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파크, 14년 만에 신한철 개인전…'MICRO-COSMOS' 조각가 신한철(67)개인전 'MICRO-COSMOS'가 오는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0년 아트파크가 기획한 '形의 色다른 思惟' 이후 약 14년 만에 다시 열린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30여 년간 ‘구(sphere)’를 중심 모티브로 조각 작업을 지속해온 신한철은, 구체가 반사하는 빛과 이미지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와 그 안의 관계를 형상화해왔다. 그의 조각은 마치 거대한 생명체처럼 구체들이 서로 이어지고 증식한다. 작품의 표면은 거울처럼 주변 환경을 반사하며, 관람자는 그 안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고, 조각과 공간, 자신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보는 조각'을 넘어, 조각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다시 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제목 'MICRO-COSMOS'처럼, 크고 작은 구들이 하나의 우주를 이뤄가는 이 조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 갈등과 균열을 넘어 조화와 균형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개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공동체야말로 예술이 지향해야 할 미래”라고 말한다. 신한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금호미술관, 서울대학교병원, 롯데호텔서울, 갤러리 현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다수 기관에 소장돼 있으며, 병원과 호텔, 도시 공공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전시는 6월 22일까지. 2025/05/06
갤러리현대×김보희, 첫 협업…'아트부산 2025'서 신작 공개 화가 김보희가 ‘아트부산 2025’에서 자연과 생명의 서사를 담은 신작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는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아트부산 2025’에 참여해, 부스 C-16에서 김보희 작가의 솔로 부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와 김보희 작가의 첫 협업으로, 대표 연작 'Towards' 시리즈 신작 12점을 소개한다. 1952년생인 김보희는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과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일상 풍경과 자연의 생명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작가다. 특히 2003년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마주한 바다, 나무, 꽃, 열매, 반려견 ‘레오’까지 주변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꽃과 열매, 바다와 산, 씨앗과 생명의 이미지들이 모두 관찰과 사유를 거쳐 새로운 상징적 구조로 태어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의 화면 속 자연물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생명성과 순환의 원리를 시각화한 '명상적 풍경’으로 구성된다. 'Towards' 시리즈는 2020년부터 이어져온 김보희의 대표 연작으로, 이번 아트부산 부스에서는 바다, 정원, 나무, 꽃, 열매 등 자연의 본질적 에너지를 담은 신작 12점을 통해 그 미학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김보희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7년까지 모교 교수로 재직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최근에는 제주현대미술관(2022), 캔파운데이션(2021), 금호미술관(2020)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바이아트매터스(중국 항저우)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2025/05/05
부처님오신날·어린이날…바라캇서울, 명나라 관세음보살 공개 5월 5일, 올해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이 하루에 겹쳤다. 이를 기념해 서울 삼청동 바라캇 서울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그의 어린 제자인 선재동자(善財童子)를 형상화한 중국 명나라 시기의 불상을 특별 공개한다. 관세음보살은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등장하는 자비의 화신이다. 중생의 고통을 듣고 구원하는 존재로, 동아시아 불교 문화에서 오랫동안 대중의 신앙 대상이 되어왔다. '화엄경'에서는 관음보살이 향기로운 꽃과 물이 흐르는 보타락 정토(補陀落淨土)에 거처하며, 깨달음을 향한 여정을 떠나는 선재동자의 스승으로 등장한다. 전시에 선보이는 ‘수월관음(水月觀音)’상은 연못이나 호숫가 바위에 앉아 물에 비친 달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표현된 관음보살의 대표적 형상이다. 바라캇이 소장한 명나라 시기의 수월관음상은,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관음보살을 찾아 순례에 나선 선재동자의 이야기와 깊이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바라캇 서울은 “관음보살과 선재동자의 만남을 통해 어린이의 순수함과 부처님의 자비를 함께 되새기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5/05/05
