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큐브 서울, 새해 첫 전시는 이성자·에텔 아드난 2인전 화이트 큐브(White Cube)가 전 세계 지점에서 열릴 2026년 전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의 개인전과 대규모 프로젝트로 펼치는 내년 전시는, 각 도시의 문화적 흐름과 글로벌 아트 페어 일정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에텔 아드난(Etel Adnan)과 이성자(Seundja Rhee)의 2인전으로 새해 시즌을 연다. 이어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엘 아나추이(El Anatsui)의 개인전이 서울과 홍콩 두 공간에서 동시 개최된다. 상반기에는 타키스(Takis)의 개인전이 이어지며, 홍콩에서는 ‘Inside the White Cube’ 프로그램을 통해 샤킬 화이트(Shaqúelle Whyte)의 전시가 소개된다. 런던 버몬지에서는 클라라 호스네들로바(Klára Hosnedlová)의 영국 첫 개인전과 왕슈이(WangShui)의 ‘Inside the White Cube’ 전시로 시즌을 시작한다. 새롭게 갤러리에 합류한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의 개인전도 예정돼 있으며, 프리즈 런던 기간에는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의 대규모 전시가 펼쳐진다. 메이슨스 야드(Mason’s Yard)에서는 사라 모리스(Sarah Morris)가 화이트 큐브와의 30년 협업을 기념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이어 제시카 랜킨(Jessica Rankin), 샤오 판(Shao Fan), 피렌체 라이(Firenze Lai)의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화이트 큐브 파리는 레온 위더(Léon Wuidar),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단색화 거장 박서보(Park Seo-Bo)의 전시로 시즌을 시작한다. 아트 바젤 파리 기간에는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전시가 열린다. 뉴욕에서는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와 싱가 삼손(Cinga Samson)의 신작 시리즈가 공개된다. 2025/11/27
공근혜갤러리, 연말 선물을 위한 소형 작품전 세계적인 사진가와 화가들의 소형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연말 기획전이 열린다. 공근혜갤러리는 12월 2~13일 ‘Art and Warmth: 연말 선물을 위한 소형 작품전’을 개최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세계적 작가들의 사진·회화 소품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공근혜갤러리 전속으로 활동하는 6인의 국제적 작가들이 참여한다. 따뜻한 아날로그 은염 인화로 인간적 온기를 담아내는 핀란드의 거장 펜티 사말라티, 서정적 풍경사진의 대가 마이클 케나, 그린란드 설원을 색채미로 담아낸 티나 이코넨, 암스테르담 시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 중인 어윈 올라프의 정물 사진이 소개된다. 회화 부문에서는 독일의 미니멀 추상화가 리차드 슈어, 재미교포 작가 젠 박의 소형 회화가 함께 전시돼 사진과 회화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연말 아트 컬렉션을 구성한다. 작품 가격은 150만~2000만원대다. 공근혜갤러리 대표는 “연말은 마음을 나누는 계절이다. 작은 작품 안에도 따뜻한 감정과 온기가 담겨 있기를 바라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2025/11/27
이우환, 독일 ‘볼프강 한상’ 수상…한국작가, 양혜규 이어 두 번째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7)이 독일 쾰른 루트비히미술관 현대미술협회가 수여하는 제32회 ‘볼프강 한상(Wolfgang Hahn Prize)’을 받았다. 볼프강 한상은 1994년 제정 이후 개념 기반 작업을 펼친 작가들에게 수여되어 왔으며, 한국 작가로는 양혜규에 이어 두 번째다. 이우환은 1968~1975년 도쿄를 중심으로 전개된 일본 미니멀리즘 ‘모노하(Mono-ha·사물파)’의 공동 창립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사물과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배치하며 “사유의 구조를 다시 짜는 예술”을 추구했고, 1970년대 이후 단색조 회화의 정신과 맞닿은 대형 화면 위에 굵은 붓질, 점·선·사각의 형상을 얹으며 국제 미술계에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다. 올해의 게스트 심사위원이자 도쿄 모리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는 선정 이유에 대해 “이우환은 60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동서의 경계를 넘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서구 모더니즘을 따르지도, 동양적 전통에 머물지도 않은 그의 독자적 사유는 오늘 우리가 갈망하는 ‘총체적 인식’을 되살린다”고 말했다. 수상 기념전은 2026년 11월 7일부터 2027년 4월 4일까지 루트비히미술관에서 열린다. 2025/11/27
