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이, 美 스톰 킹서 첫 대규모 야외 개인전…KF 지원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니카 이의 대규모 야외 개인전이 미국 최대 야외 조각 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지원 전시 ‘아니카 이: 진흙으로부터의 메시지(Anicka Yi: Message From the Mud)’가 오는 17일부터 11월 9일까지 스톰 킹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아니카 이의 첫 대규모 야외 개인전이자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설치 프로젝트다. 뉴욕주 허드슨 밸리에 위치한 스톰 킹 아트센터는 약 500에이커(약 60만 평) 규모의 조각 정원을 보유한 미국 최대 야외 조각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2026년 시즌에는 스톰 킹이 소장한 백남준, 이우환 등의 작품과 함께 아니카 이의 신작 커미션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아니카 이는 예술과 생태학, 기술을 결합한 실험적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16년 한국계 최초로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휴고 보스상’을 수상했으며, 테이트 모던과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스톰 킹 아트센터의 토양과 물을 활용한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에는 흙과 물속 미생물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재현한 실험 장치인 ‘위노그라드스키 칼럼(Winogradsky column)’이 설치된다. 아크릴 튜브 내부에서 조류와 남조류, 박테리아 군집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야외 환경 속에서 햇빛과 시간의 영향을 받으며 생성되는 색의 층위는 한 폭의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을 만든다. 전시는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프리히스토릭 바이오픽션(Prehistoric biofiction)’ 개념을 통해 지질학적 시간과 생태적 상상력을 탐구한다. 전시 기간 스톰 킹 아트센터는 ‘골격과 치아가 생기기 이전(Before Skeletons, Before Teeth)’을 주제로 한 선사시대 요리 체험과 예술·과학 분야 전문가 패널 토론, 작가 명상 프로그램, 큐레이터 투어, 어린이·가족 대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라 로렌스 스톰 킹 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와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구현한 사례”라며 “예술계와 학계, 대중을 잇는 중요한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도 KF 이사장은 “이번 전시 지원이 해외 관람객에게 한국 동시대 미술의 독창성을 알리고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세계 유수 예술기관의 한국 관련 전시 개최 지원을 통해 문화공공외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5/14
생성형 AI부터 공간음향 전문가 서울 집결…아르코 국제 컨퍼런스 예술과 기술,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창작자들이 서울에 모인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음향의 세계를 인간의 감각 언어로 변환하는 예술기술 융복합 현장이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오는 6월 12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26 제4회 아르코 예술기술융합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어 13일부터 16일까지는 서울 코엑스 마곡 일대에서 ‘2026 제5회 에이프캠프(APE CAMP)’를 연계 진행한다. 이번 국제 컨퍼런스의 주제는 ‘거대한 변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는가’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음향이 일상을 조율하는 시대 속에서 예술과 기술이 무엇을 감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지 탐색한다. 아르코는 보이지 않는 정보의 층위를 인간의 몸이 느낄 수 있는 언어로 치환하는 창작자들을 ‘변환의 설계자’로 정의하고 이들의 작업 방식을 조명한다.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5인이 연사로 참여한다. 신체와 사물의 관계를 탐구해온 정금형을 비롯해 2026년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호추니엔, 양자역학적 사유와 공간 음향 설치 작업으로 알려진 프랑스 조뱅과 마르쿠스 헤크만 등이 참여한다. 또 생성형 AI 기반 기억 복원 프로젝트 ‘Synthetic Memories’로 2025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디지털 휴머니티 부문을 수상한 바르셀로나 기반 스튜디오 Domestic Data Streamer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주아나 비스베도 참여해 예술과 AI, 데이터 기반 창작에 대한 담론을 나눈다. 이어 열리는 ‘제5회 에이프캠프’는 예술가(Artists), 기획자(Producers), 기술전문가(Engineers)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는 아르코의 대표 융복합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국내외 참가자 120명이 선정됐으며, 싱가포르 국립예술위원회(NAC)와 협력해 싱가포르를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프로그램은 ‘아르코 예술기술융합 청년 포럼’을 시작으로 팀별 미션 수행과 아이디어 피칭, 해외 참가자 대상 팸투어 등으로 구성된다. 