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국제 거장전 관람료 5000원→8000원으로 인상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국제 거장전 등 주요 기획전 관람료를 기존 5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한다. 대형 해외전의 제작·운송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공공미술관 관람료 현실화’ 논의가 본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미술관은 오는 3월과 8월 ‘국제 거장’전으로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와 서도호의 회고전 관람료를 80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론 뮤익’ 등 기획전 관람료가 5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60% 인상이다. 기획전을 포함해 여러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 가격도 기존 7000원에서 1만 원으로 오른다. 다만 기획전을 제외한 일반 전시 관람료는 기존대로 2000원을 유지하며, 사회적 약자와 청년층에 대한 무료 관람 정책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관람료 인상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급증한 해외 작품 운송비가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올해 데미안 허스트 전시의 전체 예산 약 30억 원 가운데 운송비가 70%를 차지한다”며 “대형 국제전의 경우 전시 제작비 구조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품질’에 무게를 둔 내부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해 53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론 뮤익 전시는 관람료 수익이 약 25억 원에 그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유료 관람객 비율은 다른 전시보다 오히려 20~30%포인트 높았다는 분석이다. 관람료 인상 자체보다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신뢰와 기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관람료 인상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입장료 현실화’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이 650만 명을 넘어선 국립중앙박물관을 두고, 관람 환경 개선과 운영 지속성을 위해 무료 입장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문화시설의 접근성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국립미술관의 이번 선택이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1/07
'쿠키런: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열린다 데브시스터즈가 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아라아트센터에서 ‘쿠키런: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 위대한 왕국의 유산’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데브시스터즈는 모바일 RPG ‘쿠키런: 킹덤’의 주요 캐릭터인 ‘비스트 쿠키’와 ‘에인션트 쿠키’들의 서사를 게임 밖으로 넓히고 전 세계 유저에게 우리 전통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지난 2024년부터 10명의 무형유산 장인 및 예술 작가와 협업해왔다. 이번 특별전은 데브시스터즈가 지난 2년간 이어 온 특별한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를 총망라하고 쿠키런 IP의 문화적 확장을 잇는 대규모 전시로, 국가유산청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후원한다. 특별전은 이달 23일부터 오는 4월 12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에서는 그간 제작된 작품 10점을 미디어 아트가 접목된 인터랙티브 전시 형태로,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지상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약 860평에 달하는 공간을 활용해 모두 선보인다. 게임 속 캐릭터들을 장인의 손길로 재해석한 전통 공예 작품이 가장 진보적인 전시 형태인 미디어 아트와 결합돼 K-콘텐츠로서의 의미를 확장하고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이번 전시를 위해 미디어 아티스트 집단 ‘엔에이유(Nerdy Artist Union)’와 협업한다. 각 작품이 상징하는 ▲의지 ▲역사 ▲지식 ▲행복 ▲연대 등 다섯 가지 가치에 대한 질문과 답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구성돼 관람객들이 각자의 삶과 선택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3억 명의 유저를 보유한 글로벌 IP 쿠키런과 만난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져, 게임 팬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까지 그 매력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티켓은 오는 12일부터 네이버와 NOL 티켓에서 온라인으로 예매 가능하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2만3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대상으로는 할인가가 적용되며 36개월 미만 영유아는 무료이다. 이에 앞서 보다 특별한 미디어아트 인터랙션을 확장 체험할 수 있는 스페셜 티켓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슈퍼 얼리버드’ 혜택이 9일부터 11일까지 네이버 단독 오픈될 예정이다. 전시 티켓 구매자 전원에게는 전시장 입장 후 럭키드로우를 통해 장인이 직접 제작한 스페셜 굿즈, 전통 콜라보 굿즈, 인게임 아이템 등의 선물을 증정한다. 2026/01/07
“277만 명 찾았다” 서울빛초롱축제, 18일까지 연장 서울관광재단이 ‘2025 서울빛초롱축제’ 행사 기간을 연장했다. 4일 종료 예정이었던 이 축제는 18일까지 서울 도심 청계천 청계광장부터 삼일교까지 약 1.1㎞ 구간에서 이어진다. 우이천과 청계천 오간수교 구간 축제는 예정대로 운영 종료했다.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지난해 12월12일 개막 이후 전통 한지 등(燈)과 미디어 아트 작품을 활용한 다채로운 빛 연출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큰 호응을 얻어 왔다. 개막 20일 만에 내·외국인 277만 명이 청계천을 찾았다. 이번 연장 운영은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한 관람객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결정이다. 축제는 매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진행한다. 퇴근 이후 늦은 시간대 관람객 증가와 야간 관광 수요 확대에 따라 개막 5일 만인 지난해 12월16일부터 관람 시간을 1시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코리아 협업 작품 ‘아이러브잉어킹’과 불을 뿜는 공작새 ‘꿈의 날갯짓’, 폐(廢)헤드라이트로 구성된 달항아리 ‘환월’ 등은 4일 전시를 마쳤다. 해당 구역에서는 새로운 연출 작품 ‘서울을 걷는 마법 같은 빛’을 선보이고 있다. 축제는 개막 이후 현재까지 무사고로 운영 중이다. 서울관광재단은 연장 기간에도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장 관리와 안전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할 방침이다.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는 “시민과 관광객의 높은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축제 기간을 연장했다”며 “연장 운영 기간에도 안전하고 즐거운 관람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2026/01/07
