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고 사진전도 W컨셉에서…그라운드시소 티켓 판매 패션 플랫폼 W컨셉이 문화예술 전시 티켓 판매에 나서며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W컨셉은 문화예술 전시 플랫폼 '그라운드시소'와 손잡고 전시 예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패션 상품 중심이던 플랫폼의 판매 영역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넓혀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서비스 도입을 기념해 14일 오후 8시 W라이브에서 그라운드시소 전시 티켓을 판매하는 첫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에서는 인기 전시 7종을 최대 58%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부산에서 열리는 '요시고 사진전2'와 용산의 '브래드 월스 사진전: 역동하는 삶, 찰나의 예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라운드시소 이스트에서 열리는 '조은 원화전: 오늘의 정원'과 '이기훈 원화전: 내일의 낙원'도 판매 대상에 포함한다. 방송 중 채팅과 퀴즈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VIP 관람권을 1인당 2매씩 증정한다. 구매한 티켓은 각 전시가 종료되기 전까지 원하는 날짜에 사용할 수 있다. 김은환 W컨셉 라이프팀장은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높은 안목을 지닌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시, 공연 등 예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6/10/12
빈집에 예술가가 들어오자, 주민들이 사진작가가 됐다 평생 살아온 동네였다. 매일 걷던 골목이고 늘 보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자 달라졌다.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에 사는 70대 이상 주민 6명이 사진작가가 됐다. 최고령은 87세다. 대부분 사진을 작품으로 찍어본 적이 없었다. 전문 카메라도 아니다. 손에 익은 휴대전화로 동네를 다시 바라봤다. 부산문화재단이 부산지역 4개 전시공간에서 여는 사진전 ‘새삼스럽게 마주하다, 아미동’이 13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아미동 주민들이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사진으로 꾸려졌다. 중구문화원 복병산작은미술관과 최민식갤러리, 명지 포레스트 3002, 센텀 콘텐츠 코리아랩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시작은 빈집에 들어온 한 예술가였다. 사진과 영상,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는 강성규 작가는 지난 3월 부산문화재단의 ‘빈집활용 창작공간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을 통해 아미동 창작공간 ‘아미점’에 입주했다. 이사 온 작가는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이삿떡을 돌렸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사진 모임으로 이어졌다. 강 작가는 주민들과 ‘비사클럽(비석마을사진클럽)’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휴대전화로 골목과 집, 마을 곳곳을 찍기 시작했다. 낯선 곳을 찾아간 것이 아니다. 익숙해서 더 이상 자세히 보지 않았던 동네를 다시 봤다. 주민들은 촬영 일정도 직접 정했다. 찍은 사진을 서로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들이 살아온 공간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했다. 강 작가는 “70세 이상의 어른들을 보면 감각이 무뎌진 어르신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번에 정말 열정적으로 참여해 놀랐다”며 “고령의 노인들도 다양한 창작 활동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문화정책이나 사업 구상에서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주민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전시를 해본 작가가 되는 경험을 안겨주겠다”는 강 작가의 약속이 실제 전시로 이어졌다. 부산문화재단은 현재 사하구·서구·동구·부산진구 등 4개 지역에서 빈집 등 유휴공간을 활용한 창작공간 15곳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 예술가 15명이 창작활동과 주민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진들은 향후 임영매 문화학박사와 송혜영 건축역사학자·공학박사의 글을 더해 도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관람은 무료다. 2026/10/10
