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 국중박 1억원 기부…"앞으로도 함께" 방탄소년단(BTS) RM(김남준)이 국립중앙박물관에 1억원을 기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9일 박물관 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를 통해 박물관 소장품 구입에 써달라며 후원금 1억원을 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6월 RM은 박물관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 후원금은 박물관회가 박물관 소장품을 구입·기증할 때 활용될 예정이다. RM은 "국립중앙박물관 글로벌 홍보대사로서 박물관에 후원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 "앞으로도 박물관과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2026/09/30
일주일 남은 궁중문화축전, 현장 프로그램 보니 7일 앞으로 다가온 '2026년 가을 궁중문화축전'에서는 사전예약 없이도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됐다. 30일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함께 내달 7일부터 11일까지 4대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에서 궁중문화축전을 개최한다. 축전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종로구 창덕궁 희정당에서는 특별전시 '조선 공간 미학: 백의 질서'가 진행된다. 백종환 WGNB 대표가 전시 연출을 맡아 '몸각적 공간', '관계의 미학', '연속되는 풍경', '생동하는 여백'을 주제로 조선이 지켜온 질서를 표현한다.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는 내달 9일과 10일 오후 12시와 3시 30분에 '창경궁 시간여행'이 준비됐다. 명정문, 통명전, 함인정, 문정전으로 옮겨 가며 조선 왕실의 생활사를 보여줄 예정이다. 창경궁 대온실 옆마당에서는 축전 기간 궁궐 조경 속 식물 이야기를 듣고 종이 꽃다발을 만들어 보는 '장원서의 꽃'이 진행된다. 축전 기간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는 순종황제 승하 100주년을 기념해 관련 전시와 인공지능 활용 친담회 등으로 구성된 '광무에서 융희까지'가 진행된다. 이 외에도 '궁중문화축전 길놀이'와 '궁중놀이방', '종묘 수문장 순라의식', '모두의 풍속도' 등이 운영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궁중문화축전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진미경 궁중문화축전팀장은 "궁궐 곳곳에서 펼쳐지는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 우리 유산의 깊이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9/30
‘천재들의 상’ 받았다…김 크리스틴 선, 2026 맥아더 펠로 선정 ‘소리’를 듣는 대신 보고, 그리고 몸으로 번역해온 작가 김 크리스틴 선이 이른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미국 맥아더 펠로십을 받았다. 존 D.와 캐서린 T. 맥아더 재단은 김 크리스틴 선을 2026년 맥아더 펠로(MacArthur Fellow)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맥아더 재단은 김 크리스틴 선을 “소리, 구어, 소통의 정치적·문화적·다감각적 차원을 탐구하는 작가”로 소개했다. ‘지니어스 그랜트(Genius Grant)’로도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은 예술가와 과학자, 작가, 인문·사회과학자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성을 보여주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큰 인물에게 수여한다. 수상자에게는 80만 달러(약 11억원)의 지원금이 5년에 걸쳐 지급된다. 사용처에 제한이 없고 별도의 결과물이나 보고 의무도 없는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no strings attached)’ 방식이다. 별도의 지원 절차도 없다. 초청받은 외부 추천자가 후보를 추천하고 독립 선정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김 크리스틴 선은 소리를 듣는 경험 대신 소리와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로잉과 설치, 퍼포먼스 등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왔다. 소리를 단순한 청각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권력, 소통의 문제로 확장해온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 현재 국내에서도 그의 작업을 잇달아 만날 수 있다. 첫 국내 갤러리 개인전이자 갤러리현대와 함께하는 첫 개인전 ‘달 마음’이 오는 10월18일까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MMCA×LG OLED 시리즈 2026: 김 크리스틴 선-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이 11월29일까지 이어진다.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MUDAM)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FOR EVER’는 2027년 1월10일까지 계속된다. 2026/09/30
