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소장품 기획전…6월15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다음달 15일까지 '불로 피운 광고, 성냥이 남긴 김제의 흔적'을 주제로 기획전을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광고용 성냥 128점을 통해 성냥의 문화적, 상업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1980~1990년대 김제에서 제작된 홍보용 성냥 11점이 눈길을 끈다. 금만산업사, O.B홀, 일번지다방, 봉봉다실 등 지역 업체의 이름이 담긴 성냥들은 지역 상업과 생활문화의 생생한 흔적이다. 성냥은 19세기 후반 일본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1886년 인천 제물포에 성냥공장이 세워지며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 이후 부엌과 사랑방, 선물용까지 우리네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광복 이후 성냥은 광고 매체로도 변모했다. 음식점, 다방, 여관 등은 소형 성냥갑에 이름과 주소를 새겼다. 간편하고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다. 동시에 성냥을 수집하는 문화도 자연스레 형성됐다. 하지만 라이터와 가스레인지, 디지털 광고의 등장으로 성냥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박물관이나 수집가의 손에서야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정성주 시장은 "이번 전시는 생활용품에 머물렀던 성냥이 시대의 기록자였음을 보여준다"라며 "지역 업체의 홍보 성냥은 지역사와 현대 생활사 연구에 귀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2025/05/13
물 아래, 경계에 선 사물들…울라 폰 브란덴부르크 韓 첫 개인전 전시장은 파란 커튼으로 둘러싸인 미로 같다. 부드러운 천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며, 관람객을 고요한 심연으로 이끈다. 커튼 위로 투사되는 5채널 영상 '아무도 중간을 그리지 않는다'(2019)는 부채, 리본, 셔츠, 구겨진 천, 메리 제인 슈즈 같은 사물들이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장면을 담는다. 현실과 꿈, 무의식의 층위를 넘나드는 이 영상은 관람객을 깊은 몰입의 상태로 이끈다. 독일 출신 작가 울라 폰 브란덴부르크(50)의 국내 첫 개인전 '물 아래 그림자(Shadows under water)'가 14일부터 서울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물과 그림자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현실과 무의식, 존재와 부재, 꿈과 기억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전시장에는 시아노타입 신작 평면 5점과 클로린 작업(2020) 5점, 5채널 영상과 블루 커튼 설치 작업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 커튼은 작가의 이전 전시에서 사용된 천을 재활용해 제작됐다. 빛바랜 시간의 흔적 위로 영상이 투사되며, 공간은 하나의 감각적 장치가 된다. 폰 브란덴부르크는 독일 카를수르에 예술대학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뒤,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연극적 접근방식과 고전문학, 표현주의 연극, 프로이트 이전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다매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화, 설치, 영상, 텍스타일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반복과 상징을 통해 ‘심리적 무대’를 구성한다. 작가는 “물은 무의식의 이미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영상 속 사물들은 자아의 잔재처럼 부유하며, 화면은 점점 어두워지다 블랙아웃된다. 시작도 끝도 없는 흐름 속에서 관람객은 사물과 감정, 존재와 흔적 사이에 서 있게 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2025/05/13
'2025 SeMA-하나 평론상' 공모…상금 2000만원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이 '2025 SeMA-하나 평론상' 공모를 시작한다. 이번 평론상은 '새로운 언어, 선명한 문제의식, 미래 감각'을 갖춘 차세대 미술 평론가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SeMA-하나 평론상'은 국공립 미술관에서 제정한 국내 최초의 미술 평론상으로, 2015년부터 격년제로 시행해 올해 6회를 맞았다. 하나금융그룹이 후원, 곽영빈, 김정현, 남웅, 문정현, 장지한, 이진실, 이연숙, 장한길 등 총 8명의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응모 자격에는 제한이 없다. 블라인드 방식의 3차 심사를 통해 평론 역량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응모자는 미발표 평문 1편(200자 원고지 70매 이내)과 응모신청서를 오는 7월 21일부터 8월 11일까지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 원과 함께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 프로그램과 연계한 후속 연구 기회가 주어진다. 수상자는 2026~2027년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해당 결과는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2025/05/13
