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니엘, 부산 F1963서 첫 개인전…'황금 연꽃' 공개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이 27일 부산 F1963 석천홀 정원에서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In the Labyrinth of Love)’에 출품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뒤로 오토니엘의 ‘황금 연꽃(Gold Lotus)’이 보인다.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
유리구슬로 만든 ‘사랑의 미로’…오토니엘, 부산 첫 개인전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이 27일 부산 F1963에서 열린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In the Labyrinth of Love)’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2026.08.27. [email protected] 2026/08/27
'노란 호박' 세계적 아방가르드 작가 야요이 쿠사마 별세…향년 97세 세계적인 일본 현대미술가 야요이 쿠사마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27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쿠사마는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별세 소식을 발표했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쿠사마는 예술 창작에 평생을 바친 선구적인 아방가르드 작가로 시각예술과 퍼포먼스, 소설, 시를 아우르며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반복되는 점(도트)과 '인피니티 네트(Infinity Net)', 노란 호박, 거울을 이용한 '인피니티 미러룸(Infinity Mirror Room)' 등으로 세계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됐다. 국내에서도 검은 점이 뒤덮인 노란 '호박' 작가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술시장에서도 작품 가격이 치솟으며 국내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해외 작가로 꼽혔다.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2015년작 ‘Pumpkin(MBOK)’은 104억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쿠사마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2013년 대구미술관에서는 대규모 개인전 '쿠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가 열렸다. 회화와 조각, 설치 등 100여 점을 선보인 전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쿠사마의 점은 단순한 장식적 무늬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환각을 경험한 그는 자신의 몸과 세계가 반복되는 무늬 속으로 사라지는 경험을 작품으로 옮겼다. 자신과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자기소멸(self-obliteration)'은 평생 그의 작업을 관통한 핵심 개념이 됐다. 195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쿠사마는 도널드 저드 등과 교류하며 화면을 무수한 망으로 뒤덮는 '인피니티 네트' 회화를 선보였다. 1960년대에는 가구와 사물에 천으로 만든 남근 형태를 반복적으로 붙인 '소프트 스컬프처'와 퍼포먼스, 설치 작업으로 뉴욕 아방가르드 미술계에서 활동했다. 1966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1500개의 거울 구를 잔디밭에 펼친 '나르시스 가든(Narcissus Garden)'을 선보였다. 쿠사마는 현장에서 '당신의 나르시시즘을 팝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구를 개당 2달러에 판매하다 비엔날레 측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1977년부터 도쿄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해 생활하면서 인근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왔다. 한동안 국제 미술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쿠사마는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거울과 빛, 반복되는 이미지로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인피니티 미러룸'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워싱턴 허시혼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쿠사마는 생전 자신의 사후 평가에 대해 "내가 죽은 뒤 어떻게 분류될지 상상할 수 없다"며 "아웃사이더라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그의 뜻을 이어 예술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한 희망과 힘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2026/08/27
