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DDP 누적 방문객 1억 명…다음 10년의 전략은? 동대문, 그리고 서울의 풍경을 바꾼 DDP. 이제는 DDP 없는 동대문을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10년간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다음 10년을 이야기한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차강희)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6시 30분,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에서 'DDP 브랜드 포럼: 변화의 순간을 말하다'를 연다. 이번 포럼은 패션·엔터테인먼트·건축 세 분야의 대표 인물들이 모여, DDP가 창출해온 도시 경험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향후 전략을 제시하는 자리다. 지난 10년간 DDP는 서울의 디자인·패션·엔터테인먼트·건축을 연결하며 도시 문화의 최전선에 서왔다. ‘서울라이트’는 미디어 파사드와 도시 보행 경험을 결합해 시민과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넓혔고, ‘서울패션위크’는 보이드와 곡면 파사드를 무대로 삼아 패션·음악·영상이 교차하는 새로운 도심형 문화를 만들었다. 그 사이 DDP는 1000건이 넘는 전시를 열었고, 누적 방문객 1억 명을 넘어섰다. 지난 9월,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Design Miami. In Situ)’는 서울을 ‘글로벌 디자인 도시’로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번 포럼은 이런 성과 위에서, DDP의 경험적 가치가 어떻게 도시 전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전략의 무대다. 서울디자인재단 차강희 대표는 “DDP는 하나의 건축을 넘어 서울의 감각과 콘텐츠가 교차하는 브랜드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며 “패션, 엔터테인먼트, 건축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공공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실행 전략을 함께 설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럼 참가 신청은 DDP 공식 홈페이지(www.ddp.or.kr)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 디자인 창작자뿐 아니라 예비 창작자, 그리고 도시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다. 2025/10/30
도시는 '감성 생명체’…글로벌 스튜디오, MZ와 '잡담'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 2층, 어둠 속 거대한 스크린이 천천히 숨을 쉰다. 수많은 빛의 입자가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도시의 표정이 피어난다. 건물의 입면이, 사람의 감정이, 그리고 서울의 심장이 서로 겹쳐진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 ‘글로벌 스튜디오: 당신의 감성 도시, 서울(Emotionally Yours, Seoul)’은 인공지능(AI)과 전 세계 시민이 함께 만든 거대한 감정 지도다. 세계 각지에서 시민들이 건축의 입면을 보고 느낀 감정을 업로드하면, AI는 그 데이터를 시각화해 스크린 위에 펼쳐놓는다. 이 전시는 도시를 하나의 ‘감성 생명체’로 바라본다. 더 깊은 참여를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글로벌 스튜디오’는 특별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는 11월 9일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에서는 ‘MZ세대가 바라보는 도시와 건축’이 열린다. 젊은 건축가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독립 매거진 '잡담'과 협업해 기획된 이번 토크는, 도시와 건축이 개인의 감정·사회적 관계·일상의 풍경과 어떻게 맞닿는지 젊은 세대의 언어로 풀어낸다. 평론가 황교영이 사회를 맡아 대화를 이끌며, 세대 간 감각이 교차하는 생생한 담론의 장이 될 예정이다. 한편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 서울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총감독을 맡은 이번 비엔날레는 도시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시선을 공유하고, 건축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오는 1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2025/10/30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美 스미스소니언 ‘이건희컬렉션’ 전시 개막 연기 미국 스미스소니언이 주관하는 ‘이건희컬렉션’ 전시 개막이 연기됐다. 11월 6일부터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30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체이스 로빈슨(Chase F. Robinson)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관장은 김성희 관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박물관이 임시 휴관 중”이라며 “박물관이 공식적으로 재개관한 이후 전시가 개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11월 6일로 예정된 이건희컬렉션 개막 프리뷰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컬렉션’ 국외 순회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Treasures from Korea: Collecting, Cherishing, and Sharing)’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시카고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등 한·미 4개 기관이 공동 주최한다. 2021년부터 추진돼 2023년 양국 간 ‘한국실 지원사업 협약’을 통해 본격화됐으며, 현재 전시품 설치는 모두 완료된 상태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측은 “연방정부 셧다운이 해제되고 박물관이 다시 문을 연 이후 개막 일정을 확정해 공지할 예정”이라며 “개막 후 초청 행사도 진행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5/10/3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작품 1만 점 시대 연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작품 1만 점 시대를 연다. 