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에 최빛나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는 2026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총괄할 예술감독으로 최빛나(48)큐레이터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최 큐레이터는 2016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2022년 싱가포르 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네덜란드의 비영리 예술기관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Casco Art Institute)’에서 15년간 디렉터로 재직한 국제적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현재는 하와이 트리엔날레 2025의 공동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의 전시기획안 ‘해방 공간. 요새와 둥지(가제)’는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감각적 회복과 연대를 제안하는 기념비적 공간으로서 한국관을 구성한다. 이 같은 실험성 강한 큐레토리얼 기획에 대해 선정위원회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두 명의 작가, 최고은과 노혜리의 작업을 축으로 삼는다. 각각 ‘요새’와 ‘둥지’라는 상반된 공간 개념을 통해 한국관 내부를 구조적으로 포섭하고 변형하며, 긴장과 포용이 순환하는 역동적 공간을 구현할 예정이다. 여기에 ‘동료(fellows)’라는 개념을 도입해, 한국관을 공동체적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2026년 한국관 전시는 30~40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지난 10년간 각자 추상적, 물질적, 수행적 언어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감각이 집중될 예정이다. 신체, 공간, 물질의 전환을 통해 해방 이후 한국의 정체성과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선정에는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 7인이 참여했다. 2020년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이자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감독을 맡았던 야콥 파브리시우스(Art Hub Copenhagen 관장),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미국 뉴뮤지엄 디렉터) 등도 포함됐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미술행사인 베니스비엔날레는 2026년 5월 9일부터 11월 21일까지 약 7개월간 베니스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린다. 제61회 국제미술전의 총감독은 아프리카 현대미술계 중심인물인 코요 쿠오(Zeitz MOCAA 디렉터)가 맡는다. 2025/04/30
천성명, 조각을 넘어 '색의 세계'로…9년 만의 귀환 9년 만에 돌아온 천성명(54)은 조각 대신 색을 들었다. 거칠게 몸을 밀어붙이던 예전 조각의 긴장감은 사라져 낯설게 다가온다. 강원도 춘천시 이상원미술관(관장 이승형)에서 25일 개막한 천정명 개인전 '그리고'는 파격 변신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화상을 담은 강렬한 조각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천성명은 2016년 이후 긴 침묵기를 거쳤다. 이번 전시는 9년 만의 귀환이자, 조각을 넘어 평면으로 확장한 작업의 첫 공개다. 전시장에는 줄무늬 패턴이 반복되는 평면 회화와 설치 작업이 어우러진다. 살색빛 핑크, 초록과 파랑이 섞인 청색, 연노랑 등은 직관적으로 선택된 색상들이다. 천성명은 "급속한 변화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응답"으로 단순한 반복과 패턴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8m 높이의 전시 공간을 활용해 바닥을 핑크색 패널로 뒤덮은 설치작업은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벽에 걸린 회화처럼 한눈에 조망할 수 없고, 관객이 직접 걸어 다니며 체험해야 완성된다. 작가는 "이제 예술은 작품을 넘어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 조각의 집요함, 불안한 자아의 감정선, 그 거친 감촉과 서사가 강렬했던 조각과는 다른 회화는 너무 조용하게 정리되어 있는 분위기다. 과거 작업이 '감정의 덩어리'였다면, 이번 신작은 '감정의 그림자'같은 분위기다. 조각이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면, 지금 회화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시선 같다. 진화인지, 물러섬인지도 구분되지 않을 정도여서 조각가 천성명의 다른 면모다. 한편 천성명은 경희대, 이화여대 등에서 18년간 강의하며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대표 연작으로는 '그림자를 삼키다', '부조리한 덩어리' 등이 있다. 2007년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The Kitchen' 무대에서 안무가 딘 모스(Dean Moss)와 공동 연출한 퍼포먼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캔버스 작업에 돌입, 평면의 언어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해왔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2025/04/30
