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인물] 이상문학상 대상 위수정…별이 된 '단색화 거장' 정상화 뉴시스는 한 주 동안 문화예술계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주에는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 위수정, 세상을 떠난 '단색화 거장' 화백 정상화, 연극에 도전하는 '국악아이돌' 소리꾼 김준수가 선정됐다. ◆등단 10년 차에 '이상문학상' 받은 위수정 위수정의 단편 '눈과 돌멩이'가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됐다. 위 작가는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은의 세계', '우리에게 없는 밤', 중편소설 'fin' 등을 펴냈다. 2022년 김유정작가상,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받았고, 한국 문학상 중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까지 거머쥐게 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이상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대상은 일종의 부담이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은 선에서 용기를 가지고 그동안 관심 있게 관찰한 인물과 세계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서 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수상이 기쁘지만 부담이 된다면서도 "상을 동력 삼아 더 책임감 있게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상에 선정된 '눈과 돌멩이'는 손에 쥐자마자 녹아내리는 눈송이와 단단한 돌멩이의 대비를 통해 상실과 죽음을 그려낸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유골을 들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며 삶과 죽음을 응시한다. 위수정은 이번 소설은 지난 집필 방식과 다른 시도를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단편 소설은 서사적인 완결성을 요구하지만 그런 방식에서 벗어났다"며 "서사가 완결되지 않거나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내 삶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색화 거장' 정상화 별세 지난달 28일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단색화 거장' 화백 정상화가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1932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를 졸업해 한국 전위미술 1세대로 활약했다. 특히 '들어내기(peeling off)와 메꾸기(filling in)'라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통해 단색화의 조형 언어를 확장해 온 작가다. 1950~60년대 앵포르멜 경향의 전위 회화로 출발한 그는 1969년 일본 고베로 이주하며 회화의 평면성과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시작했다. 이 시기에 독자적인 방법론을 구축했고, 1973년부터 정상화로 대변되는 단색의 그리드 회화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1977년 이후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에도 급격한 형식 변화보다는 기존 화풍의 밀도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전념했다. 오랜 해외 활동에 국내 미술계에서 소식이 뜸했던 그는 1979년 진화랑 전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갤러리현대와의 인연을 통해 국내외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1년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다. 고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미국 스미스소니언 허쉬혼 미술관, 홍콩 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에 소장돼 있다. 정상화는 생전 "예술이란 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것을 시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수, 국립창극단 퇴단 후 첫 행보 소리꾼 김준수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최근 국립창극단을 퇴단한 그는 첫 행보로 연극을 택했다. 극공작소 마방진 창립 20주년 기념 무대에 다시 올리는 '칼로막베스'의 막베스 처(레이디 맥베스)역을 연기한다. 2010년 초연된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고선웅 연출이 무협 액션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준수는 지난 29일 마방진 20주년 기념간담회에서 "새로운 도전이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될 것 같다. 무한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관객에게 김준수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또 여성 캐릭터 연기에 대해 "배우로서 아무나 할 수 없는 큰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한다.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극 안에서 배우로 존재한다면 여자든 남자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전남예고와 중앙대 전통예술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입단에 앞서 2010년 국립창극단 '내일의 소리, 내일의 명창'에 선정되며 국악계 유망주로 떠올랐다. 입단 당시에는 창극단 오디션 최연소 단원으로 합격했다. 국립창극단에서 '서편제', '배비장전', '숙영낭자전', '적벽가', '귀토' 등 수많은 무대에 오르며 활약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 분야 국악 부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의 표창을 받았다. 2026/01/31
