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작은 것으로부터' 퍼포먼스· 최수앙 아티스트 토크 경기도미술관(관장 전승보)이 기획전 ‘작은 것으로부터’와 연계해 12월 6일·13일 퍼포먼스·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시 참여 작가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의 작업 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심화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12월 6일 ‘킴킴 갤러리’ 프로젝트가 이끄는 두 퍼포먼스가 열린다. 오후 2시 미술관 라운지에서는 구민자의 '정통의 맛: 매운 해물맛 라면'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레토르트 식품 포장 이미지를 실물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진본성’을 묻는 작업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된다. 이어 3시 30분 2전시장에서는 예술가 사라 벨라스가 19세기 무빙 파노라마 형식을 복원한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움직이는 거울'을 시연한다. 스크롤 회화를 수동 장치로 움직이며 내레이션·음악을 더하는 공연으로, 영화 이전의 시각 문화를 현대로 소환한다. 13일에는 박혜수·최수앙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오후 2시 1전시실에서는 박혜수와 사운드 아티스트 아보프(ABOPF)의 협업 퍼포먼스 '클라우드 드림'이 열린다. 관람객이 전시 기간 중 남긴 ‘꿈꾸는 나라’ 음성과 작품 사운드스케이프를 결합해 유토피아적 상상을 탐구한다. 오후 3시 강당에서는 최수앙과 비평가 콘노 유키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극사실 인체 조각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연 '괴물원'·'UFO' 연작의 조형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행사일에는 서울 시청역 3번 출구에서 경기도미술관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2025/11/30
김마저 ‘무각형’의 세계…아셀아트컴퍼니서 개인전 “자유란 틀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형태가 태어나는 찰나를 해부하는 전시가 강남 한복판에서 열린다. 서울 역삼동 새로운 하이브리드 아트 플래폼을 표방한 아셀아트컴퍼니(ACEL Art Company)가 김마저 개인전 ‘THE INFINITESIMAL(무한소)’를 Gallery THREE에서 2026년 1월 17일까지 선보인다. 김마저는 오래전부터 ‘무각형(無角形)’이라는 독자적 개념을 구축해온 작가다. 사각형이 강요해온 규격과 질서에서 벗어나, ‘형태가 아직 형태가 되지 않은 순간’을 붙잡는 조형 실험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그 탐구의 집대성으로, 회화·조형·설치 20여 점을 통해 형태와 비형태의 경계가 스스로 흔들리고 생성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전시의 중심축은 세 개의 키워드 작업 ‘무각섬’ ‘이로운 사각’ ‘무한소’. 정지와 흐름, 규범과 자유, 물성과 비물성 사이를 가로지르며 하나의 ‘무각적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바닥 설치작품 ‘사자는 사자정원에 없다'는 관람자가 직접 걸어 들어가는 체험적 구조다. 작품은 ‘보는 것’에서 ‘몸으로 읽는 것’으로 감각의 전환을 요구하며, 예술이 시각적 대상에서 감각적 관계로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김마저가 말하는 자유는 파괴가 아니다. 익숙한 질서가 흔들릴 때, 그 미세한 움직임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감각의 순간, 그곳에서 ‘무각형’의 세계가 시작된다. 김마저는 동국대 서양화, 홍익대 동양화 학사·석사를 거쳐 2003년 노암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한 이후 송은갤러리 ‘변주화’(2005), 프랑스 ‘망각의 식물원’(2017), ‘쉐이프트 캔버스’(2022), ‘무각섬’(2024) 등 평면과 설치, 개념과 조형을 넘나드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2025/11/30
유쾌함 뒤에 숨은 불안…노화랑, 김태협 개인전 ‘Complexity’ 밝게 웃고 있지만, 그 얼굴은 어딘가 불안하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태협 개인전 ‘Complexity’는 말 그대로 ‘복잡성’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지금 이 시대를 버티고 있는 우리의 표정처럼-기쁨과 피로, 희망과 초조가 한 프레임 안에서 겹쳐 흔들린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한 회화 20여 점이 소개된다. 만화적 선과 과감한 색, 유쾌한 캐릭터의 외양 뒤에 숨어 있는 ‘정체성의 진동’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젊은 컬렉터들이 특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뉴욕을 오가며 40여 차례 전시에 참여해온 김태협은, 일상에서 겪는 감정의 충돌과 사회적 관계 속 흔들리는 자아의 위치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는 ‘감정의 의인화’가 익숙하게 등장한다. 웃는 꽃, 반짝이는 눈, 과장된 표정들. 작가는 그것을 “감정적 장치이자 보호막, 그리고 세계와 나 사이를 연결하는 작은 희망의 신호”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혼란·불안·욕망·희망이 하나의 화면에서 동시에 발화되는 감정의 층위다. 