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decade : rewind’…‘도자 회화’ 10년 조망 신동원은 국내에서 ‘도자 회화’ 개념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며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컵, 접시, 주전자, 서랍 같은 일상의 기물을 얇은 도자 오브제로 환원한 뒤, 이를 벽면 위에 회화처럼 배치하는 독창적 방식을 이어왔다. 기능을 잃은 사물들은 더 이상 음식을 담는 기물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조형적 장면으로 변모한다. 서울 한남동 GALLTHE’S에서 열리는 개인전 ‘decade : rewind’는 이러한 ‘도자 회화’ 작업 10여 년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다. 작가는 사물과 공간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하나의 확장된 풍경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주방에서 보조적 역할을 하던 그릇들이 고유의 기능을 잊고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면처럼 납작해진 도자들은 실제로는 벽에 고정돼 있으면서도 금방이라도 쏟아지거나 무너질 듯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정지와 움직임, 균형과 불안이 교차하는 감각이다. 신동원은 흙이라는 물성을 통해 조각과 회화, 설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흙판을 붙여 형태를 만들고, 가마 안에서 발생하는 갈라짐과 휨, 유약의 흐름 같은 우연의 흔적까지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통제되지 않는 물성의 긴장이 화면 위에 그대로 남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백자의 기형과 서구 도자의 장식성 또한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교차한다. 조선 백자 주병의 철화 끈무늬에서 모티브를 얻은 ‘tied: hold and move’ 시리즈에서는 동서양 도자의 기형과 장식이 하나의 그림처럼 엮인다. 웨지우드의 제스퍼웨어 기법과 한국 전통 백자의 조형 언어도 서로 충돌하고 뒤섞이며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상자의 전개도처럼 펼쳐낸 ‘landscape’ 시리즈를 통해 입체 공간을 평면으로 환원하고, 일상의 오브제를 새로운 풍경의 일부로 재구성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시간, 그리고 도자의 역사가 한 벽면 안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신동원은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MFA를 받았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John Michael Kohler Arts Center, 이천세계도자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2026/05/26
조용한 목수의 미학…최병훈, 신라호텔·조현화랑서 개인전 나무와 돌이 서로 기대어 숨을 쉰다. 가구와 조각, 공예와 철학의 경계를 가로질러온 최병훈의 신작이 서울과 부산에서 공개된다.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 아케이드와 부산 해운대 조현화랑은 오는 6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최병훈 개인전 ‘Lingering Silenc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과 테이블을 포함한 ‘Afterimage of Beginning’ 시리즈 신작이 처음 공개된다. 검게 그을린 목재와 자연석이 결합된 작품들은 단순한 가구를 넘어 하나의 조형 언어처럼 다가온다. 긴장과 균형, 비움과 침묵이 화면 대신 사물의 구조 안에서 펼쳐진다. 특히 자연석 위에 떠 있는 듯 놓인 타원형 테이블은 선비의 절제된 미감과 동양적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짙은 흑갈색 목재와 거친 돌의 물성이 충돌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균형을 이룬다. 마치 오래된 문방의 풍경이 동시대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 작가는 “침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라며 “말해지지 않은 시간과 절제가 공간 안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1952년생인 최병훈은 국내 아트퍼니처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기능적 사물인 가구를 조각과 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독자적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가구를 ‘쓰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머금은 사유의 구조물로 바라보게 한다. 앉기 전에는 조각이고, 사용되는 순간에는 몸의 일부가 되는 사물. 최병훈은 그 사이 어딘가에 오래 머무는 침묵의 형태를 만든다. 2026/05/26
김지희 작가, 日 히노마루 위스키와 아트 컬렉션 공개 김지희 작가가 일본 200년 양조 명가 Kiuchi Brewery의 위스키 브랜드 ‘히노마루(Hinomaru)’와 협업한 하이엔드 위스키 컬렉션 ‘KIM JIHEE Collection’을 대만에서 공식 선보였다. '지디 맥주'로 국내에도 알려진 브랜드다. 이번 컬렉션은 지난 22일 대만 Chief Whisky에서 출시했다. 하루 전인 21일 열린 공식 행사에는 김지희 작가를 비롯해 키우치 주조 토시유키 키우치 회장, 대만 유명 위스키 컬렉터이자 Chief Whisky 대표인 아담 창이 참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작가의 서사를 일본 양조 기술로 구현하고, 세계적인 위스키 컬렉터 시장인 대만에서 유통한다는 점에서 한·중·일 동시대 감각이 교차하는 협업으로 주목받았다. 컬렉션은 김지희 작가의 대표 연작인 금부엉이 시리즈 ‘The Fancy Spirit’를 기반으로 제작된 3종의 쉐리 싱글 캐스크 위스키로 구성됐다. 각각의 레이블은 서로 다른 작품 서사와 상징을 담고 있으며, 캐스크마다 향과 질감, 피니시 또한 개별적 개성을 갖도록 설계됐다. 특히 김지희 작가는 일본 키우치 주조 양조장 투어와 테이스팅은 물론, 실제 금박이 들어간 레이블 제작 과정까지 직접 참여했다. 회화의 감성과 위스키의 테이스팅 경험이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지희는 소비사회의 욕망과 장식적 미학을 결합한 회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400여 회 전시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협업을 이어왔으며, 중화권과 일본 시장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히노마루 김지희 위스키는 대만 출시에 이어 오는 6월 11일 홍콩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예술과 숙성의 미학을 결합한 리미티드 아트 프로젝트로서 아시아 위스키 컬렉터 시장의 새로운 협업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6/05/26
