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통신사 문화교류 유산 128점 전시 특별전 조선시대 통신사 유물 128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이 오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통신사(通信使)는 일본 막부 요청으로 조선에서 파견된 공식 외교 사절단으로 '믿음을 통하는 사절'이라는 뜻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비롯해 일본 지정문화재, 한국 지정문화유산 등으로 구성된다. 총 1156㎡ 규모로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이래 가장 큰 규모 전시다.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 유물이 전시된다. 이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 일본 지정문화재 8건, 한국 지정문화유산 4건 등 보물급 유물 32건(중복 지정 제외)이 포함된다. 재일동포 사학자 고(故) 신기수(1931~2002)가 평생 수집한 오사카역사박물관의 '신기수 컬렉션'과 양질의 통신사 자료를 보유한 국사편찬위원회와 에도도쿄박물관이 특별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다.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유물들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일본 미구쿠루미타마신사(美具久留御魂神社)에 봉헌된 통신사 그림 에마(繪馬), 국서 전달식에서 조선 사절의 위엄과 품격을 담아낸 '신미통신사정장복식도권(辛未通信使正裝服飾圖卷)(국사편찬위원회)', 통신정사 조엄이 출발을 앞두고 왕에게 남긴 비장한 각오의 글(서울역사박물관), 역관이자 천재 시인으로 불렸던 이언진이 항해 중 바다 위에서 직접 써 내려간 '송목관시독(松穆館詩牘)(서울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이들을 포함한 총 20여점 유물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에도에서 통신사 일행이 화려한 환대를 받는 장면을 금병풍으로 담은 '통신사환대도병풍(通信使歡待圖屛風)(센뉴지)', 조선 사절단의 행렬을 일본인의 시선에서 그려낸 '조선통신사등성행렬도권(朝鮮通信使登城行列圖卷)(시모노세키시립역사박물관)', 여정의 풍경을 30장면으로 풀어낸 '사로승구도권(槎路勝區圖卷)(국립중앙박물관)' 등 외교, 여정, 문학, 예술, 공예에 이르는 유물이 함께 전시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된다. '통신사와 함께, 한양에서 에도까지'를 주제로 한 보드게임형 체험 전시, 유물 퀴즈 존, 학급단체 교육 등이 준비된다. 24일 개막식에서는 경희궁 숭정전에서 삼사 임명식과 통신사 행렬을 재연한다. 다음 달 23일에는 통신사를 주제로 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고 신기수 선생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1979)' 상영회,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갤러리 토크, 미술사학자와 함께하는 통신사 미술 여행 등 강의가 마련될 예정이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교류의 흔적 속에서 '마음의 사귐'이 담긴 역사적 장면들을 관람객들이 차분히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4/24
서울 도심 한복판 거대한 모란꽃이 활짝 깜짝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모란꽃이 활짝 피었다. 신세계면세점 본점 외벽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영상 콘텐츠 ‘모란꽃이 피오니’는 조선 왕실의 궁중 장식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예술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신세계디에프는 23일, ‘K-컬처데이’의 일환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시각화한 대형 미디어 콘텐츠를 공개했다. 왕실의 화려함과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진 조선시대 궁중화 '모란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신세계스퀘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 미감을 전달하고 있다. 박물관이 함께 선보인 또 다른 콘텐츠 ‘움직이는 글자, 조선의 활자’는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활자 82만 점을 소재로 삼아 3D로 스캔하고 모델링한 체험형 콘텐츠다. 관람객은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활자화된 문장을 전광판에 띄울 수 있어, 전통과 디지털이 만나는 생생한 소통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콘텐츠들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K-컬처 뮤지엄’ 4관에서도 상영된다. 미러 구조의 몰입형 공간과 어우러져 또 다른 형태의 감각적 체험을 완성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문화유산의 깊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컬처데이’는 오는 6월 30일까지 신세계 본점, 인천공항, 신세계스퀘어 등에서 순차 상영되며, 박물관 콘텐츠의 새로운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04/24
