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오인환 vs ‘내장’ 장서영…북서울미술관 ‘타이틀 매치’ "오인환의 작업이 사람들과의 만남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살갗’의 작업이라면, 장서영의 작업은 몸속에서 발생하는 이질적인 감각을 다룬다는 점에서 ‘내장’의 작업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2026 타이틀 매치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를 이같이 설명했다. 13일 개막한 이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열린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시대, 전시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가능한 창작’의 의미를 묻는다. 북서울미술관의 연례전인 ‘타이틀 매치’는 두 작가가 각자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펼치는 2인전으로, 올해는 오인환(61)과 장서영(43)이 ‘휴먼 에러’를 화두로 신작 10점을 포함해 총 23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휴먼 에러(Human Error)’는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불완전함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나 실수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이를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이자 창작의 원천으로 다시 읽는다. 특히 기술 시스템에 순응하기보다 이를 교란하고 벗어나려는 예술가의 태도에 주목한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인간의 오류를 바라본다. 오인환은 경직된 사회 시스템에 의도적으로 균열과 오류를 일으키는 능동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주목한다.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를 주제로 신작 5점을 포함한 12점을 선보인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익숙한 구호에 질문을 던지며 집단의 구성원뿐 아니라 한 개인조차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단일하게 규정할 수 없는 정체성의 다양성을 개념적·참여적 작업으로 탐구해온 작가의 문제의식을 집약했다. 국립현대미술관 ‘2015 올해의 작가상’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국공립미술관 개인전급 대규모 전시다. 장서영은 반대로 인간의 몸 안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오류에 시선을 돌린다. ‘실리콘 바니타스(Silicon Vanitas)’를 주제로 신작 5점을 포함한 11점을 전시한다. ‘실리콘 바니타스’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과 삶의 덧없음을 성찰하는 미술의 전통인 ‘바니타스’를 결합한 개념이다. 완전무결함을 추구하는 기술 문명과 끊임없이 노화하고 병들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몸을 대비시킨다. 질병과 노화, 죽음을 영상과 기술 매체의 속성에 빗대 작업해온 장서영이 국공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급 대규모 전시다. 최 관장은 “전시는 최첨단 기술이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 도리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을 탐구한다”며 “두 작가를 통해 인간만의 예술적 상상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2일 오후 2시에는 북서울미술관 다목적홀에서 아티스트 토크 ‘태그 매치’가 열린다. 프로레슬링의 태그 매치 형식을 빌려 작가와 연구자가 한 팀을 이뤄 전시 주제와 작업을 논의한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무료이며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2026/08/13
벽에 쓴 '조선만세'도 죄였다…서대문형무소에 남은 독립의 기록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 안팎에서 독립을 염원하며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오는 15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에서 공동기획전 '붉은 벽돌집, 서대문형무소'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붉은 벽돌집'은 1920~1930년대 사람들이 서대문형무소를 부르던 이름이다. 수감자들의 강제노동으로 쌓아 올린 붉은 벽돌은 식민지 억압의 상징인 동시에 독립을 위해 살아간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대문형무소를 중심으로 감옥 안에서 저항한 수감자들과 감옥 밖에서 이들을 뒷받침한 가족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료 60여 점을 통해 살펴본다. 특히 독립운동이 당시 어떤 '죄'로 다뤄졌는지를 보여준다. 독립운동 관련 죄목은 161개에 달했다. 벽에 '조선만세'라고 쓰거나 일왕에게 독립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일까지 처벌 대상이 됐다. 1부 '감옥 안, 버티다'에서는 이 같은 죄목 일부가 담긴 '수형기록카드'와 독립운동가를 압송할 때 사용한 '용수' 등을 선보인다.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유관순의 수형기록카드도 볼 수 있다. 수감자들의 일상도 들여다볼 수 있다. 수감자의 등급에 따라 밥의 양을 달리했던 '틀밥'과 1급수·4급수 감방을 재현하고, 한무성 애국지사의 '강제노역전표'와 수감자들의 노역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전시한다. 감옥 안에서도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수감자들은 감방 벽을 두드려 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타벽통보법'으로 소통했다. 전시는 이란 지사의 증언 영상과 옥중 만세운동, 단식동맹을 다룬 당시 신문 기사를 통해 수감자들의 연대와 저항을 보여준다. 2부 '감옥 밖, 보태다'에서는 수감자 곁을 지킨 가족과 독립운동을 지원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안창호가 1933년 아내 이혜련에게 보낸 옥중 편지가 대표적이다. 편지에는 평생 아내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지 못하고 근심과 슬픔을 안겼다는 미안함이 담겼다. 