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 만나보세요 [뉴시스Pic] 서양미술사 거장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가 16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주요 소장품 143점을 선보이는 것으로 오는 8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서양 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를 주제로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89인의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부터 20세기 현대 미술까지 400년에 걸친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9개 섹션으로 나눠 시대별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2025/05/16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아부다비로…걸프 협력 회의서 최대 전시 “우리는 모두 열린 회로 속에 있다.” 백남준이 말한 ‘open circuits’의 개념은 단지 기술적 상호연결성을 넘어, 예술과 사람, 그리고 시대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뜻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이 철학을 매개로, 한국 동시대 미술의 60년을 아부다비에 펼친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과 공동 기획한 대규모 국제전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를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아부다비 마나라트 알 사디야트(Manarat Al Saadiyat)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작을 중심으로 작가 29인의 작품 4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걸프 협력 회의(GCC) 지역에서 열린 한국 동시대 미술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체결된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의 3년 장기 파트너십 일환으로 추진됐다. 두 기관은 공동 커미션, 작가 레지던시, 담론 교류 등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연결성과 교차성을 탐색해왔다. 공동 큐레이터 여경환(서울시립미술관)과 마야 엘 칼릴(ADMAF)은 “이번 전시는 물리적·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관계성의 확장, 그리고 서로의 경험을 투명한 매체처럼 중첩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newsis_inyoung_left_start:]]]]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아부다비는 세계화와 도시화가 교차하는 문화적 지점을 품고 있다”며 “서울시립미술관이 수십 년간 구축해온 한국 동시대 미술의 흐름이 이곳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설립자 후다 이브라힘 알 카미스-카누(H.E. Huda Ibrahim Al Khamis-Kanoo)는 “이번 전시는 GCC 지역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에게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문화 협력과 문화 외교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시”라고 강조했다.[[[[:newsis_inyoung_left_end:]]]] 이 전시는 백남준의 '열린 회로' 개념을 키워드로 삼아, 4개의 주제 섹션을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전개 과정과 매체 실험을 교차적으로 풀어냈다. ◆1부 _신체, 공간, 그리고 시선의 전환 1960~70년대 실험미술의 전개 속에서, 시각 예술의 지각과 경험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는지를 탐색했다. 이강소의 〈페인팅 78-1〉(1977), 박현기의 〈무제(TV어항)〉(1979),〈물 기울기〉(1979)는 신체의 물리적 위치가 시각적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백남준의 〈자화상〉(1998)은 예술가로서의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2부 _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다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2-07-02〉(2007)와 오민의 〈연습곡의 연습곡〉(2018)은 신체적 행위를 통해 비인간적 지각, 도구,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불의 〈무제〉(2006)는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 속에서 신체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지를 질문했다. ◆3부 _기억과 정체성, 예술적 재구성 전소정의 〈먼저 온 미래〉(2015), 〈이클립스〉(2020), 〈그린 스크린〉(2021)은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시공간과 상상의 공간을 그려냈고, 권하윤의 〈구보, 경성방랑〉(2021)은 일제강점기 서울을 가상으로 재구성하며 역사적 기억의 시각화 방식을 고찰했다. ◆4부 _네트워크로서의 도시, 연결된 풍경 임민욱의 〈S.O.S. – 채택된 불일치〉(2009)는 서울의 한강을 따라 이동하는 영상적 항해를 통해 도시 풍경을 재맥락화했으며,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 시뮬레이션〉(2022)은 알고리즘으로 제어되는 가상 도시에서의 노동과 감각을 탐색했다. 전시는 퍼블릭 프로그램 ‘Layered Dialogues’를 통해 담론을 확장한다. 참여 작가 권병준, 최고은 등이 참석하는 패널 토론과 영상 스크리닝이 열리며, UAE 작가 및 이론가들도 함께 참여해 전시를 아부다비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조망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서울시립미술관-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공동기획 한국동시대미술전 백남준, 김구림,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박이소, 홍승혜, 정서영, 이불, 임민욱, 문경원 & 전준호, 권병준, 양혜규, 이슬기, 홍영인, 김성환, 오민, 강서경, 김아영, 권하윤, 전소정, 최고은, 전혜주, 우한나, 람한, 구기정, 황선정, 이목하 2025/05/16
