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반박'의 붓질…김호득 개인전 '거닐다' 해의반박(解衣般礡). 옷을 풀어헤치고 붓과 하나 되어 그리는 자유의 경지. 김호득(65)의 붓질에는 바로 그 해방의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한국 동양화를 대표하는 화가 김호득의 개인전 '거닐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마주한 전시장 창 너머 풍경과 조응하듯 거대한 폭포를 그린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하는 자연 풍경이 아닌, 작가의 신체와 감정이 낙하하듯 붓을 타고 쏟아진 추상의 폭포다. 그간 전통 수묵 기법에 현대적 조형성을 결합해 온 김호득은 이번 전시에서 한층 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화면을 채운다. 특히 물을 흡수하기보다 튕겨내는 광목천을 사용해, 물줄기가 땅에 부딪쳐 튀는 듯한 생생한 리듬감을 담아냈다. 겹겹의 붓자국과 흰 여백은 한 줄기 수묵으로 공간 전체를 진동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몸으로 먼저 반응하게 한다. 긴 투병 끝에 완성된 이번 신작들에서는 작가의 집념과 절제, 자연에 대한 겸허함이 전면에 드러난다. 최소한의 획 안에 담긴 에너지는 오히려 깊고 넓게 퍼진다. '거닐다'는 붓을 통한 사유의 또 다른 이정표다. 김호득은 말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과정을 즐기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이루게 한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2025/05/24
금속의 선과 깨진 조각…프라브하바티 메파일·이수경 2인전 금속의 선은 진동하고, 파편은 온기를 품는다. 전통과 수행, 치유와 재구성의 언어로 세계를 응시해온 두 여성 작가가 서울에서 만났다. 서울 한남대로 에스더쉬퍼 서울은 인도 작가 프라브하바티 메파일과 한국 작가 이수경의 2인전 'CONVERSATIONS II'를 오는 27일부터 7월 12일까지 개최한다. 갤러리가 독자적으로 기획한 'CONVERSATIONS'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로, 서로 다른 전통과 매체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대화'의 형식으로 함께하는 실험적 기획이다. 두 작가는 비슷한 시기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했지만, 전통을 동시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밀한 공명을 이룬다. 프라브하바티 메파일은 인도 벵갈루루에서 금세공 장인의 가문에서 태어나,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한 반복 수행적 작업을 현대미술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직접 만든 젯소 위에 구리나 금, 은으로 만든 얇은 와이어를 덧입히고 갈아내는 공정, 금세공 도구를 표면에 반복적으로 찍어 만든 기하학적 패턴의 회화는 일견 미니멀리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손의 온기와 감정이 응축된 정적인 서사를 품고 있다. 이수경의 대표작 ‘번역된 도자기’ 연작은 전통 가마에서 버려진 깨진 도자기 조각을 순금으로 이어붙이는 작업이다. 부서지고 폐기된 파편들이 이수경의 손을 거쳐 새로운 의미를 지닌 완결체로 재탄생하며, 상처와 치유, 기억과 재생의 내러티브를 조형화한다. 전시는 작가들의 수행적 작업 방식이 만들어낸 시간의 조형을 통해, 전통과 현대, 파괴와 치유, 파편과 온기의 감각을 되묻는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미니멀과 장식, 치유와 균열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는 이 전시는, 오늘날 미술의 ‘느린 시간’이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를 조용히 질문한다. 2025/05/24
가수 아닌 '화가 성시경'…BB&M서 첫 개인전 ‘SEESAW’ '보다(SEE)와 보았다(SAW)' 사이, 회화의 시소가 출렁인다. 서울 성북로 BB&M 갤러리는 화가 성시경의 첫 갤러리 개인전 'SEESAW'를 오는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제목처럼 작가는 즉흥적인 선과 감정적인 붓질, 두터운 임파스토와 얇은 레이어가 뒤엉킨 화면을 통해 'SEE'와 'SAW' 사이를 오간다. 낯선 우연성과 숙련된 기법이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자유로운 붓질과 과감한 색채 대비가 돋보이는 추상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붓질과 화면 위에 겹겹이 쌓인 레이어를 통해,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뚜렷한 형상보다 감정과 리듬이 먼저 읽히는 그의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요즘에도 회화가 여전히 유효한 감각의 언어일 수 있다는 물음을 던진다. 작품 곳곳에서는 회화의 재료와 형식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의식이 드러난다. 겹겹이 쌓인 레이어, 불투명과 반투명 면의 교차, 유기적이면서도 정제된 붓의 흐름은 화면에 감각적인 긴장을 불어넣는다. 즉흥성과 통제 사이에서 오가는 회화적 판단은, 제목처럼 'SEE'와 'SAW'의 진자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화가 성시경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간 d/p, 공간 형, 쉬프트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BB&M, INTERIM, DMZ 아트 프로젝트, 아트스페이스3 등 국내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해왔다. 2025/05/24
