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만 헐라는가, 쉬어감세'…한글박물관, 충북 음성서 사투리 체험 충북 음성군 설성공원에서 충청도 사투리 체험 행사가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13~14일 설성공원 품바축제 행사장에서 충청도 사투리 체험 행사 '귀경만 헐라는가, 쉬어감세~'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지역 한글문화 활성화 사업에 따른 찾아가는 사투리 체험은 소멸 위기 지역어를 보존하고 중요성을 환기하는 행사다. 2024년 강릉 단오제, 제주 탐라문화제에 이어 지난해 창원 진해군항제, 순천 푸드앤아트페스티벌 등에서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사투리를 가지고 문제 맞히기, 소책자 만들기, 컵 꾸미기, 거울·가방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임성환 관장은 "국립한글박물관은 전국의 사투리보존회 및 지방문화원 등과 협력해 지역어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라며 "오는 7월 초 부여서동연꽃축제의 사투리 체험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2026/06/10
진주시, 채색화를 넘어 현대미술로…김기라×'이미지의 미래들' 채색화의 도시 진주가 이번에는 현대미술의 미래를 내건다. 진주시는 오는 15일부터 8월 25일까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국립진주박물관 등 3개 문화거점에서 특별기획전 '이미지의 미래들-서사하는 기억, 채색화를 넘어'를 개최한다. 3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조각 132점, 미디어 작품 16점 등 총 14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22년부터 이어온 '한국 채색화의 흐름'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단순한 계승에 머물지 않는다. 채색화라는 전통적 토대 위에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진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미래형 예술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성과는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김기라의 기획력에 있다. 사회적 메시지와 공동체, 기억과 역사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온 김기라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채색화를 박제된 유산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회화·조각·설치·미디어를 넘나드는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전통과 현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덕분에 전시는 '채색화 특별전'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벗어나 보다 확장된 현대미술 프로젝트로 진화했다. 자칫 관성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지역 문화사업을 동시대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올린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사유·공유·향유'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내면의 풍경'은 이성자의 예술세계를 축으로 심문섭, 김윤신, 오수환, 이강소, 최수앙 등이 참여해 존재와 자연, 인간 내면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에서 열리는 '광장의 기억'은 근대 산업유산 공간을 무대로 신학철, 서용선, 오원배, 이용백, 유근택, 권오상, 문경원 등이 참여해 역사와 노동, 개인과 사회의 서사를 탐색한다.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의 '시간의 중첩'은 박생광을 출발점으로 이세현, 강애란, 정연두, 이수경, 노상균 등이 전통과 현대, 기억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새로운 시공간을 제시한다. 세 공간은 서로 다른 전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과거의 기억은 어떻게 현재의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는 다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서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통 채색화를 회화 장르의 역사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미술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통을 보존의 대상이 아닌 동시대적 해석과 실험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예술을 통해 사회와 기억, 공동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진주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채색화의 도시'를 넘어 현대미술 담론을 생산하는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을 발판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미지의 미래들'은 그 선언에 가까운 전시다. 진부한 전통 계승론을 넘어, 전통이 어떻게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2026/06/10
