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인사합시다"…공연·전시 티켓 선물하면 최대 300만 원 지원 공연 티켓과 전시 초대권이 새로운 ‘기업 선물’로 떠오르고 있다. 접대 대신 문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윤영달)는 공연·전시 티켓과 도서·음반 등을 기업업무추진비로 활용할 경우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선물하는 문화, 함께하는 문화’ 캠페인을 진행한다. ◆국내 모든 법인기업 대상…최대 300만 원 지원 이번 캠페인은 기업이 공연·전시 티켓과 도서·음반 등을 문화기업업무추진비로 사용할 경우, 해당 금액에 대해 일대일(1:1) 매칭 방식으로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국내 모든 법인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문화기업업무추진비 제도’는 2007년 기업의 접대문화 개선과 문화소비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문화예술 관련 비용으로 지출한 기업업무추진비는 기존 한도의 20%까지 추가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법인세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라 2024년부터 기존 ‘접대비’는 ‘기업업무추진비’로, ‘문화접대비’는 ‘문화기업업무추진비’로 명칭이 변경됐다. ◆‘문화로 인사합시다’…8년째 건전한 접대문화 캠페인 추진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문화로 인사합시다’ 사업을 8년째 운영하며 기업의 문화예술 활용 확대와 건전한 접대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문화 선물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문화예술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캠페인은 예산 소진 시까지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은 '문화로 인사합시다'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5/16
곡선과 색채로 흐르는 생명의 리듬…표갤러리, 김태수 개인전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도시 한복판. 차갑고 단단한 직선들 사이로 김태수의 조각은 마치 스스로 자라난 생명체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층층이 접히고 휘어진 금속의 곡면은 거대한 꽃잎 같기도,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생물 같기도 하다. 표갤러리는 오는 6월 20일까지 조각가 김태수(65) 개인전 ‘Nature in, Nature out’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 곳곳에 대형 야외 조각을 설치하며 공공 조각의 영역을 확장해온 김태수가 2009년부터 지속해온 ‘ECO FLOW’ 연작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김태수 작업의 핵심은 곡선과 색채다. 스테인리스 판재를 절곡하고, 겹겹이 용접한 뒤 분채 도장을 거쳐 완성된 조각은 리드미컬한 흐름과 구조적 긴장을 동시에 품는다. 층층이 중첩된 구조는 지층이나 식물의 생장 구조를 연상시키며, 차가운 금속은 어느 순간 살아 있는 유기체의 호흡처럼 느껴진다. 그의 조각은 금속 구조물이라기보다 흐름을 응고시킨 형상에 가깝다. 곡선은 휘어지되 꺾이지 않고 서로 겹치며 리듬을 만든다. 원색과 파스텔이 공존하는 색채는 빛과 반응하며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식물의 잎맥 같다가도 파도의 물결처럼 변화하며 공간 전체에 생명의 에너지를 퍼뜨린다. 김태수는 싹과 꽃, 나무와 물방울 등 자연 요소를 연상시키는 조각을 통해 유기적 형태의 아름다움을 탐구해왔다. 기하학적 구조와 자연의 생명성, 인공적 재료와 생태적 감각이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기보다, 자연 안에 흐르는 생명의 에너지와 성장의 질서를 조각의 언어로 번역한다. 씨앗이 터지고 줄기가 뻗고 물결이 퍼져나가는 운동감은 금속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의 작품은 조각을 ‘보는’ 경험을 넘어, 공간 안에 흐르는 생명의 움직임 자체를 감각하게 만든다. 김태수는 이화여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와 뉴욕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조소를 공부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미술관을 비롯해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타워, 롯데호텔, 중국 청두 Taikoo Li몰 등 국내외 공공장소에 작품이 설치돼 있다. 2026/05/16
