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경·차명희·김미영·엄유정, 감각적 연대의 기록 ‘선(線)’은 단순한 조형 수단을 넘어, 감각과 사유, 존재의 흔적이 된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S2A 갤러리는 '유영하는 선 Floating Lines'전을 열고, 세대를 달리하는 네 명의 여성 작가 박인경(1926), 차명희(1947), 김미영(1984), 엄유정(1985)의 회화 속 ‘선’의 언어를 한 자리에 모았다. 회화 및 드로잉 50여 점을 선보인다. ‘선’을 중심으로 회화의 물성과 리듬, 추상성과 서사성을 탐색하는 전시는 서로 다른 시대의 여성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삶과 존재를 화면 위에 새겨왔는지를 조명한다. 수묵 추상의 대가 박인경의 최신작에서 출발해, 차명희의 반복과 제스처, 김미영의 리드미컬한 색채 붓질, 엄유정의 유려한 형태까지, ‘선’은 이들에게 감정이자 구조이며 생명이다. 박인경은 1세대 여성 화가로서 지필묵의 간결함 속에서 동서양의 추상 미학을 오가며 ‘살아 있는 선’을 그린다. 그녀의 선은 삶과 예술을 오롯이 통과한 리듬이다. 차명희는 ‘선을 긋고 지우는’ 반복 행위를 통해 존재의 흔적을 캔버스에 새긴다. 그녀에게 선은 흔적이자 호흡이다. 김미영은 웻 온 웻 기법을 통해 다채로운 색채와 감각의 흐름을 구현한다. 작가에게 선은 감각의 풍경이며, 촉각적인 회화다. 엄유정은 부드럽고 자유로운 곡선을 통해 추상적 형태와 정서를 환기한다. 이 작업은 선이 어떻게 감정을 호출하고, 기억을 발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유영하는 선’은 단지 형식의 전시가 아니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여성 작가들이 회화를 통해 어떤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감각적 연대의 기록이다. 동양화, 드로잉, 유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가들은 ‘선’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회화의 근원을 질문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선’과 ‘드로잉’, 그리고 여성 작가의 작업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7월 5일까지 열린다. 2025/05/12
국립현대미술관, 시니어~외국인까지…대상별 맞춤 교육 확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이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향유의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니어, 외국인, 청년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 시행한다. 올해는 참여 대상을 보다 세분화하고, 각 집단의 특성과 요구에 맞춘 실질적 프로그램을 신설해 ‘모두의 미술관’ 실현에 한걸음 다가간다. 미술관은 그동안 문화접근성 강화, 소장품 기반 교육 콘텐츠 개발, 교육 교구재 공유 등을 통해 ‘제12회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 대상’(교육부 주관)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시니어·청년·직장인…삶의 흐름 따라가는 맞춤형 기획 ▶시니어 대상 '미술관 한걸음'=은퇴 전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전시 감상과 미술관 건축 투어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공간 체험과 함께 개인적 기억을 환기하는 창작 워크숍을 병행하게 된다. 상·하반기 각각 운영되며, 매주 화·수·목요일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청년 대상 '공간 여행기'=은둔형 청년의 사회적 복귀를 돕는 신규 창작 프로그램으로, 정서·공간·행동 간의 연관성을 창의적 활동으로 연결한다. 4~5월 시범 운영 후, 하반기부터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성 예정이다. ▶직장인 대상 '아트 앤 런치'=점심시간을 활용해 전시를 관람하고 예술적 쉼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6월과 10월 중 월 2회(수·금요일) 운영된다. ◆외국인 관람객 대상 해설·워크숍 강화 외국인 관람객이 2024년 기준 22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은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MMCA Guided Tour'는 서울관의 건축과 주요 전시작을 소개하는 영어 투어 프로그램이며, 6월부터는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를 중심으로 주 3회 영어 해설이 정기 운영된다. 또한 참여형 워크숍과 국제 문화원 협업 프로그램도 병행해, 외국인에게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을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할 계획이다. ◆9월, 현대미술 강연 시리즈 신설 이와 함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현대미술 강연 시리즈>(가제)도 9월부터 시작된다. 서울관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와 연계해 진행되는 이 강연은 한국 현대미술사, 전시사, 작가론 등을 아우르며 총 10회에 걸쳐 운영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대상별 특성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술관, 모두가 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2025/05/12
'그림자가 실체를 대신할 때'…피터 오즈 개인전 실체는 침묵하고, 그림자가 말한다. 아티스트 그룹 피터 오즈(Peter OZ)의 개인전 ‘The Shadow of a Shadow’가 14일부터 2주간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피터 오즈 퍼포머(페인터)는 이승하 작가다. 작가는 '그림자가 실체를 대신하는 세계'를 탐구하며, 인식의 역전이라는 개념적 장치를 시각화한다. 전시에서 빛을 거의 흡수하는 무소블랙(mosou black)으로 칠해진 미니어처 의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피터 오즈는 이 역전된 구조 속에서 '무엇이 존재를 증명하는가'를 묻는다. 그림자는 철학과 문학 속에서 오래도록 자아의 비유이자 흔적이었다. 플라톤의 '허상', 융의 '무의식의 자아', 데리다의 '트레이스',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까지. 문학 속 그림자 또한 종종 '나'의 정체성을 떠받치는 존재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그림자는 "내가 없으면 너는 그냥 껍데기야"라고 말한다. 