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벙커서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전시 서울시가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하던 여의도 지하 벙커를 다시 시민에 개방한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오는 21일부터 내년 5월 14일까지 사진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사진·영상 전시 '캣츠 앤 독스 : THE GREAT CIVILIZATION'을 개최한다.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대표작 '하늘에서 본 지구'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과거 냉전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이자 도심 속 저이용 공간이다. 지난 수십 년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시는 2015년에 지하 벙커를 최초로 개방하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 운영했다. 지난 6월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엔하이픈(ENHYPEN) 팝업 행사 '메종 엔하이픈'을 열었다. 이번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전시는 여의도 지하 벙커 2번째 행사이자 내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준비된 사전 전시다. 이번 전시는 EBS와 에스엠에듀미디어(작가 법적 대리사)가 공동 주관한다. 온라인 사전 예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 아동·가족 대상 교육, 반려동물 관련 특별 이벤트, 사진·영상 기반 시민 모임 등 참여형 행사가 함께 운영된다. 캐리어를 지참하면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여의도 지하 벙커는 도시와 문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상징적 플랫폼"이라며 "저이용 공공 공간에 양질의 민간 콘텐츠를 결합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서울시의 실험적 시도이자 새로운 공공 공간 활성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9
군산근대미술관, 소장품전 '영감의 씨앗, 군산' 개최 전북자치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근대미술관(구 18은행)에서 소장품전 '영감의 씨앗, 군산'을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26년 2월 8일까지 이어지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해 온 도시 군산을 조명하고 그 감흥이 작품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군산이 지닌 장소적 정서와 감각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총 16점의 소장품을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1부에서는 근대화 과정 속에서 변화해 온 군산의 풍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가들은 도시의 일상 속에서 시간의 흔적과 정서를 포착하며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재해석해 군산이 지닌 기억과 감성을 관람객에게 전한다. 2부는 군산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우남 이용휘, 우청 황성하, 하반영, 박종대 등 작가들은 자연과 일상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군산의 정서, 생명력, 일상의 감흥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했다. 근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의 눈으로 본 군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군산의 정서를 느끼고 각자의 삶에서 '영감의 씨앗'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1/19
김환기 1971년 점화, 123억 낙찰…'우주’ 뒤잇는 한국미술품 경매 2위 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점화 ‘19-VI-71 #206’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이브닝 세일에서 840만 달러(약 123억16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2019년 ‘우주’가 기록한 153억 원에 이어 한국 현대미술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17일(현지 시각) 진행된 크리스티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해당 작품은 추정가 750만~1000만 달러 범위 내에서 840만 달러에 낙찰됐다. 구매자 프리미엄을 포함한 최종가는 1029만5000달러(약 151억 원)다. 가로 254㎝, 세로 203㎝의 대형 전면점화인 ‘19-VI-71 #206’은 화면 전체를 푸른 점으로 채워 우주적 확산감을 만든다. 하단의 에메랄드빛 띠는 한층 깊은 색조를 이루며 작품의 초월적 분위기를 강화한다. 김환기는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 후 뉴욕으로 건너가 독자적 추상 ‘점화’를 완성했다. 특히 1971년작들은 그의 정신적·기술적 정점기로 평가된다. 이번 낙찰작 역시 그러한 절정기의 미감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번 기록은 김환기 ‘우주’(05-IV-71 #200, 1971)가 2019년 홍콩 경매에서 세운 약 153억 원에 이은 한국 미술품 경매가 2위다. 기대했던 최고가 경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재확인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1986)는 120만 달러(약 17억5800만 원)에 낙찰됐다. ‘20세기 이브닝 세일’에는 피카소, 자코메티, 뭉크, 샤갈,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도 함께 출품됐다. 2025/11/18
