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혀서 드러난 빛…곽수영 '부동의 여행'[박현주 아트에세이 ⑩] 곽수영의 그림 앞에 서면 걷고 있지 않은데도,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발은 멈춰 있지만, 시선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Voyage Immobile. 작품 제목은 ‘부동의 여행’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지 않는 여행이다. 캔버스 위에는 분명 풍경이 있다. 그러나 그 풍경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고딕 성당의 아치처럼 보이는 구조, 끝없이 반복되는 기둥과 통로, 그리고 그 끝에서 겨우 살아남은 듯한 빛. 그러나 이 빛은 ‘비추는 빛’이 아니다. 긁혀서 드러난 빛, 덮였다가 다시 나타난 기억의 잔상에 가깝다. ‘Voyage Immobile(부동의 여행)’ 연작은 이 감정 이후의 상태를 보여준다. 폭풍이 지나간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해진 순간. 그러나 그 고요는 결코 비어 있지 않다. 아치형 구조 속 깊은 공간은 시간이 멈춘 장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억과 사유가 계속 왕복하는 내부 공간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뒤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머문 채 생각만 이동하는 상태다. 성당 내부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빛의 울림, 고요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선의 떨림. 곽수영의 회화는 언제나 쌓였다가, 긁히고, 드러난다. 그는 색을 올리고 시간을 기다린 뒤, 다시 그것을 훼손한다. 이 반복 속에서 화면은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완성에 저항하는 상태로 남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매끈하지 않다. 표면에는 수없이 긁힌 흔적이 남아 있고, 선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 서로를 밀치며 교차한다. 마치 감정이 지나간 자리처럼. ‘La Tempête(폭풍)’ 연작에서 자연은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내면이 요동치던 한 시기의 상태이며, 감정이 자연이라는 언어로 번역된 결과다. 폭풍은 지나가지만,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곽수영의 회화에서 빛은 희망도, 구원도 아니다. 그저 남아 있는 것이다. 어둠을 밀어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겨우 버티는 빛. 그래서 그의 화면은 밝아지지 않는다. 대신 깊어진다. 이 깊이는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 관람자를 설득하지도 않는다. 다만 묻는다. “당신의 기억은 어디까지 긁혀 나갔는가.” 겹겹의 물감과 긁힌 흔적 끝에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밝힘도, 계시도 아니다. 촛불 하나. 그림은 결국 본다는 일이다. 어떤 그림은, 천천히 보지 않으면 끝내 열리지 않는다. 곽수영의 화면에서 이 불꽃은 길을 가리키지 않는다. 어둠을 몰아내지도 않는다. 그저 흔들리며,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조용히 증명한다. 이제서야 우리는 그 빛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빛 앞에서 비로소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2025/12/27
김선두, 남도 수묵 40년 붓질의 시간…‘색의 결, 획의 숨’ 한국화가 김선두(67)는 남종 문인화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김천두(1928~2017)의 장남으로, 동생 김선일과 아들 김중일로 이어지는 한국 화단에서도 드문 3대 화가 가계를 이룬다. 전남 장흥 출신인 그는 중앙대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오랜 기간 후학을 양성해왔다. 1980년 이종상에게 사사하며 본격적인 작가 수업에 들어갔고,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계기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 수묵과 채색의 언어를 기반으로 한 그의 회화는 이후 남도 풍경과 삶의 감각을 품은 독자적 조형 세계로 확장되며, 한국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소설가 이청준과의 오랜 예술적 교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은 경험,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 작업 등은 그의 회화 세계가 문학과 영화로까지 확장돼 왔음을 보여준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김선두 초대전 ‘색의 결, 획의 숨’은 남도 수묵의 정신을 토대로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동시대적으로 확장해 온 김선두의 40여 년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2026년 3월 22일까지 펼치는 전시는 고향과 남도의 자연에서 출발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낮별’, ‘느린 풍경’, ‘지지 않는 꽃’, ‘아름다운 시절’ 등 주요 연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대형 신작 ‘밤길’과 함께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들도 다수 포함돼, 작가의 조형적 탐구와 회화적 실천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김선두 회화의 핵심은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분채와 안료를 수십 차례 반복해 쌓아 올리는 독자적인 채색 기법에 있다. 