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보다 무서운’ 오징어게임3…세모·네모·동그라미가 그린 디스토피아 승자는 죽었고, 돈은 살아남았다. '오징어게임3'은 ‘성기훈의 저항’조차 체계 안에 봉합해 버리는 자본주의의 절대 권력을 드러낸다. 선함은 남았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주인공 성기훈은 태어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의 유산은 살아남은 자가 아닌, 새로 태어나 살아나갈 자에게 전해진다. 그러나 이 결말은 단순한 감동 서사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설계한 욕망의 기계 안에 ‘양심’이라는 기능이 어떻게 탑재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게임의 승자는 사라졌지만, 피 묻은 456억 원은 빼돌려지지 않는다. 게임 설계자는 그 돈을 정확하고, 치밀하며, 윤리적으로 분배한다. 그 순간 자본주의의 경악스러운 봉합 능력과, 인간의 무력함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기호는 중립적…그러나 그 위의 죽음은 너무나 구체적 ‘오징어게임’은 인간의 본성과 자본의 시스템을 동시에 해부한다. 야망에 휘청이는 인간들, 자유를 외치지만 결국 시스템의 명령에 복종하는 구조적 노예들, 방향을 잃고 무기력해진 군상들. 성기훈이 아무리 저항하고 외쳐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게임을 바꾸지 못한다. 다만 다음 게임에 다시 참여할 뿐이다.” 시즌3는 거대한 서사를 축소해 인간의 비참함과 죽음이라는 필연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우리는 모두 참가자이며, 누군가 추락하고, 누군가는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본은 스스로를 리브랜딩한다. 잔혹한 생존 게임은 어느새 ‘사회복지 기금’ 같은 얼굴로 탈바꿈한다. 무섭도록 합리적이고, 너무도 냉정하게 따뜻한 손길. 우리는 그런 세계를 살고 있다. ◆네모·세모·동그라미 기하학이 만든 질서의 폭력 삶은 줄넘기다. 실패하면 죽는다. '영희와 철수'가 무감정하게 돌리는 줄넘기. 그 안에서 인간은 건너가야만 산다. 오징어게임의 기호들(세모는 총을 든 집행자(폭력), 네모는 규칙을 전달하는 관리자(감시), 동그라미는 말 없는 실무자(노동). 단순한 형상이 아니다. 질서와 통제의 얼굴이다. 한때 바우하우스는 이 단순한 기하 도형에 보편성과 평등의 이상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은 그 기호들을 디스토피아적 질서의 상징으로 전도시킨다. 유토피아를 꿈꿨던 기하학은, 오늘날 디스토피아의 얼굴이 되었다. 시즌3의 마지막 무대는 붉은 원형 위에서 벌어진다. 거칠고 피를 흡수한 듯한 질감, 차가운 조명, 침묵하는 벽. 마치 현대미술관의 하이퍼리얼리즘적 설치미술처럼. 456번은 사라지고, 222번이 새겨진 아기만 남는다. 죽음은 개인을 지우고, 생명은 시스템으로 편입된다. 삶과 죽음이, 기호 위에서 순환한다. ◆피로 쓴 철학, 혹은 선의 유산 시즌3는 주인공의 죽음과 함께 마무리된다. 그가 남긴 유산은 새로운 생명에게 넘어간다. 456억은 이번엔 피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의 씨앗처럼 쓰인다. 시즌1이 생존의 비극을 말했다면, 시즌3는 ‘생존 이후의 윤리’를 묻는다. “선은 끝내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이 어쩌면 순진한 믿음은, 감독이 아이의 울음으로 관객에게 조용히 남겨 둔 유일한 위로다. 하지만 그 위로는 전처럼 강하게 울리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반복된 공식”을, 할리우드리포터는 “입체성의 실종”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시즌3는 마지막에 다시 묻는다. 이 이야기는 정말 끝났는가? 케이트 블란쳇의 깜짝 등장처럼, '오징어게임'은 또 다른 얼굴, 또 다른 게임으로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동그라미 위에 서 있고, 세모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네모의 감시에 무의식적으로 복종하고 있다. 게임은 끝났지만, 구조는 남았다. 그것이 '오징어게임'이 남긴, 영희보다 무서운 철학이다. 2025/06/30
부산 바다미술제, 9월 개막 앞두고 참여 작가 명단 공개…국내외 13팀 참여 칠레, 스위스, 독일 등 8개국 13명의 국제 작가들이 참여하는 2025 바다미술제가 9월27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개막한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조직위)는 30일 '2025 바다미술제 참여 작가 명단'을 선공개했다. 참여 작가는 한국 부산을 비롯해 칠레, 스위스, 독일 등 8개국 13명(팀)이다. 이번 전시는 낙동강 하구와 남해가 만나는 다대포의 지형과 생태를 기반으로 한 'Undercurrents - 물 위를 걷는 물결들'을 주제로 한다. 조직위는 이번 전시에 대해 몰운대 산책로, 다대포 해수욕장, 고우니 생태길을 아우르는 여정을 따라 조류의 흐름과 생태계에 내재된 숨은 역동성을 드러내고, 밀물과 썰물 사이의 경계 공간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층적 풍경을 감각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 산티아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바 칼푸케오(Seba Calfuqueo)는 토착민과 서구 사상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 고정관념을 분석해 식민지적 억압에 맞서고 젠더 연구와 생태적 저항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베니스비엔날레, 휘트니비엔날레, 테이트 모던, 퐁피두센터 등에서 전시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는 작가 중 하나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형섭은 올해 다대소각장에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사업 추진으로 철거되는 다대소각장의 역사적 의미와 흔적을 담아낸다. 