'직선이 만든 세계'…도널드 저드 가구 국내 최초 공개 직선만으로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술가가 있다. 회화와 조각, 건축과 가구…모든 형식이 결국 같은 철학에서 태어난다고 확신했던 사람. 20세기 미니멀리즘의 아이콘,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다. 현대카드가 27일부터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여는 ‘Donald Judd: Furniture’는 저드의 가구 세계를 전면에 드러낸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전시다. 저드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 38점, 가구 구조의 뼈대를 보여주는 드로잉 22점, 형태·색채 실험의 계보를 잇는 판화 3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가구 전시’라 부르기엔 너무 미학적이고, ‘예술 전시’라 하기엔 너무 생활적이다. 결국 저드의 세계를 직선으로 체험하는 전시다. ◆ “가구는 예술이 아니다”…그러나 누구보다 예술적인 가구 단정한 직사각형 의자들. 장식은 없다. 솔직함뿐이다. 목재의 결, 금속의 반사, 구조의 균형. 저드는 가구에서도 ‘쓸모와 정직함’을 절대 기준으로 삼았다. 저드는 “디자인적 변주를 더한다고 해서 의자가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가구는 지금 예술의 역사 안에서 더 빛난다. 저드의 아들이자 저드재단 아티스틱 디렉터 플래빈 저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버지는 가구를 예술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명료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철학은 예술과 가구를 가르는 것이 아니었죠.” 1977년 텍사스 마파(Marfa)에 정착한 뒤, 주변 어디에도 ‘괜찮은 가구’를 파는 곳이 없었다. 저드는 결국 직접 만들었다. 임시방편으로 시작된 일은 곧 저드식 미학으로 확장된다. 가구는 기능적이어야 했고, 구조는 명확해야 했으며, 재료는 정직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버틸 품질을 갖춰야 했다. 결국 저드의 가구와 예술이 닮아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같은 철학이 같은 직선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방’처럼 구성된 전시장 이번 전시의 핵심은 “저드의 공간을 번역한다”는 현대카드 스토리지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전시는 단순한 ‘가구 전시’가 아니다. 저드가 생전 작업하고 생활했던 공간의 분위기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게 한다. 1층: 목재 가구 + 목판화의 ‘선과 색’의 대화, 2층: 금속 가구의 구조적 존재감, 드로잉 공간: 가구의 구조적 사고가 기록된 설계의 세계. 가구와 드로잉, 판화가 삼각 구도를 이루며 저드의 사고가 재료 → 구조 → 공간 →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저드는 가구의 품질을 타협하지 않기 위해 치수·재료·마감·구조를 모두 기록해뒀고,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30여 점은 그의 설계도를 그대로 따라 제작된 리메이크 작품이다. ◆전시는 ‘저드라는 세계를 살아보는’ 경험 그가 평생 되풀이한 건 단 하나, 직선. 하지만 저드의 직선은 결코 같은 직선이 아니다. 그 미세한 차이가 결국 세계를 새로 그렸다. 저드는 남겼다. “본질만 남겨도 세계는 충분히 아름답다.” 이번 전시는 그 문장을 가구의 언어로 번역한 하나의 거대한 공간적 문장이다. 가구는 기능이고, 조각은 개념이지만 저드의 우주에서는 둘 다 ‘공간을 만드는 행위’로 귀결된다. 선 하나, 비례 하나가 공간의 질서를 재구성한다. 현대카드는 “이 전시는 저드를 기념하는 전시가 아니라, 저드처럼 ‘생각하는 법’을 몸으로 배우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미니멀리즘은 차갑지 않다. 오히려 덜어냄을 통해 더 깊이 보게 만드는 따뜻한 감각이다. 의자들 사이를 걷고, 책상 앞에 멈추고, 선반의 구조를 따라가며 문득, 깨닫는다. 우리가 세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직선 하나로도 세계는 다시 그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 전시는 내년 4월 26일까지. 2025/11/27
