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소장품기획전 '회화적 지도 읽기' 대구미술관은 오는 9일부터 8월18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소장품 중 약 78%에 이르는 회화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소장품 기획전 ‘회화적 지도 읽기(Map Reading of Painting)’를 개최한다. 8일 대구미술관에 따르면 2024 소장품기획전인 회화적 지도 읽기는 대구미술관의 회화 소장품 중 대중에게 많이 소개하지 않은 또는 소개한 적 없는 보석 같은 작품을 알리고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연구해 소장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곽훈, 김종복, 송창, 신경철, 안지산, 윤명로, 이강소, 임동식, 조나단 가드너, 최민화, 힐러리 페시스 등 작가 44명의 작품 82점을 ▲상상의 지형학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 ▲캔버스 너머의 방위각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 등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첫번째 섹션 상상의 지형학에서는 과거부터 회화의 주된 대상이었던 자연을 담은 회화를 선보인다. 현대의 화가들은 단순히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과 메시지, 실험적 욕망과 바람을 내포하며 자연을 흡수하고 상상한다. 정태경, 정주영, 송명진, 김종복, 김지원, 안두진, 유영국, 윤명로, 차규선, 신경철, 김선형 등이 펼친 무한개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두번째 섹션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박다원, 오세영, 노은님, 김영주, 황창배, 이영륭, 곽훈, 이열, 이강소, 이배의 추상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20세기 서구현대미술의 주축을 이뤘던 추상미술은 대상의 구체적 묘사를 기피하고 작가의 의지에 의한 추상적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마치 계획 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추상회화는 붓질에 담긴 작가의 감정과 숨결로 인해 저마다의 주체적 개성을 강조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효과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소개하는 세번째 섹션 캔버스 너머의 방위각은 점·선·면을 활용한 기하학적 추상회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20세기 이후 회화의 종말이 선고됐지만 시간성과 공간성, 나아가 작가의 노동적, 심미적 요소들이 축적되며 회화는 여전히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우환, 최명영, 김용수, 박두영, 이교준, 손아유, 유희영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위각으로 무한 확장하는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에서는 조금 더 현실로 내려와 다양하게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안지산, 홍순명, 공성훈, 이명미, 힐러리 페시스, 박자현, 안창홍, 최민화, 임동식, 송창, 배윤환, 로베르 콩바, 성백주, 정강자, 한운성 등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작가의 시선이 담긴 일상의 풍경, 역사적 과거와 시대정신, 한국 전통과 해외 생활상 등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넘나들며 다층적 삶의 면모들을 펼쳐본다. 전시를 기획한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방대한 지표들이 총집합한 지도를 독해하며 길을 찾듯, 대구미술관 회화 소장품들이 각자 품고 있는 독자적인 시각과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미술관이 걸어온 작품 수집의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중 도슨트, 참여 이벤트, 교육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관람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이다. 자세한 정보는 대구미술관 홈페이지(daeguartmuseum.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4/04/08