축구장 2.4배 공장 외벽이 거대한 캔버스로…샘표, 80주년 '아트 팩토리' 샘표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국내 최대 규모 간장 생산기지인 이천공장 외벽을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고 27일 밝혔다. 샘표는 '2026 아트팩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이천공장 외벽 약 1만7000㎡를 새롭게 단장했다. 축구장 약 2.4개 크기의 면적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해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고근호·추미림 작가와 디자인 스튜디오 DDBBMM이 참여했다. 약 1년에 걸쳐 여러 건물에 펼쳐진 작품을 '시간의 공명장(時間의 共鳴醬·共鳴場)'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했다. 콩과 미생물이 만나 장으로 발효되듯 공장에 쌓인 시간과 이야기가 예술을 통해 어우러지고, 그 울림이 구성원과 주변 지역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고근호 작가는 현미경으로 본 종균에서 영감을 얻어 미생물과 발효의 생명력을 시각화했다. 추미림 작가는 연두와 간장 등의 이미지를 픽셀로 표현했으며 DDBBMM은 콩의 줄기와 잎, 씨앗, 꼬투리 등을 활용해 샘표의 정체성을 담았다. 샘표는 앞서 2004년 이천공장에 문화 갤러리 '샘표 스페이스'를 조성하고 2011년 첫 '아트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3년에는 충북 오송 우리발효연구중심에 예술을 접목한 '갤러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일터에 문화예술을 더해왔다. 창립 80주년을 기념한 '와! 공장 예술이다!' 사진전도 9월30일까지 이천공장 내 샘표 스페이스에서 진행한다. 1946년 서울 충무로에서 시작해 1959년 창동, 1987년 경기 이천으로 생산 거점을 확장해온 샘표 공장의 변천과 80년의 역사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샘표 관계자는 "'행복한 사람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믿음 아래 일터에 문화예술을 더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며 "'2026 아트팩토리 프로젝트'가 구성원들에게는 일하는 즐거움과 자부심을, 지역사회에는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는 새로운 즐거움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08/27
박용만 두 번째 사진전, 온양으로…이타미 준 건축서 ‘휴먼 모먼트’ 지난 1월 사진작가로 데뷔한 박용만 전 두산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같이 걷는 길 이사장·71)이 두 번째 사진전을 연다. 사진전 'HUMAN MOMENT - ENCORE IN ONYANG'이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충남 아산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지난 1월 서울 피크닉에서 연 첫 개인전 'HUMAN MOMENT'의 앙코르 전시다. 당시 주요 작품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사진을 새롭게 더한다. 박용만은 첫 개인전을 열며 "나는 이제 기업인이 아니라 사진작가"라고 선언했다. 1975년 처음 카메라를 잡은 뒤 50여 년간 사람과 도시의 순간을 기록해왔다. 그가 포착하는 것은 특별한 사건보다 사람이 무심코 드러내는 순간이다. 첫 전시에서 그는 "누구나 가장 인간다운 건 가장 편안할 때 아닐까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모습,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닌 그 상태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뒷모습이 많다. 가까이 다가가 극적인 표정을 포착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오래 바라본다. 사람의 표정과 몸짓,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오래된 공간에 남은 흔적을 기록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 전시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미공개 사진을 추가하고 온양이라는 장소와 구정아트센터의 공간적 특성에 맞춰 작품을 새롭게 구성한다. 구정아트센터는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공간이다. 자연광과 건축, 주변 풍경이 어우러진 절제된 공간에 박용만의 사진이 들어선다. 개인과 가족의 삶을 기록한 사진이 오랜 시간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보존해온 온양민속박물관과 만나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한 개인의 기억과 박물관이 축적한 공동체의 기억이 한 공간에서 겹쳐진다. 전시 제목에 붙은 'ENCORE' 역시 같은 전시의 반복보다 한 번 더 바라보고, 다른 장소에서 새롭게 기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2026/08/27
료지 이케다, 제9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상금 5000만 원 일본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60)가 2026년 제9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제9회 백남준 예술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료지 이케다를 수상 작가로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케다는 수학과 데이터, 사운드와 빛을 결합해 독창적인 시청각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수학적 정밀성을 기반으로 사운드의 본질과 빛으로 구현되는 이미지의 속성을 탐구하며 몰입형 설치와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심사위원회는 이케다가 백남준이 개척한 미디어아트의 실험 정신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시대로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인 존 한하르트 전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백남준과 마찬가지로 관객에게 하나의 모험이자 사색의 공간을 열어준다"며 "백남준처럼 새로운 예술 형식이 지닌 신비와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진정한 비전가"라고 평가했다. 