"대선 뒤엔 못 올지도"…'청와대 이전' 전망에 방문객 급증[현장] "정권 바뀌면 못 올 수 있겠다 싶어서 오늘 왔어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70대 여성 김모씨는 방문 이유를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김씨는 노무현 정부 때 한 차례 청와대를 방문했다며 그때는 못 봤던 내부 시설을 구경할 수 있다는 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까지 11일, 사전투표일까지는 6일을 앞둔 이날 청와대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일 오전이지만 청와대 입구부터 관람을 위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오전 10시께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수십 명은 현장에서 예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찾아온 윤덕길(82·남)씨는 "1년 전에 방문했지만 행사 때문에 못 들어왔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못 들어올 것 같아서 오늘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일행과 함께 청와대를 찾은 50대 여성 유모씨도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시 청와대로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을 모아서 왔다"고 귀띔했다. 현장학습을 위해 단체로 청와대를 찾은 중학교도 있었다. 덕원중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전에 청와대에 와본 적은 없지만 곧 정권이 바뀌면 못 올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오게 돼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관람객은 삼삼오오 모여 기념 촬영을 하는가 하면 특별 해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청와대 공간에 얽힌 역사를 전해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은 차기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청와대 누리집 관람 후기에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다시 못 올지도 모르는 청와대 투어는 너무 아름답고 값진 경험이었다" "다시 청와대가 본연의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다음 대통령이 다시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등 대통령 집무실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문한 관람 후기가 많았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난달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은 26만19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3월 방문자 수 합계(33만541명)의 79%에 해당하며 청와대 전면 개방 이래로 역대 4월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차기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가능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경선 토론회에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부상했다. 이 후보는 당시 일단 대통령실을 쓰면서 신속히 보수한 청와대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할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한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관람 일정과 관련해 변동 사항은 없다"며 "관람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람 예약은 방문일 4주 전부터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국가보훈 대상자와 장애인, 외국인 여행객은 현장 신청을 통한 입장도 가능하다. 2025/05/23
소풍 같은 전시…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명 '스윙바이'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단기 레지던시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응축된 창작의 흐름과 교차적 시선을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제19기 오픈스튜디오 '스윙바이(Swing-by)'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 오픈스튜디오는 ‘스윙바이’라는 천문학 용어에서 착안해,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온 작가들이 난지라는 공동의 중력장 안에서 만나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예술적으로 드러내는 자리가 된다. 