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없어도 작품은 완성된다…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솔 르윗 개인전 “아이디어가 예술을 만드는 기계가 된다.”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1928~2007)이 남긴 유명한 명제다. 작가가 직접 손으로 작품을 완성하지 않아도 아이디어와 지시문이 있다면 작품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9년.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벽에서 그의 작품이 다시 만들어졌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오는 9월1일부터 솔 르윗 개인전 ‘Sol LeWitt: Open Structure’를 개최한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월 드로잉과 구조물, 회화, 사진, 판화, 아카이브 등 45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솔 르윗의 대표 작업인 ‘월 드로잉(wall drawing)’이다. 월 드로잉은 완성된 작품을 운반해 벽에 거는 방식이 아니다. 솔 르윗이 남긴 지시문(instruction)을 토대로 전시가 열리는 공간에서 작품을 새롭게 제작한다. 전시가 끝나면 벽에서 사라지지만 같은 지시문을 따라 다른 장소에서 다시 구현할 수 있다. 악보는 하나지만 연주에 따라 음악이 다시 태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작품의 원본을 물질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둔 셈이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월 드로잉 13점을 공개한다. 솔 르윗 재단 관계자들과 국내 대학·대학원 미술 실기 전공자 23명으로 구성된 ‘APMA MAKERS’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작가가 남긴 지시문을 해석하고 벽 위에 선과 색을 반복해 쌓으며 작품을 완성했다. 1960년대 이후 개념미술을 이끈 솔 르윗은 작가 개인의 감정이나 손맛보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규칙, 시스템에 주목했다. 선과 격자, 정육면체 같은 단순한 기하학적 요소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하고 변형했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장소와 실행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그의 작업에서 중요하다. 1967년 발표한 ‘개념미술에 관한 단락들(Paragraphs on Conceptual Art)’에서 그는 “아이디어가 예술을 만드는 기계가 된다”고 선언했다. 작품을 예술가가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개념을 뒤집은 것이다. 전시는 초기 구조물부터 후기 색채 작업까지 이어진다. ‘월 드로잉 #1164’, ‘미완결의 정육면체 6/20’, ‘연속 프로젝트 #1(ABCD)’, ‘월 드로잉 #784’, ‘월 드로잉 #882B’, ‘얼룩점 #3’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MOT)에서 시작된 순회전을 기반으로 한다. 솔 르윗 재단과 협력해 서울에서는 전시 규모와 구성을 확장했다. 전시는 2027년 2월28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8000원이다. 2026/08/21
경남도립미술관 '찾아가는 전시', 30일까지 하동문화예술회관 경남도립미술관은 '2026 찾아가는 도립미술관' 다섯 번째 전시를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지난 19일 '그 자연이 내 안으로'를 주제로 개막해 30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도립미술관'은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의 시군 순회 전시 프로그램이다. 이번 하동 전시는 지리산과 섬진강, 평사리 등 하동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과 자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을 보여준다. 유택렬, 장욱진, 박현효, 장두루, 구마가이 모리카즈, 황규백, 전혁림, 이성자, 백순공, 지민희, 강국진, 박길안, 이우환, 곽인식, 김억 등 15명의 작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박현효, 장두루, 지민희, 박길안 등 하동 및 경남 활동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지역의 자연과 삶을 동시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현효 작가의 '청암에 살다(2004년 작)' 작품은 하동 청암에 머물며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리산과 평사리 들판, 섬진강 등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담아냈다. 김억의 '지리산 하동 평사리(2020년 작)'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평사리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온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유택렬의 '일식', 장욱진의 '여름날' 등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다양한 조형적 시선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하동의 자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삶, 그 안에 쌓인 기억의 관계를 살펴보는 자리"라며 "익숙했던 하동의 풍경을 통해 자연 속에서 각자의 삶과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8/21