손동현, 이상범가옥서 신작 전시…'석양에 내려앉은 눈'展 한국화가 손동현(45)이 전통 산수화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신작으로 이상범가옥에서 전시한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에 위치한 등록문화재 이상범가옥에서 '손동현: 석양에 내려앉은 눈'전을 오는 9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상범가옥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현대미술 전시다. 이상범가옥은 근대 한국화의 대가 청전 이상범(1897~1972)의 자택이자 화실로, 제자인 배렴, 박노수 등이 출입하며 ‘청전화숙’이라 불린 장소다. 청전은 1920년대 ‘동연사(同硏社)’를 조직하고 관념산수의 틀을 넘어 현실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청전화풍’을 완성한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청전의 예술 정신을 오늘의 시선으로 계승한다. 전시 기획 측은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대주제 아래, 전통 한국화 기법으로 대중문화 아이콘과 현실 풍경을 풀어내며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손동현 작가를 초대했다”고 밝혔다. MZ작가 손동현은 한국화의 형식적 틀을 재해석해온 동시대 작가다. 2006년 첫 개인전에서는 ‘슈퍼맨’과 ‘다스 베이더’ 같은 대중문화 캐릭터를 한국화로 그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전의 설경 산수화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한림모설'(2024–2025)을 비롯해, 총 20여 점의 회화 작품이 선보인다. 손 작가는 “청전의 완만한 산세와 필법에 감응했지만, 그 형식은 내 작업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다”며 “〈한림모설〉은 설경의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대관산수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2025/05/04
예화랑, '포토 런던 2025' 참가…임응식·김우영 전시 세계적인 사진 아트페어 ‘포토 런던(PHOTO LONDON) 2025’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예화랑(대표 김방은)이 참가한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포토 런던'은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개최한다. 전 세계 117개 갤러리가 참여를 확정한 가운데 VIP 프리뷰는 14일 열린다. 예화랑은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과 김우영(65)의 작품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임응식은 한국 전쟁 전후의 삶과 사회상을 포착한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생전에 프린트한 빈티지 사진 26점을 소개한다. 1950~60년대 급변하는 한국의 풍경과 인물, 시대의 공기를 담은 이 작품들은 역사적 기록이자 예술적 표현으로 주목받는다. 김우영은 서울의 오래된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감성적으로 포착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페어에서는 건축 시리즈 4점 외에도, 영국 Voltic Arts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VR 온라인 전시관에 수록된 20점의 사진 작품이 함께 소개돼,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선을 제안한다. 한편 포토 런던은 매년 런던의 랜드마크인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열리는 국제 사진 페어로, 올해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와 함께 열린다. 포토북 사인회, 강연, 시상식 외에도 프릭스 픽테(Prix Pictet) 수상자 전시(V&A 뮤지엄), 도이치 뵈르세 사진상 전시(더 포토그라퍼스 갤러리), 오프프린트 런던(테이트 모던) 등 런던 전역이 사진 축제로 물든다. 전시장이자 문화유산인 서머셋 하우스는 템즈 강을 내려다보는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이름을 올린 영국 대표 명소다. 과거에는 왕립미술원 로열 아카데미와 현재는 코톨드 미술학교가 자리한 이곳은,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아 포토 런던 10주년과 함께 사진예술의 거점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5/05/03
프리즈 매각, 아리 이매뉴얼이 인수…서울은 어떻게 달라질까? 세계 주요 아트페어를 운영하는 프리즈(Frieze)의 소유권이 전격 교체됐다. UFC와 헐리우드 에이전시를 이끌며 ‘이벤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아리 이매뉴얼(Ari Emanuel)이 주도하는 새 법인이 프리즈를 인수하면서, 프리즈 서울을 포함한 글로벌 아트페어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프리즈 인수는 이매뉴얼이 몸담았던 엔데버 그룹이 지분을 매각하며 성사된 것을 알려졌다. 거래 규모는 약 2억 달러로 추정되며, 실질적 인수 주체는 이매뉴얼과 글로벌 투자사들이 결성한 새 법인이다. 이매뉴얼은 2016년부터 프리즈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넓혀왔고, 이후 뉴욕·LA·서울·시카고 등으로의 확장을 주도해왔다. 프리즈의 최고경영자(CEO) 사이먼 폭스(Simon Fox)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은 새 체제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폭스 CEO는 프리즈 서울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국내 미술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인수를 두고 이매뉴얼은 “프리즈는 오랫동안 나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프리즈가 가진 커뮤니티의 힘과 예술에 대한 야망은 새로운 글로벌 이벤트 플랫폼의 전략적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프리즈 서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이미 K컬처의 중심지이자, VIP 컬렉터와 글로벌 브랜드가 교차하는 도시로 자리 잡아왔다. 