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서 즐기는 도파민 아트·현대 미술…샌즈 차이나 샌즈 차이나가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가 주최하는 '아트 마카오: 마카오 국제 아트 비엔날레 2025'(Art Macao: Macao International Art Biennale 2025)를 기념해 10월15일(현지시간)까지 두 가지 전시를 코타이 스트립의 복합리조트에서 동시에 연다. '아트 마카오 2025' 특별전 '도파민: 행복의 원천'(Dopamine: Fountain of Happiness)과 병행전 '경계를 넘어: 국제 현대 미술 명작'(Beyond the Frame: International Contemporary Masterpieces)이다. 이들 전시는 마카오 주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풍부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 '동아시아 문화도시'로서 마카오 매력과 문화적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파민: 행복의 원천'에는 글로벌 현대미술 작가 9인이 참여했다. 한국의 그라플렉스(GRAFFLEX)를 비롯해 호주의 크레이그 & 칼(Craig & Karl), 마카오의 비비 레이(Bibi Lei), 홍콩의 헤이 록(Hei Lok), 미국의 일리야 밀스타인(Ilya Milstein), 조니 치트우드(Jonni Cheatwood), 일본의 준 오손(Jun Oson), 중국의 송 저우(Song Zhou) 등이다. 이들은 베네시안 마카오의 유럽풍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로마 신화'신화를 모티브로 한 생동감 넘치는 '도파민 아트'를 펼쳤다. 50여 년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대표 캐릭터인 '엘모'(Elmo), '빅 버드'(Big Bird), '버트와 어니'(Bert and Ernie) 등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마카오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도 세계 최초로 단독 공개됐다. '예술(art)+도시(city)'라는 기획 의도 아래 진행하는 이 전시는 베네시안 마카오를 배경으로 강렬한 색감, 무한한 상상력, 공공장소와 예술 간 새로운 상호 작용을 통해 관람객을 예술이 주는 정서적 울림과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이끈다. '경계를 넘어: 국제 현대 미술 명작'은 포시즌스 그랜드 스위트 내 '샌즈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특별전 참여 작가 중 그라플렉스, 송 저우, '비 레이, 오손, 조니 치트우드, '리야 밀스타인 등 6인의 대표작과 신작 60여 점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회화, 조각, 설치 미술, 혼합 매체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펼치며, 물질성·공간성·문화적 서사를 넘나드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샌즈 차이나는 마카오 예술·문화계와의 교류를 심화하기 위해 일부 작가와 함께 7월30일 두 차례 아트 토크를 진행했다. 작가들은 이 자리에서 창작 여정과 문화 간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앞으로 '아트 마카오'의 국제 예술 교류 플랫폼을 통해 마카오와 세계 예술계의 연결을 강화하고, 현지 예술 시각과 글로벌 비전 간 대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2025/08/03
박남희 관장 “AI 시대, 백남준은 이미 예언자였다”[박현주 아트클럽] “진짜 AI는 인간을 닮아야 해요. 백남준은 이미 거기까지 본 사람이죠.”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려는 듯 밀려드는 시대,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오히려 ‘감각’과 ‘상상’을 호출한다. 개관 17주년을 맞은 지금, 그는 인지도와 물리적 한계를 넘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연결과 확장’이라는 백남준의 정신을 동시대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박남희 관장을 만났다. 부임 2년 차인 관장은 취임 직후부터 아트센터의 물리적·인지적 한계를 냉정하게 짚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 협소한 전시 공간, 부족한 예산… 모든 게 센터 활성화의 걸림돌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였습니다. 기업과 지자체를 설득했어요. ‘백남준을 품은 경기도, 그 경기도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냐’고요.” 현대자동차와의 공동 전시 프로젝트 ‘트랜스-로컬 시리즈’를 통해 3년간 6억 원을 확보했고, 용인시와 함께 9억 원 규모의 기획전 '백남준의 도시'도 성사시켰다. 그는 “단순한 예산 유치가 아니라, 백남준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만든 일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 공간 협소…1700여평 별관 추진" 하지만 원형 동선과 피아노 형태의 구조는 전시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이에 박 관장은 별관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 3400평이었던 부지로 현재 센터 전시공간은 약 700평에 불과하고, 피아노 형태 건축물의 구조상 작품 설치에 제약이 많다. 