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미술관서 '서울아트북페어 2025'…국내외 251팀 참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이 유어마인드와 함께하는 ‘제17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 2025’(UE17)가 14일부터 16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17년째 이어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아트북 축제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매년 2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으며, 서울의 미술 출판문화와 노원 지역의 창작 생태계를 함께 키워왔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251팀이 참가해,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과 일본·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온 해외 40팀이 포함된다. 특히 도쿄아트북페어와의 교류 프로그램 ‘UNLIMITED MATE’를 통해 일본의 제작자 3팀이 참여하며, 아트북을 매개로 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넓힌다. 전시 기간에는 북토크, 워크숍, 드로잉 퍼포먼스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된다. 고스트타입클럽, 리카코 나가시마, 양다솔, Saehan Parc 등 국내외 제작자들이 ‘책으로 하는 예술’의 의미를 확장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올해의 신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신간의 전당’, 제작자들의 낭독 퍼포먼스 ‘잠깐 낭독회’도 열린다. 최은주 관장은 “북서울미술관이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한 독립출판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며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이 주는 즐거움을 시민들과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1/12
'돌의 틈에서 빛으로'…알록달록 돌아온 박은선, '치유의 공간' 알알이 매달려 기둥을 이룬 구슬이 색색의 빛을 낸다. 멀리서 보면 알사탕처럼 가볍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묵직하다. 대리석이다. 단단하지만 그 안의 온도는 달라졌다. “그때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깨달았어요.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결국 작품뿐이었죠.”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췄던 시기, 조각가 박은선은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의 집에 머물며 가족과 함께 ‘멈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절망의 시대 속에서 희망을 전하기 위해 돌에 빛을 심기 시작했다. ‘무한 기둥–확산(Colonna Infinita–Diffusione)’은 조명이 되어 빛을 낸다. 대리석 구 내부에 LED 조명을 넣어, 돌의 결 사이로 은은히 스며드는 빛을 구현했다. 자연석이 인공의 빛을 걸러내며 만들어내는 조각의 광채는 부드럽다. 작가는 “가짜가 아닌 진짜 희망의 빛”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조각은 사람과 나누는 일”이라 말한다. 팬데믹 이후 그의 작품은 ‘무한’보다 ‘공유’를 향했다. “조각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겁니다. 나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세계로 열려야죠.” 1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조각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그리고 존재를 통해 다시 희망을 이야기했다. 12일부터 여는 박은선 개인전은 2023년 이후 국내에서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자, 2008년 인사아트센터 전시 이후 17년 만에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다. 대리석, 브론즈, 알루미늄으로 변주한 조각 작업들을 비롯한 조각작품 22점과 회화 작업 19점까지 총 41점을 선보인다. ◆ 돌의 틈, 숨통이 되다 박은선은 대리석과 화강암을 층층이 쌓고 깨뜨려 틈을 만든다. 그에게 그 틈은 단절이 아니라 삶의 숨통이자 빛의 통로다. “멀쩡한 돌을 깨뜨리고 틈을 만드는 건 나뿐일 겁니다. 하지만 그 틈이 바로 생명의 숨입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높이 3m 30cm의 대형 신작 ‘Generation–Evoluzione(생성–진화)’가 우뚝 서 있다. 균형과 상승의 조형미를 품은 이 조각은 인간의 성장과 회복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세 개의 구가 세워진 화강암 조각은 무거워 보이지만, 각각 따로 움직이며 아슬아슬한 긴장을 만든다. 