"전시회 관람하세요"…노루페인트, '600명 초대' 이벤트 노루페인트는 협찬 전시회 관람객 초대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노루페인트는 협찬한 세 곳의 대형 전시 공간에 연말까지 총 60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오는 13일부터 공식 SNS(인스타그램)에 댓글로 응모하는 이들 중 전시별 200명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협찬 전시들은 '예술과 색의 조화'를 주제로, 각기 다른 시대와 예술가의 감성을 노루페인트의 컬러로 풀어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소장품 특별전'은 스페인의 올드 마스터 명작부터 클로드 모네의 초기 작품까지 서양 미술사 600년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노루페인트의 프리미엄 팬톤페인트 8가지 컬러가 더해져, 작품의 깊이와 전시 공간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더현대서울 alt.1에서 개최되는 '알폰스 무하: 빛과 꿈'은 아르누보의 거장 알폰스 무하의 오리지널 작품 143점과 체코 국보 11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노루페인트의 친환경 ‘순&수’ 수성페인트 20가지 컬러가 사용됐다. 국내 최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에서는 인상주의의 탄생에서 모더니즘의 전개로 이어지는 예술적 변화를 탐구할 수 있다. 순&수 수성페인트 9가지 컬러가 공간의 조화와 깊이를 완성했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예술은 색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페인트는 그 감정을 담는 도구"라며 "이번 전시 협찬과 이벤트를 통해 일상 속에서 예술과 컬러의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5/11/18
[인사]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자료 과장 류지연 ▲청주관 운영부장 박수진 2025/11/18
루브르 또 뚫렸다…틱톡커들, 자작 그림 걸었다 지난달 절도범들에게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 또 한 번 보안상 허점이 드러났다. '모나리자' 전시실에 벨기에 출신 틱톡(TikTok)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그림을 몰래 걸고도 제지 없이 빠져나가는 데 성공하면서다. 15일(현지시각)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 르포인트 등에 따르면 벨기에 국적의 틱톡 크리에이터 두 명은 지난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루브르 '모나리자' 작품 주변 벽에 자작 그림을 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무모한 도전 영상으로 알려진 이들은 "보석 도난 사건 이후 보안이 실제로 강화됐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라고 이번 행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들은 레고 조립 방식의 액자를 제작해 부품 형태로 분해한 뒤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그림은 말아서 소지했고 입장 과정부터 검색대 통과, 전시실 도착까지 모든 과정을 촬영해 공유했다. 전시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경비원의 시선을 피해 한쪽에서 액자를 재조립하고, 본인 얼굴을 넣은 그림을 벽에 설치했다. 당초 목표는 '모나리자' 바로 옆에 거는 것이었지만 경비 배치가 촘촘해지자 계획을 바꿔 수 미터 떨어진 같은 전시실의 다른 벽에 그림을 걸었다고 한다. 이들은 "모나리자 바로 옆은 경비가 너무 많아 불가능했다. 하지만 결국 같은 공간 안에는 작품을 걸어뒀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을 벌인 전력이 있다. 과거 벨기에 헨트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을 몰래 걸어 화제가 됐으며, 지난 5월에는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화장실에 27시간 숨어 있다가 UCL 결승전을 무료로 관람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지난달 19일 오전 9시 30분께 4인조 절도범들이 센강변 쪽 외벽에 사다리차를 설치한 뒤 2층 아폴론 갤러리로 침입해 단 7분 만에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도난품 가치는 약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 직후 박물관은 이틀간 임시 폐관했고, 21일 정기 휴무일을 거쳐 사흘 만에 재개관했다. 루브르 측은 사건 이후 보안 강화를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까지 이어지며 보안 관리 전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2025/11/17
'철화분청사기 산업이 되다' 수상작 전시…총 39점 소개 골프존문화재단은 오는 19일까지 대전 골프존조이마루에서 제5회 ‘철화분청사기 산업이 되다’ 공모전 수상작 및 초대작가 전시를 개최한다고 16일 전했다. 해당 공모전은 3대 도자인 철화분청사기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고 전통문화 부흥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재단은 지난해부터 후원을 넘어 주최·주관을 담당하고 있다. 총 124점의 출품작 중 88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박연태 작가의 ‘낙화’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신영현 작가의 ‘돌멩이들’, 나용환 작가의 ‘철화덤벙물고기문다기’가 수상했다. 전시에서는 공모전 수상작 33점 등 총 39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영찬 재단 이사장은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과 발전 의지를 보여주신 모든 도예가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도 문화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2025/11/16