기둥에 묶인 채 미소를 띠는 꽃, 파도처럼 휘어진 나무들, 과잉된 색채 속에서 빛나는 에덴의 풍경까지, 김태협 특유의 ‘밝음의 언어’가 시각적으로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 웃음은 순진한 긍정이 아니다. "웃음은 나에게 하나의 감정적 장치이다. 그것은 불안과 피로를 덮는 가벼운 위장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스스로 소화하고 견디게 하는 긍정의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힘든 순간일수록 웃음을 선택하려 한다. 그것은 단순한 낙관적 태도라기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를 보호하는 나름의 생존전략이다.(작가 김태협) 노화랑은 “김태협의 작품은 사회 속 관계와 감정의 충돌에서 비롯된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며, 수많은 감정의 순간들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시각화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초상을 비춘다”고 소개했다. 2025/11/30
악마에서 집사의 주인이 되기까지…'고양이 미술관' 우리는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고양이가 주인을 반려해주는 것에 가까운, 그 일방적 관계의 미학을 탐구하는 책이 나왔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이자 열네 살 고양이의 집사인 박송이 작가의 신간 '고양이 미술관'(빅피시) 은, 인류가 고양이를 어떻게 ‘오해하고 또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미술사를 통해 추적한 고양이 미학 입문서다. ◆악마에서 귀족, 그리고 ‘집사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중세 유럽에서 고양이는 오랫동안 악마의 화신이자 불운의 징표였다. 흑사병의 화살이 쥐가 아닌 고양이에게 돌아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동물학이 발달하면서 고양이는 ‘작고 귀여운 동물’로 재해석됐고, 17세기에 이르러 귀족 초상화 속에서 품격과 여유의 상징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세기에는 영국 화가 루이스 웨인이 고양이를 캐릭터화하며 ‘친근하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시선을 바꾼다. 결국 고양이는 인간을 향해 단 한 번도 태도를 바꾼 적 없지만-인간은 시대마다 고양이의 의미를 바꿔왔다. ◆“고양이는 삶을 예술로 만든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1부: 고양이를 새로운 존재로 그려낸 화가들, 2부: 인간과 친구가 된 고양이들의 장면, 3부: 느긋함, 독립성, 무심함, 고양이 고유의 세계, 4부: 일상을 채우는 고양이와 인간의 장면들. 루브르·오르세 등에서 활동한 저자의 해설은 단순히 ‘예쁜 명화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미술 언어로 해석해, ‘왜 우리가 고양이에 마음을 빼앗겼는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에게 고양이가 필요한 이유 책의 문장들은 때때로 철학적이다. “고양이는 인간을 위로할 생각이 없다. 다만 그 곁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무심한 곁붙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관계다. 고단한 하루 끝, 말없이 다가와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눕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고양이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고양이를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고양이 미술관'은 고양이와 함께 살았던 모든 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따뜻함을 그림으로 다시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명화 속 고양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는다. 그림 속 고양이도, 내 곁의 고양이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나를 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2025/11/30
[신간]'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추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은 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왔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얼굴'이 ‘추함의 조건’을 묻는다면, 미술사가 이연식의 신간 '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추한 이유는 무엇인가'(도서출판 날)는 그 질문의 반대편에서 ‘미의 기준’을 해부한다. 책은 거대한 미학 이론의 숲으로 독자를 밀어 넣지 않는다. 대신 얼굴·몸·시간·종교·욕망·기억 같은 가장 일상적이고 사소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름다움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사회적 규칙이 되고, 예술이 되고, 때로는 권력이 되는지를 차근히 짚어낸다. ◆시대는 다시 ‘미의 기준’을 묻고 있다 온라인에서 ‘얼굴’을 둘러싼 담론이 급증하고, 인공지능이 아름다움의 규칙을 다시 쓰는 지금, 책은 오래된 미학의 질문들을 현재의 감각으로 끌어올린다. “아름다움은 본능인가, 문화인가?” “왜 우리는 추한 것에도 끌리는가?” “취향은 개인의 것인가, 권력의 것인가?” 