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꿰매고 빚은 생존의 광택…루이즈 부르주아[박현주 아트에세이 ⑥] “난 지옥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건… 정말 멋졌다.” 호암미술관 전시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곧장 ‘몸에서 시작된 세계’ 한가운데로 던져진다. 늘어진 팔다리, 비틀린 몸통, 재봉선이 스며 있는 신체의 파편들. 누군가는 허공에서 서로를 껴안고, 누군가는 다리만 남아 바닥에 닿지 못한 채 흔들린다. 그 형상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한 인간이 견뎌온 감정의 잔해이자 기록이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부르주아 자신.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몸들까지. 상처는 결국 형태가 된다 부르주아의 어린 시절은 ‘복원’의 시간이었다. 태피스트리를 수선하던 어머니 곁에서 그녀는 실을 꿰매고, 천을 찢고, 다시 이어붙였다. 그 반복은 훗날 그녀의 예술적 근육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다. 증오와 연민과 고립감이 한순간에 얽히며 몸 밖으로 도망칠 곳을 잃었다. 그때 예술이 태어났다. “예술은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그 말은 이번 전시에서 거의 물리적 진동처럼 울린다. 거미, 엄마이자 자신이자 모든 여성 거대한 철제 다리가 관람객을 둘러싼다. 공포와 위안, 보호와 위협이 동시에 깃든 모순적 존재.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어머니이자 자화상이었다. 엄마는 실을 뽑아 집을 짓고 가족을 지킨 존재.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절대적이면서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거미는 보호자이자 파괴자다. 나는 그 이중성을 사랑한다.” 그녀의 삶은 그 두 감정의 진자운동이었다. 전시장에 놓인 긴 다리 조각은 감당되지 않는 감정이 신체 일부로 솟아난 듯 길고, 붕대처럼 감긴 연인 조각은 사랑과 불안이 매듭처럼 뒤엉킨 모습이다. 부르주아에게 몸은 감정의 기념비이자, 감정의 그림자이며, 기억의 장소였다. 찢어지고, 꿰매지고, 다시 살아나는 ‘감정의 심장’ 전시장 모퉁이, 금속 지지대와 실타래 사이에 매달린 붉은 심장이 있다.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적나라하고 선명한 형태. 그 앞에서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오브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 내부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부르주아에게 바느질은 살아 있는 마음의 해부학이었다. 상처는 형태가 되고, 형태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후기의 정서: ‘재봉된 평온’ 찢어진 마음을 천과 실로 이어붙이는 후기 작업들. 그것은 복수도 용서도 아닌, ‘새로운 구조 만들기’다. 부르주아는 오래 아팠고, 오래 사랑했고, 오래 버텼다. 그래서일까. 말년의 작품들은 크게 흔들지 않지만, 깊게 파고든다. 은빛으로 응결된 감정의 마지막 형태 계단 위, 포개지고 감기고 매듭지어진 은빛의 두 형상이 서 있다. “이건 상처가 치유된 뒤 남는 형태다.” 찢기고 갈라졌던 신체는 마침내 서로를 감싸는 구조로 되돌아왔다. 은빛은 흉터의 표면이 아니라, 생존의 광택이다. 부르주아가 지옥에서 돌아오며 남긴, 그 심연의 빛. “우리는 매일 과거를 잊거나 받아들여야 한다. 그 둘 중 어느 것도 되지 못할 때, 예술가가 된다.” 계단 아래 우리가 올려다보는 은빛 매듭은 실과 바늘, 분노와 용서, 기억과 망각으로 부르주아가 평생 쌓아 올린 ‘감정의 기념탑’이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말했다. “내 작업은 나 자신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우리가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의 심장이다. 덧없고 영원하고, 부서지고 봉합되고, 그래도 끝내 살아 있는, 우리의 심장. 2025/11/29
“다르게 보면, 세계가 달라진다”…예술가 31명의 시선 기술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나오는 길, 문득 어떤 작품은 오래 기억되고 어떤 장면은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예술가들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보고, 우리는 그들의 시선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윌 곰퍼츠의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BBC 미술 전문 기자였던 저자는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된 인생의 힌트를 따라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을 탐구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모든 예술가는 보는 일의 전문가이며, 그들의 시선은 우리 삶의 방향을 재조정한다. ◆“예술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다” 책의 첫 장은 데이비드 호크니로 열린다. 