프리즈 서울이 기존의 아트페어 형식을 넘어서 패션, 음악, 디자인 등과 연계된 복합 문화행사로 확장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프리즈 서울이 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면, 단순 미술시장만이 아닌 도시 브랜딩과 문화정책 전반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아시아 미술시장 내 서울의 위상은 더욱 강화되는 반면, 외국 자본 중심의 구조 속에서 국내 갤러리와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생력을 유지할지는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5회의 공동 개최 계약으로 시작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의 공생은 올해 4회째를 맞는다. 지난해 프리즈 사이먼 폭스 대표는 "앞으로도 프리즈는 서울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런던에서는 20년 넘게, 뉴욕에서는 10년 넘게 프리즈를 열고 있다. 우린 한 도시에서 아트페어를 시작한 뒤 중단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도 10년, 20년, 50년 계속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키아프 서울'은 프리즈의 플랫폼 안에서 어떤 정체성과 방향성을 선택할 것인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025/05/03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도쿄·베를린서 사전프로그램 개최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8월 열리는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을 앞두고, 도쿄와 베를린에서 국제 사전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 상영과 심포지엄을 중심으로 비엔날레의 핵심 주제인 ‘영혼’, ‘부재’, ‘매개’의 개념을 미디어를 통해 탐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도쿄에서는 5월 31일, 베를린에서는 6월 16일 열린다. 올해 비엔날레는 근대성 이후의 소외, 억압된 존재와의 연결 욕망, 예술에서의 '매개'로서 영화의 가능성을 중심 개념으로 삼는다. ‘강령(降靈)’은 과거 영혼을 부르는 의식의 언어였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이해될 수 없는 존재와의 일시적 접속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된다. ◆도쿄: 큐레토리얼 심포지엄 '야나리 : 집 흔들기' 오는 31일 열리는 도쿄 심포지엄은 오이에이 큐레토리얼 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파트너로 참여하며, 비엔날레 예술감독팀과 연구자, 큐레이터들이 미디어·지정학·전시제작의 교차점을 주제로 발표한다. 상영작으로는 제인 진 카이젠〈잔해〉, 안톤 비도클〈우주의 시민들〉, 마야 데렌〈변형시간의 의례〉, 샤나 몰튼의 작품 등이 소개된다. ◆베를린: ICI 공동 심포지엄 6월 16일 ICI 베를린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엘레나 보그만(비교문학·미디어학자)과 안젤라 멜리토풀로스(비디오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정신분석·애니미즘·미디어실험과 관련된 연구 발표 및 상영작 공유를 통해 동시대 미디어 실천의 방향성과 확장 가능성을 논의한다. ◆본전시는 8월 26일 개막…영화 상영·토론·세션으로 확장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2025년 8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며, 기자간담회와 VIP 프리뷰는 8월 25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 외에도 서울 시내의 극장에서 정기 상영회를 열고, 영화·토론·세션 등을 통해 전시 개념을 다층적으로 구현한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영화는 부재하거나 억압된 존재와 연결되는 시네마적 강령의 기술이며, 이번 전시는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실천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예술적 매개가 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고 밝혔다. 2025/05/03
배명지 학예연구사 "백남준 '잡동사니 벽'·김수자 '보따리 트럭' 최초 공개"[문화人터뷰]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꿰뚫는 전시가 열려 화제다. 지난 1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은 서울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대표 소장품만을 선보인 첫 상설전이다. 역대급 흥행을 보이고 이는 '론 뮤익'전시와 함께 이 전시도 개막하자마자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 관람이 잇따라 최근 동시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전시에는 이건희컬렉션 9점을 포함하여 196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는 한국현대미술 대표작 86점을 엄선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전시는 수집된 작품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한국 현대미술사'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한국 현대미술의 시간 흐름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세대나 배경이 다른 관람객 모두가 현대미술의 맥락을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고민했다.”