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획자·해설사와 떠나요…'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 미술여행'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 미술여행'이 시작된다. 올해는 광주·부산·제주 비엔날레와 연계한 코스가 새로 생겼다. 전국 5개 권역에서 13개 여행 코스와 2개 워크숍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19일 오전 11시부터 '미술여행' 참가 예약을 선착순으로 받는다고 밝혔다. 미술여행은 전시 기획자와 해설사와 함께 미술관과 화랑, 비엔날레 등을 둘러보는 아트투어다. 작가와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지역 미술 현장을 여행한다. 2018년 시작해 올해는 공모로 선정된 지역 예술단체 10곳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눈길을 끄는 건 비엔날레 연계 코스다. 광주에서는 광주비엔날레와 양림역사문화마을, 광주 예술의 거리 등을 잇는다. 세계 미술의 흐름부터 지역 미술 현장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비엔날레와 부산현대미술관, 스페이스돛을 찾는다. 작가 작업실도 방문한다. 제주에서는 제주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 아트플랫폼, 갤러리 레미콘, 새탕라움, 제주돌문화공원 등을 둘러본다. 미술 전문기자와 독립큐레이터, 전 미술관장 등 전문가 3명이 비엔날레의 세 가지 소주제인 '유배·신화·돌문화'를 작품과 공간을 통해 풀어낸다.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을 따라 제주를 여행하는 코스도 마련했다. 포도호텔과 방주교회, 수풍석미술관, 유동룡미술관을 잇는다. 충청권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 등을 찾는다. 전통 인쇄문화와 현대미술을 함께 살펴본다. 경기권에서는 성남·수원·파주·용인을 중심으로 5개 코스를 운영한다. 성남큐브미술관과 수원시립미술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등을 찾아간다. 직접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다. 완주에서는 대둔산의 자연 소리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신만의 진경산수화를 만드는 'AGAIN 산수유람'을 진행한다. 당진에서는 지역 데이터와 주민의 기억을 시각화하는 '감각과 사물: 기술로 깨어난 예술' 워크숍을 연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올해 미술여행은 광주·부산·제주에서 동시에 열리는 비엔날레를 지역 미술 현장과 하나의 코스로 엮은 것이 특징"이라며 "미술여행이 지역 고유의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2026/08/19
[신간] 누가 왜 한국 미술을 미국으로 가져갔나…'수집된 한국' 조선에 들어온 외교관과 선교사, 의사, 군인들은 왜 한국의 미술품을 모았을까. 이들이 수집한 미술품은 어떤 경로를 거쳐 박물관과 개인 컬렉션이 됐을까. 신간 '수집된 한국'(책과함께)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 약 100년간 한국 미술이 미국으로 건너가 컬렉션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 김수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의 시선은 유물 자체보다 유물을 소유하고 이동시킨 '사람'을 향한다. 이들이 한국 미술을 수집한 이유는 단순한 문화적 호기심이 아니었다. 외교와 선교, 정보 수집이라는 목적과 당시 서구 사회의 제국주의적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수집의 주체는 시대마다 달라졌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부터 1905년 을사늑약까지 대체로 공적 임무를 맡고 한국에 방문한 선교사, 의사, 외교관, 교육자, 군인, 정보원 등이 주요 수집자였다. 1905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는 경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일본 골동품상들이 있었고, 1945년 해방부터 미군 주둔기에는 개인적 경험과 체류 연장선에서 미국 외교관, 군인, 군무원 등이 있었다. 1953년 이후에는 공적 임무와 무관한 미국인 전문 컬렉터가 등장했다. 저자는 이들의 선택과 욕망을 따라가며 오늘날 미국에 남아있는 한국 미술 컬렉션이 어떻게 형성됐는 지를 살핀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 있는 한국 미술품을 '돌아와야 할 유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한국 미술사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연구 자료로 인식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미국 내 한국 컬렉션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데서 나아가 그것을 미래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고자 한다."(12쪽) 2026/08/19
