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박수근·이중섭·장욱진 한자리…오케이앤피 부산 특별전 오케이앤피는 한국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특별전 ‘모던, 모던과 전통 사이’를 개최한다. 전시는 12일부터 4월 1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 4층 오케이앤피 전시장에서 열린다. 부산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을 비롯해 나혜석, 이인성, 도상봉, 장욱진,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5여 명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오케이앤피는 “전통은 과거의 양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을 통해 동시대적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전통과 모던이 교차하며 형성된 한국 근현대미술의 미학을 살펴보는 자리”라고 밝혔다. 오케이앤피는 2013년 가나아트에서 분사한 문화예술 토탈 솔루션 기업이다. 2026/03/12
간송문화재단, 비지정문화유산 48점 보존처리…'묵죽도'·'삼강행실도' 등 (재)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국가유산청이 주관하는 ‘2025년 비지정문화유산 보존관리 및 예방적 관리’ 사업을 통해 소장 문화유산 5건 48점의 보존처리를 완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복권기금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관리 체계 밖에 있던 비지정문화유산의 보존과 손상 예방을 위해 추진됐다. 보존처리 대상은 탄은 이정 필 '묵죽도' 8폭, 추사 김정희의 '지란병분'을 포함한 선면화 10점, '용감수감', '삼강행실도', '보성고등보통학교 신축공사 설계도' 외 도면 30점 등이다. 보존처리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학협력단 지류·회화수리복원연구소가 수행했다. 낱장으로 보관되던 '묵죽도'는 족자 형태로 장황했고, 선면화는 접힘 자국 완화 중심의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전적류 유물인 '용감수감'과 '삼강행실도'는 해체 후 세척과 보강을 거쳐 복원했으며, 표지 배접지로 사용된 고문서의 연구 가치도 새롭게 확인됐다. 보존 성과는 2025년 간송미술관 보화각 전시 '선우풍월: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을 통해 공개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앞으로도 비지정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발견하고, 연구 가치가 높은 유물은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3/12
대구 어울아트센터, 북구미술협회 초대전 '평화, 공존의 풍경' 대구 북구에서 활동하는 미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12일 행복북구문화재단에 따르면 '대구북구미술협회 초대전 : 평화, 공존의 풍경'이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대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대구북구미술협회의 창작 활동을 소개하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에는 북구미술협회 작가 33명을 비롯해 군위군미술협회 작가 10명, 창작프로젝트팀 '나비(NA-BE)' 6명 등 총 49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회화, 공예, 조각, 서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49점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군위군미술협회와 창작프로젝트팀 나비가 함께 참여해 지역 미술 단체 간 교류의 폭을 넓혔다. 전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프닝 행사는 16일 오후 5시 열린다. 박정숙 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초대전은 지역 미술 단체의 창작 활동을 조명하고 예술을 매개로 교류와 협력을 확장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2026/03/12
롯데백화점, '하입비스트 20주년 전시' 독점 공개 롯데백화점이 미디어 플랫폼 '하입비스트' 20주년 기념 전시를 독점 공개한다고 12일 밝혔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은 오는 13일부터 내달 16일까지 6층 아트홀에서 하입비스트와 공동 기획한 전시를 선보인다. '하입비스트'는 2005년 캐나다에서 출범한 미디어 기업으로, 패션·음악·예술 등 동시대 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전 세계 디자이너와 패션 마니아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트렌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1050만명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20주년 전시는 전 세계 4개 도시에서만 진행된다. 지난해 10월 뉴욕을 시작으로 도쿄와 홍콩을 거쳤다. 각 도시를 상징하는 백화점을 전시 무대로 활용하는데, 한국에서는 '롯데타운 잠실'이 서울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선정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입비스트가 지난 20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조명하는 '하입비스트 아카이브'를 볼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을 비롯해 예술계의 이목을 끌었던 과거 협업 사례도 한데 모아 공개한다. 