그는 사라져가는 공간의 마지막 순간을 기리며, 예술을 통해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스위스)은 안무가이자 무용가다. 도시의 공공 공간을 배경으로, 신체와 감정, 주변 환경 간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올해 부산에서는 다대포해수욕장을 지키는 '아지매'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이탈리아·독일·한국) ▲마리 그리스마(Marie Griesmar·스위스·프랑스) ▲지븨 리(Jeewi Lee·한국) ▲김상돈(Sangdon Kim·한국) ▲최원교(Wonkyo Choi·한국) ▲솜 수파파린야(Som Supaparinya·태국) ▲쟈닌 안토니(Janine Antoni·미국) ▲마르코 바로티(Marco Barotti·이탈리아) ▲올라프 홀츠압펠(Olaf Holzapfel·독일) ▲라울 발히(Raul Walch·독일) 등 총 13명(팀)의 작가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조직위는 지난 19일 전시 감독이 직접 2025 바다미술제의 기획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온라인 토크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참여 작가 선공개에 맞춰, 이들에 관한 내용을 담은 2부 콘텐츠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2025/06/30
‘예술창작실’ 문 연 아르코…"K-아트 확산 글로벌 레지던시 가동" “아르코 예술창작실이 세계무대에서 K-아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내외 예술가의 창조적 교류를 이끄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아르코·ARKO)는 2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아르코 예술창작실’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인바운드 레지던시 운영에 돌입했다. 개관식에는 일본, 베트남, 핀란드 등 해외 작가들과 후원사, 협력단체 관계자를 포함해 약 80여 명의 국내외 미술인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르코 예술창작실은? ‘국제 교류의 허브를 구축하고 K-아트 확산을 견인하겠다’는 목표 아래 기획된 새로운 레지던시 공간이다. 위원회가 직접 운영하는 첫 인바운드 레지던시로, 2025년 두 기수의 입주 작가 선정을 위한 국제 공모에는 세계 각국 작가들이 몰렸고, 시각예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최종 10명이 선정됐다. 선정된 입주작가는 총 10명으로, 2025년 6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두 기수(4개월씩)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 출신 작가들이 포함되며, 각자의 문화적 배경과 예술적 실험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 현장과의 교류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입주작가 10명 선정 1기(2025년 6~9월)에는 자연의 상징성과 물질적 감각을 조형화해온 손수민, 사회·정치적 맥락을 이미지와 텍스트로 풀어내는 윤향로 등 한국 작가 2인과, 핀란드의 조형미학을 탐구하는 발터 토른베르크, 베트남의 젠 문화를 시각언어로 풀어낸 부이 바오 트람, 젠더 감수성과 일상 풍경을 결합한 일본의 유스케 타니나카가 함께 한다. 2기(2025년 10월~2026년 1월)에는 회화에서 회복적 감정을 탐색하는 박정혜, 다매체 기반 사회적 관찰을 이어온 서희 등 한국 작가와 함께, 폴란드의 장소 특정성 기반 작업을 펼치는 카타르지나 마주르, 오스트리아 개념미술 작가 크리스티앙 슈바르츠, 식민성과 공동체 정체성을 주제로 활동하는 모잠비크의 휴고 멘데스가 입주한다. 입주 작가들은 오픈스튜디오, 세미나, 아트페어 참여, 성과보고전(아르코미술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국내외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게 된다. K-문화 탐방, 멘토링, 네트워킹 이벤트 등도 함께 진행되며, 개인 스튜디오와 숙소, 제작 지원비, 항공료 일부도 제공된다. 아르코는 기존 레지던시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해 신보슬 총괄 디렉터를 선임, 국내 기획자 중심의 큐레이션과 창작 프로그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레지던시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다. 2025/06/30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3만 명 몰려…“지역문화 중심지 부상”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두 번째로 수원에서 개최된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수도권 남부권의 현대미술 시장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행사였다.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SCC)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총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국내 정상급 갤러리 104곳, 작가 600여 명이 참여해 이머징부터 중견·원로 작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현대미술을 선보였다.