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 미리보기] 한불 수교 140년…프랑스를 읽고, 먹고, AI로 생각하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고, 프랑스 미식의 세계를 맛보고, 인공지능(AI) 시대 출판의 미래를 토론한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수교 140주년을 맞은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초청해 문학과 미식, 기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는 '프랑스를 읽다'를 주제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프랑스국제출판사무국이 운영하는 프랑스관에서는 강연과 북토크, 워크숍, 사인회,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단순히 프랑스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학과 음식, AI와 저작권 논의까지 아우르며 오늘날 프랑스 사회와 문화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 프랑스를 읽다…베르베르부터 철학자까지 이번 도서전을 위해 프랑스 작가와 지식인 12명이 한국을 찾는다. 국내 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는 27일 프랑스관에서 신간 '영혼의 왈츠' 사인회를 열고 독자들과 만난다. 이 밖에도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시인 린다 마리아 바로스와 토마 비노, 아동문학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유, 미술사학자 스테파니 브루이에, 역사학자 피에르 에마뉘엘 루 등이 참여한다. 프랑스관은 소설과 시, 아동문학, 철학, 인문·사회과학, 만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프랑스 출판의 현재를 소개할 예정이다. ◆ 프랑스를 맛보다…음식으로 읽는 한 사회의 문화 올해 프랑스관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주제는 '미식'이다. 개막일인 24일에는 '프랑스와 한국의 미식 풍토: 음식과 식문화는 어떻게 우리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가'를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미식 잡학 사전'으로 잘 알려진 미식 저널리스트 프랑수아 레지스 고드리가 참여해 음식과 정체성,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의 수산 통조림 브랜드 '라 벨일 루아즈'와 함께하는 미식 체험 워크숍에서는 프랑스 식문화와 해산물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 AI로 생각하다…출판의 미래를 묻다 올해 도서전 주제인 '호모 두두리'가 AI 시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만큼, 프랑스관 역시 관련 논의에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했다. 24일에는 'AI 시대의 윤리와 저작권: 출판 산업의 과제'를 주제로 한국·프랑스·대만 출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가 열린다. 김학희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부장이 사회를 맡고, 니콜라 로수 프랑스 출판네트워크 대표, 대만의 도리스 첸 링킹 출판사 총괄 관리자, 이영욱 변호사가 연사로 참가한다. AI가 출판 산업에 제기하는 윤리적 과제와 저작권 문제, 실무적 적용 사례부터 기술이 창작, 편집, 독서를 어떻게 바꾸는지 등 폭넓은 대담을 나눈다. 같은 날 오후 4시30분 프랑스 주빈관에서는 '미래를 읽다: 프랑스-한국의 책읽는 사회를 위한 공공정책'을 제목으로 한국과 프랑스 출판 전문가들이 모여 AI 시대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고민한다. 도서전 측은 "지난해 프랑스 출판계에서도 AI 윤리 이슈가 불거져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유사한 상황으로, 도서전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06/07
달항아리·왕실 책장 한자리에…한국고미술페어 11일 개막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 오랜 시간을 견뎌온 고미술의 무게를 다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고미술협회가 주최하는 '2026 한국고미술페어(KOREA ANTIQUES FAIR)'가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올해 4회째를 맞은 행사는 'Gravitas-시간의 기품'을 주제로 달항아리와 고려 매병, 곱돌주자 등 세월의 흔적이 깃든 고미술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전시 공간은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특별관과 전국의 고미술 업체가 참여하는 17개 부스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마치 고미술 골목을 거닐 듯 다양한 유물과 공예품을 만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관 디렉팅은 건축, 아트 디렉션, 경험 프로덕션 등 국내외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간 및 경험 디자이너 김태형이 맡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틸케이스, 아만호텔 등 글로벌 기업의 공간 디자인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대형 전시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전시 '1971 고요(古曜) - 자목련'에 이어 한국고미술협회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특별관에는 한국미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18세기 ‘달항아리(백자대호)’와 조선시대 왕실 또는 상류층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지장 삼층 책장’, 유려한 곡선을 지닌 고려시대 ‘토기매병’, 구조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곱돌주자’ 등을 선보인다. 김경수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와 공예, 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미술 역시 새로운 취향의 영역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며 "이번 행사가 고미술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06/07
