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렸을까?…'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 “이건 나도 그리겠다.”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두고 흔히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 단순한 선과 색이 완성되기까지, 스무 해 넘는 시간 동안 국화를 그리고 또 그리며 눈과 손을 단련한 화가의 시간이다. 미술사학자 정하윤은 바로 그 '꽃 그림'에서 거장의 내공과 정진의 흔적을 읽는다. 신간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문학동네)은 저자가 큐레이션한 17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일종의 계절 미술 수첩이다. 전작 '꽃 피는 미술관: 봄여름'에 이어, 이번에는 국화와 동백, 장미와 엉겅퀴 같은 계절의 꽃들을 따라 가을과 겨울의 미감을 탐색한다.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한겨울에도 붉게 피는 동백, 눈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씨앗, 시든 꽃잎 너머의 만개. 이 계절의 꽃은 곧 삶의 태도이자, 예술가의 시간이다. 책은 고흐, 드가, 몬드리안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 이동기까지, 익숙한 이름과 덜 조명된 작가들을 함께 담는다. 거장의 대표작도, 이름 없는 화가의 고요한 실험도 함께 놓는다. 그리고 던진다. “이 꽃은 왜 그렸을까?” “화가는 무엇을 남기려 했을까?” 정하윤은 말한다. “미술에 가까워지는 길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이 책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은 ‘꽃’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미술 입문의 문턱을 낮추고, 감상의 깊이를 자연스레 확장시킨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일 아침 예상치 못한 꽃다발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꽃이 있다”는 앙리 마티스의 말처럼, 우리 곁엔 언제나 예술이 있고, 그 예술은 늘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2025/06/11
한국 수묵, 베이징으로…국립현대미술관 ‘수묵별미’ 중국 순회전 개막 “이번 전시는 단순한 순회전을 넘어, 양국 문화예술 교류의 질적 전환점을 이끄는 결실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에 대해 “한국미술의 독창성과 새로운 시각을 중국에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 전시는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처음 공개된 공동기획전의 순회전으로, 양국 유일의 국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NAMOC, 관장 우웨이산)이 소장한 대표 수묵채색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의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 천경자, 황창배 등 작가 60명의 작품 60점과, 중국의 우창숴(吳昌碩), 쉬베이훙(徐悲鴻), 푸바오스(傅抱石), 린펑몐(林風眠) 등 대표 작가 60명의 작품 60점 등 총 120점이 전시된다. 특히 중국 국가문물국이 지정한 1~3급 문물 29점이 대거 출품돼, 양국 수묵화의 미학적 전개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한국과 중국 각국의 작품을 2부씩 나누어 총 4부로 구성했다. ‘전통에서 현대까지’ 흐름에 따라 양국 수묵화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한국화 1부 ‘근대의 여명과 창신’은 20세기 초~1970년대의 전통 회화 변화를 다룬다. 이응노의 〈구성〉(1973), 박래현, 장운상 등의 실험적 수묵채색화가 포함된다. 2부 ‘경계를 넘어, 확장을 향해’에서는 1980년대 이후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조명하며, 석철주의 〈외곽지대〉(1981), 김선두의 〈2호선〉(1985), 유근택, 이진주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중국화 1부 ‘전통의 재발견’에서는 중국 근현대 수묵 예술의 거장 우창숴의 〈구슬 빛〉(1920), 쉬베이훙의 〈전마〉(1942),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1955) 등 중요작이 포함됐다. 2부 ‘다양성과 번영’에서는 추이진(崔進) 등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 수묵 작품을 통해 중국화의 현대적 확장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비교 전시를 넘어, 한국화가 중국의 ‘국화(國畫)’와 어떻게 다른 정체성과 미학을 형성해왔는가에 대한 비평적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수묵이라는 공통 전통이 어떻게 각국에서 현대화되었는지를 통해 동아시아 회화의 오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같은 날 오후 2시, 중국미술관에서는 전시 연계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한중 양국의 미술사학자들이 참여해 수묵화의 현대화 흐름과 문화교류의 현재적 의미를 논의했다. 우웨이산 중국미술관장은 “동아시아 공통 유산인 수묵 예술을 통해 양국의 문화적 공명을 더욱 증진하고, 한중 회화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11일까지. 2025/06/11