정이형이 서대문형무소에서 딸 정문경에게 보낸 편지도 전시된다. 수감자 가족들이 추위를 견딜 솜과 사식을 전하며 이어간 '옥바라지'의 흔적도 소개한다. 1936년 서대문형무소 인근 현저동 일대를 담은 지도 '대경성부대관'에서는 당시 수감자와 가족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옥바라지 골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들을 밖에서 도운 이들의 이야기도 만난다. 간호사 이정숙, 독립운동가를 변호한 김병로와 일본인 변호사 후세 다쓰지, 활명수 판매 수익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한 민강 등이 소개된다. 독립운동 자금 마련에 힘을 보탠 '활명수병'도 전시장에 나온다. 전시가 열리는 서대문형무소 10옥사는 독립운동가들이 실제 수감됐던 국가유산이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역사적 공간에서 감옥 안의 저항과 감옥 밖의 연대를 함께 보여주며 독립운동을 만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박물관과 함께 추진하는 'K-museums 공동기획전'의 67번째 전시다. 2026/08/13
국립현대미술관, 'MMCA 지역동행 –예술영화·다원예술' 개최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예술영화와 다원예술 프로그램을 들고 지역미술관을 찾아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역 문화생태계 지원 프로그램 ‘MMCA 지역동행’의 일환으로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남·전남·전북 등 지역미술관에서 예술영화 상영과 다원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MMCA 지역동행-예술영화·다원예술’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미술관이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속가능한 협업 기반을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 7월 수요조사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순회 기관을 선정했다. 본격적인 지역 순회에 앞서 오는 28~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시범 운영한다. 예술영화 상영과 다원예술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지역미술관 담당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영화는 초가을 저녁 야외에서 상영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시몬스가 반려동물용 매트리스 50개를 협찬하고, 파파존스 코리아가 피자 간식을 후원한다. 김소영, 김세진, 장쉬잔 등 참여 작가와 관객의 대화도 열린다. 다원예술 프로그램에서는 안무가이자 무용영화감독 송주원의 ‘걷는 몸’(2023)과 폴란드 시스터후드 프랙티스의 ‘소마’(2025)를 선보인다.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과천관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남미술관(10월 16~18일), 전북도립미술관(10월 23~25일),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10월 30일~11월 1일)에서 각각 사흘간 하루 5회 진행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미술관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MMCA 지역동행’의 의미가 특별하다”며 “전시와 예술영화, 다원예술 등 지역동행 사업을 통해 전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천관에서 28~30일 진행되는 예술영화 야외 상영과 다원예술 시범 운영의 세부 일정 및 참가 신청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8/13
45년 전 FIAC에 선보인 김창열 ‘물방울’ 경매…추정가 6억~12억 1981년 프랑스 파리 FIAC에서 선보였던 김창열의 대작 ‘물방울’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돼 경매에 오른다. 서울옥션은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94회 미술품 경매를 열고 근현대미술과 고미술, 럭셔리 등 총 117점을 경매한다고 13일 밝혔다. 낮은 추정가 기준 총액은 약 91억4660만원이다. 이번 경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창열의 1981년작 ‘물방울’이다. 100호 크기의 대작으로 추정가는 6억~12억원이다. 모래알처럼 수많은 물방울이 화면을 채운 이 작품은 1981년 10월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국제현대미술박람회 FIAC의 스탬플리 갤러리 부스에 출품됐다. 당시 부스에 선보인 김창열 작품 9점 가운데 8점이 판매됐으며, 김창열은 프랑스 일간지 '스와르지'가 선정한 ‘4인의 화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환기의 뉴욕 시기 대작도 경매에 오른다. 1966년작 ‘3-Ⅱ-66’으로, 150호 크기다. 1963년 뉴욕에 정착한 김환기가 3년 뒤 타스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새로운 조형 언어를 모색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이번 경매에는 거장들이 자신의 대표적인 화풍을 확립하기 이전의 희소한 초기작들도 나왔다. 윤형근의 1968년작 ‘무제’는 10호 크기의 초기 추상화다. 1970년대 이후 대표적인 엄버 계열의 작업과 달리 두터운 마티에르와 푸른 색조가 두드러진다. 추정가는 1800만 원~ 4000만 원이다. 이우환의 1960년작 ‘무제’는 비단 위에 먹으로 그린 4폭 병풍이다.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제작한 초기 묵화로 파악되는 작품으로, 4000만~ 8000만 원에 추정가가 매겨졌다.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연작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20대 초반 이우환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고미술 부문에서는 백범 김구의 ‘독립만세’가 눈길을 끈다. 1948년 1월8일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각국 대표들이 서울에 입국한 당일 쓴 유묵이다. 올해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출품됐다. 추정가는 2000만 원 ~ 4000만 원이다. 기산 김준근의 풍속도 12점과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흑칠삼층책장’도 1500만 원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을 직접 살펴 볼 수 있는 경매 프리뷰는 14일부터 25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다. 2026/08/13
