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 권소진 '제비가 낮게 날면'·신종민 '중력 버티기' 현실은 우리가 보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감각과 구조가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일 뿐일까.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가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세계를 해석하는 두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본관에서는 권소진(35)의 개인전 '제비가 낮게 날면'을,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는 신종민(32)의 '중력 버티기'를 개최한다. 서로 다른 매체지만 두 전시는 모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현실의 구조와 인식의 방식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권소진 '제비가 낮게 날면' 권소진의 작업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든다. 제비와 구름, 벽지와 사물, 자연의 이미지는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는 듯하지만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한 화면에서 충돌하며 관람자의 지각을 흔든다. 전시 제목인 '제비가 낮게 날면'은 오래된 날씨 속담에서 출발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불안과 변화의 징후를 감각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인식 원리를 바탕으로 익숙한 장면 속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낸다. 현실과 환영,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화면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어온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권소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트사이드갤러리는 "굵직한 일기예보 대신 바람의 냄새를 맡고 구름의 모양을 관찰하듯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고착화한 '보는 법'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 될 것"이라며 "평면 캔버스 위에 구축된 연극적 무대를 통해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낯선 풍경과 미묘한 어긋남을 감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종민 '중력 버티기'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열리는 '중력 버티기'는 조각과 설치 작품 40여 점을 통해 존재를 지탱하는 구조를 탐구한다. 로켓과 새, 척추, 개구리 등 다양한 형상은 중력에 저항하거나 순응하는 존재의 태도를 상징한다. 물리적 균형을 넘어 삶을 견디는 인간의 실존을 환기하는 작업이다. 신종민은 형상을 떠받치는 철골 구조와 콘크리트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를 전면으로 드러내고, 강인한 시멘트와 철에 얇은 실크를 병치해 표면과 골조의 위계를 뒤집는다.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작가는 브루탈리즘의 미학을 조각으로 확장하며 화려한 외피 뒤에 숨겨진 '회색빛 노동'과 세계를 지탱하는 구조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린다. 신종민은 경희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이다. 철골조와 시멘트 같은 무거운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내부를 비운 구조를 통해 3D 그래픽의 와이어프레임과 로우폴리곤 원리를 조각으로 구현해왔다. 해체와 조합을 반복하며 기성 세계의 구조를 교란하고 새로운 관계를 생성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진휘 큐레이터는 "신종민의 '중력 버티기'는 조각이 중력을 견디는 물리적 상태인 동시에 인간이 삶의 조건과 의무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실존적 태도를 의미한다"며 "관람객은 서로를 지지하며 증식하는 조각의 궤적을 따라 세계의 단단한 외피와 그 이면의 연약한 뼈대를 함께 감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전시는 오는 8월 8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6/07/13
'아티스트 중심' 어반브레이크, 토이콘 서울과 통합…15개국 작가 355명 집결 "갤러리 중심 아트페어에서 벗어나 아티스트가 직접 관객과 만나는 플랫폼으로 바꾸겠습니다." 장원철 어반컴플렉스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어반브레이크의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어반브레이크 & 토이콘 서울 2026'은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어반브레이크와 글로벌 아트토이 페어 '토이콘 서울'을 처음으로 통합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15개국 35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하나의 티켓으로 시각예술과 아트토이, 컬렉터블, 아트오브제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갤러리 중심의 기존 아트페어 구조에서 벗어나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한 점이다. 장 대표는 "어반브레이크는 아티스트에게 부스를 판매하거나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며 "오픈콜과 초청을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올해는 일본 작가 40여 명과 인도네시아 작가 25명을 초청해 국내외 작가들이 교류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처럼 많은 국내외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업 세계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플랫폼은 의미 있는 시도"라며 "경계를 허문다는 어반브레이크의 방향성이 이번 행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주빈국은 일본이다. 일본 작가 40여 명이 네오팝과 그래피티, 전통 회화와 텍스타일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인도네시아 작가 25명도 특별 초청돼 국내 작가들과 교류한다.