화랑협회, 'EXPO 시카고'서 선전…"Kiaf 세계화 신호탄" 한국화랑협회(회장 이성훈)는 미국 시카고 네이비 피어(Navy Pier)에서 24~27일 열린 'EXPO 시카고 2025'에 20개 주요 화랑과 함께 참여해 'Kiaf'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화랑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으로 미국으로 첫 진출했다. 한국 20개 주요 갤러리가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아트 페어 EXPO CHICAGO 2025의 Galleries 섹션에 대규모로 참여한 첫 번째 사례다. 올해 29개국 17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EXPO 시카고에서, 한국 화랑들은 단색화 거장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부터 젊은 현대미술 작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가나아트, 샘터화랑, 021갤러리 등은 박서보, 박동삼, 박선기 작가의 작품 판매를 성사시켰고, 서포먼트 갤러리에서는 유미선 작가의 작품이 오프닝 첫날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현지 기관과의 협업 제안을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이어졌다. 한국화랑협회는 부스 전시 외에도 VIP 프로그램, 심포지엄, 특별 전시(IN/SITU) 등 다양한 부문에 참여해 한국 현대미술의 저력을 알렸다. 특히 IN/SITU 특별전 '우리 Uri: We, Us, Our'에서는 윤형근, 이동엽, 정창섭, 박서보 작가의 작품이 소개돼 글로벌 컬렉터와 미술계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이번 EXPO 시카고 참가를 통해 Kiaf 브랜드를 세계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신호탄을 쏘았다"며, "앞으로도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 강화를 위해 전략적 해외 진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5/04/29
원서동 '인미공', 마지막 인사…25년 여정 '그런 공간' 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운영해온 인사미술공간(인미공)이 25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운영 종료를 앞두고, 인미공은 마지막 전시 '그런 공간'을 29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원서동 인미공 전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닌, 인미공이 쌓아온 시간과 종료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평소 공개되지 않았던 3층 사무실까지 전시 공간으로 개방해, 관객들이 인미공의 물리적 흔적과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설치, 영상 등 10여점을 선보인 전시에는 김익현, 노재운, 다크-다크투어리스트, 박보마, 슬기와 민, 아트-토커(김맑음, 김명진, 류희연, 문진주, 이선주, 이소라, 지하운, 하수경, 황지원), 엄지은 작가가 참여했다. 참여 작가와 기획자는 인미공의 궤적을 질문하거나(아트-토커, 김익현), 과거의 꿈을 현재로 재해석(슬기와 민), 사라진 대상을 가상의 무대에 소환(박보마), 외부자의 시선으로 공간을 추적(다크-다크투어리스트)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미공을 재조명한다. 엄지은은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예술가의 고민을, 노재운은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주제로 작업을 펼친다. 전시 제목 '그런 공간'은 다수 창작자가 인미공을 회고할 때 "그런 공간이었지"라고 표현한 데서 착안했다. 이는 단순한 신진 지원 공간을 넘어, 창작과 교류, 실험의 장이었던 인미공의 복합적 의미를 반영한다. 전시와 함께 오프닝 퍼포먼스, 심포지엄, 라운드테이블, 클로징 이벤트(6월 1일)도 마련돼, 미술 공간의 현재와 미래를 고찰하는 자리를 연다. 임근혜 관장은 “아르코미술관은 인미공에서 생산된 다양한 자료를 아카이빙하여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창작실험과 담론생성 기능을 이어받은 새로운 공간과 비평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무료. 2025/04/29
국내 미술시장, 1분기 낙찰총액 31.8% 급감…고가 거래 '실종' 2025년 1분기 국내 미술시장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31.8% 급감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외 미술시장 동향을 종합한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9개 주요 경매사의 총 낙찰총액(수수료 미포함)은 261억 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8% 감소했다. 특히 10억 원 이상 낙찰작은 단 한 점도 나오지 않았고, 출품 수와 평균 낙찰가, 낙찰률 모두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카이(KAAAI)는 "한국은행은 1분기 경제전망에서 국내 성장률을 1.6~1.7%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정치 불안 사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미술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옥션 ‘반토막’…케이옥션은 상승 서울옥션은 209억 원에서 89억 원으로 약 57.1% 감소했다. 오프라인 경매 횟수는 3회에서 1회로 줄었고, 오프라인 낙찰총액은 80% 넘게 하락했다. 반면 케이옥션은 132억 원으로 12.9% 상승했다. 낙찰 수는 줄었지만 평균 낙찰가는 약 2.3배 오르며 실적을 견인했다. 아이옥션도 16.4% 증가한 9억 원대를 기록했다. 기타 경매사는 대부분 하락세였다. 