세계 최초 문자박물관 샹폴리옹서 한글 특별전 한글을 통해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프랑스에 있는 세계 최초 문자 전문 박물관에서 열린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내달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프랑스 피쟉시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에서 해외교류전 '한 왕의 꿈, 만 백성의 말'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으로, 한글을 가지고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1986년 설립된 샹폴리옹세계문자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문자 전문 박물관으로, 2024년 한국에서 교류전을 가진 바 있다. 전시는 한국의 인쇄문화, 조선시대 문자문화와 한글 창제, 오늘날 한글, 문자를 통한 프랑스와 교류 역사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훈민정음 영인본'이나 '불설대부모은중경' '오륜행실도' 뿐만 아니라 '불어판 춘향전' '한불사전' '백자투각연환문필통' 등도 볼 수 있다. 김명인 관장은 "한글이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도구이자 문화 교류의 가교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문자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한글을 세계 속 문화자산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6/06/10
'주사기 작가' 윤종석의 변신…색면추상으로 건너간 풍경 산은 사라지고 면이 남았다. 바다는 지워지고 색이 남았다. 오랫동안 '주사기 작가'로 불려온 윤종석이 이번에는 풍경이 지나간 자리를 그린다. 서울 삼청동 도로시살롱은 12일부터 윤종석 개인전 '모든 흔적에는 이유가 있다'를 개최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주사기를 이용해 수만 개의 점을 찍고 선을 긋는 작업으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온 윤종석의 전혀 다른 얼굴 같은 전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점들은 사라졌고, 대신 넓고 평평한 색면들이 산과 하늘, 바다와 들판의 형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풍경화가 아니다. 작품 제목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차경(借景·Borrowing Landscape)'이 말하듯, 실제 풍경을 빌려왔을 뿐 재현하지는 않는다. 노르웨이 트롬쇠와 트롤스티겐, 터키 가지안테프, 경기 수동 등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들은 작가의 기억과 감정을 통과하며 간결한 색과 면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윤종석은 어느 날 여행길에서 마주친 풍경이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 가슴 속으로 훅 들어와 생각의 작동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농부들의 경작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선과 색이었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실제 장소의 기록이 아니다. 풍경이 남긴 인상과 잔상,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에 가깝다. 멀리서 보면 미니멀한 색면 추상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화면은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흘러내린 물감이 굳어 만든 층과 두께, 캔버스 가장자리에 남은 물질의 흔적은 마치 오랜 세월 퇴적된 지층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에는 색뿐 아니라 시간과 중력이 지나간 자국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작가는 선을 긋지만 면은 완전히 통제하지 않는다. 여러 색의 물감을 밀어내며 만드는 색면은 작가의 의도와 자연의 중력이 함께 완성한다. 풍경이 자연과 인간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윤종석의 회화 역시 인간과 자연의 공동 작업인 셈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선 또한 눈길을 끈다. 실제 풍경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선은 차창 밖 풍경을 따라 움직이던 시선의 궤적처럼 보인다. 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산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린 흔적이다. 그동안 사회와 인간,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업에 담아왔던 윤종석은 이번 전시에서 한 발 더 내면으로 들어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주제가 아니다. 풍경을 어떻게 시각 언어로 변환할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감정의 형상으로 바꿀 것인가가 그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점과 선의 회화에서 색과 면의 회화로 건너간 윤종석의 변화는 단순한 전환이 아니다. 주사기를 내려놓은 그는 풍경이 남긴 흔적과 기억을 추상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은 형식뿐이다. 화면 위에 시간을 쌓고 색을 경작하듯 한 칸 한 칸 일구어 가는 농부 같은 성실함은 여전하다. 반듯한 붓질과 차분하게 겹쳐진 색의 층위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전시는 28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6/10
물로 우려낸 기억의 산수…석철주, '신몽유도원도'와 '자연의 기억' 산은 보이지만 특정한 산은 아니다. 계곡과 숲, 운무가 어른거리지만 실제 풍경을 옮긴 것도 아니다. 한국화가 석철주(75)는 평생 자연을 탐구해 왔지만 자연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대신 물의 번짐과 우연의 작용을 통해 기억 속에 남은 풍경과 생명의 순환을 화면 위에 떠올려 왔다.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 3층과 지하 1층에서 연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신몽유도원도'와 '자연의 기억'을 중심으로 자연과 생명, 순환의 질서를 탐구해 온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각 층에서 두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전통과 현대, 실제와 상상을 넘나드는 석철주 회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석철주의 작업은 실경산수와 관념산수의 경계를 넘나든다. 