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대미술 거장 송동, 제주 첫 방문…포도뮤지엄 7월 '살롱드포도'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송동이 제주를 처음 찾는다. 포도뮤지엄은 오는 18일 전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연계 프로그램 '살롱드포도'에서 송동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한다. 버려진 창문과 문을 통해 도시의 기억과 인간의 삶을 탐구해온 그는 대표작 'Windows' 시리즈와 창작 과정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제주를 처음 찾는 송동은 1990년대부터 중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축을 이끌어온 작가다. 퍼포먼스와 설치, 비디오,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기억과 시간, 도시의 변화, 인간의 삶을 탐구해왔다. 이번 행사는 포도뮤지엄의 대표 문화 프로그램 '살롱드포도(Salon de PODO)'의 일환이다. 2021년부터 이어온 살롱드포도는 전시의 주제를 음악과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아트 클래스, 낭독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관람객과 공유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에는 송동을 비롯해 마르텐 바스(Maarten Baas), 수미 카나자와(Sumi Kanazawa), 이완, 김한영, 애나벨 다우(Annabel Daou), 수퍼플렉스(SUPERFLEX) 등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시에 출품된 송동의 설치작품 'Window Door Screen – Four Screens No. 2'는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사라진 오래된 창문과 문을 활용한 작업이다. 버려진 사물을 폐기물이 아닌 기억의 매개체로 바라보며 개인의 삶과 도시의 역사, 그리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를 환기한다. 이번 아티스트 토크에서 송동은 대표 연작인 'Windows' 시리즈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1990년대 중국 현대미술의 변화 속에서 형성된 예술적 관심과 창작 과정,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리서치와 전시에 관한 생각도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토크 종료 후에는 질의응답과 기념촬영, 사인회로 이어지는 '작가와의 시간'도 마련된다. 포도뮤지엄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전시를 더욱 깊고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송동의 첫 제주 방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7/03
지드래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홍보대사 맡는다 지드래곤(GD·권지용)이 오는 19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적인 영향력과 공익 활동을 바탕으로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릴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3일 지드래곤의 홍보대사 위촉 소식을 알리며 "지드래곤은 K-팝을 넘어 문화예술 전반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온 아티스트"라고 밝혔다. 지드래곤은 홍보대사로서 세계유산 보호 시민참여 캠페인 홍보영상과 현장 행사에 참여해 국내외에 '문화와 참여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작은 참여가 세상을 바꾸고 평화를 만든다'는 지드래곤과 저스피스재단의 가치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평화를 위한 국제협력'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의미를 세계에 알릴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지드래곤은 2024년 저작권 기부로 설립한 공익법인 저스피스재단에 명예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예술을 기반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공익 문화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저스피스재단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국내 개최를 계기로, 오는 10일 유네스코와 협력해 시민들이 세계유산 보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도시캠페인 '헤리티지 인 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캠페인은 세계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기금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 시민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시작으로 시민과 기업, 도시가 함께 세계유산을 지키는 새로운 참여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캠페인을 통해 조성된 기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기금으로 전달된다. 전쟁, 기후위기,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 지드래곤 측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홍보대사를 맡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세계유산은 인류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인 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유산청 관계자는 "지드래곤과 저스피스재단이 함께함으로써 세계유산위원회에 대한 국내외 관심과 시민 참여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 보호의 새로운 참여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3
