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약졸의 붓끝, 김선두가 그린 ‘삶의 찬란함’ 어둠 속에서 피어난 꽃이 있다.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맨드라미 같은 생명이다. 한국화가 김선두는 도시의 별빛, 벽화 뒤 풀꽃, 말라버린 생선의 비늘처럼 스쳐 지나가기 쉬운 것들 속에서 삶의 본질을 포착한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밈에서 11일 개막한 김선두 개인전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 찰나 속 존재의 찬란함을 되묻는다. 전시는 갤러리밈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8월 22일까지 열린다. 김선두는 전통 재료인 장지에 먹과 채색을 반복해 덧입히는 방식으로, 고전적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왔다. 그의 화면은 철학적 사유와 감각적 직관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대표 연작 ‘지지 않는 꽃’은 벽화 속 조형화된 꽃과 실제 벽 아래 자라는 잡초의 대비를 통해, 생명의 본질과 박제된 이념의 간극을 드러낸다. 익숙한 이미지가 현실의 생명력과 충돌하며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낸다. ‘밤길’ 연작은 짙은 어둠 속을 걷는 인간의 여정을 그린다. 김선두는 이를 두고 “보름달을 만나는 밤, 그 존재는 사람이든 예술이든 우리를 계속 걷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작 ‘낮별’은 도시에서 사라진 별빛을 기억 속에서 끌어와 낮에 그려낸 그림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 그 무형의 본질을 사유하게 한다. 미술평론가 조은정은 “김선두의 화면은 *대교약졸(大巧若拙)*의 미학을 따른다”며, “일부러 못 그린 듯한 잘 그린 그림, 장지 위에 먹과 채색을 반복한 공력의 집합체다. 그의 그림은 관람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세상을 올려다보게 만든다”고 평했다. ‘건어물’ 시리즈에서는 생동을 잃은 도미의 형상을 통해 생명성의 부재와 사회의 경직된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외에도 인물화 ‘아름다운 시절’, 삶의 흐름을 묵상하는 ‘느린 풍경’ 등 신작과 미발표작 20여 점이 전시된다. 김선두는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삶의 미미한 순간 안에서 찬란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그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시 개막식은 오는 18일 오후 5시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5/06/12
'절망'도 예술이면 통한다…로댕, 100년 만에 13억에 환생 그저 피아노 위 장식품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19세기 조각의 거장,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진품이었다. 프랑스 경매사 에메릭 루이야크(Aymeric Rouillac)는 2024년 말, 베리 지역의 한 수집가 자택을 방문했다가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대리석 조각 '르 데스페르'(Le Désespoir, 절망)는 그렇게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8일 프랑스 빌랑드리 성에서 열린 ‘가든파티’ 경매에서 50만 유로로 시작한 이 작품은 20분간 이어진 치열한 경합 끝에, 미국 서부 출신의 젊은 은행가에게 86만 유로(약 13억34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루이야크 경매사의 16번째 ‘백만 달러 클럽’ 진입작이자, 해당 주제의 최고가 기록이다. 1892~93년 제작된 이 작품은 크기는 약 28.5 x 15 x 25cm로, 앉은 여성이 한쪽 다리를 감싸 안은 자세를 통해 깊은 내면의 고통과 좌절을 형상화했다. 루이야크는 경매 후 “1906년엔 금융인에게, 2025년엔 은행가에게… 절망은 언제나 자본을 끌어당긴다”는 위트 있는 평을 남겼다. 같은 제목과 유사 크기의 작품은 현재 쿤스트하우스 취리히(에밀 뷜러 컬렉션), 필라델피아미술관, 스탠퍼드대 칸토 아트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로댕의 경매 최고가는 2016년 뉴욕 소더비에서 2040만 달러(한화 283억7970만원)에 낙찰된 '영원한 봄'(L’éternel printemps)이다. 2025/06/11
KCDF갤러리, 이지수 ‘바늘 끝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 원장 장동광)은 11일부터 22일까지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이지수 작가의 개인전 '바늘 끝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중견작가 부문 선정 작가 6인 중 두 번째로 소개되는 자리다. 이지수는 조선시대 조각보와 한국 규방문화, 수묵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화려한 장식성을 덜어낸 대신, 바느질과 먹의 농담(濃淡), 붓질의 여운으로 공간을 수놓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복된 바느질 행위와 먹칠을 통해 조각천 위에 시간의 결을 새기듯, 절제된 아름다움과 깊은 여백의 미를 드러낸다. 전주희 공예진흥본부장은 “이지수 작가는 천 위에 수행하듯 바느질과 먹의 흔적을 중첩하며, 규칙성과 즉흥성, 얕고 깊은 주름 사이에서 삶에 대한 성찰을 시각화한다”며 “이는 동시대 공예가 지닌 예술성과 존재론적 깊이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관람은 무료. 2025/06/11