산봉우리와 계곡, 숲과 운무의 형상을 암시하지만 특정 장소를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과 삶의 경험 속에 축적된 자연의 감각을 화면 위에 불러낸다. 작가는 "고정된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각자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석철주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을 활용한 독자적 기법이다. 젯소와 바탕색 위에 흰색을 올린 뒤 접착제를 섞은 스프레이와 붓질을 반복해 이미지를 드러낸다. 형태를 덧그리는 것이 아니라 밑에 숨어 있던 색과 형상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주체가 된다. 물의 건조 속도와 번짐 정도에 따라 색과 표정이 달라지고, 작가는 이를 통제하면서도 일정 부분 우연에 맡긴다. 화면에 나타나는 산과 계곡, 숲의 형상은 계획과 우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생활일기' 연작에서는 들꽃과 들풀, 달항아리, 화분 속 식물, 무와 같은 일상의 소재들이 등장한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대상보다 생명력이 깃든 존재들에 주목하며 자연이 품은 회복과 순환의 원리를 담아낸다. 작가는 "다친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듯 살아있는 것들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고 복귀 성향이 있다"며 생명에 대한 관심을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아왔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석철주의 작업을 "전통 수묵의 번짐과 스밈의 미학을 현대 회화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한다. 그는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사유와 현대적 조형 언어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며 "화면 위에 그리는 대신 물로 우러내는 그의 회화는 오늘날 한국화가 도달한 독창적 가능성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서 평론가는 "석철주의 그림은 풍경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우리의 자연 체험과 기억을 환기하고 복구하는 힘을 지닌다"며 "바로 그 점이 그의 회화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25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6/09
키아프 서울 2026, 175개 갤러리 참가…정구호 체제로 새 단장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이 오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25주년을 맞는 키아프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가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선보인다. 같은 기간 개최되는 프리즈 서울과 함께 서울을 글로벌 아트 허브로 부상시키는 핵심 행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9일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키아프 서울은 메인 섹션에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조현화랑 등 국내 대표 화랑을 비롯해 홍콩 화이트스톤갤러리, 미국 아트 오브 더 월드 갤러리, 독일 코른펠트 갤러리 등 해외 주요 갤러리가 참여한다. 일본 갤러리 츠바키와 독일 갤러리 츠뷔센 등 장기 참가 화랑들도 다시 합류한다. 올해는 총 20개 갤러리가 새롭게 참가한다. 미국 니노 미어 갤러리와 제이콥 아서 갤러리, 러시아 안나 노바 갤러리, 영국 JD 말랏 등 해외 갤러리 15곳과 갤러리헤세드, 헤드비갤러리, 카린, 호리아트스페이스, 씨디에이 등 국내 갤러리 5곳이 처음 키아프를 찾는다. 키아프의 신진 플랫폼인 '키아프 플러스(Kiaf PLUS)'도 규모를 확대한다. 국내외 19개 갤러리가 참여해 실험적 전시와 신진 작가를 소개하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예정이다. 솔로 부스에는 총 1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김남표, 김서연, 곽남신, 차혜림 등이, 해외에서는 헨리크 울달렌, 댄 라이프, 왕쯔핑, 린시쥔 등이 선정돼 개별 작가의 작업세계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올해 키아프의 가장 큰 변화는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의 도입이다. 정 디렉터는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 특별전 기획을 총괄하며 전시장 구조와 관람 동선을 전면 재정비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관람객이 머물고 경험하는 문화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올해 키아프는 공예와 물성, 디자인 영역까지 시야를 넓힌다. 키아프 플러스(Kiaf PLUS)와 특별전을 통해 동시대 미술과 공예,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들을 소개하며 새로운 컬렉팅 트렌드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성훈 키아프 운영위원장은 "전 세계 주요 갤러리와 국내 유수 화랑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조망하는 국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며 "서울을 찾는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키아프 서울이 열리는 9월에는 '대한민국 미술축제'와 서울아트위크가 함께 펼쳐진다.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송은, 스페이스K 등 주요 미술기관의 전시와 한남나잇, 청담나잇, 삼청나잇 등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서울 전역이 미술 축제의 장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한편 KB금융그룹은 3년 연속 키아프 서울 리드 파트너로 참여하며, 올해는 포스트 단색화의 대표 작가 김택상과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6/06/09