공예가 일상으로…'찾아가는 공예 명작전' 전국 순회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공예 전시 순회 사업 '찾아가는 공예 명작전'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역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유명 공연과 전시 등의 지역 개최를 지원하는 '우리 동네 이게 오네!'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기획됐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시를 지역 곳곳에서 개최해 국민들이 일상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시는 강원, 영남, 충청, 호남·제주 등 4개 권역의 문화와 공예적 특색을 담은 기획 전시 4종을 마련했다. 공예 전문 전시 기획자 4인이 기획, 전국 공예 작가 104명이 참여해 작품 600여 점을 선보인다. 각 전시에는 해당 권역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들도 함께해 지역 공예의 개성을 담아낸다. 3일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지역 문화공간 등 전국 13개 전시장을 순회할 계획이다. 전시별 세부 일정과 장소, 관람 정보는 공진원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각 전시장 운영기관의 안내 채널에서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순회전시를 계기로 지역과 공예문화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한국공예의 예술성과 일상성이 함께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7/03
"예술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최정화·다나다너다 24시간 '쌩쑈' "우리는 더 이상 예술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치미술작가 최정화와 동료들이 함께 만든 공공예술 실험 플랫폼 '다나다너다'가 서울 종로구 연지동 24관에서 생활 리얼리티 프로젝트 '쌩쑈'를 시작한다. 관객은 90분 또는 24시간 동안 공간에 머물며 먹고, 쉬고, 대화하고, 산책하고, 놀고, 기록된다.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생활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실험이다. 24관 안에는 조선시대 병풍 옆에 플라스틱 바구니가 놓이고, 고려 철불 곁에는 시장 의자와 아프리카 가구, 이름 모를 보석과 악기들이 뒤섞여 있다. 지난 12년 동안 최정화가 종로를 걸으며 보고, 듣고, 먹고, 만지고, 맡았던 감각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쌓였다. 공간을 둘러보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누군가는 눕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사우나에 들어가고, 누군가는 보물을 찾는다. 곳곳에 설치된 20여 대의 카메라는 이들의 시간을 기록한다. 관객인지 참가자인지, 주인공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 순간이 이어진다. '작가의 세계관' 자체를 나누는 최정화는 이를 '생활 쇼(Live Show)'라고 부른다. 무엇을 얻어가느냐는 질문에는 "운이 좋으시면요"라고 답한다. 1990년대부터 최정화는 회화의 틀을 벗어나 설치와 디자인, 무대연출, 건축, 공공프로젝트를 넘나들며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왔다. 플라스틱 바구니와 시장용품, 생활 오브제를 미술관 안으로 들여왔던 그는 이번에는 생활 그 자체를 예술의 재료로 삼는다. 그와 동료들이 만든 다나다너다는 작품을 설치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과 장소, 시간과 관계가 만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공공예술로 바라본다. 이들이 말하는 공공예술은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이 아니다. 전시와 공연, 교육과 환대, 시장과 일상이 서로 연결되며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체류, 반복되는 방문, 우연한 만남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 공공장소에 작품을 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설계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이다. 최정화는 오래전부터 "나 없는 너도, 너 없는 나도", "너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세상의 중심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르는 중심"이라고 말해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작품보다 관계를, 결과보다 과정을 앞세운 그의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예술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다나다너다가 건네는 초대는 단순하다. "시간 되면 오세요." "설명보다 경험이 먼저 와요." "그냥 따로 또는 같이 놀자." '쌩쑈'는 7월 어느 날까지 열린다. 화·수·목요일에는 90분 체류형 프로그램이, 토·일요일에는 24시간 체류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여자들이 경험한 기록과 영상은 또 다른 창작물로 확장될 예정이다. 2026/07/03
"아, 귀여워!"…눈동자에 '평화' 숨긴 미스터, 10년 만의 한국 개인전 귀여움에 빨려든다.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오색찬란한 소녀들이 커다란 눈망울로 관람객을 순식간에 홀린다. 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그것은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커다란 눈 안에는 토끼와 하트, 별, 음표, 픽셀 이미지와 게임 아이콘들이 촘촘히 겹쳐져 있다. 어떤 작품에서는 한글 '평화'라는 단어도 눈동자 속에 숨어 있다. 귀여움은 입구일 뿐이다. 그 눈동자는 현실과 환상, 기억과 욕망이 겹쳐지는 또 하나의 우주다. 리만머핀 서울은 일본 네오팝을 대표하는 작가 미스터(Mr.·57)의 개인전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를 개최한다. 지난 2017년 페로탕 서울 개인전 이후 약 10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다. 두상 형태의 신작 회화 연작과 조각을 비롯해 실제 작업실 일부까지 전시장 안으로 옮겨왔다. 해외 아트페어를 통해 국내 컬렉터들에게 익숙했던 그의 세계를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 1층 입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업실이다. 