제주4·3부터 광주의 빛까지…강요배 “가슴이 뛴다” 60년 회고전 민중미술 1세대 작가 강요배의 그림 앞에서는 풍경도 역사가 된다. 붉게 뒤엉킨 파동,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붓질, 어둠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빛. 광주시립미술관 민주인권평화전 ‘강요배: 시간을 품다’는 제주4·3의 기억부터 인간과 자연의 시간까지, 작가가 60년간 통과해온 역사의 층위를 거대한 회화 공간으로 펼쳐낸다.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13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 이후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1992년 제주 귀향 이후의 풍경 연작과 최근작까지 60여 년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회화, 영상 42여 점 및 아카이브 자료를 공개한다. 강요배(73)는 1980년대 미술그룹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사의 현실과 민중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해왔다. 특히 제주4·3의 역사를 회화로 기록하며 역사 주제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난 강요배는 제주4·3의 상흔 속에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목격한 뒤 “특별한 이름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요나라 ‘요(堯)’와 북돋울 ‘배(培)’를 써 ‘강요배’라는 이름을 지었다. 작가는 1988년부터 3년에 걸쳐 제주 민중항쟁사를 그린 연작 ‘제주민중항쟁사’를 제작했다. 고려시대부터 제주4·3까지 이어지는 민중의 저항사를 담은 50점의 역사화 연작은 1992년 학고재 전시를 통해 공개되며 제주4·3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대표 작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4·3 기록화 연작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동백꽃 지다’를 비롯해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제작한 신작 ‘철목(鐵木)’과 ‘광음(光音)’도 처음 공개된다. 강요배 회화의 중심에는 ‘시간의 물질화’가 있다. 물감을 덧칠하고 밀어내며 겹겹이 층위를 쌓아 올리는 작업 방식은 단순한 질감을 넘어, 작가의 몸이 시간을 통과하며 남긴 물질적 기록처럼 화면 위에 축적된다. 그의 화면 속 제주의 바다와 바람, 돌과 하늘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죽음을 품어온 존재들이다. 거칠고 메마른 물질성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사이를 오가며 역사와 기억을 현재의 시간 속으로 다시 불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의 대형 회화들은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폭풍과 빛, 파동과 침묵 같은 감각 자체를 화면 안에 응축한다. 붉은 색면은 상처와 생명의 이중적 감각으로 번지고, 거대한 붓질은 제주의 바람과 파도, 그리고 시대의 비명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강요배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 60년 그림들을 부려놓으니 어떻게 보일지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고 전했다. 윤익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민주인권평화전은 광주가 품어온 오월 정신을 기념하는 동시에 인류 보편의 가치를 사유하는 자리”라며 “민주·인권·평화의 가치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질문과 미래의 사유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열린다. 2026/05/16
전시장·공연장 개보수 숨통…예경, 500억 규모 융자 2차 공모 공연장·전시장 개보수와 시설 확충, 설비 구축 등 예술 현장에 필요한 시설 투자와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2026 예술산업 금융지원 시범사업 융자 2차 공모’가 진행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는 예술기업의 금융 부담 완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9일까지 융자 공모를 실시한다. 이번 공모는 민간예술시설업체와 예술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하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올해 예술산업 융자 재원이 총 500억 원 규모로 확대된 가운데 진행된다. 융자는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을 통해 진행된다. 신청자는 은행 영업점에서 사전 대출 상담 후 ‘대출심사 사전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공모 신청을 하면 예경 심의를 거쳐 융자 추천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대출은 은행 심사를 통해 확정되며, 사업 계획과 재무 여건, 상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가 정해진다. 대출 금리는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2026년 2분기 기준 중소기업 등은 연 3.18% 수준이며, 만 39세 이하 청년기업은 연 2.5% 고정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경은 “은행 심사 결과에 따라 최종 대출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사전 상담과 서류 준비가 중요하다”며 “영업점별로 대출심사 사전 확인서 발급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접수 마감 전 여유 있게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모 신청은 오는 29일 오후 4시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다. 2026/05/16
