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화는 록 음악”…로베르 콩바스 ‘규칙 없는 회화’ "나는 어떤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 모든 것은 상황에 달려 있다" 프랑스 ‘자유구상(Figuration Libre)’의 선구자 로베르 콩바스(Robert Combas)의 회화는 만화, 록 음악, 광고 등 대중문화의 요소를 끌어와 뒤섞는다. 1980년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자유구상’ 운동을 이끈 작가다. 회화, 조각, 공예, 음악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앤디 워홀, 키스 해링과 비교되며 동시대 미술의 한 축을 형성해왔다. 대표작 ‘Les musiciens en triplette…’는 세 명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장면을 통해 회화를 하나의 공연처럼 펼쳐낸다. 40년 넘게 레코드를 수집해온 음악 애호가이자 직접 밴드를 결성했던 콩바스는 자신의 회화를 ‘록 음악’이라 정의하며 그 에너지를 화면에 담아낸다. 로베르 콩바스의 ‘규칙 없는 회화’를 만나는 전시가 10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다. 회화와 조각 등 30여 점을 통해 천진함과 원초적 에너지가 결합된 조형 세계를 펼쳐낸다. 전시는 5월 3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6/04/09
꽃샘추위도 못 막았다…화랑미술제 개막 첫날 4500명 북적 꽃샘추위도 미술 열기를 막지 못했다.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2026 화랑미술제’가 개막 첫날부터 예상 밖 흥행을 기록하며 시장 회복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8일 오후 3시 열린 VIP 프리뷰에는 약 4500명이 몰리며 코엑스 전시장 입구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젊은 컬렉터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미술시장 저변 확대 흐름이 확인됐다. 현장 반응은 즉각적인 ‘구매’로 이어졌다. 국제갤러리는 9000만 원대 줄리안 오피 작품과 4000만 원대 김윤신 작품을 판매했으며, 박서보·장파·로터스 강 등의 작품도 다수 거래됐다. 갤러리 스클로는 신상호 작품 2점을, 더컬럼스 갤러리는 김강용 3000만 원대 작품과 이현정 작품을 판매했다. 갤러리 반디트라소는 윤위동·김한기 작품 총 7점을 판매했고, 갤러리박영은 김시현, 강희영 작품 등 3점을 거래했다. 갤러리 조은은 성률·조원재 작품 8점을 판매했다. 금산갤러리도 진귀원과 신예린 작품을 판매했다. 아트소향은 감성빈 작품이 대부분 소진됐고, 인도네시아 작가 아네타 드위 위자야도 주목받았다. 갤러리 가이아는 김명진 작품 다수를 판매했으며, 피비·유엠·갤러리위 등도 전반적으로 고른 성과를 보였다. 확대된 솔로부스 섹션도 성과를 냈다. 가나아트는 문형태 100호 작품을, 학고재는 채림 작품을 판매했으며, 박여숙화랑은 패트릭 휴즈 작품을 2000만 원대에 거래했다. 특히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에서는 이진이 작품이 개막 10분 만에 판매되며 현장 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개막식에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 정향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조상현 코엑스 대표이사,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주한 콜롬비아 대사 요바니 벨라스케스 퀸테로, 손종주 웰컴저축은행 회장,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 등이 참석해 개막을 축하했다. 특히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전임 회장단이 함께 자리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번 화랑미술제는 국내 정상급 갤러리 169곳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특별전과 아카이브 전시, 토크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특히 D홀에 마련된 50주년 특별전에서는 역대 회장 인터뷰와『화랑춘추』, 초기 도록, 미공개 사진 등이 공개되어 한국 미술시장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파트너십도 확대됐다. 리드 파트너인 웰컴저축은행은 전시장 내 ‘W Lounge’를 운영하며 관람객 휴식 공간을 제공했고, KB금융그룹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ZOOM-IN’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KB Hall’ 부스에서는 ‘KB스타상’ 수상 작가 특별전과 포토존 이벤트 등이 진행됐다. F&B 파트너도 참여해 전시와 미식 경험을 결합한 복합 문화 행사로 확장됐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페어로, 협회 지원을 통해 동일 조건(6m×6m, 부스비 99만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 중심의 거래 구조 속에서도 작가 발굴과 화랑 간 균형을 함께 도모하는 국내 대표 봄 아트페어다. 개막 첫날 흥행을 보인 ‘2026 화랑미술제’는 서울 강남 코엑스(3층)에서 12일까지 이어진다. 2026/04/08