물감이 묻은 붓과 팔레트, 작업 도구들이 흩어진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소녀와 작가의 실물 크기 패널이 관람객을 맞는다. 잠시 자리를 비운 작가가 금세 돌아와 붓을 들 것 같은 풍경이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창작의 과정까지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며, 관람객은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미스터가 구축한 세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녀들의 눈동자로 향한다. 특히 '노도카–쪽빛보다 푸르게 물든'에는 둥근 얼굴의 소녀가 초록과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눈으로 관람객을 응시한다. 은하수를 닮은 눈동자 안에는 토끼와 하트, 음표, 별, 그리고 한글 '평화'가 함께 떠 있다. 눈은 감정을 표현하는 기관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대중문화의 이미지와 기억, 욕망이 층층이 쌓여 있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최근 연작에서는 여러 인물과 장면을 하나의 화면 안에 중첩하는 구성도 한층 강화됐다. 밝은 색채와 '카와이(Kawaii)' 미학으로 가득 찬 화면은 만화책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 과잉 시대의 고립과 상실,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갈망이 스며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제자이자 카이카이 키키 초기 멤버인 미스터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오타쿠 문화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한 '슈퍼플랫'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1996년 도쿄 소케이미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2000년 '슈퍼플랫' 전시를 계기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회화와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일본 서브컬처를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재구성해왔다. 작가명 '미스터(Mr.)'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선수 나가시마 시게오의 별명인 '미스터 자이언츠'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말하는 미스터는 하위문화를 일정한 거리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에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문화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언어이자 환상 세계를 구축하는 재료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는 붕괴와 상실의 기억도 작업 안으로 끌어들였다. 거칠게 훼손한 화면 위에 순진한 얼굴의 소녀들을 그려 넣으며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그린 그림이 아니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이자,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유니버스다. 전시장 입구에 재현된 작업실과 거대한 소녀는 그 세계가 더 이상 캔버스 안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귀여움은 그의 출발점이지만, 그 눈동자 끝에는 동시대 일본 사회와 인간의 욕망이 겹쳐져 있다. 작품 가격대도 국내 컬렉터들의 관심사다. 갤러리 측은 작가 스튜디오와 최종 확인 중이라면서 드로잉은 3만~4만5000달러, 쉐이프드 캔버스는 10만 달러, 소형 페인팅은 12만5000달러, 100호 규모 대작은 25만 달러 선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스터의 작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휴스턴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시애틀미술관, 캐나다 밴쿠버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며 동시대 일본 네오팝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전시는 4일부터 8월 14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6/07/02
꽃으로 핀 마릴린 먼로…독일 화가 비비안 그레벤 첫 한국 개인전 꽃으로 피어난 마릴린 먼로, 푸른 물의 정령 운디네. 독일 작가 비비안 그레벤(41)의 화면에서 여성의 몸은 꽃이 되고, 물이 되고, 조각이 된다. 신화 속 다프네와 운디네,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는 꽃과 손, 천과 물방울 속으로 스며들며 인간과 자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다. 페로탕 서울은 2일부터 8월 19일까지 그레벤의 국내 첫 개인전 'In Bloom'을 개최한다. 고전 그리스·로마 조각과 신화,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이상화된 신체 이미지를 결합한 그레벤은 인간의 몸과 감각을 자신만의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의 화두는 '변신'이다. 그레벤은 몸이 꽃으로 피어나고, 신화가 현실과 만나는 순간을 통해 인간이 평생 끊임없이 변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대표작 'Daphne's Hand I'에서는 베르니니의 '아폴론과 다프네'를 현대적으로 변주한다. 작가는 손을 변화를 감지하고 서로 다른 상태를 연결하는 감각의 매개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유를 형상화하는 기관으로 제시한다. 전시에는 물의 정령을 모티프로 한 'Undine I', 여러 손의 이미지를 중첩한 'Bond IV', 마릴린 먼로를 꽃의 형상으로 치환한 'Marilyn' 연작도 함께 선보인다. 소비와 대상화의 상징이었던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꽃처럼 변형시켜 관람자의 시선을 욕망에서 사유로 이동시킨다. 물의 정령을 모티프로 한 'Undine I'는 천시 아이브스(Chauncey Ives)의 조각 '운디네'(1880)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몸의 일부가 푸른빛에 감싸인 운디네는 생명의 시작과 소멸, 그리고 영원을 동시에 머금은 존재로 제시된다. 그레벤에게 여성은 변화의 과정을 겪는 주체이고, 꽃과 식물은 그 변화를 가시화하는 상징이다. 