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학회 제9회 미술사학대회, 6월3일 개최 한국미술사학회는 제9회 미술사학대회를 오는 6월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서양미술사학회, 한국미술사교육학회, 한국미술이론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이번 미술사학대회는 ‘미술시장과 창작’을 주제로 미술작품의 제작과 소비에 있어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미술시장’에 대해 주목한다. 1부에서는 서양 고대부터 중국 근대까지 미술시장이 창작에 미친 영향을 다룬 4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2부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2020년까지 한국과 홍콩 아트페어 관련 4편의 주제 발표가 이어진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을 포함한 동양과 서양의 미술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작품 창작이나 생산에 미친 양상을 살펴보는 한편 앞으로 미술시장과 관련한 제도나 정책 개선 및 그 방향에 대한 숙의의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05/30
공진원, 올해 우리놀이터 조성 대상지에 대전시립박물관 선정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은 전통놀이·생활문화 거점공간 ‘우리놀이터’ 올해 신규 조성 대상지로 대전시립박물관을 최종 선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우리놀이터’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전통놀이 콘텐츠와 디지털화된 전통놀이 현대화 놀이기구를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문화 전용 공간이다. 현재 전주한옥마을, 고양어린이박물관, 경주엑스포대공원,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과, 올해 새롭게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 서울, 파주 등 2곳을 포함해 전국 총 6개 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시작된 ‘23 우리놀이터 신규 조성 대상지 공모’ 에는 총 16개 지자체 및 민간 기업 등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공모 주관처인 공진원은 건축과 공공디자인, 전통문화, 어린이 교육 및 안전 등과 관련,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진 선정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현장 실사를 포함 총 3차례에 걸친 평가를 진행했으며, 사업 적절성과 지속 가능성 등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전시립박물관이 최종 선택됐다. 대전시립박물관은 실내 면적 324.5제곱미터(약 100평)에 이르는 어린이 체험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도안신도시 내에 위치하여 주변 교통 여건 등 접근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호박고누판, 산가지, 명승유람도 등 전통놀이 관련 유물 자료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어린이 체험, 관련 전시를 진행해 전통생활문화 교육 프로그램 연계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공진원은 다음 달 중 대전시립박물관 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공을 담당할 수행사를 선정, 올해 하반기 안에 ‘우리놀이터 대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공진원 관계자는 “우리놀이터 대전에서 전통생활문화 교육과 ‘우리놀이한마당’ 축제, ‘세시풍속 전시 체험’ 등 각종 체험·교육·행사 등을 집중 개최하여 충청권 전통문화 확산 거점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3/05/30
조형아트서울2023, '신진 작가 33인 조각전' 성황 '조형아트서울 2023'이 신진 작가 무대로 문을 넓혔다는 호평 속에 폐막했다. 지난 26~28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새로운 꿈'을 주제로 열린 조형아트서울은 '신진 작가 33인 조각전'이 주목받았다. 전국 14개 대학의 교수들이 추천, 선정된 33명의 작가들은 판매가 이어졌다. 조형아트서울에 따르면 신진작가 작품 중 10점이 팔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참여한 신진 작가들은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인기투표를 통해 선정된 2명의 작가들에게는 국내외 전시 기획전을 열어준다. 조형아트서울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다루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홍보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이번 조형아트서울은 지난해에 비해 2배 많아진 11개의 해외 갤러리들도 선전했다. 대만 갤러리인 JP ART CENTER에서는 C.J. Sunny Yen의 솔로 부스가 10점 이상 팔렸다. DER-HORNG GALLERY 에서는 4점을 출품한 MAR2INA의 작가 작품이 3점 등 총 8점을 판매했다. 미국 갤러리인 PADO LA는 7점, 일본 갤러리인 SEIYA FINE ART에서는 김덕희 조각 2점 및 회화 3점, 캐나다 갤러리인 SUNNY GALLERY에서는 오유영 Amy 5점 외 총 12점을 팔고 가볍게 떠났다. 한편 지난해와 달리 차분하게 진행된 화랑미술제·아트부산처럼 이번 조형아트서울도 쾌적하게 열렸다. 특히 전시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2층에 마련한 VIP 라운지는 인기였다. "쉬면서 보는 또 하나의 전시로 느껴질 만큼 감동이다"는 평이 이어졌다. '조형아트서울2023'은 "국내 경기불황 우려속에 신진 작가들과 중·저가 작품들이 판매가 이어져 보람 있었다"며 "4일 동안 4만3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 매출 약 8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05/30