한성백제박물관에 서울형 키즈카페…영아 전용 복합 문화 공간 한성백제박물관(관장 김지연)은 부설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에서 '서울형 키즈카페 시립 한성백제박물관점'을 1월부터 3월까지 시범 운영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만 0~3세 영아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실내 놀이 환경을 제공한다. 보호자는 함께 머물며 체험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영아 동반 가족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어린이박물관 전시가 유아~초등학생(6~10세) 중심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0~3세 아이들에게도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백제금동대향로 동물 형상을 재해석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전설 속 세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촉감·신체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헝가리 루빅스 큐브(작은 정육면체를 모아 만든 큰 정육면체 형태의 퍼즐로 각 면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큐브)를 활용한 다양한 크기의 큐브와 유럽풍 색상 디자인은 영아 균형 감각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박물관은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임시 개관한 후 1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 중이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전시·교육·행사 일정과 연계해 가변형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식 개관 시점은 오는 5월이다. 김지연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장은 "서울형 키즈카페 시립 한성백제박물관점은 영아와 보호자가 함께 안전하게 머물며 성장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박물관이 가족 모두의 일상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6/01/07
대구 시민 작가 85인,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가득 채운다 대구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가 6일부터 11일까지 전시실 전관에서 '예술아카데미 회원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 미술 분야 9개 강좌 수강 회원 85명이 참여해 유화, 수채화, 비구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85점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시선과 삶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며 아마추어의 영역을 넘어선 작품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는 2007년 개관 이래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통해 지역 시민 예술가 양성에 기여해 왔다. 수강생들은 공모전 수상이나 개인전 개최 등 전문 작가로 성장하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회원전은 시민 예술가들이 그간의 창작 성과를 대중 앞에 당당히 선보이는 자리이자 '생활 속 예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관람은 무료다.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85인의 시민 작가가 전하는 위로와 예술적 영감을 전시장에서 얻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1/06
국립현대미술관, 국제 거장전·청년 보존학교 신설…디지털 이미지 서비스 개시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 거장’전과 청년 보존전문가 양성을 위한 보존학교 신설, 52만 점 미술아카이브 디지털 이미지 서비스 등 주요 사업을 2026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과천관 개관 40주년과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연구·국제·지역을 잇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확장 전략이 속도를 낸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전시 계획과 주요 사업을 발표했다. 김성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해외 K-아트 확산에 기여하는 유일한 국립미술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며 “한국미술 연구를 중심에 두고 국제 교류와 지역 문화 확산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년 성과…관람객 346만 명 ‘역대 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5년 한 해 동안 총 346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현대 조각의 거장 론 뮤익 개인전이 53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연중 화제의 전시로 꼽혔다. 김창열, 신상호 개인전과 함께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기울인 몸들' 등은 한국미술사 연구와 사회적 담론을 확장한 기획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한국미술 100년사를 소장품만으로 조망한 상설전 하이라이트편(서울)과 본편(과천)은 누적 68만 명이 관람하며 공공 소장품의 가치와 의미를 재확인했다. 해외에서는 이건희컬렉션 국외 순회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가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에서 개최됐고,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등이 일본과 중국에서 호응을 얻었다. ◆2026년 첫 국제거장은 데미안 허스트…지역 확산 본격화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 전시 프로그램을 강화한 ‘국제 거장’전을 본격 추진한다. 