김준한·최희진·심은경·탕웨이가 읽어주는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김준한, 최희진, 탕웨이, 심은경 등 국내외 배우들이 제주 포도뮤지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전시 음성 가이드에 참여했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전시는 누구나 마주하게 될 삶의 후반기를 ‘어쩌면 더 아름다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며 노화에 따른 인지 저하증(치매)을 매개로 기억과 정체성이 사라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 음성 가이드 녹음에 참여한 배우들은 전시 기획 의도와 취지에 공감해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포도뮤지엄은 전시를 가장 잘 소개해 줄 수 있는 배우들을 찾아 한, 중, 일 3개국을 오가며 녹음을 진행했다. 한국어 음성 가이드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한 김준한 배우가 참여했다. 김준한은 녹음을 위해 인지 저하증과 노화에 대한 학습까지 하고 오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준한은 “드라마에서 뇌와 관련한 신경외과 의사 역을 맡고 난 후로도 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용 음성 가이드에는 ‘힘쎈여자 강남순’, ‘D.P. 시즌2’ 등에 출연한 최희진 배우가 참여했다. 최희진은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목소리 톤을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러 차례 녹음을 거듭하기도 했다. 최희진은 “이번 작업을 하며 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아이들에게 직접 전시를 소개할 수 있게 돼 뜻깊고 설렌다”라고 말했다. 중국어 음성 가이드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배우가 녹음했다. 탕웨이 배우는 녹음에 앞서 전시 참여 작가들의 의도를 느끼고 곱씹기 위해 이틀간 대본을 읽고, 외국 작가들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원어민에게 자문한 후 녹음에 참여하는 프로의식을 보여줬다. 탕웨이는 녹음을 마친 후 포도뮤지엄에 직접 손으로 적은 편지를 통해 “이틀간 특별한 전시의 음성 가이드 녹음을 하며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추억’과 ‘그리움’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었다”라며, “관람객 여러분도 모두 함께 느껴 보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일본어 음성 가이드에는 영화 ‘신문 기자’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심은경 배우가 참여했다. 심은경은 “평소 포도뮤지엄 전시에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직접 음성 가이드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전시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주제를 다루고 있어, 녹음을 하면서도 많은 감상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포도뮤지엄은 4인 배우들의 음성 가이드가 기억, 노화, 정체성 등에 대한 작가들의 깊은 성찰을 생생하게 전달해, 이번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용 해설과 어른, 어린이 영어 가이드 녹음에는 전시를 기획한 김희영 디렉터와 자녀들이 지난 두 차례 전시에 이어 이번에도 참여했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전시는 내년 3월25까지 진행된다. 2024/04/08
'제10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AI가 창조한 사진 작품, 인간을 넘어서다 최근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전 세계가 AI가 몰고 올 세상의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류에게 멸종 수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과 함께 삶을 풍요롭게 할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AI의 등장은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인공지능이 창조한 작품이 과연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AI 사진 작품들이 한국을 찾는다. 제10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총감독 원춘호)은 올해 ‘AI 일상화’를 주제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AI 아티스트가 창조한 작품들을 비롯, 전 세계 120명의 사진가의 작품 1,200여점이 전시된다. 주전시에는 ‘AI 일상화’를 주제로 AI가 창조해내는 사진들을 다룬다. 인공지능이 창조한 사진이 과연 인간이 촬영한 작품과 어떻게 다를까. AI 작품의 예술성은 과연 인간의 예술성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 있을까. 