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충격→'돌가루 화가' 김근태 '담론'[박현주 아트클럽] "나는 보이지 않는 사유의 끝을 향해 걸어간다." 젊은 시절 미셀 푸코의 '말과 사물'에 빠졌던 그는 '언어의 변화'를 느끼며 항상 변해간다는 것, 그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했다. 물 흐르듯이 돌고 '자꾸 변해가는 것', 하지만 또 '변해가는데 그렇지 않은 것'. 그 시작된 지점이 어디일까 궁금해 했던 그는 "일생을 그 부분을 찾아가는 작업에 집중한 것 같다"고 했다. 작품 제목을 ‘담론(Discussion)’으로 지은 이유기도 하다. "오랜 세월 알게 모르게 공부를 해왔는데 '시작 점'은 분명히 있어요. 제 작업을 어떻게 본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그 '시작 점'을 찾아가는 거꾸로 가는 세계에 있는 것 같아요. 몸이 좀 더 젊어지면 좋겠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몸은 자꾸 세월을 지나가고 있지만 정신은 되레 처음 출발점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덤벙 '돌가루 화가' 김근태 "예술은 자신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나이 고희를 넘긴 화가 김근태는 이제야 '수분각위(隨分覺位: 이제 조금씩 되어간다)'라고 했다. 중앙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담론' 주제로 연작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돌가루와 러버(rubber)를 사용해 직접 제작한 석분 물감으로 작업한다. '돌가루'를 무기로 도자의 표면 같은 ‘숨’ 연작, 유화 물감의 두꺼운 마띠에르로 이루어진 ‘결’ 연작을 만든다. "외국 그림만 멋있다며 우리 것 김홍도, 정선의 그림 가치를 몰랐다. 우리의 도공들, 석공들이 스승이다. 만나 뵙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린다." 13일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그는 물감의 흔적만 있는 그림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인 언어로 말을 쏟아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담은 것이 그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번 넘게 밑 칠을 하고 '덤벙 분청'처럼 물감을 쓱 빼내듯 칠한 붓 질은 수행의 선조들인 도공, 석공들에 대한 오마주(hommage)가 담겼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 많은 변곡점도 있고 어려움도 많이 있었겠지만 어느 순간에 다 그걸 포용하고 안에서 끌어들이면서 오로지 작품으로만 다 승화 시켰고 만들어낸 것에 대한 감사함, 이 분들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림은 잘 그리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40대인 1993년 처음 간 유럽 여행에서 본 '렘브란트 자화상'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가했다. "학창시절 이미지로만 봤던 진짜 그림은 에너지가 너무 달랐다. 렘브란트의 충격, 그 감성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유럽의 역사, 지식이 축적된 걸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건 아니구나. 내 옷은 아니었다는 것을…" "서구 모더니즘에 바쳤던 20년 작가 인생의 붕괴였다"는 그는 "화가는 결국 사람,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존재"라고 자각했다. 3~4년을 그림을 못 그리고 방황하던 시절, 경주 남산에서 알아차렸다. "남산의 유적들을 보면서 아 이거구나. 내가 찾던 것을 알겠더라. 그래서 석굴암을 다시 가봤는데, 가서 보니까 알겠더라. 설명은 못하겠다. 그 당시도 지금도 못하겠지만 알겠더라. 몇 시간 사이에 전체 흐름이 눈에 펼쳐졌다. 3~4개월 만에 이루어진 일로 이후 사비나갤러리 개인전에서 돌 가루 작업이 처음 나왔다. 그때가 1997년이었다." 천 년 전, 이천 년 전 이름 모를 석공이 돌을 다듬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돌 가루를 물감에 개어 쓰는 방식을 실험했다. 경주 남산의 탑들과 도자기를 관찰한 후, 석분과 접착제를 물감과 혼합하여 분청 사기의 질감을 구현하는 지금의 기술적 방법에 이르게 되었다. 각 작품은 평면의 캔버스를 채우는 붓 놀림의 미묘한 차이와 섬세한 깊이로 구현된 변주와 화음을 통해 무한한 이미지로 그때 그때 탈바꿈한다. ◆'숨결' 순수한 붓질의 감각 "나 답게 살고 싶다. 나 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젊은 시절 뭔가 항상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았던 걸 비움으로써 '선(禪)의 세계'를 찾은 그는 오직 그리는 행위의 에너지에 몰입했다. 여백인 듯 여백 아닌 듯 화면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붓 질은 그의 '숨'과 '결'로 호흡한다. '숨'이란 제목의 작품들은 주로 화면을 수평으로 분할 하는 백색과 황토색의 매끈한 표면을 가진 연작으로 나타난다. '결'은 분할된 영역 대신 푸루시안 블루, 바이올렛, 흰색, 검은색 등의 단색조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지르는 붓질의 흔적을 강하게 드러낸다. 김근태는 이 두 연작을 묶어 '숨결'이란 덩어리로 묶어 놓았다. "숨을 쉬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에 속한다. 숨을 쉬지 않으면 생명을 연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붓질의 흔적들은 자연스러운 무의식 속에 나온다. 행위의 연속된 시간 속에서 단호한 한 순간을 놓치면 안된다. 생각이 들어가는 순간, 붓도 욕망에 취한다. "요즘 그림이 너무 날씬해지는 것은 아닌가? 