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듣고 냄새 맡고…국가유산청, 문화유산 체험 문턱 낮춘다 국가유산청이 시각장애인들과 장애 아동들을 위한 문화유산 접근성 확대에 나섰다. 궁궐과 왕릉에서는 감각을 활용한 현장 해설 프로그램을, 특수학급에서는 다중감각 체험교육을 운영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4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 태릉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궁능 현장영상해설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현장영상해설은 마치 영상을 보듯 상세한 묘사와 방향, 거리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도록 돕는 전문 안내해설프로그램이다. 해설사가 역사 해설과 함께 풍부한 시각적 묘사를 제공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선정릉에서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참여 신청은 희망 관람일 일주일 전까지 가능하며, 운영사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내 출발 시 1개월 전에 전화 예약하면, 출발지부터 궁궐까지 '서울다누림 차량'의 무료 이동도 지원 받을 수 있다. 본인과 동반자를 포함해 총 4인까지 한 팀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도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특수학급의 시각·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맞춤형 해양유산 교육프로그램 '바닷속 보물 탐험'을 운영한다. 교육과정은 총 세 가지다. 목포해양유물전시관 휴관일인 월요일 전시실 미션과 수중발굴 체험을 진행할 수 있는 통합과정(90분), 전시관 휴관일 수중발굴과 해양유산을 나눠 시각·촉각 학습을 제공하는 심화과정(120분), 강사가 교실로 직접 방문하는 방문 교육 과정(90분)이다. 교육은 다감각 체험 교구를 활용해 이뤄진다. 음성·점자·수어 설명이 포함된 '신안선 촉각패드', '다중감각 점자교재' 등이다. 학생들은 청자 철화모란무늬 장고와 청자 오리모양 향로 등 해양유산을 재현한 촉각 전시물을 직접 만져 보고, 과거 무역선에 실렸던 후추·계피·정향 등 향신료 향을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수중발굴 체험은 실제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자석으로 흙 속에 문화유산을 찾아내는 활동이다. 소리와 진동으로 발굴 과정을 느끼는 '수중발굴 체험 상자'도 준비됐다. 참가 학교는 이날부터 전자 우편을 통해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비는 무료로 자세한 내용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공식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2026/06/11
문학의 즐거움 그림으로…롯데장학재단, 샤롯데 독서미술대전 연다 롯데장학재단이 아동·청소년의 독서 활동 장려와 창의력 향상을 위한 독서미술대전을 연다. 롯데장학재단은 '제3회 샤롯데 독서미술대전' 작품을 8월8일까지 공모한다고 11일 밝혔다. 샤롯데 독서미술대전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사랑한 문학의 가치를 이어가고, 독서와 미술 분야에 재능 있는 학생을 발굴하기 위해 2024년 처음 마련됐다. 이번 공모전은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유도서를 읽은 뒤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작품은 8절지 규격의 자유 평면작품으로 제출하면 된다. 수채화, 웹툰, 아크릴화, 포스터 등 형식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마우스나 태블릿 등을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 작품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총상금은 2670만원 규모다. 시상은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등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다. 부문별 샤롯데상 1명에게는 200만원, 금상 1명에게는 100만원, 은상 2명에게는 각 50만원, 동상 3명에게는 각 30만원을 수여한다. 총 21명이 상금을 받으며 입선자 1200명에게는 1만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심사는 아동·청소년 미술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 심사위원단이 맡는다. 주제 표현성, 창의성, 예술성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수상작을 선정한다. 최종 수상자는 8월10일 롯데장학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시상식은 9월8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026/06/11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북미 순회전…투어링 케이-아츠 프로그램 서울시립미술관은 2026년 투어링 케이-아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시 '아마도, 모두 우리'를 미국 워싱턴 D.C.와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후원, 현지 한국문화원과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요 소장품과 한국 동시대미술을 북미 지역에 소개하는 순회전이다. 투어링 케이-아츠 프로그램은 2024년 도쿄·홍콩·오사카, 2025년 상하이·홍콩에 이어 올해 3년째를 맞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북미 순회를 통해 해외 전시의 지속성과 국제 교류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시는 기획 기관과 개최지가 모두 각국의 수도라는 점에 주목해 공공성, 역사성, 다양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1부 '우리가 모르는 우리'는 우리가 서로를 인식하고 관계 맺는 방식, 즉 '우리'와 '타자'가 구분되고 배제와 환대가 교차하는 지점을 살펴본다. 2부 '이탈된 시간'은 잊히거나 침묵한 시간을 호출하며 현재가 어떠한 축적과 누락 위에 형성됐는지 조명한다. 3부 '아마도, 모두 우리'는 낯섦과 차이를 마주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감각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사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참여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준과 경계를 환기한다. 전시는 특정 지역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맥락 속에서 이해와 포용,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순회전을 통해 동시대 미술이 오늘날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조건을 사유하는 공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며 "미술이 전하는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가 관람객들의 삶과 깊이 조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6/11
