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근대미술관, 민병헌 작가 초대전 '그레이' 개최 전북자치도 군산근대미술관(구 18은행)이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민병헌 작가 초대전 '민병헌 그레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촬영부터 암실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 아날로그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작품 20여 점이 공개된다. 아날로그 사진의 대가로 불리는 민 작가는 흑과 백 사이 수많은 회색조를 활용해 독창적인 서정미를 표현해왔다. 그의 고유한 시선과 표현 방식은 '민병헌 그레이(grey)'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확고한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전시 작품은 빛과 원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흐릿한 이미지 속에 피사체를 암시하는 기법으로 관람객에게 동양화나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회색의 미학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작가의 대표 시리즈인 Weed, Deep Fog, River, Snowland, Waterfall, Sky, Nude, Bird 등을 통해 일상과 자연의 장면이 환상적이고도 본질적인 형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40여 년간 아날로그 사진을 고수해온 민 작가는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제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감각의 재현이 아닌 내면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과 대상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의 감정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MoMA SF),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암스테르담 라익스뮤지엄 등 국내외 유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대표 전시로는 '회색의 미학'을 주제로 戒(갤러리 구조), 황홀지경(포스코미술전), 민병헌, 사진하다(스페이스22), 강(한미미술관) 등이 있다. 2025/06/2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본화랑, 민완기 사진전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은 단절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순환이다. 사진을 매개로 우주의 질서와 인간 존재를 사유해온 민완기 작가가 개인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연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본화랑에서 7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민완기는 뉴욕에서 사진 및 영상 기반 미디어아트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수상 경력을 쌓아온 작가다. 이번 전시는 ‘빛’과 ‘별’을 중심에 두고 구성됐다. 작가는 자연재해나 일상 속 균열을 마주하며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순간, 그는 수억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지금 이곳에 도달한 별빛에 시선을 둔다. 이미 사라진 별의 빛은 두려움을 넘어서는 위안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그가 포착한 우주의 시간성은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 하나의 순환임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별의 폭발이 먼지와 가스를 거쳐 다시 새로운 행성을 이루듯, 하나의 생은 또 다른 존재의 전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중심에 놓인다. 본화랑은 “이번 전시는 별빛이라는 매개를 따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유의 흐름을 경험하며, 이미지 너머로 드러나는 시간의 깊이와 존재의 순환을 직관적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06/20
대림미술관, '굿바이 타나아미!'…휴관일 없는 특별 개관 대림미술관은 현재 진행 중인 'Keiichi Tanaami: I’M THE ORIGIN' 전시의 종료를 앞두고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페어웰 위크(FAREWELL WEEK)’를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14일 개막 이후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모은 이번 전시는 아시아 팝아트의 선구자 케이이치 타나아미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페어웰 위크’는 마지막 한 주간 관람객들과의 작별 인사를 겸해 다양한 혜택과 프로그램을 마련한 특별 운영 주간이다. 페어웰 위크 기간 동안 대림미술관은 휴관일 없이 운영된다. 방문객 전원에게는 차기 전시 초대권과 건강 간식 브랜드 비카인드의 에너지바가 제공된다. 또한 전시 연계 아트 상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클리어런스 세일도 진행된다. 케이이치 타나아미 전시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작가의 60여 년 창작 여정을 조망한다. 전후 문화, 대중 매체, 기억과 꿈, 죽음과 낙원 등의 주제를 화려한 색채와 상징으로 풀어낸 약 7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타나아미 특유의 상상력과 시각 언어가 응축된 작업 세계를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소개한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다. 2025/06/20
