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 첫 확대 기관장회의…"공공기관 변해야 국민 체감" "정책의 일선에서 국민들하고 맞닿아있는 소속 공공기관이 변화해야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소속 공공기관과 유관단체의 기관장 48명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까지 현장과 소통했다면 내년 1월부터는 기관과 소통할 계획을 잡고 있다"며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이날 세종시 국립세종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소속 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 문화·체육·관광 활성화 방안과 K-컬처 해외 진출 및 외래관광객 유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년회 느낌도 있고 새해를 어떻게 시작할지 의논도 필요할 것 같아서 모두 불렀다"는 유 장관은 "각자가 일하는 게 아니고 협업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 만큼 기관 간에 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해외 비즈니스 센터, 한류 박람회 확대 개최 등 K-컬처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화두가 된 것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운영될 '코리아 하우스'였다. 윤성욱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파리올림픽 기간동안 3층 규모의 코리아 하우스를 임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안에 어떤 콘텐츠를 채울지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 관광·문화 콘텐츠 외에도 기간 동안 문화예술단체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협력을 약속했다. 유 장관은 이에 호응해 "(기관과 단체들이) 충분히 활용해볼 수 있겠다"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으니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K-컬처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한국문화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해외 지사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국제문화 교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 문체부 조직 개편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파리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그 전후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걸 집중적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국내에서부터 파리까지 연계되는 대한민국 축제 한마당처럼 산업, 예술, 관광, 체육 다 연계될 수 있도록 구상해보려고 합니다. 관계 기관에서도 같이 구상해주세요." 전날 연극계 현장간담회에서 대학로에서의 '대규모 연계 행사'을 언급한데 이어 유 장관은 이날도 '축제 한 마당'을 강조했다. "내년에는 무언가 요란하고 보글보글했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유 장관은 "업계 예술가는 물론 관계자들도 뭔가 판이 벌어지는구나 느낄 수 있게끔 콘텐츠 분야에서도 엑스포나 마켓을 확실하게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기관들의 협업을 강조했다. 지역 문화·체육·관광 활성화 방안으로는 스포츠 관광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스포츠 관광의 경우) 융복합 사업을 해야하는데 체육과 관광이 섞여있다보니 예산 심의에 들어갈 때 이도저도 포함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 등 스포츠와 관광을 함께하는 것을 구상 중이고 스포츠 대회 이벤트 유치부터 시작해서 관광과 연결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전국의 문화시설 점검'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전국 지자체가 활성화되면 시설 유치가 늘어잤지만 그 활용도가 턱없이 낮다"며 "체육관, 도서관, 회관 등을 따로 짓는 것이 아니라 복합시설로 지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유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동의했다. 한편, 유 장관의 취임 후 처음으로 기관장이 다함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특별하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기관이 많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게 됐다"며 "미술관 입장에서도 해외 홍보가 중요한데 해외문화홍보원 등과 함께 협력해보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2023/12/07
