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Dream NEXT’ 첫 그룹전…김휘아·아하콜렉티브·유아연,·장우주 달러 지폐를 접어 만든 강아지부터 관객의 몸짓에 반응하는 로보틱스 조각까지. 돈과 가치, 신체와 관계의 ‘흐름’을 예술로 풀어낸 신진 작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한국메세나협회와 한국증권금융 꿈나눔재단은 28일부터 9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원아트센터에서 ‘SKETCH 2026 : 유동의 미학’을 개최한다. 한국증권금융 꿈나눔재단이 올해 한국메세나협회와 시작한 예술인재 지원사업 ‘희망 Dream NEXT’의 첫 그룹전이다. 지난 2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휘아, 아하콜렉티브, 유아연, 장우주가 참여한다. 전시는 금융과 예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흐름’에서 출발한다. 자본과 가치, 신체와 이미지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교환되는 동시대 사회를 네 작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융합예술가 김휘아는 심해 생물 아귀의 발광기관에서 착안한 인터랙티브 로보틱스 조각 신작 ‘ESCA’를 선보인다. 관객의 몸짓에 반응해 기계 촉수가 움직이며 인간과 기계, 타자 사이의 관계와 신체의 경계를 탐색한다. 김샛별·박주애·정혜리·최지원으로 구성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아하콜렉티브는 고정된 ‘중심’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설치 ‘Known movement’와 ‘Unknown Location’, 영상 ‘Unknown Time’, 사운드 작업 ‘혼돈과 춤추는 방법’ 등 신작 4점을 공개한다. 유아연은 자본이 신체를 상품화하고 이미지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신작 ‘Formicary’에서는 상품을 보호한 뒤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통해 개인과 도시를 재편하는 유통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장우주는 예술과 금융 시스템이 만나는 지점에 주목한다. 달러 지폐를 접어 만든 신작 ‘나의 정말정말 사랑스런 강아지’를 비롯해 설치·영상·회화를 통해 자본시장과 미술시장의 구조적 유사성을 드러내고 ‘예술성은 어떻게 규정되는가’를 묻는다. 전시장은 ‘공전지대-자전지대-역동의 장’으로 구성했다. 관람객이 자전과 공전에서 착안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작품과 관객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관계를 경험하도록 했다.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인 9월 3일에는 삼청나잇과 연계한 ‘The Sketch Night’도 열린다. 참여 작가들의 아티스트 토크와 미디어 퍼포먼스, 레이브 파티를 진행한다. 2026/08/28
테이트·M+ 큐레이터 서울 온다…한국 차세대 작가 9인 작업실 방문 테이트 모던과 M+, 아트두바이 등 세계 미술계 전문가들이 한국 차세대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 기간에 맞춰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Dive into Korean Art)’를 오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로 7회째인 이번 프로그램에는 세계 각국 미술관 큐레이터와 에디터 등 해외 미술계 전문가 15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한국 작가들의 작업실과 주요 미술기관을 직접 방문해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 향후 전시와 소장, 출판, 협업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국 작가는 고요손, 김무영, 박예나, 안민정, 최수련, 최윤희, 홍민키, 홍은주, 황수연 등 9명이 참여한다. 해외에서는 발렌티나 라비길리아 테이트 모던 미디어 큐레이터를 비롯해 잉 곽 M+ 시니어 큐레이터 및 시각예술부문 총괄, 알렉시 글라스-칸터 아트두바이 전시총괄, 헤이케 에이펠다우어 비엔나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에밀리 왓링턴 아트인아메리카 부편집장 등이 서울을 찾는다. 이들은 작가 작업실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송은 등을 방문한다. 9월 2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컨버세이션즈’를 열고 국제 미술기관의 작가 선정과 협업, 한국미술의 국제적 해석과 확장 등을 논의한다. 이어 광주·부산비엔날레를 찾아 한국 현대미술 현장을 살펴본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 기간에는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이 미술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예경은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과 함께 9월 3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2026 Kiaf SEOUL × KAMS × Frieze Seoul Talks’를 개최한다. ‘누가 미술의 미래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 34명이 참여해 컬렉팅과 작가,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총 9개 세션을 진행한다. 캐롤 잉화 루 인사이드아웃미술관 관장 겸 제19회 이스탄불 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토비아스 버거 홍콩 세라카이 스튜디오 공동설립자 및 큐레토리얼 디렉터, 와시다 메루로 21세기 가나자와미술관 관장, 벤 이스텀 e-flux 편집장, 아말 칼라프 2026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등이 참여한다. 컬렉팅 세션에서는 국내외 컬렉션의 흐름과 한국미술의 가능성을 짚는다.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브랜드 협업과 디아스포라·정체성, 도시와 공동체 등을 다룬다. 비엔날레 세션에서는 글로벌 비엔날레의 변화와 큐레토리얼 실천을 중심으로 비엔날레의 역할과 미래를 논의한다. 프로그램은 누구나 선착순으로 현장 참석할 수 있다. 사전 접수자에게는 유튜브 생중계 링크를 제공한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한국미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우수한 작가와 작품이 세계 미술시장과 주요 미술기관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국제 유통 기반이 중요하다”며 “해외 주요 미술기관 및 전문가와의 협력을 확대해 한국 작가와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28
