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뒤셀도르프 2026…박종규 ‘디지털 노이즈’ 미술관급 전시 호평 2026 아트 뒤셀도르프는 개막 전날인 4월 15일 저녁, 뒤셀도르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공간 K21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에서 열린 웰컴 리셉션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 아트페어는 17~19일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알 뵐러서 진행됐다. 아트 뒤셀도르프 디렉터 Walter Gehlen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에디션이 엄선된 갤러리와 정제된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밀도 높은 흐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아트 뒤셀도르프가 단순한 시장을 넘어 국제적 문화 교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환기했다. K21 미술관의 유리 돔 아래에는 갤러리스트, 컬렉터, 큐레이터, 아티스트 등 국제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모였다. 과도한 연출 없이 형성된 긴장감이 공간을 채웠다. 이 프라이빗한 저녁은 단순한 환영을 넘어 관계와 흐름이 형성되는 지점을 드러내며, 페어의 시작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예고했다. 프리뷰 당일 오전, 쿤스트팔라스트 후원회 회원들은 일반 공개에 앞서 박람회를 먼저 둘러봤다. 후원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기반으로 컬렉션 확장을 위한 작품 수집에 나선 것이다. 선별된 소장가 그룹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아트 뒤셀도르프가 전시와 시장, 그리고 제도적 흐름이 맞물리는 구조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라인강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 컬렉터와 기관이 밀집한 이 지역적 맥락 속에서, 아트 뒤셀도르프는 정제된 구성과 높은 밀도의 큐레이션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제시해온 장이다. 4월 16일 VIP 프리뷰를 통해 공개된 박종규 개인전 ‘KOREAN PRACTICE – J PARK’ 프로젝트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페어의 일반적인 부스 형식을 벗어나, 하나의 전시처럼 작동했다. 아트 뒤셀도르프 최초의 한국 주빈국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전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관장 그레고르 얀젠의 큐레이팅 아래 진행됐다. 프리뷰가 시작되자 전시장 앞에는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빠르게 이동하는 다른 부스들과 달리, 이 공간에서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입구에서 전체를 조망한 뒤 다시 시선을 되돌리는 움직임, 영상이나 작품 앞에 머물며 하나의 리듬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관람 방식은 이 전시가 ‘통과’가 아닌 ‘머무름’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은 회화, 영상, 조각, 텍스트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로 구성되어 작은 미술관과 같은 완결성을 형성했다. 작품들은 개별적으로 소비되기보다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읽히며, 관람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리듬을 따라가게 된다. 한 관람객은 “이건 페어 부스라기보다 잘 구성된 미술관 전시에 가깝다. 작품이 아니라 흐름을 보게 만든다”고 말하며, 이 전시의 큐레이팅 밀도를 직관적으로 짚었다. 특히 변형된 캔버스를 통해 형성되는 입체적 감각은 강한 주목을 받았으며, 박종규의 도트 시리즈를 ‘코딩된 이미지’로 이해하려는 질문이 이어졌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이미지를 보는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일종의 시스템처럼 느껴진다”며 작업의 생성 방식에 대한 흥미를 드러냈다. 이는 시각적 인상을 넘어 구조와 사고의 층위로 관람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관람객들은 작품의 형식적 완성도에 머무르기보다 작가의 의도와 사유 구조를 읽어내려는 태도를 보였다. 전시장 내 텍스트를 세밀하게 따라가며 개념적 층위에 접근하는 모습은, 이 전시가 단순한 시각 경험을 넘어 해석을 요구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디지털 요소가 결합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는 역동성과 정적인 긴장이 동시에 공존하며 은근한 동양적 감각이 감지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입구에서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된 두 개의 영상 작업은 Marina Abramović의 ‘대면’ 개념을 환기시키면서도 박종규 특유의 감각과 맞닿는다. 한쪽의 ‘창(唱)’은 파장으로 확장되고, 반대편에서는 그 신호를 수신한 이미지가 노이즈 영상으로 변환되며,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교환이 공간 속에서 가시화된다. 한국 전통 ‘창’의 파장을 기반으로 한 이 작업은 청각적 구조를 시각적 패턴으로 전환하며, 익숙하지 않은 리듬에 대한 궁금증과 동시에 관람의 기준 자체를 다시 설정하게 만든다. 이는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기보다 감각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지점으로 이어진다. 