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화가' 조지 콘도, 하우저앤워스와 다시 손잡았다 '제2의 피카소'로 불리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조지 콘도(George Condo·64)가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와 다시 손을 잡았다. 최근 세계적인 화랑인 하우저앤워스는 2027년 프랑스 파리와 미국 팔로알토에서 조지 콘도의 신작과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개최하고, 작가의 글로벌 대표 갤러리 역할도 다시 맡는다고 밝혔다. 이번 복귀는 콘도가 지난해 11월 하우저앤워스를 떠나 스프루스 마거스(Sprüth Magers)와 스카스테트(Skarstedt)로 이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콘도는 1984년 모니카 스프루스와 처음 전시를 열었고, 2004년부터 스카스테트 소속으로 활동하다 2019년 하우저앤워스로 옮긴 바 있다. 하우저앤워스는 이번 계약으로 조지 콘도의 글로벌 대표권을 다시 확보했으며, 콘도는 스프루스 마거스와의 협업도 계속 이어간다. 복수의 메가갤러리와 협력하는 최근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외신에 따르면 콘도는 "파리는 오랫동안 내 작업에 영감을 준 도시이며, 팔로알토는 기술 혁신의 발상지"라며 두 도시에서의 전시에 의미를 부여했다. 마크 파요(Marc Payot) 하우저앤워스 대표는 "이번 전시는 조지 콘도와 협업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며 "그는 동시대 미술의 진정한 개척자"라고 밝혔다. 1957년 미국 출생의 조지 콘도는 1980년대 뉴욕 미술계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등과 교류하며 활동했다. 고전 회화와 팝아트, 입체주의를 결합한 독창적인 인물화로 '인공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ism)'를 구축했으며, 강렬하게 왜곡된 초상화로 '괴물 화가', '제2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가수 지드래곤이 컬렉팅하는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지난해 파리시립근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으며, 경매 최고가는 2020년 작품 'Force Field'(2010)가 기록한 680만 달러다. 2026/07/11
사랑받고 싶은 우리 자화상…김원근의 조각 [박현주 아트에세이 ㉘] 험상궂은 얼굴이다. 굵은 눈썹. 날카로운 눈빛. 꽃무늬 셔츠에 굵은 금목걸이. 처음엔 조폭 같다고 했다. 흉물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오래 바라보면 표정이 달라진다. 위협하는 얼굴이 아니다. 어딘가 쓸쓸하고, 조금은 무심하고, 오래 기다린 사람 같다. 김원근의 조각은 첫인상과 끝인상이 다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칠음은 사라지고, 사람만 남는다. 그의 조각은 성자가 아니라 우리다. 조각가 김원근도 그랬다. 돌공장에서 일했고, 가구를 배달했고, 치킨집을 운영했다. 먹고사는 일이 예술보다 먼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는 다시 흙을 만졌고, 나무를 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작품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한동안 흙덩이만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종합격투기에 도전한 씨름선수를 보았다. 질 줄 알면서도 다시 링에 오르는 사람. 그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복서가 태어났다. 질 줄 알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 사람이 김원근의 조각이다. 예술이 무엇일까. "그냥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거." 김원근은 짧게 말했다. "난 사랑받고 싶어." 그 한마디가 그의 모든 조각을 설명했다. 조각은 원래 무겁다. 받침대 위에서 침묵하고, 기념비처럼 권위를 말한다. 하지만 김원근의 조각은 받침대에서 내려온다. 사람들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쉰다. 아이들은 손을 내밀고, 어른들은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작품을 찍는 것이 아니다. 작품과 함께 자기 자신을 찍는다. 좋은 공공조각은 도시를 장식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예술이다. 광장과 공원, 거리와 건물 앞에서 조각은 말없이 사람을 위로한다. 김원근의 작품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걸음을 늦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갔다가, 어느새 자신을 닮은 얼굴과 눈을 마주한다. 그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꽃무늬 셔츠도, 복서도, 꽃을 든 남자도, 결국은 모두 사랑받고 싶었던 한 인간의 자화상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운 얼굴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낯선 얼굴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일이다. 2026/07/11
독일 작가 마를론 봅스트 첫 한국 개인전…'펠트 회화' 눈길 독일 작가 마를론 봅스트(Marlon Wobst)의 한국 첫 개인전 'SIX LOVE'가 11일부터 8월 6일까지 서울 연희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펠트 태피스트리 작업을 함께 선보이며, 수영장과 공원, 도미노 게임 등 일상의 풍경 속에서 공동체와 인간관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감정을 담아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펠트 태피스트리 작업은 염색된 양모를 사용해 제작한 작품으로, 벽면에 직접 설치돼 회화와는 다른 물질감을 보여준다. 회화에서 출발한 익숙한 장면들은 양모로 옮겨지며 새로운 촉각성을 얻고, 인물과 배경의 경계는 한층 모호해진다. 전시 제목 'SIX LOVE'는 도미노 게임에서 승리를 축하하며 외치는 표현에서 착안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 존재하는 집단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서로의 친밀한 관계와 유대를 몽환적인 풍경 속에 담아낸다. 파스텔톤 화면은 기쁨과 멜랑콜리가 교차하는 정서를 전하고, 인물들은 주변 풍경에 스며들 듯 흐려지며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넘나든다. 마를론 봅스트는 독일 비스바덴 출신으로 마인츠 미술대학교와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화와 대형 펠트 섬유 작업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주요 미술기관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왔다. 전시 관람은 무료. 2026/07/10