백남준 비디오·유영국 '산'이 빛으로…서울라이트 DDP 9월 개막 백남준의 비디오 실험과 유영국의 ‘산’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222m 외벽을 거대한 캔버스로 삼아 빛으로 되살아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오는 9월3일부터 13일까지 11일간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주제는 ‘K-Original Light’. 백남준과 유영국의 예술세계부터 가장 오래된 시조집 ‘청구영언’의 한글 노랫말까지 한국 문화의 원형을 미디어아트로 확장한다. 레이저와 음악, 라이브 퍼포먼스도 결합한다. 백남준의 실험정신에서 출발한 ‘The Break Point’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아티스트 그룹 버스데이가 협업한 작품이다. 누구나 악기를 연주하듯 영상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백남준의 비디오 신디사이저 개념을 오늘의 기술로 재해석했다. 완성된 영상을 외벽에 투사하는 기존 미디어파사드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의 비트에 맞춰 DDP 외벽의 빛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유영국의 산도 DDP 곡면 위로 올라온다. ‘내 안의 산을 찾아서’는 유영국이 평생 응시해온 ‘산’과 특유의 강렬한 색채를 미디어 작가 권하윤의 디지털 언어로 변주한 작품이다. 평면의 회화가 건축과 빛, 시간의 흐름을 만나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풍경으로 확장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영국 개인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와도 연결된다. 전시는 10월25일까지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청구영언’도 빛으로 되살아난다. ‘말이 빛나는 밤’은 가장 오래된 시조집인 ‘청구영언’의 노랫말에 담긴 감정과 자연 풍경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가 한글로 기록되고, 시조 속 자연이 디지털 산수로 펼쳐진 뒤 흩어진 노랫말이 거대한 빛과 울림으로 확장된다. 초장·중장·종장의 시조 구성을 따라 3부로 전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과 세종시문화관광재단, 투그레이가 참여했다. DDP 유구전시장에서는 윤제호의 레이저아트 ‘미래의 빛, 시간의 울림을 통과하다’를 새롭게 선보인다. 유구전시장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레이저와 전통 타악, 전자음, AI 영상, 조명과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2019년 시작한 서울라이트 DDP는 DDP의 222m 비정형 외벽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아트 행사다. 지난해 연간 192만 명이 찾았고, 12월31일 카운트다운 행사에는 약 8만7000명이 몰렸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세계가 K-컬처에 주목하는 지금, 서울이 해야 할 일은 이미 만들어진 문화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가 계속 탄생할 수 있는 창조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DDP는 새로운 예술과 기술이 가장 먼저 시도되는 장이자 다시 세계로 확산되는 글로벌 문화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6/08/21
물감으로 얼굴 지우고 기억 쌓고…유키마사 이다의 ‘이치고이치에’ 미학 [[[[:newsis_inyoung_center_start:]]]]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뼈로 돌아가겠구나.”[[[[:newsis_inyoung_center_end:]]]]일본 스타작가 유키마사 이다(36)가 10대 때 묘비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며 품었던 생각이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경험은 훗날 그의 회화를 관통하는 ‘이치고이치에(一期一会)’로 이어졌다. 우손갤러리(대표 김은아)는 오는 27일부터 10월31일까지 이다의 한국 첫 개인전 'See You Tomorrow'와 'Inner Garden'을 서울과 대구에서 각각 개최한다. 23일부터는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다. 1990년 일본 돗토리에서 태어난 이다는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했다. 반복할 수 없는 시간과 존재의 순간을 두꺼운 물감과 격렬한 붓질로 붙잡아온 작가다. 작업의 근간에는 일본 전통 사유인 ‘이치고이치에’가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뜻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유다. 20일 기자들과 만난 이다는 이 개념이 자신의 삶에 자리 잡게 된 배경으로 18~19세 때의 경험을 꺼냈다. “묘비를 만드는 곳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화장한 고인의 뼈를 유골함에 담기 위해 깨끗하게 닦는 작업도 직접 했습니다. 그때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죽음을 가까이서 본 경험은 역설적으로 하루의 가치를 깨닫게 했다.이후 인도 여행에서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고 시신이 바로 화장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 인도에서 만났던 사람과 풍경을 두 번 다시 똑같이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제 마음속에 갑자기 떠오른 것이 이치고이치에였습니다.” 