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현숙 회장 딸 티나킴 대표, 옵서버 ‘아트 파워 인덱스’ 선정 미국 뉴욕 티나킴 갤러리의 티나킴 대표가 뉴욕 옵서버(Observer)가 발표한 ‘2025 아트 파워 인덱스(Art Power Index)’에 이름을 올렸다. 티나킴 대표는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의 딸로, 한국과 미국을 잇는 미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제 큐레이터·비평가·미술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왔다. 프리즈 서울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과 담론 형성에도 기여해왔다. 옵서버는 2018년부터 매년 글로벌 미술계의 변화를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선정해왔으며, 이 리스트는 미술 산업 전반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평가 중 하나로 꼽힌다. 티나킴 대표는 한국과 아시아 디아스포라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알리고 글로벌 미술시장의 인식 지형을 재편한 공로로 이번 인덱스에 선정됐다. 한국 문화가 지금처럼 전 세계적 영향력을 갖기 이전부터 국내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점이 높이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2025 아트 파워 인덱스’에는 티나킴 대표 외에도 레픽 아나돌(데이터랜드 창립자 겸 예술 감독), 사라 애리슨(MoMA 이사회 최연소 회장), 빈첸초 데 벨리스(아트 바젤 최고 예술 책임자 겸 글로벌 아트페어 디렉터) 등 현대 미술계와 글로벌 아트 마켓을 주도하는 주요 인사들이 함께 포함됐다. 2001년 설립된 티나킴 갤러리는 뉴욕 첼시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동시대 미술의 비평적 지형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2014년부터는 한국 단색화를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 소개하며 한국 모더니즘의 위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파시타 아바드, 가다 아메르, 타니아 페레스 코르도바, 이미래 등 다양한 배경의 20여 명의 작가와 협업하며 국가와 정체성을 넘는 현대미술 담론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티나킴 대표는 “미술계의 미래는 위계가 아니라 대화에 있다”며 “진정한 교류는 작가·큐레이터·관객이 지역을 넘어 직접 소통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옵서버의 ‘2025 아트 파워 인덱스’ 전체 리스트는 옵서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11/21
타데우스로팍 서울, 젊은 작가 정희민·거장 호안 미로展 눈길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21일부터 정희민(387)의 개인전 ‘번민의 정원’과 호안 미로(Joan Miró)의 ‘조각의 언어’ 전시를 1·2층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젊은 한국 작가와 현대미술사 거장이 하나의 공간에서 나란히 놓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거장의 역사적 조형 언어가 오늘의 감각적 실험과 접점을 이루며, 두 전시가 서로 다른 시대감·매체감·감각 구조를 비평의 장처럼 드러낸다. 국제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 작가의 신작을 거장 전시와 동등한 무대에 올렸다는 점도, 국내 작가의 글로벌 맥락 확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층에서 열리는 정희민 개인전 '번민의 정원(Garden of Turmoil)’은 디지털 이미지와 물질적 표면이 중첩되는 동시대적 경험을 탐구한다. 정희민은 가상세계에서 수집한 이미지에 3D 프로세스와 자신만의 겔 미디움(gel medium) 기법을 결합해 다층적인 표면을 구축한다. 전시 제목인 ‘번민의 정원’은 스크린과 시뮬라크라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현대적 불안을 은유하며, 작가는 그 불안이 만들어낸 디지털 풍경을 회화적·조각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2층에서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거장 호안 미로(1893~1983)의 후기 조각을 소개하는 ‘조각의 언어(Sculptures)’ 전이 열린다. 1976년부터 1982년 사이 제작된 일련의 청동 조각들은 미로가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에서 출발한 실험적 조형 언어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보여준다. 마요르카에서 머무르던 시기, 지역의 수공예 전통과 해안의 생태적 풍경, 다양한 광물의 형태로부터 받은 영감이 그의 조형 실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평범한 오브제들은 미로 특유의 상상력과 시적 결을 입고 재조합되며, 하나의 조각적 ‘별자리’처럼 자리 잡는다. 전시장에는 어빙 펜(Irving Penn)이 1948년 촬영한 미로의 초상 사진도 함께 소개돼, 거장의 존재와 조각 세계가 맺는 관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전시는 2026년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5/11/21
