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닮은 듯 다른 아우라…남궁솔 '파랗고 일렁이는' 유영국을 닮은 듯하지만 어딘가 다르다. 공기와 온도, 색채가 뒤섞인 화면에는 작품마다 강렬한 아우라가 감돈다. 독일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남궁솔이 국내 첫 개인전 '파랗고 일렁이는(Blue and Waving)'을 서울 한남동 디아컨템포러리에서 개최한다.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산과 바다, 노을과 하늘을 소재로 하지만 실제 풍경의 재현보다 기억 속에 남은 빛과 색의 잔상을 탐구한다. 남궁솔의 그림은 언뜻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특정 장소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산과 바다, 노을과 하늘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실제 풍경이라기보다 시간이 흐른 뒤 기억 속에 남은 빛과 색의 흔적에 가깝다. 작가는 시야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감각 안에 남아 있는 색의 온도와 공간의 흔들림을 화면 위에 불러낸다. 이번 전시에는 '동해', 'Sun Setting(강릉)', 'Bird Trilling', 'In the Dolomites' 등 신작이 출품됐다. 작품 속 풍경은 구체적인 장소를 암시하면서도 동시에 추상적 색면과 공간으로 해체되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의 화면에는 독일 표현주의와 미국 추상회화, 한국 근현대 회화의 영향이 함께 스며 있다. 독일 유학 시절 접한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를 비롯해 엘스워스 켈리, 윌렘 드 쿠닝, 클리포드 스틸 등의 색채 감각, 그리고 유영국과 윤형근의 절제된 공간성이 회화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춘천에서 성장한 작가는 강원도의 산세와 자연 속에서 경험한 감각적 기억을 작업의 중요한 원천으로 삼고 있다. 특히 속초 동명항에서 바라본 동해의 풍경은 이번 전시의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 그는 반복적으로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의 움직임 속에서 "큰 바다를 눈에 심어 놓으면 자잘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감각을 얻었다고 말한다. 남궁솔은 자신의 회화를 "확실하게 불확실한 감각을 잡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알고 시작해도 작업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흐려지며,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화면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시 제목 '파랗고 일렁이는'은 이러한 회화 세계를 함축한다. 'Blue'가 감각의 깊이와 정서를, 'Waving'이 흔들리는 시간과 기억의 흐름을 의미한다. 작가의 그림은 명확한 결론보다 사라진 풍경의 잔상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감각 사이를 떠돌며 관람자를 천천히 머물게 한다. 한편 디아컨템포러리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14년간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해온 갤러리 휴(Huue)가 사명을 변경한 공간이다. 지난달 서울 한남동으로 이전했으며,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흐름과 작가·작품·관람객 간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2026/06/02
선물로 보는 우정…내일부터 한·프 수교 140주년 특별전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공동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1886년 6월 4일 조불(朝佛) 수호통상조약 체결로 시작된 양국 외교 역사의 첫 발자취를 조명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온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정상 간 교환한 선물로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우리나라 정상이 받은 선물뿐 아니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프랑스에서 소장하고 있는 선물도 함께 전시돼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는 이달 3일부터 8월 2일까지 두 달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먼저 선보인 뒤 8월 14일부터 9월 13일까지 한 달간 대통령기록관으로 자리를 옮겨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시대별 흐름에 따라 총 5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조선과 프랑스의 만남'에서는 1851년 비금도에 표류한 프랑스 포경선 '나르발호' 선원들의 구출을 위해 만난 프랑스 외교관과 조선 관원의 우호의 증표로 전해진 '옹기주병'이 전시된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저술한 최초의 근대적 한국어-외국어 사전인 '한불자전' 등도 볼 수 있다. 2부 '조불수호통상조약의 체결과 동행의 시작'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에 각각 소장된 조약 관련 문서와 수교 이후 양국 공사 관련 자료, 조약 체결 결과 조선 내 선교가 자유로워지면서 발전한 천주교 관련 유물 등이 전시된다. 3부 '조선 국왕과 프랑스 대통령의 선물 교환'에서는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 황제에게 증정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과 이에 대한 고종 황제의 답례품인 '청자 대접' 등을 통해 당시의 외교 정취를 느낄 수 있다. 4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프랑스의 연대'에서는 일제 강점기에도 이어진 한국과 프랑스의 연대를, 5부 '이어지는 우정, 대한민국과 프랑스'에서는 은제 그릇, 도자기, 소반 등 양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다양한 선물과 서한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시에 앞서 이날 오후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김민재 행안부 차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 행사와 환영 리셉션이 열릴 예정이다. 2026/06/02
