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展 간송미술관 덕분"…'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10선' "간송미술관 덕분입니다." 국내 최초 최대 규모로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10년 만에 한 풀이를 했다. 조선 회화사를 이야기할 때 '진경산수화'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을 빼놓을 수 없는 일. 언젠가 꼭 한번 치러야 할 전시지만, 국내 최초의 고미술 미술관 간송미술관 때문에 멈칫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문화유산 지킴이로 나선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평생 모은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과 청자 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등 1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은 겸재 정선의 최고작이 소장되어 있지만 미술사 연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조 실장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4년 전. 2021년 간송문화재단이 대구간송미술관을 건립하면서 작품 대여의 문이 열렸다. 이번 전시에 간송미술관은 보물 등을 포함해 진품명품 79점을 호암미술관에 내보냈다. 오는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펼치는 전시는 그야말로 '겸재 정선'의 축제다. 이건희컬렉션으로 유명한 '인왕제색도', '금강전도'(개인소장) 국보 2건을 비롯해, '풍악내산총람(간송문화재단)', 금강내산(간송미술문화재단)등 보물 10건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국내에서 다시 볼 수 없는 기회다. 고서화 보호를 위해 5월 6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돌아간다. 이후 이건희컬렉션 해외 순회전에 출품,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박물관을 시작으로 3년 간 해외에 머무른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으로 이뤄낸 전시는 의미가 크다. 간송 전평필(1906~1962)와 호암 이병철(1910~1987)의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을 일깨우며 그동안 다각적으로 조명해왔던 겸재 정선의 광대한 회화 세계를 일시에 조망하게 한다. 겸재 정선은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다. 중국 화보의 모방에 그쳤던 문인화를 떨치고 우리나라의 경관을 개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진경산수화 (眞景山水畵)를 정립, 당대는 물론 후대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담아내며,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조지윤 실장은 "현 시대 대중적으로 유명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도 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 전시는 정선이 남긴 위대한 회회적 성취는 물론 '문인 화가'로서 자부심으로 18세기 조선을 살고 간 한 예술가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총 165점이 모인 이번 전시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지만, 보험가액만 수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국내 고미술 경매 사상 첫 '보물'이자 최고가인 34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던 '퇴우이선생진적첩'(삼성문화재단 소장)도 선보인다. 'K 아트 원조'이고, '진경 산수화 걸작'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너무 많은 작품 때문일까? 300여 년의 세월의 더께를 쓰고 고풍스러워진 그림들은 현대인들을 쉽게 매혹하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에서 누렇게 변한 그림들은 '은근의 미학'을 전한다. 지나치게 거칠고 화려한 현대미술에 찌들어 있는 시대속에 '자연 순 맛', 한국 전통 고유의 미감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다. 조지윤 실장은 "전시를 기획하고 보니 정선의 총체적인 예술세계는 문인 의식과 집안에 대한 자부심까지 볼 수 있었다"며 문인 화가로서의 자의식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한번 봐서는 모른다. 천천히 여러 번 관람하는 것"을 당부했다. 겸재 정선의 역대급 그림 165점이 쏟아진 이번 전시에서 조 실장이 추천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10점을 작품 설명과 함께 소개한다. ◆①국보 금강전도:18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담채 130.8 x 94.5cm(개인소장) 금강산은 정선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장 많이 그린 주제다. 정선은 평생 여러 차례 금강산 일대를 여행했고, 수많은 금강산 진경산수화를 남겼는데, 이 작품은 그 중에서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강전도'는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을 그린 것으로,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가 모두 한눈에 들어오도록 위에서 내려다 본 시점으로 그려져 있다. 정선은 뾰족한 암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토산을 오로지 점과 선 만으로 뚜렷하게 대비시켜 표현했다. 이처럼 금강산의 전체 모습을 그린 전도(全圖) 형식의 그림은 금강산을 그릴 때 오랫동안 애호했던 형식이다. 일종의 회화식 지도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금강산의 경치와 명소를 상상하는 와유(臥遊)의 목적으로 널리 그려졌다. 당시 사람들은 금강산을 직접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 작품을 머리맡에 두고 마음 편히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②국보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종이에 수묵 79.2 x 138.2cm(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회장 기증) 정선이 76세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쌓아 온 진경산수화의 대가 다운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 대작이다. 