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또 뚫렸다…틱톡커들, 자작 그림 걸었다 지난달 절도범들에게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 또 한 번 보안상 허점이 드러났다. '모나리자' 전시실에 벨기에 출신 틱톡(TikTok)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그림을 몰래 걸고도 제지 없이 빠져나가는 데 성공하면서다. 15일(현지시각)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 르포인트 등에 따르면 벨기에 국적의 틱톡 크리에이터 두 명은 지난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루브르 '모나리자' 작품 주변 벽에 자작 그림을 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무모한 도전 영상으로 알려진 이들은 "보석 도난 사건 이후 보안이 실제로 강화됐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라고 이번 행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들은 레고 조립 방식의 액자를 제작해 부품 형태로 분해한 뒤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그림은 말아서 소지했고 입장 과정부터 검색대 통과, 전시실 도착까지 모든 과정을 촬영해 공유했다. 전시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경비원의 시선을 피해 한쪽에서 액자를 재조립하고, 본인 얼굴을 넣은 그림을 벽에 설치했다. 당초 목표는 '모나리자' 바로 옆에 거는 것이었지만 경비 배치가 촘촘해지자 계획을 바꿔 수 미터 떨어진 같은 전시실의 다른 벽에 그림을 걸었다고 한다. 이들은 "모나리자 바로 옆은 경비가 너무 많아 불가능했다. 하지만 결국 같은 공간 안에는 작품을 걸어뒀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을 벌인 전력이 있다. 과거 벨기에 헨트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을 몰래 걸어 화제가 됐으며, 지난 5월에는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화장실에 27시간 숨어 있다가 UCL 결승전을 무료로 관람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지난달 19일 오전 9시 30분께 4인조 절도범들이 센강변 쪽 외벽에 사다리차를 설치한 뒤 2층 아폴론 갤러리로 침입해 단 7분 만에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도난품 가치는 약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 직후 박물관은 이틀간 임시 폐관했고, 21일 정기 휴무일을 거쳐 사흘 만에 재개관했다. 루브르 측은 사건 이후 보안 강화를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까지 이어지며 보안 관리 전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2025/11/17
'철화분청사기 산업이 되다' 수상작 전시…총 39점 소개 골프존문화재단은 오는 19일까지 대전 골프존조이마루에서 제5회 ‘철화분청사기 산업이 되다’ 공모전 수상작 및 초대작가 전시를 개최한다고 16일 전했다. 해당 공모전은 3대 도자인 철화분청사기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고 전통문화 부흥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재단은 지난해부터 후원을 넘어 주최·주관을 담당하고 있다. 총 124점의 출품작 중 88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박연태 작가의 ‘낙화’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신영현 작가의 ‘돌멩이들’, 나용환 작가의 ‘철화덤벙물고기문다기’가 수상했다. 전시에서는 공모전 수상작 33점 등 총 39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영찬 재단 이사장은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과 발전 의지를 보여주신 모든 도예가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도 문화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2025/11/16
피라미드가 수신한 박종규 ‘영원의 코드’…"이집트 현재진행형 문명국"[박현주 아트클럽] 이집트 기자 사막에 피라미드가 두 겹으로 서 있다. 뒤로는 7000년 전 석조 피라미드가, 앞으로는 빨강·노랑·파랑 3원색 구조물이 또 다른 피라미드의 윤곽을 그린다. 사각 프레임 안 삼각 구조물이 사막의 수평선을 가르고, 바닥에 박힌 아크릴 미러 조각은 돌처럼 빛을 튀긴다. 한국 작가 박종규의 신작 대지미술 ‘영원의 코드(Code of the Eternal)’가 고대 유산과 디지털 시대를 동시에 호출하는 순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기자 피라미드(Pyramids of Giza)에서 가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가 15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했다. 아프리카·중동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야외 국제전으로 꼽히는 이 행사는 이집트 비영리 플랫폼 아르 데집트(Art D’Égypte)가 주최하고, 이집트 외교부·문화부·관광유물부의 후원과 유네스코 협력으로 열린다. 올해는 10개국 작가 10명(팀)이 참여했으며, 한국 작가로는 박종규가 유일하다. 피라미드 앞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강익중에 이어 두 번째다. ◆피라미드의 수학, 사막 위 디지털 구조로 다시 서다 “피라미드는 한국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역사·언어·문명 간의 지속적인 연결을 예술로 표현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박종규의 ‘영원의 코드’는 피라미드 고유의 기하학적 비례, 한국·이집트 고대 서사를 디지털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빨강, 노랑, 파랑색의 정사각형 철 프레임 속 삼각형 구조는 실제 피라미드의 각도와 높이, 변 길이에서 도출한 수학적 수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겉으로는 추상적이지만, 그 안을 이루는 수열은 임의로 뽑은 숫자가 아닌 ‘고대 피라미드의 비례 코드’다. 