이 전시의 핵심은 ‘노이즈’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구조에 있다. 속도와 효율을 전제로 작동하는 아트페어 환경 속에서, 이 공간은 관람을 지연시키고 감각을 다시 배열한다. 여기서 노이즈는 제거되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인식의 틈을 생성하고 감각의 리듬을 재조정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 국제 프로젝트 흐름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며, 개별 작업을 넘어 하나의 맥락으로 읽히는 구조를 형성했다. 한편, 변철환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본분관장 내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박종규 작가의 전시를 방문해 작품을 관람했다. ‘아트 뒤셀도르프 2026’에서 결과적으로 박종규의 전시 ‘KOREAN PRACTICE – J PARK’는 하나의 분명한 전시적 제안을 남겼다.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는 아트페어 환경 속에서도, 전시는 관람의 시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가. 이 전시는 그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 대신 관람이 머무르는 시간 자체를 현장에서 생성해냈다. 동아시아 현대미술, 나아가 한국현대미술의 현재를 유럽 한복판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내며, 전시의 무게 중심을 형성하는 존재감으로 자리매김했다. 2026/04/20
이인성·박수근 새로 들어왔다…'N차 관람' 과천관 상설전 69점 교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 II’가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다. ‘N차 관람’ 전시로 불리던 이 전시는 이번 개편으로 다시 한 번 관람 동선을 흔든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22일부터 과천관 3·4·5·6전시실에서 개편된 상설전을 공개한다. 총 260점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69점을 교체했다. 이번 개편의 중심은 ‘작가의 방’이다. 1부에서는 오지호, 이중섭을 대신해 이인성과 박수근이 새롭게 들어왔다. 이인성 11점, 박수근 43점 등 총 56점이 새롭게 전면에 배치됐다. 이인성의 방에서는 '계산동 성당', '카이유' 등 대표 수채화를 통해 천재 화가의 색채 감각을 집중 조망한다. 박수근의 방은 더 밀도 있다. 전후 한국 사회를 담은 유화와 드로잉 43점이 한 공간에 들어섰다. '춘일', '유동', '노상' 등 일상적 장면들이 특유의 질감으로 응축된다. 삶의 표면을 긁어낸 회화다. 2부는 구조를 유지하되 결을 바꿨다. 김환기, 윤형근의 작가의 방은 그대로 두고, 주요 섹션에 13점을 새로 들였다. 특히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섹션이 확장됐다. 박래현의 태피스트리를 포함해 정정희, 이기순 등의 작품이 처음 공개된다. 회화 중심 서사에 공예를 끌어들여 장르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형상의 회복과 현실의 반영’에서는 오윤, 윤석남, 정정엽 등 민중·여성주의 미술 흐름이 보강됐다. 고영훈의 입체작업 ‘스톤북’도 처음 소개된다. 이번 개편은 단순 교체가 아니다. 전시의 순환 구조를 강화한 조정이다. 이중섭, 오지호 등 빠진 작품들은 ‘MMCA 지역동행’과 이건희컬렉션 국외순회전을 통해 국내외로 이동한다. 김성희 관장은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을 조망하는 핵심 전시”라며 “개편을 통해 보다 다층적인 이해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3000원(통합권). 2026/04/20
아트바젤·프리즈 등 아트페어 관계자 서울 집결…K-아트 ‘직거래 루트’ 연다 아트페어는 ‘부스’가 아니라 ‘관계’로 움직인다. 한국 화랑과 해외 아트페어가 처음으로 직접 연결된다. 아트바젤 홍콩, 아트 센트럴, 아트 타이페이, 도쿄 겐다이, 프리즈 아부다비, 언타이틀드 마이애미 비치, 엑스포 시카고, 아시아 나우 등 주요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갤러리즈 인 서울(Dive into Korean Art: Galleries in Seoul)’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Art Basel, Frieze Art Fair 등 글로벌 아트페어 관계자를 국내로 초청해 한국 화랑과의 직접 접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트페어는 국내 화랑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핵심 통로다. 그동안은 개별 참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글로벌 아트페어 관계자를 한국으로 불러들여 네트워크를 현장에서 구축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바꿨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기존 해외 큐레이터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 미술 유통의 핵심 주체인 ‘화랑’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작가의 창작 기반뿐 아니라 화랑의 전시 기획과 운영 역량까지 함께 보여주는 구조다. 이번 행사에는 홍콩, 대만, 일본, 중동,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권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관계자 8명이 참여한다. 참여 인사로는 클라우디아 찬(아트바젤 홍콩), 코리 앤드류 바(아트 센트럴), 비올라 야오(아트 타이페이), 에리 타카네(도쿄 겐다이), 알아누드 알함마디(프리즈 아부다비), 클라라 안드라데 페레이라(언타이틀드 마이애미 비치), 케이트 시에르즈푸토프스키(엑스포 시카고), 알렉산드라 팡(아시아 나우) 등이다. 초청 인사들은 삼청·청담·을지로·한남 등 서울 주요 미술 거점의 신·중진 화랑 19곳을 직접 방문한다. 