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며 띄엄띄엄 작업…나무가 버팀목”…백연수 '끝나지 않은 장면' “나무는 내 노동을 가장 잘 받아주는 재료입니다.” 조각가 백연수가 6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김종영미술관 전시 ‘끝나지 않은 장면(Unfinished Scene)’은 완료의 미완이 아닌, 진행형의 모색을 기록한다. 전시 공간은 마치 영화의 장면전환 기법인 ‘오버랩’처럼 겹쳐진다.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장은 목조 조각의 다양한 장면을 중첩시키며 관객을 새로운 탐구의 흐름 속으로 이끈다. 1전시실에는 최신작 '드러나는 것', '끝나지 않은 장면' 연작이 놓였다. 커다란 통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채 구, 입방체, 대봉감, 풀줄기 등이 조각돼, 나무와 작가가 서로 타협한 흔적이 드러난다. 과거 ‘구(球)’ 시리즈도 함께 전시돼 오래된 모티브와 새로운 실험이 화면 위에서 겹쳐진다. 2전시실에는 사각기둥 원목 일부를 깎아 일상 사물을 재현한 작품들이 있다. 좌대와 작품이 하나로 이어진 독특한 형식으로, “사물이 놓여 있다”기보다 “나무에서 솟아났다”는 감각을 만든다. 3전시실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소재로 한 '쌓기 연습' 연작이 이어진다. 재현에서 환원적 형태로 넘어가는 조형 실험은, 마치 다음 장면이 서서히 드러나는 영화적 오버랩처럼 관객의 시선을 새로운 사유로 이끈다. 199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한 백연수는 2016년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성 조각가’로 ‘여류 조각회’ 회원이기도 하다. 백연수는 “(아이를 키우면서) 쉬지는 않았지만 활발하게도 못 하고 띄엄띄엄 작업을 이어왔다”며 “생활의 안정이 작품에도 스며들어, 제 작업이 늘 프레임 안에 붙어 있는 형식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요즘은 디지털로 기록되고 사라지는 게 불안하다. 눈앞에 실제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물질이 꼭 필요하다”며 “나무는 제 노동을 가장 잘 받아주는 재료”라고 강조했다. 나무는 흔히 ‘살아 있는 재료’라 불린다. 건조 과정에서 갈라지고 뒤틀리며, 나이테와 옹이가 제약이 된다. 백연수는 이러한 불완전성을 작업의 본질로 삼았다. 사물 재현을 넘어 통나무의 중량감을 드러내고, 채색을 입혀 실재감을 강화하며, 나무와의 대화를 그대로 작품 속에 중첩시켰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백연수 목조 작품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주변 일상 사물을 주목해 재현한다는 점, 둘째는 채색을 통해 실재감을 강화한다는 점”이라며 “조각의 역사가 ‘우상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듯, 그는 재현을 통해 조각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이번 전시 제목 '끝나지 않은 장면'이 “완료의 미완이 아닌 진행의 모색”을 뜻한다며, “그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에서 출발했지만 추상화와 재료의 미학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2025/09/09
프리즈 서울 왔다가…독일·프랑스 합작 '마이어리거울프' 개관 프리즈 서울 무대를 발판 삼아 글로벌 갤러리가 또 서울에 들어섰다. 독일 마이어리거와 프랑스 조슬린 울프가 공동으로 설립한 ‘마이어리거울프(Meyer Riegger Wolff)’가 지난 2일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두 대표가 아시아 전역에서 쌓아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처음 시도하는 합작 공간이다. 두 갤러리는 2022년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스위스 작가 미리암 칸의 강렬한 작품을 중심으로 꾸린 첫 공동 부스는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한국 내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컬렉터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 2023년에는 협업의 폭을 확대해, 각자의 소속 작가를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이며 개별 정체성을 넘어서는 통합적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이어 2024년에는 파트너십을 한층 더 확장해, 두 갤러리의 미래 비전을 반영하는 대규모 그룹전을 열었다. 같은 해 마이어리거는 서울에 임시 전시 공간을 마련해 새로운 작가들과 실험적인 전시를 시도했다. 이러한 단계적 협업과 성과가 쌓이면서, 2025년 ‘마이어리거울프’의 개관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개념미술과 실존적 주제에 기반한 전시로 명성을 쌓아온 두 대표는 “서울은 세계 동시대 미술 담론과 지역적 맥락이 교차하는 이상적인 환경”이라며, 파리·베를린 소속 작가뿐 아니라 한국 및 아시아 신진 작가를 꾸준히 소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갤러리 건물은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츠)이 설계했다. 흰색 외벽에 주황색 포인트를 더한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중첩된 기하 구조가 특징이다. 대형 설치부터 개념적 작업까지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화랑이자 담론의 장”이라는 비전을 드러낸다. 개관전은 '지난밤 꾼 꿈(Heute Nacht geträumt / Dreamed last night)'으로 11월 7일까지 열린다. 독일 작가 클레멘스 폰 베데마이어, 프랑스 회화 신예 알마 펠트핸들러, 거장 외젠 르루아를 비롯해 미리암 칸, 윌리엄 아나스타시, 그리고 18세기 익명 작가의 천체 드로잉 등이 나란히 소개된다. 