“죽지마라, 제발”…한국서예협회, 차세대 작가전 공모 한국서예협회가 ‘쓰기’ 중심의 전통 서예를 넘어 실존과 감각을 ‘짓는’ 새로운 서예 실험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 전시지원 사업으로 추진되는 2026 차세대 서예작가전 ‘죽지마라, 제발 – 전戰·쟁爭 너머’ 참여 작가 공모를 오는 6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서예 작품 모집이 아니다. 협회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문(詩文)을 ‘쓰는’ 행위에서 시대의 감각과 존재를 ‘짓는’ 행위로 서예의 패러다임을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내세웠다. 공모명인 ‘전戰·쟁爭 너머’ 역시 전쟁과 갈등, 혐오와 분열이 일상화된 시대 현실을 반영한다. 전시 타이틀 ‘죽지마라, 제발’은 한강의 소설 ‘흰’에서 가져왔다. 참여 대상은 19세부터 49세까지의 차세대 작가들로, 장르 제한 없이 25명 내외를 선발한다. 응모자는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등 전쟁과 휴전의 현실을 바라보며 쓴 자작 시문(문자 1점)과 함께 관련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이번 공모는 AI 시대 서예의 확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어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서화와 캘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뿐 아니라 디지털 문자영상언어까지 포괄하며, 문자 자체를 하나의 감각적·시각적 매체로 바라본다. 협회는 “20세기 서예가 ‘쓰기’ 중심이었다면, 문자 문명 자체가 전환되는 21세기에는 ‘짓기’의 개념이 중요해진다”며 “차세대 작가들이 시대사회의 거울이 되어 생명과 존재의 감각을 자유롭게 풀어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정 작가에게는 소정의 창작지원금이 제공된다. 전시는 오는 12월 1일부터 28일까지 인천글로벌캠퍼스 전시실에서 열린다. 2026/05/15
붓질 몇 번에 응축된 세계…이강소 40년만에 뉴욕 개인전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미술을 아우르는 작가 이강소(83)의 개인전 ‘Lee Kang So: A Field of Becoming’이 오는 6월 20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전시는 1970년대 이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온 이강소의 50여 년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이강소는 특정 조형 언어에 머무르기보다 예술이 형성되는 조건과 과정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오리와 사슴, 배와 바람. 이강소의 화면 속 형상들은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움직임과 흔적, 생성의 감각에 가깝다. 반복되는 붓질과 유영하는 선들은 생명과 시간의 흐름을 붙잡듯 화면 위를 떠돈다. 전시 제목인 ‘A Field of Becoming’ 역시 완성된 결과보다 생성과 변화의 흐름을 중시해온 작가의 예술관을 반영한다. 전시는 1970년대 퍼포먼스와 설치 자료부터 최근 회화와 조각까지 주요 작업 30여 점을 소개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가 뉴욕에서 열린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강소는 1980년대 중반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1991년에는 한국 작가 최초로 MoMA PS1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국제 무대와 활발히 교류했다. 이번 전시는 1986년 뉴욕한국문화원 구청사 개인전 이후 약 40년 만에 다시 열리는 뉴욕 개인전으로, 단순한 회고를 넘어 작가의 예술적 사유가 확장된 장소에서 과거와 현재의 맥락이 교차하는 자리다. 17일까지 열리는 프리즈 뉴욕 2026에 참가한 갤러리현대 부스에서도 이강소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몇 번의 붓질만으로 응축된 에너지와 상상력을 드러내는 신작 ‘바람이 분다-26017’이 공개된다. 2026/05/15
귀엽고 동화 같은데 낯설다…토모코 나가이 '기술적 순진함' 곰인형과 토끼, 인형의 집과 무지개. 얼핏 동화 같은 화면이지만, 그 안에는 기억과 욕망, 노스탤지어와 불안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각이 숨어 있다. 일본 작가 토모코 나가이(44)는 사소하고 사랑스러운 대상들을 통해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회화적 세계를 구축한다. 페로탕 서울이 15일 개막한 토모코 나가이 개인전 ‘빛의 종이접기와 양배추색 커튼(Origami Light and Cabbage-Green Curtains)’은 ‘순진한 화면’을 가장한 이른바 ‘기술적 순진함(technically faux-naïf)’의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1982년생인 나가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 속 사물들에서 출발한다. 소녀와 동물, 꽃과 피크닉,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 같은 친숙한 모티프들은 직관적 구성과 강렬한 색채, 속도감 있는 붓질과 만나 독특한 화면 구조를 형성한다. 