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배우는 것”…디뮤지엄, 전시 연계 교육 프로 상시 운영 “취향도 배우는 것이다.” 디뮤지엄이 전시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의 연장선에서 관람객의 감각을 깨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전시의 주제인 ‘삶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삶’을 보다 깊이 있고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과 도슨트 해설, 모바일 가이드를 다채롭게 구성했다. 먼저 어린이 대상 예술 체험 프로그램 '키즈워크룸: 컬렉터의 집'은 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은 전시 작품을 관람한 뒤 자신만의 ‘취향의 방’을 구성하며 컬렉터의 시선으로 예술을 탐색한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구성한 이 프로그램은 매 회차 매진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 '틴 랩: 미술관 직업 탐.험'도 마련됐다. 청소년 단체는 큐레이터, 마케팅, 에듀케이터 등의 직무를 모의 체험하면서 ‘미술관의 일’을 알아간다. ‘온라인 뮤지엄’과 ‘미니어처 뮤지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직접 기획·제작하는 이 활동은 전시를 매개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도 있다. 매일 2회 운영되는 '정규 투어'는 디뮤지엄 도슨트가 직접 주요 작품과 공간을 안내하며 관람객의 예술적 취향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다. 백남준, 이우환,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거장부터 신진 작가까지 800여 점의 작품을 다루는 전시의 맥락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 이외에도 관람 편의를 위한 ‘온라인 리플렛’과 ‘모바일 가이드’도 마련됐다. 전시장 내 QR코드를 통해 전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디뮤지엄 앱으로 텍스트 해설을 제공받을 수 있어, 감각적 몰입뿐 아니라 정보적 이해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한편 '취향가옥 2' 전시는 디뮤지엄의 대표적 기획 시리즈로, 예술작품을 ‘집’이라는 일상 공간 안에 풀어놓아 관객의 개인적 취향과 예술적 감수성을 연결짓는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진행된다. 2025/07/21
모란미술관, 송필 야외조각 프로젝트 '레퓨지아를 찾아서' 실향의 기억이, 조각이 되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모란미술관이 송필 작가의 야외조각 프로젝트 '레퓨지아를 찾아서'를 선보인다. ‘레퓨지아(Refugia)’는 빙하기와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이 살아남았던 피난처로, 작가는 이 생태적 개념을 실향의 인류학과 연결시킨다. 송필 작가는 고향이 댐 건설로 수몰된 경험에서 출발한다. 고향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는 장면은 그의 예술적 기억 속 첫 번째 실향의 풍경이었다. 이번 연작 '레퓨지아'는 단지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 아닌, ‘여정 그 자체’의 의미에 방점을 둔다. 작품 속 빛나는 나무는 뿌리를 내리지 않고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색을 달리 발광하는 이 나무는 끝끝내 존재하고자 하는 생명, 그리고 희망의 형상을 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 아래, 남양주 지역에서 활동해온 송필 작가가 처음으로 지역 공공 공간에서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그의 작품은 최만린, 엄태정, 구본주, 류인, 전국광, 로댕 등의 조각들과 함께 모란미술관 야외조각전시장에 나란히 놓이며, 조각의 고유한 울림을 관람객에게 전한다. 한편 모란미술관은 1989년 개관 이후 35년간 ‘한국 현대조각의 산실’로 불려왔다. 국내외 유수 조각가의 110여 점 작품이 상설전시되는 야외조각전시장은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실내에서는 ‘오늘의 한국조각’, ‘내일의 한국조각’ 등의 전시와 더불어 국제심포지엄, 공모전, 세미나 등을 통해 조각 생태계의 토양을 일궈왔다. 이번 '레퓨지아를 찾아서'는 이 전통 위에 놓이는 하나의 젊은 울림이자, 실향 이후의 세계를 말하는 예술적 화답이기도 하다. 29일 작가와 함께하는 조각 워크숍도 마련된다. 전시는 31일까지. 2025/07/21