전시는 미술사학자 이자벨 피셰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피셰는 18세기 파리 루브르 살롱전을 총괄한 ‘타피시에’의 역할을 조명하며, 예술가들이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병치한 방식을 재해석했다. 마이어리거울프는 이를 현대적으로 소환해 살펴보고, 비교하고, 발견하는 경험을 관객에게 제안한다. 서울 디렉터이자 공동 대표인 가이아는 중국과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거점으로 한 교류 확대를 이끌 예정이다. 그는 “서울은 다양한 컬렉터 층과 빠르게 성장하는 미술 생태계를 갖춘 도시”라며, 신진 작가와 기성 작가 모두에게 창작과 발표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남동과 이태원은 국제 갤러리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리움미술관을 필두로 페이스, 리만머핀, 에스더 쉬퍼, 타데우스 로팍 등이 포진하며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글로벌 갤러리가 밀집하는 지점이 있다면, 서울에서는 한남동이 그 역할을 떠맡고 있다. 2025/09/09
'제2회 신진작가 아트쇼, 부산 커넥티드' 개막 '제2회 신진작가 아트쇼, 부산 커넥티드'가 9일 부산근현대역사관 내 금고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팀(20명)의 신진 작가들이 참여해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부산시는 전시 기간 중 현장 심사를 통해 최종 1팀을 선발해 주관사 아트미츠라이프가 추진하는 '2026 더 프리뷰 아트페어' 특별전 솔로 부스 출품 기회를 제공한다. 차세대 작가 발굴과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된 이 행사는 지역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신진 예술가들의 새로운 기획과 전시를 지원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이어진다. 2025/09/09
작업실 같은 전시장…사비나미술관, 김을 개인전 "스튜디오 자체가 예술이다." 작가 김을(71)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작업실 프로젝트'를 통해 결과물이 아닌 창작의 터전을 작품으로 제시해왔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오는 10월 26일까지 김을 개인전 'Twilight Zone Studio'를 열고, 그 마지막 장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5년 시작된 '작업실 프로젝트'의 13번째이자 최종 회차다. 실제 작업실을 전시장에 축소·재현해 관객에게 공개하는 이 전시는 단순히 작업실을 옮겨온 전시가 아니라, 예술가의 삶과 창작 과정을 집약한 상징적 구조물로 '과정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명옥 관장은 "작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을 작품으로 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창작의 본질과 예술가 정신을 조명한다"고 밝혔다. ◆황혼의 경계, 창작의 원점 전시 제목 'Twilight Zone'은 현실과 비현실, 물질과 개념의 경계가 해체되는 황혼 지대를 뜻한다. 부제 '우리는 황혼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의 대사에서 가져온 것으로, 존재와 지각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반영한다. 2층 전시장에는 용인에 있는 실제 작업실을 축소 재현한 3채의 스튜디오가 설치됐다. 1동: 드로잉 작업 공간, 2동: 입체 조형 공간. 김을이 20세부터 창작의 동반자로 삼아온 밥 딜런의 노래 'My Back Pages',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이 흐른다. 사회비판적 가사와 서정적 감성이 작업의 배경이 된다. 3동: 작가의 내면을 성찰하는 사유 공간.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연계 프로그램 김을의 드로잉 스쿨: 드로잉에 관심 있는 예비 작가 5인 이하를 대상으로, 드로잉의 본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총 5회차로 진행되며 회차별 정원은 5명, 참가비는 2만원(전시 관람료 포함)이다. 오는 20일 오후 3~4시 30분 여는 아티스트 토크는 김을과 김남시 이화여대 교수가 함께한다. 작가 김을은 제30회 이중섭미술상(2018) 수상자이자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사비나미술관, 미국 백아트(LA)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2025/09/09
공사중 화재로 휴관 국립한글박물관 2028년 10월 재개관(종합) 증축공사 중 화재가 발생해 휴관 중인 국립한글박물관(박물관)이 2028년 하반기에 재개관될 예정이다. 9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 근처 한 식당에서 강정원 박물관장은 기자들과 오찬을 가지며 증축·복구 공사 계획을 전했다. 그는 "박물관은 화재 발생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진단 결과를 반영해 올해 10월 설계에 착수, 내년 7월 착공, 2028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10월부터 '교육공간 조성 및 증축' 공사를 위해 휴관했다. 당초 올해 한글날을 맟춰 재개관하려 했으나 지난 2월 공사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 감식 결과 옥상 용접 작업 중 우레탄폼에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인력 260명, 장비 76대를 현장 투입해 화재 진화에 나섰다. 