"토요일엔 한남동 전시 보러 오세요"…12개 갤러리 뭉쳤다 서울 이태원 한남동이 하루 동안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한남동 일대 12개 갤러리가 함께하는 공동 프로그램 '한남 새터데이즈(Hannam Saturdays)'가 오는 13일 처음 열린다. 개별 공간 중심의 관람 방식을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예술 동선으로 연결하는 시도로, 전시와 도슨트 투어, 작가 토크, 리셉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선보인다. '한남 새터데이즈'는 한남동에 자리한 갤러리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지역 기반 공동 프로그램이다. 서울 동시대 미술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한 한남동이 그동안 개별 갤러리 방문 중심으로 소비돼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참여 갤러리는 BHAK 갤러리박, 마이어리거울프, 디아 컨템포러리, 뉴스프링프로젝트, 두아르트 스퀘이라, 라니서울, 에스더쉬퍼, 타데우스 로팍, 핌(FIM), 디스위켄드룸, 갤더스, 리만머핀 등 12곳이다. 각 공간은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중심으로 관람 경험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에스더쉬퍼는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아시아 첫 개인전 'Cellular Memory'를, 타데우스 로팍은 '마음의 눈(That Inward Eye)'과 알렉스 카츠의 'Studies'를 소개한다. 리만머핀에서는 도미닉 체임버스의 '바디 쉬머(The Body Shimmer)', 두아르트 스퀘이라에서는 양유연의 'Dog-ear 복기'가 진행 중이다. 행사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 갤러리에서는 도슨트 투어와 작가 토크, 네트워킹 프로그램, 오프닝 리셉션 등이 이어진다. 디아 컨템포러리는 오후 3시부터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며, 라니서울은 작가와의 토크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갤더스는 작가가 제작한 소품을 선착순 50명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각 갤러리에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행사 전용 인터랙티브 맵에 접속할 수 있다. 지도에는 전시 정보와 프로그램 일정, 갤러리 연락처, 이동 경로 등이 담겨 있어 관람객이 원하는 공간에서 출발해 한남동 일대 전시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참여 갤러리들은 이번 첫 행사를 계기로 '한남 새터데이즈'를 정례화해 한남동을 하나의 예술 네트워크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시 관람은 모두 무료다. 2026/06/06
현대미술의 비밀…'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 현대미술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빈자리라는 것을. 신간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흐름출판)는 현대미술의 여백과 불완전성의 미학이 어떻게 강력한 브랜드 전략으로 이어졌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10년 차 마케터이자 설치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예술과 비즈니스의 경계에서 발견한 공통 원리를 '갭 디자인(Gap Design)'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책의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채우면 구경꾼이 되고, 틈을 내면 주인공이 된다." 오늘날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메시지는 상향 평준화됐다. 기업들은 더 많은 정보와 정교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빨리 브랜드를 잊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개입할 틈의 부재'에서 찾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현대미술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끌어온다. 피카소의 '황소' 연작은 열한 단계에 걸쳐 형태를 덜어내며 결국 선 몇 개만 남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순간 황소의 본질은 더욱 선명해진다. 저자는 이를 '잘라내기' 전략으로 해석한다. 설명을 줄일수록 관객은 스스로 의미를 채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거대한 신생아 조각은 익숙한 대상을 낯선 규모로 전환해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다니엘 아샴은 미래의 유물이 현재에 나타난 것 같은 '상상의 고고학' 작업으로 시간의 감각을 뒤집는다. 박서보의 묘법 연작은 작가의 의도를 비워낸 자리에 관람자의 경험이 스며들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예술가들의 전략을 '거리두기', '충돌하기', '경계넘기', '물들이기', '드러내기', '잘라내기', '비워두기' 등 일곱 가지 갭 디자인으로 체계화한다. 흥미로운 점은 책이 미술을 교양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대미술이 오랫동안 실험해온 '해석의 여백'을 브랜드와 콘텐츠, 마케팅 전략으로 번역하는 데 집중한다. 젠틀몬스터, 무인양품, 유니클로, 미스치프 등의 사례가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세밀한 그림은 정육점 주인에게 주고, 마지막 선 하나는 주부에게 주어야지"라는 피카소의 일화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처럼 읽힌다. 전문가가 독점하던 해석의 권한을 관객에게 넘기는 순간, 예술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브랜드 전략을 이야기하지만, 더 깊은 층위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참여에 대해 질문한다. 설명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정답보다 해석의 여백에 끌린다. 현대미술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그 비밀을 비즈니스의 언어로 풀어낸 흥미로운 시도다. 2026/06/06
