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꽃다발’ 94억 낙찰…국내 샤갈 경매 사상 최고가(종합) 경매 전 화제를 모은 마르크 샤갈의 ‘Bouquet de Fleurs(꽃다발)’이 94억 원에 낙찰됐다. 국내에서 진행된 샤갈 미술품 경매 가운데 역대 최고가다. 서울옥션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센터에서 진행한 11월 야간경매 ‘EVENING SALE: Eternal Emotion’에서 해당 작품이 시작가 94억 원에 낙찰되며 블루칩 작가 샤갈의 시장 저력을 재확인했다. 이어 출품된 샤갈 말년 대작 ‘파리의 풍경(Paysage de Paris)’ 역시 59억 원에 낙찰됐다. 추정가 60억~90억 원으로 제시된 작품으로, 화풍의 완숙기에서 나온 대형 회화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 수요가 높은 국내외 작가의 작품도 큰 관심을 받았다. 김환기의 뉴욕 시기 작품 '15-VI-69 #71 I'이 7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화면 밖까지 붓질이 확장되는 듯한 리듬감이 인상적인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도 9억 1000만원에 낙찰되며 두 작가 모두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컴퓨터 드로잉 작품은 4억 8000만원,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은 7억 1500만원에 해외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서울옥션 정태희 경매사 겸 미술품경매팀장은 “이번 첫 이브닝 세일의 성공, 특히 샤갈의 걸작이 고가에 낙찰된 것은 한국 미술시장이 글로벌 아트 마켓의 주요 거점으로서 충분한 기초 체력과 안목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며 “이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서 홍콩이나 서구 시장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하이엔드 마켓’ 소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옥션은 이번 ‘이브닝 세일’ 낙찰률은 77.27%, 낙찰총액은 약 23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옥션 국내 단일 경매의 낙찰총액이 200억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총 26점이 출품됐으며, 낮은 추정가 총액만 약 270억 원이었다. 한편 서울옥션은 25일 ‘CONTEMPORARY DAY SALE’을 열어 젊은 컬렉터층을 대상으로 한 현대미술 경매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5/11/24
샤갈 ‘꽃다발’ 94억· ‘파리풍경’ 59억 낙찰…서울옥션 11월 경매 경매 전 화제를 모은 마르크 샤갈의 ‘Bouquet de Fleurs(꽃다발)’이 시작가 94억 원에 낙찰됐다. 이는 국내에서 진행된 샤갈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서울옥션이 24일 서울 강남센터에서 진행한 11월 야간경매 ‘EVENING SALE: Eternal Emotion’는 한국 시장에서 샤갈 브랜드의 여전한 저력을 확인시켰다. 샤갈의 ‘꽃다발’이 94억 원에 새 주인을 찾은 데 이어, 말년 대작인 ‘Paysage de Paris(파리의 풍경)’ 역시 59억 원에 팔렸다. 해당 작품의 추정가는 60억~90억 원이었다 이번 이브닝 세일은 글로벌 경매사의 운영 방식에 맞춘 ‘하이엔드 야간 경매’로 기획됐다. 총 26점이 출품됐으며, 낮은 추정가 총액만 약 270억 원으로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편 서울옥션은 25일 ‘CONTEMPORARY DAY SALE’을 이어가며 현대 컬렉터층을 겨냥한 주요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5/11/24
욕조에서 망고를 먹던 반 데 벨데, 이번엔 갤러리바톤으로 욕조에서 망고를 먹던 남자가, 이번엔 갤러리 안에서 메아리처럼 증식한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는 스스로를 모델로 삼아 수많은 ‘또 다른 나’를 호출하며,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평행우주의 서사를 쌓아 올려왔다. 갤러리바톤은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b.42)의 개인전 ‘큰 메아리(Loud Echoes)’를 오는 12월 24일까지 개최한다. 2024년 아트선재센터와 전남도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연이어 성료한 뒤 1년 만에 선보이는 갤러리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본인을 비롯해 외광파 화가들로 분한 자아를 모델로 한 목탄화, 오일 파스텔 작업, 새로운 조각 매체 등 30여 점을 소개한다. 반 데 벨데가 수많은 미술 사조 가운데서도 외광파를 유독 집요하게 호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빛과 자연을 찾아 끝없이 작업실 밖으로 나갔던 외광파 화가들은, 스튜디오 안의 안락의자에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자신과 가장 ‘닮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외광파가 실제 풍경 속에서 빛의 변화와 자연의 감각을 체험하며 회화를 발전시켰다면, 반 데 벨데는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채 상상의 풍경을 구축한다. 