사비네 히멜스바흐 바젤 전자예술의 집(HEK) 디렉터는 "사운드, 데이터, 수학, 컴퓨테이션, 몰입형 설치를 결합해 미디어아트의 미학적 언어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며 "과학적·컴퓨테이셔널 시스템을 깊이 있는 미적 경험으로 전환함으로써 백남준이 개척한 실험적 유산을 데이터와 알고리즘 문화의 시대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이케다는 백남준과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그는 "백남준 예술상을 수상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며 "백남준 선생님의 말년에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작업은 오늘날까지도 내가 작업을 통해 천착해 온 질문들과 깊은 공명을 이루며 여전히 강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6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이케다는 파리와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도현대미술관,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 파리 퐁피두센터, 타이베이 미술관, 런던 180 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개인전을 선보였다. 대표작으로 대규모 오디오비주얼 프로젝트 '데이터-우주(data-verse)'와 퍼포먼스 '중첩(superposition)' 등이 있다. 데이터 시각화와 알고리즘, 신호 체계 등 인간이 직접 지각하기 어려운 정보의 세계를 빛과 소리로 변환하는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백남준 예술상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탐구를 지속하며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한 작가에게 수여한다. 2009년 시작해 더그 에이트킨, 하룬 미르자, 트레버 페글렌, 조안 조나스 등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9월 8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상금은 5000만원. 시상식 후에는 샘 오저 토노(TONO) 설립자·예술감독과 이케다의 대담이 이어진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27년 하반기 료지 이케다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2026/08/27
제주의 초록, 검은 레오와 함께 왔다…김보희 갤러리현대 개인전 갤러리현대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 한 면을 뒤덮은 거대한 초록의 정원이 먼저 시선을 붙든다. 화면 오른쪽에는 키를 훌쩍 넘는 열대식물의 긴 줄기와 넓은 잎이 수직으로 치솟고, 왼쪽과 중앙에는 야자수와 크고 작은 관목이 겹겹이 밀집해 있다. 식물 하나하나는 세밀하지만 멀리서 보면 수십 가지 초록이 하나의 거대한 색면처럼 밀려온다. 그런데 이 압도적인 정원 아래 뜻밖의 존재가 있다. 화면 왼쪽 아래 검은 개 한 마리가 앞발을 뻗고 태평하게 누워 있다. 김보희의 반려견 ‘레오’다.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정원에서 레오는 꽃과 나무처럼 자연스럽게 풍경의 일부가 된다. 김보희(74)가 그리는 자연은 멀리 찾아간 절경이 아니다. 제주에서 직접 가꾼 정원과 매일 바라보는 바다, 꽃과 열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레오까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가 그림이 된다. 그 풍경은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햇빛과 달빛, 계절과 시간에 따라 초록은 수십 가지 색으로 달라지고 바다와 산도 매 순간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김보희는 그 변화를 오래 바라보고 기억한 뒤 다시 화면 위에 불러낸다. 갤러리현대가 26일 펼친 김보희 개인전 ‘TOWARDS: There Was Light’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the Days’(2022) 이후 4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1988년 ‘검보회 작품전’ 이후 38년 만에 갤러리현대와 함께하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대규모 회화 ‘The Days’(2022)를 비롯해 제주 정원과 바다, 꽃과 열매, 레오 등 작가의 삶 가까이에 존재하는 풍경과 생명을 담은 ‘Towards’ 연작 신작까지 회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1952년생인 김보희는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7년까지 모교 교수로 재직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명예교수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친언니이기도 하다. 제주를 기반으로 자연과 생명의 풍경을 그려온 한국화가로,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현지 첫 개인전을 열었다. 아트바젤 바젤 언리미티드에서는 12폭, 가로 6.48m의 대작 ‘The Days’를 선보였다. ◆한 화면에 겹쳐진 어제와 오늘, 내일 “정지된 화면에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곳과 저곳과 그곳이 같은 순간에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경이롭게 생각합니다.” 김보희의 그림에는 하나의 시간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캔버스와 한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물, 아교 등을 섞어 여러 차례 입히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색은 화면 안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중첩된다. 오랜 시간 자연을 바라본 기억과 그것을 다시 화면으로 옮기는 시간도 그 위에 함께 쌓인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눈앞의 자연을 그대로 옮긴 재현과는 거리가 있다. 서로 다른 순간과 장소에서 경험한 풍경이 작가의 기억과 감각을 통과한 뒤 하나의 화면에서 다시 만난다. 그에게 빛은 자연을 바라보는 감각적 기준이자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매개다. 