"한옥은 지금도 갱신한다"…사진가 이동춘 '원형이정' 22년 동안 전국의 한옥과 종택, 서원과 제례 현장을 기록해온 사진가 이동춘이 한옥에 스며 있는 삶의 질서와 기억을 조명한 사진전을 연다.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읽는, 한옥'은 한옥을 단순한 전통 건축물이 아닌 시간과 윤리, 공동체의 기억이 축적된 공간으로 바라보는 전시다. 전시 제목에 담긴 원형이정은 '주역'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시작(元)과 펼침(亨), 이로움(利), 바름(貞)의 생성과 순환 원리를 뜻한다. 작가는 집이 터를 잡고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 사랑채와 대청마루를 통한 소통, 부엌과 곳간에 담긴 생활의 지혜, 사당과 제례를 통해 이어지는 기억과 윤리의 계승 과정을 이 네 가지 흐름으로 해석했다. 전시에는 안동을 비롯한 영남 지역 종택과 서원, 제례 현장 등을 기록한 사진 30여 점이 소개된다. 병산서원, 도산서원, 후조당, 동암종가 수졸당, 창덕궁 낙선재 등 한국 전통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공간들이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됐다. 특히 세월을 견딘 기둥과 마루, 빛과 그림자, 반복된 노동과 의례의 흔적을 통해 건축의 외형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삶의 태도에 주목한다. 이동춘 작가는 "한옥은 남아 있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스스로를 갱신하며 살아 있는 구조"라며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6/02
광주비엔날레, 첫 예술감독 공개 공모…30년 만에 추천제서 전환 광주비엔날레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예술감독 공개 공모제를 도입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028년 개최 예정인 제17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를 총괄할 예술감독을 공개 모집한다고 1일 밝혔다. 창설 이후 30년간 유지해온 추천제 중심 선임 방식에서 벗어나 공개 공모제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소수의 추천위원이 추천한 후보군을 중심으로 선임돼 왔다. 재단은 창설 30주년을 맞아 광주정신과 비엔날레의 역사적 자산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예술감독 선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공개 공모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독 개인의 명성보다 전시의 비전과 내용, 기획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모는 국적과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국내외 전시기획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단독 지원뿐 아니라 2인 이상의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도 지원할 수 있으며, 국내외 전문가 간 협업 형태의 지원도 가능하다. 재단은 민주·평화·인권의 광주정신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안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선도할 역량 있는 국내외 전시기획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17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공모 접수는 오는 8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된다. 지원자는 지원서와 전시계획 제안서, 포트폴리오 등 관련 서류를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제출해야 한다. 재단은 8월 중 서류 심사를 진행한 뒤 9월 중 전시계획안 프레젠테이션과 인터뷰 심사를 거쳐 최종 1인 또는 1개 팀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 결과는 10월 중 발표된다. 한편 제17회 광주비엔날레는 2028년 개최될 예정이다. 공개 공모를 통해 선임되는 첫 예술감독이 광주비엔날레의 새로운 30년을 이끌게 된다. 자세한 공모 내용은 광주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6/01
7만5000명 찾은 공예트렌드페어…참가사 모집 시작 국내 최대 공예 전문 박람회인 '2026 공예트렌드페어(Craft Trend Fair 2026)'가 참가사 모집에 나선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은 오는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코엑스 A홀에서 열리는 2026 공예트렌드페어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1일 밝혔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공예트렌드페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공진원이 주관하는 국내 대표 공예 전문 박람회다. 공예 창작과 유통, 소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공예 산업의 성장 기반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 열린 20주년 행사에는 311개 사가 참여하고 약 7만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현장 판매와 상담 거래를 포함해 약 80억원 규모의 실적을 기록하며 공예 콘텐츠에 대한 시장의 성장과 대중적 관심을 확인했다. 