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아트페어 5271명 관람…전시 실험은 주목, 흥행은 숙제 “부스비 없는 아트페어.” 파격적인 구조 실험으로 주목받은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HIVE ART FAIR) 2026’가 24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폐막했다. 총 관람객은 5271명으로 집계됐다. 미술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지만 첫 회 흥행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 36개, 해외 12개 등 총 48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참여 작가는 158명(CORE 작가 제외)으로, 개인전 13개·2인전 7개·그룹전 28개가 구성됐다. 주최 측은 “참여 작가 중복률 0%”를 강조했다. 특히 주최 측이 폐막 후 총 관람객 수를 5271명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한 점도 이례적이다. 통상 아트페어 업계에서는 관람객 수를 대략적인 추산치로 발표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첫 회 행사임에도 실제 관람객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하이브 아트페어가 내세운 실험의 진정성이 오히려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이브 아트페어가 내세운 가장 큰 차별점은 ‘부스비 폐지’였다. 기존 아트페어의 고액 부스비 대신 갤러리가 필요한 항목만 선택해 비용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벌집(hive) 구조에서 착안한 육각형 모듈 부스를 도입해 기존 직선형 복도 구조와 다른 공간 경험을 시도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아트페어와는 전혀 다른 전시 구조”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곡선형 동선을 따라 여러 부스가 시야 안으로 겹쳐 들어오는 구조 덕분에 공간 기획력이 강한 갤러리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는 평가다. 주최 측은 “하이브의 공간 구조는 기획력을 감추지 않는다”며 “잘 만든 전시 부스는 더 잘 보이고, 그렇지 않은 부스 역시 그대로 드러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어(CORE) 섹션에서는 김준, 박형진, 장한나의 개인전이 열렸고, 일본 TOMIO KOYAMA GALLERY는 작가 나나 후노의 작품을 전량 판매했다. 뉴욕 CANADA 갤러리 대표 필 그라우는 “판매도 중요하지만 한국 갤러리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관람객 규모는 같은 기간 열린 아트부산(약 6만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평일 관람객 유입이 기대보다 낮았고, 마곡이라는 새로운 개최지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도 한계로 지적됐다. 실제 현장은 주말 들어서야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미술계에서는 하이브가 기존 아트페어 문법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단순 판매 부스 나열이 아니라 전시형 구조와 기획 중심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플랫폼 가능성을 실험했다는 평가다. 행사를 기획한 디엑세스(DXSS INC.) 측은 “하이브는 단순한 아트페어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플랫폼 실험”이라며 “2027년에는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제2회 하이브 아트페어는 2027년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같은 장소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6/05/25
6만명 몰린 아트부산, 판매도 성과…“로컬 컬렉터의 힘 확인” 올해 아트부산 2026은 약 6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거래 성과도 이어졌다. VIP 프리뷰부터 주요 작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전시형 플랫폼 아트페어’로의 변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해 25일 막을 내린 아트부산 2026에는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아트부산에 따르면 VIP 프리뷰에는 총 1580명이 방문해 지난해 대비 약 33% 증가했고, 얼리버드 티켓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7%를 초과 달성했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는 재방문 의향이 93.2%를 기록했다. 판매 성과도 두드러졌다. 하나퓨처아트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류지민의 작품을 비롯해 무나씨(Moonassi), 조셉초이(Joseph Choi), 가물치 등의 작품이 전량 판매됐다. 히피한남, 에브리데이 몬데이(EM), 백룸, 갤러리 서린스페이스 등도 출품작 전체를 판매하며 주목받았다.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올해는 국내외 복귀 갤러리들의 세일즈 성과가 돋보인 해였다”며 “지역 컬렉터들이 실제 구매로 시장을 지탱하며 아트부산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출품작이 로컬 컬렉터들에게 소장되며 지역 미술시장의 깊이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갤러리와 컬렉터 모두가 신뢰하는 아시아 핵심 아트마켓으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형 작품과 신작 중심 판매 성과…로컬 컬렉터의 저력 올해 아트부산은 국제갤러리, 제이콥 아서 갤러리, 에브리데이 몬데이(EM), 더페이지갤러리 등의 솔로부스와 함께 특별 섹션 ‘CONNECT’를 통해 밀도 높은 전시를 선보였다. 시드니 기반 갤러리 엘엔엘(Gallery LNL)은 CONNECT 섹션에서 서용선의 대형 조각과 판화, 회화 작업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호평을 받았다. 조각 작품 다수가 판매됐고 추가 문의도 이어졌다. 글래드스톤은 알렉스 카츠(Alex Katz),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살보(Salvo)의 작품을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솔로부스를 통해 VIP 프리뷰 당일 다수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김선우의 신작 ‘Mystical Voyage’를 포함한 여러 작품 판매를 알렸고, 가나아트는 문영태와 장마리아 작품 판매와 함께 주요 작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리안갤러리는 이강소의 작품을 판매했고, 갤러리 바톤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의 조각과 회화를 비롯해 허달재, 크리스찬 히다카(Christian Hidaka)의 작품 거래를 이어갔다. 