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 작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장미갤러리서 개인전 전북자치도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장미갤러리 2층 전시관에서 정윤희 작가의 개인전 '마음 풍경 Landscapes of the Mind'이 24일부터 8월 24일까지 두 달간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사계절의 정서를 담은 서양화 30여 점이 소개되며, 자연과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정과 사유가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정윤희 작가는 봄의 생명력, 여름의 청량감, 가을의 황금빛 서정, 겨울의 침묵 등 각 계절의 정취를 특유의 인상주의적 화풍과 자유로운 감성으로 담아냈다. 시골 마을의 고요한 정경, 자연의 미묘한 움직임, 익숙한 사물의 존재감 등 일상의 순간을 화폭에 녹여낸 점이 특징이다. 정 작가는 "자연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를 그림 속에 담고 싶었다. 관람객이 그림 속에서 각자의 감정과 기억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시 의도를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가 열리는 장미갤러리 2층 전시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으로, 매년 공개모집을 통해 전시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2025/06/23
‘황금 구슬’ 오토니엘, 아비뇽 10개 장소서 260점 공개 ‘황금 구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이 프랑스 아비뇽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한국 전속인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아비뇽 시내 10개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총 260점의 작품 중 160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아비뇽의 '유럽 문화 수도' 선정 25주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의 중심은 아비뇽 교황청(Palais des Papes)으로, 교황청 광장과 분수, 아비뇽 다리, 뱅 퐁메르, 칼베 미술관, 라피데르 박물관, 생 클레르 예배당 등 도시 전역 10곳에서 선보인다. 오토니엘은 이 고대 권력의 상징적 공간에 ‘사랑의 유령(The Ghost of Love)’이라는 감정의 서사를 덧입혔다. 전시 제목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Othoniel Cosmos or the Ghost of Love)'으로, 도시 전체를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전시의 중심은 교황청 내부 15개 공간이다. 과거 교황의 접견실이었던 샹브르 드 파르망(Chambre de Parement)에는 12점의 공중 조각 '별자리', 주요 의식이 열리던 그랑드 샤펠(Grande Chapelle)에는 지름 5m에 달하는 황금 천체 조각 '코스모스'가 천장에서 회전한다. 바닥에는 작가 특유의 푸른 유리 벽돌이 소용돌이치는 형상으로 설치된다. 아비뇽 다리에는 론 강 선원의 십자가에서 착안한 유리 조각이, 생 클레르 예배당에는 시인 페트라르카가 연인 라우라를 처음 목격한 전설을 바탕으로 한 붉은 유리 하트 '심장'이 설치된다. 쁘띠 팔레-루브르 박물관에는 40점의 금박 유리 할로우 조각이, 칼베 미술관에는 연꽃에서 영감 받은 조각이 박물관 고전 조각과 함께 배치된다. 이번 전시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만든 '도시형 전시'이자, 공공 공간에서 펼쳐지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실험이다. 하이라이트는 8월 초 교황청 중정 쿠르 도뇌르(Cour d'Honneur)에서 열릴 설치-무용 복합 퍼포먼스 '미드나잇 소울(Midnight Souls)'이다. 파리 오페라단 무용수 위고 마르샹, 캐롤린 오스몽이 무대에 오르며, 안무는 캐롤린 칼슨이 맡았다. 1964년 프랑스의 중동부 생테티엔(Saint-Étienne)에서 출생한 장-미셸 오토니엘은 현재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하면서 현대미술가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하여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Palais-Royal - Musée du Louvre)역에 무라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지하철 입구를 제작한 작업 '야행자들의 키오스크(Kiosque des Noctambules)'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고, 2015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 '아름다운 춤(Les Belles Danses)'을 영구 설치하여 동시대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작업한 작품 '루브르의 장미(La Rose du Louvre)'가 현대미술가의 작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오토니엘의 작품은 현재 파리 퐁피두 센터,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하여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공립도서관,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 서울 리움미술관, 상하이 유즈 미술관,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25/06/23