이슬람 미술 정수 한 자리에…국중박, 첫 '이슬람실' 신설 [뉴시스Pic]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슬람 미술품 전시실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2일부터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이슬람실을 신설해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슬람실에서 열리는 전시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은 대형 쿠란 필사본, 초기 쿠란 필사본 등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이 소장한 이슬람 미술품 83점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류가 남긴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세계문화관을 조성한 이래, 2019년부터 세계 주요 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다양한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이슬람 문화는 다섯 번째 주제로, 상설전시관 최초 이슬람 주제 전시"라며 "이슬람실은 우리에게 아직은 다소 낯선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025/11/21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부터 품행제로까지…MMCA영상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2025년 MMCA 필름앤비디오의 마지막 프로그램 ‘이중시선’을 선보인다. 상영은 11월 26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에서 진행된다. ‘이중시선’은 유튜브·인터넷 등에서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도가 특징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형식으로 제작된 두 영화를 한 프로그램 안에서 짝지어 상영함으로써 작품 간의 충돌, 조응, 간극이 비평의 대상이 되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병치가 아니라, 이미지와 서사가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내는 균열과 공명에 주목한다. 총 12편의 영화를 2편씩 엮은 6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죽음과 욕망을 교차시킨 김기영의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1978)와 할 애쉬비의 ‘해롤드와 모드’(1971)를 상영한다. 두 번째는 르네 비에네의 ‘변증법은 벽돌을 깰 수 있는가?’(1973)와 스티브 오데커크의 패러디 영화 ‘퓨전 쿵푸’(2002)로, 정치성과 해학, 아시아 무술 영화의 재맥락화를 함께 다룬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와 이를 38년 뒤 거의 그대로 재촬영한 구스 반 산트의 ‘싸이코’(1998)를 나란히 배치했다. 흑백과 컬러, 원작과 리메이크의 미묘한 어긋남을 통해 영화 감각의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지 묻는다. 네 번째는 제작 현장을 기록한 레스 블랭크의 ‘버든 오브 드림즈’(1982)와 촬영자의 자기 성찰을 전면에 둔 커스틴 존슨의 ‘카메라를 든 사람’(2016)으로 구성된다. 다섯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우리 모두의 나치’(1984)와 ‘Z32’(2008)를 통해 전쟁·폭력·증언을 둘러싼 재현의 윤리적 긴장을 살핀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송능한 감독의 ‘넘버 3’(1997)와 조근식 감독의 ‘품행제로’(2002)를 묶어, 1990~2000년대 한국 장르 영화가 대중성과 실험을 동시에 구축해가던 시기의 감수성을 조명한다. 상영과 연계해 평론가·창작자 등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영화도둑일기'의 저자 한민수와 ‘씨네스트’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한국어 자막을 제작한 서향경, 송효정 영화평론가와 비평지 ‘마테리알’의 함연선이 참여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상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기회”라며 “미술관에서의 영화 상영이 관객에게 다층적 서사와 확장된 영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2025/11/21