부산 기반 갤러리 아리랑은 총 40점의 작품을 판매하며 지역 컬렉터층의 저력을 보여줬고, 맥화랑 역시 김은주, 방정아, 강혜은, 박진성, 김현수 등의 작품 판매를 기록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EM)가 선보인 무나씨의 병풍형 대작(200호·150호)은 개막과 동시에 판매됐다. 특히 8m 규모 병풍 작업은 오픈 직후부터 컬렉터 문의가 이어지며 화제를 모았다. 디아 컨템포러리(DIA Contemporary)의 연여인 작품은 향후 기관 전시 대여를 조건으로 판매돼 기관 컬렉션과 개인 컬렉션이 결합된 사례로 주목받았다. 맥화랑 CONNECT 섹션의 김은주 21m 대형 드로잉 작업은 관람객 체류 시간을 늘리며 “전시를 보러 온 느낌”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참여 갤러리들은 “단기 투자보다 작품과 작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컬렉팅 흐름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의 판매 성과도 두드러졌다. 댄 라이프(Dan Life)의 솔로부스를 선보인 제이콥 아서 갤러리(Jacob Arthur Gallery)는 작품 12점을 판매했고, 필리아 갤러리(Philia Gallery) 역시 윤새롬 작품으로 긍정적인 판매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벨기에의 브론주 갤러리(Buronzu Gallery)는 프랑스 회화 작가 제시카 리세(Jessica Lisse)의 솔로 부스를 구성해 작품 6점을 판매했다. 브론주 갤러리 공동 설립자 마이클 베불겐(Michael Verwulgen)은 “해외에서 만난 한국 작가들이 한국 아트페어로 아트부산을 추천해 처음 참여하게 됐다”며 “관람객들의 구매 집중도가 높고 실제 거래로도 이어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제시카 리세와 함께 또 다른 작가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마 갤러리 관계자 역시 “단순 방문객 수보다 컬렉터들의 집중도와 작품 이해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도 참여 갤러리 전반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이 이어졌다. 월하미술은 이정원의 작품을 판매했고, 갤러리명은 국대호 작품을 포함해 1억 원 이상 작품 여러 점을 거래했다. 지갤러리는 우한나의 <트윈스(Twins)>(2024), 최윤희의 〈노래들 #4〉(2025), 최수진의 작품을 판매했다. 미들맨 갤러리(이지은), 갤러리 휴(권혁·고스), 서린스페이스(이건용·윤병락·강준영)에서는 1000만~2000만원대 작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갤더스는 유가연과 김주연 작품 판매를 이어갔고, 원에이치갤러리는 다니엘 윤과 박병근 작품 거래를 성사시켰다. 러브 컨템포러리 아트는 잭슨 심의 작품 판매가 이어졌고, M컨템포러리는 채성필 작품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올해 아트부산은 신진 갤러리와 중대형 갤러리 간 균형을 유지한 가운데 부산·경남 지역 컬렉터들의 실제 구매가 활발하게 이어졌다는 현장 반응이 나왔다. 한 지역 컬렉터는 “프리뷰 첫날부터 지역 소장가들을 전시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며 “각자 염두에 둔 작품이 있다는 분위기였고 주말까지 구매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트부산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6%는 부산·경남 지역 거주자로 집계됐다. 방문 목적은 ‘전시 관람 및 행사 분위기 경험’(59.6%)이 가장 높았고, ‘작품 구매’(30.8%)가 뒤를 이었다. ◆젊은 작가와 갤러리 약진… 달라진 컬렉팅 흐름 확인 FUTURE 섹션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신진 갤러리와 차세대 작가를 선보이며 활발한 거래가 이어졌다. 아트부산은 관람객 주요 동선에 FUTURE 섹션을 과감하게 배치해 신진 갤러리와 실험적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보다 주목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 아와세 갤러리(Awase Gallery)는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소 소우엔(Sosouen)의 작품이 다수 판매됐다고 밝혔고, 듀오 부스로 참여한 보이드 갤러리(Void Gallery) 역시 마사호 아노타니(Masaho Anotani) 작품에 관한 컬렉터 문의가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하나퓨처아트어워드(Hana Future Art Award)’ 대상 수상자인 히피한남 류지민의 작품은 행사 기간 모두 판매됐다. 갤러리 백룸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가물치의 신작 〈영도 골목길〉(2026)을 중심으로 출품작을 전량 판매하며 현장 반응이 가장 활발했던 부스 중 하나로 꼽혔다. PS센터 역시 구본창과 장혜경의 작품을 판매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은 “FUTURE 섹션 참여 갤러리들이 선보인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업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갤러리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소통과 세련된 매너 역시 행사 전체의 품격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람 후기를 전하는 동안 ‘좋았다’는 말을 반복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올해 아트부산은 판매 성과뿐 아니라 컬렉터 구조 변화 역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여 갤러리들은 과거 단기 투자 중심 분위기와 달리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컬렉팅 흐름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아트부산을 매개로 한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 올해 아트부산은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아트 타이페이(Art Taipei)와 공동 심사, 콘텐츠 협업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이리 아츠(YIRI ARTS) 등 대만 갤러리와 관계자들이 참여하며 동아시아 미술 네트워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올라 야오 아트 타이페이 디렉터는 “아트부산은 국제갤러리, 갤러리 바톤 같은 톱티어 갤러리뿐 아니라 대구 등 지역 기반 중형 갤러리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부산이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한 분위기와 정체성 역시 페어 전반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이리 아츠의 황위밍 디렉터는 “2014년 처음 참여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참여했는데, 아트부산은 중소 갤러리와 리드 갤러리 간 균형이 잘 유지되는 페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컬렉터들의 집중도와 질문의 깊이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외 참여 갤러리 관계자는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가 아니라 컬렉터와 기관, 작가가 함께 교류하는 플랫폼처럼 느껴졌다”며 “부산이라는 도시와 연결된 프로그램 구성 역시 차별적인 요소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도쿄 겐다이(Tokyo Gendai) 네트워킹을 계기로 참여한 일본의 아와세 갤러리(Awase Gallery), 갤러리 보이드(Void Gallery), 비스킷 갤러리(Biscuit Gallery) 등 7개 갤러리의 참여와 성과도 눈에 띄었다.