하입비스트와 K-아티스트가 함께 만든 특별한 작품들도 전시된다. '나이키 조던' '케이스티파이'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한 조형 예술가 '수린'의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하입비스트가 롯데타운 잠실에 착륙했다는 뜻을 담은 우주선 형태의 새 조형물도 선보인다. 전시와 연계된 한정판 패션 굿즈도 구매할 수 있다. '슈프림' '피스마이너스원' '버질아블로 아카이브' 등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와의 콜라보 티셔츠를 단독 출시한다. 앞선 전시들에서 하루 만에 완판됐던 상품으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전시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격주 토요일마다 아티스트 토크 세션을 진행한다. K-패션 디자이너와 K-아트 컬렉터 등 한국 패션 예술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선다. 무료 참가 신청은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하입비스트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할 수 있다. 2026/03/12
“나는 나무예요”…91세 김윤신, 호암에서 다시 본 70년 조각[박현주 아트클럽] “나무는 바로 나입니다.” 구순을 넘긴 조각가 김윤신의 말은 단순한 비유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오히려 그 말이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11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한국 현대조각의 한 축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동시에 한 조각가가 자연이라는 재료와 평생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직으로 서 있는 나무조각들이다. 거칠게 절단된 면과 벌어진 틈, 다시 맞물린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나무의 껍질과 내부 결이 동시에 보이고 전기톱의 흔적도 숨기지 않는다. 김윤신의 조각은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과정이 드러난 조각에 가깝다. 그는 나무를 오랫동안 바라본다. 결과 색, 재료의 성질을 관찰하다 어느 순간 형상이 떠오르면 전기톱을 든다. 밑그림은 없다. 나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형태를 끌어낸다는 방식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자르고 나누고 작가와 재료가 하나가 되고, 그 만남 속에서 또 다른 존재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죽은 나무를 다시 세우다 김윤신에게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1935년생 함경남도 원산이 고향인 그는 전쟁 중 어머니와 함께 오빠들을 찾기 위해 시신이 쌓인 곳을 뒤집어 보며 가족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 기억은 훗날 죽은 나무를 다시 세우는 일과 이어진다. 그가 말한 또 하나의 장면도 있다. 전쟁 뒤 기름을 얻기 위해 뿌리째 거꾸로 파헤쳐진 소나무들이다. 그는 그 나무들을 친구처럼 느꼈다고 했다. 버려진 나무를 작품으로 남기는 것이 친구를 기억하는 마음이었다는 그의 말. 그 고백 앞에서 김윤신의 조각은 더 이상 단순한 추상이 아니다. 삶과 죽음, 상실과 복원, 그리고 기도의 흔적을 품은 조형이 된다. 어쩌면 그의 수직의 조각들은 쓰러진 것을 다시 세우려는 몸짓인지도 모른다. 갈라지고 맞물린 형상들은 오빠가 살아 있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기도를 닮아 있다. ◆남미에서 시작된 전기톱 조각 나무 조각 앞에 서면 묘한 장면이 떠오른다. 전기톱을 든 할머니가 나타난다. 나무들이 떨고 있다. 전기톱이 지나가고 나무는 갈라지고 맞물린다. SF 만화 같은 장면이지만 이것이 바로 조각가 김윤신의 하루다. 그러나 그 나무들 이미 죽은 나무들, 버려진 나무들이다. 전기톱은 나무를 죽이는 도구가 아니라 다시 살리는 도구가 된다. 일명 '전기톱 할머니'가 지나간 자리에서 나무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렇게 탄생한 조각이 김윤신이 평생 말해온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다. 김윤신의 작업 방식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게 된 것은 1983년 아르헨티나 이주 이후였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숲이 보였습니다. 한국은 산과 산 사이에 마을이 있는데 거기는 평야였습니다. 그 자연이 나를 멈추게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작업 환경이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작업실도, 재료도 부족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버려진 나무를 주워 작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목재였다. 남미의 나무는 한국에서 쓰던 조각 도구로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했다. 결국 그는 전기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기톱으로 절단한 나무의 결과 틈, 쪼개진 면은 그대로 작품에 남았다. 