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세화미술관 전시 앞두고…‘거꾸로 회화’ 거장 바젤리츠 별세 전후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30일(현지시간) 외신과 타데우스 로팍 발표에 따르면 바젤리츠는 이날 별세했으며,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8년 독일 드레스덴 인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난 그는 동서독 분단 시기인 1958년 서베를린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다. 본명은 한스 게오르그 케른(Hans-Georg Kern)으로, 1961년 고향 지명을 따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하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동독 조형예술대학 재학 시절 ‘정치사회적 미성숙’을 이유로 제명된 그는 이후 서독으로 건너가 1957년부터 1963년까지 학업을 이어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강요하던 동독 미술에 반기를 든 동시에 서독의 주류였던 추상미술에도 저항하며, 재현과 추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독자적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특정 양식이나 이데올로기에 속하지 않고,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63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양동이 속 거대한 밤’으로 미술계에 강렬한 파문을 일으켰다. 뒤틀린 신체와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이 작품은 전후 독일 사회의 붕괴와 억압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평가와 함께 외설 논란에 휘말리며 당국에 압수되기도 했다. 1969년 ‘거꾸로 된 숲’을 기점으로 바젤리츠는 화면을 전복시키는 회화로 전환한다. 초대형 캔버스에 대상을 상하로 뒤집어 그리는 방식은 재현을 거부하고 회화의 물질성과 행위 자체를 드러내는 시도였다. 그는 “모든 독일 화가는 독일의 과거에 노이로제를 갖고 있다. 전쟁과 전쟁 이후, 특히 동독에 대한 기억이 나를 우울과 압박에 몰아넣었다. 내 그림은 전투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9년에는 아카데미 데 보자르 회원으로 선출됐으며,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최초의 생존 작가로 기록됐다. 그는 회화를 재현이 아닌 ‘발굴’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나는 드로잉과 회화를 통해 보이는 것 뒤나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선과 형태로 변환된 과정 속에서, 나는 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해왔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세계를 뒤집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이면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1980년대에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하며 국제 미술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4년에는 ‘예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임페리얼상을 수상했다. 말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갔으며, 아내이자 화가 엘케 바젤리츠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다. 갑작스러운 타계로 예정된 주요 전시들도 의미가 달라지게 됐다. 바젤리츠는 오는 6일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오는 8월 세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섬에서 거꾸로 뒤집힌 인물 이미지와 금빛 배경이 결합된 신작 회화 시리즈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세화미술관은 “이미 작품이 확정됐다"며 "전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국 미술시장과의 접점도 깊다. 그는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전에 참여하며 국내 컬렉터층과 본격적으로 만났고, 이후 주요 아트페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타데우스 로팍은 바젤리츠의 회화 ‘Es ist dunkel, es ist’(2019)를 180만 유로(약 29억 원)에 판매하며 해당 행사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여전히 견고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05/01