채색화의 현재, '이영지'라는 이름…선화랑 개인전 ‘In Your Silence’ “채색 한국 화가 이영지는 우리 한국화의 위상과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있어 좋은 표본이다. 작가에게 차기 K-컬처의 바톤을 맡기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에 기반한 치유의 콘텐츠들이 세계인들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의 이 말은, 채색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영지(50)를 설명하기에 가장 정확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열리고 있는 이영지 개인전 ‘In Your Silence’는 색의 따뜻함과 감정의 진심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전시는 오는 6월 13일까지. 2016년 선화랑 ‘예감’ 시리즈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2018년·2021년·2023년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선화랑 개인전이다. 치열해진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이처럼 꾸준히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영지의 화면 앞에 선 이라면 누구든 그 안에 깃든 생의 온기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한 이후 줄곧 전통 채색화 기법을 고수해왔다. 종이 위에 차분히 쌓아 올린 색, 섬세한 필치로 구현된 자연의 풍경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은유적으로 전한다. 단아한 색의 구조 속에 숨겨진 유쾌한 위트, 솔직한 감성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자연 친화적인 공간, 그리고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새’는 인간 감정의 매개체로 기능하며, 작품은 점점 시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이영지는 자신의 삶을 화면 속 ‘나무’에 투영한다. 연둣빛 어린잎이 모여 짙은 초록을 이루듯, 시간과 경험은 작가를 단단히 만든다.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수차례 밑칠하고, 마른 붓으로 먹선을 얹고, 다시 그 위에 나뭇잎과 풀들을 세필로 정성껏 그려 넣는 과정은 회화 이상의 서사이자 성찰이다. 색과 선, 시간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생이 완성된다. 전시 제목 ‘In Your Silence’처럼, 이번 신작들은 조용한 위로와 경청의 태도를 품고 있다. 밤하늘, 달빛, 물결, 별빛 같은 이미지들은 침묵을 품은 세계를 상징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의 침묵을 내가 들어줄게.” 디지털 시대의 무언한 고립 속에서, 이영지의 화면은 다정함과 배려, 공감이라는 오래된 감정의 회복을 제안한다. 최근 홍콩과 아부다비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전시마다 ‘솔드아웃’이라는 기록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문화와 언어를 초월한 공감의 증표다.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수성을 품은 이영지의 작품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치유의 언어’다. 2025/05/16
이우환 '대화' 19억·도상봉 ‘라일락’ 2억2000만 원…서울옥션 5월 경매 이우환, 2019년 작 푸른 점 'Dialogue'가 추정가 19억~25억원에 경매한다. 300호(218.5×291.3cm) 대작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점차 옅어지는 그라데이션으로 그려진 청명한 푸른색의 점과 이를 둘러싼 순백의 여백이 조응하는 작품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27일 강남센터에서 여는 5월 기획 경매에 이우환 작품을 비롯해 계절감이 묻어나는 화사한 작품들 총 89점, 낮은 추정가 기준 총액 약 62억치를 출품한다고 16일 밝혔다. 백자 항아리에 가득 담긴 라일락꽃이 어두운 공간 속에서 환하게 피어오르 도상봉(1902~1977)의 대표작 '라일락'도 눈길을 끈다. 추정가는 2억2000만~3억5000만원으로, 도상봉 회화의 미감과 조형미가 가장 집약된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추정가 3억원에 나온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의 2011년작 Untitled는 손가락으로 직접 물감을 칠하는 특유의 기법으로 대형 원형 캔버스를 채운 첫 작업으로, 물성의 생동감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다양한 소재와 색을 활용한 입체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국기의 색상이 떠오르는 흰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구성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The American LOVE (White Blue Red), 야요이 쿠사마의 흰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강렬한 호박, 장샤오강의 24K 순금으로 제작된 Golden Memories가 새 주인을 찾는다. 럭셔리 섹션에서는 티파니앤코의 하이주얼리 라인 'Amethyst ‘Bird on a Rock’ Brooch'가 2500만~6500만원에 선보인다. 약 60캐럿 크기의 자수정 위에 핑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금 등으로 장식된 새가 앉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작품은 1960년대 티파니의 대표 디자이너 쟝 슐럼버제가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모티브로 재해석되어 출시된 바 있다. 경매 출품작은 경매 당일인 27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5/05/16