꽃은 생명의 시작을 알리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소멸을 떠올리게 하는 바니타스(Vanitas)이기도 하다. 찬란과 허무, 축하와 애도, 절정과 쇠락이 한 화면 안에서 서로를 붙든다. 나무로 변하는 다프네의 몸과 물의 정령 운디네는 모두 생성과 소멸 사이에 놓인 존재들이다. 독일 출신인 그레벤은 인간관계와 친밀성, 변화의 취약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작가다. 고전 조각의 이상미와 디지털 시대의 신체 이미지를 결합해 구상과 추상, 회화와 이미지 사이를 넘나드는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여성 초현실주의와 신화적 서사에 대한 재조명이 이어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그레벤은 초현실적 환상을 그리기보다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 자체를 응시한다. 페로탕 서울은 "그레벤의 회화는 절제된 구성과 섬세한 색채를 통해 이미지가 지닌 아름다움과 모호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존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제시한다"며 "디지털 시대의 단절감을 넘어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품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소개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 2026/07/02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전시 연계 강연…'단원 김홍도 읽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서화실에서 만날 수 있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과 그의 예술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강연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6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 기증문고실에서 '2026년 상반기 박물관 북토크'로 '단원 김홍도 일기'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조선 회화를 연구하고 김홍도와 관련한 대형 전시기획과 연구에 여러 번 참여했던 조지윤 리움미술관 실장이 강사로 나선다. 강연에서 김홍도의 생애와 예술 세계, 대표 작품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의미 등을 다뤄 서화실 전시를 더욱 깊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박물관 교육플랫폼 '모두'에서 오는 6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20명을 모집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문화유산을 다양한 시각에서 경험하고 이해하며, 박물관을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7/02
모시의 태(胎)를 만나다…'좋은모시 굿모시' 모시풀(저마)에서 태모시의 수확부터 모시실(굿모시)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오는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서 'GOOD MOSI, 좋은모시 굿모시 전'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한산모시짜기'의 원재료 태모시와 굿모시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태모시는 저마의 줄기에서 긁어낸 속껍질을 여러 차례 물에 적시고 햇볕에 말린 원재료다. 이를 쪼개 만든 모시실 다발을 굿모시라고 한다. 이 기술은 현재 주로 80대 고령자들이 이어가고 있어 전승 단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시는 모시 원재료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에 집중해 모시풀 수확부터 모시실 완성까지의 과정을 관람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는 10일과 11일에는 일본 전통 직조 방식 '안깅 짜기', 14일에는 짚풀 공예를 위한 '한산 태모시 손질' 시연도 하루 두 번 진행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아르헨티나 등 다국적 작가 20명이 참여해 굿모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뜨개 소품 등 약 80점을 만날 수 있다. 섬유예술가 신영옥은 '어느 맑은 날 Ⅱ'을 준비했다. 고운 모시 실타래를 얇게 직조해 원료 특유의 미감을 살린 작품이다. 유경숙은 직경 1.2m 크기의 '무용지물'로 관람객을 만난다. 대나무에 모시풀을 촘촘히 감아 독창적인 조형미를 뽐낸다. 김보연의 '십여년전 어느 날'은 모시풀을 직조해 한산 지역과 모시밭, 장인과 모시에 관한 기억을 표현한다. 일본의 풀섬유 작가 야마모토 아마요카심은 '니트 텍스타일'을, 중국 섬유 작가 우디디는 '퍼널 오브 타임'을 준비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진흥원 누리집에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2026/07/02
'반복하지 않는 한국화 인품즉화품'…한국화여성작가회 27회 정기전 좋은 사람이 좋은 그림을 그릴까. 오랫동안 한국화의 미학을 관통해 온 명제 '인품즉화품(人品卽畫品·사람됨이 곧 그림의 품격)'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묻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화여성작가회는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제27회 정기전 '반복하지 않는 한국화: 인품즉화품을 다시 쓰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회화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동시대 한국화가 어떤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다. '반복하지 않는 한국화'라는 부제처럼 익숙한 형식을 답습하기보다 각기 다른 조형 언어와 감각으로 한국화의 현재를 펼쳐 보인다. 1999년 창립한 한국화여성작가회는 한국화의 정체성과 미래를 함께 고민해 온 대표적인 여성 한국화 단체다. 국내 정기전과 기획전은 물론 국제교류전과 해외 초청전, 세미나와 워크숍, 해외 레지던시 등을 꾸준히 이어오며 한국화의 외연을 넓혀왔다. 특히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예술나누기 프로젝트(ART SHARE PROJECT)'를 통해 예술을 사회와 연결하는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유희승 회장을 비롯해 초대 회장 김춘옥, 이숙자, 홍순주, 류민자, 권희연, 신지원 등 회원 162명이 참여해 각자의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유희승 회장은 "회원들의 열정과 개성이 담긴 작품을 통해 한국화여성작가회의 위상을 높이고,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한국화를 감상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화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7/02