세포가 된 기억, 풍경이 된 몸…메리코켑 베르하누, 아시아 첫 개인전 꽃처럼 피어난 붉은 형상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세포 같기도 하고 씨앗 같기도 하며, 때로는 군집을 이룬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신체와 풍경, 기억과 생명이 하나의 유기적 질서로 얽혀 있는 세계다. 에스더쉬퍼 서울은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Merikokeb Berhanu)의 개인전 'Cellular Memory'를 9일부터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신작 회화 6점을 선보인다. 1977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태어난 베르하누는 에티오피아 모더니즘의 전통과 현대 추상회화를 결합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세포 분열, 배아 형성, 씨앗 발아 등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생명의 근원적 과정을 회화적 언어로 시각화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전시 제목인 'Cellular Memory'는 세포가 과거의 경험과 환경적 자극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생물학적 개념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세포는 단순한 생명 단위가 아니라 에티오피아와 미국, 전통과 현대, 자연과 기술 사이를 오가며 형성된 문화적 기억의 저장소다. 실제로 이번 신작들에는 베르하누 작업의 핵심 모티프인 유기적 형상들이 더욱 복합적으로 등장한다. 화면 속 둥근 머리의 세장한 존재들은 꽃의 군집처럼 보이면서도 인간 공동체를 연상시키고, 신체의 파편들은 식물과 광물의 형상으로 확장된다. 특정한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변형되며 생명의 순환과 연결을 암시한다. 미국 이주 이후 경험한 대량 소비와 환경 오염,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작업에 반영됐다. 일부 작품에서는 회로 기판을 연상시키는 구조와 붉은 유기체들이 병치되며 자연과 기술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침투하고 공존하는 동시대 환경을 드러낸다. 베르하누는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에 참여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뉴욕 샤 가그 컬렉션의 여성 작가전 'Making Their Mark'를 비롯해 세계 주요 전시에 초청되며 아프리카 현대미술과 디아스포라 담론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은 현재 런던 테이트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덴버미술관, 볼티모어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인호팀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블랙 아트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담론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에스더쉬퍼 서울 김선일 디렉터는 "베르하누의 작업은 세포와 신체, 풍경이 중첩되는 회화적 공간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과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2026/06/05
농경시대의 유산 속 평화…비움박물관 10주년 특별전 한국의 마지막 농경시대가 남긴 유산을 현대예술과 접목한 전시가 열린다. 비움박물관은 서울과 광주에서 특별 순회전시 '한반도의 평화 - 워낭소리'전을 연다고 5일 밝혔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농경시대 민속품과 현대 설치예술을 결합해 사라져가는 전통 속에 담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의 핵심 소재는 농경사회에서 소의 목에 달아 사용했던 '워낭'이다. 놋쇠로 제작돼 소의 목에 달아 사용한 워낭은 외양간에 해로운 짐승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호의 의미와 함께 액막이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농부들은 워낭 소리에 생명의 보호와 풍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전시는 워낭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확장해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새롭게 제시한다. 전시에는 워낭을 비롯해 비움박물관 소장품 219점과 광주 지역 설치예술가·공예가가 제작한 49점의 설치예술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10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한 달여간 진행된 뒤, 7월 21일부터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이어진다. 비움박물관 관계자는 "과거 농경시대의 액막이 소리를 오늘날 우리 사회와 세계가 필요로 하는 평화의 메시지로 되살리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라며 "현대예술 속에 담긴 우리 민속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6/06/05