마이아트옥션 -32.1%, 에이옥션 -27.8%, 칸옥션 -32.5% 등으로, 출품 수와 낙찰 수, 평균 낙찰가 모두 감소했다. ◆낙찰률은 정체, 평균 낙찰가는 '양극화' 전체 낙찰률은 49.8%로, 전년(50.8%)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서울옥션(51.8%)과 케이옥션(49.6%)은 소폭 상승했지만, 마이아트옥션은 38.0%로 급락했다. 칸옥션은 66.7%로 가장 높았다. 평균 낙찰가에서는 케이옥션이 1,255만 원에서 2,881만 원으로 껑충 뛰었고, 마이아트옥션도 상승했다. 그러나 서울옥션은 3,485만 원에서 1,305만 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 ‘낙폭 둔화’ 속 회복 조짐 글로벌 주요 경매사(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는 1분기 총 낙찰총액이 약 10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이는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분기 실적이지만, 하락세가 완화되며 바닥 다지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낙찰 건수는 전년 17,872건에서 20,954건으로 17.2% 증가해 유동성 회복 기대를 높였다. 다만 온라인 경매 부문은 거래가 오히려 줄며 성장 한계를 드러냈다. ◆경매는 이제 ‘가치 설계 플랫폼’ 최근 경매사는 단순 거래 플랫폼에서 벗어나 예술적 가치를 재정의하는 ‘문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소더비는 베니스 비엔날레 작가를 후원하고, 아트바젤 기간 중 전시를 기획하는 등 시장가치 형성에 앞서 예술적 맥락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장 논리보다 제도권 평가를 우선시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관심은 여전'…예술 향유의 끈은 남아 고가 거래는 실종됐지만, 미술관은 여전히 문전성시다. 수치와 상관없이 예술을 향유하려는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살아 있다. 수집가들은 즉흥적 소비에서 신중한 선택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으며, 시장 역시 점점 작품의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정준모 대표는 "2025년, 미술시장의 움직임은 확실히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술품 거래의 최전방에 있는 경매는 미술품을 최고가로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출품 작품을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다루고, 이를 미술관급 전시로 구성하는 방식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5/04/29
KAIST 미술관 "반 고흐·사이 톰블리 명작 감상하세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갤러리스트 신홍규씨의 소장 작품으로 기획전시 '명작의 금고: The Vault of Masterpieces'를 대전 본원 미술관에서 연다고 29일 밝혔다. KAIST 미술관은 지난해 12월 개관 이후 자체 소장 작품 위주의 전시를 진행하다 이번에 국제적으로 저명한 갤러리스트 신홍규 대표를 초청, 소장품을 캠퍼스에서 대거 선보이는 첫 기획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는 18세기 작가 프랑수아 부셰, 19세기 거장 빈센트 반 고흐의 '농부 여인의 초상화, Head of a Peasant(1885)'를 비롯해 20세기 추상주의의 대가 사이 톰블리, 신 대표에 의해 재발굴된 후앙 미로의 친구 카를라 프리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다채롭게 전시된다.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복원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지난 2013년 뉴욕 맨해튼에 신갤러리(Shin Gallery)를 설립하고 갤러리스트이자 큐레이터, 미술작품 컬렉터로 활약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 대표는 18세기 고전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들을 거래·소장·전시하며 1990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 세계 예술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지금까지 150회 이상의 전시를 기획하고 300여 점에 달하는 소장 작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테이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반 고흐 재단,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기관 및 행사에 대여했다. 신 대표는 "이 전시회는 단지 작품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시공간을 넘어 대화가 흐르고 예술을 공감하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자화상이 되는, 더불어 사는 삶을 느끼게 될 것"이라면서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떨림을 남겼다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소감을 표했다. 석현정 미술관장(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은 "뉴욕 미술계의 최신 컬렉션 트렌드를 KAIST 미술관에서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는 다시 없을 좋은 기회"라며 "신홍규 대표가 거주하는 집의 거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독특한 전시 구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미술관은 29일 갤러리스트 신홍규 초청 강연 '반 고흐 그림이 내 손에 오기까지: How I got my first Van Gogh'를 개최하고 초청 내외빈과 함께 명작의 금고 전시회 개막식을 진행한다. 