박 관장은 별관 신축을 공식화하며, 경기도와 함께 3단계 실행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 부지 옆 언덕에 전용 전시관을 짓고, 현재 건물은 연구와 아카이브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입니다. 2032년 탄생 100주년을 목표로 삼았어요.” “21세기 유산 공동체 시대,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백남준이 그렸던 경계 없는 예술, 초연결성, 다성성은 지금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언어예요.” 그는 또한 “센터의 가장 큰 과제는 인지도 격차와 인프라의 빈틈”이라며, SNS, 생활형 홍보, 무장애 산책로 조성, 교육 다양화 등 체류형 공간 개선 전략을 강하게 밀고 있다. “젊은 세대가 미디어아트를 이해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보다, 이곳에 왔기 때문에 백남준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백남준은 예언자였다” “향후 100년 안에, 백남준처럼 예술을 통합적으로 실천한 인물은 다시 없을 겁니다.” "음악에서 출발해 시각예술, 미디어, 무용, 문학, 철학까지… 백남준은 예술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린 ‘총체 예술가’였어요. 더 나아가 동양 철학과 서양 과학(양자역학, 이진법, 라이프니츠 사상)을 넘나들며, 지금-여기의 문제를 통과해 미래를 예감했다. “현재의 기술 조건에서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고, 그 예술은 늘 소통의 구조를 가졌어요.” 챗GPT와 인간을 비교하는 시대, 박 관장은 백남준의 예술이 “기계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여전히 유효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남희 관장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기술의 진보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의 직관이며, AI 시대일수록 예술은 더욱 ‘백남준적’이어야 한다는 확신이다. “예술의 미래는 과거에 있어요. 백남준은 예언자였어요. 백남준의 예술은 기술의 최전선에 있었지만, 동시에 인간 그 자체를 드러내는 일이었죠.” 백남준아트센터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1932~2006)의 예술세계를 기념하고 연구·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경기문화재단 산하의 미술관이다. 2008년 10월 8일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열었으며, 지상 3층·지하 2층 약 5600㎡ 규모로 다양한 전시, 교육, 연구를 진행해왔다. 상설전, 기획전 외에도 ‘백남준 예술상’, 방대한 아카이브,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동시대에 잇고 있다. 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정체성 아래, ‘21세기 예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백남준이 예언한 초연결성과 다성성은 오늘날 더욱 실현 가능한 언어가 되었다. 박 관장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통신사, 정원, 도서관, 은행, 대중예술가 등 예술 밖의 주체들과의 협업은 물론,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한 연대와 교류도 이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아트센터는 더 많은 실험, 더 많은 연결, 더 많은 참여, 더 많은 공유가 이뤄지는 ‘열린 무대’를 지향한다. 전시, 교육, 체험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동시대 예술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한 실천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비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 말은 2002년, 백남준이 경기도와 미술관 건립을 확정하며 직접 도면 위에 남긴 문장이다. ◆"미술관은 소란스러워야…별관 신축 추진” 박 관장이 구상 중인 아트센터의 미래는 ‘조용한 보존 공간’이 아니다. “삼대가 슬리퍼 끌고 놀러 와 전시 보고, 근처 맛집도 들르는 곳, 그게 바로 백남준이 살고 싶던 집이었을 거예요.” “저는 이 공간이 백남준을 기리는 기념관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실이 되기를 원해요.” 백남준아트센터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용한 기관으로 여겨졌지만, 박 관장 부임 이후 전시는 물론 관람객 수, 국제 협력까지 전방위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관람객은 18만 700명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전년 대비 276% 상승한 12만여 명이 센터를 찾았다. “우리가 백남준을 더 자주, 깊이, 그리고 친근하게 보여줄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당초 3단계로 계획된 센터가 1단계만 완공된 채 멈췄기 때문이죠.” 2032년 백남준 탄생 100주년을 목표로, 국제적 건축가와 함께 랜드마크성 별관을 신축하고, 보이는 수장고·대중 체험 공간·교육시설 등 미래형 인프라를 갖춘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다가오는 2026년 서거 20주기, 그리고 2032년 탄생 100주기를 향해 박 관장은 장기 로드맵을 실현해가고 있다. 