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몸체의 철학…곰리, 화이트 큐브·로팍서 동시 개인전 “예술은 우리가 현 순간을 더 생생히 살도록 돕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녹슨 몸체’ 조각으로 잘 알려진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74)가 뮤지엄 산에 이어 서울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화이트 큐브 서울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공동 기획으로 오는 9월 2일부터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Inextricable)'를 연다. 곰리는 평생 ‘신체와 환경의 긴장’을 탐구해왔다. 1950년 런던 출생으로 인간의 몸을 중심에 둔 조각 실천을 통해 조형 언어의 전통적 개념을 재정의해 온 작가다. 1994년 터너상을 수상했고 1998년 영국 북부 탄광도시 게이츠헤드에 설치한 가로 54m 크기 '북쪽의 천사'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그는 “환경이 인간을 형성한다(The world now builds us)”며, 고층 건물과 밀집된 인프라로 상징되는 도시를 ‘살아 있는 구조’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는 인간 존재와 도시 건축의 불가분한 관계를 입체적 조각 언어로 드러낸다.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는 ‘Bunker’, ‘Beamer’, ‘Blockwork’ 시리즈에서 선별된 여섯 점이 소개된다. '몸틀기 IV(Swerve IV)'(2024), '쉼 XIII(Cotch XIII)'(2024), '움츠림(Retreat: Slump)'(2022) 등 주철 조각은 갤러리 외부에 설치됐다. 신체가 도시 공간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를 질문한다. 내부에는 강철 막대를 직선 구조로 결합한 신작들이 전시돼, 신체의 질량이 건축 언어로 변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Extended Strapwork’와 ‘Open Blockworks’ 시리즈 등 여덟 점의 조각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정착(Dwell)'(2022), '지금(Now)'(2024), '여기(Here)'(2024) 등이 전시장 구조를 가로지르며 신체-공간의 경계를 해체한다. 세포 조직처럼 투과적 구조를 띤 신작들은 신체가 거대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일부임을 환기한다. 전시는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9월 2일부터 10월 18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2025/08/29
'포용의 언어로 그리는 세상' 광주디자인비엔날레 30일 개막 "내가 편한 디자인이 다른 사람도 편한 것일까요? 일종의 오지랖을 부려보는 거죠.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을 위해서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너라는 세계'를 주제로 7일부터 두달 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광주비엔날레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65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2025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너라는 세계'는 포용 디자인을 주제로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되돌아본다. 우리를 둘러싼 디자인이 서로를 인식하고 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자인이 차별과 소외의 벽을 허물고 공존을 이끄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감자칼, 포크, 청소도구 같은 생활용품부터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항하는 구조물, 누군가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문구, 성소수자와 이민자 등 소외된 존재를 잇는 앱, 신체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까지, 공동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구축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19개국 429명의 참여작가가 163점을 선보인다. 디자인비엔날레는 4개 주제로 구성된 본전시, 포용디자인을 적용한 광주도시철도 프로젝트, 국제심포지엄, 각 국이 참여하는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로 구성됐다. ◆세계·삶·모빌리티·미래 등 4개 주제 주요전시 디자인비엔날레 전시는 크게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 주제를 통해 포용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시 시작 구역인 인트로존에서는 형형색색 네온사인관을 통한 포용디자인 핵심 가치를 전달한다. 1관 포용디자인과 세계(Inclusive World)는 전 세계가 실천해온 포용디자인의 흐름과 구체적인 사례를 모았다. 이탈리아 응용예술디자인대학 섬유·패션 디자인학과의 연구로 완성된 25벌의 오트쿠튀르 의상 '리버스 체인지'(Reverse Change)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변화와 회복의 이야기를 전한다. 밀라노공과대학 '부유하는 둥지'는 기후 위기로 발생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한 수상 구조물을 표현했다. 2관 포용디자인과 삶(Inclusive Life)은 나, 나와 우리, 나와 사회를 위한 포용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돼 주방 용품부터 가전제품 등 실생활 속 포용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선보인다. 3관 포용디자인과 모빌리티(Inclusive Mobility)는 이동권을 실현하고 전체 교통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소개한다. 전시장에서 로봇체어를 직접 타며 교통 약자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 4관 포용디자인과 미래(Inclusive Future)는 로보틱스, 인공지능, 자연, 웰빙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인간과 기술의 공존이 윤리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뉴노멀플레이그라운드: 감각으로 연결되는 놀이터'는 빛·소리·자연을 느낄 수 있는 원형 공간을 지나면서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 '모두가 편안한' 광주송정역에 녹아든 포용 디자인 20년 넘게 광주 시민의 발이 된 광주도시철도가 포용 디자인을 품고 재탄생한다. 