‘신사실파’ 백영수 화백 4남매, 부모 기억 담은 오마주전 故 백영수 화백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시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종로구 평동 떼아트갤러리에서 백영수·김가수 부부를 기리는 가족 오마주전 ‘Hommage à nos parents’가 6월 1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2018년 향년 96세로 별세한 백영수 화백은 김환기·이중섭과 교유한 한국 현대미술 1세대 화가다. 1947년 한국 최초 추상미술 그룹인 신사실파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다. 국민 필독서로 불리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표지화로도 알려진 작가다. 2016년 서울 아트사이드갤러리 개인전은 ‘신사실파 마지막 현역 작가’의 전시로 주목받았다.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그는 2011년 귀국해 경기 의정부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갔고, 2016년 대한민국 문화예술 은관훈장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백영수의 자녀들인 백진·백은하·백영·백철 남매가 함께 기획했다. 백영수가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등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만들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 역사 뒤편에 남겨진 가족의 시간을 다시 불러낸다. 2018년 아버지를, 2021년 어머니 김가수를 떠나보낸 형제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부모를 기억하는 각자의 방식을 펼쳐낸다. 회화와 콜라주, 설치작업이 함께 놓인다. 장남 백진의 화면은 가늘게 흐르는 선과 은은한 파스텔톤 색채가 특징이다.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도착하는 회화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표현이 곧 도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조용한 침묵의 동행이 더 진실에 가까워진다”고 적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백영수가 피난길에 오르며 아내 김가수에게 맡겼던 트렁크 속 유품들도 공개된다. 백진은 이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아버지의 누락된 아카이브”라고 표현했다. 가족의 기억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의 사적인 파편들이다. 전시는 단순한 추모전이라기보다, 예술가 가족이 시간을 통과하며 남긴 감각의 계보에 가깝다.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 설명되지 않은 침묵, 그리고 끝내 그림으로 남은 기억들. 백진과 백철은 프랑스 국립고등미술학교(ENSBA) 회화과를 졸업했고, 백영은 프랑스 베르사유 미술학교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다. 백은하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운영한 뒤 미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네 남매 모두 예술 안에서 각자의 언어를 이어왔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6월 6일 오프닝 행사가 열린다. 2026/05/25
856명중 33명 선정…2026 천만문화재단 공모수상전 삼천리그룹 천만문화재단이 현대미술 인재 육성 프로젝트 수상전 ‘2026 CHUNMAN ART for YOUNG’을 오는 27일부터 6월14일까지 서울 용산 노들섬 노들갤러리 1관에서 개최한다. ‘CHUNMAN ART for YOUNG’은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2023년 첫해 30인을 시작으로 2024년과 2025년 각각 3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제4회 공모에는 평면, 입체, 설치, 뉴미디어,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서 총 856명이 지원했다. 알빈 리(Alvin Li)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 샤를로테 크나우프(Charlotte Knaup)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큐레이터, 최빛나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등 국내외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33인이 선정됐다. 최고상인 천(天)은 김주희가 받았다. 지(地)는 유도원과 임동현, 해(海)는 신목야·하지민·조은시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 27명이 인(人)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주희는 파편화되고 탈맥락화된 존재들에 주목하며, 현실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영토로서 회화면을 다뤄왔다. 심사위원단은 “회화적 기본기가 탄탄하고 본인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갖췄다”며 “전통 매체인 회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소화하는 힘이 강력하다”고 평했다. 수상자에게는 전시 참여 기회와 함께 천 1000만 원, 지 700만 원, 해 500만 원, 인 300만 원의 장학금이 각각 수여된다. 전시 기간 관람객 투표를 통해 인기상 1명도 선정한다. 이번 전시에는 올해 수상자 33인과 함께 역대 수상작가로 구성된 ‘알럼나이(Alumni)’작가 9인도 참여한다. 강지수, 권영재, 김태훈, 남경진, 우수빈, 유석근, 이윤재, 정주원, 하민석이 수상 이후 심화된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천만문화재단은 “일회성 시상에 그치지 않고 작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전시를 확대했다”며 “창작 지원과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동시대 예술의 가능성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2026/05/25
