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낸 형상, 선으로 사유한 공간…김정희 ‘Space IDEA’[아트서울] “공간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생성하는 장이다.” 김정희가 4월 16일까지 열리는 마니프 온라인 미술장터 ‘2026 아트서울’에 참가한다.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을 지낸 그는 현재 명예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원로 조각가다. 광화문아트포럼 ‘올해의 작가상’(2019), 석주미술상(2013), 한국미술협회 공로상(2015), MANIF 특별상(2011) 등을 수상했다. 김정희의 조각은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데서 출발한다. 철사로 구성된 인체는 내부가 비어 있으며, 실체 대신 선의 구조만이 남는다. 이 비워진 형상은 육체를 재현하는 대신,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각의 흐름을 드러내는 장으로 작동한다. 특히 그물망처럼 얽힌 선 구조는 중심 없이 확장되는 리좀적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선들은 형상을 구성하는 윤곽이 아니라, 시간과 존재의 흔적이 교차하는 경로다. 조각 ‘Space IDEA'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 있는 장’으로 인식한다. 작가는 “조각은 실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라며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2026 아트서울’에는 원로부터 신진까지 65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등 1000여 점을 선보인다. 아트서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 감상과 구매가 가능하며, 구매 후 1년 이내 환불이 가능한 ‘80% 가격 보장 제도’도 운영된다. 2026/03/30
겹겹이 쌓인 감정의 흔적…심지혜 ‘옻칠 회화’[아트서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층으로 남는다.” 심지혜가 4월 16일까지 열리는 마니프 온라인 미술장터 ‘2026 아트서울’에 참가한다. 심지혜의 작업은 옻칠이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옻을 올리고, 말리고, 다시 긁어내고 덧칠하는 반복의 과정은 감정이 쌓이고 변형되는 시간의 구조를 닮아 있다. 특히 화면에 남겨진 긁힘과 층위는 단순한 질감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이다. 사라진 듯 보이는 이전의 흔적은 새로운 층 아래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결을 형성한다. 작가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복잡성과 단절, 그리고 그 이면의 미묘한 심리를 포착한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상처처럼 양가적인 감정들은 하나의 층으로 축적되며 화면을 구성한다. 작가는 “옻칠의 반복적 과정은 감정이 쌓이는 방식과 닮아 있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흐름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2026 아트서울’에는 원로부터 신진까지 65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등 1000여 점을 선보인다. 아트서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 감상과 구매가 가능하며, 구매 후 1년 이내 환불이 가능한 ‘80% 가격 보장 제도’도 운영된다. 2026/03/30
“달항아리는 이제 블루칩이다” [박현주 아트클럽]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하다. 기울어진 균형, 미세한 흔들림, 그리고 비어 있는 중심.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뉴욕에서 다시 한 번 가격의 궤도를 밀어 올렸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가 24일(현지시간) 진행한 ‘아시아 위크 세일’에서 높이와 지름이 각각 42.5cm에 이르는 대형 달항아리가 318만 달러(한화 약 43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추정가(100만~200만 달러)를 크게 웃돈 결과다. 달항아리는 원래 완벽할 수 없는 그릇이다. 위아래 반구를 이어 붙이는 제작 방식 탓에 중심은 미묘하게 어긋나고, 표면은 균일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틈, 그 어긋남이 이 도자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결핍처럼 보이는 요소가 오히려 형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 비대칭의 조형은 동양의 미학적 전통, 특히 와비사비와 맞닿아 있다. 완전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각. 달항아리는 그 철학을 가장 간결한 형태로 구현한 오브제다. 시장도 이를 읽고 있다. 크리스티는 2007년 127만 달러, 2023년 456만 달러(한화 60억원), 지난해 283만 달러, 그리고 올해 318만 달러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일시적 상승이 아니라 가격대의 재편이다. 고점 이후 급락이 아닌, 일정 구간을 형성하며 다시 상승을 시도하는 전형적인 ‘블루칩’ 자산의 궤적이다. 이번 작품은 일본을 거쳐 출품된 대형 기물로, 안정적인 비례와 뛰어난 발색을 갖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컬렉터 시장에서 검증된 이력과 희소성이 더해지며 경쟁을 끌어올렸다. 조선의 달항아리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창적 도자기다. 문화유산보호법으로 인해 국내 백자의 해외 반출은 제한적이지만, 해외에 남아 있던 작품들이 글로벌 경매를 통해 다시 조명되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달항아리가 더 이상 ‘전통 공예’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색의 백자, 단순한 구형, 절제된 표면. 이 형식은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도 충분히 읽힌다. 