그는 “공상은 강력한 도구”라며, “상상의 세계야말로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리너스 반 데 벨 데는 회화·설치·조각·영상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상과 실제, 그리고 평행우주적 개연성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아온 벨기에의 동시대 작가다. 직접 촬영한 사진 자료와 이미지 아카이브, 역사적 기록 등을 기반으로 고유한 내러티브 구조를 구축해왔다. 작가와 매우 닮은 인물이 반복 등장하는 이번 전시는 도플갱어·평행우주 개념을 끌어들이며 회화의 확장성과 자아의 다중성을 실험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고, 허구보다 더 개연성 있는 ‘평행적 실재’의 감각을 형성한다. 2023년 유럽 개인전 제목이기도 한 ‘안락의자 탐험가(Armchair voyager)’는 스튜디오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의 성향을 대변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인상파 화가들과의 ‘가상 대화’를 즐겼다"면서 “나 역시 상상 속의 평원에서 대상을 포착해 왔기에 플랜에어 화가라 불려도 무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2025/11/24
리움미술관, ‘아이디어 뮤지엄’ 3탄…팀 잉골드와 ‘다섯 개의 움직임’ 리움미술관이 샤넬 컬처 펀드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연구 기반 프로젝트 ‘아이디어 뮤지엄’의 세 번째 프로그램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을 25일부터 2026년 7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국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의 ‘중동태(middle voice)’ 개념을 토대로 기획됐다. 잉골드는 배움을 능동·수동의 이분법을 넘어 “함께 변화하는 흐름”으로 바라보며, 지식의 축적이 아닌 감각적 인식의 형성과 관계적 경험을 강조한다. 리움은 이러한 사유를 ‘만들기·춤추기·연주하기·합창하기·듣기’ 다섯 가지 움직임으로 풀어냈다. 프로그램의 포문은 25일 오후 3시 열리는 기조 강연 '중동태의 자리에서 성찰하기: 대를 잇는 삶, 지각, 그리고 배움'이 연다. 잉골드는 지각과 배움이 발생하는 관계적 순간들을 소개하며, 예술·교육·환경을 잇는 새로운 배움의 방법을 제시한다. KAIST 인류세연구센터 김지혜 연구원이 대담자로 참여한다. 26~28일에는 ‘만들기’ 세션을 주제로 리움·남산·한강공원·파주 짚풀문화마을 등에서 전개되는 세 가지 워크숍이 이어진다. 26일 ‘땅 워크숍’은 흙의 물성과 순환을 통해 생명·시간·감각의 흐름을 경험하는 자리로, 잉골드와 현대미술가 김주리가 공동 진행한다. 27일 ‘식물 워크숍’은 짚풀을 엮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과 식물이 얽혀 만들어내는 관계적 리듬을 탐구한다. 파주 짚풀문화마을과 협력해 식물을 ‘함께 자라는 선(line)’으로 바라보도록 확장한다. 28일 ‘공기 워크숍’에서는 한국민속연보존회 노순 명인과 연을 제작하고 날리며, 바람·하늘·몸이 맺는 관계를 체험한다. 참가자들은 공기를 ‘몸과 세계를 잇는 감각적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구정연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장은 “기후 위기 시대, 미술관은 예술적 실천 속에서 세계와 맺는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며 “아이디어 뮤지엄은 배움과 인식의 방식 자체를 다시 사유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모든 세션은 무료로 운영된다. 2025/11/24
감성 카페보다 뜨거웠다…필사 카페가 이은 '마음의 다리' "한 번 읽는 것보단 직접 써보는 게 마음에 더 새겨지잖아요."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외 잔디언덕에 마련된 '필사카페'는 여느 카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빚어냈다. 천막과 박스로 지어진 움막과도 같은 카페 공간에는 열 명 남짓한 손님들이 모여앉아 자신이 고른 글 한편을 옮겨 쓰고 있었다. 벽과 바닥에는 앞선 방문객들이 남긴 손글씨가 빼곡히 붙어 '작은 전시'를 이루고 있었다. '필사 카페'를 만든 천근성 작가는 이날 만큼은 바리스타 역할까지 맡아 손님들이 정성스레 필사한 글을 건네 받고, 그 대가로 따뜻한 커피와 차를 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준비된 글을 곰곰이 읽어보고, 각자의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옮겨 적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필사카페: 돈 대신 글을 받습니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22~23일 개최한 '제2회 인문문화축제'의 전시 프로그램이다. '필사 카페, 돈 안 받아요. 