개교 100주년 ‘송설동문전’ 개막…김천고 동문 작가 14명 참여 송설재단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로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김천고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동문 작가들의 특별한 전시를 연다. 20일 서울 중구 디휘테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송설 동문전’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동문 작가 14인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회화와 조각, 미디어아트,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참여한 작가들이 기부 형식으로 출품했다. 작품의 판매 수익은 전액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에 기부된다. 참여 작가는 다음과 같다. ▲김주호(조각, ‘태극 도깨비’) ▲김호창(회화, ‘고향나무’) ▲도지호(회화, ‘축문’) ▲조의환(사진, ‘jf010’) ▲허종수(조각, ‘칸16A’) ▲김현철(회화, ‘한라산 영실’) ▲조규창(회화, ‘우리들의 이야기’) ▲전진규(회화, ‘Eternity’) ▲배정하(회화, ‘담다’) ▲위세복(조각, ‘잠녀할망’) ▲이태량(회화, ‘증발하는 것들’) ▲정일영(회화, ‘사나사’) ▲이경호(미디어, ‘변화와 순환’) ▲이정수(조각, ‘과거로부터 수집된 얼굴’) 등이다. 전시는 오는 7월 4일까지 열린다. 한편 김천고는 1931년 일제강점기,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최송설당 여사가 전 재산을 희사하며 세운 학교다. ‘사립학교를 육성하여 민족정신을 함양하라(永爲私學 涵養民族精神)’는 건학 이념은 여전히 학교의 교육 철학을 이끄는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2025/06/20
185억 루벤스 작품이 가짜?…英내셔널갤러리 위작 논란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 중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델릴라'가 위작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내셔널갤러리는 198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작품을 250만파운드(약 46억3000만원)에 구매했다. 현재 화폐 가치로는 약 1000만파운드(약 185억3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내셔널갤러리가 해당 작품을 내건 이후 미술계 일각에서 해당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작품의 붓 터치가 어색하고 채색이 거칠며, 인물 묘사도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오래된 그림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미세한 균열조차 없다는 점에서 20세기에 제작된 복제품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루벤스 전문가 카시아 피사렉은 이 작품을 두고 "매우 문제가 많고 이상하게 현대적"이라고 평했다. 17세기 회화 전문가 크리스토퍼 라이트도 "(이 작품에는) 루벤스만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부족하다. 17세기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작품을 루벤스의 것으로 처음 기록했던 독일 역사학자 루트비히 후르하르트가 생전에 상업적 목적으로 많은 작품을 잘못 분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삼손과 델릴라' 역시 위작일 수 있다는 의혹이 더욱 커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림 뒤에 현대식 합판이 덧대어져 원작의 기원이나 연대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가 가려졌다는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화의 뒷면은 진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내셔널갤러리 측은 "작품 구매 2년 후인 1982년 이사회와 1983년 기술 보고서를 통해 패널에 대한 완전한 논의를 발표한 바 있다"면서 "구매 전부터 합판이 부착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삼손과 델릴라'는 오랫동안 루벤스의 걸작으로 인정받아 왔으며, 지금까지 이 작품의 진위를 의심한 루벤스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2025/06/20