입김으로 그리고, 그림자로 확장…호리아트스페이스, 유기주 개인전 보이지 않는 것을 사냥하는 과정은,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일로 이어진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는 유기주(39)의 개인전 ‘Hunting the unseen – Shadow Hunter’를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밀한 묘사 대신 작가 자신의 숨결과 종이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우연과 통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존’을 증명해온 회화와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평면 회화를 출발점으로, 그림자를 활용한 공간 작업까지 확장된 전시 구성도 눈길을 끈다. 유기주의 회화는 입김과 신체의 움직임으로 통제된 흑연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밀도감이 특징이다. 흑연 가루를 물에 풀어 입김으로 형태를 만들고, 양손으로 종이를 흔들어 물줄기를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미처 녹지 못한 가루들이 화면 위에 덩어리처럼 남는다. 이 흔적들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반복된 실험과 조율을 통해 형성된 결과다. 이러한 작업은 ‘변상증(pareidolia)’ 연작으로 이어진다. 무정형의 흔적 속에서 익숙한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변상증은,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서 잃어버린 존재의 좌표를 다시 식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작가는 우연에 기대는 듯 보이는 이 과정 역시 숨결의 속도와 종이를 기울이는 각도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통제의 결과라고 말한다. 전시는 회화에 머물지 않고 설치와 조각 등 공간 작업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전시장에 배치하고 낮은 조명을 활용해 그림자를 극대화한다. 작은 사물들이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드리우는 순간, 전시장 공간은 거대한 관람차와 롤러코스터가 교차하는 환상의 ‘놀이동산’처럼 변모한다. 고정된 실체보다 그로부터 파생된 ‘그림자’에 주목하는 이러한 작업은, 실재를 바라보는 관습적인 시각을 흔들며 관람자 각자의 해석과 상상을 끌어낸다. 유기주는 국민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인터미디어아트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회화, 영상, 조각, 도자기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실존의 경계에 선 자아를 탐구해 왔다. 개인전 ‘양립된 거울’(Space+갤러리, 2022)을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의정부미술도서관 입주작가(2022~2023)로도 활동했다. 2026/01/31
“권력은 결국 무늬에 불과하다"…까치도와 더피, 호피[박현주 아트에세이 ⑭] 민화는 조선의 ‘전통 회화’가 아니다. 민중이 세계를 이해하고, 웃고, 비틀고, 끝내 살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즉흥적이고 대담한 시각 언어였다. 까치호랑이에서 권력은 무너진다. 정확히 말하면, 웃음 속으로 미끄러진다. 왕의 상징이던 호랑이는 더 이상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는다. 웅크린 몸, 둥근 눈, 어딘가 어색한 비례. 위엄 대신 당황이 있고, 공포 대신 망설임이 있다. 그 앞에서 까치는 울어댄다. 작고 가벼운 존재가, 가장 큰 존재를 향해 먼저 소리를 낸다. 이 장면은 풍자가 아니라 구조의 전복이다. 힘은 더 이상 몸집에 있지 않고, 권위는 더 이상 위쪽에 있지 않다. 민화는 이렇게 묻는다. 누가 정말 보고 있고, 누가 들리고 있는가. 까치호랑이는 체제를 고발하지 않는다. 혁명을 선언하지도 않는다. 대신 권력을 귀엽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권력은 이미 패배한다. 이것이 민화의 방식이다. 부수지 않고 비틀고, 외치지 않고 웃게 만들며, 정면승부 대신 옆구리를 찌른다. 까치도를 변주한 캐릭터 ‘더피’가 대중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는 지금 이 시대의 시각 언어가 되었다. 이 캐릭터들의 기원은 분명하다. 민화다. 민화는 오래된 이미지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시각 언어다. “창의성과 시대성, 예술성을 두루 갖춘 한국 현대미술의 모태”라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묘하게 현대적이다. 표범 가죽을 그린 그림인데, 보는 순간 단색화처럼 읽힌다. 대상을 재현하지 않고, 감각을 조직하는 회화. 호피도의 힘은 여기 있다. 권력의 상징을 지우지 않고 의미를 증발시킨다. 민화는 왕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왕을 이미지로 환원한다. 의례와 위계가 사라진 자리에서 남는 것은 오직 시각의 쾌감, 그리고 화면을 밀어붙이는 에너지다. 이때 민화는 전통을 벗어난다. 교훈도, 규범도, 설명도 없다. 그림은 오직 보이기 위해 존재한다. 까치호랑이가“권력은 웃길 수 있다”고 말한다면, 호피도는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권력은 결국 무늬에 불과하다.” 그래서 민화는 조선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시선으로 계속 소환된다. 권력을 풍자하고,권위를 추상화하고, 의미를 놔두고 감각을 앞세우는 그림. 가장 한국적인 그림은 그래서 가장 자유롭다. 민화는 언제나 경계를 넘는 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들에서 민화는 드러낸다. 삶을 견디기 위해 웃었고, 불안을 밀어내기 위해 그렸으며, 희망을 붙잡기 위해 색을 칠했다는 사실을. 민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변주되는 한국적 상상력의 원형이다. 2026/01/31
