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에 지친 걸작…바티칸, '최후의 심판' 복원 돌입 르네상스의 성취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오버투어리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바티칸 미술관은 13일(현지시각), 미켈란젤로의 대작 '최후의 심판'이 2026년 초 대규모 복원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매년 수백만 명이 몰려드는 관광객 행렬이 성스러운 프레스코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1536년부터 1541년까지 제작된 이 작품은 시스티나 성당 제단 벽 전체(세로 14.6m, 가로 13.7m)를 가득 메운 초대형 벽화다. 재림한 그리스도가 인류를 심판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천국에 오른 이들, 우측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극적으로 배치돼 있다. ‘하늘과 지옥’을 동시에 품은 이 장엄한 벽화는 르네상스 미술의 정점으로 꼽힌다. 미술관에 따르면 복원은 10여 명의 보존가가 참여해 10층 규모의 임시 비계 위에서 진행되며, 2026년 3월 말 부활절 이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바티칸 복원연구소장 파올로 비올리니는 “작품의 물리적 상태뿐 아니라 그 성스러운 의미까지 함께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티칸은 현재 라파엘로의 방과 연결되는 ‘로지아(Loggia)’ 복원도 병행 중이다. 라파엘로의 디자인에 따라 제자들이 완성한 이 회랑 장식 공간은, 16세기 ‘그로테스크(grotesque)’ 장르의 유행을 촉발시킨 세계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다. 지난여름 마무리된 ‘콘스탄티누스의 방’ 프로젝트에서는 라파엘로의 미확인 작품 2점이 새롭게 드러나며, “복원은 단순히 색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미술사의 서사를 다시 쓰는 일”임이 입증되기도 했다. 1923년 설립된 바티칸 복원연구소는 단순히 예술품의 물리적 손상만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이 지닌 비물질적이고 성스러운 의미까지 함께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5/08/18
"한국인의 장 문화, ‘살아 있는 문화’로"…아름지기 기획전 한국인의 정서가 오롯이 발효된 맛의 문화, '장(醬)'을 주목한 전시가 열린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홍정현)가 오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서울 통의동 사옥에서 기획전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을 연다. 이번 전시는 한식 발효 식문화의 중심인 ‘장(醬)’을 주제로, 장과 음식·도구·식탁으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생활 문화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아름지기가 의식주를 순차적으로 조망해온 기획전의 일곱 번째 ‘식(食)’ 전시다. 특히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장 문화’를 본격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는 ‘장과 음식’, ‘장과 도구’ 두 부문으로 나뉜다. '장과 음식'에서는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맛공방이 선정한 열 가지 전통 장과 이를 활용한 열 가지 음식이 함께 소개된다. 정월대보름 복쌈, 절기 상추쌈, 청육장 등 계절 상차림도 선보인다. '장과 도구'는 장독, 항아리, 국자, 주걱 등 전통 도구와 함께, 장을 오늘날의 식탁에 어울리게 재해석한 공예작가·디자이너 15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목재, 금속, 유리, 흙 등 다양한 재료의 식기를 통해 전통과 현대, 실용과 조형 사이의 균형을 탐색한다. 참여 작가는 김경찬, 김동준, 김민욱, 박선민, 백경원, 손민정, 안성규, 양유완, 온지음 디자인실(이예슬), 이석우(SWNA), 이인진, 이지호, 정영균, 한정용, 황경원 등이다. 홍정현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장을 다시 ‘살아 있는 문화’로 되살리려는 시도”라며 “과거의 문화유산이 오늘의 식탁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아름지기 기획전은 매년 기업 및 문화예술 지원기관과 협력으로 이어져 왔다. 까르띠에는 11년째 메인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건박영주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10년 이상 꾸준히 후원해왔다. 2025/08/18