한국 설화·무속 英서 조명…제이디 차, 터너상 최종 후보 한국 전통 설화와 무속의 이미지가 영국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터너상(Turner Prize) 2025년 최종 후보에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Zadie Xa ·42)가 선정됐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은 23일(현지시간), 올해 터너상 후보로 은넨나 카루, 모하메드 사미, 레네 마티치와 함께 제이디 차를 발표했다. 영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 상은 매해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해 동시대 미술 담론의 흐름을 이끌어왔다.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차는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계 2세로서의 정체성을 예술의 중심에 놓고 작업해왔다. 마고할미, 바리공주, 구미호 등 한국 설화 속 인물과 전통 직물인 조각보를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아, 회화와 텍스타일,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터너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심해의 메아리를 가로지르는 달빛 고백: 당신의 조상은 고래이고, 지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비엔날레 16에서 선보인 설치작품이다. 협업 작가 베니토 마요르 발레호와 함께 제작했으며, 대형 회화, 조각보, 황동 풍경 650여 개가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다. 바다의 이미지를 통해 조상과 기억, 지구의 서사를 환기하며, 동아시아적 상상력을 현대적 언어로 확장시켰다. 제이드 차는 2022년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23년 스페이스K 서울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어 한국 관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의 예술은 뿌리를 되짚는 여정”이라고 밝히며,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중심에 둔 작업세계를 설명한 바 있다. 터너상은 1984년 제정된 현대미술상으로, 영국 출신 또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는 12월 9일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상금은 2만5000파운드(약 4700만원)다. 최종 후보들의 전시는 오는 9월 27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브래드퍼드 카트라이트 홀 미술관(Cartwright Hall Art Gallery)에서 열린다. 2025/04/24
DDP 최초 레이저 아트 전시…윤제호 ‘이원공명’ 빛과 소리의 흐름 속, 존재는 완성된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윤제호의 개인전 ‘이원공명(Resonance of Reality and Virtuality)’을 오는 25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에서 개최한다. DDP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레이저 아트 전시다. ‘현실과 가상’, ‘기술과 감각’의 경계를 주제로, 레이저 빛과 전자기 신호, 사운드 등 비물질적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안한다. 윤제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컴퓨터 작곡을 전공한 미디어 아티스트로, 디지털 사운드와 빛, 공간 기반의 작업을 통해 감각과 기술, 존재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존(Zone)으로 구성된다. 각 존은 연극의 장면처럼 구성돼,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작품을 완성하도록 유도한다. 추상적인 빛의 흐름에서 시작해, 사운드·설치·영상이 하나의 시퀀스를 이루며 감각적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윤 작가는 레이저 빛과 사운드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직접 걷고 머무르며 몸 전체로 체험하는 몰입형 환경을 제시한다. 날카롭고 섬세한 광선, 사방을 울리는 반향음, 반사 큐브를 통과하는 빛의 흐름은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작품을 완성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전시는 현실과 가상, 과거와 미래가 중첩되는 경계를 시각화한다. 과거 공상과학 이미지가 현대 기술로 구현되며, 기술에 대한 향수와 기대, 그리고 비판적 시선을 동시에 자극한다. ‘레이저’는 이 경계를 관통하는 핵심 매체로 기능한다. 전시장 내부는 감각의 무대다. 날카롭고 정제된 파란 레이저들이 공중을 가르며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리는가 하면, 적·청·녹 세 가지 광선이 교차하며 시각적 긴장을 만든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수십 줄의 레이저가 천장과 바닥을 동시에 관통하며 관람자의 동선에 리듬을 부여한다. 반사 큐브 사이로 흩뿌려지는 빛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감각을 확장시킨다. 윤 작가는 “작품 안에서 마주하는 빛과 소리가, 관람자에게 긍정적인 미래의 울림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일인 25일 무용단 ‘Dance MUA’와 협업한 오프닝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6월에는 윤 작가와의 대화 ‘아티스트 토크’도 예정돼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차강희 대표는 “이번 전시는 기술과 감각이 만나는 오늘의 미디어아트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관람자에게 새로운 감각의 창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4/24