멘토진에는 버닝맨 프로젝트 아트 디렉터 케이티 해저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프로그램 디렉터 크리스틀 바우어, 캐나다 SAT 최고기술책임자 장 미카엘 셀레리에, 싱가포르 SERIAL CO_ 공동창립자 어니스트 우 등이 참여한다. 아르코는 캠프 이후에도 ‘에이프 랩(APE LAB)’과 ‘에이프 글로벌 커넥트’를 통해 후속 지원을 이어간다. 우수 아이디어에는 총 6000만 원 규모의 창작 지원이 제공되며, 참가자들은 캐나다 몬트리올 SAT·무텍(MUTEK),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등 글로벌 기관과의 교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된다. 왕우리 아르코 예술인재양성팀장은 “캠프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실제 창작물이 되고 세계 현장과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며 “청년 창작자들이 글로벌 융복합 창작 생태계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5/14
예당 ‘2026 청년미술상점 아트페어’…46명·400점 판매 청년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만나는 아트페어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예술의전당(사장 장한나)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비타민스테이션 내)에서 ‘2026 청년미술상점 아트페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청년미술상점’은 예술의전당이 운영하는 청년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작품 판매와 관객 반응을 경험하며 예술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플랫폼 역할도 이어오고 있다. 신선한 감각과 개성을 지닌 청년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객에게는 생애 첫 작품 소장의 기회도 제공한다. 2020년 시작한 ‘청년미술상점’은 공모를 통해 현재까지 총 412명의 청년작가를 소개했다. 특히 작품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공익형 전시로 운영돼 판매 수익 전액이 작가에게 돌아간다. 관람객 역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어 미술품 소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일상 속 미술 소비문화 확산에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올해 아트페어에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작가 46명이 참여해 신작을 포함한 약 400여 점을 선보인다. 대부분의 작품은 100만 원 이하 가격대로 구성돼 부담 없이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술의전당 장한나 사장은 “청년미술상점 아트페어가 청년작가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관람객에게는 동시대 청년작가들의 감각과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강서현, 고와 홈, 고유, 골드손, 김수경, 김우현, 김유신, 김윤기, 노승하, 디어유나, 마이피츠로이, 문서정, 문수정, 박다희, 박선주, 박소나, 박은지, 박채원, 방서연, 신예은, 심재원, 연소영, 연은정, 온섬, 유나연, 유영채, 유해린, 윤병우, 이가은, 이경현, 이서영, 이유진, 이지수, 이혜용, 인미로, 장수정, 전소은, 정선, 정이정, 최나운, 최인엽, 최피터, 최혜원, 하자유, 한소희, 황정원 등이 참여한다. 2026/05/14
‘독도 표기’ 대동여지도 채색 필사본 경매…서울옥션 "시작가 20억 원"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채색 필사본이 경매 시장에 등장했다. 시작가는 20억 원이다. 오는 28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5월 경매인 ‘제192회 미술품 경매’에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총 145점, 낮은 추정가 기준 약 103억 원 규모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에 출품된 ‘대동여지도’는 1861년 김정호가 간행한 신유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채색 필사본이다. 총 22첩의 분첩절첩식(分帖折疊式)으로 구성돼 휴대가 가능하며, 모두 펼치면 가로 약 390㎝, 세로 약 685㎝에 달하는 대형 규모를 이룬다. 특히 목판본에서는 보기 어려운 ‘우산(于山)’ 표기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서울옥션은 이를 현재의 '독도'를 가리키는 표기로 해석하며 “제작 당시의 주체적 지리 인식을 보여주는 학술적 완결성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지도는 도별 채색과 주요 거점의 붉은색 표기를 통해 가독성을 높였고, 산맥과 물길, 10리마다 찍힌 방점 도로망 등을 정교하게 시각화했다. 18세기 백리척(百里尺) 축척법 전통을 계승한 조선 후기 지도 제작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평가다. 서문과 도성도 등 부록까지 완비됐으며, 1957년 소장 기록 등 전래 경위도 비교적 명확하게 남아 있다. 조선 후기의 공간 감각은 여기서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국가를 읽는 시선이 된다. 산줄기는 혈맥처럼 이어지고, 물길은 시대의 호흡처럼 흐른다. 종이 위에 접힌 조선의 풍경은 정보이자 세계관이었다. 경매에는 역사적 사료도 함께 나온다. 대한제국 마지막 상궁으로 알려진 한희순 상궁의 생애와 황실 문화를 보여주는 ‘한희순 상궁 관련 사진·자료 일괄’, 일제강점기 천도교 청년운동의 흔적을 담은 ‘천도교청년당 관련 사진 7점 일괄’ 등이다. 근현대미술 부문에서는 한국 추상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추정가 5억~10억 원에 나온 김환기의 1971년 작 ‘7-III-71’은 뉴욕 시기 ‘전면점화’ 양식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종이 작업이다. 유영국의 1978년 작 ‘Work’도 시작가 10억 원에 출품된다. 강렬한 원색의 과감한 사용은 산과 하늘, 대지를 삼각형과 사각형의 색면으로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동시대 미술 섹션에는 이우환의 ‘Dialogue’(7억 원-12억 원), 데미안 허스트의 ‘Beautiful, Camp, Sinbad Lozenge Painting(추정가 1억 2000만~3억 5000만 원), 1996년 생 작가 이목하의 ‘크로마키 블루’ (1억~1억 5000만 원)등이 포함됐다. 경매 출품작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2026/05/14