프리즈, 아시아 ‘현지화’ 강화…‘프리즈 하우스 서울’ 9월 개관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서울에 ‘프리즈 하우스 서울(Frieze House Seoul)’을 연다. 11일 프리즈에 따르면, 오는 9월 서울 약수동에 문을 여는 이 공간은 런던의 ‘No.9 코크 스트리트’를 모델로 한 전시 플랫폼이다. 프리즈의 연중 운영 기지를 아시아로 본격 확장하는 첫 사례이자,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선 ‘현지화 전략’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1988년 지어진 주택을 개조한 4층 건물로, 총 210㎡ 규모의 전시 공간을 갖췄다. 내부에는 두 개의 주요 전시실과 조각 중심의 실내 공간, 야외 정원이 마련되며, 단기 갤러리 레지던시와 기획 전시, 퍼포먼스 프로그램 등이 연중 운영될 예정이다. 공간 디자인은 서울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 ‘사무소 효자(Samuso Hyoja)’가 맡았고, 시공은 아워레이보(Our Labour)가 총괄한다. 정원에는 일본 건축 그룹 사나(SANAA,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의 설치 작업이 상설 전시된다. ‘Drop Chair’, ‘Wuzhen Chair’ 시리즈를 확장한 이 조형물은 알루미늄 시트와 스테인리스 다리로 구성되며, 중앙이 오목하게 파여 빗물을 머금는 연못 형태를 띤다. 다리 끝엔 전통 꽃 문양에서 착안한 섬세한 디테일이 새겨졌다. 개관 시점은 ‘프리즈 서울 2025’ 개막과 맞물린다.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퍼포먼스와 서울 전역을 무대로 한 연계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며, 페어 중심의 단기 이벤트를 넘어 서울의 예술 생태계와의 상시 접점을 강화할 방침이다. 크리스텔 샤데 프리즈 페어 총괄 디렉터는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프리즈의 자연스러운 확장이자 매우 흥미로운 진전”이라며 “서울은 이미 글로벌 미술 시장의 핵심 도시로 떠올랐고, 이 공간을 통해 지역 예술 커뮤니티와의 깊은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하우스는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자, 한국과 세계 미술이 교차하는 새로운 접점”이라며 “서울 고유의 문화적 에너지와 실험성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프리즈는 개관 시즌에 함께할 갤러리를 모집 중이며, 신청 방법과 세부 정보는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frieze.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리즈는 1991년 동명의 미술 전문 매거진 창간을 시작으로 출판, 디지털 콘텐츠, 아트페어를 아우르며 성장해온 세계적인 동시대 미술 플랫폼이다. 시카고, 런던, 로스앤젤레스, 뉴욕, 서울 등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으며, No.9 코크 스트리트, Frieze Connects 등 연중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담론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2025/06/11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예술은 정말 우리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시대, 창밖 풍경이나 명화 한 점이 건네는 감정의 울림은 ‘기분’ 이상의 변화를 유도한다. 이 책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윌북)는 이 감정의 실체를 신경과학으로 조명한다.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이 책은, 미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베스트셀러다. 저자는 뇌과학자인 수전 매글리오치(Susan Magsamen)와 디자인 전략가 아이비 로스(Ivy Ross).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며, 미적 경험이 뇌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밝힌다. 우리는 왜 특정한 그림 앞에서 감탄하고, 어떤 음악에선 눈물이 날까. 책은 “예술 감상은 단순한 시각 자극이 아니라, 뇌 전체가 반응하는 복합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원화를 볼 때는 복제품보다 10배 이상의 감정 반응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된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신경가소성’으로 설명한다. 감동은 뇌의 회로를 다시 쓰고, 감정의 깊이에 따라 기억의 층위가 바뀐다. 예술은 뇌를 변화시키는 ‘경험’인 셈이다. ◆치유와 학습의 열쇠가 된 예술 이 책은 예술이 ‘회복’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PTSD를 앓는 퇴역 군인들이 가면을 만들어 상처를 표현하고, 세밀화를 그리며 트라우마를 다스린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음악 감상을 통해 감정을 회복하고, 아이들의 집중력은 미술교육을 통해 개선된다. 건축, 브랜딩, 교육 등 실생활의 영역에서도 예술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활용된다. 코로나19 당시 뉴욕의 한 병원은 의료진의 피로를 낮추기 위해 자연 친화적 디자인을 도입했고, 스타벅스는 위기 극복 전략의 중심에 문화예술을 세웠다. 이 책은 결국 묻는다. “우리가 예술을 좋아하는 건 단지 아름다워서일까?” 예술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감상은 감탄을 낳고, 감탄은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된다. 책 속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림 앞에서 울컥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건 감정의 사치가 아니라 뇌의 작동이었다. 예술은 뇌에게도 비타민이다. 오늘 하루, 뇌가 지쳤다면 미술관을 향해보는 건 어떨까. 예술은 언제나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알려준다. 2025/06/11