낮과 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오랫동안 응시하고 기억한 뒤 자신의 감각과 내면을 더해 다시 구성한다. 1970년대 초기 작업에서부터 빛은 중요한 요소였다. 제주 풍경에 머물기 시작한 뒤에는 빛과 강물 위에 일렁이는 윤슬을 포착했고, 이후 강렬한 햇빛 아래 드러나는 짙은 초록과 바다의 수평선, 달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을 지속적으로 그려왔다. ◆정원에서 바다로…시선은 계속 ‘그 너머’를 향한다 전시 제목의 ‘TOWARDS’는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연작명이다. 하나의 목적지에 도달하기보다 끊임없이 ‘그 너머’를 향하는 시선을 뜻한다. 제주에서의 삶은 그 시선을 일상의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게 했다. 직접 가꾼 정원의 야자수와 꽃, 열매와 씨앗, 매일 바라보는 바다와 수평선,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반려견 레오가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 작은 잎과 씨앗을 들여다보던 시선은 나무와 정원 전체로 넓어지고 다시 바다와 수평선 너머로 향한다. 김보희의 화면에서 작은 생명과 광대한 풍경은 분리되지 않는다. 씨앗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바다로 향하는 시선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서로 다른 차원의 생명을 연결한다. 전시장도 이 시선의 이동과 빛의 변화에 따라 세 층에 걸쳐 펼쳐진다. 1층에서는 제주 정원의 꽃과 식물, 반려견 레오, 바다와 석양을 담은 ‘Towards’ 연작의 신작을 중심으로 작가의 일상 가까이에서 출발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2층에서는 시선의 거리와 회화의 스케일이 한층 확장된다. 수평선 너머로 열린 바다와 화면을 가득 채운 야자수 잎과 열매, 2022년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된 뒤 올해 아트바젤 바젤 언리미티드에서 다시 선보인 대규모 회화 ‘The Days’가 자리한다. 지하 전시장에 내려가면 빛은 다시 달라진다. 낮의 다채로운 색채가 사라지고 달빛과 새벽의 어둠 속 자연이 모습을 드러낸다. 먹색과 백색, 깊은 청색으로 색채가 압축되고 산과 숲, 물길은 간결한 윤곽과 면으로 나타난다. ◆어둠이 있었고, 빛이 왔다 전시 제목 ‘There Was Light’는 어둠 속에서 처음 빛이 드러나며 세계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창조의 순간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빛은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수단인 동시에 세계의 색과 형태를 드러내는 회화의 근원적인 조건으로 확장된다. 갤러리현대는 “김보희는 한국화의 전통을 단순히 계승하거나 서구 회화의 형식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동양화의 재료와 조형 감각을 현대회화의 색면과 확장된 스케일에 유연하게 접목하며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김보희를 ‘제주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라는 익숙한 범주를 넘어 한국화의 조형적 유산을 동시대 회화의 언어로 확장해온 작가로 새롭게 조명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18일까지. 2026/08/27
아버지의 한옥에서 세계로…서도호 “한국 전통, 다음 세대에 잇는 게 내 미션”(종합) “이 전시는 너무 하고 싶었어요.” ‘금의환향’이라는 말에는 머뭇거렸다. 대신 서도호는 이번 전시를 “옷을 홀랑 벗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난 서도호는 “해외에서 전시를 이어가는 동안 한국 관객들로부터 ‘왜 한국에서는 전시하지 않느냐’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그만큼 미안함도 쌓였다”고 말했다. 집과 기억, 이동과 경계를 천으로 지어온 서도호(64)가 30여 년 작업의 씨앗을 꺼냈다. 유치원 때 그린 그림부터 세계 곳곳의 집을 옮겨온 대표작, 아버지가 된 뒤 만든 최신작까지 한자리에 펼쳤다. 27일부터 내년 2월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여는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대학 시절 초기작부터 대표작, 2026년 신작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500여 점이 나왔다. 세계를 떠돌며 자신이 살았던 집과 기억을 투명한 천으로 옮겨온 서도호의 30여 년 예술세계를 집약한 대규모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는 14년 만의 재회다. 2013년 서울관 개관 당시 서울박스에서 서도호의 ‘집 속의 집’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 대규모 개인전으로 다시 만났다.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유명한 천 집’만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서도호가 어떻게 서도호가 됐는지를 따라간다. 대학 시절 초기작부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펼쳐놓고 작업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됐는지를 보여준다. “테이트 전시가 지난 10년간 작업의 한 토막을 보여주는 전시였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유치원 때 그림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하게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회고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내 작업은 회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회고전이라기보다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향하는 ‘회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한국 현대 수묵화의 거장 서세옥(1929~2020)의 아들인 서도호는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자신이 살아온 집과 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 기억과 정체성,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특히 실제 건축 공간을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하는 작업으로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1년 제4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 이후 뉴욕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7년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했다. 