서울옥션, ‘기생충’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과 ‘책과 집의 시간’ 서울옥션이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박종선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 ‘WHEN THE HOUSE READS – 책과 집의 시간’을 선보인다. ‘Art & Furniture’ 시리즈의 세 번째 기획으로, 가구와 미술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전시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특히 박종선의 목가구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조지 나카시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거장들의 가구와 아니쉬 카푸어, 장-미셸 오토니엘, 데이비드 호크니, 고영훈 등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 작품이 함께 구성됐다. 박종선은 전통 목가구의 장인정신과 현대적 미감을 결합해 ‘시간이 머무는 가구’를 만들어온 작가다. 가구를 생활도구가 아닌 작은 건축물로 해석하며, 불필요한 장식과 과도한 조형적 개입을 배제한 절제된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영화 ‘기생충’의 가구 미술 참여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그는 이번 전시에서 나무의 본성을 존중하고 정밀한 구조미를 드러낸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참여 작가와 아트 컬렉터들이 추천하는 ‘나의 책’ 리스트도 마련돼 있다. 작품 감상에 더해, 공간 속에서 책을 읽고 머무르며 ‘책과 집’이 가진 감각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영국 조향사 린 해리스(Lyn Harris)의 Perfumer H 향 ‘Ink’가 더해져 시각·촉각·후각이 함께 작동하는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5/11/21
글래드스톤 서울, 이헌정·김주리·김대운 첫 도예 단체전 미국 뉴욕 본사를 둔 글래드스톤 서울이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 등 한국 작가 세 명을 묶은 첫 도예 단체전 ‘Irreverent Forms’를 개최한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뉴욕·브뤼셀 등 전 세계 지점에서 꾸준히 도예전을 선보여온 만큼, 이번 전시는 도예를 매개로 갤러리와 한국 현대미술계의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전통적 도예의 관념에 도전하는 세 작가를 조명한다. ‘완성’을 향한 통상적인 시도에서 벗어나 가마에서의 형태 변형, 물에 의한 침식, 균열과 흐름 등 점토의 자연적·우연적 변화를 그대로 수용하며 재료의 취약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이헌정(58)은 달항아리가 물속에서 해체되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형태가 무너지고 표면이 흐트러지는 장면을 통해 조형의 완성보다 ‘소멸’의 시간을 조형 언어로 제시한다. 도예·가구·건축을 넘나들며 재료의 우연성을 적극 수용해온 작가로, 홍익대 도예 학·석사(1991·1995),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석사(1996) 등 다학제적 배경을 갖는다. 김주리(45)는 물에 의해 분해된 점토판을 다시 압축한 ‘클레이 타블렛’ 연작과, 사라진 서울의 주거 풍경을 점토 형태로 기록한 ‘휘경’ 시리즈를 내놓는다. 점토의 해체와 재형성 과정이 도시·시간·기억과 겹쳐지며 작업의 서사가 형성된다. 경희대 조각과 출신으로 필라델피아 미술관·V&A 등 주요 기관에서 전시한 바 있다. 김대운(33)은 깨진 달항아리 파편을 쌓고 이어붙여 구조를 만든 조각 작업을 전시한다. 파편의 균형과 취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정체성과 관계성의 문제를 조형적 구조로 확장한다. 뉴욕주립대 알프레드 미대 학사 출신으로, 빌라 아르송 레지던시 등을 거쳤다. 전시는 2026년 1월 3일까지 열린다. 한편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1980년 뉴욕 맨해튼에 개관한 후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미술을 선보여왔다. 아니쉬 카푸어, 제니홀저, 우고 론디노네 등을 소개하며 진보적인 갤러리로 유명세를 탔다.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로마 분점에 이어 2022년 4월 서울 강남 청담동에 서울 분점을 열었다. 2025/11/21
'평창동 아르코 예술창작실'의 첫 ‘현장 보고서’…입주작가 10인 전시 국내외 작가들의 레지던시 작업실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아르코미술관은 아르코 예술창작실 입주작가 10인이 참여한 전시 ‘인 시투(In Situ)’를 오는 2026년 1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6월 평창동에 개관한 아르코 예술창작실 1·2기 입주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전시명 ‘인 시투(In Situ)’는 ‘본연의 장소, 현장에서’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비롯됐다. 이 전시를 기획한 신보슬 큐레이터는 이를 바탕으로 스튜디오 공간을 미술관 안에 재현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해, 작가가 현장에서 고민해온 감각과 사유를 공간적으로 펼쳐낸다. ◆ 다양한 지역에서 온 10인의 창작자 아르코 예술창작실은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선정해 국내외 예술 생태계의 교류를 확장하고 있다. 