괜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런 마음을 가다듬고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간다. 단번에 스윽~ 숨을 쉬듯 덤덤하게 그리는 이유다. ◆"그림이 좀 모자라면 어때요?" 거친 붓질과 투박한 물감의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여유를 보이는 작품은 서양화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이번 리안갤러리에서 공개된 물감이 덕지덕지 두꺼운 '검은 그림'(Discussion 130x250cm)과 '하얀 그림'(Discussion 160x130cm)은 '사물의 실체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소동파의 '여산진면목'이 담겼다. "작업실에 인접해 있는 북한산 암벽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암벽은 늘 그렇듯 알 수 없는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이름 모를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간과 깊이에 숨이 막힌다. 암벽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는 순간, 바람 소리와 구름 한 점이 나를 벗어나게 한다.” 숨 막히는 암벽의 느낌을 물감의 질감으로만 표현한 작품은 시간의 깊이를 새겨 놓은 듯하다. (유화 물감 마르기는 몇 십년이 걸린다. 하지만 밀도감 질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유화 물감을 그대로 짜 캔버스에 올려놓고 기름기를 쫙 빼서 만든 '검은 그림'은 "안료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상태를 더 존중한 마음, 그 암벽의 감흥을 계산 없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화면의 표면을 온통 뒤덮고 있는 이 질감은 마치 동양화에서 산이나 암석의 표현할 때 쓰는 '부벽준(斧劈皴)'을 닮았다. 도끼로 나무를 찍어내었을 때 생기는 수직의 단면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하다. 하지만 그는 "이 또한 부벽준을 의식 한 것은 아니다"며 '회화가 단지 그림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 시킨다. "경험이 많아 다른 것은 안 보려고 하는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겹겹이 쌓인 것을 한방에 벗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는 작품"이라며 "환하게 진면목이 드러난 자기 모습으로 '그래, 인생이 이런 겁니다. 악수하고 술 한잔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선문답 같은 말을 했다. 무심의 경지에 오른 김근태는 다시 '담론의 세계'에서 소통을 원한다.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변주 되고 있는 '담론'은 이번 리안갤러리에서 초심으로 돌아간 설렘의 감정이 있다. "내 그림을 부닥쳤을 때 어떤 마음일까? 궁금합니다. 그런 의문점을 던져 주는 장치를 한 게 제 그림의 태도입니다.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이게 뭐지 도대체?, 내가 생각했던 건 이거였는데 다르네?, 왜 이게 있지? 왜 하얗지? 두께가 두껍지? 라는 반응을 기대합니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리고 같이 호흡하고 싶어요. 제 그림을 보는 분들이 대화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전시는 4월 30일까지. 2025/03/14
'유화로 그린 만화'…페로탕서울, 에미 쿠라야 '해피 버니' '유화로 그린 만화'의 인기는 지속될까?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화랑 페로탕 서울이 올해 첫 전시로 내세운 작가는 1995년생 일본 작가 에미 쿠라야다. 2021년 페로탕 서울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쿠라야의 두 번째 한국 전시로, 소녀 감성 일본 만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가 설립한 아트 소사이어티 ‘카이카이키키’ 일원이다. 유화지만 수채화처럼 말갛고 투명한 기법이 작가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10대 사춘기 소녀의 내면과 감수성을 몽환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도쿄의 타마미술대학을 졸업한 쿠라야는 만화가 지망생에서 떠오르는 화가로 변신했다. 서울, 상하이, 파리, 홍콩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스위스와 홍콩 아트바젤, 프리즈 뉴욕, 서울에도 출품해 인기를 끌었다. '해피 버니'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는 신작 회화와 드로잉을 선보인다. 가냘픈 소녀들과 귀여운 반려동물들, 동경과 외곽 도시를 배경으로 한 회색 톤의 잔잔한 장면들을 유화로 묘사했지만 '만화 그림'이라는 범주를 크게 넘지 못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사단의 후광을 받고 있지만 K 웹툰과 K 아트의 선전 속에 4년 만에 돌아온 '애니메이션풍 회화'가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작품 값은 100호 크기가 2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전시는 4월 19일까지. 2025/03/13