서울관 다원공간 '소리의 정원'…하이너 괴벨스의 '겐코-안 03062' 소리는 무엇의 그림자일까. 빛과 어둠, 리듬과 침묵, 언어의 껍질을 벗은 목소리들이 조용히 펼쳐진다. 사운드와 사유가 교차하는 ‘소리의 정원’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이 2025년 다원예술 프로젝트 '숲'의 7월 프로그램으로 독일의 거장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의 멀티미디어 설치작업 '겐코-안 03062'를 선보인다. 장소는 MMCA 서울관 다원공간, 기간은 8월 10일까지다. 25×20×11m의 공간을 고스란히 작업의 장으로 삼아, 관객은 마치 ‘소리의 숲’에 발을 들인 듯 몰입적 체험을 하게 된다. ◆ ‘소리 없는 정원’을 걸으며 작업의 모티브는 1992년, 괴벨스가 일본 교토의 사찰 ‘겐코안’을 방문하면서 출발한다. 사원의 둥근 창과 사각 창, 같은 정원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그 시각적 구조가, 작가의 내면에서는 ‘청각적 구조’로 전이됐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방식으로도 세계를 구성할 수 있다.” 괴벨스의 '겐코-안' 시리즈는 이후 베를린, 리옹, 모스크바, 보고타 등 전 세계를 돌며 각 도시의 장소성과 우편번호를 작품 제목에 반영해왔다. 이번 서울 버전에는 서울관의 우편번호 ‘03062’가 붙었다. ◆언어 이전의 언어, 음악 이후의 음악 이 설치는 퍼포머도, 내러티브도 없다. 그러나 그 비어 있음은 곧 충만함이 된다. 8채널 사운드와 진동, 물결, 사물의 운동이 빛과 어둠 속에 뒤섞이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소리의 결에 감응하며 정서의 여백을 만든다. 작품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출발한다. 자연 속 고요한 은둔과 관찰의 기록은 괴벨스의 해석 아래 하나의 ‘음향적 에세이’로 전환된다. 소로의 글을 바탕으로 존 케이지가 만든 '빈 단어들'(1974), 그리고 괴벨스 자신이 작곡한 '월든'(1998),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민족학적 필드레코딩 등이 교차한다. 그리고 사운드는 겹겹이 목소리를 더한다. 하이너 뮐러, 한나 아렌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거트루드 스타인, 알랭 로브그리예, 안나 아흐마토바… 언어는 의미가 아니라 질감으로, 정치가 아니라 시로 다가온다. 괴벨스는 말한다. “소로는 기차 소리, 새 소리, 나무 소리 사이에 위계를 두지 않았다. 이 태도가 바로 오늘날 예술이 배워야 할 핵심이다.” ◆극장 너머의 극장, ‘다원공간’에서의 몰입 이번 설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연간 프로젝트 '숲'의 일부다. ‘인간과 자연,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매월 다른 형식과 예술언어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오늘날 다원예술이 감각을 여는 방식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작품을 두고 “빛과 어둠, 형태와 리듬, 시와 노래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내는 몰입적 경험”이라며 “새로운 감각의 회로를 여는 예술적 숲”이라고 표현했다. 이 정원에는 발을 딛는 방식이 따로 없다. 듣는 자만이, ‘들린다’는 감각만이, 이 숲을 지날 수 있다. 2025/07/21
AI 시대, 예술은 어디로? ‘AI×예술 포럼’ 열린다 예술과 인공지능이 만나는 접점에서, 미래를 묻는 자리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장호)는 오는 24일, 예술과 기술 융합 커뮤니티 플랫폼 ‘아트랩 클럽’과 연계해 'AI×예술 포럼: AI와 문화예술, 공존을 위한 질문과 정책'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생성형 AI의 확산 속에서 문화예술이 마주한 제도적·정책적 과제를 조망하고, 예술 현장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다. 창작자, 기획자, 기술자, 법률가 등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닌 참여자들이 한데 모여 AI 시대의 예술 생태계에 필요한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 ◆"AI는 도구인가, 동료인가?" 포럼은 ▲오프닝 강연, ▲전문가 3인의 발제, ▲청중 참여 토론으로 구성된다. 첫 순서로 응용언어학자 김성우가 나서 ‘인간의 언어와 인공지능의 언어 – 체화와 외화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AI 시대 인간의 문해력, 사고 방식,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피며,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인식의 전환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발제 세션에서는 예술 창작, 제도, 법의 경계에서 활동 중인 3인의 전문가가 AI 기술 도입에 따른 주요 쟁점을 짚는다. 최승준 미디어 아티스트는 기술 발전이 예술가 개인의 인식과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다. 