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은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지역 문화 생태계의 활성화와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며 “현대미술을 보다 가깝고 일상적인 문화로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수도권 남부의 문화 중심지로서 수원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는 특히 젊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신진 작가들의 중저가 작품이 활발히 판매되며, 수원에서의 새로운 컬렉터층 형성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위동, 신지아, 오유빈, 정수영, 제니박 등 이머징 작가들이 주목받았고, 채성필, 이강소, 곽훈 등 중진 작가들의 작품도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전속 작가 중심의 출품 장려와 접근성 높은 가격 정책은 미술품 컬렉팅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재방문율이 높게 나타난 점은 현대미술의 대중화 확산을 방증했다. 행사 첫날 VIP 및 프레스 프리뷰에는 4700여 명이 방문했으며, ‘키즈 아트살롱’, 도슨트 프로그램, 토크 라운지 등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부대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었다. 아트살롱 오그림과 협업한 도슨트는 전 회차 조기 마감됐고, 주말에는 토크 라운지가 만석은 물론 외부 청취자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야외 부대행사로는 ‘갤러리스 나잇’, ‘레이크 바이브’ 재즈 공연, 와인 페스티벌 등이 펼쳐졌으며, 반려동물 동반을 위한 펫모차 대여 서비스도 운영돼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높이며, 미술 향유 방식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한국화랑협회는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서울 중심의 미술시장을 지역으로 확장하며, 부담 없이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장을 열며 지역 미술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06/30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3만여 점 아카이브 신규 수집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 미술연구센터가 2024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조성룡, 김종학, 우규승, 이은주, 마크 패츠폴 등 국내외 주요 작가 및 건축가의 아카이브 약 3만 점을 새롭게 수집했다고 30일 밝혔다. 미술연구센터는 2013년 개소 이래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연구·보존해왔으며, 현재까지 총 49만여 점의 아카이브를 구축해왔다. 이번 신규 수집은 건축·미술·사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것으로, 향후 전시, 출판, 학술행사, 원본자료 열람 등으로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건축가 조성룡(1944~)의 경우, 1965년부터 2020년대까지 생산된 건축 관련 문서와 사진, 스케치, 모형 등 1,200여 건이 수집됐다. 서울 아시아선수촌아파트(1986), 소마미술관(1995), 선유도공원(2001) 등 대표작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미학을 구현한 조성룡의 작업 궤적이 망라됐다. 화가 김종학의 경우, 초기 앵포르멜 시기 드로잉과 판화, 오브제, 전시자료 등 1,200여 점이 새롭게 수집됐다. 사회적 갈등을 표현하던 초기작부터 자연의 생명력을 담은 설악산 시기 작업까지, 작가의 사유와 조형 언어를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한국계 미국 건축가 우규승의 건축 설계도면, 작가 노트, 모형 등은 2만여 점에 달한다. 호암미술관(1982), 환기미술관(1993),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05) 등을 통해 내향성과 외향성의 건축 언어를 탐색한 그의 작업 세계가 총체적으로 기록됐다.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사진으로 담아낸 이은주 작가의 컬렉션도 주목된다. 뉴욕 스튜디오에서의 일상, 전시 현장, 작가 사후 장례식까지 백남준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담은 사진·필름 4천여 점이 수집됐다. 특히 작고 전 초상권 활용 동의를 받은 기록이 포함돼 활용 가치가 높다. 또한 백남준과 협업한 미국의 판화가 마크 패츠폴(1949~)의 설계도, 드로잉, 메모, 오브제 등 266건과 설치 과정을 기록한 사진·영상 5,900여 점도 확보됐다. 그는 '비디오때·비디오땅'(1992), '베니스 비엔날레'(1993) 등 400여 점의 백남준 작품 외관 디자인을 맡은 협업자였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연구센터는 동시대 예술의 이야기와 역사를 기록하는 미술관의 핵심 기능”이라며, “소중한 한국 미술자료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을 통해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공공성과 가치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25/06/30