하나은행, 환경·예술 결합한 'K-패션 아트쇼' 개최 하나은행은 오는 13일부터 한 달간 환경 보호와 예술이 결합된 전시인 '2025 F·W 서스테이너블 K-패션 아트쇼 바이 하나아트뱅크'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속 가능한 패션과 예술의 가치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하나아트뱅크를 통해 해당 전시를 후원해 왔다. 이번 전시는 '색(色) 동음이의어'를 주제로 업사이클링 아트,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회화 작품,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신진부터 중견까지 국내외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30여 명이 참여해 환경 친화적인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시 삼성동 Place1에서 진행된다. 이은정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 본부장은 "하나은행은 금융의 경계를 넘어 손님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트뱅크서비스를 2006년부터 선보이고 있다"며 "지속적인 유명 전시 개최와 다양한 예술·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3/12
날카롭게 파헤친 풍경화의 외침…마리안토 '검은 그림' '검은 그림'은 역시 보는 순간부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인도네시아 현대미술 작가 마리안토(49·Maryanto)는 전통 풍경화의 낭만적 언어를 거부한다. 과거 화가들이 목가적으로 담아냈던 풍경화를 현재의 시점에서 파헤친다. 파괴적 자본주의의 냉혹한 진실을 특유의 스크래치 기법으로 표현했다. 캔버스 전체를 검정 아크릴로 덮고 표면을 긁어내는 방식이다. 초원을 덮은 가느다란 풀잎처럼 보이는 화면을 가까이서 보면 빽빽한 날카로운 선들로 채워져 흠칫하게 한다. 자연의 상처와 검게 덮인 문제들을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는 작가의 화법은 새벽녘의 어둠이 걷히는 순간처럼 숲, 나무, 풀잎을 되살아나게 하는 마법처럼 작용한다. 2020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4년 광주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 인도현대미술전에 선보여 주목받은 작가다. 사회 정치적 구조를 해부하는 강렬한 흑백 회화와 기념비적 설치 작업을 하는 마리안토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갤러리(G Gallery)에서 열린다. 12일 개막한 전시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술 발전, 산업화, 오염, 자원 착취가 자연 세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2m, 3m 크기 대작 2점 등 '검은 회화' 9점을 선보인다. 노동집약적인 손맛이 강렬한 작품은 작가의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 하는데 힘을 발휘한다. 검은 바탕에 날카로운 획으로 그려진 풍경화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제시한다. 설화적이고 연극적인 장치를 통해 환경 침해에 대한 문제를 각성 시킨다. 전시는 4월12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5/03/12
대전미술제, 21~28일 '대전예술가의 집'서 열려 오는 21~28일까지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대전미술제가 열린다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미술 축제인 2025 대전미술제가 대전미술 어울림'이란 부제로 열리는 이번 미술제는 35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전미술협회가 주관하는 대전미술제는 매년 지역 미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조명하고,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왔다. 올해는 신진작가부터 중견·원로작가까지 폭넓은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더욱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미술제는 '어울림'이란 주제로 각기 다른 개성과 시선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예술의 힘을 조명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교감하며,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시각과 예술적 감흥을 전할 예정이다. 전시 개막행사는 21일 오후 4시에 진행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5/03/12
'나무 같은 작가'들의 전율…아트사이드갤러리 7인 단체전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5년 첫 기획전으로 일곱명의 전속작가들을 소개하는 단체전을 오는 20일부터 펼친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묵묵히 작업하는 작가들은 우리의 곁을 함께 해 온 나무와 닮았다며 나무를 소재로 한 이번 전시에는 강준석, 김시안, 조은, 오병욱, 故원석연, 최수인, 최진욱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 타이틀은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상속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다. 작가들에게 나무의 존재는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넘어서 삶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나무 같은 작가들이 전시를 통해 어떻게 시간과 경험을 발견하고, 이를 작품으로 풀어냈는지 감상할 수 있다. 파스텔화 같은 그림을 그리는 강준석은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생각하며 경험한 경이로운 나무들을 작품으로 담았다. 