신상호 "반복은 No, ‘무한변주’가 내 체질"…흙으로 재부팅한 60년(종합) 흙은 한 번 굽히면 사라지는 재료지만, 어떤 예술가에게는 끝없이 되살아나는 세계의 문이다. 올해 일흔여덟, 한국 현대 도예의 지형을 바꾸어 온 신상호는 그 문을 반세기 넘게 두드려왔다. 26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 제목 그대로, 흙의 무한한 변주(變奏)를 실감하는 자리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해 조각·회화·건축으로 끝없이 확장해 온 그의 궤적을 도자·조각·회화·설치 160여 점으로 조망한다. 전시를 기획한 윤소림 학예연구사는 신상호를 “구상·추상의 구도를 고민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의 핵심 축은 호기심·경외·생명성”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형식에도 고정되지 않는 작가”라는 말은 이번 전시에서 명확해진다. ◆ “나는 같은 방법을 반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날 과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상호는 특유의 꾸밈없는 어조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정리했다. “점 찍으면 평생 점 찍고, 물방울 하면 평생 그것만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한 방법에 안주할 수가 없어요. 흙을 만지면 새로운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을 따라가면 또 다른 길이 열립니다.” 그 말은 작품 곳곳에서 그대로 읽힌다. 도자기, 도자 조각, 추상 회화, 건축 타일까지 뻗어가는 작업들은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다. 흙의 질감과 빛, 추상적 패턴, 생명체의 울림이 결합된 작업들은 그가 말한 ‘흙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입증한다. 그가 말한 또 하나의 핵심 문장은 이번 전시의 존재론적 바탕을 요약한다. “흙은 보관되지 않는 자원입니다. 아이디어도 보관되지 않죠. 둘이 만나면 계속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젊은 도예가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어렵다는 이유로 멈추지 마세요. 극복하면 어렵지 않아요. 넘어서면 새로운 것이 되고, 자기 것이 됩니다.” ◆ ‘흙의 예술가’가 걸어온 60년…도예 국제화의 출발점 신상호의 작업은 한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한국 도예의 현대화 과정이다. 1965년 홍익대 입학과 동시에 이천의 장작가마를 인수해 전통 도자를 익힌 그는, 국내 최초로 가스가마를 들여오며 “전통에 과학을 더한 현대 도예”를 직접 개척했다. 그는 전통을 단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개념’으로 봤다. 일본 백화점 전시를 비롯해 국제 도예전, 화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도예의 국제화를 몸으로 열어젖혔다. 1980년대 이후 그는 도예의 규범을 과감히 벗었다. 도자 조각의 개척자로 흙으로 동물 형상을 빚어낸 ‘꿈’·‘아프리카의 꿈’ 연작은 흙을 생명체의 에너지를 담는 매체로 바라본 대표작들이다. 이후 도자 타일을 이용한 외벽 설치 ‘구운 그림’, 센트럴시티 ‘밀레니엄 타이드’, 금호아시아나 사옥 외벽(현 콘코디언 빌딩) 등 건축과의 결합까지 이어졌다. 그의 변주는 전통 → 조각 → 회화 → 건축 → 회화적 도자 → 생명·추상 결합으로 이어진다. 흙에서 출발하지만, 흙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흙이 언어가 되고, 빛이 되고, 또 다른 예술이 되는 과정이다. ◆ 손가락 자국, 적층된 색, 조각된 화면…장르가 무너진 회화적 도자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회화적 패널들이다. 손가락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표면, 수십 번 구워낸 색의 적층, 흙의 양감을 밀어 올린 화면. 회화인지 조각인지 장르가 무너진 작품들이다. 흙의 질감과 빛, 추상적 패턴, 생명체의 울림이 섞인 작품들은 그가 말한 ‘흙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거대한 토템 형태의 얼굴은 도자이면서 조각이고, 동시에 회화다. 