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은 데브시스터즈의 대표 IP '쿠키런'을 10개국 30여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특별전 '용감한 여정(Brave Journey)'이다. 중국 스트리트 아티스트 반스(Vance)의 대형 조형물과 그래피티 프로젝트, 참여형 아트월도 함께 마련된다. 아티스트의 창작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강화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우수 아트페어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URBK SHOWCASE – THE ART OBJET'에서는 평면 회화와 디지털 작업을 아트토이와 아트오브제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아일랜두의 'NOTHING MATTERS', B98C의 'SUPERMARKET'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장 대표는 "청년 작가들은 창작보다 생계가 먼저인 현실에 놓여 있다"며 "원화 판매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작가의 IP가 브랜드와 오브제로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토이콘 서울과의 통합, 쿠키런 협업, 아트오브제 프로젝트는 모두 창작을 시장과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라며 "예술은 감상에서 멈추지 않는다. 창작이 IP와 브랜드, 시장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아티스트의 창작은 지속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세라믹 작가 이솔리나 민정이 참여하는 글로벌 레지던시 프로젝트와 평화와 연대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특별전 'Peace is Possibility'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타이베이 토이 페스티벌, 디자이너콘(DesignerCon), 홍콩무역발전국(HKTDC) 등 해외 플랫폼과의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해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람료는 어반브레이크·토이콘 서울 통합권 기준 2만5000원이다. 2026/07/13
공항이 미술관으로…인천공항, 11월까지 공공미술 기획전 인천공항공사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오는 14일부터 11월14일까지 제5회 ‘공공미술 기획전시’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올해 처음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을 분리 공모해,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두 개의 전시를 동시에 선보인다. 전시는 영상 작가 7인, 조각 작가 3인이 참여해 미디어 영상 작품 10점, 조각·설치 작품 3점을 선보인다. 영상 작품은 인천공항 1·2터미널 일반구역의 대형 디지털전광판 6곳을 통해 송출되며, 조각·설치 작품은 1·2터미널 보안구역의 전시 공간 3개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우선 T1에서는 캔 파운데이션이 기획한 '자연의 형상, 삶의 형상(Shape of Nature, Shape of Life)'전이 열린다. 오유경, 김보희, 김영준 작가 등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재해석한 자연의 형상과 감각을 한자리에 모아, 인간과 자연·생명이 맺고 있는 관계를 제조명하는 전시이다. T2에서는 플랫폼에이가 기획한 '창백한 푸른 점, 2247(Pale Blue Dot, 2247)'전이 진행된다. 전시는 1990년 보이저 1호가 60억㎞ 밖에서 촬영해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 붙은 지구 사진에서 출발한다. 257년 뒤인 2247년 인류가 우주로 이주한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변해가는 지구환경과 인간의 본연적 가치를 해석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김창규 인천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은 "국내 유망 작가들의 개성 있는 시선으로 완성된 이번 전시가 인천공항을 이용하시는 여객분들께 색다른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인천공항만의 차별화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 품격 있는 공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이번 전시기간 도슨트 투어를 진행한다. 인천공항 문화예술주간과 연계해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2026/07/13
'케데헌' 갓, 눈앞에서 만든다…세계유산위서 장인이 제작 시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사자보이즈가 착용해 관심을 모은 전통 갓 제작 과정을 세계유산위원회를 찾는 해외 대표단과 관람객들이 부산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국가무형유산 전통기술 보유자들의 공개 시연과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기술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에서 '2026년 국가무형유산 전통기술 보유자 합동공개행사'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세계유산위에 참여하는 각국 대표단과 관계자 및 일반 관람객에게 다양한 무형유산 전통기술을 소개하고 그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는 자리다. 행사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시연은 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1시30분~6시 진행된다. 20일부터 22일까지는 갓일(총모자) 강순자 보유자와 갓일(입자) 박창영 보유자, 자수장 김영이 보유자, 침선장 구혜자 보유자가 공개 시연에 나선다. 23일은 종목 교체 준비로 전시만 운영된다. 24~26일은 나전장 장철영 보유자, 소목장 박명배 보유자, 망건장 강전형 보유자, 망건장 전영인 보유자, 탕건장 김혜정 보유자가 참석한다. 27~29일은 조각장 곽홍찬 보유자, 궁시장( 박호준 보유자, 궁시장 김윤경 보유자, 목조각장 전기만 보유자, 각자장 김각한 보유자가 시연을 이어간다. 체험행사로는 작은 갓, 한복 열쇠고리, 나전 통컵 만들기 등 9종목 10개 프로그램이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 오후 2시30분, 오후 4시 등 하루 총 4회 회당 90분간 무료로 운영된다. 사전예약 120명에 더해 365명 이내 현장 참여 신청을 받는다. 사전예약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2026/07/13