사형 앞둔 안중근이 남긴 8글자…"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 국내 귀환 안중근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국제법의 무력함을 여덟 글자에 담아 남긴 유묵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광복절 81주년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덕수궁 중명전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일본에서 환수한 '안중근의사 유묵-만국공법불여대포'를 언론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다음 달인 3월 26일 순국했는데, 해당 유묵에는 경술년(1910년) 3월에 뤼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이 썼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체 크기는 세로 196.8㎝, 가로 44.8㎝로, 만국공법(국제법)이 대포(大砲)만 못하다는 뜻의 한자가 적혀 있다. 이는 19세기 일본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지의 말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제국주의 열강이 국제법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힘의 논리에 따르던 현실을 비판하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쓴 미완성 책 '동양평화론'에는 그가 만국공법에 따른 동양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바랐음을 알 수 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때도 그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정당한 전쟁 행위를 했으니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 살인죄로 기소해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만국공법불여대포’ 여덟 글자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안 의사의 인식이 담겼다. 왼쪽 아래에는 손도장(장인)이 남아 있으며, 안중근 의사 특유의 힘 있는 필세가 돋보인다. 글씨는 행서(글씨를 바르게 쓰는 해서와 흘려 쓰는 초서의 중간 형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해서와 초서를 혼용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황금 백만 냥은 하나의 아들을 가르침만 못하다)'와 같이 '만'자를 초서로 표기했으며, 보물로 지정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필획의 처리방식, 자형 구성, 운필의 속도감 등 서풍 전반에서 높은 유사성을 보여 전문가들은 '만국공법불여대포'를 진본으로 평가했다. 뒷면에는 먹물로 쓴 글씨가 남아 있는데, 여기에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사형 집행까지의 경과, 최초 소장자, 표구(글씨 뒷면에 비단이나 종이를 발라 꾸미는 일) 및 보존 이유, 표구한 소장자 등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안중근 의사 수감 당시 인간적 배려를 보였던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유묵을 최초 소장했고, 이후 자신을 '평문광생 뇌협일인'이라고 밝힌 인물이 이를 전해 받아 표구해 보관했음을 알 수 있다. 유물은 지난해 5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현지 협력망을 통해 존재를 확인했고, 국가유산청의 행정적 지원과 재단의 조사·협상을 거쳐 그해 11월 국내로 반입됐다. 이날 언론공개회에서는 이인정씨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맡긴 보물 '안중근의사 유묵-일통청화공(날마다 고상하고 청아한 말을 나누던 분)'을 함께 공개한다.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 간수과장 기요타에게 써 준 글씨로 동양평화론에 입각한 그의 인애 정신과 철학을 담은 유묵이다. 비슷한 시기 동양의 평화를 염원했던 사상이 담겼고, 전승경로가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공'자를 통해 서체적 특징을 비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광복절을 앞둔 뜻깊은 시점에 안중근 의사의 독립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께 공개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공개를 통해 선열들의 광복을 위한 염원과 헌신을 되새기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국가유산청과 함께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발굴·환수해 그 가치를 국민과 함께 널리 공유해 나가겠다"고 했다. 2026/08/13
애국지사 글씨로 전시했는데 친일파 작품 가능성…유홍준 "머리 숙여 사과"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라며 전시한 작품이 같은 이름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글씨일 가능성이 제기돼 지난 10일 해당 유물을 철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일 누리집에 유홍준 관장의 이름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전 전시품의 검증 미흡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인 기허 영규대사가 말한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으로, 지난달 1일 전시 개막과 함께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이 쓴 글로 전시됐다. 하지만 지난 10일 박물관은 작품에 서명된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박물관 측은 "2019년 한 미술품 경매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출품된 것"이라며 "현재 유물을 철수하고 전문가들의 정확한 검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품의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반성하며, 앞으로 유물의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도록 하겠다"며 "관람객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2026/08/12