지난 3년간(2023~2025) ‘국내외 동시대 주요 작가 작품 집중 확보’와 ‘한국미술사 결락 보완’, ‘신진작가 발굴’, ‘장르별 균형 수집’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컬렉션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30일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서서울미술관의 대규모 이관이 더해지며 본·분관 통합 소장 규모가 1만 점을 돌파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최근 휘트니미술관 커미션 작가 토크와세 다이슨(Torkwase Dyson),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을 확보하며 국제적 위상을 강화했다. 특히 클레어 퐁텐의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2024년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제목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국내 컬렉션 강화도 두드러진다. 권진규의 ‘테라코타 여인 흉상’, 장성순의 1950년대 회화, 김종학·이상욱의 드로잉과 판화, 홍경택의 회화 등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결락을 메우는 주요 작품들이 새로이 수집됐다. 또 공모를 통해 류성실, 상희, 차재민, 탁영준 등 신진작가의 대표작을 구입했으며, 공예·한국화 분야에서는 이수지, 박웅규, 한상아의 작품을 추가해 장르 균형을 맞췄다. 컬렉션의 또 다른 동력은 대규모 기증이다. 올해는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승택(1932~)이 설치·조각·사진 등 대표작 146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로써 서울시립미술관은 2020년 김인순, 2021년 권진규, 2022년 박광진, 2023년 한운성, 2024년 송수련으로 이어지는 기증 릴레이를 완성했다. 2021~2025년 기증 작품의 평가액은 약 220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올해 5월 개관과 함께 정해창, 김천길, 박영숙, 구본창 등 한국 사진사 주요 작가 26인의 작품 7000여 점을 이관받았다. 내년 상반기 개관 예정인 서서울미술관은 김윤철, 남화연, 언메이크랩, 김치앤칩스, 셰자드 다우드, 아니카 이, 로랑 그라소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뉴미디어 특화 컬렉션을 구축 중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의 대표 공공미술관으로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확보하고, 시민이 예술적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전시·연구·교육·출판·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소장작품을 적극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2025/10/30
'월드 웹툰 페스티벌' 21만명 몰렸다…1인 평균 4.5만원 굿즈 등 구매 21만 여명이 방문한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타운 잠실 일대에서 '월드 웹툰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월드 웹툰 페스티벌'은 웹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웹툰 지식재산(IP)의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행사로, 웹툰 창작자와 기업, 독자가 모두 참여한다. 올해 페스티벌은 지난해 참가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팝업 기간과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16일부터 26일까지 롯데월드몰에서 운영된 팝업전시에는 12개 기업이 참여해 35종의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 상품과 한정판 굿즈를 선보였다. 팝업 운영 기간 누적 방문객은 약 21만 명에 달해 웹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러한 열기는 매출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행사 시간 중 1회 최고 결제 금액은 340만원, 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4만5000원으로 집계돼 웹툰 IP의 시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19일부터 22일까지 전시와 팝업, 무대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 공식 행사 기간에는 9만7000여 명이 잠실 일대의 페스티벌을 찾았다. '웹툰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에는 200여 종 이상의 IP가 참여해 웹툰이 영상과 공연, 게임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정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웹툰은 이제 하나의 콘텐츠 장르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산업적 가치를 가진 핵심 IP"라며 "창작·유통·사업화 전 단계를 아우르는 지원을 통해 K-IP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2025/10/30
