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트리뷰 ‘2025 파워 100’…양혜규 작가(38위)이현숙 회장(98위)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이 영국의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2025 파워 100’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1년 연속 선정됐다. 올해 순위는 98위다. 아트리뷰의 ‘파워 100’은 2002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현대미술계 영향력 순위로, 전 세계 패널이 작가·큐레이터·컬렉터·기관장·철학자·사회활동가 등 문화예술계 주요 인물 100명을 선정한다. 아트리뷰는 “이 회장은 지난 43년간 국제갤러리를 이끌며 빌 비올라, 루이즈 부르주아 등 주요 해외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해왔다”고 평가했다. 또 “서울로 글로벌 아트 관계자들이 집중되는 최근 흐름 속에서 갤러리의 방향을 새로 설정하며 젊은 한국 작가 전시를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국제갤러리는 정연두, 안규철, 하종현 등 국내 작가 개인전과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을 선보이며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현숙 회장과 함께 국제갤러리 소속 양혜규 작가도 38위에 올랐다. 양 작가는 2018년 볼프강 한 미술상, 2022년 베네세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입지를 다져왔으며, 올해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막한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 ‘윤년(Leap Year)’이 로테르담, 취리히로 순회했다. 현재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이며, 12월에는 타이중미술관 개관을 맞아 대만 첫 커미션 설치작을 공개한다. 내년에는 LA MOCA·LA 필하모닉 협업 프로젝트를 비롯해 10월 디아 비콘(Dia Beacon) 개인전 등 미주권 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올해 파워 100 1위는 사바나 현대미술관 설립자이자 예술가인 이브라힘 마하마, 2위는 카타르 박물관청장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가 차지했다. 전체 순위는 아트리뷰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12/05
‘주천의 가을’ 대통령상…‘2025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사진 부문)’ 한국관광공사(사장 직무대행 서영충)는 4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에서 ‘2025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사진 부문)’ 시상식을 개최했다. 53회째인 이번 공모전(사진 부문)에는 7439점이 출품됐다. 국민 참여 투표 포함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97점이 선정됐다. '대상'(대통령상)의 영예는 전북 진안 주천생태공원의 가을 풍경을 드론으로 담아낸 ‘주천의 가을'(이정희)이 품에 안았다. 붉게 물든 단풍과 반영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풍경을 조화롭게 표현해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받았다. 금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에는 ▲경남 함안군 무진정의 낙화놀이 순간을 포착한 ‘낙화놀이의 정수'(이준모·디카) ▲겨울 바다의 정취를 담은 ‘시간이 멈춘 겨울바다'(이재용·드론) ▲전북 익산시 마이산의 신비로운 일출을 기록한 ‘마이산 일출과 운해'(이은숙·스마트폰) 등 3점이 이름을 올렸다. 은상 3점, 동상 3점, 입선 87점 등 한국 관광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작품이 선정됐다. 수상작 전시회는 2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국관광사진기자단 ‘프레임코리아’(Frame Korea)의 생생한 여행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관광공사 김남천 관광콘텐츠전략본부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감동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관광공사는 수상 작품을 활용해 한국 매력을 널리 알리고, 국내외 여행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수상작은 '포토코리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광공사는 포토코리아에서 디지털 사진 10만여 컷을 무료 개방 중이다. 이는 한국 관광 홍보물 제작, 관광공사 해외 지사 및 재외 공관 등의 한국 홍보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되고 있다. 2025/12/04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입장권 할인, 12월까지 연장 내년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입장권 40% 특별할인 판매기간이 이달 말까지 한달 연장됐다.