김연수도 AI와 함께 썼다…서울국제도서전 화두는 '질문하는 인간'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답을 제시하는 시대,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역할을 화두로 내건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올해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은 내달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68회 '2026 서울국제도서전'을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주제문은 소설가 김연수와 AI인 클로드 소네트 4.6, 제미나이3가 함께 만들었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의 고전 문학 가운데 인간 존재를 탐구한 작품 10편을 학습한 AI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협회는 올해 주제에 대해 "인간이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 인간의 길을 찾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며 "'두두리'는 한국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이자 대장장이의 옛 이름으로, 도구를 만들고 두드리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정답과 효율을 빠르게 제시하는 시대일수록 그 답에 안주하지 않고, 인류의 사유를 한 걸음씩 넓혀가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인간에 '호모 두두리'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책 역시 이러한 질문과 탐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질문들이 모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17개국 참가…주빈국, 프랑스 올해 도서전은 해외 17개국에서 180여개 출판사와 단체가 참여한다. 이들은 국제관 부스를 운영하고, 도서전 저작권 센터에 참가할 예정이다. 주빈국은 프랑스다. 한국과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읽다'라는 주제로 프랑스 주빈관에 23개 출판사와 기관이 참여한다. 프랑스 인문학과 문화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됐다. 특히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동 문학 작가 마리오드 뮈라이유, 그림책 작가 안느 라발,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등 프랑스 대표 작가 12명이 참여한다. 이 외에도 해외 출판인 초청 '펠로십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0개국 12개 선정사가 도서전 저작권센터에서 국내 출판 관계자들과 비즈니스 미팅과 네트워킹을 진행한다. 국내관에서는 북마켓, 도서 전시, 강연, 사인회 등이 진행된다. 우선 '책마을'에 독립출판사 약 110곳이 참여한다. 올해는 '타이완 독립출판협회' '일본 독립출판 엑스포' '싱가포르 아트북페어' 등을 초청했다. 또 국가보훈부는 '2026년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를 맞이해 '김구 특별전'으로 도서전에 참여한다. ◆AI 관련 강연·세미나 등 프로그램 多 올해 도서전은 AI에 관한 강연과 세미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주제 강연'으로 소설가 은희경, 김애란, 백수린, 정보라, 이주혜, 박선우, 시인 오은, 황인찬, 안미옥, 신이인 등이 연단에 올라 인간과 AI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주제 세미나'를 통해 뇌과학자 장동선, 뮤지션 선우정아, 배우 김신록, 소설가 장류진, 마인드마이너 송길영, '왕과 사는 남자' 음악감독 달파란, 뮤지션 성기완, 웹툰작가 이종범 등이 AI 시대 인간을 새롭게 정의해본다. AI 시대 인간다움과 질문의 의미를 탐색하는 '주제 전시'도 진행된다. 세계 고전문학 속 문장들부터 현대인들이 가진 '인간에 관한 질문'까지 함께 나눈다. 한편, '루미너스'의 작가 박지선과 SF작가 김초엽, 그리고 '인센디어리스'의 작가 권오경과 작가 편혜영의 대담도 '해외 작가 강연'으로 이뤄진다. 대만 작가 천쓰홍과 영화 '첨밀밀' 각본 기획자 찬와이도 북토크를 진행한다. '작가와의 만남'으로는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최재천, 크리에이터 임라라, 정관 스님, 배우 신소율, 그림책 작가 이수지, 전보라, 뮤지컬 '빨래' 각본가 추민주, 사진작가 이옥토, 소설 황보름 등을 만날 수 있다. 'SIBF 책' 프로그램에서는 소설가 정세랑, 박상영, 시인 고선경, 김복희, 안희연, 유선혜, 선재 스님이 신간과 함께 독자를 만난다. 이 외에도 그림책 작가 이수연, 만화가 재수 등이 함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과 '국제 세미나' 등이 열린다. ◆신간, 특별 기획도서 등 책도 준비 매년 도서전을 기념해 제작되는 특별 기획도서로 한정판 '인간선언: 호모 두드리'가 출간된다. 현장에서 한정 수량 판매 후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소설가 김연수, 김혜진, 박선우, 장강명, 시인 안태운, 유선혜, 육호수, 이제니, 음악평론가 배순탁,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등 11인이 쓴 글과 지난해 도서전 '여름의 드로잉' 선정 작가들의 일러스트 3점이 담긴다. 올해 새롭게 생긴 '아깝다, 이 책'에서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도서 10종을 다시 조명한다. 또 'BBK X SIBF 책 라운지'에서는 2026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공모를 통해 선정한 4개 분야 책 40종을 전시한다. 책은 도서전 개막일인 내달 24일 시상식에서 현장 공개된다. 이 외에도 '여름, 첫 책'에서는 도서전 개막에 맞춰 나온 신간 10종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도서전 얼리버드 티켓은 내달 8일부터 12일까지, 일반 티켓은 내달 13일부터 23일까지, 당일 티켓은 내달 24일부터 28일까지 판매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2000원, 만 18세 이하 청소년 6000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28일은 오후 5시까지, 입장 마감은 종료 30분 전) 관람할 수 있다. 2026/05/25