세계는 흔들려도…스위스 아트바젤, 8만8000명 인파 아트바젤은 불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금융시장 불안, 지정학적 위기, 고금리 장기화…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아트바젤은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 아트바젤에 따르면, 22일 스위스 바젤 메쎄(Messe Basel)에서 폐막한 제55회 아트바젤(Art Basel 2025)은 5일간 8만8000명이 방문했다. 17일 VIP 개막한 올해 아트바젤은 전 세계 42개국 289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UBS, 카타르관, 아우데마르 피게 등 럭셔리 브랜드와 국가 단위 파빌리온이 어우러져 ‘명품 아트페어’의 면모를 과시했다. 거래도 활발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Mid November Tunnel, 루스 아사와, 게르하르트 리히터, 키스 해링, 마크 브래드포드의 주요 작품이 컬렉터들의 손에 들어갔다. 특히 세실리아 비쿠냐, 로이 할로웰, 알리나 사포츠니코프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미술관 컬렉션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 갤러리들도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갤러리현대 이승택(93) 작가의 ‘비조각(Non-sculpture)’ 연작을 선보인 단독 부스로 Artsy 선정 ‘2025 베스트 부스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갤러리는 백남준, 하종현, 이우환, 양혜규, 김용익, 문성식 등 국내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번 아트바젤에서는 지난 10일 전역한 BTS RM(김남준)도 등장했다. 삼성전자 '아트TV'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그는 18일 ‘ArtCube’ 라운지 무대에 올라 “예술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사람과 감정, 공간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작품 하나가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힘에 대해 언급하며, ‘기술과 예술의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직접 전달했다. 한편 아트바젤 스위스는 '예술은 지금, 가장 빠르게 팔리는 ‘문화 자산’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카타리나 그로세가 선보인 5000㎡ 규모의 야외 회화, 80미터 직물 설치, 도시 공간을 활용한 퍼포먼스 등 공공 섹터의 감각적 실험도 눈에 띄었다. 올해 신설된 아트바젤 어워즈와 아프리카 예술 펠로우십, 글로벌 VIP 네트워크는 아트바젤이 단순 거래의 장을 넘어 ‘문화 자산의 실시간 이동 통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크리슬 노바코비치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EMEA 대표는 “아트바젤은 전 세계 예술계가 모이는 생명력 넘치는 장이다. 올해 바젤에서 UBS는 전시장 안팎의 다양한 공간을 통해 예술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영감을 주는 방식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아트바젤 디렉터 마이케 크루제(Maike Cruse)는 “올해 아트바젤은 세계 미술 시장의 지속적인 힘, 회복력, 그리고 국제적 영향력을 보여주었다”며 “전시장은 물로 도시 전역에 가득했던 에너지는 바젤이 문화적 만남의 장소이자 예술적 교류의 촉매제로 기능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고 밝혔다. 2025/06/23
“보이지 않아도 닿을 수 있어”…김보라 '터치투어 마음씨' "손으로 만지는 전시는 어떤 감각을 열어줄까?" 서울시립미술관이 2025년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의 첫 번째 전시로 저시력자 김보라 작가의 개인전 '터치투어 마음씨'를 선보인다. 전시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공간 LDK.DT에서 열린다. '터치투어 마음씨'는 시각장애인의 예술 감상을 돕기 위한 ‘터치투어’를 주제로,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감각의 미술 감상법을 제안한다. 작가는 장애 유무를 떠나 ‘촉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예술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색하며, “터치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보라 작가는 진행성 희귀 망막 질환을 지닌 저시력인으로, 중심 시야로만 세상을 본다. 파리-세르쥐 국공립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퍼포먼스와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전시는 '기억의 지도'(2017)와 '마음의 지도'(2025)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두 작품은 각각 '손의 기억'과 '마음의 감각'으로 어린 시절 동네를 재현한 작업으로, 감각의 층위를 달리한다. 이 외에도 설치와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감각의 작업이 펼쳐진다. 전시 제목처럼 ‘마음씨’ 좋은 감각의 방식으로 터치투어를 재해석한 것이다. 퍼포먼스 '전철역부터 전시장까지 함께 걷기'는 전시 기간 중 한남역과 한강진역에서 전시장까지 실제 동선을 따라 진행되며, 참여자의 감각과 제안을 반영해 걷기 자체를 감각의 여정으로 전환시킨다. 참여 신청은 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2008년부터 신진 작가를 지원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 기획과 홍보, 제작 전반을 지원하며 유망 작가의 첫 발을 돕고 있다. 2025년에는 김보라를 포함해 총 9명의 작가가 순차적으로 서울 각지 전시장에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5/06/23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윤혜정, 예술 3부작 완간 “하늘 아래 새로운 걸 발견한 건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 환호하거나 절망하거나 뭉클했던 순간과 재회했을 뿐입니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가 세 번째 예술 에세이집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을유문화사)를 출간했다. 세계 도시의 거대한 미술관부터 내 손안의 전시장까지, 예술이 놓이는 장소의 풍경을 따라 저자가 20여 년간 기록해 온 예술 경험과 사유를 풀어낸 ‘예술 견문집’이다. 이번 책은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2020), '인생, 예술'(2022)에 이은 ‘예술 3부작’의 마지막 권이다. 인터뷰와 에세이로 예술가의 내면과 감정적 풍경을 조망했던 전작들에 이어, 이번 신간은 예술의 ‘시간성과 장소성’에 주목한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의 자유와 해방, 베를린 미술관에서의 극적인 대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주로 돌아온 90대 작가 김윤신의 삶과 일의 균형까지. 