기업 메세나, 미술시장으로 넓힌다…메세나협회·화랑협회 MOU 한국메세나협회(회장 윤영달)와 한국화랑협회(회장 이성훈)가 기업의 문화예술 참여 확대와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양 기관은 18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업과 임직원의 미술 향유 및 미술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을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한국메세나협회의 기업 네트워크와 문화예술 후원 분야 전문성에 한국화랑협회의 미술시장·화랑 네트워크를 결합해 기업과 미술계의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양 기관은 앞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과 미술 분야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술시장과 기업 메세나 활성화를 위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관련 홍보와 콘텐츠 협력도 이어간다. 이를 통해 기업의 미술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임직원들이 미술을 향유하고 컬렉팅 등 미술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026/08/18
사인 남기지 못한 ‘백색 묘법’ 3점 한자리에…박서보미술관 개관 생전 박서보(1931~2023)는 자신의 미술관이 생기면 거대한 백색 ‘묘법’ 세 점을 걸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이 서울 연희동에서 현실이 됐다. 새로 문을 연 박서보미술관 3층 전시장에는 그가 직접 골랐던 대형 백색 ‘묘법’ 세 점이 벽을 떠나 나란히 서 있다. 미처 사인도 하지 못한 미완의 완성작이다. 사방에서 스며드는 자연광에 따라 한지의 골과 백색의 깊이가 시시각각 달라지며 압도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2023년 세상을 떠난 박서보가 끝내 보지 못한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이다.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이끈 박서보는 생전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추진된 미술관 건립은 중단됐고, 3년 전 제주에서는 박서보미술관 기공식까지 열렸지만 현재까지 완공되지 못했다. 제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의 첫 삽을 뜨며 환하게 웃었던 박서보는 2023년 10월14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그해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뒤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작업을 이어갔던 그였다. 병원으로 향하며 작품을 두고 “배접해 놔라”고 한 말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됐다. ◆연희동 주택가에 스민 '박서보미술관' 18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박서보미술관은 그가 생전 생활하고 작업했던 연희동 작업실 바로 옆에 들어섰다.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약 2000㎡ 규모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최문규 교수가 설계했다. 약 3년에 걸쳐 완공됐다. 공식 개관은 21일이다. 건물은 박서보의 작품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흰색과 회색을 중심으로 절제된 공간을 만들고 곳곳에 작은 정원을 들였다. 전시장마다 자연광과 정원이 스며들어 묵직한 건축에 숨통을 틔운다. 담백하지만 웅장하다. 작품과 자연, 건축이 한 공간에서 호흡한다. 특히 3층 높이 8m의 정사각형 공간 ‘큐브(cube)’가 압권이다. 반투명 유리를 통과한 자연광이 거대한 백색 묘법 세 점의 표면을 훑는다. 정면에서는 절제된 흰 화면이지만 옆으로 움직이면 한지의 골이 만든 깊이와 그림자가 살아난다. 박서보에게 흰색은 단순한 백색이 아니었다. 표백된 순백이 아니라 조선 백자의 회백색처럼 자연에서 온 색에 가까웠다. 짙은 회색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흰색 물감을 반복적으로 겹쳐 올렸다. 그래서 그의 백색에는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아래 어둠이 있고, 그 위로 빛이 올라온다. ◆‘박서보만 보여주는 박서보미술관’ 아니다 미술관의 방향은 개관전부터 분명하다. 개관전은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와 베트남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흐엉 도딘(Huong Dodinh·1945~)의 작품 42점을 선보인다. 박서보 25점, 호앙 도딘 17점이다. 전시는 내년 1월3일까지다. 두 사람의 그림은 색감부터 태도까지 묘하게 닮았다. 나란히 놓였는데도 좀처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흐엉 도딘은 광물 안료를 수십 차례 겹쳐 쌓으며 빛이 화면 안에서 드러나는 회화를 구축해온 작가다. 두 사람의 재료와 방법은 다르다. 박서보가 물에 불린 한지 위에 선을 반복해서 긋고 밀어내며 화면을 비워갔다면 호앙 도딘은 안료를 거듭 쌓아 올린다. 