“마지막까지 붓 놓지 않았다”…‘무한’을 남긴 쿠사마 야요이의 97년(종합) 자신을 지우기 위해 찍기 시작한 점은 결국 세계를 뒤덮었다.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가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 쿠사마 스튜디오는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별세 소식을 알리며 “마지막 날까지 붓을 내려놓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평생 천착한 ‘영원한 사랑’과 ‘영혼’에 대한 탐구도 마지막까지 이어갔다고 전했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꽃과 점, 무늬가 자신과 주변 공간을 뒤덮는 환각을 경험했다. 그는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대신 그것을 그렸다. 반복되는 점과 그물은 훗날 쿠사마 미술의 핵심인 ‘무한(infinity)’과 ‘자기소멸(self-obliteration)’의 언어가 됐다. 사라지고 싶었던 한 인간의 강박은 역설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이미지가 됐다. 검은 점이 박힌 노란 호박, 화면을 끝없이 뒤덮는 ‘인피니티 네트’, 거울 속 빛이 무한히 증식하는 ‘인피니티 미러룸’. 쿠사마라는 이름을 몰라도 그의 이미지는 알아보는 시대가 열렸다. ◆뉴욕의 아웃사이더에서 세계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일본화를 공부한 쿠사마는 일본 미술계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꼈다. 미국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와 편지를 주고받은 뒤 1958년 뉴욕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전위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뉴욕에서는 도널드 저드 등과 교류하며 거대한 화면을 작은 망으로 뒤덮는 ‘인피니티 네트’를 선보였다. 가구와 사물에 천으로 만든 남근 형태를 빼곡하게 붙인 ‘소프트 스컬프처’, 누드 퍼포먼스와 반전 해프닝 등 회화·조각·행위를 넘나드는 작업을 펼쳤다. 1966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공식 초청도 받지 않은 채 잔디밭에 거울 구 1500개를 깐 ‘나르시스 가든(Narcissus Garden)’을 설치했다. 그는 ‘당신의 나르시시즘을 팝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거울 구를 개당 2달러에 판매하다 비엔날레 측의 제지를 받았다. 그러나 여성이고 아시아인이었던 쿠사마가 당시 뉴욕 미술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남성 작가들에게 차용됐지만 정작 자신은 미술사에서 밀려났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1977년 도쿄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했다. 이후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인근 스튜디오로 출근해 작업했다. 정신병원은 예술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삶의 기반이 됐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전시를 계기로 국제 미술계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호박과 거울, 빛과 점을 결합한 몰입형 설치 작업들이 폭발적인 대중성을 얻으면서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미술관에서 SNS까지…‘무한’이 대중문화가 되다 쿠사마의 ‘인피니티 미러룸’은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직접 들어가 자신의 몸이 수없이 증식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한때 강박과 환각에서 출발한 ‘자기소멸’은 스마트폰과 SNS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장 촬영하고 싶은 현대미술이 됐다.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전시가 열릴 때마다 긴 관람 행렬이 이어졌다. 2017년 워싱턴 허시혼미술관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셀피를 찍다 작품을 훼손해 전시실이 일시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장에서도 쿠사마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아트넷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경매에서 쿠사마 작품은 약 1억9000만 달러어치 거래됐다. 2024년에도 1억5500만 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최근 1년간 아시아 생존 작가 경매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노란 호박’…104억5000만원 국내에서도 쿠사마는 검은 점이 뒤덮인 노란 ‘호박’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술시장에서도 국내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해외 작가로 꼽혔다.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2015년작 대형 회화 ‘Pumpkin(MBOK)’은 104억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에서 거래된 쿠사마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국내 미술관과도 인연이 깊다. 2013년 대구미술관은 ‘쿠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를 개최했다. 