김해박물관 '과학으로 만나는 가야' 특별전 14일 개막 국립김해박물관은 철, 유리, 나무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가야 유물 속 미세한 흔적을 첨단기술로 분석하여, 보이지 않았던 가야의 기술과 생활상을 새롭게 조명하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가야 유물 가운데 판갑옷의 강철 조직 분석, 유리 내부의 구조 관찰, 3차원 X선 CT를 활용한 나무의 수종 식별, 금상감명문대도에 쓰인 명문의 재판독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통해 ‘과학으로 만나는 가야’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전시는 가야 전사의 몸을 지켜낸 판갑옷으로 시작한다. 함안 도항리 13호는 아라가야 권력자의 무덤으로, 출토된 판갑옷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철 조직을 분석해 가야 갑옷의 제작 기술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철판으로 제작된 판갑옷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부분 녹이 슬어 원재료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분석을 통해 판갑옷의 재질이 순철에 탄소를 더한 강철임이 처음 확인되었다. 판갑옷 제작에 탄소를 정밀하게 조절한 높은 수준의 제강(製鋼) 기술이 적용된 두께 0.3mm 철판에서 보이는 길게 늘어져 분포하는 슬래그들의 모습은 여러 차례 단조(鍛造)하여 갑옷의 치밀도와 방어력을 극대화했음을 보여준다. 가야에서는 수정, 마노, 유리 등 여러 소재로 만든 장신구가 출토된다. 다양한 모양과 색상, 재질 등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단단한 수정의 연마 흔적, 유리 속의 구조 등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다양한 빛과 디지털 투과 현미경 등을 활용해 수정의 가공 흔적과 유리 속에 갇힌 1500년 전의 공기 방울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살아 있는 나무는 종류를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벌목 후 가공되면 그 종류를 식별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는 수종 판별을 위해 목재 시료를 채취하여 광학현미경 또는 전자현미경으로 세포 구조를 3차원 X선 CT현미경을 사용해 나무 내부를 1마이크로미터(1㎛= 0.001㎜) 단위로 분석했다. 창녕 교동 11호 무덤에서 출토된 상감명문대도에는 금실로 글자가 쓰여져 있다. 이는 가야에서 제작된 칼 가운데 유일의 사례로, 가야의 문자 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1984년 보존처리 당시 칼에 새겨진 명문을 확인했으나, 정확한 판독이 어려워 그동안 해석에 다양한 논쟁이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 CT와 디지털 X선 분석을 이용해 숨겨져 있던 금실의 흔적을 새롭게 밝히고, 명문을 ‘上상[部부]先선人인貴귀常상刀도’로 재판독한 과정을 소개한다. 전시회는 14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2026/04/08
나무·자개 김덕용 ‘빛과 결’…‘화양연화’부터 ‘우주산수’까지 ‘나무와 자개’ 작업으로 유명한 김덕용의 개인전 ‘빛과 결, 自生之美(자생지미)’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10일 개막한다. 성남큐브미술관의 대표 기획전 ‘동시대미감전’으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다. 김덕용은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40여 년간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다. 나무와 자개, 단청 기법, 재와 숯 등 전통 재료를 활용해 이를 현대 회화의 언어로 확장해왔다. 종이나 캔버스 대신 시간의 흔적이 담긴 나무를 화면으로 삼고 자개와 채색을 더하는 작업 방식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생명의 기원과 기억, 존재와 부재, 자연과 우주로 이어지는 순환의 주제를 살펴볼 수 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환기하는 '화양연화', 생명의 근원을 담은 '어머니의 노래', 우주적 질서를 표현한 '玄-우주를 품다',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암시하는 '우주산수' 등 주요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시간과 기억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한옥의 구조나 책의 이미지, 빛처럼 반짝이는 구슬의 형상은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들을 ‘화양연화’라는 제목 아래 가장 맑고 영롱했던 순간의 기억으로 풀어낸다. 나무의 결 위로 스며드는 빛과 이미지는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감각이 겹치며 새로운 풍경을 전한다. ‘우주산수(宇宙山水)’ 속 반짝이는 빛의 궤적은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자연의 질서를 떠올리게 하며, 인간의 삶 또한 그 순환 속에 놓여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결국 생명이 시작되고 다시 이어지는 순환의 구조로 귀결된다. 작품들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이루며 전시 공간 안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김덕용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성남큐브미술관은 “동양화를 전공한 김덕용이 틀에 갇히지 않은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통해 한국미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해 왔다”며 “작가가 말하는 한국미의 확장은 과거의 기억과 삶의 장면, 자연과 우주로 이어지는 순환의 세계 속에서 고유한 빛을 발한다”고 전했다. 전시 기간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세미나도 함께 진행된다. 5월 2일에는 명상 프로그램, 5월 20일에는 ‘한국적 미의식의 확장’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는 6월 7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4/08