이 '장르 해체의 지대'야말로 신상호가 60년간 밀어붙여온 본질적 질문, '흙은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강렬한 답변이다. ◆ “도예과 폐과 1순위였던 시절…이제 흙의 시대가 돌아온다” 신상호는 도예의 생존을 위해 싸워온 세대다. “홍익대 21개 학과 중 도예과가 항상 폐과 1순위였어요. 정말 억울하고 분했죠. 그래도 도예의 생존력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의 변화를 ‘기적’처럼 바라본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도예 관심이 커졌대요. 정말 고맙고 기쁘죠. 흙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재료니까요.” 몇 달간 파주 작업실과 과천을 오가며 전시를 준비했다는 신상호는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그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다. 이번 회고전은 한 예술가의 수고와 열정이 만들어낸 기록이며, 한국 도예가 세계적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2025/11/26
한국 도예 국제화의 출발점, 신상호…국립현대미술관서 대규모 회고전 흙은 한 번 빚어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신상호(78)에게 흙은 한 방향으로 굳지 않는 물질이었다. 그는 60년 동안 흙을 반복해서 부수고, 다시 빚고, 형태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 현대 도예의 지도를 확장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27일부터 과천관에서 여는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는 그 실험의 대서사시를 한 자리에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도자 작가 개인전으로, 도자·도조·건축도자·오브제·도자 회화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여정을 5부 구성으로 조망한다. 전시장은 마치 시간의 층위가 겹겹이 눌린 ‘흙의 기록 보관소’처럼 펼쳐진다. 총 90여 점의 주요 작품과 70여 점의 아카이브가 선보인다. ◆1부 '흙, 물질에서 서사로'…전통을 실험으로 돌려놓다 1960~90년대 작업이 자리한 1부는 ‘전통’이라는 단어를 다시 써 내려간 시기다. 이천에서 장작가마를 운영하던 20대 신상호는 전통기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현대의 서사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전통을 실험했다. 국내 최초로 가스가마를 도입해 생활식기 디자인을 시도하고, 화가들과 협업해 실험적 물성을 끌어냈다.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출발한 ‘아(我)’ 연작은 작가 정체성이 흙 위에 처음 새겨지던 순간을 보여주며, 1990년대 ‘분청’ 연작에서는 호방한 붓질과 회화적 표면이 도예와 회화의 경계를 흔든다. ◆2부 '도조의 시대'…한국 도예, 조각을 만나다 이 전시에서 가장 시적이고 강렬한 장면은 도자 조각, '도조(陶彫)’의 탄생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추상표현주의 도자를 목격한 신상호는 흙을 더 이상 그릇의 목적 아래 두지 않았다. 그는 흙을 조각적 몸짓, 회화적 에너지의 매체로 밀어붙였다. ‘꿈’ 연작, 그리고 1995년 아프리카 미술의 원초적 힘에 매료되어 만든 ‘아프리카의 꿈’ 연작은 흙이 갖는 원형적 에너지, 생명적 기운을 구조화한 대표작이다. 과천관 중앙 홀을 가득 메운 설치는 마치 흙으로 세워진 군집(群集)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듯한 장관을 만든다. ◆3부 '불의 회화'…건축 외벽을 캔버스로 바꾸다 신상호의 작업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건축 도자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도자 타일’이라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도자를 건축 외벽으로 확장했다.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 금호아시아나 사옥, 삼성타운 등에 설치된 그의 ‘구운 그림’은 불에 의해 탄생한 회화적 색채가 건축과 만났을 때의 새로운 감각을 증언한다. 전시장에는 무려 600여 장의 타일과 설계 아카이브가 등장해, 하나의 외벽이 어떻게 제작되고 조립되는지 ‘도자의 공학’을 보여준다. ◆4부 '사물과의 대화'…수집과 창작의 비밀스러운 방 1990년대 이후 신상호는 타문화의 오브제 수집을 본격화했다. 아프리카 공예품, 유럽에 수출된 청화백자, 산업기기 등 서로 이질적인 사물들이 그의 작업실에 쌓였고, 전시는 그 ‘비밀 창고’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여기서 탄생한 작품들은 도자와 사물을 결합한 혼종적 조형물이다. '부산물', '표면, 그 너머' 연작은 ‘사물과의 대화’를 통해 조형적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5부 '흙의 끝, 흙의 시작'…도자 회화의 세계 2017년 이후 작가의 사유는 다시 한 번 전복된다. 