색은 장지의 섬유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며 겹겹이 축적되고, 이 중첩의 시간은 화면 위에 깊은 ‘색의 결’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채색을 넘어, 오랜 수행과 사유의 흔적이 응축된 회화적 시간이다. 전시 제목 ‘색의 결, 획의 숨’은 이러한 미학을 함축한다. ‘모든 길이 노래더라’, ‘그거이 달개비꽃이여’, ‘사람다운 길은 곡선이라야 한다’, ‘우리 그림을 위하여’로 이어지는 각 장은 남도 풍경, 들꽃의 생명력, 삶의 속도에 대한 성찰, 그리고 한국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차례로 펼쳐 보인다. 또한 전시장에는 ‘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참여형 공간이 마련된다. 김선두는 “내게 시는 지난한 붓질의 이유이자 원동력”이라 말해왔다. 그의 회화는 남도의 땅을 걸으며 마주한 삶과 자연을 ‘길’이라는 서사로 풀어내며, 관람객은 작품을 따라가듯 감상하며 수묵이 드러내는 시간의 결을 천천히 체험하게 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김선두 예술에 축적된 색의 시간과 획의 호흡을 고요히 경험하며, 남도 수묵의 정신이 오늘의 삶과 회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며 “지역 작가로서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 온 김선두의 작업이 연구와 담론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12/26
호암미술관 김윤신 회고전, 2026년 아시아 주목 전시 7선 선정 호암미술관에서 내년 첫 전시로 열리는 조각가 김윤신의 회고전이 2026년 아시아에서 주목해야 할 뮤지엄 전시로 선정됐다. 미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 뉴스(artnet News)는 최근 ‘2026년 아시아에서 꼭 봐야 할 뮤지엄 전시 7선(7 Must-See Museum Shows on View Across Asia in 2026)’을 발표하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김윤신 회고전을 포함했다. 이 매체는 “2026년 91세를 맞는 김윤신은 70여 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통해 한국 현대조각의 중요한 궤적을 형성해온 작가”라며,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이후 국제적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가운데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라고 평가했다. 김윤신은 아트넷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에게 예술은 삶의 원동력이자 유일한 운동”이라며 “다른 신체 활동은 하지 않지만, 작업 그 자체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체는 “그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오늘의 김윤신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윤신 회고전은 2026년 3월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작가의 삶과 작업 여정을 따라 남북한, 파리, 아르헨티나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이어지는 이동의 궤적을 조망하며, 전후 한국 미술 환경 속에서 형성된 조각적 언어와 조형적 유산을 입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artnet News는 김윤신 회고전과 함께 2026년 아시아 주요 미술관과 국제전에서 열리는 전시들을 함께 소개했다. 홍콩에서는 M+가 ‘Myths, Monsters, and Manga: The Art of Fantasy in Asia’(10월 17일~2027년 4월 4일)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우키요에,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아시아 초현실주의 등 아시아 시각문화의 판타지 계보를 폭넓게 조명한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UCCA Center for Contemporary Art가 벨기에 작가 카스텐 횔러의 개인전 ‘Carsten Höller’(6월 6일~10월 11일)를 연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횔러의 대표작과 신작을 통해 감각과 지각, 사회적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대규모 전시가 예고됐다. 호주에서는 Biennale of Sydney가 제25회 비엔날레 ‘Rememory’(3월 24일~6월 14일)를 개최한다.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개념에서 출발한 이번 비엔날레는 기억과 망각 사이의 공간을 탐구하며, 소수자와 디아스포라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싱가포르에서는 National Gallery Singapore에서 ‘Fear No Power: Women Imagining Otherwise’(1월 9일~11월 15일)가 열린다. 동남아시아 여성 예술가 5인의 작업을 통해 예술, 사회, 공동체를 가로지른 여성들의 실천과 저항의 역사를 조명한다. 이 외에도 일본 가나자와 이시카와현립미술관의 레이 가모이 회고전, 시드니 화이트 래빗 갤러리의 중국 현대미술 기획전 ‘The Hooligans’ 등이 함께 선정됐다. 2025/12/26