그 상처는 숨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조각의 생명력이 됐다. ◆돌과 회화로 확장된 작업 이번 전시는 나무조각뿐 아니라 돌조각과 회화까지 함께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그는 돌을 사용한 조각으로 재료의 범위를 넓혔다. 단단한 물질을 쪼개고 맞물리게 하는 방식 속에서 조각의 표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2000년대 초반 이후에는 색채와 기호가 등장한다. 삼각형, 지그재그 같은 문양은 남미 원주민 문화의 시각 언어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작가 자신의 기호 체계와 만난다. 이 무렵부터 조각과 회화는 서로를 닮아가기 시작한다. 회화 연작 ‘영혼의 노래’에 나타나는 파동과 기호들은 조각의 리듬과 이어지고, 조각은 다시 회화적 표면을 얻는다. 2000년대 이후 김윤신의 조각에는 색채와 기호가 들어오며 조각과 회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조형 세계가 펼쳐진다. ◆잔잔한 리듬의 일상…런웨이 같은 전시 나무 작업이 총망라된 이번 전시는 그 양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작업하는 사람의 일상처럼 잔잔하고 성실한 리듬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한 점 한 점이 축적의 결과라기보다 오늘도 작업실로 향했을 한 사람의 습관처럼 놓여 있다. 특히 2층 전시장은 런웨이처럼 길게 구성됐다. 관람객은 양쪽에 놓인 작품을 번갈아 응시하며 걷게 되는데, 그 동선은 마치 김윤신의 시간 위를 걷는 경험에 가깝다. 오래된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한 조각가의 열정이 그 공간을 밀고 간다. 이번 전시에만 170여 점이 나왔지만 작가가 남긴 작품은 현재 1500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5년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해 70여 년을 예술에 헌신해온 김윤신이 현재까지 제작한 작품은 평면과 입체를 아우른다. 이번 회고전에는 망실된 1960년대 이전의 작품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가장 초기작인 1960년대 파리 유학 시절의 판화와 이후의 실험적인 평면작품들, 그리고 60대에 들어 몰입하기 시작한 다채로운 회화까지 선보인다. ◆코로나가 만든 ‘회화-조각’ 전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채색 조각은 코로나 시기의 산물이다. 밖에 나갈 수 없고 재료도 떨어지던 시기, 그는 작업실에 남은 나무 조각들과 공사장에서 나온 폐목재들을 모아 조각을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입혔다. 그렇게 탄생한 작업은 조각이면서도 회화 같고, 회화이면서도 구조물 같다. 작은 캔버스들이 조립된 것 같은 이 형식에 그는 ‘회화-조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버려진 목재 위에 색을 칠하는 행위는 어린 시절 자연과 놀던 기억을 다시 꺼내는 일이기도 했다. 쓸모를 다한 재료에 다시 숨을 넣는다는 점에서 이 작업 역시 김윤신 조각의 오랜 테마를 잇는다. ◆뒤늦게 시작된 국제적 조명 김윤신이 국제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프랑스 출신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가 70대 이후 재평가된 것과 비슷하게 그는 80세에 가까워서야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겪으며 성장한 그는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1964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3년 이우환, 권영우, 김창열 등과 함께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1974년에는 ‘한국여류조각회’를 창립하며 여성 조각가들의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 상명대 교수직도 버리고 198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그는 40년 가까이 남미에서 작업하며 독자적인 조각 세계를 구축했다. 수양딸인 김란 등 제자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귀국한 그는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그의 작업은 국제갤러리, 리만머핀 전시 등을 통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되며 국제적으로 재조명됐다. ◆호암미술관에서 다시 읽히는 K 조각가 김윤신 90대 '전기톱 할머니 조각가'의 이번 전시는 또 하나의 기록이다. 호암미술관에서 한국 여성 조각가 개인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열린 여성 조각가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였다. 호암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윤신 작가는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했지만 호암미술관 전시를 계기로 그의 작품 평가는 전과 후가 달라질 것입니다. 살아 있는 ‘올드 파워’ 작가로서 한국 여성 조각가의 미술사적 의미를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그런 선언에 걸맞다. 한국에서 출발해 파리를 거쳐 아르헨티나로 이어진 김윤신의 여정은 한 작가의 개인사에 머물지 않는다. 