이번 주제전은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과 함께 미래에 펼쳐질 AI 예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것이다. 주제전에는 80년대 뉴욕 거리에서 산처럼 높이 쌓인 눈더미에서 스키 타는 모습을 AI로 재현하여 호기심을 자아내는 사이 골드스타인(Sy Goldstein)과 한국의 안준(Ahn Jun)을 비롯하여 5명이 참가한다. 특히 박평종(중앙대학교 교수)의 특별 AI 토크도 준비되어 AI 사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별전에는 한국단편소설을 재현하며 인간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윤정미를 비롯하여 이원철, 강위원, 왕영상 등 국내의 유명 사진가들이 참가한다. 사진가 류은규의 중국 조선족 사진자료 아카이브 ‘진달래 사진박물관’은 또 다른 볼거리이다. 이밖에도 중국 현대사진가 80명의 작품들을 통해 중국 사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도 있다. 전시는 16일까지, 관람시간은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2024/04/08
바스키아 '무제' 540억~800억…필립스옥션 뉴욕 5월 경매 이전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걸작 3점이 필립스(PHILLIPS)옥션에 출품된다. 이 가운데 1982년작 '무제'는 한화 추정가 540억~800억에 나와 주목된다. 모두 이전에 프란체스코 펠리치(Francesco Pellizzi)와 펠리치 가문에서 소장한 이력이 있는 작품들이다. 필립스옥션은 프란체스코 펠리치와 펠리치 가문에서 소장했던 장 미셸 바스키아의 걸작 세 점을 오는 5월 뉴욕과 홍콩에서 각각 열리는 이브닝 경매에 올린다고 8일 밝혔다. 펠리치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컬렉터이자 하버드의 피바디 박물관과 시카고 대학 출판사에서 발행된 저널 'Res, Anthropology and Aesthetics'의 공동 창립자 겸 편집장이었다. 그는 바스키아의 경력에서 중요한 시기였던 1980년대 초 뛰어난 역사학자이자 컬렉터인 아니나 노세이(Annina Nosei)로부터 이 작품들을 구입해 수십 년 간 소장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정가 한화 540억~800억에 매겨져 이번 경매를 이끄는 바스키아의 대표작 'Untitled(ELMAR)'는 바스키아 걸작으로 꼽힌다. 왼쪽에는 '타락한 천사'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 새 모양의 인물은 가시관을 쓰고 있으며, 그것은 헤일로로도 해석된다. 빛나는 푸른 바다와 'ELMAR'라는 텍스트 위로 떠 있는 이 형상은 추락 직전인 현대 이카루스임을 암시한다. 오른쪽에는 밝게 빛나는 궁수가 등장하며, 이 역시 왕관을 쓴 채 그의 방향으로 두 개의 화살을 발사한다. 이 전사적 모습은 자화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며, 우주에서 자신을 영적인 존재로 해석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1982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2년 후 펠리치가 인수했다. 폭이 약 8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로 바스키아가 거리 예술에서 갤러리 전시 기회를 얻고 인정받기 시작한 황금기의 초석이 되는 작품이다. 1989년 뉴욕의 호프스트라 뮤지엄에서 열린 프란체스코 펠리치 컬렉션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Untitled (ELMAR)는, 바스키아 사망 10주기를 기념하는 추모전의 일환으로 1998년 가고시안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지사에서 재전시되었다. 이때 해당 전시의 도록 표지에도 이 작품이 실렸으며, 이후 이 작품은 최근 파리 루이비통 재단에서 열린 바스키아의 역사적인 2018년 회고전에 전시되어 주목을 받았다. 세 작품 중 1982년 작 Untitled (ELMAR)와 1981년 제작한 Untitled (Portrait of a Famous Ballplayer·추정가 $6.5-8.5 Million(한화 약 87억~114억)는 오는 5월 14일에 열리는 필립스 뉴욕 이브닝 경매에 출품된다. 1982년 작 Native Carrying some Guns, Bibles, Amorites on Safari(추정가: $12-18 Million·한화 약 161억~242억)는 5월 31일 홍콩 이브닝 경매에 출품된다. 이 작품은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홍콩에서 경매 프리뷰 전시에 공개한다. 2024/04/08