정선은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개이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왕산의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하였다. 물기가 남아 있는 거대한 암벽을 진한 먹으로 중첩시키고 다른 산들은 빠른 필선으로 간략하게 표현하여 인왕산의 육중한 골격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였다. 양감이 풍부한 암벽의 처리, 농묵으로 능란하게 처리된 소나무들, 걷히는 비구름 밖으로 돋보이는 굴곡이 심한 산봉우리, 생동하는 전체의 경관 등에서 완숙한 경지에 오른 정선의 필치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③보물 '풍악내산총람' 18세기 중엽, 비단에 채색 100.8 x 73.8 cm(간송미술문화재단) 이 그림은 단발령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금강산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섬세한 필치와 색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거친 암산(岩山)은 녹색 바탕 위로 흰색이 더해져 마치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깎아지른 듯한 암봉들은 날카롭고 기묘한 형상을 띤다. 반면, 수풀이 울창한 토산(土山)은 부드러운 붓 터치와 짙푸른 색채, 길쭉한 점 형태의 나무 표현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또한 단순한 자연 경관 묘사를 넘어, 금강산의 조화로운 음양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험준한 바위산과 부드러운 흙산이 조화를 이루고, 그 사이로 자리 잡은 사찰과 암자, 형형색색의 단풍이 어우러지며 금강산의 깊은 가을 정취를 완벽하게 전달한다. 정선이 64세 무렵, 채색을 다루는 데 완숙한 경지에 오른 정선의 대표작으로 '금강전도'와 또 다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인왕제색도와 교체 후 5월7일부터 전시한다) ◆④보물 '금강내산'(해악전신첩)1747년, 비단에 수묵담채, 32.6 x 49.6 cm(간송미술문화재단) '해악전신첩'은 ‘바다와 산의 정신을 담은 화첩’ 즉 금강산과 동해 바다의 초상화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711년 정선의 오랜 벗 이병연은 금강산 초입의 금화현에서 현감으로 재임하던 중 스승인 김창흡과 정선을 초청하여 함께 금강산을 여행하고 김창흡과 이병연은 시로, 정선은 그림으로, 금강산의 아름다움과 그 감상을 표현했다. 이때의 그림과 시가 합쳐져 (전)'해악전신첩'(1712년)을 만들었다. 아울러 이 화첩은 '신묘년풍악도첩'과 함께 정선이 화단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해악전신첩'은 소실되었는데, 겸재가 72세에 금강산을 여행하고 노대가의 솜씨로 그려낸 것이 1747년에 제작된, 동일한 명칭의 (후)'해악전신첩'이다. 이 화첩에는 21면의 그림과 78세로 생존해 있던 이병연이 쓴 시, 당대 명필인 홍봉조가 쓴 김창흡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필법은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되었고, 화면 구성은 생략과 강조가 자재롭게 구사되어 각 화면의 주제가 더욱 부각되어 정선 진경산수화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⑤보물 '사선정(해악전신첩)' 1747년, 비단에 수묵담채 32.5 x 25.1cm(간송미술문화재단) '사선정'은 강원도 고성군의 삼일포 또는 삼일호 라고도 부르는 호수 중앙의 큰 바위섬에 건립된 정자이다. 이 섬은 신라 때 국선 4명이 이곳에 왔다가 그 경치에 홀려 3일 동안 돌아가는 것도 잊고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정선은 '신묘년풍악첩'(1711년), '관동명승첩'(1738년), '해악전신첩'(1747년), '관동팔경도'(1751년경) 등에서 이 삼일호를 그렸으며, 72세에 그린 '해악전신첩'의 '사선정'은 정선의 화면 구성의 대담성, 필법의 완성도, 대상의 추상화 등이 가속화되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사선도의 바위나 그 위쪽 문암봉 등의 바위를 조개껍질처럼 표현하거나, 사선정 아래 우뚝 솟은 바위는 합장하고 서 있는 사람처럼 그리는 등의 필법이 눈에 띈다. ◆⑥청풍계(장동팔경첩), 18세기, 종이에 수묵담채33.7 x 29.5cm(간송미술문화재단) 장동은 지금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일대로, 정선이 태어나 평생 평생 살았던 곳이었다. 그러므로 정선은 장동의 모습을 진경산수화로 정립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장동의 여러 명소를 그림으로 담아내었다. 정선이 76세경인 1756년에 제작한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의 '장동팔경첩'은 정선이 노년기에도 화법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아 더욱 원숙해진 필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선은 80대 초반에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장동팔경첩'도 남겼다. 청풍계는 인왕산 동쪽 기슭의 북쪽에 해당하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52번지 일대의 골짜기를 일컫는 이름이다. 이곳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했던 선원 김상용이 살던 곳이다. 김상용은 당시 세도가이자 정선의 후원자였던 장동 김씨 가문의 선조였다. 이 그림은 태고정에 초점을 맞춰 늠연당과 청풍지각 등 건물을 오른쪽으로 배치하고, 만송강과 창욱봉을 왼쪽에서 대응하게 했다. 장맛비 그친 여름날의 경치인 듯 주변의 수림과 바위들이 물기에 젖어 온통 짙푸르게 표현됐다. ◆⑦보물 '압구정(경교명승첩)' 1740~1741년 비단에 채색 20.0×31.0cm(간송미술문화재단)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정선은 1740년 65세의 나이로 양천현(현재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 현령(종 5품)으로 발령받았다. 이듬해인 1741년 2월에 겸재의 친구이자 뛰어난 시인이었던 이병연이 겸재에게 편지를 보내 시와 그림을 서로 바꾸어 보자는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의 약속을 제안하였다. 이 약속대로 겸재가 양천현령 시절(1740–1745) 한강을 비롯하여 서울의 빼어난 경치와 다양한 고사를 그려 만든 화첩이 '경교명승첩'이다. '압구정'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의 옛 모습으로, 강변을 따라 높은 언덕이 줄지어 있고, 주변으로 기와집, 초가집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가장 끝 언덕 위 높이 지어진 큰 기와집이 압구정으로 권신 한명회(1415-1487)가 건립한 정자이다. 