미니멀리즘 조각과 나란히 놓여도 이질감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여백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꾸밈 없이도 힘이 느껴지는 달항아리는 소박하고 담백한 절제미의 결정체다. 특히 지름 45cm 이상 대형 기물은 극히 드물다. 국보·보물로 지정된 작품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0여 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도자가 완벽한 기술을, 일본 도자가 장식과 의식을 향해 나아갔다면, 조선의 달항아리는 느슨한 균형과 비어 있는 중심을 택했다. 그 선택이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BTS RM이 사랑한 달항아리로 대중적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달항아리는 이제 단순한 고미술이 아니다. 형태의 철학이자, 감각의 언어이며, 동시에 가격을 견디는 자산이다. 그리고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완벽하지 않은 그릇이, 가장 완전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다만 그 가치는 이제, 우리나라가 쉽게 가질 수 없는 '가격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 거리를 뒤늦게 실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6/03/30
‘퐁피두센터 한화’ 6월 개관…피카소 발레 무대막 최초 공개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다. 한화문화재단은 과거 아쿠아리움이 있던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조성한 ‘퐁피두센터 한화’를 오는 6월 4일 개관한다고 30일 밝혔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와의 파트너십으로 설립되는 이번 미술관은 서울 도심에서 세계적 현대미술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주목된다. 미술관은 500평 규모 전시실 두 개를 포함한 지상 4층 구조로 구성된다. 설계는 루브르 박물관 리노베이션과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를 맡았던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맡았다. 낮에는 자연광이 스며들고 밤에는 빛이 퍼지는 ‘빛의 상자’ 콘셉트로, 수평으로 이어진 빛의 띠와 전통 기와 곡선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특징이다. 개관전은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인 큐비즘을 조명하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이다. 모던아트의 새로운 시각을 연 큐비즘을 통해 미술관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퐁피두 소장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순회전이 아니라, 한국과 프랑스 공동 큐레이터십으로 기획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시실 두 개를 합쳐 약 1000평 규모 공간에서 펼쳐진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 후안 그리스 등 40여 명의 작품 90여 점이 공개된다. 특히 피카소가 제작한 대형 발레 무대막이 국내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에도 2027년까지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기반으로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앙리 마티스, 콘스탄틴 브랑쿠시 등 20세기 모던아트의 주요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질 계획이다. 이성수 한화문화재단 이사장은 “퐁피두센터 한화는 예술과 기술, 미래가 연결되는 열린 미술관으로, 서울의 일상 속에서 세계적인 컬렉션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30
“전쟁중인데…” 미술시장 더 뜨거웠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아트 바젤 홍콩 2026’이 예상과 달리 흥행에 성공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25일부터 29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세계 각국 컬렉터와 관람객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총 관람객 수는 약 9만1500명으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거래와 유입 모두 견조하게 유지되며 “홍콩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진행된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는 이례적으로 100% 낙찰률을 기록했다. 출품작 37점이 모두 판매되는 ‘화이트 글로브 세일’을 달성하며 총 6억5570만 홍콩달러(약 12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시장 관계자들은 “불안할수록 블루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번 아트페어와 경매 모두에서 고가의 대표 작가 작품들이 빠르게 거래되며 자금이 검증된 작품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아트페어는 첫날부터 수십억대 작품 판매가 이어지며 열기를 더했다. 독일 바스티안 갤러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1964년 작 ‘화가와 모델’을 400만 달러(한화 약 61억 원)이상에 팔리면서 각 부스에서 매출 실적이 잇따랐다. 세계적인 화랑들은 문을 여자마자 성황을 이뤘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중국 작가 류예의 회화를 약 380만 달러에 거래했고, 하우저 앤 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 마크 브래드포드 등의 작품을 220만~295만 달러 선에 판매했다. 페로탕은 개막 직후 출품작의 약 70%를 판매했으며,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이 여전한 인기로 각 작품 당 60만~80만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화이트 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대형 아크릴 누드 작품을 160만 달러에 팔았고, 앤서니 곰리의 대형 조각도 각각 40만 달러와 67만 달러에 판매했다. 