현재 센터는 동선의 불편함, 진입로 부재, 외관 혼잡 등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리모델링과 공간 확장, 관람 환경의 대대적 전환을 통해 ‘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26년 20주기 전시 “창고 속 백남준 꺼내 바람이라도 쐬게 하자” "컬렉터치고 모두가 한두 점씩은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요. 내년엔 밖으로 꺼내볼까 합니다.” 2026년 백남준 20주기를 맞아, 아트센터는 ‘외부의 백남준’을 모아 전시할 계획이다. 소장자와 갤러리들이 보유한 백남준 작품을 빌려와, ‘백남준이 다시 말하기 시작하는 공간’을 연다는 구상이다. 특히 박 관장은 내년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전환점으로 삼고, 전 세계 유관기관과 연계한 대규모 국제 행사들을 준비 중이다. 2026년에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대미술관,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미술관과의 공동 전시도 예정돼 있다. 백남준의 목소리를 되살리기 위한 학술심포지엄, 단행본 출간, 연구서 번역 프로젝트도 병행된다. “해시태그는 #NamJunePaikVox. 백남준의 목소리가 언제 어디서나 들리게 하는 거죠. 그를 다시 부른다는 건, 예술이 다시 시작된다는 뜻이니까요.” 그는 '백남준예술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 적인 백남준예술학회를 만들고 백남준의 예술사적 가치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다른 나라들은 관련 학교도 있는데, 왜 우리는 백남준 이름을 내건 학회나 교육기관이 없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국제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왔을 때 그들이 연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백남준은 단순히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로는 다 담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국가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예술상, 이름만 남기지 않기 위한 개편 박남희 관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백남준예술상’의 리뉴얼을 꼽았다. 2009년 제정된 이 상은 2024년부터 새로운 철학 아래 재정비되었다. “예술가의 이름이 붙은 상이라면, 단순히 작품성만이 아니라 그 예술가가 가진 철학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백남준은 예술가이자 철학자였고, 전쟁과 차별에 반대하며 세계를 연결하려 했죠. 그런 정신을 되살리는 상이 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리뉴얼된 예술상은 '미술사에 족적을 남기는 혁신’과 함께, ‘인류 평화에 기여한 예술’이라는 가치를 함께 기준으로 삼는다. 그 상의 새로운 첫 수상자는 1936년생의 미국 작가 조안 조나스(Joan Jonas). “조나스는 여성과 생태를 주제로 오랫동안 작업해왔고, 백남준처럼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며, 탈권위적이고 연결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준 인물이에요. 예술의 혁신성과 윤리성을 모두 갖춘 존재였죠. 오는 11월 그의 전시를 개최합니다." 앞으로도 이 상은 백남준 이후의 예술정신을 계승하는 예술가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인물들을 꾸준히 조명할 계획이다. ◆ 예산과 제도의 벽, 그 너머로 하지만 백남준아트센터가 안고 있는 행정적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현재 센터는 경기문화재단 산하 7개 미술관 중 하나로, 기관별 특성과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배정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2024년 기준 센터의 연간 예산은 약 30억 원. 국제적 교류와 미디어 전문성을 지닌 기관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각 미술관은 저마다 다른 정체성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똑같은 기준으로 예산과 인력을 배분받는 건 문제가 있죠. 백남준아트센터는 국제 교류와 미디어 중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관입니다. 그 특성에 맞춘 별도 기준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박 관장은 이 문제를 단순한 ‘불만’으로 말하지 않는다. “행정적으로 준비하고 제도화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설득하고 변화시켜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나는 Park Namhee…백남준 딸" 박남희 관장은 2023년 가을부터 이 센터의 5대 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종종 자신을 '백남준의 딸'이라 부른다. 영어 이름 ‘Namhee Park’은 백남준(Nam June Paik)과 어딘지 닮아 있다. “제가 영어로는 Park Namhee잖아요. 백남준 선생님은 Nam June Paik. 첫 글자에 두 개가 같다는 건 이건 운명이죠.” 그는 백남준의 딸 같은 존재라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와 함께 일하며,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팀장 면접에서 낙방했지만 이후에도 백남준을 놓지 않았다. 