국제, 현대, 이화익, PKM, 도잉아트, 제이슨함, WWNN, 조현화랑, 에이라운지, 샤워 등 공간을 순회하며 전시와 작가를 현장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더 프리뷰 서울’ 아트페어를 참관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국내 화랑과 해외 아트페어 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다. 단순 투어를 넘어 선별–연결–진출로 이어지는 실질적 루트 구축이 목표다. 행사 마지막 날인 27일 서울 용산 대산관로 페즈(Fezh)에서 ‘변화하는 아트페어와 글로벌 미술시장’을 주제로 컨버세이션즈 프로그램이 열린다. 아트페어의 역할 변화, 비서구 미술시장의 성장, 전시 형식의 확장 등 글로벌 미술시장 주요 이슈를 놓고 해외 인사와 국내 전문가가 의견을 나눈다. 이장욱(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 라우디아 찬(아트바젤 홍콩, 수석 총괄), 코리 앤드류 바(아트센트럴, 디렉터), 비올라 야오(아트타이페이, 디렉터), 앤디 루이스(프리즈 하우스 서울 디렉터), 알아누드 알함마디(프리즈아부다비 부디렉터), 에리 타카네(도쿄겐다이, 디렉터), 김율희(전 소더비 인스티튜드 코리아 대표), 알렉산드라 팡(아시아 나우, 디렉터), 클라라 안드라데 페레이라(언타이틀드 아트페어, 총괄 디렉터), 케이트 시에르즈푸토프스키(엑스포 시카고, 디렉터)가 참여한다. 김장호 예경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은 글로벌 아트페어와 한국 화랑 간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미술이 글로벌 시장과 보다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4/20
경매회사 통한 미술품 위탁 판매로 수익…法 "반복됐다면 사업소득" 경매회사를 통해 적은 양의 미술품을 위탁 판매해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했다면 사업소득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영민)는 최근 A씨가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호박' 작품을 매입하고, 2022년 1월 경매회사를 통해 위탁 판매해 45억2100만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다. A씨는 이를 사업소득으로 신고했다가, 다시 2023년 8월 사업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액을 감액 경정해 환급해 줄 것을 청구했다. 종로세무서장은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경정청구란 잘못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A씨는 "사업자가 아닌 개인소장가의 지위에서 이 사건 미술품을 양도했으므로, 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미술품 판매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얻은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9년 9월 처음 미술품 소매업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지만, 실질적으로는 2009년 이래 미술품 소매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소득을 창출해 왔다. A씨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호박'을 포함해 16점의 타인 창작 미술품을 합계 약 84억원에 판매했다. 재판부는 "A씨가 미술품 소매업을 영위한 기간, 판매해 얻은 수익의 규모 등에 비춰 볼 때, 그 영리 목적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거래된 미술품의 개수가 많지 않더라도, A씨가 판매한 각 미술품이 상당히 고가로서 단기간 내에 쉽게 거래되기 어려운 특성 등을 고려하면 각 미술품을 거래한 행위는 사업 활동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계속성과 반복성을 갖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고가 미술품의 경우 소수 거래처를 통한 거래가 일반적이며, 위탁판매 방식을 택한 것 역시 거래의 편의와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미술품 소매업을 영위했으므로 소득세법에 따라 해당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6/04/20
사람처럼 웃는 '돌 호랭이’…오채현 개인전 호랑이가 사람처럼 웃는다. 맹수의 위압 대신, 사랑스럽게 마주 보는 얼굴이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진선은 22일부터 5월 16일까지 오채현 개인전 ‘돌 호랭이 납신다’를 개최한다. 오채현은 40여 년간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호랑이를 조각해온 작가다. 경주 화강석으로 구현한 ‘해피 타이거(Happy Tiger)’ 시리즈는 맹수의 위압 대신 친근하고 해학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해피 타이거’를 새롭게 변주해, 전통적 상징인 호랑이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업을 선보인다. 호랑이는 단군신화부터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시대 맹호도와 민화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을 상징해온 존재다. 작가는 어린 시절 민간신화를 통해 호랑이를 접하며 호기심을 키웠고, 이를 계기로 전통미술과 우리 미술의 원형에 대한 탐구로 작업을 확장해왔다. 특히 민화 속 호랑이는 맹수의 위압이 아닌, 친숙하고 해학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 지점에 주목해 호랑이 조각에 자신만의 감각을 더했다. 사랑스럽게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 크게 웃는 호랑이, 서로를 다정하게 껴안는 호랑이까지. 무서움 대신 장난기와 익살이 앞선 ‘돌 호랑이’가 완성됐다. 전시장에는 웃고, 바라보고, 기대는 호랑이들이 공간을 채운다. 머리나 꼬리에 내려앉은 ‘작은 새’는 가족 간의 소통과 교감을 상징한다. ‘해피 패밀리(Happy Family)’ 연작에서는 서로를 끌어안고 온기를 나누는 장면이 정서적 유대와 공동체의 감각을 드러낸다. 작가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전통적 소재와 해학적 요소를 통해 정겨운 가족애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채현은 경북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40여 회의 개인전을 통해 꾸준히 작업을 선보여왔다. 2026/04/18