한 사람은 선을 반복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색을 쌓는다. 그러나 반복과 절제를 통해 화면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회화는 만난다. 두 작가의 인연은 박서보가 세상을 떠나기 약 3개월 전 시작됐다. 이전까지 서로의 작업을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은 언어도 문화적 배경도 달랐지만 작품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호앙 도딘은 박서보가 생전 마지막으로 만난 해외 작가가 됐다.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은 “두 사람이 ‘비움’이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창작은 내면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서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지하 2층 ‘SPACE Ø’에서 시작해 지상 2층 ‘SPACE 2’, 3층 ‘SPACE 3’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두 작가의 작품에서 출발해 박서보의 흑색·색채 한지묘법을 거쳐 마지막에는 두 작가의 백색 계열 작품이 만난다. 검정에서 색으로, 다시 백색으로 향하는 동선은 박서보 회화의 변화와 함께 ‘비움이 어떻게 충만이 되는가’를 공간적으로 보여준다. ◆젊은 작가 발굴·여성작가 조명…교육·연구자 지원 박서보미술관은 한 작가의 작품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기념관에 머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개관전에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흐엉 도딘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아 있다. 유명 작가를 박서보와 병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작가, 특히 여성 작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박서보가 생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했던 태도를 미술관 운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승호 이사장은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며 박서보가 권위나 관행보다 가능성과 재능을 보고 새로운 작가들에게 길을 열어주려 했던 정신을 강조했다. 미술관은 박서보의 작품과 자료를 연구·보존하는 한편 국내외 작가를 소개하고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서보재단은 현재 작품 보존·관리와 아카이브 구축, 전시·출판 등을 진행하고 젊은 창작자와 연구자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박서보가 돌아갔음에도 그의 정신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미술관의 방향을 설명했다. ◆정원이 있는 미술관…“아버지가 가장 좋아했을 공간” 그렇다면 박서보 자신이 살아 있었다면 새 미술관의 어느 곳에 가장 오래 머물렀을까. 박 이사장의 답은 작품 앞이 아니라 ‘정원’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박서보에게 행복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일이었다. 작업으로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곳이 자연이었고, 그는 정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버지가 계셨어도 특별한 말씀은 안 하셨을 겁니다.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곳에 가서 한 10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계셨다면, 그게 아마 최고의 칭찬일 것 같아요.” 미술관 1층, 유리 너머로 나무와 풀들이 펼쳐진 공간을 바라보며 박 이사장이 말했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여기 앉아 계시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한편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한 미술관은 개관에 앞서 이웃 주민들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연다. 개관 첫날인 21일에는 호앙 도딘과 박승호 이사장이 참여하는 ‘전시 토크’를 개최한다. 9월부터 12월까지 박서보의 일기와 편지를 따라 자신의 문장을 써보는 ‘마음을 채우는 글쓰기’, 명상과 앰비언트 음악, 차와 그림을 함께 경험하는 ‘마음을 비우는 드로잉’ 등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입장료는 5000원. 2026/08/18
