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빛 검은 달항아리…하우저앤워스 글렌 라이곤 한국 첫 개인전 미국 개념미술의 거장 글렌 라이곤(Glenn Ligon)이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새까만 색으로 다시 빚었다. 한국 전통 도자를 흑인 정체성과 언어, 역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는 오는 8월 14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캐비넷에서 글렌 라이곤의 한국 첫 개인전 '블랙 문(Black Moons)'을 개최한다. 한국 전통 공예와의 접점을 보여주는 검은 달항아리 연작과 대표 텍스트 회화 'Static', 'Redacted'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은 검은 달항아리다. 라이곤은 2019년 일본 랫 홀 갤러리에서 처음 공개한 이 연작에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숯빛의 검은색으로 구현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도예가와 3년간 협업하며 특수 점토와 소성 온도를 실험해 완성한 작업으로, 자연스러운 비대칭과 즉흥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전통 도예를 동시대 개념미술의 언어로 확장했다. 달항아리와 함께 소개되는 'Static'과 'Redacted' 연작은 라이곤을 대표하는 텍스트 기반 회화다. 그는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에세이 마을의 이방인(Stranger in the Village)을 바탕으로 글자를 반복해 덮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언어의 한계와 인종, 시민권, 주체성의 문제를 탐구한다. 읽히지 않는 문자와 겹쳐진 흔적은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언어가 현실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전시 제목 '블랙 문'은 검은 달항아리와 텍스트 회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작가는 도자와 회화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명확히 설명하려 해도 끝내 불투명하게 남는 것들"을 사유한다. 한국의 전통 공예와 미국 흑인 경험을 하나의 전시장 안에서 교차시키는 시도다. 1960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글렌 라이곤은 현대 회화와 개념미술의 유산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와 문학, 흑인 정체성을 탐구해온 작가다. 휘트니미술관 회고전을 비롯해 베니스비엔날레, 도큐멘타, 베를린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전에 참여했으며,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오는 9월 개인전 'Sit So Your Back Isn't Against The Door'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6/07/31
송파구, 청년예술인 작품 70점 청사 전광판에 송출 서울 송파구(구청장 서강석)가 다음 달부터 매주 수요일 구청사 외벽 전광판에 청년 작가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송파구청 외벽 전광판은 7층 높이에 가로 8.4m, 세로 12.7m 대형 화면이다. 구정 주요 소식과 폭염 대응 요령 등 공익 정보를 제공해왔다. 이번 사업은 해당 전광판을 도심 속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과 구민에게 예술 작품 감상 기회를 주기 위해 추진됐다. 전시는 다음 달 5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진다. 송파구 청년 예술인 지원 사업 '더 임팩트'에 참여 중인 시각 예술 10개조와 '청년아티스트센터' 소속 작가 10명 작품을 송출한다. 작품당 10초씩 총 16분40초 분량 미디어아트 영상이 하루 동안 총 6회 순환 송출된다. 구는 더 임팩트 공연 예술단 가운데 매달 초 1개조를 '이달의 아티스트'로 선정해 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4개 채널(유튜브·블로그·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 홍보한다. 공연 영상과 인터뷰를 공개한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문화와 예술이 구민의 일상 가까이에 있어야 진짜 명품 도시라는 생각으로 문화 예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청년 예술인이 마음껏 무대에 서고 그 작품이 구민의 일상을 채우도록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6/07/31
판화와 오브제, 벽화 사진으로 만나는 '뱅크시: 스틸 히어' 얼굴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은 채 활동해 온 영국의 거리 예술가 뱅크시는 전쟁과 빈곤, 권력과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거리의 벽에서 시작된 그의 이미지는 이제 미술시장과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뱅크시: 스틸 히어(BANKSY: Still Here)'는 판화와 오브제, 벽화 사진 등 110여 점을 통해 그의 30여 년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작품마다 출처와 종류를 명확히 공개한 점이 눈에 띈다. 뱅크시가 설립한 공식 감정기관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PCO) 인증 판화와 픽처스 온 월즈(POW) 에디션, 비인증 사진과 오브제 등을 각각 구분해 표기했다. 뱅크시는 거리 벽화를 직접 떼어 전시하거나 개인전을 공식 승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PCO가 인증한 판화와 POW를 통해 발매된 에디션은 미술시장에서 공식 작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대표작은 빨간 하트 풍선을 향해 손을 뻗는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직후 액자 속 파쇄 장치가 작동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작품과 같은 이미지의 판화다. 당시 파쇄된 작품은 이후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Love is in the Bin)'라는 제목으로 다시 미술사에 기록됐다. 이 밖에도 꽃다발을 던지는 시위자를 그린 '꽃을 던지는 사람(Love is in the Air)', 원숭이를 통해 사회를 풍자한 '지금은 웃어라(Laugh Now)', '러브 랫(Love Rat)' 등 뱅크시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열린다. 2026/07/31