강 관장은 화재가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화재가 발생하고 (불씨가) 천장을 타고 번져서 한글놀이터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어 "(한글놀이터 경사진 부분에) 화재 취약 시설물이 있어 (해당 공간이) 심하게 피를 입은 구간"이라고 전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한글놀이터 천장 일부 구역은 철골보 교체 등 구조 보강, 기타 구역은 철골보와 슬래브 하부 표면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같은 3층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은 한글놀이터 사이 방화벽이 있어 화재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열기랑 그을림으로 인해 전기 및 통신 시설이 손상을 입어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강 관장은 사고 당시 1층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에는 화재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당국이 진화에 사용된 물이 수장고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수장고) 천장에 유수가 있어 비닐 작업으로 유물에 물이 닿지 않게 사전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물을 다 뺀 상태에서 온·습도를 체하고 바닥이 일부 일어나는 현상이 있었고, 곰팡이가 핀 지역이 있었지만 전문업체를 통해 확인하고 보강공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박물관의 소장자료 약 900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총 세 박물관에서 보관 및 관리되고 있다. 수장고의 총면적은 574제곱미터로, 공사가 진행된 부분은 102제곱미터이다. 전체 수장고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강 관장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업체에 대한) 법적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3월 박물관 화재 공사 작업자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작업자와 공사 관계자 등 7명을 조사했고 그중 3명에게 업무상 실화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한편, 박물관은 공사 기간 중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박물관과 공공기관 공간을 활용해 전시·교육 등 박물관 기능은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 한글날 100주년, 훈맹정음 100주년을 맞는 해로, 기존에 기획했던 3개의 특별전도 예정대로 개최할 예정이다. 2025/09/09
서울건축문화제 개막…건축상 시상·기획 전시·문화투어 마련 서울시는 9일부터 21일까지 '서울성(Seoul-ness) : 다층도시(Multi-Layered City)'를 주제로 '제17회 서울건축문화제'를 연다. 개막식은 올해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에 오른 '푸투라서울(종로구 가회동)'에서 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 국형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건축상 수상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에서는 건축상 시상식과 K-건축 세계화를 위한 민관 협력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제43회 서울시 건축상은 ㈜푸하하하건축사사무소 '코어해체시스템(성동구 성수동)'을 포함한 8개 작품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푸투라서울·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가, 우수상은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서울 AI 허브 메가플로어·화연재·커피_공연장/도시_공연장(COFFEE AUDITORIUM)'이 받았다. 올해 신설된 '신진건축상'은 '그리드 149'가 받았다. 서울시와 주요 7개 건축 관련 단체 간 업무 협약은 지난 6월 발표한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 실행을 위해 추진됐다. 협약에 따라 시는 플랫폼 구축 등 행정을 지원하고 7개 단체는 건축가 해외 진출을 위한 국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 강화, 서울건축재단 설립 관련 건축 문화 진흥 사업 발굴, 신진 건축가 육성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행사 기간 동안 6개 건축 전시가 열린다. 북촌문화센터에서는 올해 건축상 8개 수상작 기획전이 개최된다. '건축가의 책장'을 주제로 모형, 책, 영상 등을 전시한다. 한옥지원센터에는 지난달 건축 전공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제14회 대학생건축과연합(UAUS) 파빌리온 전시' 축소 모형이 전시된다. 서울도시건축센터는 '건축산책' 공모전 수상작을 선보인다. 건축 전문 지식이 없어도 건축을 더 가깝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4개 행사가 운영된다. 건축문화투어는 올해 8개 건축상 수상작을 건축가 설명과 함께 둘러보는 행사다. 평소 들어가기 어려운 건물 내부를 특별 개방한다. 오픈오피스는 건축가 작업 공간을 방문해 설계 과정과 건축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오픈클래스는 건축상 수상자가 시민에게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행사다. 건축 문화 토크 콘서트에서는 국형걸 총감독과 함께 '요즈음 건축 이야기'를 주제로 현대 건축 흐름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오 시장은 시상식 전날 대상 '코어해체시스템'을 비롯한 건축상 수상작 3곳을 직접 방문해 건축가로부터 설계 의도 설명을 듣고 시설을 둘러봤다. 우수상 '중동고등학교 원익관', '커피_공연장'을 찾은 오 시장은 "좋은 건축물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건축가·건축물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건축문화제가 서울을 넘어 세계와 K-건축문화를 나누는 축제가 되길 바라며 건축가의 도전이 빛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더 힘껏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2025/09/09