추석 연휴 4대궁, 종묘, 조선왕릉 84만명 찾았다 올해 한가위 기간 서울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이 84만명을 넘었다. 30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지난 24~27일 4일간 4대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방문한 이는 총 84만6513명으로 집계됐다. 국가유산별로 보면 경복궁 관람객이 36만97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창경궁 15만1989명, 덕수궁 9만6349명, 창덕궁 8만9335명, 종묘 4만6366명이 뒤를 이었다. 조선왕릉에는 총 10만1495명이 방문했다. 관리소별로 서부지구관리소 4만1523명, 중부지구관리소 3만2593명, 동부지구관리소 1만5313명, 세종대왕유적관리소 1만2066명 순이다. 추석 연휴 4대궁, 종묘, 조선왕릉 관람객 수는 연휴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날씨, 한류 영향 등 여러 요인에 영향받는다. 올해 추석 연휴 관람객 수는 지난해 연휴와 비교하면 57만1844명(약 40%) 감소한 수치다. 단 연휴 하루 평균 방문객 수로 보면 올해는 21만1628명으로 5년 새 최고치다. 7일이었던 지난해 연휴(10월 3~9일)는 총 141만8357명(일평균 20만2622명), 5일이었던 2024년 연휴(9월 14~18일)는 54만1521명(일평균 10만8304명)이 다녀갔다. 또 6일이었던 2023년 연휴(9월 28일~10월 3일)는 125만5055명(일평균 20만9176명), 4일이었던 2022년 연휴(9월 9~12일)는 53만4109명(일평균 13만3527명)이 방문했다. 2026/09/30
“보이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봤다”…시각장애인이 미술관 도슨트로 그림을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뜻할까. 색과 형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도 소리를 듣고, 공간을 느끼고,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는 그렇게 그림을 감상해온 시각장애인들이 관람객 앞에 서서 자신이 ‘본’ 미술을 들려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장애인 감상 워크숍 ‘시선 너머의 예술’ 참여자들이 직접 전시 해설자로 나서는 ‘일일 도슨트’ 프로그램을 오는 10월17일과 24일 오후 5시 덕수궁에서 운영한다. 대상 전시는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다. ‘시선 너머의 예술’은 시각장애인이 미술관에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의 해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3월 시각장애인 감상단 10명과 감상지원 도슨트 10명을 모집했다. 4월 ‘소멸의 시학’을 시작으로 9월 ‘서도호’전까지 매월 한 차례씩 감상단과 도슨트가 1대1로 팀을 이뤄 서울관과 덕수궁의 주요 전시를 감상해왔다. 기존 시각장애인 접근성 프로그램이 음성해설과 점자·촉각자료 등을 통해 작품 정보를 시각 이외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시선 너머의 예술’은 질문과 대화를 통한 능동적인 감상에 초점을 맞춘다. 감상지원 도슨트가 작품의 형태와 색, 공간 등 시각정보와 작가에 대해 설명하면 시각장애인 감상단은 궁금한 점을 묻는다. 여기에 자신의 감각과 기억, 경험을 연결해 작품을 해석한다. 정보를 전달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작품을 스스로 해석하는 감상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10월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동안 축적한 감상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일일 도슨트’가 돼 관람객을 만난다. 시각장애인 일일 도슨트와 감상지원 도슨트가 한 팀을 이뤄 이대원의 작품을 소개하고, 감상 과정에서 떠올린 질문과 이미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한 자신만의 작품 해석을 관람객과 나눈다. 윤태욱 국립현대미술관장 직무대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작품을 해석하고 도슨트로서 자신의 관점을 다른 관람객과 나누는 새로운 시도”라며 “앞으로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관점이 만나고 서로의 감상을 확장하는 ‘모두의 미술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26/09/30