홍익대 예술학 박사 출신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2013), ACC 교육사업본부장(2016~2020),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2022), 가파도 AiR 총감독(2023) 등을 거친 실험예술 기획자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오랜 애정과 리더십으로, 취임 2년 차를 맞은 지금, 센터를 새로운 도약의 길로 이끌고 있다. “그의 이름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십수 년을 돌고 돌아 준비했죠.” 그의 말처럼, 박 관장의 이력은 단순한 커리어를 넘어선 일종의 '사적 소명'에 가깝다. 백남준의 정신을 해석하고, 동시대에 이어가기 위한 다층적 실천이었으며, 그 총합이 지금의 관장직으로 이어진 셈이다. “연임에 대해서요? 책임감이 큽니다. 아직 다 못 했어요. 전시, 별관, 글로벌 네트워크… 무엇보다 백남준이라는 이름이 오늘날의 기술과 감각, 그리고 인간의 윤리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박 관장은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연임에 대해 묻자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2000년, 일주아트하우스 시절 ‘미디어아트연구모임’을 주도하며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디뎠다. 그때부터 백남준은 그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의 화두였다. “운 좋게도 지금, 그 오랜 주제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요. 백남준은 ‘정보초고속도로’를 예견하며 언제나 새로움을 향해, 고정된 방식을 벗어났죠. 그런 백남준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은 저에게 ‘일생일대의 만남’ 같은 일입니다.”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 전시장 1층, 백남준이 남긴 말이 있다.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지금 미래를 투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장은 여전히 관람객을 붙잡는다.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백남준의 이 말처럼, 박남희 관장 역시 지금 이곳에서 시간을 축적하고 있다. 그에게 백남준아트센터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하나의 ‘시간 실험실’이다. 백남준이 그랬듯, 그는 시간 속에 무언가를 묻고, 키우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이 기관을 운영하고자 한다. 그러니 ‘임기’는 시간의 끝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에 가깝다. 관장직을 맡으며 가장 힘든 점은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는 여전히 연구자로서의 삶을 꿈꾼다. “계속 연구하고 싶어요. 전시도 하고, 책도 쓰고 싶고요.” 박남희가 지키려는 것은 단지 한 예술가의 이름이 아니다. 그가 지키는 것은 그 예술이 남긴 질문, ‘기술 너머의 인간성’이다. 실험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기획, 포용적 감상의 교육, 미디어아트의 미래 생태계 조성까지. 이제 ‘박남희’라는 이름도 ‘백남준의 시간’을 함께 빚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다. “백남준이 열어준 미래를 지속하고, 더 깊고 넓게 지키기 위해 백남준아트센터는 차분하면서도 활발하게 그의 예술적 유산을 이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일부이자 미래에게 건네줄 ‘지구의 오늘’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그 태도와 방법을 익혀가는 터전. 바로 여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백남준아트센터의 존재 이유겠지요.” 2025/08/03
서울국제정원박람회, 72일 만에 방문객 500만명 돌파 지난 5월 22일부터 보라매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72일째인 지난 1일 누적 관람객 500만명을 넘겼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집계된 누적 관람객은 501만3900명이다. 방문객 500만명 달성 시점은 지난해에 비해 28일 이르다. 지난해 개장 후 100일째 날에 500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박람회 개장 직후 1주일간 인근 지역 내 신용카드(신한카드 기준) 이용 실적을 직전 주와 비교한 결과 결제 금액은 평균 20%, 결제 건수는 평균 17% 늘었다. 하루 평균 생활 인구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와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에도 박람회 하루 평균 방문객은 4만명 이상을 유지했다. 시는 행사 시간대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로 조정하고 공원 곳곳에 무더위쉼터, 쿨링포그, 수경시설 등을 가동했다. 낱말을 맞추고 과제를 수행하는 '무더위 타파 정원미션투어', 여름밤 정원 속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숲속작은영화관', 잔디광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보라매 워터밤' 등 특별 행사가 열렸다. 