영화관 가는 서울시민 더 줄어…공연·전시와 격차 확대 영화관을 찾는 서울시민이 줄어든 반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은 서울시민 1만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서울시민 문화예술 관람률은 2018년 75.6%, 2020년 63.1%, 2022년 69.1%, 2024년 76.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1년간 오프라인 문화예술 관람을 경험한 서울시민은 평균 21만4000원을 지출했고 연간 7.2회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예술·전시 관람 비율이 65.2%로 영화 관람(47.9%)을 크게 앞섰다. 처음으로 공연예술·전시관람(56.2%)이 영화 관람(48.4%)을 뛰어넘었던 지난 조사에 비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확대로 영화관 관람은 줄어든 반면 오프라인 기반 공연·전시의 경우 수요가 늘었다. 문화적 욕구 증대, 콘텐츠 다양화 등 순수 예술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시는 분석했다. 지난해 온라인 매체를 이용한 문화예술 디지털 콘텐츠 소비 경험은 81.5%로 2022년에 비해 8.0%포인트 상승했다. 세부적으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65.3%)이 가장 높았고 음원(44%), 웹툰·웹소설(25.7%) 순이었다. 오프라인 관람과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병행한다는 답변이 68.9%였고 디지털 콘텐츠만 소비한다는 답변은 12.6%였다. 오프라인 관람만 한다는 답변은 7.1%였다. 문화예술 관람과 참여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고령으로 분류되는 55~64세로 각각 79.5%, 36.6%였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준고령인 50~54세로 83.7%였다. 문화예술 관람과 문화예술 참여율이 가장 낮은 세대는 75세 이상으로 각각 32.3%, 10.8%였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비율도 75세 이상이 41%로 가장 낮았다. 노후 문화예술 활동 목적은 '건강 유지(70.1%)'가 가장 많았다. 은퇴 후 자기 계발(53.8%), 사람들과 교류(48.4%) 순이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관람률은 일반시민에 비해 낮았다. 문화예술관람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의 경우 비장애인이 23.9%인 반면 장애인은 64.5%였다. 월 1회 이상 관람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비장애인은 13.3%였던 반면 장애인은 0.7%였다.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과 '외로움 고위험군'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낮았다. 문화예술 활동 참여경험을 묻는 질문에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의 73.2%가 없다고 답했다. '외로움 고위험군'은 절반에 해당하는 52.1%가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재단은 향후 서울시의 약자동행 정책과 발맞춰 문화 약자를 위한 세밀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2025/06/11
그림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우리 뇌에 대하여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종종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낀다. 왜 어떤 그림은 몇 초 만에 시선을 사로잡고, 또 어떤 작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걸까?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캔델은 이 질문에 과학으로 답한다. 그의 신작 '미술, 마음, 뇌'(프시케의숲)는 미술과 뇌과학이 만나는 지점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우리가 예술을 감상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양한 미술 작품과 함께 설명한다. 캔델은 “그림을 감상한다는 건, 뇌가 반응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 지각이 모두 동원된다는 것이다. 책은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한다. 클림트, 에곤 실레 같은 예술가들과 함께, 프로이트 같은 정신분석학자가 활동하던 시기다. 당시 예술가들은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무의식을 표현하려 했고, 캔델은 이런 예술이 뇌과학과 어떤 점에서 닮아 있는지 짚어본다. [[[[:newsis_inyoung_left_start:]]]]"클림트는 생물학 기호를 자신의 작품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직사각형은 정자, 타원은 난자를 상징했다. 〈다나에〉에서 이 기호들을 볼 수 있다. 부친에게 감금되고 황금 빗줄기의 형태로 제우스를 통해 잉태를 하는 그리스 공주의 초상화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금 빗방울 속에서 직사각형들을 볼 수 있다. 다나에의 맞은편에는 타원형들이 보인다. 배아, 수정된 난자다. 클림트는 다나에가 생식력을 통해서 정자를 생명의 최초 단계로 전환시키는 것을 보여준다."(38쪽) [[[[:newsis_inyoung_left_end:]]]]그는 또 ‘감상자의 몫’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예술 작품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관객이 바라보고 감정이입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메저슈미트의 기묘한 얼굴 조각을 보면, 우리의 뇌는 그 표정을 따라 하고, 그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된다. 얼굴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우리 뇌의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피카소, 샤갈, 수틴 같은 익숙한 작가들도 등장하고, 입체파의 시지각 실험이나 조각과 회화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다소 전문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왜 어떤 예술은 우리를 감동시키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 감상의 비밀을, 뇌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 책은 예술을 ‘느끼는 일’에서 ‘이해하는 일’로 확장해준다. 그림 좋아하는 사람, 또는 감동받는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뇌를 ‘톡’ 건드려준다. 2025/06/11