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자료과장은 “도쿄 기반 갤러리를 비롯한 해외 갤러리 참여가 두드러졌고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도 다수 소개됐다”며 “김은주, 서용선 등 중견 작가들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하나퓨처아트어워드에 선정된 신진 작가들의 작업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026년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이자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국가관 큐레이터를 지낸 장쥔(Jiang Jun)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부산에서 이 정도 규모와 수준의 아트페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동시대 미술 생태계는 결국 강한 컬렉터 기반 위에서 형성되며,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넘어 전시성과 체류 경험 강화 평가 올해 아트부산은 판매 중심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체류 경험을 강화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FUTURE, CONNECT, LIGHTHAUS 등 특별 섹션은 신진 작가와 실험적 프로젝트를 조명했고, 솔로부스 확대와 라운지 공간 강화, 스튜디오 투어·컬렉션 투어 등 도시 연계 프로그램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아트부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이사는 “15주년을 맞아 FUTURE 섹션을 전시장 중앙에 배치하고 신규 섹션을 도입해 부스 기획력과 프로그래밍 깊이를 강화했다”며 “복귀 갤러리들의 마스터피스와 신진 부스가 균형을 이루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ONNECT’ 특별전과 연계한 동선 구성, 도슨트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해외 페어 관계자와 VIP 컬렉터들의 체류 경험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사전 단계부터 국내외 미디어와 긴밀히 소통한 전략 역시 실제 컬렉터 구매로 이어지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2026/05/25
"좋아하는 걸 찾는 시작점 되길"…국중박 김미소의 '유물멍'[문화人터뷰] "좋아하는 이유는 대단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 책이 좋아하는 걸 찾는 작은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국립중앙박물관 김미소 학예연구관은 신간 '유물멍: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에 이은 '유물멍' 시리즈 두 번째 책인 이번 신간은 2025년 박물관 공모전 '나의 취향 저격 유물' 당선작과 기증 유물에 얽힌 기증자·기증자 가족·큐레이터의 사연을 엮었다. 유물을 향한 애정과 수집·기증의 의미를 풀어내며 '좋아하는 마음'과 '나누는 가치'를 조명한다. 책에는 기증 유물 사진 100점도 함께 담겼다. 백자 집모양 연적, 투각 포도 다람쥐무늬 필통 같은 생활 유물부터 데니태극기, 안중근 서예 작품 등 역사적 의미를 지닌 기증품까지 폭넓게 실렸다. 김 학예연구관은 "누군가가 취향을 가지고 그들만의 안목으로 애착한 대상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다가 한번 모아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김 학예연구관이 속한 디자인팀이 기획했고 학예실이 유물 감수를 도왔다. 김 학예연구관은 이번 책을 만들며 무겁거나 윤리적인 느낌보다 가볍게 보는 책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림책처럼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도록 표지 유물조차 일단 귀여운 것을 기준으로 디자인팀과 출판사가 투표해 골랐다. "저는 이 책을 만들 때 독자들이 그냥 복잡하지 않은 시간을 가지게 되길 바라면서 디자인도 하고 글도 기획했어요. 그냥 유물이든 뭐든 허들을 많이 없애고 싶었어요." 다만 책을 보다 궁금증이 생기는 독자를 위해 후반부에는 연적·기와·조선 목가구 등을 주제로 한 해설 글도 추가했다. 큐레이터가 쓴 목가구 감상법과 기증자 어록도 함께 담겼다. 책에 실린 유물들은 제작 시대나 기법보다 '첫인상'에 더 집중해 골랐다. '자꾸 생각나는 너',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것', '닮고 싶은 단정함', '손끝으로 빚어낸 화려함', '오래오래 뜻깊은' 같은 주제로 유물을 묶었다. 애착과 수집에 주목한 이유를 묻자 김 학예연구관은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보다 독창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가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그 원동력은 결국 좋아하는 마음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독자 반응도 뜨겁다. 이번 책 역시 알라딘 북펀드 목표액을 7배 넘겼다. 김 학예연구관은 디자인팀이 직접 만든 배지 사은품과 유물 한 점을 여백 위에 배치한 구성 등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페이지에 유물 한 점과 짧은 글을 배치하는 방식은 독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물의 형태와 색을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다. 이번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도록 사철 제본 방식을 택했다. 유물과 글은 어떻게 선정했을까. 전체 100편 가운데 60편은 공모전 당선작이다. "상투적이지 않고 개인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글을 가장 중요하게 봤어요." 