평범한 일상의 축적, 하나의 역사…‘한씨네 삼남매’ 사진전 사진가 고(故) 한치규(1929~2016) 10주기를 맞아 추모 사진전 ‘한씨네 삼남매’가 5월 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 서울의 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삼남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사진집 ‘한씨네 삼남매’(2012)에 수록된 작품을 포함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 20여 점이 공개된다. 이와 함께 서울의 도시 변화상을 기록한 ‘변모하는 서울’, 전방부대와 비무장지대의 모습을 담은 ‘분단 이후’ 주요 작품이 슬라이드 쇼로 상영돼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면모도 함께 소개된다. 한치규는 함경남도 정평 출신 실향민으로, 1·4후퇴 당시 월남한 뒤 국군에 입대해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30여 년간 군에 복무하며 사진을 독학으로 익혔고, 1965년 한국예총 신인예술상 흑백부문 입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급변하는 도시 풍경과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삼남매의 탄생과 성장 과정, 전쟁 이후의 사회 변화가 함께 기록된 그의 사진은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둘째 딸 한승원 씨는 “아버지는 평생 사진 촬영과 인화, 기록에 열정을 쏟았다”며 “가족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사진이 전하는 온기를 많은 이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5/01
레픽 아나돌, 세계 최초 AI 미술관 ‘데이터랜드’ 6월 개관 인공지능(AI) 기반 예술을 전면에 내세운 세계 최초의 미술관 ‘데이터랜드(Dataland)’가 오는 6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관한다. 외신에 따르면 데이터랜드는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과 그의 파트너 엡순 에르킬리치(Efsun Erkiliç)가 설립했으며, 약 2년 반에 걸친 기획과 공사를 거쳐 문을 연다. 미술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복합문화단지 ‘그랜드 엘에이(The Grand LA)’ 내부에 들어선다. 이 일대에는 더 브로드(The Broad),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등이 밀집해 문화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데이터랜드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리빙 뮤지엄(living museum)’을 표방한다. 개관전 ‘머신 드림스: 레인포레스트(Machine Dreams: Rainforest)’는 5개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며, 새소리와 식생, 기후 등 방대한 생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가상의 열대우림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미술관 설계는 글로벌 건축사무소 겐슬러(Gensler)가 맡았으며, 전체 약 3만5000제곱피트(약 3250㎡) 규모 중 3분의 1가량이 전시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 설비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는 아나돌 스튜디오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라지 네이처 모델(Large Nature Model, LNM)’이 활용된다. 해당 모델은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Institution), 런던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코넬 조류학 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됐다.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 미술관 측은 오리건주에서 운영되는 87% 탄소 프리 서버를 활용하고 있으며, 관람객 1인 기준 에너지 소비량은 스마트폰 1회 충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레픽 아나돌은 2024년 국내에서도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서울 가회동 푸투라 서울 개관전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선보이며 대규모 설치 작업을 공개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전례 없는 화제를 모은 그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레픽 아나돌은 “데이터랜드는 기계 지능 시대에 예술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시도”라며 “로스앤젤레스는 예술과 음악, 영화, 건축의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이곳에서 첫 미술관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2026/05/01
분홍 심장, 푸른 동물…고상우의 공존 미학 [박현주 아트클럽] 푸른 화면 속, 동물들은 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의 고통을 외면해 왔는가. 상처 입은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중심 사회의 폭력을 되묻는 전시가 열린다 사비나미술관에서 5월 2일 개막하는 고상우 기획전 ‘스틸 브리딩: 아직 숨 쉬고 있다(Still Breathing)’는 인간의 욕망과 시스템 속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미술로 상처 입은 동물을 위로하는 전시 제목 ‘스틸 브리딩’은 단순한 상태의 묘사가 아니다.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이 문장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의지이자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품는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숨을 이어가는 존재들을 통해 이번 전시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생명들을 외면해 왔으며, 그 침묵에 어떤 방식으로 가담해 왔는가. ◆푸른색 네거티브 기법으로 드러낸 생명의 서사 사진작가이자 현대미술가인 고상우(48)는 ‘인간과 생물 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공존’이라는 세계관을 예술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과 퍼포먼스를 전공한 그는 사진, 퍼포먼스, 회화, 디지털 드로잉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일관된 메시지를 구축해왔다. 