삼각의 구조물 앞 모래 위에는 약 1000개의 아크릴 미러 점(dot)이 흩어져 있다. 햇빛을 받으면 픽셀 노이즈처럼 반짝이는 이 점들은 작가가 쓴 시 ‘단군이 파라오에게 보내는 상상의 편지’를 모스 부호로 암호화한 결과물이다. 박종규는 이를 “감상용 텍스트가 아니라, 피라미드가 별자리를 통해 신에게 말을 걸던 것처럼 ‘위에서 보라고 쏘아올린 교감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설치물 옆 비석에는 이 암호가 영어·아랍어로 번역돼 새겨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피라미드 앞에서 작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두고 “시간이 겹쳐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수천 년 전의 기하학과 제가 만든 디지털 구조가 한 화면처럼 이어져, 피라미드가 제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1년 전 답사에서 이미 전체 구조를 머릿속에 그려두었지만, 실제 설치 과정에서는 사막의 모래바람과 현지 제작 방식의 차이를 견디며 “이집트라는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막 위에 놓인 기하학 구조와 바닥을 이루는 도트 언어는 그 자체로 한국과 이집트, 고대와 디지털, 신화와 정보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장면을 만든다. 박종규는 동양적 사고가 “보이지 않는 질서와 순환을 읽는 감각”에 기반한다며, 이번 작품에 단군 신화의 문장을 모스 부호로 암호화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아날로그 언어를 디지털 언어로 전환해,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 언어로 다시 쏘아 올리는 장치”라고 정의했다. “한국이 디지털 문명의 중요한 리더로 성장한 지금, 그 감각과 언어를 피라미드라는 인류 문명의 원점 앞에서 다시 발화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박종규 작품을 본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박종규 작업의 ‘언어성’을 짚었다. “피라미드에서 추출한 숫자열과 단군 신화를 모스 부호로 암호화한 구조는 단순 설치가 아니라 문명 간 언어 교환에 가깝다”며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시대 전환의 경계에서 양쪽을 중계하는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모스 부호처럼 시대·국가·종교를 초월한 공통 기호를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점이 독창적”이라며 “디지털 언어가 결국 1과 0의 구조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조형적으로 환기시키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전시용 이벤트가 아니라, 디지털 세계를 기반으로 축적해온 박종규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깊이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 박종규 작품이 ‘미래 문명’의 언어가 되는 이유 이규현 큐레이터는 올해 '포에버이즈 나우' 전시의 핵심 키워드를 “디지털과 영원”이라고 규정하며, 박종규가 이를 가장 명확히 구현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피라미드의 수학, 디지털 노이즈, 단군 신화가 한 구조로 엮인 작업”이라며 “고대 문명 한가운데서 K-아트가 자신만의 언어로 발언하는 드문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규현 큐레이터는 사실상 이집트 현장에서 한국 미술의 ‘민간 외교관’이다. 지난해 강익중의 ‘한글 신전’에 이어 올해 박종규의 ‘영원의 코드’까지, 그는 한국 작가들을 최초로 피라미드 앞으로 세워 ‘K-아트’를 고대 문명 중심부로 진입시켰다. 그는 “7000년 문명과 현대예술을 연결하는 일, 그 사이에 한국 예술을 세우는 건 국가 브랜드 확장과 직결된다”고 했다. 이어 “이집트는 단 한 번도 변두리였던 적이 없는 문명국이며, 지금도 지정학·문화·종교 모든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나라”라며 “한국 예술이 세계로 향하는 과정에서 이집트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명의 관문’”이라고 말했다. ◆ 고대 문명(이집트) × 미래 문명(한국)…이집트가 노린 큰 그림 이집트가 피라미드를 문화외교 무대로 삼는 데는 분명한 전략이 있다. 기자 피라미드 단지는 2023년에만 1470만 명이 찾았고, 이는 이집트 전체 관광객 수와 거의 동일하다. 2024년에는 방문객이 약 157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라미드 앞에서 국제 현대미술제를 연다는 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문화·관광·국가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세계에 발신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올해 개막식은 세 개의 피라미드가 동시에 보이는 지점을 특별 개방해 진행됐다. 지난해 스핑크스 앞 개막보다 훨씬 강력한 상징 자본을 활용한 셈이다.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는 이 전략의 최전선에 배치된 국제전으로,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절대적 상징 위에 현대미술과 각국 작가를 올려놓으며 “이집트는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 문명국”임을 증명하려 한다.