프랑스서 주목받은 한지 특별전 '봄을 오르다' 국내 앙코르 프랑스에서 주목받은 한지 소재 특별기획전 '봄을 오르다'가 서울에서 다시 선보인다. '봄을 오르다'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오브제 2024' 에서 선보여 주목 받았던 기획전 'ESCALADER LE PRINTEMPS ; 봄을 오르다'의 국내 앙코르 전시다. 서울 종로구 공공한옥 서촌라운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숯을 이용한 조형물 작업으로 세계적 주목을 끈 조각가 박선기 작가의 설치작품 '조합체'와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갑철 작가의 흑백사진 '무제'가 선보인다. 두 중견작가 작품에 영감을 받은 김선희, 스튜디오 신유, 스튜디오 포, 바이그레이, 스튜디오 누에 등 신진 작가 5명의 한지 작품도 전시된다. 김태완 공진원 전통문화확산본부장은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을 엄선해, 한지의 독특한 색감과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전통한옥의 공간미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서촌라운지는 서울시가 우리주거문화 확산을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12일까지 진행된다. 2024/04/07
국가 상징의 핵심에 들어선 미술관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은 미국 국가 정치의 상징으로 읽힌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오벨리스크 형태의 워싱턴 모뉴먼트와 국회의사당인 캐피탈 힐을 양끝으로 길게 잔디밭이 조성돼 있고, 이 둘의 중간 지점보다 살짝 바깥쪽으로 백악관이 자리하고 있다. 내셔널 몰 인근은 국가 행정을 담당하는 각 부처가 자리한다. 그러나 연간 2500만명이 방문하는 내셔널 몰은 또한 박물관과 미술관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앞선 연재물(‘허쉬혼 미술관과 조각 정원’)에서 소개한 것처럼, 세계 최대의 문화예술과학교육기관인 스미스소니언재단도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재단 산하 20개 미술관과 박물관 중 17개가 이곳 워싱턴DC에 있고, 그 중 11개가 내셔널 몰에 몰려있다. 그리고 미국이 가장 자랑하는 컬렉션을 소유한 국립미술관도 이 내셔널 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National Gallery of Art)다. ◆압도적 컬렉션 갖춘, 미국의 자존심 내셔널 갤러리는 긴 잔디광장을 사이로 허쉬혼 미술관과 마주보고 있다. 허쉬혼 미술관이 모던·컨템포러리 미술을 주로 소개한다면, 내셔널 갤러리는 그보다 시대가 앞선다. 유럽 고대, 근대미술을 중심으로 현대미술까지 확장한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다. 짧은 일정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한다면 허쉬혼보다는 내셔널 갤러리를 우선 찾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컬렉션 규모(약 15만점)만으로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갤러리는 크게 서관(West Building), 동관(East Building), 조각 정원(Sculpture Garden)으로 나뉘는데 연대를 기준으로 20세기 초반 작품까지 서관에, 이후 작품이 동관에 모여있다. 서관은 파르테논 신전 스타일의 고전건축물로, 잘 생긴 파사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날개를 뻗은 모양새다. 긴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들어선 방들은 모두 전시장으로 활용되는데, 압도적인 전시 공간과 소장품 덕에 미술관의 핵심으로 꼽힌다. 존 러셀 포프(1874~1937)가 설계한 건물로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리석 건물이었다. 안타깝게도 포프는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 직접 보지는 못했다. 서관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 볼티모어 앤 포토맥 기차역이었다. 1872년부터 1907년까지 볼티모어와 워싱턴DC를 잇는 열차가 다녀, 미국 수도의 교통 중심지로 작동했다. 그러나 워싱턴DC 재건축을 꿈꿨던 ‘맥밀란 플랜’(McMillan Plan, 1902년 발표)으로 기차역이 북쪽으로 이전한다. 해당 자리엔 원래 조지 워싱턴 기념관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 세계전쟁으로 1918년부터 1921년까지 임시 전쟁 건물로 쓰였다. 이후 대공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져 계속 방치됐다가 1937년 국립미술관 부지로 확정된다. 미술관 부지로 낙점된지 4년만인 1941년 서관은 완공됐지만, 동관은 이보다 약 40여년 늦은 1987년에야 개관한다. 중국계 건축가 아이오밍 페이(1917~2019)가 건축을 맡았다. 동관은 서관과 달리 철조구조물과 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조각 정원은 가장 늦은 1999년 완성했다. 정원까지 친다면 62년 만에 미술관이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리면, 미국 수도인 워싱턴DC를 계획한 ‘랑팡 플랜’(1791년)이 시작한지 200여년이 지나서야 마침표를 찍게 된 셈이다. ◆루브르에는 ‘모나리자’, 이곳에는… 서관은 규모도 규모지만, 소장품 측면에서도 미술관의 핵심으로 꼽힌다. 