무지개빛 펠트 위에 봉인한 도시의 비극…레아 벨루소비치 첫 한국전 하얏트 호텔 안에 위치한 가나아트 남산은 프랑스 출신 작가 레아 벨루소비치(Léa Belooussovitch, 36)의 한국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재난과 군중, 그리고 이미지의 폭력성을 다뤄온 그의 작업 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현재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벨루소비치는 뉴스와 보도 이미지 속 사회적 사건을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유럽 현대미술계에서 빠르게 주목받아온 신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MAMC+), 벨기에 국립은행, 튀르키예 오메르 코치 컬렉션 등 주요 국공립·사립 컬렉션에 소장돼 있으며, 2018년 왈라니아-브뤼셀 연방 영 탤런트 상(Young Talents Prize)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드로잉은 모두 양모 펠트(wool felt) 위에 색연필로 작업됐다. 출품작의 제목은 도시명과 날짜로 구성되는데, 이는 실제로 발생한 대형 재난이나 비극적 사고의 시공간과 정확히 대응한다. 다만 화면 어디에도 사건의 직접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벨루소비치가 주목하는 것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군중의 쏠림(Surge)’ 현상이다. 종교 행사, 스포츠 경기, 축제처럼 인파가 밀집되는 순간 벌어진 보도사진 속 가장 취약한 장면을 선택해 확대하고, 그 이미지에 깃든 색과 빛만을 추출해 양모 펠트 위에 은밀하게 쌓아 올린다. 이 과정에서 픽셀 단위로 선명하고 자극적인 원본 이미지는 해체된다. 작가의 수행적인 노동을 거쳐 수없이 중첩된 색연필 선들은, 밀집된 신체의 덩어리를 소용돌이치는 연기나 부유하는 구름처럼 변모시킨다. 구체적인 참상은 소거되고, 화면에는 추상적인 색의 안개만이 남는다. 작가가 선택한 양모 펠트 역시 단순한 바탕재가 아니다. 충격을 완화하고 열과 소리를 흡수해온 이 재료는 오랜 시간 보호와 보온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벨루소비치에게 펠트는 상처 입은 이미지들을 감싸 안는 치유의 지지체다. 펠트 위에 반복적으로 색을 입히는 행위는 폭력적 이미지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이자, 이미지의 탈(脫)폭력화를 시도하는 제스처다. 서로 다른 나라와 시간의 사건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은 ‘보지 않고도 보게 만드는(voir sans voir)’ 힘을 지닌다. 비극의 형상은 사라졌지만, 색의 흐름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사건의 잔향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는 특정 사건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미지가 기억으로 침잠하는 방식을 묻는 명상이자, 타인의 고통을 소비해온 시각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2026년 2월 1일까지. 2025/12/26
금산갤러리 ‘주섬주섬, 오밀조밀’ 생활도자展 금산갤러리는 정길영, 김성천, 김남숙, 김도연, 빈성은 작가가 참여하는 생활도자전 ‘주섬주섬, 오밀조밀’을 개최한다. 도자는 오랫동안 미술과 공예, 조형과 생활의 경계에 놓여온 매체다. 손에 쥐고 사용하는 그릇이면서도, 흙의 물성과 도예가의 손길, 그리고 사용을 통해 축적된 시간이 형태와 표면에 스며들며 시각적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기능과 조형, 사용과 감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도자의 복합적인 성격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정길영은 회화와 도자를 넘나들며 그릇과 오브제에 서사적 이미지를 결합했다. 김성천은 유머와 해학이 깃든 인물 형상을 통해 생활도자와 조형도자의 경계를 유연하게 오간다. 김남숙은 제주 자연의 몽돌에서 출발해 단단하면서도 고요한 물성을 탐구하며, 그릇과 조형이 맞닿는 지점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김도연은 직관적인 형태와 색감으로 도자의 조형성을 밀도 있게 구축하고, 빈성은은 도자를 매개로 시간과 기억의 감각을 시각화하며 현대 도자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화려한 장식이나 과시적인 조형 대신, 손에 닿는 감각과 쓰임, 그리고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조형적 밀도를 통해 도자가 어떻게 일상에 존재해왔는지를 되묻는 전시다. 전시는 2026년 1월 16일까지. 2025/12/26
에바 알머슨, 가족 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 제작 참여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불리는 스페인 작가 에바 알머슨이 국내 창작 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에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알머슨은 둥글둥글한 얼굴과 미소 짓는 인물들을 통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표현해온 작가다. 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는 평범한 소녀 리나를 중심으로 동생 미노, 할머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버려진 로봇 인형이 등장하는 가족 뮤지컬이다. 여기에 환경 파괴로 인해 괴물이 된 ‘붙어붙어’, ‘먹어먹어’, ‘베어베어’ 같은 캐릭터들이 더해지며 리나 일행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공연을 진행하는 두비컴에 따르면 알머슨은 이번 작품을 위해 캐릭터와 이야기에 맞춘 그림을 직접 그리고 있으며, 해당 원화들은 공연은 물론 뮤지컬 개막에 앞서 열리는 전시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올해 3월부터 한국 창작진과 회의와 토론을 이어왔고, 지난 9월에는 방한해 제작 워크숍에 참여했다. 뮤지컬은 2026년 7월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2026년 5월 한전갤러리에서 체험형 전시가 먼저 공개된다. 2025/12/24