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GEM)’과 피라미드 현대미술제의 정례화는 이러한 국가 전략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관광 수입·해외 송금·수에즈운하 통행료라는 기존 경제 구조의 한계를 넘어, 고대 문명을 21세기형 문화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집트를 모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문명의 원점에서 벌어지는 문화외교 ‘포에버 이즈 나우’는 단순한 야외 설치전이 아니라, 문명의 원점과 오늘의 예술을 직접 연결하는 문화외교의 장이다. 전시를 주최한 나딘 압델 가파르(Nadine Abdel Ghaffar) 아르 데집트 설립자는 “포에버 이즈 나우는 고대 이집트 역사와 현대미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글로벌 대화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고대 피라미드가 더 이상 ‘과거의 박물관’이 아니라, 세계 각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문화외교 무대로 재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병선 주이집트 총영사는 “이집트를 알지 못하면 세계사의 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곳은 7000년 문명의 발원지이자, 지금도 아랍권 최대 인구(1억 2000만 명)를 가진 지정학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알려진 5000년보다 더 깊은, 선사시대를 포함한 7000년의 문명 연속성을 품은 나라가 바로 이집트”라며 “처음부터 중심부였던 문명국이 다시 글로벌 예술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10개 언어가 말하는 ‘영원’…피스톨레토·살라 엘 마스리 등 참여 올해 전시에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VHILS, 리사이클 그룹, 나딤 카람, 브라질의 아나 페라리, 프랑스–베냉의 킹 우데크핑쿠, 이집트 작가 살라 엘 마스리 등이 함께했다.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피스톨레토는 아르테 포베라의 대표 작가로, 반영(reflection)과 참여를 강조해온 인물이다. 사막에 놓인 그의 스테인리스 구조물과 둘레의 바위들은 일종의 현대적 제의 공간처럼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드러낸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석조 구조와 대구를 이루며 고대의 무게와 현대의 가벼움이 교차하는 경계를 만든다. 특히 카이로 출신 작가 살라 엘 마스리의 설치는 이번 전시의 ‘신화적 무게’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고대 왕이 쓰던 반지를 거대한 스케일로 확대한 구조물로, 정면에는 커다란 환(環)이 뚫려 있다. 관람객이 그 안쪽에 서면 양옆에서 마아트(Maat)가 심장을 재는 고대의 심판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집트에서는 심장이 깃털보다 가벼워야 피라미드 너머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고 믿었다. 엘 마스리는 이 오래된 사후 세계의 서사를 현대 조각 언어로 다시 불러내 사막 위에 거대한 ‘균형의 눈’을 세웠다. 박종규의 이번 피라미드 프로젝트는 씨아이에스(CIS)와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AIF)의 후원이 더해져 완성됐다. 기술 산업과 공익 예술이 함께 만든 이 구조물은, 고대 문명의 발원 앞에서 또 하나의 ‘미래 언어’를 쏘아 올렸다. 해 질 무렵, 피라미드는 신화의 출구처럼 빛났다. 사막의 바람이 잠시 멎는 사이, 10개의 작품은 각각의 방식으로 ‘영원’을 말했고, 피라미드는 그 모두를 묵묵히 받아 적는 듯했다. 전시 제목 ‘포에버 이즈 나우(영원은 지금)’은 그 순간 더 이상 전시의 표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대가 미래에게 보내는 재발신된 메시지, 지금 이곳에서 다시 가동되는 문명의 선언에 가까웠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2025/11/16
피라미드 앞 '빨노파 피라미드'…박종규 '영원의 코드' 공개 15일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Pyramids of Giza)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대지미술 신작 ‘Code of the Eternal(영원의 코드)’가 공개됐다. 빨강·노랑·파랑의 삼각 기둥 구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의 고유한 수학적 구조와 한국·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피라미드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올해 전시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브라질 ·레바논 등 전 세계 10개국 작가 10명이 참여, 피라미드 앞에서 각국의 현대미술 위상을 뽐낸다. 사진은 포에버 이즈나우 한국 기획자인 이규현 큐레이터와 박종규 작가가 한국에서 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5/11/15
피라미드와 K아트 만남…박종규·이규현 '포에버 이즈 나우' 15일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Pyramids of Giza)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대지미술 신작 ‘Code of the Eternal(영원의 코드)’가 공개됐다. 빨강·노랑·파랑의 삼각 기둥 구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의 고유한 수학적 구조와 한국·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피라미드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올해 전시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브라질 ·레바논 등 전 세계 10개국 작가 10명이 참여, 피라미드 앞에서 각국의 현대미술 위상을 뽐낸다. 사진은 포에버 이즈나우 한국 기획자인 이규현 큐레이터와 박종규 작가가 한국에서 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5/11/15