장애 유무, 신체 조건, 국적와 언어 등 신체와 문화적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든다. 이 프로젝트는 주요 정거장이자 교통량이 많은 송정역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주도해 시설물을 디자인했다. 정류장은 휠체어 이용객도 이용할 수 있는 확 넓힌 개출구, 어두운 환경에도 잘 보이는 비상 시설물, 큼지막한 출구 표기, 부드러운 곡선과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자, 분명한 방향 지시물 등이 설치된다.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안으로 광주교통공사와 협의해 광주송정역사 보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 국제 심포지엄과 72시간 포용디자인챌린지 국제 심포지엄은 8월 3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다. '함께 디자인하고, 함께 살아가다'(Design Together, Live Together)를 주제로, 국내외 최고의 포용디자인 전문가들이 세계적 관점·혁신적 접근·사회적 파급 효과 등 세 가지 주제로 발제한다. 세계디자인협회(WDO) 회장 토마스 가비,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 AS) 설립자 오니 아이하우그, 유럽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Europe) 회장 라마 기라우 등이 참석한다.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는 개막 이튿날인 31일부터 9월 2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6개국 14개 디자인 대학의 학생 40여 명이 참가해 6~7명씩 짝을 이뤄 포용디자인 제품과 그래픽, 서비스 디자인을 선보인다. 최수신 총감독은 "포용 디자인은 특별한 누군가를 위한 배려의 영역이 아닌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상의 언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8/29
치열한 드로잉의 전투…김남헌 '열린도감, 아종의 생태계' 치열한 드로잉의 전투가 한 장의 종이 위에서 벌어졌다. 1995년생 작가 김남헌(30)의 선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관계 속 긴장과 균열이 응축된 전장(戰場)이다. 파주 출판단지 내 갤러리끼에서 30일 개막하는 개인전 '열린도감, 아종의 생태계'는 연필 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남헌이 꾸준히 탐구해온 ‘아종(亞種)’ 개념을 풀어낸 드로잉은 선으로 구축된 감정의 해부학이다. 화면 속에서 해체된 신체와 감정의 조각은 서로 얽히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끼와 전속 계약 후 처음 열리는 개인전으로, 김남헌 회화 세계의 확장을 알리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작가는 색채를 철저히 배제하고 샤프와 흑연만으로 세계를 구축한다. 겹겹이 쌓인 선과 농담은 얼굴을 분해하고, 신체를 재배열하며, 전설적 괴수 같은 형상들을 호출한다. 작가는 “이 (괴물같은)존재들은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생겨난 마음의 소리"라며 "‘나의 변이된 일부’, 즉 아종”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화면은 스케치도 없이 손의 흐름을 따라가며 열린다. 환상적 이미지가 무한히 생성되는 작품은 하나의 ‘열린 도감’처럼 무수한 가능성을 품고 해석의 층위를 끝없이 확장시킨다. 특히 '닫힌 낮'(2025), '아종'(2025) 등 신작은 선의 충돌과 압축을 통해 감정의 이면을 드러내며, 게임적 상상력과 회화적 사유가 결합된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남헌의 드로잉은 평면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는 화면 속 형상들이 입체로 도약해 나온 듯한 세라믹 조형물도 함께 등장한다. 검은빛 오브제들은 그림에서 걸어 나온 괴수·인간·새의 혼종 캐릭터처럼 보이며, ‘열린 도감’의 세계가 전시장 구석구석까지 흘러나오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회화와 조형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작가의 세계관이 다층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갤러리끼 이광기 대표는 “김남헌의 작품이 동시대 미술에서 게임적 상상력과 회화적 탐구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남헌은 계원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를 졸업했으며, 2024년 제9회 서리풀 Art for Art 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2025/08/29
90세 하종현 화백 “오늘 최고의 날"…파주 하종현아트센터 개관 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90)의 이름을 건 ‘하종현아트센터’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문을 열었다. 29일 파주 하종현아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난 하 화백은 “오늘이 최고의 날이다”라며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평생 마대천 위에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꿔온 그는 생전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담은 미술관을 가지는 축복을 누렸다. 딸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등장한 하 화백은 “감사하다”는 첫 인사 뒤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는 농담 섞인 발언을 남기며 긴 예술 여정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하는 듯한 울림을 안겼다. 아트센터는 오는 9월 1일 정식 개관한다. 하종현아트센터는 연면적 2,967㎡(약 897평),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 과거 열린책들(미메시스) 사무실과 책 수장고로 사용된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층고 높은 공간이 작품의 에너지를 배가한다. 