설동준 프로젝트 퍼플비 대표는 기술 진화에 따라 발생하는 공공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를 짚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정지우 변호사는 생성형 AI 학습·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 및 권리 귀속 문제를 중심으로, 현행 제도의 한계와 대응 전략을 설명한다. 이후 이어지는 청중 참여 토론에서는 예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수렴하며, 정책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제안들이 도출될 전망이다. 이번 ‘AI×예술 포럼’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아트코리아랩이 공동 주관하며, 온라인 사전 신청을 통해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양 기관의 누리집 공지사항에서 확인 가능하다. 2025/07/21
윤범모·유홍준 70대 문화기관장의 귀환…경륜인가, 회귀인가[박현주 아트클럽] 최근 문화계에 익숙한 이름 두 사람이 다시 공공문화기관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70대 중후반. 문화행정의 경험과 상징성을 갖춘 이들의 귀환은 문화계에 경륜과 안정감을 더할 수 있을까. 아아니면 세대교체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신호일까. 광주비엔날레를 이끌게 된 윤범모(74) 대표는 민중미술 연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미술사학자로 활동해왔다. 1995년 비엔날레 창설 당시 특별전 큐레이터로 참여했던 그는, 이번 선임을 통해 30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 섰다. 국립현대미술관장, 다수의 비엔날레와 대형 전시 기획자로서의 경험은 비엔날레의 정체성 강화라는 재단 측 기대와 맞닿아 있다. 윤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현 관장으로 임명됐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퇴한 이력도 있다. 2023년 3월, 그는 “시절이 바뀐 지금 내 소임도 끝난 듯해 떠납니다. 할 말은 많지만 참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정권 변화에 따른 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유홍준(76)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재청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K-문화강국위원장을 맡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그는, 문화유산 해설의 대중화에 기여한 대표적 미술사학자다. 이번 박물관장 선임에서도 그의 상징성과 국민적 신뢰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뚜렷한 전문성과 이력을 가진 이들의 귀환을 단순히 ‘회전문 인사’로만 보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70대 남성’, ‘국공립기관 경력’, ‘미술사학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는 현재 공공기관 리더십의 구조가 얼마나 협소한지 또한 보여준다. 동시대 미술계는 급변하는 감수성과 다층적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젠더 감수성, 탈중심성, 생태 윤리, 기술·미디어 변화 등 새로운 시대적 화두와 감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단지 ‘경험 있는 리더’가 아니라, ‘다르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요구되는 시대다. 특히 공공문화기관의 수장은 단지 행정가가 아니라, 시대와 감각을 매개하는 공적 리더여야 한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두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경험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듣고, 다시 말하는 능력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복귀한 두 기관장은 모두 평론가·전시기획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윤범모 대표는 국공립관과 비엔날레에서 기획 경험을 쌓은 대표적 현장형 기획자이며, 유홍준 관장 역시 미술평론가이자 문화유산 해설을 통해 대중적 기획과 해석의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공공문화기관 수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획자형 리더보다 ‘CEO형’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립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수백억 