일반 관람은 30일부터 8월 29일까지 가능하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무료로 운영된다. 이광형 총장은 "개관한 지 이제 갓 4개월을 넘긴 신생 미술관임에도 학교의 명성과 저력을 믿고 빈센트 반 고흐 등 거장의 작품을 선뜻 내준 신홍규 대표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학교 구성원들과 KAIST 미술관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잊지 못할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4/29
레이첼 윤 'NO SWEAT'의 기이한 위로 움직임은 있지만, 도달은 없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레이첼 윤(Rachel Youn)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G Gallery에서 국내 첫 개인전 'NO SWEAT'을 열고, 땀 한 방울 없이 반복하는 기계들의 슬픈 몸짓을 선보인다. 29일 펼친 개인전 제목 ‘NO SWEAT’는 자기 개선과 성취를 갈망하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적 욕망을 은유한다. 레이첼 윤은 중고 마사지기, 운동 기구, 전동 육아용품 같은 '몸을 위한' 기계들을 조화와 인공 식물과 결합해, 기이하고도 유머러스한 키네틱 조각으로 재탄생시켰다. 버려지고 잊힌 기계들은 스스로 움직이며 무의미한 반복을 이어가고, 텅 빈 공간을 점유한다. 작가는 "'NO SWEAT'은 땀 없이 가동되는 자기 개선의 풍경이자, 실패한 위로의 소리"라고 했다. 조각들은 인간을 보조하던 상태를 벗어나 스스로 '몸'이 되지만, 여전히 주체가 될 수 없는 존재의 한계를 드러낸다. 격렬하고 관능적인 움직임, 비틀린 신체성은 효율적이지도, 치유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무기력과 불안, 어긋난 욕망이 뒤섞여 있다. 작가는 중고 기계에 깃든 기대와 피로, 소비와 실패의 흔적을 읽어낸다. 인간 중심의 시선, 문화적 혼종성, 체화된 타자의 불안정성까지, 레이첼 윤의 조각은 개인적 서사와 사회적 구조를 동시에 껴안는다. 기계들은 돌봄을 흉내내지만, 결국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 기이한 반복만을 남긴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레이첼 윤은? 1994년생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조각과 설치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중고 마사지기와 인공 식물을 활용해 격렬하고 관능적인 키네틱 조각을 제작하며, 따뜻한 인간의 손길을 모방하지만 결국 텅 빈 감각만을 제공하는 기계적 존재를 다룬다. 워싱턴대학교에서 BFA를, 2024년 예일대학교에서 MFA를 취득했다. 최근 《Pleasure Circuit》(Soy Capitán, 2024), 《Well Adjusted》(Night Gallery, 2023) 등 개인전을 열었고, Aldrich Contemporary Art Museum, Aranya Art Center 등 다수 기관에서 전시했다. Vermont Studio Center Fellowship과 Great Rivers Biennial Award를 수상했다. 2025/04/29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6월10~13일 킨텍스서 개최 킨텍스는 국내 최대 규모 식품산업 전문 전시회 '제43회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SEOUL FOOD 2025, 이하 서울푸드 2025)'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오는 6월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킨텍스 1⋅2전시장에서 열린다. 코트라, 킨텍스, 인포마마켓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식품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기업간거래(B2B) 융합 플랫폼이다. 특히 최신기술과 트렌드를 조망하며 국내 식품 산업의 해외진출과 국내외 기업 간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새롭게 진행되는 '인터셀러 비즈니스 상담회'를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수요⋅공급 기반으로 사전 매칭을 통해 운영되는 B2B 대면 상담 프로그램으로 참가기업 간 네트워크 확대와 실질적인 협력 기회 발굴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해외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수출상담회와 산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세미나, 우수 기술을 조명하는 어워즈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있다. 서울푸드 2025는 분야별 전문관을 한층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식품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식품산업 ESG특별관'이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윤리적 소비, 식품안전 등이 다뤄질 예정이며 립멘, 삼포테크 등 친환경 포장 솔루션 기업들이 참가하여 자원 순환 및 폐기물 절감 기술을 소개한다. '스마트플랫폼⋅서비스 특별관'도 새롭게 신설됐다. 서울푸드 2025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6월6일까지 사전 등록을 진행한다. 2025/04/29