삶에서 시작된 이 사유는 회화의 방법론으로 이어졌다. 이다의 인물화는 얼굴을 선명하게 재현하지 않는다. 화면 아래에는 사실적인 인물이 있지만 그 위로 물감을 거듭 쌓아 올린다. 강렬한 붓질과 중첩된 물감 사이에서 얼굴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오간다. 이다는 이를 ‘기억의 레이어’라고 했다. 그에게 초상은 한 사람의 외형을 기록하는 작업이 아니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을 그리더라도 화면으로 옮기는 순간 대상은 이미 과거에 속한다. ‘존재하는 사람’보다 ‘존재했던 사람’에 가까워진다. 이번 전시는 서울과 대구에서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인다. 대구 우손갤러리에서는 인물화(Portrait), 반 고흐(Van Gogh), 풍경화(Landscape)를 아우르는 대형 회화를 중심으로 이다 특유의 회화적 다이내미즘을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10년 이상 지속해온 장기 프로젝트 ‘End of today(오늘의 끝)’를 중심으로 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작업을 선보인다. ‘End of today’는 하루의 끝에서 그날 보고 느낀 것과 축적된 기억을 화면에 기록하는 연작이다. 이다는 이를 ‘삶의 기록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풍경화 역시 같은 시간관에서 출발한다. 이다는 실제 장소를 찾아 야외에서 작업하며 가능한 한 하루 안에 그림을 완성한다. 그리는 동안에도 바람이 불고 빛이 바뀌면서 눈앞의 풍경이 끊임없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판타 레이(Panta Rhei·만물은 흐른다)’도 꺼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처음 선보이는 반 고흐 연작은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과 정면으로 마주한 작업이다. 한국 컬렉터의 커미션 작업에서 시작됐지만 이후 이다는 고흐의 흔적을 따라 프랑스를 찾아가 풍경을 그리며 연작을 확장했다. 이다는 “고흐는 미술사에서 영웅과도 같은 존재이고 제게도 영웅”이라며 “고흐를 작업하면서 정말 엄청난 인물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장의 화풍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는 않았다. "단순히 고흐를 흉내 내려고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 프레시한 상태로 작품과 마주해야 합니다.” 화가가 된 계기 역시 한 작품과의 강렬한 만남이었다. 석조 조각가인 아버지 이다 카츠미가 10대 아들에게 유화 물감을 사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미술관에서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그림을 본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림 앞에서 2~3시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림인데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살아서 호흡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런 것을 할 수 있다면 나도 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를 묻자 나라 요시토모와 구사마 야요이를 꼽았다. 특히 구사마에 대해서는 “그 연세가 될 때까지 굉장히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저도 그렇게 작업을 끝까지 관철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빠르게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를 ‘성공’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성공을 이루어나가야 하는 단계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인상도 밝혔다. 특히 젊은 컬렉터들의 열기를 일본과 비교했다. “일본도 한때 젊은 컬렉터들이 많이 늘었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아트 신을 많이 떠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트에 대한 열정도 한국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30대 작가에게 ‘빠른 성공’에 대한 부담을 묻자 돌아온 답은 뜻밖에 담담했다.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 미완의 상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대에 죽은 이의 뼈를 닦으며 삶의 유한함을 마주했던 작가는 이제 사라지는 얼굴과 다시 오지 않을 풍경을 그린다. 그에게 ‘이치고이치에’는 빌려온 미학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에서 나온 회화다. AI가 이미지를 쏟아내는 시대, 그의 화면에 남은 거친 붓질과 물감의 흔적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전시 관람은 무료. 2026/08/20