입주 기간 동안 창작자–큐레이터–전문가가 연결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번 전시는 그 중간 결과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참여 작가는 아래와 같다. ▲1기(2025.6~9) : 손수민(한국), 윤향로(한국), 발터 토른베르크(핀란드), 부이 바오 트람(베트남), 유스케 타니나카(일본) ▲2기(2025.10~2026.1) : 박정혜(한국), 서희(한국), 카타즈나 마주르(폴란드), 크리스티앙 슈바르츠(오스트리아), 우고 멘데스(모잠비크). ◆ 1층: 1기 작가들의 ‘현장 흔적’ 유스케 타니나카는 전통·과학·신체·시각의 관계 속에서 치유의 미학을 탐구한다. 랍(Rab)은 한국 민속과 일상의 상징으로 자리한 ‘까치’의 의미를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윤향로는 일상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기록한 회화를 전시하고, 발터 토른베르크는 미술관의 제도와 권위를 비평하는 관객 참여형 작품을 설치한다. 손수민은 ‘피아노’를 매개로 한국 사회를 반영한 영상작업 3점을 공개한다. ◆ 2층: 2기 작가들의 ‘확장된 시선’ 크리스티앙 슈바르츠는 도시의 무선 통신 인프라가 구축한 시각적 풍경에 주목한다. 박정혜는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사물과 상징의 중의성을 탐색한다. 서희는 타지에서의 체류 경험을 설치물로 시각화하며, 카타즈나 마주르는 개인의 기억과 집단적 서사를 사진·설치로 풀어낸다. 우고 멘데스는 모잠비크 전통 공예의 집단 기억을 판화로 현대적으로 변주한다. 21일에는 입주작가들이 직접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리며, 2026년 1월에는 국내 레지던시 운영자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한신 관장은 “아르코 예술창작실 사업이 국내외 예술가들의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밝혔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내 아르코미술관(화–일, 오전 11시~오후 7시)에서 무료 관람 가능하다. 2025/11/20
건축가 부녀 이타미 준·유이화의 만남…'바람의 건축'展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유동룡, 1935~2011)과 그의 딸 유이화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내달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커뮤니티몰 FEZH에서 개막하는 전시 '바람의 건축 : 이타미 준과 유이화의 바람이 남긴 호흡'은 두 사람의 건축 작품 29점를 비롯해 회화, 가구, 건축 모형 등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두 건축가가 세대를 넘어 공유해 온 건축적 정신과 감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자리다.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두 건축가가 건축으로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통해 건축이 관계맺은 땅과 우리의 삶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 전시은 건축 모형, 드로잉, 스케치, 영상 등으로 구성된 4가지 테마가 2020년대 유이화의 작품부터 1970년대 이타미 준의 데뷔작까지 거슬러 전개된다. 테마는 '2020: 건축가 유이화', '2000: 건축가 이타미 준 그리고 유이화', '1990~1970: 건축가 이타미 준', '시간을 넘어: 바람의 건축' 등이다. 전시 공간인 FEZH는 유이화의 작품이라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 열린다. 입장권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할수있다. 2025/11/20
GEM 아트숍 만든 한국인 권재영…“이집트 문화경제 새 모델”[문화人터뷰] 이집트 황금사막 위에서 새로운 박물관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대 고고학 박물관 ‘그랜드 이집트 뮤지엄’(GEM)이 지난 4일 개관하며, 관람객의 마지막 동선인 ‘아트숍’까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한국인 권재영 MUSEEUM 공동창업자다. GEM은 고대 이집트 유물 5만8000점을 수용한 초대형 국립 프로젝트다. 이 거대한 문명을 오늘의 소비 경험으로 번역하는 역할을 한국인이 맡고 있다는 사실은 현지에서도 '의외의 반전'으로 회자된다. 19일 이집트 GEM 아트숍에서 만난 권재영(47)대표는 “고대 문명이 남긴 사물의 언어를 오늘의 소비자 경험으로 다시 번역하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이라며 “박물관 기념품이 아니라 이집트 장인과 함께 ‘유물과 공예의 현대화’를 추진하며 이집트 문화경제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IBM에서 전략 컨설팅을 거쳐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활동한 ‘금융·전략 분야’ 출신 인물이다. 리먼 사태 당시 가방을 들고 사옥을 빠져나와야 했던 위기의 금융 현장을 직접 겪은 경험도 있다. 숫자와 구조의 세계에 익숙한 그는, 이집트 장인 150여 명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조직해내며 GEM 아트숍의 운영 기반을 설계한 전략가로 평가된다. 