국제갤러리, 아트바젤 바젤 2025 출격…스위스서 17일 개막 국제갤러리가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바젤 메쎄(Messe Basel)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바젤(Art Basel Basel) 2025’에 참가한다. 이번 아트바젤은 전 세계 42개국 289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올해 아트바젤은 메인 섹터 ‘갤러리즈(Galleries)’ 외에도 대형 설치 작품을 다루는 ‘언리미티드(Unlimited)’, 도심 공공 설치 프로그램 ‘파쿠어스(Parcours)’, 특정 주제를 부각시키는 ‘캐비닛(Kabinett)’ 등 다채로운 섹션으로 구성돼 현대미술의 흐름을 총망라한다. 올해 ‘아트 바젤 어워드(Art Basel Awards)’가 신설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가와 큐레이터 뿐만 아니라 후원자와 기관인 등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활약 중인 인물 36인을 선정, 페어 기간에 맞춰 메달을 수여하는 형식이다. 이는 아트 바젤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확장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에 발맞춰 예술과 문화 전반의 방향성과 접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제갤러리는 올해 아트 바젤에서 근현대 미술사를 아우르는 국내외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색채묘법’ 연작, 하종현의 신작 『접합』, 이우환의 『Dialogue』 등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업들이 출품된다. 특히 박서보의 『Écriture No. 230101』(2023)은 세라믹 위에 불타는 듯한 붉은 색감을 담아낸 후기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종현의 신작은 ‘배압법’에 색의 변주를 더해 독자적 회화적 어법을 선보인다. 개념미술가 김용익의 『물감 소진 프로젝트: 名(兕) ―3』, 조각가 김윤신의 『내 영혼의 노래』, 회화로 자연의 원리를 풀어내는 문성식의 『그냥 삶』도 함께 소개된다. 또한 양혜규, 강서경, 최재은 등 동시대 감각을 반영한 작가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실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해외 작가로는 아니쉬 카푸어의 오목 디스크 연작, 다니엘 보이드의 신작 두 점이 출품된다. 보이드는 고대 신화와 제국주의 서사를 교차시키며, 탈식민적 시각에서 미의 기준과 시각 문화를 재해석한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현재 서울, 부산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전시를 진행 중이다. 서울점에서는 젊은 회화 작가들의 감각을 조명한 'Next Painting: As We Are'와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낸 '아득한 오늘'이, 부산점에서는 정연두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5/06/11
20년 만에 공개…'인도의 피카소' 후세인 작품, 경매 나온다 '인도의 피카소'로 불렸던 인도 현대미술의 거장 MF 후세인의 그림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오는 12일 인도 뭄바이의 펀돌레 미술관에서 후세인의 그림 25점이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2011년 타계한 후세인은 생전에 '인도의 피카소'로 불릴 만큼 큰 주목을 받았지만, 대담한 작품 주제로 잦은 논란을 일으킨 예술가였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그가 20여 년 전 만든 'MF 후세인: 20세기 예술가의 비전'이라는 주제의 그림 25점이다. 이 그림들은 2004년 뭄바이의 사업가 구루 스와루프 스리바스타바가 후세인에게 10억루피(약 158억원)를 주고 구매했다. 그런데 2년 뒤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스리바스타바가 정부 지원 농업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부동산과 후세인 그림 구매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밝혔고, 이후 2008년 이 농업기관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스리바스타바가 보유한 후세인 그림 25점을 포함해 10억루피 상당의 자산을 압류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법원은 스리바스타바의 대출금 회수를 위해 그림을 경매에 부치도록 허용했고, 이에 따라 수년간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던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펀돌레 미술관 관계자는 "(그림이 누구에게 팔리든) 후세인은 상관하지 않았고 그저 작품이 팔리기만 하면 됐다"면서 "이제야 그의 작품들이 마침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번 작품들은 기술, 정치, 문화의 도약으로 변화하는 세기에 대한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라며, 이번 경매 낙찰가가 최대 2900만달러(약 39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몇 달 전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무제(그람 야트라)'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380만달러(약 186억원)에 낙찰돼 인도 미술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5/06/11