100년 서울역, 100가지 로컬 이야기…문화역서울284, '서울백화점' 100년 전, 사람과 물자가 모이던 서울역이 이번엔 전국의 문화와 이야기를 실어 나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구 서울역 개장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 '서울백화점 – Local to Seoul 100 Diaries'가 오는 25일부터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전국 각지의 생활문화 브랜드 100여 개를 한자리에 모아 지역 고유의 맛, 멋, 놀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철도 교통의 관문이자 근대문화유산인 서울역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지역문화의 연결 플랫폼이자,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1층 중앙홀에는 참여 지역 브랜드들의 대표 상품과 책자, 관광 정보가 비치되며, 매주 주말마다 지역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판매 장터도 열린다. 전시 공간은 ‘서울역에서 떠나는 지역 여행’을 주제로 경전선, 중앙선, 전라선 등 7개 철도 노선별 테마로 구성돼 있다. 통영의 옻칠과 나전칠기를 비롯해 안동·문경·영주의 전통 장인정신, 천안의 학화호도과자, 춘천 청년메이커 브랜드 ‘메이드 바이 약사천’ 등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생활문화 콘텐츠가 시각적으로 풀어져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2층 공간에서는 전시에 소개된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어 지역 문화가 실질적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도 갖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로컬 100(지역문화 매력 100선)’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서울284는 1925년 준공돼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로 자리했다. 2004년까지 철도 기능을 수행한 후,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며, 올해 100주년을 맞아 전시·공연·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전시 관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284(www.seoul284.org)와 공진원 누리집(www.kcdf.or.kr), 인스타그램(@culturestationseoul284)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5/04/24
"우리들의 블루스 속 그 화가" 정은혜, 대구서 첫 배리어프리 전시회 "장애 예술가 4인이 보여주는 '다름'을 사랑하는 법" 행복북구문화재단은 배리어프리 기획 전시 '널 사랑해'를 내달 5일부터 6월14일까지 대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와 명봉에서 연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장애인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 이용에 장해가 되는 장벽을 없앤 형식이다. 널 사랑해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전한 정은혜 작가를 비롯한 박종선, 임우진, 피주헌 등 4인의 장애 예술가가 참여하는 전시다. 작가들은 장애 예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전한다. 전시는 기존 '작가 시선'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감상의 주체인 '우리 시선'에 주목한다. 관람객의 시선과 태도가 공존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의 장을 지향한다. 갤러리 금호에는 정은혜 작가의 회화작품 20여 점과 나머지 작가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갤러리 명봉에는 정 작가의 예술적 성장과 가족 서사를 담은 팝업북 전시가 마련된다. 팝업북은 정 작가의 어머니이자 예술가인 장차현실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예술과 삶이 맞닿은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장에는 점자 캡션, 음성 안내, 수어 영상, 쉬운 문장의 캡션 등 배리어프리 요소가 적용된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도 주목할 만하다. 정은혜 작가는 단순한 선과 색감으로 인물의 개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감각을 작품에 녹인다. 박종선 작가는 동물, 풍경, 인물 등 소재를 따뜻한 색감과 섬세한 선으로 담아낸다. 임우진 작가는 풍경과 건축물을 통해 '경계'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독창적인 공간을 구성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펼친다. 피주헌 작가는 가족과 반려견을 소재로 사랑과 감사를 과감한 색채와 선으로 표현한다. 부대행사인 정은혜 작가와 함께하는 '은혜로운 하루'는 24일 열린다. 프로그램은 작가와의 대화, 사인회, 체험 부스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매주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어린이날을 제외한 공휴일과 일요일은 휴관한다. 박정숙 재단 대표이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진정한 공존의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한 전시"라며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전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누구나 예술을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5/04/23