하이브 아트페어 5271명 관람…전시 실험은 주목, 흥행은 숙제 “부스비 없는 아트페어.” 파격적인 구조 실험으로 주목받은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HIVE ART FAIR) 2026’가 24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폐막했다. 총 관람객은 5271명으로 집계됐다. 미술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지만 첫 회 흥행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 36개, 해외 12개 등 총 48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참여 작가는 158명(CORE 작가 제외)으로, 개인전 13개·2인전 7개·그룹전 28개가 구성됐다. 주최 측은 “참여 작가 중복률 0%”를 강조했다. 특히 주최 측이 폐막 후 총 관람객 수를 5271명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한 점도 이례적이다. 통상 아트페어 업계에서는 관람객 수를 대략적인 추산치로 발표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첫 회 행사임에도 실제 관람객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하이브 아트페어가 내세운 실험의 진정성이 오히려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이브 아트페어가 내세운 가장 큰 차별점은 ‘부스비 폐지’였다. 기존 아트페어의 고액 부스비 대신 갤러리가 필요한 항목만 선택해 비용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벌집(hive) 구조에서 착안한 육각형 모듈 부스를 도입해 기존 직선형 복도 구조와 다른 공간 경험을 시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아트페어와는 전혀 다른 전시 구조”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곡선형 동선을 따라 여러 부스가 시야 안으로 겹쳐 들어오는 구조 덕분에 공간 기획력이 강한 갤러리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는 평가다. 주최 측은 “하이브의 공간 구조는 기획력을 감추지 않는다”며 “잘 만든 전시 부스는 더 잘 보이고, 그렇지 않은 부스 역시 그대로 드러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어(CORE) 섹션에서는 김준, 박형진, 장한나의 개인전이 열렸고, 일본 TOMIO KOYAMA GALLERY는 작가 나나 후노의 작품을 전량 판매했다. 뉴욕 CANADA 갤러리 대표 필 그라우는 “판매도 중요하지만 한국 갤러리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관람객 규모는 같은 기간 열린 아트부산(약 6만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평일 관람객 유입이 기대보다 낮았고, 마곡이라는 새로운 개최지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도 한계로 지적됐다. 실제 현장은 주말 들어서야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미술계에서는 하이브가 기존 아트페어 문법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단순 판매 부스 나열이 아니라 전시형 구조와 기획 중심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플랫폼 가능성을 실험했다는 평가다. 행사를 기획한 디엑세스(DXSS INC.) 측은 “하이브는 단순한 아트페어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플랫폼 실험”이라며 “2027년에는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제2회 하이브 아트페어는 2027년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같은 장소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6/05/25
6만명 몰린 아트부산, 판매도 성과…“로컬 컬렉터의 힘 확인” 올해 아트부산 2026은 약 6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거래 성과도 이어졌다. VIP 프리뷰부터 주요 작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전시형 플랫폼 아트페어’로의 변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해 25일 막을 내린 아트부산 2026에는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아트부산에 따르면 VIP 프리뷰에는 총 1580명이 방문해 지난해 대비 약 33% 증가했고, 얼리버드 티켓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7%를 초과 달성했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는 재방문 의향이 93.2%를 기록했다. 판매 성과도 두드러졌다. 하나퓨처아트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류지민의 작품을 비롯해 무나씨(Moonassi), 조셉초이(Joseph Choi), 가물치 등의 작품이 전량 판매됐다. 히피한남, 에브리데이 몬데이(EM), 백룸, 갤러리 서린스페이스 등도 출품작 전체를 판매하며 주목받았다.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올해는 국내외 복귀 갤러리들의 세일즈 성과가 돋보인 해였다”며 “지역 컬렉터들이 실제 구매로 시장을 지탱하며 아트부산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출품작이 로컬 컬렉터들에게 소장되며 지역 미술시장의 깊이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갤러리와 컬렉터 모두가 신뢰하는 아시아 핵심 아트마켓으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형 작품과 신작 중심 판매 성과…로컬 컬렉터의 저력 올해 아트부산은 국제갤러리, 제이콥 아서 갤러리, 에브리데이 몬데이(EM), 더페이지갤러리 등의 솔로부스와 함께 특별 섹션 ‘CONNECT’를 통해 밀도 높은 전시를 선보였다. 