국중박이 내놓은 한상차림…"취향따라 달라질 각자의 경험" "우리 밥상은 한 상 위에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지지만, 먹는 방식과 취향에 따라 경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번 전시도 박물관에서 다양한 것들을 한상차림처럼 선보였고, 관람객이 각자만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기획한 이진민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이 1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교육관 소강당에서 이뤄진 강연회 '우리 먹거리와 삶을 잇다'에서 전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별전은 밥상을 소재로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식문화를 조명한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왜 먹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전시에서 보물 5건 5점, 국가등록문화유산 2건 6점을 포함해 조리 기구, 식기, 공예품 등 51개 기관의 유물 684점을 만날 수 있다. 이 학예연구관은 '우리들의 밥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으로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K-푸드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이 시점에 생존, 관계, 사람, 기억, 지혜, 기술, 노동, 시간, 계절 등 음식으로부터 파생되는 문화를 폭넓게 다룬다는 취지에서다. "일상에서 먹는 밥 한 끼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묻는 거죠. 우리가 매일 받는 밥상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삶과 함께한 우리 밥상', 2부는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을 주제로 한다. '식사하셨어요?'라는 안부 인사를 건네며 시작되는 도입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이 학예연구관은 "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식문화를, 밥상을 이야기하는지, 관람객에게 밥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돼야 전체 전시에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도입부를 지나면 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고구려 벽화를 모티브로 만든 영상, 복원한 토종쌀, 선사시대 토기로 지은 밥맛에 관한 영상 등 전시품을 통해 음식과 사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시에 약 1700년의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형태의 도마 그림과 유물을 함께 배치하는 등 시간과 장르를 넘나들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 고고학이나 역사학, 미술사에서는 시간과 장르로 분야를 나눠서 연구하고 전시하죠. 하지만 우리 삶에는 그런 경계가 없었기 때문에 식문화를 다룰 때 경계 짓지 말고 폭넓게 다루기로 했죠." 1부 마지막 '백성과 함께 한 임금의 밥상'에서 팔도진미보다 백성과 신화를 생각하는 임금 마음에 초점을 맞춘 이유 역시 식문화를 하나의 큰 흐름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다. 2부에서는 식재료를 저장하고 먹는 방식에 관한 탐구를 담았다. 여기서도 1부와 마찬가지로 그래픽, 조리 영상, 문학작품 등을 최대한 활용해 감상을 도왔다. 봄나물, 해산물, 조류의 알 등 과거에도 먹었던 식재료와, 발효음식, 조미료, 옹기 등을 통해 먹는 일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게 했다. 전시 마지막에는 밥상에 관한 생각의 변화를 관람객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음식이 없는 음식 전시"는 10월 25일까지. 2026/08/12
해머링맨 세화미술관에 바젤리츠 왔다…1500억 규모 사후 첫 개인전
“한국 사람들이 제 작업에 놀라거나 흥미를 느낄지 무척 궁금하네요.”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거꾸로 회화’로 잘 알려진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가 한국 관객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20년 만의 한국 개인전을 앞두고 지난 4월 세화미술관이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업이 “아시아 문화와는 꽤 거리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찌 보면 그래서 멀면 멀수록 더 좋은 법”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거리를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제 말뜻이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 인터뷰 3주 뒤인 4월30일, 바젤리츠는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분주하다. 지난 5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특별전에서 세계 미술인들을 만난 데 이어, 이제 생전에 준비한 한국 전시로 관객을 맞는다.
해머링맨이 있는 서울 광화문 세화미술관에서 12일 개막한 바젤리츠 전시는 그의 약 60년에 걸친 회화와 드로잉, 조각 46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39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1966년 초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세화미술관 소장품 10점을 비롯해 바젤리츠 스튜디오와 타데우스 로팍 등에서 작품을 모았다. 전체 출품작의 보험가액은 약 1500억원이다.
국내 미술관에서 바젤리츠를 집중 조명하는 것은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게오르그 바젤리츠: 러시안 페인팅’ 이후 19년 만이다.