누리소통망(SNS) 등에는 "여러 번 방문해도 새롭고 예쁘다", "보라매공원이 단순한 공원에서 시민에게 온기와 휴식을 주는 명소로 거듭났다", "물놀이터, 쉼터가 많아 여름에 아이들과 방문하기 좋다" 등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대상 정원 체험에 미국·일본·프랑스·폴란드·인도 등 다양한 국적 관광객이 참여했다. 세계식물원교육총회 등 국제회의 해외 참석자 관광에도 활용되고 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오는 10월 20일까지 이어진다. 10월 17일에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정원도시서울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마크 크리거(독일 조경가), 앤드류 그랜트(영국 조경 건축가), 펠릭스 로(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 CEO), 김광수(마초의 사춘기 대표), 전정일(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등이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원을 배경으로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이 펼쳐지는 '보라매 가든웨딩'이 9월부터 10월까지 총 4회 열린다. 서울시 거주자 또는 생활권자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사연 공모를 받아 개최할 예정이다. 시는 매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내년에는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총 180일간 서울숲 일대와 성수동, 매헌시민의 숲(10월) 등에서 펼쳐진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작년 뚝섬대정원에 이어 올해 보라매 시민대정원을 통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정원이 얼마나 큰 즐거움과 위안을 줄 수 있는지 체감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서울숲 그랜드가든'을 조성해 정원도시 서울의 거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5/08/03
인천문화재단 '2025 예술창작공모' 선정 작가 장호정 개인전 인천문화재단의 2025 예술창작공모사업에 선정된 장호정 작가의 개인전 'Beyond What You See–사물에서 사유로'가 오는 8월 14일부터 27일까지 계양문화원 계양 아트갤러리(계양구청1층)에서 개최된다. 장호정 작가는, 10년 넘게 비닐의 조형성과 감각적 잠재력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보다 확장된 감각의 층위와 존재의 깊이를 사유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의 감상이 텍스트로 모아져, 전시 후반부까지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조경진 미술비평는 “장호정의 회화는 단순한 비주얼 재현을 넘어서, 존재의 실재와 감각의 결을 화면 위에 소환하는 미적 수행”이라며, “가장 하찮고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의 장 안에서 숭고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평했다. 2025/08/01
서울시 꿈새김판,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혈서 태극기'로 서울시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1일 서울도서관 외벽 서울꿈새김판에 대형 태극기 작품을 내걸었다. 이번 작품 제목은 '광복 80년, 서울의 기억'이다. 안중근 의사의 혈서 태극기가 표현됐다. 안중근 혈서 태극기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1명 항일투사와 단지동맹을 결성하고 왼손 약지를 잘라 혈서로 건곤감리 대신 '大韓獨立(대한독립)'을 새긴 태극기다. 태극 음양문양이 현재 태극기와 반대인 것이 특징이다. 크기는 가로 19m, 세로 8.5m다. 서울 독립유공자 사진 150여점과 서울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광복 당시 사진, 이후 서울 주요 장소 사진 등 총 4000여장 사진을 활용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큰 태극기를 볼 수 있고 가까이에서 보면 광복 이후부터 서울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이번 '광복 80년, 서울의 기억'은 광복을 염원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시민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서울광장을 찾는 시민들께서 태극기에 담긴 역사를 기억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8/01