제임스 터렐, 17년 만의 귀환…“빛은 제게 일용할 양식입니다” “저는 결국 한 사람의 예술가일 뿐입니다. 제가 하려는 일은 단 하나, 한 조각의 빛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빛의 조형가’로 불리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이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11일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빛의 사제’라는 별칭답게 철학적이고 구도자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덥수룩한 흰 수염, 낮은 목소리, 그리고 단정한 눈빛. 터렐은 퀘이커교도다. ‘내면의 빛’을 삶의 신조로 여기는 이 전통은 그가 평생 빛을 탐구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면도를 하지 않는 삶의 태도처럼, 그의 작업은 꾸밈 없이 감각과 인식의 본질을 응시한다. 그는 60여 년간 탐구해온 빛 작업에 대해 “빛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질량과 파동성을 지닌 하나의 사물”이라며 “빛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빛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빛은 일용할 양식이다”라고 표현하며, 소리처럼 저장되거나 전송될 수 없는 '빛의 물질성'에 주목했다. 특히 “빛을 소중히 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강조는 오늘날의 과잉 조명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페이스갤러리는 오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서울 전관에서 제임스 터렐 개인전 'The Return'을 개최한다. 2008년 이후 17년 만의 서울 개인전이자, 갤러리 설립 6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젝트다. 전시에는 신작 '웨지워크(Wedgework)'를 포함해 장소특정적 설치작 5점, 판화, 드로잉, 사진, 조각 등 총 25여 점이 소개된다. 어둠 속 공간에 교차 투사되는 빛의 평면은 공간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유리 구조물로 구성된 '글라스워크(Glassworks)' 시리즈, 천문학적 관찰에서 비롯된 사진 및 드로잉, 그리고 장기 프로젝트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 관련 작업들이 전시된다. 이 프로젝트는 애리조나 사막의 분화구를 천문 관측소이자 예술 공간으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터렐은 이를 50년 넘게 지속해왔다. 터렐은 전시장 내에서 혼란감이나 구토를 느끼는 관람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빛의 인식은 소리와 다릅니다. 우리는 색을 맥락 속에서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구성합니다. 어지러움이나 방향 감각 상실은 새로운 인식을 열어주는 자극일 수 있습니다.” 그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 지평선이 사라진 세상에서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여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빛은 무언가를 비추는 동시에 가리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밝은 도시의 밤은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만들죠”라고 덧붙였다. 터렐은 빛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영적인 재료이자 감각적 물질”로 보았다. “빛은 음악처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는 그 빛을 ‘먹고’ 살아갑니다. 일반 조명이 아닌, 모닥불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뇌파의 빛이 중요합니다. 인간도 밤의 헤드라이트 앞에 멈춰 선 사슴처럼, 빛에 감응하는 존재입니다.” 또한 그는 “빛을 묘사하는 회화의 전통을 넘어, 빛 그 자체를 다루는 조형을 하고 싶었다”며 “1967년부터 빛을 투사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LED 등 기술의 진화 덕분에 이제야 비로소 원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오래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제임스 터렐은 194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심리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인지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조종사 자격증을 지닌 그는 항공 관제와 천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지각’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예술에 투영해왔다. “빛은 사물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작품을 소장하려는 이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소개했다. “제가 갖게 되는 건 도대체 뭔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한다. “이곳을 지나가는 빛을 소유하게 되는 거죠.” 