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기획을 맡은 배명지 학예연구사와 이번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전시가 서울관 첫 상설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데, 기획자로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객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지만 그중 20-40대 관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또한 외국인 관객의 수도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해외 관람객들로부터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서울관 상설전 개최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이번 상설전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타임 프레임 안에서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대표 소장품'이라는 말이 굉장히 무거운데, 무엇을 중심에 두고 선별했는지, 구성의 기준이 궁금하다. "서울관 1·2전시실의 물리적 제약 속에서 약 1만 1800여 점의 소장품 중 86점을 고른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타임프레임 안에서 주요 변곡점을 짚을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추상, 형상, 실험미술, 혼성, 개념미술, 다큐멘터리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주제와 흐름을 따라가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소장품들은 남성 작가들의 작품이 절대적이라, 의도적으로 그 시기에 작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다. 또한 국제미술계와 관계망 속에서 주요한 의미를 도출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했다. 상설전의 작품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될 예정이어서, 이번에 소개되지 못한 작품들은 향후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소장품 전시이지만 기존 회고전이나 시대사 전시와는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단순 연대순이 아닌 주제형 구성(추상·형상·혼성 등)을 택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전시는 연대적인 흐름을 따라가기도, 연대가 중첩되기도 한다. 연대와 주제 역시 교차한다. 추상:새로움과 전위, 형상성과 현실주의, 혼성의 공간-다원화와 글로벌리즘, 개념적 전환-사물과 언어 사이, 다큐멘터리와 허구를 통한 현실 재인식 등의 주제를 선택한 것은 한국의 특수한 사회 상황, 문화 변동, 매체 변화, 국제 미술계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현대미술 역사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어 온 내용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 섹션별로 흥미로운 소장품이 많은데, 특히 '최초 공개’ 또는 '의미 있는 맥락 전환'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면? "수집 후 최초 공개되는 작품은 백남준의 '잡동사니 벽'(1995),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2007)이다. '잡동사니 벽'은 백남준이 1995년에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Kunstmuseum Wolfsburg)에서 열린 '백남준: 하이 테크 알러지'(Nam June Paik High Tech Allergy)에서 처음 발표했던 대형 설치 작품이었다. 볼프스부르크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으나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이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 2년전인1993년, 백남준은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전시 '전자 초고속도로: 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과 서를 하나의 선으로 잇는 문화유목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잡동사니 벽'은 글로벌리즘이라는 자장 안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다. 또한 백남준은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 개최(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결정적 공헌을 한 인물이고, 1995년 제 1회 광주 비엔날레의 특별전인 '정보예술'전 개최한 인물(당시 큐레이터는 신시아 굿맨과 김홍희)이기도 해서, 백남준과 한국현대미술의 관계를 보더라도 중요한 작품이다."