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조직위원회는 3일 보다 많은 관람객이 부담 없이 박람회를 즐길 수 있도록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상 요금은 일반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9000원으로 할인 적용 시 일반 9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는 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입장권 구매는 네이버, 인터파크 티켓, 카카오 예약하기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및 박람회 공식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조직위, 충남도청, 태안군청에서도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조직위는 이번 특별할인 판매 기간 연장이 박람회 사전 수요 확보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직위는 연말 홍보 강화를 통해 예매 참여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원예와 치유의 가치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알차게 박람회를 준비하겠다"며 "이번 특별할인판매 기간을 잘 활용해 가족 모두 부담없이 박람회를 찾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는 내년 4월25일부터 5월24일까지 한 달간 안면도 꽃지해안공원 일원에서 ‘자연에서 찾는 건강한 미래 원예&치유’를 주제로 도와 군이 공동 개최한다. 2025/12/03
코레일, 철도박물관 시설개선 사업 설계공모…2030년 새 개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경기도 의왕 철도박물관을 재정비하기 위해 오는 3일부터 내년 3월까지 시설개선 사업 설계공모를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지난 1988년 개관한 철도박물관은 30여년 간 축적된 방대한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전시·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해 2030년 새 철도박물관을 개관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부지 면적 3만7500㎡, 연면적 1만6450㎡ 규모로 박물관을 재구성할 계획이며. 50여 대의 철도 차량을 포함해 총 1만3000여 점의 철도 유물을 전시한다. 새로 구상 중인 박물관은 ▲전시 ▲수장 ▲교육 ▲사무 ▲편의 영역으로 공간을 세분화한다. 전시는 관람 동선을 고려해 재구성하고, 수장고는 유물 보존 환경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체험뿐 아니라 철도연구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기능을 강화한다. 공모 일정은 오는 17일 부터 19일까지 참가 등록을 진행하고, 이후 올 12월 현장설명회와 내년 2월 작품 접수를 실시한다. 내년 4월에는 선정작을 발표한다. 코레일은 오는 24일 철도박물관에서 현장설명회를 열고 부지 여건과 사업 방향을 안내할 예정이다.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철도박물관이 품격있는 복합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정비하고, K-철도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철도문화의 랜드마크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12/03
대구 구수산도서관, 연말 북카페 행사…"프로그램 다채"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구수산도서관은 연말을 맞아 '동네에서 쓰여진 작은이야기들' 북카페 행사를 연다고 3일 밝혔다. 프로그램에는 3개의 동네서점(책방공공, 여행자의 책, 나른한 책방)이 참여한다. 각 서점은 오는 13일부터 도서 전시와 글쓰기와 필사하기 등 주제 관련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12월의 지역작가 강연 ▲결혼이주여성들의 그림책 작품 도서전시전 ▲그림책 읽고, 붕어빵 손난로 만들기 ▲반짝반짝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타로로 미리 보는 2026년의 나 등도 함께 운영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구수산도서관 북카페의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03
거제 청마갤러리 기획전, '청마가 받은 편지, 詩로 빛나다' 개최 거제시 청마기념관(관장 윤병규)이 운영하는 청마 갤러리는 2일부터 31일까지 청마 유치환을 추모하는 전시회 ‘청마가 받은 편지, 시로 빛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재삼 시인, 이호우 시조 시인, 문덕수 시인, 김윤식 평론가, 김달진 시인, 최정희 소설가, 김용호 평론가, 배길기 서예가 등 당대 유명 예술인들과 청마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액자로 제작해 선보인다. 문덕수 시인이 보낸 편지에는 단테와 샤를 보들레르의 사상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그 시대 문인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박재삼 시인의 편지에는 자취생활의 고달픔과 함께 습작 원고를 동봉하며 꾸지람을 부탁하는 문단 후배의 겸손한 마음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대가 시인 청마의 면모와 그 당시 문단 등단을 위해서 청마에게 원고를 보내는 문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김윤식 평론가의 편지는 문학인들의 사상적인 갈등을 토로하며, 청마에게 문학인의 길을 물으며 깊은 고뇌를 교감하고자 하는 애달픔이 담겨있다. 소설 '흉가'의 저자 최정희 작가는 소설 창작의 고됨을 하소연하는 한편, 청마의 시 '바람에게'를 읽은 독후감으로 “사람은 외로워지자고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는 인상을 적었다. 김용호 평론가는 청마의 시집을 선물로 받은 감사와 함께 현실의 절망을 표현한다. “절망을 앞에 두고 시로 살고 있지만, 그것마저 상실해가는 요즘의 심경은 한없이 적막하다. 주변인들이 돈의 종교에 빠져 있어서 질식해 버릴 것 같다”고 했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당시 문인들의 소소한 일상과 암울한 현실, 문학적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오는 31일까지 한 해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의미 있는 전시로 진행된다. 청마기념관 내 청마 갤러리는 기획전시뿐 아니라 거제시민 누구에게나 무료 대관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2008년 개관한 청마기념관은 대한민국의 대표 시인인 청마 유치환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매년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교육장으로 청소년 문학 교실, 청마 문학 치료 교실, 전국 청마 사행시 공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5/12/03