국립한글박물관, 경북 구미서 '어린이 나라' 순회전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잡지 '어린이'를 주제로 한 기획특별전 '어린이 나라'를 오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경북 구미에서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구미시문화예술회관과 공동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23년 열린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어린이 나라'의 지역 순회 전시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잡지 '어린이'를 비롯해 동시대 발간된 잡지 '소년', '학생' 등을 소개한다. 또 어린이라는 개념의 정착, 어린이 문화의 형성 과정, 어린이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1부에서는 1920~30년대 잡지 '어린이'의 편집실 공간을 재현해 잡지의 창간 배경, 제작 과정, 참여자 등을 소개한다. 이어 2부는 어린이 선언문의 내용을 전시하며 3부에서는 잡지에 실린 문학 작품, 한글의 역사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은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산업도시 구미에서 개최하는 이번 전시가 구미시민의 문화향유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전시 기간 중 개최되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구미를 방문하는 많은 세계인에게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05/13
한 땀 한 땀 수놓은 여성의 역사…홍영인 ‘다섯 극과 모놀로그’ 꽃도 풍경도 아니다. 전시장 한가운데 둥글게 걸린 8개의 태피스트리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기생, 임금 삭감에 맞서 옥상에 올라간 여성 노동자, 그리고 호미를 들고 항일 운동에 나섰던 제주 해녀의 모습이 수놓아져 있다. 1960~70년대 산업현장에서 가족 생계를 책임졌던 어린 소녀들의 모습도 있다. 미술가 홍영인(53)이 오랫동안 역사에서 잊혀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되살려냈다.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7월 20일까지 열리는 '다섯 극과 모놀로그'는 홍영인의 첫 국내 미술관 개인전이다. 영국 브리스톨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는 태피스트리, 조각,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근현대 여성사의 다양한 장면들을 예술적으로 엮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총 다섯 개의 이야기(‘다섯 극’)와 작가의 독백(‘모놀로그’)을 중심으로 구성돼, 하나의 공연처럼 전개된다. 40미터에 달하는 대형 태피스트리는 작가가 직접 재봉틀로 바느질한 것이다. 작가는 2000년대 중반 동대문에서 바느질을 배우며 섬유·봉제 산업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그림은 중세 유럽에서 전쟁 이야기를 천에 수놓던 태피스트리 방식에서 착안했고, 바깥쪽은 여성 인물들의 서사, 안쪽은 동물 문양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채워졌다. 작품 곳곳에는 짚과 천으로 만든 조각들이 설치돼 있다. 머리에 짐을 받치던 전통 용구인 ‘똬리’, 제주 굿에서 쓰이던 도구 ‘기메’ 등을 재해석한 형태로, 퍼포먼스에서 연주나 몸짓의 소품으로 쓰인다. 전시 기간 중 다섯 차례 열리는 퍼포먼스에서는 드러머 1명과 퍼포머 4명이 함께 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제례’ 형식의 공연을 펼친다. 퍼포먼스는 5월 24일, 6월 14·28일, 7월 12일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다. 어두운 방에 설치된 신작 사운드 '우연한 낙원'(2025)도 눈길을 끈다. 홍영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분석해, 그 음성을 두루미의 울음소리처럼 변환했다. 작가의 독백이 인간의 언어를 넘어 동물의 소리로 바뀌는 실험적 작업이다. 홍영인은 “이번 전시장은 무대처럼 구성했다”며 “그동안의 작업을 하나로 정리하고, 다시 전하는 선언 같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도 동물과 인간, 중심과 주변, 권력과 노동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태피스트리, 사운드, 퍼포먼스는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몸짓, 리듬, 소리 등 몸과 감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된 공간은 관람자에게도 참여와 해석을 유도한다. 역사에서 지워졌던 이름들은 이곳에서 다시 말을 건다. 2025/05/13