필리핀서 '예술 입은 한복'…사비나미술관 국제 순회전 한복은 더 이상 입는 옷이 아니다. 회화가 되고, AI아트가 되고, 미디어 설치가 된다. 사비나미술관은 10일부터 9월 26일까지 주필리핀한국문화원에서 국제 순회전 '예술 입은 한복(Hanbok, Reborn as Art)'을 개최한다. 전통 한복의 문양과 색채, 형태와 소재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전시로, 회화·설치·미디어·AI아트 등 47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 고유의 전통복식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한복에 담긴 미의식과 생활문화, 색채와 문양의 상징성을 동시대 미술 언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권기수, 김창겸, 남경민, 이중근, 이봉이 명장 등 18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조형언어로 한복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와 미디어, 설치, AI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복의 소재와 형태, 오방색과 문양을 새롭게 해석했다. 전통 침선기법으로 복온공주의 활옷을 재현한 이봉이 명장의 작품부터 생성형 AI로 덕혜옹주의 내면세계를 구현한 이윰의 영상 작업까지, 전통과 첨단기술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예술 입은 한복'은 2023년 서울 사비나미술관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중국을 거쳐 이번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국제 순회전이다. 이후 말레이시아에서도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시 기간에는 가야금 공연과 워크숍, '한복 Friday', 한복 복주머니 만들기 체험 등 현지 관람객이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김명진 주필리핀한국문화원장은 "이번 전시는 한복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현대미술의 창의성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라며 "필리핀 관람객들이 한국문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양국 문화예술 교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한복은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과 만나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살아 있는 문화자산"이라며 "필리핀 관람객들이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한국 문화의 깊이와 한국 현대미술의 창의성을 함께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07/10
세상에 단 한 장 '반 고흐 피카츄' 공개…서울옥션, 전 세계 희귀 포켓몬 카드 전시 세상에 단 한 장뿐인 '반 고흐 피카츄'가 공개된다. 서울옥션은 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강남센터에서 특별기획전 '프리미엄 포켓몬 카드(Premium Pokémon Cards)'를 열고, 세계 각국의 희귀 포켓몬 카드를 예술성과 희소성을 갖춘 컬렉터블이자 대체투자 자산으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홍콩 하이엔드 포켓몬 카드 전문 컬렉션 기업 그레이드10(Grade10)과 공동 기획했다. 최고 등급의 희귀 포켓몬 카드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예술과 자산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 컬렉팅 문화를 소개한다. 전시에는 최고 감정 등급인 'PSA 10 Gem Mint'를 받은 희귀 카드와 연속 인증번호를 갖춘 하이엔드 컬렉션이 대거 공개된다. 현대 포켓몬 카드 컬렉팅을 대표하는 '판초 피카츄(Poncho Pikachu)' 시리즈와 '마리오 피카츄 & 루이지 피카츄' 세트, 전 세계 1510장 한정으로 제작된 중국 프로모 '뮤 ex' 카드 등 수집가들이 선망하는 희귀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디즈니 일러스트레이터 로자 라 바베라(Rosa La Barbera)가 포켓몬 카드 위에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직접 그려 넣은 '반 고흐 피카츄' 핸드페인팅 카드다. 서울옥션은 "이 작품은 전 세계 단 한 장뿐인 커스텀 카드로, 작가 친필 서명과 함께 카드 진위와 서명 모두 최고 등급인 PSA/DNA 10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카드는 포켓몬 카드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이 카드의 모티브가 된 반 고흐 미술관 협업 행사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안전 문제로 카드 배포가 중단될 정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중국 본토 공식 포켓몬 카드 멤버십 추첨을 통해 단 1510장만 배포된 '뮤 ex'를 비롯해 일본 포켓몬센터 한정으로 출시된 '판초 피카츄', 닌텐도 대표 캐릭터가 만난 '마리오 피카츄 & 루이지 피카츄' 등 수집 난도가 높은 지역 한정 카드들도 함께 선보인다. 서울옥션은 포켓몬 카드가 최근 글로벌 컬렉터 시장에서 대체투자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카드 거래 플랫폼 카드 래더(Card Ladder)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포켓몬 카드의 가치는 3000% 이상 상승해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포켓몬 탄생 3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예술과 자산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동시대 컬렉팅 문화를 소개하는 데 의미를 둔다. 전시작품은 구매 가능한 프라이빗 세일 품목과 전시 전용 희귀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휴관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6/07/10