신작 30점을 포함해 회화·조각·설치 등 118점을 선보인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 순회전이었다. 이듬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이 이어지는 등 쿠사마는 한국에서 미술 애호가를 넘어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해외 작가가 됐다. ◆자기를 지우려 했지만 가장 선명하게 남았다 쿠사마는 평생 ‘자기소멸’을 이야기했다. 자신과 사물, 공간의 경계를 점과 그물로 지우고, 거울 속에서 몸을 무한히 증식시켰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던 작업은 역설적으로 쿠사마라는 이름을 세계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선명한 이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 그는 미술뿐 아니라 소설과 시, 퍼포먼스까지 넘나들며 생의 마지막까지 작업했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그의 뜻을 이어 예술을 통해 세계 사람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과 힘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점 하나로 시작한 그의 ‘무한’은 이제 작가 없는 세계에서 계속 증식한다. 2026/08/27
태국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와 애착인형 태국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가 27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린 개인전 ‘제의를 품은 신체들(Post Ritual Bodies)’ 기자간담회에서 세 살 때부터 간직해온 애착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동안 비닐에 보관돼 있던 이 인형의 이름은 ‘마이클’. 현재 작가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코라크릿은 이날 마이클이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로 데뷔한 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코라크릿은 사람뿐 아니라 사물과 이미지에도 시간과 기억이 축적될 수 있는지를 이번 전시에서 탐구한다.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
태국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국제갤러리 부산서 개인전 태국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가 27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린 개인전 ‘제의를 품은 신체들(Post Ritual Bodies)’ 기자간담회에서 회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는 지난 10여 년간 회화,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예술 작품이 신체와 기술, 시간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기억을 매개하는지 탐구해왔다. 개인과 공동체의 서사를 엮어내며 이미지를 고정된 재현물이 아닌 애착과 상실, 변형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하나의 장(場)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현재 방콕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미술학사, 2012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
국제갤러리 부산서 개인전 연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태국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가 27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린 개인전 ‘제의를 품은 신체들(Post Ritual Bodies)’ 기자간담회에서 회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는 지난 10여 년간 회화,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예술 작품이 신체와 기술, 시간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기억을 매개하는지 탐구해왔다. 개인과 공동체의 서사를 엮어내며 이미지를 고정된 재현물이 아닌 애착과 상실, 변형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하나의 장(場)으로 바라본다.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현재 방콕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미술학사, 2012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
부산 F1963에서 개인전 여는 장 미셸 오토니엘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이 27일 부산 수영구 F1963에서 열린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금빛과 은빛 구슬로 제작한 대형 조각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