전시는 작가의 60여 년 예술세계를 총망라하며 층별로 시기와 국면을 달리해 구성됐다. 1층에는 대표 연작 '접합(Conjunction)'대작이 중심을 잡고, 철조망을 활용한 상징적 작업과 배압법으로 완성된 회화가 함께 설치됐다. 2층은 1960~70년대 앵포르멜과 기하추상,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시절의 설치 작업이 소개되며, 맞은편 아카이브 공간에는 주요 도록·사진·영상이 비치돼 작가의 궤적을 되짚는다. 3층에는 다양한 시기의 '접합' 연작이, 4층에는 거울과 색채가 어우러진 후기 '이후 접합' 작업이 전시돼 치열한 탐구와 실험 정신을 증언한다. 하 화백의 아들 하윤 하종현아트센터 이사장은 “이 공간은 아버님이 젊은 시절부터 추구해 온 예술 철학과 작업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며 “평생의 숙원이 90세에 실현된 것에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작품의 힘과 밀도가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공간을 구성했고, 아카이브 역시 단순한 보관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순간을 체험적으로 되짚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적인 문제로 명칭은 아트센터지만, 실제로는 미술관과 다름없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현은 지난 반세기 동안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아래 물질 탐구와 실험에 천착해왔다. 1960년대 앵포르멜에서 출발해 1969년 AG 활동, 1970년대 단색화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한국 모더니즘 회화의 주요 줄기를 형성했다. 특히 마대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노동집약적 기법으로 1974년부터 이어온 '접합', 이를 확장한 2009년 이후의 '이후 접합'은 단색화 담론을 재해석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개관 당일인 9월 1일에는 ‘제14회 하종현미술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올해는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과 미술사학자 애슐리 롤링스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롤링스는 한국 단색화를 국제 무대에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 화백이 2001년 제정한 이 상은 동시대 작가뿐 아니라 평론가, 큐레이터에게도 수여돼 왔다. 그동안 이배, 권여현, 김수자, 조앤 기(Joan Kee), 알렉산드라 먼로(Alexandra Munroe) 등이 수상했다. 한편 앞으로 하종현아트센터는 전시뿐 아니라 강연·세미나·연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동시대 예술 담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상설전시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단색화 거장 하종현 화백은? 1935년 경상남도 산청에서 출생한 하종현은 195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1990~1994)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2001~2006)을 역임했다. 현재 일산에서 거주 및 작업하고 있다. 뉴욕, LA,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주요 미술관 개인전으로는 대전시립미술관(2020), 국립현대미술관(2012), 가나아트센터(2008), 경남도립미술관(2004), 밀라노 무디마 현대미술재단(2003) 등이 있다.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LA 해머 미술관(2024),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2023), 덴버 미술관(2023), 뉴욕 현대미술관(2019),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2018), 브루클린 미술관(2017),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2016), 시카고 미술관(2016), 프라하 비엔날레(2009) 등이 있다. 작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25/08/29
서용선, 굵은 선의 초상…피비갤러리 ‘도시와 사람들’ 굵고 거친 선, 원색의 강렬한 대비는 도시의 소음과 속도, 압박을 시각화한다. 그러나 서용선의 붓질은 차갑게 멈추지 않고, 어딘가에 인간의 체온을 남겨둔다.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9월 1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도시와 사람들'은 이 긴장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역사 화가’로 불리는 서용선(74)은 지난 40여 년간 6·25 전쟁과 한국 근현대사, 지리산 풍경, 자화상 등 굵직한 주제를 자기만의 화법으로 풀어왔다. 그에게 도시와 사람은 또 하나의 역사적 탐구 대상이었다. 1980~90년대 서울의 개발 현장을 기록하듯 그린 뒤, 1992년 첫 뉴욕 방문을 계기로 세계 도시와 군중에 눈을 돌렸다. 뉴욕 지하철과 거리에서 마주한 인물들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시대의 얼굴이자 집단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서용선의 도시인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다. 서로를 보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모습은, 거대한 도시에서의 고립과 병존을 드러낸다. 작품 하단에 날짜가 연속적으로 적힌 것은 하루하루의 체험이 역사 기록처럼 누적된 흔적이다. 그의 태도는 ‘도시 풍경=역사의 층위’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특히 뉴욕 지하철은 세계가 모여드는 용광로이자, 고립된 개인들이 부딪히는 현장이다. 서용선은 그 속에서 ‘도시=풍경’, ‘사람=역사’를 동등하게 놓고 그려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2년간 뉴욕을 오가며 그린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2m 넘는 대형 자화상이 시선을 압도하고, ‘지하철 대화’와 ‘NY 지하철’ 등에서 도시의 군중과 풍경이 펼쳐진다. 차갑게 그어진 도시의 틀 속에서도 작가의 시선은 사람들에게 향한다. 그의 화면은 결국 오늘을 사는 도시인의 얼굴이자 시대의 표상으로 읽힌다. ‘도시와 사람들’은 그래서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얼굴이다. 2025/08/29
밭고랑에서 골법까지…남춘모 개인전 ‘From the lines’
“나의 작업은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같은 향기’를 드러내고자 한다.”