"수학여행 사진 보내주세요"…MMCA 과천관, 40년 기억 모은다 수학여행, 소풍, 첫 데이트, 야외 결혼식….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이 개관 40주년을 맞아 관람객들의 추억을 모은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지난 10일 개막한 특별전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과 연계해 관람객 참여형 사진 아카이브 프로그램 '장면들'을 비롯해 야간 탐사, 명사 특강,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기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대표 프로그램인 '장면들'은 과천관과 함께한 관람객들의 사진과 기억을 수집하는 참여형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1986년 개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과천관에서의 추억을 QR코드를 통해 사진과 사연으로 응모하면, 주요 이미지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미술관 SNS에 소개한다. 참여자 선착순 100명에게는 한정판 굿즈도 증정한다. 미술관과 삶을 연결하는 '삼인 삼색 명사 특강'도 마련된다. 7월 15일 독문학자 전영애 교수가 '여백의 미술관'을 주제로 괴테의 색채학과 예술론을 들려주며, 8월 19일에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자연 속 미술관', 9월 16일에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미술관 속 물리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여름밤 미술관을 새롭게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7~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손전등을 들고 로비와 램프코어, 중앙홀, 원형정원, 옥상정원 등을 둘러보는 '밤의 미술관 탐사'를 운영한다. 2025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한국관 공동예술감독을 맡은 정다영 CAC 대표가 탐사대장으로 참여해 과천관 건축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7월 29일부터 31일까지는 아로마테라피스트 나국희와 함께 작품과 공간,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미술관의 향기를 만들어보는 '향기로 그리는 여름 미술관'이 열린다. 7월 21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어린이미술관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개관기념일인 8월 25일 전후에는 조각공원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상영 프로그램 '조각공원의 예술가들'도 마련된다. 이우환, 아바카노비치, 제니 홀저 등의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글로벌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현장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과천관의 40년은 미술관을 찾아주신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함께 만들어온 시간"이라며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을 통해 과천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연결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86년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한국 최초의 국립현대미술관 전용관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전시와 함께 수학여행, 가족 나들이, 첫 데이트 등 시민들의 삶의 기억을 품어온 공간이다. 이번 40주년 프로그램은 미술관의 역사를 기관의 기록이 아닌 관람객의 기억으로 함께 써 내려간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2026/07/13
천경자 영문도록 저작권료 1210만원…서울시·재단 '공익성' 충돌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작한 영문 도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천경자재단이 저작권 사용료를 놓고 맞서고 있다. 천경자재단(Chun Kyung-Ja Foundation)은 해외 출판 지원을 받은 공익사업에 1000만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출판사의 유상 판매가 확인된 만큼 관련 규정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논란은 천경자재단이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SKIRA)와 함께 제작한 한글·영문 도록에서 비롯됐다. 이 도록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해외출판 지원사업'에 선정돼 최고 지원액인 5000만원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천 화백 작품 160여 점과 수필 7편을 담아 그의 예술 세계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천경자재단은 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에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수미타 김)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재단은 당시 "천경자의 예술적 성취가 국제사회에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영문 도록 출간을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도록에 수록된 작품 이미지 사용료로 총 1210만원을 납부하라는 공문을 재단에 보냈다. 천 화백은 1998년 서울시에 작품과 함께 저작권 일체를 양도했다. 