뮤지엄 산×곰리 ‘그라운드’…열린 빛의 무덤 “판테온이 닫힌 무덤이라면, 그라운드(GROUND)는 열려 있는 무덤이자 생명의 장입니다.”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74)가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공동 협력한 신작 공간 ‘GROUND’가 강원 원주 뮤지엄 산(SAN)에서 처음 공개됐다. 건축, 조각, 자연이 하나로 호흡하는 이 공간은, 뮤지엄 산이 추구해온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공간'이라는 비전을 구현했다. 안토니 곰리의 세계 최초 상설관이기도 한 '그라운드'는 '거대한 빛의 무덤'이다. 침묵과 감각, 그리고 존재에 대한 경외심이 광장 전체를 관통한다. 19일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곰리는 “그라운드(GROUND)는 감각을 회복하는 장소”라며 “조각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감각의 촉매”라고 말했다. ◆ 조각, 건축, 자연이 호흡하는 공간 뮤지엄 SAN의 플라워 가든 아래 지하에 조성된 GROUND는 직경 25m, 천고 7.2m 규모의 원형 돔 공간이다. 지상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유리창 너머로 원형 본실이 펼쳐진다. 마치 플라톤의 동굴을 연상시키는 구조다. 곰리한 함께 만든 안도 타다오는 "이 공간에 대해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지구의 원형을 닮은 구조에 태양광이 내려와 하나의 해시계를 만든다"고 전했다. 천창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은 시간에 따라 내부 분위기를 변화시키며, 공간 전반에는 곰리의 철제 인체 조각 7점이 흩어져 있다.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의 약 4분의 3 규모에 해당하는 웅장한 공간은 조각과 건축, 자연이 하나로 결합된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이다. 천창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은 시시각각 공간의 색과 그림자를 바꾸며, 고요한 기도처럼 시간의 흔적을 조각 위에 새긴다. 곰리는 “빛과 철, 침묵과 공기의 흐름을 통해 조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첫 공개된 그라운드에 그도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시각적·청각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공간과 주 공간이 분리돼 있다. 유리창 너머로 산과 빛, 조각이 펼쳐지고, 관람자는 다른 관람자를 바라볼 수도 있다. 산과 예술의 관계를 고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곰리는 “GROUND의 입구는 시신경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입구에 벤치가 있고 마치 초대를 받아 주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전이의 경험을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라운드’의 외부는 자연 지형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내부는 콘크리트 질감과 천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조각을 관통한다. 열린 무덤 같은 이 광장은 죽음을 직시하면서도, 생명을 사유하게 만든다. 둥근 빛은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동굴 속 공간을 무대로 바꾸고, 조각뿐 아니라 관람자마저도 하나의 작품처럼 연결된다. 어둠 속에서 울리는 소리와 빛으로 이끄는 동선 안에서, 마침내 깨닫는다. “나는 자연의 일부다.” 이곳에서 진정으로 조각된 것은 조각 그 자체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 “녹슨 철은 피와 흙의 색…변화의 상징” ‘그라운드’는 고요한 정거장, 멈춰 선 시간의 장소다. 빛과 바람, 침묵과 울림이 조각과 함께 공간 안에서 공명하며, 감각의 여운을 남긴다. 천창을 통해 뚫고 들어오는 둥근 빛은 공간을 신성하게 만들고, 바닥에 눕고 앉고 서 있는 사각 블록의 인체 형상은 공간의 긴장에 방점을 찍는다. 곰리가 말한 “조각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감각의 사건”이라는 철학이 실현된 장소다. 곰리는 “빛을 받아야 했고, 흙과 대기를 머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철이라는 물질을 선택했어요. 피와 닮은 색, 시간과 호흡하는 금속이죠”라고 설명했다. 녹슨 철의 색은 피와 태양, 흙의 색과 연결돼 있으며, 산소에 의해 변하는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철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과 호흡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몸을 상징합니다”고 덧붙였다. 7점의 조각을 설치한 데 대해 그는 “고체의 단단한 질량이 필요했다”며 “닻 같고, 에너지 배터리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는 교토 료안지 정원의 15개 바위에서 착안한 구성으로, “고요하고 정지된 정거장을 상상했다”고 했다. 곰리는 “침묵 속에 놓인 오브제들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도 궁금하다”면서 “공간 자체가 변화에 노출돼 있는데, 그 변화를 조망하게 될 것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 “내 조각은 모든 질문을 실체화한 것” “예술은 삶이 충만하게 표현되는 실제 세계 속에 있어야 한다.” ‘조각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안토니 곰리는 “그 자체가 질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념을 주장하거나, 우주론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이 세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묻고 싶을 뿐이죠. 작품의 주제는 오히려 그것을 경험하는 관람자에게 있습니다. 그라운드는 몸이 딛고 설 수 있는 땅이자, 감각과 사유의 장입니다.” 안토니 곰리는 인간의 몸을 중심에 둔 조각 실천을 통해 조형 언어의 전통적 개념을 재정의해 온 작가다. 