색을 긁어냈더니 산이 나타났다…우병윤 ‘들떠 있는 풍경’ 색을 칠해 산을 그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색을 긁어낸다. 채색된 표면을 한 방향으로 반복해 긁으면 아래에 있던 흰 석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짧고 긴 선이 쌓이고 밀도가 달라지면서 어느 순간 산의 윤곽과 빛, 부피가 생겨난다. 우병윤(38)의 신작 ‘들떠 있는 풍경(Floating Landscape)’이다. 우병윤 개인전 ‘중첩: 들떠 있는 풍경(Superposition: Floating Landscape)’이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2024년 선화랑 기획전 ‘자연회귀적 열망’에 참여한 이후 이곳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중첩’ 연작과 신작 ‘들떠 있는 풍경’을 중심으로 회화 32점을 선보인다. 우병윤은 석고와 과슈를 주요 재료로 회화의 표면과 공간을 탐구해왔다. 기존 ‘중첩’ 연작에서는 나무 패널 위에 석고를 바르며 이랑과 고랑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을 만들었다. 그 위에 색을 칠한 뒤 다시 긁어냈다. 석고를 쌓은 흔적과 색을 덜어낸 흔적이 겹치면서 추상적인 결은 파도와 산을 오갔다. 신작에서는 방법을 바꿨다. 석고를 평평하게 바른 뒤 색면을 만들고, 채색된 표면을 반복해서 긁어낸다. 기존의 요철이 산의 덩어리와 공간을 만드는 선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풍경은 색을 더한 곳이 아니라 덜어낸 자리에서 나타난다. 긁어낸 선의 길이와 밀도가 산의 덩어리와 화면의 깊이를 만든다. 그 위에 일정한 간격의 수평선과 수직선을 다시 긋는다. 유기적인 산의 선과 인위적인 기하학적 선이 한 화면에서 교차한다. 멀리서는 산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긁힌 선과 석고의 표면이다. 시선에 따라 풍경과 물질, 깊이와 평면을 오간다. 전시 제목의 ‘들떠 있는’도 여기에서 나왔다. 공중에 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추상과 풍경, 평면과 깊이 가운데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우병윤은 “자연을 내가 해석하고 소유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무관하게 계속되는 세계로 바라보고 싶었다”며 “나 또한 그 안에 잠시 포함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열린다. 2026/10/10
“미술도 증발한다”…백남준부터 디지털·AI 시대까지 37점 캔버스와 조각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에서 사진과 영상, 사운드와 디지털 정보로. 기술이 달라질 때마다 미술의 형태도 바뀌었다. 백남준과 박현기에서 출발해 동시대 복합매체 미술의 변화를 살펴보는 ‘증발 시대의 예술: Art in the Age of Vaporization’이 8일 성남큐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전시 지원사업과 연계한 전시다. 미술은행 소장품을 중심으로 초대 작가 작품을 더해 총 37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증발 시대’는 디지털 미디어 전략가 로버트 터섹의 ‘증발(Vaporized)’ 개념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질적인 도구와 환경이 비물질적인 정보와 서비스로 대체되는 현상을 ‘증발’에 비유한 개념이다. 전시장 초입에는 한국 비디오아트의 흐름을 보여주는 백남준과 박현기의 작품이 나왔다. 백남준의 ‘문학은 책이 아니다’(1988), ‘TV부처’(1992), ‘에스키모 맨’(1995)과 박현기의 ‘The Apocalypse’(1999)를 만날 수 있다. 이어 사진과 영상, 설치, 사운드, 키네틱 조각으로 매체가 확장된다. 강애란의 ‘지혜의 타워링’(2016)은 역사의 기록과 지식을 담아온 ‘책’을 디지털 이미지로 바꿔 수백 권의 책을 육각형 탑처럼 쌓아 올린 작품이다. 이완의 ‘지속(Duration)’(2026)은 지난 20년간의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200개의 시계판을 구성했다. 흘러가는 시간과 기록을 시계라는 장치 안에 축적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이은조의 ‘In Your Eyes, Before my own’(2026)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구글 아트앤컬처 랩과 협업해 제작한 작품이다. 문경원, 최찬숙, 박혜수, 오민 등의 작업도 함께 소개한다. 전시는 새로운 매체가 회화와 조각을 밀어냈다는 식의 단순한 기술 발전사에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미술이 무엇을 담고 어떻게 감각하는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또 하나의 질문은 ‘소장’이다. 영상과 디지털 작품은 회화나 조각처럼 하나의 물질적 형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작품을 어떻게 수집하고 보존해 다음 세대로 넘길 것인가. 전시는 미술은행 소장품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기록하는 미술관의 역할도 함께 짚는다. 전시는 11월29일까지. 무료 관람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2026/10/10
고양이와 집사들을 위한 '2026 냥냥펀치 서울캣쇼' [뉴시스Pic] 고양이와 집사들을 위한 대규모 전문 박람회 '2026 냥냥펀치 서울캣쇼'가 오늘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막했다. 오는 11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프리미엄 사료와 수제 간식을 비롯해 모래, 자동화장실, 캣타워·가구, 미용 및 헬스케어 용품까지 반려묘를 위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대표 캣쇼다. 최신 캣테크 트렌드와 다양한 고양이 용품을 직접 비교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개막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단순한 쇼핑을 넘어 반려묘와 교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눈에 띈다. 반려묘 캔버스 초상화와 식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냥손공방' 체험 클래스와 더불어, 고양이 눈 건강 관리 및 전문 수의학 지식을 나누는 '냥카데미' 세미나가 진행된다. 2026/10/09