호크니가 그린 나무가 보랏빛인 이유는 단순한 변주가 아니라, 빛과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본 결과다. 하나의 시점에 고정된 사진과 달리, 예술가는 ‘여러 시간의 층위가 겹치는 현실’을 포착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는 사람과 장소, 사물에게 집요하게 질문한다.” 예술은 결국 질문하는 눈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고통을 보는 법: 칼로와 야요이의 방식 프리다 칼로는 시종일관 ‘고통을 보기 위한 예술’을 했다. 교통사고, 멕시코의 역사, 디에고 리베라와의 소용돌이 같은 사적인 상처들. 칼로는 그것을 도피하지 않고 붉은 색채와 상징의 언어로 직면했다. 구사마 야요이는 달랐다. 그는 공포와 불안이 점처럼 번지는 환각을 그대로 예술의 패턴으로 전환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물방울무늬는 그녀의 심리적 파동이자 치유의 리듬이다. 고통은 숨기지 않았을 때 비로소 예술적 언어가 된다. 두 사람은 그것을 증명해 보인다. 31명의 예술가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장면이다. 조각가 패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깨달았고, 이를 통해 ‘부재’가 세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지 보여준다. 예술가의 시선은 물리적 장면보다 보이지 않는 틈, 결핍, 침묵을 더 정교하게 포착한다. ◆“잘 보고 싶다면, 장벽을 넘어야 한다” 책 후반부는 관계와 감정의 시선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니콜라 넬의 작업을 예로 들며 “방어막을 세우면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내면을 보려면 그 장벽을 우회하거나 뚫고 들어가야 한다. ‘보는 방식’이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의 기술, 그리고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태도인 것이다. 예술가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저자는 예술 작품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을 세계 읽기의 방식으로 끌어올린다. 해변에서 조약돌을 고르고 기억 속 작은 상흔을 포착하며 일상의 균열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예술가의 시선에 닿는다. 이 책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단순한 예술 해설책이 아니다.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우리 자신의 시각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 세계는 다른 색으로 펼쳐진다. “보는 방식을 바꾸는 순간, 삶은 놀랄 만큼 다채로워진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는다. 2025/11/29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쥐라 산맥에 대규모 신작 공개 최근 아트선재센터 전시로 한국 관객의 주목을 받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스위스 쥐라(Jura) 산맥에서 대규모 신작 ‘무제(Untitled, From the Series The Language of the Enemy)’를 최초 공개했다.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애스펀 미술관(Aspen Art Museum)과 함께 진행하는 현대미술 프로그램 ‘Audemars Piguet Contemporary’의 공동 위촉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이번 신작은 언어·예술·의식 같은 상징적 행위의 기원을 ‘특정 종(種)의 승리’가 아닌 인류 전체의 공유 유산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대한 조각 설치다. 2026년 여름 애스펀 미술관에서 열릴 그의 개인전의 핵심 작품으로 자리하며, 장소 특정적 신작들과 함께 전시된다. ◆트리케라톱스 두개골 속에서 피어난 ‘레스퓌그의 비너스’ 신작 ‘무제’는 실물 크기의 트리케라톱스 두개골을 형상화한 조각으로, 내부에는 선사시대 조형물인 레스퓌그의 비너스(Venus of Lespugue)가 마치 화석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듯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연과 문화, 종과 상징의 경계를 함께 흔들며, 예술·언어·기억의 기원을 묻는 상징적 혼종체로 기능한다. 작품은 디지털 모델링과 물질 조각의 정교한 결합으로 제작됐다. 