프리즈 서울 ‘격 높인 갤러리’ 레정뤼미뉘르, 또 필사본 들고 온다 오는 9월 3일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5’에서 유럽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희귀 작품이 선보인다. 세계적 갤러리 레정뤼미뉘르(Les Enluminures)가 프리즈 마스터스(부스 M18)에 참가해 대표작을 출품한다. 레정뤼미뉘르는 1991년 미술사학자 산드라 하인드만 박사가 파리에서 설립했다. 이후 시카고, 뉴욕으로 확장, 루브르(파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뉴욕), 게티 미술관(로스앤젤레스) 등 세계 주요 기관과 거래해온 중세 필사본·세밀화와 역사적 주얼리 전문 갤러리다. 프리즈 서울 1회부터 참여해 ‘격을 높인 갤러리’로 평가받아왔다. 주요 출품작은 프랑스 중세 문학의 대표 필사본 '로망 드 라 로즈(Le Roman de la Rose)'(1350년경)다. 리샤르와 잔느 드 몽바스통 부부가 제작한 23점의 세밀화가 포함돼 있으며, 가격은 약 59만 5000달러(한화 약 8억 2000만 원)다. 16세기 프랑스 궁정에서 제작된 '르네상스 에나멜 사티로스 펜던트 목걸이'는 오픈워크 구조와 흰색·붉은색 에나멜 장식이 특징이다. 가격은 약 27만 5000달러(약 3억 8000만 원)다. 또한 '에메랄드와 에나멜 솔리테어 반지'(1680~1720년경, 서유럽 추정)도 출품된다. 콜롬비아 무조 광산에서 채굴된 에메랄드를 사용했으며, 가격은 12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다. 레정뤼미뉘르는 “이번 전시는 한국 관람객에게 중세 필사본과 역사적 주얼리를 직접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 컬렉터와 유럽 문화유산을 잇는 가교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5/08/18
허달재 화백, 작은 화면에 담은 큰 사유…이화익갤러리서 소품전 한국화가 허달재(73)가 대작 대신 소품을 선보인다. 매화·돌·찻잔·주전자 같은 소박한 소재 속에 응축된 철학은 작은 화면에서 오히려 더 큰 사유로 번져 나간다. 허달재는 남종문인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손자이자 제자로, 전통 수묵의 필선과 묵색을 오늘에 잇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시작했지만 60세가 넘어서야 붓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다”며, 억지로 그리기보다 마음속에 쌓인 것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곧 그림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도 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화익갤러리에서 20일부터 열리는 ‘허달재 소품전–매화, 돌, 그리고 찻잔과 주전자’는 작가가 좀처럼 선보이지 않았던 소품에 주목한다. 매화는 유한한 생을, 돌은 불변과 영원을, 찻잔과 주전자는 타인과의 교감을 상징한다. 작은 화면에 응축된 상징은 일상의 오브제를 넘어선 삶의 은유로 확장된다. 허달재는 이화익갤러리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최근에는 아부다비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며 현지 왕족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되기도 했다. 이화익 대표는 “허달재의 소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유의 압축”이라며 “소박하고 익숙한 오브제를 통해 잊고 지낸 감각과 내면의 감정을 환기한다”고 밝혔다. 관람은 무료. 2025/08/18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백숙자 개인전 '먹빛의 소리' 전북자치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오는 19일부터 10월 19일까지 2층 시민열린갤러리에서 초당 백숙자 작가의 개인전 '먹빛의 소리'를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40여 년간 수묵과 문인화 작업에 매진해온 백 작가의 내공이 담긴 수묵화 30여 점이 공개된다. 작품에는 자연과 삶을 묵묵히 응시해온 작가 특유의 시선이 담겼다. 백 작가는 "오랜 작업의 흔적 속에서 길어 올린 묵향의 시간이 관람객에게도 예술적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한국적 정서가 녹아든 수묵화의 미학을 재조명하고, 전통 회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체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시민열린갤러리는 지역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 공간으로, 공개 모집으로 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하고 있다. 2025/08/18