압구정 앞 강 건너는 중종 때부터 독서당(젊고 총명한 관리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하게 하던 집)을 두었던 두무개이고, 그 뒤로 짙은 녹색으로 그린 산이 남산이다. 남산의 정상에는 큰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한국 전쟁 때 까지도 이 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압구정 주변의 산 언덕은 연둣빛으로 칠하고 초록으로 덧칠해 높은 언덕의 그늘을 표현하고, 먼 산들은 군청색을 옅게 칠해 서울 주변의 산들을 그윽하게 그렸다. 다만 남산은 멀리 있지만 짙푸른 소나무 숲을 강조하기 위해 짙은 녹색으로 그려 다른 산들과 구별되게 했다. ◆⑧박생연, 18세기 종이에 수묵담채 98.2× 35.8cm(간송미술문화재단) 개성 대흥산 대흥산성 밖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박연폭포이며, 박생연은 박연폭포의 다른 이름이다. 박연폭포는 돌 항아리같이 생겼는데, 너럭바위가 연못 중심에 솟구쳐 올라와 있어, 도암(島巖)이라고 한다. 박진사라는 사람이 이 연못 위에서 젓대를 불었더니 용녀가 그것에 감동하여 물속으로 끌어들여 남편으로 삼았기 때문에 박연이라 하며, 그 어머니가 와서 울다가 아래 연못에 떨어져 죽으니 고모담이라 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박연폭포가 거대한 암석이 층층이 쌓여서 천길 벼랑을 이룬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폭포 좌우에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어 폭포가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데, 특히 폭포 우측에 솟구쳐 오른 암봉은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접으며 내려 앉는 박진감 넘치는 자태라서 화면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폭포는 바탕색을 그대로 두면서 그 위에 호분을 덧칠하여 가을 물의 흰빛을 강조해 놓았다. 폭포 아래쪽에 범사정이 있고 그곳에서 갓 쓴 선비 세 사람이 두 명의 시동을 거느리고 단풍 든 폭포를 감상하고 있다. 마치 폭포의 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실감나는 작품이다. ◆⑨보물 '여산초당' 18세기 비단에 채색 125.5 x 68.7cm(간송미술문화재단) 이 작품은 당 나라의 시인 백거이(772-846)의 여산초당을 그린 것이다. 「여산초당기」에 묘사된 여산초당은 북쪽엔 향로봉, 동쪽엔 폭포가 있으며, 남쪽 네모난 연못에 백련이 피어있고, 개울 따라 늙은 소나무와 삼나무가 있어 그 키를 알 수 없다 했다. 겸재 정선은 이 글을 읽고 시정과 화흥이 넘쳐 이 그림을 그린 듯 하다. 초당에 앉은 백거이의 모습은 정선이 자주 그리던 전형적인 조선 사대부의 모습으로 붉은 난간을 두른 초당에 앉아 백련이 핀 연못과 벌레 쪼러 거니는 단정학을 바라보고 있다. 초당 뒤편의 대나무, 주변의 소나무와 향나무, 동구의 소나무도 정선의 진경산수화풍으로 그려 놓았다. 혹시나 백거이의 여산초당임을 잊을까 봐 동구 밖의 동자는 중국풍의 멜대를 어깨에 메고 초당으로 오르는 모습으로 그려 놓았다. 둥근 돌이 쌓여 있는 듯 표현하는 반두준, 와운준과 수직 절벽의 필법, 대담하고 짙푸른 수목 등이 정선 특유의 화법이라서, 그가 진경화풍을 확립해 정형산수에 응용하는 단계인 70대 중반 이후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⑩우화등선·연강임술첩서문 홍경보 27.6 x 94.6 cm 개인소장 경기도 관찰사였던 홍경보(1692-1744)는 1742년 임술년에 이 화첩의 제작을 기획하였다. 임술년은 과거 북송대 지식인인 소식의 '적벽부'가 집필된 해(1082)이다. 홍경보는 동일한 임술년인 1742년에 소식의 행적을 따라 정선과 신유한(1681-1752)을 초청하여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하였다. 또한 그는 이 때의 행적을 기록하기 위해 정선에게는 그림을, 신유한에게는 글을 요청하였다. '연강임술첩'은 홍경보의 서문을 시작으로 정선의 두 그림과 신유한의 '의적벽부'로 완성되어 총 세 벌이 제작되었으며, 현재 두 벌 만이 남아 전해지고 있다. 정선의 관직 생활과 함께 주변인들과의 교유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전시에는 겸재본, 홍경보본 두 벌을 최초로 동시에 전시한다. 우화정은 경기도 삭녕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정자이다. 이 정자는 1667년에 삭녕군수였던 이산뢰(1603-1671)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그 이름은 소식이 저술한 「(전)적벽부」의 ‘날개가 돋혀 신선으로 오름이라’ 이라는 구절에서 차용되었다. 이 구절은 우화정 아래의 포구에서 배에 오르는 장면이 묘사된 '우화등선' 작품명에도 응용되었다. 정선은 강에 잇닿은 절벽을 짙은 먹과 거친 부벽준으로 강렬하게 표현하였다. 반면 절벽 뒤로 봉긋 솟아있는 토산은 느슨한 필치의 피마준과 미점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대조는 강에 인접한 절벽을 부각시켜 이 행사의 주된 목적인 '적벽부'의 재현을 연상하게 한다. 2025/04/01
제2회 '아트 오앤오', 올해 첫 국내 아트페어 문 연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프리미엄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ART OnO 2025)가 오는 4월 10일 VIP 프리뷰 개막을 시작으로 13일까지 4일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다. 화랑미술제(4월16~20일)보다 먼저 문을 열어 국내 미술시장을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MZ 컬렉터 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가 지난해 펼친 새로운 형태의 아트페어로, 현재 미술계에서 뜨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 중심의 미술장터다. 올해는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태국 등 세계 20여 개국 41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첫 해인 지난해에는 20여개국에서 5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 아트사이드갤러리, 갤러리2, 갤러리바톤, 지갤러리, 기체, 서정아트, 피비갤러리, 에이라운지, 백아트, 디스위켄드룸 등 주요 갤러리들이 참가한다. 참가 갤러리 41곳 중 20곳이 해외 갤러리로 에스더쉬퍼, 마시모데카를로, 두아르트스퀘이라, 페레스프로젝트 등 지난해 참여했던 글로벌 화랑이 재참여를 확정했다. 올해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카이카이키키와 미국 뉴욕·벨기에 브뤼셀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니노마이어 갤러리 등 10여곳이 첫 참가한다. 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는 “올해 새롭게 해외 화랑 10곳의 국내 아트페어의 첫 참가 확정은 아트오앤오가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한국 미술 시장을 글로벌 무대로 연결하는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젊은 작가들 작품의 비중이 높지만 이머징(emerging·신흥) 작가들과 블루칩 작가들 작품 등 다채로운 작품이 전시장을 채워 관람하는 재미가 배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03/31