대구 구수산도서관, 명화 속 생태 이야기 전시 개최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구수산도서관은 '국립생태원과 함께하는 명화로 만나는 생태' 전시를 진행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전시는 다음달 25일까지 구수산 아틀리에 지하 1층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명화 속 동식물에 담긴 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관람객은 전시에서 명화 액자, 일러스트 그래픽, 행잉 작품 등을 통해 예술 감상과 생태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앞서 구수산도서관과 국립생태원은 독서 문화 진흥 및 생태 중심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을 읽는 생태서가 조성, 도서관 거점 생태교육, 생태 주제의 찾아가는 전시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전시를 통해 명화 속 아름다운 자연물을 감상하고 현실 속 위기에 처한 생태와 환경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06/29
박강수 마포구청장, 책 더하고 마음 나누는 더북데이 참석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 28일 레드로드 R1에서 열린 제3회 더북데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29일 밝혔다. 올해로 3번째 개최되는 더북데이는 주민이 참여하는 독서 문화 행사다. 독서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책을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 행사는 2025년 그림책의 해를 기념해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마포구가 주최하고 16개 동별 더북데이추진위원회, 구립도서관 15개관, 마포복지재단, 새마을문고가 참여했다. 홍대호텔, 영풍문고, 대연컴퍼니, 미테르가 후원했다. 박 구청장을 비롯해 마포구민 등 약 100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알뜰 북마켓', '독서문화 체험·전시 부스', '클래식 그림책 콘서트', '김동성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야외도서관' 등을 체험했다. 박 구청장은 개막식에서 "더북데이는 사라져 가는 책 문화를 되살리고 다 읽은 책은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며 "마포구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더 많이 생겨 책 읽는 동네로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독서 문화 향상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2025/06/29
'완판' 오코쿠메, 다시 서울에…동반자 폴 세구라와 국내 첫 2인전 말랑한 곡선, 또렷한 눈망울, 대담한 색. 귀엽고 감각적인 이 이미지 속엔 묘한 낯섦이 있다. 마치 팝아트와 고전회화가 뒤섞인 듯한 감각. 스페인 출신 글로벌 작가 오코쿠메(40)의 세계다. 지난해 첫 한국 개인전에서 전 작품이 완판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오코쿠메가 오는 7월 18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위치한 PBG에서 다시 등장한다. PBG는 이번 전시 'Two Voices, One Path'는 그녀의 평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협업자 폴 세구라(Pol Segura)와 함께하는 2인전으로, ‘나눔’과 ‘공존’의 의미를 회화로 풀어낸다고 전했다. 전시는 두 작가가 20년간의 삶을 함께하며 이뤄낸 감정의 균형과 시각적 연대에 주목한다. 작업실 안에서 공유해온 예술적 긴밀감이 이번에는 전시 공간으로 확장된다. 제목 그대로 ‘두 개의 목소리, 하나의 길’이다. 총 23점의 신작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에서 오코쿠메의 시그니처 캐릭터 ‘코스믹 걸(Cosmic Girl)’은 내면의 정서를 투영하는 안내자로 다시 등장한다. 오코쿠메의 회화는 시각적으로는 팝의 외형을 띠지만, 몽환적으로 중첩된 붓질과 여백, 감정의 흐름은 고전회화의 정서적 깊이를 떠올리게 한다. 폴 세구라는 추상적 색면과 드로잉, 감각적인 리듬의 구성으로 오코쿠메의 회화와 균형을 이룬다. 이질적인 두 작가의 작품은 충돌보다 공존을 향하며, 개별 언어가 모여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오코쿠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문 Llotja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파리, 베를린, 로스앤젤레스, 홍콩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양조위, 애드리안 챙 등 세계적 컬렉터들에게 소장되며 일찌감치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최근 홍콩에서 발매된 한정 에디션이 릴리즈 직후 완판되며 그 인기를 다시금 입증했다. 2025/06/28
심상용 관장 "추상미술은 보이는 것에 갇히지 않으려는 예술" “모든 추상미술은 세계와 세계 너머 사이에서 진리와 선(善)의 감각을 성취하려는 시도다.” 서울대학교미술관 심상용 관장은 추상이 더 이상 초월적 관념의 유희가 아니며, 몸과 감각, 사회와 물질에 깊이 뿌리내린 사유 방식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서울대미술관은 전관을 활용한 기획전 '도상(途上)의 추상(抽象)-세속의 길에서 추상하다'를 개최했다. 전시는 오는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관념의 영역에 고립되어 있던 추상을 ‘길 위’로 끌어내려 현실에 밀착된 언어로 다시 풀어낸다. “추상미술은 ‘보이는 것을 부정하는 예술’이 아니라, ‘보이는 것에 갇히지 않으려는 예술’”이라는 전시 서문처럼, 이들은 세속의 한복판에서 출발한 인식의 지층을 통해 동시대 추상의 구체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 17인의 작가, 감각의 지층을 걷다 회화, 사진, 설치를 아우르는 17명의 작가는 추상을 감각의 언어, 기억의 조형, 시간의 구조로 해석한다. 