달리는 인간,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박현주 아트에세이 ④] 세상은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휴대폰의 진동처럼, 도시의 심장은 쉴 틈 없이 뛰고, 인간의 몸은 그 속도에 몸을 맡긴다. 그러다 어느새, 우리는 기계의 일부가 된다. 미디어아티스트 김아영의 영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팬데믹 시기, 그녀는 실제 배달노동자들을 따라 달리며 ‘움직임’ 속에 숨은 인간의 존엄을 기록했다. 그 질주는 단순한 생계의 몸부림이 아니었다. 삶을 이어가는 가장 원초적 형태의 몸의 언어였다. ‘딜리버리 댄서’ 3부작은 AI와 게임엔진, 실사 촬영이 교차하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졌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안에서 김아영이 진짜로 붙잡은 건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의 속도 속에서도 여전히 느끼는 존재, ‘생각하는 인간’을 다시 꺼내 보인다. 그녀의 인물들은 말 대신 움직인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몸이 생각한다. 그들의 몸짓은 언어보다 진실하고, 침묵은 차가운 고립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는 연대다. 스크린 속에서 여성들은 달리고, 흔들리고, 사라지지만 그 궤적은 곧 우리 모두의 초상처럼 남는다. 김아영은 기계의 시선으로 인간의 감정을 다시 번역한다. 냉철한 기술의 문법 속에서 온기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그녀의 예술이다. AI의 계산 너머에 남은 불완전한 감정. 바로 그 불완전함이, 인간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딜리버리 댄서’는 도시에 던진 질문을 확장하며 인간의 미래를 묻는 하나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AI가 명령을 내리고, 인간이 속도를 맞춘다. 그 속에서 김아영은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배달되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향하는 곳은 또 다른 인간의 심장일지도 모른다. 2025/11/15
김환기 '답교' 71년 만에 경매…시작가 15억원 김환기(1913~1974)의 1954년작 ‘답교’가 경매에 처음 등장한다. 시작가 15억 원, 추정가 15억~25억 원으로 책정됐다. 케이옥션은 오는 26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11월 경매에 김환기 작품 5점을 포함한 총 108점을 출품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인 ‘답교’는 정월대보름 풍속인 ‘다리밟기’를 김환기 특유의 조형 언어로 해석한 1950년대 대표작품이다.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 '김환기 회고전', 1999년 갤러리현대 '김환기 25주기 추모전', 2012년 현대화랑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 김환기', 2023년 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 김환기' 등 김환기 화백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가장 중요한 전시에 선보인 바 있다. 케이옥션은 "청회색 화면 위에 크게 떠오른 달과 절제된 형태의 인물·나무가 배치돼 한국적 서정성을 강하게 드러낸다"며 "한국 근현대미술 관련 주요 전시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희소성이 높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함께 출품된 김환기 ‘무제’는 하단의 새 형상과 상단의 선·점 구성 등에서 파리·뉴욕 시기의 조형 실험이 교차하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준다. 추정가는 5억9000만~12억 원이다. 한국적 풍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이대원의 초대형 2폭화 ‘농원’(추정가 2억5000만~4억5000만 원), 한국 추상회화 1세대 이봉상의 ‘고양이와 정물’(1300만~4000만 원) 등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해외 작가로는 데이비드 호크니, 야요이 쿠사마, 카즈오 시라가, 안소니 카로 등의 작품이 포함돼 국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예상된다. 출품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프리뷰는 15일부터 경매 당일인 26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2025/11/14
'인왕제색도' 등 ‘이건희 기증품’ 330점 첫 해외 순회전…워싱턴서 개막 정선의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와 박수근까지, 한국미술의 정수가 워싱턴 D.C.에 상륙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한 순회전 ‘한국의 보물’은 워싱턴에서 출발해 시카고와 런던으로 이어지며, 한국문화의 뿌리가 세계 미술관 지도 위에 새로운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의 첫 국외 순회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를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72건 297점(국보 7건, 보물 15건 포함)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근·현대미술 24점을 아우르며 총 33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정선의 국보 ‘인왕제색도’가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스미스소니언 산하 기관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미술을 소개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출발지로 상징성이 크다. 