현대건설, 아파트 단지에 신진 예술가 작품 6점 전시 현대건설이 신진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아파트 단지에 배치해 전시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서울대학교 오디토리움에서 'S.H.A.A(SNU ICA Hyundai E&C Art Awards)' 공공미술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2회째를 맞은 'S.H.A.A' 공공미술 공모전은 현대건설과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다. 주거 공간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회화, 조각, 공예,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공모했다. 대상은 정은형 작가의 조형 작품 '돌봄에 대하여'가 차지했다. 아이가 부모의 품에서 편안하고 동등하게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따뜻한 유대와 보호의 의미를 담았다. 최우수상은 김지수 작가의 'EUZY', 권현빈 작가의 '푸른 기억', 우수상은 김태훈 작가의 'World Remix', 김영미 작가의 'Shiver', 권정륜 외 2인의 공동작품 'Mist Totem'이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500만원, 최우수상 300만원, 우수상 100만원이 각각 수여됐다. 현대건설은 이번에 선정된 6개 수상작을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와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힐스테이트 환호공원' 등에 설치해 입주민들이 단지 내 조경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의 장을 확대했다. 한편 제1회 공모전에서 수상한 5개 작품은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 설치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공공미술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조경과 예술이 결합된 외부 공간을 조성해 일상에 예술을 더하고 있다"며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창작 활동의 참여와 경험의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8/18
작가와 갤러리 50:50?…불문율의 그림자 [박현주 아트클럽] “작품을 만든 이는 작가인데, 왜 절반밖에 가져가지 못하는가.” 수십 년간 미술 시장을 지탱해온 ‘50:50 룰’. 작가와 갤러리가 판매 대금을 똑같이 나누는 불문율이 흔들리고 있다. 논쟁은 미국에서 먼저 불붙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한국 시장에도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분배 구조는 여전히 정당한가. 8월은 늘 뉴욕 미술계가 숨 고르는 달이지만, 올해의 정적은 유난히 무겁다.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의 대표 행사 The Art Show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페어는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130년 역사의 비영리 기관 헨리 스트리트 세틀먼트를 위해 지금까지 38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온 사회적 플랫폼이었다. 그 공백은 곧장 작가, 갤러리, 커뮤니티, 나아가 미술 생태계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이 사건이 드러내는 것은 단순한 ‘페어 취소’가 아니다. 갤러리 비즈니스 모델의 불안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관행처럼 유지돼온 ‘50:50’ 수익 배분 구조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사실 ‘50:50’은 한국 화랑시장에서도 오랜 불문율이었다. 작가는 갤러리의 몫을 의심 없이 인정했고, 화랑은 전시 공간과 홍보, 컬렉터 네트워크 제공을 명분 삼아왔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다르다.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직접 고객을 만나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이 질문은 더욱 예리하다. “갤러리의 기여가 정말 절반에 해당하는가?”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이 구조의 뿌리를 짚는다. 그는 “작가들이 수십 년간 각자도생하다가 70줄에 들어서야 작품이 팔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화랑이 절반을 가져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레오 카스텔리가 젊은 야스퍼 존스와 라우센버그를 발굴해 전 생애를 함께하며 ‘5:5 구조’를 만들어낸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화랑들은 과연 그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국내 화랑들이 KIAF, 프리즈 서울 등 국제 아트페어 참가 비용을 감당한다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정 비평가의 지적처럼, 실질적 지원과 관리가 부재한 구조에서 ‘절반의 몫’은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50:50 구조의 기원 자체를 문제 삼았다. “사실 5:5가 굳어진 건 1990년대 말, 점잖은 화랑들을 중심으로 전속제가 시행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전속 개념도 없이 단기 전속이나 일회성 계약에도 5:5를 적용하는 건 무리지요. 