'젊은모색 2025' 동시대 감각과 철학이 갱신된 현장[박현주 아트클럽] “놀이 같지만 깊이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 장면처럼 선명한 색감의 캐릭터들이 벽면을 가득 메운다. 입구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건 컬렉티브 ‘업체leobchae’의 설치 작업. QR코드와 데이터, 웹3 그래픽이 얽힌 이 현란한 화면은 단순한 시각적 자극이 아니다. 기술과 종교, 자본과 알레고리가 버무려진 동시대적 언어다. 놀이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작품들은 자아 탐구와 사회 비판, 기술 비평이라는 깊이를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3일 개막한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는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시작한 이래 22회를 맞은 장수 신진작가 전시다. 2025년판 ‘젊은 모색’은 특히 세대 교체 이후의 첫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전시는 39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감각의 총합이다. 자아 탐구에서 출발해 사회 구조와 기술 비판, 공동체의 의미까지 주제를 확장시킨 작업들은, 개성 있고 생기발랄한 시각 언어로 동시대 감각을 재해석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감각이 오롯이 반영됐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영상과 설치작업'기반으로 작업하지만, 결국은 자아 이야기로 이어진다”며 “매체는 변해도 작가의 성격이 드러나는 독특한 스토리가 오래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다섯 개 섹션으로 나뉘며, 회화·설치·영상·사운드·게임·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20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 권동현×권세정, 김을지로, 김진희, 다이애나랩, 무니페리, 상희, 송예환, 야광, 업체eobchae, 이은희, 장한나, 정주원, 조한나A, 조한나B 등 20인(개인 및 팀). 이들은 모두 미술관 내부 학예연구사와 외부 전문가의 추천 및 자문을 통해 선정됐다. 전시 입구를 장식한 ‘업체leobchae’의 캐릭터 회화와 디지털 영상은 관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위키피디아식 구성, 블록체인 구조, 성인 캐릭터의 서사로 포장된 웹3 서사는 디지털 기술과 신앙의 언어가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했다. “근엄한 것을 유머로 바꾸는 것이 젊은 작가들의 힘”이라는 설명처럼, 게임과 만화, 인터넷 언어를 차용한 전시는 유희와 비판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특히 기술과 자본에 대한 논의는 이번 전시의 주요 흐름이다. 다이애나랩의 ‘티끌’, 상희의 VR형 게임 설치, 김을지로의 생물학적 3D 애니메이션은 기술에 의해 생성된 이미지들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고, 때로는 전복시키는지를 탐색한다. 상희 작가는 “게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동과 동행을 주제로 한 감각의 속도 실험”이라며 “관객이 직접 조작자로 개입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김을지로는 3D 그래픽으로 재현한 생물체를 통해 공생의 불가능성과 인류의 불확실한 미래를 그려낸다. 상희는 관람객이 직접 VR 게임 속에서 타인과 속도를 조율하며 ‘행진’을 경험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들의 시선은 다층적이다. 정주원은 회화에 나무껍질과 사람의 피부를 연결해 자연과 인간의 시간을 탐구했고, 김진희 회화는 집 안이나 발코니, 방 안의 책상 등 사적인 공간에서의 일상과 감정을 집중적으로 드러낸다. 관객을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초대하고,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일상을 통해 사소한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다이애나랩은 소수자와 함께 만든 설치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경계’를 드러낸다. 야광(김태리·전인)은 테마파크 ‘다크 라이드’ 형식을 통해 노동자의 공포를 비유했고, 업체leobchae는 데이터와 신앙을 겹친 웹 기반 작업으로 블록체인 사회의 믿음을 시각화했다.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 형식의 작업도 주목할 만하다. 조한나A의 '우리 단지'는 여수의 석유화학단지를 배경으로, 폭발 사고와 기억을 영상과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노동자의 목소리, 가족의 인터뷰, 작가 자신의 성장기까지 섞인 이 작업은 ‘트라우마의 지층’을 가시화하며 감정의 시간으로 관객을 이끈다. 이은희의 '섬섬옥수'도 산업혁명 시기의 직업병 문제가 오늘날의 전자 기술 산업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조명한다. 다양한 역사적 자료와 함께 산업 재해 피해자들의 발화와 행위를 기록한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된다. 각 시대의 최첨단 산업과 기술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모순적이고 취약한지를 질문하며, 오늘날의 기술 세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의 큰 흐름은 '나로부터 출발해 우리로 확장되는' 감각의 여정이다. ‘함께 하기’, ‘기술 너머’ 등 섹션으로 구분된 구성은 각 작가들의 작업이 자기 안의 감정에서 시작해 사회와 동시대의 조건을 포착하려는 시도임을 보여준다. 