그의 시그니처인 네거티브 필름 효과를 활용한 ‘푸른색 반전 기법’을 통해 현실을 낯설게 뒤집는다. 이 기법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유학 시절, 자신의 피부색이 파란색으로 반전되어 보이는 경험에서 출발해 2001년 자화상 ‘꽃을 든 남자’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멸종위기 동물 시리즈로 확장되며 작가를 대표하는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았다. 고상우의 ‘블루’는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타자의 시선에서 비롯된 감각이다. 이민자로 살았던 어린 시절, 언어와 문화, 피부색의 차이를 체감하며 그는 늘 ‘바깥의 사람’으로 존재했다. 그 경험은 약자를 향한 시선으로 이어졌고, 인간을 향하던 관심은 동물로 확장됐다. 작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존재에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서커스단에서 구조된 동물을 본 경험이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속 동물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보호받았어야 할 존재들이다. 2022년 발표한 ‘운명’은 이러한 시선이 응축된 작업이다. 한국전쟁과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사라진 생명의 흔적을 추적해 복원한 이 작품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눈동자는 재현을 넘어 존재에 대한 애도이자 기억의 호출로 작동한다. 푸른 화면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분홍빛 하트는 고상우 작업의 핵심 장치다. 차갑고 깊은 색감 속에 놓인 작은 하트는 강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 하트는 장식이 아니다. 상처 입은 존재의 중심에 남아 있는 감정, 지워지지 않는 생명의 온기를 상징한다. 차가운 세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감각, 끝내 꺼지지 않는 어떤 마음에 가깝다. 또한 그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동물들의 눈이다. 화면 속 동물들은 더 이상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선의 방향을 뒤집는다. 가로·세로 150㎝에 달하는 대형 화면 속 눈빛은 쉽게 피할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질문이 된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 혹은 누구에게 바라보이고 있는가. 이 응시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하나의 선언이다. 동물 역시 감각하고 기억하는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존엄과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환기한다. 인간 중심적 위계에 균열을 내는 이 장치는 강렬하다. 동물은 더 이상 열등한 종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호출된다. 이번 전시는 거시적 담론에서 나아가 개별 생명의 구체적인 서사에 집중한다. 화장품 실험에 사용되는 토끼 ‘랄프’, 탈출을 시도했던 얼룩말 ‘세로’, 밀렵을 피해 뿔을 제거당한 코뿔소 ‘디혼’ 등 상처 입은 존재들은 더 이상 사례가 아닌 하나의 얼굴을 가진 생명으로 다가온다. ◆청주동물원 협업…현실과 맞닿은 예술 청주동물원과의 협업은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실제 보호와 치료를 받고 있는 동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작업은 예술이 현실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작 ‘하나(하나·Hana)’는 선천적 부리 기형으로 구조된 독수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청주동물원에서 날카로운 눈빛의 ‘하나’와 마주한 순간, 맹금류의 본능 깊은 곳에 자리한 광활한 하늘을 향한 갈망을 읽어냈다. 그 감각은 작품의 조형 언어로 번역된다. 푸른 화면 속에서 분홍빛 하트를 품은 노란 눈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붙든다. 상처 입고 보호 아래 놓인 조건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비상의 본능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하늘을 향하는 존재의 모습은 보호와 존엄, 회복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경계 위에서 드러난 공존의 가능성 고상우는 세계자연기금(WWF)과 협력해 백령도와 가로림만 일대에서 점박이물범을 기록해왔다. 북방한계선(NLL)이라는 군사적 긴장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물범의 모습은 인간이 만든 경계의 인위성을 드러낸다. 대표작 ‘국경 없는 얼굴들 2026’, ‘경계선 2026’은 분단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지속되는 생명과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긴장과 대립의 상징인 공간이, 물범에게는 오히려 위협이 적고 먹이가 풍부한 생존의 공간이 된다. 이 역설은 우리가 만든 경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한다. 이 전시는 감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응답을 요청한다. 가장 약한 존재의 곁에 서는 일, 그리고 보이지 않던 고통을 인식하는 일이다. ‘스틸 브리딩’은 애도의 문장이 아니라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다. 예술은 보게 하고, 느끼게 하고, 결국 행동하게 만든다. 그 힘은 지금, 우리의 선택을 향하고 있다. 전시는 사비나미술관 2층과 5층에서 5월 30일까지 열린다. 2026/04/30