예술에 대해선 담담했다. “예술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 일을 할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한국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팝 음악부터 클래식, 피아니스트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경계를 확장해가는 아시아의 강력한 중심이죠.” 그의 한국 사랑은 개인적 인연과도 맞닿아 있다. 터렐의 부인은 한국의 추상화가 이경림 씨로, 두 사람은 예술과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현재 강원 원주의 ‘뮤지엄SAN’에는 터렐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전용 전시관이 운영 중이며, 전남 신안군 노대도에는 세계 최초의 섬 위의 제임스 터렐 미술관이 건립 중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3층 전시는 네이버를 통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갤러리 측은 “8월 중순까지 토요일 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라며, “사진 촬영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는 관람객이 명상하듯 작품에 몰입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빛을 드러내는 작업, 나아가 빛 그 자체를 감각하게 하는 예술. 제임스 터렐의 ‘지각 예술’은 이번 여름, 서울에서 다시 한번 은은하게 발광하고 있다. 2025/06/11
"이제는 정말 못 올지도"…청와대 방문객 문전성시[현장] "오늘은 오전 10시에 왔어요. 지난번에 정오에 오니 입장 인원이 마감됐다고 하더라고요."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이상열(77)씨는 "2주 전에 왔었는데 입장을 못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이씨는 오전 10시에 청와대에 도착했지만 오후 12시20분이 넘어서야 청와대에 입장했다. 이날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가 공식화되자 청와대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일이지만 청와대 안팎으로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정문 앞은 혼잡한 광경이 빚어졌다. 삼삼오오 손을 잡고 인파 사이로 이동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김진영(30)씨는 "이제 관람 예약을 안 받는다길래 오게 됐다. 다들 와봤는데 나만 못 보면 아쉬울 것 같았다"며 "예약에 성공한 걸 보니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관람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다음 달부터 못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오늘 처음 청와대를 방문했다. (날이 더운데) 안은 시원하다"고 웃어 보였다. 청와대를 둘러싼 행렬은 연풍문을 지나 영빈문과 춘추문 방면으로 뻗어 형성됐다. 긴 행렬 탓에 후미에 줄을 서기 위해서만도 10분가량을 걷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금빛 봉황·무궁화 형상이 박힌 영빈문 앞에 모인 시민은 삼삼오오 모여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오후 1시께 문전성시를 이룬 청와대 관람객 행렬 옆으로 청와대 예매 현장에는 시민 312명이 여전히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건너편 대리석 위에 앉아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80대 여성은 "다시 여기로 대통령이 들어온다는 것 같아서 다시는 못 올까 봐 청와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개방됐던 초기에 한 번 왔었다. 당시에 사람이 많았는데 한동안은 많이 줄었다고 하더니 이렇게나 다시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를 방문하는 관람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관람객 수는 42만7780명으로 이는 2023~2024년 합계(41만3516명)보다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된 지난 4월 관람객은 26만1974명으로, 한 달 사이 올해 1~3월 방문자 수 합계(33만541명)의 79%에 해당하는 인원이 청와대를 찾았다. 이는 청와대 전면 개방 이래로 역대 4월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던 청와대 중 일부 구역은 이 대통령의 복귀로 다시 제한구역이 될 예정이다. 청와대재단은 전날 누리집 공지를 통해 다음 달 14일까지는 현행 관람 방식을 유지하고, 같은 달 16~31일 예약 인원과 관람 동선 등을 조정해 운영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오는 8월 1일부터는 청와대 보안 점검 등을 위해 관람을 중단하고 청와대 복귀가 완료되면 관람이 재개될 방침이다. 청와대 관람 예약은 방문일 4주 전부터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는데 현재는 모든 일자의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다만 만 65세 이상 노인, 국가보훈 대상자와 장애인, 외국인 여행객은 현장 신청을 통해 일부 입장이 가능하다. 한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청와대 관람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계획을 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오는 16일부터 예약 인원 조정이 이뤄지면 지금처럼 많이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2025/06/11