초기에는 자신의 몸을 석고로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조각을 제작했고, 이후 인체의 구조와 존재 조건에 대한 물리적·철학적 탐구를 거쳐 점차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작업을 확장해왔다. 1994년 터너상을 수상했고 1998년 영국 북부 탄광도시 게이츠헤드에 설치한 가로 54m 크기 '북쪽의 천사'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인도와 네팔에서 3년간 명상 수행을 경험했고, 자신의 몸을 석고로 캐스팅하는 행위에서 일종의 ‘무덤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입에 겨우 빨대를 물고 석고 속에 누워 있을 때,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명확한 ‘존재’를 느꼈습니다. 그때 공간은 단지 물리적인 경험이 아니라, 우주의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 “몸은 기체이자 흐름…전시는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뮤지엄 SAN 청조갤러리 전관(1~3관)에서 20일부터 열리는 안토니 곰리의 대규모 개인전 'DRAWING ON SPACE'는 조각 7점, 드로잉·판화 40점, 설치작품 1점 등 총 48점의 작품을 통해 곰리 예술의 핵심 축인 ‘몸-공간-에너지’의 삼각 관계를 조망한다. 곰리는 이번 전시를 “물질의 세 가지 상태”로 구성했다. 1관에서는 기포처럼 유동적인 인체 형상을 탐색한 조각 연작 ‘Liminal Field’를, 2관에서는 인간 내면의 감각과 의식 흐름을 시각화한 드로잉 ‘Body and Soul’ 시리즈를, 3관에서는 우주의 궤도와 몸의 관계를 은유한 대형 설치작품 ‘Orbit Field II’를 각각 선보인다. “버블 형태의 조각은 인간의 연약함과 개방성을 표현한 것”이라며 “몸은 기체이자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곰리는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에서는 무게와 질량을 지닌 고체 형태로 몸을 구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와 상반되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통해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며 “버블 형태의 조각은 에너지를 다루는 작업이고, '그라운드'의 조각은 질량을 지닌 몸을 다루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 “조각은 회복의 예술…몸은 우주의 매개체” “디지털 기기에 갇힌 시대, 조각은 다시 ‘만지는 세계’를 되찾게 한다. 점점 사이보그화되고 있지만, 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우주만큼 미지의, 자율적인 존재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느끼는 우주의 매개체다.” 곰리에게 예술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선 생태적·존재론적 실천이다. 그는 조각을 “지질학적 유한성”을 다루는 작업이라 정의하며, 자본주의의 소비 방식이 아닌, 살아 있는 세계 안에서의 예술을 지향해왔다. “예술은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실천입니다. '그라운드'는 그 출발점이자 실험장이 될 겁니다. 디지털 환경이 인간성을 잠식하는 시대, 예술은 인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그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처럼 죽음과 삶을 통합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는 지금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적 현실과 대비된다”며 “조각가는 인간의 유한성을 다루는 사람이며, 그것을 알리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일인 20일 안토니 곰리가 직접 참여한 특별 강연도 열린다. 곰리가 직접 ‘GROUND’와 이번 전시에 담긴 철학적 관점을 소개하며, 인간 존재와 공간, 감각의 상호작용에 대한 사유를 관람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안토니 곰리의 개인전 'DRAWING ON SPACE'는 오는 11월 30일까지 뮤지엄 SAN에서 계속된다. 2025/06/19
국립중앙도서관, 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집중 조명 국립중앙도서관이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상 최초 6관왕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내달 31일까지 본관 3층 연속간행물실에서 'K-뮤지컬' 특별 코너를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코너는 한국 뮤지컬의 태동과 성장, 세계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수상'과 'K-뮤지컬' 두 분야로 구성됐다.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수상'에서는 ▲작품에 관한 자료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한 박찬휴 작가 과거 인터뷰 ▲토니상 시상식 영상 ▲토니상 수상 관련 주요 기사 등을 전시한다. 'K-뮤지컬'에서는 1966년 초연된 한국 최초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악보와 공연 영상을 비롯해 1994년 이후 국내에서 공연된 190여 편의 뮤지컬 하이라이트 영상과 작품 설명, 현재 상영 중인 작품 정보, 뮤지컬 관련 도서 등을 전시해 한국 뮤지컬의 과거와 현대를 조망한다. 임재범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정보서비스과장은 "토니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공연예술의 저력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돼 매우 뜻깊다"며 "이번 코너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예술성과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코너는 국립중앙도서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2025/06/19