리움·호암미술관은 '살아있는 미술관'...상설기획전도 풍성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살아움직이는 미술관'으로 빈틈없이 운영된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연간 진행되는 대규모 기획전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 전시를 통해 미술관 프로그램의 다변화를 꾀하고자 한다고 30일 밝혔다. 리움미술관은 그동안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미술관의 특성을 살려서 전통과 현대를 새롭게 매개하며 확장적으로 재해석하는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기획해왔다. 리움미술관 M1(고미술 상설전시장) 2층에서는 권하윤 작가의 '영원한 움직임 - 이상한 행렬' 전시가 오는 9월 10일까지 열린다. 김홍도의 대표적 작품이자 국보 '군선도'를 오마주하여 군선도 속 인물 행렬과 이야기를 가상현실에서 재해석하는 관객 참여형 VR작품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 듯한 신선들의 움직임과 찰나를 포착하여 김홍도 작품의 초월성을 보여준다. 오는 11월부터는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의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한국-콜롬비아계 작가인 갈라 포라스-킴은 남북한의 국보를 소재로 식민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국가가 국보와 지정 유물을 관리하고 서열화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움 로비의 ROOM과 대형 미디어월, 호암 희원 내 프로젝트룸 등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선보인다. 6월 27일부터 호암미술관의 아름다운 전통 정원 희원 내에 마련된 프로젝트룸에서는 강재원 작가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만든 지극히 인공적인 조각을 통해 미래의 조각에 대한 가능성을 제안한다. 인플레이터블, 3D프린팅, 크롬 등 다양한 재료로 구현한 조각의 형태는 희원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고, 은빛 표면은 주변의 자연을 반사하며 인공과 자연의 충돌과 스며듦을 연출한다. 리움에서는 박보마 작가가 7월 25일부터 디지털 이미지와 설치, 사운드와 향, 퍼포먼스 등을 통해 로비의 틈새 공간을 유연하고 감각적인 무대로 전환시킨다. 가상 회사의 리셉션 공간을 상정하여 지나치기 쉬운 물질과 주변화된 존재가 주인공이 되는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새로운 기술 실험과 다감각적 상상력을 동원하며 현대미술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 곽준영 실장은 “다양한 전시를 통해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하나의 미술관으로서 전통과 현대를 새로운 방식으로 매개하고 해석하며 예술의 역동적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2023/05/30
루이 비통, '패션 아이' 서울 편 출간…사진전도 개최 루이 비통이 여행 사진 출간물 시리즈인 '패션 아이'의 신간으로 '서울 편'을 선보인다. 올해 상반기 신작인 서울 편은 네덜란드 사진작가 사라 반 라이의 시선으로 포착한 도시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 지난 2016년 최초로 출간된 루이 비통 패션 아이 컬렉션은 패션 사진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특정 도시나 지역, 국가를 담아낸 여행 사진 출간물이다. 사진 작품을 비롯해 사진 작가의 약력과 인터뷰, 평론 등이 함께 실었고 신예 작가부터 중견 작가까지 다양한 사진계 인물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사진집 출간을 맞아 서울 중구 퇴계로 피크닉에서 사진전도 열린다. 전시는 6월2일부터 7월2일까지. 2023/05/30
1980년 5월로 복원되는 옛 전남도청…전시콘텐츠 세미나 개최 1980년 5월의 모습으로 복원되는 옛 전남도청의 전시콘텐츠를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광역시, 옛 전남도청복원범시도민대책위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복원협의회는 31일 오후 1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옛 전남도청 전시콘텐츠 복원 모델 도출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은 총 사업비 505억원으로 복원공사를 진행하고 전시콘텐츠를 구성해 2025년 개관할 예정이다. 이중 전시콘텐츠 사업비는 약 110억원으로, 고증과 서사를 바탕으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실물 또는 가상 콘텐츠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시콘텐츠의 구체적인 구성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토론을 진행한다.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전시콘텐츠 구현안 경과를 보고하고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복원의 원칙과 방향에 관한 하나의 제언', 이동기 강원대 평화학과 교수가 '방문객 입장에서 본 전시와 운영'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후 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실장, 홍성칠 복원대책위 집행위원장 등이 토론에 나선다. 송윤석 문체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장은 "이번 세미나는 옛 전남도청의 구체적인 전시 구현안을 마련하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유관 단체, 전문가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충실한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3/05/30