입주 작가 20인의 작업 공간 개방과 함께, 퍼포먼스·워크숍·야외 상영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퍼포먼스 ‘현장설명회’, 파독광부 아카이브 기반 신작 공개 행사 기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24일 오후 6시 26분, 난지 A동 전관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 '현장설명회(DEBRIEFING)'다. 이번 작업은 이베타 강선영과 예술 집단 ‘뭎(Mu:p)’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미발표작 '뼈대'의 일부 장면을 사전 구성 형식으로 공개한다. 퍼포먼스는 파독광부 故 이영준의 삶과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아카이브 기반의 스코어(악보), 설치, 사운드, 비디오, 몸짓 등 다양한 매체와 감각이 결합된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베타 강선영 외에도 조형준, 손민선, 강호정, 김유림 등이 퍼포머로 참여해, 역사와 기억, 몸의 흔적이 교차하는 다층적인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펼쳐낼 예정이다. ◆기억, 감각, 물성…다채로운 워크숍 프로그램도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객과 함께 풀어내는 참여형 워크숍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노오경 작가의 워크숍 '흘러온 돌/몸'은 물과 흙에서 무언가를 잃고 상실을 경험한 네 명의 참여자와 작가가 함께, 스튜디오 인근에서 수집한 돌을 매개로 기억의 파편을 나누는 대화형 구성으로 마련됐다. 단순한 작업 체험을 넘어, 감정과 기억이 교차하는 감각적 참여를 유도한다. 이은경 작가의 워크숍 '죽은 머리와 적철석(Caput Mortuum and Hematite)'은 붉은 안료와 달걀 노른자를 섞어 템페라 물감을 만드는 실험적 구성으로, 안료의 물성을 탐색하고 직접 채색까지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5일 하루 동안 진행되며, 회화 재료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요한한 작가의 워크숍은 어린이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타악기 제작 프로그램이다. 북이나 쉐케레 같은 악기를 직접 만들고 꾸민 뒤, 소리와 색채를 결합한 창작 과정을 통해 음향과 시각이 만나는 개별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해보는 자리를 제공한다. ◆야외 스크리닝과 영상 상영으로 감각의 레이어 확장 5월 23일 저녁에는 난지 야외조각공원에서 입주자들이 참여한 야외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베타 강선영, 안가영, 아라타 미노, 강우혁, 백종관, 노혜리 등 13인이 참여하며, 역사화 과정에서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와 감각·언어 바깥의 현실 인식을 다룬 작업들이 소개된다. 스크리닝 외에도 스튜디오 5에서는 입주 작가들이 난지의 장소성과 생태를 경험하고 기록한 영상 프로젝트 '2025 난지액세스: 피크닉'이 상영된다. ‘소풍’이라는 개념 아래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난지 공간에 대한 시선과 정서가 교차하는 실험적 기록으로, 입주자 개인의 시각이 일상 공간과 어떻게 충돌·교차하는지를 담아낸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별도의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다. ◆2025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참여작가 감동환, 강우혁, 김인숙, 노오경, 노혜리, 박정혜, 백종관, 안가영, 안광휘, 엘리 허경란, 요한한, 이베타 강선영, 이성경, 이은경, 이재명, 전민경, 전장연, 한우리, 황민규, 아라타 미노 2025/05/23
갤러리현대 '55주년 특별전' 2부…이성자·김환기·김보희·이강승까지 갤러리현대(대표 도형태)가 개관 5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의 2부를 펼친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 전관에서 7월 6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흐름과 세대 간 미학의 확장을 조망한다. 1부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본관: 한국 추상미술의 형성과 발전 본관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추상회화 중심 작가 22인의 대표작 40여 점이 전시된다. 이성자, 김창열, 이응노, 남관, 한묵 등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재불 작가들과, 완전한 추상 양식을 발전시킨 유영국, 김환기, 곽인식, 이우환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이성자는 1974년 현대화랑에서 천경자에 이은 여성 작가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김환기는 뉴욕 시절의 전면점화 작품을 중심으로 1977년 현대화랑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곽인식과 이우환은 각각 한일 교류의 매개이자 모노하 및 단색화 세대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추상 회화 외에도 조각·설치·문자추상·기하학적 추상 등 다양한 추상 미학의 스펙트럼이 구성되며, 이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 내에서 추상이 어떻게 지역성과 실험성을 포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신관: 현재와 미래의 감각, 매체 확장 신관 전시는 195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작가 18인의 대표작 50여 점을 통해 구상, 추상, 미디어, 사진 등 장르 확장을 보여준다. 