달이 뜬 밤 국악과 함께 거니는 궁궐 내달부터 가을밤 고궁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행사들이 펼쳐진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내달 2일부터 10월 2일까지 '2026년 하반기 경복궁 야간관람'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매주 월·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 경회루,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아미산 권역을 둘러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경복궁 야간관람에는 총 15회 국립국악원 연주자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온라인 예매는 하루 3000매 선착순으로 오는 26일부터 놀티켓에서 1인 최대 4매까지 구매할 수 있다. 외국인은 하루 300매로 신분증을 가지고 관람 당일 매표소에서 1인 최대 2매를 현장 구매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을 거니는 '창덕궁 달빛기행'은 내달 10일부터 시작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10월 17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운영하는 달빛기행은 하루 6회, 회당 100분간 진행된다. 해설사와 함께 보물 금천교, 인정전, 낙선재, 연경당 등 주요 전각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낙선재 상량정에서 대금 연주를 관람하고, 부용지에서 '왕가의 산책' 출연진과 기념사진을 남기며, 연경당에서 전통 다과를 즐기며 국악 합주 공연을 관람한다. 회차당 28명 총 3864명을 추첨하며, 참가 신청은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1인당 3만원으로 최대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인 관람객 전용 회차도 총 4일 운영된다.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크리에이트립에서 선착순으로 예매할 수 있다. 2026/08/18
서울시립미술관 '2026 신진미술인' 지원…김진주 기획전·최혜련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은 2026년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 선정 전시로 김진주 기획자의 'Embody'와 최혜련 작가의 '오늘 다시 사심을'을 차례로 선보인다. 2008년 시작한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은 신진 작가와 기획자에게 전시 경비를 지원하고 미술관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7인의 전시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각지의 전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진주 기획자의 'Embody'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간 합에서 열린다. 고등어, 깃발옆차기, 이은새, 이종현&유지영, 한상아 등 5인(팀)이 참여해 정서와 정치, 신체 감각이 중첩된 '돌봄'을 탐색한다. 전시는 '돌본다'는 행위를 타인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정서에 한정하지 않는다. 돌봄을 사적인 일이 아닌 공동의 책임이라는 정치적 문제이자,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훈련하고 익혀야 하는 '몸의 기술'로 바라본다. 참여 작가들은 내밀한 방(고등어), 저항과 접촉(이은새), 자립과 연결(한상아), 상호의존성(이종현&유지영), 우회적 제스처(깃발옆차기) 등을 통해 몸과 타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공존의 방식을 살핀다. 매주 토요일에는 관객 참여형 워크숍도 진행한다. 컨택즉흥춤과 대화·쓰기, 사운드, 바느질 등을 통해 관객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돌봄과 관계의 감각을 경험하도록 했다. 이어 최혜련의 개인전 '오늘 다시 사심을'이 9월 10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성북구 챔버에서 열린다. 전시는 작가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이끌었던 가정 예배와 농촌 생활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산수화와 기독교 성화가 나란히 걸려 있던 방, 반복되는 농촌의 노동,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던 기도의 기억을 설치와 사운드로 재구성한다. 작가의 조형 작업은 농촌의 노동과 생활에서 얻은 이미지들을 반복적인 바느질을 통해 구축한 것으로, 제작 과정 자체를 하나의 수행으로 삼는다. 새롭게 작곡한 기도문을 바탕으로 한 사운드 작업 '오늘 다시 잇는 노래'를 비롯해 설치작 '오늘 다시 사심을', '흙에서 캐낸 심장', '풍경,풍경' 등을 선보인다. 두 전시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6/08/18