사람들은 조형적으로 재미있는 유물보다 연적, 소반, 기와 같은 작고 소박한 일상 유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또 방호관과 주무관 등 다양한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김 학예연구관은 "보통 박물관 하면 학예사나 큐레이터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박물관에서 일하며 박물관을 구성하는 정말 많은 분 있다"며 "유물 옆에서 일하는 그들을 통해 유물 관람이 일상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요즘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유행이라는데 사실 박물관은 그런 것들을 엄청나게 모아놓은 곳이잖아요. 이 작은 책 하나로 답십리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가볍고 귀여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0명이 넘는 저자의 원고를 모으고 다듬는 작업부터가 그랬다. 같은 유물을 두고 글이 겹치면 다른 유물로 다시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기증자 가족에게 사진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고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안 만들어졌겠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육아휴직 중 책 마감을 진행하면서 편집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김 학예연구관은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을 이번 책 속 가장 애착 가는 유물로 꼽았다. "나의 진가를 누군가 알아봐 주는 그런 좋은 일이 사람들한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책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부처님을 소재로 한 세 번째 '유물멍'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가사유상이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브랜드이다 보니 부처님을 여러 방향에서 조명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2026/05/24
빽빽한 장터 대신 전시처럼…달라진 아트부산, ‘덜어냄의 미학’ 통했다 “뭘 자꾸 넣다 보니까 이제는 빼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올해 ‘아트부산 2026’이 유독 달라 보였던 이유다. 부산 벡스코(BEXCO)에서 21일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은 이전보다 넓어진 동선과 여백 있는 부스 구성, 대형 설치와 전시형 공간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작품을 빽빽하게 걸어놓던 기존 아트페어 분위기 대신, 잠시 머물며 공간과 작품을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아트페어’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VIP 프리뷰 첫날 5시간 동안 1580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티켓 판매 역시 오픈 한 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37%를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작품 퀄리티가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훨씬 세련돼졌다”, “미술관 같은 분위기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은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제갤러리, 글래드스톤, 탕 컨템포러리, 리안갤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전시형 부스와 솔로부스를 강화하며 기존 아트페어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도쿄 겐다이(Tokyo Gendai), 아트 센트럴 홍콩(Art Central Hong Kong),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 등과 협업을 이어오며 단순 교류를 넘어 공동 기획·큐레이션 단계로 협력 구조를 확장했다. 올해는 주빈국으로 대만을 선정해 아트 타이베이(Art Taipei)와 공동 심사 및 큐레이션을 진행하며 콘텐츠 공동 생산 모델도 선보였다.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 처음 도입된 예술감독 제도가 있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며 전시 완성도와 공간 연출 강화에 나섰다. 22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아트페어가 작품을 거래하는 장터일 수는 있지만 아울렛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작품성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아트부산은 작가 수를 줄이고 부스별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에 집중했다. 이 감독은 “갤러리들에도 단순히 많이 걸기보다 컨셉과 전시성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며 “부스 자체가 하나의 기획전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전시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제갤러리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신작 중심 솔로부스를 선보였고,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미니멀 설치 전시처럼 구성하며 관람객 체류를 유도했다. 글래드스톤 정지웅 디렉터는 “우고 론디노네와 살보(Salvo), 아침 김조은 작가 신작까지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젊은 컬렉터들의 움직임과 부산 컬렉터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EM)가 선보인 무나씨(Moonassi)의 8m 병풍형 대작 역시 “팔릴 작품이 아니라 미술관급 전시”라는 평가 속에 컬렉터 대기 문의가 이어졌다. 전시장 한복판에 설치된 영국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라운지도 상징적이었다. 관람객들은 실제 작품 안에 앉아 쉬며 공간을 경험했다. 빠르게 소비하고 이동하는 기존 아트페어 문법 대신, ‘머무르는 경험’을 강조한 장치다.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트페어의 본질이 판매인 만큼 초반 거래 속도는 기대보다 신중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아트부산 전시장에는 이전과 다른 여유가 흘렀다. 