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로 "한국 개념미술은 실패한 실험 아니다…박이소 통해 되살아난 지적 전통" "한국 개념미술은 실패한 주변부 실험이 아니다. 박이소를 통해 되살아난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지적 전통이다." 개념미술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알렉산더 알베로(Alexander Alberro) 미국 컬럼비아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한국 개념미술에 대한 재평가를 제안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이 19일 개막하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 도록 서문에서 그는 1970년대 ST(공간과 시간) 그룹과 성능경, 이건용, 곽덕준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개념미술이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서 과소평가돼 왔으며, 박이소를 통해 동시대 미술 속에서 새롭게 계승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는 김범, 김순기, 김용익, 김홍석, 박이소, 안규철, 오인환, 이건용 등 28명의 작가와 회화, 사진, 영상, 오브제, 퍼포먼스 등 140여 점의 작품 및 아카이브를 통해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알베로 교수는 개념미술과 미술제도 비판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지난해 12월 입국해 6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원 아래 한국 현대미술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이번 전시 도록에도 수록됐다. 그의 연구는 표면적으로는 박이소의 대표작 'Your Bright Future'를 분석하지만, 실제로는 1970년대 한국 개념미술의 철학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알베로 교수는 한국 현대미술사가 오랫동안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라는 두 축으로 서술되면서 개념미술이 역사 속에서 주변화됐다고 진단한다. 그는 "단색화의 모더니즘 추상과 민중미술의 대중적 리얼리즘 사이의 양극화된 시대가 시작되면서 예술의 존재론과 기호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던 개념미술가들의 작업은 대체로 중요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ST(공간과 시간) 그룹에 대해 그는 '논리적 사건(Logical Events)'이라는 개념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성립하는가를 탐구한 집단으로 평가했다. 이건용의 걷기, 성능경의 신문 읽기, 김용민의 반복 행위 등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실험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알베로 교수는 "논리적 사건은 하나의 양식(style)이 아니라 방법(method)이었다"며 "감각과 무의미, 충만함과 공허를 결합하면서 의미 속에 숨겨진 물질적 기표의 존재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그는 성능경과 곽덕준의 작업도 새롭게 조명했다. 신문, 지도, 측정도구 등 객관적 현실을 전달한다고 믿어온 표준 시스템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규칙이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알베로 교수는 "그들의 작업은 '예술'이라는 본질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생산 절차들이 예술로 간주될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는 박이소다. 알베로 교수는 뉴욕 활동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박이소가 성능경과 곽덕준 등 한국 개념미술가들의 작업을 다시 읽어내며 존재론적 질문을 동시대 언어로 재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이소의 'One Pyeong'(2001), 'Sculpture for A4'(2001), 'Your Bright Future'(2002) 등을 예로 들며 "박이소는 한국 개념미술 속에서 21세기 미술 생산을 위한 대안적 참조틀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예술의 상징화 아래 놓인 심연을 건드린 실험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결국 알베로 교수의 연구는 한국 개념미술을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 끼어 있던 주변부 흐름이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지적 전통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그가 주목한 것은 개별 작품이 아니다. 예술은 무엇인가, 작품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언어는 세계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를 묻던 1970년대 한국 작가들의 질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번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을 통해 ST 그룹과 성능경, 곽덕준, 박이소 등을 다시 소환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알베로 교수는 한국 개념미술을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 가려졌던 또 하나의 지적 전통으로 해석한다. 그의 연구에서 박이소는 1970년대 개념미술의 존재론적 질문을 동시대 언어로 재구성한 작가다. 결국 한국 개념미술은 사라진 실험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미술 속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계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2000원. 2026/06/18