제임스 터렐 지름 40m ‘빛의 돔’…덴마크 아로스미술관에 뜬다 ‘빛의 조형가’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83)의 거대한 ‘빛의 돔’이 덴마크 오르후스에 설치된다.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신작 ‘As Seen Below – The Dome’은 오는 6월 덴마크 오르후스에 위치한 아로스미술관(ARoS Aarhus Art Museum)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미술관에 설치된 스카이스페이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오르후스는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동부 지역의 거점 도시다. 이번 신작은 높이 16m, 지름 40m에 달하는 거대한 돔 형태로, 일출과 일몰 시간에 맞춰 연출되는 조명 시퀀스를 통해 빛과 시간, 공간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구성됐다. 관람객은 지하의 채광 통로를 지나 돔 내부로 진입하게 되며, 중앙의 원형 개구부(오큘러스)를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구조다. 터렐은 “이 작업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경험 그 자체’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공공 미술관에 설치된 스카이스페이스 가운데 가장 크고 야심찬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스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장기간 추진해 온 확장 비전 ‘더 넥스트 레벨(The Next Level)’의 완성 단계다. 2025년 개관한 지하 전시 공간 '살링 갤러리(The Salling Gallery)’와 함께 미술관의 새로운 핵심 축을 이루게 된다. 오르후스시는 이번 작품이 도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임스 터렐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의 부인은 한국인 화가 이경림이며, 터렐은 같은 퀘이커 신도로 알려진 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 함석헌(1901~1989)과도 교류한 바 있다. 국내에는 강원 원주 뮤지엄 산에 터렐관이 상설 운영 중이며, 전남 신안군 노대도에는 제임스 터렐 미술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서울 이태원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는 제임스 터렐 개인전 ‘The Return’이 열렸다. 이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터렐의 개인전으로, 대표작 ‘Wedgework’ 시리즈 등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2026/01/30
대림미술관 ‘페트라 콜린스’, 종료 앞두고 휴관일 없는 특별 개관 대림미술관은 현재 진행 중인 전시 ‘페트라 콜린스: fangirl’의 종료를 앞두고 휴관일 없는 특별 개관 ‘페어웰 위크(FAREWELL WEEK)’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생 세대의 눈과 감성을 대표해온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는 블랙핑크, 빌리 아일리시 등 글로벌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아온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Z-세대 미학의 설계자’다. 지난 2025년 8월 29일 개막 이후 관람객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이번 전시는, 2월 3일부터 15일까지 ‘페어웰 위크’를 통해 관객과의 마지막 만남을 이어간다. ‘페어웰 위크’ 기간에는 전시의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페트라 콜린스’ 전시 연계 아트 상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클리어런스 세일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아트 상품 6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정판 반다나를 선착순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마련됐다. 한편 ‘페트라 콜린스: fangirl’ 전시는 2026년 2월 15일 종료된다. 대림문화재단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무료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감성과 시선, 정체성과 감정,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넘나드는 페트라 콜린스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며, 동시대 ‘요즘 감성’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2026/01/30
"미공개 신작·전시 한정 판화 공개" 신세계百, '日 작가' 키네 개인전 신세계백화점은 일본 작가 키네(KYNE)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개인전은 이날부터 4월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진행된다. 키네의 팬은 물론 작가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 키네의 지난해 신작과 대표작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작가의 영감의 원천인 후쿠오카의 국도 3호선 'ROUTE 3'을 제목으로 삼고 키네의 시그니처인 여성 인물과 작가가 도시를 지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미공개 신작 50점가량을 포함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대표작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작가가 갤러리 벽면에 직접 제작한 대형 벽화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오픈과 함께 전시 한정 판화 3종을 출시하며 전시 굿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키네는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1980년대 만화와 여성 팝 아이돌의 레코드 재킷 등 팝과 거리문화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패션 브랜드 협업, CD 재킷 디자인, 광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작품 활동을 확장했으며 2010년대를 지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26/01/30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기증전', 개관 이래 최다 관람…전시 연장 서울공예박물관이 지난해 12월 23일 개막한 '금기숙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이 개막 4주 만에 누적 관람객 2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박물관 개관 이래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피켓 요원 의상의 주인공인 금기숙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증특별전이다. 