청동 표면의 균열과 광물 질감, 지질층 같은 표면은 모두 컴퓨터 기반 설계를 통해 구성되었으며 “기술 역시 스스로 진화하는 물질의 또 다른 상상력”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쥐라(Jura)’ 지층과 공명하는 조각…발레 드 주에 울리는 시간의 공명 작품이 설치된 발레 드 주(Vallée de Joux)는 쥐라기의 기원이 된 화석이 발견되는 지질지대로, 오데마 피게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조각의 디지털-지질적 표면은 이 지역의 석회암 지층, 퇴적물, 화석이 만들어낸 수억 년의 시간성과 겹격을 이루며, 인간의 창조행위가 자연의 진화와 어떤 리듬을 공유해왔는지 반추하게 한다. 애스펀에서는 빙하의 시간과 중첩된 산악지대 속에서 작품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우리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그리고 어떤 흔적이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질 예정이다. 비야르 로하스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적군’은 우리가 언어 안에서 만들고 재생산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이름 붙이고 구분하며, 갈등의 기억을 지속하게 하는 체계가 바로 언어다. 내가 사용하는 스페인어 역시, 한때 내가 태어난 땅을 정복했던 ‘적군의 언어’"라고 전했다. 애스펀 미술관 총괄 큐레이터 클로드 아질(Claude Adjil)은 “비야르 로하스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상징체계를 교란하고, 기생체처럼 침투하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한다”며 “그의 작업은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의 엔트로피와 소멸 가능성을 탐구하게 한다”고 말했다. 1980년 아르헨티나 출생의 비야르 로하스는 베니스 비엔날레 베네세상, 샤르자 비엔날레 상 등 주요 상을 수상한 작가다.그의 작업은 고인류학, 유전학, 가설적 역사 등 학제 간 연구를 기반으로, 상상력과 과학,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지난 9월 아트선재센터 개관 30주년 프로젝트로 열려 화제의 전시가 된 비야르 로하스 개인전은 2026년 2월 1일까지 이어진다. 2025/11/28
정구호 ‘반닫이’ 런던 데뷔…슬래드 모어 연례전 참여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 디렉터가 오는 12월 1일부터 23일까지 런던 슬래드 모어 갤러리(Sladmore Gallery London)에서 열리는 연례 그룹전 ‘The Christmas Exhibition’에 참여한다고 28일 밝혔다. 슬래드 모어 갤러리는 국제적 조각가들을 소개하는 런던의 대표 갤러리로, 올해 전시에는 로즈 코코란(Rose Corcoran), 마크 코리스(Mark Coreth), 제프리 데시우드(Geoffrey Dashwood), 마리오 딜리츠(Mario Dilitz) 등 주요 현대 조각가들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티스트인 정구호의 ‘반닫이’ 시리즈 2점이 주목받고 있다. 정구호는 패션·공예·무대미술·영화·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독창적 비주얼 언어를 구축해 왔다. 브랜드 KUHO의 창립자이자 삼성 패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리움미술관 리노베이션 총괄 디렉터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반닫이’ 시리즈는 한국 전통 목가구인 반닫이를 투명한 플렉시글라스(Plexiglass)로 제작하고,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된 황동 장식을 더한 조형 작품이다. 전통적 구조와 현대적 소재가 교차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감각의 오브제로 재해석된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반닫이’ 시리즈는 기능적 오브제를 조각적 개념으로 확장한 작업”이라며 “이번 런던 전시는 정구호가 2026년 슬래드 모어 갤러리에서 열 예정인 개인전을 앞두고 유럽 무대에 본격 소개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11/28