'물의 화가' 김택상, 마침내 '겨울'…조현화랑서 '그대로 As It Is' 물과 물감이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그 흐름을 통제하지 않는다. 영하의 기온이 물감을 얼리고 다시 녹이는 동안 캔버스 위에는 눈꽃 같은 결정이 스스로 피어난다. 30여 년간 물을 매개로 회화를 탐구해온 김택상(68)이 처음으로 '겨울'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였다. 조현화랑은 오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김택상의 개인전 '그대로 As It Is'를 부산 달맞이와 해운대, 서울 등 세 곳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신작 'Ice Blossom' 연작을 비롯해 영상과 대형 회화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처음 공개하는 'Ice Blossom' 연작이다. 김택상은 1990년대 초부터 물과 물감을 이용해 색이 번지고 마르며 캔버스에 침전되는 과정을 회화로 만들어왔다. 'Breathing', 'Flows', 'Resonance'로 이어지는 기존 연작이 각각 봄과 여름, 가을의 시간성을 담았다면 'Ice Blossom'은 그동안 작업하지 못했던 겨울을 화면에 담아냈다. 이전 작업이 물의 흐름과 증발을 이용했다면 신작은 '냉각'이라는 물리적 변화에 주목했다. 영하의 기온에서 물과 물감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결정의 흔적을 화면에 남겼다. 붓으로 형태를 그리는 대신 물과 온도, 중력과 시간이 그림을 만들어가도록 기다리는 방식이다. 김택상은 바닥에 캔버스를 눕히고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부은 뒤 말리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겹겹이 쌓인 얇은 물감층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산란하면서 화면에는 미세한 깊이와 색의 진동이 생겨난다. 작가는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듯한 이 회화를 '맑을 담(淡)'자를 써 '담화(淡畵)'라고 부른다. 새로운 형식의 작업도 공개한다. 부산 달맞이 전시장에 선보이는 'There'는 김택상의 회화 표면을 초미세현미경으로 촬영해 겹쳐진 물감층 사이의 입자들을 무빙 이미지로 구현한 작품이다. 해운대에서는 낮은 기온으로 만들어진 흰색 결정의 선을 강조한 겨울 연작 'Non-linearity'를 선보인다. 세 전시장에는 회화를 10m 이상으로 확장한 대형 작품 5점도 설치된다. 김택상은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청주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2020년 정년 퇴임한 뒤 작업에 몰두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2026/08/18
리움미술관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안은미 개막식 퍼포먼스 지난 3년간 리움미술관에서 오간 질문과 대화가 하나의 '살아있는 어휘집'이 된다. 정해진 뜻을 읽는 사전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단어를 더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리움미술관은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Idea Museum, After Tomorrow)'를 개최한다.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진행해온 '아이디어 뮤지엄'의 지난 3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동안 강연과 워크숍, 심포지엄, 스크리닝 등을 통해 다뤄온 기후 위기와 젠더·다양성, 지식과 배움 등의 문제에서 주요 개념을 뽑아 '어휘'로 재구성했다. 이번 어휘집은 단어의 의미를 고정하는 일반적인 사전과 다르다. 관람객이 직접 단어를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위키(wiki)' 형식을 적용했다.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에 따라 의미가 계속 변화하고 확장되는 '살아있는 어휘'를 지향한다. 가령 '집(Home)'은 고정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관계와 이동, 돌봄에 따라 계속 형성되는 장소로 다시 읽는다. '자연스러움(Naturalness)'은 무엇을 자연스럽다고 여겨왔는지 되묻고, 그 기준을 만든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어휘집은 그래픽 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최슬기·최성민), 시각 디자이너 권수진, 편집자 이동휘가 편집부를 꾸려 지난 3년간 축적된 기록을 다시 읽고 재구성했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강당 라운지에서 펼쳐진다. 건축가 이다미가 이끄는 '플로라앤파우나'와 스튜디오 석운동이 공간 구성에 참여했다. 소리와 이미지, 영상, 텍스트, 사물, 게임 등을 활용한 여러 스테이션을 마련해 관람객이 각각의 어휘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신체를 통해 경험하도록 했다. 개막 전날인 오는 31일 오후 5시에는 안무가 안은미의 퍼포먼스 '몰랑말랑물렁물컹구우우우판'이 열린다. '아프로-아시아', '젠더', '다양성' 등의 어휘를 신체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공연이다. 안은미컴퍼니 무용수와 박범태의 12현 상모·사물놀이, NET GALA의 전자음악, 아프리카 출신 댄서와 보깅 댄서가 참여한다. 한국 전통연희와 현대무용, 서로 다른 춤과 음악을 뒤섞고 관람객도 행렬에 참여하는 '굿판'으로 미술관을 다양한 몸과 감각이 공존하는 장소로 확장한다. 개막 퍼포먼스는 초청 대상자만 관람할 수 있다. 구정연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장은 "지난 3년간 축적해온 질문과 실천을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기보다 또 다른 논의와 협력을 여는 출발점"이라며 "관람객의 참여 속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관점이 교차하고 확장되는 플랫폼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핵심 어휘를 중심으로 토크와 다양한 모임도 이어진다. 2026/08/18