흑인 누드·꽃·고전 조각까지…'형태'에 집착한 메이플소프 사진은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20세기 후반 미국 사진계를 뒤흔든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는 평생 이 질문을 밀어붙인 작가였다. 그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의 매체가 아니라 조각처럼 구축할 수 있는 독립적 예술 형식으로 바라봤다. 국제갤러리가 9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옥 공간에서 선보이는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은 그가 평생 탐구한 '형태(Form)'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2021년 국내 첫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섹슈얼리티나 인물 초상 등 개별 주제보다 메이플소프 사진을 관통하는 조형 언어와 형식미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과 협력해 제작한 대형 오버사이즈 젤라틴 실버 프린트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 작품은 원형 프레임 안에 흑인 남성의 신체를 응축한 대형 사진이다. 양팔과 다리, 어깨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선들은 고대 조각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흑인 남성 누드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 소재를 통해 기존의 미적 기준에도 도전한다. 메이플소프는 생전 "사진은 말하자면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사진은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는 '찰나의 미학'보다 빛과 그림자, 비례와 균형을 철저히 통제하는 '극한의 미학'에 가깝다. 검은 배경 위에 놓인 흰 튤립 사진 역시 식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인다. 꽃은 아름다운 자연물이 아니라 완벽한 선과 형태를 가진 조각으로 재탄생한다. 관능성과 긴장감, 생명과 소멸의 감각이 동시에 스며 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대형 젤라틴 실버 프린트다. 은 입자가 포함된 감광지를 사용하는 전통 흑백 인화 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는 깊은 흑색과 풍부한 회색조를 구현하는 대표적 사진 기법이다. 국제갤러리 강명주 씨는 "메이플소프 재단의 협력으로 제작된 오버사이즈 작품들은 현재 기술로 구현 가능한 최대 수준의 디테일과 물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작품이 거대해질수록 사진은 벽에 걸린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전시는 인물, 여성 및 남성 누드, 꽃, 고전 조각, 풍경 등 메이플소프가 평생 다뤄온 주요 주제들을 아우른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형태'가 있다. 남성 모델은 전통적으로 여성 누드에 부여됐던 포즈를 취하고, 꽃은 인체를 연상시키는 관능적 형상으로 등장한다. 흑인 남성 누드에서는 화병의 견고한 구조가 느껴지고, 꽃은 의인화된 신체의 확장처럼 보인다. 탐미주의와 급진성이 공존하는 이 양가성은 메이플소프 작업의 핵심이다. 1960년대 브루클린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었다. 폴라로이드, 젤라틴 실버 프린트, 다이-트랜스퍼 컬러사진, 실크스크린, 석판 인쇄 등 다양한 매체 실험도 이어갔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전시는 메이플소프가 사진을 통해 구축한 조형적 언어와 형식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며 "한옥이라는 절제된 공간 속에서 그의 작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화이트큐브가 아닌 한국 전통 한옥 공간에 설치된 점도 눈길을 끈다. 목재 구조가 만들어내는 절제된 리듬과 메이플소프 특유의 흑백 사진이 만나며 형태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이번 전시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사진은 기록인가, 조각인가. 메이플소프는 생전에 이미 답을 내놓았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 형태를 창조하는 예술이라고. 그의 흑백 사진들은 지금도 한옥의 고요한 공간 속에서 조각처럼 서 있다. 2026/06/09
프리즈 서울 2026 라인업 공개…머티리얼 프랙티스·스포트라이트 신설 제5회를 맞는 프리즈 서울이 참가 갤러리와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오는 9월 개막 준비에 들어갔다. 9일 프리즈에 따르면 오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6'에 전 세계 30개국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올해 역시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공동 개최되는 프리즈 서울에는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50개 이상의 갤러리가 현재 서울에 상설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 서울이 동시대 미술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프리즈 서울은 올해 신규 큐레이션 섹션인 '머티리얼 프랙티스(Material Practice)'와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도입하고, 신진 갤러리를 소개하는 '포커스(Focus)' 섹션의 참여 범위를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확대했다. 