오늘부터 공예주간…전국서 112개 공예문화 행사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2025 공예주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공예주간은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고 공예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전시, 체험, 판매, 강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공예문화 축제다. 올해로 8회 차를 이번 공예주간은 이날부터 25일까지 이어진다. 올해의 주제는 '공생공락(共生工樂)'이다. 공예를 매개로 일상을 즐겁고 유익하게 한다는 뜻을 담았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의 공방과 갤러리, 문화예술단체 등이 공예주간에 함께하며, 전국 곳곳에서 총 112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공예주간 개막식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공진원 갤러리와 거점도시 고성, 부안, 제주에서 열린다. 각 지역에서는 공예와 지역문화의 교차점에서 '공생공락'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공예가 품은 역사적 가치와 미래 비전을 나눈다. 공진원 갤러리에서는 동시대의 다양한 공예창작 면모를 소개하고 공예의 미래 방향을 제안하는 '미래공예' 전시를 개최한다. 문화역서울284에서는 '미래공예' 전시와 연계, 공예작품 제작 과정과 활동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다. 미래 공예의 담론 형성과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학술행사 등도 연다. 고성에서는 해양 생태와 공예를 연결한 친환경 전시와 지역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부안은 지역 공예문화유산인 청자를 활용한 행사를 진행하고, 전주에서는 지역 대표 명소인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시, 체험, 시장,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 밖에도 춘천, 인천, 강릉 등 전국에서 새로운 공예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청주, 진주, 정읍 등 7개 공예창작지원센터도 공예주간에 동참, 공예행사를 개최한다. 전국의 지역별 프로그램과 일자별 주요 행사 등 '공예주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참여 방법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문체부는 지역 고유의 공예 자원과 창작 역량을 기반으로 공예문화산업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5/05/16
'되어보는 회화’…김남표, 감각의 수행자[박현주 아트클럽] “나는 그 대상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대상이 되려는 사람이다.” 존재를 감각하고, 그 감각을 물질로 환원하는 고유한 행위. 김남표(55)는 ‘지독한 회화주의자’다. 그에게 회화는 형상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실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수행이다. ‘그린다’는 행위에 오롯이 몰두해온 그는 아카데믹한 구성에서 초현실적인 화면까지, 인상주의적 색채에서 극사실주의적 묘사까지 회화사의 다양한 문법을 끌어안고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16일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는 그의 30년 회화 여정을 집약한 장면이자, 동시대 회화의 의미를 다시 묻는 조용한 반성문처럼 다가온다. ◆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전시 제목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바넷 뉴먼의 작품에서 착안했다. 회화의 본질과 숭고에 대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질문하고자 하는 김남표의 태도가 제목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화면 위에서 오직 손과 감각, 물감과 시간만으로 말한다. 기술과 매체가 무한히 확장된 시대에도 그는 끝까지 ‘묵묵히 존재하는 것’을 택했다. 회화의 형식과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언제나 회화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향해 되묻는다. 김남표는 회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되어보는 것’이라 말한다. 배우가 인물을 연기하듯, 그는 풍경과 존재를 감각하며 그 안으로 진입한다. ◆ 풍경을 응시하며, 감각으로 바꾸다 이번 전시의 중심축은 ‘Instant Landscape’ 연작이다. 산과 바다 등 자연 풍경을 주제로 한 회화 작품 30여 점이 소개된다. 2007년부터 이어져온 이 연작은 풍경을 다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이 된 순간의 감각을 환기하는 작업이다. 산과 바다, 수평선과 채광, 미세한 온도와 바람의 감각까지-그의 대형 회화는 찰나의 경험을 화면 위에 ‘붙잡아두는 숭고’를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 시테 레지던시에서 제작한 드로잉과, 제주에서 채집한 실경 수채화는 유화의 밀도와는 또 다른 투명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회화의 물성은 곧 감정의 물성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 안엔 빛보다 빠른 감각의 결이 흐른다. 산과 바다, 수평선과 채광, 바람의 온도와 소리까지-감각이 지나간 자리들이 즉흥적으로 발현된다. 한 번 본 그의 바다는, 이후의 바다를 바꾸어 놓는다. 어느새 ‘김남표의 바다’가 되어 감각의 잔상처럼 눈에 맺힌다. ◆‘색으로 공을 긁다’…'김남표식 실존 회화' 김남표의 회화는 관념을 말하지 않는다. 극사실의 밀도와 초현실의 감각이 교차하지만, 그의 회화는 그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에는 고요함 속의 필사적인 감각이 있다. 지금 이 시대에 회화를 끝까지 믿는다는 것-그 자체가 어떤 예술보다 급진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보는 이를 멈춰 세운다. 물감이 덕지덕지 얹힌 화면, 면봉과 손끝으로 그려낸 형상은 과잉의 물성으로 밀고 들어와, 때로는 ‘촌스럽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존재의 결핍, 그리고 실존의 울림이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형상이 곧 공(空)이요, 공이 곧 형상이라는 그 말처럼, 김남표의 회화는 색(形)을 통해 공(空)에 이른다. 김남표 그림은 단지 시각적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물질에서 실존으로 이행하는 통로이며, 김남표는 그 물질의 덩어리 속에서 실존의 고유성을 긁어내는 화가다. 그에게 회화는 기술이 아니라 존재론적 언어다. 손끝의 촉각, 반복 불가능한 감각의 구조, 그 모든 것이 회화의 숙명이 된다. 김남표는 말한다. “존재를 감각하고, 감각을 물질로 환원하는 그 고유의 행위가 회화다.” 회화는 끝나지 않았다. 김남표는 여전히, 물감과 손으로 실존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회화를 믿는다. 그 믿음은 어떤 첨단 기술보다 묵직하고, 어떤 유행보다 고집스럽다. 그의 화면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전시는 7월 13일까지. 2025/05/16