색은 멈추지 않는다…다시 열린 이두식의 '축제' [박현주 아트에세이 ㉔] 죽음 이후에도, 색은 멈추지 않는다. 붉은색이 먼저 터진다. 그 위로 초록이 얹히고, 노랑이 번진다. 검은 선들이 지나가며 화면을 붙잡는다. 형태는 없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쏟아진다. 이두식의 그림은 늘 그랬다. 무언가 끝난 자리 같고, 막 시작된 장면 같기도 한 곳. 그 정리되지 않은 생명력, 그래서 축제다. 오방색은 한 번 터지고 나면 캔버스 안에 갇히지 않는다. 보는 순간마다 다시 흔들리고, 다시 번지고, 다시 살아난다. 그의 축제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형의 감각이다. 그의 색은 이미 26년 전, 서울을 떠나 로마의 지하로도 흘러갔다. 플라미니오 역 벽면에 박힌 색채들은 지금도 낯선 이방인들 사이를 생생하게 지나간다. 생전 그는 말했다. “회화는 관대하고 감각적이어야 한다.” 그의 그림은 그 문장 그대로였다. 이성으로 해석되기보다 몸으로 먼저 받아들여지는 세계. 한국 추상표현주의의 거목, 이두식. 2013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열린 기념전 뒤풀이는 잔칫날 같았다. 축제처럼 웃고 돌아선 그날 밤, 그는 다음 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이별 뒤, 그의 이름이 화단에서 밀려난 사이 13년이 흘렀다. 그래서 다시 본다. 추모로 온 그림. 좋은 기운과 에너지. 여전히 잔칫날이다. 색채의 몸짓이 춤추고, 화면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 죽음조차 붙잡지 못한 에너지. 이두식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축제'다. 2026/04/18
서울대미술관 개관 20주년…아카이브 특별전 서울대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아카이브 특별전 ‘안과 밖’을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소장품 1034점 가운데 70여 명 작가의 작품 120여 점을 선별해 지난 20년간의 전시 흐름과 동시대 미술의 변화를 조망한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은 2006년 박물관에서 독립하며 303점의 소장품을 이관받은 이후 꾸준히 컬렉션을 확장해왔다. 현재 900여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화·조각·드로잉·판화·뉴미디어·공예·사진·서예·디자인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아우르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1995년 서울대 개교 50주년 기념 사업으로 추진된 서울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의 50억 원 기부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의 설계가 적용돼 2005년 완공됐다. U-Glass 외벽과 철골 트러스 구조가 드러난 건물은 언덕 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을 연상시킨다.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로 내부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각각의 전시 환경을 유지하도록 구성됐다. 2003년 이종상 초대 미술관장 취임 이후 김병종, 정형민, 권영걸, 김성희, 정영목, 윤동천, 심상용 관장을 거쳐 올해 2월 제9대 김형숙 관장이 취임했다. 김형숙 서울대학교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설립 초기 기록과 건축 아카이브, 미디어 자료를 통해 미술관이 구축해온 공간적 의미를 되짚는 자리”라며 “대학 미술관이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관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5월 29일 해외 기관 관계자와 국내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 학술 심포지엄 ‘새로운 시대의 미술관’이 열린다. ◆아카이브, 소장품 참여 작가 강경구, 강호연, 고산금, 구본창, 권순형, 권진규, 권훈칠, 김병종, 김선두, 김성희, 김종영, 김태, 김환기, 김희원, 민정기, 문신, 문이삭, 박고석, 박대성, 박래현, 박세원, 박수근, 박재호, 백정기, 방혜자, 서용선, 손장섭, 송수영, 신하순, 엄정순, 엄태정, 염지혜, 오경환, 오수환, 육근병, 윤동천, 윤명로, 윤솔, 윤중식, 이성자, 이신자, 이은경, 이용환, 이왈종, 이종상, 이종환, 장발, 장성순, 장수홍, 장욱진, 전혁림, 전현선, 정영렬, 정상화, 정재호, 정탁영, 정희우, 정창섭, 최만린, 최의순, 최인수, 하동철, 한경우, 한묵, 한운성, 허산, 황재형, 클라라 신 2026/04/17