제주의 풍경과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인물을 매개로 자신의 기억과 꿈꾸는 이상향을 빚어낸다. 캔버스 전면에 안료를 얇게 발라내고 레이어들을 켜켜이 올려내어 그의 기억과 상상이 합치된 아스라한 풍경을 그려낸다. 김시안은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 혹은 죽은 반려견 등 소중했던 것들을 나무 아래에 묻곤 했는데,이는 나무가 지닌 힘이 묻었던 것들에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랐던 기원이 담긴 행위였다고 했다. 그에게 나무는 소중한 것들의 안녕을 빌어주는 존재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묘사한 나무는 애도를 의미하는 꽃의 이미지로도 등장하는 한편, 다른 생명의 터전이 되어주는 둥지와 같은 역할을 하며 나무에 붙어있는 생명체들에게 신성한 힘을 전달한다 최수인은 자연물을 빗대어 인간관계의 긴장감을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이번에는 형상의 주인으로서 나무를 대한다. 같은 위치에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묘사하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존재의 자리와 힘을 느끼고 있는 긴장한 나무들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기민하고 영리하게 주변을 감각 해야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공급해 올 수 있는 나무의 상황을 극적으로 설정했다. 조은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을 먹의 스며듦과 번짐, 농담을 통해 자신의 이상향과 현실 세계의 모습을 통합해내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작업실이있는 동네의 가로수는 플라타너스이다. 초겨울 얼굴만한 잎들을 우수수 떨구고 나면,나 무는 창백한 줄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에 걸맞은 얼룩덜룩한 피부와 투박한 마디들이 꼭 어릴적 잡았던 할머니의 손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故원석연(1922~2003)은 일생동안 고집스럽게 연필을 사용한 '연필작가'로 유명했다. 흑과백,여백과 채움으로 한국 근현대시대의 단면이 담백하게 표현되어 있다. “연필의 선에는 음과색이 있다. 나는 연필로 사물의 이면에 잠재된 생명성의 존재와 시,그리고 철학에서 흐르는 미세한 맥박의 울림을 연필 의 선으로 포착하고자 했다”고 생전 말했듯 세밀하게 표현된 나뭇가지의 결 하나에도, 낡은 초가집 곁을 함께 하는 나무들의 존재에도 고독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최진욱은 ‘감성적 리얼리즘’으로 시대의 삶을 기록 한다.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화실내의 사물들을 단순히 그림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화가의 삶의 현장으로서 화실을 묘사한 신작을 선보인다. 작업실에 식물이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끼어든 것처럼 구상을 한 작가는 가장 중심에 보이는 작업실 창문을 연두색으로 칠해 바깥의 식물을 강하게 암시했다. '감각으로필연코 이해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제시한다. 수평선이 너른 ‘고정된’ 바다를 통해 고요함과 안온함을 전달해 온 오병욱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순간을 그려냈다. 흘러가며 고정되지 않아 있는‘물’이 상징하는 변화와 항상 그 자리에 굳건히 존재하는 ‘나무’가 상징하는 안정성이 서로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숲을 이루는 나무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지만 그것이 반사된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 속에서 변동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이를 통해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본질은 그대로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4월19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5/03/12
[미술전시] 노화랑 정의부·초이앤초이 아브라함스 개인전 서울 인사동 노화랑은 화가 故 정의부(1940~2022)의 작고 3주기를 맞아 오는 19일부터 4월 9일까지 모란 작품 19점과 풍경 3점을 선보인다. 노화랑은 "60여년간 교육자이자 예술가로서 살았던 정의부 화백의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자적 태도를 느낄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모란 그림이 보여준다. 작가가 회화의 색채와 형태,공간의 구성을 조금씩 변주하며 연구한 과정의 부분으로 비슷한 장면이지만 미세한 차이를 통해 작가는 꽃의 시선에서 부터 미소, 수다, 향기, 조화로움을 포착해 생생한 활기를 전한다. 미국 추상화가 조니 아브라함스(46)의 한국에서 3번째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에서 4월 26일까지 열린다. '낮은 수풀 속, 늑대는 숨어있다(The grass is three inches long, thewolf can hide)'를 타이틀로 미니멀리즘적 추상을 통해 ‘관계성’을 표현하는 아브라함스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 제목은 일본 민속학자 야나기타 쿠니오의 ‘한 문장 이야기(One Sentence Story)’에서 따왔다. 아브라함스의 회화 역시 최소한의 형식적 언어로 구축되었지만, 그 안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균형과 긴장, 정지와 움직임이 공존한다. 한편 2012년 독일 쾰른에서 개관한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지난 2016년 강남 청담동에 서울 지점을 오픈한 이후 2017년 삼청동 3층 공간으로 이전했다. 최진희, 최선희 쌍둥이 자매가 공동대표로 런던, 파리, 베를린, 제네바 등에서 활동하며 유럽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현대 미술을 유럽 미술시장에 전하고 있다. 2025/03/11