모더니즘이 어떻게 유럽의 발원지를 넘어 남미와 아시아의 자연, 신앙, 기억과 만나 다른 얼굴로 변형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던하면서도 원시적이고 자연적이면서도 구조적이며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이 조형 세계는 한국 현대미술 안에서도 쉽게 닮은 예를 찾기 어렵다. ◆작가가 꼽은 '원픽'은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품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특히 애정을 보인 작품은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 1987-88'이다. 현재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에 특별 대여됐다. 이 작품은 김윤신이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지 4년째에 제작한 조각이다. 안정감 있는 밑둥 위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돌기들이 서로 다른 각도와 밀도로 맞물리며 올라가 마치 조각의 뼈대를 이루는 듯한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구성 속에서 작품은 관람자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하나의 응축된 몸체에서 굴곡이 풍부한 역동적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나무의 껍질과 심부를 넘나드는 시선은 나무의 결뿐 아니라 전기톱이 지나간 흔적까지 함께 읽어 들인다. 1984년 작품과 유사한 형식을 지니면서도 구조적으로 더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조형으로 발전한 이 조각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김윤신의 조형 세계가 원숙하게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90대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 90대에도 계속 작업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정신력입니다.” 이는 단순한 근성론이 아니다. 나무와 돌을 다루는 일은 노동이고 오랜 시간 재료를 응시하며 자기 안의 형상을 기다리는 일은 수행에 가깝다. 그는 “내 생각과 내 정신이 하나가 돼야 작업이 된다”고 말했다. "젊을 때는 형태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작품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김윤신의 조각은 손보다 정신이 먼저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됐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호암미술관에서 생애 첫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작가는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런 날이 올 줄 진짜 몰랐어요. 이건 사람이 만든 일이 아닙니다.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이 말은 단지 겸손의 수사가 아니다. 그는 70년 가까이 작업해온 사람이고 현재까지 평면과 입체를 합쳐 1500점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간이 이제야 도착한 것처럼 말한다. 그 늦은 도착의 감각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만든다. 전기톱 자국이 남은 나무들, 쪼개진 뒤 맞물린 돌, 기호와 색을 입은 회화와 조각들. 모두가 한 사람의 평생을 관통한 같은 문장을 말하고 있다. “나는 나무예요.” 죽은 나무를 다시 세우고 버려진 것을 다시 생명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김윤신이 평생 해온 작업이다. “91세, 나이를 의식한 적이 없다”는 그는 지금도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꿈이요? 그냥 계속 작업하는 겁니다.” ‘합이합일. 분이분일.’ 마치 주문처럼 그 말을 되뇌며 또 하루를 조각한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2026/03/11
RM 기부금으로 만든 도록 '나라 밖 빛나는 한국 옛그림' 나왔다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해외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전해진 한국 회화를 모아서 도록 'IT’S ____ HERE : 나라 밖 빛나는 한국 옛 그림'을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방탄소년단(BTS) RM의 기부금으로 제작된 도록에는 16세기 초부터 20세기까지 한국 회화가 담겼다.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한림제설도' 등이다. 도록은 국내외 국공립 도서관과 주요 연구 기관에 배포된다. 재단은 "해외 소장 기관과 협력 아래 고해상도 이미지와 작품 해설을 함께 실어 학술 연구는 물론 전시·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곽창용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사무총장은 "우리 전통 회화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정신과 미감을 담아온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그중 일부는 국외에서 세계인과 만나고 있다"며 "이번 도록은 해외에 전해진 24점의 전통 회화를 통해 한국 회화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다시 조명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2026/03/11