눈보다 머리를 흔드는 전시…'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박현주 아트클럽] 전시장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반복된다. 관객들은 작품보다 설명문 앞에 더 오래 머문다. 휴대폰 카메라가 향하는 곳도 작품보다 캡션이다. 작품을 본 뒤 다시 설명문으로 돌아가고, 설명문을 읽은 뒤 다시 작품을 바라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8일 개막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그런 전시다. 보는 전시라기보다 읽는 전시, 더 정확히는 읽고도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념미술 소개전이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사의 또 다른 계보를 복원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김범, 김순기, 김용익, 김홍석, 박이소, 안규철, 오인환, 이건용 등 28명의 작가와 회화, 사진, 영상, 오브제, 퍼포먼스 등 140여 점의 작품 및 아카이브를 통해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개념미술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21년 한국 실험미술전 이후 그 다음 장을 고민했다"며 "한국 현대미술을 구성하는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인 개념미술을 본격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미술사는 오랫동안 두 개의 축으로 설명돼 왔다. 단색화와 실험미술이다. 물질을 밀고 나가는 회화와 몸으로 밀고 나가는 행위의 역사다. 그러나 그 사이에 개념미술은 늘 존재했음에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충분히 읽히지 못했던 개념미술의 계보를 다시 호출한다. 김 관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국제 미술사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내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개념미술을 세계 미술사 안에서 새롭게 위치시키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한국 개념미술 전체를 다루기보다 언어적 차원에 집중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970년대 ST(Space and Time) 그룹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한국 개념미술을 언어와 논리의 관점에서 본 적이 거의 없었다"며 "작가들이 왜 언어철학을 공부했고 그것을 행위와 결합하려 했는지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를 둘러싼 가장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 하나는 단색화의 부재다.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은 흔히 단색화와 실험미술이라는 두 축으로 설명돼 왔다. 그렇다면 왜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같은 단색화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배 연구사는 이에 대해 "단색화가 관념적이라고 해서 개념미술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색화가 물성과 표면, 마티에르에 방점을 둔다면 개념미술은 작품의 시각적 완성도보다 아이디어와 언어적 사고에 중심을 둔다"며 "단색화가 관념적이기 때문에 개념미술이라는 해석은 오해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ST그룹의 작업은 단순한 실험미술이 아니라 언어철학과 논리학에 대한 관심 속에서 탄생했다. 배 연구사는 "당시 작가들의 작업실에는 언어철학 관련 서적들이 많았다"며 "왜 언어를 공부했고 그것을 행위와 연결하려 했는지 들여다보는 것 역시 이번 전시의 중요한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사물의 전시라기보다 사유의 전시에 가깝다. 배 연구사는 이를 "눈을 건드리는 미술이 아니라 머리를 건드리는 미술"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이건용에서 시작해 홍명섭, 안규철, 박현기, 김순기, 성능경, 오인환, 김범, 박이소, 코디 최, 김홍석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전시장을 돌고 나면 개별 작품보다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언어는 과연 세계를 설명하는가, 아니면 세계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질문이다. 홍명섭의 작업에서는 검은 리놀륨 바닥이 길게 깔려 있지만 관객은 그것이 작품인지조차 모른 채 그 위를 걷는다. 제목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기'. 작가는 관객에게 작품을 감상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속을 지나가게 만든다. 보는 행위보다 경험하는 행위가 먼저 등장한다. 박현기의 돌은 더 이상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작가는 "나는 돌이 아니다(I am not a stone)"라는 문장을 통해 인간과 사물을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김순기의 작업은 '나, 여기, 지금'이라는 가장 단순한 언어를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시키고, 오인환의 숫자는 주소를 잃어버린 채 순수한 기호 체계로 남는다. 김용익의 지도 작업 역시 국가와 국경, 좌표와 측정이라는 체계가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언어적 약속임을 드러낸다. 김민주의 '이름 프로젝트: 당신을 찾습니다'는 관객 참여형 작업이다. 작가는 수집한 이름들을 벽면에 적어두고,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관람객은 그 이름 옆에 직접 서명을 남길 수 있다. 