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랑, 빛나는 세련미…박선기·윤종주·박현주·이환권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창덕궁길로 자리를 옮긴 예화랑이 새로운 감각으로 관객을 맞는다. ‘빛·흔: Light Trace’ 전은 박선기, 윤종주, 박현주, 이환권 네 작가가 빛과 그 흔적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전시다. 공간은 작가별로 나뉘어 구성되어, 빛의 물리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속성을 따라가도록 연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층에서 박선기와 윤종주의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나는 자연의 불규칙한 모습에 새로운 논리와 규칙을 덧입혀, 시간 너머 정지된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박선기 작가) 박 작가는 크리스탈 비즈를 활용한 대형 설치 작업으로,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감과 빛의 흐름을 구현한다. 시선의 각도에 따라 작품은 끝없이 변화하며,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존재와 공간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색은 고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움직인다. 이름 없는 색,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윤종주 작가) 윤종주 작가는 평면 캔버스에 수십 겹의 색면을 중첩시켜, 붓 대신 닦아내는 방식으로 색띠를 형성한다. 물감이 번지듯, 빛도 화면 위를 흘러가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그의 작업은 시간과 감정의 자취를 품은 듯, 조용한 흔들림을 감지하게 한다. 2층에서는 박현주 작가의 회화 연작 ‘빛, 그림 (Into light)’이 전시된다. 작가는 검은 바탕에서 시작해 층층이 색을 쌓아가며 점차 밝아지는 과정을 통해, 내면에서 발현된 빛의 순간을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천랑기청(天朗氣淸)’-맑고 투명한 하늘의 기운,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빛이다.” (박현주 작가) 작품은 조형적으로 명상적이며, 관람자는 그 안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반사된 빛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빛은 존재의 본질이자, 사유의 거울이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이환권 작가의 조각 설치는 전시에 서정적 깊이를 더한다. 작가는 ‘빛의 부재’인 그림자를 통해 사라지는 기억과 언어화되지 못한 감정을 형상화한다. “잊히는 얼굴들, 기록되지 않은 마음들, 언어에 없는 순간들을 담고 싶었다.” (이환권 작가) 그의 작업은 투명한 형태와 그림자의 중첩을 통해 시간의 잔상을 환기시킨다. 존재와 부재, 드러남과 사라짐의 경계가 이완되고 사유된다. 전시는 28일까지. 2025/06/05
중장년층까지 "인생 전시"…론 뮤익, 30만 관객 돌파 “사진을 찍어도 믿기 힘들다.” 관람객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 채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단정한 머리칼, 주름진 코트, 피곤한 듯 무표정한 얼굴. 이 모든 디테일은 실제 인간이 아닌, 조각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 서울관에서 개최 중인 '론 뮤익' 전시가 개막 50여 일 만에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4월 11일 개막 이후 하루 평균 55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으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술관에 따르면 관람객 중 2030대가 전체의 72%(20대 43.8%, 30대 2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중장년층(4050대) 비율도 20%를 넘어섰다. 최근 2년간 서울관 전시 중 가장 높은 중장년층 참여율로, 세대를 아우르는 전시 열풍을 입증한다. 외국인 관람객도 1만8289명에 달한다. 국적별로 미국(28.9%), 유럽(24.3%), 중국(20.7%) 순이며, 전시 개막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신규 회원도 약 10만 명 증가해 전년 대비 4.4배 급증했다. 서울관 전체 관람객 역시 전년 대비 152% 상승했다.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67)은 인체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대형 조각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과 공동 주최한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대표 조각 10점,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2편 등 총 24점을 선보인다. SNS에는 “인생 전시”, “미술을 몰라도 감탄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감상 팁’, ‘포토존 추천’ 등 관람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확산되며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론 뮤익' 전시는 오는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2025/06/05
