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명 중 뽑힌 3명…송은 ‘스프링 피버’ 김재현·박지호·최리아 신진 작가 822명 중 단 3명이 선택됐다. 송은문화재단이 2일 개막한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스프링 피버(Spring Fever)’는 최종 선정된 김재현, 박지호, 최리아 3인의 개인전이다. ‘스프링 피버’는 송은미술대상 제정 25주년과 신사옥 개관 5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공모전이다. 개인전 개최 경력 2회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총 822명이 지원했으며, 포트폴리오 심사와 인터뷰, 스튜디오 방문을 거쳐 최종 3인이 선발됐다. 선정 작가에게는 전시장 1개 층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기회와 함께 기획 자문, 작품 운송·설치, 홍보 등 전시 전 과정이 지원된다. 특히 박서보재단과 협력해 작가별 작품 1점을 컬렉션으로 소장하며, 신진 작가의 작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각기 다른 매체를 다루는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준다. 2층에서 열리는 김재현의 ‘과초점’은 선명한 이미지 소비에 익숙해진 시지각 환경을 비틀며, 감각의 둔화를 회화적 행위로 복원하려는 시도다. 거름망과 보도블록의 격자, 얼어붙은 연못 표면 등 도심 속 장면을 통해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3층 최리아의 ‘레드 서킷 레디’는 구리색 종이를 매개로 몸에 각인된 규율과 통제의 감각을 탐구한다. 펜스와 기둥, 채찍 등 구조물은 단단한 금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취약한 종이로 제작돼, 보호와 억압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지하 2층 박지호의 ‘덤프’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미래 예측의 편향성을 다룬다. 인구 데이터와 기상 정보 등 수치 기반 모델을 통해 ‘중립적 계산’이라는 전제를 의심하며, 시스템의 불완전성과 임의성을 드러낸다. 한편 로비와 야외를 잇는 미디어월에서는 공공 프로젝트 ‘Still/Moving’도 함께 진행된다. 노상호, 신정균, 안성석이 참여해 건축과 디지털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하는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열린다. 2026/04/02
"MZ 사로잡은 힙불교"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개막 [뉴시스Pic]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오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2일 개막한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색즉시O O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O놀이'로 대승불교의 핵심인 '공(空) 사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관람객이 체험하고 사유하는 참여형 콘텐츠로 선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객 20만 명 중 77% 이상이 MZ세대로 집계됐다. 올해는 약 25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조계종은 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불교 핵심 사상인 '공(空)'을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관람객이 스님과 문답을 나누는 체험과 미션형 콘텐츠가 운영되며, 봉은사 일주문에서는 반야심경을 현대 음악과 결합한 '공 파티'가 열린다. 2026/04/02
에펠탑 뒤 200년의 시선…성곡미술관 ‘보이지 않는 파리’展 사진의 역사는 파리와 함께 시작됐다. 1826년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가 최초로 이미지를 고정하는 데 성공하고, 1839년 루이 다게르가 다게레오타입을 공개하며 사진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프랑스는 도시와 사회를 기록하는 사진 언어를 발전시키며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왔다. 사진의 탄생지 프랑스에서 발전해 온 사진 문화와, 관광 도시로 소비돼온 파리의 이면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성곡미술관이 2일 개막한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Paris Unseen)’는 그 이면을 드러낸다. 프랑스의 사진사를 체계화한 전 퐁피두 센터 사진부장을 지낸 알랭 사약과 협력해 기획됐다. 마리안 알팡, 카미유 에메, 장-크리스토프 발로, 프랑수아-마리 바니에, 구본창, 김미현, 성지연 등 총 51명이 참여했다. 에펠탑과 루브르로 소비된 관광 이미지 뒤에 존재하는, 또 다른 도시의 모습을 전한다. 작가들은 기념비적 풍경에서 벗어나 이름 없는 골목과 도시의 주변부를 응시한다. 젠트리피케이션, 이민자의 삶, 기후 위기와 도시 농업 등 오늘의 파리가 마주한 현실이 화면에 담겼다. 동시에 파리 특유의 서정도 놓치지 않는다. 도시계획에서 비켜난 오래된 동네, 튈르리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발자크의 상상력이 겹쳐진 밤거리 등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감각적 풍경을 만든다.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며 하나의 도시를 다층적으로 재구성한다. 사진 매체의 확장 역시 눈에 띈다. 19세기 전통 인화 기법부터 현대의 실험적 사진, 영상, 설치에 이르기까지 사진 매체의 경계를 확장하는 다채로운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단순한 시각적 기록을 넘어 물질적 결과물이자 확장된 예술 언어로 다룸으로써, 도시를 사유하는 작가들의 입체적인 시선을 선보인다. 