‘소녀’ 너머 감각의 폭발…아야코 록카쿠, 토탈미술관 첫 대규모 전시 일본의 스타 작가 아야코 록카쿠(43)가 한국에서 머물며 제작한 신작 전시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선보인다. ‘귀여운 여자 아이’ 이미지로 알려진 그의 회화는 국내 경매 시장에서 수억원대에 낙찰되며 MZ컬렉터 시장을 흔들어온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동안 상업갤러리에서 보여온 ‘카와이(kawaii)’ 이미지와는 결이 다르다. 토탈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소녀의 형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추상 제스처의 세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홍빛, 파스텔 톤, 유년의 질감은 화면 깊숙이 살아 있으며, 귀여움의 정서는 방식만 달라졌을 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는 5일 개막하는 전시는 회화 신작 24점과 국내 최초 공개되는 대형 조각 2점을 포함해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 “한국에서는 동아시아 감각으로 다시 나를 본다” 2일 미술관에서 만난 록카쿠는 작품 속 소녀의 분위기를 그대로 닮아 있었다. 수줍은 표정과 장난스러운 기운이 자연스레 배어 있었고, 작은 체구에서 폭발하는 색채 감각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 달 이상 한국에 머물며 평창동에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그는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도시에서 직접 ‘정주’하며 작업하는 스타일로 이번 서울 전시도 그 방식 그대로를 유지했다. 일본인이지만 독일 등 유럽에서 주로 생활해온 그는 “유럽에서는 늘 ‘이방인’이라는 감각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동아시아 안에서의 나를 다시 보게 된다”며 “감각의 결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서울 체류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한국 음식은 거의 다 잘 맞아요. 특히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죽을 좋아해요.” ◆ 유년성의 전환…이미지에서 리듬으로 이번 전시의 핵심은 ‘유년성의 전환’이다. 초기 작업을 상징해온 귀여운 소녀 캐릭터보다 색채의 진동과 신체적 리듬으로 채웠다. 19살 때 공원에서 사람들 앞에서 그림을 그린 경험은 여전히 그의 예술을 지탱하는 중요한 장치다.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괜찮아요. 오히려 기운이 손끝으로 들어와요.” 그의 작업 방식이 ‘드로잉’보다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록카쿠의 회화는 모두 손끝에서 출발한다. 골판지 위에 물감을 밀고, 문지르고, 긋는 행위는 기법이 아니라 그가 세계와 접속하는 하나의 존재 방식이다. 그는 “물감이 묻은 손가락이 골판지를 문질렀을 때의 감각에 빠져 그림을 시작했다”며 “손으로 그리는 건 처음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물감의 물성이 더 진하게, 더 직접적으로 들어와요”라고 말했다. 작가의 손가락은 가늘고 말랑하지만, 그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색의 에너지는 압도적이다. 붓처럼 쓰는 그의 손끝을 직접 만져보니 놀랍게도 손은 거칠지 않았고, 부드러웠다. 난폭하게 색을 밀어 올리는 화면과 달리, 그 손의 촉감은 더 어린 감성에 가까웠다. 그 대비가 오히려 록카쿠 회화의 핵심, ‘감각의 충돌’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 스케치 없이 바로 화면을 밀어 올리는 작업 과정은 완성된 결과보다 ‘지속되는 생성의 순간’을 더 많이 품는다. 작업의 시간과 행위, 그리고 관객의 기운까지 뒤섞이며 그의 회화는 ‘보여지는 것’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것’이 된다. ◆ 회화가 조각이 되는 순간…흙과 손의 충돌 국내 최초 공개되는 대형 조각 2점은 회화적 제스처가 3차원으로 확장된 장면이다. 흙을 바르고, 긁고, 쌓아 올린 조형물은 생명체인지, 풍경인지, 감정의 응결인지 모호한 존재로 자리한다. “손으로 흙을 만지면 새로운 생명 같은 감각이 계속 올라와요.” 미술관 유리창 너머 구름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조각은 상상의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물주물한 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회화에서 조각으로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아야코 록카쿠는 누구인가 비제도권 출신으로 스트리트에서 그림을 시작한 록카쿠는 GEISAI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에 의해 발굴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판지와 손가락을 이용한 즉흥 제스처, 유년의 감정·동화적 세계를 기반으로 작업해왔으나 최근에는 형상보다 색·리듬·신체적 움직임 중심의 추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롱뮤지엄 등 대형 미술관 전시는 그의 회화가 몰입적 감각체험으로 확장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토탈미술관 신보슬 책임큐레이터는 “최근 록카쿠의 화면에서 형상은 점차 사라지고 색채와 제스처가 중심이 된다”며 “이는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회화가 세계를 재현하는 행위에서 세계와 감각을 다시 구성하는 사건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감각으로 들어가는 문턱…핑크 카펫 전시장 입구의 핑크 카펫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관람자가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시각보다 먼저 감각의 층이 반응하도록 구성된 장치다. 