백화점 속 미술관…유통업계, 전시·체험 결합한 '경험 플랫폼' 전환 유통업계가 전시·공연 등 예술 콘텐츠를 결합하며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고객을 머무르게 하는 '경험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력이 약화되면서, 유통업계는 방문 자체를 목적화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과거 백화점과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이 '구매 목적 방문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방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간'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예술 콘텐츠는 비상업적 이미지로 고객 거부감을 낮추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전시, 체험, 소장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 축제 '아트 페스타(Art Festa)'를 개최한다. 아트페스타는 봄을 맞아 아웃렛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쇼핑과 함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10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EAST 특설 전시장에서는 근현대 미술 거장전 '한국, 세 개의 울림'을 개최한다. 아트센텀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의 원화 및 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매주 주말 오후에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라이브 페인팅 공연도 준비됐다. 11일 오후 EAST 중앙광장에서는 그래피티 작가 지알원(GR1)을 포함한 4명의 아티스트가 퍼포먼스를 펼친다. '봄'을 주제로 계절의 생동감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완성된 작품은 19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도 강화한다. 19일까지 EAST 광장 일대에서는 위메이크페인팅과 함께 어린이 고객이 직접 그려볼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아트 체험존이 운영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캐리커처와 페이스 페인팅까지 즐겨볼 수 있다. 또 18일부터 26일까지 WEST에서는 크라운해태제과 아트밸리와 함께하는 미니 조각 마켓이 열린다. 소형 작품 특화 마켓으로 30여 명의 조각가가 참여한다. 파주와 시흥 프리미엄 아웃렛에서는 이달 말까지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다비드 자맹, 줄리안 오피, 알렉스 카츠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지점별 특성에 맞춘 아트 콘텐츠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7월 5일까지 5층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글로벌 그림책 전시 '세상의 눈'을 개최한다. 세상의 눈은 12개국 13개 출판사가 참여해 어린이를 위한 책과 작품을 선보이는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다. 전시에는 세계 각국 출판사들이 제공한 160여 권의 그림책과 130여 점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해외 작가들의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12가지로 구성됐다.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5일에는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비 바쟁(Gaby Bazin)이, 다음달 9일에는 판화와 유화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슬로바키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Daniela Olejnikova)의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브랜드 차원에서도 예술 결합은 중요한 포지셔닝 수단으로 활용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도 박진우 회화 작가와 함께 12일까지 'THINK MEMORY' 전시를 진행한다. 전시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더한섬하우스 서울점' 5층 에이치룸(H ROOM)'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트와 패션을 접목한 복합전시로, 박진우 작가의 꽃 작품 18점과 '마인' 2026 봄·여름(SS) 컬렉션 80여 점을 함께 선보인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서울특별시 미래한강본부와 함께 이달부터 12월까지 “2026년 한강공원 조각작품 순환전시 한강, 색을 입다”를 개최한다. 서울 도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한강조각전'이다. K-조각 특유의 독창성과 역동성이 담긴 90여점의 조각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로 6번째인 이번 전시는 시민의 일상 속 수변 공간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김재호, 장세일, 김원근, 박선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60여명이 최신 대형 작품들을 대거 출품했다. 작품은 12월까지 반포, 여의도, 이촌 등 9개의 한강 공원에 2개월 주기로 4차례 이동·재배치한다. 강서·반포·망원공원에서 1차 전시(3~5월)를 시작으로, 2차(5~7월)는 여의도·난지·광나루 공원으로 이어진다. 3차(7~9월)는 여의도·잠원에서 펼쳐지며, 4차는(9~12월) 양화·이촌공원에서 열린다. 전시와 함께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 초기에 진행되는 '작가와 함께 하는 도슨트 투어'에서는 작가가 직접 시민들과 대화하며 작품 세계와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크라운해태 '과자 꼴라주 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유통업계의 예술 결합은 단순 전시를 넘어 '경험 설계'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전시·체험·공연을 결합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를 소비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시는 더 이상 단순 볼거리가 아니라 집객 이후 체류를 유도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전환 장치'로 활용된다. 