첫 전시로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과, 세계 무대에서 활동해 온 한국 작가 서도호의 사상 최대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수도권 중심의 문화 편중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사업 ‘MMCA 지역동행’도 시작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대표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중섭'전과 '피카소 도예'전이 전국 공립미술관을 순회하며, 교육 프로그램과 다원예술, 국제 작가 커미션도 함께 추진된다. 청년 미술품 보존 인력을 양성하는 ‘MMCA 보존학교’도 신설된다. 지류, 유화, 사진, 뉴미디어 등 6개 분야에서 9개월간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하며, 미술품 보존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을 목표로 한다. 1월 중 모집 공고하고, 800시간 과정을 이수한 청년 미술품 보존전문가들에게는 교육확인증을 제공하고, 이들이 국내외 보존분야 활동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52만 점에 달하는 미술 아카이브의 디지털 이미지 서비스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미술연구센터는 그동안 정리가 완료된 아카이브 정보를 누리집을 통해 공개해 왔으나, 관련 이미지 온라인 공개는 처음이다. 올해는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이쾌대, 유영국, 백남준, 박이소 등의 아카이브와 근대잡지 표지·삽화 컬렉션 및 기관자료 등 총 10만 여 점을 우선 공개하고,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공개할 예정이다. 학예연구 국제네트워크 프로그램도 전격 가동된다. 현재 세계 10개 기관 8개의 중장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의 주요 기관과 다양한 연구주제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AI와 미래미술관', '미주 한국계 작가 연구', '아시아 전시사', '재일 유학생 자료 발굴', '한국의 개념미술' 등 다양한 주제로 펼칠 예정이다. ◆2026년 전시 계획…서도호~방혜자 회고전까지 2026년 전시는 한국미술 연구 기반 전시와 글로벌 작가전,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국제 기획전으로 구성된다.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그래픽디자인과 시각문화의 변화를 다룬 '읽기의 기술: 종이에서 픽셀로', 도불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파리의 이방인'이 선보인다. 한국 작가 전시로는 서도호 대형 개인전을 비롯해 이대원 회고전, 박석원, 방혜자 회고전이 예정돼 있으며, '올해의 작가상 2026'과 'MMCA×LG OLED 시리즈 2026'도 9월 미술축제 기간에 맞춰 공개된다. 해외 작가전으로는 데미안 허스트 개인전 외에도 조지아 오키프를 중심으로 한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가 열린다.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한 '빛의 상상들'에서는 제임스 터렐을 비롯해 ‘빛’을 주제로 한 소장품과 커미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국내 유일의 국가대표 미술관으로서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세계 미술계와 더욱 긴밀히 호흡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1/06
서상익·이동재, 감각과 취향의 자리…라흰갤러리 'Loci :작가의 방' 서울 용산구 용산동 라흰갤러리의 전시 'Loci : 작가의 방'은 서상익과 이동재 두 작가의 ‘방’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방은 작업실이기 이전에, 두 작가가 세계와 관계 맺으며 감각과 취향을 축적해 온 삶의 자리다. 전시 제목 Loci는 라틴어 Locus(장소)의 복수형으로, 의미와 감각이 발생하는 ‘자리들’을 뜻한다. 전시는 이 자리들이 어떻게 각기 다른 작업 세계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서상익은 록 음악을 둘러싼 오랜 취향을 회화의 행위로 옮긴다. 화면 위에 남겨진 붓질은 즉각적이고 신체적이지만, 동시에 이성적으로 조율된다. 록의 즉흥성과 긴장, 리듬과 해소의 구조는 그의 회화에서 행위의 흔적과 형식적 구성 사이의 긴장으로 드러난다. 이미지는 충동과 사유의 경계에 놓이고, 그의 회화는 그 경계 위에서 스스로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동재는 전통 문방 문화와 차(茶)에 대한 취향을 바탕으로, 한지와 닥 섬유, 천연 염료 등 생명적 기원을 지닌 재료를 손의 반복적인 수행으로 다룬다. 뜨고, 두드리고, 말리는 과정은 재료를 통제하기보다 그 변화에 응답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 결과 표면은 살갗이나 껍질을 연상시키는 생명적 형상으로 나타나며, 작업은 형상 그 자체보다 생성의 시간을 품는다. 이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감각과 취향이 어떻게 선택되고 반복되며 형식으로 응결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다. 관람객은 작가의 방에서 출발한 감각의 흐름을 작품을 통해 따라가며, 그 열린 자리 위에 자신의 감각과 해석을 덧대게 된다. 그렇게 전시는 완결된 의미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계속 생성되는 의미의 장으로 남는다.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2026/01/06
갤러리도올, 새해 첫 전시 '심문' 권훈칠 개인전 작고 작가 권훈칠(1948~2004)의 개인전 ‘완성되지 않은 형식들’이 서울 삼청동 갤러리 도올에서 새해 첫 전시로 열린다. 두 차례 국전 수상과 서울대학교 졸업, 이탈리아 유학을 거친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어느 한 범주에도 고정되지 않는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이어지는 만다라에 도달하기 이전, 1990년대까지의 여정을 되짚는다. 갤러리 도올은 권훈칠이 작업 메모를 통해 옛것과 현대적 감각의 결합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고 설명한다. 고가구와 골동품, 전통 보자기에 대한 관심은 우리 것에 대한 미감의 눈을 열었고, 이는 추상 회화 속 동양적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표작인 ‘심문(心紋)’은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질서 정연하고 견고한 구도 속에서 삼각형이 서로 마주하는 조형 방식은 추상을 단순한 평면에 머물지 않게 하고, 공간적 확장성을 획득하며 그의 후기 추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심문’은 ‘마음의 무늬’를 뜻하며 이후 만다라 시리즈의 기본 조형 단위가 된다. 한지를 구기고 자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우연한 흔적들은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채움과 비움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권훈칠의 회화는 완결된 형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갱신되는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이번 전시는 만다라라는 결론에 앞서, 그가 끝내 도달하고자 했던 회화의 사유 과정, 완성에 이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열려 있는 형식의 시간을 보여준다. 전시는 16일부터 2월 28일까지. 관람은 무료다. 2026/01/05
