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내년 홍콩 M+서 중화권 첫 미술관 개인전 연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도호(64)가 내년 홍콩 M+에서 중화권 첫 미술관 개인전을 연다. 31일 내한한 베티 펑(Betty Fung) 홍콩 서구룡문화지구(WestK) CEO와 정도련 M+ 예술감독 겸 수석 큐레이터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2027년 전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오는 2027년 9월 서도호 개인전 ‘서도호: 빌롱잉(Do Ho Suh: Belonging)’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M+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협력해 주최한다. 1990년대부터 지난 30여 년간 이어온 서도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대표적인 천 건축 설치 작품을 비롯해 초기작과 실 드로잉, 청사진 기법의 평면 작업, 최근의 사변적 프로젝트와 영상 작업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정도련 M+ 예술감독 겸 수석 큐레이터는 “M+의 2027년 전시 라인업은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국가와 학제의 경계를 허무는 담론을 추구하는 M+의 방향성을 다시금 입증한다”고 밝혔다. M+는 설립 이후 5년간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미술관들과 15건의 파트너십을 맺으며 아시아 미술의 글로벌 관문 역할을 확대해왔다. M+는 이날 서도호전을 포함한 2027년 주요 전시 프로그램도 공개했다. 2027년 3월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홍콩의 시각문화를 돌아보는 ‘2027 홍콩: 여기, 그리고 그 너머(Hong Kong: Here and Beyond 2027)’를 연다. 현대미술과 건축, 무빙 이미지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50여 명의 작업을 통해 홍콩의 문화적 정체성과 국제적인 연결 관계를 조명한다. 6월에는 아시아 17개국의 50개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랜드마크: 21세기 아시아의 건축(Landmarks: Architecture in Asia for the 21st Century)’을 개최한다. 2000년대 이후 완성된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의 도시와 농촌, 건축의 변화를 살펴본다. 21세기 아시아 건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M+의 첫 전시다. M+는 전시뿐 아니라 아시아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올가을 ‘M+ 아카데미’를 공식 출범한다. 현직 및 차기 미술관 관장을 위한 ‘리더 트랙’, 중간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라이징 트랙’, 기관별 수요에 맞춘 ‘비스포크 트랙’으로 운영한다. 첫 리더 트랙은 오는 11월9~13일 진행하며 라이징 트랙은 2027년 5월 시작할 예정이다. 2026/08/31
'독도·동해' 표기된 '라틴어본 조선전도' 공개한다 울릉도와 독도, 동해가 표기된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라틴어본 조선전도'가 전시된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은 내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달의 고지도'로 '라틴어본 조선전도'를 선정해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따르면 1860년 제작돼 프랑스 해군 수로국이 입수한 지도로, 한반도 전역과 만주 일대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다. 다만, 제주도는 지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제작한 '조선전도'와 해안선, 하천, 섬의 위치 등이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라틴어본 조선전도'에는 김 신부의 '조선전도'보다 지명이 약 170개 더 많은 570개가량이 표기돼 있다. 산악 지형도 새롭게 표시됐다. 특히 김 신부의 '조선전도'와 달리 동해는 'Mare Oriental vel Tinhai(동쪽 바다)', 서해는 'Mare Occidentale(서쪽 바다)'로 기록돼 있다. 울릉도는 'Oulengto', 독도는 'Ousan'으로 표기돼 있다. 재단 관계자는 "기존 지도를 바탕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기존 지도에 지명과 지형 정보를 보완해 더 상세하게 담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6/08/31
청담 떠난 글래드스톤, 한남동 확장 이전…에드 앳킨스 韓 첫 개인전 해외 메이저 갤러리 글래드스톤 서울이 청담동을 떠나 한남동 시대를 열었다. 글래드스톤 서울은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새 전시 공간을 공개했다. 2022년 한국에 진출한 뉴욕 기반의 글래드스톤은 그동안 청담동에서 서울 지점을 운영해왔다. 이번에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페이스 서울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가 밀집한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개 층에 걸쳐 조성된 새 공간은 기존 청담동 공간보다 약 두 배 넓다. 설계는 건축가 조민석이 이끄는 매스스터디스가 맡았다. 글래드스톤은 한남동 확장 이전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에서의 장기적인 활동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래드스톤은 뉴욕과 브뤼셀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서울에 공간을 두고 있다. 