시드니 기반 갤러리 엘엔엘(Gallery LNL)은 CONNECT 섹션에서 서용선의 대형 조각과 판화, 회화 작업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호평을 받았다. 조각 작품 다수가 판매됐고 추가 문의도 이어졌다. 글래드스톤은 알렉스 카츠(Alex Katz),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살보(Salvo)의 작품을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솔로부스를 통해 VIP 프리뷰 당일 다수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김선우의 신작 ‘Mystical Voyage’를 포함한 여러 작품 판매를 알렸고, 가나아트는 문영태와 장마리아 작품 판매와 함께 주요 작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리안갤러리는 이강소의 작품을 판매했고, 갤러리 바톤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의 조각과 회화를 비롯해 허달재, 크리스찬 히다카(Christian Hidaka)의 작품 거래를 이어갔다. 부산 기반 갤러리 아리랑은 총 40점의 작품을 판매하며 지역 컬렉터층의 저력을 보여줬고, 맥화랑 역시 김은주, 방정아, 강혜은, 박진성, 김현수 등의 작품 판매를 기록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EM)가 선보인 무나씨의 병풍형 대작(200호·150호)은 개막과 동시에 판매됐다. 특히 8m 규모 병풍 작업은 오픈 직후부터 컬렉터 문의가 이어지며 화제를 모았다. 디아 컨템포러리(DIA Contemporary)의 연여인 작품은 향후 기관 전시 대여를 조건으로 판매돼 기관 컬렉션과 개인 컬렉션이 결합된 사례로 주목받았다. 맥화랑 CONNECT 섹션의 김은주 21m 대형 드로잉 작업은 관람객 체류 시간을 늘리며 “전시를 보러 온 느낌”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참여 갤러리들은 “단기 투자보다 작품과 작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컬렉팅 흐름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의 판매 성과도 두드러졌다. 댄 라이프(Dan Life)의 솔로부스를 선보인 제이콥 아서 갤러리(Jacob Arthur Gallery)는 작품 12점을 판매했고, 필리아 갤러리(Philia Gallery) 역시 윤새롬 작품으로 긍정적인 판매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벨기에의 브론주 갤러리(Buronzu Gallery)는 프랑스 회화 작가 제시카 리세(Jessica Lisse)의 솔로 부스를 구성해 작품 6점을 판매했다. 브론주 갤러리 공동 설립자 마이클 베불겐(Michael Verwulgen)은 “해외에서 만난 한국 작가들이 한국 아트페어로 아트부산을 추천해 처음 참여하게 됐다”며 “관람객들의 구매 집중도가 높고 실제 거래로도 이어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제시카 리세와 함께 또 다른 작가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마 갤러리 관계자 역시 “단순 방문객 수보다 컬렉터들의 집중도와 작품 이해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도 참여 갤러리 전반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이 이어졌다. 월하미술은 이정원의 작품을 판매했고, 갤러리명은 국대호 작품을 포함해 1억 원 이상 작품 여러 점을 거래했다. 지갤러리는 우한나의 <트윈스(Twins)>(2024), 최윤희의 〈노래들 #4〉(2025), 최수진의 작품을 판매했다. 미들맨 갤러리(이지은), 갤러리 휴(권혁·고스), 서린스페이스(이건용·윤병락·강준영)에서는 1000만~2000만원대 작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갤더스는 유가연과 김주연 작품 판매를 이어갔고, 원에이치갤러리는 다니엘 윤과 박병근 작품 거래를 성사시켰다. 러브 컨템포러리 아트는 잭슨 심의 작품 판매가 이어졌고, M컨템포러리는 채성필 작품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올해 아트부산은 신진 갤러리와 중대형 갤러리 간 균형을 유지한 가운데 부산·경남 지역 컬렉터들의 실제 구매가 활발하게 이어졌다는 현장 반응이 나왔다. 한 지역 컬렉터는 “프리뷰 첫날부터 지역 소장가들을 전시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며 “각자 염두에 둔 작품이 있다는 분위기였고 주말까지 구매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트부산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6%는 부산·경남 지역 거주자로 집계됐다. 방문 목적은 ‘전시 관람 및 행사 분위기 경험’(59.6%)이 가장 높았고, ‘작품 구매’(30.8%)가 뒤를 이었다. ◆젊은 작가와 갤러리 약진… 달라진 컬렉팅 흐름 확인 FUTURE 섹션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신진 갤러리와 차세대 작가를 선보이며 활발한 거래가 이어졌다. 아트부산은 관람객 주요 동선에 FUTURE 섹션을 과감하게 배치해 신진 갤러리와 실험적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보다 주목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 아와세 갤러리(Awase Gallery)는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소 소우엔(Sosouen)의 작품이 다수 판매됐다고 밝혔고, 듀오 부스로 참여한 보이드 갤러리(Void Gallery) 역시 마사호 아노타니(Masaho Anotani) 작품에 관한 컬렉터 문의가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하나퓨처아트어워드(Hana Future Art Award)’ 대상 수상자인 히피한남 류지민의 작품은 행사 기간 모두 판매됐다. 