김환기 탄생 110주년...'환기미술관 디지털 멤버십' 모집 “미술관은 내용이다...또 오늘의 미술관은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추상화가 故 김환기(1913~1974)의 반려자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故 김향안(1916-2004)이 1992년 환기미술관의 첫 걸음을 세상에 알리면서 전한 메세지다.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관장 박미정)은 2023년 김환기 틴생 110주년을 맞아 '환기미술관 디지털 멤버십'을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환기미술관 멤버십'은 예술후원으로 이어진다. 김환기의 예술세계와 환기미술관이 ‘내일을 품은 미술관, 예술로써 소통하고 동행하는 미술관’으로서 더불어 함께 나누고 동행하는 사회를 향한 의지로 환원된다. '환기미술관 멤버십'은 환기미술관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입을 위한 그라운드엑스 플랫폼으로 연동된다. 멤버십 가입 기간은 6월11일까지다. 환기미술관은 "환기미술관 멤버십은 그동안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사랑하고 환기미술관을 아끼는 마음으로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보다 능동적인 교감의 예술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자 실천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2023/05/30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는 이건희컬렉션 '사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했던 한국 근현대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건희컬렉션'이 경기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은 6월 8일부터 8월 20일까지 경기도미술관 1~4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사계'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2021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미술품 2만여 점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46점을 중심으로, 1927~2010년 작품 90점을 전시한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주요 작가 41명의 작품이 한데 모이는 자리로, 작가들이 남긴 한국 근현대 미술의 수작을 '사계'와 관련한 5가지 주제로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이번 특별전을 한국 근현대 미술 조망의 기회로 삼기 위해 자체 소장한 작품은 물론 여러 기관이 소장한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작들을 한데 모았다.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이 협력했다. 전시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 시간 지정 예약제로 운영되며,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gmoma.ggcf.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경기도 대표 공립미술관으로서 경기도미술관이 도민에게 더 가까운 곳에서 역사적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2023/05/29
[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2] 울란우데는 마침 우리나라의 안양시와 영월군의 자매도시라고 들어서 인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울란우데 최초의 석조건축물 오디끼뜨리예브스키(Odigitrievsky) 대성당이다. 카흐타 상인들과 울란우데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이 성당은 174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785년에 완공됐다. 공산당 통치 시절이던 1920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제2차세계대전까지는 반종교 박물관, 그 이후엔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방 정책으로 1992년에야 성당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바롭스크를 떠나 다음 행선지인 비로비잔을 향해 다시 길을 시작했다. 어느덧 날이 저물기 시작했고 우리는 처음으로 러시아 트럭카페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트럭까페는 우리나라에서 휴게소 같은 곳이다. 시베리아 지역을 횡단하는 기나긴 구간 사이사이 대형 트럭 기사들이나, 유라시아 횡단여행자들에겐 오아시스처럼 아주 중요한 곳이다. 긴 구간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식사와 샤워, 세탁을 할 수 있도록 간단한 편의시설도 겸비되어 있다. 샤워는 200루블(약3,500원). 세탁은 150루블(약2,500원) 정도이다. 우리도 이곳에서 샤워와 세탁을 이용했다. 생소하고 낯선 경험은 항상 들뜨게 한다. 마치 우리 뇌 속에 마약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진통 효과를 지닌 마약 같은 엔도르핀(endorphin) 작용으로 기분을 좋게 하듯, 여행에서 만나는 웬만한 힘겨움은 미술가 부부에겐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기대감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실은 빨래를 산더미같이 매달고 차 창문의 바람에 의존해 말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웃음이 났지만 아무렴 어떤가. 여행이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어선 안 됨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가 러시아를 통과하는 도시의 순서는 일단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가고 있다. 간혹 앞선 횡단자들의 루틴을 밟아가기도 하는데, 러시아 남동부 자바이칼스키주의 주도 치타(Chita)까지가 ‘마의 구간’이라 불린다. 