무라카미 '도라에몽' 최고 11억원에 새 주인 찾는다 파란 하늘을 나는 도라에몽이 케이옥션 7월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출품됐다.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타카시 무라카미의 2019년작 'A Blue Sky! Like We Could Go On Forever!'가 추정가 7억2000만~11억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케이옥션은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7월 경매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경매에는 총 87점, 약 65억 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 최고가 출품작인 무라카미의 작품은 그의 대표적인 '슈퍼플랫(Superflat)' 미학과 일본 국민 캐릭터 도라에몽이 결합된 대형 회화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대나무 헬리콥터를 단 도라에몽과 친구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화면 아래에는 무라카미의 상징인 스마일 플라워가 펼쳐진다. 유년의 상상력과 대중문화를 순수미술의 언어로 끌어들인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한국 근현대미술 부문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1991년작 '산'이 추정가 3억7000만~8억 원에 경매에 오른다. 평생 탐구한 '산'을 만년의 원숙한 색면 추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이번 경매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블루칩 작가' 김환기의 작품도 2점 출품된다. 한지에 유채로 작업한 1970년작 '8-1-70'(7000만~1억5000만원)과 신문지에 유채를 더한 1968년작 '30-I-68 II'(5500만~1억5000만원)로, 뉴욕 시기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종이 작업이다. 단색화를 대표하는 윤형근, 박서보, 정창섭, 김창열, 이배의 작품도 대거 경매에 오른다. 윤형근의 1992년작 '무제'(1억7000만~3억원)를 비롯해 박서보의 '묘법 No.950508-H'(5500만~1억8000만원), 정창섭의 '묵고 No.99907'(1000만~4000만원), 김창열의 '회귀' 연작 3점(3800만~7500만원)이 출품된다. 숯의 물성을 회화 언어로 확장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이배의 작품도 4점이 나온다. 2016년작 '불로부터 A22'는 추정가 3억8000만~4억8000만원이며, 종이에 숯으로 작업한 '붓질-f'(1억8000만~2억5000만 원), '붓질-SK15'(9500만~1억5000만 원)도 함께 경매에 오른다. 이 밖에도 장욱진의 '강 풍경'(1억6000만~2억 원), 요시토모 나라의 드로잉 'The Lonesome Babies'(1억9000만~3억5000만 원),,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더스트 스크린프린트 'Reigning Queens: Queen Margrethe II of Denmark', 데이비드 호크니의 에디션 2점과 이대원, 김종학, 오치균 등의 작품도 출품된다. 이번 경매에서는 한국 근현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천경자의 '여인'과 '오와하까', 이성자의 1959년작 '지평선이 향기를 뿜으면', 최욱경의 'Dancing Birds', 정강자의 '춤추는 폴리네시안(사모아)'과 '노란꽃과 함께인 여인', 이숙자의 '이브의 보리밭-황금 장미' 등이 출품된다. 동시대 여성 작가로는 하태임의 'Un Passage No. 234050',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 마유카 야마모토의 'White Rabbit Boy', 도나 후앙카의 'Tranexamic Azul' 등이 출품돼 국내외 여성 작가들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미술과 럭셔리를 결합한 컬렉터시장을 겨냥한 출품작도 눈길을 끈다. 야요이 쿠사마와 루이비통이 협업한 트렁크 세트와 서프보드,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의 'Cherry Blossom Capucines BB' 핸드백, 루이비통 하이주얼리 'Acte V: The Escape Majestic Necklace', 에르메스 리미티드 에디션 켈리백 등도 새 주인을 기다린다. 경매 출품작은 11일부터 22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운영되며 예약 없이 입장 가능하다. 경매는 현장과 서면, 전화, 온라인 라이브 응찰로 참여할 수 있으며, 경매 당일에는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2026/07/10