작가 사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애초 유작전이 아니었다. 세화미술관은 1년여 전부터 바젤리츠 스튜디오와 작품을 협의했고, 미술관 관계자들이 직접 작가를 찾아 인터뷰까지 촬영했다.
안미희 세화미술관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귀국한 지 약 3주 뒤 작가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살아 계실 때 작품 세계를 보여드리는 전시로 준비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유작전이자 회고전이 됐다”며 “생전 작가 측과 모든 협의를 마친 상태여서 전시는 무리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거꾸로 화가' 왜 평생 거꾸로 그렸나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인물과 풍경을 거꾸로 그리기 시작하며 이른바 '거꾸로 그림'을 자신의 독자적인 회화 언어로 구축했다. 흔히 관객에게 그림을 다르게 보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지만, 정작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제 의도는 꼭 관람객과 접촉하는 데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저 자신을 위한 어떤 가능성이나 능력을 찾는 데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가 찾고 있었던 것은 당대의 지배적인 미술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 것인가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추상미술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적 경계를 가진 미술이었다.
그는 회화를 지배해온 규칙과 관습부터 의심했다. 특히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방향 자체를 “대단히 자의적”이라고 봤다. 이미지를 뒤집음으로써 익숙한 질서를 무너뜨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찾았다.
“자연에 존재하는 것,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것과는 무관하게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이미지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자문함으로써 기존의 규칙과 맹목적인 추종을 깨뜨리려 했죠.”
그는 “현실에 반기를 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반기를 세상에 내보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반기를 드러내려면 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생각은 형상이 되어야 했다. 이미지를 뒤집는 것은 그가 찾아낸 방법이었다.
하지만 당시 자신의 ‘뒤집힌 이미지’가 다른 화가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대부분 그저 장난으로 치부했다”고 말했다.
그의 삶 역시 기존 질서와 순탄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본명은 한스 게오르그 브루노 케른이다. 1938년 독일 작센 지방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과 독일의 분단을 경험했다. 동베를린에서 미술을 공부하다 서베를린으로 옮겼고, 1961년 고향의 이름을 따 게오르그 바젤리츠로 개명했다.
그는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독일, 그리고 독일인이라는 사실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바젤리츠는 20세기 후반 독일 미술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한 핵심적인 작가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격한 그는 전쟁의 상흔과 독일 분단의 역사와 기억을 파편화된 신체와 뒤집힌 형상이라는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2층 전시장 초입에서 눈길을 끄는 절편 회화(Frakturbilder, Fracture Paintings)의 대표작 '나뉜 소 두 마리 I'(1966)부터 그의 회화에서 영웅과 독수리 같은 국가적 상징이 온전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위 아래가 나뉜 '소 두 마리 I'는 캔버스를 분할하고 대상을 절단해 익숙한 시각 질서를 전복한 작품이다. 나치가 악용한 목가적 이미지를 해체하며 전쟁의 폭력을 은유하고, 1960년대 ‘영웅’ 연작은 승리자가 아니라 황폐한 풍경에 홀로 남겨진 상처 입은 남성을 의미한다. 독일을 상징하는 위엄 있는 독수리 역시 날아오르는 대신 거꾸로 추락하듯 화면에 매달린다.
독일의 분단을 직접 경험한 세대인 그는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국을 바라보며 전쟁과 예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바젤리츠는 “제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무렵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며 “공산 체제에서 자란 나로서는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동포끼리 침략하고 정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세상은 여태껏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도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동시대 회화가 유럽 회화와 비교되고, 서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쟁과 정치적 격변이 자신의 작업에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돌아보면서도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렇게 끔찍한 정치 체제를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는 달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나타난 금빛
이번 전시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바뀌는 곳은 마지막 공간이다.
3층 전시장 중앙에는 해골을 연상시키는 검은 조각도 놓였다. 아프리카 조각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으로, 말년에 반복했던 해골 이미지와 늙어가는 육체가 겹쳐진다.
검은 통로에는 일부러 작품을 걸지 않았다. 빈 공간을 지나 독수리 연작을 거치면 어둠 속에서 황금빛 ‘골드 페인팅’이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추모의 공간 같은 숭고함이 감돈다.