5·18 앞두고 다시 꺼낸 ‘국가폭력’…홍성담 특별전 연계 포럼 “국가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하지 않을 때 반복된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국가폭력의 상흔을 예술로 직시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론의 장이 열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홍성담 판화 특별전 연계 포럼 ‘국가폭력과 문화예술’을 오는 16일 오후 4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오월 판화’의 대표 작가 홍성담의 작품이 35년 만에 독일에서 귀환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5·18민주화운동부터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 피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과제까지 국가폭력이 사회와 예술에 남긴 흔적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특히 국가폭력의 증언자와 예술가, 비평가, 큐레이터가 한자리에 모여 예술과 기억의 사회적 역할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 피해자로 19년간 수감 생활을 겪은 서승 인권운동가가 기조 발언에 나서 국가폭력의 본질과 평화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이어 홍성담 작가가 직접 발제자로 참여해 1980년 광주부터 현재까지 작업에 담아온 국가폭력의 기억과 예술의 역할을 공유할 예정이다. 김종길 평론가는 국가폭력에 저항해온 예술의 의미를 현대 비평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신용철 큐레이터는 동아시아 예술사 맥락 속에서 한국 민중미술이 마주한 동시대적 과제를 짚는다. 포럼에서는 ‘오월-2 횃불행진’, ‘남영동-칠성판’, ‘키세스군단’ 등 홍성담의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위기 속 예술의 역할과 기억의 전승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예정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이사장은 “5·18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포럼이 국가폭력이라는 무거운 역사를 예술을 통해 다시 성찰하고, 시민들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홍성담 특별전 ‘다시 돌아온 편지’는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 이후 처음 열리는 민중미술 작가 특별전이다. 작가의 초기 희귀 판화와 미공개 사료 등을 선보이며,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민주화운동기념관 M1 1층에서 열린다. 2026/05/13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복잡하지만”…손 맞잡은 한·일 미술관장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하지만, 개인과 개인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전시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13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만난 구라야 미카 요코하마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바라보는 한·일의 미래는 공존인가, 긴장 속 동행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일본 요코하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은 바로 그 질문 위에 세워진 전시다. 한국과 일본의 미술관 직원들이 3년여에 걸쳐 협력한 결과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1945년 광복과 일본 패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양국 현대미술 교류의 궤적을 대규모 아카이브와 회화, 설치, 영상 작업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전시는 지난해 12월 일본 요코하마미술관에서 먼저 열렸다. 구라야 관장은 “당초 예상 관람객은 2만7000명 정도였지만 실제 관람객은 3만7499명이었다”며 “예상보다 1만 명 이상 많은 관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매일 전시장에 갔는데 갈 때마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다니’라고 느꼈어요. 일본 미술관에서는 사실 보기 드문 현상이었습니다.” 그는 “역사나 미술에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젊은 세대들도 미술관에 3~4시간씩 머물며 전시를 즐겼다”며 “한국과 일본은 늘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나 패션은 좋아하지만 역사 문제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전시장에 와서 무언가를 배우고, 양국 관계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히미노 민용 요코하마미술관 주임학예연구원 역시 “한국과 일본은 항상 옆에 있는 나라이고, 아무리 갈등해도 결국 같은 기후권 안에 존재한다”고 표현했다. 