방탄소년단 RM, 수집으로 건네는 내밀한 자기소개…'RM x SFMOMA' 10월3일 개막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김남준)의 예술 세계가 미국 대표 미술관을 통해 펼쳐진다. 30일 소속사 빅히트 뮤직(하이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오는 10월3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특별전 'RM x SFMOMA: 비트윈 유 앤 미(Between You and Me)'를 연다. 미술관 설립 이래 K-팝 아티스트와의 첫 협업이자, RM의 개인 소장품을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다. 전시에는 RM의 소장품 약 140점을 비롯해 미술관 소장품 등 총 180여 점이 내걸린다. 윤형근·박래현·장욱진·권옥연·김윤신·도상봉 등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마크 로스코, 아그네스 마틴, 앙리 마티스, 조지아 오키프, 백남준, 김환기 등의 명작과 한자리에서 호흡한다. 도자기와 서예, 회화, 조각을 아우르며 자연·기억·실존이라는 보편적 화두를 탐구한다. 특히 RM 소장품 대다수는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RM은 큐레이션 전반에 직접 참여해 한·영 전시 글과 해설, 양국어 오디오 가이드 녹음, 전시장 배경음악 선곡까지 도맡았다. RM은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모은 컬렉션만큼 그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이번 전시는 꽤 긴 자기소개가 될 것"이라며 "한국 밖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일 수 있는 한국 근현대 작가들에게 더 나은 관점과 감각을 보태고 싶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베드포드 SFMOMA 관장은 "예술을 둘러싼 글로벌 대화를 확장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방향성과 맞닿은 기획"이라며 "RM을 통해 현대미술과 한국 미술을 접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RM은 유명한 미술 애호가다. 휴가 등 시간이 나면 국내외 여러 미술관을 다닌다. 과거 국내에선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 등을 찾았다. 이후 팬덤 아미들이 미술관을 잇따라 방문해 각 지역의 미술관과 해당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 RM은 또한 카우스(KAWS)와 무라카미 다카시 등 세계적인 작가뿐만 아니라 이대원·김종학과 같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는 '열렬한 수집가'다. 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 보존 및 복원에 써 달라"며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기부하는 문화재 지킴이이기도 하다. 2022년엔 미국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 뉴스가 RM을 '혁신가 35인'로 선정하며 '투자자'(The Investors) 카테고리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또 솔로 정규 1집 '인디고(Indigo)'(2022)의 첫 트랙 '윤(Yun)'은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이라 불리는 윤형근 화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는 말했지 늘, 먼저 사람이 돼라 / 예술 할 생각 말고 놀아 느껴 희로애락" 등의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은 미국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 중 하나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회화, 조각, 사진, 건축, 디자인 및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2026/09/30
진짜인가, 그림인가…‘벽돌 작가’ 김강용의 변신 ‘벽돌 작가’ 김강용의 화면에 여백이 생겼다. 수십 년간 화면을 빼곡히 채웠던 벽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사이가 넓어지며 입방체와 빛, 그림자가 떠올랐다. 진짜인가, 그림인가. 김강용의 작품은 여전히 보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모래와 물감으로 만든 거친 평면이다. 몇 걸음 물러서면 입방체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안으로 들어간 듯 보인다.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에서 눈이 흔들린다. 김강용 개인전 ‘KIM KANG YONG: REALITY IMAGE’가 오는 10월2일부터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열린다. ‘벽돌 작가’로 알려진 김강용이 오랜 시간 벽돌을 매개로 구축해온 회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김강용의 벽돌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개발에서 출발했다. 