비싼 수박을 하마가 먹네…서울대공원, 동물들 여름 특식 920㎏ 제공 서울대공원은 무더위에 지친 동물들을 위해 여름나기 특별식을 제공한다고 1일 밝혔다. 서울대공원은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우족과 닭고기, 수분과 영양이 가득한 과일과 채소를 동물별 식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준비했다. 호랑이가 있는 맹수사 등 15여개 동물사에 모두 920㎏ 규모 특별식이 제공된다. 오타리아와 점박이 물범 등이 지내고 있는 해양관에는 살아있는 메기를 제공한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쫓는 활동을 통해 활동성을 높이고 야생 본연의 사냥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맹수사에서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에게 전해질, 비타민 영양이 풍부한 얼음 케이크를 제공해 체온을 낮추고 수분을 보충해 준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우족, 생닭 등 육류로 된 맞춤 건강 보양식으로 영양을 보강한다. 다양한 연령대 아시아코끼리 3마리가 생활하고 있는 대동물관에서는 코끼리 전담반 사육사들이 수영장에 여름 특식인 사탕수수를 던져준다. 코끼리들은 가라앉은 먹이를 찾기 위해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하마들에게는 여름철 활력을 북돋아 주기 위해 수박 등 과일이 제공된다. 미어캣 사육사들은 직접 제작한 구조물에 생닭을 매달아 활발한 먹이 활동을 유도한다. 박진순 서울대공원 원장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동물들도 기력이 많이 약해졌을 것이다. 이번 특별 영양식으로 동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잘 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먹이 풍부화를 통해 동물이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2025/08/01
팝업북으로 만나는 궁중악기…'쿵따쿵 국악박물관' 9일까지 진행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방학 특강 프로그램 '쿵따쿵 국악박물관'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9일까지 오전 10시, 11시에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방학 특강 프로그램은 궁중에서 사용되던 악기 '축'과 '어'의 연주 방법과 소리를 배워보고, 나만의 악기 팝업북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쿵따쿵 국악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한 특강 프로그램으로, 수업 중 직접 만든 팝업북 속 국악기를 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수업 이후 국악박물관 제작 실감 콘텐츠와 전시 중인 '임인진연도병' 속 궁중악기를 찾아보며 국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국악박물관에서는 국악의 날 기념 기획전시 '당신의 국악은 무엇인가요?'를 다음 달 7일까지 운영한다. 나만의 국악 취향을 찾아보는 전시 관람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을 더욱 가깝게 접할 수 있다. 국악박물관 방학 특강 프로그램 '쿵따쿵 국악박물관'과 기획전시 '당신의 국악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세부사항은 국립국악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가비 및 관람료는 무료다. 2025/08/01
김해문화도시센터, 왕릉길 문화거리 활성화…야외 전시회 김해문화도시센터는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김해지회와 함께 8일부터 김해 봉황동 수릉원에서 야외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왕릉길 수릉원 옆 숲길 장미터널에서 김해를 주제로 한 풍경 사진 그림 시화를 적은 작품 50여 점을 9월까지 '김해 왕릉길, 일상이 예술이 되다'를 주제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김해문화도시센터의 문화도시조성 사업 ‘아트 플러스(ART+)’의 일환이다. 아트 플러스(ART+)는 김해문화도시센터가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한옥체험관을 중심으로 한 왕릉길 방문 시민들의 문화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김해문화도시센터 조일웅 센터장은 “시민들이 지역 예술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겠다”며 “전시가 왕릉길 문화거리에 활기를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5/08/01
흑인·퀴어·도시의 기억, 그 위를 걷는다…마크 브래드포드 亞 첫 회고전 알록달록 거대한 추상 회화 위를 걷는다는 것. 처음엔 주저하다가도, 한 발 내딛는 순간, 우리는 그 안으로 빠져든다.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전시는 ‘보는’ 것이 아니라 ‘걷는’ 행위로 체화되는 회화의 현장이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8월 1일 개막하는 'Mark Bradford: Keep Walking'은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브래드포드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화, 설치, 영상 등 40여 점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추상(Social Abstraction)’이라는 독자적 언어로 사회 구조와 존재의 무게를 꿰맨다. 전시는 2024년 독일 함부르거반호프 순회전의 연장선이다. 31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크 브래드포드는 “나는 미술사와 투쟁하는 사람”이라며 “내 작업 안에는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2m가 넘는 장신과 함께, 그는 예술가로서의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미술사와 싸워왔지만, 예술가로서의 기쁨은 포기하지 않았다” 1961년 로스앤젤레스 사우스 센트럴에서 태어난 브래드포드는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보낸 유년기를 토대로 흑인, 퀴어, 도시 하층민의 삶을 예술로 번역해왔다.