'60여년 역사' 제주카메라클럽 제79회 회원 사진전 제주 도내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사진 모임 '제주도카메라클럽'이 회원 사진전을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카메라클럽(회장 지남준)은 1964년 12월 '제주사진예술동호회'로 발기인 대회를 갖고 이듬해 2월 제주시 칠성통 호수다방에서 창립했다. 이후 1967년 2월 '제주카메라클럽'으로 명칭을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역대 회장으로는 김용수, 이경희, 신상범, 서재철, 이경서, 유정수, 고재민, 이창원, 현을생, 고성홍, 김기삼, 지남준, 송인혁 등이 모임을 이끌었다. 이번 전시회는 정기 회원전으로서 올해로 79회째에 이른다. 활동 중인 회원 가운데 9명이 참여,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담은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3일 제주학생문화회관에서 시작한 전시는 이날 오후 마무리된다. 전시회를 준비한 지남준 회장은 "아름다운 계절에 79번째 회원전을 마련했다"면서 "우리 회원들이 마련한 작품을 통해 여러분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3/12/07
오원배 '인간 실존' 장엄하고 탁월한 무대…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인간 실존’이란 무엇인가. 7일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에서 개막한 오원배 화백(동국대 명예교수)의 개인전 '부유/현실/기록'은 탁월함을 창조하는 화가로서 도덕의 정점을 보여준다. 5m~7m 크기로 그려진 로봇 같은 인간과 장엄한 무대, SF같은 서사적 풍경으로 압도한다. 검은 인간의 격정적이고 역동적인 몸짓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존엄성을 위협 받는 오늘날의 현실을 어둡고 묵직하게 담아냈다. 인간의 ‘몸’을 통한 그의 발언은 대학시절인 197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유신 체제와 산업화, 도시의 빈민층 문제, 사회의 부조리 현실을 겪으며 '실존'을 화두로 작업에 천착했다. 지난 5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3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펼치는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명한다. 김영호(중앙대 교수)심의위원장은 “오원배 작가는 21세기 동시대 지식사회 담론의 하나인 '인공지능과 로보테크놀로지'를 창작 배경으로 설정해 현대인들이 겪는 압박과 실존적 문제를 예술 작품으로 표상하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오원배 개인전 '부유/현실/기록' 오 화백은 최종 선정 공고가 발표된 5월부터 이번 전시를 위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아카이브 공간을 제외한 모든 작품들을 2023년 신작으로 선보인다. 도전 정신과 새로움은 그의 동력이다. 'AI시대, 인간의 근원적 가치와 방향에 대해 질문한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네 벽면을 에워싸는 대형 작품들과 마주한다. 캔버스가 아닌 천에 그려진 대형 작품들은 거친 질감과 어우러져 대립의 세상 속 공허함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떤 게 진실일까?'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라는. 2층에는 작가가 ‘사유와 상상을 자극하는 일체의 행위와 기록’이라고 정의하는 드로잉 작품들이 펼쳐진다. 거친 그림과 달리 감성에 의존하는 감각적, 추상적, 기하학적, 재현적 표현과 재료의 속성과 효과를 이용한 다양한 손 맛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그려온 수십 권의 드로잉북이 화가로서의 섬세함과 성실함을 증명한다. 전시장 2층에 마련된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가의 스케치북에 담긴 드로잉 작품들을 연대별로 관람할 수 있다. 970년대 청관(인천차이나타운을 부르던 옛 이름)과 주변의 풍경이 담긴 드로잉 작품 11점도 살펴볼 수 있다. 오원배 화백은 “이번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전시의 첫 번째 선정자로서 어깨가 무겁지만 전시 제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전시를 준비했다”며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과 작품을 통해 깊이 소통하고 인천 예술인들에게도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4년 3월 3일까지. 관람은 무료. ◆오원배 화백은? 1953년 인천 중구에서 태어난 오원배 화백은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수료했다.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2017년 OCI미술관, 2012년 금호미술관, 1998년 조선일보미술관, 1989년 국립현대미술관 '이달의 작가전' 등 20회의 개인전, 3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7년 이중섭 미술상, 1992년 올해의 젊은 작가상, 1985년 프랑스 예술원 회화 3등상, 1984년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 1등상 등을 수상했다. 2023/12/07
서울시립미술관 "공유…대화 합시다" ‘공유’를 개념이 아닌 실천으로 강조하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7일 서소문본관에서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전시를 개막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의제인 ‘공유’를 통해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게 마련했다. 싱가포르미술관(Singapore Art Museum, SAM), 퀸즐랜드주립미술관(Queensland Art Gallery | Gallery of Modern Art, QAGOMA)과 함께 소장품을 비롯한 미술관의 유무형의 자산에 관해 대화하고 공공재로서의 미술관의 역할을 논한다. 소장품들은 ‘사랑하기’, ‘추상하기와 침묵하기’, ‘번역하기’, ‘세우기’, ‘섬하기’, ‘물갈퀴만들기’ 등으로 구성, 관객에게 공동의 경험과 가치를 짓는 실천에 함께 하기를 제안한다. 7일부터 10일까지 공공 미팅, 작가와의 대화, 모임, 상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임정수 작가의 퍼포먼스 '그 몸뚱어리는 이미 그림자를 잃었습니다'도 준비되어 있다.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2024년 3월3일까지. 2023/12/07