‘따로이지만 함께’ 그 간극의 조각…갤러리 웅, 김용경 개인전 고통은 늘 한곳에서만 오지 않는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신호를 보내고, 마음이 흔들리면 다시 몸이 반응한다. 조각가 김용경(54)은 이번 전시에서 그 복잡한 순환을 ‘따로이면서도 함께 존재하는 상태’로 시각화한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갤러리 웅에서 열린 개인전 ‘따로(Separately)’는 인간 존재를 이루는 몸·정신·신념 사이의 미세한 틈을 조각적 언어로 드러낸 자리다. ◆‘따로이지만 함께’…불완전한 관계의 거리 김용경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몸과 마음, 이성과 감정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관계를 탐구해왔다. 과거 작업에서 그는 머리와 몸통을 분리시켜 정신과 육체의 간극을 드러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 간극이 ‘따로이지만 함께 존재하는 상태’로 확장된다. 전시 제목 ‘따로(Separately)’는 서로 연결돼 있으나 완전한 합일에 이르지 못하는 인간과 타인, 나와 세계의 관계를 상징한다. 작가는 이를 “고통은 늘 서로를 호출하며 증식한다”는 문장으로 설명한다. 전시장에는 레진, 금박, 철사, 산호 등으로 구성된 신작 30여 점이 선보인다. 몸이 기댄 듯 멀어진 듯한 형상, 다리만 남아 공중에서 흔들리는 신체, 어딘가를 향해 조심스럽게 기대선 구조물들이 공간 곳곳을 채운다. 빛을 머금은 투명한 물성은 부드럽고 단단한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이는 고통과 위안이 교차하는 인간 내면의 미세한 진동을 시각화한다. 작가가 말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를 상상하는 일”이 작품들을 통해 구조적으로 구현된다. 작가노트에서 김용경은 “몸과 마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고 적었다. 이번 전시는 아픔과 불안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관계의 새로운 형태와 평온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갤러리웅은 “각기 다른 조각적 언어가 공간에서 서로 공명하며, 현대 조각이 감정과 존재를 어떻게 새로운 구조로 번역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열린다. 2025/11/28
장은선갤러리, 15인 여류조각가展…김정희·김경민·호해란 등 참여 15인의 여성 조각가가 한자리에 모인 전시가 12월 3일부터 19일까지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세대·경력·매체를 아우르는 여성 조각가들이 각자의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조각의 지형을 조망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7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참여해 한국 조각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비춘다. 청동, 목재, 섬유, 혼합재료, 대지 설치 등 다양한 재료 실험을 기반으로 조각이 감각·서사·정서까지 품어낼 수 있는 매체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30여 점의 조각·입체·설치 작품이 소개된다. 참여 작가는 김정희, 김경민, 김보람, 김성지, 김양선, 김영란, 나진숙, 서광옥, 신예진, 오주연, 이채원, 장수빈, 조은희, 천예슬, 호해란 등 15명이다. 조각가협회 전 이사장이자 이번 전시의 맏이격인 김정희를 비롯해 각자 독자적 방식으로 현대 조각의 폭을 넓혀온 작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장은선갤러리는 “각 작가의 개별적 탐구가 서로 공명하며, 한국 현대 조각의 다양성과 깊이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관람객이 조형 언어를 통해 자신과 세계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11/28
갤러리현대,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5’ 참가 갤러리현대가 오는 12월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5’에 참가한다. 부스 ‘E2’에서 한국 실험미술·추상회화·중견 및 신진 작가까지 아우르는 12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민정, 김 크리스틴 선, 김창열, 도윤희, 유근택, 이강소, 이강승, 이건용, 이승택, 이우환, 이진환, 정상화 등이 참여, 1970년대 작업부터 2025년 신작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세대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특히 ‘부스 인 부스’ 개념으로 김 크리스틴 선의 신작 ‘Mind’ 시리즈를 집중 조명한다. 소리·문자·인포그래픽 등 사회적 신호 체계를 해체하는 작업으로, 구조적 언어 탐구를 이어온 작가의 최신 회화다. 이승택·이건용·이강소 등 한국 실험미술의 주요 인물들도 함께 소개된다. 이승택의 ‘고드랫돌’ 시리즈는 파리 피노 컬렉션 ‘미니멀’ 전시와 연계해 2026년 1월까지 전시 중인 주요 작업이다.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와 이강소의 대규모 연작도 출품된다. 동양 재료와 현대적 방식을 결합한 김민정, 도윤희, 유근택의 작업도 조명한다. 반복적 드로잉을 통해 내부 풍경을 해석하는 도윤희, 한지를 겹겹이 쌓아 표면을 재해석하는 유근택 등은 한국 동시대 회화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갤러리현대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면모와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주요 컬렉터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라고 밝혔다. 2025/11/28