BHAK 갤러리, 청년 작가 강수희 개인전…스탬프 투어도 운영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BHAK(갤러리박, 대표 박종혁)가 강수희 개인전 ‘위장된 고백: Camouflaged Confession’을 개최한다. 1995년생 신진 작가인 강수희는 어둠과 빛, 고요와 긴장이 교차하는 풍경을 통해 내면의 감정 상태를 회화로 풀어낸다. 심해로 침잠했다가 다시 떠오르는 듯한 화면은 하나의 심리적 이미지로 작동하며, 감정의 흐름을 응축해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제주 체류 경험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내면을 비추는 사유의 장으로 확장한다. 해질녘 하늘과 바다, 숲은 어둠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빛의 흔적을 품으며, 감정의 충돌과 화해가 공존하는 장면을 만든다. 한편 이번 전시는 청년 작가 육성 프로그램 AMP(Atelier Mansion Program)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강수희를 포함해 세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UM갤러리에서는 조연주, 맨션나인에서는 이동구의 전시가 진행된다.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관람객 참여형 스탬프 투어도 운영된다. 세 갤러리를 순회해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작품 구매 시 2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2026/04/17
백남준아트센터-세종문화회관 협약…서울·경기 문화협력 확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와 세종문화회관이 동시대 예술 공동제작을 위해 손을 잡았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이 동시대 예술 공동제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17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서울과 경기를 아우르는 광역 문화권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창작과 유통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공동제작을 중심으로 신진 예술가 발굴, 창작 생태계 조성, 공동 마케팅 및 유통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첫 협업은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Sync Next 26’과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으로 추진된다. 공연장과 미술관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을 기반으로 공동제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울과 경기를 잇는 광역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동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공연예술과의 접점을 확장해왔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새로운 예술 언어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4/17
‘제2의 백남준' 이이남, 원주 빙하미술관서 개인전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56)이 18일 강원 원주 빙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재생중인 기억 On Repeat: Memory’를 주제로 고전 회화와 인공지능(AI), 인터랙티브 기술을 결합한 신작과 대표작을 총망라한 전시다. 아셀아트컴퍼니(대표 김수현)가 기획을 맡아, 고전 회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이이남은 고전 회화를 디지털로 재해석하며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벨기에와 독일,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디지털 병풍 ‘평화의 길목’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은 인천국제공항과 UN 본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의 시작을 여는 ‘기운생동 87마리 새’는 명대 화가 변문진의 ‘삼우백금도’를 바탕으로, 새들이 공간 전체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연출한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동양 회화의 핵심 개념인 ‘기운생동’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황묘농접도’는 고양이의 미세한 털과 시선을 정교하게 구현하며 생명성을 극대화했고, ‘맹호도’는 호랑이가 헬리콥터 소음을 응시하는 장면을 통해 현대 문명에 대한 유머러스한 풍자를 담았다. 이이남은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도 이어간다. ‘인왕제색도-사계’는 겸재 정선의 산수에 계절의 흐름을 입혀 시간의 순환을 시각화했고, ‘신-단발령망금강’은 고전 산수 위에 도시 이미지를 중첩해 ‘현대 산수’로 확장한다. 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고흐 자화상’ 등 서양 명화 작업에서는 거울을 활용해 관람객의 얼굴을 작품 속에 투영시킨다. 감상자 역시 작품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몰입형 설치 ‘미래가 된 산수’다. 다수의 프로젝터와 거울, 안개가 결합된 공간에서 관람객은 산수 속으로 직접 들어가 ‘물아일체’의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빙하미술관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빙하를 형상화한 건축이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 외벽은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공간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공중에 설치된 V자형 보행 통로를 따라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하는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시공간을 횡단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이남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약 6개월간 이어진다.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