영조 즉위 300주년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특별전 [뉴시스Pic] 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맞아 특별전 '탕탕평평 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영저와 정조가 쓴 어필과 두 임금의 의도를 반영해 제작된 궁중행사도 등 18세기 궁중서화의 화려한 품격과 장중함을 대표하는 54건 88점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책으로만 소개됐던 작품 '삽살개'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영조가 아끼는 화원 화가 김두량(1696-1763)이 삽살개를 그리고 영조가 탕평을 따르지 않는 신하를 낮에 길가를 돌아다니는 삽살개에 비유하는 글을 더해 탕평을 따르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정조가 분열됐던 정치권 통합을 이룬 후 화성에서 개최한 행사를 담은 '화성원행도' 8폭 병풍도 전시된다. 오는 8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2023/12/07
국화 넝쿨무늬 770개 섬세 영롱… 환수된 고려 '나전' 공개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7월 일본에서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7일부터 공개한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고려 나전은 가로 33.0㎝, 세로 18.5cm, 높이 19.4cm 크기의 함이다. 전체는 전복이나 소라껍데기 등을 섬세하게 가공한 자개가 장식과 옻칠로 완성된 작품이다. 일본 개인 소장가 창고에 100여 년 넘게 있었던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일본 현지 네트워크에서 처음 확인돼 1년여 간의 조사와 협상 끝에 지난 7월 환수됐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국화 넝쿨무늬가 약 770개 장식돼 있다. 특히 특히 뚜껑 윗면 가장자리는 모란넝쿨무늬 30개가 빈틈없이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각 면의 테두리에도 작은 구슬무늬가 촘촘하게 박혀있다. 나무로 만든 틀에 모시나 베와 같은 직물을 부착하고 자개를 장식하는 기법인 '목심저피법'으로 만들어졌다.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 제작방식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유물의 정밀분석을 위해 촬영한 X선 사진도 공개돼 목심저피법과 같은 세부 제작기법도 알 수 있다. 유물을 다각도에서 촬영한 3D스캔 자료와 과학적 조사 결과도 영상으로 관람 가능하다. 전시는 2024년 1월7일까지. 2023/12/07
화원 화가 김두량 '삽살개' 최초 공개…영조·정조 '탕탕평평' 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맞아 특별전 '탕탕평평 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을 펼친다. 영조와 그의 손자 정조(재위 1776~1800)가 탕평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글과 그림으로 소통한 노력에 주목한 전시다. 오는 8일 개막하는 전시에는 두 왕이 쓴 어필(御筆)과 궁중행사도 등 18세기 궁중서화를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등 54건 88점을 선보인다. 책으로만 소개됐던 작품 '삽살개'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영조가 아끼는 화원 화가 김두량(1696-1763)이 삽살개를 그리고 영조가 탕평을 따르지 않는 신하를 낮에 길가를 돌아다니는 삽살개에 비유하는 글을 더해 탕평을 따르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또, 정조가 분열됐던 정치권 통합을 이룬 후 화성에서 개최한 행사를 담은 '화성원행도' 8폭 병풍도 나왔다. 영조와 정조의 의도와 고민이 담긴 이번 특별전에는 국보인 '어첩을 봉안하는 행렬' '기해기사첩', 보물인 '박문수 분무공신 전신상'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보물 '장조 추상존호 금인'장도 만나볼 수 있다. 2021년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를 연기한 배우 이덕화가 전시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했다. 전시는 내년 3월10일까지. 2023/12/07
박기일, 희망 그리기… '장난감 미싱'의 화끈한 판타지 어머니는 40년 간 미싱사로 바쁘게 일했다. 매일 혼자 집을 지키는 날이 많았다. 집에 있었던 오래된 미싱은 좋은 장난감이었다. 그 장난감이 환상적인 자동차로 변신해 질주한다. "TV에서 나오는 AFKN 방송 화면 속 이국적인 장면들과 미싱을 타고 놀이를 즐겼던 그 시절 단편의 기억들을 모았어요." '미싱카'를 타고 경주하듯 멋있게 달리는 사람은 화가 자신. ‘독수리 오형제 헬멧’을 썼지만 어느새 늙어 버린 얼굴엔 덥수룩한 수염과 척박한 사막 풍경이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화가로 어른이 된 박기일(42)은 '미싱카'를 탄 남자 등 혼자 노는 유년의 세계를 화폭에 담아냈다. ‘장소 없는 장소’를 주제로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는 기억에 대한 몰입과 감정적 교류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상상과 현실의 중간 단계를 보여주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깔끔하고 깨끗한 화면은 잊고 있었던 기억의 한 편을 선명하게 복원 시킨다. 붓 자국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인쇄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어브러시를 손처럼 사용한 마력이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이 더욱 신선해 보인다. 작가는 "상상력으로 만든 내 그림은 희망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30일까지. 2023/12/07