‘제10회 대한민국사진축전' 12월 4일 개막…이경모 100주년 특별전 한국사진작가협회(이사장 유수찬)가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진예술 전시인 ‘제10회 대한민국사진축전(2025 PASK KOREA PHOTO FESTA)’을 오는 12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양재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2025 시각예술분야 전시지원사업 선정 사업으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며, 사진예술을 시민 일상 속으로 확장하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개막식은 12월 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사진축전은 협회의 슬로건 ‘사진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습니다’를 중심에 두고, 사진예술을 일상 속 열린 플랫폼으로 재정의한다. 현장에서는 스마트폰 사진 무료 인화 서비스, 사진작가와의 촬영 이벤트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고 이경모 100주년 특별전부터 AI 이미지콘테스트까지 이번 축제는 다섯 개의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특별전Ⅰ ‘찰나를 담아, 스스로 역사가 되다’는 현대사 기록의 상징인 고(故) 이경모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대표작과 미공개작을 통해 사진이 시대의 기억을 예술로 전환하는 방식을 조명한다. 특별전Ⅱ 중국예술사진학회 교류전 & 장가계 특별전은 한·중 양국의 시각문화 차이와 기록 미학을 비교하는 자리로, 민간 교류 확대의 의미를 담았다. 특별전Ⅲ ‘서울의 오늘’은 서울 각 구의 도시 풍경을 총망라해 도시 구조와 변화의 결을 시각화한다. 거대도시 서울의 현재성을 다양한 스케일로 보여주는 도시 기록전이다. 특별전Ⅳ AI 이미지콘테스트 & 청소년사진제 수상작 전시는 기술과 세대가 만나는 실험적 창작 플랫폼이다. 전문 작가 중심이었던 사진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드러내는 기획으로 평가된다. 특별전Ⅴ 사진학과 교류전은 홍익대 대학원, 중부대, 재능대학교 등 사진 전공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사진예술의 미래 세대를 조명하는 장이다. 이번 축전에는 약 150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주제를 담은 작품을 부스 형태로 선보인다. 신진 작가부터 지역 기반 중견 작가까지 폭넓게 참여해 한국 사진예술의 현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전국 1만5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사진예술 단체다. 협회는 공모전, 교육, 사진인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내 사진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5/11/28
'차세대 작가전: 떠오르는 목소리들' 런던서 개막…8인 참여 주영한국문화원은 올해 차세대 작가 전시 공모를 통해 선정된 8명의 신진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 '차세대 작가전: 떠오르는 목소리들(New Gen: The Emerging Voices)'을 오는 27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 인근 주영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개막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영국에서 수학하며 활동 중인 젊은 한국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적극 지원하고,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세대의 예술적 목소리를 보여주는 자리다. 노희영, 안상범, 이유민, 전우진, 조재, 조지훈, 주우진, 최수현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대의 안정성과 회복력, 상상력과 전통이 공존하는 미학을 펼쳐낸다. 주우진의 작업은 신화·민속·샤머니즘의 우주론에서 출발해 민속적·무속적 감성을 조각으로 재해석한다. 노희영은 일상과 역사에 스며든 트라우마를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풀어낸다. 이유민은 디지털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속화된 소멸의 체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질문하며, 감정과 가치가 데이터로 변환되고 순환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조재는 기술 가속 시대의 인식과 감각 구조를 실험적으로 해체한다. 