글 받아요'라는 간판 글귀처럼 손님이 글 한 편을 필사하면, 천 작가가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방식이다. '예술의 가치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교환될 수 있는가'라는 축제 취지가 이 작은 카페 안에서 구현된 셈이다. 필사에 사용되는 글은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디딤돌 인문학' 참여자들이 쓴 시와 수필로, 교정시설 재소자·노숙자 등을 대상으로 인문 경험을 통해 삶의 회복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아르코의 인문사업이다. 손님들은 30여 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글을 옮겨 적고, 직접 카페 벽에 붙여 또 다른 손님에게 전한다. 천 작가는 "재소자나 노숙인과의 관계 맺기는 자칫 시혜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며 "그래서 예술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필사는 읽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지 않나. 그만큼 그 문장에 더 마음이 머물게 된다"며 "(필사한 글과 커피의 교환은) 예술 노동의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에게 스스로가 가치 있다는 걸 즉석에서 깨닫는 순간이 될 수 있다"고 '필사카페'의 의미를 부여했다. 천 작가는 올해 초 '수원역전시장커피'에서 70대 이상 손님들에게 커피값 대신 손님이 그린 그림을 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축제에서는 필사를 택했다. "카페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잖아요. 편하게 와서 차 한잔 하면서 글을 읽고, 생각지도 못한 마음을 발견할 수도 있죠. 이렇게 가벼운 관계맺기에서 시작되기를 바랐어요. 시와 수필이 재소자·노숙인들과 일반인들 간의 일종의 브리지 역할을 하는 셈이죠."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첫날 100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2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글을 쓰고 차를 받아갔다. 이튿날에도 7세 아이부터 60대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카페를 찾아 집중해 글을 읽고 필사했다. 한 50대 남성 방문객은 "교정시설에 계신 분이 쓴 글을 필사했는데 (그 분의)간절함이 느껴졌다"며 "나도 오늘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커피까지 무료로 받아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문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손으로 쓰는 경험'이 주는 울림도 컸다. 천 작가는 "AI(인공지능) 시대에는 클릭 만으로 글이 생성되고 그림이 그려지지만, 손으로 쓰는 시간 만큼은 기계에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필사는 문장을 깊게 머무르도록 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카페 공간을 천막과 박스로 꾸민 데에는 홈리스의 삶을 상징하는 장치로서의 의도도 담겼다. 그는 "박스는 누군가에게는 집을 짓는 벽돌이고, 무료급식소 앞에서 자리를 잡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며 "그런 상황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끝나면 손님들이 쓴 글이 담긴 박스들은 무료 급식소 주변 등 노숙인들이 지내는 곳에 가져다 둘 계획이다. 카페에서 또박또박 쓰여진 문장들이 도시 곳곳으로 흩어져 또 다른 '관계 맺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천 작가는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 그 박스를 발견한다면, 이 때의 감정과 경험이 떠오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번 인문문화축제에서 필사카페는 일상의 형식을 빌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생각하기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통로가 됐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나눔'의 경험을 하며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을 체감했다.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는 리뷰가 많더라고요. 저도 충만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감성 카페에서는 커피잔을 찍지만, 여기선 대부분 본인이 쓴 글을 찍어 가시더라고요. 그게 이 카페의 의미 아닐까요." (공동기획: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11/24