초록빛 식물들이 빚어낸 낯선 풍경…김효중 '짐승의 길' 현실의 숲은 그의 화면에서 낯선 세계가 된다. 빽빽한 초록빛 식물과 어디론가 이어지는 '짐승의 길'은 익숙한 풍경을 초현실적 감각으로 바꾸며, 관람자를 숲 깊숙한 곳으로 이끈다. 화가 김효중(33)은 숲을 재현하는 대신 그 안을 통과하는 몸의 감각을 그린다. 서울 문래동 아트필드 갤러리 2관에서 열리는 김효중 초대전 '짐승의 길(Animal Trail)'은 숲과 들, 풀숲과 나무를 소재로 한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시선과 감각의 흐름을 화면에 담아냈다. 전시 제목은 작업을 이어오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쌓여 있는 작업들이 하나의 숲처럼 느껴졌고, 그 사이를 떠도는 나를 상상하다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떠올렸다"며 "'짐승의 길'은 작업의 주제이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화면 속 숲은 더 이상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대표작 'Animal Trail' 연작은 초록빛 식생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몸을 낮춘 시점으로 포착한다. 'Trailscape' 연작에서는 숲속의 흔적과 땅의 결을 담아내고, 'Someone's Eyes' 시리즈는 누군가 숲을 응시하는 듯한 시선을 화면 속에 끌어들인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장치들이다. 김효중은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 전공을 졸업했으며, 예술가 집단 '아이작 오즈(Isaac OZ)' 프로젝트의 작품 퍼포머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6/07/10
한국조각가협회·아이프칠드런 업무협약…'조각이 찾아가는 학교' 추진 조각 작품이 미술관을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상으로 들어간다. 사단법인 한국조각가협회와 공익재단법인 아이프칠드런은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예술 환경 조성 사업인 '조각나눔 캠페인'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지역 간 문화예술 향유 격차를 줄이고, 어린이·청소년이 학교와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수준 높은 조각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조각이 찾아가는 학교(Sculpture for Children)' 캠페인을 중심으로 소규모 학교와 어린이·청소년 생활공간 등에 조각 작품을 설치하고, 예술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창의적 감수성을 키우는 문화복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작품 기증이나 일회성 전시에 그치지 않고, 미술계와 공익재단, 기업,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사회공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CSR) 프로그램과 연계한 후원 모델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양 기관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지역 안배를 고려한 1~2곳을 선정해 사업을 시작하고, 다문화 지역과 문화예술 소외지역 학교 등을 우선 검토할 예정이다. 참여 작가와 후원 구조, 설치 방식 등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한 뒤 2027년부터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준비 중인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7'과 연계된다. 협회는 캠페인 추진 과정과 성과를 사진과 영상, 전시 콘텐츠로 기록해 페스타 현장에서 소개하고, 어린이·청소년 초청 도슨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향유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치규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은 "조각은 미술관과 전시장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매일 마주하는 생활공간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예술 경험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조각가들이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윤섭 아이프칠드런 이사장은 "좋은 예술을 일상에서 만나는 경험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조각이 자연스럽게 삶 속으로 스며드는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캠페인을 한국조각가협회와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26/07/09
'멸실 위기' 오윤 벽화 살리기…1만원 시민펀딩·기금전 시작 철거를 앞둔 건물에서 4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한국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1946~1986)의 테라코타 벽화를 지키기 위한 시민 모금이 시작됐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는 작품의 안전한 해체·이전과 보존을 위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과 기금 마련 판매전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 내벽에 남아 있는 이 벽화는 오윤이 스물일곱 살이던 1973년 동료 오경환, 윤광주와 함께 제작한 테라코타 부조다. 사람과 새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어느 시점부터 가벽에 가려져 미술계에서도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건물 매각 과정에서 다시 발견됐다. 그러나 건물 철거가 예정되면서 작품은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현재 보존 전문기관의 해체·이전 작업은 오는 21일 이후 진행될 예정이지만, 비용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추진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목표액 1억 원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멸실 위기의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부조, 우리가 구합시다'를 진행한다. 누구나 1만 원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후원자에게는 오윤 판화 도상의 아트카드와 '칼노래' 한정 아트프린트, 사후판화 구매 할인 등의 리워드가 제공된다. 오는 26일부터 8월 9일까지는 서울 인사동 관훈미술관 전관에서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도 열린다. 