김보희, 최민화, 박민준, 이우성, 김성윤 등의 구상 회화는 개별 서사와 형식 실험을 동시에 담아낸다. 도윤희, 정주영, 이진한은 각기 다른 추상어법으로 회화의 감각을 확장하며, 강익중, 김민정, 유근택은 한국적 정신성과 재료 미학을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은 회화성과 매체성의 경계 지점을 탐색하며, 김아영, 문경원·전준호의 미디어 작업은 글로벌 전시장에서 주목받은 최신작이 포함됐다. ◆디아스포라 및 해외 활동 작가의 참여도 눈길 이슬기(프랑스), 이강승(미국), 김 크리스틴 선(독일)은 해외 거주 한국계 작가로서 전시의 국제적 맥락을 확장한다. 이들은 각기 조각, 설치, 비평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전통과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2부 전시는 1부가 조명했던 구상·반구상 중심의 전통 회화 흐름과 이어지며, 본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와 기원, 신관은 오늘의 시각 언어와 작가 지형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55주년을 맞아 갤러리현대가 지속해온 작가 중심 전시 기획과 현대미술사의 축적 의지를 반영하는 자리다. 2025/05/23
조형아트서울 2025 개막…3m 이상 대형 조각 특별전 눈길 ‘조형아트서울 2025(PLAS 2025)’가 22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서울 코엑스 B홀에서 23일 공식 개막했다. 10회를 맞은 올해 주제는 ‘NEW JOURNEY(새로운 여정)’로, 국내외 86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전시장 곳곳 3m 이상의 대형 조각이 배치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회화부터 입체, 미디어까지 다양한 작품이 혼합된 구성이 ‘공간의 조화로운 감상’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개막 당일 VIP 프리뷰 현장에는 이희범 ㈜부영 회장,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 조각가 김영원, 일본 스터디 아트페어 대표 스즈키 다이스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그랜트와 알마 루이즈, 배우 강석우 등 예술·경제·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 속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됐다. PLAS의 공식 파트너인 국순당은 VIP 라운지에서 백세주를, 전시장 입구에서는 쌀막걸리를 ‘마중술’로 제공해 환대의 분위기를 더했다. 참여 갤러리 86곳 중 13개는 해외 갤러리로, 대만·일본·프랑스·미국·독일·캐나다 등 6개국이 포함됐다. 국내 갤러리들도 전년 대비 입체 작품 출품 비중이 높아져 회화와의 조화로운 공간 구성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기획 특별전으로는 △대형조각 특별전 △알렉산드라 그랜트 특별전 △TEN x TEN 조각전 △17인 평면·입체 작가전 등이 구성됐다. 대형조각 특별전은 권치규, 김성복, 최승애 등 8인의 작가가 참여하며, 권치규의 5.5m 대규모 조각부터 3m 이상 6점이 전시장 한가운데를 장식했다. 대형 조각 작품은 3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의 가격대로, 기업·기관·공공기관 등이 소장하거나 설치할 수 있는 공공조형물 시범 기획으로 선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헐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협업 파트너로 잘 알려진 알렉산드라 그랜트의 참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랜트가 내한해 회화·실크스크린 신작 ‘Everything Belong to the Cosmo’ 연작을 포함해 미학적 텍스트 실험을 선보인다. ‘TEN x TEN’ 조각 특별전은 10개 대학 조소 전공 교수·학생들의 공동 전시로, 신선한 실험과 신진 작가군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NEW JOURNEY 특별전’은 17인의 평면 및 입체 작가가 참여해 국내 조형미술 시장의 확장성과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행사는 25일까지 이어진다. 2025/05/23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인사아트위크 2025’ 42개 갤러리 참여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가 교차하는 복합문화예술축제 ‘인사아트위크 2025’(Insa Art Week 2025)가 6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서울 인사동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 – Art Takes Alive!’라는 주제로, 2023년부터 3년 연속 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도시를 예술의 무대로 확장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조선시대 도화서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의 예술적 역사성을 바탕으로, 42개 갤러리가 참여해 회화·조각·민화·사진·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아트위크는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소속 화랑들의 자발적 참여로 기획된 공동 프로젝트다. 2006년부터 ‘인사미술제’라는 이름으로 간헐적으로 운영되던 축제가 2023년부터 ‘인사아트위크’로 명칭을 바꾸고, 보다 개방적이고 세대 친화적인 도시형 예술 축제로 재정비되었다. 축제 기간 동안 인사동 거리와 공간은 세대 통합적 감각을 연결하는 복합 예술 커뮤니티로 운영된다. 참여형 거리 예술, 공공 예술 산책, 작가와의 만남, 미술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며 MZ세대의 감각과 기성세대의 미감을 연결하는 다층적 구성으로 꾸려진다. 이목을·박생광·김점선·서정희 등의 작가 판화, 미술 굿즈, 커피쿠폰, 생활용품, 휴대폰 그립톡, 에코백 등 15종 이상의 실용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2025/05/23