이름은 단순한 기호이면서도 한 사람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익명의 문자였던 이름은 실제 인물의 참여를 통해 다시 살아 움직이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언어로 확장된다. 박이소와 코디 최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을 번역과 혼성의 문제로 확장한다. 원본과 번역본, 한국과 미국, 중심과 주변의 경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박이소가 커피와 콜라, 간장으로 그린 국수를 '삼위일체'라 부르는 순간,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간극이 생겨난다. 코디 최 역시 한국전쟁과 미국 문화, 소비사회와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뒤섞으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제3의 지대를 보여준다. 전시 후반부에서 만나는 김홍석의 영상 작업 '더 토크'는 특히 인상적이다. 동티모르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룬 인터뷰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동자도 가짜, 통역도 가짜, 자막도 가짜다. 한국 배우(안내상)가 동티모르 노동자로 분장했고 흘러나오는 언어 역시 실제 언어가 아니다. 20년 전 작품으로, 당시 관객은 한동안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TV 인터뷰라는 형식과 영어 자막이라는 장치가 진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실제 내용인지, 아니면 형식과 권위인지 묻는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거대한 연보가 등장한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지는 개념미술의 시간 지도다. 보통 전시는 작품으로 끝나지만 이 전시는 질문의 계보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전시의 진짜 작품은 돌도, 숫자도, 인터뷰 영상도 아니다. 그 작품들을 가능하게 한 질문들이다.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한국 개념미술을 하나의 양식으로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현대미술 안에 존재했지만 충분히 읽히지 못했던 또 하나의 사유의 전통을 드러낸다. 단색화가 물감의 역사를 만들었다면, 이번 전시가 소환한 개념미술은 언어의 역사를 만들었다. 전시장 벽면에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부정문조차 개념미술의 문법이다. 르네 마그리트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이후 현대미술은 줄곧 보이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의 균열을 탐색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균열의 한국적 계보를 정리한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때로는 복잡하고 난해하다. 그러나 그 낯섦 역시 개념미술의 일부다. 전시장을 나설 때 작품의 이미지보다 질문이 먼저 남는다. 이것은 '개념미술인가. 아니면 개념미술이 아닌가.' 전시는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개념미술다운 결말이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입장료 2000원. 2026/06/18
초록 숲에 깃든 사랑…'채색화 작가' 이해경 7년 만의 개인전 한국 채색화 작가 이해경(69)의 화면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그 사이로 노랑, 파랑, 빨강, 보라의 색채가 보석처럼 스며든다. 꽃과 새, 곤충들이 어우러진 화면은 고요하면서도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가이아 서울은 이해경의 7년 만의 개인전 '초록 서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이어온 '초록서정' 연작에 '사랑'이라는 부제를 더해 자연과 생명, 조화와 공존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해경은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약 30년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온 한국 채색화 작가다. 한국화의 전통 위에 섬세한 채색과 치밀한 묘사를 결합해 자연의 생명력과 삶의 내면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한국 산하의 야생화와 숲, 새와 나비, 곤충 등을 화면에 불러들인다. 특정한 숲을 재현하기보다 여러 생명체가 공존하는 상상의 자연계를 구축한다. 화면은 식물도감처럼 정교하지만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생명들이 서로 기대고 순환하는 하나의 풍경이다. 조선시대 초충도와 민화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생명에 대한 순박한 감각도 읽힌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이해경의 숲을 "여러 식물과 새, 나비 등이 공존하는 자연계를 상상해서 그려 넣은 것"이라며 "극사실로 이루어진 재현회화이면서 동시에 허구와 환상이 가미된 그림"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7월4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6/06/18