꼭두와 동자석 또다른 나…‘끝없이 반짝이는 거울의 방’ 반짝임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우란문화재단의 우란1경에서 열린 전시 ‘끝없이 반짝이는 거울의 방’은 장례의 상징이었던 꼭두와 동자석을 불러내, 죽음이 품은 또 다른 생의 빛을 이야기한다. 오랜 세월 무덤을 지키던 유물들을 전시장으로 옮겨와 현대 작가 8인의 작품과 마주 앉혔다. 조선시대 꼭두와 동자석은 이제 더 이상 저승의 문지기가 아니라, 오늘의 인간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의 본질을 되묻는 존재로 등장한다. 나무와 돌로 깎인 인형들은 사진, 도자, 미디어, 금속,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맞닿으며 ‘대리하는 몸’의 의미를 다시 쓴다. 이승과 저승, 실재와 비물질,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전시에서 거울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통로이자 분신이다. 죽음을 끝이 아닌 여행으로 이해했던 선조들의 생명관은 오늘의 작가들에게 새로운 언어로 환생한다. 그들의 작업은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빛과 어둠이 맞닿은 경계의 지점을 반짝이며 흔들린다. 그 반짝임 속에서 ‘기억 속의 몸’을 발견하게 한다. 우란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는 전통 장례 유물의 미학적 재조명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함께 사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026년 1월 24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5/10/30
‘생산성 생성하기’, 예술은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테델릭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SMA)이 공동연구를 통해 출판 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스테델릭미술관 연구: 생산성 생성하기’를 발간한다. 양 기관은 2024년 6월부터 협력 연구와 출판을 진행하며, 서울 기반 독립기획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임수영을 ‘에디토리얼 펠로우’로 선정했다. 이번 연구에는 총 16인의 국내외 필진이 참여해 ‘생산성 생성하기(Producing Productivity)’를 주제로 동시대 예술과 기술, 산업, 노동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탐색했다. ‘생산성 생성하기’는 동아시아 산업생산의 근대화, 생성형 AI의 기술적 쟁점, 사이버네틱스와 예술전시의 결합, 예술가의 대안적 실천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특히 아시아의 지정학적·역사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생산’과 ‘생성’의 개념을 교차하며, 기술과 예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산성의 의미를 조망한다. 필진에는 임수영 외에도 언메이크랩, 나가타 코스케, 이문석, 아프사, 신진영, 전유진, 박소현, 미유, 천현득, 고아침, 이수연, 샤를 란드브뢰흐트, 캐슬린 딧지그, 라이언 호 등이 참여했다. 출간을 기념해 11월 23일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오디토리움에서는 공공 프로그램 ‘빌린 입으로 말하기: 예술, 아시아, AI에 관한 편집자주’가 열린다. 임수영, 샤를 란드브뢰흐트, 채연(국립현대미술관)이 참여해 18개월간의 협업 경험과 연구 내용을 공유하며, 현지 연구자 및 예술 관계자들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아시아 동시대 예술담론을 유럽 유수 미술관과 공동으로 출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두 미술관은 차세대 편집자·연구자들을 지원함으로써 학술 생태계 확장과 협업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의 근간이 되는 연구와 출판을 차세대 연구자들에게 개방한 것은 매우 혁신적인 시도”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도 연구와 출판을 통해 한국미술과 세계의 만남을 더욱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지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 스테델릭미술관 서점,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SMA 온라인 저널 ‘스테델릭 스터디스(Stedelijk Studies)’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도 무료 열람이 가능하다. 2025/10/30
서울대공원 새끼 시베리아 호랑이 이름 '설호'…11월 시민 공개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새끼 시베리아 호랑이 이름이 '설호'로 정해졌다. 30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새끼 호랑이 이름 추천에 총 2460명이 참여했다. 다양한 이름 중 다득표를 받은 상위 6개가 선정됐고 이후 서울시 모바일 투표 플랫폼 M보팅 사이트에서 9월 23일부터 24일까지 시민 참여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 결과 설호가 177표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해온(140표), 3위는 보훈(82표), 4위는 새미(80표), 5위는 다온(46표), 6위는 미루(45표)였다. 서울대공원은 "이제부터 서울대공원 뉴페이스 아이돌인 암컷 아기 시베리아 호랑이를 설호로 불러 달라"며 "앞으로 서울대공원 SNS를 통해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하는 설호의 멋진 모습을 많이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순수 혈통 시베리아 호랑이(암컷)인 설호는 올해 현충일인 지난 6월 6일 태어났다. 부모 개체는 모두 15세 노령으로 일반적으로 번식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산이 이뤄졌다. 부(父) 로스토프와 모(母) 펜자는 2010년 러시아 야생에서 태어나 우수한 혈통을 이어온 개체다. 한·러 수교 20주년 정상회담을 기념해 2011년 5월 22일 서울동물원으로 반입됐다. 새끼 호랑이의 '할머니 개체'는 러시아 연해주 야생에서 구조된 개체다. 이번 탄생은 순수 혈통 계보를 이어가는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보전 가치가 크다고 서울대공원은 설명했다. 출산에 앞서 서울대공원은 호랑이가 생활하는 맹수사 뒤편 동물원 관리 도로에 서양 측백나무를 빼곡히 심어 관람객, 업무 차량 등으로 인한 소음을 차단해 조용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 올 초부터 맹수사와 인접해 있는 관리 도로 개장 시간을 1~2시간씩 늦춰 호랑이가 충분히 잘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설호는 1~4차 예방 접종이 끝나는 다음 달 중순 일반 시민에 공개될 예정이다. 2025/10/30