세계 박물관의 날 맞아 전국서 '만나다·즐기다·거닐다' 내달 18일 세계 박물관의 날을 맞아 전국 약 310개 박물관·미술관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체부와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의회가 주관하는 '2026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내달 1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주제는 '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잇는 박물관'이다. 소통·포용의 공간으로서 박물관·미술관이 가진 화합의 가치에 주목하겠다는 취지다. 행사는 '뮤지엄X만나다' '뮤지엄X즐기다' '뮤지엄X거닐다'로 구성됐다. '뮤지엄X만나다'는 전국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을 홍보하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제는 '최초, 그리고 시작'으로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한 전국 50개 기관 대표 소장품 50건을 강연·체험·이야기 전시 등으로 선보인다. 전시·교육·공연 등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뮤지엄X즐기다'는 전국 18개 기관에서 16개 특별전시와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행사 주제에 맞춰 과거 상처와 현재 대립을 연대로 전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뮤지엄X거닐다'는 지역 박물관·미술관을 소개한다. 서울, 공주, 경주, 제주 4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가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안내하는 행사가 총 12회 운영된다. 개막식은 내달 4일 오후 2시 경기 남양주 모란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향미 문화예술정책실장은 "'2026 박물관·미술관 주간'은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가치를 조명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소개하는 행사"라며 "이번 주간을 통해 많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재발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6/04/30
백남준 20주기 전시 잇따라…가고시안 이어 화이트 큐브 가세 백남준 타계 20주기를 맞아 글로벌 화랑과 기관에서 기념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화랑 가고시안은 ‘APMA 캐비닛’에서 미공개 작품을 국내에 처음 공개하는 특별전을 열고, 영국계 화랑화이트 큐브 서울은 그리스 키네틱 아티스트 Takis, 타키스와의 2인전을 선보인다. 백남준(1932~2006)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영상과 텔레비전,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전개했다. 그는 1974년 ‘electronic superhighway’, 전자 초고속도로 개념을 제시하며 오늘날의 글로벌 네트워크 환경을 예견했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화이트 큐브 서울은 5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백남준과 타키스의 2인전 ‘듀엣: 타키스와 백남준(Duett: Takis and Nam June Paik)’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타키스 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의 협력으로 기획됐다. 전시는 선불교, 불확정성, 우연성이라는 공통의 사유를 축으로 두 작가의 작업을 병치한다. 약 50여 년이 흐른 지금, 두 작가의 실험을 다시 조명하는 이번 전시 제목 ‘듀엣’은 1979년 독일 쾰른 미술협회에서 열린 퍼포먼스 ‘Duett: Paik/Takis’, 듀엣: 파이크/타키스에서 출발했다. 당시 퍼포먼스는 존 케이지, 존 케이지의 음악적 사유를 공유한 협업으로, 백남준의 피아노 연주와 타키스의 금속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충돌음과 진동이 교차하며 기존 음악 질서를 해체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타키스 17점, 백남준 4점 등 총 21점이 선보인다.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과 ‘뮤지컬’ 연작이 나란히 배치되며, 소리와 진동, 매체와 물질이 교차하는 장면을 구성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도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를 통해 백남준의 주요 작품들이 공개됐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에 선보인 거대한 거북선 형상의 ‘콘-티키’와 함께 기술과 생태 환경의 공존을 탐구한 ‘절정의 꽃동산’은 20여 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공공·학술 기관에서도 백남준을 재조명하는 기획이 이어진다. 