파독 2세 화가의 회화적 증언…헬레나 파라다 김, 개인전 한복을 입은 여성들. 얼굴은 흐릿하고 표정도 없다. 하지만 옷의 주름과 무늬는 또렷하다. 익명의 얼굴 뒤에 숨은 삶의 흔적, 헬레나 파라다 김의 회화는 그 흔적을 좇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헬레나 파라다 김의 개인전 '빛이 머무는 시간'을 오는 16일부터 연다. 2016년 2인전 이후 9년 만의 서울 전시이자, 첫 개인전이다. 작가는 파독 간호사였던 한국인 어머니와 스페인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 쾰른에서 자랐고,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피터 도이그에게 수학하며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다층적 감수성은 그의 작업 세계의 핵심이다. 대표작 ‘스텔라 마리스’는 조선시대 혼례복인 활옷에 르네상스 회화의 도상을 겹쳐 놓은 작품이다. 봉황과 연꽃으로 수놓은 활옷 중앙에,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모와 아이’가 배치된다. 서양과 동양, 종교와 전통, 모성과 다산이라는 상징이 한 화면에서 교차한다. '간호사와 학' 작품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촬영된 작가의 어머니와 동료 한국인 간호사들의 단체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창덕궁에 소장된 김은호 화백의 병풍 작품이 배경이 된 이 작품은 한국의 파독 노동자들의 역사를 교포 2세의 시선으로 증언하며 동시에 한 역사 속에서 개인과 가족, 집단이 겪어야 했던 운명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에서 한복을 입은 인물들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보다 한복이라는 의복 자체의 문화적 상징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초이앤초이 갤러리 최진희 대표는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한복들은 대부분 실제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와 함께 독일로 왔던 이모들, 비슷한 처지의 간호사 동료들이 소유했던 것들로 그녀들 개개인의 삶을 내포하고 있다"며 "파라다 김의 회화는 동서양 미술의 언어와 디아스포라의 서사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전했다. 2025/05/13
'백동 공예'의 법고창신…박여숙×이경노 두 번째 ‘간섭 프로젝트’ 한 장인의 손끝에서, 수백 년을 건너온 조선의 감각이 다시 깨어난다. 백동 위에 새겨진 낡고 단단한 선들, 덤덤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지금’을 말한다. 서울 이태원 박여숙화랑이 13일부터 6월 13일까지 선보이는 '두 번째 박여숙 간섭 이경노 백동 공예전'은 K공예의 ‘법고창신’을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경노 장인의 개인전이자, 박여숙 대표와 함께하는 두 번째 ‘간섭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경노는 전통 금속공예의 깊은 뿌리를 현대 조형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인 중 한 명이다. 1970년대 고가구 공장에서의 실무 경험을 시작으로,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최교준의 문하에서 본격적인 전통 금속 기술을 사사받았다. 이후 1987년 국가 지정 문화재수리기능자로 활동을 시작하며 문화재 복원과 전승 공예의 최전선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왔다. 박여숙의 ‘간섭 프로젝트’를 통해 이경노는 전통 금속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2015년 박여숙 대표가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선보인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 전시에 출품을 계기로 만난 이경노는 '백동 장인'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박여숙 대표는 "그의 작업 세계는 전통 금속공예의 기법적 정수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창의적 재해석의 대상으로 삼는 데서 차별성을 가진다"고 소개했다. 이경노 '백동 공예'작업은 단조(鍛造)와 ‘조이’ 방식으로 구리와 니켈을 섞은 백동을 빚고, 한자와 한글 문양을 선각(線刻)으로 새겨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통 단조 기법은 단순한 힘의 작용이 아니라, 망치질 하나하나에 따라 물성에 맞는 정교한 조정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과정이다. 단단한 금속을 마치 유연한 재료처럼 다루며, 입체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갖춘 조형성을 보여준다. 이경노는 동과 철, 백동 등 다양한 금속 재질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기법의 정수를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창의적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번 전시에는 희자문 팔각함, 나비문자 삼층합, 십장생 서류함 등 전통 문양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백동 공예 작품들이 소개된다. 일부는 조선 후기의 한글 문양을 응용해 금속 위에 시대의 언어를 새겨 넣었다. 덤덤하고 수수한 감각은 금속의 차가움과 맞닿으며 묘한 긴장을 자아낸다. 공예평론가 김세린은 “동과 철은 시대를 이끄는 물성이자, 생활 속에서 문화가 된 물질”이라며 “이경노의 작업은 조선의 생활문화에서 길어낸 전통 공예의 기술과 감각을 오늘의 조형 언어로 번역한 사례”라고 평했다. 박여숙 대표는 “조선 공예는 유난스럽지 않다. 덤덤하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든다”며 “그 안에 한국 미학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2025/05/12