국제갤러리, '프리즈 뉴욕 2025' 참가…박서보·강서경 등 전시 국제갤러리가 '프리즈 뉴욕 2025'에 참가해 박서보, 하종현, 구본창, 강서경 등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 작품을 세계 무대에 선보인다. 오는 5월 7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더 쉐드(The Shed)에서 열린다. '프리즈 뉴욕'은 2012년 창설돼 올해 14회를 맞이한 세계적 현대미술 아트페어다. 이번 행사에는 18개국 67개 갤러리가 참가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프리즈 미주 디렉터 크리스틴 메시네오는 “프리즈 뉴욕은 오늘날 미술계를 이끄는 역동적인 목소리들이 뉴욕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프리즈 뉴욕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주요 섹션인 ‘갤러리즈(Galleries)’와 더불어 큐레이터 루미 탠(Lumi Tan)의 기획 아래 신생 갤러리와 새롭게 주목할 작가를 엄선해 12개의 솔로 부스로 선보이는 ‘포커스(Focus)’ 섹션으로 나뉜다. 또한 페어가 개최되는 ‘프리즈 위크(Frieze Week)’ 기간 동안 뉴욕 도심에 위치한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전시들이 각국에서 온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부스에서 근현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을 집중 소개한다. 박서보는 자연의 색을 담은 '색채묘법' 연작 〈Écriture No. 220613〉(2022)을, 하종현은 푸른색 그라데이션이 인상적인 신작 〈Conjunction 24-41〉(2024)을 선보인다.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은 회화와 조각을 함께 출품해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탐구한다. 개념미술가 김용익은 '땡땡이' 연작을 통해 모더니즘을 비틀고, 구본창은 백자 사진 시리즈 〈Vessel〉로 존재의 무게를 담는다. 현대미술가 최재은은 들꽃을 기록한 회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2024)를, 홍승혜는 픽셀 추상을 꽃과 별로 확장한 조각을 선보인다. 함경아는 팬데믹의 감정을 태피스트리로 표현한 신작을, 양혜규는 종이 오리기를 모티브로 한 조형 작업을 발표한다. 강서경은 짧은 시간 단위를 의미하는 '모라' 개념을 캔버스에 구현한 추상화를 출품한다. 한국계 미국 작가들도 주목된다. 바이런 킴은 신체의 멍을 색으로 풀어낸 〈Cosmos Pathos〉(2016)를, 마이클 주는 존재의 에너지와 소모를 은색 표면에 담은 〈Relinquished〉(2017)를 소개한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서울점에서는 하종현 개인전 'Ha Chong-Hyun'과 최재은 개인전 '자연국가'를, 부산점에서는 정연두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개최하고 있다. ▶프리즈 뉴욕 2025 뷰잉룸(온라인): https://viewingroom.frieze.com/ 2025/04/29
41개 K-공연·전시·문화강좌, 세계 32개국 순회…'투어링 K-아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함께 국내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해외 순회를 지원하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투어링 케이-아츠는 국내 우수한 문화예술단체가 해외 공연, 전시, 강좌 개최를 희망하는 경우, 재외한국문화원이 있는 여러 나라(도시)를 순회할 수 있도록 연결·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는 공연과 전시 등 15개 프로그램이 19개국, 20개 도시에서 선보였다. 그 결과 비순회 프로그램과 비교해 공연 분야는 항공료 41%, 전시분야는 작품 운송료 23%의 예산 절감 효과를 냈다. 올해는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해 공연(15편), 전시(11편), 강좌(15편) 등 총 41개 프로그램이 35개 재외한국문화원과 문화홍보관을 중심으로 32개국 49개 도시를 순회한다. 특히 청년과 신진 예술인 프로그램을 신설해 젊은 예술인들에게 해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식과 미용(뷰티), 인문학 등 현지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문화강좌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작 '정글'은 스웨덴, 영국, 스페인을 찾는다. 경남 진주시의 대표 특산물인 비단을 소재로 한 전시 '한국의 빛, 진주 실크등'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열린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서는 일민미술관의 전시 '다시 그린 세계 2025'를 만날 수 있다. 국립예술단체의 청년교육단원 육성 사업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국제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국악 창작 실내악 '코리안 사운드'는 아랍에미리트와 튀르키예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여행'은 미국과 캐나다를 찾는다. 현지 수요를 반영한 강좌로는 장 담그기 문화를 소개하는 '테이스트 오브 장(Taste of Jang)'이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찰음식 문화' 강좌가 태국과 호주에서 열린다. 윤양수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은 "문체부는 앞으로도 해외 현지에서 매력도 높은 '케이-아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세계 무대에서 도약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