"국새 키링이 뭐길래"…1500명 대기, 1시간 만에 완판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뮷즈'의 '국새 키캡 키링'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2차 재입고 물량 2000개가 1시간 만에 동났다. 20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국새 키캡 키링 세트'2차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 구매자가 몰리며 누리집 접속 대기 인원이 1500명을 넘어섰다. 접속 대기 상태가 이어지다 오후 3시30분께 준비된 물량 2000개가 모두 판매됐다. '국새 키캡 키링'은 '2026 뮷즈 공모전' 선정작으로, 보물 국새 '제고지보'와 '단종 복위 시호 금보'를 금속과 레진 소재로 재현했다. 실제 키보드에 꽂는 키캡이나 클리커 형태의 열쇠고리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첫 온라인 판매에 이어 지난 6일 진행된 1차 재입고 물량도 모두 팔렸다. 국립박물관 문화상품을 사려는 구매 행렬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와 함께 '까치 호랑이 배지'가 인기를 끌어 누리집이 마비되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전통 요소가 외관에 많이 적용돼 좋아하는 것 같다"며 "또 부담스럽지 않게 소지하기 편리해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상품관1에서 '국새 키캡 키링 세트'의 주말 소량 선착순 판매를 이어간다. 가격은 3만8000원으로 1인 1개만 구매할 수 있다. 2026/08/20
"김구는 '문화국가'란 말 한 적 없어…그가 꿈꾼 나라는 '도덕국가'" "백범 김구는 '높은 문화의 힘'이나 '아름다운 나라'라는 표현은 써도 '문화국가'라고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백범 탄신 150주년 특별강연 '백범 김구가 꿈꾼 나라'에서 "백범의 사상에 대해 우리가 잘 몰라서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김구가 말한 문화국가는 국민이 훌륭한 덕성을 가진 도덕국가"라며 "문화산업을 육성해서 문화강국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토대로 인의, 자비, 사랑의 가치를 실천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도덕적인 국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김구는 문화 자체보다 문화를 토대로 국민 덕성을 기르는 일을 강조했다. 오늘날 '문화국가론'이라 부르는 김구의 생각은 '백범일지' 뒤에 수록된 글 '나의 소원'에서 찾을 수 있는데, 사랑, 자비, 인의가 담긴 문화의 중요성과 인류 보편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이광수 윤문을 거쳐 나온 글이기에 이광수가 썼다거나, 일본을 거친 독일의 사상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독일과 일본은 자기 문화가 가장 우월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거지만, 김구의 글 속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어요. 다만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문화 속에 사랑과 자비, 인의가 담겨 있으니 이런 요소를 되살리자는 이야기죠." 박 교수는 "김구의 '나의 소원'은 김구의 오랜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며 1940년 김구가 발표한 '한국 독립과 동아의 평화'에 담긴 '왕도문화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를 비판하고 이기주의를 배격하며 대동세계와 세계 평화에 대한 강조가 담긴 내용으로 1940년 3월 1일 한국국민당 중문판 기관지 '한민' 창간호에 실린 글이다. 김구는 삼균주의 신민주국가, 자유로운 민주국가, 문화국가로서 자주독립국가와 통일된 민족국가의 건설을 꿈꿨다.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좌우합작운동을 지지한 이유다. 그 방안으로 제시한 문화는 유교의 인의,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을 배양할 수 있는 인간 정신적 활동과 관련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최근 한류 등은 김구가 꿈꾼 '문화국가'라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또 김구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원성이 보장되는 '자유의 나라'에서만 크고 높은 문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조선시대 주자학처럼 특정 철학이나 이념이 국가 권력과 결합해 다양성을 억압하는 건 옳지 않다는 취지다. 김구는 '민주주의'로 불리는 정치 제도에 대해서는 "하나의 절차나 방식이지 내용은 아니다"라며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 복종과 함께 국민주권론을 중요하게 봤다. 그가 지향하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는 우주·인생·정치에 관한 철학이 포함된 교육에서 시작된다고도 했다. 김구가 쓴 양심을 지키고 본성을 기르라는 뜻의 휘호 '존심양성'은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권력욕보다는 옳다고 믿는 뜻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 "현실과 타협보다 정의와 도덕을 실천하는 '지사형 인간'"으로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박 교수는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은 매일 싸움만 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도 많이 읽고 토론과 글 쓰기 등 여러 고민을 많이 하신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이상적 이념으로 생각한 삼균주의에서 오늘날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헌법 개정을 많이 하면서도 '균등' 부분은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헌법에 남은 문구일 뿐이지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 양극화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막고자 하는 게 균등 이념"이라고 했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백범 김구가 실제로 했던 독립운동만큼, 그가 정말로 이루고자 했던 마지막 목표가 어떤 것인지 대해 아는 일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며 "또 다른 강연이나 학술행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2026/08/20