새 공간의 첫 작가는 영국 현대미술가 에드 앳킨스(44)다. 극사실적인 컴퓨터그래픽(CG) 인간과 디지털 이미지로 알려진 앳킨스가 이번에는 가상 세계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집과 가족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남동 개관전으로 마련한 한국 첫 개인전 ‘1 day in space’는 신작 영상을 중심으로 사진, 조각, 프로타주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의 중심은 신작 영상 ‘Passive Mech’다. 덴마크 질랜드에 있는 작가 소유의 주택 밖에 골판지 무대 세트를 만들고 어린 딸의 방 창가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한 달 동안 1분마다 한 프레임씩 촬영했다. 그렇게 쌓인 이미지만 4만3200장이다. 여기에 수많은 오디오 클립을 더했다. 카메라는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시간을 묵묵히 기록한다. 자연에 노출된 골판지 구조물도 조금씩 허물어져 결국 무너진다.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빈 무대에서 성장과 죽음의 시간이 흘러간다. 앳킨스가 카메라에 맡긴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카메라에 ‘보는 권한(authority of vision)’을 부여한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지만 촬영되는 순간 이미 지나간 시간이 된다. 앳킨스는 이미지가 순간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 순간과 함께 소멸해가는 방식을 파고든다. 영상이 상영되는 공간도 작품의 일부다. 암전된 구조물 후면에 스크린을 설치했다. 골판지 무대 세트를 뒤집어 놓은 듯한 공간은 영화관이자 극장, 조종석이자 침실처럼 보인다. 관객은 그 안에 들어가 누군가의 집과 흘러가는 시간을 들여다보게 된다. 영상 속 4만3200장의 이미지 가운데 일부를 골라 제작한 유니크 프린트 연작도 선보인다. 서로 다른 크기와 방식으로 출력·설치해 일상의 기록 사진과 예술 사진 사이의 경계를 흔든다. 가족의 생활 흔적도 작품이 됐다. 시리얼 상자와 동물 플래시카드 등 가족의 일상에서 나온 사물들을 조합해 릴리프를 만들었다. 대량 생산된 물건들은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보낸 조용한 순간을 담은 아상블라주로 변했다. 가족이 사용한 침대 시트를 흑연으로 떠낸 실물 크기의 프로타주 연작에서는 사람의 모습조차 사라진다. 사진이 빛을 통해 이미지를 만든다면 앳킨스는 사물과 직접 접촉해 흔적을 떠냈다. 시트의 표면을 그대로 복제하면서 그 위에서 잠들었던 사람의 몸은 부재한다. 검게 떠낸 시트는 사진의 네거티브를 연상시킨다. 몸은 사라졌지만 몸이 머물렀던 흔적은 남아있다. 198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앳킨스는 현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뉴욕 뉴뮤지엄과 MoMA PS1,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베니스비엔날레에도 두 차례 참여했다. 9월1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는 앳킨스와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큐레이터 최장현이 진행한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열린다. 2026/08/31
“본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웃기는 작가’ 구정아의 ‘우스모스’ 연약함도, 귀함도, 보임도 고정된 성질이 아니다. 각설탕과 샤프심에서 향과 자석, 야광 스케이트파크, 6톤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까지. 구정아의 작업은 30여 년간 재료도 크기도 끊임없이 달라졌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는 곳은 한결같다. 우리가 익숙해서 지나쳐버린 것, 눈앞에 있어도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다.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구정아는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본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라며 “본다는 것은 앎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 구정아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특정 도시에 정착하지 않고 세계를 오가며 드로잉과 조각, 설치, 영상, 건축을 넘나든다. 빛과 향, 소리, 온도 등 눈에 잡히지 않는 요소도 작품의 재료다. 리움미술관은 오는 9월 5일 개막하는 구정아 개인전 ‘우스모스(OUSSSMOS)’를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 커미션 신작까지 작품 35점으로 30여 년의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 미술관 개인전이다. 전시는 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M2 전시장과 로비를 넘어 미술관 밖과 고미술 상설전이 열리는 M1까지 파고들었다. 관객은 작품을 찾아 걷고, 고개를 들고, 허리를 숙이고, 때로는 작품 위를 밟는다. 모르고 지나치면 끝내 만나지 못하는 작품도 있다. 전시장 높은 벽과 천장이 만나는 곳에는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놓였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거친 바위 아래 작은 크리스탈이 깔린 듯 빛난다. 거대하고 거친 것과 작고 영롱한 것이 뜻밖의 관계를 맺는다. 미술관 밖에도 작품은 숨어 있다. 