대표작 ‘무한 기둥(Colonna Infinita)’은 두 가지 색의 돌을 반복적으로 중첩해 만들어진 수직적 조형물이다. 그가 쌓고, 깨고, 다시 붙이는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균열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찾기 위해서다. 번갈아 쌓인 대리석의 줄무늬는 리듬이 되고, 일부러 만든 틈은 해방의 공간이 된다. ◆ 벽의 여백을 본 조각가, 회화를 시작하다 “조각이 공간을 다 채운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벽이 비어 보였어요.” 그가 회화를 시작한 이유다. 박은선에게 캔버스는 또 하나의 돌, 또 하나의 조각 재료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보다 던지고, 붙이고, 뜯어내며 조각하듯 회화한다. 이번 전시의 먹화 신작 ‘Untitled’는 수직적 기둥의 형태를 평면에 옮겨온 작품이다. 마(麻)로 짠 캔버스 위에 먹이 자연스럽게 번지며, 물성과 정신성이 교차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먹의 농담이 번지며 시간의 흔적과 물질의 감각이 교차하고, 돌의 무게가 사라진 자리에는 여백의 차분한 호흡이 남았다. ◆ 이탈리아가 사랑한 한국 조각가 196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박은선은 1993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카라라 미술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후 30년 넘게 피에트라산타에 머물며 작업해왔고, 지금은 이탈리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콘티니 갤러리의 전속 작가다. 피렌체, 로마, 피에트라산타 등 주요 도시의 광장에서 개인전을 열며 ‘이탈리아가 사랑한 한국 조각가’로 불린다. 그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듯한 순간이 많았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버티다 보니, 결국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무한 기둥’은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2024–2025 한·이 상호문화교류의 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로마 곳곳에 설치되어 국가 간 문화교류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5월, 대리석 조각의 본산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중심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 ‘Atelier Park Eun Sun'을 열었다.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설계했으며, 이탈리아에 한국 작가의 이름을 딴 공간이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2026년 10월에는 전라남도 신안 자은도에 마리오 보타와 협업한 ‘인피니또 미술관(Infinito Museum)’이 개관할 예정이다. ◆ 치유의 공간에서 빛으로 전시 제목 ‘Spazio della Guarigione’는 ‘치유의 공간’을 뜻한다. 박은선은 단단한 돌의 균열과 틈에 빛을 스며들게 하며 인간 내면의 회복과 성장, 그리고 존재의 숨결을 은유한다. 그의 조각은 멀리서 보면 묵직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가볍다. 돌이지만 움직이고, 소리까지 난다. 무게와 균형, 정적과 동적의 경계가 한 몸 안에서 반전처럼 공존한다. 박은선은 단단한 돌 속에서도 ‘움직이는 생명’을 보여준다. 야외에는 5m 높이의 ‘무한 기둥–증식(2019)’과 ‘무한 기둥–연속(2025)’ 등 대형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가나아트센터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박은선은 “내 작품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숨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조각은 이제 시간의 기록을 넘어, 나눔과 공유로 인간의 존재감을 실천하는 희망의 조각이 되었다. 전시는 2026년 1월 25일까지 열린다. 2025/11/11
한국화가 이상표 "수묵은 연출이 아니라 기다림의 예술" 한국화가 이상표 작가의 신작 개인전이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메르 3층 MIAF 부스전에서 열린다. '길에서 마주친 우연, 발길이 만들어 낸 필연'을 주제로 수묵담채화 9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우연히 만난 장면이 결국 나를 만든다”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발길이 닿는 곳에 의미가 있다’는 철학을 화면으로 옮겼다. "이상표의 화면은 자연의 빛과 감각의 선율을 동서양의 융합기법으로 풀어낸다”는 평가처럼, 빛과 시간, 인간의 감정을 수묵의 결로 엮는다. 경영인으로 사회적 경력을 쌓은 뒤 뒤늦게 붓을 잡은 그는, 2020년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목우회 공모전 동시 입상을 계기로 화단에 데뷔했다. 