외국은 20~30년에 걸친 전속 관계 속에서 ‘윈윈’하며 만들어진 구조인데, 한국 화랑들은 국제적 관례라는 이유로 분배 문제만 국제 룰을 들이대는 겁니다. 말이 안 되죠. 해외 화랑들은 작가의 미술관 전시를 위해 로비하고 펀딩을 하며, 고객들을 미술관 후원회에 가입시키는 등 온갖 일을 다 합니다.” 국내 화랑들이 KIAF, 프리즈 서울 등 국제 아트페어 참가 비용을 감당한다는 논리는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지적대로 실질적 지원과 관리가 부재한 상태에서 ‘절반의 몫’을 주장하는 것은 이제 시대착오적 발상에 가깝다. 같은 초대전 타이틀을 달고 열리는 개인전이라도, 갤러리의 투자와 지원 수준은 제각각이다. 한 전시기획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제대로 된 초대 개인전은 ‘도어 투 도어’를 기본으로, 작업실에서 전시장 설치와 반출까지 갤러리가 책임집니다. 개막식 케이터링, 홍보, 도록 제작, 고객 초청 및 관리, 부대 행사, 사후 관리까지 모두 지원하는 것이죠. 그런데 일부 갤러리는 단순히 공간 제공과 엽서 제작만 해놓고도 50% 배분을 요구합니다. 이는 공정하지 못한 사례입니다.” 그는 이번 논의가 단순히 분배 구조의 재검토를 넘어, “제대로 된 지원 체계를 지키는 갤러리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 그리고 컬렉터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중견 작가 김남표는 단호했다. “갤러리는 본질적으로 공익이 아니라 비즈니스입니다.” 해외 갤러리가 더 낫다는 환상도 일축한다. “외국에는 갤러리를 견제할 컬렉터가 있지만 한국에는 없습니다. 사실은 갤러리보다 컬렉터가 더 심하죠. (작가인) 우리는 갤러리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봅니다. 그러나 어디서든 미술가는 이 조건을 견뎌왔고, 예술은 그 속에서 꽃을 피워왔습니다.” 신생 화랑들은 오랜 ‘룰’을 따르면서도 균열을 내고 있다. 개관 5년 차 호리아트스페이스 김나리 대표는 현실을 짚는다.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화랑은 한 달 전시에 평균 2000만 원을 지출합니다. 결국 작가와 화랑의 역할 분담이 먼저이며, 판매금 배분도 그 비중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실제로 세계 미술시장은 점점 더 ‘유연한 계약 모델(flexible contract model)’을 모색하는 추세다. 첫째, '슬라이딩 스케일(scaling model)'이다. 신진 작가일수록 갤러리의 투자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갤러리 몫을 높게, 반대로 경력이 쌓이고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작가일수록 작가 몫을 늘리는 방식이다. 고정된 산식 대신 성장 단계별 분배 구조를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둘째, 매니지먼트형 갤러리 모델이다.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중개상’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장기적 커리어를 관리하는 파트너로 기능할 때 비로소 50%라는 몫이 정당성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전시 기획, 국제 무대 진출, 미술관 네트워크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디지털 판매 플랫폼이다. 온라인 뷰잉룸과 SNS 채널이 확산되면서 갤러리의 독점적 권위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작가가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는 방식은 더 이상 미래형 가설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논점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위험을 감수했는가’다. 단순한 산식은 이미 무력해지고 있다. 화랑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작가의 동반자인가, 아니면 단순한 유통업자인가. 이 질문은 최근 불거진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신고제와 ‘재판매 보상청구권(추급권)’은 이 질문을 더욱 예리하게 던질 것이다. 예술 생태계는 단순한 장부 계산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가와 화랑의 동행, 제도의 뒷받침, 컬렉터의 책임이 삼각형처럼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여전히 ‘룰’을 두고 공방 중이다.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은 “어영부영 시행되면 한국 화랑은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0:50은 오랫동안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 자체가 다시 질문이 된다. 이는 단순히 작가와 갤러리 사이의 ‘돈 문제’가 아니라, 누가 미래 미술 생태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를 가르는 더 큰 물음이다.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경제의 풍향계다. 그리고 지금, 그 풍향은 확실히 바뀌고 있다. 작가와 갤러리의 싸움은 이미 구시대의 프레임이다. 진짜 경쟁자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다. 5:5라는 산식은 더 이상 정의도, 설득력도 되지 못한다. 바뀌지 않는 쪽이 먼저 시장에서 퇴장할 것이다. 2025/08/18