백화점과 아웃렛은 상업시설을 넘어 문화공간의 기능까지 흡수하며 공간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예술 콘텐츠는 팝업이나 단기 이벤트 대비 지속성과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할인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면서도 공간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유통 경쟁의 축이 '상품'에서 '공간'과 '콘텐츠'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은 더 이상 물건을 판매하는 기능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전시와 체험 등 예술 콘텐츠를 통해 공간 자체를 목적지로 만드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6/04/08
세계적 아티스트 듀오 'A.A.무라카미' 한국 첫 개인전 일본의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의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A.A. 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이들은 뉴욕 MoMA와 파리 퐁피두 센터, 홍콩 M+ 뮤지엄 등에 작품이 소장된 세계적인 작가로, 기술과 자연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는 9월 1일부터 A.A.무라카미의 대규모 설치 전시 ‘New Nature’를 개최한다. ‘자연 이후의 자연’을 주제로, 기술과 결합된 환경 미학을 감각적으로 구현하는 작품이 특징이다. 6.3m 높이의 인공 나뭇가지 끝에서 수천 개의 거품이 꽃송이처럼 낙하하는 ‘New Spring’, 겹겹이 피어오르는 안개 구름을 표현한 ‘Beyond the Horizon’, 바지락 조개 껍데기의 성장 과정을 코드로 분석해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한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등이 소개된다. 전시 개막에 앞서 8월 31일에는 작가 초청 간담회와 ‘파라다이스 아트나이트(PAN)’ 행사가 열린다. 이어 9월 초 열리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해외 컬렉터와 전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류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는 “기후위기와 기술 윤리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는 가운데 이를 예술적 세계관으로 구현해온 작가를 초청해 미학적으로 풀어낸 전시”라며 “일반 관람객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미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26/04/08
서울사진축제 5년 만에 컴백홈…서울시립 사진미술관서 9일 개막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Come Back Home)’이 9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린다. 2021년 이후 중단됐다가 5년 만에 재개된 행사다. 국내 유일의 사진 매체 특화 공립미술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제는 ‘컴백홈’. 물리적 공간을 넘어 기억과 시간, 정체성이 축적된 삶의 자리로서 ‘집’의 의미를 사진을 통해 탐색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한정희 관장은 “‘집으로의 귀환’을 뜻하는 주제어 ‘컴백홈’은 서울사진축제가 마침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 둥지를 틀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한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23명이 참여해 ‘집’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한영수, 박형렬, 이한구 등 주요 작가와 김민, 신수와, 이예은 등 젊은 작가들이 함께한다. 전시는 마치 작가의 방을 차례로 방문하는 듯한 구성으로 마련됐다. 미술관 1층에서는 포토디스커버리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신애, 이지안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신진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선보이는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미술관 로비에는 ‘사진으로 지은 집’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과 사진집(Photo Book)이 함께 배치된다. 집에 대한 감정과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구성이다. 전시와 함께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영상 상영, 작가와의 대화, 사진 워크숍, 사진책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진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진 공유 프로젝트 ‘집-들이!(Zip-In!)’를 통해 ‘집’을 주제로 한 사진을 공모하고, 선정된 작품은 별도 전시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축제는 시민이 참여하고 경험하는 ‘모두의 사진축제’로 준비했다”며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기억과 시선이 모이는 열린 문화 축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6/04/08