공진원 창립 25주년…'분명한 여정, 25년'전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은 기관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기획 전시 '분명한 여정, 25년(The Obvious Journey, 25 Years)'을 4월 1~~20일 서울 인사동 KCDF갤러리(전관)에서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진원은 2000년 한국공예문화진흥원으로 출범한 이후 한국디자인문화재단과의 통합을 거쳐 2010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으로 재탄생했다. '분명한 여정, 25년'전시는 지난 25년 동안의 주요 사업연혁과 미래비전을 함께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시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올해의 공예상’을 수상한 공예작가들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공예와 디자인, 전통문화 분야에서 이룬 성과와 기관의 미래방향성을 짚어보는 전문가 대담 등을 포함한 아카이브북도 함께 발간한다. 공진원은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올해, 공진원은 급변하는 문화예술 환경 속에서 그간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23년 장동광 원장이 취임한 이후, ▴차이와의 만남(2024년), ▴한국성의 맥(2025년), ▴공예의 미래상(2026년)이라는 3개년 연차적 의제를 설정하여 한국 공예와 디자인, 한복을 포함한 전통문화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동광 원장은 ““전통과 현대공예 및 디자인, 전통문화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창작자와 연구자, 그리고 대중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여 지속가능한 공공기관으로 나아가는 기틀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5/03/31
‘문화보국’ 결정체…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165점 한자리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이전에 겸재 정선이 있었다." 조선 회화의 거장, '진경산수의 창시자' 겸재 정선(1676~1759)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과 손잡고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특별전 '겸재 정선'을 오는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펼친다. 이버 전시는 2025년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 2026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기획 됐다. '정선'을 주제로 개최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 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8곳의 기관과 개인의 소장품 총 165점(국보 2건, 보물 7건 57점, 부산시유형문화재 1건)을 선보인다. 아울러 정선의 지정 작품 12건(국보 2건, 보물 10건) 중 8건을 최초로 한 자리에 모았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 상반기 해외로 순회하는 이건희컬렉션으로 유명한 '인왕제색도'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대규모 '겸재 정선'전이 성사되었다"며 "이번 전시는 마치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담아내 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겸재 정선은?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로, 전통 회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당시 화단을 주도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관을 개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진경산수화 (眞景山水畵)를 정립하여, 당대는 물론 후대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담아내며,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조선 후기 회화의 사상적·미학적 변화를 반영한 시대적 산물이다.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적 경향, 문인화적 요소, 유람 문화, 그리고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조선 후기 미술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대표작인 진경산수화는 물론 사대부의 정취를 보여주는 관념산수화, 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고사인물화, 화조영모화, 초충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성취한 정선의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호암미술관은 "단순히 정선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조선 후기 회화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전시 전시는 1, 2부로 나누어 열린다. ▲1부 '진경에 거닐다'에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정선이 처음 그리기 시작하고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랐던 한양 일대를 그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하며, 그 외에도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의 명승지를 통해 정선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2부 '문인화가의 이상'에서는 진경산수화 외에도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정선의 예술 세계 전모는 물론, 그가 가지고 있던 문인 의식과 집안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양대 사립미술관 호암미술관×간송미술관 협력 의미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을 창업한 호암 이병철(1910~1987) 회장이 도의를 고양하고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1965년 설립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에 귀중한 문화유산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문화유산을 수집했고, 이를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하여 재단 컬렉션의 근간을 이뤘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평생 수집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신했으며, 1938년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現 간송미술관)을 설립하여 대중이 전통문화를 향유하도록 했다. 