이후 6년간 1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대한민국미술대전 40·41회 연속 특선, 목우미술축전 우수작가상, MIAF전 5년 연속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2023) 등을 역임했다. 그의 꾸준한 수상과 초대 활동은 ‘수묵의 현대적 변주’를 향한 진지한 시도에 대한 화단의 신뢰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 '새벽을 여는 사람들', '가을이 머문 자리', '가을 나들이', '어우러짐', '화엄 홍매', '시간의 결' 등이 함께 전시된다. ‘우연처럼 스친 장면이 어떻게 삶의 필연으로 전환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춘천 의암호의 새벽빛 속에서 상고대를 기다리는 사진가들의 모습을 담았다. 차가운 공기와 여명의 온도가 교차하는 순간, 작가는 기다림의 시간을 수묵의 번짐으로 표현했다. 먹빛의 흐름은 시간의 호흡처럼, 고요하면서도 생명감이 있다. '가을이 머문 자리'는 작가가 직접 가꾸는 영흥농장의 감나무를 소재로 했다. 남은 몇 개의 감이 전하는 계절의 여운과 덧없음, 그 여백 속에 머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이상표의 수묵은 연출이 아니라 기다림의 예술이다. 그가 담아내는 먹빛의 깊이는 결국 ‘사는 일’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말한다. “그림자의 길이, 빛의 정도, 사람의 위치는 모두 순간의 선택이자 기다림의 선물입니다.” 2025/11/11
'호암·리움미술관 운영' 삼성문화재단, 2025 메세나대상 영예 삼성문화재단이 2025 한국메세나대상 '대상'에 선정됐다. 한국메세나협회는 11일 웨스틴 조선 서울서 '2025 한국메세나대회'를 열고 삼성문화재단에 대통령표창인 메세나대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한국메세나대회는 기업과 예술계가 한 자리에 모여 상생을 도모하고 예술후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1999년부터 메세나대상 시상식을 열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기업 및 기업인을 발굴해 그 공로를 기념하고 있다. 올해 대상의 영예를 안은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창립 후 60년간 우리나라 예술 발전을 위해 꾸준히 메세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을 1982년 개관해 국보급 미술품과 독창적 전시를 선보이며 수준 높은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유산 보존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2004년에 개관한 리움미술관은 세계적인 수준의 컬렉션과 기획전시를 선보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클래식 악기 대여 프로그램 '삼성 뮤직 펠로우십', 피아노 조율사 양성을 지원하는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 국악계의 저변 확대를 위한 세계판소리협회 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공헌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은 10년 넘게 회화작가 지원 및 오페라를 통한 문화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종근당홀딩스가 수상한다. 문화예술 진흥에 이바지한 기업인에 주어지는 메세나인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은 김영호 일신방직 대표이사 회장에게 돌아갔다. 창의상은 문화예술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에 힘쓰고 있는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이 받는다. Arts&Business상은 미래 국악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신용협동조합중앙회와 전통한국음악예술원에 수여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2025년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 및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 인증식'을 개최한다. 문화예술후원 인증제도는 문화예술분야 후원활동을 촉진하거나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단체와 기관을 인증함으로써 민간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사단법인 세종시메세나협회 ▲재단법인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 ▲재단법인 영등포문화재단 ▲재단법인 충남문화관광재단 ▲신세계디에프 ▲우리은행 ▲타임기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에이치에스효성첨단소재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한국파파존스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회사 총 12곳이 신규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시각예술 작가에게 스튜디오 공간을 제공해 전시 및 입주작가 후원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주식회사 벤타코리아와 2007년부터 기업과 예술단체의 상생에 기여한 경남메세나협회가 문체부 장관 표창을, 문화예술분야 후원 전문가로 꾸준히 창의와 열정을 보여준 제주메세나협회 고가연 가무국장이 예술위 위원장 표창을 수상한다. 2025/11/11