케데헌 주역, 美 이건희 전시회서 감탄…"가슴·머리 가득 차" 글로벌 신드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헌트릭스 미라의 실제 가창을 맡은 오드리 누나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고(故) 이건희 국외순회전을 찾아 소감을 남겼다.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인 오드리 누나는 24일 자신의 SNS에 "오늘 스미스 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보물' 전시에 다녀왔다"며 영상과 글을 올렸다. 오드리는 "나의 가슴과 머리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라며 "워싱턴 D.C.와 그외 지역 친구들에게 전시회에 가보길 권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한국 예술과 사람들의 역사, 문화, 발전에 대해 배우는 건 감동적"이라며 "삼성과 스미스 소니언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유산 보존에 헌신했다. 선대회장의 문화공헌 철학을 계승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2021년 4월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40여년만에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의 한국미술 특별전으로, 이건희 컬렉션 중 국보 7건, 보물 15건 등 총 172건, 29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향후 ▲시카고미술관(2026년 3~7월) ▲영국박물관(2026년 9월~2027년 1월)에서도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2025/12/24
금강전도·인왕제색도…이이남 ‘산수극장’, 인천공항서 다시 만난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56)의 대표작 ‘산수극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시 관람객과 만난다. ‘산수극장’은 동양 고전 산수화를 디지털 기술로 확장한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를 현대적 디지털 픽셀로 재구성해, 멈춰 있던 옛 그림 속에서 폭포가 흐르고 새가 날며 사계절이 순환하는 시공간의 변화를 체험하게 한다. 특히 가로로 길게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형식을 활용해 산수화 특유의 파노라마적 웅장함을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내년 1월 27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K-컬처 뮤지엄에서 ‘ACC 지역작가 초대전-이이남의 산수극장’을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ACC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이남의 미디어아트 작품 4점을 소개한다. ACC는 남도의 풍경과 작가의 고향에 대한 기억, 한국적 미감을 집약한 ‘산수극장’을 K-컬처 뮤지엄의 공간 특성에 맞게 재구성했다. 작품은 대형 미디어 파사드와 제3전시실을 활용해, 공항이라는 열린 공간 속에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올해 4~7월 ACC 복합전시5관에서 열린 동명 전시의 메인 작품 ‘산수극장’이 자리한다. 이번 전시는 ACC가 기획·제작·지원한 우수한 미디어아트 성과를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확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이남의 산수극장’은 ACC가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지역작가 초대전의 일환이다. 전남 담양 출생으로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이남은 고전 서화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온 작가로, ACC 전시 당시 약 3개월간 7만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가 제작·지원한 창·제작 작품들이 순회 전시와 콘텐츠 유통을 통해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소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ACC가 만든 수준 높은 미디어아트가 해외 관람객에게도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5/12/2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일렉트릭 쇼크’…교각들·김우진 등 5명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전기와 기술, 환경의 첨예한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 ‘일렉트릭 쇼크’를 2026년 3월 22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일렉트릭 쇼크’는 전기를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닌, 생존과 권력을 가르는 핵심 조건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과 빅테크 산업 확장 속에서 전력 수급 안정성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른바 ‘전기 패권 시대’를 배경으로, 기술 발전 이면에 가려진 생태적 균열과 환경 문제를 전기라는 회로 위에 드러낸다. 