호암과 간송은 모두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을 실천하고, 일평생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이를 대중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이번 전시는 두 선각자의 공통된 혜안이 ‘겸재 정선’이라는 한국 회화사의 거인을 중심으로 하나의 전시로 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하여 겸재 정선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리움과 호암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실장이 진행하는 큐레이터 토크가 4월 9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린다. 미술사가 이태호 선생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며,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더불어 정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한편, 호암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2026년 대구간송미술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는 관람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편도 50분)를 매주 화~금, 매일 2회 리움/호암 홈페이지 사전예약하여 이용할 수 있다. 2025/03/31
보안1942 기획전 '흙진주'…김주리·이은경·이은영·정아롱 "지구의 물질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흙에 주목하며 새로운 인식의 방향을 제안한다."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은 4월 4일부터 5월 18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보안 1, 2, 3에서 기획전시 '흙진주 Earth’s Treasure'를 개최한다. 전시는 흙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기 위한 시각을 제안하고 희생이 아닌 새로운 연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펼쳐진다. 김주리, 이은경, 이은영, 정아롱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 2025/03/29
이성훈 회장 "화랑업 신고제, 세계 어디도 없어…미술진흥법안 모순"[문화人터뷰] "미술진흥법 이대로 시행되면 화랑들 고사합니다."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의 취임 일성은 절망적인 소리부터 나왔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그는 탄핵 정국과 경기불황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도입'이라며 "'미술진흥법안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조항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화랑협회 사상 첫 '법조인 회장'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제 22대 회장 선거에서 총 133명의 회원 화랑 중 72명의 표를 받아 윤여선 갤러리가이아 대표를 제치고 당선됐다. 1977년 인사동에 선화랑을 설립한 故 김창실(1935~2011) 제5, 8대 화랑협회장의 장남으로, 어머니 작고 후인 2011년부터 부인(원혜경)과 공동 대표를 맡아 선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국내 화랑 170여 곳이 가입한 단체로 ‘화랑미술제’ ‘키아프’ 등을 개최하고, 미술품 감정기구 등을 운영한다. 협회장 임기는 2년으로 무보수 명예직이다. "앞으로 2년밖에 안 남았는데 선거 때 보니 회원들이 심각성이 전혀 없었다"며 "미술진흥법안을 알리자 '큰일 났다'는 분위기가 일면서 회장 당선에 큰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술진흥법 시행으로 순차 도입이 확정된 '화랑업 신고제(2026년)와 '재판매보상청구권(추급권·2027년)'에 대해 화랑업계 종사자들이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인터뷰 내내 법 조항을 일일이 읽고 따져보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화랑업 신고제나 추급권 도입은 현재 우리 미술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는 입장이다. 회장 자리에 앉기 무섭게 전문가들과 테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지난해 7월 제정된 미술진흥법 시행령의 모순을 꼬집고 있다. ◆'화랑업 신고제' 왜 문제인가? "미술진흥법안 제 18조를 보면 '미술 서비스업을 하려는 자는 신고서의 기재사항, 첨부서류 등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한 사항 중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같다'고 신고할 의무를 부과해 놨어요. 다음에 신고한 것이 변경될 때도 신고를 해야 되고. 문제는 이 '신고 요건'을 어떻게 평가할 것 입니다." 그는 "법이 치밀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미술 서비스업 신고 제도는 법 제정을 통해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미술의 유통 및 감정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된다. 현재 미술 서비스업이 별도의 제도 없이 자유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이 어려웠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문체부는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관계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세부적인 신고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사실 규제를 제일 덜 받는 게 신고제"라면서도 "화랑업의 신고제는 불확정 개념으로, 미술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인지 등 신고 사항을 어떻게 규정할 것 인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라도 간이 음식점은 신고를 하면 할 수 있어요. 