이번 ‘젊은 모색 2025’의 작가들 상당수는 국내에서 학부를 마친 뒤 독일, 특히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 세대다. 베를린 아트씬의 실험성과 개방성을 경험한 이들은 ‘나’로부터 출발해 ‘우리’로 향하는 동시대적 고민을 글로벌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자전적 이야기에서 사회 구조, 기술 비판까지 폭넓게 확장된 주제들은 한국 현대미술이 더 이상 국지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들은 로컬의 감각과 글로벌한 언어를 동시에 장착한, 지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세대다. 전시장 곳곳에선 작가들이 연출한 '게임의 룰'에 따라 관객이 직접 참여하거나 헤드셋을 착용해 서사를 경험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작가들은 애니메이션, 웹툰, 시뮬레이션, 다큐, 웹사이트, 실시간 리더보드 등 친숙한 매체를 활용해 ‘현대의 알레고리’를 제시했다. 이를 두고 김성희 관장은 “생동감 있고 한국적 감성이 살아있는 작업들이라 해외 수출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오는 10월 5일까지 약 6개월간 장기 운영하며, 프리즈 서울(9월) 기간에 맞춰 해외 미술 관계자들의 방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미술관은 “이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젊은 모색 2025’는 단순한 신진작가전이 아니라, 동시대 감각과 철학이 갱신되는 현장이다. 기술과 자본, 환경, 관계, 자아 등 청년 작가들은 이 모든 것을 ‘지금, 여기’의 언어로 끌어왔다. 한국 동시대미술의 차세대 주역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갈 첫 비전이, 바로 이 전시에 담겼다. 2025/04/23
나흘 앞 다가온 '고양시 보드게임 축제'에 깜짝 게스트? 나흘 앞으로 성큼 다가온 '고양시 보드게임 가족 한마음 대축제'에서는 '신의 한 수' 이세돌 국수와 함께 깜짝 출연자가 예정돼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스타"라는 추측만 있는 가운데 주최 측이 철저히 비공개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3일 고양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을 거두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세돌 국수가 참석자들과 보드게임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이세돌 국수와 함께 행사장을 찾는 특별한 손님은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는 빅 이벤트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행사 당일까지 비밀에 붙여져 있는 만큼, 그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한층 커지고 있다. 깜짝 이벤트의 주인공은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이세돌 국수와 김봉곤 청학동 훈장을 비롯해 숨겨진 특별 손님까지 참여하는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행사의 열기는 최고조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도윤 보드아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은 "깜짝 게스트의 정체를 알고 싶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아주 어렵게 모시는 특별한 손님으로, 참석자 모두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이 보드게임을 통해 뜻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고양시 보드게임 가족 한마음 대축제'는 27일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누리체육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고양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보드아리아협동조합, 뉴시스가 주관하며 고양시와 한국스포츠보드게임협회가 후원한다. 어린이들과 청소년, 학부모를 비롯해 일반 성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다. 주최 측이 정한 참가자 500명 선착순 모집에 1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모집 열흘 만에 조기에 마감됐다.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은 대회 당일 행사장 내 마련된 보드게임 체험에는 무료로 참여가 가능하다. 이벤트존에서는 퀴즈 및 미니게임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네네치킨 시식권과 쌀, 과자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2025/04/23
2026년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호추니엔 선임 2026년 9월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싱가포르 출신 시각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호추니엔(Ho Tzu Nyen)이 선임됐다. (재)광주비엔날레는 23일 “동시대 미술의 담론을 주도하면서도 차별화된 전시를 구현할 적임자로 호추니엔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그가 제안한 키워드인 '‘예술의 힘을 통한 변화’에 주목하며,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기획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추니엔은 1976년생으로 미디어 아트와 영화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작가다. 2018년과 2021년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작가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엔 예술감독으로 광주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아시아의 근대성을 주제로 한 작업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무담 룩셈부르크, 도쿄현대미술관, 싱가포르미술관 등에서의 개인전은 물론, 베니스·칸·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 이력도 지닌 보기 드문 ‘시네마-아트 하이브리드형’ 작가다. 