전시는 ‘전기 충격’이라는 제목처럼 정전 사태와 같은 재난적 상황을 상상적 전제로 삼아, 오늘날 요구되는 행성적 사유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기술 만능주의와 인간중심적 사고가 여전히 지배적인 현실 속에서, 기술과 환경을 대립 구도가 아닌 공존의 문제로 재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는 교각들, 김우진, 박예나, 송예환, 업체eobchae 등 기술과 환경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미디어아티스트 5명(팀)이 참여한다. 신작 4점을 포함해 총 9점의 작품이 인터랙티브 혼합현실(MR), 프로젝션 매핑, 기계 제어 설치, 태양광 패널 재킷, 생성형 인공지능(AI), 오르골, 시아노타입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인다. 전시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부 ‘전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는 현재 시점에서 기술과 환경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돌아보며 인간중심적 사고에 질문을 던진다. 2부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는 전기가 끊긴 미래를 가정해, 재난 이후의 세계를 가시화하고 기존 사고의 전복을 시도한다. 최은주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5년 전시 의제인 ‘행성’에서 출발해 2026년 의제인 ‘창작’과 ‘기술’을 잇는 기획전”이라며 “기술과 환경을 둘러싼 질문을 통해 다가올 지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작품 해설은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제공된다. 2025/12/24
줄 서는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2025년 관람객 337만 명 ‘역대 최다’ 올해는 미술관에 줄을 서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2025년 한 해 방문객 수가 337만 명을 돌파하며 개관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24일 밝혔다. 12월 20일 기준 총 관람객은 337만8906명으로,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2023년과 비교해도 5.3% 늘어난 수치다. 일평균 관람객은 약 1만 명에 달한다. 특히 서울관과 청주관은 각각 206만 명, 27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개관 이후 최다 관람객 기록을 새로 썼다. 관람객 구성에서는 2030세대가 전체의 63.2%를 차지하며 핵심 관람층으로 자리 잡았고, 이 중 여성 비율은 73%에 달했다. 중장년층 관람객 비중도 29.6%로 전년 대비 4.2% 증가해, 젊은 세대의 미술관 관람 문화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전시는 서울관에서 열린 ‘론 뮤익’전으로, 총 53만3035명이 관람했다. 일평균 관람객은 5671명에 달했으며, 전시 기간 중 가장 방문객이 많았던 토요일에는 하루 1만59명이 줄을 섰다. 서울관·과천관 상설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만으로 한국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며 누적 관람객 65만 명을 돌파했다. 관별로는 과천관의 ‘MMCA 해외명작: 수련과 샹들리에’(일평균 732명), 덕수궁관의 광복 80주년 기념전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1,365명), 청주관의 ‘수채(水彩): 물을 그리다’(326명) 등이 각 관의 일평균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2030세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는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I’를 비롯해 ‘MMCA 청주프로젝트 2025’, ‘젊은 모색 2025’,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김창열’전 등이 90점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전시로 꼽혔다. 회원 관람객 거주지는 경기 고양시, 서울 강남구, 경기 성남시, 서울 마포구, 송파구 순으로 집계됐으며, 가장 혼잡한 방문 시간대는 주말 오후 3~4시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애플리케이션을 개편해 실시간 혼잡도를 ‘여유·보통·붐빔’으로 안내하고, 전시장 동선 안내 기능을 제공하며 관람 편의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 관람객은 21만3,249명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28.4%), 유럽(27.0%), 중국(17.8%), 일본(9.4%), 동남아(6.6%) 순이었으며, 이탈리아·캐나다·터키·홍콩 등으로 방문 국가도 다변화됐다. 이는 약 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접속 국가가 북미와 유럽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회원 수는 약 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으며,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 팔로워 수는 총 152만 명을 넘어섰다. 김성희 관장은 “올 한 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주신 모든 관람객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내년에도 차별화된 전시를 선보이고, 수도권을 넘어 지역까지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 모두의 미술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