'시간위를 걷는 대화'…포도뮤지엄 살롱드포도, 마르텐 바스·수미 카나자와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형태로 우리 안에 남는다. 포도뮤지엄은 흘러가는 찰나들을 붙잡아 ‘시간의 얼굴’을 그린다. 연말 기획 '살롱드포도'는 예술가 마르텐 바스와 수미 카나자와를 초청해, 존재와 시간에 관한 사유를 나누는 자리다. ◆‘살롱드포도’, 시간 위를 걷는 대화 제주 포도뮤지엄(총괄디렉터 김희영)은 오는 15일과 12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연말 기획 프로그램 '살롱드포도: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한다. 현재 전시 중인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과 연계된 이번 행사는, ‘시간의 초상’ 전시실에 참여한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흐름과 멈춤, 존재와 유한성을 사유한다. '살롱드포도'는 포도뮤지엄의 대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전시와 음악·퍼포먼스·낭독·영화 등 다양한 장르가 교차하는 열린 예술의 장이다. 한 해의 끝에서 열리는 이번 ‘아티스트 토크’는 ‘시간’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은 주제를 통해, 예술이 주는 위로의 언어를 나누는 시간이다. ◆마르텐 바스 '시간을 연기하는 인간들' 15일 오후 2시 포도뮤지엄 북라운지에서 여는 첫 번째 초청 작가는 마르텐 바스(Maarten Baas). 그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시간’을 유머러스하게 조형해온 아티스트다. 포도뮤지엄에서는 시계 신작 ‘리얼 타임 컨베이어벨트 클락(Real Time Conveyor Belt Clock)’을 선보였다. 영상 속 노동자들은 분마다 새로운 시곗바늘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노동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손동작 속에서, 시간은 흐르면서도 멈춰 있다. 바스는 그 무의미한 반복을 통해 현대인이 시간에 매여 살아가는 방식을 재치 있게 드러낸다. 그의 토크에서는 이번 커미션 작업의 비하인드와 함께, ‘시간’을 바라보는 그만의 철학적 관점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수미 카나자와 '연필심으로 쌓은 시간의 결' 12월 21일, 제2전시실에서 여는 두 번째 주인공은 재일교포 3세 작가 수미 카나자와(Sumi Kanazawa). 그의 작품 ‘신문지 위의 드로잉’은 매일 발간되는 신문 위에 10B 연필로 긋는 선들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다. 검은 연필가루와 종이의 질감이 겹쳐지며, 시간의 축적이 물질로 변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메탈릭한 벽면은, 멀리서 보면 은하수 같고 가까이서 보면 뉴스의 흔적이다. 익숙한 로고, 잊힌 헤드라인, 그리고 작가의 손길이 교차하며 기억과 현재가 한 화면에서 공존한다. 카나자와의 토크는 전시장 내부에서 진행되어, 관객이 작품의 ‘시간’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듯한 몰입을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예술이 붙잡은 찰나 포도뮤지엄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위로의 순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동시통역이 제공되며, 네이버 예약 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전시 티켓을 구입한 관람객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2025/11/11
여체~곰까지 고정수 조각 60년…'도심 속 조각공원’같은 전시 풍만한 여체에서 곰의 모성까지, 한국 구상조각의 거장 고정수 작가(79)의 60년 예술 여정을 조명하는 초대전이 서래마을 갤러리 아트릭트에서 열린다. 야외 정원에 놓인 조각들은 도심 속 조각공원처럼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1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되며, 1부(11~12월)와 2부(1~2월)로 나뉜다. 개막 행사는 18일 오후 5시 열린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고정수는 평생 ‘여체조각의 달인’으로 불려왔다. 1977년 이건희 컬렉션에 소장된 ‘연모 12’, 1981년 국전 대상작 ‘자매Ⅱ’ 등은 풍만하면서도 단단한 조형미로 그의 예술세계를 대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매Ⅱ’, ‘기다림Ⅲ’, ‘생각하는 여인’ 등 고전적 여체조각과 함께 브론즈·청석·대리석 등 다양한 재질의 인체 조형물이 갤러리 야외 정원과 실내 공간에 설치된다. 