작품 속 공간은 르네상스식 원근법 대신 평면적으로 펼쳐진다. 방 안의 카펫은 어느 순간 밤하늘로 이어지고, 화분 속 꽃은 열대 정글처럼 확장된다. 체크무늬와 물방울, 과일과 동물 캐릭터들이 화면 위를 유영하며 장면과 장면을 연결한다. 현실과 환상, 내부와 외부, 입체와 평면이 자유롭게 교차하는 공간이다. 특히 그의 회화는 단순히 ‘귀엽다’는 말로 환원되지 않는다. 화면 표면에는 색과 붓질, 스프레이된 그라데이션 층위가 깊게 쌓여 있다.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균형감과 안정된 구성력은 일본 아카데믹 미술교육 기반 위에서 구축된 것이다. 아이치현립예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한 나가이는 일본식 입시미술 훈련을 거쳐 고전적 소묘와 화면 구성력을 체득했다. 정신영 서울여대 조교수는 서문을 통해 “나가이의 그림은 아이들이 인형의 집 속을 들여다보듯 입체이면서도 펼쳐진 공간이고, 실내이면서 외부 같고, 진짜 같으면서도 가짜 같은 감각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나가이는 밑그림 없이 머릿속 청사진을 따라 직관적으로 작업한다. 빠른 붓질과 즉흥적 화면 구성은 강한 집중 상태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가 말한 라스코 동굴벽화의 ‘천재적 순발력’을 떠올리게 한다. 동시대 회화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엘리자베스 페이턴, 카렌 킬림닉 등의 계보와도 연결된다. 사적 기억과 키치적 서사를 회화 안으로 끌어들이며, 느슨하고 자유로운 붓질 속에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다. 나가이는 과거 일본 NHK 교육TV와 협업해 어린이 프로그램의 오프닝 타이틀과 예술 작업을 맡기도 했다. 동시대 일본의 디자인 감각과 시각 문화를 반영하는 그의 작업은 회화와 일러스트, 디자인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그의 작품은 도쿄도현대미술관, 아이치현미술관, 리크스뮤지엄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열린다. 2026/05/15
“흙은 우주였다”…채성필, 광주시립미술관서 ‘익명의 땅’ “흙은 우리가 태어난 곳이자 결국 돌아가는 곳이다.” 작가 채성필에게 흙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생명의 기원이자 물과 우주, 순환과 시간의 흔적이다. 거대한 화면 위에 펼쳐진 대지는 특정한 장소를 넘어 이름 없는 근원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채성필 흙 그림전_익명의 땅’전시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5·6전시실에서 오는 6월 14일까지 열린다. 전라남도 진도 출생으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채성필의 30여 년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작가는 대지와 물, 자연의 근원적 질서를 탐구하며 흙이라는 물질을 통해 생명과 순환의 철학을 화면 위에 구현해왔다. 전시 제목인 ‘익명의 땅’은 인간의 소유와 명명 이전 상태의 자연을 뜻한다. 특정 지명이나 경계를 벗어난 ‘모두의 땅’이자 ‘근원의 공간’으로, 자본과 소유의 대상으로 환원된 현대 사회의 자연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채성필의 화면은 추상이면서 동시에 풍경이다. 캔버스 위에 쌓이고 흘러내린 흙의 층위는 대지이자 물결이며, 파도이자 우주의 움직임처럼 보인다. 흙의 입자와 물의 흐름이 만나 생성하는 표면은 동양적 자연관과 현대 추상의 물질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길이 12m에 달하는 대형 신작을 비롯해 8m 이상의 초대형 작업들이 대거 공개됐다. 거대한 화면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 관객을 감싸는 공간적 풍경으로 작동하며, 자연의 순환과 질서를 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갤러리그림손이 프로모션하는 이번 전시는 채성필이 구축해온 ‘흙의 회화’를 통해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사유의 장을 제시한다. 채성필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프랑스로 건너가 렌느2대학교 조형예술학 석사를 졸업하고 파리1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에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영은미술관, 파리시청, 세르누스키 미술관, 카카오, 신한은행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2026/05/15
삶과 죽음의 경계 흔드는 임영주…뉴욕 ‘스페이스 제로원’서 개인전 죽음 이후에도 감각은 남아 있을까. 현대미술가 임영주(44)는 삶과 죽음, 믿음과 불안 사이의 흔들리는 경계를 영상과 설치로 끌어올린다. 15일 미국 뉴욕 ‘스페이스 제로원’에서 개막하는 임영주 개인전 ‘The Late 故’는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각과 기억의 잔향을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내면을 응시한다. ‘스페이스 제로원(Space Zero One)’은 한화문화재단이 신진작가 발굴과 지원을 위해 뉴욕에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이다. 