한국 미술사의 ‘기록자’ 이구열…리움 아카이브 첫 공개 미술사는 작품만으로 쓰이지 않는다. 기록이 남긴다. 리움미술관은 아카이브 연구 프로그램 ‘아카이브 이후: 이구열의 기록들’을 개최한다. 리움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첫 연구 프로그램이자 전시로, 자료 공개와 포럼, 세미나 등이 열린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 최초의 미술 전문 기자이자 연구자인 이구열(1932~2020)의 기증 자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10일부터 6월 14일까지 이구열의 자료 약 160점을 중심으로 쇼케이스 형식의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된다. 기사, 원고, 스크랩북, 사진, 편지, 전시 도록 등으로 구성된 그의 아카이브는 개인 기록을 넘어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과 관계망을 보여주는 핵심 사료로 평가된다. 10~11일 제1회 연구 포럼도 열린다. 이구열의 기록과 컬렉션을 기반으로 아카이브의 역할과 확장 가능성을 논의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아르코예술기록원, 백남준아트센터 등 주요 기관 연구자들이 참여해 기관 간 협력과 연구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리움미술관 구정연 교육연구실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이구열 기증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장면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기록이 연구와 해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아직 쓰이지 않은 미술사의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문화재단은 1999년 이구열을 비롯한 작가 160여 명의 기증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미술 전문 아카이브인 ‘한국미술기록보존소’를 설립했다. 이후 2024년 리움·호암미술관 및 재단 부속 기관 자료를 통합한 ‘리움 아카이브’를 구축했으며, 현재 약 8만5000여 건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026/04/08
스페이스엘 "반려견과 전시 보러 오세요"…조원경 개인전 ‘강아지 화가’로 알려진 조원경 작가의 개인전 ‘공존의 색채 : 나란히 걷는 봄’이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갤러리 스페이스 엘에서 5월 3일까지 열린다. 파스텔 톤의 색감을 바탕으로 반려견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신작과 대표작 등 35점이 공개됐다. 단순한 동물 묘사를 넘어 반려견이 주는 위로와 교감의 감정을 화면에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반려견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다. ‘펫 프렌들리 도슨트’와 반려견을 즉석에서 그려주는 라이브 드로잉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시장에는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견생샷 포토존’도 마련됐다. 프리미엄 사료 브랜드 ‘닥터독’이 협찬한 사료가 방문객에게 제공된다. 전시 수익금의 일부는 유기견 후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2026/04/07
'선긋기 대가' 지근욱의 광기…'금속의 날개'로 폭발 가까이 다가가면 화면은 부서진다. 점들이 보인다. 멀어지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 끝이 없고 시작도 없다. 겹치고, 어긋나고, 다시 이어진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열린 지근욱(41)의 개인전 ‘금속의 날개(Metallic Wings)’는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집중한다. 선을 긋고, 쌓는 이 단순한 반복이 만든 회화 59점을 선보인다. ‘선긋기의 대가’는 이번에 금속에 도전했다. 찰나의 빛과 영속적인 물질이 충돌하며 빚어낸 무한한 구조적 공간이다. 화면 앞에 서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고정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화면이 다시 만들어진다. 한 발 옆으로 비켜서면, 방금 전까지 평평했던 면이 갑자기 깊이를 드러낸다. 빛은 붙잡히지 않고 흘러가고, 표면은 그 빛을 밀어내거나 다시 끌어당긴다. 빛과 부딪히며 끊임없이 달라지는 금속성 표면은 마치 우주의 데이터처럼 계속 확장된다. 정면에서는 균질한 면으로 보이던 화면이 관람자가 이동함에 따라 변화한다. 측면에서는 선의 결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빛을 강렬하게 튕겨내며 시선을 밀어내기도 한다. 눈으로 본다기보다 몸으로 감지하게 되는 순간이다. 지근욱은 철저하게 계산된 규칙 속에서 흔들림 없는 선을 반복해왔다.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라 손이 개입된 실제 노동이다. 같은 선을 긋지만 같은 선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 반복의 감각에 오래 붙잡혀 있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행위 속에서 형태는 사라지고, 대신 감각만 남는다. 그가 집요하게 선을 긋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아주 미세한 떨림, 그 안에서 비로소 회화가 살아 움직인다. 반복되는 선 긋기는 그려진 것이 아니라 곱게 쌓인 시간이다. 기술의 속도가 지배하는 동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는 가장 느린 방식으로 가장 예민한 감각을 끌어올린다. 예술가로서의 집요함, 거의 광기에 가까운 반복이 이 화면에 응축돼 있다. 지근욱은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 & 사이언스 석사,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열린다.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