달항아리만 아시나요?…100년 전 경성 '잇템'은 해주항아리 보름달을 닮은 넉넉한 몸체와 은은한 유백색의 달항아리가 오늘날 사랑받는 '조선의 명품'이라면, 100여 년 전 경성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항아리도 있었다. 백자의 맑은 질감에 옹기의 실용성을 갖추고, 몸통에는 모란과 물고기, 누각 등을 자유롭게 그려 넣었다. 황해도 해주 일대에서 만들어져 경성을 중심으로 유행한 '해주항아리'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제로: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에서는 해주항아리 88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4월 김의광 목인박물관 목석원 관장이 10여 년간 수집해 기증한 해주항아리 232점 가운데 일부다. ◆백자 기술에 옹기 쓰임 더해…경성서 '유행' 해주항아리의 등장은 1883년 왕실용 자기를 생산하던 분원의 해체와 맞물린다. 분원이 문을 닫은 뒤 사기장들이 황해도 해주 일대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민간에 판매할 생활용 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분원에서 익힌 백자와 청화백자의 제작 기술에 당시 생활용기로 널리 쓰이던 옹기의 형태와 쓰임을 결합했다. 관청을 위한 자기가 아닌 민간에서 실제 사용할 물건을 만들면서 해주항아리만의 모습이 갖춰진 것이다. 그렇다고 흔한 살림살이는 아니었다. 백토를 높은 온도에서 구워 만든 사기인 만큼 일반 옹기보다는 비쌌다. 처음에는 구매력이 있는 경성의 양반가 등을 중심으로 팔리다가 유행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마다 쓰임이 달라지면서 크기와 형태도 다양해졌다. 김의광 관장은 "1850년대부터 6·25 전까지 100여 년간 좀 더 좋은 옹기를 써보자며 만든 것으로, 요새 말하면 명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옹기가 장이나 곡식 등을 담아두는 생활용기였다면 해주항아리는 대청마루나 찬방 등에 놓였다. 단단하고 실용적인 옹기의 형태에 백자의 맑은 질감을 갖춰 생활용기이면서 장식품 역할도 했다. ◆모란 피고 쏘가리 헤엄치고…항아리에 담긴 민화 해주항아리의 또 다른 매력은 몸통에 그려진 그림이다. 대개 50~60㎝ 크기로, 어깨에는 그물무늬를 두르고 몸통에는 목단문(모란꽃 무늬)과 어문(물고기 무늬), 누각 등을 그렸다. 관요 백자처럼 정제된 표현보다는 민화처럼 자유롭게 생략하고 과장한 그림에서 민간 장인의 개성이 드러난다. 그림에는 당시 사람들의 바람도 담겼다. 김 관장은 "목단이나 집(누각), 물고기 중에서도 기존에 많이 그리던 잉어 대신 대궐과 같은 발음이 나는 쏘가리 등을 민화적으로 생략과 과장을 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듯하고 완벽한 것만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불길이 고르게 닿지 않아 원하던 색이 나오지 않거나 조금 일그러진 항아리에서도 민간 도자 특유의 자연스러운 맛을 찾을 수 있다. '해주항아리'라는 이름은 제작 당시부터 쓰인 명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쓰임이나 문양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가 훗날 해주 일대에서 생산된 특징적인 항아리를 묶어 해주항아리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6/08/16
폭염 속 네 겹 껴입고 경복궁으로…수문장은 오늘도 '조선'으로 출근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 수문장 교대의식을 5분 앞두고 휴대전화에서 폭염 주의 안내문자가 울렸다. 불과 며칠 전에는 폭염으로 이 광장의 북소리가 사흘간 멈췄다. 폭염중대경보로 중단됐던 수문장 교대의식은 8일 경보가 해제되면서 재개됐다. 이날 광장에 선 15년 차 수문장 김민성(39)씨가 입은 옷은 모두 네 겹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비칠 정도로 얇은 옷이지만 폭염에는 한 겹만 입어도 더운 건 마찬가지다. "실외에서 행사가 진행되니까 날씨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쳐요." 수문군들은 아이스조끼를 받쳐 입거나 아이스스프레이를 뿌리고 물을 충분히 마신 뒤 광장으로 나선다. 지난해부터는관람객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선풍기도 설치했다. 행사가 멈췄던 사흘도 그냥 쉬지는 않았다. 전립과 수화자, 요대 등 장구류를 손질하며 경보가 해제되면 바로 의식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날 오전 9시44분. 협생문 밖에서는 수문군들이 악기 소리에 맞춰 공개훈련을 하고 있었다. 4개 국어로 교대의식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흥례문 광장으로 관람객들이 하나둘 모였다. 양산과 부채, 휴대용 선풍기가 곳곳에서 등장했다. 