그러나 이를 죽음을 예감한 노년의 작업으로만 읽기는 어렵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검은 공간의 추모 분위기가 강해지자 바젤리츠 스튜디오 측에서도 “너무 죽음을 상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미술관은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생애 마지막 작품을 만나는 공간의 긴장은 남겼다.
바젤리츠는 마지막까지 새로운 재료와 색, 회화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신체적 한계 앞에서도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그는 손이 닿지 않는 거대한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작업을 이어갔다. 화면에는 물감뿐 아니라 휠체어 바퀴와 보행 보조기의 자국까지 남았다. 늙어가는 몸의 흔적 자체가 회화의 일부가 된 셈이다.
말년에 붙잡은 금색 역시 생의 종착점을 알리는 색이라기보다 기존의 자기 회화에서 다시 한번 벗어나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그는 “검은색은 미학적 의도의 시작이고, 금색은 그 과정의 끝”이라고 말했다. 금색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선택은 아니었다.
영상 인터뷰에서 금색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자신에게도 대담하고 ‘뻔뻔한’ 선택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작업을 거듭하면서 금색이 최근 몇 년간 자신의 회화에서 “사실상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노년에 이른 거장은 역설적으로 가장 화려한 금빛 위에 나이 들어가는 인간의 연약함과 삶의 무게를 담담히 드러냈다. 화면의 빈 공간도 커졌다. 금빛 화면에 그려진 것은 자신과 평생의 동반자 엘케의 늙은 몸이다. 인물들은 여전히 거꾸로 매달려 있지만 젊은 시절의 육중한 신체는 사라지고 가느다란 선으로 간신히 형체를 유지한다.
전시장 영상에서 그는 자신의 예술을 돌아보며 말했다.
젊은 바젤리츠에게 회화가 교란하고 뒤집어야 할 대상이었다면 노년의 바젤리츠에게 회화는 더 이상 전략으로 통제할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자신이 예술을 움직이는 데서 예술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한 거장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60여 년 동안 자신이 만든 회화의 규칙마저 다시 의심해온 화가가 끝내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이 전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슈퍼 얼리버드 티켓은 판매 2분 만에 매진됐고, 1차 얼리버드 티켓도 일주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세화미술관 개관 이래 가장 높은 사전 예매율이다.
바젤리츠전을 계기로 미술관 공간도 손봤다. 사무실을 전시장으로 바꾼 2층 공간은 천장을 노출해 층고를 높였고, 굿즈숍은 초록 나무가 액자 그림처럼 보이는 창가로 옮겼다. 1층 안내데스크도 정비해 건물 안에서 미술관의 존재감을 높였다.
태광그룹 세화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세화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내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방향도 모색한다.
안미희 관장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국내에서 많이 보여지지 않은 작가들의 전시를 1년에 한 번 정도는 기획할 것”이라며 “바젤리츠를 시작했으니 이 정도 수준은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바젤리츠 전시는 미술관 밖 광화문 거리까지 이어진다. 태광그룹 빌딩 입구에서 또 한 명의 바젤리츠가 기다린다.
이 건물의 상징인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해머링맨’이 서 있는 입구 오른쪽에는 검은 인물이 길쭉한 두 다리로 서 있다. 바젤리츠가 젊은 시절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만든 청동 조각 ‘친구(Friend)’다.
1965년 스물일곱 살의 자신을 2024년 여든여섯의 바젤리츠가 다시 불러냈다. 자신의 과거를 다시 그렸던 ‘리믹스’ 연작처럼, 노년의 작가가 젊은 자신과 다시 마주한 작품이다. 낯선 검은 인물 앞에서 오가는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작가는 떠났지만 광화문 거리에서는 두 다리가 짱짱한 젊은 바젤리츠와 마주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 기간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9월1일에는 바젤리츠의 유족 다니엘 블라우와 미술사학자 윤희경이 작가의 작업 세계와 미술사적 의미를 주제로 대담한다. 오디오가이드는 가수 빈지노가 맡았다.
전시는 12월27일까지 열린다.