서울역사박물관, 워싱턴서 민화 전시…'호랑이·까치' 선보여 서울역사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의 일환으로 주워싱턴한국문화원에서 기획전 '서울의 멋-민화: Wishes in Korean Folk Painting' 전시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 민화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을 아우르며, 그 속에 담긴 꿈과 소망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관심이 높은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민화 유물 2점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민화인 '죽호도' 1점을 함께 선보이며 현지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호랑이와 까치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이들이 전하는 긍정적 기운과 길상의 메시지를 소개함으로써 민화의 매력을 폭넓게 알리고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나눠지며, 각 부는 민화의 상징성과 현대적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전시 개막식은 지난 20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됐으며, 약 200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참석자를 대상으로 서울역사박물관 문화상품을 증정하는 럭키드로우 이벤트도 마련돼 호응을 얻기도 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민화의 아름다움과 서울의 문화적 깊이를 세계 관람객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서울역사박물관은 다양한 국제교류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5/11/24
삼성문화재단, 문화예술기관 ESG 교류 프로그램 개최 삼성문화재단은 오는 27일 오후 2시,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문화예술기관 ESG 교류 프로그램 ’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 문화예술기관·기초·광역문화재단·자원순환 기관 등 50여 개 기관 실무자가 참여해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공유한다. 행사는 기후위기 시대 기후시민이 실천해야 할 행동과 역할을 다루는 기조강연으로 시작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시민·기관의 구체적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이후 프로그램은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세션 1: 제로에너지건물(ZEB)과 지속가능한 공간 한국에너지공단 김진호 센터장이 ZEB(Zero Energy Building) 의무화 정책 및 제도 변화, 문화예술기관 적용 사례를 발표한다. 건물 에너지 부하 최소화·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지속가능한 공간 설계·운영을 위한 실무 정보를 제공한다. ◆세션 2: 폐기물 감축과 자원순환 실천 사례 삼성문화재단과 협약을 맺고 활동 중인 유한킴벌리, 이순환거버넌스, 서울문화재단 등이 현장 사례를 소개한다. ▲유한킴벌리는 사용 후 버려지는 페이퍼 타월을 재활용하는 ‘바이사이클 캠페인’을, ▲이순환거버넌스는 폐전기·전자제품 회수·재활용 프로그램 ‘ESG나눔 모두비움’을, ▲서울문화재단은 공연 의상·소품을 공유·재사용하는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을 발표한다. 폐기물 감축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 모델을 공유하는 세션이다. ◆세션 3: 시민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실천 환경재단과 생명의숲이 시민 참여 기반의 환경 보호 활동을 소개한다. 참여형 캠페인, 숲 보전 활동 등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기후 행동이 제시된다. 프로그램 참여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사전 등록으로 가능하다. 참석자에게는 친환경 생활용품이 제공된다. 행사 당일에는 대중교통 이용 인증 캠페인도 진행돼, 인증 사진을 제시한 선착순 100명에게 기념품이 제공된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기관들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실질적 활동을 찾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2021년부터 ▲전시 폐기물 감축 ▲자원순환 활동 ▲수어해설 영상 제작 ▲장애인 초청 관람행사 ▲지역 순회전 ▲문화유산 보존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며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강화해 왔다. 2025/11/23
