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6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개최…올해 30주년 서울시는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세계를 담은 30년, 문화로 잇는 동행'을 주제로 '2026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Seoul Friendship Festival 2026)'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는 세계 각국 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국제 문화 교류 행사다. 1996년 '서울시민의 날'을 계기로 시작된 이래 매년 개최됐으며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약 16만명이 방문했다. 개막식은 9일 오후 2시부터 DDP 어울림광장 특설무대에서 개최된다. 주한대사관 관계자와 서울시 명예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 초청공연단 축하 공연과 친선 우호 도시 뉴질랜드 웰링턴 마오리족 공연단 축하 공연이 펼쳐진다. 세계 음식·디저트 구역에서는 프랑스 바게트, 콜롬비아 커피, 오스트리아 굴라쉬, 폴란드 카바노스 등 음식을 맛볼 수 있다. 45개국 대사관이 참여하는 홍보소에서는 참여 국가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관람하고 각국 기념품과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DDP 아트홀 내부에는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세계 전통 의상·전통 놀이 체험, 세계 영상 사진전 등이 운영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키즈플레이존'과 휴식 공간을 위한 '서울팝업도서관'이 첫 선을 보인다. 전통 의상 체험에서는 총 10개국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체험할 수 있다. 세계영상사진전에서는 40여개국 관광·홍보 영상을 관람하고 각국 주요 건축물과 문화가 담긴 사진을 직접 움직일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특설 무대에서는 서울시 친선 우호 도시 전통 공연이 열린다.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세계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일인 9일에는 프랑스 만화 영화 '치킨 포 린다!', 10일에는 헝가리 춤을 조명하는 예술 영화 '춤의 30색-헝가리의 춤'이 상영될 예정이다. 김수덕 서울시 글로벌도시정책관은 "앞으로도 서울과 세계 간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연대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올해도 어김없이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뜻깊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26/05/03
‘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 “내 그림은 나 살아생전 팔리지 않는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1970년대 중반, 환갑을 앞둔 시기 삼성 창업주 이병철이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 미술사학자 최순우가 중개한 이 자리에서 이병철은 “추상화도 이 정도면 괜찮군”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영국은 최근 수년간 국내외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갤러리와 PKM갤러리를 거쳐 글로벌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전속작가로 합류한 그는 2023년 뉴욕에서 첫 해외 개인전을 열었고, 이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럽 첫 개인전을 선보였다. 현지 관람객들은 “원색의 깊이와 에너지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으며,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는 그를 “자연을 미니멀리즘으로 구현한 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라고 평했다. 그는 강렬한 색채와 기하적 구성을 통해 자연을 재현하는 대신 내면의 풍경으로서 ‘산’을 구축해 한국적 추상의 독자적 영역을 개척한 작가다. 그의 작품에서 산은 존재와 시간, 정신의 균형을 사유하는 핵심 모티프로 작동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오는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명은 “산은 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고 한 그의 말에서 따왔다. 회화, 부조, 드로잉 등 17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유영국의 조형 언어를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한국 근대미술의 성취를 동시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조선일보사와 공동 기획한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유영국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추상회화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오디오 가이드와 굿즈 패키지 등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2026/05/01
토탈미술관, 카트린·레나토 카시아니 부부 컬렉션展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은 현대미술 컬렉터의 역할과 철학을 재조명하는 신규 프로젝트 ‘Collector/tion’을 시작하고, 첫 전시로 ‘Catherine & Renato CASCIANI: Somebody has to collect it’을 개최한다. 오는 31일까지 여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릴(Lille)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컬렉터 카트린·레나토 카시아니 부부의 컬렉션을 소개한다. 예술을 ‘소유’가 아닌 ‘공유와 관계’의 매개로 바라보는 이들의 수집 철학을 조명한다. 이들은 다수의 컬렉터가 작품을 공동 구매하고 순환 전시하는 ‘카드르 블랑(Cadre blanc)’ 프로젝트와 비디오아트 페어 ‘어라운드 비디오(Around Video)’를 통해 컬렉팅의 공공적 확장을 실천해왔다. 전시는 비디오아트를 중심으로 인간의 실존, 노동, 기후 위기 등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통해 컬렉션이 단순한 축적이 아닌 사회적 발언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제목 ‘Somebody has to collect it’은 “누군가는 이 시대의 목소리를 기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토탈미술관은 컬렉팅을 자본과 권력, 기억과 가치가 교차하는 실천으로 재조명한다. 2026/05/01
