3분에서 최대 1시간 분량의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며, 현장에는 전문 도슨트가 배치돼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지난해 스페인의 Loop Barcelona와 협력해 ‘루프랩 부산’으로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 ‘루프플러스’로 이름을 바꾸며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국제 갤러리 라인업과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아트페어·전시·포럼의 3축 구조로 재편됐다. 미디어아트의 예술적 가치와 시장성, 기술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다루는 구조다. 루프플러스는 미술관·컬렉터·갤러리가 연결되는 ‘트라이앵글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김 대표는 “비디오아트는 작품을 사는 것보다 유지와 관리가 더 중요한 장르”라며 “판매보다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시장의 가장 큰 장벽은 ‘소장’이다. 그는 “컬렉터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어떻게 소장하느냐’”라며 “파일 형식, 재생 장치, 보존 방식 등 기술적 문제로 진입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구매까지 평균 한두 달이 걸릴 정도로 결정 과정이 길다”고 덧붙였다. 루프플러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일 변환, 플레이어 관리 등 사후 유지관리 서비스를 패키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작품을 사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루프 바르셀로나와는 초기에는 라이선스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네트워크와 자문을 공유하는 파트너십 구조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공공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독자 구조가 필요했다”며 “파트너십 전환은 생존 전략이자 독립성 확보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시립미술관 협력 과정에서 오해도 있었지만, 현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페스티벌과 연계해 진행되지만, 이번 페어 역시 공공 지원 없이 운영된다. 수익은 갤러리 부스비와 일부 후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부스비가 수백만 원 수준으로 낮아 구조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기 쉽다. 김영은 대표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슈퍼 을’의 입장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프플러스는 단순 전시에 머물지 않고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시도하고 있다. 유료 멤버십을 기반으로 큐레이션된 작품을 정기적으로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구독형 컬렉팅’ 모델을 구상 중이다. 판매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참여 갤러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판매를 기록했고, 국내외 미술관과 기관 소장으로 이어졌다. 해외 컬렉터들이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2회째를 맞은 미디어아트페어는 김영은 대표의 선점과 추진력 속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미디어아트는 판매까지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장르지만, 첫 컬렉터와 기관 소장이 이어지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올해는 확장된 구조로 시장 형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호텔 객실에서 펼친 미디어 아트페어 '루프플러스'는 26일까지 4일간 이어진다. ◆2026년 루프 플러스 참가 갤러리 및 아티스트 ▲갤러리 부스 · 어 사우전드 플래토즈 – 천추린(Chen Qiulin) · 백 아트 – 추미림(Chu Mirim) · 치웬 – 왕 준지에(Jun-Jieh Wang) · 다이얼로그 – 타티아나 마세도(Tatiana Macedo) · 더블 스퀘어 갤러리 – 소희우(Su Hui-Yu) · 에스터 쉬퍼 –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 · 갤러리 샬롯 – 사브리나 라테(Sabrina Ratté), 앙투안 슈미트(Antoine Schmitt) [포커스 프랑스] · 아트버스 – 제네시스 카이(Genesis Kai) [포커스 프랑스] · 갤러리 징크 – 타오 응우옌 판(Thao Nguyen Phan) · 갤러리아 콘티뉴아 – 한스 옵 더 베크(Hans Op de Beeck) · 조질다 다 콘세이상 – 퀸투스 글레럼(Quintus Glerum), 이이 첸(YiYi Chen) · 마이어 리거 울프 – 클레멘스 폰 베데마이어(Clemens von Wedemeyer) [포커스 프랑스] · PHD 그룹 – 정 말러(Zheng Mahler) · 프로젝트 풀필 아트 스페이스 – 히라키 사와(Hiraki Sawa) · 탕 컨템포러리 아트 – AES+F · 더 써드 – 유르겐 스탁(Juergen Staack) · 비디오아트 앳 미드나이트 – 탁영준(Youn-jun Tak) · 갤러리 센다 – 안토니 미랄다(Antoni Miralda) · 엔젤스 바르셀로나 –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 ▲아티스트 부스:루치아 레볼리노 Lucia Rebolino ·강이연 Yiyun Kang ·저스틴 에마르 Justine Emard [포커스 프랑스] 부스 ▲기관 부스: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이남 (Lee Lee Nam)· 저스피스재단 염인화 (Inhwa Yeom)· 뉴앙스 바이 빔 - 폴 씨 (Paul C) · 아티비스트 - 그레그 이토 Greg Ito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