'레고로 쌓은 조선 궁중잔치'…국립국악원, 국회 의원회관서 전시 궁중잔치를 레고 예술로 재해석한 순회전시 '브릭 진연: 레고로 쌓은 조선 궁중잔치'가 17~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브릭 진연'은 지난 4월 국립세종도서관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순회전시다. 국립세종도서관 전시에는 한 달 동안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시의 소재가 된 '임인진연'은 1902년 고종 황제의 기로소(耆老所) 입소를 기념해 열렸던 조선의 마지막 궁중잔치다. 조선의 혼란스러운 국면에서도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당시 의례와 궁중 예술은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Colin Jin)과 미디어아트 그룹 에브리웨어의 새로운 해석으로 구현된다. 전시 공간은 고증과 현대적 변용의 조화를 보여주는 구조로 꾸며진다.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이 1만개 이상의 브릭을 활용해 '헌선도', '춘앵전', '선유락' 등 '임인진연도병' 속 5가지 궁중 무용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디어아트 그룹 에브리웨어가 제작한 작품 '△△△△△'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일월오봉도'를 완성해가는 참여형 전시다. 서승미 국립국악원장은 "국악진흥법의 안정적인 정착과 활성화를 고심하는 시점에, 우리 전통문화의 정수인 궁중 의례를 현대적 아이콘인 레고로 재해석한 뜻깊은 전시를 국회에서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전시가 국악의 정책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릭 진연: 레고로 쌓은 조선의 궁중잔치' 전시는 제2회 국악의 날을 맞아 국악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로 진행된다.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6/06/17
구순 日 추상화 거장 요코 마츠모토 한국 첫 개인전 올해 구순을 맞은 일본 추상회화의 거장 요코 마츠모토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화이트 큐브 서울은 오는 18일부터 8월 14일까지 요코 마츠모토 개인전 '자연의 시선에 놓이다(Gazed at by Natur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요코 마츠모토의 작업 세계를 본격 소개하는 자리다. 신작을 포함해 지난 40여 년에 걸쳐 제작된 회화와 드로잉을 선보이며, 작가가 60여 년간 구축해온 독자적 색채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와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후추시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저녁별을 본 날'이 열리고 있으며, 이후 이와키 시립미술관과 가나가와현립근대미술관 하야마로 순회될 예정이다. 화이트 큐브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도쿄 히노 갤러리와의 협력으로 마련됐다. 193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요코 마츠모토는 지난 60여 년간 색채와 회화 매체의 가능성을 탐구해 온 일본 현대 추상회화의 주요 작가다. 도쿄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작가는 '오직 색과 형태만으로 그린다'는 신념 아래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서구 추상회화의 전통과 일본 수묵화의 정신에서 영감을 받아 색채를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사유와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1967년 뉴욕 방문은 그의 작품 세계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모리스 루이스, 헬렌 프랑켄탈러, 마크 로스코 등 미국 색면회화 작가들의 작업과 리퀴텍스 아크릴 물감을 접한 이후, 얇은 아크릴 안료층을 빠르게 중첩시키는 독자적 회화 양식인 '헤이지 페인팅(hazy painting)'을 발전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표 연작 '핑크(Pink)'의 초기작을 비롯해 절제된 색조의 '화이트(White)' 연작, 선명한 울트라마린 블루를 활용한 신작 등을 만날 수 있다. 요코 마츠모토는 "핑크는 흑백과 달리 어떠한 관념도 담고 있지 않은 색"이자 "우리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지만 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가에게 색채는 빛과 깊이를 형성하고 캔버스 표면을 변화시키는 회화의 핵심 요소다. 그는 "어둠은 하얀색, 푸른색, 심지어 분홍색일 수도 있다"며 빛과 어둠의 교차 속에서 회화적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요코 마츠모토는 도쿄 국립신미술관(2023), 가나가와현립근대미술관 가마쿠라 별관(2005),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1991)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작품은 도쿄도현대미술관, 교토국립근대미술관, 사이타마현립근대미술관, 요코하마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2026/06/17
김익영·구본창·최영욱 등 30명…시드니서 '달항아리' 특별전 달항아리가 한국과 호주를 잇는 예술적 매개로 시드니에 펼쳐진다. 시드니 뉴타운의 갤러리LNL과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공동 기획전 '달항아리: 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백자의 상징인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한국과 호주 작가 30명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예술적 접점을 조명한다. 전시는 주시드니한국문화원과 갤러리LNL 두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갤러리LNL에서는 7월 11일까지, 주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는 8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참여 작가는 김익영, 이헌정, 최영욱, 구본창 등 한국 작가 9명과 자넷 도슨, 케빈 링컨, 레스 블레이크브러 등 호주 작가 21명 등 총 30명이다. 