허가제로 가장 대표적인 게 건축이죠. 요건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판단 작용이 정해지는데, 화랑업은 이런 적용을 쉽게 할 수가 없어요. 신고라는 게 인적, 시설 물적 등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이 합당하기만 하면 다 받아주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화랑은 곤란한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는 "건물이 으리으리하고(시설), 고학력 큐레이터(인적)가 있고 직원이 많고(물적)하면 신고제 요건에 맞을 수 있다"면서 "대기업 백화점 등도 신고만 하면 화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이 때문에 협회에서 신고제를 비판 하는 이유"라고 했다. "작가를 발굴해서 양성하는 화랑업을 건설업 면허처럼 적용할 수 없잖아요. 예술적 측면에 있어서 추상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화랑업을 신고제로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화랑업은 사업자 등록으로, 다른 나라에도 신고제나 허가제는 없다. "그동안 문제 많은 화랑들이 있었죠. 고객 등 치고 작가들 착취하고, 이런 일부 엉터리 화랑들 때문에 미술품이 투기품으로 오심되면서, 국민(컬렉터)과 작가들도 피해를 입으니까 정부가 나서 정리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입법을 한 것 같은데 세계 어디에도 화랑을 신고제로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정부는 업계에서 의견을 수렴 중이지만 제대로 된 의견을 내고 싶어도 아무 설계가 없는 상태에서 뭘 신고해야지 모르고, 법을 제정하고 시행도 한번 안 했는데 폐지하라고 주장 하는 것도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 "스펙트럼이 다양한 화랑업은 시장의 자정적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사실 화랑이라고 다 같은 화랑이 아니다. 소위 '대관 화랑'은 화랑협회 회원 자격이 안된다. "작가 발굴은 전혀 관심이 없고 공간 임대업만 하는 화랑들은 신청해도 떨어져 화랑협회 신규 가입 문턱이 높다는 불만도 많다. 3년 이상 기획전을 했나 안 했나 등 심사는 까다롭게 해, 10:1의 경쟁률을 보인다"고 했다. 준 회원인 화랑이 수명의 아트딜러들을 운용해 최근 자격 박탈된 일도 있다. 이 회장은 미술진흥법안 2조 6항에 있는 '화랑업'에 대한 정의가 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화랑업이란 작가를 발굴 또는 양성하고 미술전시를 통하여 미술품을 대여, 중개하거나 판매하는 업을 말한다.') "그런데 정책 입안자들도 화랑이 작품을 전시 판매하거나 중개해서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좋겠죠.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화랑은 작가를 발굴 지원 육성해서 훌륭한 문화 예술 향유 기반을 만들게 하는 것이 주된 기능입니다. 작은 화랑이라도 꾸준히 기획전을 열고, 자본이 부족하더라도 공적 신념을 실천해 나가면서 작가들이 작품을 잘 만들어 갈 있도록 지속적인 전시 개최로 작품을 판매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화랑의 소명입니다." ◆"재판매보상청구권 유예해야" 2018년부터 논쟁이 된 재판매보상청구권(추급권)은 2027년 도입이 확정됐다. 미술진흥법 제3장 제24조에 미술품재판매에 대한 재판매보상청구권은 미술품이 작가로부터 최초 판매된 이후 재판매될 때 이를 창작한 작가가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다. 예외 조건은 있다. 500만원 미만과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한 후 3년 내에 파는데 2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일명 '추급권(Resale right)'으로 불린다. 고흐, 세잔 등 미술품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및 그 가족이 빈곤하게 삶을 마감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응하고자 프랑스에서 1920년 처음 도입됐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며, 재판매보상금 요율은 작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회장은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인데 실제로 그 원래 만든 목적을 달성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로 '밀레의 만종'을 예로 들었다. "밀레의 만종을 처음에 작가가 팔았을 때 75달러에 팔았어요. 저작권료가 10%라면 7달러 정도의 저작권료를 받고 밀레는 그걸로 끝, 그다음에 저작권자가 없어요. 그 다음에 누구한테 팔려도 작가에게는 전혀 혜택이 없어요. 음악은 노래를 계속 부르면 계속 돈이 들어오는데 왜 미술은 그게 없느냐 하지만, 저작권 성격상 당연한 거예요. 음악은 악보(종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악보 이미지와 가사 이미지가 중요한 거잖아요. 복제로 해서 또 노래 부르면 되는 것이지만, 미술품은 복제한 복제물은 가치가 제로(0)입니다." 그는 "저작은 인격권, 재산권으로 나누는데 저작 재산권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복제권이지만 미술품의 복제품은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악은 작가가 죽을 때까지 돈을 받는데 왜 미술품은 없을까?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 해서 프랑스에서 1920년 대에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추급권은 다 상호주의 셈입니다." "유럽의 시행 국가들도 겉으로 하는 척을 하지만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더라는 분석이 있다"며 "화랑협회에 소속돼 있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여러 논문에 나오는 객관적인 자료가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추급권이 작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드는 건데, 실제로는 작가 이익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무슨 이유일까? "외국은 사후 70년입니다. 우리나라는 30년이지만. 외국의 경우 70년 동안 받는 사람을 보니까 안 받아도 되는 사람들 엄청난 거장들 이런 사람들은 계속 받더라는 거죠. 그런데 신인들은 리세일 뿐만이 아니라 세일이 안 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전시회를 못한다는 거죠. 