세 살 때부터 애착인형과 세계여행…코라크릿이 불러낸 ‘유령들 세 살 때부터 함께한 작은 인형이 이제 그와 세계를 여행한다. 태국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40)가 27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낡은 애착인형 하나를 두 손에 올려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인형이다. 한동안 비닐 안에 보관돼 있던 이 작은 존재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작가와 함께 세계 곳곳을 다닌다. “어디에 갈 때마다 이 인형을 가지고 갑니다.” 코라크릿에게 이 인형은 단순한 추억의 물건이 아니다. 한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기억과 관계를 축적한 또 하나의 ‘신체’다.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28일 개막하는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개인전 ‘제의를 품은 신체들(Post Ritual Bodies)’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몸을 넘어 사물과 공간, 이미지에도 기억이 깃들 수 있는지를 묻는다. 지난 10여 년간 회화와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족과 애착인형을 비롯해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이 어떻게 기억을 품고 순환하는지를 신작으로 풀어냈다. 코라크릿은 태국의 애니미즘적 세계관을 작업의 중요한 토대로 삼는다. 27일 부산 국제갤러리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태국에서는 산이나 나무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애니미즘적 사유를 사람이 만든 건물이나 전시장 같은 비인간적 존재에도 적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회화 전시장에 걸린 회화는 얼핏 추상화처럼 보인다. 푸른색과 검은색 사이로 빛이 번지고 이미지의 흔적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단순히 물감을 칠한 그림이 아니다. 작가는 홀로그램에 사용되는 반투명 스크린 위에 안료와 폴리머를 겹친다. 여기에 애착인형의 영상을 투사한다. 영상이 화면에 닿는 순간을 다시 사진으로 촬영해 회화 표면에 인화한다. 회화가 영화를 보고, 그 순간을 자신의 몸에 기억하는 셈이다. 코라크릿은 “회화 그 자체가 기억을 품는 동시에 영상을 보는 존재이자 영상이 비춰지는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은 두 전시장 사이의 경계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된 빛이 반투명한 화면을 통과해 앞뒤 공간을 오간다. 작가는 이를 두 공간이 빛을 통해 나누는 ‘대화’로 본다. 그의 관심은 결국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홀로그램 영상을 작업해온 그는 밝은 빛과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부분이 공간을 만드는 특성에 주목했다. 이후 영상에서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영상이 투사되지 않아도 그것을 필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프로젝터의 빛이 아니라 전구나 태양빛만 비추어도 그것이 필름이 될 수 있을까.” 이미지를 없애고 빛마저 걷어낸 뒤에도 영화는 존재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은 ‘고스트 레이어(Ghost Layer)’라는 작업 방식으로 발전했다. 무언가를 계속 더하는 대신 비워낸다. 역설적으로 사라진 자리는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 ‘유령’은 코라크릿의 작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쇳말이다. 그는 동남아시아에서 현대의 영상 기술과 오래된 영혼의 믿음이 결합해온 역사에도 관심을 둔다. 전쟁 중에는 헬리콥터에서 죽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만든 음향을 틀어 적군을 심리적으로 동요시키거나 숲에 빛과 영상을 투사해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난 것처럼 만드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남겨진 영상 기술은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했다. 코라크릿은 태국에서 전쟁 후 남겨진 프로젝터가 사찰과 숲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승려들은 영혼을 위해 영화를 상영했고,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전쟁과 권력의 도구였던 기술이 어느 순간 영혼과 만나는 의례의 장치가 된 것이다. 코라크릿에게 유령은 공포영화 속 존재가 아니다. 몸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기억과 흔적에 가깝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직접 쓴 기도문을 태우고 남은 재를 이용한 작업도 놓였다. 태국에서 경작이 끝난 농작물을 태우고 남은 재도 작품의 재료가 된다. 불은 모든 것을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역시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던 사람들의 재 위에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제의를 품은 신체들’이다. 사람만 신체를 갖는 것이 아니다. 낡은 인형도, 빛을 받아들인 스크린도, 불타고 남은 재도 시간을 품는다. 작가에게 살아 있는 인간과 사물의 경계는 그렇게 조금씩 흐려진다. 1986년 태국 방콕에서 태어난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는 현재 방콕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미술학사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미술학 석사를 받았다. 회화와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결합하며 기억과 애니미즘, 기술과 신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휘트니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전에 참여했으며 그의 작품 은 뉴욕 휘트니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오슬로 아스트루프 펀리 현대 미술관, 런던 자블루도비치 컬렉션, 난징 시팡 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2026/08/27