한국 화랑들과 K아트도 선전했다.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PKM갤러리, 학고재 등 16개 화랑이 참여해 전년과 유사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경의 조형 작업은 부스와 공용 전시 공간을 동시에 점유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배, 하종현, 정현, 윤석남 등의 작품 역시 안정적인 수요를 확인했다. 티나 김 갤러리는 이신자의 직물 작품을 아시아 미술관에 15만~20만 달러에 판매했으며, 조현화랑은 박서보, 김택상, 이배 등의 작품을 9만~18만 달러 선에서 거래했다. 아트페어기간 열린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에서도 흐름은 동일했다.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이 9210만 홍콩달러(약 177억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했고, 중국 근대 작가 산유의 작품도 6394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작가 작품 역시 완판되며 시장 내 입지를 유지했다. 이우환(약 19억1000만원), 이성자(약 11억원), 이배(약 4억6000만원) 작품 등이 최고가로 주목 받았다. 아트 바젤은 홍콩 정부와 향후 5년간 홍콩을 아시아 지역 단독 개최 도시로 유지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과 문화가 결합된 글로벌 허브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아트 바젤 홍콩 디렉터 안젤 시양-러는 “세계가 복잡해질수록 이번 행사는 판매와 교류를 위한 진정한 국제 플랫폼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 크리스티안 알부 역시 “블루칩 작가의 안정성과 시장의 견고한 모멘텀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단순한 흥행이 아닌 구조적 신호로 봤다. “위기 속에서도 시장은 위축되지 않았다. 자금은 검증된 작품으로 이동했다”며 “미술시장은 흔들린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6/03/30
역사는 체험된다…서용선의 ‘단종’ [박현주 아트에세이 ㉑]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는 몸. 얼굴은 사라지고, 손만 남는다. 그리고 그 곁으로 거침없이 헤엄치는 한 사람.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자, 엄흥도. 권력은 죽은 몸을 버리지만 인간은 끝내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여기 강물에 단종이 빠져 죽었다는군.” 1986년 여름, 영월 서강.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그 위로 한 소년의 몸이 가라앉고 있었다. 왕이었으나 아무것도 지킬 수 없었던 존재. 그날, 화가 서용선의 내부에서는 하나의 이미지가 태어났다. 드로잉은 빠르다. 생각보다 먼저 도착했다. 역사는 재현되지 않는다. 그 대신 체험된다. 청령포는 풍경이 아니다. 캔버스 위로 쏟아진 붉은색은 권력의 욕망이고, 그를 휘감는 푸른색은 고립이다. 강은 흐르지만 나갈 수 없고, 산은 열려 있지만 막혀 있다. 자연은 소년왕을 가둔다. 서용선은 사건을 재현하지 않는다. 권력의 욕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의 슬픔을 그린다. 감정의 구조를 그린다. 그래서 그의 단종은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끝내 보호받지 못한 존재의 형상이다. 권력은 언제나 이동하고, 개인은 언제나 남겨진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다시 소환한 단종의 서사. 그 반복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서용선의 그림 속 단종은 이야기가 아니다. 상태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려질 뿐이다. 역사는 지나갔다. 그러나 그 소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단종을 보고 있다. 2026/03/28
홍콩서 울린 ‘변화’…광주비엔날레, 해외 설명회 성료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아트 바젤 홍콩 현장에서 제16회 비엔날레를 공식 소개하며 글로벌 미술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재단은 26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해외 언론과 국내외 미술계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2026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해외 홍보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윤범모 대표이사의 인사말에 이어 예술감독 호추니엔과 큐레이터 최경화,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가 전시 주제와 비전을 발표했다. 이들은 주요 프로젝트인 GB커미션 선정작 ‘불림’을 비롯해 섹션별 전시 구성과 참여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소개했다. ◆홍콩서 모인 글로벌 네트워크…비엔날레 관심 집중 현장에는 패트릭 선, 유진 탄, 우테 메타 바우어 등 아시아 주요 미술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M+, 퀸즐랜드 미술관, 샤르자비엔날레 등 국제 기관 관계자들도 자리해 광주비엔날레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인했다. 윤범모 대표이사는 “홍콩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예술 허브”라며 “이곳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소개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광주와 홍콩, 나아가 아시아 예술 간 교류와 연결이 더욱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16회 광주비엔날레 2026는 9월 4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전시 주제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에서 착안했다. 비엔날레 측은 “광주비엔날레가 30년의 역사를 지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변화’를 주제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는 릴케의 문장에서 출발해 ‘변화’를 하나의 예술적 방법으로 바라본다. 예술가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과 권력 구조, 관계의 형태를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취지다. 예술감독 호추니엔과 큐레이터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가 함께하며, 프랑스·이탈리아·브라질·스페인·인도네시아·리투아니아 등 30여 개 국가와 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2026/03/27