참여 작가는 김서울, 김아라, 박경률, 박미나, 박정혜, 송은주, 심우현, 심혜린, 안종대, 양자주, 이은경, 이창원, 이희준, 조경재, 조재영, 차승언, 최영빈 등이다. 각 작가는 독자적인 추상 언어를 펼친다. 김서울과 박미나는 회화의 물질성과 도구를 해체하며 그 존재 이유를 묻고, 김아라와 이희준은 건축과 도시의 기억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재조형한다. 박경률, 송은주, 심우현, 심혜린은 파편화된 서사와 감정의 리듬을 회화적 제스처로 번역하고, 안종대, 양자주, 이은경은 시간의 흔적이 겹쳐진 층위로 추상의 물성을 조망한다. 산업 재료와 조명으로 감각적 공명을 일으키는 이창원, 이미지와 공간 관계를 조형적으로 재배열하는 조경재·조재영, 직조 오류와 연산 구조를 탐구하는 차승언과 최영빈까지, 17개의 고유한 추상은 하나의 지도 위에서 현실과 비현실, 감각과 사유 사이를 횡단한다. 알다가도 모를 추상미술, 그러나 알고 보면 보인다. 서울대학교미술관 심상용 관장은 “추상미술의 언어는 알파벳 형태로만 주어진다. 우리가 보는 것은 마치 인쇄된 글자의 낯선 형상과 같다”고 말한다. “신문을 거꾸로 든 채로는 읽을 수 없다. 다시 뒤집어야 단어가, 의미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뒤집기’ 자체가 추상의 감상을 창작만큼이나 흥미롭고, 동시에 도전적인 경험으로 만든다”며 “이번 전시가 그 탐사를 위한 의미 있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는 7월 4일 김희영·최태만 교수의 연계 강연이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5/06/28
테이트가 쏘아올린 질문…‘예술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영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 테이트(Tate)가 새로운 ‘생명줄’을 꺼냈다. 테이트는 최근 1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2580억 원)를 목표로 한 영구기금(endowment) 프로젝트 ‘Tate Future Fund’를 공식 출범하며, 장기적인 재정 자립 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 기금은 테이트의 전시, 연구,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원금은 보존하고 운용 수익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주요 미술관들이 운영해 온 영구기금 모델을 채택한 이번 결정은, 적자 예산을 감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미술관’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25주년을 맞은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에서 열린 갈라 행사에서 롤런드 러드(Roland Rudd) 이사회 의장이 기금 조성을 공식 발표했고, 이날만 100만 파운드가 모금됐다. 현재까지 총 4300만 파운드가 확보된 상태다. 26일 열린 갈라에는 팝 밴드 펫숍보이스와 배우 구엔돌린 크리스티가 공연을 선보였고, 미슐랭 셰프 루씨 로저스가 준비한 만찬이 테이트 트러스트 후원자들에게 제공됐다. 테이블보와 냅킨은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과 디자이너 피터 새빌이 디자인해 행사의 정체성을 더했다. 테이트 관장 마리아 발쇼는 “이 기금은 우리가 지금 당장 구멍을 메우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해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미국의 대형 미술관들이 이런 기금으로 유연성을 확보해온 만큼, 테이트 역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테이트는 2024~2025년 회계연도에 적자 예산을 승인한 상태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관람 수익과 자생적 수입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테이트는 영국 내 4개관(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을 운영하며, 국고 지원 외에도 유료 전시, 멤버십, 카페·숍 수익, 후원금 등으로 재원을 충당해 왔다. 테이트의 컬렉션 전시는 무료 관람이 원칙이며, 발쇼 관장은 “무료 입장은 테이트의 정체성”이라며 향후 유료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컬렉션은 국민의 것이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짜 전시’는 공짜가 아니다…테이트의 기금 실험이 던지는 질문 테이트의 행보는 단순히 해외 미술관의 재정 뉴스로 그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재정 압박에 직면한 것은 한국의 공공 미술관도 마찬가지이지만, 영구기금이나 구조적 수익모델을 갖춘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하거나 일회성 후원에 기대는 구조로, 장기적인 자립 기반은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테이트는 기부금 사용의 윤리성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모든 기부금은 윤리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기업 후원의 사회적 책임 논란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다. 한국 미술관 역시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외부 자본과의 접점을 보다 투명하고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예술계에선 이번 기금 조성이 “적자 보전이 아닌 창의적 재정 구조 설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실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