흙판을 금속 패널에 부착하고 색을 입힌 도자 회화는 평면이면서 입체이고, 회화이면서 도자다. ‘생명수’와 ‘묵시록’ 연작은 소성된 흙의 물질성과 색의 층위가 맞물려 명상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신상호는 1980년대부터 이어온 '조각과 회화의 통합’이라는 평생의 질문에 답한다. 흙은 마침내 완전한 회화가 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도예의 역사를 이끌어 온 신상호의 전작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라며 “작가의 독창적인 실험 세계를 통해 흙이라는 물질의 가능성과 한국 도예의 시야가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열린다. ◆신상호 작가는?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 현대 도예의 지형을 실질적으로 재편해온 핵심 작가다. 1965년 홍익대학교 공예학부에 입학한 해, 대한산업미술가협회 공모전에 입선하며 도예가로 첫 발을 내디뎠고, 곧 경기도 이천에서 장작가마를 운영하며 전통 도자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시대적 변화와 미술적 감각의 전환에 능동적으로 호응하며, 흙이라는 물질을 조각·회화·건축·오브제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신상호는 흙을 단순한 공예 재료가 아니라 시간·구조·색·서사를 품는 조형 언어로 전환시키는 데 몰두해왔고, 그 과정에서 한국 도예의 현대적 감수성을 개척했다. 1973년 국내 첫 개인전에서 전통 도자 양식을 변형한 작업을 선보이며 작가 정체성을 분명히 한 그는, 1990년대 ‘앞선 꿈’ 분청 연작을 통해 전통 기법과 회화적 표현이 교차하는 원숙한 도예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신상호에게 전통 도자기는 흙의 물질성을 이해하는 기술적 기반이자, 이후 도예를 예술의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실험으로 나아가게 한 출발점이었다. 도자 조각을 뜻하는 ‘도조(陶彫)’는 신상호가 1984년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 교환교수로 출국하기 직전 처음 사용한 용어로, 도자기를 ‘용기’의 기능에서 해방하여 조각·회화·건축적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확장하려는 그의 의지를 담는다. 이 용어는 이후 한국 현대 도예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제 워크숍, 공예 비엔날레, 국제 전시 기획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며, 한국 도자예술의 국제적 존재감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된다. 세계 도예 담론 속에서 ‘한국적 도예의 현대성’을 가시화한 주역이었다. 2025/11/26
등대사진작가 국영수, 새만금간척박물관서 전시회 주로 등대와 철도, 간척지, 해안풍경 등의 사진을 촬영하며 '등대사진 작가'로 알려진 국영수 작가의 사진전이 25일 전북 부안의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열렸다. 내년 1월4일까지의 일정으로 시작된 전시회는 '대항해시대의 관문, 서해 등대와 영해 표지'란 주제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한반도의 공공 인프라와 해양·내륙 항로를 중심으로 기록작업을 이어온 전문 사진가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국가 기간시설의 역사적 맥락과 현장성을 담아내는 '기록예술'이다. 국립철도박물관, 국립등대박물관,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등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기획전 형태로 전시됐다. 특히 서해의 등대와 영해표지를 다룬 작업들은 항로·해양문화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자료적 가치가 높아 공공 아카이브 측면에서도 관심이 높다. 아울러 24개의 3면 바다의 우리 영해를 모두 다녀온 뒤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의 전문 해양 다큐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의 작업 방식은 현장성과 정확성이 핵심이다. 변덕스러운 해상 기상조건에도 등대의 색채와 구조, 노후 흔적까지 세밀하게 포착하며 해안·간척지·먼바다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기록해 왔다. 국영수 작가는 "수많은 등대를 만나면서 절경 위에 서 있던 등대는 파도와 바람을 견디며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가 되고 있었다"라며 "그 불빛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나의 삶에도 작은 길잡이가 함께해 주길 바랬다"고 말했다. 2025/11/25