피라미드가 수신한 박종규 ‘영원의 코드’…"이집트 현재진행형 문명국"[박현주 아트클럽] 이집트 기자 사막에 피라미드가 두 겹으로 서 있다. 뒤로는 7000년 전 석조 피라미드가, 앞으로는 빨강·노랑·파랑 3원색 구조물이 또 다른 피라미드의 윤곽을 그린다. 사각 프레임 안 삼각 구조물이 사막의 수평선을 가르고, 바닥에 박힌 아크릴 미러 조각은 돌처럼 빛을 튀긴다. 한국 작가 박종규의 신작 대지미술 ‘영원의 코드(Code of the Eternal)’가 고대 유산과 디지털 시대를 동시에 호출하는 순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기자 피라미드(Pyramids of Giza)에서 가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가 15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했다. 아프리카·중동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야외 국제전으로 꼽히는 이 행사는 이집트 비영리 플랫폼 아르 데집트(Art D’Égypte)가 주최하고, 이집트 외교부·문화부·관광유물부의 후원과 유네스코 협력으로 열린다. 올해는 10개국 작가 10명(팀)이 참여했으며, 한국 작가로는 박종규가 유일하다. 피라미드 앞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강익중에 이어 두 번째다. ◆피라미드의 수학, 사막 위 디지털 구조로 다시 서다 “피라미드는 한국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역사·언어·문명 간의 지속적인 연결을 예술로 표현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박종규의 ‘영원의 코드’는 피라미드 고유의 기하학적 비례, 한국·이집트 고대 서사를 디지털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빨강, 노랑, 파랑색의 정사각형 철 프레임 속 삼각형 구조는 실제 피라미드의 각도와 높이, 변 길이에서 도출한 수학적 수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겉으로는 추상적이지만, 그 안을 이루는 수열은 임의로 뽑은 숫자가 아닌 ‘고대 피라미드의 비례 코드’다. 삼각의 구조물 앞 모래 위에는 약 1000개의 아크릴 미러 점(dot)이 흩어져 있다. 햇빛을 받으면 픽셀 노이즈처럼 반짝이는 이 점들은 작가가 쓴 시 ‘단군이 파라오에게 보내는 상상의 편지’를 모스 부호로 암호화한 결과물이다. 박종규는 이를 “감상용 텍스트가 아니라, 피라미드가 별자리를 통해 신에게 말을 걸던 것처럼 ‘위에서 보라고 쏘아올린 교감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설치물 옆 비석에는 이 암호가 영어·아랍어로 번역돼 새겨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피라미드 앞에서 작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두고 “시간이 겹쳐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수천 년 전의 기하학과 제가 만든 디지털 구조가 한 화면처럼 이어져, 피라미드가 제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1년 전 답사에서 이미 전체 구조를 머릿속에 그려두었지만, 실제 설치 과정에서는 사막의 모래바람과 현지 제작 방식의 차이를 견디며 “이집트라는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막 위에 놓인 기하학 구조와 바닥을 이루는 도트 언어는 그 자체로 한국과 이집트, 고대와 디지털, 신화와 정보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장면을 만든다. 박종규는 동양적 사고가 “보이지 않는 질서와 순환을 읽는 감각”에 기반한다며, 이번 작품에 단군 신화의 문장을 모스 부호로 암호화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아날로그 언어를 디지털 언어로 전환해,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 언어로 다시 쏘아 올리는 장치”라고 정의했다. “한국이 디지털 문명의 중요한 리더로 성장한 지금, 그 감각과 언어를 피라미드라는 인류 문명의 원점 앞에서 다시 발화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박종규 작품을 본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박종규 작업의 ‘언어성’을 짚었다. “피라미드에서 추출한 숫자열과 단군 신화를 모스 부호로 암호화한 구조는 단순 설치가 아니라 문명 간 언어 교환에 가깝다”며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시대 전환의 경계에서 양쪽을 중계하는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모스 부호처럼 시대·국가·종교를 초월한 공통 기호를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점이 독창적”이라며 “디지털 언어가 결국 1과 0의 구조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조형적으로 환기시키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전시용 이벤트가 아니라, 디지털 세계를 기반으로 축적해온 박종규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깊이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 박종규 작품이 ‘미래 문명’의 언어가 되는 이유 이규현 큐레이터는 올해 '포에버이즈 나우' 전시의 핵심 키워드를 “디지털과 영원”이라고 규정하며, 박종규가 이를 가장 명확히 구현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피라미드의 수학, 디지털 노이즈, 단군 신화가 한 구조로 엮인 작업”이라며 “고대 문명 한가운데서 K-아트가 자신만의 언어로 발언하는 드문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규현 큐레이터는 사실상 이집트 현장에서 한국 미술의 ‘민간 외교관’이다. 지난해 강익중의 ‘한글 신전’에 이어 올해 박종규의 ‘영원의 코드’까지, 그는 한국 작가들을 최초로 피라미드 앞으로 세워 ‘K-아트’를 고대 문명 중심부로 진입시켰다. 그는 “7000년 문명과 현대예술을 연결하는 일, 그 사이에 한국 예술을 세우는 건 국가 브랜드 확장과 직결된다”고 했다. 이어 “이집트는 단 한 번도 변두리였던 적이 없는 문명국이며, 지금도 지정학·문화·종교 모든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나라”라며 “한국 예술이 세계로 향하는 과정에서 이집트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명의 관문’”이라고 말했다. ◆ 고대 문명(이집트) × 미래 문명(한국)…이집트가 노린 큰 그림 이집트가 피라미드를 문화외교 무대로 삼는 데는 분명한 전략이 있다. 기자 피라미드 단지는 2023년에만 1470만 명이 찾았고, 이는 이집트 전체 관광객 수와 거의 동일하다. 2024년에는 방문객이 약 157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라미드 앞에서 국제 현대미술제를 연다는 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문화·관광·국가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세계에 발신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올해 개막식은 세 개의 피라미드가 동시에 보이는 지점을 특별 개방해 진행됐다. 지난해 스핑크스 앞 개막보다 훨씬 강력한 상징 자본을 활용한 셈이다.