아버지가 지은 한옥에서 자란 아들은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서도호는 자신의 작업을 관통해온 ‘집’의 뿌리를 부모가 지은 한옥에서 찾았다. 그는 “아무도 한옥을 짓지 않던 1970~80년대에는 모두 서양식 아파트를 선망했다”며 “그런 시대에 부모님은 거꾸로 한옥을 지었다”고 말했다. 서도호는 어린 시절 그 한옥이 지어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당시에는 한옥을 지을 장인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부모는 장인을 찾아 나섰고, 철거되는 옛 한옥의 목재와 창호, 철물 등을 모아 집을 지었다. 그 집에서 자란 서도호는 미국으로 떠났다. 역설적으로 고향을 떠난 뒤 한옥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됐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Korean hanok’이 아니라 ‘hanok’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했다. 아버지가 지은 집은 그렇게 아들의 작품을 통해 국경을 넘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 한옥의 표면을 직접 떠낸 ‘러빙/러빙: 서울 집’도 나왔다. 서도호가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의 벽과 문, 창호, 기둥 등에 종이를 대고 안료를 문질러 집의 흔적을 채집한 작업이다. 나무가 수축하고 팽창하며 생긴 얼룩과 철물의 녹까지 종이 위에 고스란히 남았다. 완성된 작품의 내부는 비어 있다. 남은 것은 집을 감쌌던 얇은 종이의 ‘피부’다. 종이가 워낙 얇아 패브릭 작품처럼 접어 운반할 수 없다. 각각의 건축 요소를 따로 옮긴 뒤 전시장에서는 실제 한옥을 짓듯 다시 조립했다. 운송용 크레이트만 54개에 달한다. 설원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서도호는 이 집을 어루만지면서 비로소 자신이 살았던 집을 이해하게 됐고, 동시에 이 한옥을 떠날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향수라기보다 상속된 기억을 자기 몸으로 통과시키는 행위에 가깝다. 서도호는 한국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동양화론을 익힌 뒤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사진·건축·패션 등 여러 장르를 접했다. 입체 작업을 구현할 기술과 서구적 방법론도 이때 익혔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다시 자신이 출발한 곳을 바라보게 됐다. “전통이 살아남는 것은 점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한국 전통에 관해서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미술하는 작가인데 한국 전통문화까지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굉장히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지은 한옥에서 시작된 하나의 점은 아들의 작품을 통해 세계로 건너갔다. 이제 아버지가 된 서도호는 그 점을 다시 다음 세대로 잇는 일을 자신의 ‘미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치원 그림에서 발견한 30년 작업의 ‘씨앗’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어린 시절 그림을 모은 ‘씨드뱅크(Seed Bank)’다. “어린 시절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깜짝깜짝 놀랐어요. 제가 30년 동안 해온 작품들의 시작, 그 씨앗들이 거기에 다 있는 거예요.” 당시에는 자신도 몰랐던 관심사가 훗날 집과 공간, 이동과 관계를 다루는 작업으로 발화했다. 그는 “그때부터 하고 싶어 계속 천착해온 것들도 있고, 당시에는 어떻게 발전할지 전혀 몰랐던 것들도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회고전과 다른 지점도 여기에 있다. 지나온 작품을 연대순으로 늘어놓기보다 지금의 서도호를 만든 씨앗을 찾아 현재와 연결한다. ◆기억은 흐려져도 손은 문손잡이를 기억한다 서도호의 집은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다. 기억처럼 흐릿하고 가볍다. 그러나 가까이 가면 문손잡이와 전등 스위치, 경첩까지 놀랄 만큼 세밀하다. 그에게 집을 기억하는 것은 공간 전체의 이미지보다 그 안에서 반복했던 몸의 움직임에 가깝다. “아침에 일어나 불을 켜고, 화장실로 가서 스위치를 켜고, 샤워기를 틀죠.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물건을 만집니다.” 그는 뉴욕의 작은 원룸에서 25년을 살았다. 그곳에서 매일 만진 문손잡이와 스위치는 몸의 동선을 만들었다. “바위덩어리도 3년을 끌어안고 있으면 따뜻해진다는 문구를 봤어요. 제가 25년을 똑같은 문손잡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만졌다면 거기에 저의 에너지가 포함됐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천으로 복제된 문손잡이와 스위치는 그래서 단순한 건축 디테일이 아니다. 몸이 기억하는 시간의 흔적이다. ◆아들이었던 서도호에서 아버지가 된 서도호로 이번 전시에서는 서도호 작업의 또 다른 변화도 드러난다. 부성(Fatherhood)이다. 