작가 50명 정리·직원 20% 감축…페이스가 던진 미술시장의 경고 세계 4대 메가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Pace Gallery)가 작가 50명과 직원 50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술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미술시장을 지배해온 '메가갤러리 모델' 자체를 재검토하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아트넷뉴스, 아트뉴스 등에 따르면 페이스는 현재 135명 규모의 작가·에스테이트 명단 가운데 약 50명을 정리하고, 전 세계 직원 250명 중 5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 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술계는 지난 10년 동안 극적으로 변했다"며 "현재의 갤러리 모델은 단지 망가진 정도가 아니라 고칠 수 없는 상태(unfixable)"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갤러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임시방편과 타협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제는 갤러리의 규모를 줄이고 핵심 작가들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 설립된 페이스는 가고시안(Gagosian), 하우저앤드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와 함께 세계 미술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메가갤러리다. 현재 뉴욕, 런던, 제네바, 베를린, 서울, 도쿄, 로스앤젤레스 등 7개 도시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9년 뉴욕 첼시에 8층 규모의 신사옥을 개관하며 메가갤러리 시대의 상징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홍콩과 미국 팰로앨토 공간을 폐쇄했고, 실감형 예술 플랫폼 슈퍼블루(Superblue)와의 거리두기, 소더비와의 합작 추진 중단 등 사업 재편을 이어왔다. 한국 미술시장 성장의 상징으로 꼽혔던 페이스 서울도 이번 변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페이스는 2017년 서울 이태원에 진출한 뒤 2021년 한남동 르베이지 빌딩으로 확장 이전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본사가 메가갤러리 모델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향후 글로벌 운영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페이스가 관리하는 작가 수는 약 8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웹사이트에서는 팀랩(teamLab), 글렌 카이노, 키스 코번트리, 존 제라드, JR, 요제프 쿠델카, 라파엘 로자노헤머, 수이젠궈(隋建國) 등 다수 작가들의 이름이 사라진 상태다. 글림처는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정신적 선배들을 연결하며 66년간 이어온 페이스의 역사로 돌아가겠다"며 "더 적은 수의 작가에게 더 깊고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미술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했던 동시대 미술시장은 최근 고금리와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불안, 컬렉터들의 구매 패턴 변화 등이 겹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대형 갤러리들 역시 아트페어 참가 비용, 임대료, 인건비 증가 등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의 선택이 향후 글로벌 화랑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술시장을 움직여온 '더 크게, 더 많이'의 성장 전략 대신 '더 적게, 더 깊게'의 운영 모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특정 갤러리의 위기라기보다 메가갤러리 시스템 자체에 대한 재검토"라며 "규모의 경제가 절대적이었던 시대가 저물고 작가와의 관계, 전문성, 지속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6/06/05
"조각 작품 여기에 다 있네"…조형아트서울2026 개막 조형아트서울(PLAS) 2026이 'NEW CHANCE'를 주제로 4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 91개, 해외 11개 등 총 102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3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참여 작가는 약 750명에 달한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3m 이상의 대형 조각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조형아트페어만의 차별화된 공간감을 보여줬다. 회화와 조각, 설치작업이 어우러진 전시는 조형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아트페어의 면모를 드러냈다. VIP 프리뷰와 개막식에는 이희범 한국정신문화재단 대표이사(조형아트서울 조직위원장),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 권치규 한국조각가협회 회장,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 김정자 선정문화재단 이사장, 조각가 김영원·이기주, 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 등 미술계와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올해 조형아트서울은 '대형조각 특별전', '11개 대학 조각 특별전', 'NEW CHANCE 특별전' 등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였다. 대형조각 특별전은 기업 관계자들과 컬렉터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공공조형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11개 대학 조소 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한 대학 조각 특별전은 젊은 조형예술의 흐름을 소개하며 일부 작품 판매도 이뤄졌다. 신진 및 유망 작가 11인을 소개한 'NEW CHANCE 특별전' 역시 기존 전시와 차별화된 참신한 작품들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행사 기간 동안 VIP 라운지에는 메종 모빌레가 참여해 휴식 공간을 구성했으며, 국순당과 스파클 등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관람객 편의를 지원했다. 또한 테라코타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기주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공간을 선보인다. 조형아트서울 2026은 오는 7일까지 이어진다. 2026/06/05