한국 현대미술 60년을 관통했다…‘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은 결국 사진이라는 렌즈를 통과해 왔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26일 개막하는 세 번째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한국 현대미술을 지탱해온 36인의 사진·사진 기반 작업과 자료 3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사진이 지난 반세기 한국 미술의 언어·감각·사유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그 실제 증거들이 전관에 펼쳐진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작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실험미술 세대에서 80년대 개념·사회비판적 실천에 이르기까지 사진이 예술적 사유·행위·지각을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를 ‘연대기적 지도’처럼 보여준다. 이승택, 김구림, 김용철, 성능경, 이강소, 안규철, 서용선, 안창홍, 이인현 등 한국 현대미술사 주요 인물들의 초기 실험이 대규모로 공개되는 것도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특히 미발표작과 오랜 기간 공개되지 않았던 작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김명희가 1970년대 포토그램 실험을 재촬영해 구성한 신작 ‘Liminal 1, 3’, 이강소의 1979년 이중 포토세리그래피 ‘무제’, 정동석이 5·18 광주 현실을 은유적으로 기록한 ‘서울에서’(1982) 등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김용철의 1977년 퍼포먼스 기록 ‘포토페인팅_신문 보기, 신문 버리기’, 서울’80 작가들(김춘수·서용선·이인현)의 슬라이드 작업, 문범·안규철의 사진 실험, 안창홍의 포토콜라주, 한만영의 페이퍼워크 등 40~50년 만의 공개작도 전시의 축을 이룬다. 전시는 사진이 단순 기록을 넘어 사고·행위·구조·사회 현실을 탐구하는 조형 언어로 확장된 과정을 공간 흐름 속에서 보여준다. 1전시실은 앵포르멜 이후 새로운 조형 감각을 모색하던 1960년대 초를 다룬다. 이승택, 김구림, 곽덕준 등은 사진을 개념·행위·유희·조형 실험의 매체로 활용하며 ‘기록 이상의 사진’을 구축해 나갔다. 2전시실은 1970년대 S.T. 그룹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사진이 사유·구조·매체 간 경계를 넘나들던 시기를 조명한다. 3전시실은 1980년대 이후 슬라이드 영사와 사진 기반 설치를 통해 지각·경험·관계의 문제를 확장한 이교준, 문범, 이인현, 김춘수, 서용선, 안규철 등의 작업을 소개한다. 4전시실은 ‘현실과 발언’을 중심으로 사진이 1980년대 사회비판적 미술의 언어로 기능한 지점을 다룬다.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손장섭, 신학철, 여 운 등은 사진 이미지의 인용·재배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감각을 재구성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쿄도현대미술관 권상해 큐레이터를 초청해 12월 6~7일 특별 강연을 연다. 1970년대 한국·일본 실험미술의 교차 지점과 사진·퍼포먼스 기반 실천의 연관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사진은 현대미술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매체”라며 “이번 전시는 사진을 예술적 사유와 실험을 가능하게 한 핵심 매체로 바라보는 대규모 기획전”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으며, 도슨트 해설은 매일 11시·13시·15시 운영된다. 2025/11/25