그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관람자는 이미 록카쿠의 색채 세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시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호흡이 확장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전시 기간 동안 SF 소설가 김초엽은 록카쿠의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신작 초단편을 발표하고, 미학자 하선규는 회화·신체·혼돈의 미학을 해석하는 비평문을 더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호흡을 품어가는, 살아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는 취지다. 이번 전시는 만화같은 카와이(귀여움)미학을 전승하지만, 그를 발굴한 무라카미의 매끈한 표면과는 완전히 다르다. 록카쿠의 세계는 손맛, 물성, 촉각적 흔적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낸 감각의 지층이다. 그것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그가 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원초적 방식, 순수한 감정이 감각의 회로를 다시 열어주는 창구에 가깝다. 신체의 파동이 화면을 밀어 올리고, 경계 없이 드글거리는 색채는 호흡의 흔적처럼 스며든다. 그렇게 응결된 감각의 표면, 귀여운 그림앞에서 관람자는 설명보다 먼저 반응하게 된다. 어쩌면, 이 귀여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세상을 가볍게 구원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전시는 2026년 2월 8일까지 열린다. 2025/12/02
엄마가 되고 난 뒤, 세계는 달라졌다…고아빈 ‘아이보개 BLUE(S)’ 미술학과, 미술학 박사를 마치고 출산과 육아의 시간 끝에서 다시 화가로 선 고아빈(42)이 ‘아이보개 BLUE(S)’로 새로운 경계의 문을 연다. 전통 한국 채색화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가 오랜 공백 이후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이 오는 6~14일 안양시 아트 포 랩에서 열린다. 회화·드로잉·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 실험을 통해 삶의 변화가 만들어낸 감각적 전환을 담아낸다. 경기문화재단의 ‘생애 첫 지원’ 선정 이후 마련된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의 출발점은 한 산책길에서 마주한 까치의 푸른 날갯짓이었다. 어둠 속에서 번지던 미세한 스펙트럼은 작가에게 정체성과 현실, 예술 형식의 경계가 고정된 선(線)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검은 털로만 보이던 까치의 날개 속에 숨어 있던 푸른빛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구분선 역시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는 자각이었다. 고아빈은 이 순간을 시각적·조형적 탐구로 확장하며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 '아이보개 Blues'를 완성했다. '아이보개 Blues'는 회화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구조가 특징이다. 그림자와 그림, 평면과 장황, 실재와 상징이 한 화면에서 뒤섞이며 확장되는 ‘경계의 감각’을 드러낸다. 작가는 “경계는 명확한 경계선이 아니라, 서로를 변화시키며 확장하는 생성의 자리”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작품 '밸런스 게임'은 전통 회화·드로잉·자수·공예 기법을 하나의 화면에 병치해 장르 간 충돌이 만들어내는 균형을 실험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시도한 오일 트랜스퍼(oil transfer drawing)는 드로잉의 우연성과 회화의 밀도를 묶어내며 완결성과 미완성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육아 경험은 전시의 정서적 근간을 이룬다. 'mama Maria' 연작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모티프를 평범한 일상의 알루미늄 박 위에 올려 신성함과 현실의 경계를 지운다. 금박 대신 알루미늄을 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성모의 초월적 이미지보다, 아이를 돌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들이 내게는 더 진짜 성화 같았다”고 설명한다. '가족의 탄생'에서는 육중한 돌을 떠받치는 열매들이 등장한다. 겉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구조지만, 작가에게 가족은 바로 그런 경험이었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가능해지는 힘”을 시각적 은유로 표현한 작품이다. 돌과 열매의 무게가 서로를 지탱하는 장면은 삶의 균형과 관계의 힘을 담담하게 환기한다. '정중동·동중정', '낮과 밤' 등에서는 동양적 시간 개념이 회화와 공예적 방식으로 재해석된다. 해와 달, 실재와 환영, 움직임과 고요가 화면 안에서 서로를 밀고 당기며 균형을 이루는 과정이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 ‘아이보개 BLUE(S)’는 전통과 현대, 회화와 공예, 성스러움과 일상, 현실과 상징처럼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는 ‘경계의 자리’를 탐색한다. 