이 책은 한때의 예술이 어떻게 오래도록 살아남는지를 삶과 기억, 기록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베니스비엔날레에 갈 때마다 전시를 모조리 봐야 한다는 강박과, 놓치는 전시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던 저자는 어느 순간 뜻밖의 전시장에서 ‘해방의 자유와 깨달음’을 맛본다.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는 제왕적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사라진 예술가 테칭 시에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자신만의 ‘인생 전시’를 경험한다. 또 일본 나오시마 마타베에서는 양혜규의 낮 전시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밤 전시를 통해 ‘아름다운 공생’이라는 감각을 곱씹는다. 그밖에도, 구순의 나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주로 작업실을 옮긴 김윤신 작가에게서는 ‘삶과 일의 이상적 관계’를 고찰하고, 한국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덴마크와 미국 컬렉터들의 집에서는 ‘소유하는 사랑의 실체’를 마주한다. 또한 추상미술을 일상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전시기획자로서의 고민과 어려움을 되짚고, 손안의 책을 통해 예술계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예술가의 답은 언제, 어디, 어떻게 작품이 전시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예술이 놓인 자리마다 생성되는 고유한 이야기와 감각을 소중히 간직한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13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혼자라면 가지 않았을 베니스비엔날레의 체르토사섬, 혼자라면 느끼지 못했을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의 황홀함, 혼자라면 알지 못했을 디종 콩소르시옴이라는 공간 등 윤혜정의 시선을 따라가는 사진은 마치 독자들이 함께 예술 기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 우리를 변화의 순간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예술은 박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경험하고 사유하며 기록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결국 이 책은 예술이라는 낯설고 불확실한 세계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유하고, 기억하고, 때론 흔들리며 나아간 기록이다. 예술을 삶으로 받아들여 온 저자의 감각과 직업정신이 응축된 한 권의 보고서다. 2025/06/22
라 스칼라 극장장 "정명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르디 지휘자" "제가 라 스칼라에 왔을 때 음악감독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지휘자는 누구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휘자가 누구일까 생각할때 정명훈을 떠올렸습니다." 21일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을 찾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장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을 라 스칼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르톰비나는 "내가 (정명훈을) 선택했지만 위원회나 밀라노 시장의 만장일치로 모두가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명훈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를 많이 지휘했다"고 했다. 정명훈은 지난달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라 스칼라의 동양인 음악감독은 247년 극장 역사상 최초다. 그는 현재 음악감독인 리카르도 샤이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부터 직을 맡아 2030년까지 수행한다. 오르톰비나의 임기도 2030년까지다. 정명훈은 1989년 라 스칼라에서 데뷔해 9편의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횟수다. 또 2023년에는 라 스칼라 역사상 유일한 명예 지휘자로 선정됐다. 오르톰비나는 동양인 음악감독 선임에 대한 이탈리아 내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냐는 질문에 "20~30년 전이었다면 이탈리아인이 아니란 이유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명훈은 이미 이탈리아인이나 마찬가지다. 베네치아에서 함께 여러번 같이 작업했는데 (정명훈은) 도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농담으로 그에게 '마르코 폴로'라고 했다"고 했다. 올해 2월부터 극장장 임기를 시작한 오르톰비나와 정명훈의 인연은 각별하다. 오르톰비나는 2007년부터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예술감독과 총감독으로 지냈는데, 정명훈은 해당 기간에 많은 시즌 무대에 올랐다. 오르톰비나는 "1992년 까사 베르디에서 여행가이드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투어를 온 미국인의 권유로 라 스칼라를 방문해 정명훈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공연을 봤다"며 정명훈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또 정명훈의 작품 해석 능력을 극찬했다. 오르톰비나는 "(클래식)음악이 우리 세대에 오래되고 옛날의 느낌이 있지만 정명훈은 베르디, 베토벤의 150년 전 음악도 오늘날 현대적으로 들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 스칼라 음악감독은 베르디, 모차르트, 슈만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르톰비나와 정명훈은 베르디로 하나가 되기도 한다. 정명훈은 지난달 음악감독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베르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다. 오르톰비나를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라고 지칭했다. 