'빈센트를 위해', 고흐를 위해…요하나 봉어르 이야기 "35년 동안 그녀(요)는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칠 수 있도록 외곬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의 예술에 대한 크나큰 사랑, 그의 재능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활력 넘치는 성격 덕분에 요는 남성 지배적인 사회에서 굳건히 버티며 반 고흐의 작품을 보호하고 전파하는 임무를 해낼 수 있었다. 유산 관리인으로서 그녀는 후일 반 고흐 숭배의 기반이 된다."(8쪽) 빈센트 반 고흐. 예술사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는 이름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뒤엔 또 하나의 ‘빈센트’가 있었다. 그의 조카이자, ‘빈센트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여성, 요하나 봉어르(요 반 고흐 봉어르)가 지킨 이름이다. 이 책 '빈센트를 위해'(반 고흐 재단 엮음, 아트북스)는 요의 삶을 통해 반 고흐 신화의 숨은 기반을 새롭게 조명한다. 하숙집 주인이자 영어 교사, 전시 기획자, 번역가, 그리고 여성운동가였던 그녀는 남편 테오와 형 빈센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오롯이 자신의 사명으로 껴안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데 남은 인생을 걸었다. 그녀의 시작은 평범했다. 문학과 예술을 중시하는 암스테르담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요는 1883년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박물관 열람실에서 셸리 등 낭만주의 시인을 공부하며 상급 영어 시험을 준비했다. 다이어리에는 영어로 쓴 일상 기록들이 빼곡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인생은 예기치 않은 연결고리를 만든다. 1888년, 요는 자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이미 아는 것 같다’고 말하던 테오 반 고흐와 결국 결혼했고, 이 결혼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닌 ‘빈센트 신화의 기획자’를 탄생시킨 운명이 되었다. 1890년 빈센트의 자살, 그리고 불과 6개월 뒤 테오의 사망. 28세의 젊은 미망인에게 남겨진 건 갓난아기, 수백 점의 그림, 수백 통의 편지,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이었다. 하지만 요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슬픔을, “내가 그를 돕기는커녕 좋아하는 무언가를 빼앗는 셈이라면 정말 슬플 것”이라는 다짐으로 바꾸었다. 사랑했던 두 빈센트(남편과 화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요는 네덜란드 뷔쉼에 하숙집을 차리고 생계를 꾸려가는 틈틈이, 작품 보관과 전시 기획, 편지 번역과 편찬에 나섰다. 당시 그녀의 집을 찾은 작곡가 알폰스 디펜브록은 “집 전체가 빈센트 작품으로 가득했다”고 회상한다. 이 그림들이 훗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세계적인 명소, 반 고흐 미술관의 핵심 소장품이 된다는 사실은 당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오늘날 수백만 명이 찾는 이 미술관의 출발점이 뷔쉼의 다락방이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05년, 그녀가 기획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전시는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반 고흐의 세계적 명성은 그 지점에서 본격화된다. 이후 독일, 런던, 파리 등지에서의 전시와 작품 대여, 출판 활동이 이어졌으며, 결정적으로 반 고흐 형제의 서간집을 영어·독일어로 번역해 출간함으로써 전 세계 독자들에게 화가의 내면을 생생히 전달했다. 번역 작업은 그녀가 파킨슨병으로 펜을 놓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요는 단순한 예술 유산의 관리자 그 이상이었다. 그는 미술은 "관람객이 완성해야 하는 것"이라는 테오의 말을 곱씹으며, 그림 너머 사람들의 ‘영혼에 다가가는 예술’을 확신했다. 그녀는 반 고흐의 미적 언어가 단지 회화 기술을 넘어선, 고통과 서정의 본질임을 믿었고, 그런 신념으로 작품을 보존하고 퍼뜨렸다. 동시에 사회민주노동당(SDAP) 활동을 통해 여성운동에 참여하며, 남성 중심의 사회 질서에 조용한 도전도 이어갔다. 책의 제목인 '빈센트를 위해'는 두 명의 빈센트를 위한 선택이었다. 조카와 화가. 그러나 그것은 테오를 향한, 깊고도 뜨거운 헌사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녀는 영웅적으로 임무를 완수했고, 그 과정을 통해 지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그녀의 아들이자 또 한 명의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2세는 어머니의 뜻을 이어 받아 재단을 설립하고, 마침내 오늘날의 반 고흐 미술관을 탄생시킨다. ‘반 고흐 미술관’이라는 눈부신 기념비는 사실, 요하나 봉어르라는 단단하고 조용한 지지대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녀의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의 빈센트를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2025/06/05