백남준아트센터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은 백남준 20주기와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40주년을 기념해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특별전 ‘백남준, 비디오스피어 생태학자’를 개최한다.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인 EMAP는 2001년 백남준이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초빙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행사로,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백남준 타계 20주기를 계기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들은 화랑과 미술관, 대학을 가로지르며 그의 예술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2026/04/30
종이 위의 무용…400인 참여 ‘한글서예의 美’전 서예는 필획의 운율과 리듬으로 표현되는 예술이다. 흔히 ‘악보 없는 음악’, ‘종이 위의 무용’으로 불린다. 한글이라는 문자예술을 통해 서예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회장 김성재)는 5월 1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한글서예의 美 – 붓 끝에 핀 작은 꽃’을 개최한다. 국내 서예작가 4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다. 이번 전시는 한글서예의 조형미와 현대적 감성을 동시에 조명한다. 찰나의 몰입과 정성이 깃든 붓놀림은 종이 위에서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며 예술적 승화의 과정을 드러낸다. 모든 작품은 가로 30cm, 세로 40cm 내외의 소품 형식으로 제작돼, 작은 화면 속에 응축된 한글의 미감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에 점점 희소해지는 붓의 물성과 서예의 깊은 울림을 전하려는 시도다. 전시 기간 중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개막일인 5월 1일 오후 2시에는 대형 휘호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5일 어린이날에는 ‘붓끝에 핀 작은 꽃 – 어린이날 한글예술축제’가 진행된다. 현장에서는 캘리그라퍼들이 어린이들의 이름과 메시지를 한글서예 작품으로 써서 선물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김성재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장과 이주형 추진위원장은 “한글서예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넓히는 뜻깊은 자리”라며 “미래세대가 붓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4/30
600명 작가·기획자 배출…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주년 기념전 기술이 삶의 조건이 된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연결되는가. 서울시립미술관은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간 작가 17명(팀)의 작품 60여 점을 통해 기술·자본·미디어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본성과 예술적 창조성을 탐구한다.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그간 600여 명의 작가와 기획자를 배출하며 ‘과정 중심’ 창작 지원을 이어온 대표적 레지던시다. 이번 전시는 그 축적된 시간 위에서, 레지던시 이후에도 이어지는 창작의 흐름과 동시대 미술의 확장 가능성을 조망한다. 전시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 존재를 둘러싼 환경으로 전제한다. 낙관과 비관을 넘어, 인간이 비인간 존재와 얽혀 살아가는 조건 속에서도 지속되는 감정과 관계, 취약성의 문제를 다룬다. ‘사랑의 기원’은 고전 신화와 서사의 원형을 동시대 기술 환경과 접목해 재구성한다. 프로메테우스 신화, 레테의 강, 영웅 서사 등 고전적 내러티브는 SF적 상상력과 포스트휴먼 관점을 거쳐 다시 쓰인다. 전시는 네 개의 서사로 구성된다. ‘훔친 불꽃’은 기술과 신체의 결합과 감각의 확장을 다루고, ‘망각의 강’은 기억과 데이터, 생명과 보존의 문제를 탐색한다. ‘낯선 귀환’은 시스템 바깥의 존재와 비규범적 삶을 호출하며, ‘기원으로’는 기술 시대 인간성과 ‘사랑’의 자리를 묻는다. 듀킴의 신작 ‘다육복음서’, 정희민의 ‘아르카디안 더스크’, 강우혁의 영상 작업, 김현석의 ‘LUCY 1.0’ 등은 기술과 인간, 기억과 신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김예슬, 신정균, 이베타 강선영 등 작가들은 퍼포먼스와 영상, 설치를 통해 시스템 밖 존재들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특히 전시는 고정된 관람 형식을 넘어 퍼포먼스, 워크숍, 예술×과학 대담 등으로 확장된다. 관람객은 전시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와 경험을 통해 서사를 완성하게 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이 전시는 신화와 서사 위에 동시대 작가들의 언어로 인간다움의 조건을 다시 묻는 자리”라며 “기술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각자의 속도로 따라가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다. 2026/04/30