오전 9시57분 수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의 목마를 탄 외국인 어린이는 손에 음료를 꼭 쥔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수문장을 눈으로 쫓았다. 오전 10시 대고를 네 번 두드리며 의식이 시작됐다. 수문군이 움직일 때마다 관람객들의 휴대전화도 함께 움직였다. 햇볕 아래에는 형형색색의 우산이 펼쳐졌다. 12분가량의 교대의식이 끝나자 이번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수문장은 경복궁의 얼굴…시쳇말로 '가오' 지키죠' 교대의식을 마치고 대기소로 돌아온 김씨는 대학생이던 2011년 처음 수문장 일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처럼 간간이 참여하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문장으로 일했다. 15년 가까이 이 일을 계속한 이유를 묻자 답은 간단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연예술문화에 관심도 있고 동경도 있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뭔가 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멋있잖아요. 그래서 뼈를 묻고 있는 중이에요." 수문장의 하루는 이른 아침 대기소에서 시작한다. 옷을 갈아입고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듬뿍' 바른다. 수염을 붙이고 복장을 갖추면 '조선'으로 출근할 준비가 끝난다. 김씨는 수문장을 '경복궁의 얼굴'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주상전하의 집 정문을 지키는 사람이었잖아요. 지금은 경복궁의 위상과 명예를 지키는 거죠. 저희는 경복궁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시쳇말로 '가오'를 지키는 거죠." 그 '가오'가 흔들릴 때도 있다. 명령을 내리다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하고 교대 때 보여줘야 할 수문장패를 깜빡한 채 나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행동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해야 해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하면 관객들은 잘 모르거든요.(웃음)" ◆"진짜 사람이에요? 진짜 칼이에요?" 꼼짝 않고 서 있는 수문장을 보고 "진짜 사람이에요?"라고 묻는 아이들도 많다. 칼은 실제 무기가 아니지만 김씨는 아이들에게 굳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동심을 꺾고 싶지 않아 "진짜 칼이야"하고 살짝 보여준다. 수문장에게 관람객은 때로는 곤혹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술에 취해 "장군~"이라고 부르며 희화화하거나 몸에 찬 무기와 장구류를 불쑥 잡는 사람도 있다. 김씨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면서도 "친근감의 표시일 수 있지만 조금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수문장으로 보내는 시간은 그에게 즐거움이다. "저는 이 일을 굉장히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하루하루 일하러 온다는 생각보다 놀러 오는 느낌이에요.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모든 게 기억날 것 같아요." ◆출토 복식 그대로 만들면 '미니스커트'? 김씨가 입는 옷부터 손에 드는 무기까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은 '경국대전'과 '세종실록 오례의' 등 고문헌과 출토 유물을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재현했다. "자세히 보면 보직마다 전립에 꽂힌 털의 종류와 길이가 다르고, 패영에 꿴 구슬 색도 달라요. 모르면 절대 알 수 없는 깨알 같은 디테일이죠." 복식은 출토 유물을 토대로 그대로 만들었다. 다만 당시와 오늘날 사람들의 체격 차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평균 신장이 180㎝가량인 출연자들이 입으면 옷이 짧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태행 국가유산진흥원 궁능사업실 궁능진흥팀 파트장은 "출토 복식을 그대로 재현했는데 당시와 지금은 키가 다르다 보니 '미니스커트'처럼 된다"고 설명했다. 수차례 고증을 거쳐 만든 옷을 보고도 "중국 옷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김 씨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사극에서는 조선 후기 복식이 많이 나오잖아요. 저희는 조선 초기 복식을 고증해서 제작했는데 중국스럽다는 댓글이 꽤 달려요. 그런 부분은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수문장 교대의식은 경복궁이 휴궁일인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흥례문 광장에서 펼쳐진다.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는 광화문 월대에서 광화문 파수의식도 진행된다.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