프리즈서울, 제3회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임영주’ 선정 프리즈(Frieze)는 ‘프리즈 서울 2025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로 임영주 작가(43)를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임 작가는, 한국 사회의 감각 구조와 불안의 언어를 탐색해온 실험적 작가다. 수상작은 리서치 기반의 3채널 영상 설치작 'Calming Signal'로, 오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서 처음 공개된다.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는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중견 작가에게 국제무대 진출의 기회를 여는 커미션 프로그램이다. 불가리(Bvlgari)의 후원으로 2023년 우한나, 2024년 최고은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임영주 작품 'Calming Signal'은 불안정한 사회에서 반복되는 집단적 제스처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무의식적 동작의 유사성을 조명한다.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에서 착안한 신체의 회전, 전통 춤의 리듬이 격자 구조 속에 병치된다. 이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자, 동시에 시대가 보내는 ‘진정 신호’다. 제목 자체가 동물의 스트레스 반응에서 비롯된 용어이기도 하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Patrick Lee)는 “임영주 작가의 작업은 공동체의 움직임과 사회적 리듬을 섬세하게 풀어낸다”며 “2025년 서울과 런던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동 주제 ‘Future Commons’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그의 실험적 접근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에너지와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정연심(홍익대 교수), 임민욱(작가), 김재석(전 '월간미술' 편집장), 가브리엘 리터(UC 산타바바라 미술관 디렉터), 비너스 라우(MACAN 디렉터)가 참여했다. ◆임영주 작가는?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난 임영주는 과학과 미신, 제도와 신앙의 경계에서 사회의 감각적 기반을 탐색해왔다. 영상, 설치,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대표 개인전으로는 페리지홀&갤러리(2024), 아웃사이트(2021), 두산갤러리(2019) 등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올해의 작가상 2025’ 후보에도 올라 있다.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5’는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중 하나다. 뷰잉룸은 페어 일주일 전 공개되며, 티켓 예매 및 자세한 정보는 프리즈 공식 홈페이지(frieze.com) 및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파트너는 LG 올레드(LG OLED), 글로벌 파트너는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다. 2025/06/10
갤러리현대, 2025 ‘아트바젤 바젤’ 참가…이승택 솔로 부스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가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바젤 2025’에 참가한다.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바젤 메쎄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갤러리현대는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자 이승택(83)의 솔로 부스를 선보인다. 이승택은 1950년대부터 조각, 평면, 설치, 퍼포먼스, 대지미술, 포토페인팅, 콜라주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확장해 온 대표적인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이르는 ‘묶기’ 시리즈 대표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와 이승택의 협업은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갤러리현대는 작가의 국내외 전시 및 국제아트페어 출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이승택의 작품은 테이트 모던(런던), 뉴욕현대미술관(MoMA), M+(홍콩),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유수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되었다. 2024년 3월에는 리졸리 뉴욕(Rizzoli New York)에서 첫 영문 모노그래프가 출간되며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갤러리현대는 "이번 아트바젤 출품은 작가가 평생에 걸쳐 일궈온 조형 실험이 어떻게 세계 미술계에서 수용되고 확장되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라며 "이승택의 ‘비조각’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실험정신과 경계 허물기의 상징으로, 이번 부스를 통해 그 조형 언어의 현재성과 국제적 의의를 다시금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