피터 오즈는 이러한 관념들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 실체를 무화하고, 그림자에 디테일을 부여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불안정한 자아 상태를 반영한다. 'The Shadow of a Shadow'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지각과 인식, 실체와 환영, 존재와 결핍 사이를 오가는 감각적 우화다. 한편, 피터 오즈는 '물감을 금처럼 다루는 연금술사'라 불리는 아이작 오즈(Isaac OZ)와 가족이다. 아이작 오즈는 큐레이터이자 문화이론가인 이승환씨가 10년전 기획한 프로젝트로 김유정, 김지명(개발자), 김효중, 전소희(퍼포머)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엄격한 분업과 협업을 바탕으로 예술가 개인의 자아와 본능을 지우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정체성을 제안한다. 전시는 27일까지. 2025/05/12
"발달장애 작가들 예술세계"…아트림 정기전 '숲을 닮은 조각들' 개최 발달장애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 '아트림'의 제14회 정기전 '숲을 닮은 조각들(The pieces of Forest)'이 오는 21~26일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1층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11일 아트림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끌림이 있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강예진, 강태원, 공윤성 등 22명의 아트림 소속 작가들이 참여한다. 각 작가들은 자신의 대표작 1점씩을 선보이는 한편, '숲'을 주제로 한 공동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아트림은 발달장애 작가와 부모들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예술의전당, 청와대 춘추관,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경희 아트림 대표는 "아트림 정기전은 작가들과 부모님들이 힘을 합쳐 준비했다"며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람객들의 따뜻한 격려가 발달장애 작가들이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오프닝 행사는 오는 22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관람을 원하면 21일부터 26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를 방문하면 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까지다. 한편 아트림은 '예술로 숲을 이루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자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특성과 재능을 지원하는 단체다. 2025/05/11
베니스비엔날레 첫 아프리카 여성 예술감독, 코요 쿠오 별세 2026년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코요 쿠오(Koyo Kouoh)가 1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58세.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Zeitz MOCAA)은 공식 SNS를 통해 그의 부고를 알리며 “예술계와 세계는 진정한 리더이자 혁신가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쿠오는 지난해 말, 베니스 비엔날레 사상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여성 예술감독으로 임명되며 국제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세네갈과 독일을 거쳐 활동해온 그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세계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2019년부터 자이츠 MOCAA 총괄 디렉터를 맡아온 그는 2022년, 흑인 인물화 100여 점을 조명한 대형 기획전 When We See Us: A Century of Black Figuration in Painting을 선보이며 유럽·미국 중심의 미술 담론에 균열을 낸 기획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이끌 예정이던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2026년 4월 개막을 앞두고 있었으며, 전시 주제와 구체적인 기획 방향은 오는 20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측은 성명을 통해 “코요 쿠오는 예술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세계를 연결했던 이였으며, 그가 남긴 유산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쿠오의 별세로 인해 비엔날레 측은 후속 예술감독 선임 및 전시 방향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미술계 일각에서는 그의 기획안을 최대한 존중해 전시를 이어가는 것이 진정한 추모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5/05/11
승지민, '석류로 달을 쏘다'…본화랑서 개인전 “달항아리는 더 이상 선비정신의 유물이나 전통적 오브제가 아니라, 새로운 여성성의 열린 그릇이자 감정의 컨테이너다” 승지민 개인전 '석류로 달을 쏘다'(Shooting at the Moon with Pomegranate)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본화랑에서 오는 13일부터 6월 7일까지 열린다. 서울대와 미국 산호세주립대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작가는, 전통 달항아리와 석류, 여성의 몸을 주요 모티브로 여성성과 생명의 본질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 '달을 쏘다'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한 손에는 꿈을, 한 손에는 용기를 쥐고” 달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리는 그 시적 장면을 여성의 시선으로 해석하며, 포슬린 페인팅과 회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대표작 'Cell Division–Shooting at the Moon I'(2025)은 윤동주의 시적 이미지에 생명과 재생의 상징인 석류를 결합해, 여성 내면에 깃든 창조성과 치유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유려한 곡선의 달항아리는 여성의 신체와 생명력을 암시하고, 그 위에 놓인 석류는 세포 분열처럼 확장되는 생명의 서사를 품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적이던 달항아리를 주체적 상징으로 전환시키며, 여성의 복합성과 재생 가능성을 회화로 드러낸다. 특히 석류는 작가에게 다산과 풍요, 고난과 부활을 동시에 상징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르네상스 성화 속 석류에서 시작된 이 상징은, 작가의 작업 안에서 세포의 이미지로, 혹은 붉은 감정의 결정체로 변화하며 새로운 시각 언어를 생성한다. 윤동주 시인의 서거 8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동시대 여성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존재의 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2025/05/11