화랑협회 '키아프', 美 첫 진출…이성훈 회장 "엑스포 시카고 20곳 참가" 한국화랑협회의 국제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미국으로 첫 진출한다. (사)한국화랑협회는 KIAF 브랜드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회원 화랑들의 해외 미술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엑스포 시카고(EXPO CHICAGO)와 협업한다고 11일 밝혔다. 오는 4월24~27일 시카고 네이비 피어 페스티벌 홀(A&B)에서 열리는 엑스포 시카고 2025(EXPO CHICAGO 2025)의 갤러리즈(Galleries) 섹션에 국내 20개 화랑이 진입한다. 이 행사에는 33개국, 74개 도시 170개 이상의 해외 정상급 갤러리가 참가한다. 2012년에 출범한 엑스포 시카고는 는 미 중서부 최대 아트 페어로, 2023년 현대 미술을 위한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 플랫폼인 프리즈(Frieze)에 인수됐다. 키아프의 미국 진출은 지난 2월 당선된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의 첫 해외 행보로, 키아프의 국제화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이성훈 회장은 “국내 20개 대표 화랑이 한국을 대표하여 시카고 미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정부와 함께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행사에 5억원을 지원, K아트의 세계화에 힘을 보탠다. 이 회장은 "이번 키아프의 미국 진출은 아트페어 간의 협업을 통해 상생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창출한 Kiaf SEOUL과 Frieze SEOUL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엑스포 시카고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미술 유통의 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화랑 20곳 엑스포 시카고 진출…90명 300점 출품 국내 참여 화랑들은 한국 작가 90명의 K 아트 300여 점을 들고 진격한다. "출품 작품 80% 이상을 국내 작가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곽훈, 한영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칩 마스터 작품부터, 유근영, 류재하 등 새롭게 주목받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 무나씨, 최지목, 윤향로, 민킴, 채성필 등 동시대 미술 언어를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전달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총망라할 예정이다. 참여갤러리는 가나아트, 갤러리 41, 갤러리 가이아, 갤러리조은, 갤러리피치, 갤러리바톤, 갤러리빛, 갤러리 그림손, 금산갤러리, 더컬럼스 갤러리, 리앤배, 비에이치에이케이(BHAK), 샘터화랑, 선화랑, 에브리데이몬데이, 원앤제이 갤러리, 표갤러리, 021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 등 총 20개 화랑이다. 행사기간인 4 월 26일 페어 내 Dialogue Stage에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황을 조망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설희 큐레이터(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 앤디 세인트 루이스(Andy St. Louis,Seoul Art Friend 설립자 겸 큐레이터), 이지선 이스바라 (Jiseon Lee Isbara, 시카고 예술대학 총장)가 패널로 참여하며, 패트릭 리(Patrick Lee, 프리즈 서울 디렉터)가 진행을 맡는다. 또한 제시카 홍(Jessica HONG) 큐레이터 기획의 특별 섹션 IN/SITU프로그램에서는 한국 대표 미술사조인 단색화가 소개될 예정으로, 샘터화랑, BHAK, 금산갤러리가 공동 참여한다. 한편 Kiaf SEOUL은 2002년 처음 문을 연 한국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다. 전 세계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Kiaf SEOUL은 글로벌 아트 시티인 서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iaf SEOUL 덕분에 서울은 예술과 다양한 만남이 어우러지는 세계 미술시장의 활기찬 아트 허브로 도약, 세계미술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2년부터 매년 9월 Frieze SEOUL과 동시 개최 되며 서울 아트위크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5/03/11