한우 요리·한국어 말하기…'K-컬처 페스티벌', 쿠알라룸푸르서 개막 주말레이시아 문화홍보관은 1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쿠알라룸푸르에서 'K-컬처 페스티벌(K-Culture Festival 2025)'를 개최한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트렝가누 주에서 처음 열린 데 이어, 올해에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더욱 융합된 내용과 확장된 규모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말레이시아 관광예술문화부와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 한국교육원, 한국관광공사,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KBS WORLD(월드) 등이 함께 한다. '분위기를 느끼고, 맛을 음미하며, 스타일을 찾아봐!(Feel the Vibes, Savor the Flavors, and Explore with Style!)'라는 주제로, 단순한 한류의 유행을 넘어 말레이시아인의 일상 속에 스며든 한국문화의 다채로움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안와르 총리의 방한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으며, 올해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말레이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이 맞물리는 해다. 이번 축제를 통해 '문화강국' 전략을 실천하고, 양국 간 협력과 유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개막 당일인 11일, 할랄한우 쿠킹쇼 '한국의 최고 한우의 맛(The Taste of Korea’s Finest HANWOO)'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관 하에 미슐랭 스타 셰프 손종원을 초청해 전통 한우요리를 선보인다. 할랄한우는 2023년부터 말레이시아에 수출됐으며, 현지에서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방한관광 로드쇼는 11~15일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해 개최된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여행사 100여개는 트래블마트, '한국관광의 밤(Korea Tourism Night)' 행사에 참여한다. 소비자 행사로는 대형쇼핑몰에서 다양한 한국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소개하고 현지여행사가 테마별 여행상품을 홍보·판매한다. 세계적인 안무가 리아킴, 페인터스, 캘리그라피 등 공연도 선보인다. K-뷰티 클래스는 17~19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과 협력해 진행된다. 한국에서 열리는 '뷰티 축제(Beauty Festival)'과 연계한 한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최신 K-뷰티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다. 우수 중소기업 제품 및 할랄인증을 받은 화장품 등도 체험할 수 있다. 21일엔 한국교육원 주관으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다. 21~22일에는 KBS WORLD가 주최하고 한-아세안 협력기금(AKCF)이 지원하며, 외교부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사무국, 말레이시아 관광예술문화부가 후원하는 '한·아세안 뮤직 페스티벌(2025 ROUND in Malaysia)'이 개최된다. 폴킴, 터치드, 드래곤 포니 등 한국 아티스트와 함께 말레이시아 돌라(DOLLA)등 아세안 10개국 뮤지션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밖에 외식업중앙회는 오는 12~14일 한식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쿠알라룸푸르 지회는 온라인 쇼핑몰 할인 및 경품 행사를 통해 K-라이프스타일을 알린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지역 내에서 한류 수용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팝, 드라마, 뷰티, 음식 등이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말레이시아 한국문화원' 내년 개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의 체계적 확산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2025/06/11
'당신의 국악은 무엇인가요'…국악박물관, 국악기·문헌 등 전시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은 6월 5일 '국악의 날'을 기념해 국악박물관 기획전시 '당신의 국악은 무엇인가요?'를 오는 9월 7일까지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기획전시 '당신의 국악은 무엇인가요?'는 국립국악원이 전승하고 있는 다양한 국악을 소개하고, 관람객이 자신의 취향을 맞는 국악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품은 국악기와 문헌, 국립국악원 공연 영상 등 36건이다. '1부 삶을 담은 소리'에서는 우리의 삶과 늘 함께했던 소리를 조명한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가 담긴 민속예술을 연구자들의 기록 자료, 국립국악원 제작 공연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36 먼저 '민요: 보통 사람들의 노래'에서는 1960년대부터 사라져가는 우리 민요를 기록한 연구자들의 자료 속에 남은 일상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옆 공간에 마련된 '연희: 희로애락을 나누다'에서는 우리와 함께한 연희를 조망한다. '2부 수양과 낭만사이'에서는 조선 전기 사대부의 수신(修身)을 위한 도구로 활용됐던 거문고 문화와 조선 후기 다양한 계층이 함께 어울리며 음악을 즐겼던 풍류를 소개한다. 