10주년 조형아트서울 '새로운 여정'…새 조직위원장에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 올해 10주년을 맞은 조형아트서울(PLAS)이 ‘입체 조형 중심 아트페어’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새 출발을 알린다.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조형아트서울 2025’에는 국내 73곳, 해외 13곳 등 총 86개 갤러리가 참여해 약 3300여 점의 조형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새롭게 합류하며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조형아트 서울'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 위원장은 “예술의 산업화를 실현하려면 예술인과 기업인이 만나야 한다”면서 “예술인이 신나도록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경북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 위원장은 "예술이 있어야 선진국이 된다"면서 “내년에는 기업인이 함께하는 이사진 구성 변화도 꾀할 계획”이라며 운영의 체계화와 현실화를 강조했다. 조형아트서울 올해의 주제는 ‘NEW JOURNEY(새로운 여정)’으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다채로운 특별전을 마련했다.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대형 조각 특별전이다. 권치규, 김성복, 최승애 등 8인의 작가가 참여하며, 권치규의 5.5m 대규모 조각부터 3m 이상 6점이 전시장 한가운데를 장식한다. 대형 조각 작품은 30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의 가격대로, 기업·기관·공공기관 등이 소장하거나 설치할 수 있는 공공조형물 시범 기획으로 선보인다. 또 하나의 주목 포인트는 헐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연인으로 알려진 미국 작가 알렉산드라 그랜트의 특별전이다. 그랜트는 문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언어와 조형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리브스와의 협업 출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그랜트가 내한해 회화·실크스크린 신작 ‘Everything Belong to the Cosmo’ 연작을 포함해 미학적 텍스트 실험을 선보인다. 한편, 조형아트서울은 국제 교류와 신진 작가 발굴에도 힘을 싣는다. 대만 원 아트 타이페이, 캐나다 아트 밴쿠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오는 7월에는 오사카 엑스포 기간 중 일본 예술단체 Study와 함께 ‘Study x PLAS Asia Arts Fair’를 공동 개최한다. 또한 전국 10개 대학이 참여하는 ‘TEN×TEN 조각 특별전’은 교수와 신진 작가들이 함께 조형 예술의 가능성을 선보이는 자리로, 200만 원 이하 가격대의 작품 판매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실질적 시장 진입도 도모한다. 강원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부산대, 성신여대, 전남대, 중앙대, 충남대, 홍익대 등 10 개 대학이 참여한다. 부대 프로그램으로는 사이버폭력 문제를 예술로 풀어낸 ‘Stop! Cyber-Bullying’ 특별전, 국제 세미나, VIP 라운지 전시 등 다양한 연계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Stop! Cyber-Bullying’에는 강석태, 곽인상, 권지안, 김원근, 김진우, 일로스, 알렉산드라 그랜트, 서승준, 하지원, 최석영, 더 웨이브가 작품을 선보인다. 조형아트서울 손성례 운영위원장은 “조형아트서울은 조각 중심 플랫폼으로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해왔다”며 “입체 예술의 저변 확대와 공공성, 시장성의 균형을 아우르는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5/05/12
국립김해박물관, 가야의 보석 '크리스탈 가야' 특별전 국립김해박물관은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가야시대 출토 유물인 '크리스탈 가야'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변한과 가야에서 사용된 크리스탈(水晶) 목걸이를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공예 기술과 미적 감각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기존의 철로 상징되던 ‘강인한 가야’를 뛰어 넘어 ‘아름다운 가야’의 면모를 새롭게 제시한다. 전시에는 김해 양동리 고분군, 대성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크리스탈 장신구를 비롯해 한반도 서북부와 서남부 지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형태와 색감의 크리스탈 장신구 123건 224점이 소개된다. 특히 2020년 새롭게 보물로 지정된 가야의 크리스탈 목걸이 3건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선보여, 가야 왕과 귀족의 화려하고 섬세한 크리스탈 장신구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돼 1부는 ‘꽃처럼 아름다운’에서는 다양한 모양과 색을 지닌 가야 크리스탈 목걸이를 대형 프로젝터 영상으로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땅속 뜨거운 물에서 자라나는 크리스탈의 생성 과정을 바탕으로, 물결처럼 흐르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크리스탈의 환상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우아하고 영롱한’에서 변한과 가야 시대에 사용된 크리스탈 목걸이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3부 ‘빛나도록 정교한’에서는 크리스탈옥의 제작 기술을 다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삼국시대 크리스탈 가공 도구로 알려진 보성 도안리 석평 유적의 숫돌과 구멍 뚫는 도구, 김해 농소리 유적의 출토품에서 당시 크리스탈을 어떻게 다듬고 가공했는지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4부 ‘금보다 고귀한’에서는 2020년 국가보물로 지정된 가야 크리스탈 목걸이 3건을 소개하여 과거 찬란했던 가야 왕과 귀족의 장식 문화를 조명한다. 