창 너머 돌망태 옹벽 틈에는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2003/2026)의 크리스탈 50개가 박혀 있다. 구정아가 직접 검은 돌 사이를 찾아 하나씩 설치했다. 비가 내린 이날 유리창에 빗방울까지 맺히자 크리스탈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바꾸자 검은 돌 사이에서 무엇인가 반짝이며 비로소 존재를 드러냈다. 전시는 M2의 경계를 넘어 미술관 곳곳으로 이어진다. M1 고미술 상설전시실에서는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유물 사이로 구정아의 작품들이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자 사이에 놓인 '덴시티, GITD'(2025)의 작은 돌은 자기장에 의해 공중에 떠 희미한 빛을 발한다. 2005년 드로잉에서 시작해 증강현실 작업으로 이어진 ‘부유하는 돌’의 이미지가 이번에는 실제 공간 안에 물리적으로 출현했다. 초기작 '떠도는 집'(1992)도 고미술의 시간 속으로 들어왔다.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놓는 대신 서로 다른 시간이 한 장소에서 잠시 겹친다. '떠도는 집'은 완성된 형태를 그대로 옮기는 작품도 아니다. 전시장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아 그 장소에서 다시 구성해온 작업이다. 구정아는 M1에서 특정 청자나 백자와 자신의 작품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려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그가 주목한 것은 유물과 유물 ‘사이’였다. “청자, 백자 뭐 그런 것보다 그 사이에 있다는 것. ‘아, 이거 안 해본 거다’ 했어요.”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이처럼 작품을 발견하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험을 ‘놓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놓치는 것도 보는 것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며 무엇을 놓쳤는지 깨닫는 순간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구정아는 그렇다고 작품을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작품이 처음 만들어졌던 장소의 환경과 관객이 우연히 발견했던 조건을 새로운 공간에서 어떻게 다시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냥 버섯처럼 가져가 딱 놓으면 그게 작품이 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 인프라스트럭처를 다시 다 만들어야 해요.” 작품이 놓일 위치도 직접 돌아다니며 찾았다. 장소의 밝기와 좌대, 조명, 동선을 살폈다. 완성된 작품 하나를 전시장에 옮겨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환경까지 다시 만드는 셈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육중한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MOBIUS'다. 무게는 6톤에 육박한다. 폭 8m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은 가까이에서는 복잡하게 이어지는 터널처럼 보이지만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무한대(∞) 기호로 수렴한다. 1998년부터 구정아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무한대 모티프를 거대한 입체로 옮겼다. 제목 역시 수학자 뫼비우스와 작가가 만든 말 ‘우스(OUSSS)’를 겹쳐 만들었다. 그 가까이에는 정반대 크기의 세계가 있다. 가느다란 샤프심 57개로 만든 1990년대 초기작과 각설탕을 쌓아 만든 작은 구조물이다. 각설탕 작업에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각설탕을 맞물려 작은 건축물을 만들고 운반 과정에서 생긴 설탕 부스러기도 버리지 않았다. 바닥에 작은 산처럼 쌓아 집과 산이 함께 있는 풍경으로 만들었다. 작은 진동에도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구정아는 이런 재료를 단순히 ‘연약한 물질’이라고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물질적으로는 연약하지만 굉장히 강한 체계에서 만들어져 있는 물건들이에요.” 각설탕과 샤프심은 동시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공산품이다. 구정아는 처음부터 ‘아트 마테리얼’이라고 쓰인 재료가 아니라 사람들이 미술 재료라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작업할 재료를 찾아왔다고 했다. 각설탕에서 6톤의 스테인리스 스틸까지. “물질과 규모는 극단적으로 달라졌지만 한쪽을 강하고 다른 쪽을 약하다고 쉽게 규정할 수 없다”는 게 구정아의 생각이다. 바위와 크리스탈의 관계도 그렇다. 거칠고 불투명한 바위와 투명하게 빛나는 크리스탈은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 물질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두 같은 땅에서 나온 광물이다. 크리스탈 역시 구정아에게 단순히 ‘고귀하고 신비로운 보석’은 아니다. 과거에는 귀한 광물이었지만 이제는 실험실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산업 재료가 됐다는 사실에 관심을 둔다. 관심은 우주까지 뻗는다. 구정아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움직이고 충돌하고 압력을 받으면서 행성과 지구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광물이 생성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에게 물질의 성질과 가치는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색채를 보여주는 것은 M2 바닥을 뒤덮은 빨강과 청회색의 곡선 패턴이다. 