미술관의 최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네브라 데 벤치’(Ginevra de’ Benci)도 이곳에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통틀어 딱 한 점 있는 다빈치의 작품으로, 내셔널 갤러리는 1967년 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당시 내셔널 갤러리가 사들인 가장 비싼 작품으로, 현재는 그 가치를 헤아리기 어렵다. 다빈치 작품이 시장에 잘 나오지 않을뿐더러, 진위가 확실한 작품은 이미 글로벌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어서다. 다만 가장 최근 공개적으로 거래된 다빈치 작품(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것)으로는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가 있다. 2017년 크리스티 뉴욕에서 4억5030만 달러(약 6024억원)에 낙찰됐다. 당시 한국 미술시장의 한 해 거래액이 5000억원에 채 못미치는 상황이었으니, 작품 한 점이 한국 미술시장 전체보다 비쌌던 셈이다. 수천억원 가치의 ‘지네브라 데 벤치’는 전시장 가운데 좌대 위에 올려진 상태로 전시돼 있다. 누구나 앞면과 뒷면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가로 38.1㎝, 세로 37㎝ 크기로 그다지 크지 않다. 미술관 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은 원작은 이보다 큰데, 훼손으로 잘려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빈치가 20대(1474년에서 1478년 사이)일 때 완성한 초상화로, 그가 제작한 최초의 오일 페인팅이다. 또 여성을 야외 배경에서 그린 급진적인 그림이기도 하다(16세기 여성 초상은 대부분 실내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모나리자’가 다빈치가 50대일 때 완성한 작품임을 감안하면, 꽤 일찍부터 배경이나 인물화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뒷면에는 리히텐슈타인 인장이 찍혀 있는데,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에선 리히텐슈타인 왕자 요한 아담 안드레스 1세가 1712년 구매한 것으로 나온다. 250년 넘게 왕가에서 보관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왕가의 재정을 위해 매물로 나왔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금액인 500만 달러에 구매한 작품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오기 위해선 배송도 문제였다. 책임자였던 내셔널갤러리 그림보존 전문가 마리오 모데스티니는 리히텐슈타인 성 지하에 걸려있던 작품을 최대한 원상태로 가져오기 위해 나무로 크레이트를 짜는 대신 여행용 가방을 개조했다. 이때 사용한 가방이 바로 ‘아메리칸 투어리스터’다. 스티로폼으로 내부를 보강해 온습도를 조절했던 것. 작품은 취리히에서 뉴욕까지 ‘모데스티니 여사’라는 이름으로 1등석을 타고 날아와 미술관에 안착했다. 1967년 3월17일 작품이 대중에 공개되자, 초상화를 직접 보고 싶은 관객이 몰렸다. 한 시간 만에 1000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후 뉴욕타임즈에는 ‘다빈치 마스터피스가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가방에 담겨 대서양을 건너왔다’는 광고도 실렸다. 이외에도 고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자화상, 클로드 모네가 아내 카미유를 모델로 그린 ‘양산을 쓴 여인’, 드가의 소녀상 ‘리틀 댄서’(Little Dancer) 등도 서관에서 전시중이다. 드가의 회화도 걸작이지만, 3차원 조형을 실험했던 조각은 작가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매체로 꼽힌다. 색소를 칠한 밀랍에 면 소재의 몸통, 사람의 머리카락, 린넨 슬리퍼까지 말 그대로 ‘혼합 매체’다. 소녀도 여성도 아닌 그 사이 그러나 불안함은 없고 ‘프로 무용수’로서의 자신감이 가득하다. 국립미술관답게 ‘미국(다운)미술’에 초점을 맞춘 것도 흥미롭다. 유럽의 아류가 아닌 미국 미술의 정체성을 찾기는 작가들의 오랜 과제였을테다. 광활한 서부 풍경을 묘사했는데 중세시대 성이 놓인 풍경화나, 아메리칸 버펄로를 말을 탄 채 사냥하는 미국 원주민은 유럽의 유명 장군들의 초상과 형태적 유사성이 쉽게 보인다. 방대한 규모의 서관을 관람하고 나면, 그 다음은 현대미술의 보고인 동관이다. 규모는 서관에 비해 현저히 작지만 그렇다고 동관을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관과 연결된 지하 통로를 지나면 알렉산더 칼더의 대형 조각이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한다. 벽을 장식한 엘스워스 캘리, 사이 톰블리를 지나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피카소, 모딜리아니가 차례로 펼쳐진다. 