천경자 '시장' 첫 경매 출품…서울옥션 "추정가 8억~15억" 천경자의 1964년작 '시장'이 경매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옥션은 오는 23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93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경매에는 근현대미술과 고미술을 아우르는 총 127점이 출품되며,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110억원 규모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천경자의 대작 '시장'이다. 1964년 제작된 이 작품은 경매시장에 처음 출품되는 것으로, 추정가는 8억~15억원이다. '시장'은 화면 가득 인물과 사물을 배치한 대형 채색화로, 천경자 작품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구성으로 평가된다. 1969년 본격적인 해외여행에 나서기 전 제작된 작품으로, 1960년대 전반 작가의 화풍과 조형 실험을 보여주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한국화의 전통 채색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양화적인 색면 구성과 강렬한 표현성이 돋보이며, 당시 작가의 내면적 갈등과 정서가 감각적인 색채에 담겨 있다. 특히 1964년 옥인동 화실 사진에 작품이 등장해 제작 시기와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근현대미술 부문에서는 백남준의 '세종대왕'과 김구림의 초기작도 출품된다. 백남준의 '세종대왕'은 작품 규모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인 시작가로 책정돼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작가 작품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앤디 워홀의 '플라워(Flowers)'(1970)는 실크스크린 10점 세트 전체가 국내 경매에 처음 출품된다. 워홀의 '통치하는 여왕들(Reigning Queens)' 시리즈 중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를 그린 작품과 '광고(Ads)' 시리즈의 '더 뉴 스피릿(도널드 덕)'도 함께 나온다. 미국 팝아트 작가 카우스(KAWS)의 대형 조각과 원화, 야요이 쿠사마의 '인피니티 네트'와 호박 판화, 아야코 록카쿠와 로베르 콩바스의 대형 회화, 데이비드 호크니의 에디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고미술 부문에서는 조선 말기 초상화가 석지 채용신의 초상화와 추사 김정희의 시고 2점이 출품된다. 추사 작품은 구한말 정치가이자 서화가인 운미 민영익이 소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경매에서는 국내 대표 컬렉터들의 소장품도 공개된다. 전 대우그룹 전문경영인이자 '운심석면'의 저자인 김용원 회장 소장품 4점과 극동그룹 창업자 고(故) 김용산 회장의 조선시대 도자 컬렉션 7점이 출품된다. 이 밖에 무나씨, 올라퍼 엘리아슨 등 젊은 컬렉터층의 선호도가 높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또한 1976년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으로 유명한 1973년 빈티지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가 특별 출품돼 와인 수집가들의 관심도 모을 전망이다. 경매 출품작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2026/06/11
"90년대엔 내가 불멸이라 믿었다"…데이미언 허스트의 고백[박현주 아트클럽] "90년대에는 내가 불멸이라고 느꼈다. 지금은 아니다." 한때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로 죽음을 가두려 했던 작가가 서울에서 시간을 이야기했다.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로 현대미술사를 뒤흔든 데이미언 허스트(60)가 나이 듦과 죽음, 그리고 예술의 의미에 대해 솔직한 고백을 내놓았다. 1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허스트는 "지나온 시간이 앞으로 남은 시간보다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며 "이제는 죽음을 조금 더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죽음을 전시하며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렸던 그는 이날 놀랄 만큼 차분했다.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로 죽음을 붙잡으려 했던 작가는 이제 불멸보다 유한함을, 충격보다 삶을 이야기했다. 죽음은 허스트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1991년 제작한 대표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은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상어를 통해 현대미술사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그는 이날 "죽음을 붙잡아 두려 했던 상어도 이제 늙어가고 있다. 결국 시간이 이긴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그 작품의 의미를 판단할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허스트는 "모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가능한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며 "작품이 시간을 이겼는지 아닌지는 미래 세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작품이 얼마나 오래 갈 것 같냐고 물었더니 호크니가 말했습니다. '너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답해라.'" 