기획자로서의 이력도 눈에 띈다. 그는 2019년 제7회 아시아미술비엔날레 《산과 바다를 넘어온 이방인들》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 경계와 이동, 미지의 아시아를 조명하는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정치적 역사성과 지역적 맥락, 아시아성과 국제성을 동시에 껴안아왔다. 호추니엔의 선임은 이러한 정체성 위에 ‘지리적 상상력’과 ‘아시아의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질 전망이다. 호추니엔은 “예술감독으로서 다시 찾은 광주는 나에게 하나의 모험”이라며 “지난 20년간 나를 사로잡은 예술적 에너지와 관행, 명제들이 이 도시와 공명하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하나의 메시지를 넘어서, 우리 모두가 공유할 변화의 명제를 만들어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상갑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호추니엔 감독의 선임은 아시아의 다양성과 광주의 특수성을 동시대 시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2025/04/23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25’…'지금 여기' 청년 예술의 현장 “지금, 여기.” 예술은 언제나 당대의 언어로 말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 '젊은 모색'이 2025년에도 ‘지금, 여기’를 화두로 돌아왔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작가 20인이 ‘나’에서 출발해 ‘우리’로 확장되는 예술의 감각과 윤리를 묻는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를 24일부터 10월 12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시작한 '젊은 모색'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실험적 창작을 시도하는 청년 작가들의 미학적 경향과 사회적 발화를 조망해왔다. 올해 22회를 맞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영상, 사운드, 게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업이 총집결한다. 참여 작가는 강나영, 권동현×권세정, 김을지로, 김진희, 다이애나랩, 무니페리, 상희, 송예환, 야광, 업체eobchae, 이은희, 장한나, 정주원, 조한나A, 조한나B 등 20인(개인 및 팀). 이들은 모두 미술관 내부 학예연구사와 외부 전문가의 추천 및 자문을 통해 선정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매체적 실험뿐 아니라, 동시대 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정체성, 타자와의 관계, 돌봄과 환대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과천관 1전시실에는 '기술 너머'와 '관계 맺기', 2전시실에는 '타자로서 타자에게'와 '함께 하기', 중앙홀에는 '젊은 혹은 모색' 아카이브 공간이 마련된다. '기술 너머' 섹션에서는 디지털 이미지, 증강현실, 기술 기반 공간 등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감각과 그 윤리적 문제를 김을지로, 송예환, 상희, 이은희 작가가 다룬다. 기술 중심주의의 탈피를 제안하며, 기술 너머의 인간적인 서사를 제시한다. '관계 맺기'는 인체와 물질의 내면을 바라보는 권동현×권세정, 조한나B, 장한나의 작업이 중심이다. 이들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비인간 주체와 공존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타자로서 타자에게' 섹션에서는 무니페리, 김진희, 조한나A가 정체성과 고향, 이주와 같은 내밀한 서사를 다룬다. 고향의 풍경, 잊힌 감정, 타자화된 존재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복합성을 되짚는다. '함께 하기'에서는 다양한 콜렉티브와 협업 구조를 통해 ‘돌봄’과 ‘환대’의 미학을 실험하는 강나영, 야광, 정주원, 다이애나랩, 업체eobchae의 작업이 펼쳐진다. 이들은 예술이 누군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나누는 실천이어야 함을 제안한다. 중앙홀에는 업체eobchae의 대형 설치 작업과 참여 작가들의 자료를 아카이빙한 공간 <젊은 혹은 모색>이 마련되어, 전시의 시각적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젊은 모색'은 단순한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플랫폼”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도 이들의 예술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동안에는 작가와의 대화, 큐레이터 토크, 퍼포먼스, 라운드테이블 등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젊은모색' 참여작가: 20인(개인/팀) 강나영, 권동현×권세정, 김을지로, 김진희, 다이애나랩(백구, 유선), 무니페리, 상희, 송예환, 야광(김태리, 전인), 업체eobchae(김나희, 오천석, 황희), 이은희, 장한나, 정주원, 조한나A(영상), 조한나B(회화) 202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