원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는 기관장의 역할은 단순한 전시 기획이나 방향 제시를 넘어, 기부 유치, 조직 운영, 문화마케팅, 인력 관리 등 총체적 공공경영 능력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전시 개입은 오히려 전문 학예인력의 자율성과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인사는 단지 '누가 다시 왔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 무엇이 요구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기관장의 귀환은 세대교체나 경륜의 문제가 아닌, 역할과 리더십 구조에 대한 본질적 재점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변화하는 문화생태계 안에서, 이들의 리더십이 단절이 아닌 연결, 반복이 아닌 전환으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경륜은 의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감각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경험은 금세 과거가 되어버린다. 2025/07/21
계단·로비·연습실 ‘공연장으로 간 미술’…세종문화회관 ‘공간 큐레이팅’ 미술은 더 이상 미술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용한 전시장 대신, 계단을 오르며 숨을 고르는 그 순간, 공연이 끝난 뒤 여운이 남는 로비, 연습실의 햇살이 번지는 창가. 그 모든 일상적 공간이 이제 ‘전시’의 무대가 된다.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공연장으로 간 미술'은 공연장을 관람의 장소로 전환시키는 공간 큐레이팅의 실험장이다. 계단과 로비, 연습실 등 관객의 동선 위에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미술은 무대 밖에서 관객과 우연히 조우하는 또 다른 공연이 된다. 공공공간과 시각예술의 접점을 재구성하는 실험이자, 화이트 큐브 이후의 전시 방식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하얀 박스를 벗어나, 동선 위로 스며든 예술 공공공간에서 미술을 구현하는 시도는 그간 퍼블릭 아트의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조금 다르다. 벽면에 단순히 작품을 ‘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간의 기능과 흐름, 관객의 이동 동선에 맞춰 작품을 스며들게 한 점에서 ‘공간 큐레이팅’이라는 보다 주체적인 개념을 도입한다. 이는 “미술은 중립적이고 고요한 전시실에서만 감상되어야 한다”는 오랜 전제에 대한 유효한 반문이다. 공연을 기다리는 15분, 발레단 연습실 옆을 지나는 퇴근길에도 미술은 존재할 수 있으며, 그 찰나의 감상이 오히려 더 깊은 예술적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이 삶의 리듬에 맞춰 호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장 큐레이팅’이라는 새로운 전시 모델 이번 프로젝트는 공연장이라는 기능 중심 공간을 예술적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실험이자, 전시의 개념을 확장하는 구체적 사례다. 관객이 이동하고 대기하는 공간, 한때 유휴 공간으로 여겨졌던 장소들이 작품의 맥락과 감정선을 고려한 큐레이션을 통해 ‘사유의 장면’으로 전환된다. 작품을 단순히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가진 고유의 리듬과 감각을 읽고, 그에 응답하는 예술적 개입이 이뤄진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이라는 시간예술의 흐름에 시각예술의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미술을 또 다른 ‘무대 뒤의 공연’으로 재인식하게 한다. ◆공공성, 감각성, 그리고 돌봄의 미학 전시가 열리는 공간은 모두 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이며, 관람은 무료다. 전시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예술을 상정한다. 이는 공공예술이 가져야 할 감각성과 친밀함, 그리고 소외된 감정에 다가가는 ‘돌봄의 윤리’를 함의한다. 이세현은 대극장 계단에 ‘붉은 산수’ 8점을 설치했다. 한국전쟁과 상실의 기억을 우주의 시선으로 환원시키며, 수직적 공간에 감정과 존재의 상승을 겹쳐낸다. 이동기는 대극장 북측 계단에 캐릭터 회화 5점을 배치했다. 팝아트의 언어로 대중성과 예술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들며, 공연장이라는 공간에 놀이성과 색채의 충돌을 선사한다. 변경수의 설치 작품은 대극장 로비와 예술의 정원에 스며들 듯 배치되었다. 채도 높은 색감과 비대한 조형은 ‘달콤한 뚱땡이’라는 형상을 통해 감정의 무력과 현대인의 불안을 익살스럽게 드러낸다. 정다운은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 로비에 섬유 설치 작업을 펼친다. 