층을 올라가면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로버트 마더웰, 바스키아 등 미국 현대미술의 정수가 모여 있다. 꼭대기 층에는 마크 로스코와 바넷 뉴먼 전시장이 별도로 마련됐다. 대상을 ‘재현’하는 것으로 미(美)를 추구하던 기존 미술사에서 벗어나, 형태가 아닌 색으로 숭고함을 이끌어내려 했던 두 작가는 비슷한 듯 다르지만, 미국 추상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로 꼽힌다. 거장들의 작품을 다 보고 옥상 정원으로 나오면 거대한 푸른 수탉이 눈길을 끈다. 현재 내셔널 갤러리 대표이자 글렌스톤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미첼 레일즈의 기증품이다. 그리고 옥상정원 한쪽 끝에는 TV를 바라보고 있는 부처 조각이 있다. 한국 관객들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백남준의 작품이다. (다음 주 2편이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2024/04/06
갤러리박영, 청담점 개관…박승순 '추상의ː향' 30일까지 연장 갤러리박영은 2호 전시관인 서울 청담점 개관 기념으로 22일까지 여는 박승순 작가의 '추상의ː향' 전시를 오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청담점은 서울 압구정로 더트리니티플레이스 지하 2층에 자리했다. 나이프와 튜브만 사용해서 작업하는 박승순 작가는 우연성과 즉흥성이 빚어낸 감각적인 추상화를 선보인다.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는 “박승순 작가는 갤러리의 모태이자 창립 72주년을 맞는 도서출판 박영사와 갤러리박영이 추구하는 추상미술에 부합하는 작가”라며 “갤러리박영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박승순 작가의 다수의 대작들을 청담점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전시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한편 갤러리박영은 2008년 문을 연 파주 출판단지 1호 갤러리다. 넓을 박, 꽃부리 영(博英)’. ‘넓게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으로 70년의 세월을 한국의 근현대문화사와 함께한 박영 출판사가 3대째 미술 문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4/04/05
최만린 대신 남은 '석고 원형 조각'…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한국 현대추상조각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최만린(1935~2020)의 석고 원형 조각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성북구 솔샘로 성북구립미술관 2024년 첫 기획 전시 '흰: 원형'展으로, 최만린의 석고 원형 조각만 공개한 첫 전시다. 오는 11월2일까지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 선보인다. 1958년부터 마지막 시기인 2010년대까지 60여 년이 넘는 최만린의 조각사를 대표하는 석고 원형 54점과 드로잉 11점 등 총 65점을 전시한다. 특히 작가가 30년간(1988-2018)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로 삼았던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80년대 후반 이후의 석고 원형 대부분이 탄생한 곳으로 이번 전시는 ‘근원적 장소로의 회귀’라는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최만린의 석고 조각은 대부분 흙으로 빚은 형태를 바탕으로 제작된 석고 원형에 해당한다. 작가의 초기작인 1950~1960년대 인체상들(현재 대부분 유실됨)과 '이브' 중 일부는 당시 학생이었던 작가가 비싼 브론즈로 제작할 여력이 없었던 탓에 석고 원형으로만 제작되어 그 자체가 유일작으로 남겨지기도 했다. 1960년대 초에 들어서며 테라코타, 시멘트 등의 재료를 사용하던 작가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청동 주물을 위한 석고 원형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은 말년의 작업까지 지속되었다. 특히, 흙을 빚어 만든 최초의 형태는 석고형을 뜨는 과정을 통해 대부분 파괴되는 까닭으로 결국 석고로 뜬 형태가 본래의 형태를 지닌 ‘원형’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석고 원형은 주물을 위한 형상의 틀로 간주되거나 완성된 청동 조각의 유일성을 위해 청동 주물 제작 직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만린은 흙의 형태를 빌어 탄생한 석고 원형 또한 작가의 직접적인 손길과 노동을 통해 보다 완벽한 형상으로 다듬어지는 조각 자체로 바라보았다. 깨지기 쉬운 석고의 특성 상 보관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1950년대에 제작된 석고 작품부터 말년인 2010년대에 제작한 작품들까지 오랜 기간 수백 점의 석고 원형들을 자신의 수장고와 작업실에서 보관해왔다. 