박물관은 뜨거운 호응과 기간 연장 요청에 힘입어 전시를 1주일 연장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기간 연장에 따라 당초 3월 15일까지였던 전시가 3월 22일까지 운영된다. 예약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매주 금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 흥행의 주요 요인으로는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람 후기와 추천이 빠르게 확산된 점이 꼽힌다. '2026년 꼭 봐야 할 전시'로 언급되며 관람객 유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3층 전시장 도입부 'Dreaming' 공간이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화제의 공간이자 주요 포토스폿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둠 속 중심에 전시된 '백매(白梅)' 드레스는 검은 거울과 조명 연출을 통해 몽환적인 장관을 만들어낸다. 금 작가는 1990년대 초부터 '미술의상' 개념을 한국적 맥락으로 재해석하며, 철사·구슬·노방·쓰고 버려지는 폐기물(스팽글·빨대·스펀지·은박지 등)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독창적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의상을 '입는 예술(Wearable Art)'이자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예술로 확장하며 패션아트의 지평을 넓혔다. 전시에 앞서 금 작가는 한국 패션아트의 역사를 작가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공의 자산으로 환원하고자 평생에 걸쳐 작업한 작품 총 56점과 아카이브 자료 총 485점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금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금기숙 기증특별전은 공예 분야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패션아트를 주제로 했음에도 폭넓은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전시 기간 연장을 통해 더 많은 시민과 국내외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1/30
새해 경매시장 ‘청신호’…서울·케이옥션 낙찰률 70%대 회복 새해 들어 미술품 경매시장에 회복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양대 경매사의 낙찰률이 3개월 연속 70%대를 기록하며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해외 경매에서도 매출 반등 신호가 포착됐다. 서울옥션은 지난 27일 열린 1월 메이저 경매에서 출품작 113점 가운데 82점이 팔려 낙찰률 72.6%를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약 41억5000만원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인기 작가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야요이 쿠사마의 노란 호박 ‘Pumpkin (AAT)’은 시작가인 7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우국원의 2024년작 ‘꿋꿋한 주석 병정(The Steadfast Tin Soldier)’은 시작가 2억원에서 경합이 붙으며 추정가보다 2000만원 높은 2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추정가 4000만~8000만원에 출품된 김선우의 ‘파이오니아(The Pioneer, 2023)’ 는 경합이 붙어 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8일 열린 케이옥션 1월 경매도 낙찰률 71.7%로 마무리됐다. 최종 출품된 92점 가운데 66점이 낙찰됐으며, 낙찰총액은 약 69억원에 달했다. 블루칩 작품의 거래가 이어졌다. 쿠사마 야요이의 ‘버터플라이 “TWAO”’는 9억8000만원, 이우환의 100호 크기 ‘다이얼로그’ 8억9000만원, 김창열의 1973년작인 ‘물방울 ABS N°2’는 8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미술품 경매시장이 바닥을 다진 뒤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60%대에 머물던 낙찰률이 하반기 들어 양질의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소더비는 지난 27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현대미술 경매에서 62점의 작품을 총 1310만 달러(약 186억원)에 낙찰시키며 2023년 이후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는 2026년 미술시장을 ‘조용한 회복’의 해로 전망했다.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도 올해 미술시장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회장은 “최근 코스피 5000을 돌파 하는 등 자산가치 상승과 함께 분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산 축적이 이뤄져야 미술품 구매 여력도 생기는 만큼,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이어진다면 미술시장도 함께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6/01/29