특히 공예와 물질성을 전면에 내세운 '머티리얼 프랙티스' 신설은 K아트를 넘어 K크래프트까지 아우르려는 프리즈 서울의 확장 전략으로 해석된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는 "프리즈 서울은 출범 이후 서울이 단순히 국제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도시를 넘어 아시아 현대미술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거점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며 "올해 역시 글로벌 예술계와의 연결을 확장하는 동시에 한국의 문화적 지형과 더욱 깊이 교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즈 페어 총괄 디렉터 크리스텔 샤데는 "프리즈 서울은 한국 미술계의 저력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확대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글로벌 아트 캘린더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며 "새로운 큐레이션 섹션을 통해 서울이 동시대 문화 담론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 섹션인 '갤러리즈(Galleries)'에는 85개 이상의 주요 갤러리가 참여한다.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페이스 갤러리, 리만 머핀, 에스더 쉬퍼, 타데우스 로팍, 티나 킴 갤러리 등 세계 주요 갤러리를 비롯해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아라리오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PKM갤러리, 조현화랑 등 국내 대표 화랑들이 대거 참가한다. 신설된 '머티리얼 프랙티스'는 독립 큐레이터 조혜영이 맡아 공예와 조형예술, 물질성과 장인정신을 탐구하는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한국의 전통 수공예 문화와 현대적 물성 탐구를 연결하는 섹션으로, 비영리 기관 아름지기를 비롯해 아드미라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3, 비앙브뉴 스타인버그 앤 씨, 찰스 버넌드, 갤러리 스클로, 마르타, 솔루나 파인 아트, 워터폴 아트 앤 갤러리 등이 참여한다. 회화와 조각 중심의 아트페어를 넘어 공예와 디자인, 장인정신까지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프리즈 서울의 새로운 시도가 담겼다. 또 다른 신설 섹션인 '스포트라이트'는 라인문화재단 디렉터 고원석이 큐레이션을 맡아 20세기 작가들의 개인전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 서구 중심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작가와 오늘날 새롭게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작업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네 번째를 맞는 '포커스'는 큐레이터 이설희의 자문 아래 운영되며 2014년 이후 설립된 젊은 갤러리 16곳이 단일 작가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지역 갤러리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해 글로벌 신진 작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프리즈 위크 기간에는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8월 31일 '을지로 나잇'을 시작으로 9월 1일 '한남 나잇', 2일 '청담 나잇', 3일 '삼청 나잇'이 이어진다. 갤러리 오프닝과 특별 프로젝트, 퍼포먼스 등이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며 서울 주요 문화 지구를 연결한다. 주요 전시로는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서도호 개인전, 뮤지엄 산의 이배 개인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솔 르윗: 오픈 스트럭처', 퐁피두센터 한화의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등이 예정돼 있다. 한편 프리즈 서울은 도이치뱅크를 글로벌 리드 파트너로 두고 진행되며, 프리즈 라이브,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프리즈 필름, 프리즈 뮤직, 토크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2026/06/09
"AI가 만들 수 없는 것"…구본창×8인 사진작가 '진동하는 사물들'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러나 사진가들은 여전히 사물을 오래 바라본다. 텅 빈 상자와 시든 꽃, 돌멩이와 종이봉투를 응시하며 그 안에 남겨진 시간과 기억, 존재의 흔적을 읽어낸다. 국제갤러리가 9일 K1과 K2에서 개막한 사진 기획전 '진동하는 사물들(Objects in Oscillation)'은 한국 동시대 사진작가 9인의 정물사진을 한자리에 모았다. 사진가 구본창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사물을 통해 사진 매체의 본질과 인간의 기억, 존재의 문제를 탐색한다. 국제갤러리에 처음 선보이는 사진 기획전으로 9명의 정물 사진 작가가 한자리에 모인 것도 첫 사례다. 이번 전시에는 구본창을 비롯해 김수강, 김경태, 구성연, 박찬우, 조선희, 정정호, 정희승, 조성연 등 9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참여 작가들은 과도한 디지털 후보정이나 생성형 AI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눈과 감각, 카메라의 광학적 기술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한다. 구본창은 "한국 사진계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현실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진가들이 그에 걸맞은 관심과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장르는 정물사진이다. 한국 사진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지만, 구본창은 오히려 정물사진 안에서 삶과 죽음, 기억과 부재, 존재와 시간의 문제를 발견한다. 전시 제목 '진동하는 사물들' 역시 이러한 시선에서 출발한다. 구본창은 "사물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기억을 담고 있는 존재이자 부재를 환기하는 흔적"이라며 "얼마나 많은 사랑과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지 발견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K1 뒤편 전시장에 설치된 구본창의 '오브제' 연작은 새틴 안감이 남은 빈 상자들을 촬영한 작업이다. 