미카 관장은 “친구 관계 역시 항상 평탄할 수는 없지만, 서로 해소할 수 없는 갈등이 있어도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앞으로 한·일 양국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도 이에 화답하듯 “예술은 국가 간 관계를 넘어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 속에서 영감과 영향을 주고받게 한다”며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소통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단한 연구 기반의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예술은 결국 관계를 녹여내고 이어주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한·일 관계 역시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시는 거창한 외교 담론보다 ‘국가의 역사보다 먼저 연결된 개인들의 감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전시에는 한·일 미술가 43명(팀)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200여 점이 소개된다. 냉전과 분단, 국교 정상화, 지역 교류, 비공식 네트워크, 연대 운동 등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양국 예술가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5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시작되는 전시는 재일조선인의 기억과 삶에서 출발한다. “영주권을 쟁취하자”라는 문구가 적힌 조지현의 흑백사진 속 사람들은 일본 시장 골목을 걷고 있지만, 문장은 아직 돌아가지 못한 조국의 시간을 붙들고 있다. 광복 이후 일본에 남아 활동한 재일조선인 미술가들의 궤적을 다룬다. 조양규, 곽인식 등의 작품과 함께 미공개 편지, 갤러리 자료 등이 처음 공개된다. 동시대 작가 남화연과 하야시 노리코의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두 번째 섹션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에서는 백남준을 중심으로 한 한·일 전위예술 네트워크를 조명한다. 백남준은 일본에서 구보타 시게코를 만나 협업을 이어갔고, 일본 전위예술 그룹 하이 레드 센터와 교류했다. 전시에는 위성 프로젝트 ‘바이 바이 키플링’, 구보타 시게코의 영상 ‘브로큰 다이어리: 한국 여행’ 등이 출품된다. 세 번째 섹션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넓어진 길’에서는 1965년 이후 제도화된 미술 교류를 다룬다. 이우환, 박서보 등의 작품과 함께 명동화랑·도쿄화랑 교류 자료가 소개된다. 또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비롯해 지역 기반 교류 사례와 곽덕준의 활동도 조명한다. 네 번째 섹션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는 1990년대 이후 청년 작가들의 자발적 교류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나카무라 마사토와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를 중심으로, 한·일 청년 작가들의 협업과 동시대 감각의 공유 과정을 살펴본다. 김인숙은 재일코리안 가족의 제사와 성인식, 일상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병풍과 한복, 일본식 다다미방이 뒤섞인 공간은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삶의 층위를 드러낸다. 다카미네 다다스의 영상 작업 ‘베이비 인사동’은 재일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며 마주한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따라간다. 영상 속 드래그퀸 ‘나자(Nadja)’는 한국어와 일본어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존재로 등장해 경계 바깥의 화해 가능성을 상징한다. 특히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외교보다 먼저 움직였던 예술가들의 감각적 연대가 드러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1990년대 이후를 다룬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 섹션에서는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진다. 국가 중심 교류 대신 청년 예술가들의 이동과 비공식 네트워크가 등장한다. 도쿄예술대 학생이던 나카무라 마사토는 1987년 한국을 방문해 홍익대 주변 작가들과 교류했고, 이후 한·일 젊은 작가들을 연결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이름도 등장한다. 전시장에 걸린 고낙범의 대형 초상은 단순한 인물화가 아니다. 녹색과 노란색 얼굴로 그려진 인물들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이 국제 담론과 접속하기 시작하던 시대의 공기와 관계망을 압축한다. 전시의 마지막은 뜻밖에도 ‘마술’이다. 마술사 이은결은 일본 거리 곳곳을 걸으며 새장과 손기술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영상 속 그는 “어떤 나무는 서로의 뿌리를 얽으며 버틴다”는 말을 남긴다. 국가와 민족, 경계와 차별을 다뤄온 전시의 서사는 마지막 순간 ‘마술’이라는 은유로 전환된다. 마술은 사라짐과 연결, 믿음과 환영의 감각을 통해 고정된 경계를 흔든다. 해방 이후 80년. 한국과 일본 현대미술은 때로는 국경을 건너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었고, 때로는 상처를 응시하는 창이었다. 전시 제목인 ‘로드 무비’는 이동과 만남, 충돌과 변화를 담는 영화 장르에서 착안했다. 