한예종 기록관, 무용원 30년사 다룬 전시 '1996, 무용원 한 발'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 대학기록관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무용원의 역사를 다룬 '1996, 무용원 한 발'을 오는 12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석관캠퍼스와 서초캠퍼스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 기획전시는 대학기록관의 네 번째 개원 기념 전시로, 1996년 개원한 무용원의 역사를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의 의미를 담았으며, 개원의 모든 과정을 전시로 구성했다. 전시된 기록물은 ▲3개원 동시 개원 추진 보고 ▲1996년 무용원 우선 개원 확정 ▲2개 학과에서 현재의 3개 과(실기과, 이론과, 창작과) 구성 ▲무용원 입학 정원 및 선발 방법 ▲교과과정 관련 논의 ▲국립극장 별관 학습장 ▲서초캠퍼스 학습장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시는 '선을 잇는 순간'과 '우리는 지금 어디서 춤을 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서로 다른 리듬과 호흡을 가진 움직임들이 자유로운 상상과 실험을 통해 결국 하나의 춤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앙리 마티스의 'THE DANCE(더 댄스)' 명화를 오마주했다. 또한 초대 총장 이강숙 아카이브 중 무용원 영재 입학생들의 방송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VHS) 영상도 공개됐다. 직접 녹화를 뜬 해당 영상은 기록관에서 복원했으며, 당시 무용원이 국립극장 별관에 학습장이었던 장면과 예술 교육의 중요한 목표인 예술 영재 교육의 이념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기록관 박하늬 기록연구사는 "한국 현대무용의 산실인 무용원의 탄생 과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최초로 두 캠퍼스에서 그 역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전시"라면서 "앞으로 2027~2028년 개최 예정인 '1997 미술원 한 선', '1998, 전통예술원 한 얼'의 남은 기획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각 원의 발자취를 충실히 기록하고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예종 대학기록관의 모든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대학기록관의 상세한 정보는 한예종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시장 조성 과정과 기획 결과의 세부 정보는 대학기록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가능하다. 2026/03/11
비닐봉지에서 환생한 꽃사슴·라쿤…서래마을 스페이스엘, 김윤 개인전 버려진 물질이 다시 태어난다. 녹아내린 비닐, 겹겹이 쌓인 글루건은 조형이 되고, 데이터는 새로운 피부가 된다. 현대미술 작가 김윤의 개인전 ‘Reincarnation and Essence–환생 그리고 본질’이 서울 서초동 서래마을 갤러리 스페이스엘에서 열리고 있다. 비닐봉지로 만든 회화 작품 1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현대 소비 사회의 부산물이 예술적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윤은 비닐과 글루건 등 일상적인 재료를 활용해 물질의 변형과 시간성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비닐에 열을 가하고 겹겹이 중첩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물질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만지고 보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물음이다. 작품은 극사실 회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구상력이 뛰어나다. 비닐봉지를 녹여 만든 화면은 숯이나 먹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탄탄한 질감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한다. 동물 털의 질감을 치밀하게 살린 화면은 높은 밀도와 내공을 드러낸다. 기후위기 시대를 상징하는 비닐과 글루건으로 탄생한 화면은 일상의 물질이 전혀 다른 미학적 존재로 변모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갤러리 스페이스엘 이정아 대표는 “김윤의 작품은 가벼운 물질로 구성된 외형과 달리 현대인의 정체성과 존재를 성찰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김윤의 물질 실험과 디지털 매체 탐구를 통해 동시대 예술이 제기하는 존재와 물질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작가 김윤은 목원대학교 회화과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I Am Not A Plastic Bag’(갤러리 다온, 2025), ‘Plastic+Plastic’(백운갤러리, 2016)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시는 22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3/11