손끝으로 읽는 매그넘…한미뮤지엄, 포토북 전시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사진이 책으로 돌아왔다. 뮤지엄한미(관장 송영숙)는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를 23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삼청본관에서 개최한다. 세계적인 사진가 협동조합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의 80년 시각 아카이브를 포토북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뉴욕·파리·런던에 위치한 매그넘 본사 포토북 라이브러리에 소장된 약 150권의 포토북을 선별해, 매그넘 사진가들이 '책'이라는 물성을 통해 어떻게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구축해왔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전시 초입에는 관람객이 직접 매그넘 작가들의 포토북을 만지고 읽을 수 있는 '리딩룸’이 마련돼 있다. 관람객은 책장을 넘기며 사진의 순서, 구조, 종이의 질감까지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읽히는 사진’의 감각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는 총 6개의 주제로, 매그넘의 역사, 사진가들의 시선, 사진 편집 방식, 미출간 프로젝트 등을 아우른다. 이 가운데 마지막 섹션은 사진가 천경우가 단독 기획한 ‘라이프–타임(Life–Time)’이다. 삶을 하나의 책처럼 읽어내는 이 섹션에서는 12권의 포토북을 통해 인류의 생애와 그 파편들을 보여준다. 치엔치 창의 'The Chain'은 대만 롱파탕 사원의 정신질환자 치료 현장을 담았고, 알렉 소스의 'Dog Days Bogotá'는 입양을 앞둔 딸과의 콜롬비아 여행을 기록한 작업이다. 사진은 여기서 기록을 넘어, 살아 있는 감정의 흐름으로 다가온다. 전시와 연계해 타블로이드 형식의 인쇄물도 발간된다. 개막 주간에는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디렉터 안드레아 홀즈헤르(Andréa Holzherr)와 천경우 작가가 참여하는 큐레이터 토크도 열린다. 2025/05/23
베니스비엔날레마다 등장하던 ‘핑크 부부’ EVA, 사망 베니스비엔날레, 도큐멘타, 마니페스타 등 세계적인 미술 행사마다 핑크색 복장과 과장된 메이크업으로 등장하던 퍼포먼스 아티스트 듀오, EVA & ADELE. 이 전설적인 퍼포먼스 커플 중 EVA가 세상을 떠났다. 22일(현지시간) 두 사람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EVA는 오늘 영원의 무대로 돌아갔다. 그녀의 예술에 대한 믿음은 끝이 없었다”는 글이 게재됐다.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EVA의 나이 역시 끝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EVA & ADELE이 자신들의 결혼식을 생일로 삼았던 정체성 철학에 따라, 뮌헨의 갤러리 니콜 그네사는 “EVA는 34세 1개월 10일의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1990년대 초부터 EVA & ADELE은 스스로를 “미래에서 온 양성의 쌍둥이”라 명명하며 등장했다. 같은 옷, 같은 화장, 같은 머리를 한 두 사람은 주요 국제 전시의 오프닝마다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EVA는 2011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성의 이름을 가졌고, 여성적인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 그러나 우리는 남근처럼 깎은 머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 퍼포먼스는 젠더 이분법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이자, 전통적 정체성의 경계를 넘는 선언이었다. 같은 해, EVA는 성전환 수술 없이 법적으로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했고, 마침내 ADELE과의 공식 결혼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EVA는 자신을 ‘여성’이라 규정하지 않았다. EVA & ADELE의 공식 이력서에는 학력이나 전시 목록은 없다. 대신 키와 신체 사이즈만이 적혀 있다. 이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며, 베를린 장벽 붕괴 전인 198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1년, 독일 통일 직후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열린 전시에서 비공식 결혼식을 올렸다. EVA는 2012년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우리의 신조어를 스스로 해석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적극적이고, 미래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