그는 스스로를 '죽음의 작가'로 규정하는 시선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예술 속에 죽음은 있을 수 있지만 '죽음의 예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어 "예술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예술 없음(No Art)'이다"라며 "죽음을 다룬 작품 역시 결국 삶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영국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며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이끌었던 허스트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내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가장 비싼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이미 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성장한 허스트는 골드스미스대 재학 시절인 1988년 직접 기획한 전시 '프리즈(Freeze)'를 통해 미술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낡은 부두 창고를 전시장으로 바꾸고 젊은 작가들이 공간을 직접 연출한 이 전시는 훗날 YBA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허스트는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 점화(Spot) 시리즈 등을 통해 죽음과 신념, 과학과 자본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며 동시대 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상어를 비롯해 잘린 소머리 작업, 다이아몬드 해골, 점화 연작 등 대표작 50여 점이 소개된다. 하나의 브랜드처럼 굳어진 이 작업들은 죽음과 삶, 믿음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러나 이날 허스트가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었다. 그가 말한 것은 시간과 변화, 그리고 결국 삶이었다. "지금은 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성공을 정의해야 한다면 언젠가 내 묘비명에 '위대한 예술가'보다 '좋은 아버지'라고 적혀 있기를 바랍니다." 실제 이날 인터뷰에서 드러난 허스트의 관심은 죽음보다 삶에 가까웠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매일 바뀐다면서도 오히려 두려움은 줄어들었다고 했다.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서 오히려 죽음은 덜 무서워졌습니다." 동물 표본 작업에 대한 변화된 입장도 밝혔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열린 동물권 단체의 시위와 관련한 질문에 그는 "30~35년 전과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답했다. 과거 실제 동물을 사용했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진짜 동물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진짜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했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소머리 설치작업은 과거 24시간마다 실제 소머리를 교체해야 했지만 현재 전시에 사용되는 것은 정교하게 제작된 모형이다. AI에 대한 질문에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AI가 허스트의 작품을 학습해 새로운 '데미안 허스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든다면 그것도 예술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먼저 봐야 알 수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AI로부터 안전한 직업은 없다"며 "AI는 훌륭한 작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종료 20일을 앞두고 누적 관람객 44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5600여 명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론 뮤익 전시와 비슷한 흥행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람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은 62%에 달한다. 허스트는 "영국에서는 1990년대에 들었던 이야기를 지금 한국에서 듣고 있다"며 "젊은 한국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다가와 '당신 때문에 내 삶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젊은 시절 영국에서 듣던 말을 지금 한국에서 다시 듣고 있습니다." 이어 "40년 전 만든 작품들이 지금도 사람들의 토론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예술가로서의 성취"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작가와의 대화에는 1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객석을 가득 채웠다. 허스트는 관객들의 질문을 직접 받으며 한국에서의 높은 관심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허스트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작가는 질문을 답처럼 위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폴 고갱의 대표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언급하며 "모든 회화와 조각은 답인 척하지만 실제 답은 관객의 손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예술가로 프랜시스 베이컨, 프란시스코 고야, 뱅크시를 꼽았다. 음악가 데이비드 보위 역시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허스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정돈된 아름다움보다 인간 존재의 불안과 욕망, 육체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며 "젊을 때와 늙었을 때의 작업이 모두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작품은 하나의 인생 지도(map of life)와 같다"며 "나 역시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로는 '질문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예술은 정치와 과학, 종교와 분리돼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이번 인터뷰를 관통하는 한 문장을 남겼다. "예술의 가장 중요한 힘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이미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불멸을 믿던 청년은 사라졌다. 대신 시간의 존재를 인정하는 60세의 작가가 남았다.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는 늙어가고 있다. 하지만 허스트가 평생 붙들어온 질문은 여전히 살아 있다. 삶과 죽음, 믿음과 욕망, 그리고 인간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서울에서 만난 허스트는 그 질문에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전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2026/06/11