관람객들은 “그림 보는 맛이 난다”며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고, 갤러리들 역시 급하게 거래를 재촉하기보다 차분히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이장욱 감독은 “좋은 아트페어는 단순히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동시대 미술이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경기침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아트페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트페어에서 개념있게 펼치는 특별전 ‘CONNECT’도 눈길을 끌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를 특별전 기획자로 초청해 단순 부스 집합형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미술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중견 작가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별전 ‘CONNECT’에 참여한 김은주의 대형 흑연 드로잉 작업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았다. 여기에 올해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디렉터의 연출 감각도 한몫했다. 미디어시티서울 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동시대 전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그는 기존 판매 중심 아트페어 문법 대신 ‘전시형 페어’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정 디렉터는 “작품 감상과 도시 경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며 “단순 거래를 넘어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아트부산은 솔로부스와 특별전, 라운지 공간, 스튜디오 투어, 오프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며 단순 판매장이 아닌 하나의 동시대 미술 축제처럼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KIAF)와 함께 국내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와 달리 민간이 주도해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 안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부산에도 마이애미 아트페어 같은 국제 행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아트부산을 설립해 2012년 첫 행사를 펼친 손영희 이사장은 “처음엔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울컥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이 문화적으로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다”며 “유럽 산업 박람회를 다니다 보니 결국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문화와 미술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키운다기보다 기여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올해는 작품 거래를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교류 경험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아트부산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세 속에서 최근 몇 년간 부산 아트페어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 아트부산은 15년의 내공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행사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2026/05/23
“아름답다" 정구호 ‘백동’ 투명 반닫이…가격엔 ‘깜짝’ 아트부산 2026 화제 부산 벡스코(BEXCO) ‘아트부산 2026’ 전시장 안, 더페이지갤러리 부스 앞에서는 관람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투명 아크릴 안에 떠 있는 전통 반닫이 금속 장식은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 건축 드로잉처럼 보였다. 이번 아트부산에 선보인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는 “아름답다”는 감탄을 이끌어냈다. 조선시대 반닫이와 장석(裝錫)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금속 장인이 제작한 전통 장식을 투명 아크릴 구조 안에 삽입해, 사라질 듯 남아 있는 한국적 조형미를 극도로 미니멀한 형태로 구현했다. 작품은 금속 공예와 현대 디자인, 건축적 감각이 결합된 설치 작업에 가깝다. 특히 기포 없이 구현한 고투명 아크릴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금속 장식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빛 속에 떠 있는 기억처럼 보인다. 관람객들은 가까이 다가가 세밀한 장식을 들여다보며 감탄했지만, 작품 가격이 7000만~9000만원대에 이르자 놀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시장 전반의 관망세 속에 구매 결정은 신중한 분위기다. 다만 더페이지갤러리 부스는 판매 여부를 넘어 이번 아트부산에서 가장 전시적 완성도가 높은 공간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흰 공간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백동’ 연작은 하나의 미니멀 설치 전시처럼 작동하며, 올해 아트부산이 강조한 ‘머무는 페어’ 분위기와도 맞물렸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은 단순 거래 중심 박람회를 넘어 체류형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화이트 큐브 사이 간격을 넓히고,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라운지와 특별전 ‘CONNECT’ 등을 배치하며 미술관형 경험을 강화했다. 한편 정구호는 오는 9월 열리는 키아프(KIAF) 서울의 예술감독으로 다시 미술시장 무대에 나선다. 패션과 무대미술, 전통 공예 감각을 동시대 전시 언어로 확장해온 그는 최근 아트페어 공간 연출과 큐레이션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6/05/22