[신간]뮷즈는 RM 때문에 떴을까…'오늘의 감각'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이 더 이상 박물관을 그저 '옛날 물건을 보관해 놓은 곳'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7~8쪽) 신간 '오늘의 감각(문학동네)'은 식품과 외식 산업 분야 마케터가 박물관상품 기획자로 변해간 과정을 담았다. 저자 김미경은 '아침햇살', '초록매실', '믹스앤베이크', '세븐스프링스' 등이 알려지는 데 크게 이바지한 실무자다. 2016년 입사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현재 상품사업본부장으로 뮷즈를 이끌고 있다. 그는 '감각'이 타고난 센스나 취향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감각은 지금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아차리는 능력이다."(9쪽) 25년 동안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며 그가 깨달은 건 감각이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과 연결지점을 찾아내는 능력이란 점이다. 이런 점에서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은 매력적이다. 만들어질 당시의 감각이 남아 있어서다. 뮷즈는 이런 '당시의 감각'을 '오늘의 감각'으로 전하는 브랜드다. 오늘날 뮷즈의 유행 뒤에는 이런 치열한 고민과 능력이 있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핵심에 집중하는 법'은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 놓치면 안 되는 한 가지를 찾아내는 순간들을 다룬다. 2부 '공간과 경험, 유산과 미래를 잇는 방법'은 경험으로서 상품의 가능성을 실험해 온 과정을 비춘다. 3부 '존중과 균형, 지속이라는 가치'는 공공기관이자 박물관으로서 고민해야 했던 지점들을 다룬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추천사를 통해 "국중박 뮷즈의 기획자인 김미경이 하나의 박물관상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창작 자술서'"라고 표현했다. 정명희 큐레이터도 "이 책은 뮷즈의 성과보다 그 성과를 만든 판단과 과정을 조명한다"라며 "또 다른 뮷즈를 꿈꾸는 기획자들에게 이 기록이 자신의 질문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26/10/09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개막 한 달 광주비엔날레, 관객들이 발견한 것 “전시를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지나온 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질문이 남았어요.” 개막 한 달을 맞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작품 하나하나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반응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20대 관람객은 “전시의 속도와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작품이 하나의 연속된 서사처럼 이어진다”며 “마지막에는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하나의 문장이자 질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시작된 경험은 광주라는 도시로도 번졌다. 동명동과 양림동의 파빌리온을 둘러본 한 관람객은 “골목 사이사이에 세계 각국의 작품이 들어와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처럼 느껴졌다”며 “여러 전시장을 찾아다닌다기보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천천히 여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관람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본전시장과 파빌리온 누적 관람객은 16만2565명이다. 추석 연휴인 지난달 24~27일 나흘 동안 2만1493명이 찾았고, 개천절 연휴인 이달 3~5일에도 1만8637명이 방문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열린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연결과 관람의 밀도를 높인 전시다. 한 번에 모든 작품을 훑기보다 다시 찾는 관객도 있다. 전시해설사 고모씨는 “재입장이 가능해 여러 차례 방문하며 작품을 보다 편안하고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냥 지나치면 놓치기 쉬운 작품들도 있다. 제1·2전시실 사이 복도에 설치된 류한길의 ‘고목이 남긴 것’은 오래된 나무를 밟을 때 나는 소리를 들려주는 생성형 사운드 설치다. 과거 마을의 고목 아래 사람들이 쉬고 교류했던 모습에서 착안했다. 사람들이 오가는 경사로에 소리와 움직임을 끌어들여 잠시 머무는 장소로 바꿨다. 제2전시실의 A K 돌벤 ‘아마존’은 활을 들어 올리고 시위를 당기는 인물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16㎜ 필름에 담았다. 