올해 참가사 모집은 ▲신진공예가관 ▲공방관 ▲매개관 ▲갤러리관 등 4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공진원은 약 500부스 규모의 참가사를 선정해 동시대 공예의 다양성과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6년 행사 역시 참가사와 시장의 연대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 갤러리관에서는 '아티스트 디스커버리(Artist Discovery)' 프로그램을 재운영해 참가 작가와 갤러리 간 협업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신진공예가관은 최근 2년 이내 제작된 신작 중심으로 구성해 변화하는 공예의 흐름과 창작 경향을 소개한다. 공예트렌드페어는 일차 시장을 넘어 창작자와 소비자, 국내외 유통 관계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2016년부터 일본 '마루누마 예술의 숲' 레지던시 교류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으며, '공예교류의 밤'을 통해 창작자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바이어 초청, 비즈니스 상담, 포럼 등 부대행사를 통해 세계 공예 시장의 흐름과 동시대 공예 담론을 조망하며 공예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김경배 공진원 원장은 "공예트렌드페어는 일반적인 페어를 넘어 공예를 기반으로 한 K-라이프스타일의 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하는 플랫폼"이라며 "창작과 유통, 소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예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역량 있는 공예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가사 모집은 부문별로 진행된다. 신진공예가관은 6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공방관·매개관·갤러리관은 6월 1일부터 7월 29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6/01
오리·배 그림에 색이 들어왔다…이강소 '생성의 장' 그의 그림에 색이 들어왔다. 먹빛과 여백, 사슴과 오리, 배의 형상으로 기억되는 이강소가 붉은색과 연분홍, 옅은 청색이 스며든 신작을 선보인다.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생성의 장(A Field of Becoming)'은 반세기 넘게 이어온 작가의 화두인 '생성(Becoming)'을 더욱 자유롭고 감각적인 화면으로 펼쳐 보인다. 이강소는 한국 실험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전시장 안에 실제 선술집을 설치한 '소멸-바(Bar)에서의 하루'로 미술계에 충격을 안긴 이후 회화, 설치, 퍼포먼스, 조각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신작 회화와 조각을 함께 선보이며 작가 작업을 관통해온 '생성'의 개념을 집중 조명한다. 전시 제목인 '생성의 장'은 고정된 실체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존재의 상태를 뜻한다. 이강소의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보다 과정에 가깝다. 의도적으로 형상을 구축하기보다 물감의 흐름과 붓질의 흔적, 신체의 움직임과 우연한 사건들이 만나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작품은 완결된 대상이 아니라 지금도 생성 중인 사건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강소 특유의 오리와 배, 사슴 등의 형상이 여전히 등장하지만 이전보다 한층 대담해진 색채와 자유로운 붓질이 화면을 지배한다. 붉은색과 연분홍, 옅은 청색이 스며든 신작들은 '생성'이라는 오랜 화두를 보다 감각적이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조각 역시 형태를 구축하기보다 재료와 시간, 공간이 만나 스스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회화와 조각은 서로 다른 매체이지만, 모두 고정된 의미를 거부하고 변화와 흐름의 상태를 향한다. 리안갤러리는 "이강소의 작업은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료와 공간, 시간의 흐름을 수용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며 "이번 전시는 회화와 조각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 11일까지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2026/06/01
노소영의 아트센터 나비, 사간동 독립공간서 재개관 "26년의 시간을 매듭짓고 사간동의 새 공간에서 다시 문을 여는 이 순간은 아직 형상을 다 드러내지 않은 다음 챕터가 안으로부터 자라나는 시간이다." 노소영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독립 공간을 마련하고 재개관한다. 새 공간의 첫 전시로 키네틱 설치 작가 한진수의 개인전 '뜸: A Pregnant Pause'를 오는 11일부터 선보인다. 2000년 서울 중구 서린동 SK서린빌딩에서 개관한 아트센터 나비는 한국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문기관이다. 지난 26년간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탐구하며 국내 미디어아트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백남준, 박현기 등 한국 미디어아트 선구자들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국내외 미디어아티스트와 공학·디자인·건축 분야 전문가들을 연결해왔으며, 2019년과 2025년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을 서울에 유치하며 국제적 위상을 다져왔다. 이번에 문을 여는 사간동 공간은 건물 전체를 미술관으로 운영하는 독립 공간이다. 공간 기획과 운영을 모두 아트센터 나비가 주도할 수 있는 자립적 환경을 확보하면서 디지털 미디어를 단순한 기술적 매개를 넘어 공간·시간·신체와 함께 호흡하는 예술 언어로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이 공간을 거점으로 기술과 자연, 예술과 도시 환경이 교차하는 미래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재개관 첫 전시인 '뜸: A Pregnant Pause'는 키네틱 설치 작가 한진수의 개인전이다. 전시는 즉각적인 결과와 속도를 추구하는 시대에 '기다림'과 '유예'의 시간을 제안한다. 전시에는 무한한 붓질을 누적하며 완성을 지연하는 '그림형성기'(2014/2023), 흰 표면 위에 흔적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화이트 폰드'(2007/2026), 중심 없이 부유하는 버블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의 꽃'(2022/2026) 등이 출품된다. 기계 장치의 미세한 진동과 수면 위 흔적, 반복되는 붓질의 움직임이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뜸 들이는 풍경'으로 구성하며 관람객에게 보이지 않는 변화의 시간을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노소영 관장은 "한진수 작가의 작업은 완성보다 생성의 시간, 결과보다 과정의 감각을 보여준다"며 "'뜸'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보이지 않는 변화와 생명성이 자라나는 시간을 관객들이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열린다. 2026/06/01