빛, 천, 구조체가 만들어내는 패브릭 드로잉은 리듬과 감정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지나치는 이들에게 조용한 감응의 순간을 남긴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공연장의 유휴공간을 예술의 장면으로 치환한 이번 전시는, 예술과 관객이 조우하는 새로운 무대를 연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상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열린 공간으로서 시민들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12월 28일까지 진행된다. 대극장은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종료 1시간 후까지,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 로비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모두 무료 관람이다. 2025/07/21
“실로 꿰맨 건 내 감정”…‘모모와 빙고’ 박성수 작가 '자수 회화'로 확장 “실로 꿰맨 건 감정이었어요." ‘모모와 빙고’로 알려진 박성수 작가는 지난 6월, 서울 도로시 살롱에서 개인전 '조금의 그늘과 깊은 비밀'을 열었다. 296일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뒤, 1년 4개월간 작업실에 머물며 만든 자수 회화들이 공개된 자리였다. 그는 오랫동안 유화로만 작업해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자수를 더한 새로운 회화로 방향을 틀었다. 바늘과 실, 그리고 천천히 꿰매는 감정의 시간이 그림 속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전시가 끝나자마자, 그는 짐을 꾸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펨바 섬으로 향했다. 아이프칠드런이 주관한 국제예술나눔 프로젝트에서 박성수는 현지 아이들과 함께 자수를 수놓았다. 이전에도 그는 2024년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에서 열린 예술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하고 싶은 작업이 너무 많아졌어요” “전시가 끝나니까, 진짜 ‘나다운 작업’이 뭔지 더 선명해졌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차분해졌고요.” 경기 남양주 수동리 작업실에서 만난 박성수는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작업 방식부터 뚜렷하게 변화했다. 유화에 자수를 얹고, 기호적 이미지와 동양화적인 평면 구성으로 화면을 해체했다. 어릴 적 동화와 성인의 환상이 겹쳐진 무의식의 복합도시처럼, 각 장면은 독립된 꿈의 파편 같고, 전체는 감정의 지도처럼 구성된다. 이 회화들은 마치 '무의식의 풍경화' 같다. 모모와 빙고가 뛰노는 작은 캐릭터들, 파란 심장, 여백 위의 나무와 새들… 겉보기엔 아기자기하지만, 그 안엔 시간을 통과한 감정이 실로 꿰매져 있다. “그림 속에 감정이 많이 들어갔어요. 자수는 그걸 더 천천히 꿰매게 하죠. 바늘은 시간을 통과하는 도구 같아요.” 자수는 단순한 ‘덧입힘’이 아니다. 찢어진 마음을 꿰매는 감각, 시간의 무늬를 새기는 반복 행위다. 실로 천을 뚫는 느리고 강한 손놀림엔, 무너진 감정을 정리하는 의식이 깃들어 있다. 이 자수화들은 ‘소리 없는 밀도’를 품고 있다. 화면은 환상으로 가득하지만, 그 환상은 극도로 통제된 감정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기억과 감정, 의식과 욕망이 서로를 스케치한 장면들. 자수할 줄 몰랐는데, 어쩌다 하게 됐다는 말 속엔 기술 이전의 감정, 계획보다 앞선 본능, 그리고 오래된 기억의 직감이 묻어난다. ◆“펨바 아이들과 실을 꿰며, 내가 꿰매진 느낌” 7월 7일부터 16일까지, 박성수는 펨바 CDP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수 수업을 진행했다. 바늘을 처음 쥐는 아이들, 손끝이 떨리는 작은 시도. 그 옆에서 박성수는 천천히 실을 잡아주며, 말없이 응원했다. “아이들이 처음엔 바늘을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실을 손에 쥐고 천에 첫 땀을 놓을 때, 표정이 달라졌어요. 그 순간을 같이 꿰며, 저도 꿰매졌달까요. ‘나도 이게 필요했구나’ 싶었어요.” “아이에게 실을 건네며 ‘유캔 두잇, 돈 워리’라고 했어요. 그 한마디에 다 담긴 것 같았어요. 말보단 바늘, 그게 더 진심을 전하더라고요.” 자수는 작업이자 대화였다. 삶을 천 위에 수놓고, 감정을 실로 이어주는 일.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내가 뭘 느끼는지 솔직히 보여주는 게 중요해졌어요. 자수는 느리지만, 감정은 깊어지죠. 이제는 그게 좋아요.” [[[[:newsis_inyoung_left_start:]]]]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나의 작은 이 삶의 일상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기 얼굴처럼 고운 빈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은 어쩌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툭 던져진 어떤 것을 사라지기 전에 그리며, 다시 또 다른 말들이 쏟아진다. 