국립한글박물관 175억 들여 3년간 공사…2028년 10월 재개관 목표 증축공사 중 화재가 발생해 휴관 중인 국립한글박물관(박물관)이 2028년 하반기에 재개관될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강정원)은 9일 "박물관은 화재 발생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진단 결과를 반영해 올해 10월 설계에 착수, 내년 7월 착공, 2028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공사 기간 중에도 문화체육관광부소속 박물관과 공공기관 공간을 활용해 전시·교육 등 박물관 기능은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 한글날 100주년, 훈맹정음 100주년을 맞는 해로, 기존에 기획했던 3개의 특별전도 예정대로 개최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지난해 10월부터 '교육공간 조성 및 증축' 공사를 위해 휴관했다. 당초 올해 한글날을 맟춰 재개관하려했으나 지난 2월 공사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 감식 결과 옥상 용접 작업 중 우레탄폼에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증축공사-복구공사 통합 진행…총공사비 175억 박물관은 화재 발생 이후 국토안전관리원, 건설기술사협회 등 전문기관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자문위에서 3층 한글놀이터 천장 일부 구역은 철골보 교체 등 구조 보강, 기타 구역을 철골보와 슬래브 하부 표면 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결과를 반영해 기존 증축공사(1층 교육공간, 4층 사무실 공사)와 복구공사를 통합해 추진한다. 오는 10월 설계 착수, 내년 7월 착공, 2028년 10월 개관이 목표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공사비는 175억 원으로 추산되고, 2026년 예산 40억 원이 반영됐다. 강정원 관장은 "화재 피해 복구공사로 장기간 휴관이 불가피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휴관 기간에도 전시·연구·교육 등 박물관 기능이 소홀하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복구공사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유관시설 활용해 자료관리·전시·교육 운영 박물관의 자료관리, 전시, 교육 사업은 문체부 소속 박물관 및 공공기관 공간을 활용하여 지속해서 수행할 계획이다. 박물관이 소장한 자료 약 9만점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총 3개 박물관에서 관리한다. 자료 수집과 등록 업무는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와 사무실에서 맡는다. 미공개 신규 자료는 박물관의 아카이브 홈페이지 '새로 들어온 한글유산'에서 선보인다. 전시는 올해 계획대로 지역 순회전시 7회, 기획전시 2회를 추진한다. 이번 달에는 '오늘의 한글, 세종의 한글'(세종 박연문화관), '근대 한글 연구소'(부산시민회관), '2025 찾아가는 한글전시'(각 지역 공립박물관·문예관)가 예정되거나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에는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쓰기와 도구의 감각을 탐구하는 신규 전시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가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 가갸날(한글날) 100주년, 훈맹정음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 공간에서 3회의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은 온라인과 현장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역서울 284 스튜디오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이 진행된다. 국립민속박물관 '볕들재'에서는 외국인과 초등생 대상 집합 교육, 장애인문화예술교육진흥원 '모두미술공간'에서 장애인 대상 집합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가 놀면서 한글을 이해하고, 한글로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체험전시공간인 한글놀이터는 오는 10월 세종시에 조성하고, 이듬해부터는 권역별 매년 1개소 조성을 추진해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2025년 제579돌 한글날 문화행사…체험행사·전시 올해 한글날 579돌 기념 문화행사는 다음 달 11일부터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025 한글한마당' 행사와 연계해 진행된다. '한글전등 만들기', '한글열쇠고리 만들기', 'EBS '한글용사 아이야'와 사진 촬영' 등을 비롯해 총 6개 체험행사가 마련됐다. 또 한글문화상품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모색하는 '한글문화산업전'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강익중 작가의 한글 작품 '내가 아는 것'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앞 광장에서 한글 리플릿 배포 및 문제 풀기(10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3회 국제박물관포럼'(10월 14일), 이촌역 나들길에서 '내가 만난 한글 사진·영상 공모 수상작(30점)' 및 '제11회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27점)'(10월 한 달간)이 운영된다. 2025/09/09