환각의 또 다른 풍경…이근민, PKM갤러리서 첫 개인전 환각은 병의 증상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현실의 풍경이었을까. PKM갤러리가 10일 개막한 이근민(44)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Before It Becomes a Scene)'은 사회가 '증상'이라 규정하기 이전의 감각과 이미지를 화면 위에 불러낸다.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으로, 작가가 2023년부터 제작해온 신작 회화와 드로잉 23점을 선보인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은 25년 전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과정에서 사회가 부여한 병명과 진단의 권력,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환각을 동시에 마주했다. 이후 그는 그 경험을 외면하지 않고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왔다. 서울과 뉴욕, 파리, 베를린, 말뫼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어왔으며, 2022년 스페이스K 개인전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를 통해 동시대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약 3m 높이의 대형 회화를 비롯해 드로잉 연작 'Refining Hallucinations' 등 미공개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근민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회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해온 인간 존재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전시 제목인 '장면이 되기 전'은 의학적·사회적 판단이 개입되기 이전의 상태를 의미한다. 신작 'Psychiatrist's Head', 'Organic Plate', 'Connected Body' 등에는 해체된 신체와 장기, 혈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환각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기억 속 파편화된 이미지와 감각을 끈질기게 추적해 하나의 유기적 화면으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이근민의 화면은 붉은 살점과 근육, 장기 등을 연상시키는 형상들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인간 존재의 가장 원초적인 상태를 드러낸다.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미지는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경계를 넘어 누구나 공유하는 인간의 조건으로 확장된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작가는 자신이 환각 속에서 목격했던 파편화된 신체와 이름 없는 존재들을 화면으로 소환한다"며 "사회가 병이라 규정하고 배제해온 감각과 존재를 다시 가시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화면 위에 펼쳐지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작가의 내면 풍경인 동시에 자신을 구속해온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의 몸짓으로 읽힌다. 특히 작가는 밑그림이나 사전 계획 없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활용해 드로잉 연작을 완성했다. 화면 속 이름 없는 생명체들은 사회가 부여한 병명과 분류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인간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전시 개막일인 10일에는 이근민이 활동 중인 원맨 밴드 '고트 앤 멍키(Goat and Monkey)'의 IDM(Intelligent Dance Music) 음악이 함께 소개됐다. 사운드의 질감과 구조에 집중하는 IDM 특유의 감각은 회화와 음악을 병행해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전시는 7월 25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6/10
코레일, 옛 서울역서 '철도문화전' 개최…철도유물·예술작품 전시 한국철도공사는 오는 11일부터 8월17일까지 옛 서울역(문화역서울284)에서 '서울역 2026 : 다시 뛰는 심장'을 주제로 철도문화전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코레일은 개막에 앞서 10일 오전 옛 서울역 중앙홀에서 철도·문화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이번 문화전은 옛 서울역의 부속 건물과 승강장을 모두 활용해 총 13개 전시관을 운영한다. 대합실, 역장실 등이 있던 1층과 식당, 회의실로 사용됐던 2층, 열차 승강장 등 외부 공간을 전체 개방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코레일은 대한민국 철도의 거점이었던 옛 서울역의 기억을 되살리고, 철도 역사(驛舍)로서 기능을 회복해가는 미래를 관람객과 함께 그려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총괄은 공예트렌드페어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파리메종오브제 감독을 수행했던 김미연 예술감독이 맡았다. 미디어,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15명이 참여해 철도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했다. 관람객은 중앙홀 입구에서 과거 실제 사용됐던 승차권에 날짜 도장을 찍으며 전시 여정을 시작한다. 중앙홀과 대합실, 승강장, 대식당 등 주요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마치 기차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전시를 관람하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서는 1955년 산업박람회 당시 달렸던 최초의 국산 증기기관차 ‘파시 2형’ 모형(실물 1/5 크기) 등 철도 유물과 KTX-청룡, 미래 수소 모빌리티 기술을 3D VR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2층 대식당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당 ‘그릴’을 일부 재현한 식문화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또한 철도로 연결된 춘천, 하동, 영주, 대전 등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오늘의 행선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 운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매주 월요일 휴관)할 수 있다. 직장인과 학생의 관람 편의를 위해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오후 7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김태승 코레일 사장은 “이번 철도문화전은 옛 서울역에 깃든 국민의 추억을 다시 불러오고, 미래 철도역사로 나아갈 서울역의 가능성을 함께 상상하는 자리”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옛 서울역의 특별한 여정에 많은 분 들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6/10