특히 조선 성종과 연산군 때 문신이었던 탁영(濯纓) 김일손의 거문고인 '탁영금'을 중심으로 조선 전기 음악을 대하던 선비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영상으로 시각화해 보여준다. 이후 국립국악원 정악단 기획공연 '필운대풍류' 영상과 함께 전시되는 풍류객들의 악기는 신분과 시대를 넘어 음악의 멋을 나눴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3부 트민남녀, 흥에 취하다'에서는 20세기에 완전히 새롭게 변화한 전통음악의 풍경을 담았다. 1930년대 경성을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는 유성기 속에 담긴 전통음악과 사진 기사 속 음악 관련 내용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해당 전시실에는 LP 음반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4부 여민동락, 600년을 이어온 염원'에서는 세종조부터 이어온 궁중 음악의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함) 철학을 세종조 관련 전시품을 통해 보여준다. 박연이 발견했던 경기 남양(현재 경기 화성시)의 옥을 채취해 2009년 악기 연구소에서 복원한 편경과 국립국악원 소장 유물 계축(癸丑)년 제작 종과 경을 통해 세종조 이뤄졌던 아악 정비사업과 신악 창제 등의 업적을 보여준다. 전시실 안에는 나만의 국악 취향을 찾아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키링 만들기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6~7월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해 전시기간 동안 심도 있게 국악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달에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일무·캘리그라피·한량무·봉산탈춤 체험이, 7월에는 유성기·민속음악·풍속화·세종을 주제로 한 전시연계 특강이 진행된다. 전시 및 연계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사항은 국립국악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2025/06/11
왜 그렸을까?…'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 “이건 나도 그리겠다.”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두고 흔히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 단순한 선과 색이 완성되기까지, 스무 해 넘는 시간 동안 국화를 그리고 또 그리며 눈과 손을 단련한 화가의 시간이다. 미술사학자 정하윤은 바로 그 '꽃 그림'에서 거장의 내공과 정진의 흔적을 읽는다. 신간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문학동네)은 저자가 큐레이션한 17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일종의 계절 미술 수첩이다. 전작 '꽃 피는 미술관: 봄여름'에 이어, 이번에는 국화와 동백, 장미와 엉겅퀴 같은 계절의 꽃들을 따라 가을과 겨울의 미감을 탐색한다.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한겨울에도 붉게 피는 동백, 눈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씨앗, 시든 꽃잎 너머의 만개. 이 계절의 꽃은 곧 삶의 태도이자, 예술가의 시간이다. 책은 고흐, 드가, 몬드리안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 이동기까지, 익숙한 이름과 덜 조명된 작가들을 함께 담는다. 거장의 대표작도, 이름 없는 화가의 고요한 실험도 함께 놓는다. 그리고 던진다. “이 꽃은 왜 그렸을까?” “화가는 무엇을 남기려 했을까?” 정하윤은 말한다. “미술에 가까워지는 길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이 책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은 ‘꽃’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미술 입문의 문턱을 낮추고, 감상의 깊이를 자연스레 확장시킨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일 아침 예상치 못한 꽃다발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꽃이 있다”는 앙리 마티스의 말처럼, 우리 곁엔 언제나 예술이 있고, 그 예술은 늘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2025/06/11