대림미술관 페트라 콜린스 개인전 연장…내년 2월까지 대림미술관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페트라 콜린스 개인전 ‘fangirl’을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2026년 2월 15일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1990년대생 세대의 눈과 감성을 대표해온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는 블랙핑크, 빌리 아일리시 등 글로벌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아온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Z-세대 미학의 설계자’다. 그의 세계 최초 개인전이 대림미술관 30주년 기념으로 전면 무료 개방되면서, 개막 직후부터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는 사진·영상·패션·아카이브 등 500여 점을 미술관 전 층에 걸쳐 풀어냈다. 10대 시절 독학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해, 세계적 비주얼 크리에이터가 되기까지의 ‘감정의 윤곽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유의 몽환적 필터감, 핑크-블루 조도의 조합, 10대 특유의 자기-응시와 불안, ‘fangirl 문화’가 품은 사적 욕망과 집단 감정…지금 K-팝과 MZ 패션·SNS 미학의 기반이 어디에서 탄생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무료임에도 도슨트 투어가 매진되고, 사진 명당 줄이 끊이지 않는 인기를 반영한 결정이다. 대림미술관은 전시 연장과 함께 12월 12일~27일 특별 페스티벌 ‘Red Horse Fansta’를 연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정오년)’ 그 상징성과 ‘fangirl’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 즉 “스스로의 팬이 되는 감정”을 결합한 행사다. 2주간 미술관은 일종의 '팬덤 기반 퍼포먼스 필드’로 변모한다. 이강승·프롬·잭킹콩·키라라·아프로·콕재즈·세모 등 대체 가능한 이름이 아닌, MZ 로컬 신에서 정말 ‘지금 뜨거운’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2025/11/25
샌디에이고 미술관, 100년 만의 한국 나들이 “이번 전시는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기회다.” 세종미술관의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는 단숨에 16세기 르네상스의 온도로 바뀐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1520년경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화면 전체를 감싸는 미세한 안개-다빈치 특유의 ‘스푸마토’를 가장 완벽하게 이어받은 제자가 남긴, 거의 레오나르도에 필적하는 명암이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다빈치의 잊힌 명작’으로 불렸고, 최근에야 루이니의 본래 정체가 밝혀졌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100주년 특별전은 바로 이 ‘오해의 역사’를 첫 장면으로 꺼낸다. 이번 특별전은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작품 가치 2조 원. 60명. 65점. 600년.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개관 100년 동안 단 한 번도 해외에 내놓지 않았던 상설 컬렉션 25점이 서울에 왔다. 미술관 CEO 록사나 벨라스케스는 이렇게 말했다. “100년 동안 없었던 일입니다. 한국이 최초죠.” 전시는 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사실주의–인상주의–초기 모더니즘까지 유럽 회화사의 큰 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구성했다. 베로네세의 대리석 같은 색면, 보스의 불안한 종교적 상상력, 루벤스의 근육과 신화적 폭발력, 드가의 순간의 포착, 메리 카세트의 여성적 시선, 모네의 숨결 같은 빛, 모딜리아니의 길고 고독한 얼굴. ‘양식사’가 아니라 서양 회화가 서로에게 닿고, 건너가고, 부딪히는 거대한 흐름이 보이는 구성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명화 모음’이 아니라 서양 회화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주된 흐름 자체를 보여주는 전시다. 샌디에이고 미술관 아니타 펠드만 부관장이 기획했고, 스페인 미술 연구자 마이클 브라운 박사가 큐레이팅을 맡아 전문적인 해석과 구성이 더해졌다. 도쿄·교토 순회전과 비교하면 서울은 명백히 확장 버전이다. 새로 추가된 미공개 작품 28점, 특히 인상주의 이후의 핵심 작품 대거 포함됐다. 모네–드가–로트렉–보나르–발라동–모딜리아니. 기존 일본 전시에는 없던 라인업이 서울판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됐다. 전시를 주최한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김대성 대표는 “이번 전시는 특정 사조에 머무르는 대신, 서양미술사의 핵심 뼈대를 통째로 서울로 가져온 기획”이라며 “작품성과 희소성 면에서 단연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