“올해 아트부산은 좀 다르네”…VIP 5시간 1580명 몰렸다(종합) “올해 아트부산은 좀 다르네.”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 2026’ 현장에서는 이런 반응이 이어졌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은 이전보다 한층 넓고 세련된 공간 구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강화한 부스 연출로 분위기를 바꿨다. 화이트 큐브 사이 간격은 넉넉해졌고, 대형 설치와 조각, 미디어 작업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작품을 빠르게 소비하는 아트페어라기보다 잠시 머물며 감각을 체험하는 전시에 가까운 분위기다. 올해 아트부산에는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해외 갤러리 26곳을 포함해 지난 15년간 구축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아시아 미술시장 교류의 중심 아트페어로서 입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실제 VIP 프리뷰 첫날 5시간 동안 총 1580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으며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티켓 역시 오픈 한 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7%를 초과 달성하며 역대 가장 빠른 초기 판매 흐름을 기록했다.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글래드스톤, 리안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은 미공개 신작과 솔로 부스를 중심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국제갤러리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단순한 윤곽선과 걷는 인물 시리즈 특유의 리듬감이 관람객 흐름과 맞물리며 ‘포토 스폿’처럼 기능했다. 특히 이번에 처음 공개된 신작 조각 'Coat.'(2026)는 오피 특유의 절제된 시각 언어를 보여준다. 인물의 표정은 생략한 채 굵고 매끈한 선과 평면적인 색면 구성으로 움직임과 일상의 리듬을 그래픽적으로 변환했다. 흰색 아크릴 배경이 벽면처럼 확장된 〈Angel couple 5.〉(2026)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런던 북부 ‘엔젤 이즐링턴(Angel, Islington)’ 거리를 오가는 익명의 행인들에서 출발했다. 국제갤러리는 〈Angel couple 1.〉 등을 포함해 작품 5점을 판매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무지개빛 원형 신작 회화 3점을 부산에서 처음 공개했다. 화면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색채의 진동과 에너지감이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갤러리 관계자는 “뉴욕에서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작업”이라며 “1990년대 작업 스타일을 현재적으로 다시 확장한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공개했다. 전통 반닫이 금속 장식을 투명 아크릴 구조 안에 재해석한 작업으로, 금속 장인과 아크릴 전문가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기포 없이 구현한 높은 투명도가 특징이며 가격은 7000만~9000만원대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레고 기반 신작 ‘Ai Weiwei Quadruplex’(2024)를 공개했으며 가격은 4억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갤러리는 우한나의 '트윈스(Twins)'(2024)와 최윤희의 '노래들 #4'(2025)를 판매했다. 올해는 작품 판매뿐 아니라 체류형 공간 구성도 주목받았다. 전시장 곳곳에는 단순 휴게 공간 대신 작품형 라운지가 배치됐다. 영국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작업은 관람객이 실제로 앉아 쉬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머무는 아트페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별전 ‘CONNECT’도 눈길을 끌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를 특별전 기획자로 초청해 단순 부스 집합형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중견 작가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CONNECT와 솔로 부스 섹션에서 에브리데이 몬데이(EM)가 선보인 무나씨(Moonassi)의 작품은 개막과 동시에 완판됐다. 특히 8m 규모의 대형 병풍 작업은 오픈 직후부터 컬렉터 문의가 이어졌다. 맥화랑의 김은주 작가는 21m 규모 대형 신작을 선보였다. 그는 “작품 규모 때문에 쉽게 선보이기 어려운 작업인데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는 아트부산에서 소개할 수 있어 의미 있다”며 “작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글래드스톤 정지웅 디렉터는 “우고 론디노네와 살보(Salvo), 아침 김조은 작가 신작까지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젊은 컬렉터들의 움직임과 부산 컬렉터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컬렉터로 잘 알려진 홍원표 탑산부인과·탑성형외과의원 원장은 “시장 호황기 때처럼 오픈런 경쟁은 줄었지만 오히려 미술을 정말 좋아하는 컬렉터들이 남아 있는 느낌”이라며 “아트부산이 컬렉터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쾌적한 동선과 세련된 연출로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 올해 아트부산에는 창립 초기의 기억도 겹쳐졌다. 아트부산을 설립한 손영희 이사장은 VIP 프리뷰 현장에서 “처음엔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울컥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KIAF)와 함께 국내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와 달리, 민간이 주도해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 안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손 이사장은 “부산이 문화적으로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다”며 “유럽 산업 박람회를 다니다 보니 결국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문화와 미술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키운다기보다 기여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올해는 작품 거래를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교류 경험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아트부산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이사는 “참여 갤러리와 소통해 보니 실제 구매 의사를 가진 컬렉터 방문이 많고 거래 문의도 활발하다”며 “신진 갤러리와 작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한 연령대 컬렉터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미공개 신작과 솔로 부스, 실험적 전시 구성이 크게 늘어나며 갤러리별 방향성과 전시성이 한층 강화됐다”고 자신김을 보였다. 아트부산 2026은 오는 24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2026/05/22