그곳까지 무사히 통과한다면 무사 횡단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치타 구간은 본격적인 여행에 앞선 첫 번째 시험이나 통과의례와 같다. 실제로 도로는 곳곳이 공사 구간이고, 시도 때도 없이 깊게 파인 포트홀(pothole)이 나타나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지칠 때로 긴 시간을 달리다 보니, 치타 도착 전 320km 지점부터 정말 장관이 펼쳐진다. 정말 드넓은 평야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원시지구 본연의 대지 색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신비로운 풍광들이 맞아줬다. 꼭 한동안 고생을 무릅쓰고 달려온 초보 여행자에 대한 깜짝 보상이라도 해주듯 말이다. 한편으론 우주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다. 그래서 차를 잠시 멈추고 그 자연, 그 행성의 품 안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치타야 내일 가면 되지. 어디 화급을 다투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가용을 갖고 자유여행에 나선 장점을 살려 오늘은 여유로움을 부려보려 한다. 텅 빈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차 안에서 맞이하는 밤하늘은 특별히 형언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공기의 숨과 결이 그리고 밤하늘의 향기를 맡으며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한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으며 잠을 청한다. 다시 맞은 아침, 치타로 부지런히 달린다. 끝없는 수평선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치타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건 지평선보다 수평선에 가까웠다. 저 멀리 낮게 내려앉은 하늘과 길이 맞닿았다. 색깔마저 차가 달리는 도로와 양 갈래로 나뉘어 붉고 노랗고 푸르며 검었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쑥 튀어 오르는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언덕을 내달리는 동안은 영락없이 높은 파도를 즐기는 서퍼가 된 기분이다. 대지 표면의 곡선을 따라 미끄러지다 보면 금방이라도 파도 속으로 사라지거나 튕겨 나갈 것 같은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길이 점점 좁아지고 대지가 도로를 침범하는 것처럼 끝이 점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느새 치타에 입성했다. 치타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지친 몸에 보상하듯 호텔에 묵었다.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저녁부터 수돗물이 노란색으로 나와 난처했다. 데스크에 문의 했지만 도시 전체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내일 아침엔 괜찮을 거란 여유로운 답변만 돌아왔다. 그래도 간만에 몸을 제대로 눕게 되었으니,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다고 위로했다. 다음날 22일 낯선 도시의 이른 아침 산책을 마치고, 다시 러시아 부랴티야 공화국의 수도이자 시베리라 주요 도시인 울란우데(Ulan-Ude)로 향했다. 장거리 여행에서 제일 큰 문제가 식사 해결이다. 러시아 음식이 대체로 힘들진 않았지만, 횡단 과정에선 되도록 간소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혹여나 체력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차로 달리는 동안에도 전기밥솥에 밥을 했다. 밥이 다 되자 밥통 채 빼어서 안고, 참치 캔 한 통과 고추장까지 넣고 비볐다. 크게 한 수저 떠서 김치를 얹어 운전하는 윤 작가에게 먼저 한 입, 나도 한 입 하다 보니 밥통이 어느새 비었다. 운전하랴 밥 먹으랴, 스치는 작은 마을 풍경들 감상하랴 쉼 없이 달리다 보니 또 트럭카페를 만났다. 도시와 도시 간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단번에 울란우데에 다다르긴 힘들다. 역시 트럭카페에서 하룻밤 지낸 다음 날인 23일에야 울란우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울란우데는 제법 큰 도시다. 울란우데에는 몽골인의 친척뻘인 부랴트인이 살고 있어 그동안 만났던 도시와는 달리 동양적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바이칼호로 흘러드는 셀렝가강과 그 지류인 우다강의 합류점 가까이에 있고, 러시아에서 중국과 몽골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무역중개지로 발달했다. 울란우데는 마침 우리나라의 안양시와 영월군의 자매도시라고 들어서 인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울란우데 최초의 석조건축물 오디끼뜨리예브스키(Odigitrievsky) 대성당이다. 카흐타 상인들과 울란우데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이 성당은 174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785년에 완공됐다. 공산당 통치 시절이던 1920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제2차세계대전까지는 반종교 박물관, 그 이후엔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방 정책으로 1992년에야 성당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명 울란우데 대성당은 다른 성당들과 달리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단순함과 편안한 느낌으로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지역적 특성상 시민 중에 불교도 신자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울란우데미술관도 들려볼 만하다. 지역의 소소한 역사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과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울란우데에 머무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진 못했다. 