김해 양동리 270호 및 322호 크리스탈 목걸이와 김해 대성동 76호 목걸이를 한자리에서 선보여 금보다 구슬을 더 귀하게 여겼던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들여다본다. 이번 특집전은 ‘철의 왕국, 가야’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섬세하고 정교한 ‘아름다운 가야’에 주목한다. 옛 가야 사람들이 크리스탈에 표현한 예술적 감각과 장식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삶 속에 깃든 신성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이다. 2025/05/12
아트부산 2025’ 폐막…예술 플랫폼으로 진화했지만, 현장은 양극화 ‘아트부산 2025’가 11일 폐막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대선 정국과 경기 불황 속 미술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통적인 ‘판매형 아트페어’의 이미지는 옅어지고, 도심 전역을 무대로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부각됐다. 국내외 109개 갤러리가 참가한 이번 행사는 예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8일 개막했다. 12일 아트부산 측은 “4일간 관람객 수는 약 6만 명으로 집계됐다"며 "단순한 미술 판매를 넘어, 예술과 사람,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복합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소 엇갈렸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리안, PKM, 조현화랑 등 메이저 갤러리들은 주요 작품 판매와 함께 ‘솔드아웃’ 성과를 올린 반면, 다수의 중소·신생 화랑들은 한 점도 판매하지 못한 채 전시만 마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이제 아트부산에서 그림이 팔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고 전했다. 아트부산은 실험성과 기획력을 확장하며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상업성과 참여 갤러리 간 격차는 과제로 남았다. 팔리는 그림이 전부는 아니지만, 팔리지 않는 현실도 예술의 몫이다. 올해 행사는 ‘CONNECT’ 특별전 내 주제전이 주목을 받았다. 라인문화재단 고원석 디렉터가 주도한 이번 전시는 ‘영토와 경계’를 주제로 김옥선, 권도연, 김상돈, 알렉산더 우가이, 호우이팅, 박기원 등 6인의 작가를 조명했다. 아트페어 내 부스 외 도모헌 야외 정원공간에서도 정현 작가의 대형 설치작 등 10개 프로젝트가 전개되며 예술 실험의 장을 확장했다. 이러한 시도는 전시와 판매 중심의 기존 아트페어 구조를 넘어서는 ‘경계 허물기’의 일환으로 평가받았다. 토크 프로그램 CONVERSATIONS는 도쿄 겐다이, 개러지 현대미술관, 서퍼클럽 홍콩, 베를린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 등 아시아와 유럽 주요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총 9개 세션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을 선보였다. 한국과 아시아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또 아시아, 유럽, 러시아를 아우르는 세계 각지의 기관 관계자와 동시대 예술의 지형과 협력의 방향성을 다각도로 조망했다. 아트부산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여러 해외 컬렉터 및 어드바이저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컬렉터이자 기업가인 파비앙 파코리(Fabien Pacory)는 행사 기간 중 3일간 페어장을 찾았고, VIP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젊은 작가의 작업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아트부산은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는 특색 있는 페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동아시아 전역에서 실험적 미술이 가장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한국·중국·일본 간 협업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가 주목한 작가는 이수진, 신교명(Roy Gallery·CONNECT), 최민영(ART ACCENT), 박진규(oaoa ·FUTURE), 상히읗(FUTURE), 이건용(이산갤러리), 귄터 포그(Gunther Forg ·Gana Art) 등이 있다. 정석호 아트부산 대표는 “아트부산 2025는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술과 도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 시간이었다"며 "지역성과 국제성을 함께 담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가 확장 가능한 플랫폼임을 보여주고자 한 목표가 성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