그의 관심은 완성된 도시보다 도시를 구성하는 작고 평범한 사물과 개발 과정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존재를 향했다. 대량생산되는 벽돌은 하나하나 이름 없는 단위지만 수없이 반복되고 쌓이며 건물과 도시를 만든다. 작가에게 벽돌의 반복과 구성은 개별 존재와 집단, 존재와 익명성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였다. 그러나 같은 대상을 오랫동안 그리는 동안 작가의 시선도 달라졌다. 벽돌 자체에서 벽돌과 벽돌 사이로 이동했다. 간격과 여백, 빛과 그림자, 면과 공간이 중요해졌다. 화면을 가득 메웠던 벽돌의 밀도는 낮아지고 빈 공간은 넓어졌다. 최근 작품에서는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구체적인 벽돌은 하나의 입방체로 환원됐다. 실제 모래와 물감으로 만든 평면 위에 그림자가 더해지면서 깊이와 공간의 환영이 생겨난다. 가까이에서 보면 물질적인 표면이지만 거리를 두는 순간 평면은 깊이를 가진 이미지로 바뀐다. 실재와 환영, 평면과 공간의 경계가 흔들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025년작 ‘Reality+Image’ 연작은 그 변화를 압축한다. ‘Reality+Image 2511-2619’에서는 흰색 입방체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가장자리와 일부 틈에서 분홍과 붉은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입방체마다 생긴 그림자는 실제 물체가 화면에 붙어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넓은 흰색 또는 푸른 화면에 몇 개의 입방체만 남겨놓으며 여백과 공간 자체를 전면으로 끌어낸다. 김강용은 모래를 접착제와 섞어 캔버스에 바르고 그 위에 물감과 음영을 더하는 방식으로 실제 벽돌 같은 질감을 만들어왔다. 평론가 송미숙은 이 같은 작업이 관객에게 실제 벽돌을 보는 것인지 그림을 보는 것인지 혼란을 일으키며, 작품을 따라 움직일수록 그 시각적 교란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화면이 비워지면서 김강용의 질문은 오히려 ‘본다는 것’으로 향한다. 무엇을 그렸느냐보다 하나의 대상이 어떻게 이미지가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어떻게 현실이라고 인식하는지를 묻는다. 1978년 ‘사실과 현실’에 참여하며 한국 극사실회화의 흐름을 이끈 작가는 1983년 국립현대미술관 청년작가초대전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동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등 국내외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9/30
작품 200점은 ‘공명’했나…창원조각비엔날레에 남은 질문[현장] 성산아트홀에 들어서자 난데없는 ‘키치의 산’이 관객을 맞는다. 한요한과 박기인의 미디어 설치작품 '창원을 봄'이다. 화려한 문양의 카펫이 깔린 계단 위로 물건들이 산처럼 쌓였다. 석고상과 낡은 모니터, 조화와 전구, 선풍기와 파이프가 뒤엉켰다. 고전 조각을 흉내 낸 흰 여인상은 한 손에 파란 비닐봉지를 들었다. 우아함과 싸구려,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충돌한다. 번쩍이고 요란하다. 일부러 질서를 흐트러뜨린 키치의 미학이다. 화려하다 못해 어지럽다. 마치 버려진 이미지와 사물들이 쌓여 만든 ‘쓰레기 산’ 같다. 제8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열리는 성산아트홀 로비의 첫 풍경이다. 로비 안쪽에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불쑥 솟아 있다. 멕시코 작가 페드로 레예스의 ‘핵무기 제로(Zero Nukes)’다. 공기 주입식 버섯구름 위에 ‘ZERO NUKES’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핵무기 감축이 아니라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강렬한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그런데 서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전시로 이어지는지는 선뜻 잡히지 않는다. 이 비엔날레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30일 개막하는 2026창원조각비엔날레는 ‘공명장(Resonance Field)’을 주제로 세계 41개 도시·지역에서 74팀 81명의 작가가 참여해 200여 점을 선보인다. 예산은 20억원 규모다. 성산아트홀을 중심으로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까지 도시 곳곳을 전시장으로 확장했다. 조혜정 감독과 중국의 장쥔(Jiang Jun) 감독이 공동예술감독을 맡았다. 