사비나미술관 ‘예술 입은 한복’, 나이지리아 진출…韓 미술관 최초 나이지리아에서 ‘예술 입은 한복’ 전시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대한민국 미술관 최초로 지난 9일 나이지리아 아부자 니케아트갤러리(Nike Art Gallery)에서 ‘예술 입은 한복’전을 개막, 한국 전통 복식인 한복을 현대미술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 33점을 선보였다. 니케아트갤러리는 나이지리아 아부자와 라고스를 기반으로 한 서아프리카 대표 문화기관이다. 전시 개막식에는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전통 의상을 활용한 패션 퍼포먼스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김판규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 주재국 외교단, 니케 오쿤다예 관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의 융합을 국제무대에 선보이는 동시에, 최근 K-Culture 열풍이 확산 중인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복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공유하는 자리로 주목받는다. 김시현 권기수 남경민 양대원 이돈아 이봉이 이수인 이중근 이후창 정명조 정해윤 등 참여 작가 11인은 회화, 설치, 영상, 입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복의 문양, 색상, 형태, 도안, 소재 등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과 나이지리아 양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심화시키는 계기이자, 지속 가능한 문화적 관계를 위한 국제문화교류의 선례”라며, “니케아트갤러리와의 협력은 미술관 주도의 국제교류 모델로, 양국의 문화 상호작용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펴 이 전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주최, 주나이지리아한국문화원 주관으로 사비나미술관이 기획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니케아트갤러리 협력으로 열렸다.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2025/05/15
미술관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기울인 몸들' 예술적 실험 장애, 노화, 질병 등 다양한 신체 조건을 지닌 이들을 환대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6일부터 7월 20일까지 국제 기획전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울인 몸들’, ‘살피는 우리’, ‘다른 몸과 마주보기’라는 세 개의 섹션을 통해, 미술관이 어떻게 다양한 몸들과 만날 수 있을지를 실험한다. 국내외 작가 15팀이 회화, 조각, 건축, 퍼포먼스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장애인의 몸, 노인의 몸, 병든 몸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저항하며,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과 언어, 관계 맺기의 방식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1부 ‘기울인 몸들’에서는 구나의 조각 '레드브라운캐비닛…', 김 크리스틴 선의 '일상의 수어', 조영주의 '커튼 속 살' 등 다양한 몸의 감각과 존재를 주체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천경우의 사진 작업은 노년 여성들이 손을 맞잡고 시간을 함께 걷는 장면을 기록하며 공존의 풍경을 담는다. 2부 ‘살피는 우리’는 서로 다른 몸들이 함께하는 방법을 도시, 공간, 언어, 시설 등의 측면에서 살핀다. 휠체어 사용자이자 건축학자인 데이비드 기슨, 수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을 제안한 리처드 도허티, 청각장애인의 감각을 시각화한 김은설의 작업 등이 포함됐다. 3부 ‘다른 몸과 마주보기’는 6월 15일까지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퍼포먼스 및 대담, 강연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김원영과 정지혜, 윤상은, 최태윤과 Yon Natalie Mik, 극단 ‘춤추는 허리’ 등이 참여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몸의 움직임을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공공 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이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를 실천적으로 되묻는 자리다. 전시장 입구 계단에는 리처드 도허티의 신작 '농인 공간: 입을 맞추는 의자'(2025)가 설치돼 모두가 측면 경사로를 이용하게 했으며, 수어 사용을 염두에 둔 색상 디자인은 국립서울농학교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또한 ‘쉬운 글’ 전시설명, 점자블록, 대화형 음성해설, 휴식 공간, 웹 기반 전시 도록 등 다양한 접근성 장치가 도입됐다. 웹 도록은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작돼 글자 크기, 명암 대비, 음성 안내 등을 지원한다. 도록에는 휠체어 사용자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지우(구르님), 질병과 장애 경험을 서사화하는 문화예술평론가 안희제가 참여해 ‘몸의 관점에서 본 예술’을 글로 풀어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환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이자 실천”이라며, “앞으로도 경계 없는 미술관으로서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05/15