저자는 “아름다움은 결국 설명되지 않는 것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욕망”이라며, 각 시대가 어떤 얼굴을 숭배해 왔는지, 왜 어떤 몸은 신성화되고 어떤 몸은 금지되었는지를 예술·종교·신화·정치의 맥락 안에서 살핀다. "아름다움이 생물로서의 본능인지, 문화적 산물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채로운 게 바람직합니다. 그건 사회적으로 여러 가치관이 공존하는 게 좋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42쪽) ◆1부: 아름다움의 기원…얼굴과 몸 사이에서 왕소군·서시 같은 ‘미인화’가 실제 인물의 초상이 아니라 이상화된 얼굴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해, 아름다움이 어떻게 “전형과 환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밝힌다. 중세의 알몸이 ‘헐벗은 몸’으로 묘사되는 이유, 숭고가 신의 얼굴을 어떻게 재현해왔는지 등 서양 미술사적 설명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부: 미와 추의 경계 악마의 형상이 시대마다 왜 달라졌는지, 나이 듦의 미가 어떻게 ‘추함’에서 ‘편안함’으로 전환되었는지 등, 미적 판단을 흔드는 요소들을 분석한다. 특히 “취향은 결국 권력의 문제”라는 대목은 현대 미술 시장과 SNS 알고리즘 시대의 독자에게 강하게 와 닿는다. "우리는 추한 모습에 끌리는 것뿐 아니라, 악마 같은 존재에 끌린다는 것도 살펴봐야 합니다. 인간이 묘사하는 악마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달라졌습니다. 악마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했죠. 묘하게 유연하고 요염한 느낌을 풍기기도 합니다."(125쪽) ◆3부: 아름다움이 예술이 되는 순간 예술의 조건, 규칙, 진실성, 그리고 창작과 향유의 문제까지 다룬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관객이라는 유명한 논의를, 예시 중심으로 쉽게 풀어낸다. "취향은 결국 권력의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권력을 지닌 사람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취향을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억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157쪽) "와비사비는 오래되어 낡은 건물이나 투박하게 만든 그릇 같은 것을 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입니다. 화려하지 않고 덧없는 것. 선명하게 드러나고 압도하듯 다가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스며들듯 깃든 아름다움입니다."(168쪽)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미학’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는 데 있다. 저자는 말한다. “미학은 예술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의 감정과 느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태도 자체가 미학이다.” 예술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에게는 실용적인 감각의 지도를, 아름다움의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는 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2025/11/30
동화를 넘어, 슬로우 라이프의 원점…타샤 튜더 110주년 회고전 동화는 그녀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좁았다. 타샤 튜더(1915~2008)는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고 계절을 살아낸, 말 그대로 ‘삶 전체가 예술’이었던 사람이다. 롯데뮤지엄은 터샤 튜더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녀의 정원과 집, 책과 사물, 그리고 190여 점의 원화를 한 공간에 불러모았다. 12월 11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동화 속 풍경이 아닌 ‘살아낸 삶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는 자리다. 23세 데뷔작 ‘호박 달빛(Pumpkin Moonshine)’부터 ‘칼데콧 상’을 수상한 ‘마더 구스’, ‘1은 하나(1 is One)’, 대표작 ‘타샤의 특별한 날’, ‘비밀의 화원’ 삽화까지 작가의 70년 창작 세계가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그녀가 직접 가꾼 30만 평의 정원과 반려동물, 가족과 함께한 일상, 꽃과 빵 냄새가 스며 있는 부엌과 작업실도 전시장 안에서 재해석된다. 오늘날 ‘슬로우 라이프’로 불리는 철학이 어떻게 그녀의 손과 계절, 삶의 속도에 스며 있었는지가 미디어아트·사진·오브제를 통해 펼쳐진다. 롯데뮤지엄은 “타샤 튜더는 잊혀져 가는 삶의 본질인 느림, 손의 노동, 자연의 시간을 예술로 되살려낸 작가”라며 “이번 전시는 그녀의 세계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 스스로의 삶의 속도를 다시 묻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개막에 앞서 얼리버드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롯데뮤지엄 홈페이지 및 놀티켓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25/11/30