정선 풍경, 유근택의 '창문'으로 이어지다…겸재정선미술관 '숨'展 조선 진경산수의 거장 겸재 정선과 현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유근택이 300년의 시간을 건너 한 전시에서 만난다. 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은 오는 8월 4일부터 10월 22일까지 유근택 개인전 '숨(Breath)'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의 핵심은 겸재정선미술관 소장 정선의 '청하성읍'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유근택의 신작 '창문'을 처음으로 함께 선보인다는 점이다. 시대를 달리하는 두 화가가 하나의 풍경을 어떻게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보여주며, 진경산수의 정신이 오늘의 회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는지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1995년 초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30여 년에 걸친 작품 106점을 통해 유근택의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유근택은 전통 수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작가다. 일상의 풍경과 자연, 인간의 관계를 자신만의 회화 언어로 풀어내며 현실과 기억, 안과 밖,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전시 제목인 '숨'은 작가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호흡을 넘어 생성과 소멸, 자연과 인위, 개인과 사회처럼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삶의 방식으로 제시된다. 전시는 '연기', '안과 밖', 'Two Conversation' 등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초기작 '할머니' 연작부터 '불', '분수'를 비롯해 '어쩔 수 없는 난제들', '이사', '자라는 실내', '수영장', '항해-기적을 향하여' 등 대표작과 신작을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 공간 'Two Conversation'에서는 정선의 '청하성읍'과 유근택의 신작 '창문'을 나란히 배치했다. 한 작품은 18세기 풍경을, 다른 한 작품은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풍경을 담아내며 시대를 초월한 회화적 대화를 완성한다. 송희경 겸재정선미술관장은 "'숨'은 유근택이 30여 년 동안 구축해온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라며 "정선이 풍경을 통해 자신의 시대를 담아냈듯 유근택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화면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가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유근택의 작품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7/31
병풍은 가구가 아니다 한국화의 '열린 화면'…아라리오컬렉션 병풍을 공간을 나누는 기물이 아닌 하나의 회화 형식으로 바라보는 전시가 열렸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소장품전 '아라리오컬렉션: 병풍(Folding Screens from the ARARIO Collection)'을 오는 11월 2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병풍의 실용적 기능보다 여러 폭으로 이어지는 화면 구성과 한국화의 표현 방식에 주목한다. 접히고 펼쳐지는 구조를 통해 하나의 이미지를 넓게 펼치거나 각 폭마다 독립된 장면과 상징을 담아내는 병풍의 회화성을 살펴본다. 전시에는 조선 후기 문인화가 유덕장의 '죽'을 비롯해 김희순의 '화조 10폭 병풍', 김은호의 '노안도', 박생광의 '화조영모도 10폭 병풍', 박노수의 '운룡도' 등 아라리오컬렉션 소장 병풍 다섯 점이 소개된다. 대나무와 꽃, 새, 기러기, 용 등 전통 회화의 대표 소재들이 시대와 작가에 따라 어떻게 다른 화면 언어로 변주됐는지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문인의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생활 속 길상과 평안을 기원하는 화조도, 노년의 안락을 뜻하는 기러기, 권위와 벽사의 상징인 용은 병풍이라는 형식 안에서 시대의 미감과 염원을 담아낸 회화의 언어로 다시 펼쳐진다. 특히 박생광의 1972년작 '화조영모도 10폭 병풍'은 작가가 독자적인 채색화 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이전의 작품으로, 이후 전개될 채색화 양식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1958년 제작된 박노수의 '운룡도' 역시 여백 중심의 화면이 정립되기 이전, 강렬한 색채와 밀도 높은 구성이 돋보이는 초기 화풍을 보여준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이번 전시는 병풍을 단순한 장식물이나 실용 기물이 아닌 한국화의 화면으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라며 "병풍을 익숙한 옛 형식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새롭게 펼쳐지는 열린 화면으로 다시 마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07/31