수국과 홍매실, 감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은 마치 ‘도심 속 조각공원’으로 변모했다. 2009년 세종 베어트리파크를 위한 작품 제작을 계기로 고정수는 ‘곰’이라는 존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노트에 “곰의 인내심과 모성은 내가 조형으로 표현해온 여성상과 닮아 있었다”고 썼다. 실제 반달곰을 기르며 외형과 성정을 연구한 그는 ‘곰을 통한 한국적 모성’이라는 새로운 조각 세계를 개척했다. 전시장에는 ‘밝은 세상’, ‘반달곰 태권도 하다’, ‘말뚝박기 놀이’ 등 유머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곰 조형물이 선보인다. 후반기에는 기존 석재와 브론즈를 넘어 테라코타·세라믹·한지부조·알루미늄 래핑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신작이 공개된다. 점토를 구워 만든 테라코타 조형물은 앤티크한 질감과 작가의 손맛이 살아 있다. 고정수는 최근 인공관절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며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등에서 신작을 발표했다. 이번 아트릭트 개인전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중증장애인 복지시설 ‘소망의 집’을 돕는 기금 마련전으로 진행되며, 국제로타리클럽이 후원에 참여한다. 갤러리 이경택 예술감독은 “신생 갤러리임에도 고 작가는 야외 설치공간에 공감하며 4개월에 걸쳐 자신의 걸작 대부분을 이번 전시에 공개하겠다고 했다”며 “작가의 생애와 철학이 응축된 이번 전시는 예술로 나누는 연말의 따뜻한 선물”이라고 전했다. 2025/11/11
김해문화도시센터, 숙박형 예술인 결과물 전시회 김해문화도시센터는 13일부터 30일까지 김해 한림면 스페이스 사랑농장에서 2025 웰컴레지던시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시회 '사뿐히 도착하는 법’을 개최한다. 웰컴 레지던시는 김해문화도시센터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전국단위 숙박형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8기째를 맞았다. 지난 3월부터 전국에서 찾아온 강동호, 강혜지, 김우영, 김윤호, 전은진, 정하임, 하정주 등 7명 작가가 입주해 그간 김해에 거주하며 쌓아온 치열한 예술 정신을 이번 결과물로 선보인다. 전시 주제인 ‘사뿐히 도착하는 법’은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추구하는, 궁극적인 예술의 목적지에‘사뿐히’다다르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설치, 회화,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한 전시 공간 속에서 서로의 결을 맞대며 개성 가득한 예술성을 나타낸다. 조일웅 김해문화도시센터장은 “결과보고전은 창작 레지던시의 마무리인 동시에 작가들 스스로 새로운 여정을 계획하고 점검하여 시민들과 예술적 대화를 나누는 과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창작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1
어린이대공원 곰, 벽에 머리 쿵쿵…관람객 "안타깝고 충격"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동물원에 있는 곰이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행동을 보여 이를 본 관람객이 충격을 받았다는 민원을 보내 눈길을 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유모씨는 최근 서울어린이대공원 대상 민원에서 "코끼리, 곰 등이 반복하는 정형 행동을 하더라"라며 "특히 곰이 벽에 지속적으로 머리를 박는 행동을 하고 있어 안타깝고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유씨는 "집에 와서 찾아보니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정신 질환이라고 한다"며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 나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은 시설이 열악하다고 인정했다. 대공원은 "현재 코끼리, 곰 등이 지내고 있는 맹수마을은 2009년에 리모델링됐으며 당시는 동물의 생육 환경 등 동물의 복지보다는 시민들의 관람 편의성에 우선해 지어진 시설이어서 동물 생육 환경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에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 생육 여건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전면적인 재조성을 통해 가능하므로 재조성 전까지 동물 행동 풍부화와 긍정 강화 훈련 등 동물 복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공원은 "다만 정형 행동의 경우 한번 발생하면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등 치료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진행으로 정형 행동 발생을 줄이고 다른 고유의 행동을 유도하고 선호하는 특별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기 건강 검진을 통해 동물의 건강도 세심하게 관리하는 등 동물 복지를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공원은 동물원 재조성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공원은 "노후하고 열악한 동물사 환경 개선을 위해 당초 2030년 이후로 예정이었던 동물원 재조성 사업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며 "어린이 교육 중심 생태 동물원으로 개선해 동물들이 행복한 도심 속 동물원을 조성하겠다"고 언급했다. 2025/11/11