성곡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사진, 영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도시를 사유하는 장”이라며 “하나의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자리에서 ‘보이지 않았던 파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2026/04/02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다정한 아트라운지'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이하 용산센터)은 사계절 예술 프로젝트 '다정한 아트라운지'의 2026년 '봄 시즌' 프로그램을 2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권에 있는 용산센터 1층에 마련된 아트라운지는 시민 누구나 문학·음악·시각예술을 오감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계절의 정취를 담은 상설 체험과 연계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봄 시즌은 '봄'을 테마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감각을 깨우는 다채로운 예술적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봄 시즌의 화려한 막을 올리는 오프닝은 오는 11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문학 토크콘서트 '안녕을 나누는 사이: 시와 만난 그림'이다. 오은 시인의 진행으로 서수연 시각예술작가와 황인찬 시인이 출연해 시민들을 만난다. 황인찬 시인의 글과 서수연 작가의 그림이 만난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을 테마로 한 상설 전시도 함께 열린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클래식 콘서트 '프렌치 살롱(Salon français)'이 오는 5월 23일 오후 2시에 개최된다.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해 품격 있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파리국립고등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엠마뉘엘 스트로쎄를 비롯해 세계 주요 콩쿠르를 휩쓴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수원대 교수), 첼리스트 박노을(한예종 겸임교수)이 호흡을 맞춘다. 현대음악의 권위자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임수연은 해설을 맡는다. 프로그램은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드뷔시의 '전주곡', 포레의 '시칠리엔느' 등 프랑스 음악의 섬세하고 화려한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명곡들로 구성됐으며, 약 70분간 진행된다. 공연 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예술가와 교감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5월 21일과 30일 양일간 열리는 창작 워크숍 '계절 엮기'는 이현화 시각예술작가와 함께 자연물을 관찰하고 이를 직조 작업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손의 움직임에 몰입해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기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별도 예약 없이 용산센터 1층 아트라운지에 방문하는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설 체험도 상시 운영된다. 문학 분야 '봄이 전하는 문장'에서는 그림책방 '곰곰'(대표 전미경)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 24권을 선보인다. 음악 분야 '봄이 흐르는 음악'은 '월간 객석'(편집장 송현민)이 추천하는 봄에 어울리는 클래식과 재즈 음반 8곡을 소개한다. 시각예술 분야 '봄과 함께한 그림'은 서수연 작가의 '퇴근 드로잉'과 시 그림책 '백 살이 되면'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이 준비한 다정한 안부와 예술 선물로 많은 시민이 봄의 생동감을 만끽하길 바란다"며 "예술이 일상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용산센터에서 만나보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여 가능하며, 4~5월 프로그램은 서울시민예술학교 누리집을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누리집과 용산센터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면 된다. 2026/04/02
사람도 동물도 피규어가 됐다…최석운 개인전 단순한 인물화가 아니다. 감정이 제거된 존재들이다. 살아 있지만 어딘가 멈춰 있고, 서 있지만 이미 전시된 상태에 가깝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최석운(66) 개인전 ‘FIGURE SCENES’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낯설게 드러낸다. 그가 포착한 ‘장면(Scenes)’은 이야기라기보다,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남은 흔적에 가깝다. 전시의 핵심 개념인 ‘피규어(Figure)’는 실재를 닮았지만 생명성이 제거된 존재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인물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정서적 풍경으로 통합되는 새로운 회화적 전환을 보여준다. 작가는 팬데믹으로 중단된 전시 이후 전남 해남 임하도에서 1년여를 머물렀다. 고립된 섬에서의 시간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했고, 이후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피렌체 여행은 시선을 인간 너머의 풍경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인물을 풍경 속에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풍경이 인물이 되고, 인물이 다시 풍경으로 치환되는 순환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를 낯설게 재구성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작가의 경험과 관찰에서 출발한다.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인물에서 비롯된 ‘섬진강’, 오랜 시간 지나며 비로소 눈에 들어온 풍경을 담은 ‘모란꽃 밭에서’ 등은 일상의 틈에서 길어 올린 시선의 기록이다. 특히 유기견 구조 경험을 바탕으로 한 ‘Vacances’ 연작은 돗자리 위에 무표정하게 앉은 개들을 통해 공존과 책임의 문제를 환기한다. 이 장면에서 오히려 동물은 살아 있고, 인간은 정지된 존재처럼 보인다. ‘발코니’ 연작 역시 정적인 구도 속에서 미묘한 긴장을 드러낸다.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으며, 감정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로 화면에 놓였다. 일상의 연극적인 장면을 통해 인간 존재의 상태를 드러낸 작품들은 묘하게 끌린다. 무표정한 인물들 속에서, 감정 없이 살아가는 나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게 한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6/04/02