오르톰비나는 "정명훈은 베르디 작품 지휘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하나"라며 "정말 섬세하고 깊이 있게 베르디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내년 12월 라 스칼라 시즌 오프닝에 음악감독으로서 첫 무대를 갖는다. 그는 앞서 첫 작품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를 예고했다. 라 스칼라 극장 향후 계획에는 "베르디의 곡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톰비나도 이날 "라 스칼라가 미래에 더 열려있어야 한다"며 "모든 밀라노 거주자가 '라 스칼라를 가보지 못했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 중심에는 베르디가 있다. 이때 정명훈의 섬세함이 가미된다"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더 가까워지는 것이 정명훈과 라 스칼라가 해야 할 작업이다"라고 했다. 오르톰비나는 부산콘서트홀 개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2027년 개관을 앞두고 조언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복원된 건물이 라 스칼라"라며 극장이 도시에서 갖는 성격을 설명했다. 이어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우스도 이처럼 도시를 상징하고 시민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라 스칼라의 재정의 33%가 후원으로 이뤄진다며, 민간 투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라 스칼라의 오텔로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정명훈의 임명이 이제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났다"며 "아직 논의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오페라 공연) 내한을 올거고 이는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 18일 부산콘서트홀을 찾는다. 공연에서 정명훈의 지휘 아래 베르디의 서곡 '운명의 힘'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2025/06/22
칸딘스키보다 앞선 ‘숨겨진 추상화가’…힐마 아프 클린트 첫 한국 전시 “미술사에서 가장 먼저 추상화를 그린 사람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100년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이름은 오랫동안 미술사에서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그는 20세기 추상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칸딘스키보다 앞서 추상화를 시도한 작가,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려지지 않았던 이름. 그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오는 7월 19일부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은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대규모 순회전이다. 10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회화, 드로잉 등 총 140여 점을 선보이며 클린트의 독창적인 시각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자연 관찰을 토대로 한 초기 드로잉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 상징적·추상적 회화, 압도적 규모의 연작까지 모두 아우른다. 특히 1907년 제작된 대작 연작 ‘가장 큰 그림(The Ten Largest)’ 시리즈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보다 8년 앞선, 역사적 회화”라며 “도쿄 전시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구성과 도록으로 한국 관객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생전 자신의 작업이 시대를 앞섰다고 판단해, 사후 20년간 작품을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렇게 봉인됐던 1200점의 그림과 100편 이상의 노트는 조카의 다락방에서 발견돼, 1986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처음 전시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되기까지는 27년이 더 걸렸다. 201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은 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미술사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만약 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과분한 관심은 없었을 것”이라는 보수적 혹평을 넘어서, 클린트는 이제 추상의 기원을 다시 쓰는 이름이 되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앞서 사전 예매를 오는 7월 18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다.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기간 내 예매 시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2025/06/21
모란미술관 개관 35주년…'남양주 청년작가' 10人 조명 모란미술관이 개관 35주년을 맞아 지역 청년작가를 조명하는 전시 'MORAN2025'를 개최한다.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모란스페이스 1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MORAN2025'는 남양주시에 연고를 둔 만 40세 이하 청년작가 10인을 공모로 선정해, 회화·조각·설치·판화 등 총 36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은 ‘Me, Others, Right here And Now’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2025년, 바로 지금 여기의 나와 너희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90년 개관 이래 한국 현대조각과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해 온 미술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 예술가들을 향한 지속적 관심을 실천하는 자리다. 