클림트 ‘엘리자베스 레더러' 초상화, 3460억 낙찰 깊은 배경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금빛 초상화가 다시 시장의 중심을 찔렀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예상가(1억5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 2억3640만 달러(약 3460억 원)에 낙찰됐다. 침체된 시장에 오랜만에 터진, 말 그대로 ‘금빛 반등’이었다. 이번 결과로 클림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에 이어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화가가 됐다. 그의 이전 최고가는 2023년 ‘부채를 든 여인’의 8530만 파운드(약 1640억 원). 이번 낙찰은 그 두 배 이상이다. 뿐만 아니다. 이 작품은 클림트가 남긴 단 두 점뿐인 전신 초상화 중 하나다. 희귀성 자체가 이미 시장의 시그널이었다. ◆그림 속 여인은 누구인가…금빛 뒤의 비극 엘리자베스 레더러는 클림트 후원자 아우구스트 레더러의 딸이자, 오스트리아 유대계 상류층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화려한 표면과 달리, 그 뒤의 역사는 비극에 가깝다. 레더러 가문은 나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도피했고, 가문의 주요 컬렉션은 몰수됐다. 친척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초상은 수십 년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환수된 것으로 유명하다. 클림트의 금빛 아래에는 유럽 20세기 초 비극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레너드 로더 컬렉션…한 ‘개인 시대’의 종료 이번 작품은 에스티 로더 가문 출신, 컬렉터 레너드 로더의 자택에 40년 동안 걸려 있던 작품이다. 그가 2024년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방대한 컬렉션이 시장에 천천히 흘러들고 있다. 이번 낙찰은 그 흐름 중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사적 컬렉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작품이 다시 세계 시장으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1916년의 장식성, 2025년의 질문 이 초상화는 클림트 후기 문법의 결정판이다. 동아시아적 모티프, 수공적 패턴, 황금빛의 층위들. 장식은 장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19세기 말 빈의 불안, 욕망, 계층, 여성 초상화의 권력성이 그 밀도 속에 겹쳐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이, 2025년 경매장에서 다시 깨어났다. ◆지금 미술시장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NFT의 열광도, AI 이미지의 속도도, 결국 이 금빛의 무게를 넘지는 못했다. 시장은 매번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만 끝내 결정하는 요소는 늘 같다. 희귀성, 이야기, 역사. 콤비네이션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가격은 다시 ‘역사’가 된다. 클림트의 금빛은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작품이었다. 2025/11/23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을 바라보는 인간의 얼굴들[박현주 아트에세이⑤] 이집트 대박물관(GEM·Grand Egyptian Museum)은 인류 문명사의 거대한 용광로다. 들어서자마자 람세스 2세가 가장 먼저 우리를 ‘호명’한다. 입구 정면에 선 거대한 석신체는 중력보다 오래된 무게로 관람객을 붙잡는다. 금빛이 스며든 벽면, 가느다란 빛의 기둥들. 그 아래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아진다. 마치 ‘시간의 대합실’을 통과하는 존재처럼, 문명은 늘 인간을 먼저 낮추고, 그다음에 말문을 연다. “24시간 잠을 안 자고 봐도 70일이 걸린다”는 이집트 대박물관의 압권은 투탕카몬 전시실이다.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황금 이전의 ‘일상’이다. 왕이 앉았던 의자에는 사용감이 남아 있고, 왕이 발을 올렸던 발판은 놀라울 만큼 ‘평범한 인간의 물건’처럼 다가온다. 병, 도기, 향을 태웠던 그릇들, 유물들은 여전히 미세한 온기를 품고 있다. 진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왕의 방, 왕의 취향, 왕의 손길이 그대로 옮겨져 온 듯한 질감이다. 투탕카몬의 5800점 유물은 단순한 고대 컬렉션이 아니다. 한 왕의 삶과 일상이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는 ‘세계 전체’다. 손에 쥐었던 물건부터 죽음 이후를 꿈꾸던 상징까지. 모든 시간의 층위가 하나의 집처럼, 하나의 인간처럼 재현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황금이 시야를 완전히 점령한다. 투탕카몬의 미라를 네 겹으로 감싸던 황금 성전. 벽면에는 금빛 주문이 반복되고, 청색 유리 페이스트는 사후 세계의 회로망처럼 미세하게 빛난다. 사람들은 조용해진다. 황금 마스크 앞에서 스마트폰은 한 박자 늦은 의식(ritual)처럼 천천히 든다. 