하이트컬렉션 기획전 ‘레퍼런셜'…곽이브·전명은 등 9명 참여 하이트컬렉션은 오는 8일부터 7월 11일까지 기획전 ‘레퍼런셜(Referentia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이미지와 AI 기반 데이터가 폭주하는 동시대 시각 환경을 배경으로, 사진과 조각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원본과 복제,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두 매체가 서로를 어떻게 참조하고 확장하는지를 탐색하는 자리다. 곽이브, 김경태, 김도균, 김주리, 안초롱, 오가영, 오제성, 유아연, 전명은 등 9명의 작가가 참여해, 이미지가 데이터로 환원되는 시대에 다시 물질성과 현전의 조건을 호출하는 순간을 제시한다. 2026/05/01
대구간송미술관, '세한도' 10일까지 전시…어린이날 특별 도슨트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이 국보 ‘세한도’를 앞세워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이자 국보인 ‘세한도’는 이 전시를 통해 영남 지역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오는 10일을 끝으로 ‘난맹첩’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미술관 측은 “연휴 기간이 ‘세한도’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기증 이후 화제가 됐던 ‘세한도’는 조선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무상 대여했으며, 길이 4m에 이르는 발문까지 함께 공개돼 추사의 사유 구조를 온전히 드러낸다. 어린이날을 맞아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초등학생 대상 특별 도슨트 투어 ‘추사의 눈, 나의 마음’을 비롯해 체험 키트 제공, 인장·필사·드로잉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상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연휴 기간이 ‘세한도’가 전하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이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4일 휴관하며, 5일 어린이날에는 정상 개관한다.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 정보는 누리집과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6/05/01
[인사]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윤태욱 2026/05/01
베니스비엔날레·세화미술관 전시 앞두고…‘거꾸로 회화’ 거장 바젤리츠 별세 전후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30일(현지시간) 외신과 타데우스 로팍 발표에 따르면 바젤리츠는 이날 별세했으며,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8년 독일 드레스덴 인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난 그는 동서독 분단 시기인 1958년 서베를린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다. 본명은 한스 게오르그 케른(Hans-Georg Kern)으로, 1961년 고향 지명을 따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하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동독 조형예술대학 재학 시절 ‘정치사회적 미성숙’을 이유로 제명된 그는 이후 서독으로 건너가 1957년부터 1963년까지 학업을 이어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강요하던 동독 미술에 반기를 든 동시에 서독의 주류였던 추상미술에도 저항하며, 재현과 추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독자적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특정 양식이나 이데올로기에 속하지 않고,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63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양동이 속 거대한 밤’으로 미술계에 강렬한 파문을 일으켰다. 뒤틀린 신체와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이 작품은 전후 독일 사회의 붕괴와 억압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평가와 함께 외설 논란에 휘말리며 당국에 압수되기도 했다. 1969년 ‘거꾸로 된 숲’을 기점으로 바젤리츠는 화면을 전복시키는 회화로 전환한다. 초대형 캔버스에 대상을 상하로 뒤집어 그리는 방식은 재현을 거부하고 회화의 물질성과 행위 자체를 드러내는 시도였다. 그는 “모든 독일 화가는 독일의 과거에 노이로제를 갖고 있다. 전쟁과 전쟁 이후, 특히 동독에 대한 기억이 나를 우울과 압박에 몰아넣었다. 내 그림은 전투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9년에는 아카데미 데 보자르 회원으로 선출됐으며,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최초의 생존 작가로 기록됐다. 그는 회화를 재현이 아닌 ‘발굴’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나는 드로잉과 회화를 통해 보이는 것 뒤나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선과 형태로 변환된 과정 속에서, 나는 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해왔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세계를 뒤집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이면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1980년대에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하며 국제 미술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4년에는 ‘예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임페리얼상을 수상했다. 말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갔으며, 아내이자 화가 엘케 바젤리츠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다. 갑작스러운 타계로 예정된 주요 전시들도 의미가 달라지게 됐다. 바젤리츠는 오는 6일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오는 8월 세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섬에서 거꾸로 뒤집힌 인물 이미지와 금빛 배경이 결합된 신작 회화 시리즈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세화미술관은 “이미 작품이 확정됐다"며 "전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국 미술시장과의 접점도 깊다. 그는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전에 참여하며 국내 컬렉터층과 본격적으로 만났고, 이후 주요 아트페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타데우스 로팍은 바젤리츠의 회화 ‘Es ist dunkel, es ist’(2019)를 180만 유로(약 29억 원)에 판매하며 해당 행사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여전히 견고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05/01