나귀 뒷다리 하나로 웃겼다…유홍준이 본 '대기만성' 겸재 정선 "예술에서 유머를 했다는 건 장악했다는 거죠. 대가(大家)만이 가지는 특권입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겸재 정선의 '옹천'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금강산에 독벼랑이라 부르는 절벽을 그린 '옹천' 속에는 나귀 엉덩이와 꼬리가 그려져 있다. 유 관장은 정선이 나귀를 통해 그려지지 않은 사람을 상상하게 해, '사람 가는 분위기'를 그려야 하는 산수화를 '유머'로 승화한 부분을 이같이 짚었다. 10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진행된 특별 강연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을 통해 유 관장은 정선을 대기만성(大器晩成)형 대가라고 평했다. 신화를 담아낸 벽화 중심의 서양화와 달리 감상화에서 출발한 동양화는 발전을 거듭해 산수화를 중심으로 그려왔다. 당시 조선 화가들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중국 땅 대신 우리 땅에 집중한 정선은 동양회화사에서 높은 위상을 지닌다. "정선 이전에도 우리나라를 그린 산수화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하나의 장르로 만든 건 분명하게 정선입니다." 다만 정선 혼자만의 힘으로 구축한 건 아니다. 실학 등 주체적 인식이 커지는 분위기와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선 역시 시작은 당시 다른 이들과 비슷했다. "36살 때 그린 그림을 보면 있는 그대로는 아니라도 형상을 되도록 정직하게 그리려고 했습니다." 정선은 노년에 이를수록 선과 묵의 농도 등으로만 자연을 그리는 단계에 이른다. 유 관장이 이날 강연은 그 변화를 좇았다. 정선은 교본(화보)을 따라 그리며 기본을 충실히 익혔다. 40대 중년에 이르러 '조선적인 것'을 넣은 정선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양현감 등 관직생활을 시작한 정선은 친구들 부탁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없어졌지만 봉서정이라 하는 남한강 변의 멋진 정자 이런 진경산수를 포착하는 걸 하게 됐습니다. 산천의 아름다움을 보면 사색하는 게 이때부터 틀이 잡힌 거죠." 당대 정선의 관직 진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관아재 조영석은 그런 게 싫어서 붓을 꺾어 버렸는데 정선은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마음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용기는 그림에서 드러납니다." 정선은 당시 기준으로 노년인 60대에 진정한 그림 세계에 진입한다. "생략할 건 다 생략하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죠." 유 관장은 정선의 그림이 이때부터 좋아졌다고 했다. 마침내 70~80대 정선은 최고 역량을 꽃피운다. "자연 입장에서는 틀렸지만 그림 입장에서는 맞았다는 말이 인상파 특징인데 정선의 그림이야말로 그렇습니다." 정선은 생략하고 과장하면서도 현실을 담아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고 경지에 이르면 다 보여주는 게 아니고 약간 그 맛을 덜어 냅니다." 유 관장은 정선의 회화적 완성도 정점으로 '박연폭포'를 꼽았다. 폭포는 길게 늘어졌고, 시점은 올려다보기도 내려다보기도 한다. "작가로서 대기만성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한편, 진경산수를 일으키면서 동양화가 가질 수 있는 관념적, 서정적 특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걸 만들었습니다." 유 관장은 정선에 대해 열정을 다해 설명했다. 그 속에는 노년의 겸재와 같이 '유머'가 있었다. 800명 인원이 꽉찬 강연장에서 웃웃음소가 끊이지 않았다. 2026/03/10
리만머핀 서울, 멕시코 작가 알렉스 행크 아시아 첫 개인전 리만머핀 서울은 멕시코 출신 작가 알렉스 행크의 아시아 첫 개인전 ‘오직, 지금’을 11일부터 4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스위스 알프스 인근 작업실에서 채집한 자작나무 위에 흑연으로 작업한 드로잉 5점을 선보인다. 자작나무의 나뭇결과 흑연의 섬세한 선이 결합해 인물의 신체적 존재감과 심리적 긴장을 동시에 드러낸다. 행크는 인물의 외형적 재현을 넘어 내면을 응시하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반투명하게 겹쳐진 레이어와 제작 과정에서 남은 흔적들은 화면에 시간의 층위를 형성하며 회화의 물질성과 촉각성을 강조한다. 대표작 ‘가죽을 두른 성자’(2025)는 가죽 재킷을 입은 인물을 치밀한 필선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숲을 배경으로 인물과 공간의 관계를 교란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흔든다. 또 다른 작품 ‘로마의 부상’(2025)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구도를 차용해 종교적 장면을 새로운 감정의 이미지로 변주했다. 1973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알렉스 행크는 현재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회화,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간 형상을 통해 권력, 친밀성, 순수성 등 감정의 층위를 탐구해 왔다. 한편 리만머핀 서울은 같은 기간 장욱진, 이응노, 서세옥의 작품을 조망하는 3인전 ‘하나, 그리고 우리’도 함께 열린다. 세 작가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 근현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해 온 작가들이다. 이응노와 서세옥은 수묵과 서예의 전통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했고, 장욱진은 단순화된 형태와 절제된 색채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전시는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개인의 존재와 공동체의 관계,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조망한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