전시는 국경과 시대를 넘어 이어진 예술가들의 다층적 교류를 하나의 긴 여정처럼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실내 전시를 넘어 과천관 야외조각공원까지 확장된다. 1986년 과천관 개관 당시 설치된 곽덕준, 곽인식, 이우환 등의 야외조각과 함께 일본 작가 다나베 미쓰아키, 니즈마 미노루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와의 대화, 전문가 강연, 학예사 대담, 워크숍 등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유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한·일 양국 미술가들이 어떠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도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과거의 교류사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9월 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다. 2026/05/13
프린트베이커리·왈종미술관, 프리미엄 판화 에디션 론칭 전시 제주를 그린 것이 아니라, 삶의 낙원을 길어 올린 그림이다. 프린트베이커리가 왈종미술관과 협업해 이왈종 프리미엄 판화 에디션 론칭 전시 ‘제주 생활의 중도’를 오는 21일부터 6월 8일까지 더현대 서울 프린트베이커리에서 개최한다. 이왈종은 제주에 정착한 이후 자연과 인간, 일상과 이상향이 공존하는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온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다. 화면 속에는 사람과 동물, 꽃과 나무, 집과 풍경이 경계 없이 뒤섞이며,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구성은 특유의 낙천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이왈종의 대표 연작 ‘제주생활의 중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오리지널 회화 작품과 함께 프리미엄 판화 에디션, 아트상품 등을 함께 선보이며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은 분홍빛 꽃나무와 푸른 하늘, 새와 동물, 사람들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얽혀 현실과 이상향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든다. 장지 위에 다양한 재료로 작업한 원화와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프리미엄 에디션이 함께 소개돼 이왈종 특유의 색감과 서사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왈종은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0년대부터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서울·뉴욕·파리·도쿄 등 국내외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예술의전당 등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또 2011년 왈종후연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고, 2013년 제주 서귀포에 왈종미술관을 개관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대중과 공유해왔다. 한편 프린트베이커리는 서울옥션이 2012년 론칭한 국내 아트 커머스 플랫폼이다. 그동안 박서보, 김구림 등 한국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프린트 베이커리'라는 이름은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부담 없이 미술을 즐기는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2026/05/13
해방 80년, 예술은 국경을 넘었다…MMCA ‘로드 무비’展 해방 이후 80년. 한국과 일본 현대미술은 때로는 국경을 건너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었고, 때로는 상처를 응시하는 창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요코하마미술관(YMA)과 공동주최로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을 오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1945년 광복과 일본의 패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양국 미술 교류의 궤적을 조망한다. 제목인 ‘로드 무비’는 이동과 만남, 충돌과 변화를 담는 영화 장르에서 착안했다. 전시는 국경과 시대를 넘어 이어진 예술가들의 다층적 교류를 하나의 긴 여정처럼 풀어낸다. 요코하마 구라야 미카 미술관장은 “작년 일본 전시에 이어 한국에서도 전시를 개최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일 미술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함께 펼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한·일 미술가 43명(팀)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200여 점이 소개된다. 냉전과 분단, 국교 정상화, 지역 교류, 비공식 네트워크, 연대 운동 등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양국 예술가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5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섹션 ‘사이에서: 재일조선인의 시선’은 광복 이후 일본에 남아 활동한 재일조선인 미술가들의 궤적을 다룬다. 조양규, 곽인식 등의 작품과 함께 미공개 편지, 갤러리 자료 등이 처음 공개된다. 동시대 작가 남화연과 하야시 노리코의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두 번째 섹션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에서는 백남준을 중심으로 한 한·일 전위예술 네트워크를 조명한다. 