박물관 측은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중지로 개막을 한 차례 연기했으나, 지난 12일 업무 재개와 함께 정상 개막하게 됐다. ◆ “어느 수집가의 초대”, 세계로 확장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2만여 점의 소장품은 지난 4년간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전국 순회 누적 116만 명,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전시는 146만 명이 관람했다. 두 기관 합산 262만 명이 기증품을 찾았다. 이번 해외 순회전은 이러한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기획됐으며, 워싱턴을 시작으로 시카고(2025.3~7), 런던 영국박물관(2025.9~2027.1)으로 이어진다. ◆한국미술 1700년을 가로지르는 10개 섹션 전시는 고려청자·조선백자 등 도자기, 삼국시대 금동불, 고려 사경, 조선 서화, 왕실미술, 근현대 회화까지 한국미술의 창의성과 기술, 미학을 총망라한다. 정선 ‘인왕제색도’, 김홍도 ‘추성부도’, '월인석보', 조선 책가도, 고려 '대방광불화엄경', 김환기 ‘산울림’, 박수근 ‘농악’ 등 대표작이 대거 포함됐다. 근현대 부문에서는 한국화·조각의 재해석, 20세기 격동기를 반영한 실험적 회화, 여성 작가 작업 등 한국 동시대 미술의 확장과 다양성을 조명한다. ◆워싱턴→시카고→런던…K-컬처의 뿌리를 세계로 이번 전시는 한국실 지원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시카고박물관, 2023년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과 한국실 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순회전이 추진됐다. 각 전시관에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파견돼 안전한 전시 운영을 돕는다. 전시와 연계해 인왕제색도 부채·조명, 고려청자·달항아리 키링 등 인기 문화상품 ‘뮷즈’도 함께 소개된다. 내년 1월에는 한국미술과 수집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일 폐막 후, 워싱턴 D.C.를 떠나 미국 중서부 지역의 중심지, 시카고로 이동하여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다시 열린다. 이후 전시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이동해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워싱턴 D.C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가 시카고와 런던으로 이어지며, K-컬쳐의 원류로서 한국문화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전달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전시는 문화유산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정신, 시대를 초월한 미적 가치가 세계인과 소통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의 문화와 미술이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역사적 다양성과 혼성성을 포용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두 국가기관이 힘을 합쳐 워싱턴 D.C.와 시카고에 이어 런던까지 한국 문화예술을 해외 곳곳으로 펼쳐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5/11/14
한일, 한지 공예로 만나다…제11회 고현한지공예전 '생활 속의 한지' 제11회 고현한지공예전 '생활 속 한지'가 오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지난 12일 개막한 '생활 속 한지'전에는 국내 작가 정계화, 박수진, 남현숙 등과 일본의 노나카미나코, 미즈무라스미코, 다니구치 유미코 등이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공예의 정신과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통 소재인 한지를 조형과 실용 등 예술과 생활 속에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일상 용품에 사용된 한지를 보며 질감과 구조 등을 느낄 수 있다. 공예전 관계자는 "우리가 빚어낸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공예품 만이 아니다. 손끝에서 피어난 한 조각 한 조각에 우리의 열정과 전통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공예문화가 만나 서로의 감성과 가치를 함께하고 두 나라가 가까워지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25/11/14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뉴욕 이민·간척사 기획전 개막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은 오는 21일부터 기획전 "뉴욕 물 위에 쌓은 꿈의 도시"를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26년 5월 31일까지 이어지며 '간척'과 '이민'이라는 두 축을 통해 뉴욕의 성장 동력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미국 이민의 관문이었던 엘리스섬(Ellis Island)의 역사로 시작한다. 당시 입국 심사 절차, 아일랜드 출신 17세 소녀 애니 무어의 기록, 항만 및 간척 현장에서 노동하던 이민자들의 삶을 담은 사진과 자료가 소개된다. 이어 뉴욕 항만 확장과 함께 본격화된 마천루 건설 과정과 세계 자본·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한 도시의 변화상을 지도·사진·기록물로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인력·기술·희망이 모여 도시의 지평을 넓혀온 과정이 곧 간척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항술 관장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향해 나아간 이민자들의 도전은 오늘날 우리가 맞이할 미래 사회의 변화와도 연결된다"며 "이번 전시가 새로운 비전을 함께 그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