여행하듯 즐기는 미술…‘미술여행’ 18일 예약 시작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장호)는 2025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미술여행' 예약을 오는 18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술여행'은 전문 기획자와 해설사와 함께 미술관·화랑·비엔날레 등을 둘러보며, 작품과 작가를 둘러싼 이야기를 깊이 듣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직접 운영했으나, 올해부터는 지역 공모를 통해 선정된 7개 예술단체가 주관해 각지의 미술 관광과 결합을 강화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전국 5개 권역, 14개 코스로 9월 중 운영된다. 경기·강원권: 뮤지엄 산, 여주미술관, 이함캠퍼스 뮤지엄을 잇는 자연·예술 탐방,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등 공예·현대미술을 결합한 코스 경상권: 대구사진비엔날레,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 무영당을 묶은 대구 코스와,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벌·금고미술관·국제갤러리 부산을 찾는 4개 코스다. 전라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대인예술시장 등을 연결한 광주권 코스, 담빛예술창고와 보임쉔 공예미술관, 관방제림을 아우르는 담양 코스다. 제주권: 산지천을 따라 산지천갤러리, 김만덕 기념관, 큰바다영갤러리를 잇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장호 대표는 “올해 미술여행은 전시와 지역 관광 명소를 결합해 관람과 여행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다가오는 9월, 대한민국이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참가비는 무료. 예약은 18일부터 각 프로그램 누리집과 대한민국 미술축제 소개 페이지(k-artfestival.com)에서 가능하다. 2025/08/18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느껴보는 '광복 80주년' [뉴시스Pic] 국가보훈부는 16∼23일 광화문광장에서 광복 80주년 계기 빛 축제인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를 개최했다.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는 광화문과 광화문 외벽에 1945년 광복부터 현재까지 80년 역사가 담긴 영상을 상영하는 축제로, 행사 기간 매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20분 분량의 영상이 4회 상영된다. 행사기간 상영되는 영상에서 우리 광복 80년 상징 브랜드와 슬로건 등을 팝아트 방식으로 표현했고, 광복의 기쁨을 표현하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했으며, 6ㆍ25전쟁과 민주화운동, K-문화 등 광복 이후 역사적 장면을 담았다. 1부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는 광복 80년 상징 브랜드와 슬로건, 키 메시지를 현대적 팝아트 방식으로 표현한다. 2부 ‘빛으로 새겨진 영웅들 : 광복을 향한 불굴의 의지’는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해 연출하며, 이번 광복절 계기로 포상된 독립유공자 311명의 이름도 광화문 외벽을 수놓았다. 2025/08/16
옥승철 개인전, 미술·소비·환상의 플랫폼…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 “작업 방식이 다양해진 시점에서 그간의 궤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회화 외에도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롯데뮤지엄의 400여 평 전시장은 화가 옥승철(37)의 말을 실감나게 구현하고 있다. 15일 문을 연 옥승철 개인전 '프로토타입(PROTOTYPE)'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그리고 회화에서 조각·설치로 확장된 작업 8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베이전이다. 이미 갤러리와 아트페어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한 옥승철의 첫 대형전이다. 