아양아트센터, 10∼15일 대구·광주 청년작가회 교류전 대구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가 '대구·광주 청년작가회 교류전'을 10일부터 15일까지 아양갤러리에서 개최한다. 교류전은 대구와 광주의 청년 작가회 교류를 통해 지역 청년 미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자리다.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의 미술 문화를 폭넓게 가늠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기획전 부제는 대구와 광주의 고유한 상징성과 분위기를 의미하는 '빛과 대지의 이야기'다. 광주의 '빛'은 지역의 별명인 빛고을에서 유래했다. 광주가 가진 문화적, 역사적, 예술적 밝음과 희망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대구는 예로부터 풍부한 농업 자원을 가진 지역이다. 자연과 땅이 깊이 연결된 도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대지'를 부제에 담았다. 참가자로는 광주청년작가회에서 명현철, 박지훈, 김도후, 양정원, 장우길, 황수빈 등 30명이 참여한다. 대구청년작가회에서는 허재원, 김명신, 김민재, 김현수, 노민지, 유혜린, 노창환, 심상훈 등 23명이 함께 한다. 아양아트센터 관계자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사회, 도시, 정체성 등 주제를 공유함으로써 자아를 발견하고 공감하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06/05
국제갤러리 "회화는 죽지 않는다"…디지털 세대의 '넥스트 페인팅' 회화는 죽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 6인의 ‘Next Painting’은 ‘지금 여기’의 감응과 시적 서사를 다시 불러온다. 5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Next Painting: As We Are'는 고등어, 김세은, 유신애, 이은새, 전병구, 정이지 작가가 참여한 신선하고 활기찬 전시다. 1980년대 중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사이 출생한 작가들로, 각자의 시선으로 동시대 회화의 ‘다음’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이성휘 큐레이터는 "여섯 명의 작가는 전혀 다른 결을 지녔다. 그 다른 에너지와 기를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며 “우리 식으로 ‘다음 회화’를 고민하고, 세계 미술사 속에서 ‘다음 회화’는 바로 ‘K-아트’임을 선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 과잉과 속도의 시대, 회화는 가장 느린 매체이자 가장 강력한 물질"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정이지 작가는 “내가 살아있구나. 그런 느낌의 순간들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작가 모두에게 통하는 감정일지 모른다. 디지털 시대의 회화는 결국 ‘살아 있음’의 감각, ‘지금 여기’를 마주한 존재의 실감을 고유의 언어로 새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출품작 전부에 인간 형상이 직접적이거나 은유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회화는 여전히 사람을 그리고, 사람을 매개로 세계를 감각한다. 디지털 가상성의 시대에 회화가 되묻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이다. ◆고등어(b. 1984) 일상에서 지각하는 감각과 사건을 모호하면서도 낯선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신체에 대한 인식과 감각을 연필선으로 눌러 담아온 고등어는, 최근 몇 년간 본격적인 회화 작업에 몰두하며 회화의 물성을 통해 장면을 한층 구체화한다. 《젊은 모색》(2008, 국립현대미술관)을 통해 데뷔했으며, 에이라운지,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아트스페이스 보안 등에서 활동했다. ◆김세은(b. 1989) 급변하는 도시 공간을 신체적이고 시지각적인 방식으로 포착한다. 대형 캔버스를 조각하듯 분절하며 감각과 기억의 잔재를 회화적으로 재조립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영국 왕립예술대학 회화 석사를 졸업했고, 두산갤러리, 금호미술관, 말보로 갤러리,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유신애(b. 1985) 자본주의, 기술, 신체의 감각을 주제로 회화·조각·영상을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회화를 ‘진짜 오브제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매체로 보고, 고전적 장인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스위스 베른 응용과학대 졸업 후 국내외에서 활동하며 프리즈 서울 포커스 아시아 스탠드 프라이즈,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은새(b. 1987) 낯선 도시에서 표면에 부딪히며 체험한 얼룩, 부스러기, 타박상 같은 흔적들을 회화로 전환한다. 표류하는 정체성의 감각을 화면에 옮기며, 표면에 대한 사유를 구축한다. 홍익대 회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하고, 리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일민미술관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전병구(b. 1985)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을 포착해, 감정의 레이어를 쌓는 회화 작업을 지속해왔다. 