"붉은 중심의 숨"…이화의료원 홍보맨, 개인전 김윤희 이화의료원 홍보전략팀 디자인파트장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은 김윤희 디자인파트장의 개인전 '붉은 중심의 숨'(Breath of the Red Core)이 오는 15일까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갤러리71에서 개최된다고 10일 밝혔다. 김 파트장은 생성과 해체 사이를 왕복하며 억눌린 생명력이 분출되는 흔적과 몸의 내부 감각이 외부로 이어지는 기록을 캔버스 위에 재현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있는 김 파트장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욕망과 사랑, 그리고 공허함까지 추상적 색채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신진 작가다. 2026/06/10
'귀경만 헐라는가, 쉬어감세'…한글박물관, 충북 음성서 사투리 체험 충북 음성군 설성공원에서 충청도 사투리 체험 행사가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13~14일 설성공원 품바축제 행사장에서 충청도 사투리 체험 행사 '귀경만 헐라는가, 쉬어감세~'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지역 한글문화 활성화 사업에 따른 찾아가는 사투리 체험은 소멸 위기 지역어를 보존하고 중요성을 환기하는 행사다. 2024년 강릉 단오제, 제주 탐라문화제에 이어 지난해 창원 진해군항제, 순천 푸드앤아트페스티벌 등에서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사투리를 가지고 문제 맞히기, 소책자 만들기, 컵 꾸미기, 거울·가방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임성환 관장은 "국립한글박물관은 전국의 사투리보존회 및 지방문화원 등과 협력해 지역어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라며 "오는 7월 초 부여서동연꽃축제의 사투리 체험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2026/06/10
진주시, 채색화를 넘어 현대미술로…김기라×'이미지의 미래들' 채색화의 도시 진주가 이번에는 현대미술의 미래를 내건다. 진주시는 오는 15일부터 8월 25일까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국립진주박물관 등 3개 문화거점에서 특별기획전 '이미지의 미래들-서사하는 기억, 채색화를 넘어'를 개최한다. 3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조각 132점, 미디어 작품 16점 등 총 14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22년부터 이어온 '한국 채색화의 흐름'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단순한 계승에 머물지 않는다. 채색화라는 전통적 토대 위에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진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미래형 예술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성과는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김기라의 기획력에 있다. 사회적 메시지와 공동체, 기억과 역사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온 김기라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채색화를 박제된 유산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회화·조각·설치·미디어를 넘나드는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전통과 현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덕분에 전시는 '채색화 특별전'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벗어나 보다 확장된 현대미술 프로젝트로 진화했다. 자칫 관성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지역 문화사업을 동시대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올린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사유·공유·향유'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내면의 풍경'은 이성자의 예술세계를 축으로 심문섭, 김윤신, 오수환, 이강소, 최수앙 등이 참여해 존재와 자연, 인간 내면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에서 열리는 '광장의 기억'은 근대 산업유산 공간을 무대로 신학철, 서용선, 오원배, 이용백, 유근택, 권오상, 문경원 등이 참여해 역사와 노동, 개인과 사회의 서사를 탐색한다.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의 '시간의 중첩'은 박생광을 출발점으로 이세현, 강애란, 정연두, 이수경, 노상균 등이 전통과 현대, 기억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새로운 시공간을 제시한다. 세 공간은 서로 다른 전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과거의 기억은 어떻게 현재의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는 다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서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통 채색화를 회화 장르의 역사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미술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통을 보존의 대상이 아닌 동시대적 해석과 실험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예술을 통해 사회와 기억, 공동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진주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채색화의 도시'를 넘어 현대미술 담론을 생산하는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을 발판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미지의 미래들'은 그 선언에 가까운 전시다. 진부한 전통 계승론을 넘어, 전통이 어떻게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