전시명 ‘프로토타입’은 본래 대량 생산 전 단계의 시제품을 뜻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를 하나의 고정된 원형이 아닌, 계속해서 호출·변형될 수 있는 유동적 데이터베이스로 해석한다. 미술시장에서 익숙한 그의 도상이지만,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대형 흉상과 굵은 벡터 라인의 얼굴들은 대중성과 자본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초록빛 로딩 화면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십자 복도’가 시야를 가른다. 벽과 바닥을 물들인 크로마키 초록 조명은 마치 영화의 로딩 화면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세 개의 섹션인 ‘프로토타입-1, 2, 3’중 어느 쪽부터 탐험할지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경로는 직선이 아니라 되돌아오는 원, 반복되는 순환 구조다. ◆세 개의 프로토타입 프로토타입-1: 높이 2.8m의 대형 조각 'Prototype'이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서 있다. 거울과 조명이 둘러싼 이 조각은 ‘기본값’이자 전시의 좌표 원점처럼 느껴진다. 뒤이어 증명사진을 모티프로 인물의 정체성을 변주한 'ID Picture', 거울을 이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시각화한 'Outline'이 이어지고, 흉상에서 석고상, 평면 회화로 이어지는 'Canon' 시리즈가 ‘원본’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프로토타입-2:헬멧과 고글을 쓴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지만, 그 긴박함은 회화의 평면성 속에 갇혀 비활성화된 장면이 된다. 'Helmet'과 'Player'시리즈가 전하는 묘한 정적이다. 여기에 'Mimic' 시리즈가 더해져, 주변을 모방하며 정체성이 흐려지는 자아를 은유한다. 프로토타입-3: 반복을 약물의 내성에 빗댄 'Tylenol', 가공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녹차를 소재로 경험의 차이를 드러낸 'Taste of green tea', 같은 달빛 아래서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Under the same moon'이 이어진다. 그리고 끝에서 만나는 금박 'Trophy'가 첫 섹션의 대형 조각과 시각적 ‘수미상관’을 이루며 여정을 닫는다. ◆만화라는 환상의 세계 옥승철은 디지털 이미지의 ‘가벼움’과 예술 작품의 ‘무거움’이 맞부딪히는 순간을 포착해왔다. 만화, 영화, 게임 속 끝없이 복제되는 캐릭터 이미지를 ‘원본’ 삼아, 컴퓨터 벡터 좌표에서 출발해 캔버스·물감 같은 전통 매체로 출력한다. 그는 회화를 과거를 복원하는 수단이 아닌, 언제든 조각·설치로 확장될 수 있는 ‘시작점’으로 본다. 하지만 ‘프로토타입’의 여정은 결국 만화라는 환상의 세계로 귀착된다. 초록빛 복도를 지나 대형 흉상들이 늘어선 가상공간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듯한 연출 속에서 만화적 도상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 이미지들은 때로 귀여움으로, 때로 허무함으로 다가오지만, 그 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해체하려 한 디지털 이미지의 문법과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전시는 해체와 재구성의 경계에 서 있지만, 끝내 자신이 속한 세계의 일부로 돌아오는 작품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롯데뮤지엄이 그간 셰퍼드 페어리, 장 미쉘 바스키아, 케니 샤프, 댄 플래빈, 다니엘 아샴 등 해외 유명 작가 전시에 집중해온 흐름 속에서, 프리즈서울 기간에 맞춰 젊은 한국 작가 옥승철을 단독으로 조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롯데라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뮤지엄 특성상, 이번 선택은 단순한 큐레이션이 아니라 굿즈·대중성·전시 콘텐츠를 맞물린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전략으로도 읽힌다. 초록빛 복도와 대형 흉상, 그리고 굵은 벡터 라인의 만화적 얼굴들은 전시장 밖에서 곧바로 상품 이미지로 확장된다. 실제로 한정판 소장품으로 제작된 굿즈는 출시와 동시에 무섭게 팔려나간다. 그러나 만화적 도상과 캐릭터성에 기댄 작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예술적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같은 만화 캐릭터를 다루더라도 다니엘 아샴이 조각과 설치를 통해 시간과 물질의 층위를 파고드는 것과는 또 다른 궤적이기에, 옥승철의 ‘프로토타입’이 다음 단계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전시 '프로토타입'은 미술과 소비, 환상과 자본이 어떻게 같은 플랫폼 위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0월 26일까지, 관람료 일반 2만 원.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