83세 이강소의 실험은 계속된다…롯데뮤지엄서 150점 대규모 개인전 먹선이 화면을 휘젓고, 던져진 흙덩이는 그냥 조각이 됐다. 갈대는 거울 속에서 끝없이 증식한다. 반세기 넘게 우연과 즉흥, 생성과 소멸을 탐구해온 이강소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롯데뮤지엄이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펼치는 개인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은 회화와 조각, 설치, 판화, 사진, 영상 등 150여 점으로 이강소의 반세기를 펼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타데우스 로팍 등 국내외에서 굵직한 전시를 이어온 이강소의 작업을 이번에는 매체를 넘나든 '실험'에 초점을 맞춰 펼쳐 보인다. 특히 조각과 판화를 대규모로 구성하고, 화선지와 먹을 사용한 한국화 형식의 신작을 처음 공개한다. 1943년생인 이강소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을 이끈 작가다. 1969년 신체제를 시작으로 AG, 에꼴드서울 등에 참여했고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설에도 나섰다. 회화와 조각, 설치, 퍼포먼스, 판화, 사진, 영상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을 완성된 결과가 아닌 행위와 시간, 공간과 관계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확장해왔다. 전시는 대표 회화 연작 '청명'을 기반으로 한 LED 신작으로 시작한다. 원작과 같은 크기로 제작한 거대한 화면 위를 검은 붓질이 가로지른다. 맞은편 거울은 이를 다시 반사한다. 실제와 이미지,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질문을 새로운 매체로 이어간 작업이다. 여러 시기에 제작한 이른바 '던지기 조각' 30여 점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강소는 흙을 정해진 형태로 빚는 대신 덩어리를 던진다. 흙이 공중을 지나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방향과 속도, 중력이 개입한다. 작가는 이를 통제하지 않는다.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를 그대로 작품으로 받아들인다. 조각에는 완성된 형상보다 던지는 몸의 움직임과 그 순간의 시간이 남는다. 신작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중심으로 작업해온 이강소가 화선지와 먹 등 전통 재료를 활용해 '바람이 분다' 연작을 새롭게 제작했다. 한국화 형식으로 실험한 신작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이후 이어온 회화도 대규모로 펼쳐진다. '청명', '무제', '섬에서' 등 주요 대형 회화 11점이 전시장을 채운다. 빠르고 절제된 붓질 사이로 오리와 사슴, 배가 나타났다가 희미해진다. 형상은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넓은 여백 속에서 관객의 기억과 감각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1970년대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도 다시 만난다.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무제-75031'은 석고 가루 위를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고 그 발자국을 작품으로 남긴 작업이다.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설치작품 '여백'은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펼쳐진다. 양쪽 벽에 설치한 거울이 흰 갈대를 반복해서 반사하면서 실제 공간 너머까지 갈대숲이 이어지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전시 후반에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조각 20여 점을 천으로 덮은 채 선보인다. 실제 작업실에서 조각을 천으로 감싸 보관해온 방식에서 착안한 이른바 '유령조각'이다. 작품을 전시하면서도 완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천 사이로 드러나는 일부 형상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소멸'도 재현한다. 당시 이강소는 명동화랑에 선술집의 탁자와 의자, 술잔을 옮겨놓고 일주일간 실제 선술집처럼 운영했다. 작가는 뒤로 물러나고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대화하며 만들어내는 시간과 관계가 작품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한 재현 대신 한국의 마당 문화에서 착안한 평상을 설치했다. 관객이 자유롭게 머물고 대화하면서 50여 년 전 시작된 '관계의 장'에 다시 참여하도록 했다. 이강소는 "돌아보면 나의 작업을 관통하는 질문은 결국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만나는가'였다"며 "관객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작품을 자유롭게 바라보고 저마다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08/20