평범한 일상의 축적, 하나의 역사…‘한씨네 삼남매’ 사진전 사진가 고(故) 한치규(1929~2016) 10주기를 맞아 추모 사진전 ‘한씨네 삼남매’가 5월 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 서울의 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삼남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사진집 ‘한씨네 삼남매’(2012)에 수록된 작품을 포함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 20여 점이 공개된다. 이와 함께 서울의 도시 변화상을 기록한 ‘변모하는 서울’, 전방부대와 비무장지대의 모습을 담은 ‘분단 이후’ 주요 작품이 슬라이드 쇼로 상영돼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면모도 함께 소개된다. 한치규는 함경남도 정평 출신 실향민으로, 1·4후퇴 당시 월남한 뒤 국군에 입대해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30여 년간 군에 복무하며 사진을 독학으로 익혔고, 1965년 한국예총 신인예술상 흑백부문 입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급변하는 도시 풍경과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삼남매의 탄생과 성장 과정, 전쟁 이후의 사회 변화가 함께 기록된 그의 사진은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둘째 딸 한승원 씨는 “아버지는 평생 사진 촬영과 인화, 기록에 열정을 쏟았다”며 “가족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사진이 전하는 온기를 많은 이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5/01
레픽 아나돌, 세계 최초 AI 미술관 ‘데이터랜드’ 6월 개관 인공지능(AI) 기반 예술을 전면에 내세운 세계 최초의 미술관 ‘데이터랜드(Dataland)’가 오는 6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관한다. 외신에 따르면 데이터랜드는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과 그의 파트너 엡순 에르킬리치(Efsun Erkiliç)가 설립했으며, 약 2년 반에 걸친 기획과 공사를 거쳐 문을 연다. 미술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복합문화단지 ‘그랜드 엘에이(The Grand LA)’ 내부에 들어선다. 이 일대에는 더 브로드(The Broad),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등이 밀집해 문화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데이터랜드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리빙 뮤지엄(living museum)’을 표방한다. 개관전 ‘머신 드림스: 레인포레스트(Machine Dreams: Rainforest)’는 5개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며, 새소리와 식생, 기후 등 방대한 생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가상의 열대우림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미술관 설계는 글로벌 건축사무소 겐슬러(Gensler)가 맡았으며, 전체 약 3만5000제곱피트(약 3250㎡) 규모 중 3분의 1가량이 전시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 설비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는 아나돌 스튜디오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라지 네이처 모델(Large Nature Model, LNM)’이 활용된다. 해당 모델은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Institution), 런던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코넬 조류학 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됐다.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 미술관 측은 오리건주에서 운영되는 87% 탄소 프리 서버를 활용하고 있으며, 관람객 1인 기준 에너지 소비량은 스마트폰 1회 충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레픽 아나돌은 2024년 국내에서도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서울 가회동 푸투라 서울 개관전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선보이며 대규모 설치 작업을 공개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전례 없는 화제를 모은 그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레픽 아나돌은 “데이터랜드는 기계 지능 시대에 예술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시도”라며 “로스앤젤레스는 예술과 음악, 영화, 건축의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이곳에서 첫 미술관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2026/05/01