회화는 대상이 아니라 그 ‘바라보는 감각’의 순간에 더 가까운 것임을 말한다.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졸업. 이유진갤러리, OCI미술관 등에서 개인전, 북서울미술관, 하이트컬렉션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정이지(b. 1994) 스냅 사진처럼 일상의 장면을 과감한 프레이밍과 담백한 붓질로 그려낸다. 작가는 회화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자 하며,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옮겨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전문사 졸업. 상업화랑, 디스위켄드룸, 하이트컬렉션 등에서 전시를 이어왔다. 젊은 작가들의 활력으로 넘치는 'Next Painting: As We Are'는 회화가 여전히 의미 있는 언어임을 설득하는 전시다. 국내 3대 메이저 화랑인 국제갤러리라는 강력한 전시공간과 만나, 신선한 회화의 강렬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7월 20일까지. 2025/06/05
13일 DDP서 '레이저아트' 전시…"타악기 만나 오감 깨운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레이저아트 전시 '이원공명'의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토크와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결합한 '한밤의 공명'을 오는 13일 DDP 디자인랩 3층에서 연다고 5일 밝혔다. '한밤의 공명'은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에 이은 두 번째 특별 행사로, 전시 공간 자체를 무대로 삼아 관람객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몰입형 공연과 작가 윤제호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로 구성된다. 전시와 공연, 대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공명'이라는 키워드를 다층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번 공연은 윤 작가와 전통 타악 연주자 소경진이 함께 참여해, 전통 리듬과 현대 기술이 교차하는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전통 타악의 울림이 레이저와 전자음향으로 확장되는 이번 공연은 관람객의 감각에 울림을 전하며, 과거의 리듬이 미래의 빛과 공명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며, 서울디자인재단 홈페이지 및 DDP 공식 SNS를 통해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DDP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DDP는 동시대 예술이 기술과 전통, 일상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의 장"이라며 "단순한 감상이 아닌, 관람객의 오감과 사고를 자극하는 새로운 방식의 공공미디어아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5/06/05
‘제2의 백남준’ 이이남, 몽골 첫 진출…'빛의 감각’ 전한다 “국내에서는 샤 스크린을 활용한 설치를 여러 번 했지만, 해외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박물관의 기술 환경이나 설치 조건이 달라서 걱정도 많았죠.” '2025년 울란바토르 비엔날레'에 명예 초대작가로 참여하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감각보다 감동”을 전하기 위한 기술적 도전의 순간을 떠올렸다. “(샤 스크린)방식이 주는 ‘빛의 감각’은 제가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몽골 관람객들이 디지털보다 감성적인 경험을 하길 바랐어요. 결국은 감동이죠.”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이이남 작가가 오는 8일부터 20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립박물관 8·9층에서 열리는 제1회 울란바토르 비엔날레에 초대돼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몽골의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몽골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됐다. 이이남 작가는 본 전시에 한국 파빌리온과 연계된 주요 초청 작가로 참여한다. 전시 주제는 ‘찬란한 빛의 고고학(Archaeology of Radiance)’으로, 작가는 "한국과 몽골의 관계성을 주제로 한 신작 4점을 포함해, 대표작 6점을 아우르는 총 10점의 미디어 설치작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특히 몽골과 한국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신작 '한몽의 빛-해', '한몽의 빛-달', '상상된 경계들-상상의 지평선 너머', 'Beyond the Horizon'을 통해 “서로 다른 지평선을 바라보지만, 같은 달 아래서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이남은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작품은 '한몽의 빛'으로, 해와 달을 마주 보도록 배치한다"며 "이 작품은 각각 한국과 몽골의 상징적 자연 요소를 통해 두 문화의 세계관이 ‘빛’으로 연결된다는 철학을 표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상된 경계들'은 동아시아의 고전회화 65인치 5점을 디지털 병풍으로 재구성하여 동,서양을 너머 다양한 문명이 어울러진 초월적 세계관 위에 한국과 몽골의 유구한 문화의 가치가 오늘까지 계승됨을 보여준다. 