서서울미술관 미디어 작가 첫 전시…'김희천: 두더지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시선까지 대신하는 시대. 미디어 작가 김희천(37)이 기술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존재와 감각을 파고든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 미디어 작가전 '김희천: 두더지들'을 개최한다. 서서울미술관이 한국 동시대 주요 미디어 작가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미디어 작가전'의 첫 전시다. 김희천의 첫 대규모 개인전이기도 하다. 김희천은 영상과 게임, 건축, 영화, 문학의 언어를 넘나들며 기술이 인간의 시간과 공간,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이후 근작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제작 지원한 신작 게임과 영상, 사진 등도 처음 공개한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두더지'는 신작 '레몬'(2026)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은 기존 작업 '커터3'와 '더블포져'의 이스터 에그로 등장했던 두더지가 두 작품 사이를 땅굴을 파며 몰래 오가고 있었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두더지 '버터'가 주인공인 가상의 비디오 게임 '버터3'의 플레이를 따라 전개된다. 두더지는 기술에 포획된 환경에서 빠져나가려는 염원을 상징한다. 동시에 기술에 의해 하나로 규정되고 고정되는 '나'를 흔드는 존재다. 또 다른 신작 '말린'(2026)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4채널 영상이다. AI 이미지가 범람할 근미래의 이미지 생태계와 그 속에서 달라지는 인간의 인식과 시점을 들여다본다. 게임 엔진 유니티(Unity)로 제작한 자동 재생 게임 '블포져'(2023)와 '커터3'(2023)도 선보인다. 게임 엔진을 새로운 무빙 이미지 제작 도구로 활용해 정보화된 세계에서 변화하는 시간성을 보여준다. 사진 작업 '.dng'(2026)도 공개한다. 김희천이 2023년부터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 5841장 가운데 120여 점을 골랐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미디어 작가전은 서서울미술관이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으로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동시대 한국 미디어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하는 기획 전시"라며 "동시대 기술환경과 시각문화에 대한 비평적 관점이 담긴 김희천의 작업을 통해 근미래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다.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작품 해설은 매일 오후 2시에 진행한다. 2026/08/20
부산 '조선유물 특별전' 6만명 찾았다…26일 심층 강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기념해 부산박물관에서 오는 30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에 전하노니'를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26일 오후 3시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 6만명을 돌파한 특별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에 전하노니'의 현장 강연을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관 전시, '화폭에 담긴 영혼: 초상', '꾸밈과 갖춤의 예술, 장황', '궁궐의 장식그림', '조선왕실의 인장' 등 조선 왕실 문화와 관련한 전시를 기획·총괄한 김연수씨가 강연에 나선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정인 학예연구사도 전시 유물과 관련해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참가자 총 3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 신청은 오는 21일 오전 10시부터 부산박물관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2026/08/20
권진규 아틀리에, 입주작가 신혜진 개인전 서울 성북구 동선동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입주작가 신혜진(48)의 개인전 'INTERSTANCE 시간의 틈'이 열린다. 조각가 권진규(1922~1973)가 직접 짓고 작품 활동을 했던 권진규 아틀리에는 2006년 보존된 이후 매년 창작공간 공모를 통해 미술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신혜진 전시는 이 공간에서 지난 반년간 작업한 신작을 선보인다. 시간성과 공간성, 존재에 대한 감각을 조각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특히 오랜 시간이 축적된 고서(古書)를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 국민대에서 금속공예, 홍익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신혜진은 10여 년간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빛과 시간 같은 비물질적 개념을 물질로 감각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는 무료다. 오는 29일 오후 4시에는 신혜진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