외국인 감독과 공동감독 체제로 열리는 것은 창원조각비엔날레 사상 처음이다. 29일 기자들과 만난 조혜정 감독은 "공명은 같음이 아니라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색이 하나로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색을 유지한 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이번 비엔날레는 그 모습을 서로 다른 역사와 기억이 한 도시에 중첩된 창원에서 찾았다. 마산의 바다, 진해의 군항과 철도, 계획도시 창원의 산업적 시간이 하나의 역사로 봉합되지 않고 공존한다. 비엔날레는 이 차이를 도시의 결함이 아니라 서로 다른 리듬이 부딪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공명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기획 의도는 선명하다. 문제는 그 ‘차이’가 실제 전시장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느냐다. 개별 작품에는 분명 힘이 있다. 그러나 작품들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공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들이 왜 한 비엔날레 안에서 만나야 하는지, 그 만남에서 어떤 새로운 관계가 발생하는지가 관객에게 선명하게 전달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성산아트홀에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작품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조각과 설치, 영상과 오브제가 이어지지만 작품과 작품을 연결하는 맥락은 느슨하다. ‘공명장’이라는 개념은 설명 속에서는 존재하지만 전시장에서는 관객 스스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차이는 넘치지만 그 차이를 ‘공명’으로 바꾸는 큐레이팅의 연결부가 충분히 작동하는지는 의문이다. ◆성산아트홀 밖에서 살아난 ‘공명’ 반면 성산아트홀을 벗어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원의집과 창원마루에서는 작품이 전통건축의 시간과 여백을 끌어안으며 장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창원의집 퇴은정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작가 마날 알도와얀(Manal AlDowayan)의 황동 입술 세 점 ‘내 말을 들어줘(Listen to Me)’가 놓였다. 거대한 입술은 말하기와 침묵, 듣기의 관계를 묻는다. 열린 정자와 대숲 사이에 놓인 입술은 독립된 조각을 넘어 주변 공간과 관계를 맺는다. 창원마루에서는 조소희의 ‘…어디…’가 누각을 가로지른다. 손으로 반복해 뜨개질한 실이 거대한 그물처럼 공간을 채우면서도 완전히 막지는 않는다. 작가가 말하는 ‘공백을 짜는’ 작업이다. 실 사이로 빛과 바람, 관객의 시선이 드나든다. 작품이 전통건축을 압도하지도, 건축이 작품의 배경으로 물러서지도 않는다. 이곳에서는 작품과 장소가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공명장’이라는 주제가 비로소 감각적으로 읽힌다. 옛 진해역에서도 장소의 힘이 작품을 끌어올린다. 김수자의 ‘연역적 오브제-더 그리드’는 벽돌을 반복적으로 쌓아 만든 작업이다. 직조와 바느질, 보따리를 통해 오랫동안 탐구해온 ‘위빙(Weaving)’의 개념을 건축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철길의 선형 구조와 반복되는 벽돌의 그리드가 만나면서 오래된 역사는 단순한 작품의 배경이 아니라 작업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통영 출신 심문섭의 ‘반추’도 옛 진해역이라는 장소와 맞물린다. 통영의 바다에서 출발한 배가 과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했던 역사에 머문다. 자개로 상감한 배에는 바다와 철길, 출발과 도착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이 포개진다. 장소와 작품이 제대로 만났을 때 ‘공명’이 무엇인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감각할 수 있다. ◆묵직한 특별전…그러나 본전시와의 ‘사이’ 성산아트홀 지하 1층 특별전 ‘조각 이전의 조각(Sculpture Before Sculpture)’도 묵직하다. 조혜정 감독이 기획한 특별전은 조각이 근대 서구미술에서 독립된 장르로 제도화되기 이전부터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어온 방식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김윤신, 심문섭, 마더성(Ma Desheng), 박석원, 정관모, 잔왕(Zhan Wang), 주밍(Ju Ming) 등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깎기·비우기·묶기·쌓기’라는 원초적인 조형 행위를 통해 살핀다. 동아시아 조각의 흐름과 물질성을 짚는 작품들은 비엔날레의 장르적 기반을 단단하게 환기한다. 그러나 이 묵직한 특별전에서 나오면 다시 서로 다른 언어의 본전시 작품들이 이어진다. 특별전이 던진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본전시의 다양한 실험이 어떻게 하나의 ‘공명장’으로 연결되는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결국 이번 비엔날레의 편차는 작품 자체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드러난다. 