작가는 동양미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국경과 문명,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흐리는 초월적 풍경을 구현한다. 특히 포탄과 문화적 상징을 교차시키며, 소멸과 재생의 순환 속 ‘소통의 언어’를 시각화했다. 'Beyond the Horizon'은 부드러운 천 겹겹이 비춰진 대나무를 헤치고 지나면 거대한 산수의 무대가 웅장하게 열린다. 작가의 고향 담양의 대나무 숲과 산수를 배경으로, 묵죽도 영상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대형 설치다. 조선 후기 화가 김하종의 '해산도첩'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한국과 몽골의 자연이 어우러지는 영상 속에 ‘모두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심상을 펼쳐낸다. 한편 몽골 칭기즈칸 국립박물관은 2022년 10월 개관한 현대식 역사문화기관으로, 약 2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AR 기반의 다국어 시스템을 갖춘 이곳은 몽골 현대문화를 가장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이이남은 “이번 전시가 한국과 몽골의 문화적 이해와 연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미디어아트를 통해 동양적 사유와 기술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이이남은 조선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미술학 박사학위와 연세대 영상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 일본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한복 패션쇼에 미디어 설치를 결합해 주목 받았다. 6월에는 이탈리아 콜로세움 미디어파사드 전시, 스위스 VOLTA 아트페어 참여도 앞두고 있다. 2025/06/05
갤러리신라 서울, 니콜라 샤르동·박창서·심문필 그룹전 이질적인 회화 세계가 한 전시장에서 마주할 때, 그 사이의 긴장과 간극, 그리고 의외의 공명이 펼쳐진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신라 서울이 그룹전 'NOULLE NOIR'를 5일부터 펼친다. 니콜라 샤르동(Nicolas Chardon), 박창서(Park Changseo), 심문필(Shim Moonpil) 등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회화의 ‘형태’와 ‘표면’을 둘러싼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세 작가는 추상 회화라는 공통된 지형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의 구조적 가능성과 감각적 층위를 탐색해왔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란 ‘무엇을 그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그리기를 가능하게 만드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공유한다. 전시 제목 'NOULLE NOIR'는 불어 단어 ‘Noir(검정)’에, 정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조어 ‘Noulle’를 결합한 신조어다. 프랑스에서의 작업 인연을 바탕으로 작가들을 묶은 이 전시는 구체적 해석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검은 어스름 속 회화적 실험’이라는 정서적 분위기를 암시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회화 작가 중 한 명인 니콜라 샤르동은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를 졸업한 뒤, 빌라 메디치(Villa Medici) 레지던스를 거쳐 전통과 실험을 넘나드는 추상 회화를 전개해왔다. 그는 회화의 규칙을 해체하고, 캔버스의 물성과 기하학적 패턴을 중첩하거나 왜곡하면서 형식과 표현 사이의 긴장을 부각시킨다. 현재 제네바의 HEAD(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적 성찰과 실천을 아우르는 교육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심문필은 1990년 파리로 작업의 거점을 옮긴 이래, 30여 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색과 면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빛과 리듬에 천착해왔다. 그의 작업은 평면과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과 물질, 반복과 우연이 만들어내는 추상적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식주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접근을 통해, 회화를 단순한 시각 언어를 넘어 시간성과 공간성을 지닌 매체로 확장시킨다. 박창서는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뒤, 파리 제1대학 팡데옹 소르본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하며 메트리즈와 마스터 1·2 과정을 거쳐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그는 사회와 정치적 소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원적 해석의 네트워크 속에서 소통의 본질과 그 한계를 사유한다. 역사, 사회, 정치와 불가분한 관계에 놓인 그의 작업은 드로잉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회화를 개념적 탐구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5/06/04