엄미술관 10주년 기념 근대미술 7인전…남관~배동신까지 "엄미술관은 2016년 개관 이래 오늘날 한국미술의 토대와 근간이 되는 근현대 시기의 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를 주목해왔다." 엄미술관이 오는 9일부터 개관 10주년 기념 근대 미술 7인전 '침묵하는 美的 영혼들'을 개최한다. 엄미술관 진희숙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토대를 마련한 1세대 모더니스트 7인의 작품을 조망하며, 잊혀가던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작가는 남관(1911~1990), 김종영(1915~1982), 유영국(1916~2002), 곽인식(1919~1988), 김영주(1920~1995), 류경채(1920~1995), 배동신(1920~2008) 등이다. 이들은 서구의 표현주의와 추상, 전위적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한국미술이 구상에서 엥포르멜로 이행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세대다. 전시장에는 전쟁과 고난을 문자 추상과 데꼴라주로 드러낸 남관의 시리즈, 실존적 문제를 다룬 김영주의 말년작 '신화시대'(1990)와 '얼굴'(1981), 산의 형상을 단순화해 서정성을 드러낸 유영국의 '산'(1990)과 '작품 1'(1993), 인간 내면을 절대적 추상으로 표현한 류경채의 '염원'(1993)과 드로잉 시리즈가 포함된다. 이와 함께 수채화를 독립적 장르로 확립한 배동신의 '무등산' 연작(196075), '항구' 연작(197585), 김종영의 불각시대 작품 '나무'(1981), 평면의 물성을 탐구한 곽인식의 올 오버 구성 판화 연작 등도 소개된다. 특히 김종영의 작품은 서구 미니멀리즘과 동양의 불각사상이 결합된 독창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한편 전시 개막일인 9일, 엄미술관 전시실에서는 미술사가 기혜경 홍익대학교 교수가 '모더니즘의 자기화: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 7인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참여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열린다. 2025/09/09
김세중미술관, 시·조각·빛·찬미 특별전…김남조·김세중·조광호 김세중미술관은 특별기획전 '시, 조각, 빛, 그리고 찬미 : 김남조, 김세중, 조광호'를 오는 10월 18일까지 선보인다. 시인 김남조(1927~2023), 조각가 김세중(1928~1986),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이자 가톨릭 사제인 조광호(78)신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시대와 종교, 장르를 초월한 예술적 교감을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김남조의 시 19편, 김세중의 조각 13점,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9점이 전시된다. 김남조와 김세중의 작품은 내면적 감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공유하는 지점에 주목해 선별됐다.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을 매개로 공간적 깊이와 신비성을 더한다. 시,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세 영역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은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를 위한 파빌리온은 홍익대학교 건축디자인 전공 한서영 교수가 설계해 몰입감을 높였다. 전시 기간 중 매일 오후 1시와 3시에는 도슨트 해설이 진행되며, 사전 신청 없이 현장에서 참여 가능하다. 관람은 무료다. 2025/09/09
케데헌’ 열풍 속 리움미술관, 430년 전 ‘까치호랑이’ 국내 최초 공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과 맞물려, 리움미술관이 1592년작 까치호랑이 그림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리움미술관은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을 열고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를 7점을 선보인다. 호랑이와 까치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한국인의 미의식과 해학, 그리고 시대적 풍자를 드러내는 전통미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1592년 제작된 '호작도'다.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까치호랑이 그림으로 평가된다. 민화가 아닌 정통 회화 형식으로 그려져 까치호랑이 도상의 원류적 의미를 보여준다. 작품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새가 놀라는 ‘경조(驚鳥)’, 새끼 호랑이를 기르는 ‘유호(乳虎)’ 등이 결합돼 있어 형식적·내용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19세기에 들어 호작도는 민화로 전개되며 크게 유행했다. 전시에는 ‘피카소 호랑이’로 불리며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19세기 '호작도'도 등장한다. 단순한 선과 해학적인 표정, 노란 호피 문양으로 대표되는 이 작품은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중성과 풍자성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 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등이 전시된다. 김홍도의 작품은 사실적 묘사로 정통 회화의 품격을 보여주면서도 민화의 출산호 도상과 연결돼 전통 회화와 민화의 상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리움미술관 조지윤 소장품연구실장은 “430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우리 전통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M1 2층에서 11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리움스토어에서는 까치호랑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도 함께 출시한다.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