이들은 달항아리가 지닌 절제된 아름다움과 비움, 균형의 미학을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달항아리: 축'이라는 제목 아래 서로 다른 문화와 예술적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한 달항아리가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장되며 한국과 호주의 예술적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에 주목한다. 조선시대 달항아리는 현재 호주 National Gallery of Victoria에 소장돼 있으며, 김익영의 달항아리 작품은 Powerhouse Museum, 구본창의 달항아리 사진은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 각각 소장돼 있다. 전시 기간 중 최영욱 작가와 이헌정 작가는 직접 시드니를 방문해 개막 행사와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하며 현지 관객들과 작품 세계를 공유할 예정이다. 윤선민 주시드니한국문화원장은 "최근 호주 미술계에서 달항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백자의 아름다움을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확장해 소개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호주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양국 예술계와 관객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영 갤러리LNL 대표는 "달항아리는 단순한 도자기를 넘어 불완전함 속의 균형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상징적 오브제"라며 "이번 전시는 한국과 호주의 예술이 하나의 축 위에서 만나 서로 다른 문화적 감각과 재료, 시간성을 통해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17
26대 1 뚫은 박수연·신민준·신수와·윤소린…수원시립미술관 '얍 프로젝트' 수원시립미술관이 2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026 신진작가 동행 얍(YAB)-프로젝트' 최종 선정 작가 4인을 발표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5월 진행한 공모에 총 103명(팀)이 지원했으며, 심사를 거쳐 박수연(1985년생), 신민준(1992년생), 신수와(2000년생), 윤소린(1989년생)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얍(YAB·Young Artists Bridge)-프로젝트'는 수원시립미술관이 신진작가와 동행하며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발굴하고 신작 제작과 전시를 연계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4년 시작해 올해 두 번째를 맞았다. 올해 공모 주제는 '취약함과 돌아봄'으로, 개인과 사회가 지닌 다양한 취약성을 성찰하고 이를 돌봄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심사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인터뷰 심사로 진행됐다. 안진국 미술비평가, 이문정 리포에틱 대표, 고윤정 플로우앤비트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기존 작업 역량과 발전 가능성, 공모 주제와의 적합성, 작품 계획의 예술성과 창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최종 선정된 작가들은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향후 미술관과 협의를 거쳐 신작 제작 계획을 구체화하게 된다. 이들은 오는 11월 수원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얍 프로젝트 결과보고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선정 작가에게는 1인당 3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비롯해 작품 운송·설치, 전시 구조물 제작, 장비 임차, 도록 제작 및 작품 촬영 등 전시 전반에 대한 지원이 제공된다. 2026/06/17
"나이 드니 꽃이 좋구나"…'목탄채색 화가' 임만혁 3년 만의 개인전 "나이 드니 꽃이 좋구나." 꽃과 풀, 나무에 눈길이 머물기 시작한 화가 임만혁(58)이 3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서울 강남구 삼성로 청화랑은 오는 18일부터 7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 청화랑에서 임만혁 개인전을 개최한다. 임만혁은 강릉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하며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해온 작가다. 2000년 동아미술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으며, 한지와 목탄, 담백한 채색을 결합한 독특한 조형 언어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흔히 '서양화 같은 한국화', '한국화 같은 서양화'로 불리지만 단순한 양식적 결합에 머물지 않는다. 한지 위에 서양화적 드로잉과 한국화의 재료적 감성을 녹여내며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회화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가족'과 '바다'를 중심으로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꽃과 자연의 풍경이 함께 펼쳐진다. 가족은 삶의 근원이자 기억의 공간으로, 바다는 고향의 풍경이자 존재의 근원적 은유로 등장한다. 여기에 꽃과 풀, 나무가 더해지며 작가의 삶과 시간이 스며든 자전적 풍경을 이룬다. 전시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특정한 가족을 넘어 우리 모두의 가족으로 확장되고, 바다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삶의 여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읽힌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공개한 노트에서 "어머니의 휴대전화 사진첩에 꽃사진이 가득한 것을 보고 웃었는데, 이제는 내 스마트폰에도 꽃과 풀 사진이 늘어간다"고 적었다. 이어 "자연스럽게 피었다가 지는 꽃과 이름 모를 풀들, 우뚝 선 나무들에게 눈길이 간다"며 "피는 꽃, 지는 풀잎에 왜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그냥 자연스레 그 상태로 두기로 하고 관찰하고 이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제 내 그림 속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꽃과 풀, 나무 사이에서 그들의 삶을 이어갈 것"이라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화랑은 "이번 전시는 한 화가가 평생에 걸쳐 지켜온 예술적 신념과 삶의 기록을 만나는 자리"라며 "가족의 온기와 바다의 깊이를 통해 삶을 지탱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2026/06/17