두루아트스페이스 엑스포 시카고 참가…이유진·유희 전시 두루아트스페이스가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시카고 Navy Pier 페스티벌 홀에서 열리는 엑스포 시카고(EXPO CHICAGO) ‘프로파일(Profile)’ 섹션에 참여해 이유진, 유희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흑백’이다. 이유진의 ‘책가도’ 시리즈는 전통 형식 위에 동시대 감각을 덧입힌 작업이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화면은 조선시대 책가도의 구획을 따르면서도, 서양 영화의 서사를 사물의 배열로 번역한다. 책가도는 원래 학문과 취향, 세계와의 접촉을 담아내던 회화다. 이 구조를 차용해 20세기 영화의 기억과 동서양의 시각 언어를 교차시킨 이유진 작품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희의 ‘자생적 질서(Self sustaining order)’ 시리즈는 물감을 짜 올리고 밀어내는 반복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스퀴지로 밀린 검은 자국은 방향과 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흔적을 남기며, 겹겹이 쌓여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반복과 축적을 통해 질서로 전환되는 과정이 화면에 드러난 작품이다. 두루아트스페이스 김정숙 대표는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회화의 본질과 조형성을 탐구한다”며 “이번 참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국제 무대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중서부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EXPO CHICAGO 2026에는 미국,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바하마 등 25개국 60개 도시에서 13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한국화랑협회가 회원 화랑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두루아트스페이스를 비롯해 그림손, 금산갤러리 등 국내 12개 주요 화랑이 참가한다. 2026/04/02
MMCA ‘아카데미’, 한국현대미술사 ‘현장형 플랫폼’ 된다 미술관이 ‘지식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서울관에서 성인 대상 전문 교육 프로그램 2026 ‘MMCA 아카데미’를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지난해 ‘시대를 걷는 미술관’(시즌1)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연 2회 시즌제로 확대됐다. 단순 강좌가 아니라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사건·전시 중심으로 재구성한 ‘몰입형 미술사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아카데미는 미술관 정체성을 반영한 소장품 전시와 연계해, 강의실에 머물던 이론을 전시장 현장으로 확장한다. 특히 MMCA다원공간에서 250명 규모 대형 강연 형식으로 진행돼, 교육의 밀도와 현장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프로그램은 시즌당 8회 전 과정을 함께 이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단발성 강의가 아닌 ‘완주형 커리큘럼’을 통해 참여자 간 유대와 학습의 지속성을 확보한 것이 핵심이다. 상반기 시즌2 ‘한국미술의 실험, 현실, 혼성’(4월 15일~6월 24일)은 1960~80년대 실험미술과 사회적 실천을 집중 조망한다.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민중미술 작가 신학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 등이 강연자로 나선다. 하반기 시즌3 ‘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한국미술’(9월 9일~11월 18일)은 1980년대 이후 세계화 흐름 속에서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치를 짚는다. 미술사학자 김영나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최빛나 등 국내외 미술 현장을 이끄는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특히 전시와의 유기적 연계가 눈에 띈다. 시즌2는 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시즌3는 기획전 ‘이것은 개념미술이(아니)다’와 연결돼, 강의와 전시가 하나의 서사 구조를 이룬다. 참여 신청은 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시즌별 8회 통합으로 선착순 접수한다. 시즌2는 4월 2일, 시즌3는 8월 26일 오전 10시부터 신청 가능하며 무료다. 각 시즌 정원은 250명이다. 김성희 관장은 “MMCA 아카데미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국현대미술의 주요 변곡점을 현장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플랫폼”이라며 “시즌제 운영을 통해 성인 교육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6/04/02