분홍 심장, 푸른 동물…고상우의 공존 미학 [박현주 아트클럽] 푸른 화면 속, 동물들은 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의 고통을 외면해 왔는가. 상처 입은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중심 사회의 폭력을 되묻는 전시가 열린다 사비나미술관에서 5월 2일 개막하는 고상우 기획전 ‘스틸 브리딩: 아직 숨 쉬고 있다(Still Breathing)’는 인간의 욕망과 시스템 속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미술로 상처 입은 동물을 위로하는 전시 제목 ‘스틸 브리딩’은 단순한 상태의 묘사가 아니다.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이 문장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의지이자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품는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숨을 이어가는 존재들을 통해 이번 전시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생명들을 외면해 왔으며, 그 침묵에 어떤 방식으로 가담해 왔는가. ◆푸른색 네거티브 기법으로 드러낸 생명의 서사 사진작가이자 현대미술가인 고상우(48)는 ‘인간과 생물 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공존’이라는 세계관을 예술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과 퍼포먼스를 전공한 그는 사진, 퍼포먼스, 회화, 디지털 드로잉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일관된 메시지를 구축해왔다. 그의 시그니처인 네거티브 필름 효과를 활용한 ‘푸른색 반전 기법’을 통해 현실을 낯설게 뒤집는다. 이 기법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유학 시절, 자신의 피부색이 파란색으로 반전되어 보이는 경험에서 출발해 2001년 자화상 ‘꽃을 든 남자’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멸종위기 동물 시리즈로 확장되며 작가를 대표하는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았다. 고상우의 ‘블루’는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타자의 시선에서 비롯된 감각이다. 이민자로 살았던 어린 시절, 언어와 문화, 피부색의 차이를 체감하며 그는 늘 ‘바깥의 사람’으로 존재했다. 그 경험은 약자를 향한 시선으로 이어졌고, 인간을 향하던 관심은 동물로 확장됐다. 작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존재에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서커스단에서 구조된 동물을 본 경험이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속 동물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보호받았어야 할 존재들이다. 2022년 발표한 ‘운명’은 이러한 시선이 응축된 작업이다. 한국전쟁과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사라진 생명의 흔적을 추적해 복원한 이 작품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눈동자는 재현을 넘어 존재에 대한 애도이자 기억의 호출로 작동한다. 푸른 화면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분홍빛 하트는 고상우 작업의 핵심 장치다. 차갑고 깊은 색감 속에 놓인 작은 하트는 강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 하트는 장식이 아니다. 상처 입은 존재의 중심에 남아 있는 감정, 지워지지 않는 생명의 온기를 상징한다. 차가운 세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감각, 끝내 꺼지지 않는 어떤 마음에 가깝다. 또한 그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동물들의 눈이다. 화면 속 동물들은 더 이상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선의 방향을 뒤집는다. 가로·세로 150㎝에 달하는 대형 화면 속 눈빛은 쉽게 피할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질문이 된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 혹은 누구에게 바라보이고 있는가. 이 응시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하나의 선언이다. 동물 역시 감각하고 기억하는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존엄과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환기한다. 인간 중심적 위계에 균열을 내는 이 장치는 강렬하다. 동물은 더 이상 열등한 종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호출된다. 이번 전시는 거시적 담론에서 나아가 개별 생명의 구체적인 서사에 집중한다. 화장품 실험에 사용되는 토끼 ‘랄프’, 탈출을 시도했던 얼룩말 ‘세로’, 밀렵을 피해 뿔을 제거당한 코뿔소 ‘디혼’ 등 상처 입은 존재들은 더 이상 사례가 아닌 하나의 얼굴을 가진 생명으로 다가온다. ◆청주동물원 협업…현실과 맞닿은 예술 청주동물원과의 협업은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실제 보호와 치료를 받고 있는 동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작업은 예술이 현실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작 ‘하나(하나·Hana)’는 선천적 부리 기형으로 구조된 독수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청주동물원에서 날카로운 눈빛의 ‘하나’와 마주한 순간, 맹금류의 본능 깊은 곳에 자리한 광활한 하늘을 향한 갈망을 읽어냈다. 그 감각은 작품의 조형 언어로 번역된다. 푸른 화면 속에서 분홍빛 하트를 품은 노란 눈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붙든다. 상처 입고 보호 아래 놓인 조건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비상의 본능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하늘을 향하는 존재의 모습은 보호와 존엄, 회복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경계 위에서 드러난 공존의 가능성 고상우는 세계자연기금(WWF)과 협력해 백령도와 가로림만 일대에서 점박이물범을 기록해왔다. 북방한계선(NLL)이라는 군사적 긴장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물범의 모습은 인간이 만든 경계의 인위성을 드러낸다. 대표작 ‘국경 없는 얼굴들 2026’, ‘경계선 2026’은 분단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지속되는 생명과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긴장과 대립의 상징인 공간이, 물범에게는 오히려 위협이 적고 먹이가 풍부한 생존의 공간이 된다. 이 역설은 우리가 만든 경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한다. 이 전시는 감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응답을 요청한다. 가장 약한 존재의 곁에 서는 일, 그리고 보이지 않던 고통을 인식하는 일이다. ‘스틸 브리딩’은 애도의 문장이 아니라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다. 예술은 보게 하고, 느끼게 하고, 결국 행동하게 만든다. 그 힘은 지금, 우리의 선택을 향하고 있다. 전시는 사비나미술관 2층과 5층에서 5월 30일까지 열린다.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