필립스옥션, 아시아 진출 10주년…홍콩아트위크 기간 행사 다채 필립스옥션은 올해 아시아 진출 10주년을 맞아 3월 ‘홍콩 아트 위크’ 기간에 맞춰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에 위치한 필립스옥션 아시아 본사에서 다채로운 경매와 전시를 선보인다. 근현대미술, 디자인, 주얼리, 시계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의 엄선된 작품들과 함께 인디펜던트 워치메이커의 정교한 타임피스와 최정상 브랜드의 주얼리까지 만나볼 수 있다. 경매와 함께 필립스옥션 글로벌 프라이빗 세일즈팀이 운영하는 전시 플랫폼 'PhillipsX'가 13일 'Picasso & The Animal Kingdom'전을 연다. 동물 세계에 대한 파블로 피카소의 깊은 애정과 예술적 탐구를 조명한다. 이 전시는 필립스옥션 앞 M+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피카소 특별전(The Hong Kong Jockey Club Series: Picasso for Asia-A Conversation)과도 연계되어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28일 '에디션 라이브 경매'를 진행,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카우스(KAWS), 뱅크시(Banksy),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등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판화 및 에디션을 경매에 부친다. 주요 작품으로 데미안 허스트의 'The Virtues(H9)'가 추정가 한화 약 1억 1000~1억 5000만원, 요시토모 나라의 'Tell Me는 추정가 한화 약 4100만~6000만원, 살바도르 달리의 Profile of Time은 한화 추정가 약 1800만~2600만원에 매겨졌다. 세계적인 거장들과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뉴 나우: 근현대미술 & 디자인 경매'는 오는 29일 펼친다. 경매 하이라이트로는 한국미술시장에서도 인기였던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의 거대 캔버스 작품(Untitled, 2023)이 추정가 한화 약 4억 5000만~ 5억 6000만원(HK$2,400,000~3,000,000)에 출품됐다. 한편 1796년 영국에서 설립된 경매사 필립스옥션은 20세기와 21세기 작품 거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경매 플랫폼으로, 뉴욕, 런던, 제네바, 홍콩에서 주요 경매와 전시를 개최하며, 유럽, 미국, 아시아 전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2025/03/11
국립 20C(근대)미술관 건립 위한 작품 기증·모금 운동 '국립 20C(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작품 수집을 위한 모금 운동과 함께 작품 기증 운동을 전개한다고 11일 밝혔다. '국립 20C(근대)미술관 건립 모임' 정준모 상임간사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2025년을 맞아 진정한 대한민국의 독립을 의미하고 이를 완성하는 의미를 지닌 '국립 20C(근대)미술관'건립을 위한 최소한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5월27일 발족한 이 모임은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 연구자포럼'을 진행하며 '한국 근대기 미술을 책임질 근대 미술관의 건립'을 주장해오고 있다. 국립20C(근대)미술관 건립지로 서울 송현동, 청와대 여민관 일대 또는 청와대 인근 수송부, 경찰 경비단 부지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정준모 간사는 현재 모임에 참여한 인사들이 십시일반 한국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향후 건립될 '국립20C(근대)미술관'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해 왔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옥션에서 1957년 파리에 유학한 박영선(1910~1994)화백이 파리시절 제작한 '센 강가의 고서점'(유화, 102x105cm)을 낙찰받는 등 근대기 화가들의 작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매진했던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의 독립 지사화가 즉 석촌 윤용구, 우당 이회영, 일주/금강산인 김진우, 옥람 한일동, 조인좌, 한형석, 김진만, 김석익, 정대기, 박기정, 최덕휴 등 많은 독립지사들의 작품 약 150여점을 수집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소외되었던 근대기 여성미술가들의 작품수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여성화가이자 마지막 권번출신의 여성화가 람전(藍田) 허산옥(1924?~1993)의 작품 중 8곡 병풍을 비롯해 약 80여점을 수집했다. 이와 함께 주산월(朱山月), 김능해, 진주의 김월희, 림기화, 함인숙, 강옥희, 신정숙 등의 작품도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수집 작품들은 모두 '국립20C(근대)미술관'건립을 위해 기증할 계획이다. '국립 20C(근대)미술관 건립 모임'은 이와 함께 컬렉터와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작품기증의향서 제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약 100여 명이 약 700여점의 작품기증을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김은호, 김기창, 김영기, 천경자, 김화경, 권영우, 민경갑, 박영선, 김인승, 윤중식, 이준, 박수근, 이마동, 김원, 서응성, 장리석, 임직순, 한묵, 김흥수, 문학진, 홍종명, 손동진, 권욕연, 받창돈, 김숙진, 오승우, 박광진, 오승윤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립 20C(근대)미술관 건립 모임'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공개적으로 기증 운동을 전개해 올 상반기 약 5000여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작품 기증 및 기부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에 '기부금품모집 등록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