고아빈은 이번 작업을 “경계를 넘어서려 하기보다, 그 사이에 생겨나는 틈과 여백이 어떤 새로운 감각을 만드는지 주목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전시와는 주제도 조형적 표현도 크게 달라졌다”며 “이전에는 욕망적 사랑과 종교적 사랑의 관계에 집중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세계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고아빈은 2006년 고려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동양화 석사(2014) 및 미술학 박사(2023)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갤러리 킹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가람미술관, 목인갤러리, 갤러리 도스, 갤러리 이마주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단원미술제 한국화 부문 우수상(2013)을 수상했다. 목인박물관·양평군립미술관·자하미술관·정부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또한 인도 ICA 갤러리, 일본 동경예대 등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2025/12/02
빛의 반사 ‘영광 속의 평온’…금산갤러리, 장인희 개인전 서울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 황달성)는 오는 12일까지 장인희 작가의 개인전 ‘Serenity in Splendor'를 개최한다. 장인희는 반사 필름을 해체해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흩어지고 모여드는 순간의 파편들로 ‘시간’을 형상화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는 고정되지 않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그 속에서 생성·소멸하는 관계의 흔적을 화면 위에 드러낸다. 작가는 얇은 필름을 절단한 뒤 파편화된 조각들을 재배치하며 실재와 반사를 결합한다.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른 조각들은 각각 ‘시간의 입자’처럼 작동하며, 빛·환경·관람자에 따라 끊임없이 갱신된다. 그 결과 화면은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나’와 ‘타자’가 서로를 비추는 살아 있는 장(場)으로 확장된다. 빛과 반사,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시간의 복합적 층위가 어떻게 조형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중첩된 시간의 집적이자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호흡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장인희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예술대학(SAIC)에서 BFA를 취득했다. 시간의 존재론적 구조와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5/12/02
백남준에서 무라카미까지…‘1945년 이후 한·일 미술’ 日서 개막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일본 요코하마미술관(YMA, 관장 쿠라야 미카)과 공동으로 한·일 미술 교류 80년을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을 연다. 전시는 오는 6일부터 2026년 3월 22일까지 요코하마미술관에서 먼저 개막하고, 이후 2026년 5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1945년 해방·패전 이후 현재까지 두 나라가 겪어온 역사적 변화를 예술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양국 미술가 50여 명(팀)이 참여해 회화·조각·설치·아카이브 등 160여 점을 선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일본이 서로 다른 전시명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을, 일본에서는 ‘항상 옆에 있으니까 일본과 한국, 미술 80년(いつもとなりにいるから 日本と韓国, アートの80年)’을 사용한다. 영문 제목은 ‘Art between Korea and Japan since 1945’로 통일해 문화적 맥락과 접근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된다. ▲ ‘사이에서: 재일조선인의 시선’, ▲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 ▲ ‘국교 정상화 이후, 넓어진 길’, ▲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 ▲ ‘함께 살아가다: 예술 너머의 연대’로 펼친다. 1945년, 1965년 국교 정상화 등 세계사적 전환을 축으로 삼아 양국 미술이 어떻게 교차하고, 어떻게 벗어나고,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를 다룬다. 특히 백남준과 일본 아방가르드 그룹과의 초기 교류, 국교 정상화 이후 이우환의 가교 역할, 1990년대 나카무라 마사토의 한국 유학과 이불·최정화·무라카미 다카시로 이어지는 장면 등 기존 서사에서 비껴 있던 교류사도 새롭게 조명한다. 1992년 오존(OZONE)에서 열린 ‘나까무라와 무라까미전’ 등 그간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들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쿠라야 미카 요코하마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일 미술의 새로운 페이지를 함께 열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두 나라가 함께 지나온 역사적 순간과 그 속에서 축적된 미술 교류의 흔적을 다시 바라보는 자리”라며 “이번 전시가 한·일 현대미술의 위상과 미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