'먼지 덮인 거울' 현대미술 작품…자원봉사자가 실수로 먼지 닦아내 의도적으로 거울 위 먼지를 연출한 현대 미술 전시 작품을 한 자원봉사자가 실제 먼지로 착각해 닦아내는 사고가 대만의 한 미술관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각) 대만중앙통신사(CNA), 타이완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4일 지룽시 지룽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 특별전 '우리는 곧 나다(We Are Me)' 전시에서 일어났다. 당시 전시장을 돌던 문화관광국 소속 자원봉사자는 대만 예술가 천쑹즈의 설치 작품인 거울 표면에 쌓인 먼지를 실제 오염으로 착각해 화장지로 닦아냈다. 이를 본 현장 직원이 이 자원봉사자의 행동을 뒤늦게 제지했지만, 작품은 원래대로 복원되기 어려운 상태가 돼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천쑹즈의 작품은 오래된 생활용품과 건축 자재를 활용한 설치미술로, 먼지가 덮인 낡은 거울과 거친 판재 등을 조합해 기억과 변화의 흐름을 탐구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 표면의 먼지와 얼룩은 인간 존재의 지속성과 변화 등을 상징하는 의도적 표현이라고 한다. 지룽시 문화관광국의 청딩칭 부국장은 "사고 직후 작가와 전시 기획팀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긴급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며 "현재 보험사와 보상 여부에 대해 협의 중이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작품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차이지아하오 변호사는 "단순히 먼지를 닦아낸 행위는 '물리적 파손'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2025/11/11
‘온몸으로 받는 회화’ 실천…김남표, 올해만 세 번째 개인전 '지독한 회화주의자' 김남표(55)가 올해만 세 번째 개인전을 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팔(PAL)에서 6일부터 열린 전시 ‘연작에 대하여: 회화의 가능성(Series; The Possibility of Painting)’이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김남표는 올해 세 차례의 개인전을 모두 ‘회화’에 관한 이야기로 채웠다. 작가는 “그림이 무엇인가, 왜 그리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향해, 몸으로 부딪히며 다시 회화의 조건을 탐색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10년 넘게 대형 갤러리의 시스템 안에서 작업하며 놓쳤던 본질을 되찾기 위해, 5년 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의 현장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자연의 현장에서 속살을 들여다보며 대상의 존재를 느끼고, 겹겹이 쌓인 존재의 깊이를 거친 유화의 질감으로 층위를 쌓으며 접근해 갔다.” 2019년 제주에서의 실경 작업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파리 시테 레지던시, 탄자니아, 그리고 최근의 히말라야 메라 피크까지, 그는 세계 곳곳을 떠돌며 ‘온몸으로 받는 회화’를 실천해왔다. 이번 전시는 김남표가 수년간 이어온 연작 시리즈를 집대성한 자리다. '고개 숙인 해바라기', '안나푸르나', '제주의 검질', '연작으로 만들어진 풍경', '오후 5시 풍경' 등 다섯 개의 군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칠고 두터운 붓질 속에서 자연과 존재의 층위를 쌓아 올리는 김남표는 “회화는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태도이며, 그 불가능한 시도를 이어가는 연속적 탐구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서용선 화가의 말을 인용하며 덧붙였다. “회화가 현실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을지라도, 현실을 외면한 채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결국 김남표에게 ‘업(業)’은 직업이 아니라 숙명이다. “형광등에 머리를 박는 나방처럼, 불빛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창작의 업보.” 이번 전시는 그 치열한 회화적 운명을 한자리에 보여준다.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