[신간]답이 아닌 질문의 힘…'쫌 이상한 미술 시간' 책 속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예술’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는 장면이다. ‘풀과 둥근 언덕, 그리고 기운. 지구에 생명을 움트게 하는 힘이 곧 예술’이라는 해석은, 예술을 기술이나 재능 이전에 에너지와 생기로 이해하게 만든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평가나 성취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의 문제임을 환기하는 대목이다. 이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직접 본 경험을 풀어낸 장면에서는, 작품 감상이 사진이나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만나는 경험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거대하지만 연약한 조각 앞에서 느낀 압도감과 존재의 감각은, 미술이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사건임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책 '쫌 이상한 미술 시간'(창비)이 펼쳐 보이는 풍경은 그래서 조용한 감상이 아니라, 교실 한가운데서 튀어나온 질문들과 그 질문을 둘러싼 대화다. “작가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미술 작품일 수 있나요?”, “미술 기법도 특허를 낼 수 있나요?” 엉뚱해 보이지만 본질을 찌르는 질문들은 미술을 ‘정답 맞히기 과목’이 아니라 사유의 연습장으로 끌어당긴다. 책은 Q&A 형식을 취한 청소년 교양서이지만,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단순한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작품 사례와 비하인드 스토리, 미술 제도와 시장, 미술관의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미술을 삶의 언어로 확장한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라면, ‘궁금했지만 묻기 애매했던 질문들’을 따라가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특히 미술 관련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유용한 길잡이다. 미술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 학원 중심 교육에 대한 불안, 미술과 연결된 직업 세계에 대한 막연함을 하나씩 풀어내며 ‘미술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건넨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미술은 잘 그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잘 질문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2026/01/05
광야에서 청포도까지…‘제39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 민족시인들의 시가 회화로 번역됐다. 갤러리서림에서 열리는 ‘제39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이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1987년 시작돼 올해로 39회를 맞은 ‘시가 있는 그림’전은 매년 시를 시각예술로 재해석해온 장기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광복을 염원했던 민족시인 8인의 시를 10명의 화가가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에 소개된 시인은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 박용철, 윤동주, 심연수, 함형수, 김영랑 등이다. 특히 박돈 화백의 작품이 특별 출품됐다. 평소 이육사의 ‘광야’를 즐겨 그려온 그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질주하는 천마로 형상화해, 시인의 결연한 의지와 고향 황해도 장연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 작품은 제33회 ‘시가 있는 그림’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색면추상 작가 이명숙은 윤동주의 ‘서시’를 바탕으로, 기도하듯 광복을 기다린 시인의 마음을 희망의 푸른 색조로 표현했다. 맑고 절제된 색면은 통한의 시대를 정화된 시어로 승화한 윤동주의 정신을 시각화한다. 광주·담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재성은 옷핀을 재료로 한 작업으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해석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봄의 기척처럼, 절망 속에서도 끈을 놓지 않는 의지의 소리가 작품에 스며 있다. 화가이자 문학가로도 활동해온 황주리는 박용철의 ‘연애’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암울함을 오히려 행복과 즐거움의 역설적 이미지로 전환했다. 동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정일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봄 향기 가득한 꽃의 이미지로 풀어내며, 광복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인내의 시간을 그려냈다. 자폐아와 함께하는 전시와 유니세프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온 안윤모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동화적이고 싱그러운 초록의 세계로 표현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노태웅은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를 통해 떠남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끝내 버리지 않는 희망을 담았다.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석홍은 심연수의 ‘대지의 모색’, ‘후조’를 추상과 극사실을 넘나드는 회화로 재구성하며 시인의 강렬한 정신세계를 드러냈다. 초상화 거장인 이원희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숲과 가을나무, 빛의 조화로 표현해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다”는 만해의 철학을 시각화했다. 또한 임상진은 ‘알 수 없어요’를 통해 인생과 깨달음에 대한 만해의 사유를 따뜻하고 중후한 화면으로 풀어냈다. 한편 ‘시가 있는 그림’전은 지금까지 593편의 시를 124명의 화가가 작품으로 제작해온 장기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내년 ‘시가 있는 그림 달력’으로도 제작된다.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