관객은 작품 앞에 서서 바라보는 대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품 위를 걷는다. 이 패턴은 약 15년 전 구정아가 야광 스케이트파크 내부에 적용하기 위해 구상했지만 당시 실현하지 못했던 드로잉에서 출발했다. 컴퓨터 속에 머물던 이미지가 이번 리움 전시에서 처음 실제 공간으로 나왔다. 곡선에 두 개의 점을 찍으면 만화 속 유령 ‘캐스퍼’를 닮은 형상이 나타난다. 패턴은 전시장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달라져 원근과 거리감까지 흔든다. 장난기는 구정아의 작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였던 독특한 캐릭터도 이번에는 조각으로 몸을 얻었다. 이름은 ‘강세’. ‘강한 자세’라는 뜻이다. 뾰족하게 솟은 머리와 과장된 손발,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듯한 모습에 현장에서는 손오공을 연상시킨다는 질문도 나왔다. 구정아는 손오공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어릴 때 만화를 많이 봤다”고 했다. 2017~2019년께 제작한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한 캐릭터로, 베니스에서는 향을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머리카락도 새로 만들어 붙였다. 이날 구정아의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에 작은 둥근 패치 하나가 붙어 있었다. 의미를 묻자 그는 “항상 너무 생각이 많고 심각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기 위해 붙였다고 했다. 드로잉과 회화도 새롭게 다가온다. 구정아가 2005년부터 기록해 온 드로잉 1001점이 이를 보관하는 77개의 나무 상자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 처음 한자리에 공개된다. 상자들은 세 공간에 나뉘어 놓이고 벽에 걸린 드로잉은 전시 기간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1001점이 모두 전시장에 들어왔지만 관객은 그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없다. 큼지막한 화면에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인물을 그린 회화도 뜻밖의 장면을 만든다. 설치와 조각, 향과 빛의 작가로 알려진 구정아의 또 다른 면모다. 전시 제목 ‘우스모스’의 출발도 거창한 철학은 아니었다. ‘OUSSS’는 구정아가 1990년대부터 사용해온 신조어다. 작가는 당시 농담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골려주는 것을 즐겼다며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구정아는 어떤 작가인가”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도 간단했다. “구정아 작가는 좀 웃기는 작가다.” 그러나 장난스럽다고 작업까지 즉흥적인 것은 아니다. 공간을 여러 번 걷고 작품이 놓일 장소와 빛, 주변 환경을 살핀다. 기존 작품도 새로운 장소에서는 다시 관계를 맺는다. 구정아의 관심은 시간에도 닿아 있다.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왜 1초 전과 1초 후가 같지 않을까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고도 못 볼 수 있고,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 구정아가 말하는 ‘본다’는 것은 그래서 단순히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본다는 것은 앎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일 듯 말 듯, 알 듯 말 듯한 ‘우스모스’를 걷고 나면 구정아의 이 말이 오래 남는다. 전시와 연계해 9월9일 김성원 부관장의 큐레이터 토크를 비롯해 10~12월 구정아 작업의 비가시적 요소를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강연 프로그램도 열린다. 전시는 12월27일까지. 2026/08/31
경복궁 근정전 월대 출입 제한…9월 2일부터 두 달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성수기 관람객 증가에 따른 석조물 손상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내달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근정전 월대 출입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월대 출입이 제한되면 월대를 통해 들어가는 근정전 내부도 관람할 수 없다. 관리소는 2024년 가을부터 매년 2회씩 월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출입 제한으로, 훼손 위험이 있는 부분은 사람들이 많이 밟게 되는 박석(바닥에 까는 얇고 넓은 돌)과 기대앉는 사람이 있는 돌란대(돌난간의 기둥석 사이 가로지르는 난간석) 등이다. 관리소 관계자는 "평상시 많은 사람이 올라오다 보니 박석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며 "사람이 많이 밟으면 끄트머리가 깨지거나 돌란대는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많을 때는 한복 치마가 밟히거나, 돌란대에 앉아서 쉬는 경우 등이 있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리소의 판단이다. 월대는 건물의 기단(대지보다 높게 쌓은 단) 형식의 대(臺)를 의미한다. 월대의 귀퉁이나 계단 주위 난간기둥에는 12지신상을 비롯한 동물상들을 조각돼 있다. 경복궁 근정전은 조선시대 법궁인 경복궁의 중심 건물로,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2026/08/31