호반문화재단, 미술공모전 청년 작가 전시회 '더 넥스트 신' 개최 호반그룹의 호반문화재단은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2026 H-EAA' 선정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 '더 넥스트 신'(The Next Scene)을 연다고 17일 밝혔다. 선정작가 7인전은 오는 8월 9일까지 경기 과천시 소재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린다. 전시명 '더 넥스트 신'은 동양화, 서양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현재를 넘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가는 청년 예술가들의 도전과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는 심사를 통해 선정된 강재원, 김성수, 김준서, 서준, 전소영, 전주희, 황지윤 작가가 참여한다. H-EAA는 호반문화재단이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새로운 시선을 통해 국내 시각예술의 미래를 조망하고, 청년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이다. 2017년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으며, 이번 공모전까지 총 76명의 청년작가를 선정했다. 올해 H-EAA는 10주년을 맞아 총 상금 규모를 6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대상 1명에게는 300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2000만원, 선정작가상 5명에게는 각각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한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함께 상패 및 그룹전 전시 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호반문화재단은 전시 기간 중 종합평가 및 관람객 투표 결과 등을 반영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오는 7월 개최된다. 호반문화재단 관계자는 "H-EAA는 청년작가 발굴에 그치지 않고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문가 컨설팅과 평론가 매칭, 전시 지원 등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7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랄프 깁슨 특별전 '프렌치 얼루어' 현대사진의 거장 랄프 깁슨이 50여 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프랑스의 매혹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부산 해운대구 고은 깁슨 사진미술관은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랄프 깁슨 특별전 '프렌치 얼루어(French Allur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71년부터 2022년까지 약 반세기에 걸쳐 프랑스를 오가며 촬영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과 세련된 분위기, 문화적 유산과 예술적 정신을 사진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2층 'French Avant-garde 시대를 앞선 예술정신'에서는 프랑스 문화예술의 원동력이 된 아방가르드 정신을 다룬다. 풍경과 오브제, 인물에 담긴 실험성과 자유로운 정신을 통해 프랑스 예술의 원류를 살펴본다. 1층 'Le Salon 내밀한 사색공간'은 예술과 문학, 철학이 교차하던 파리 살롱 문화를 빛과 그림자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다. 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프랑스 문화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지하 1층 'French Heritage 영광의 뿌리가 된 문화유산'에서는 프랑스의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조명한다. 종교적 서사와 고전 문화 위에 구축된 프랑스 예술의 전통과 가치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1939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태어난 랄프 깁슨은 도로시아 랭의 어시스턴트와 로버트 프랭크의 협업을 거쳐 독자적인 사진세계를 구축했다. 잉그마르 베리만의 영화 '페르소나', 프랑스 누보 로망 문학과 뉴웨이브 영화 등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40권이 넘는 사진집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180여 개 미술관에 소장돼 있으며 수백 회의 개인전을 통해 소개됐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토리노 주립기록보관소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다. 고은 깁슨 사진미술관은 "랄프 깁슨이 포착한 가장 프랑스적인 순간들을 통해 철학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세련되면서도 꾸밈없는 프랑스 특유의 미감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027년 4월 10일까지 열린다.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