선으로 기억과 감각을 엮어온 남춘모(64)가 28일부터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From the lines'을 연다.
남춘모는 경북 영양의 산비탈과 밭고랑, 흙과 비닐, 손끝의 촉각 같은 유년의 기억을 ‘선(線)’이라는 조형 언어로 되살려왔다. 선은 그에게 감각의 흐름이자 시간을 축적하는 행위이며, 기억과 공간을 연결하는 구조다. 반복적 선 긋기는 평면과 입체, 구조와 리듬이 교차하는 고유한 회화 세계를 만들어내며, 한지와 같은 전통 재료와 현대적 물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번 전시는 선의 구조와 물질적 감각을 탐구해온 작가의 과정을 보여준다. 남춘모는 전통 회화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반복적인 선 긋기를 통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간과 시간, 빛을 함께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퀴어, 한국미술의 새로운 언어?…‘오프사이트 2’와 ‘언하우스' 9월 '프리즈 서울' 기간을 전후해, 퀴어가 미술계에서 사회·정치·시장 담론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와 프리즈 하우스 서울(Frieze House Seoul)이 각각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와 '언하우스'를 통해 퀴어 담론을 전시 전면에 내세우며, 동시대 한국 미술의 변화를 보여준다. 퀴어가 더 이상 주변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사회와 정치,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동시에 읽어내는 핵심적 언어임을 확인시킨다. 프리즈 서울의 화려한 무대 옆에서, ‘퀴어’는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질문들을 미술의 이름으로 되묻고 있다. 26일 개막한 서울 율곡로 아트선재센터의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10월 26일까지)는 젠더와 퀴어 서사를 정면에 놓는다. 이 전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젠더·정체성·차별의 현실을 예술 언어로 드러내며, 동시대 미술이 사회 담론과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가시화한다. 곽소진, 루킴, 문상훈, 성재윤, 야광, 윤희주, 장영해, 조현진, 하지민, 한솔, 홍지영 등 11팀이 참여한다. 여성·퀴어·교차 정체성을 탐구하는 젊은 세대의 시각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상과 파편화된 자아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수행성’과 ‘장치’를 키워드로 삼아, 규범을 유희하거나 전복하는 행위와 시각적 장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열한 개의 에피소드는 단일한 서사가 아닌 다채로운 정체성의 장으로 펼쳐진다. 아트선재센터가 이어온 ‘장소 특정적 전시’ 기획의 연장선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국제갤러리 K2와 (투게더)(투게더)에서 열리며, 프리즈 서울 기간에는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도 이어진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를 확장해 2026년 국내 최대 규모의 퀴어 그룹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9월 2일 펼치는 프리즈 하우스 서울의 첫 전시 '언하우스'(10월 2일까지)는 집이라는 공간을 퀴어적 시각에서 해체한다. 김좋은아침, 최하늘, 이동현, 듀킴 등 한국 작가들과 안네 임호프, 캐서린 오피, P. 스태프 등 세계적 아티스트가 참여해 총 14인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신체/정체성’, ‘공간/권력’, ‘관계/돌봄’, ‘기억/전승’ 네 가지 주제로, 집을 보호와 은신, 안전과 억압이 교차하는 양가적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큐레이터 김재석은 “성별·섹슈얼리티 논의가 격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집을 다시 사유하는 일은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두 전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퀴어를 호출한다. '오프사이트 2'가 세대적 경험과 사회적 장소성을 탐색한다면, '언하우스' 집이라는 일상적 구조를 통해 세계적 퀴어 담론과 연결된다. 기관의 장기적 전략(아트선재)과 글로벌 아트페어의 플랫폼(프리즈)이 교차하면서, 퀴어가 한국 미술로 호흡하는 감각적 언어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025/08/28
