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박물관에 서울형 키즈카페…영아 전용 복합 문화 공간 한성백제박물관(관장 김지연)은 부설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에서 '서울형 키즈카페 시립 한성백제박물관점'을 1월부터 3월까지 시범 운영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만 0~3세 영아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실내 놀이 환경을 제공한다. 보호자는 함께 머물며 체험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영아 동반 가족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어린이박물관 전시가 유아~초등학생(6~10세) 중심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0~3세 아이들에게도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백제금동대향로 동물 형상을 재해석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전설 속 세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촉감·신체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헝가리 루빅스 큐브(작은 정육면체를 모아 만든 큰 정육면체 형태의 퍼즐로 각 면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큐브)를 활용한 다양한 크기의 큐브와 유럽풍 색상 디자인은 영아 균형 감각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박물관은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임시 개관한 후 1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 중이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전시·교육·행사 일정과 연계해 가변형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식 개관 시점은 오는 5월이다. 김지연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장은 "서울형 키즈카페 시립 한성백제박물관점은 영아와 보호자가 함께 안전하게 머물며 성장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박물관이 가족 모두의 일상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6/01/07
대구 시민 작가 85인,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가득 채운다 대구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가 6일부터 11일까지 전시실 전관에서 '예술아카데미 회원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 미술 분야 9개 강좌 수강 회원 85명이 참여해 유화, 수채화, 비구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85점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시선과 삶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며 아마추어의 영역을 넘어선 작품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는 2007년 개관 이래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통해 지역 시민 예술가 양성에 기여해 왔다. 수강생들은 공모전 수상이나 개인전 개최 등 전문 작가로 성장하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회원전은 시민 예술가들이 그간의 창작 성과를 대중 앞에 당당히 선보이는 자리이자 '생활 속 예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관람은 무료다.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85인의 시민 작가가 전하는 위로와 예술적 영감을 전시장에서 얻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1/06
국립현대미술관, 국제 거장전·청년 보존학교 신설…디지털 이미지 서비스 개시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 거장’전과 청년 보존전문가 양성을 위한 보존학교 신설, 52만 점 미술아카이브 디지털 이미지 서비스 등 주요 사업을 2026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과천관 개관 40주년과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연구·국제·지역을 잇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확장 전략이 속도를 낸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전시 계획과 주요 사업을 발표했다. 김성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해외 K-아트 확산에 기여하는 유일한 국립미술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며 “한국미술 연구를 중심에 두고 국제 교류와 지역 문화 확산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년 성과…관람객 346만 명 ‘역대 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5년 한 해 동안 총 346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현대 조각의 거장 론 뮤익 개인전이 53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연중 화제의 전시로 꼽혔다. 김창열, 신상호 개인전과 함께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기울인 몸들' 등은 한국미술사 연구와 사회적 담론을 확장한 기획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한국미술 100년사를 소장품만으로 조망한 상설전 하이라이트편(서울)과 본편(과천)은 누적 68만 명이 관람하며 공공 소장품의 가치와 의미를 재확인했다. 