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포스터, 신문지 등 도시의 파편을 찢고 겹쳐 구성한 그의 작업은 '사회적 추상’이라는 미술사적 개념을 탄생시켰다. 예술가의 길은 늦게 시작됐지만 빠르게 세계의 중심에 도달했다. 30대 중반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뒤늦게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로 발탁되며 주목받았고, 이후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2021), 아트리뷰 ‘Power 100’ 19위(2024)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는 스위스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소속 작가다. 그에게 추상이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불평등과 권력, 정체성의 균열을 시각화하는 감각적 저항이다. ◆캔버스를 걷다…회화의 틀을 전복하는 몸의 행위 전시 제목 ‘Keep Walking’은 단순한 동사가 아니다. 전시장 바닥에 펼쳐진 대형 회화 설치작 '떠오르다(Float)'는 관람객이 직접 그 위를 걷도록 유도한다. 수백 개의 캔버스와 종이를 찢어 구성된 이 작품은 ‘벽에 거는 회화’라는 제도적 틀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회화를 지지하는 캔버스의 틀, 그리고 주제를 설정하는 구조… 저는 그 안에 관람객이 들어가 걷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것은 회화에 대한 질문이며, 동시에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그에게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느리게, 천천히 작업하고 사유하는 자신의 삶의 태도와 닮아 있다. [[[[:newsis_inyoung_center_start:]]]]“우리는 모두 각자의 몸 안에 갇힌 존재예요. 하지만 그 몸을 통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어요.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계속 걷는 것, 그게 제 메타포입니다.” [[[[:newsis_inyoung_center_end:]]]] ◆불타는 지구와 잿더미 위의 권력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은유를 담은 작품은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2019)다. 8개의 불탄 지구가 공중에 매달린 조형물로, 브래드포드는 이 제목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차용한 것이라 밝혔다. [[[[:newsis_inyoung_center_start:]]]]“이 작품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지구에 살지만, 사람들은 전혀 다른 조건 속에서 살아가죠.” [[[[:newsis_inyoung_center_end:]]]]불타는 지구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그는 말없이 경고한다. 우리는 같은 행성에 살고 있지만, 결코 같은 세계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퀴어, 기억, 존재의 잔향 신작 '폭풍이 몰려온다'(2025)는 역사적 퀴어 인물과 흑인 커뮤니티의 기억을 소환한다. '공기가 다 닳아 있었다'는 남부 흑인의 이주 여정을 ‘시간표’라는 장치를 통해 회화적 층위로 펼쳐내며, 시간성과 이동을 시각화한다. 영상작업 '나이아가라'(2005)는 작가 작업실 이웃 엘빈이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걷는 뒷모습을 담는다. 1953년 마릴린 먼로 주연 영화 ‘나이아가라’를 흑인 퀴어 시선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주제를 조용히 관통한다. “작품 안엔 기억도 많고, 서사도 많습니다. 그래도, 일단 봐야죠. 그리고 걸어야 합니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그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가 그의 작업 안으로 직접 발을 들이며, 질문과 응답의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백인 사회의 편견을 뚫고 20여 년간 추상 회화를 밀어붙여온 그의 작업 세계는, 동시대 미술의 정치성과 형식 실험을 동시에 조망한다. 강렬한 회화와 설치 작업은 전시장을 압도하며, 수행성과 노동의 밀도로 브래드포드의 예술적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는 9월 2일 열리며, 전시는 2026년 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2025/07/31