그림 속에 가득한 것들은 어쩌면 미지의 시공간 같지만, 그 안에서 나는 감정과 정서에 집중하려 애쓴다. 그러다 혹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이 우연히 들여다보이기를 바라면서.”(작가 박성수) [[[[:newsis_inyoung_left_end:]]]]펨바에서 꿰맨 시간은 그의 작업에도 스며들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그곳에서 함께 꿰맨 색과 마음들을 천천히 기록 중이다. '조금의 그늘과 깊은 비밀'을 알게됐다. 이제 박성수의 자수 실은 다시, 누군가의 마음 위를 천천히 지나 작은 회복의 길을 수놓을 것이다.'감정을 꿰매는 이 느린 작업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박성수 작가는 그렇게 믿는다. “아이들과 꿰맨 작은 하트, 붉은 선, 울퉁불퉁한 첫 땀들… 그 안에 정말 많은 감정이 있어요. 다음 작업에서, 아마 그 기억들이 다시 올라올 것 같아요. 이미 제 마음에 실로 꿰매졌거든요.” 2025/07/20
서해미술관서 이종덕 방짜유기장 첫 충남 특별전…22일부터 충남 서산 서해미술관이 19일 이종덕 방짜유기장 특별전과 이와 연계한 이솔아 싱잉볼 테라피스트(치료사) 명상 프로그램을 갖는다고 밝혔다. 기간은 오는 22일부터 8월7일까지로 명상 프로그램은 특별전 개막일과 미술관 토요음악회날인 26일, 8월2일 세번에 걸쳐 오후 3시에 시작한다. 전북 무형유산 이 명장과 이 치료사는 부녀지간으로 이들은 이번 특별전에서 전통공예를 넘어 '상(相·上)생(生)'의 철학적 의미와 치유·명상을 결합한 새 경험을 선사한다. 이 명장은 구리78%와 주석22%를 합금해 불에 달구고 수천번의 담금질을 거쳐 단단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방짜유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이번 특별전 주제인 ‘상/상생’은 단순한 공존을 넘어, 서로가 서로의 생을 북돋고, 비추고, 살아가게 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이 명장은 "방짜유기 제작 역시 오행의 상생 원리에 기반을 둔다"며 "존재하는 모든 '상'이 서로를 생각하지 않으면 이 땅도, 삶도, 울림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전시 공간에는 이러한 상생의 흐름 속에서 피어난 14개 핵심 단어를 따라 이 명장의 깊은 사유와 손길이 담긴 방짜유기 조형들로 구성된다.이 단어들은 ▲상(相/上) ▲품 ▲공존 ▲결 ▲심(心) ▲화(和) ▲궤 ▲숨 ▲연 ▲근원 ▲이음 ▲순환 ▲피움 ▲변주로 각 단어가 지닌 의미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울림을 부른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람객이 직접 방짜유기 작품을 쳐보고 그 소리와 진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방짜유기가 지닌 물리적, 정신적 특징을 오감으로 느끼며 전통 공예와 상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아버지가 만든 방짜유기 싱잉볼로 지난해부터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인기를 끌고 있는 큰딸 이 치료사의 '싱잉볼 명상 프로그램'도 괌심을 모은다. 이 치료사는 "방짜유기 싱잉볼의 깊고 맑은 울림은 미술관 자연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시민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선물한다"며 "방짜유기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진에서도 방짜유기장을 향토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 선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광석 방짜유기장은 이 명장 제자다. 부여 출생의 이 명장은 본래 고향인 충남에서 터를 잡고 방짜유기를 하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전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번이 그가 고향인 충남에서 갖는 첫 전시회다. 2025/07/19