‘아트 바젤 카타르 2027’ 예술감독, 와산 알쿠다이리 아트 바젤이 ‘아트 바젤 카타르 2027’의 예술감독으로 와산 알쿠다이리를 선임하고, 두 번째 도하 박람회의 큐레토리얼 주제 ‘사이(/بين)’를 공개했다. 아트 바젤은 카타르 스포츠 투자(QSI), QC+와 협력해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서 알쿠다이리가 빈첸초 데 벨리스와 함께 예술·큐레토리얼 비전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알쿠다이리는 초대 행사를 이끌었던 와엘 쇼키의 뒤를 잇는다. ‘아트 바젤 카타르 2027’은 2027년 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며, 프리뷰는 1월 26~27일 진행된다. 행사장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도하 디자인 디스트릭트(DDD)와 M7 문화포럼 일대다. 이번 박람회의 키워드는 ‘사이(/بين)’다. 아랍어 ‘بين’은 ‘사이’, ‘틈’, ‘관계’를 뜻한다. 아트 바젤은 이를 단일한 의미로 규정되지 않는 열린 상태로 설명하며, 세대·지역·관점 사이를 가로지르는 교차와 유동성을 탐색하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이라크 출신의 알쿠다이리는 카타르 현대미술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큐레이터다. 2010년 개관한 마타프 아랍 현대미술관의 초대 관장을 맡아 ‘사질: 현대미술의 세기’, 차이궈창 개인전 ‘사라브(Saraab)’ 등을 기획했다. 또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 2017년 타이완 아시아미술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하와이 트리엔날레 ‘ALOHA NŌ’ 큐레이터 팀에도 참여했다. 빈첸초 데 벨리스는 “알쿠다이리는 MENASA 지역과 글로벌 미술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이라며 “기관 구축과 시장, 교육과 공공 참여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큐레이터”라고 평가했다. 한편 아트 바젤 카타르는 첫 개최 이후 중동을 새로운 글로벌 미술 허브로 부상시키려는 카타르의 문화 전략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2026/05/22
읽히지 않는 인간의 표정들…본화랑, 김찬중 개인전 ‘오독’ 읽히는 얼굴은 있지만, 완전히 해석되는 인간은 없다. 본화랑은 오는 6월 5일부터 7월 4일까지 김찬중(31) 개인전 ‘오독(誤讀)’을 개최한다. 1995년생 작가 김찬중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결국 표면 주변을 맴돌 뿐, 본질로부터 비껴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오독’이라고 바라본다. 작가에게 얼굴의 표정과 몸짓은 내면을 읽기 위한 단서다. 그러나 그 단서들은 역설적으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는 해석의 한계를 드러낸다. 화면 위 형상들은 하나의 명확한 감정이나 인물로 고정되지 않은 채 충돌하고 겹쳐지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이의 낯선 간극을 마주하게 만든다. 본화랑은 “작가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순화된 기표들이 얼마나 많은 진실을 생략하는지 회화적으로 추적한다”며 “그의 작업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정답이 부재한 미지의 영역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2026/05/22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백남준 20주기, 굿으로 귀환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 20주기를 맞은 백남준의 질문이 다시 굿판 위로 소환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6월 1일 오전 8시 퍼포먼스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사전 퍼포먼스로, 백남준 서거 20주기이자 생일인 7월 20일을 49일 앞두고 진행되는 의례적 실천이다. 1990년 백남준이 동료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펼친 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를 오는 7월 20일 재생하기 위한 선행 작업이기도 하다. 여기서 핵심은 ‘49일’이다. 일반적인 천도의식에서 망자를 떠나보내는 시간으로 여겨지는 49일을, 이번에는 오히려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시간”으로 전환했다. 떠난 존재를 현재의 자리로 호출하고 기다리는 역방향의 시간 속에서 삶과 죽음은 직선이 아닌 순환 구조로 다시 배치된다. 퍼포먼스는 백남준아트센터 정문 앞 왕벚나무에서 진행된다.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이자 타악 연주자인 방지원이 굿을 펼친 뒤 나무 위에 둥지를 설치한다. 이는 전통 마을굿에서 수호신을 특정 사물이나 장소에 모셔두는 제의적 방식과 연결된다. 이번 사전 퍼포먼스는 7월 20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마른오구: 백남준 생일굿’으로 이어진다. 당시 ‘늑대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에 참여했던 동해안별신굿 김영숙 전승교육사 등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방지원은 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 이수자로, 굿에 기반한 다원예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악기의 매개적 속성이 물질과 영혼을 잇는다고 바라보며, 예술의 본령 가운데 하나를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한 기원”에 둔다고 말한다. 2024년 제2회 서울예술상 포르쉐 프런티어상과 KBS국악대상 연희상을 수상했다. 2026/05/22