왜 상어를 담갔나…데이미언 허스트 직접 답한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국립현대미술관(MMCA)을 찾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특별전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연계 프로그램으로 허스트가 직접 참여하는 특별 대담을 오는 10일 오후 4시 서울관 영상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담은 허스트가 자신의 작업 세계와 예술관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다. 대표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최근 회화 작업으로의 전환 과정, 전시 기획 배경 등을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 특히 인간이 죽음을 설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의지해온 종교, 과학, 의학, 자본 등의 주제를 허스트가 어떻게 예술로 시각화해왔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작가는 작업 과정과 예술적 실천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나눌 예정이다. 대담에는 이진경 교수와 송수정 학예연구관이 함께 참여한다. 이 교수는 이번 전시 도록 필진으로 참여해 허스트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죽음과 무상함, 영원성에 대한 욕망, 희생 등의 모티프를 분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허스트의 작품이 삶과 죽음, 자본과 과학, 믿음과 욕망이 교차하는 현대사회의 역설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심층 대화를 이끌 예정이다. 지난 3월 개막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작가의 대표작 '상어'부터 '해골' 등 최신 회화에 이르기까지 약 4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특히 런던 작업실 일부를 재현한 '작가 스튜디오: 진행 중인 연작' 섹션은 최근 회화 작업의 창작 과정을 경험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참가 신청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1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며, 선착순 120명을 무료로 모집한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대담은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예술 세계를 그의 목소리를 통해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며 "예술과 사회,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폭넓게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06/01
이길배 단장 "갯벌 2단계 등재 기대…DMZ도 남북 함께 준비해야" 이길배 세계유산위원회 기획단장(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유치와 준비 과정의 실무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한국의 첫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뉴시스와 만난 그는 자연유산 확대와 남북 문화유산 협력, 국제 협력을 향후 세계유산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베트남, 카자흐스탄과 경쟁 끝에 세계유산위원국에 선출됐고, 이후 부산 개최를 확정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 유네스코 대표부와 함께 각국 대표들을 만나 한국의 위원국 진출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유치 과정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준비기획단장으로서 위원회 개최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문화 분야 최대 국제행사인 만큼 대한민국의 문화 역량과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현재 준비 작업은 80~90% 정도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은 2건뿐" 이 단장은 한국의 세계유산 정책이 문화유산 중심으로 이뤄져 온 점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이며 복합유산은 아직 없다. 자연유산은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2021년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전부다. "세계적으로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간 등재 불균형이 심하고 지역적 편중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유산과 복합유산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단장은 올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될 '한국의 갯벌 2단계' 확장 등재에 대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북한과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갯벌은 국가 경계를 넘어 이어지는 생태계인 만큼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북한도 올해 갯벌을 잠정목록에 올린 만큼 향후 세 나라가 참여하는 연속유산 형태의 공동 등재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권도 공동등재를 비롯해 조선통신사 교류 루트, 철도문화권 등도 앞으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유산 사례입니다." ◆"DMZ는 남북이 함께 준비해야 할 복합유산" 이 단장은 향후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복합유산 후보로 비무장지대(DMZ)를 꼽았다. 