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2007)은 김수자를 국제미술계에 널리 알린 '떠도는 도시들-보따리 트럭 2727km'(1997)의 프랑스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7년 파리의 맥발(MAC/VAL) 미술관 커미션 작품으로, 중국,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출신의 많은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구역을 따라 보따리를 실은 트럭을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담은 일종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글로벌리즘 맥락에서 이동, 경계, 유동성, 정체성, 노마디즘의 당대 정서를 구현한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숙자, 난민, 이민자와 같은 이주의 서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난민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동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6부 구성 중 특히 기획자로서 애착을 가진 섹션이 있다면? 그 대표작은? 그 이유는?( "애착이 가는 섹션은 2섹션(한국실험미술-사물, 시간, 신체)과 4섹션(혼성의 공간-다원화와 세계화)다. 2섹션 ‘한국실험미술-사물, 시간, 신체’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1960~70년대 실험미술이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생성되었고, 행위미술, 설치미술, 개념미술 등 회화와 조각 같은 전통적인 예술을 넘어 미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였던 치열함이 있었다. 통제적 정치 체제라는 특수한 한국의 정치 상황 하에서 행해진 미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한국현대미술의 중요한 변곡점으로서 이후 1980년대 이후 설치미술이나 1990년대 개념적 미술의 기원으로서도 중요하다." "4섹션 ‘혼성의 공간-다원화와 세계화’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했던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자유롭게 된 첫 세대 작가들의 미술이자 한국성 담론과 전통과 민족주의에서 자유롭게 된 첫 세대 미술이라는 점이다. 그 부분을 전시에서도 부각 시키고 싶었다. 또한 중심과 주변의 위계가 흐려지고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가 뒤섞이는 글로벌리즘 맥락에서 한국미술이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한국미술의 동시대성을 논의할 수 있는 첫 세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1섹션(추상-새로움과 전위)이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추상은 사실 당시 매우 전위적인 미술이었고, 냉전, 근대화 ,제도, 전통, 전쟁, 도시화 등 한국사회/한국미술의 다양한 층위와 교차한 미술이지만, 전시의 형태로는 그러한 역동성을 드러내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다.(미학적으로는 아름다운 전시 공간이지만)" ◆이번 상설전이 향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구조나 수집 방향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이번 상설전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전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역사가 시대와 관점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는 것이라면, 한국현대미술의 역동성과 다층적 관점, 수많은 미시사를 드러낼 수 있는 좀더 급진적인 전시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상설전을 진행하며, 누락된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작품 수집 방향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전시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관전 포인트’나 추천 동선은? "1 전시실(1F)과 2 전시실(B1F)에 구성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매체도 훨씬 다변화 되어서, 그 변화를 감지하며 관람하시기를 추천 드린다. 예로, 1전시실은 세가지 섹션(추상, 실험,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기적으로 보면 국제적으로는 냉전시대였고,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이데올로기가 강조되고 한국성, 전통의 집단의 논리가 주요한 시대였다. 이러한 양분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었던 시대, 추상과 형상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논쟁의 지대에 있었다. 2 전시실의 작품들(혼성, 개념, 다큐멘터리)은 이러한 양분된 이데올로기가 무너진 이후에 등장한 미술이다. 대외적으로는 냉전 종식과 글로벌리즘, 대내적으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를 향한 정치적 개혁 이후 시기에, 이념 갈등이나 집단의 논리보다는 개인의 미술이 중요해진 시기에 등장한 것이다. 또한 젊은 신세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매체도 설치, 영상 등으로 훨씬 다변화되었다. 1 전시실에서 2전시실로의 풍경의 변화는 곧 한국현대미술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라, 그 변화를 면밀히 감지하며 관람하시길 권한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 복합 매체(다원예술)와 복합 서사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기반 작업들도 주목할 만 하다." ◆놓치면 안되는 꼭 봐야할 작품이 있다면? "김환기의 '산울림'(1973)과 박생광의 '무속 3'(1980)은 2025년 9월까지 전시하고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에 나가게 되니 미리 관람하시면 좋겠다. 