시스플래닛, 발달장애 예술가와 브랜드 협업 전시 잇따라 선보여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온 시스플래닛이 감성 문화 브랜드 로우키와 손잡고 릴레이 전시 'LOWKEY X SYS PLANET'를 진행한다. 첫 번째 전시는 시스플래닛 소속 발달장애 예술가 김기혁이 연다. 지난 1일 시작된 김기혁 작가의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서울 성수동 로우키 성수점과 로우키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두 공간에서 열린다. 김기혁 작가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며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는 듯한 순수함과 생기 넘치는 색감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신작과 대표작을 통해 그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며, 일상 속에서 예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또한 작가 그림이 담긴 굿즈도 함께 선보인다. 로우키와 협업한 드립백 '세상의 빛'과 에코백 등이 판매된다. 이번 전시는 로우키의 전시 공간 후원으로 실현됐다. 시스플래닛은 김기혁 작가의 전시를 시작으로 소속 작가들의 전시를 순차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만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시스플래닛은 프리미엄 퍼스널케어 브랜드 쿤달, 이은규 작가와 함께 'The Scented Village(향기마을)'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16일까지 서울 압구정 'Bakery & Coffee by KUNDAL'에서 이어진다. '향기가 가득한 마을'을 주제로 기획된 이번 협업은 예술과 향기, 브랜드와 창작자의 세계가 어우러지는 감각적 공간으로 구성됐다. 시스플래닛 소속 발달장애 작가인 이은규의 첫 개인전이 함께 열려 예술가의 고유한 세계관과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은규 작가는 자신의 고양이 '코코'를 모티브로 한 회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과 더불어 해당 캐릭터가 정요된 쿤달 제품을 함께 선보인다. 작가의 일러스트를 활용한 컬러링 체험, 향낭 만들기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과 쿤달과 이은규 작가의 콜라보로 제작된 굿즈도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The Scented Village' 팝업스토어는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2025/05/10
오디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베르사유 건축상 수상 서울 서초구의 사립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Audeum)’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7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2025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 박물관 부문 수상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베르사유 건축상은 2015년 유네스코의 후원 아래 창설된 국제 건축상으로, 매년 전 세계의 우수한 건축과 디자인을 선정해왔다. 공항, 학교, 여객터미널, 스포츠 경기장, 쇼핑몰, 호텔,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하며, 2024년에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박물관(Museum) 부문을 신설했다. 올해 처음 발표된 박물관 부문 수상작은 신규 개관하거나 리노베이션을 마친 공간 중 엄선된 7곳이다. 이 중 3개 박물관은 오는 12월, 베르사유 본상(Prix Versailles)과 함께 인테리어 특별상, 외관 특별상 수상자로 추가 선정될 예정이다. ◆오디움은? 2024년 6월 5일 문을 연 오디움은 1877년 에디슨의 유성기 발명 이후 150년간의 오디오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국내 최초 오디오 전문 박물관이다. KCC 창업주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유산과 정몽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서전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연면적 22만4246㎡, 지상 5층·지하 2층 규모의 박물관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가 설계했으며, 그의 디자인이 국내에서 실현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건물 외벽은 밝은 알루미늄 파이프 2만 개가 수직으로 감싸고 있어, 빛과 그림자가 수직으로 쏟아지며 숲 속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과 도시의 경계, 기술과 감성의 접점을 탐색한 이 건축은 “소리를 수용하는 공간의 철학”을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관 이후 오디움은 상설전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 희귀 LP를 직접 감상하는 렉처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람객을 맞고 있으며, 2025년 5월 기준 누적 방문자는 1만 7000여 명에 달한다. [[[[:newsis_inyoung_left_start:]]]]오디움은 이번 수상으로 ▲프랑스 ‘그랑 팔레’ ▲인도네시아 ‘사카 박물관’ ▲노르웨이 ‘쿤스트실로’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아트퓨쳐’ ▲미국 ‘클리블랜드 자연사 박물관’ ‘조슬린 미술관’ 등과 함께 세계적 건축 박물관의 반열에 올랐다. [[[[:newsis_inyoung_left_end:]]]]최종 본상 및 인테리어·외관 특별상은 오는 12월, 유네스코를 통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2025/05/10