널리 알려진 초기 집 작업 대부분은 그가 독신이던 시절 만들어졌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집은 자신의 기억을 담는 장소에서 가족의 시간이 쌓이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아이들이 입었던 옷과 물건도 버리지 않고 10여 년간 모았다. 그것들은 다시 작품의 재료가 됐다. 서도호에게 옷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공간이었다. “옷은 몸을 감싸는 가장 작고 은밀하며 이동 가능한 공간입니다.” 그 개념을 확장하면 건축이 된다. 옷과 집은 크기만 다를 뿐 몸을 둘러싼 공간이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성장한 아들은 자신의 집을 천으로 옮겨 세계 곳곳으로 이동시켰다. 이제 자신이 아버지가 되면서 아이들의 옷과 가족의 시간을 작품 안으로 들인다. 기억은 한 사람에게 머물지 않는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동한다. ◆“벽 없고 경계 없는 집…지상에는 없을 수도” 그러나 서도호에게 집이 언제나 따뜻한 보금자리는 아니다. “집은 누구에게는 보금자리이고 행복한 자리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집이 없는 사람도 있고 전쟁이나 여러 이유로 강제로 떠나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문제의식은 장기간 진행해온 ‘브리지 프로젝트(Bridge Project)’로 이어진다. 서울과 뉴욕, 런던을 오가며 살아온 그는 서로 다른 장소의 집을 연결해 자신만의 ‘완벽한 집’을 만들 수 있는지를 상상했다. 하지만 집을 세우려면 수많은 경계와 영토를 넘어야 한다. 자신의 집을 짓는 일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침범할 수도 있다는 모순에 부딪혔다. 국가와 영토, 식민주의와 지정학적 문제까지 탐색한 프로젝트의 상상은 급기야 지구 밖으로 향했다. “결국 우주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가 도달한 집은 단단한 벽으로 완성된 건축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저는 벽이 없고 경계가 없는 집을 지향해요. 그게 저의 집에 대한 가치관이에요. 그런데 그건 지상에 없을 수도 있어요.” ◆30년 만에 다시 본 씨앗 서도호는 자신의 작업이 ‘디아스포라 미술’로 규정되는 것에도 거리를 뒀다. 한옥을 작품으로 만든 것은 한국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실제 살아온 환경을 가감 없이 작품으로 옮겼을 뿐이라고 했다. 차세대 한국계 작가들에게도 정체성이라는 틀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연하게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 역시 나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자신이 살았던 집에서 시작됐다. 서울의 한옥에서 뉴욕의 작은 아파트로, 다시 런던으로. 집은 옮겨졌고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러나 몸이 만졌던 문손잡이와 스위치는 천 위에 남았다. 부모가 지은 한옥은 아들의 기억이 됐다. 그 기억은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다시 자신의 집을 떠올리게 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넘어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로 향한다. “제가 이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가 됐고, 이제 이것을 다음 세대에 남겨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도호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은 한국이다. 한국에서의 유년 시절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해 나갔다”며 “이번 전시는 서도호의 작업을 한국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그의 예술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한층 심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에르메스, 제네시스, 신한라이프, 해암문화재단, 신영증권이 후원했다. 이후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과 홍콩 M+로 순회한다. 이번 전시는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가이드에 목소리를 재능기부했다. 서도호 전은 내년 2월9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8000원. 2026/08/26
'다름을 작품으로'…대구 동구, 발달장애인 창작 전시회 성인 발달장애인 창작자들의 작품을 만나는 전시회가 대구 동구에서 열린다. 대구 동구는 27일부터 28일까지 구청 1층 로비에서 '보통의 감각, 나만의 패턴'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전시는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의 '2026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특성화 사업'으로 마련됐다. 성인 발달장애인 20명이 참여했다. 전시장에는 참여자들이 직접 만든 패턴 작품 20점이 소개된다. 작품을 활용한 엽서, 열쇠고리, 노트 등도 함께 전시된다. 작품에는 참여자들이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이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으로 담겼다. 패턴을 활용해 '나만의 책갈피'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성진 동구청장은 "발달장애인 창작자들이 자신의 감각과 개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자리"라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8/26