오토니엘, 부산 F1963에 펼친 ‘사랑의 미로’…황금 연꽃 등 100점 전시 “저 역시 여전히 사랑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62)이 부산에 ‘사랑의 미로’를 펼쳤다. 붉고 푸른 유리구슬이 공중에서 거대한 고리를 만든다. 목걸이처럼 늘어진 조각은 천장에서 내려오고, 푸른 유리 벽돌은 바닥을 물결처럼 뒤덮는다. 빛을 받은 유리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만든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오토니엘이 말하는 사랑은 그렇게 반짝이기만 하는 감정이 아니다. 27일 부산 F1963에서 만난 오토니엘은 개인전 제목을 왜 ‘사랑의 정원’이나 ‘사랑의 길’이 아닌 ‘사랑의 미로(In the Labyrinth of Love)’라고 붙였느냐는 질문에 “미로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로는 과거 두려운 것을 마주하고 무언가를 감행하며, 때로는 죽음까지 마주하는 공간이었다”며 “오늘날 우리는 다시 현실과 진정한 감정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항상 사랑 속에서 헤매고 있다”며 “사랑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매우 긴 과정이다. 미로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마음속의 미로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에게 사랑의 미로는 결국 ‘삶에 대한 실험’이다. 28일부터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열리는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는 오토니엘이 부산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전역에서 펼친 대규모 프로젝트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을 F1963의 장소성에 맞춰 새롭게 구성했다. 최근 2년간 제작한 대표작 100여 점을 선보인다. ◆유리를 현대조각의 언어로 1964년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태어난 오토니엘은 유리를 현대조각의 주요 재료로 끌어올린 작가다. 파리 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독일 카셀 도쿠멘타 IX에서 유황 조각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유리구슬을 주요 조형언어로 삼아 대규모 공공미술과 설치 작업을 펼쳐왔다. 파리 팔레 루아얄의 ‘야행자들의 키오스크’(2000),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아름다운 춤’(2015), 루브르박물관의 의뢰로 제작한 ‘루브르의 장미’(2019)가 대표작이다.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덕수궁 정원에서 개인전 ‘정원과 정원’을 열어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하다.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현대미술관(MoMA), 서울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야외 정원에서 시작한다. 황금빛 연꽃 ‘Gold Lotus’가 관객을 맞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중에 매달린 ‘매달린 연인(Amant Suspendu)’과 ‘목걸이(Collier)’ 연작이 이어진다. 오토니엘의 상징과도 같은 유리구슬은 보석처럼 반짝이지만 완벽하지 않다. 기포와 미세한 흠집을 그대로 품고 있다. 1993년부터 이탈리아 무라노의 장인들과 협업해온 그는 유리의 불완전성을 숨기지 않는다. 상처와 흔적을 품은 유리를 통해 상처와 회복,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어왔다. ◆푸른 유리 벽돌 위로 떠오른 사랑 전시장에서 특히 시선을 붙드는 것은 푸른 유리 벽돌이다. 바닥을 뒤덮은 약 2000개의 유리 벽돌 위로 거대한 유리구슬 조각들이 떠 있다. 단단한 벽돌이지만 투명하고, 차가운 물질이지만 빛을 머금는다. F1963의 높은 천장과 그대로 드러난 철골 구조 사이에서 작품은 거대한 목걸이처럼 공중에 떠 있다. 오토니엘은 유리 벽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2010년 인도 피로자바드에서 현지인들이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유리 벽돌을 하나씩 쌓는 모습을 본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벽돌은 그의 작업에서 삶과 미래를 구축하는 하나의 단위가 됐다. 전시 후반부에는 우주로 시선이 확장된다. 지름 4m 규모의 ‘코스모스(Cosmos)’와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Zodiac)’ 연작이 공간을 채운다. 개인의 사랑에서 출발한 미로가 자연과 우주로 넓어진다. 오토니엘은 F1963에 대해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옛 고려제강 와이어 공장이었던 F1963의 거친 산업적 흔적과 오토니엘의 매끄럽고 반짝이는 유리는 묘하게 충돌하면서도 어울린다. 철을 생산하던 공장이 빛을 품은 유리의 미로가 됐다. ◆“SNS는 현실로 데려오는 통로” 화려한 오토니엘의 작품은 사진과 SNS에 유독 잘 잡힌다. 아름다운 이미지가 오히려 작품의 본질을 가리는 것은 아닐까. 오토니엘은 반대로 봤다. 그는 “나 역시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사람들이 먼저 이미지를 보고, 이후 실제 작품 앞에서 진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NS의 이미지는 사람을 현실의 작품 앞으로 데려오는 통로라는 설명이다. 사진 속에서는 완벽하게 반짝이던 유리에는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와 흠집이 보인다. 아름다움과 상처가 함께 있다. 오토니엘의 ‘사랑의 미로’가 결국 현실의 사랑을 닮은 지점이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문화재단 1963이 주최하고 고려제강과 BNK부산은행이 후원한다.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부산 공식 협력 전시다. 2026/08/27
옛 와이어 공장에 떠오른 오토니엘의 ‘코스모스’ 27일 부산 F1963 석천홀에서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가 공개되고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지름 4m 규모의 대형 신작 ‘코스모스(Cosmos)’가 설치돼 유리구슬로 형상화한 별자리 작품들과 함께 공간을 채운다. 전시는 28일부터 12월31일까지.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