당시 그는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며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과 화구 등을 기증했고, 이후 작품 이미지 저작권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천경자재단 공식 홈페이지에도 "모든 예술 작품 이미지 저작권은 서울시청에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재단은 이번 도록이 정부 지원을 받은 비영리 해외출판 사업인 만큼 공익 목적에 해당해 저작권 사용료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범강 천경자재단 총괄디렉터는 "세계 미술계에 천경자를 알리기 위해 추진한 공익사업"이라며 "도록 상당수는 국내외 미술관과 도서관 등에 기증하거나 관계자들에게 무료 배포했고, 재단이 직접 판매 수익을 얻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재단이 저작권 사용 허가를 신청할 당시 '비영리 목적 비매품 2000부'로 신청해 무상 사용을 승인받았지만, 이후 스키라가 1000부를 일반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단은 저작권 사용 허가 이전인 2024년 7월 스키라와 출판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서에는 총 2000부 가운데 1000부는 출판사 판매용, 나머지 1000부는 재단 사용분으로 구분돼 있었다. 서울시는 재단이 사용하는 비매품 1000부는 무상 사용을 유지하고, 출판사가 판매하는 1000부에 대해서만 '공공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저작권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또 저작권 사용 허가 당시 '저작자명 및 저작권자(서울특별시)' 표기를 조건으로 허가했지만, 도록에는 '출판물의 모든 내용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천경자재단에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돼 올해 3월 시정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고흥군 특별전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비영리 전시여서 감면 대상이었지만, 이번 도록은 일반 판매가 이뤄지는 출판물인 만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저작권 귀속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공익 해외출판 사업으로 지원한 프로젝트에 민간 출판사의 유상 유통이 결합된 경우 저작권 사용료를 어디까지 감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이어질 전망이다. 2026/07/13
서울시 "천경자 도록 저작권 市에 있다…재단이 계약 어겨" 서울시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담은 도록에 저작권 사용료를 부과하자 유족이 반발하는 가운데 시는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시는 13일 "(유족 측) 천경자재단은 시에 해당 도록 제작 관련 저작권 사용 허가 신청 시 2000부를 '비영리 목적의 비매품'으로 신청했고 시는 2025년 9월 25일 무상 사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단은 지난해 천 화백 작품 160여점을 수록한 한글·영문 도록 2000부를 이탈리아 출판사 스키라(SKIRA)를 통해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이 계약을 어겼다고 시는 밝혔다. 시는 "확인 결과 천경자재단은 서울시에 저작권 사용에 대한 허가 없이 2024년 7월 5일 무단으로 스키라와 도록 제작·유통 계약을 체결했다"며 "해당 계약서상 인쇄 부수는 총 2000부로 1000부는 출판사(스키라)의 유상 판매용, 1000부는 재단 자체 사용으로 구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가 후 스키라 출판사의 1000부가 유상 판매되고 있음이 확인돼 유상 판매분 1000부에 대해서는 '공공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저작권 이용료(1210만원)를 부과했고 천경자재단의 비영리 목적의 1000부에 대해서는 무상 사용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이 약속을 깬 대목은 더 있었다고 시는 밝혔다. 시는 "서울시는 저작권 이용 허가 시 '저작자명 및 저작권자(서울특별시) 표기'를 조건으로 허가했으나 천경자재단은 '이 출판물의 모든 내용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미국 소재 천경자재단에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는 도록 판매로 재단이 직접적인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하더라도 전 세계 유통망을 보유한 출판사(스키라)를 통해 해외 미술관·박물관 등에 도록이 널리 배포될 경우 향후 재단의 해외 전시·라이선스 계약, 출판 협력 등 관련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3월 26일 재단 측에 저작권 표기 수정을 명령했다. 그럼에도 재단은 현재까지 시정 조치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채 저작권료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2026/07/13
'1000억대 아트테크 사기' 서정아트센터 대표…법원 판단은?[죄와벌] 미술작품에 투자하면 저작권료를 지급하겠다는 이른바 '아트테크' 사기로 1000억여원을 취득한 업체 대표에게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대희 서정아트센터 대표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141억여원 가납도 명했다. 이 대표는 2022년 투자 세미나에서 "미술작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면, 해당 작품을 위탁 보관하면서 전시하거나 기업 등 렌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매월 0.8%에 달하는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투자 원금을 돌려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운영하는 서정아트센터는 매월 0.8%의 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투자 대상인 미술작품 중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판매된 미술작품도 있었는데, 이 대표는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형태로 원리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받더라도 약정대로 상환하거나 저작권료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던 것으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2023년 딜러를 통해 작품의 지분을 매매하면 재판매를 통한 시세 차익을 지분에 따라 지급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혐의도 있다. 금융관계법령에 의한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투자를 권유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03회에 걸쳐 833억여원을 수신한 혐의도 적용됐다. 