김구 탄생 150주년…백범 마지막 거처 '경교장'서 특별전 백범 김구의 마지막 거처였던 서울 경교장에서 그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역사박물관과 함께 내달 4~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교장에서 특별전 '백범 김구, 세계의 가치가 되다'를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이자 김구 선생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머물렀던 경교장을 중심으로 김구의 삶과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전시는 광복 후 김구가 경교장에 정착하는 장면부터, 해방정국 당시 민족의 앞날을 고민하는 모습, 분단을 막기 위해 평양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하는 순간 등 경교장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관람료는 없으며 매주 월요일 휴관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올해는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난해 11월 지정된 바 있다.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방향성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와 맞닿았다는 의미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은 올해는 '유네스코 기념해'이고, 김구 선생의 탄생일(1876년 8월 29일)이 있는 8월에 진행되는 만큼 경교장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김구의 평화·문화사상을 함께 되새기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6/07/31
한솥아트스페이스에 여름 바다…이상원 개인전 'RESTOPIA' 해변을 거닐고, 물속을 헤엄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이상원의 화면에는 여름 휴가를 즐기는 현대인의 풍경이 빼곡히 펼쳐진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저마다 다른 몸짓과 움직임이 살아난다. 한솥도시락이 운영하는 한솥아트스페이스는 오는 8월 8일부터 9월 19일까지 이상원 개인전 'RESTOPIA'를 개최한다. 이상원은 인물이 모인 여가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담아내는 작업이 특징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목구비 없이 작은 형태로 표현되지만, 군집을 이룬 사람들의 움직임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삶과 휴식의 풍경을 상징한다. 작가는 20여 년간 연구해온 독창적인 회화 기법을 바탕으로 두터운 마티에르를 구축해왔다. 물감을 여러 겹 쌓아 올려 파도의 움직임과 물결의 질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빛에 따라 윤슬이 반짝이는 듯한 화면을 구현해 실제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에는 청담나잇, 강남아트 스탬프 투어, 워크숍 등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청담나잇 행사에서는 이상원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프라이빗 도슨트와 케이터링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026/07/31
수십만 개 한지 조각이 만든 꽃길…허회태 60년 예술세계 멀리서 보면 만개한 화사한 꽃밭이다. 하지만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붓끝이 지나간 문자의 파편이자 수십만 개에 달하는 한지 조각이다. 평면 위에 적힌 글씨가 해체되면서 거대한 생명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통 서예를 현대미술의 조형 언어로 확장해온 허회태 작가가 예술 인생 60년을 조망하는 기획초대전 '내가 안고 있는 꽃길'을 오는 8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성북동 한국서화관에서 연다. 그의 작업은 서예와 회화,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지 위에 자신의 철학과 사유를 직접 붓글씨로 쓴 뒤 이를 잘게 잘라 수십만 개에 이르는 문자 조각을 만든다. 반복되는 집적의 과정은 오랜 수행과 노동의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독자적으로 개척한 '이모그래피(Emography)'와 '이모스컬프처(Emosculpture)' 연작을 중심으로 '심장의 울림', '헤아림의 꽃길', '내가 찾은 꽃길', '내 안의 꽃길' 등 대표작을 선보인다. 이모그래피는 전통 서예를 바탕으로 감정과 형상을 함께 드러내는 조형예술이다. 글씨를 단순히 읽는 문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이미지와 감정을 결합한 회화적 언어로 확장한 작업이다. 이모스컬프처는 붓글씨를 작은 문자 조각으로 분해한 뒤 이를 다시 집적해 부조와 입체 조형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허회태는 "작품을 완성하는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수행처럼 차곡차곡 채워가는 시간"이라며 "내가 좋아하고, 관람객과 공감하며 함께 행복과 희열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꽃길"이라고 말했다.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분 대상 수상 작가로 그동안 미국과 스웨덴, 슬로바키아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2026/07/31