백남준 조카 켄 “무어만 ‘TV 브라’ 착용 도왔다가…난리 났었죠”[문화人터뷰]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이 이걸 착용하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저는 흔쾌히 OK했죠. 그런데 나중에 삼촌이 알고 난리가 났어요.” 백남준의 1969년 작품 ‘TV 브라’ 앞에서 하쿠타 백 켄(75)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유리 케이스 안에는 테이프가 누렇게 변한 소형 비디오 장치와 전선이 얽힌 앰프가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누드의 샬롯 무어만이 ‘TV 브라’를 착용한 채 첼로를 연주하는 흑백 사진이 걸려 있어 작품 이해를 돕는다. 그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샬롯은 ‘켄은 충분히 성숙하고 섬세한 아이다’라고 했고, 저도 괜찮다고 했죠.” 하지만 백남준은 달랐다. 어린아이에게 그런 일(속옷 착용)을 시킬 수 있느냐며 격하게 화를 냈다. “현장은 고성이 오갈 정도로 긴장감이 높아졌어요. 그때 제 나이가 16살이었거든요. 하하.” 하쿠타가 기억하는 백남준은 거장이기 이전의 인간이었다. “어린 시절 삼촌과 나는 소호에서 차이나타운까지 매일 걸어 다녔어요. 산책을 하며 그는 늘 신문 가판대에 들러 뉴욕타임즈를 샀어요. 어느 날 ‘백남준’이라는 이름이 신문에 실렸을 때, 삼촌은 이렇게 말했어요. ‘뉴욕타임즈에 이름 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하하하~” 1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APMA 캐비닛에서 열린 ‘백남준: Rewind / Repeat’ 전시장에서 만난 하쿠타는 연신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한국 미술계와 거리를 두었던 그가 서울에서 보인 표정은 그 자체로 변화였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태어난 서울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에스테이트 협력 전시다. 세계적인 화랑인 미국 가고시안이 마련했다. 켄의 기억에 강렬한 에피소드로 남은 ‘TV 브라’는 2001년 호암미술관 이후 약 25년 만의 국내 공개다. 뉴욕 구겐하임에서 시작해 빌바오를 거쳐 한국으로 이어졌던 순회전 이후 처음이다. 투명 비닐 브래지어에 소형 흑백 텔레비전 두 대를 삽입한 작업으로, 백남준이 신체와 기술의 결합을 실험한 대표작이다. 작품 제목은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로, 샬롯 무어만은 1969년 뉴욕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에서 이를 착용한 채 첼로를 연주했다. 활의 진동에 따라 TV 이미지가 변화하며, 56년 전 이미 ‘전자기기의 인간화’를 구현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초기작 ‘미디어 샌드위치’도 함께 선보인다. 백남준이 음악에서 전자매체로 이동하던 전환기의 작업이다. 독일 전자공학 잡지와 일본 레코드판, 오래된 인쇄 이미지가 결합된 이 작품은 동양과 서양, 음악과 기술이 교차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백남준이 회화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매체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순간의 작업”이라며 “남아 있는 작품 중 하나만 고르라면 집에 두고 싶을 정도”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가고시안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 닉 시무노비치는 “백남준은 누구보다 확장적인 사고를 가진 작가였다”며 “예술과 과학, 비즈니스까지 아우르는 글로벌한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봤다”고 평가했다. 이어 “백남준은 1971년 ‘전자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를 언급했는데, 오늘날 아마존·유튜브·틱톡·줌으로 이어지는 플랫폼 사회는 그가 예견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켄은 “삼촌은 기술의 영향을 예견했고 이를 인간화하려 했다”며 “지금 살아 있었다면 AI에 인간의 마음을 입히는 데 집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을 비판하는 미디어아트야말로 그의 핵심 프로젝트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나는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엇갈린 20년 그는 그동안 신뢰할 수 없다는 한국 미술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제도와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답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그 사이에서 오해가 쌓였다는 설명이다. “제가 답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백남준이 2006년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유산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하쿠타는 큐레이터 존 호프만과 함께 10년에 걸쳐 방대한 아카이브를 정리했다. “그때는 어떤 전시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홍콩에서 가고시안과 협업하며 2015년부터 전시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생전 백남준이 “비즈니스는 가장 세련된 예술”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예술과 과학, 기술과 시장을 하나의 영역으로 본 그의 사고가 지금도 유효하다고 했다. 하쿠타 켄은 백남준의 큰형이자 태창방직 사장이었던 백남일의 장남이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일가가 부정축재자로 몰리면서 가산이 몰수됐고, 가족은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름을 일본식 ‘하쿠타 켄(白田健)’으로 바꾸고 그곳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백남준과 각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제가 9개월쯤 됐을 때, 삼촌 등에 올라타려던 사진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늘 가까이 지냈죠.” 그는 “왜 자신이 가장 가까운 조카가 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면서도 “유독 잘 통했고, 거의 매일같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숙부인 백남준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뒤 장난감 사업과 방송 활동 등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후 1990년대부터 백남준의 작업을 곁에서 도왔다. 2006년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뉴욕 스튜디오와 저작권을 승계받아, 현재 에스테이트를 대표하는 법적 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같은 처지의 이들과의 독특한 인연도 언급했다.