확장된 조각적 언어를 통해 이미지 생산의 이면에 자리한 사회·기술적 구조를 드러낸다. 조지훈은 물질성과 구조의 경계를 재구성하며, 불확정성을 창작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전우진은 노동집약적이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방식을 통해 사회적 억압과 위계가 만들어낸 긴장과 대면하는 작가의 삶의 방식을 드러낸다. 최수현은 예술 제도, 예술품, 그리고 작가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비판적으로 시각화한다. 안상범은 기술과 생태의 얽힘을 통해 진보와 붕괴가 공존하는 동시대의 양면성을 탐구한다. 올해 공모에는 총 165명의 작가가 지원했으며, 실험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영국 내 주요 미술기관의 큐레이터들이 본 공모 심사를 진행했으며, 아이콘 갤러리의 다프네 추, 테이트 모던 국제미술부의 알빈 리, 헤이워드 갤러리의 융 마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27일 개막식에는 바그리 재단, 헤이워드 갤러리를 비롯한 영국 내 기관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하며 이번 선정 작가들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차재민 주영한국문화원 큐레이터는 "'차세대 작가전: 떠오르는 목소리들'은 단순한 신진 작가전이 아니라, 한국 동시대미술이 세계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작가들의 목소리는 하나의 결론을 향하지 않고 서로 교차하고 뒤엉켜, 오늘날 한국미술이 지닌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주영한국문화원의 대표적인 차세대 작가 육성 사업으로 기획된 '차세대 작가전: 떠오르는 목소리들(New Gen: The Emerging Voices)'는 내년 2월 27일까지 주영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선승혜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차세대 작가들은 기성세대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현대미술에서 AI(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그리고 한국 고유의 서사를 결합해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영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 작가들의 치열한 탐구와 독창적 실험은 한국 동시대미술이 지닌 감정의 확장성을 잘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대 예술가들이 국제무대에서 K-컬쳐의 새로운 리더로 한국미학을 이뤄가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주영한국문화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11/28
표암 강세황 발문 ‘기마도’ 1억6500만원 낙찰 ㈜마이아트옥션은 27일 열린 ‘제58회 메이저 경매’에서 109점 중 73점이 낙찰돼 낙찰률 8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총 낙찰가 규모는 16억867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화 부문에서는 표암 강세황의 발문이 담긴 ‘기마도(騎馬圖)’가 1억6500만원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1784년 표암 강세황이 직접 찬(撰)을 남긴 작품으로, 추정가 1억~2억원에 출품됐다. 마이아트옥션은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윤두서 필 ‘마상처사’와 비교되는 중요한 사례”라며 “구도와 화면 구성, 특히 하단의 백마를 탄 인물의 동세가 거의 동일해 동일한 도상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원을 질주하는 인물과 말의 형상이 수묵채색으로 힘있게 묘사되어, 조선 후기 기마 도상의 표현 양식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기마도’도 1억원에 낙찰되며 고미술 수요층의 두터움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연옹 윤덕희의 ‘준마도(駿馬圖)’는 7000만원에 낙찰됐다. 도자 부문에서는 조선 백자의 투각 기법이 돋보이는 ‘백자청화투각연화문필통’이 7000만원에 거래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 유사한 형식의 ‘청자범종’도 7000만원을 기록했다. 공예 부문에서는 조선 후기 불상 조각의 양식을 보여주는 동자상 3점(1500만~2000만원)이 모두 낙찰됐다. ‘사자형업경대 한 쌍’과 ‘사자대좌·용문촛대’는 각각 4200만원에 거래되며 총 1억3450만원 규모의 공예 부문 출품작이 전량 낙찰됐다. 마이아트옥션은 “한국 고미술이 가진 희소성과 예술적 깊이에 대한 컬렉터들의 평가가 매우 높다”며 “현장에서는 주요 작품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