함경아 동생 함양아의 끈기…8년 프로젝트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우리는 모든 인류를 포괄하는 새로운 미래 이야기가 필요하다." 영상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함양아(58)는 그 미래가 과거와 단절된 직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되돌아오며 이어지는 '순환의 이야기'라고 했다. 함양아가 지난 8년간 이어온 장기 예술 연구 프로젝트를 총망라한 전시가 열린다. 아트선재센터는 31일부터 개인전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를 열고, 인간과 사회, 자연이 맺는 관계를 '순환'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신작과 대표 연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0년 '형용사적 삶: 넌센스 팩토리' 이후 16년 만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함양아는 자수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인기 작가 함경아의 동생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미술이론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교(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했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 터키 등에서 활동하며 사회 시스템과 개인, 공동체,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전시의 중심은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26)이다. 거대한 원형 구조 안에 구현한 8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국가와 정치, 경제를 다뤘던 기존 연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생태계, 개인와 공동체가 맺는 관계와 변화를 탐구한다. 원형 구조 안을 거닐며 인간과 자연, 공동체가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서 연결되는 과정을 마주하게 한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는 웹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다채널 영상 설치다. 세계 각지 참여자들이 휴대전화로 기록한 사적인 독백을 모아 하나의 영상 서사로 재구성했으며, 흩어진 개인의 목소리가 어떻게 공동의 이야기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30일 기자들과 만난 함양아는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영상 설치 작품이 추상화와 기호화의 과정을 통해 전개된다면, 웹 프로젝트는 그 이전의 생생한 사실들을 길어 올리는 우물과 같다"며 "영상과 웹 프로젝트는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잠'(2015~2016)을 비롯해 금융자본주의를 다룬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 사회 구조적 기아를 주제로 한 '주림 2.0'(2023), 돌봄과 배움의 의미를 탐구한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2021~2022) 등 주요 연작도 함께 소개된다. 함양아는 이번 전시에 대해 "오랜 시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프로젝트를 이어오면서 이 작업이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세계를 사랑하는 것(Amor Mundi)'과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4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의 붕괴와 그 안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겪는 고통을 마주한 작가가 '예술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후 팬데믹과 전쟁, 기후위기 등 전 지구적 위기를 거치며 인간과 사회, 자연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작업으로 확장됐다. 작가는 서로 다른 개인의 이야기가 연결되며 새로운 공동의 서사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전시는 영상 작품이지만 현대 사회의 정치·경제·환경 문제를 아우르는 거대한 서사를 다루는 만큼, 한 번의 관람만으로 작품의 문제의식을 모두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작품의 배경과 흐름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8월 1일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와 8월 29일 연구자 마정연의 연계 강연이 도움이 될 만하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열린다. 2026/07/30
신화와 기억을 현대미술로…아양아트센터 신진작가전 신화와 상징, 개인의 기억과 내면을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풀어낸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대구 관람객을 만난다. 30일 대구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에 따르면 신진작가전이 다음 달 5일부터 16일까지 아양아트센터 아양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신진작가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구영웅·양다솔 작가가 참여한다. 구영웅 작가는 신화와 역사, 종교, 일상의 이야기를 하나의 화면에 엮어낸 회화를 선보인다. 'Particles' 연작을 중심으로 프로메테우스, 이카루스, 아테나, 부처 등 다양한 신화와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물감을 반복해 쌓고 깎는 작업을 통해 입자와 빛의 흐름을 표현한다. 작가는 거대한 역사와 신화도 결국 평범한 삶을 이루는 작은 '입자'들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양다솔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일상의 경험과 디지털 환경에서 축적된 기억을 점, 선, 면, 실루엣으로 재구성해 보이지 않는 내면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Pop up!'에서는 '먹는 게 남는 거야'와 '사적인 대서사' 등 대표 연작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쌓여 하나의 삶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아양아트센터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양한 해석과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