칼끝으로 긁어낸 순수…이사라 '원더랜드' 25년[박현주 아트클럽] "원더랜드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1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만난 이사라(46)는 자신의 그림 속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한 표정이었다. 작가도, 작품도 그 세계 안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그 천진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수십 번 덧바르고 갈아낸 화면, 칼끝으로 하나하나 긁어낸 스크래치, 수없이 반복한 수행 같은 노동…. 순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25년의 인고 끝에 만들어진 결과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은 2일부터 23일까지 이사라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를 개최한다. 프랑스 레지던시를 마치고 귀국 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회화 13점과 입체 작품 16점 등 모두 29점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변화는 15년간 이어온 '원더랜드' 시리즈의 주인공 소녀가 처음으로 입체 조각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언젠가는 소녀를 입체로 만들고 싶었다"며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현실로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면 속 표현도 그대로 이어졌다. 조각의 눈에는 회화에서처럼 스크래치가 새겨졌고, 속눈썹 하나까지 칼끝으로 다듬었다. 돋보기를 쓰고 작업할 만큼 섬세한 손길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배경을 덜어낸 것이다. 그동안 원더랜드를 채우던 풍경 대신 소녀의 눈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소녀의 눈은 관람객을 각자의 원더랜드로 이끄는 통로입니다." 별과 하트, 꽃무늬가 빼곡히 들어찬 보석 같은 눈동자는 화면의 중심이 된다. 형형색색의 문양은 "섬세함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칼끝을 수없이 움직여 새긴 빛의 흔적이다. 윤기를 덜어낸 매끈한 화면은 파우더처럼 보송한 질감을 만들고, 반짝이는 눈동자는 더욱 또렷하게 살아난다. 그의 작업에서 스크래치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다. 캔버스를 직접 만들고 수차례 바탕을 올린 뒤 마지막에 칼로 긁어낸다. 작품 속 흰색은 칠한 것이 아니라 긁어낸 흔적이다. 눈동자에 새겨진 수많은 빛의 흔적은 수행에 가까운 노동의 결과다. "스크래치는 계속해서 비는 행위입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수행 같은 작업이지요." 이사라의 원더랜드는 오래된 순정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천진함과 순수, 그 경계 어딘가에 있다. '동심으로도 보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경계를 의식하느냐'고 묻자, 작가는 잠시 생각한 뒤 "나는 한 번도 내 작품을 유치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항상 아름답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 해석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고 답했다. 작품 세계에 대한 확신이 담긴 대목이다. "작가는 흔들리면 안 됩니다. 복잡한 생각보다 단순하게 자기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흑백 연작도 선보인다. 행복과 동심만 머물던 원더랜드는 이제 죽음과 이별까지 품기 시작했다. 소멸에서 생성으로 나아가는 장면이기도 하다. 작가는 "원더랜드에서도 이제 죽음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몸은 사라져도 영혼은 빛난다고 믿는다. 슬픔과 고통마저도 결국 아름다움 안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사실주의 거장 이석주 화백의 외동딸인 그는 "아버지와는 미술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다만 최근 자신의 입체 작품이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을 때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을 들은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은 화풍이 아니라 엉덩이를 떼지 않고 끝까지 작업하는 태도입니다." 원더랜드는 이제 회화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작곡가들이 클래식과 재즈로 원더랜드 음원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아트 굿즈를 선보이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일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사라는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첫 개인전 이후 국내외에서 46회의 개인전을 열며 'Happy Doll', 'Lucky Bear', 'Wonderland'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해왔다. 오색찬란한 화면 뒤의 순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처럼 웃는 소녀의 눈동자에는 25년의 수행과 인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눈동자에 새겨진 작은 빛들은 한 작가가 끝내 포기하지 않은 희망의 흔적이다. "모든 존재는 빛이다." 25년 동안 원더랜드를 그려온 이사라는 오늘도 그 문장을 그림으로 새기고 있다.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