오윤의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연대전으로, 판매 수익은 작품 해체와 이전, 보존 비용으로 사용된다. 전시에는 오윤이 생전에 직접 찍은 판화 '칼노래', '춘무인추무의', '무호도', '인물(여)' 등을 비롯해 동료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오윤의 차남인 오상엽 추진위원회 운영위원은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도, 이를 지키기 위해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름을 올려주신 것도 가족에게는 벅찬 일"이라며 "이 벽화는 이제 가족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오윤의 구의동 벽화는 한국 민중미술이 우리 사회에 남긴 살아 있는 증언"이라며 "동료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힘을 보태는 판매 연대전 자체가 오윤의 정신을 잇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모금이 목표액을 넘길 경우 초과 금액은 오윤 기념사업과 함께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상호부조 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오윤은 소설가 오영수의 장남으로, '현실동인'과 '현실과 발언' 활동을 거쳐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을 이끈 대표 작가다. 2005년 옥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으며,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2016년 가나아트 회고전 등을 통해 작품 세계가 재조명됐다. 2026/07/09
숲속 과천관 전체가 전시장…국현, 40주년 '빛의 상상들'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빛이 환대한다. 과천관의 상징인 백남준의 비디오 타워가 더욱 선명하게 빛나며 관람객을 예술의 세계로 이끈다. 전시는 전시실이 아니라 로비에서 시작된다. 필립 파레노의 빛 설치를 지나면 건축과 자연, 디지털 영상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지고, 과천관 전체가 거대한 작품으로 작동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프로젝트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을 10일부터 개최한다. 1986년 건축가 김태수가 설계한 과천관은 서울의 도시성과 청계산 자락의 자연이 만나는 장소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본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40년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과천관이 지닌 건축과 자연, 소장품을 동시대 미술과 연결해 미술관의 새로운 경험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는 로비와 공용공간의 '광경', 2원형전시실의 '잔상', 야외 조각공원의 '머무는 자리' 등 세 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작품을 전시장 안에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로비에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마퀴'(2019)가 소장 이후 처음 공개된다. 점멸하는 빛과 리듬이 공간의 호흡을 바꾸며 관람객에게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3층 브리지에는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가 장소 특정적 LED 설치로 재구성됐다. 유리창 너머 숲과 디지털 영상이 하나의 화면처럼 겹쳐지며 과거와 미래,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미국 현대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후원위원회(MDC)가 지난해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발전후원위원회는 2011년 출범 이후 문경원·전준호, 히토 슈타이얼, 제니 홀저, 안리 살라, 와엘 샤키 등 세계적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꾸준히 기증하며 미술관의 뉴미디어 소장품 확충을 지원해왔다. 터렐의 작품은 2시간 30분에 걸쳐 빛의 색채가 아주 천천히 변화한다. 벽과 천장, 바닥의 경계는 서서히 사라지고,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빛으로 채워진 공간 속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감각과 지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빛은 더 이상 조명이 아니라 공간이 되고, 작품은 하나의 명상으로 완성된다. 이 밖에도 이반 나바로의 네온 설치와 김하늘, 방효빈, 임정주, 하지훈, 황형신 등 5인이 참여한 조각공원 프로젝트 '머무는 자리'가 펼쳐진다. 관람객이 직접 앉고 기대며 머물 수 있는 '앉는 조각'을 통해 조각을 감상의 대상에서 경험의 대상으로 확장했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40주년을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늘의 과천관을 새롭게 발견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프로젝트로 기획했다"며 "건축과 자연, 예술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미술관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986년 개관 이후 과천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과천관의 유산을 돌아보고 미래 40년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그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관은 개관 40주년을 맞아 과천관의 건축 구조와 '빛'을 모티프로 한 새로운 그래픽 아이덴티티도 선보인다. 대공원역부터 미술관 진입로와 내부까지 사이니지를 전면 개편하고 휴식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 건축과 전시가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