미술관에서 태어난 '아가몬'…추수×MMCA×LG, 미래 미술 첫 실험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 괴물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작가 추수(TZUSOO·35)의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은 미술관 전시에 확실한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OLED 화면 위로 태어난 디지털 생명체 ‘아가몬(Agamon)’은 감각, 젠더, 기술, 생명성의 경계를 유영하며 예술과 기술의 생태계를 근본부터 흔든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협업한 'MMCA×LG OLED 시리즈’의 첫 프로젝트이자, '추수'라는 이름을 미술계 전면에 부상시키는 괴물적 데뷔 선언이기도 하다. 디지털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출산 바깥의 생명’을 상상하며, OLED 스크린과 유기적 조각 설치를 병치시켰다. 이를 통해 물질과 비물질, 신체와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의 풍경을 드러낸다. “디지털 세계에서 시작된 나의 감각을 이제 손으로 빚고 싶었다”는 고백처럼, 이 전시는 추수가 디지털 세계에서 물질 세계로 넘어오며 만들어낸 ‘정령적 조형 언어’의 결정체다. 31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아가몬’은 귀여움과 기괴함의 경계를 허물며, 서울박스를 탈장르적 실험실로 변모시켰다. ◆살아 있는 조각, 디지털 정령과의 조우 전시는 세 개의 주요 작업으로 구성된다. 그중 하나인 ‘아가몬 5’는 해조류 성분 우뭇가사리와 이끼로 만든 유기적 조각 설치로, 습도와 빛, 물의 순환에 따라 살아 움직이듯 존재한다. “실제로 자라는 조각”이라는 이 작품은, 작가와 오랜 시간 협업해온 이끼 전문가 ‘독립정원’과 함께 개발된 결과물이다. 실리콘이 아닌, 살아 있는 유기체와 결합할 수 있는 물성을 찾기 위한 수많은 실험과 조정 끝에 완성됐다. 참고로, 해조류 성분인 우뭇가사리는 독일어로 '아가(agar)'로 불린다. 여기서 착안한 이름 ‘아가몬’은 물과 빛, 습도가 조절되는 전시 환경 속에서 생장하며, 감각과 순환의 생태계를 시각화한다. 현실의 물리적 흐름 속에서 조각의 ‘살아 있음’을 제시하는 이 작품은, 생명의 조형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에 대응하듯, 층고 17m 높이까지 설치된 영상 작업 ‘살의 여덟 정령–태·간’은 55인치 LG OLED 스크린 88대로 이루어진 디지털 벽이다. 각각 남쪽과 북동쪽에 배치된 이 스크린은 정령들이 출현하는 ‘포털’처럼 기능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정령 ‘태(兌)’와 ‘간(艮)’은 작가가 창안한 아가몬 세계관 속 여덟 정령 중 일부로, “억압과 욕망, 질서와 혼돈의 디지털 서사를 시각화한 존재들”이다. 추수는 “팔괘를 참고해 디지털 신화 체계를 구상했다”며, “동양 철학의 우주 질서를 빌려와 내가 상상한 세계를 구조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작업은 나의 성적 욕망과 패티시, 젠더 감수성까지 솔직히 반영한 고백”이라고 강조하며, 디지털 감각 너머로 확장된 정체성과 생명성의 조형 세계를 드러낸다. ◆예술+기술+젠더 감수성… 디지털 생태계 구축 추수는 이번 작업에서 ‘출산 바깥의 창조’를 상상하며, 젠더 감수성과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한 조형 실험을 전개한다. OLED 기술의 정교한 색채와 해상도는 그의 감각 실험과 맞물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몰입 경험을 만든다. 감각의 물성과 감정의 층위를 탐색하는 이 전시는, 미술관을 상상력의 실험실로 전환시킨다. 지금, 서울박스는 유기체와 정령이 공존하는 탈장르적 생명 공간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태어난 디지털 신화 ‘아가몬’은, 21세기 미술의 다음 장을 열고 있다. ◆현대미술의 미래를 묻는 협업 ‘MMCA×LG OLED 시리즈’는 매년 1인의 작가를 선정해 서울박스에 신작을 설치하는 중장기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다.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발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상징적 전시공간 ‘서울박스’에서 현대미술의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장소특정적 신작을 소개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추수의 실험정신은 MMCA×LG OLED 시리즈의 시작을 힘있게 열어준다”며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이 프로젝트가 동시대 시각예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전자 오혜원 상무는 “작가의 실험을 LG OLED 기술로 구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예술과 기술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융합을 더 깊이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8월 1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추수(TZUSOO)작가는? 1992년 서울 출생. 본명은 이한결. 서예가인 아버지가 '추수'라는 호를 지어준 게 작가 이름이 됐다. 홍익대학교 판화과와 예술학과 졸업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조형예술대학 디플롬(학석사 통합과정)을 마치고 현재 같은 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게임덕후'에서 진화해 영상, 설치, 조각, 회화를 넘나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감수성과 젠더 이슈, 포스트휴먼 시대의 정체성을 탐색해왔다. 대표작으로는 버추얼 아바타의 내면을 다룬 '에이미의 멜랑콜리' 시리즈, AI와 작가 정체성을 엮은 '달리의 에이미', 독일 내 차별적 교육 제도를 비판한 '나는 이곳을 졸업하는 것이 부끄럽다' 등이 있다.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프린세스 컴퓨터’의 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조용필, 릴체리, SAAY 등과 협업했다.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