롯데장학재단, 인사동에서 탈북민 자녀가 그린 '꿈' 전시한다 롯데장학재단이 탈북민 자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다. 롯데장학재단은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 3전시실에서 '2026 롯데 꿈! Dream 남북작가, 색으로 하나가 되다'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재단은 4월부터 경제적·환경적 여건으로 전문 미술교육을 접하기 어려웠던 초·중·고등학생 탈북민 자녀를 대상으로 주 1회 미술 멘토링과 재료비를 지원했다. 학생들은 작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기초 드로잉부터 심화 창작 활동까지 미술교육을 받은 뒤 이번 전시 작품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재단의 '신격호 롯데 꿈! Dream 탈북민 지원사업' 가운데 '남·북의 화가가 함께하는 꿈! Dream 그림전시회'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한 미술교육의 결과물을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에는 오성철·신영진·이태량·조상영·김민석 등 남북 작가 5명과 탈북민 자녀 등 학생 6명이 참여한다. 작가 작품 11점과 학생 작품 7점 등 총 18점을 선보인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전시에서 그림 하나하나에 여운 남았다"며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이들의 그림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휴관일 없이 운영된다. 2026/08/31
밤 수놓는 우리 노랫말…DDP '청구영언' 외벽 영상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시조 모음집 보물 '청구영언'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펼쳐진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2026년 한글문화상품 및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으로 미디어파사드 영상 '말이 빛나는 밤'을 내달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구 DDP 어울림광장에서 오후 7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청구영언'을 빛과 소리로 재해석한 영상을 통해 삼백여 년 전 우리 노래가 오늘 도시 위에 재현된다. 영상은 노랫말에 담긴 '감정'과 '자연'을 시조 구성에 따라 초장, 중장, 종장 3부로 엮었다. 각각 '오늘이 오늘이소서', '산수의 가락', '공명의 바다'를 주제로 한다. 한편, 박물관은 한글날이 있는 10월에는 광화문에서 한글문화산업전과 성수동 팝업 전시를 통해 한글문화상품과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의 핵심 원천은 한글"이라며 "한글이 문자의 기능을 뛰어넘어 산업의 소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창작자·기업과 함께 그 가능성을 넓혀 가겠다"고 전했다. 2026/08/31
어른은 '괴담 산책', 아이는 '궁궐 탐험'…국가유산 체험 행사 풍성 ▲성인 대상 체험형 인문학 프로그램 '저녁괴담회' 국립민속박물관이 내달 16, 30일, 10월 7, 14, 28일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전통문화배움터와 옥외 전시장 일대에서 '저녁괴담회: 오싹한 민속 산책'을 개최한다. 옛 설화부터 현대 콘텐츠까지 괴담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공동체 심리, 현대 사회 불안과 욕망을 들여다본다. 고전 문화 콘텐츠 분야를 연구해 온 최기숙 연세대 교수가 문학·문화·사회적 관점에서 괴담을 설명하는 강연도 준비됐다. 30분간 박물관 밖을 탐방하고, 한 시간가량 교육실에서 강연이 이어지는 식이다. 참가비는 무료로 회차당 성인 2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참가신청은 내달 1일부터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 박물관교육과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2000년 역사 배우는 원격수업 '한성부터 서울까지' 서울역사박물관과 한성백제박물관이 백제 한성기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까지 서울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배울 수 있는 통합형 교육 프로그램 '한성부터 서울까지'의 하반기 참여학급을 찾는다. 10월 15~30일까지 총 12회 초등학교 3~5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실시간 원격교육이 이뤄진다. 목·금요일 이틀 과정으로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 쏙! 백제 콕!'을,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 역사의 길, 종로탐험'을 각각 60분씩 진행한다. 수업은 유물 캐릭터 카드 게임, 온라인 전시 탐방, 퀴즈, 미션 등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됐다. 이날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을 통해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참여학급을 선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이나 한성백제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의, 현장답사, 체험까지 '고궁청소년문화학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우리문화숨결과 함께 내달 19~2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2026 고궁청소년문화학교' 행사를 운영한다. 약 30년간 이어져 온 청소년 대상 궁궐 활용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과 황제를 주제로 한 강의, 현장답사, 체험 활동 등이 준비됐다. 2일간 오전 10시에 초등학교 3~4학년, 오후 2시에 초등학교 5~6학년 대상으로 회당 40명씩 참여할 수 있다. 오전에는 '왕의 상징을 찾아라! 창덕궁 탐험대'와 '덕수궁에서 피어난 오얏꽃'을, 오후에는 '동궐도 건축 추리단'과 '고종의 친서, 중명전을 다시 밝히다'가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추첨제 참가신청은 내달 1일 오후 2시부터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2026/08/31