세상의 끝에서,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 “경이로움과 고유함이 스며든 그의 여행담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미술비평가인 존 버거의 이 문장은 곧 '세상 끝의 기록'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이자 태도다. 이 책 속 이야기에는 누구도 제외되지 않으며, 그 무엇도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가슴은 피를 흘리지만, 끝내 과장하지 않는다. 존 버거의 말처럼, 이 책은 글과 사진이 서로를 설명하지도, 지배하지도 않는 드문 균형 위에 서 있다. 글은 사진을 해석하지 않고, 사진은 글을 증명하지 않는다. 둘은 나란히 걷는다. ‘세상의 끝’이라는 말은 지리적 종착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장 모르가 말하는 끝은 모든 길이 막힌 듯한 지점에서 마주하는 공허이자, 동시에 한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문턱이다. 성취와 상실, 해방과 고독이 동시에 깃든 자리. 그곳에서 인간은 가장 취약해지고, 동시에 가장 인간다워진다. 장 모르의 사진은 흑백으로 남은 삶, 꾸미지 않은 인간의 얼굴을 기록한다.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 스리랑카의 농장, 멕시코의 반란군 집회…. 세속적 중심에서 벗어난 장소들에서 그는 삶을 견디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연민도, 영웅화도 없다. 다만 함께 서 있으려는 태도만이 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40여 년의 기록 속에서 두 작가는 유독 소외된 이들에게 시선을 건넨다. 인권과 노동, 일상 속 인간 존엄의 문제를 탐구해 온 존 버거의 글과, 인본주의 다큐 사진의 거장 장 모르의 이미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기록’이 아닌 ‘관계’로서의 예술을 마주하게 된다. 1999년 오리지널 초판 이후 20여 년 만에 출판사 더퀘스트가 국내 최초 양장본으로 복간한 이번 판본은 단순한 재출간이 아니다. 사진 에세이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이 책은 1999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예술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해 왔다. 국내에서는 절판 이후 중고 서적으로만 회자됐으나, 이번 복간을 통해 텍스트와 사진을 보정하고 고급 양장본으로 재탄생했다. 존 버거와 장 모르는 50년의 우정을 바탕으로 1960년대부터 사진과 글 사이의 새로운 대화 형식을 꿈꾸며 협업해 왔다. 이 책은 20세기가 끝나가던 1990년대 말, 노년에 이른 두 거장이 ‘세상의 끝’이라는 주제로 함께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2026/01/29
흙밭으로 시작한 ‘삭는 미술’…보존을 흔드는 국립현대미술관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삭는다. 죽어야 산다. 자연의 순환이 미술관 한복판에서 발효된다. 전시는 흙밭으로 시작한다. 하얗게 정돈된 미술관 바닥 대신,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고르게 다져진 흙이다. 작품보다 먼저 들어온 것은 인간이 아니라 땅의 시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관 6·7전시실과 전시마당에서 기획전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를 개최한다. 분해와 변화, 순환을 전제로 한 작업들을 통해 미술관의 보존 중심 제도와 인간 중심적 사고를 근본에서 되묻는 전시다. 전시는 이주연 학예연구사가 기획했다. ‘삭다’라는 우리말에는 ‘썩은 것처럼 되다’와 ‘발효되어 맛이 들다’라는 상반된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은 분해를 손상이나 실패가 아닌 존재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비인간 존재와 공존하고 자연의 순환에 참여한다. 전시는 이러한 변화를 미술관이 수용할 수 있을지,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묻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변화하는 물질에 대한 관심, 그리고 미술 제도를 이루는 관념 자체가 이제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전시가 시작됐다”며 “생산·소비·축적의 흐름에서 벗어나, 공유와 순환이 가능한 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서막’과 1막 ‘되어가는 시간’, ‘막간’, 2막 ‘함께 만드는 풍경’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 보존을 거부하는 작품들, 미술관과 충돌하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보존’과의 충돌이다. 해조류, 흙, 과일, 불, 미생물 등 시간에 따라 변형되고 분해되는 재료를 사용하는 작품들은 먼저 ‘냄새’로 관람객을 이끈다. 전시장에 실제 흙밭을 조성한 아사드 라자의 '흡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커피 찌꺼기, 택배 상자, 닭 뼈, 은행, 소나무 잎, 이면지, 전선 피복, 튀김 부스러기 등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나온 부산물로 흙을 만든다. 전시 기간 동안 꾸려진 경작자 팀은 이 흙을 돌보고 분석하며 관객과 흙에 대한 앎을 나눈다. 관객은 준비된 주머니나 개인 용기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의 흙을 가져갈 수 있고, 재생된 흙은 다시 자유롭게 흩어진다. 작가는 흙이 특정 이념이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와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공동체의 경험이 새겨진 아카이브이자 토대로서의 흙을 되살리고 나누며, 작품은 분해에 내재한 공동성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은 오랫동안 ‘불후의 명작’을 보존하는 제도로 기능해 왔지만, 분해를 존재 조건으로 삼는 작품은 그 역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긴장은 미술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계란 노른자 안료를 사용하는 이은재 작가의 작업은 ‘썩기 때문에 팔 수 없다’는 이유로 미술 시장에서도 거리감을 둔다. 