2026/08/12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김호웅의 '문섬 이야기' 제주 문섬의 바닷속에는 작은 생명들이 쉼 없이 움직인다. 물결을 따라 흔들리고, 빛을 받아 반짝이고, 또 어느 순간 사라진다. 30여 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한 사진가 김호웅은 그 풍경을 오래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에게 문섬은 조금 특별한 곳이다. 아내와 큰딸을 먼저 떠나보낸 뒤 멈춰버린 듯했던 삶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곳이다. 김호웅은 오는 19~2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인덱스에서 출판기념회와 사진전 '바다가 좋은 사람, 김호웅의 문섬이야기'를 연다. 책 '문섬 이야기'에는 그가 바다에서 마주한 생명과 빛,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글과 사진으로 담겼다. 가족을 떠나보낸 뒤 그는 한동안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작가는 "시간은 흐르지만 삶은 멈췄다. 숨은 쉬고 있지만 살아가는 이유를 잃었다"며 "끝이 안 보이는 나락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다시 찾은 곳은 제주 문섬이었다. 물속에 들어가면 육지의 소음은 멀어지고 자신의 숨소리만 남았다. "물속에 몸을 맡기자 세상의 소음이 사라져 갔다. 고요함 속에 오직 들리는 것은 나의 숨소리뿐이었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마음속에 쌓였던 절망도 함께 가라앉는 듯했다." 바닷속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물결에 흔들리는 생명 사이로 빛이 스며들었다. 그는 그 순간들을 한 장씩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는 동안 자신에게 멈춰 있던 시간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중 촬영은 오랫동안 이어온 그의 작업이기도 하다. 언론사 재직 중인 1994년 대청호에서 국내 최초로 민물해파리를 취재·보도했고, 2022년에는 동해 양양 바닷속 인공어초의 사계절 변화를 기록해 한국보도사진전 은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바닷속을 찍는 일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호웅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의 삶을 붙잡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문섬 이야기'에 담긴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그렇게 다시 살아낸 하루가 남아 있다. 작가는 "(책 속) 사진들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기록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다시 살아낸 하루하루의 증거이며 삶의 원동력"이라며 "한 장의 사진 속에 그날의 슬픔을 담고, 그날의 아픔을 녹여내고, 다시 시작한 그날의 시간을 담아내려 했다"고 했다. 바다는 슬픔을 없애주지는 않았다. 대신 그 슬픔을 품은 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건넸다. 김호웅은 이제 자신이 바다에서 얻은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려 한다. 전시를 기획한 사진치유전문 ㈜이음온아이 임종진 대표는 "엄청난 상실감을 겪은 작가는 문섬 아래 바닷속 수많은 생명들을 마주하면서 잃어버린 품을 스스로 되찾은 것"이라며 "삶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 단단하게 이루어 가려는 작가의 향후 여정은 그 품의 의미를 세상에 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과 사진전 수익금은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후원할 예정이다. 2026/08/12
英 화이트 큐브, 프리즈 서울 출격…모나 하툼·바젤리츠·박서보 등 9명 전시 영국 화이트 큐브가 오는 9월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6'에 모나 하툼과 게오르그 바젤리츠, 박서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화이트 큐브는 9월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6에 참가한다고 12일 밝혔다. 화이트 큐브 부스(A20)에는 알리아 아흐마드, 엘 아나추이, 게오르그 바젤리츠, 티에스터 게이츠, 모나 하툼, 마르게리트 위모, 박서보, 마리나 라인간츠, 얀 보 등 9명의 작품이 나온다. 주요 출품작 가운데 모나 하툼의 'Orbital III'(2018)는 작가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지구본 형태를 차용한 조각이다. 금속 구조물 사이에 콘크리트 잔해가 박힌 모습으로 파괴된 건축물을 연상시키며 붕괴와 재건을 반복하는 세계를 환기한다.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의 'Ecriture No.221121'(2022)도 출품된다. 2023년 작고 전 제작된 마지막 연작 '신문 묘법(Newspaper Ecritures)'에 속하는 작품으로, 신문 위를 물감층으로 덮어가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2026년 터너상 후보에 오른 프랑스 작가 마르게리트 위모의 'Skei (The Flask)'(2024)도 공개한다. 2024년 ICA 마이애미 개인전을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황량한 사막 풍경과 신기루에서 영감을 받아 유리와 호두나무, 철을 이용해 생명과 치유, 환경에 대한 관심을 풀어냈다. 프리즈 서울 기간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는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의 국내 첫 개인전 '편린(Míope)'도 열린다. 'Míope'는 포르투갈어로 '근시'를 뜻한다. 라인간츠는 항공 시점과 거시·미시적 시점을 넘나드는 추상 회화를 통해 현실과 기억, 풍경의 경계를 탐구한다. 전시는 9월1일부터 10월24일까지 열린다.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