백남준은 일본에서 구보타 시게코를 만나 협업을 이어갔고, 일본 전위예술 그룹 하이 레드 센터와 교류했다. 전시에는 위성 프로젝트 ‘바이 바이 키플링’, 구보타 시게코의 영상 ‘브로큰 다이어리: 한국 여행’ 등이 출품된다. 세 번째 섹션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넓어진 길’에서는 1965년 이후 제도화된 미술 교류를 다룬다. 이우환, 박서보 등의 작품과 함께 명동화랑·도쿄화랑 교류 자료가 소개된다. 또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비롯해 지역 기반 교류 사례와 곽덕준의 활동도 조명한다. 네 번째 섹션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는 1990년대 이후 청년 작가들의 자발적 교류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나카무라 마사토와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를 중심으로, 한·일 청년 작가들의 협업과 동시대 감각의 공유 과정을 살펴본다. 마지막 섹션 ‘함께 살아가다: 예술 너머의 연대’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혐오와 차별, 역사적 상처 등 동시대 문제를 예술로 다룬 작가들의 연대를 조명한다. 다나카 고키, 다카미네 다다스, 정연두 등의 작업과 함께 1970년대 한·일 연대운동에 참여했던 도미야마 다에코와 이응노의 작업도 소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실내 전시를 넘어 과천관 야외조각공원까지 확장된다. 1986년 과천관 개관 당시 설치된 곽덕준, 곽인식, 이우환 등의 야외조각과 함께 일본 작가 다나베 미쓰아키, 니즈마 미노루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와의 대화, 전문가 강연, 학예사 대담, 워크숍 등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함께 만드는 로드 무비’는 각자의 기억과 이동의 장면을 기록해 SNS와 전시장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김성희 관장은 “두 나라가 경험해 온 역사적 순간들과 그 속에서 형성된 미술 교류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기회”라며 “한·일 현대미술이 지닌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5/13
고희동부터 오용길까지…대한민국예술원 소장명작 66점 공개 한국 근현대미술의 시간을 품어온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대한민국예술원은 13일부터 6월 12일까지 예술원 1층 전시실에서 ‘2026년도 대한민국예술원 소장작품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54년 개원 이후 예술원이 수집해온 소장품 가운데 한국화·서양화·조각·공예·서예·건축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작품 66점을 선보인다. 예술원은 1974년부터 회원 작품을 수집해왔으며, 현재 총 140건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소장작품전은 2008년부터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초대 예술원 회장을 지낸 고희동의 ‘하경산수’(1942)를 비롯해 김환기, 천경자, 유영국, 오지호, 서세옥 등 작고 회원들의 작품과 전뢰진, 이신자, 최종태 등 현 회원들의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신규 소장작 4점이 처음 공개된다. 조각 분야 최의순의 ‘새와 달’(1975), 공예 분야 조정현의 ‘흐르는 물소리’(2012), 한국화 분야 이철주의 ‘무제’(2013), 오용길의 ‘가을서정-안동’(2020) 등이 처음 관람객과 만난다. 예술원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한국미술의 정통성을 이어오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연륜과 창작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05/13
담장 위 고양이처럼…조현정 첫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 ‘경계’의 감각과 설렘이 공존하는 회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는 12일부터 6월 13일까지 조현정(39)의 첫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을 개최한다. 계원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조현정은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이를 섬세하게 관찰해 화면에 담아왔다. 햇빛이 비치는 마당, 담쟁이넝쿨이 뒤덮인 벽, 겨울 오후의 공기…. 작품은 익숙한 풍경 안에 낯선 정서와 고요한 긴장을 품고 있다. 특히 숨은그림찾기처럼 등장하는 고양이는 존재의 감각을 드러낸다. 주변을 관찰하지만 쉽게 개입하지 않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작가의 모습처럼 보인다. 호리아트스페이스 김나리 대표는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 ‘고양이’의 시선은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내는 동시에, 화면의 밀도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장치"라며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 ‘담장 너머의 숨’은 안과 밖의 경계가 유예된 순간을 담아낸다”고 전했다. 빛과 공기, 감각이 지나간 자리를 화면 위에 남긴 색채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창살은 레몬빛으로, 풀밭은 보랏빛으로 물들며 현실의 풍경은 기억과 감각이 중첩된 색채로 변모한다. 화면 곳곳에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도 감돈다.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