왕비 침전 창경궁 통명전서 만나는 왕비의 취향 "이토록 귀한 정성을 어찌 날 것 그대로 보낼 수 있겠느냐." 관객 참여형 상황극에서 왕비가 회임한 세자빈에게 건넬 축원물에 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옆에 선 상궁이 "비단 보자기가 있사옵니다"라며 "왕실에서 보자기는 단순히 물건을 감싸는 천이 아니라 보내는 이의 축복을 봉하는 마음의 그릇이라 하였나이다"라고 설명했다. 29일 조선 왕실 가족의 생활 공간으로 쓰였던 창경궁에서 '2026년 제12회 봄 궁중문화축전'의 신규 프로그램 '왕비의 취향'을 먼저 체험하는 팸투어가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상황극과 체험·전시 관람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보물 창경궁 통명전은 창경궁 내전의 으뜸전각으로 왕비의 침전이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주로 왕대비의 생활공간으로 쓰였던 곳이다. 상황극을 통해 참여자들은 통명전에서 과거 궁중 여성의 장식·포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왕비 역을 맡은 배우가 "모나고 단단한 물건도 그 안에서는 부드럽게 감싸이는 것. 그것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우리 왕실의 법도"라며 "그대들의 손끝으로 정성껏 감싸보시오"라고 청했다. 양정은 호호당 대표가 강사로 나서 보자기 포장에 관해 설명했다. 양 대표는 "보자기 포장이 어렵고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음을 전하는 게 먼저"라며 "눈을 감고 선물을 전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따뜻한 무엇이 생기는 데 그게 보자기 포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조선시대 보자기의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고 가방이자 가구 역할도 했다며 보자기가 가진 유연함을 강조했다. 상황극이 이뤄진 곳 양옆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 있었다. 또 자수·금박·옥 등 궁궐 여성 장식 문화와 관련한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하루 2회 총 2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복을 입고 온 양혜리(28)씨는 "궁궐을 자주 놀러 오는데 이렇게 실제로 중전마마를 뵙고 상황극을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느낌"이라며 "보자기에 정갈한 마음을 담는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아나 페레르(35)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정말 멋진 경험"이라며 "조선시대 사람들이 생명을 얻은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포장에도 마음을 담는다는 게 신기했다"며 "어머니에게 선물을 건네고 싶다"고 했다. 이 외에도 신규 프로그램 '영춘헌, 봄의 서재'가 준비됐다. 정조의 독서 공간이자 집무실이었던 창경궁 영춘헌 전각에서 신청자들이 업무나 독서를 하며 차를 마시고 향낭을 만드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이다.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궁중문화축전 프로그램 참여자수는 ▲2022년 24만8614명 ▲2023년 26만2547명 ▲2024년 67만9972명 ▲2025년 83만7967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참여자 만족도 역시 2022년 91.22점에서 지난해 95.20점으로 지속 상승했다. 지난해 봄, 가을 축전 기간에 궁 방문객 수는 139만4879명(봄 69만8558명, 가을 69만6321명)이었다. 축전팀은 올해 165만명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04/29
‘무제’에 천착한 김지현…캔버스를 넘어선 회화 화가 김지현(75)은 2019년경부터 색면과 선을 화면 전면에 내세운 ‘무제’ 연작에 집중해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색면 위에 점과 면의 흔적이 반복적으로 축적되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굵은 선이 긴장과 균형을 형성한다. 이러한 반복은 수행에 가까운 행위로 읽힌다. 비슷해 보이는 화면 속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며, 작업은 축적과 변주의 리듬 속에서 확장된다. 작가가 오랜 시간 이어온 ‘무제’ 작업의 흐름과 변화를 조망하는 김지현 개인전 ‘너머에(Beyond)’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30일 개막한다. 평면 회화 11점을 선보인다. 연작 '무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결과물 속에서 조금씩 다른 시도들로 이어진다. 폴리우드를 적극 활용하여 쉐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와 같은 효과를 내거나, 일종의 부조처럼 기능하는 작업물을 혼용하여, 부조와 캔버스 오가며 도상이 배열되는 '무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아라리오뮤지엄은 "화가 김지현은 자연스럽게, 짧지 않은 그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자신을 둘러싼 조건의 한계를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새로움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원로 작가 김지현의 그간 있었던 수백 여번의 전시와 동등한 하나의 통과의례이기도, 그 모든 것들이 누적된 가장 최신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김지현은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추계예술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400여 회의 단체전과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작업 세계를 이어왔다.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