백남준의 '잡동사니 벽'과 강익중의 '삼라만상'도 꼭 봐야한다." ◆배명지 학예사는? 그동안 초국가적 관점에서 1960년대 이후 아시아 현대미술을 비교 연구하는 전시와 미디어·이미지·기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대표 전시로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2024-2025),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백년 여행기'(2023~2024),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2022), '이승택-거꾸로, 비미술'(2020-21),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이미지·장치'(2019-2020),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도쿄국립근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과 공동 기획, 2018-2019), '역사를 몸으로 쓰다'(2017-2018) 등이 있다. 2025/05/03
문경원, 전준호 없는 ‘소프트 커튼’ 회화 신작 공개 미디어아티스트로 유명한 문경원(55)이 회화 작가로 변신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문경원이 오는 7~11일 뉴욕 '더 쉐드(The Shed)'에서 열리는 ‘프리즈 뉴욕 2025’에서 신작 회화 연작 〈소프트 커튼(Soft Curtain)〉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그간 전준호 작가와 한 몸처럼 협업하며 대형 미디어 영상·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여온 문경원이, 이번에는 전통 회화라는 고전적 매체에 천착한 단독 신작을 내놓아 주목된다. 갤러리현대는 이번 행사에서 문 작가의 개인 부스를 마련해 신작 회화 9점을 집중 조명한다고 밝혔다. 문경원은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시간, 역사, 풍경의 층위를 사유해온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2021)를 비롯해 전준호 작가와의 협업으로 다수의 국내외 프로젝트를 이끌며 동시대 미술의 담론을 이끌어왔다. 이번 '소프트 커튼' 연작은 그간의 미디어 기반 작업에서 회화로의 전환을 시도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연작의 중심에는 대형 회화 '소프트 커튼_자유의 마을'이 설치된다. 이 작품은 남측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상상과 기록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된 이 마을은 현실과 허구,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로, 문경원은 이를 풍경의 형식을 통해 시각화했다. 작가는 최근 시력 손상이라는 신체적 경험을 계기로, 지각과 감각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는 빛과 어둠, 속도와 잔상에 대한 작가의 회화적 언어를 더욱 심화시켰고,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 풍경 안의 일부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갤러리현대는 "'소프트 커튼' 연작은 문경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 온 미디어적 감각과 회화적 탐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며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구축해 온 그의 작품 세계는 이번 연작을 통해 더욱 확장된 스펙트럼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2025/05/03
정물화로 묻는다, 삶과 존재의 본성…옵스큐라 ‘정지, 본성’ 삶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정물화’라는 장르로 풀어낸 전시가 열렸다. 옵스큐라가 오는 24일까지 서울 양재동 옵스큐라3에서 기획전 '정지, 본성(Still, Being)'을 개최한다. 참여 작가는 김남표, 김세중, 이정웅, 이창남, 허승희 등 총 5인이다. 이번 전시는 ‘정물화’를 매개로 인간 존재와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의 ‘정지’는 일시적 멈춤의 상태를, ‘본성’은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삶의 근원을 의미한다. 정물화가 외형적으로는 정적인 대상을 담지만, 그 이면에는 ‘죽음과 삶’, ‘허무와 고귀’라는 철학적 양면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옵스큐라는 고대 로마 시인 루크레티우스의 말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썩고, 죽음은 사물의 본성이다”를 인용하며, 작가들에게 ‘고귀’, ‘소유’, ‘정지’, ‘죽음’, ‘생명’, ‘본성’ 등의 개념을 제안하고, 이를 각자의 조형 언어로 해석한 정물화들을 선보인다. 김남표는 대표 시리즈 ‘Instant Landscape’로 주목 받아온 작가로, 정지된 풍경 안에 회화적 환상과 상상력을 집약한다. 김세중은 하이퍼리얼리즘 기법으로 돌, 조각상, 풍경을 재현하며 존재와 실재의 경계를 탐구한다. 이정웅은 사실적 묘사와 평면성의 긴장감을 바탕으로 상징적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이창남은 일상의 사물과 기억을 섬세한 유화로 응축해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허승희는 문화재와 동양화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미술평론가 최정우는 정물화를 "되기의 역동성을 정적 화면 안에 담는 역설적 예술"이라며, “삶과 죽음, 욕망과 허무, 생명과 사치가 공존하는 무대”라 정의했다. 작가 5인의 시선을 통해 정물화는 단순한 오브제 묘사를 넘어, 삶의 본질을 응시하는 창이자 철학적 질문의 장르로 확장된다.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