다만 DMZ는 접경 지역에 위치한 월경유산(transboundary property)인 만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DMZ는 역사·문화·자연적 가치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현재 북한의 입장이 과거와는 달라진 측면이 있지만, 언제 또 관계가 개선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항상 기대하면서 기초 연구를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국가유산청은 남북 공동 발굴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개성 만월대의 디지털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공동 발굴 조사 성과를 토대로 구축한 자료를 대국민 서비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금강산 문화유산 연구도 이어진다. 표훈사를 비롯한 금강산 권역 주요 문화유산 분포도를 구축하고 관련 자료를 축적해 향후 북한과 공유·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북한의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참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단장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의제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북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안도 있다. 지난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문제다. 사도광산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보존현황 검토 안건 가운데 하나로, 일본이 강제동원 관련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단장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선언으로 협력 가치 제안"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또 다른 의미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새로운 의제를 제안한다는 데 있다. 이 단장은 한국이 추진 중인 '부산선언'을 소개하며 "전쟁과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세계유산 체계 역시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한 그는 라자르 일룬드 아소모 세계유산센터장과 만나 부산선언과 협력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세계유산협약의 기존 5C 전략에 협력(Collaboration)의 가치를 더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은 전 국민의 공동 책임" 이 단장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기획단이 오는 9월 해체되더라도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 국제협력을 담당할 조직은 오히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은 등재보다 보존과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세계유산은 전 국민의 공동 책임입니다. 지자체는 물론 국가유산청에도 세계유산의 지위를 유지하고 국제협력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국제사회에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제안하고 논의를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제안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6/06/01
왜 그렇게 입었을까…'마네에서 바스키아까지 예술가의 옷'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 코트부터 앤디 워홀의 검은 터틀넥, 프리다 칼로의 전통 의상, 장 미셸 바스키아의 낡은 수트까지. 예술가들은 작품만 남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입은 옷으로도 시대와 대화했고, 세계를 향해 스스로를 연출했다. 신간 '마네에서 바스키아까지 예술가의 옷'(시대의 창)은 예술가들이 무엇을 입었는가를 통해 그들의 삶과 예술, 사회적 위치와 시대정신을 읽어낸다. 미술사와 복식사, 문화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저자 예민희는 옷을 단순한 취향이나 장식이 아닌 예술가가 스스로를 연출하고 세계를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예술적 언어로 바라본다. 사진과 인쇄매체가 확산된 19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가가 어떻게 이미지가 되고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예술가의 옷을 단순한 취향이나 스타일이 아닌 삶의 태도이자 예술적 선언으로 읽어낸다. 몸 위에 걸친 가장 일상적인 물건을 통해 예술가의 정체성과 욕망, 저항과 이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예술가는 왜 그렇게 입었는가. 그리고 그 옷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마네에서 바스키아까지 예술가의 옷'은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예술가의 초상과 마주하게 한다.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