갤러리 백룸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가물치의 신작 〈영도 골목길〉(2026)을 중심으로 출품작을 전량 판매하며 현장 반응이 가장 활발했던 부스 중 하나로 꼽혔다. PS센터 역시 구본창과 장혜경의 작품을 판매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은 “FUTURE 섹션 참여 갤러리들이 선보인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업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갤러리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소통과 세련된 매너 역시 행사 전체의 품격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람 후기를 전하는 동안 ‘좋았다’는 말을 반복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올해 아트부산은 판매 성과뿐 아니라 컬렉터 구조 변화 역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여 갤러리들은 과거 단기 투자 중심 분위기와 달리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컬렉팅 흐름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아트부산을 매개로 한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 올해 아트부산은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아트 타이페이(Art Taipei)와 공동 심사, 콘텐츠 협업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이리 아츠(YIRI ARTS) 등 대만 갤러리와 관계자들이 참여하며 동아시아 미술 네트워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올라 야오 아트 타이페이 디렉터는 “아트부산은 국제갤러리, 갤러리 바톤 같은 톱티어 갤러리뿐 아니라 대구 등 지역 기반 중형 갤러리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부산이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한 분위기와 정체성 역시 페어 전반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이리 아츠의 황위밍 디렉터는 “2014년 처음 참여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참여했는데, 아트부산은 중소 갤러리와 리드 갤러리 간 균형이 잘 유지되는 페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컬렉터들의 집중도와 질문의 깊이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외 참여 갤러리 관계자는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가 아니라 컬렉터와 기관, 작가가 함께 교류하는 플랫폼처럼 느껴졌다”며 “부산이라는 도시와 연결된 프로그램 구성 역시 차별적인 요소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도쿄 겐다이(Tokyo Gendai) 네트워킹을 계기로 참여한 일본의 아와세 갤러리(Awase Gallery), 갤러리 보이드(Void Gallery), 비스킷 갤러리(Biscuit Gallery) 등 7개 갤러리의 참여와 성과도 눈에 띄었다.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자료과장은 “도쿄 기반 갤러리를 비롯한 해외 갤러리 참여가 두드러졌고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도 다수 소개됐다”며 “김은주, 서용선 등 중견 작가들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하나퓨처아트어워드에 선정된 신진 작가들의 작업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026년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이자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국가관 큐레이터를 지낸 장쥔(Jiang Jun)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부산에서 이 정도 규모와 수준의 아트페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동시대 미술 생태계는 결국 강한 컬렉터 기반 위에서 형성되며,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넘어 전시성과 체류 경험 강화 평가 올해 아트부산은 판매 중심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체류 경험을 강화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FUTURE, CONNECT, LIGHTHAUS 등 특별 섹션은 신진 작가와 실험적 프로젝트를 조명했고, 솔로부스 확대와 라운지 공간 강화, 스튜디오 투어·컬렉션 투어 등 도시 연계 프로그램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아트부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이사는 “15주년을 맞아 FUTURE 섹션을 전시장 중앙에 배치하고 신규 섹션을 도입해 부스 기획력과 프로그래밍 깊이를 강화했다”며 “복귀 갤러리들의 마스터피스와 신진 부스가 균형을 이루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ONNECT’ 특별전과 연계한 동선 구성, 도슨트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해외 페어 관계자와 VIP 컬렉터들의 체류 경험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사전 단계부터 국내외 미디어와 긴밀히 소통한 전략 역시 실제 컬렉터 구매로 이어지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2026/05/25
"좋아하는 걸 찾는 시작점 되길"…국중박 김미소의 '유물멍'[문화人터뷰] "좋아하는 이유는 대단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 책이 좋아하는 걸 찾는 작은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국립중앙박물관 김미소 학예연구관은 신간 '유물멍: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에 이은 '유물멍' 시리즈 두 번째 책인 이번 신간은 2025년 박물관 공모전 '나의 취향 저격 유물' 당선작과 기증 유물에 얽힌 기증자·기증자 가족·큐레이터의 사연을 엮었다. 유물을 향한 애정과 수집·기증의 의미를 풀어내며 '좋아하는 마음'과 '나누는 가치'를 조명한다. 책에는 기증 유물 사진 100점도 함께 담겼다. 백자 집모양 연적, 투각 포도 다람쥐무늬 필통 같은 생활 유물부터 데니태극기, 안중근 서예 작품 등 역사적 의미를 지닌 기증품까지 폭넓게 실렸다. 김 학예연구관은 "누군가가 취향을 가지고 그들만의 안목으로 애착한 대상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다가 한번 모아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김 학예연구관이 속한 디자인팀이 기획했고 학예실이 유물 감수를 도왔다. 김 학예연구관은 이번 책을 만들며 무겁거나 윤리적인 느낌보다 가볍게 보는 책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림책처럼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도록 표지 유물조차 일단 귀여운 것을 기준으로 디자인팀과 출판사가 투표해 골랐다. "저는 이 책을 만들 때 독자들이 그냥 복잡하지 않은 시간을 가지게 되길 바라면서 디자인도 하고 글도 기획했어요. 