해외에서는 이건희컬렉션 국외 순회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가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에서 개최됐고,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등이 일본과 중국에서 호응을 얻었다. ◆2026년 첫 국제거장은 데미안 허스트…지역 확산 본격화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 전시 프로그램을 강화한 ‘국제 거장’전을 본격 추진한다. 첫 전시로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과, 세계 무대에서 활동해 온 한국 작가 서도호의 사상 최대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수도권 중심의 문화 편중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사업 ‘MMCA 지역동행’도 시작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대표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중섭'전과 '피카소 도예'전이 전국 공립미술관을 순회하며, 교육 프로그램과 다원예술, 국제 작가 커미션도 함께 추진된다. 청년 미술품 보존 인력을 양성하는 ‘MMCA 보존학교’도 신설된다. 지류, 유화, 사진, 뉴미디어 등 6개 분야에서 9개월간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하며, 미술품 보존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을 목표로 한다. 1월 중 모집 공고하고, 800시간 과정을 이수한 청년 미술품 보존전문가들에게는 교육확인증을 제공하고, 이들이 국내외 보존분야 활동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52만 점에 달하는 미술 아카이브의 디지털 이미지 서비스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미술연구센터는 그동안 정리가 완료된 아카이브 정보를 누리집을 통해 공개해 왔으나, 관련 이미지 온라인 공개는 처음이다. 올해는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이쾌대, 유영국, 백남준, 박이소 등의 아카이브와 근대잡지 표지·삽화 컬렉션 및 기관자료 등 총 10만 여 점을 우선 공개하고,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공개할 예정이다. 학예연구 국제네트워크 프로그램도 전격 가동된다. 현재 세계 10개 기관 8개의 중장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의 주요 기관과 다양한 연구주제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AI와 미래미술관', '미주 한국계 작가 연구', '아시아 전시사', '재일 유학생 자료 발굴', '한국의 개념미술' 등 다양한 주제로 펼칠 예정이다. ◆2026년 전시 계획…서도호~방혜자 회고전까지 2026년 전시는 한국미술 연구 기반 전시와 글로벌 작가전,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국제 기획전으로 구성된다.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그래픽디자인과 시각문화의 변화를 다룬 '읽기의 기술: 종이에서 픽셀로', 도불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파리의 이방인'이 선보인다. 한국 작가 전시로는 서도호 대형 개인전을 비롯해 이대원 회고전, 박석원, 방혜자 회고전이 예정돼 있으며, '올해의 작가상 2026'과 'MMCA×LG OLED 시리즈 2026'도 9월 미술축제 기간에 맞춰 공개된다. 해외 작가전으로는 데미안 허스트 개인전 외에도 조지아 오키프를 중심으로 한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가 열린다.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한 '빛의 상상들'에서는 제임스 터렐을 비롯해 ‘빛’을 주제로 한 소장품과 커미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국내 유일의 국가대표 미술관으로서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세계 미술계와 더욱 긴밀히 호흡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1/06
서상익·이동재, 감각과 취향의 자리…라흰갤러리 'Loci :작가의 방' 서울 용산구 용산동 라흰갤러리의 전시 'Loci : 작가의 방'은 서상익과 이동재 두 작가의 ‘방’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방은 작업실이기 이전에, 두 작가가 세계와 관계 맺으며 감각과 취향을 축적해 온 삶의 자리다. 전시 제목 Loci는 라틴어 Locus(장소)의 복수형으로, 의미와 감각이 발생하는 ‘자리들’을 뜻한다. 전시는 이 자리들이 어떻게 각기 다른 작업 세계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서상익은 록 음악을 둘러싼 오랜 취향을 회화의 행위로 옮긴다. 화면 위에 남겨진 붓질은 즉각적이고 신체적이지만, 동시에 이성적으로 조율된다. 록의 즉흥성과 긴장, 리듬과 해소의 구조는 그의 회화에서 행위의 흔적과 형식적 구성 사이의 긴장으로 드러난다. 이미지는 충동과 사유의 경계에 놓이고, 그의 회화는 그 경계 위에서 스스로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동재는 전통 문방 문화와 차(茶)에 대한 취향을 바탕으로, 한지와 닥 섬유, 천연 염료 등 생명적 기원을 지닌 재료를 손의 반복적인 수행으로 다룬다. 뜨고, 두드리고, 말리는 과정은 재료를 통제하기보다 그 변화에 응답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 결과 표면은 살갗이나 껍질을 연상시키는 생명적 형상으로 나타나며, 작업은 형상 그 자체보다 생성의 시간을 품는다. 이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감각과 취향이 어떻게 선택되고 반복되며 형식으로 응결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다. 관람객은 작가의 방에서 출발한 감각의 흐름을 작품을 통해 따라가며, 그 열린 자리 위에 자신의 감각과 해석을 덧대게 된다. 그렇게 전시는 완결된 의미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계속 생성되는 의미의 장으로 남는다.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2026/01/06