화랑이 부실해질 경우 전시회를 못하고, 작가 보호라는 원래 목적도 달성을 못하더라 이런 논거가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00원에 리세일하는 작품 수수료율을 5% 정도로 예상하면 105원을 줘야 하는데 매수인은 이전에 100원에 샀던 것을 105원에 사니까 거래가 위축되겠죠. 거래가 위축되면 화랑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작가 발굴도 어려워질 수 밖에 없어요. 이게 첫 번째 역기능이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현실적 실태입니다." "화랑이 그림을 2000만원에 파는데, 신고해야 됩니다. 매매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림을 사는 입장에서 이 얘기를 들으면 현실적으로 살까요? 안 살까요?" 현재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5000억원 대로, 80%가 개인 컬렉터에 의존한다고 집계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기업, 법인이 수요자입니다. 그러니 세금 자료가 나온다 해도 그리 부담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에는 대개 그림이 좋아서 기호 혹은 향유 목적으로 사는데, 일일이 신고하면서 그림을 사고 싶진 않을 거란 얘기죠. 이런 법 제정으로 국내 미술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그는 또 법 조항을 읽었다. "26조에 보면 미술 진흥을 위한 사업을 전담하는 기관 또는 재판매 보상권을 가진 자로 구성된 단체로서 비영리, 그 다음에 작가 보상금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는 이런 단체를 만들어서 둘 중에 하나로 하도록 법에서 규정을 해 놓았어요. 그런데 세부 조항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미술 진흥 전담 기관은 문화체육부 장관이 정하는 정부 산하 기관이 된다"며 "행정 기관이 개입하면 재판매 보상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과세 자료로 다 쓰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음성적 거래와 지하경제의 요인 될 것이라고 짚었다. "화랑은 파는 그림을 다 신고해야 되니, 구매자 이름도 신고서에 다 써야 합니다. 하지만 매수인들이 거부할 때 법적 의무를 면탈하기 위한 동조자 공범이 되는거죠. 아니면 숨어서 거래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누가 화랑에 그림 사러 올까요? 최악의 경우 적지 않은 화랑들이 문을 닫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겁니다." 또한 "재판매 보상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정보의 범위나, 제공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정할 것이냐, 구체적인 안은 무엇인가를 따져보고 있고, 요청을 받으면 따라야 된다고 규정했는데 이 또한 제재 규정 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미술품 거래는 돈 세탁 창구'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기에, 이번엔 '탈세범을 도와주는 일을 못하게 돼서 반대한다'는 소리까지 들을 수는 없다"며, "미술 시장의 유통 구조와 인식을 개선할 시간을 먼저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 법인 미술품 구입비 공제한도 1000만→3000만원 확대해야" "결국은 미술 시장의 주요 구매자 층을 기업 중심 수요자로 확대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미술품을 많이 살 수 있게 하려면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10년 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액수는 제한이 있지만 갯수는 제한이 없다. 그렇다고 상황 상 5000만원짜리를 사야 할 경우, 1000만원짜리 5개 샀다고 꾸미면 탈세범이 된다. 이 회장은 "1000만원 이하는 대학원생 정도 작품 값에 불과하다"며 "현실적인 측면에서 기업 법인의 미술품 구입 촉진을 위해 현재의 1000만원 상한선을 최소 3000만원으로 올리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신고제나 추급권 제도 도입에 순응해 나갈 수가 있다"며, "시행 시기도 최소 5년 정도는 늦춰야 우리 미술시장의 건강한 생태계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법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회 회원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 회장은 현재 화랑협회 일에매진 중이다. 미술진흥법안 대응도 시급하지만 당장 실질적인 일들이 산적해 있다. 4월 화랑미술제에 이어 키아프의 미국 시카고아트페어 진출, 9월 여는 키아프 참여 화랑 심사까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고제든 추급권이든 화랑업의 본질과 밀착되어 있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결국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화랑의 역할이 선순환 되어야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된다"는 그는 "화랑은 문화유산을 만드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어릴 적, 약사이던 어머니는 그림을 모았고, 덕분에 국내외 쟁쟁한 화가들의 그림에 묻혀 살았다. "1977년 대학 입학을 앞둔 당시 어머니가 화랑을 차린다고 하셨어요. 제가 '왜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는데 어머니는 '화랑은 장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저를 설득하셨어요." 그는 "어머니가 화랑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문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제야 그 말씀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화랑협회장이 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제가 화랑 운영도, 회장 출마도 안 했을 것이지만, 아마 대견하다고 말씀해주셨을 것 같아요. 어머니는 생전 스스로를 '화상'이라고 부르며 문화 사업가로서 자부심이 많으셨어요. 이번 선거에서도 어머니 덕을 많이 보면서 깨달았어요. 저희 부부에 이어 아들이 선화랑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장사꾼이 아닌 화랑의 사명감으로 정통 기획 화랑으로서 대를 이어 갈 겁니다." 2025/03/29