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의 조카와 함께 ‘유명 작가의 멍청한 조카들’이라는 모임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삼촌 기준에선 멍청함이 곧 똑똑함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냥 멍청함은 멍청함이라고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그의 이 농담은, 방대한 유산을 떠맡은 ‘조카’라는 위치와 그 책임을 동시에 드러낸다. 까칠하다고 알려진 백남준 조카로서, 여전히 유산을 관리하고 있는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가장 좋은 작품을 최고의 미술관과 컬렉션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에스테이트(유산 관리 조직)는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서 “100주년 전시가 한국에서 열린다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라는 바람도 전했다. 25년 만에 자신이 보관해 온 작품을 처음 공개하며 서울에서 전시를 연 그는 “삼촌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히 기뻐했을 것”이라며 환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존 호프만(Jon Huffman) 큐레이터가 마치 더 잘 안다는 듯 말을 보탰다. “아마 질문 하나만 더 받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을 겁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두 사람은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 형제처럼 보였다. 이들의 관리 속에 갇힌 미술사적 인물이 아니라, 백남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TV와 로봇으로 시작된 그의 세계는 기발함과 유머를 잃지 않은 채 오늘의 AI 시대까지 이어진다. 가고시안 백남준 전시는 중고 시장에서 수집한 빈티지 라디오로 구성된 ‘베이클라이트 로봇’(2003), 금박을 입힌 청동 불상이 모니터 앞에서 명상하는 ‘골드 TV 부처’, 그리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1982년작 ‘런던과 해외를 위하여(우편함)’ 등 주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5월 16일까지 열린다. 2026/04/01
현대백화점에서 아이와 함께 세계 그림책 여행 떠나볼까 현대백화점은 오는 7월5일까지 판교점 5층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글로벌 그림책 전시 세상의 눈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세상의 눈은 12개국 13개 출판사가 참여해 어린이를 위한 책과 작품을 선보이는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각국 출판사들이 제공한 160여권의 그림책과 130여점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해외 작가들의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주사위로 따라가는 그림책 탐험 등 총 12가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비 바쟁(Gaby Bazin), 슬로바키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Daniela Olejnikova) 등의 워크숍도 예정돼 있다. 참가 신청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2026/04/01
"요즘 미술 궁금해?"…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다 있다 요즘 미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답은 컬렉션에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관장 전승창)은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 – FROM THE APMA COLLECTION’을 4월 1일부터 8월 2일까지 개최한다. 키키 스미스, 로즈 와일리, 캐롤 보브, 갈라 포라스-김, 알바로 베링턴 등 동시대 해외 작가와 백남준, 이불, 양혜규, 이우환 등 국내 작가를 포함해 40여 명, 약 80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는 ‘지금, 무엇을 수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미술관의 응답에 가깝다. 단순한 소장품 공개를 넘어, 동시대 미술의 감각과 방향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로비에 놓인 로버트 인디애나의 기념비적인 조각 'LOVE' 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동시대 해외 작가와 현대미술의 거장을 소개하는 1, 2, 3전시실로 이어진다. 생명과 죽음, 여성성과 신화를 탐구해 온 키키 스미스, 일상의 이미지로 회화의 언어를 확장하는 로즈 와일리, 산업 재료를 통해 조각의 물질성을 재구성하는 캐롤 보브, 사물과 장소에 축적된 시간의 층위를 추적하는 갈라 포라스-김 등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이 포함됐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도널드 저드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한국 작가 라인업도 밀도 있다. 백남준의 대형 설치 ‘콘-티키(Kon-Tiki)’와 ‘절정의 꽃동산(TV Vertical Flower)’이 공개되며, 양혜규의 신작 ‘겹쳐진 모서리 - 환기하는 주황과 파랑의 사각형’, 이불의 ‘비밀공유자(The Secret Sharer)’ 등 동시대 한국미술의 주요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단색화 이후 한국미술의 확장된 흐름과 함께 글로벌 동시대 미술의 변화 양상을 교차적으로 연출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대와 매체의 병치’가 두드러진다. 전통적 회화에서 개념적 설치, 영상과 오브제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동시대 미술이 더 이상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APMA는 이번 전시를 통해 컬렉션의 방향성과 함께 미술관의 정체성을 제시한다. 동시대 작가에 대한 지속적 수집과 연구를 기반으로, 미술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동시대 미술의 플랫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With Curator’와 심화 과정 ‘With Curator Professional’이 운영된다.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