광화문 한복판서 길놀이·줄타기…오늘 '국악의 날' 아리랑 대축제 국악의 날(6월 5일) 점심시간 전후로, 덕수궁 대한문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전통 연희 합동 길놀이가 펼쳐진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5~7일 광화문 놀이마당에서 '제2회 국악의 날'과 국악주간을 기념해 '아리랑 대축제'를 연다고 4일 밝혔다. 길놀이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연희판, 어름사니 남창동의 줄타기 공연이 진행된다. 국방부 군악대대 전통악대를 선두로 강릉·진주삼천포·평택 등 전국 각 지역 농악 및 탈춤 보존회, 20여 개 대학 풍물패, 중·고등학교 풍물패 등 전국 각지에서 예인들이 모여 전통 연희 길놀이를 선보인다. 길놀이 후에는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광주칠석고싸움놀이보존회가 국가무형유산이자, 농경사회 풍요를 기원하던 고싸움놀이를 이어간다. 한국의 역사와 함께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아리랑’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도 준비돼 있다. 5일엔 밀양, 진도, 정선 등 대한민국의 3대 아리랑 보존회가 펼치는 '아리랑' 공연, 7일 이춘희 경기민요 명창, 유지숙 서도민요 명창, 조주선 판소리 명창의 '명인·명창 한마당' 무대가 마련된다. 관현맹인 전통예술단, 동백어린이민요합창단이 들려주는 다양한 아리랑을 들을 수 있다. 6~7일에는 소리꽃 가객단, 국악밴드 '초동'과 '이로' 등 젊은 국악인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아울러 가야금 병창·해금·검무 등 국악 동호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도 진행된다. 국악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SNS 챌린지 '무엇이든 돌려보세요'와 연계한 상모돌리기 체험,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 국악기 '어', '축' 등의 연주 체험, '복두', '전립', '가체' 등 국악 공연 소품 체험, 국악 무드의 전통 음료 및 향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아리랑_당신의 노래'와 연계한 팝업 전시 공간에서는 '나만의 아리랑 만들기', 또 다른 체험 공간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과자로 국악기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 황성운 국립국악원장 직무대리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국립국악원이 준비한 국악의 날을 기념하는 대표 행사"라며 "전통 연희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6/05
귀여움·푸른 곰·정통 유화…서울에 몰려온 일본 작가들 일본 현대미술이 서울 전시장을 잇달아 채우고 있다. 강남과 한남동 갤러리에서 일본 작가들의 개인전이 연이어 열리며, 캐릭터 회화와 생태적 상상력, 정통 구상회화까지 서로 다른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갤러리조은은 오는 11일부터 마이코 코바야시(Maiko Kobayashi)의 개인전 'Songs Echo Memories'을 연다 마이코 코바야시는 지난 20여 년간 인간과 동물의 요소가 결합된 존재들인 '리미널 크리처(Liminal Creatures)'를 그려왔다. 토끼와 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이 존재들은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 외로움과 불안, 그리움과 위로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음악이 환기한 기억과 감정의 파편들을 화면에 담아냈다. 작품 속 존재들은 조용히 관람객을 응시하며 사랑과 슬픔,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보여준다. 리나갤러리 서울에서는 야스히토 가와사키(Yasuhito Kawasaki)의 개인전 'Blue Blue Bear and Green, Blue Blue Bear and Sea'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주인공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푸른 곰이다. 동화책을 연상시키는 단순하고 맑은 화면 속 푸른 곰은 인간이 잃어버린 순수성과 자연에 대한 감각을 상징한다. 작가는 인간의 생활권에 나타난 야생동물을 '침입자'로 규정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자연의 영역을 변화시킨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곰과 새, 사과, 호랑이 등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7월 11일까지 열린다. 압구정 갤러리 콜론비에서는 13일부터 미시마 테츠야(Tetsuya Mishima)의 한국 첫 개인전이 개최된다. 현대 일본 미술이 팝아트와 수퍼플랫의 흐름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미시마는 정통 구상회화의 길을 걸어온 작가다. 그는 사진이나 디지털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눈앞의 모델과 정물을 관찰하며 작업한다. 르네상스 회화의 전통을 바탕으로 꽃과 과일, 유리와 황동, 비단 직물의 질감과 빛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물감 제조법까지 직접 연구해 자신만의 유화 물감을 개발했을 정도로 재료와 기법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세 전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를 이야기한다. 귀여움 속에 숨은 외로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손으로 쌓아 올린 회화의 시간까지. 일본 현대미술의 다양한 얼굴이 올여름 서울 전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