소멸의 시대에 묻는다…‘나의 집이 나’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展 도시는 더 이상 ‘커지는 것’을 전제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구는 줄고, 골목은 비어가고, 주거의 미래는 통째로 다시 설계돼야 하는 시점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 질문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짓는 전시를 꺼내 들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29일 연례전 ‘2025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_나의 집이 나’를 개막했다. ‘자연과 인간’(2023),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2024)에 이은 세 번째 플랫폼 전시로, 올해의 화두는 인구감소·도시축소·고령화·돌봄의 재편 등 한국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다. 부산, 지방도시,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소멸의 징후’를 결핍의 언어가 아닌 ‘전환의 전략’으로 읽어내는 기획이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1·2층 전시실과 실내외 공간 전역에 총 10개의 파빌리온(pavilion)으로 선보인다.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걷고, 통과하고, 접고, 확장하며 축소도시의 삶을 체험하도록 설계됐다. 에이디에이치디, 리슨투더시티, 유림도시건축, 서울퀴어콜렉티브, 주현제바우쿤스트, 랩.WWW, 공감각, 더 파일룸 등 은 각기 다른 도시·건축·사회적 관점을 실험적 공간에 담아냈다. 이들이 제안하는 전략은 단순한 ‘작게 살기’가 아니다. ▲독립성과 연대가 공존하는 작은 집의 재구성 ▲돌봄이 닿는 거리를 새로운 도시의 기준으로 삼기 ▲재순환 가능한 소재, ▲감당 가능한 건축의 스케일, ▲기억·관계·리듬을 삶의 구조로 다시 짓는 공간 서사로 축소를 결핍이 아닌 회복·전환·재배열의 언어로 다시 쓰는 시도들이다. 이번 기획의 핵심 키워드는 ‘축소지향적 공간(right-sized urbanism)’ 이다. 성장이 멈춘 세계에서, 도시는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적절하게’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비어가는 건물, 해체되는 공동체,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이 거대한 현실 속에서 도시는 어떤 리듬, 어떤 관계, 어떤 속도로 다시 지어져야 하는가. 이번 전시는 건축·도시계획·사회학·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 질문 자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광역시건축사회와 함께 도시·건축 관련 영화 4편을 상영하며 전시 맥락을 넓힌다. '그린 오버 그레이', '도시, 인도를 짓다', '코펜힐 건축 교향곡', '파워 오브 유토피아' 등 세계 도시 실험의 현장을 담은 작품들이 무료로 상영된다. 연계 프로그램도 촘촘하다. 서울퀴어콜렉티브의 ‘우리는 퀴어로 노년이 될 수 있을까’(12월 13일)를 시작으로 2026년 초에는 도시·건축 강연과 작가 토크가 이어진다. 3월에는 ‘돌봄의 거리’를 실제로 체험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플랫폼 전시는 인구 감소 시대의 현실을 직시하고, 도시·인간·건축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사유의 장이다. 축소의 시대가 전환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열린다. 2025/11/30
광주비엔날레 재단, 첫 해외 비엔날레 진출 (재)광주비엔날레이 내년 1월 31일까지 태국 푸켓 비지트 판와 부두(Visit Panwa Pier)에서 ‘광주-타이 살라 영원: 버내큘러 호라이즌(Gwangju-Thai Sala Youngwon: Vernacular horizon where regions unfold)’ 전을 개최한다. 28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재단의 파빌리온 사업 일환으로 열리며, 태국 기획자 판딧 찬로차나킷(Pandit Chanrochanakit)과 협력해 한국 작가 4인과 태국 작가 4인이 함께 구성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3인을 포함해, 지역성과 국제성이 교차하는 작업을 현지 관객과 글로벌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소개한다. 재단이 해외 비엔날레에 공식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향후 해외 프로젝트 확장 의지를 밝혔다. 전시는 ‘버내큘러 경관(vernacular landscape)’ 개념을 중심에 둔다. 지역의 전통·재료·기술과 일상적 감각이 축적된 경관을 뜻하며, 한국과 태국의 서로 다른 지식과 역사, 기억이 어떤 조형 언어로 발현되는지를 탐색한다. 2025 타일랜드 비엔날레의 주제 ‘영원(eternity)’에도 공명한다. 전시는 멀리 있는 무한한 시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며 지속될 수 있는 ‘관계의 지속성’을 영원으로 해석한다. 지역의 기억·재료·기술을 통해 순환·회복·지속의 감각을 사유하는 자리다. 참여 작가 8인은 모두 자국 안팎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들로, 설치·사진·회화·영상 등 8점 중 7점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됐다. 타왓차이 푼투사왓디는 인간의 신체를 의미의 장소로 재구성하며 전시의 서문을 연다. 하루.K는 한국화 전통을 바탕으로 음식·과자를 소재로 풍경을 재구성한다. 이세현은 국경·영토·안보의 문제를 사진적 시선으로 기록하며, 새로운 땅과 문화를 향한 여정을 탐구하는 아진 조너선 아진킷의 작업과 겹친다. 와나 완라양쿤은 가족의 삶에서 출발해 경계의 의미를 재해석하며, 김재민이는 쓰나미 대피 경로를 따라 달리며 비가시적 존재로 남은 건설 노동자를 공적 공간 속으로 소환한다. 김자이는 지역 식물로 차를 만들며, 차 마시는 행위를 인간·환경 관계 사유로 확장한다. 수라잣 통추아는 인간의 개입으로 변형된 풍경을 통해 기후 위기 문제를 드러낸다. 기획자 찬로차나킷은 “이 전시는 희망, 가능성, 자아 발견에 관한 이야기”라며 “언어와 문화,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는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5/11/29