선정된 작가는 고현우, 김규진, 김재규, 김지영, 방인균, 서종원, 신채훈, 이서희, 조상빈, 황수환 등 총 10명이다. 심사는 김성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감독, 임성훈 성신여대 교수, 조은정 고려대 교수, 최태만 국민대 교수 등 미술평론가 4인이 맡았다. 조은정 평론가는 전시 서문에서 “청년작가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존재”라고 평하며,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말을 인용해 “길을 잃었을 때야말로 진정한 성장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격려를 전했다.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은 “젊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시기이자, 많은 기회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번 전시가 작가들의 성장을 돕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6/21
'단색화 거장' 하종현 화백, 프랑스 샤토 라 코스트서 첫 개인전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90)화백이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의 문화예술 복합공간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에서 개인전 'Light Into Color'를 연다.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서울 국제갤러리와 뉴욕 티나킴갤러리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작가가 프랑스 남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장소는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파빌리온으로, 포도밭 한가운데 땅을 6미터 파내 조성된 계곡 형태의 공간이다. 자연광이 유입되는 유리 구조의 내부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 '접합'중 최근 10년간의 작업 18점이 소개된다. 평면 회화에 공간성을 부여한 이 시리즈는 동양의 명상성과 서구의 조형 실험을 교차시키며 단색화의 지평을 확장시켜 왔다. 하종현은 마포(마대 자루)의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올리고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으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는 “'접합'작업은 단순한 재료의 결합을 넘어, 시간의 메아리를 좇고 캔버스가 역사와 함께 호흡하도록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매년 제자들과 함께 샤토 라 코스트를 방문해 공간의 울림을 경험해왔다고 밝혔다. “남프랑스의 빛과 공기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예술가의 감각을 일깨우는 고요한 힘을 지닌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이 공간, 빛, 공기, 기억과 교감하며 하나의 존재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샤토 라 코스트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산더 칼더, 제니 홀저, 장-미셸 오토니엘 등의 작품이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 예술 산책로(Art & Architecture Walk)’로 유명하다. 안도 다다오, 장 누벨, 프랭크 게리, 오스카 니마이어 등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한국 작가로는 박서보(20212022), 강명희(20242025)에 이어 하종현이 세 번째로 초청됐다. 샤토 라 코스트 측은 “엑상 프로방스 출신 폴 세잔의 예술 유산과 하종현의 실험정신이 미술사적 경계를 넘어 공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935년 경남 산청 출생인 하종현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미술대학 학장,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뉴욕, 파리, 런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퐁피두센터, M+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상파울루, 파리, 프라하 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해왔다. 2025/06/21
갤러리현대 이승택, '아트바젤 2025' 베스트 부스 선정 갤러리현대가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2025’에서 ‘베스트 부스’로 선정됐다.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개막한 아트바젤 2025에서 갤러리현대는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이승택(93) 작가의 솔로 부스로 참여해, 미술 전문 매체 아트시(Artsy)가 꼽은 ‘10대 베스트 부스(The 10 Best Booths at Art Basel 2025)’에 이름을 올렸다. 갤러리현대 부스(G13)는 이승택이 창안한 독자적 조형 개념인 ‘비조각(Non-Sculpture)’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표 연작 ‘묶기’ 시리즈를 통해 전통적 조각의 형식을 해체하고, 사물과 물질의 긴장 상태를 조형 언어로 풀어낸 점이 주목받았다. 아트시의 에디터 아룬 카카르는 “전후 한국 아방가르드의 거장 이승택은 '비조각'이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적 관습을 뒤엎었다"며 "자유와 억압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하는 그의 작품은 아르테 포베라, 개념미술 등 서구의 주요 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부스에는 청동 토르소를 밧줄로 단단히 묶은 작품부터, 바위와 나무 구조물을 얽어맨 오브제까지, ‘정지된 상태 속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이승택의 예술세계가 동시대 글로벌 아트 신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는 분위기다. 행사는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