노원구, 커피축제와 함께하는 청년예술제·청년마켓 개최 서울 노원구(구청장 오승록)는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에 청년 문화 예술과 지역 상권을 접목한다고 4일 밝혔다.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는 오는 7일부터 8일까지 양일간 공릉역에서 동부아파트 삼거리까지의 왕복 4차선 도로와 경춘선 공릉숲길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각국 커피 시음과 커피 문화 체험이 마련된다. 전국 유명 카페들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신진 청년 예술가들의 야외 전시 '제2회 노원 현대예술제'가 함께 열린다. 6일부터 15일일까지 '바람의 이동경로(Tracing of Wishes)'를 주제로 곽인탄, 남다현, 아터스, 이세준, 자율랩, 장시재, 최형준, 09콜렉티브 등 청년 예술가 8명(팀)이 회화·조형 작품 11점을 경춘선숲길에 전시한다. 최형준 작가는 기차레일 위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철거된 '신공덕역'을 재현한 설치물을 선보이는 남다현 작가, 감자를 나눠주는 설치형 부스를 운영하는 09콜렉티브 등이 직품을 공개한다. 청년들의 감각과 아이디어가 담긴 노원구 청년마켓이 함께 열린다. 청년마켓은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공릉동 도깨비시장 후문에서 공릉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춘선숲길 약 250m 구간에 펼쳐진다. 디저트, 액세서리, 수공예품 등 총 60개 판매장이 마련된다. 향수 만들기, 캐리커처 등 체험장이 운영된다. 또 빈둥, 김지원 등 과기대 동아리팀과 노현우 등이 거리 공연을 펼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올해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는 청년들과 지역 상권이 융합된 복합 문화 예술 콘텐츠로 채워질 것"이라며 "거리 곳곳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기며 특별한 여정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6/04
그리다 만 듯 아지랑이 같은 그림…서승원 'The Interplay' 작품 앞에 서면, 봄 아지랑이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온기를 마주하는 듯한 감각이 먼저 온다. 분홍빛, 연노랑, 담청색의 색면들이 투명하게 겹쳐지고 흘러내리며, 물질보다 감각에 가까운 회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중심도, 경계도 없이 시간과 공간, 안과 밖이 한 덩어리로 녹아들며, 관람자를 조용히 감싼다.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는 오는 5일부터 7월 12일까지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서승원 화백(84)의 개인전 'The Interplay'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 'The Interplay'는 ‘상호작용’을 뜻한다. 빛과 색, 시간과 공간, 내면과 외면이 화면 속에서 겹치고 스미며, 서승원이 천착해온 ‘동시성(Simultaneity)’개념을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시켰다. ‘동시성’은 그가 1970년 서울 신문회관에서의 첫 개인전 타이틀로 내세운 이래 50여 년간 작업 세계를 관통해온 조형 철학이다. 이는 단순히 조형어휘를 넘어서, 감각 가능한 현실 세계와 내면 세계가 하나의 장(場)에서 공존한다는 철학적 사유에 바탕한다. 서승원은 이 개념을 “빛과 색채의 겹침과 잔상, 그리고 감각 너머의 조용한 울림”으로 시각화해 왔다. 화면은 칠한 듯 만 듯, 그린 듯 만 듯한 채로 부유한다. 명확한 이미지 없이도 은근한 부드러움이 관통하고, 그 안에서 조형은 언어보다 명확하게 말을 건넨다. 서성록 평론가가 “신기루 같다”고 했던 바로 그 회화다. 윤진섭 평론가의 말처럼, “자연 관조를 통한 심상적 풍경”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100호 미만의 비교적 소형 작품들은 조용한 리듬 속에서, 각 화면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반사하고 공명한다. 1960년대 홍익대학교 회화과 재학 시절부터 서승원은 ‘조형의 간결성’에 매료되었다. 색채의 과잉과 감정의 폭주에서 벗어나, 네모꼴의 평면 위에 정갈하고 이지적인 회화를 펼쳐냈다. 1962년 기하추상 그룹 ‘오리진’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그는 평생 한 장르에 매달렸고, 이는 단색화와도 맞닿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은 독자적 궤도를 그렸다. 형태는 사라졌지만, 울림은 더욱 깊어졌다. 초기의 기하학적 색 분할 회화에서 시작해 평면기(1970~80년대), 주정기(1990년대)를 거쳐, 최근의 관조기(2000년대 이후)에서는 아예 네모의 형상조차 희미해졌다. 파스텔톤의 화면은 점점 더 비물질화되었고,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화면 위에 떠 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에 있다.” 서승원의 회화가 주는 감정은 어떤 명제보다 이 문장에 가깝다. 이 전시 'The Interplay'는 조용한 밀도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회화의 존재론을 다시 환기한다.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