비장애·장애 경계 없이…리움미술관 '감각 너머2025' 개최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감각과 예술, 미디어와 공동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 프로젝트 '감각 너머 2025'를 연다. '감각 너머'는 신체적 차이보다 ‘감각의 다양성’에 주목하며, 예술을 통해 보다 포용적인 감상 경험을 실험해온 리움의 대표 접근성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키워드는 ‘미디어(Media)’.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적 수단이 아닌, 감각 간의 소통을 매개하는 새로운 언어로 미디어를 조명한다. 리움미술관은 “단순한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서, 미술관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실천”이라고 소개했다. ◆감각의 언어를 재조립하는 워크숍들 5월에는 청각장애 예술가 김은설이 이끈 '겹겹이, 감각을 편집하는 중입니다' 워크숍이 열렸다. 청각장애 청소년과 발달장애 성인 참여자들은 진동, 그림자, 빛, 질감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과 촉각으로 탐색하며 표현의 확장을 시도했다. 오는 20일, 22일에는 작가이자 미국 뉴욕대학교(NYU Tisch ITP) 교수인 송예슬이 '검은 상자의 속삭임' 워크숍을 연다. 촉각 센서와 피지컬 컴퓨팅 장비를 활용해 말이 아닌 ‘떨림과 감촉’으로 감각적 언어를 탐색하고, 참여자들은 직접 인터랙티브 오브제를 제작하며 미디어의 비언어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7~8월에는 시각장애 관객과 일반 관람객이 함께 감상법을 개발하는 워크숍 《보자보다보니까》가 10회 열릴 예정이다. 공연예술가 이성수, 허영균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은 ‘시각 중심의 감상’에서 벗어난 다중 감각적 접근을 시도하며, 9월에는 해당 방식으로 실제 전시 감상 실험도 진행된다. ◆확장된 포용성…국제 포럼과 교류도 9월 17~27일에는 ‘감각-기술-신체’를 잇는 예술적 매개로서의 미디어를 조명하는 국제 포럼이 개최된다. 국내외 이론가와 예술가들의 강연은 물론, 다양한 워크숍과 퍼포먼스, 상영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특히 프랑스 마르세유 보자르 산하 피랩 크레아시옹(PiLAB Création)과 함께, 수어가 아닌 몸짓으로 감상하는 워크숍이 작년에 이어 다시 열린다. 감각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실천의 일환이다. 리움 교육연구실 김태림 학예연구원은 “'감각 너머'는 미디어를 통해 감각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연결 방식을 실험해나가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감각이 공존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감각 너머'는 2021년 청각장애 아동 대상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해마다 워크숍과 포럼, 출판 등을 통해 ‘예술과 접근성의 관계’를 조명해왔다. 특히 2023년부터는 매년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신체 조건을 넘어서는 공동 창작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5/06/19
'동화 노벨상' 백희나 "공감할 때 책 매력 빠져…어떤 생각갖고 사느냐 중요" "공감이 있을 때 책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됩니다." 백희나(54) 그림책 작가는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 프로그램 '이야기와 감각' 강연에서 "문화적 접점이 없는 외국인,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어필이 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항상 숙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백희나 작가는 이야기 모티브를 어디서 얻는지 묻는 참석자 질문에 "순간순간의 결정과 선택들이 모여서 저라는 인격을 만들고, 책에도 반영이 된다. 그렇게 반영된 저의 생각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켰을 때 그게 어필이 될 수 있다"며 "하루하루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느냐가 어떤 모티브나 아이디어보다 몇 배는 더 무게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희나 작가는 지난 2020년 3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 상은 스웨덴 정부가 2002년 만들었다. 백 작가 첫 작품인 '구름빵'을 비롯해 '삐약이 엄마(2011)', '나는 개다(2019)', '알사탕(2017)' 등 6편이 선정작으로 게재됐다. 