‘사탕 작가' 안성하 귀환…부산서 첫 개인전 신작 공개 ‘사탕 작가’로 유명했던 안성하(48)가, 20년 넘게 이어온 대표 연작 ‘사탕’을 전부 신작으로 채운 전시를 부산에서 선보인다. 소울아트스페이스 개관 20주년을 맞아 안성하를 초대해, 오는 12월 2일부터 2026년 2월 20일까지 개인전 ‘The Still Point of Seeing’을 개최한다. 서울과 해외에서 활동해온 그가 부산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자, ‘사탕’ 시리즈를 신작으로만 구성한 첫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탕 연작 20여 점을 비롯해 ‘담배’, ‘코르크’, ‘비누’ 등 대표 시리즈 대작들도 함께 공개된다. 특히 작가가 작품 생성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활용해온 사진 작업을 전시장 한 섹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작업 프로세스의 전모를 드러낸다. 안성하의 ‘사탕’은 달콤하고 반짝이는 감각의 이미지 뒤에 ‘소멸 직전의 아름다움’과 ‘시간성의 잔향’을 숨겨두는 작업이다. 유리잔 속에서 왜곡되는 사물, 녹아가는 색채, 확대되어 형태를 잃어가는 사탕은 존재의 덧없음과 감정의 흔적을 동시에 붙잡는다. 작가는 “사라지는 존재야말로 가장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며, 사물이 감정을 담는 방식과 시간이 물성을 남기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신작에서는 사탕을 더욱 크게 확대하거나 녹아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하며 ‘시간의 질감’을 회화의 언어로 밀도 있게 풀어낸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안성하의 작업은 사라짐과 존재, 단맛과 운명,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교차점에서 ‘보는 것의 고요한 지점’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안성하는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동아미술제·중앙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하며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후 가나아트 전속작가로 활동하며 뉴욕·파리·마드리드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도쿄·홍콩·스톡홀롬 등 국제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일상의 오브제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감정, 기억, 소멸의 시간을 은유하는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25/11/29
“기적은 없다” 유토피아의 그림자…네이단 콜리 개인전 더페이지갤러리가 영국 작가 네이단 콜리(Nathan Coley)의 개인전 ‘모든 가능한 세계(All Possible Worlds)’를 선보인다. 대형 텍스트 조명 작품으로 알려진 콜리는 이번 전시에서 이상향 ‘엘도라도(El Dorado)’의 풍경 위에 문장들을 포개며, 현실과 유토피아의 간극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2023년 이후 2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자 신작 라이트 박스 9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콜리는 공공의 언어를 빛으로 환기하는 방식으로, 공간이 품은 의미를 재배열하고 질문한다. 전시장에는 “THERE WILL BE NO MIRACLES HERE(여기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RETREATS AND ATTACKS(후퇴와 공격들)” 같은 문구들이 세기말적 낭만과 냉혹한 현실감 사이를 진동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19세기 프랑스 ‘주버 앤드 시에(Zuber & Cie)’가 제작한 엘도라도 파노라마 월페이퍼다. 유럽이 꿈꾸던 이상적 세계가 원본 목판으로 200가지 이상의 색을 써 수작업으로 완성된 풍경으로 펼쳐진다. 콜리는 이 이미지를 차용해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가 가진 '유토피아적 욕망'을 전시장에 소환한다. 벽면 전체를 감싼 무채색의 풍경은 AI 기술로 재해석된 또 하나의 ‘엘도라도’다. 파스텔빛 라이트 박스와 병치되며, 현실과 이상이 접속하는 시적 장면을 만든다. 라이프니츠가 말한 “가능한 모든 세계 중 최상의 세계(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는 더 이상 순진한 확신의 문장이 아니다. 콜리는 그 문장을 빛의 장치 안에서 다시 묻는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전시는 2026년 1월 30일까지 열린다.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