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는 이 전략의 최전선에 배치된 국제전으로,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절대적 상징 위에 현대미술과 각국 작가를 올려놓으며 “이집트는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 문명국”임을 증명하려 한다.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GEM)’과 피라미드 현대미술제의 정례화는 이러한 국가 전략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관광 수입·해외 송금·수에즈운하 통행료라는 기존 경제 구조의 한계를 넘어, 고대 문명을 21세기형 문화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집트를 모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문명의 원점에서 벌어지는 문화외교 ‘포에버 이즈 나우’는 단순한 야외 설치전이 아니라, 문명의 원점과 오늘의 예술을 직접 연결하는 문화외교의 장이다. 전시를 주최한 나딘 압델 가파르(Nadine Abdel Ghaffar) 아르 데집트 설립자는 “포에버 이즈 나우는 고대 이집트 역사와 현대미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글로벌 대화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고대 피라미드가 더 이상 ‘과거의 박물관’이 아니라, 세계 각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문화외교 무대로 재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병선 주이집트 총영사는 “이집트를 알지 못하면 세계사의 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곳은 7000년 문명의 발원지이자, 지금도 아랍권 최대 인구(1억 2000만 명)를 가진 지정학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알려진 5000년보다 더 깊은, 선사시대를 포함한 7000년의 문명 연속성을 품은 나라가 바로 이집트”라며 “처음부터 중심부였던 문명국이 다시 글로벌 예술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10개 언어가 말하는 ‘영원’…피스톨레토·살라 엘 마스리 등 참여 올해 전시에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VHILS, 리사이클 그룹, 나딤 카람, 브라질의 아나 페라리, 프랑스–베냉의 킹 우데크핑쿠, 이집트 작가 살라 엘 마스리 등이 함께했다.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피스톨레토는 아르테 포베라의 대표 작가로, 반영(reflection)과 참여를 강조해온 인물이다. 사막에 놓인 그의 스테인리스 구조물과 둘레의 바위들은 일종의 현대적 제의 공간처럼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드러낸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석조 구조와 대구를 이루며 고대의 무게와 현대의 가벼움이 교차하는 경계를 만든다. 특히 카이로 출신 작가 살라 엘 마스리의 설치는 이번 전시의 ‘신화적 무게’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고대 왕이 쓰던 반지를 거대한 스케일로 확대한 구조물로, 정면에는 커다란 환(環)이 뚫려 있다. 관람객이 그 안쪽에 서면 양옆에서 마아트(Maat)가 심장을 재는 고대의 심판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집트에서는 심장이 깃털보다 가벼워야 피라미드 너머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고 믿었다. 엘 마스리는 이 오래된 사후 세계의 서사를 현대 조각 언어로 다시 불러내 사막 위에 거대한 ‘균형의 눈’을 세웠다. 박종규의 이번 피라미드 프로젝트는 씨아이에스(CIS)와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AIF)의 후원이 더해져 완성됐다. 기술 산업과 공익 예술이 함께 만든 이 구조물은, 고대 문명의 발원 앞에서 또 하나의 ‘미래 언어’를 쏘아 올렸다. 해 질 무렵, 피라미드는 신화의 출구처럼 빛났다. 사막의 바람이 잠시 멎는 사이, 10개의 작품은 각각의 방식으로 ‘영원’을 말했고, 피라미드는 그 모두를 묵묵히 받아 적는 듯했다. 전시 제목 ‘포에버 이즈 나우(영원은 지금)’은 그 순간 더 이상 전시의 표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대가 미래에게 보내는 재발신된 메시지, 지금 이곳에서 다시 가동되는 문명의 선언에 가까웠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2025/11/16
피라미드 앞 '빨노파 피라미드'…박종규 '영원의 코드' 공개 15일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Pyramids of Giza)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대지미술 신작 ‘Code of the Eternal(영원의 코드)’가 공개됐다. 빨강·노랑·파랑의 삼각 기둥 구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의 고유한 수학적 구조와 한국·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피라미드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올해 전시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브라질 ·레바논 등 전 세계 10개국 작가 10명이 참여, 피라미드 앞에서 각국의 현대미술 위상을 뽐낸다. 사진은 포에버 이즈나우 한국 기획자인 이규현 큐레이터와 박종규 작가가 한국에서 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5/11/15
피라미드와 K아트 만남…박종규·이규현 '포에버 이즈 나우' 15일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Pyramids of Giza)앞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대지미술 신작 ‘Code of the Eternal(영원의 코드)’가 공개됐다. 빨강·노랑·파랑의 삼각 기둥 구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의 고유한 수학적 구조와 한국·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사막 위에서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피라미드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올해 전시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브라질 ·레바논 등 전 세계 10개국 작가 10명이 참여, 피라미드 앞에서 각국의 현대미술 위상을 뽐낸다. 사진은 포에버 이즈나우 한국 기획자인 이규현 큐레이터와 박종규 작가가 한국에서 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