김해문화관광재단, 광복 80주년 특별 사진전 (재)김해문화관광재단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시민과 함께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되새기는 특별 사진전 '붉고 푸른 숨, 우리가 있었다'를 8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 가율에서 개최한다. 전시회는 우리나라의 자유 독립을 위해 흔들었던 태극기와 국민의 염원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며, 대한민국은 언제나 국민과 함께 있었다는 메시지를 사진 작품으로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전시회는 초대작가 구주환의 사진 30여 점과 광복 80주년을 상징하는 세대별 김해시민 80명의 참여로 제작된 인물사진 작품 등이 설치되는 특별 사진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주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 김해를 대표하는 김정태, 배동석, 이윤재 열사를 비롯하여 총 12명의 독립운동가에게 헌정하는 인물사진을 제작하여 전시한다. 독립기념관 소장 유물인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인쇄본을 현재의 태극기와 함께 설치해 과거와 현대뿐만이 아니라 미래로의 연결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전한다. 한편, 전시와 연계하여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유아 및 아동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아리 책누리' 프로그램은 그림책 전문 강사와 함께 태극기 주제의 그림책을 율동과 놀이로 풀어내는 체험활동이다. 김해문화관광재단 이태호 문화예술본부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자유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유공들과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세대가 함께 자유와 독립의 진정한 가치를 기억하기 위해 시민의 얼굴과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기는 뜻깊은 자리"라고 전했다. 2025/07/19
김성희 MMCA 관장 “베이징서 수묵별미, 문화적 공명의 새로운 장” “이번 전시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동아시아 미학의 심층적 공명을 이끄는 결실입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이 베이징 중국미술관(NAMOC)에서 열리고 있는 한·중 수묵 공동기획전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개막식 현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공동기획한 첫 전시로, 한국 전통 수묵화의 정체성과 현대적 미학을 아시아 문화의 맥락 안에서 확장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다. 전시는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의 한국 개최를 시작으로, 이번 베이징 순회전을 통해 중국에 첫선을 보였다. 한국의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이응노, 천경자와 중국의 우창숴, 쉬베이훙, 린펑몐, 푸바오스 등 양국을 대표하는 작가 60인의 회화 12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성희 관장은 “동아시아 전통 수묵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시각예술의 대화를 열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가 한국 수묵의 조형적 다양성과 감각적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막식에는 우웨이산 중국미술관장을 비롯해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송희경 겸재정선미술관장, 정광쉬 중국예술연구원 관장, 예술가 톈리밍 등 한중 예술계 주요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우웨이산 관장은 “수묵은 동아시아의 정신을 잇는 가장 정교한 감각의 언어”라며 “양국이 수묵을 매개로 문화적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개막 당일 열린 국제학술대회에는 박종연(홍익대), 배원정(MMCA) 등 한국 미술사 연구자와 뉴커청, 위양, 진일룡 교수 등 중국의 동양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양국 수묵화의 전개 과정과 동시대적 의미를 논하는 가운데, 평론가 우훙은 “한국 젊은 작가들의 실험성과 내면성은 동아시아 수묵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회화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미술관 간 협업을 통한 아시아 미술 담론의 확장을 실현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한국의 회화유산이 외교·문화 협력의 주요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문화예술 외교’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전시 개막 이후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수묵이란 오래된 감각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문화외교의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