“닫힘을 거부한다”…노소영, 'ISEA2025' 5년 만에 귀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함께 질문을 던지는 ‘또 하나의 시작’을 제안합니다.” ISEA2025 조직위원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오는 23일 개막하는 제30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30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 ISEA2025)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노 관장은 이어 “닫힘을 거부하고, 호기심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머무르며, 관대한 마음으로 낯선 것들을 향해 다가가고자 한다”며, “이번 행사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열린 토론과 창작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축제인 ISEA2025는 학술대회이자 페스티벌로, 오는 29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예술의전당, 서울대학교, 한강 등에서 강연, 전시, 퍼포먼스, 스크리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국내외 118점의 미디어 작품과 더불어 미디어아트의 현장과 담론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복합 예술 플랫폼으로 펼쳐진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ISEA는 대륙별 순환 개최라는 전통을 깨고, 이례적으로 5년 만에 대한민국을 다시 찾았다. 이번 행사는 아트센터 나비,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며, 세계 미디어아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SEA2025의 주제는 '동동(Dong-Dong): Creators’ Universe’다. 『주역(易經)』의 구절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포스트휴먼 시대의 동서양적 감각, 예술과 과학, 기술과 영성, 인간성과 기계성의 경계를 다시 사유하는 시도다. 기조연설에는 김윤철 작가(트랜스매터링),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인공지능과 예술), 뉴미디어 이론가 레브 마노비치(Artificial Aesthetics)가 참여한다. 이 외에도 AI, 인공생명, 디지털 사운드, 인간 너머, 문화유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논문 발표, 패널 토론, 아티스트 토크가 펼쳐지며, 전 세계 400여 명의 연구자와 창작자들이 참가한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강 수상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의 개막 퍼포먼스다. 관객이 손을 맞잡으면 강물이 빛으로 물드는 사일로랩의 작품 ‘윤슬’은, 서로 다른 존재가 관계를 통해 빛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구현한다. 남과 북, 인간과 기계,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손으로 연결되는 상징적 순간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가재발의 ‘수제천’은, 전통 궁중음악을 전자음악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정적인 흐름과 음의 여백, 농현의 미묘한 떨림을 전자사운드로 재조율해, “듣는 이 모두에게 하늘처럼 맑은 생명이 머물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ISEA2025는 행사와 더불어 관악문화재단·서초문화재단과 협력하여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역 어린이·청년 예술가들의 작품을 해외 참여자들에게 소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다. 2025/05/15
"시청앞, 광화문 광장으로"…국악원, '국악사전 순회전시' 개최 국립국악원이 '2025년 국악사전 순회전시'를 오는 5월 서울광장과 6월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총 2회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국립국악원 국악사전은 한국 전통음악과 전통춤에 관한 정확하고 상세한 이해를 제공하는 국악분야 전문 백과사전이다. 국립국악원은 매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악사전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전시를 개최해 왔으며, 올해는 '약수터'라는 열린 공간과 흐르는 약수를 소재로 삼아 시민 일상 속으로 찾아가는 '유랑 전시' 방식으로 마련했다. 첫 전시는 오는 16~18일 서울야외도서관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다음 달 6~8일엔 광화문 놀이마당에서 열린다. 특히 6월은 올해 첫 시행하는 6월 5일 국악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국악 주간' 전시 마당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체험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섹션 1. 흥타령! 득음의 샘'에서는 '국악사전' 속 수천 개의 표제어 중 '득음'을 주제로 한 용어들을 리듬감 있게 풀어낸다. 국악의 역사와 용어를 체험과 함께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마련했다. '섹션 2. 장끼타령! 꾸밈의 터'에서는 나만의 국악 굿즈를 만드는 체험존. '나만의 키링 만들기', '나만의 득음수 만들기', '흥타령 책갈피' 등 직접 만들고 소장할 수 있는 굿즈가 시민들의 창의력을 자극한다. 마지막 '섹션 3. 비단타령! 국악 네 컷'에서는 다채로운 국악 표제어가 포토존의 배경이 되는 '네 컷 포토월'을 마련해 일상 속 국악을 특별한 추억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악사전은 그간 '궁중·풍류 편', ‘민속 편’, ‘국악사·이론 편’을 공개할 때마다 홍보·체험용 전시를 열어 대중들과 소통해 왔다.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 명현 실장 직무대리는 "국악사전 순회전시 '흥타령 약수터'는 생활 속에서 즐거운 방식으로 국악을 재발견하는 특별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소할 수 있는 국악용어들이 친근해지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국립국악원 및 국악사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