내용물은 사라졌지만 흔적만 남은 상자들은 존재와 부재, 주연과 조연의 관계를 되묻는다. '컬렉션' 연작에서는 우연히 수집한 사물들이 각자의 서사를 드러낸다. 정희승은 신작 '병렬투영' 연작을 통해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주사위 던지기'를 사진적으로 번역한다. 우연과 필연 사이를 진동하는 사물들을 아이소메트릭 구조 위에 배치하며 사진 매체의 존재론을 탐구한다. 조성연은 도시 주변부에서 채집한 콘크리트 조각과 철근, 식물 잔해 등을 재조합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김경태는 수백 장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포커스 스태킹 기법으로 너트 표면의 질감을 극대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박찬우는 조선시대 책거리 형식을 차용해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사물들의 풍경을 구성한다. 구성연은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를 촬영하며 욕망과 허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K2 1층의 김수강은 돌과 병, 종이 가방, 식기류 등 일상 사물을 명상하듯 응시한다. 검프린트(gum print) 기법으로 완성한 그의 사진은 회화적 물성을 품는다. 김수강은 "사물이 가진 이야기를 찍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작업"이라며 "도자기든 돌이든 사물이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K2 2층에서는 사라짐과 기억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정정호는 한국전쟁 당시 노무자였던 할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며 수집한 탄피와 철사, 문서 등을 재구성해 잊힌 개인의 역사를 복원한다. 조사와 수집,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사라진 존재들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낸다. 조선희는 'Black Imago'와 'Planet' 연작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물질의 상태를 기록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선물받은 꽃들을 30년 넘게 간직해온 그는 시들어가는 꽃에 검은 안료를 입혀 마지막 초상처럼 촬영했다. 조선희는 "나의 기억이 정말 사실일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됐다"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 역시 내가 덧붙이고 새롭게 만들어낸 환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자연스럽게 AI 시대의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구본창은 "사진작가가 된다는 것은 핸드폰으로 예쁜 것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AI가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지만 작가의 눈까지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정호는 "생성형 이미지를 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진은 단순히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매체"라고 했다. 박찬우 역시 "AI 이미지들은 점점 뻔하고 지루해지고 있다"며 "AI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작가의 경험과 서사, 그리고 불완전성"이라고 말했다. 구본창은 "정물사진은 단순히 아름다운 물건을 촬영하는 장르가 아니다"라며 "사물을 통해 삶과 죽음, 시간과 존재를 사유할 수 있다는 점을 관객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진동하는 사물들'은 사물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사진가들이 사물과 맺어온 시간과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기억의 흔적을 보여주는 전시다. AI가 이미지를 생산하는 시대에도 사진이 여전히 예술인 이유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6/09
국중박 '유물 코스프레', 올해는 전국 대회로 열린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코스프레 행사 '분장놀이'가 올해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달 31일까지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9일 밝혔다. 분장놀이는 참가자가 박물관 유물로 분장하는 참여형 코스프레 행사다. 올해는 국립중앙박물관회의 후원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전국 소속박물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국 단위 행사로 열린다. 먼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거점 박물관에서 본선이 진행된다. 중앙, 제주, 춘천의 1권역은 9월 5일 국립춘천박물관, 부여, 공주, 청주, 익산이 포함된 2권역은 9월 6일 국립공주박물관이다. 또 경주, 대구, 진주, 김해는 9월 12일 국립대구박물관, 광주, 전주, 나주는 9월 1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최종 결선은 9월 19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다. 권역별 본선 진출 40팀은 각 30만원의 참가상이 주어진다. 결선 진출 20팀 중 국립중앙박물관장상 5팀은 각 300만원, 최우수상 5팀은 각 100만원, 참가상 10팀은 각 50만원을 시상한다. 전국 단위 행사인 만큼, 본선·결선 참가자에게는 팀별 10만원 상당의 교통비도 준비했다. 박물관이 공개한 홍보물에는 전국 14개 국립박물관의 대표 유물이 담겼다. 각 박물관의 개성을 담은 권역별 모집 콘텐츠도 순차 공개할 계획이다. 유홍준 관장은 "지난해 분장놀이를 통해 박물관이 청년세대와 한층 가까워졌다"며 "올해는 전국 국립박물관이 함께 만드는 문화축제로 확장되는 만큼, 각 지역의 문화유산과 K-뮤지엄의 매력을 더 많은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