갤러리도올, 새해 첫 전시 '심문' 권훈칠 개인전 작고 작가 권훈칠(1948~2004)의 개인전 ‘완성되지 않은 형식들’이 서울 삼청동 갤러리 도올에서 새해 첫 전시로 열린다. 두 차례 국전 수상과 서울대학교 졸업, 이탈리아 유학을 거친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어느 한 범주에도 고정되지 않는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이어지는 만다라에 도달하기 이전, 1990년대까지의 여정을 되짚는다. 갤러리 도올은 권훈칠이 작업 메모를 통해 옛것과 현대적 감각의 결합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고 설명한다. 고가구와 골동품, 전통 보자기에 대한 관심은 우리 것에 대한 미감의 눈을 열었고, 이는 추상 회화 속 동양적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표작인 ‘심문(心紋)’은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질서 정연하고 견고한 구도 속에서 삼각형이 서로 마주하는 조형 방식은 추상을 단순한 평면에 머물지 않게 하고, 공간적 확장성을 획득하며 그의 후기 추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심문’은 ‘마음의 무늬’를 뜻하며 이후 만다라 시리즈의 기본 조형 단위가 된다. 한지를 구기고 자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우연한 흔적들은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채움과 비움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권훈칠의 회화는 완결된 형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갱신되는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이번 전시는 만다라라는 결론에 앞서, 그가 끝내 도달하고자 했던 회화의 사유 과정, 완성에 이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열려 있는 형식의 시간을 보여준다. 전시는 16일부터 2월 28일까지. 관람은 무료다. 2026/01/05
[신간]답이 아닌 질문의 힘…'쫌 이상한 미술 시간' 책 속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예술’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는 장면이다. ‘풀과 둥근 언덕, 그리고 기운. 지구에 생명을 움트게 하는 힘이 곧 예술’이라는 해석은, 예술을 기술이나 재능 이전에 에너지와 생기로 이해하게 만든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평가나 성취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의 문제임을 환기하는 대목이다. 이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직접 본 경험을 풀어낸 장면에서는, 작품 감상이 사진이나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만나는 경험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거대하지만 연약한 조각 앞에서 느낀 압도감과 존재의 감각은, 미술이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사건임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책 '쫌 이상한 미술 시간'(창비)이 펼쳐 보이는 풍경은 그래서 조용한 감상이 아니라, 교실 한가운데서 튀어나온 질문들과 그 질문을 둘러싼 대화다. “작가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미술 작품일 수 있나요?”, “미술 기법도 특허를 낼 수 있나요?” 엉뚱해 보이지만 본질을 찌르는 질문들은 미술을 ‘정답 맞히기 과목’이 아니라 사유의 연습장으로 끌어당긴다. 책은 Q&A 형식을 취한 청소년 교양서이지만,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단순한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작품 사례와 비하인드 스토리, 미술 제도와 시장, 미술관의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미술을 삶의 언어로 확장한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라면, ‘궁금했지만 묻기 애매했던 질문들’을 따라가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특히 미술 관련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유용한 길잡이다. 미술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 학원 중심 교육에 대한 불안, 미술과 연결된 직업 세계에 대한 막연함을 하나씩 풀어내며 ‘미술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건넨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미술은 잘 그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잘 질문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2026/01/05
광야에서 청포도까지…‘제39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 민족시인들의 시가 회화로 번역됐다. 갤러리서림에서 열리는 ‘제39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이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1987년 시작돼 올해로 39회를 맞은 ‘시가 있는 그림’전은 매년 시를 시각예술로 재해석해온 장기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광복을 염원했던 민족시인 8인의 시를 10명의 화가가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에 소개된 시인은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 박용철, 윤동주, 심연수, 함형수, 김영랑 등이다. 특히 박돈 화백의 작품이 특별 출품됐다. 