[부고]이길우(화가·중앙대 교수)씨 모친상 ▲한명숙씨 별세, 이길우(화가·중앙대 교수)씨 모친상= 28일, 중앙대병원장례식장 6호실, 발인 30일 오후 12시 30분, 장지 수원시 연화장-분당 메모리얼 파크, 02-860-3500 2025/08/28
'올해의 작가상 2025'는 누구?…김영은·김지평·언메이크랩·임영주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5'를 오는 29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2012년 출범한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후원 프로그램이자 시상 제도로, 매년 4인(팀)의 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과 전시를 지원하고 해외 활동을 후원해왔다. 올해는 김영은, 임영주, 김지평, 언메이크랩이 후원작가로 참여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매체와 언어를 통해 '경계 너머, 비가시적인 세계는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하며, 소리·믿음·전통·기술 등 보이지 않는 층위를 탐구한다. 김영은은 소리를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관계가 드러나는 비평적 실천으로 해석한다. 신작 '듣는 손님'(2025), 'Go Back To Your'(2025) 등을 통해 이주의 기억과 기록 속 번역과 중재의 과정을 재구성한다. 임영주는 한국 사회의 미신과 현대 과학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믿음’의 구조를 탐구한다. 대표작 '고 故 The Late'(2023-2025)는 12채널 영상·사운드 설치로, 상상 속 ‘빈 무덤’을 구현한다. 김지평은 동양화 전통을 해체와 재구성의 언어로 탐구한다. 주변화된 존재를 소환하는 '다성 코러스', 병풍 산수화를 재해석한 '산수화첩', 생태적 위기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코즈믹 터틀' 등을 선보인다. 언메이크랩(최빛나·송수연)은 인공지능 기술이 전제하는 미래상을 비틀어 인간 중심적 인식 체계를 전복한다. 신작 '뉴-빌리지'(2025)는 스마트시티의 단일한 미래상에 균열을 내는 사변적 풍경을 제시한다. 최종 수상자는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심사위원과의 공개 대화와 2차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발표된다. 수상자는 추가 후원금 1000만 원을 받으며, SBS를 통해 다큐멘터리로도 조명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작가들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흐름을 가늠해 보는 국내 대표 전시”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기회이자 새로운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8/28
‘Z세대 작가’ 한의도 '풍뎅이의 복화술'…호리아트스페이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는 9월 '키아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미술대학 4학년생인 한의도(22)의 개인전 '풍뎅이의 복화술'을 선보인다. 젊은 작가를 발굴, 동시대 미술의 내일을 예고하는 화랑의 과감한 기획이 돋보인다. 'Z세대'인 한의도는 ‘자기분열(self-fragmentation)’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뒤집힌 풍뎅이의 몸짓, 기괴하면서도 친근한 인물 형상은 분열된 자아와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며, 오늘날 젊은 세대가 마주한 불안정한 내면을 반영한다. 작품 제목을 중요한 서사 장치로 활용했다. '조금만 잘라주세요', '노트북', '러브버그' 등 일상적인 언어는 익숙한 경험을 낯설게 전환하며, 관람자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교차하며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작업 드로잉 단계부터 ‘무의식적 시선’의 이동을 따라 ‘진주 목걸이→신발끈→손가락 주름→하품하는 입’ 같은 단편들을 연결해가는 방식으로, 비선형적 규칙을 따른다. 이는 기괴하고 낯선 형상을 탄생시키고, 왜곡된 인식의 리듬감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 중인 한의도는 브리즈 프라이즈(2024)를 수상하고, 이랜드문화재단 공모작가(14기) 및 제16회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 우수상(2025)에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경기문화재단, 겸재정선미술관, 이랜드 갤러리 등 기관 및 개인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열리며, 9월 4일 ‘삼청나잇’ 기간에는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