김세일 손 자국 배 있는 '또 하나의 몸'…김종영미술관 초대전 "‘또 하나의 몸’은 오직 조각을 이어가려는 예술적 설정일 뿐, 더는 없습니다.” '나무 조각가'로 알려진 김세일(65·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은 "조각가로 누구나 얼굴도 손도 발도 그럴듯하게 만들지만 눈은 아무도 만들지 못한다"며 "왜 그런지 오래된 의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몸을 만들어 온 그는 학생 시절 투명한 구로 눈을 만들어 보려고 애쓰다가, 눈이 되려면 먼저 너무나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눈은 마음에 두고 그 배경이라도 만들자! 그렇게 시작한 게 목조의 수인(囚人) 작업들이고, 불가촉(untouchable)의 철사 작업들이며, 바람덩어리들이고, X-mass들입니다." 비물질로 여겼던 눈이 어쩌면 물질이 아닐까?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몸이 아닐까? "그냥 잡념에 불과할 질문에 붙잡히고 말았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눈이 없는 채로 가늘게 서있는 몸들의 형상을 석고로 떠냈다. '김세일, 또 하나의 몸'이 김종영미술관 초대전으로 마련됐다. 온전히 수작업에만 매진한 김세일의 40년 작품 여정을 소개한다. 초기 목조 작업을 거쳐 점차 스카치테이프와 철사, 석분 점토 등을 사용하여 적지 않은 변화가 있어 보인다. 오는 17일부터 미술관 신관 1,2,3 전시실에서 조각 33점, 부조 5점, 드로잉 1점을 선보인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즐거움이 배 있는 손 자국 가득한 작품들은 미적 감각을 자극한다. 전시는 2024년 1월14일까지. 2023/12/06
수묵담채로 담아낸 결·바람·소리…이상표 화백, MIAF 참가 그림에 바람이 분다. 노란색 유채 꽃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결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다. 수묵화가 이상표 화백이 작업에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전 촘촘하게 자연의 풍경을 묘사했다면 신작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결'과 '소리'에 집중했다. 오는 13일 서울 인사동 라메르에서 개막하는 목우회에서 여는 MIAF(미아프·목우 국제구상아트페어)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보성 차밭의 이랑을 따라 들어오는 봄의 소리, 유채꽃 가득한 바람의 언덕등 10여 점을 전시한다. (60호 크기 유채 꽃 위에 부는 봄바람을 담은 '봄바람-결 그리고 소리'는 목우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이 화백은 한국적 정서가 깃든 화면에 화려한 채색으로 전통의 문화와 이국적 정취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국내 대기업 고위 임원 출신이자 전직 중견기업 CEO를 역임한 독특한 이력의 화가로도 유명하다. 경영일선에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않고 있다가, 은퇴 후에 화가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국전과 목우회전에 동시 입상해 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2020년 그간의 작품들을 모아 한전 아트센터에서 대규모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올해 한국미협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고 현재 국전 작가협회 부회장, AIF 칠드런 엔젤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표 화백은 "MIAF(미아프)에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결 그리고 소리”라는 주제로 정지 화면에서 움직임을 형상화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동안 실험적인 운필로 수묵의 정형화된 규범에서 탈피, 더욱 간결하고 선명해진 화법으로 발상 전환의 폭을 넓혔다"고 전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수묵화의 정체성을 지키며 작업하는 이 화백은 성실함과 꾸준함이 미덕이다. 능선을 따라 움직이는 가을의 결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반짝이는 아우성, 차 밭의 이랑을 따라 들어오는 봄의 소리, 언덕 위 능선을 타고 넘어 흘러나가는 결, 햇볕 속에서 춤추는 잎사귀들의 환호성 등 일상의 풍경을 허투루 보지 않은 관찰력과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편안함이나 익숙함에 안주하는 것을 피하고 서투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도전해 보려고 하다 보니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끔 결과에 실망하고 낙담하기도 하지만 작업은 경험의 연속 선상에 있다고 본다. 많은 시행착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작가의 개성적 언어를 강화 시키는 좋은 경험치라고 생각한다.” 섬세한 필획과 농묵과 담채로 그려진 작품은 편안하다. 고요하면서도 서정적인 풍경으로 마음을 끈다. 전시는 19일까지. 202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