잔해와 파편 속 '미래의 고향'…이미래 첫 퍼포먼스 공개 설치미술가 이미래(37)의 퍼포먼스 신작 '미래의 고향'이 공개됐다. 28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이 다원예술 '우주 엘리베이터'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펼친 이미래의 '미래의 고향'은 우주 개발과 같은 인류의 거대한 도전이 남긴 흔적들에 주목했다. '미래의 고향'은 작가의 첫 퍼포먼스로 그동안 설치 작업에서 암시적으로 다루어왔던 시간성과 공간성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구현했다. 작가는 “폐기물은 생산의 이면이며, 우리가 꾸는 모든 꿈이 결국에는 돌아가게 될 장소”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잔해의 이미지는 단순히 우리가 망각하고자 몸부림치는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바로 뒤에 바싹 붙어 있는 풍경”이라고 했다. 이번 '우주 엘리베이터'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우주의 반대편을 응시하며, 잔해와 파편 속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삶의 가능성과 공동(체)의 존재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미래는 서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현재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홀에서 개최되고 있는 개인전 '열린 상처(Open Wound)'를 통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 산업 시스템과 유기적 생명력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 행사는 전시 모드와 실연 모드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시 모드는 28일부터 30일까지 미술관 운영 시간(10시-18시, 토요일은 21시까지) 중 퍼포먼스 시연을 제외한 시간에 상시 관람할 수 있다. 실연 모드는 28일 오후 2시, 5시에 이어 29일 어후 5시, 8시, 30일 오후 2시, 5시시 열린다. 음악가 이민휘와 배우 배선희가 실연자로 참여한다. 2025/03/28
무학 굿데이갤러리, 지역작가 김재호 초대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 본사 내 굿데이갤러리는 '2025 좋은데이 지역작가 초대전' 첫 번째로 김재호 작가전을 지난 27일 개막했다고 28일 전했다. 추상화가로 알려진 김 작가의 작품 25점을 '자연- 빛, 공기, 색'을 주제로 5월28일까지 전시한다. 숲, 꽃, 사과와 같은 자연적 모티브를 활용하여 캔버스 위에 섬세하고 밀도감 있는 붓질을 겹겹이 쌓아, 마치 자연이 숨 쉬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국립창원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창원미술협회 창작상, 한국예술평론협의회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상, 대한민국미술인상 정예작가상, 경남예술인상 공로상을 수상했고, 개인전 20회, 중작파 회원전 등 각종 전시회에 580여 회 참여했다. 무학은 지역 작가들을 위해 2023년부터 '좋은데이 지역작가 초대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전시 공간과 개최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지원하고 있다. 2025/03/28
아트바젤 홍콩2025, P21갤러리 신민 '유주얼 서스펙트' 주목 "노동자의 머리카락에 담긴 인간 노동의 이야기입니다." 홍콩에서 26일 개막한 '아트바젤 홍콩2025' '디스커버리즈'(Discoverise) 섹션에 신민(40)작가의 '유주얼 서스펙트'가 주목받고 있다. 전시 타이틀 '유주얼 서스펙트'는 '유력한 용의자'를 뜻하는 표현으로 머리망을 쓰고 일하는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다룬 작업이다. 고객의 민원이 제기되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머리카락을 흘린 범인'을 찾아내는 현실을 꼬집는다. 아트바젤 홍콩이 올해 처음 선보인 섹션으로 신진 작가의 개인전 형태로 펼쳤다. P21 갤러리가 소개한 신민 작가는 상금 5만달러 규모의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최종 후보 3명에 올랐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상업화랑 P21과 소속 계약을 맺은 작가는 개인전도 이어진다. 오는 4월 초 서울 이태원 P21에서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을 선보이는 '으웩 ! 음식에서 머리카락'전을 펼친다. 한편 26일 홍콩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VIP 개막한 '아트바젤홍콩 2025'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로 42개국 240곳 갤러리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국제, 아라리오, 리안, 바톤, 학고재, PKM, 우손갤러리 등 20곳이 참가했다. 행사는 30일까지 열린다. 2025/03/28
'회화의 그라디언트 효과' 성낙희·손지형 2인전 회화에 나타나는 그라디언트(Gradient)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성낙희-손지형 2인전이 열렸다. 그라디언트는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점진적인 효과를 뜻한다. 서울 용산구 소월로 눈 컨템포러리에서 노충현과 이시원의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이 전시는 두 작가가 각자의 추상회화 안에서 서로 다르게 구현하고 있는 감각의 기울기(gradient)를 발견하고, 그것의 성격을 깊게 들여다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색채, 형태, 질감의 미세한 변화와 흐름을 감지해 볼 수 있는 드로잉 작업 6점과 총 18점의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성낙희 작가의 추상 작업은 캔버스의 표면 위에서 붓이 지나간 자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럽게 변화하는 그라디언트가 연출된다. 시각적 변주로 가득 찬 독특한 화면은 작가가 어린 시절 보았던 사우디아라비아 카펫의 이국적인 색감부터 SNS 피드의 그리드 구조에 이르기까지 삶 속의 크고 작은 시각적 경험에서 비롯된 흔적이다. 작가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런던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손지형 작가는 다양한 재료로 레이어를 쌓고, 표면을 파낸 후 다시 채워 넣으며 작업한다. 점진적인 색채와 형태의 변화를 통해 그림과 그림 밖의 세계를 연결지으며 추상적 사건을 펼쳐낸다. 색과 형태는 화면 너머에서 표면으로 서서히 떠오르듯 점차적인 그라디언트의 효과를 자아낸다. '덤불', '잎맥횡단'과 같은 제목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그림 위로 희미한 형상을 투영하도록 한다.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