그냥 유물이든 뭐든 허들을 많이 없애고 싶었어요." 다만 책을 보다 궁금증이 생기는 독자를 위해 후반부에는 연적·기와·조선 목가구 등을 주제로 한 해설 글도 추가했다. 큐레이터가 쓴 목가구 감상법과 기증자 어록도 함께 담겼다. 책에 실린 유물들은 제작 시대나 기법보다 '첫인상'에 더 집중해 골랐다. '자꾸 생각나는 너',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것', '닮고 싶은 단정함', '손끝으로 빚어낸 화려함', '오래오래 뜻깊은' 같은 주제로 유물을 묶었다. 애착과 수집에 주목한 이유를 묻자 김 학예연구관은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보다 독창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가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그 원동력은 결국 좋아하는 마음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독자 반응도 뜨겁다. 이번 책 역시 알라딘 북펀드 목표액을 7배 넘겼다. 김 학예연구관은 디자인팀이 직접 만든 배지 사은품과 유물 한 점을 여백 위에 배치한 구성 등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페이지에 유물 한 점과 짧은 글을 배치하는 방식은 독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물의 형태와 색을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다. 이번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도록 사철 제본 방식을 택했다. 유물과 글은 어떻게 선정했을까. 전체 100편 가운데 60편은 공모전 당선작이다. "상투적이지 않고 개인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글을 가장 중요하게 봤어요." 사람들은 조형적으로 재미있는 유물보다 연적, 소반, 기와 같은 작고 소박한 일상 유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또 방호관과 주무관 등 다양한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김 학예연구관은 "보통 박물관 하면 학예사나 큐레이터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박물관에서 일하며 박물관을 구성하는 정말 많은 분 있다"며 "유물 옆에서 일하는 그들을 통해 유물 관람이 일상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요즘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유행이라는데 사실 박물관은 그런 것들을 엄청나게 모아놓은 곳이잖아요. 이 작은 책 하나로 답십리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가볍고 귀여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0명이 넘는 저자의 원고를 모으고 다듬는 작업부터가 그랬다. 같은 유물을 두고 글이 겹치면 다른 유물로 다시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기증자 가족에게 사진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고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안 만들어졌겠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육아휴직 중 책 마감을 진행하면서 편집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김 학예연구관은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을 이번 책 속 가장 애착 가는 유물로 꼽았다. "나의 진가를 누군가 알아봐 주는 그런 좋은 일이 사람들한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책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부처님을 소재로 한 세 번째 '유물멍'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가사유상이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브랜드이다 보니 부처님을 여러 방향에서 조명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2026/05/24
빽빽한 장터 대신 전시처럼…달라진 아트부산, ‘덜어냄의 미학’ 통했다 “뭘 자꾸 넣다 보니까 이제는 빼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올해 ‘아트부산 2026’이 유독 달라 보였던 이유다. 부산 벡스코(BEXCO)에서 21일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은 이전보다 넓어진 동선과 여백 있는 부스 구성, 대형 설치와 전시형 공간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작품을 빽빽하게 걸어놓던 기존 아트페어 분위기 대신, 잠시 머물며 공간과 작품을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아트페어’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VIP 프리뷰 첫날 5시간 동안 1580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티켓 판매 역시 오픈 한 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37%를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작품 퀄리티가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훨씬 세련돼졌다”, “미술관 같은 분위기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은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제갤러리, 글래드스톤, 탕 컨템포러리, 리안갤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전시형 부스와 솔로부스를 강화하며 기존 아트페어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도쿄 겐다이(Tokyo Gendai), 아트 센트럴 홍콩(Art Central Hong Kong),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 등과 협업을 이어오며 단순 교류를 넘어 공동 기획·큐레이션 단계로 협력 구조를 확장했다. 올해는 주빈국으로 대만을 선정해 아트 타이베이(Art Taipei)와 공동 심사 및 큐레이션을 진행하며 콘텐츠 공동 생산 모델도 선보였다.