하루 1만여 명의 방문객이, 21세기의 작은 신상(神像)인 휴대폰으로 고대의 왕에게 실시간 경배를 바친다. 죽음을 금으로 감싸는 발상은 장식이 아니라, 문명이 발명한 ‘사유의 형식’이었다. 유리 너머의 투탕카몬의 얼굴은 더 이상 고대 왕의 표정이 아니다. 21세기 인류가 공유하는 하나의 상징, 일종의 ‘문명 프로필 사진’처럼 떠오른다. 황금 마스크의 매끈한 표면은 관람객의 미세한 표정을 은근히 반사한다. 죽은 왕과 살아 있는 인간의 얼굴이 한 프레임 안에서 겹쳐진다. 금빛 관, 왕의 지팡이, 왕좌 권력의 상징이던 물건들은 유리 속에 들어오자 오히려 왕의 성격·취향·습관으로 다시 읽힌다. 역사는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사물의 표면에서 되살아난다. 투탕카몬은 절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애정과 취향, 두려움과 욕망을 가진 한 청년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똑같은 감정의 흔들림이 스치고 있었다. GEM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황금 마스크도, 금빛 관도 아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얼굴이었다. 죽음과 생, 영원과 순간, 권력과 일상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섰다. 우리는 결국 왕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사라질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라짐 속에는 여전히 남는 것이 있다. 빛처럼, 흔적처럼, 누군가의 시선을 타고 다시 깨어나는 이야기처럼. 투탕카몬은 그렇게 수천 년을 돌아 또 한 번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2025/11/22
레진에 봉인한 존재와 부재의 틈…학고재, 유리 첫 개인전 투명한 레진 속에서 시든 꽃이 눌리고, 드로잉 종이가 떠다니고, 오래된 구슬이 미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유리(31)의 신작 ‘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은 기억의 파편을 봉인한 ‘책’의 형태로, 남겨진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통과하며 어떤 감정의 결을 만들어내는지 조용히 보여준다. 학고재가 오는 12월 20일까지 여는 유리의 개인전 ‘투명한 고리’는 작가가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회화와 오브제 설치 등 신작 50여 점을 통해 그가 최근 집중해온 ‘연결성’의 사유가 입체적으로 전개된다. 2018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2021년 첫 개인전을 연 뒤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인 ‘투명한 고리’는 단단히 고정된 고리가 아니다. 끊어질 듯 유지되고, 흐르고 스며드는 관계의 은유다. 유리 작가가 오래 탐구해온 핵심 주제는 ‘존재와 부재의 연속성’이다. 장례식장의 초와 생일 케이크의 초가 같은 형태를 띠듯, 하나의 사물은 서로 다른 감정과 세계를 동시에 지닐 수 있다. 작가는 이처럼 이중적 의미가 교차하는 경계의 틈에 주목해왔다. 그 틈은 언제나 언어가 닿지 못하는 여백이며,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담아내는 자리다. 신작 ‘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은 이러한 사유를 가장 응축한 작품이다. 시든 꽃, 오래 쓴 드로잉 종이, 외할머니의 목걸이에서 떼어낸 작은 구슬, 사적인 기억의 조각들은 레진 속에 봉인된 순간 더 이상 개인적 파편에 머물지 않는다. 사라진 것의 그림자, 버려진 것의 질감, 남겨진 것의 체온이 투명한 표면 아래 겹겹이 침전하며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기도, 되감기도 한다. 정지와 흐름, 부재와 잔존이 같은 결 안에서 겹치는 순간을 드러낸다. 전시에는 또 다른 신작 ‘상실의 가능성과 영원의 염원’도 포함된다. 이 작품은 조각된 나무 블록과 투명 레진, 붉은 실, 아크릴 물감 등이 결합되며, 서로 다른 재료가 층위를 이루어 하나의 다층적 신체처럼 구성된다. 형상을 이루는 선과 색, 그리고 레진 속에 봉인된 이미지의 파편들은 시간적 층위가 뒤엉킨 ‘내면의 단면도’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파괴된 조각과 재조합된 구조가 공존하며, 제목처럼 상실과 영원의 지속을 동시에 암시한다. 두 작품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태도가 아니라, 감지할 수 없는 것을 감각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유리는 “모든 관계의 근원은 부재에서 비롯된 이어짐”이라고 말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문장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처럼 보인다. 끊어지는 대신 흐르는 고리, 사라지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남는 흔적, 언어보다 먼저 도착하는 감각, 그 미세한 떨림이 유리의 작업 전체를 관통한다.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