50명 작업실 문 활짝…장흥 가나아뜰리에 일반 공개 예술과 일상, 작가와 관람객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의 장이 열린다. 국내 대표 예술창작 레지던시인 경기 장흥 가나아뜰리에가 오는 11월 1일 ‘제13회 오픈스튜디오 WITHIN’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가나아트파크가 주관하고 서울옥션이 협업하는 문화 프로젝트로, 50여 명의 입주 작가들이 참여해 창작의 현장을 일반에 공개한다. 관람객은 일상적인 전시 공간을 넘어, 작가들의 실제 작업실과 진행 중인 작품을 가까이서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올해는 행사 범위가 한층 확장되어, 가나아뜰리에·가나아트파크·서울옥션 뉴 아트스토리지까지 전면 개방된다. 창작에서 전시, 그리고 수장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생태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특히 입주 작가 전원이 참여한 ‘커스텀 달항아리 프로젝트’가 최초 공개된다. 전통 도자 형태에 현대 작가들의 감각을 더한 협업 작업으로, 현장에서 진행되는 이벤트 경매(Event Auction)에 출품된다. 저녁에는 음악과 미술이 결합된 '아트나이트’가 이어진다. DJ 퍼포먼스와 함께 예술공간이 하나의 문화적 축제로 변모하며, 늦가을 밤을 감각적인 예술 경험으로 채운다. 가나아트파크는 강남-장흥 간 셔틀버스를 운행해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가나아뜰리에 오픈스튜디오는 지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3회를 맞는다. 작가의 창작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술 교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2025/10/30
‘사실주의 거장' 구자승 귀환…선화랑서 20년 만의 개인전 “작업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다.” 정물 속에 시간을 봉인한 화가, 구자승(84) 화백이 20년 만에 다시 선화랑으로 돌아왔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은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2006년 이후 사실주의 회화의 대가 구자승의 개인전을 연다. 2006년 이후 20년 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1983년 첫 개인전 이래 40여 년간 선화랑과 인연을 이어온 작가의 대형 회고전이다. 구자승의 회화는 메마른 나무상자, 흰 보자기, 바랜 주전자, 비워진 술병 같은 평범한 사물에서 일상의 정적을 끌어올린다. 빛과 그림자가 멈춘 화면 속 사물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간의 흐름을 가두고 존재의 흔적을 기록한다. 그림은 '붓으로 그린 회화'가 아니라 ‘시간을 그린 회화’다. 사람의 손끝에서 이런 정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빛이 물체를 비추는 순간조차 완전히 ‘정지’되어 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존재의 정밀한 포착, 마치 시간의 정물화 같다. 보통 극사실주의는 카메라의 눈을 따라가지만, 구자승은 오히려 카메라보다 느리게, 더 깊게 들어간다. 그 느림 속에 색의 진동, 공기의 층, 작가의 숨이 다 들어있다. 그래서 그 결과물이 ‘인간이 그린 게 맞나’ 싶은 초월의 감각을 준다. 정물에서 시간의 흐름을 멈추게 했던 그의 붓은, 인물 앞에서는 기억과 감정을 포착하는 눈으로 변한다. 전두환·김대중·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 이홍구 전 총리, 조순 전 서울시장 등 당대 인물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초상화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구자승의 회화는 결국 사물과 사람, 존재와 기억의 두 축 위에서 ‘멈춘 시간의 예술’을 완성해왔다. 선화랑에서 20년 만에 펼친 전시는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드로잉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일상의 오브제를 주제로 한 정물화에 집중하며, 구자승 특유의 ‘정밀함 속 고요’가 드러난다. 사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현실보다 더 고요하게 존재한다. 빛이 스치는 순간조차 고요하게 봉인한 그의 회화는 빠른 속도의 시대에서 ‘멈춤’의 감각을 선사한다. 사진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묘사 속에서, 작가는 존재의 깊은 울림을 남긴다. 팔순을 넘긴 지금도 붓을 놓지 않은 구자승 화백은 “캔버스 앞에 앉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고요한 빈 공간이 많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선 “동양화의 문인화에서 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 개념을 서양화에 접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승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OCAD University에서 수학했다. 국내외 개인전 28회, 초대·국제전 690여 회에 참여했으며, 사실주의 회화의 한 축을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김환기미술관, 프랑스 쇼몽시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싸롱비올레 은상, 오지호미술상, 올해의 최고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선화랑 원혜경 대표는 “구자승의 회화는 존재와 시간에 대한 사유의 기록”이라며 “멈춰진 사물의 정적 속에서 영원의 감각을 전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냐 그림이냐, 이제 구분은 무의미하다. 도저히 붓으로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는 내공.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경지다.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