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 처음 도입된 예술감독 제도가 있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며 전시 완성도와 공간 연출 강화에 나섰다. 22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아트페어가 작품을 거래하는 장터일 수는 있지만 아울렛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작품성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아트부산은 작가 수를 줄이고 부스별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에 집중했다. 이 감독은 “갤러리들에도 단순히 많이 걸기보다 컨셉과 전시성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며 “부스 자체가 하나의 기획전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전시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제갤러리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신작 중심 솔로부스를 선보였고,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미니멀 설치 전시처럼 구성하며 관람객 체류를 유도했다. 글래드스톤 정지웅 디렉터는 “우고 론디노네와 살보(Salvo), 아침 김조은 작가 신작까지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젊은 컬렉터들의 움직임과 부산 컬렉터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EM)가 선보인 무나씨(Moonassi)의 8m 병풍형 대작 역시 “팔릴 작품이 아니라 미술관급 전시”라는 평가 속에 컬렉터 대기 문의가 이어졌다. 전시장 한복판에 설치된 영국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라운지도 상징적이었다. 관람객들은 실제 작품 안에 앉아 쉬며 공간을 경험했다. 빠르게 소비하고 이동하는 기존 아트페어 문법 대신, ‘머무르는 경험’을 강조한 장치다.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트페어의 본질이 판매인 만큼 초반 거래 속도는 기대보다 신중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아트부산 전시장에는 이전과 다른 여유가 흘렀다. 관람객들은 “그림 보는 맛이 난다”며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고, 갤러리들 역시 급하게 거래를 재촉하기보다 차분히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이장욱 감독은 “좋은 아트페어는 단순히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동시대 미술이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경기침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아트페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트페어에서 개념있게 펼치는 특별전 ‘CONNECT’도 눈길을 끌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를 특별전 기획자로 초청해 단순 부스 집합형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미술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중견 작가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별전 ‘CONNECT’에 참여한 김은주의 대형 흑연 드로잉 작업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았다. 여기에 올해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디렉터의 연출 감각도 한몫했다. 미디어시티서울 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동시대 전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그는 기존 판매 중심 아트페어 문법 대신 ‘전시형 페어’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정 디렉터는 “작품 감상과 도시 경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며 “단순 거래를 넘어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아트부산은 솔로부스와 특별전, 라운지 공간, 스튜디오 투어, 오프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며 단순 판매장이 아닌 하나의 동시대 미술 축제처럼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KIAF)와 함께 국내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와 달리 민간이 주도해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 안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부산에도 마이애미 아트페어 같은 국제 행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아트부산을 설립해 2012년 첫 행사를 펼친 손영희 이사장은 “처음엔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울컥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이 문화적으로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다”며 “유럽 산업 박람회를 다니다 보니 결국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문화와 미술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키운다기보다 기여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올해는 작품 거래를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교류 경험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아트부산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세 속에서 최근 몇 년간 부산 아트페어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 아트부산은 15년의 내공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행사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