김창열·김환기·이우환·박서보, '서신'으로 보는 한국 미술사 6·25 전쟁 이후 폐허의 시기를 지나며 한국 현대미술은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냈을까. 김창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서로 다른 시공간을 오가며, 이들은 편지로 대화했고, 추상으로 사유했다. 그리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이끈 거대한 축이 되었다. 뉴욕의 티나킴갤러리는 오는 6월 21일까지 'The Making of Modern Korean Art: The Letters of Kim Tschang-Yeul, Kim Whanki, Lee Ufan, and Park Seo-Bo, 1961–1982'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네 작가의 예술적 교류와 실천을 조명하는 첫 학술 기반 전시로, 동명의 연구서 출간과 함께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김창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가 1960~80년대 주고받은 편지와 전시 브로슈어, 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각 작가의 대표작도 함께 소개된다. 추상이라는 조형 언어를 매개로 한 이들의 실험은, 전통과 서구를 단순히 계승하는 것을 넘어 ‘한국적 현대성’이라는 개념을 자생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환기는 전통 미감에서 출발해 뉴욕 시절 점화 추상으로 나아갔고, 박서보와 김창열은 유럽 앵포르멜 이후 각자의 양식(묘법과 물방울 회화)을 정립했다. 이우환은 일본 모노하의 대표 작가로서 철학적 추상과 물질적 긴장을 융합했다. 이들이 남긴 편지는 단순한 우정이나 교류를 넘어서,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위한 ‘집단적 전략’이자 ‘정신적 연대’의 증거였다. 뉴욕·도쿄·파리·서울을 연결한 이 서신들은, 당시 열악한 문화 인프라 속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의 방향을 논의하는 실제적 도구였다. 전시와 함께 발간된 동명 연구서에는 정연심 교수(홍익대)와 정도련 큐레이터(M+ 뮤지엄)가 공동 편집자로 참여했다. 안휘경(구겐하임 미술관)의 비평도 수록돼 있다. 이 책은 한국 앵포르멜에서 단색화로의 전환을 학술적으로 구조화한 첫 시도로, 향후 한국 현대미술 연구의 주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티나킴갤러리의 뉴욕 공간 개관 10주년이자,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단색화 특별전 공동기획 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전시 개막과 함께 북미 현지에서 학술 토크도 열렸다. 지난 9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출간 기념 대화에는 정연심, 정도련, 안휘경, 이우환 작가, 그리고 모더레이터 앤드류 러셋(Artnet News Pro 편집장)이 참여해 당시 서신과 현대미술의 형성 과정을 깊이 논의했다. ◆Tina Kim Gallery? 2001년 설립된 티나킴갤러리는 2014년 뉴욕 첼시의 1층 전시 공간에 개관했다. 박서보, 하종현, 김창열 등 한국 단색화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또한 아시아 및 아시아 디아스포라 작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가 간 경계를 넘는 예술 담론을 넓히고, 미술사적 서사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오고 있다. 파시타 아바드, 가다 아메르, 타니아 페레스 코르도바, 이미래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20 여 명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 및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현대미술 연구기관, 큐레이터, 비평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심도 있는 전시와 출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25/05/10
예올 '공예마음'…고보형·김신령·김준용·신명덕·조장현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 속에서, 단단하게 쌓아 올린 손의 철학이 빛을 발한다. 한국 공예 후원재단 예올은 오는 6월 10일까지 북촌 예올 전시관에서 2025년 공예 기획전 '공예마음'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금속, 나무, 도자, 유리, 장신구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자신만의 공예 세계를 구축해온 현대 공예가 5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고보형, 김신령, 김준용, 신명덕, 조장현으로, 실용성과 예술성, 전통과 현재를 넘나드는 작업들이 전통 한옥 공간에서 선보인다. 전시 제목 ‘공예마음’은 공예가들이 오랜 시간 다져온 사고와 태도, 그리고 재료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기획자인 장신구 작가 김정후는 “공예에 진심을 담아온 이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작품”이라고 전했다. 금속 작업을 선보이는 고보형은 사물의 제작 과정을 작업의 일부로 인식하며, 형식보다 과정과 조합의 원리에 집중한다. 김신령은 “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간극”이라는 철학을 장신구라는 매체로 풀어낸다. 김준용은 유리를 통해 빛과 기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신명덕은 쓰임보다 나무 재료 본연의 감각에 주목한 조형 작업을 이어간다. 고려청자 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조장현은 전통에 대한 애정과 일상의 기억을 도자에 새긴다. 재단법인 예올은 2002년부터 한국 전통 문화유산 보호와 공예 후원사업을 꾸준히 이어온 비영리 재단이다. ‘예올 공예 기획전’은 예술성과 실용성을 아우르는 현대 공예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자리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미래의 새로운 전통으로 연결해간다. 이번 전시는 유행이나 형식에 흔들리지 않는 장인의 정신, 그리고 공예가 삶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