목과 어깨, 팔과 몸통을 가까이 보여주며 긴장과 이완, 훈련과 인내의 시간을 포착한다. 제3전시실에서는 캠프(CAMP)의 ‘봄베이 틸츠 다운’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인도 뭄바이의 3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CCTV로 도시를 촬영했다. 감시를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는 바다와 고층빌딩, 거리와 판자촌을 바라보며 도시의 노동과 불평등, 기억을 포착하는 눈으로 바뀐다. 멜빈 모티의 ‘어느 맑은 날’은 만성 질환을 앓는 동반자와 함께한 5년의 시간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개구리의 움직임과 호흡을 통해 질병과 회복, 변화하는 신체와 삶의 지속성을 이야기한다. 전시의 끝에는 AI가 쓴 시가 기다린다. 시각 디자인을 맡은 강이룬은 AI 시스템을 활용해 비엔날레 출품작마다 한 편의 시를 생성했다. 제5전시실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시’ 73점이 펼쳐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시작한 비엔날레가 AI가 생성한 시로 끝나는 셈이다. 관객은 전시장을 빠져나오기 전 다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질문과 마주한다. 해외 언론도 전시의 ‘작지만 밀도 높은’ 구성에 주목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여러 비엔날레에서 보이는 “도덕적이고 진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관점을 전환시켜 변화를 촉진한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규모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전시”라며 작가와 작품을 정밀하게 선별한 점에 주목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11월15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곳곳에서 열린다. 2026/10/09
한글은 혼자 있을 때보다 만날 때 강해진다[박현주 아트에세이 ㊱] ㄱ은 혼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ㅏ도 그렇다. 둘이 만나면 ‘가’가 된다. 글자가 글자를 만나면 말이 된다. 말이 모이면 생각이 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 큰 말도 시작은 작은 자음과 모음이다. 한글은 혼자 있을 때보다 만날 때 강해진다. 화가 강익중의 그림도 그렇다. 그의 그림은 작다. 가로세로 3인치. 약 7.6㎝다. 손바닥만 한 정사각형이다. 시작은 생존이었다. 198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그림 그릴 시간이 없었다. 작은 캔버스를 만들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꺼내 그렸다. 사람을 그렸다. 일상을 그렸다. 외워야 할 영어 단어도 적었다. 그림과 글자가 한 화면에서 만났다. 작아서 시작한 그림은 역설적으로 커졌다. 3인치 그림 옆에 또 하나가 붙었다. 천 개가 됐다. 만 개가 됐다. 작은 그림은 거대한 벽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삼라만상’도 그렇게 태어났다. 1만 개의 작은 캔버스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작은 것이 모여 큰 세계를 만든다. 강익중 작업을 관통하는 원리다. 한글도 그렇다. ㄱ, ㄴ, ㅁ, ㅅ. 하나하나는 작은 기호다. 자음이 모음을 만나 소리가 된다. 소리는 뜻이 된다. 뜻은 마음을 움직인다. 서로 떨어져 있던 것이 만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강익중에게 한글은 장식이 아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기호에 머물지도 않는다. 연결의 언어다. 그 한글은 한국 안에 머물지 않았다. 2024년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앞에도 한글이 섰다. 강익중의 ‘네 개의 사원’이다. 수천 년 전 만들어진 피라미드 앞에 네 개의 구조물이 들어섰다. 벽에는 ‘아리랑’이 적혔다. 한글로 썼다. 영어로 썼다. 아랍어로 썼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로도 썼다. 네 개의 문자가 하나의 노래를 불렀다. 신전 안에는 5016개의 그림이 걸렸다. 한국전쟁 실향민의 꿈이 있었다. 어린이의 꿈이 있었다. 난민의 꿈도 있었다. 사막의 바람이 불었다. 그림들이 흔들렸다. 서로 부딪쳤다. 소리가 났다. 피라미드는 과거였다. 사람들의 그림은 미래였다. 그 사이에 문자가 있었다. 언어가 과거와 미래를 이었다. 수천 년 전의 상형문자와 오늘의 한글이 한 벽에서 만났다. 아리랑은 국경을 건넜다. 한글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는 길이 됐다. 작은 글자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강익중의 작업은 말한다. 혼자 있는 하나는 작다. 그러나 연결된 하나는 더 이상 작지 않다. 몇 개의 선과 점에서 수많은 말이 태어난다. 우리는 그것으로 이름을 부른다. 마음을 전한다. 기억을 남긴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문장을 오늘 다시 읽는다. 글자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때로는 시간까지 잇는다. 그래서 한글날 강익중의 그림을 다시 본다. 한글이 아름답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글자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가. 