좋은 작품은 적지 않다. 창원의 역사와 장소를 제대로 끌어안은 작품도 있다. 조 감독의 말처럼 공명이 ‘차이’에서 시작된다면 이번 비엔날레에는 그 차이가 충분하다. 문제는 차이를 모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차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냈느냐다. 성산아트홀과 창원의집, 진해역, 마산어시장으로 전시장을 도시 전체에 펼친 시도도 흥미롭다. 하지만 장소가 많아지는 것과 하나의 비엔날레가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흩어진 전시장 사이에 어떤 서사와 관계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왜 창원에서 ‘조각’ 비엔날레인가 올가을 전국은 비엔날레 시즌이다. 광주와 부산, 제주에서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고 경기도자비엔날레에 이어 창원조각비엔날레까지 가세했다. 비엔날레가 넘쳐날수록 질문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왜 이 도시에서 이 비엔날레를 해야 하는가. 지역 비엔날레에서 장소는 단순한 개최지가 아니라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최근 제주비엔날레는 제주의 돌과 신화,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동시대미술의 언어로 끌어들이며 제주라는 장소 자체를 전시의 방법으로 삼았다. 창원에도 재료는 충분하다. 산업도시의 역사와 조각이라는 장르적 기반이 있다. 통합도시인 마산·창원·진해에는 서로 다른 기억과 풍경이 켜켜이 쌓여 있다. 실제 이번 전시에서도 창원의집과 창원마루, 옛 진해역처럼 작품과 장소가 제대로 만난 순간에는 ‘공명장’이라는 주제가 살아났다. 문제는 그 순간들이 하나의 비엔날레를 이루는 힘으로까지 이어지느냐다. 20억원의 예산, 200여 점의 작품, 세계 41개 도시·지역의 작가들을 불러 모은 뒤 남아야 할 것은 규모가 아니다. 왜 창원에서 ‘조각’ 비엔날레를 하는가. 좋은 작품을 모으는 것과 좋은 비엔날레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모태로 2012년부터 격년제로 이어온 창원조각비엔날레는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를 표방한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작품이 아니다. ‘창원에서만 가능한 조각비엔날레’가 무엇인지에 대한 더 선명한 답이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다. 2026/09/29
진해역 철길에 쌓아 올린 김수자 신작 ‘그리드’…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29일 경남 창원 옛 진해역 철길 옆에 김수자의 신작 ‘연역적 오브제-더 그리드’(2026)가 설치돼 있다. 벽돌과 시멘트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작품으로, 김수자가 직조와 바느질, 보따리 작업을 통해 오랫동안 탐구해온 ‘위빙(Weaving)’의 개념을 건축적 공간으로 확장했다.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직물처럼 벽돌의 반복과 축적이 하나의 구조를 만든다. 특히 철길의 선형 구조와 반복되는 리듬이 작품의 격자 구조와 맞물리며 옛 진해역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품은 30일 개막하는 제8회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Resonance Field)’에서 공개된다. 세계 41개 도시·지역에서 74팀 81명의 작가가 참여해 200여 점을 선보인다. 성산아트홀을 중심으로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까지 도시 곳곳이 전시장이 된다. 조혜정 감독과 중국의 장쥔(Jiang Jun) 감독이 공동예술감독을 맡았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외국인 감독과 공동감독 체제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다. 2026/09/29
통영서 온 심문섭 ‘반추’ 옛 진해역에 닿다…2026창원조각비엔날레 29일 경남 창원 옛 진해역사에 심문섭의 ‘반추’(2026)가 설치돼 있다. 통영의 나전으로 빚은 배로, 목재와 철재에 자개 상감 옻칠을 더했다. 통영 바다와 당포·율포의 기억을 품은 배가 한때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오갔던 옛 진해역에 놓였다. 바다의 길과 철길, 출항과 출발, 귀환과 도착의 시간이 한 공간에서 겹쳐진다. 작품은 30일 개막하는 제8회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Resonance Field)’에서 공개된다. 세계 41개 도시·지역에서 74팀 81명의 작가가 참여해 200여 점을 선보인다. 조혜정 감독과 중국의 장쥔(Jiang Jun) 감독이 공동예술감독을 맡았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다.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