한국 수묵, 베이징으로…국립현대미술관 ‘수묵별미’ 중국 순회전 개막 “이번 전시는 단순한 순회전을 넘어, 양국 문화예술 교류의 질적 전환점을 이끄는 결실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에 대해 “한국미술의 독창성과 새로운 시각을 중국에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 전시는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처음 공개된 공동기획전의 순회전으로, 양국 유일의 국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NAMOC, 관장 우웨이산)이 소장한 대표 수묵채색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의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 천경자, 황창배 등 작가 60명의 작품 60점과, 중국의 우창숴(吳昌碩), 쉬베이훙(徐悲鴻), 푸바오스(傅抱石), 린펑몐(林風眠) 등 대표 작가 60명의 작품 60점 등 총 120점이 전시된다. 특히 중국 국가문물국이 지정한 1~3급 문물 29점이 대거 출품돼, 양국 수묵화의 미학적 전개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한국과 중국 각국의 작품을 2부씩 나누어 총 4부로 구성했다. ‘전통에서 현대까지’ 흐름에 따라 양국 수묵화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한국화 1부 ‘근대의 여명과 창신’은 20세기 초~1970년대의 전통 회화 변화를 다룬다. 이응노의 〈구성〉(1973), 박래현, 장운상 등의 실험적 수묵채색화가 포함된다. 2부 ‘경계를 넘어, 확장을 향해’에서는 1980년대 이후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조명하며, 석철주의 〈외곽지대〉(1981), 김선두의 〈2호선〉(1985), 유근택, 이진주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중국화 1부 ‘전통의 재발견’에서는 중국 근현대 수묵 예술의 거장 우창숴의 〈구슬 빛〉(1920), 쉬베이훙의 〈전마〉(1942),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1955) 등 중요작이 포함됐다. 2부 ‘다양성과 번영’에서는 추이진(崔進) 등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 수묵 작품을 통해 중국화의 현대적 확장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비교 전시를 넘어, 한국화가 중국의 ‘국화(國畫)’와 어떻게 다른 정체성과 미학을 형성해왔는가에 대한 비평적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수묵이라는 공통 전통이 어떻게 각국에서 현대화되었는지를 통해 동아시아 회화의 오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같은 날 오후 2시, 중국미술관에서는 전시 연계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한중 양국의 미술사학자들이 참여해 수묵화의 현대화 흐름과 문화교류의 현재적 의미를 논의했다. 우웨이산 중국미술관장은 “동아시아 공통 유산인 수묵 예술을 통해 양국의 문화적 공명을 더욱 증진하고, 한중 회화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11일까지. 2025/06/11
프리즈, 아시아 ‘현지화’ 강화…‘프리즈 하우스 서울’ 9월 개관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서울에 ‘프리즈 하우스 서울(Frieze House Seoul)’을 연다. 11일 프리즈에 따르면, 오는 9월 서울 약수동에 문을 여는 이 공간은 런던의 ‘No.9 코크 스트리트’를 모델로 한 전시 플랫폼이다. 프리즈의 연중 운영 기지를 아시아로 본격 확장하는 첫 사례이자,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선 ‘현지화 전략’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1988년 지어진 주택을 개조한 4층 건물로, 총 210㎡ 규모의 전시 공간을 갖췄다. 내부에는 두 개의 주요 전시실과 조각 중심의 실내 공간, 야외 정원이 마련되며, 단기 갤러리 레지던시와 기획 전시, 퍼포먼스 프로그램 등이 연중 운영될 예정이다. 공간 디자인은 서울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 ‘사무소 효자(Samuso Hyoja)’가 맡았고, 시공은 아워레이보(Our Labour)가 총괄한다. 정원에는 일본 건축 그룹 사나(SANAA,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의 설치 작업이 상설 전시된다. ‘Drop Chair’, ‘Wuzhen Chair’ 시리즈를 확장한 이 조형물은 알루미늄 시트와 스테인리스 다리로 구성되며, 중앙이 오목하게 파여 빗물을 머금는 연못 형태를 띤다. 다리 끝엔 전통 꽃 문양에서 착안한 섬세한 디테일이 새겨졌다. 개관 시점은 ‘프리즈 서울 2025’ 개막과 맞물린다.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퍼포먼스와 서울 전역을 무대로 한 연계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며, 페어 중심의 단기 이벤트를 넘어 서울의 예술 생태계와의 상시 접점을 강화할 방침이다. 크리스텔 샤데 프리즈 페어 총괄 디렉터는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프리즈의 자연스러운 확장이자 매우 흥미로운 진전”이라며 “서울은 이미 글로벌 미술 시장의 핵심 도시로 떠올랐고, 이 공간을 통해 지역 예술 커뮤니티와의 깊은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하우스는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자, 한국과 세계 미술이 교차하는 새로운 접점”이라며 “서울 고유의 문화적 에너지와 실험성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프리즈는 개관 시즌에 함께할 갤러리를 모집 중이며, 신청 방법과 세부 정보는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frieze.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리즈는 1991년 동명의 미술 전문 매거진 창간을 시작으로 출판, 디지털 콘텐츠, 아트페어를 아우르며 성장해온 세계적인 동시대 미술 플랫폼이다. 시카고, 런던, 로스앤젤레스, 뉴욕, 서울 등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으며, No.9 코크 스트리트, Frieze Connects 등 연중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담론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