특히 '알사탕'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말 국내 개봉한 뒤,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백 작가는 아이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을 받자 "옛날 생각을 해보면 저는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 함께 참석한 이기섭 북 디자이너는 "제가 어렸을 때보다 요즘은 부모님들이 하지 말라는게 더 많다"며 "창의력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해야 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믿고 맡겨주면 창의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백 작가는 그림책 제작 작업을 10년 이상 함께 해 온 이기섭 북 디자이너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두 사람은 2009년 'CJ 그림책 축제' 행사에서 예비 심사위원으로 만난 뒤, 이듬해 동네 주민 인연으로 만났다가 그림책 제작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후 수년 뒤 평소 독립출판사를 꿈꿔왔던 백 작가는 이기섭 북 디자이너에게 그동안 출간했던 자신의 책들의 개정판을 디자인해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백희나 작가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 '스토리보울'이 2023년 12월에 세워졌고, 스토리보울을 통해 백 작가의 그림책 개정판이 새롭게 출간됐다. 백희나 작가는 디자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으로 '알사탕 제조법'을 꼽았다. 그는 "알사탕 제조법 책은 재료를 알려주는 텍스트가 있고, 도화지가 있고, 구성요소가 굉장히 많다"며 "디자인적으로 깔끔하고, (이기섭 북 디자이너가) 레시피처럼 해주셨다. 디자인적으로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이기섭 북 디자이너는 '해피 버쓰 데이'가 최고로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독자들의 반응이 없으면, 태세 전환을 해야 한다.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 살짝 스트레스였지만, 백 작가와 같이 작업하면서 서로 배우고 자기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며 "해피 버쓰 데이가 좋았고, 과정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해피 버쓰 데이'는 지난해 12월 출간된 백 작가의 신작이다. '알사탕 제조법'에 이어 스토리보울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 신작 그림책이다. 백 작가는 '해피 버쓰 데이'에 등장하는 주인공 얼룩말 소녀 제브리나를 비롯해 세트와 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 사진 촬영하는 방식으로 그림책을 제작했다.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던 제브리나가 이모로부터 하루에 한 벌 씩 새 옷이 나오는 마법의 옷장을 선물받은 뒤 활기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백 작가는 "제브리나가 이모한테 선물 받아서 포장을 벗기는 장면이 나온다. 제브리나에게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어서 자연광이 뒤쪽 창문으로부터 쫙 들어오는 것을 원했다"며 "조명으로 이를 만들어낼 능력이 안되어서 햇빛 좋은 날 마당에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기섭 북 디자이너가 "포토샵으로 가능한데"라고 하자, 백 작가는 웃으며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그는 제브리나가 비를 맞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당시 장마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백 작가는 "저게 정말 햇빛인지, 비인지 독자들이 다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며 "비싼 비용을 들여 사진을 찍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이것을 마음껏 볼 거라고 저는 믿는다. 평생 추억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가치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6/18
갤러리현대 55주년 기념 아트숍 오픈…이중섭·김환기 포스터 판매 한국 현대미술사를 함께 써온 작가들의 귀한 판화와 포스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가 개관 55주년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와 연계해 ‘갤러리현대 아트숍’을 새롭게 오픈했다. 신관 입구에 마련된 이 공간은 2025년 한 해 동안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김창열 등 갤러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주요 작가들의 빈티지 판화와 포스터를 선보인다. 이번 아트숍에서 전시·판매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1990년대 제작된 오리지널로, 재제작되지 않는 한정 수량이라는 점에서 소장 가치가 높다. 특히 갤러리현대 55주년을 기념해 특별 제작된 이중섭의 '꽃과 아동'(부산 시절로 추정) 이미지 포스터도 처음 공개된다. 갤러리 측은 “지난 55년간의 아카이브를 미술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시 조명하는 자리”라며 “한국 현대미술사의 다양한 지점들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트숍은 상시 운영되며 누구나 관람 및 구매가 가능하다.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