신세계인터, ERD 창립자 레비 서울로…아시아 첫 개인전 개최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앙팡 리쉬 데프리메(ERD)의 창립자 헨리 알렉산더 레비가 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음달 2일부터 10월 17일까지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레비의 개인전 'FINAL ACHIEVEMENT IS RUIN: 성취의 끝에서 파멸을 보다'를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패션 브랜드 창립자를 넘어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레비의 작품 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다. 회화와 아상블라주(조합 미술), 영상, 의복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문화적 소외와 상징적 통제를 탐구해온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레비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재료와 이미지, 종교적 유물이나 시대에 뒤처진 기호 등 사회 주변부의 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익숙한 사물과 이미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기존 통념과 사회적 시선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UNTITLED (2026)', 'CAGES (SEOUL ED.) (2026)', 'LUNCHBOX (2025)' 등 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청소년기에 경험한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선과 흔적을 출발점으로 작가 자신의 과거와 성장 과정에서 접한 사회를 되짚는다. 범죄와 배제, 방치의 흔적을 품은 물건과 재료를 활용해 문화적 소외와 감정의 단절을 표현했다. 전시장에는 일상적인 사물의 기능과 형태를 낯설게 변주한 조형 작품과 회화를 함께 배치한다. 제한된 색채와 간결한 선, 거칠게 가공한 표면 등을 활용해 레비 특유의 분위기를 구현한다. 전시는 앙팡 리쉬 데프리메 서울 플래그십스토어로도 이어진다. 매장에 레비의 작품 이미지와 오브제를 설치해 신세계갤러리 청담과 플래그십스토어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한다. 플래그십스토어에서는 전시를 기념한 한정판 '서울 아트쇼 익스클루시브 드롭(Seoul Artshow Exclusive Drop)'도 판매한다. 컷앤소우 4종과 모자 1종, 토트백 1종 등 총 6개 스타일로, 레비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거칠고 비정형적인 이미지를 의류와 액세서리에 반영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앙팡 리쉬 데프리메 관계자는 "헨리 알렉산더 레비의 패션 하우스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예술성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패션이 연결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31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 9월1일 개막…하종현·원문자·송수련 합류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원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대한민국예술원은 9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원 1층 전시실에서 ‘제47회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을 개최한다. 올해는 새 회원으로 선출된 하종현, 원문자, 송수련을 비롯해 미술분과 회원 21명의 작품 36점을 선보인다. 지난 1월 작고한 정상화의 단색화 작품 1점도 함께 전시해 고인의 예술세계를 돌아본다. 참여 작가는 한국화 부문 이종상·이철주·오용길·원문자·송수련, 서양화 부문 윤명로·유희영·박광진·김숙진·김형대·하종현, 조각 전뢰진·최종태·엄태정·최의순 등이다. 공예에서는 이신자·강찬균·조정현·정해조, 서예 김양동, 건축 윤승중이 참여한다. 특히 올해 신입회원 3인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하종현은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을 통해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원문자는 전통 지필묵을 기반으로 다양한 물성과 기법을 실험하며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모색해왔다. 송수련은 관조와 사유를 바탕으로 사물과 내면의 세계를 한국화로 풀어왔다. 예술원 미술전은 1979년 ‘제1회 예술원 미술분과 회원 작품전’으로 시작해 올해 47회를 맞았다. 예술원 측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 미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회원들의 창작 열정과 사유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