“올해 아트부산은 좀 다르네”…15회 맞아 거래 넘어 ‘세련된 경험’ 설계 “올해 아트부산은 좀 다르네.”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 2026’ 현장에서는 이런 반응이 이어졌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은 이전보다 한층 넓고 세련된 공간 구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강화한 부스 연출로 분위기를 바꿨다. 화이트 큐브 사이 간격은 넉넉해졌고, 대형 설치와 조각, 미디어 작업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작품을 빠르게 소비하는 아트페어라기보다 잠시 머물며 감각을 체험하는 전시에 가까운 분위기다. 올해 아트부산에는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국제갤러리, 글래드스톤, 리안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관람객 발길을 끌었다. 올해 아트부산은 ‘전환의 원년’을 선언한 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가 체감되는 행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려한 블루칩 경쟁보다 공간의 밀도와 관람 경험 자체를 세련되게 설계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VIP 프리뷰 개막 3시간 기준 입장객 수는 1500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국제갤러리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단순한 윤곽선과 걷는 인물 시리즈 특유의 리듬감이 관람객 흐름과 맞물리며 ‘포토 스폿’처럼 기능했다. 특히 이번에 처음 공개된 신작 조각 〈Coat.〉(2026)는 오피 특유의 절제된 시각 언어를 보여준다. 인물의 표정은 생략한 채 굵고 매끈한 선, 평면적인 색면 구성으로 움직임과 일상의 리듬을 그래픽적으로 변환했다. 금속 위에 직접 이미지를 출력하는 ‘Direct to Media’ 기법은 도시 간판 같은 시각적 인상을 만든다. 흰색 아크릴 배경이 벽면처럼 확장된 'Angel couple 5.'(2026)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런던 북부 ‘엔젤 이즐링턴(Angel, Islington)’ 거리를 오가는 익명의 행인들에서 출발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무지개빛 원형 신작 3점을 이번 아트부산에서 처음 공개했다. 화면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색채의 진동과 에너지감이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갤러리 관계자는 “뉴욕에서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작업”이라며 “1990년대 작업 스타일을 현재적으로 다시 확장한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공개했다. 전통 반닫이 금속 장식을 투명 아크릴 구조 안에 재해석한 작업으로, 금속 장인과 아크릴 전문가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기포 없이 구현한 높은 투명도가 특징이며 가격은 7000만~9000만원대다. 지갤러리에서는 우한나 작품이 현장 판매됐고, 리안갤러리는 짐 다인(Jim Dine)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였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레고 기반 신작 ‘Ai Weiwei Quadruplex’(2024)를 공개했으며 가격은 4억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전시장 전체적으로는 회화 중심 구성에서 벗어나 설치, 물성 기반 작업, 대형 조각 등이 강화되며 ‘확장된 동시대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VIP 라운지와 휴게 공간도 대폭 넓어지며 단순 거래 중심 아트페어를 넘어 체류형 플랫폼으로 변화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전시장 곳곳에는 단순 휴게 공간 대신 작품형 라운지도 배치됐다. 영국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작업은 관람객이 실제로 앉아 쉬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머무는 아트페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거래 중심의 박람회에서 감각과 체류 경험 중심 플랫폼으로 이동하려는 올해 아트부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트부산은 올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를 특별전 ‘CONNECT’ 기획자로 초청했다. 이를 통해 단순 부스 집합형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중견 작가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별전 ‘커넥트(CONNECT)’도 눈길을 끌었다. 김은주의 ‘그려보다(Toward Drawing): Graphite Ground’는 반복되는 연필 선의 축적을 통해 시간과 노동, 기억의 밀도를 드러내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쾌적한 동선과 세련된 연출로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 올해 아트부산에는 창립 초기의 기억도 겹쳐졌다. 아트부산을 설립한 손영희 이사장은 VIP 프리뷰 현장에서 “처음엔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울컥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KIAF)와 함께 국내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와 달리, 민간이 주도해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 안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손 이사장은 “아트부산은 지난 15년간 컬렉터와 관람객,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올해는 작품 거래를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교류 경험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이 문화적으로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다”며 “유럽 산업 박람회를 다니다 보니 결국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문화와 미술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년은 전 세계 현대미술을 연결하고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부산을 예술의 활력으로 채워온 시간이었다”며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여정”이라고 돌아봤다. 또 “키운다기보다 기여한다는 마음이었다”며 “돈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이렇게 큰 판이 된 걸 보니 감동이고, 든든하게 지켜준 조직위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올해 아트페어를 총괄한 정선주 디렉터는 “아트부산은 기성 페어 간 경쟁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지닌 개방성과 로컬 문화, 아시아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닝 프로그램, 오프사이트 전시, 스튜디오 투어, 라운지 등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컬렉터뿐 아니라 새로운 관람객과 잠재 컬렉터가 자연스럽게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올해는 미공개 신작과 솔로 부스, 실험적 전시 구성이 크게 늘어나며 갤러리별 방향성과 전시성이 한층 강화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트부산 2026은 25일까지 이어진다.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