석고 원형은 가장 순수한 흰색을 지닌 채 세상에 태어난다. 이 전시에 출품된 석고 원형 중 주물을 뜨지 않은 채 남겨진 석고 원형은 작가 사후 그 자체가 유일작이 되어버린 석고 조각이기에 여전히 흰 빛깔을 뿜어낸다. 그러나 청동 주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흑연이나 모래, 뜨거운 청동의 열을 직접 품은 석고 원형의 표면에는 마치 저마다의 생과 사를 지닌 우주의 행성들처럼 그 탄생의 시간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으며, 그 과정을 따라 황토색이나 검은 색, 푸른 색 등의 빛깔이 덧입혀지기도 한다. 조각 탄생의 순간과 흔적들 그리고 조각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새겨진 석고 원형 조각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조각의 이면에 깃든 작가의 예술 세계를 또 다른 시각으로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다. 2024/04/05
대한민국압화대전 대통령상, 김명숙 ‘세월을품은여행' 제23회 대한민국압화대전에서 김명숙 작 '세월을 품은 여행'이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5일 구례군에 따르면, 이번 대한민국압화대전에는 11개국 작품 322점이 출품됐다. '세월을 품은 여행' 등 75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상을 받은 작품들은 한국압화박물관에 연중 전시된다. '세월을 품은 여행'은 소중한 만남과 아름다운 자연의 속삭임이 있던 추억의 한 자락을 담아낸 작품이다. 김씨는 "작은 농원에서 꽃을 키워내며 작품 활동을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압화 대중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압화대전위원회 조남훈 위원장은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중국, 독일 등 총 11개국에서 대학교나 압화협회를 중심으로 훌륭한 작품을 출품했다"며 "대한민국압화대전은 해가 갈수록 작품의 수준이 향상되고, 명실상부한 국제 행사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순호 군수는 "압화는 자연과 예술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라며 "올해도 수준 높은 작품을 출품해 준 압화 예술인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압화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구례군은 압화의 예술성과 인지도 향상을 위해 전라남도 동부청사 압화 특별전 등 다양한 전시 행사와 압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압화박물관은 세계 유일의 압화박물관으로 역대 압화대전 수상작 등을 상설 전시한다. 산청항노화엑스포, 전남수묵비엔날레 등 특별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4/04/05
익산 보석박물관 순회전…롯데몰 군산점서 9~24일 전북자치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행운을 불러오는 보석, 탄생석' 순회전(展)을 오는 9~24일 롯데몰 군산점 1층 로비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2개월 탄생석의 유래와 의미를 알 수 있는 전시로 보석박물관이 소장하는 12종의 원석과 나석을 선보이고자 마련됐다. 18세기 대중들에게 일반화된 탄생석은 자신이 탄생한 달에 속하는 보석을 지니면 행운과 장수를 불러들인다고 생각해 수호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탄생석은 '다이아몬드'로 보석의 왕으로 불리며, 그리스어 '정복되지 않는다(Adamas)'에서 유래됐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해 결혼 예물을 대표하는 보석이기도 하다. 보석박물관은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과 연마된 1캐럿짜리 나석을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석인 자수정을 비롯해 아콰마린, 에메랄드, 루비 보석도 만나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롯데몰 군산점 영업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오는 15일은 휴점일이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익산보석박물관 누리집(jewelmuseum.go.kr)에서 확인하거나 보석박물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보석박물관 관계자는 "협조해 주신 롯데몰 군산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여유로운 주말에는 보석박물관과 익산에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드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