평소 이육사의 ‘광야’를 즐겨 그려온 그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질주하는 천마로 형상화해, 시인의 결연한 의지와 고향 황해도 장연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 작품은 제33회 ‘시가 있는 그림’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색면추상 작가 이명숙은 윤동주의 ‘서시’를 바탕으로, 기도하듯 광복을 기다린 시인의 마음을 희망의 푸른 색조로 표현했다. 맑고 절제된 색면은 통한의 시대를 정화된 시어로 승화한 윤동주의 정신을 시각화한다. 광주·담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재성은 옷핀을 재료로 한 작업으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해석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봄의 기척처럼, 절망 속에서도 끈을 놓지 않는 의지의 소리가 작품에 스며 있다. 화가이자 문학가로도 활동해온 황주리는 박용철의 ‘연애’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암울함을 오히려 행복과 즐거움의 역설적 이미지로 전환했다. 동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정일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봄 향기 가득한 꽃의 이미지로 풀어내며, 광복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인내의 시간을 그려냈다. 자폐아와 함께하는 전시와 유니세프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온 안윤모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동화적이고 싱그러운 초록의 세계로 표현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노태웅은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를 통해 떠남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끝내 버리지 않는 희망을 담았다.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석홍은 심연수의 ‘대지의 모색’, ‘후조’를 추상과 극사실을 넘나드는 회화로 재구성하며 시인의 강렬한 정신세계를 드러냈다. 초상화 거장인 이원희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숲과 가을나무, 빛의 조화로 표현해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다”는 만해의 철학을 시각화했다. 또한 임상진은 ‘알 수 없어요’를 통해 인생과 깨달음에 대한 만해의 사유를 따뜻하고 중후한 화면으로 풀어냈다. 한편 ‘시가 있는 그림’전은 지금까지 593편의 시를 124명의 화가가 작품으로 제작해온 장기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내년 ‘시가 있는 그림 달력’으로도 제작된다. 2026/01/05
굽네치킨, 청년 예술가의 ‘키다리 아저씨’[라운지] 오븐요리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가 대학들과 추진한 업무협약(MOU) 프로그램이 미래 창작 인재 발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활동이 청년 창작자 육성으로 직접 연결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는 홍익대 미술대학 판화과 2학년 이연재씨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단편 ‘Wings of Love’(윙스 오브 러브)다. 이 작품은 산학 협력 수업 과제의 일환으로 기획·제작됐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굽네 플레이타운’에서 열린 ‘제1회 AI 영상제’ 상영작으로 처음 공개됐다. 이후 관객 피드백, 교수진 조언, 전문가 멘토링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LA필름 어워즈’에서 대상(Best AI Film)을 받았다. ‘뉴욕 국제 필름 어워즈’에서는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Wings of Love’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는 작은 사랑과 위로의 순간을 섬세한 시각 이미지로 되살린 작품이다. AI 기술을 활용했지만, 기계적 화려함보다 ‘손길의 감각’ ‘빛과 질감’ ‘느리게 머무는 시선’ 등 아날로그 정서를 강조해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차가운 기계적 이미지로만 이해되던 AI 기술을 감정 전달의 매개로 해석한 독창성이 해외 심사위원과 글로벌 관객에게 호평을 들었다. 이씨는 “작품이 실제 관객과 만나는 경험이 동기와 자신감을 줬다”며 “첫 공개 무대인 굽네 플레이타운에서 받은 현장 피드백을 창작 과정에 반영한 것이 해외 영화제 수상까지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업을 지도한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박현주 교수는 “생성형 AI 기술이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던 시기에 굽네치킨은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영상제를 개최해 줬다”며 “영상제가 글로벌 데뷔의 출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작품은 굽네치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관람할 수 있다. 