‘소년왕’ 단종, 드로잉으로 다시 본다…갤러리JJ, 서용선 개인전 최근 영화 ‘왕과 남자’ 열풍으로 다시 떠오른 단종의 서사가, 화가 서용선이 40년 넘게 붙잡아온 드로잉으로 다시 펼쳐진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JJ는 4월 23일부터 서용선 개인전 ‘서용선의 생생한 생각: 단종 드로잉’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86년부터 이어온 단종 연작을 드로잉 중심으로 조명하는 자리로, 서울과 영월에서 동시 진행되는 ‘서용선의 단종 그림’ 연합 전시의 일환이다. 그동안 서용선은 강렬한 색채와 거친 필치의 회화로 익숙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던 드로잉을 전면에 내세운다. 단종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과 인물, 장소를 다룬 드로잉은 회화보다 더 빠르고 직접적인 사유의 흔적이다. 선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은 이야기의 재현이 아니라, 생각이 형성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 40년 이어온 단종…역사를 그리는 방식 서용선의 단종 작업은 1986년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됐다. 이후 계유정난, 단종복위운동, 소년왕 단종을 둘러싼 인물과 사건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현재까지 단종 드로잉은 380여 점에 이른다. 이번 전시에는 ‘오세암’(2025), ‘청룡포’(2026) 등 신작을 포함해 약 40점이 공개되며, 초기 습작과 스케치북, 자료도 함께 소개된다. 특히 동일한 주제를 반복적으로 변주한 드로잉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인식의 궤적을 보여준다. ◆ “역사는 고정되지 않는다”…관객이 재구성하는 서사 전시는 선을 중심으로 한 드로잉의 조형 언어를 따라, 약 40년에 걸친 시간의 흐름을 펼쳐 보인다. 인물과 사건의 비중은 시기마다 달라지고, 화면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그 사이의 간극에서 관객은 역사적 파편을 스스로 조합하게 된다. 단종은 하나의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해서 그려지고 다시 해석되는 현재형의 질문이 된다. 갤러리JJ는 “단종 드로잉은 페인팅에 비해 작가의 생각이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며 “서용선 특유의 일필휘지 선은 묵직한 물질성 대신 날것의 에너지와 신체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2026/03/27
전쟁 속 홍콩 경매 낙관…크리스티 “한국은 핵심 시장” “전쟁 속에서도 미술시장은 움직인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20·21세기 미술 부문 총괄 아다 추이(Ada Tsui)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미술시장은 오히려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며 “아트 바젤 홍콩과 맞물려 열리는 3월 경매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27~28일 홍콩에서 올해 아시아 첫 대형 경매를 진행한다. 최고가 출품작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91년작 ‘추상회화’로, 추정가는 1000만~13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호크니, 장 미셸 바스키아, 자오우키, 마르크 샤갈 등 블루칩 작가들이 대거 출품된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 11점도 선보인다. 20세기 데이 세일에는 하종현, 박서보, 이성자, 정상화, 김창열이, 21세기 데이 세일에는 줄리아 조, 이배, 강명희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박서보의 ‘묘법 No.091103’(2009)은 HK$80만~120만(약 1억5000만~2억원), 이우환의 ‘선으로부터’(1978)는 HK$800만~1200만(약 15억~22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성자의 ‘야생 바람꽃’(1962)은 HK$280만~480만(약 5억~9억원), ‘화성 No.3’(2002)은 HK$200만~300만(약 3억~5억원)에 나왔다. 이배의 ‘붓질-9F’(2023)는 HK$45만~65만(약 8600만~1억2000만원), 하종현의 ‘접합 21-13’(2021)은 HK$60만~120만(약 1억~2억원)에 출품된다. 추이는 “전쟁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매출에 실질적인 영향은 없었다”며 “이달 초 런던 경매는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크리스티가 주목하는 시장은 한국이다. 추이는 “지난해 크리스티 전체 판매에서 한국 고객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간 4~6차례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주요 시장”이라고 밝혔다. 김환기의 전면 점화 ‘19-VI-71 #206’이 지난해 뉴욕 경매에서 약 840만 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 시장의 존재감도 확인됐다. ◆ K팝에서 컬렉팅으로…팬덤이 시장으로 한국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문화적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 추이는 “유명 연예인들이 미술 컬렉팅을 시작하면서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며 “K팝 등 문화 콘텐츠와 미술 시장이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덤이 컬렉터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은 단색화에 머물지 않는다. 