그의 삶이 급격히 방향을 튼 것은 영국 유학 시절이다. 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런던비즈니스스쿨(LBS) MBA 과정에서 이집트 대형 건설사 ‘하산 알람 그룹’ 가문의 남편을 만나, 이집트로 삶의 무대를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우연히 GEM 운영권 입찰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집트 문화경제에 남아 있던 ‘결정적 빈칸’을 발견했다. “장인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장도, 브랜드도, 유통망도 없었죠.” 그는 바로 그 틈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재구성했다. ◆루브르 등 4개 대형 글로벌 컨소시엄 제치고 GEM 운영권 확보 GEM 운영권 입찰에는 루브르를 포함해서 총 4개 글로벌 기관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권 대표는 17개 기관이 협력한 하산 알람 컨소시엄의 비드 매니저로 합류해, GEM의 운영 모델과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적 역할을 맡았다. 결국 하산 알람이 루브르 등을 제치고 박물관 운영권을 따냈다. 그가 내세운 전략은 단 하나였다. “이집트인은 스스로 자기 문화를 운영해야 한다. 'Best of Egypt'를 만들자.” 이 솔루션은 정부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그는 “사적 인연보다 ‘현지 운영’이라는 국가 메시지가 정부 결정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100% 이집트 제작…전국 150장인 네트워크 구축 권 대표가 아트숍에서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은 명확했다. “모든 상품은 100% 이집트에서 만든다.” 그는 시와 직조, 누비아 자수, 아크밈 직물, 파티미드 지구 금속·유리 공예 등 전국 장인·공방·NGO를 직접 방문해 150명 규모의 수공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지 기념품 시장은 금장·번쩍임·수입품 일색이었다. 그는 과감하게 이 팔레트를 뒤집었다. “이집트인조차 자기 집에는 두지 않는 기념품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색을 덜어냈다. 골드·네이비·베이지 중심의 절제된 디자인은 현지인 구매 비율을 끌어올렸다. ◆ 투탕카몬은 앞보다 ‘뒤’가 예뻤다…히트상품의 탄생 상품 개발 과정에서 그는 유물의 ‘뒷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투탕카몬 마스크는 앞보다 뒤가 더 현대적이었어요. 네이비·골드 스트라이프, 상형문자…. 정말 충격이었죠.” 이 모티프는 포스터·스카프·노트북 커버로 재탄생해 지금도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바븐이 그려진 토트백은 개관 첫 주에만 600개가 판매됐다. 5만8000점 중 5800점이 투탕카몬 유물이라는 사실은 장점이자 난제다. “학술·대중·브랜드·상품성의 교차점을 찾느라 10개월이 걸렸습니다.” ◆ 개관 후 소비 패턴은 “180도 전환”…픽업형 구조로 재편 지난 4일 개관한 GEM은 첫날에만 4만5000명이 몰리며 ‘초대형 박물관 시대’를 선언했다. 현재도 하루 1만5000~1만8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권 대표는 “개관 후 모든 데이터가 뒤집혔다”고 설명했다. 관람 동선, 체류 시간, 구매 속도 등 박물관 내 소비 패턴의 핵심 지표들이 초기 예측과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개관 후 아트숍 매출은 개관 전의 10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일부 베스트셀러는 “재고를 만들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소진된다. 권 대표는 이 흐름을 읽고 매장 동선을 다시 짰다. 소비자가 설명을 듣고 고르는 방식에서, 보이는 즉시 집어가는 ‘픽업형 구조’로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권 대표는 “박물관에서 받은 감동이 바로 기념품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감동을 얼마나 세련된 디자인 언어로 번역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이집트 전역 → 걸프(GCC)…‘문명의 리테일링’ 확장 권 대표의 전략은 GEM이라는 단일 박물관을 넘어 이집트 전체 문화경제로 확장된다. 그는 △카이로 시타델 등 국립기관 진출(1단계) △이집트 전역 문화시설 확대(2단계) △걸프(GCC) 문화상품 시장 진출(3단계)이라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걸프권은 유물 기반이 약해 문화상품의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지점에서 새로운 ‘컬처 굿즈’ 모델이 필요합니다.” 권 대표는 이집트에서 ‘장인 기술–디자인–관광–유통’을 잇는 새로운 경제 지형도를 그리는 중이다. 박물관을 문화경제의 허브로 전환시키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GEM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문명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이죠. 고대 문명이 사물로 기억을 남겼듯, 현대 박물관도 사물로 경험을 전달합니다. 이집트 장인의 기술이 세계인에게 닿는 길을 더 넓히고 싶어요.” 2025/11/20