굽네치킨은 예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ESG 활동으로 2023년부터 산학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홍익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국민대 등 3개 대학과 MOU를 통해 학생에게 굽네 플레이타운을 전시·공연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4층 ‘굽네 갤러리’에서 상시 전시를 운영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굽네치킨은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굽네 플레이타운을 청년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브랜드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콘텐츠 실험, 쇼케이스, 전시 등이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창작 생태계로 운영해 더 많은 청년 아티스트가 글로벌 무대를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지앤푸드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브랜드 공간이 젊은 창작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청년 예술가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는 다양한 ESG 활동으로 K-콘텐츠의 미래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2026/01/05
말의 해, 달리는 해… ‘군마도’의 에너지[박현주 아트에세이 ⑪] 치켜든 목, 뒤틀린 몸, 날뛰는 근육. 붓질 몇 번으로 완결된 갈기와 꼬리는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하다. 군마(群馬). 방향을 묻지 않고, 이유를 따지지 않은 채, 서로의 숨결에 밀려 앞으로 쏟아지는 집단의 에너지가 강렬하다. 2021년 이건희컬렉션으로 공개된 한국화가 김기창(1913~2001)의 ‘군마도’다. 1955년작, 가로 5미터에 달하는 4폭 병풍. 수묵채색 위로 여섯 마리의 말이 원을 그리며 격렬하게 뒤엉킨다. 이 작품은 전후(戰後)의 풍경이다. 폐허 위에서 다시 달려야 했던 시대, 개인의 결심보다 집단의 추진력이 먼저 작동하던 시간이다. 김기창은 훗날 말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깨끗함, 영리함, 용맹함. 노하면 하늘로 날뛰지만, 마음이 너그러우면 순해지는 존재. 그는 그 성격을 인간의 감정 세계로 화폭에 옮기고자 했다. ‘군마도’는 그 번역의 결과다. 감정은 질주로, 의지는 근육의 방향으로 바뀐다. 중요한 건 이 말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머리는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이 무질서야말로 작품의 윤리다. 군마는 목표를 합의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밀어내며 속도를 만든다. 여기서 속도는 무모함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다. 새해 우리는 자주 ‘작심삼일’을 두려워한다. 결심이 배신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결심 대신 운동량, 계획 대신 가속. 의지는 흔들리지만, 속도는 몸을 앞으로 데려간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한 집단의 관성은 개인의 망설임을 넘어선다. 군마는 질문하지 않는다. 왜 달리는지, 어디로 가는지. 시대가 이미 그 등을 밀어놓았기 때문이다. 2026년 말의 해를 이렇게 시작해보자. 방향을 완벽히 정한 뒤에 출발하겠다는 유혹을 내려놓고, 이유 없는 첫 발을 내딛는 것. 군마처럼, 서로의 숨결에 떠밀려서라도. 군마는 방향을 묻지 않는다. 작심삼일이 두렵다면, 결심하지 말자. 올해는 말처럼. 이유 없이 달리는 해다. 2026/01/03
김중만 사진전 ‘상처 난 거리’…9년간 기록한 서울의 나무들 나무들은 서 있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 이름 없는 뚝방길에서 김중만은 9년 동안 같은 거리를 걸었다. 사진을 찍기 전, 먼저 물었다. “네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 대답은 곧 오지 않았다. 바람이 다녀가고,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뀐 뒤에야 나무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김중만(1954-2022) 사진전 ‘STREET OF BROKEN HEART(2008–2017)’는 그렇게 시작된 느린 대화의 기록이다. 3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08년부터 10년 간 촬영해 온 뚝방길의 나무들을 대형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해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시리즈다. 태풍과 도시 개발, 인간의 개입 속에서 상처 입고 변형된 나무들을 대형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해 수묵화처럼 펼쳐 보인다. 작가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같은 거리를 반복해 걷는 과정에서 나무들의 변화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작품은 풍경 사진임에도 인물 사진에 주로 사용되는 수직 구도를 취해, 나무를 하나의 ‘존재’로 드러낸다. 전시는 상업사진과 순수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김중만의 사진 세계에서, 자연과 도시, 상처와 생존을 응시한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토포하우스는 “이번 전시는 장소의 재현을 넘어, 상처 난 존재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와 사진적 사유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밝혔다. 사진작가 김중만은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75년 니스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데뷔했으며, 19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에 최연소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패션 사진을 비롯해 인물, 자연, 풍경 등 폭넓은 작업을 통해 한국 사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40여 년간 백만 장에 가까운 사진을 촬영하고 70여 회의 전시를 연 그는 폐렴으로 투병하던 중 2022년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전시는 2월14일까지 열린다.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