동시대 한국 미술을 세계 무대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2025년 11월 개관전과 지난 2월 마이클 주 전시에 이어 이번 임영주 개인전까지 한국 작가들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영주는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믿음과 불안, 삶과 죽음 같은 보편적 주제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2025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Frieze Artist Award)’ 수상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 선정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는 동명의 대표작 ‘The Late 故’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기존 작업을 새롭게 재구성한 설치 작품과 최근 뉴욕 체류를 통해 확장한 리서치를 함께 선보이며,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믿음과 감각, 불확실성의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화문화재단 임근혜 전시총괄디렉터는 “스페이스 제로원은 신진 작가를 중심에 두되, 작가들이 보다 넓은 국제적 맥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며 “이번 임영주 전시는 차세대 중견작가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점의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5일까지 열린다. 2026/05/15
클림트 ‘아델레 초상’ 품은 노이에 갤러리…메트(MET)와 합병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빛 초상으로 유명한 뉴욕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가 세계 최대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메트)에 합병된다. 메트 미술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 상속자인 로널드 S. 로더(Ronald S. Lauder)가 설립한 노이에 갤러리와 오는 2028년 합병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01년 로더가 설립한 노이에 갤러리는 20세기 초 독일·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사립 미술관이다.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5번가 타운하우스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메트 본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합병 이후 명칭은 ‘메트 로널드 S. 로더 노이에 갤러리(Met Ronald S. Lauder Neue Galerie)’로 변경되며, 약칭은 ‘메트 노이에(Met Neue)’가 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작품은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1907)다. 영화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나치에 약탈된 뒤 오스트리아 정부 소유가 됐으나, 유대인 상속녀 마리아 알트만(Maria Altmann)이 오랜 법정 투쟁 끝에 2006년 반환받으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로더는 이 작품을 당시 사상 최고가 수준인 1억35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매입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우리의 모나리자(Our Mona Lisa)”라고 부르며, 향후에도 노이에 갤러리 건물에 계속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으로 메트는 독일·오스트리아 모더니즘 컬렉션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메트 관장인 막스 홀라인은 “빈 1900년대와 베를린 1920년대는 아방가르드 발전의 핵심 중심지였지만, 메트 컬렉션은 이 분야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컬렉션 구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메트는 노이에 갤러리 운영과 보존을 위해 약 2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로널드 로더와 딸 애린 로더 진터호퍼(Aerin Lauder Zinterhofer)는 기금 일부와 함께 클림트 작품 및 독일 표현주의 화가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막스 베크만, 신즉물주의 작가 오토 딕스, 게오르게 그로츠 등의 작품 13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은 메트가 추진 중인 현대·동시대 미술관 확장 프로젝트와도 맞물린다. 메트는 멕시코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가 설계하는 새 현대미술 윙을 2030년 개관할 예정이며, 총 사업비는 5억5000만 달러(약 7500억 원), 면적은 약 1만1700㎡(12만6000평방피트)에 달한다. 메트는 현재 중세미술 분관 ‘클로이스터스(The Cloisters)’를 운영 중이며, 과거 휘트니미술관 건물을 활용한 ‘메트 브로이어(Met Breuer)’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현재 해당 건물은 소더비 뉴욕 본사로 사용되고 있다.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