같은 글자가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 같은 글자가 누군가를 살게 한다. 글자에는 선악이 없다. 어떤 말을 만들지는 사람의 몫이다. 그것을 연결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좋은 예술도 비슷하지 않을까. 거대한 것을 만드는 일만이 아니다. 떨어져 있던 것들을 잇는 일. 보이지 않던 사이에 길 하나를 내는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길이 필요하다.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글자 몇 개를 골라보자. 사랑한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큰 말도 시작은 작은 글자 몇 개였다. 2026/10/09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벌써 18살…11일 생일잔치 백남준이 생전에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이름 붙인 미술관이 열여덟 살이 됐다. 2008년 10월8일 경기 용인에 문을 연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 18주년을 맞아 오는 11일 관객과 함께하는 생일 축제를 연다. 올해는 백남준 20주기다. 센터는 지난 7월부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을 열고 별과 행성, 위성으로 뻗어나간 백남준의 우주적 상상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 개관 기념 행사도 그 연장선에서 백남준의 우주를 보고 듣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린다. 백미는 천문학자가 백남준의 우주를 읽는 특별강연이다. 천문학자 지웅배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조교수가 11일 오후 2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주제로 강연한다. 전시 ‘별, 괘卦’와 연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과학자들이 관측과 추론을 통해 어떻게 찾아내는지 들려준다. 백남준이 상상한 우주와 현대 천문학을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다. 미술관 야외 데크에서는 싱잉볼 소리와 차, 아로마 향을 이용한 요가 명상 ‘우주를 듣는 시간’이 오전 10시30분과 오후 4시 열린다. 관객이 직접 백남준의 작품을 완성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TV 정원 자수 클럽’은 백남준의 ‘TV 정원’ 이미지를 픽셀 단위로 나눠 관객이 하나씩 수놓고 이를 다시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하는 공동 창작 프로그램이다. 나만의 우주를 담은 키링 만들기와 볼펜 꾸미기, 센터 출판물을 나누는 행사도 진행한다. 개관기념일인 8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입장한 관객 가운데 선착순 18명에게 자체 제작 굿즈를 증정한다. 첫 번째와 18번째 입장객에게는 백남준이 생전에 둘렀던 피아노 건반 무늬 머플러를 본뜬 ‘백남준 피아노 머플러’를 선물한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지난 18년 동안 백남준아트센터를 키워 온 것은 이곳을 찾아 준 관객들”이라며 “가족·이웃과 함께 백남준의 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기는 가을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2026/10/08
대구간송서 겸재 보고 한글로 시 짓고…한글날 ‘우리 산·글·소리’ 우리 산을 그리고, 우리 글로 시를 짓고, 우리 소리를 듣는다. 대구간송미술관이 한글날을 맞아 오는 11일까지 ‘우리 산, 우리 글, 우리 소리’ 특별 주간을 운영한다.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 기념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와 연계해 한글 체험과 국악 공연, 관람객 참여 행사를 펼친다. 특별전에서는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의 작품 216점을 선보인다. 우리 산천을 자신만의 시선과 필묵법으로 그려낸 정선의 예술세계와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글날 연계 프로그램 ‘우리 산, 우리 글’에서는 정선의 진경산수와 한글을 함께 체험한다. 작품 속 산과 바위, 물의 표현을 손끝으로 만져보고 한글 도장을 찍어 작품에 어울리는 ‘나만의 제화시(題畵詩)’를 완성한다. 오는 11일까지 매일 오후 3~5시 미술관 1층 감상안내소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림은 소리로도 이어진다. 10일 오후 4시 미술관 박석마당에서는 대구국악협회와 함께하는 ‘우리 산, 우리 글, 우리 소리’ 공연이 열린다. 실내악과 가야금, 판소리, 사물놀이 등으로 겸재가 그린 우리 산천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다. 전시 기간에는 성인 대상 ‘간송예술강좌’와 한국화가 장병언과 함께 정선의 작품을 감상하고 전통 회화 기법으로 직접 그려보는 ‘나도 겸재’도 운영한다. 관람객 설문조사 참여자를 위한 ‘인생네컷’ 무료 촬영과 미술관 SNS 구독 인증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겸재 정선 포스터 증정 행사도 마련됐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우리 산천의 참모습을 담은 겸재의 진경산수와 함께 우리 글과 우리 소리가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