'집 만드는 세계적 작가' 서도호 서울 상륙…22m 무지갯빛 ‘둥지’ 펼쳤다 서울과 뉴욕, 런던, 베를린의 집들이 무지갯빛 천으로 이어졌다. 길이 22m. 벽도 문도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집이다. ‘집 만드는 작가’ 서도호(64)가 서울에 상륙했다. 세계를 떠돌며 자신이 살았던 집과 기억을 투명한 천으로 옮겨온 서도호의 30여 년 예술세계를 집약한 대규모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펼쳐진다. 27일부터 내년 2월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대학 시절 초기작부터 대표작, 2026년 신작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500여 점이 나왔다. 서울에서 성장한 서도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 집과 이동,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특히 실제 건축 공간을 투명한 천으로 재현하는 작업으로 장소와 기억, 거주와 이동의 문제를 시각화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 현대 수묵화의 거장 서세옥(1929~2020)의 아들인 서도호는 서울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제4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했으며 뉴욕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7년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했다. ◆미공개 초기작부터…서도호의 ‘씨앗’을 꺼내다 전시는 서울관 3·4·5전시실과 공용공간, MMCA스튜디오에 걸쳐 펼쳐진다. 서로 다른 시기와 매체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열하기보다 연결하고 교차시켜 서도호의 사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됐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전시장 밖 복도에서 시작한다. 유년기 드로잉과 조각, 대학 졸업작품과 미국 유학 전 설치 작업 등을 모은 대형 구조물 ‘시드 뱅크(Seed Bank)’다. 어린 시절 한옥 마당의 나무를 깎아 만든 해양동물 조각부터 학창 시절의 다양한 실험까지 처음 공개되는 작업들이 포함됐다. 집과 이동, 기억과 관계라는 서도호의 대표적인 화두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예술적 저장고다. 3전시실 입구에는 작가가 살았던 성북동 한옥의 대문을 재현한 '작은 문'(2017)이 놓였다. 이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을 포함한 드로잉 200여 점이 펼쳐진다. 4전시실에서는 대표 연작 '러빙/러빙'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자신이 떠나왔거나 사라질 장소에 한지를 밀착시킨 뒤 흑연과 색연필로 표면을 문질러 흔적을 기록한다. ‘문지르다(rubbing)’와 ‘사랑하다(loving)’의 발음적 유사성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성북동 한옥을 담은 '러빙/러빙: 서울 집'이 개인과 가족의 기억을 기록한다면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은 공동체의 기억과 역사로 범위를 넓힌다. ◆집은 하나가 아니다…서울·뉴욕·런던·베를린을 겹치다 5전시실에는 서도호의 대표작과 장기 프로젝트가 집결한다. 최근 천 작업인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2024)은 작가가 살아온 여러 집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스위치 등 건축 요소를 한 공간에 중첩한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이 겹쳐진 일종의 ‘건축적 자서전’이다. 1999년 시작해 현재도 진행 중인 '다리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서울과 뉴욕을 잇는 상상의 다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건축가와 철학자, 인류학자, 엔지니어 등과 협업하며 집에 대한 질문을 환경과 공존이라는 전지구적 문제로 확장해왔다. 높이 15m 공간을 채우는 초기작 'Who Am We?'(2000)와 국립현대미술관 기증작 '바닥'(1997~2000)은 수많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보여준다. 전시실 밖에는 길이 22m의 대형 설치작 '둥지/들'(2024)이 이어진다. 서울과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작가가 거주했던 공간들을 연결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관람객은 작품 내부를 직접 걸으며 공간을 몸으로 경험한다. ◆세계를 돌던 ‘집’, 다시 몸과 가족으로 MMCA스튜디오에서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변화가 드러난다. 서도호는 여기서 공간과 건축에서 벗어나 자신과 가장 근원적인 관계인 가족과 부성애(Fatherhood)로 돌아간다. 처음 공개하는 신작 '사랑의 기억'(2026)은 작가의 코트 안쪽에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달고 그 안에 추억의 사물을 담은 작품이다. 옷이 집이 되고, 집은 세계를 거쳐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서도호가 30여 년간 탐구해온 신체와 집, 기억의 관계가 가장 사적인 영역에서 다시 만난다. 서울박스에서는 오는 12월 18일부터 '아파트 A, 복도와 계단, 미국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 NY 10011'(2012)을 공개한다. 작품의 전체 유닛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서울에 이어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MOT)과 홍콩 M+로 순회한다. 배우 박보검이 전시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도호의 작업을 한국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그의 예술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한층 심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에르메스, 제네시스, 신한라이프, 해암문화재단, 신영증권이 후원했다. 관람료는 8000원이다.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