이 학예연구사는 “미술관과 미술 시장은 서로 다른 제도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가치가 변하거나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며 “지속되길 바라는 욕망 앞에서 두 제도는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 ‘저자성의 후퇴’, 인간은 한 발 물러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저자성의 후퇴’다. 인간이 유일한 창조자이자 의미의 주체라는 자리에서 물러나, 물질과 시간, 비인간 존재들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태도다. 전시장 입구에 깔린 흙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관객의 진입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흙과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초대하는 조건이다. 불을 전시장 안으로 들이는 대신, 불이 지나간 흔적만 남긴 선택 역시 스펙터클을 거부한 결정이다. 이 학예연구사는 “강한 행위를 보여주는 대신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파워풀하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느냐”라고 말했다. ◆ ‘되어가는 시간’을 공유하다 1막 ‘되어가는 시간’에서 작품은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이행하는 시간으로 제시된다. 작품이 겪는 시간이 찰나인지 억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질은 끊임없이 변하며 수행하고, 인간의 손뿐 아니라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여다함의 '향연'은 이러한 인식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향이 타며 만들어내는 연기의 움직임을 ‘춤’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작가는 2019년부터 뜨개질로 향로를 만들어 왔는데, 이는 형상을 만드는 기술이라기보다 현상을 붙잡는 행위에 가깝다. 반복되는 뜨개질의 리듬은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횡단하며, 연기가 추는 춤과 닮아 있다. 2막 ‘함께 만드는 풍경’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호흡하며 만든 장면들이 펼쳐진다. 천, 항아리, 마른 꽃, 발효액, 곤충과 곰팡이가 함께 작동하는 댄 리(Dan Lie)의 작업은 미술관을 살아 있는 생태계로 바꿔 놓는다. 에드가 칼렐의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는 자연과 공존해 온 고대 마야인의 지혜를 현재로 불러오며, 작품의 가치를 지속하고 공유하는 또 다른 방식을 상상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브라질 출신 작가 댄 리는 10년 넘게 애도와 죽음의 실천을 작업의 중심에 두고 활동해 왔다. 그는 “아주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이 전시를 맞이했다”며 “이번 작업은 나에게 하나의 동결과도 같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놓인 직물과 오브제들은 새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과거 작업에서 사용했던 재료를 다시 수집해 재구성한 것이다. 강황으로 염색된 직물은 햇빛에 노출될수록 점차 색이 옅어진다. 변화와 소멸은 손상이 아니라, 작품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일부 재료에는 한국의 전통 직물과 볏짚을 꼬아 만든 전통 끈이 사용돼, 작가는 이를 “현지 문화와의 대화”라고 설명한다.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인간 주체의 탈중심화를 실험하는 댄 리의 작품은 미술관으로 하여금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작품’으로서 함께 돌볼 것을 요구한다. 식물성 액체가 담긴 도자기는 발효되며 냄새를 풍기고, 씨앗이 심긴 진흙에서는 싹이 올라온다. 어느 구석에서는 버섯이 피거나 달팽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작품 보존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낮은 습도는 이 작업에 치명적이다. 그에게 ‘안전한 환경’이란 생성과 부패, 소멸의 과정을 허용하는 생태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에는 소멸이 예정돼 있다. 작가는 작품을 쌓아 두기 위한 창고를 운영하지도, 작품을 축적하지도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에 따라 5년 이내에 다른 누군가에게 소장되지 않은 작품은 흙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작품이 된다. 2026년은 이 작품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해가 될 것이다. 한편 유코 모리가 썩어 가는 과일로 빛과 소리를 발생시키는 '분해'는, 죽은 사람의 몸이 아홉 단계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일본 전통 불화 '구상도'에서 출발한다. 일본의 옛 스님들이 이 그림을 보며 육신에 대한 집착을 떨쳐 냈듯, 작품은 필멸성을 환기한다. 그러나 불교가 말하는 무상이 상실이 아니라 순환을 가리키듯, '분해'는 서로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하게 한다. 결국은 우리도 삭는다. 소멸의 시학을 내세운 이 전시는 자연이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중심에서 물러나는 연습에 가깝다. 미술관이 그동안 보존해온 것은 작품이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시대 환경 인식을 반영한 미술작품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급진적인 미술관의 모델을 상상하려는 시도”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탐색하는 공적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배우 봉태규가 이번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오디오 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안내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