김초엽, 잊었던 '쓰는 감각' 찾는다…미래의 쓰기·도구는 어떨까 "사각이 된 연필이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를 써주세요. 당신의 모국어로요…나는 말할 거예요. 계속 쓸 거예요. 내가 다 닳을 때까지. 그러면 당신은 내 말을 볼 수 있겠죠." ('사각의 탈출' 중) 한국 대표 SF 작가 김초엽(32)이 17쪽 분량의 단편소설 '사각의 탈출'을 서점이 아닌 전시장에서 발표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19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개막한 제5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전시에서다. 한글실험프로젝트는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해 예술·산업 콘텐츠로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의 5번째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감각 기능을 확장하는 도구와 기술의 발달을 '쓰기'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글 쓰는 행위의 가치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 문자는 쓰는 행위를 보편화시켰고, 인간은 이를 도구를 활용해 단순 기록을 넘어 이성적 사유와 깊은 감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은 이날 전시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전시는) 인간이 쓰는 행위, 그 과정에서 도구를 발견하는 행위 등 쓰기와 도구의 관계성을 파악하고 의미를 발견한 작업"이라며 "도구의 발전과 문자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조형성을 찾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초엽의 작품은 전시의 주제에 맞춰 '한글이 아주 먼 미래에 등장한 특수한 쓰기 도구에 유리하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주인공 '성은수'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공의식 '네모'를 만나며 잊고 있던 쓰기의 감각을 되찾아간다. 이번 전시는 김초엽을 비롯해 작가, 디자이너 등 총 23명이 참여해 책, 공예, 제품, 공간,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장 도입부 '기대고, 붙잡히고, 매달리고, 휘둘리고' 공간에서 김초엽 단편 외에도 각각 쓰기와 도구를 주제로 한 ▲김영글의 '흔적 사전' ▲김성우의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전병근의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쓰기에 필요한 도구가 전시됐다. 디자인회사 비케이아이디(BKID)의 '쓰고, 그리고, 사유하기'는 무궁무진하게 변형된 필기도구에 집중했다. 연필을 사용하는 습관과 행위를 반영해 17개의 새로운 쓰기 도구를 제작했다. 이 외에도 연필로 가족을 표현한 '함께 쓰는 즐거움'(마음 스튜디오), 한글의 형태를 도구로 구현한 '모음 도구'(비 포머티브) 등이 소개됐다. 미래의 쓰기를 조명한 작품도 전시됐다. 인공지능(AI)이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쓰기의 행위도 변화하고 있다. 박제성 미디어아티스트는 작품 '자간'을 통해 본인이 직접 쓴 시 '흑송이'를 AI에 학습시켜 영상으로 표현했다. 영상은 붓이 움직이면서 한 편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또 조영각 작가의 작품 '기획향(機劃香)'은 AI가 한국의 195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대중문화를 학습해 신조어를 창조한다. 로봇팔에 설치된 붓이 키보드와 패드를 누르면서 설치된 화면에 결과물이 노출된다. 김은재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맺고, 우리의 읽고 쓰는 행위를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작품들은 질문에 대한 답과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지난 2월 발생한 박물관 화재로 인해 관내 전시공간이 아닌 다른 곳을 섭외해 마련됐다. 당초 지난달에 전시하려했으나 연기됐다. 김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의 전시공간 270평 규모에서 현재 전시공간 80평에 맞춰 작품을 축소하는 등 수정해서 (전시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시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도 예정됐다. 더불어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과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전시는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내년 3월 22일까지.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