추이는 “시장 형성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불처럼 국제 미술관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적절한 작품을 선별해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불안할수록 블루칩”…시장 트렌드 변화 현재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는 안정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이는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인상주의와 모던, 전후 블루칩 작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게르하르트 리히터 같은 작가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구매층은 젊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신규 고객의 52%, 전체 거래의 34%를 차지하며 핵심 컬렉터로 부상했다. ◆ “가격보다 신뢰”…크리스티 전략 크리스티는 보수적 가격 전략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추이는 “현재 시장에서는 가격 설정이 중요하다”며 “작품의 질과 큐레이션을 통해 컬렉터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낮은 추정가를 제시하더라도 전문성과 큐레이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6/03/27
"공연장 와서 먹고, 눕고, 음악 들어도 괜찮아" …카입의 실험 '파빌리온 72' "극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소리가 만나게 되는데 이게 필수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작곡가 카입은 72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는 공연 '파빌리온 72'의 시작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리로 먹고사는 작곡가이면서도 그에게 소리는 없어도 되는 무엇으로까지 느껴졌다는 반성이다. 이번 공연이 많은 걸 파괴하는 일종의 실험이라는 고백이기도 하다. 공연에 앞서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창작트랙 180°-극장의 다음:다가올 낯선 감각들' 최종발표회가 26일 열렸다. 카입은 공연예술 연구 개발 사업인 '창작트랙 180°'를 통해 국립극단과 180일간 창작을 진행했다. 그는 공연과 영화, 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계에 몸담아 온 23년 차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사운드디자이너다. 카입은 소리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여러 예술가와 만나며 질문을 확장시켰다. 그는 최종발표회 공연조차도 완성형보다는 진행형이라 설명했다. "오늘도 결과 발표보다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에게 있어 이번 공연 준비는 수행에 가까웠다. "과정 자체에서 저는 이미 작업에 대한 만족을 얻었어요. 공연에서 현장성 자체는 중요하겠지만, 현장에서 얻어지는 소리와 장면이 관계 맺는 방식이 여전히 문법으로 정리가 안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고유의 문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많이 했죠." 그의 목표는 '순간'으로 바뀐 듯했다. 특정 순간 관객이 무언가를 느끼고 가기를 바라서다. 또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게 '현실의 레이어'를 반복하는 것도 그렇다. 동시에 우연적 반복으로 인간이 발 딛고 있는 순간으로서 '선형적 시간'을 파괴하고자 했다. 공연 이름에 '파빌리온'이 들어간 이유기도 하다. 파빌리온은 엑스포(박람회)를 위해 짓는 공간이다. 박람회는 문제없이 매끄러운 미래로 수렴될 것 같은 이상을 담는 일종의 공연이다. 그래서 카입은 이번 공연을 '미래를 위해 버려지는 전시장 혹은 폐허'로 이름 지었다. "그냥 있다가 사라지는 게 공연이니까요. 썰렁하게 존재하려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가진 공연에 대한 기존 인식을 전복시키는 실험이기도 하다. 공연 관람에는 음료 취식 외에 제한이 없다. 4320분 동안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누워도 괜찮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와서 음악을 들으셔도 괜찮아요. 무엇이든 와서 하시는 걸 더 환영해요." 사람들의 입퇴장도 자유롭다. "준비 과정에서 관객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공간에서 체류하는 분'이라 정의하자고 했어요." 의도된 메시지를 담은 소리는 흘러나오지만, 치밀하지는 않다. 오히려 '틈새'를 통해 현실과 연결되고 우연과 만난다. 소리를 포함해 공연에 대한 관습, 선형적 시간 인식, 관람 양식을 모두 분절시키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카입은 외부 소리가 잘 들어오는 더줌아트센터를 연습장이자 공연장으로 골랐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막을 배우가 읽으면서도 의미 전달 대신 소리 전달 수단으로 사용한다. 바그너의 총체예술에 반하는 '안티 바그너 체제'다. 공연계가 소리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볼 기회이자 재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비쳤다. "공연예술에서 소리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카입은 공연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에 대한 편지"라고 정의했다. 누리집에 극장에 관한 생각이 모이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엑스포에서 해석되길 기다리는 '과거의 유물'과 같이. 사전 예약자는 2000명으로 현장 참여도 가능하다.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