이번 유라시아 횡단의 빼놓을 수 없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바이칼 호수’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3/05/29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展 [박진희의 사진으로 보는 문화]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공동기획으로 주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은 근대화, 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에 청년 작가 중심의 전위적 작품 활동을 한 국내 작가들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이기도 하다. 1960-70년대 당시 국제 사회는 68혁명, 반전 평화운동, 페미니즘 등으로 인식의 전환기를 맞았으며, 한국은 6.25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한 산업의 압축 성장으로 사회는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당시 경제 개발의 물질적 풍요와 정치·사회적 억압 등의 사회 변화는 일상에서 ‘나’를 중심으로 예술의 의미를 모색해 온 청년 작가들에게 모순된 토대로 작용했다.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주장, 보수화된 기성세대의 형식주의에 반발하며 그룹 또는 개인으로 기존의 회화, 조각의 영역을 벗어나 오브제와 입체미술, 해프닝, 이벤트와 영화, 비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을 전위적 ‘실험미술’의 이름으로 포괄하며 역동적인 사회 현상을 조망한 이들의 전위적 실험 작품과 자료를 소개한다. ◆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전위적 실험미술의 양상들을 소개한다.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 등의 신진 예술인그룹의 활동과 이들이 연합하여 개최한 '청년작가연립전'(1967)을 통해 국전(國展)과 기성 미술계를 비판하고 ‘반(反) 미술’과 ‘탈-매체’를 최초로 주창한 청년예술가들의 주요 작품과 해프닝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 ‘도심 속, 1/24초의 의미’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시행한 실험적인 시도들을 살펴본다. 실험미술의 선두에서 활동했던 김구림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를 상영하고, 또 김구림이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을 감쌌던 '현상에서 흔적으로'(1969)를 재해석해 새롭게 제작한 드로잉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가 최초 공개된다. 미술, 영화, 패션, 연극, 무용, 종교, 문학을 넘나드는 실험적 작업을 시도한 ‘제4집단’이 도심에서 펼쳤던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1970.8.15.) 등의 해프닝도 자료로 소개한다. ◆‘전위의 깃발아래 –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1970년대 초 실험미술 그룹과 개인들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아방가르드의 주체로 자리잡은 한국아방가르드 협회의 청년작가들은 이론지 'AG'를 발간하고, 산업화된 ‘도시 환경과 문명’을 주제로 반(反)미학의 일상성과 탈(脫)매체적 다양성을 추구하여 작품세계를 확장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판화를 실험의 매체로 삼아 AG 디자인 정체성을 작품화하는 장르융합적 면모도 보여주었다. ◆'“거꾸로” 전통' 한국의 전위미술과 전통의 특수한 관계를 다룬다. 통상 전위미술이 전통의 부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통예술의 재발견을 통해 ‘거꾸로’ 그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아부다비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인 이승택의 '무제(새싹)'(1963/2018)와 '무제(낫)'(1969)등을 선보인다. 전통의 재발견을 통한 전위적 실험미술의 행보는 한국미술의 탈서구화 및 전통과 현대의 긍정적 계승으로 이어졌다. ◆‘‘나’와 논리의 세계: ST’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논리와 이론의 토대를 정립하며, 한국미술에 개념적 설치미술과 이벤트를 맥락화한 전위미술단체‘ST(Space&Time)’학회(1971-1981)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이들은 예술개념의 문제를 분석·철학적으로 접근하여 매체의 본질을 언어에서 찾고자 했으며 동서양 이론을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사진, 사물, 행위, 이벤트 등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하였다. 대표 작품으로 이건용의 '신체항'(2023), '손의 논리'(1975), '신체 드로잉 76-1 78-1'(1978) 등,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1974)와 ‘미술로서 사진’의 가능성을 실험한 '거울'(1975), '사과'(1976) 등이 소개된다.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 당시 청년작가들의 돌파구가 되었던 해외 비엔날레와 AG의 '서울비엔날레'(1974), '대구현대미술제'(1974-1979)를 상호 교차하여 한국 실험미술의 국제적 면모를 선보인다. 1960-70년대는 국제 교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특히 제8회 '파리비엔날레'(1973), 제13회'상파울로비엔날레'(1975) 등은 한국의 젊은 실험미술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심문섭의 '현전'(1974-1975), 박현기의 '무제(TV돌탑)'(1982), 이강소의 '무제 75031'(1975) 등 당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