법원은 이 대표가 정상적인 아트갤러리와 비슷한 외관을 만들고 미술품을 소유하면서 고수익과 재매입을 통한 원금 환급이 보장되는 것처럼 고객들을 속이는 '아트테크'를 통해 사기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6년부터 9년간 981명으로부터 총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했다"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또 "이 대표의 범행은 고액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해 대다수의 피해자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가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피해자들로 하여금 대부분의 재산을 상실하는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큰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전체 미술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해악이 너무도 크다"고 지적했다. 유사수신행위 범행에 대해서도 투자금을 '돌려막기' 방법으로 사용해 건전한 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대다수 피해자가 이 대표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중형을 선고했다. 2026/07/12
'괴물 화가' 조지 콘도, 하우저앤워스와 다시 손잡았다 '제2의 피카소'로 불리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조지 콘도(George Condo·64)가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와 다시 손을 잡았다. 최근 세계적인 화랑인 하우저앤워스는 2027년 프랑스 파리와 미국 팔로알토에서 조지 콘도의 신작과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개최하고, 작가의 글로벌 대표 갤러리 역할도 다시 맡는다고 밝혔다. 이번 복귀는 콘도가 지난해 11월 하우저앤워스를 떠나 스프루스 마거스(Sprüth Magers)와 스카스테트(Skarstedt)로 이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콘도는 1984년 모니카 스프루스와 처음 전시를 열었고, 2004년부터 스카스테트 소속으로 활동하다 2019년 하우저앤워스로 옮긴 바 있다. 하우저앤워스는 이번 계약으로 조지 콘도의 글로벌 대표권을 다시 확보했으며, 콘도는 스프루스 마거스와의 협업도 계속 이어간다. 복수의 메가갤러리와 협력하는 최근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외신에 따르면 콘도는 "파리는 오랫동안 내 작업에 영감을 준 도시이며, 팔로알토는 기술 혁신의 발상지"라며 두 도시에서의 전시에 의미를 부여했다. 마크 파요(Marc Payot) 하우저앤워스 대표는 "이번 전시는 조지 콘도와 협업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며 "그는 동시대 미술의 진정한 개척자"라고 밝혔다. 1957년 미국 출생의 조지 콘도는 1980년대 뉴욕 미술계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등과 교류하며 활동했다. 고전 회화와 팝아트, 입체주의를 결합한 독창적인 인물화로 '인공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ism)'를 구축했으며, 강렬하게 왜곡된 초상화로 '괴물 화가', '제2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가수 지드래곤이 컬렉팅하는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지난해 파리시립근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으며, 경매 최고가는 2020년 작품 'Force Field'(2010)가 기록한 680만 달러다. 2026/07/11
사랑받고 싶은 우리 자화상…김원근의 조각 [박현주 아트에세이 ㉘] 험상궂은 얼굴이다. 굵은 눈썹. 날카로운 눈빛. 꽃무늬 셔츠에 굵은 금목걸이. 처음엔 조폭 같다고 했다. 흉물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오래 바라보면 표정이 달라진다. 위협하는 얼굴이 아니다. 어딘가 쓸쓸하고, 조금은 무심하고, 오래 기다린 사람 같다. 김원근의 조각은 첫인상과 끝인상이 다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칠음은 사라지고, 사람만 남는다. 그의 조각은 성자가 아니라 우리다. 조각가 김원근도 그랬다. 돌공장에서 일했고, 가구를 배달했고, 치킨집을 운영했다. 먹고사는 일이 예술보다 먼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는 다시 흙을 만졌고, 나무를 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작품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한동안 흙덩이만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종합격투기에 도전한 씨름선수를 보았다. 질 줄 알면서도 다시 링에 오르는 사람. 그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복서가 태어났다. 질 줄 알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 사람이 김원근의 조각이다. 예술이 무엇일까. "그냥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거." 김원근은 짧게 말했다. "난 사랑받고 싶어." 그 한마디가 그의 모든 조각을 설명했다. 조각은 원래 무겁다. 받침대 위에서 침묵하고, 기념비처럼 권위를 말한다. 하지만 김원근의 조각은 받침대에서 내려온다. 사람들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쉰다. 아이들은 손을 내밀고, 어른들은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작품을 찍는 것이 아니다. 작품과 함께 자기 자신을 찍는다. 좋은 공공조각은 도시를 장식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예술이다. 광장과 공원, 거리와 건물 앞에서 조각은 말없이 사람을 위로한다. 김원근의 작품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걸음을 늦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갔다가, 어느새 자신을 닮은 얼굴과 눈을 마주한다. 그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꽃무늬 셔츠도, 복서도, 꽃을 든 남자도, 결국은 모두 사랑받고 싶었던 한 인간의 자화상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운 얼굴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낯선 얼굴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일이다.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