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광장에 아치형 구조물 뭐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눈길 푸른 잔디 위에 벽이 피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들어서면 꽃과 나무 사이로 아치형 구조물이 길게 이어진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다. '휴머나이즈 월'의 거대한 아치형 길을 따라 걸어가면 또 다른 주제전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축가·디자이너·장인 등 24개 팀이 선보이는 ‘24개의 벽(2.4m×4.8m)’은 각기 다른 재료와 질감을 통해 건축이 인간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벽 사이를 거닐면 즐거움·따뜻함·호기심 같은 감각의 파장이 몸을 통과한다. 독창적인 외벽 디자인은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끌며, 가을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보는 전시’를 넘어 ‘참여하는 축제’로 진화했다. ‘감정으로 디자인하기’ 워크숍, 시민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의 벽’, 그리고 도심 속 DJ파티 ‘아키비츠(ARCHI BEATS)’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건축 교실이, 연인에게는 도심 속 낭만 산책이, 친구에게는 감각을 나누는 놀이터가 된다. 토마스 헤더윅 스튜디오와 아키클래스가 기획한 어린이 프로그램 ‘감정으로 디자인하기’는 도심 속 예술 체험으로 호평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스탬프 이벤트’도 열려, 세 가지 프로그램을 모두 체험하면 기념 뱃지를 받을 수 있다. 연인이라면 조각보 모티브의 '휴머나이즈 월'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일상의 벽'을 함께 산책한 뒤 광화문 일대의 연계 전시로 하루를 이어갈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잔디와 벽, 음악과 감정이 어우러진 건축 축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비엔날레 기간은 11월 18일까지다. 2025/10/10
8살 발달장애 아티스트 이재혁, 성수동서 첫 개인전 2017년생, 여덟 살의 발달장애 아티스트 이재혁이 서울 성수동 카페 로우키(Lowkey)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2011년부터 발달장애 아티스트를 전문 예술가로 성장시켜온 시스플래닛(SYS PLANET)이 기획하고, 카페 로우키의 공간 후원으로 마련됐다. 전시 기간 동안 이재혁은 전시장에 직접 방문해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치며 작품을 완성해 간다. 아이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선들은 하나의 언어처럼,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문장이 된다. 시스플래닛은 “이재혁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창성의 원천이 된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 타협 없이 그려내는 그의 태도는 발달장애 예술가 특유의 집요함과 진정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어린 발달장애 아티스트의 독창성과 진정성을 통해 예술의 본질적인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2025/10/10
관람자가 완성하는 수원시립미술관 ‘공생’…윤향로·유지완·민병훈展 빛과 소리, 언어와 숨결이 한 무대 위에 얽힌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남기민)이 펼친 동시대미술전 ‘공생’전은 오늘의 사회에서 ‘함께 산다’는 감각을 새롭게 탐색한다. ‘공생’은 인간과 비인간, 자아와 타자 등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맺는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낯설고 어색한 마주침 속에서 생겨나는 조화와 가능성에 주목하며, 예술을 매개로 우리 시대의 공존을 재사유한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사운드·문학 등 서로 다른 언어의 신작 7점을 선보인다. 윤향로, 유지완, 민병훈 세 작가의 커미션 작업을 통해 예술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다층적으로 확장한다. ◆회화, 소리, 문학이 직조한 ‘공생’의 장면들 윤향로는 굴 껍질 형태의 신작 ‘오이스터’(2025)를 통해 비정형 캔버스(shaped canvas)의 회화적 실험을 선보인다. 8.8m 높이의 천장에 매달린 이 작품은 화이트 큐브 공간과 대비되며, 안과 밖의 경계 위에서 존재들의 관계를 상징한다. 굴 껍질의 곡선은 닫힌 세계를 열고, 타자와의 접촉을 허락하는 생명의 문처럼 다가온다. 유지완은 다중 채널 사운드 작업 ‘그 밤 꿈’과 ‘통로’를 통해 전시장을 하나의 감각적 무대로 바꾼다. 무성영화의 변사 목소리, 도시의 잡음을 재조합해 ‘유령처럼 잔존하는 소리의 기억’을 불러내며, 익숙한 미술관 공간을 낯선 청각적 풍경으로 전환한다. 민병훈은 단편소설 ‘서로에게 겨우 매달린 사람들처럼’으로 문학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동과 정주의 공간에서 포착한 장면을 서사로 엮어, 실재하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망을 상상한다. 그의 문장은 타자와의 공생을 언어적 차원에서 재구성한다. ◆관람자가 완성하는 ‘함께 있음’ 전시는 카펫 위로 입장하는 무대형 구성으로, 유지완의 사운드 작업 청음 환경을 고려해 회차별 80명으로 제한된다. 관람 시간은 매시 정시부터 50분이며, 네이버 사전예약(50명)과 현장 발권(30명)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 ‘릴레이 소설쓰기: 너를 찾기’도 상시 운영된다. 민병훈의 소설 속 키워드를 단서로 관람객이 ‘너’라는 타자를 상상해 이어 쓰는 프로그램으로, 완성된 릴레이 소설은 미술관 2층 라이브러리에서 수시로 열람할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3월 2일까지. 2025/10/10
2025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입주작가 기획전… 이강욱·박효정·이시온 2025년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입주작가로 선정된 이강욱, 박효정, 이시온이 3개월간의 레지던스 활동을 마무리하며 공동 기획전을 연다. 전시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파리 마레 지구의 오르-샹 갤러리(Galerie Hors-Champs)에서 열리며, 개막식은 16일 오후 6시에 개최된다. 전시 제목은 ‘네 손가락, 모래로 된 내 나침반(Tes doigts, mes boussoles de sable)’으로, 기획은 파리이응노레지던스 매니저 박정선이 입주작가 3인과 함께 진행했다. 현재 작가들은 파리 인근 보-쉬르-센(Vaux-sur-Seine)에 위치한 ‘이응노 아틀리에’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레지던스 기간 동안 제작한 신작을 공개한다. 파리이응노레지던스는 2022년부터 현지에서 전시를 이어오며 파리 미술계와 활발히 교류해 왔다. 올해는 파리의 예술 중심지 마레 지구의 오르-샹 갤러리와 협력해, 입주 작가들에게 예술적 사고와 국제적 시야를 확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파리 주요 갤러리들이 밀집한 마레 지구에서 우리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역량 있는 지역 작가들이 이응노미술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5/10/10
김중업×르 코르뷔지에 사진전…‘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오래된 주택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오는 11월 6일, 두 건축가의 시간과 공간을 잇는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전시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역사적 만남을 출발점으로, 오늘의 시선에서 다시 쓰는 건축과 예술의 대화다. ◆베네치아에서 파리까지, 스승과 제자의 운명적 인연 1952년 9월, 유네스코가 주최한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 젊은 건축가 김중업은 그곳에서 르 코르뷔지에를 처음 만난다. 같은 해 그는 파리의 아틀리에에 합류해 근대건축의 원리와 공간 철학을 몸소 배웠고, 1955년까지 이어진 이 경험은 그의 세계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합리와 기능을 중시하는 서구 건축의 질서 위에 한국적 공간 감각을 결합한 그의 사유는, 1962년 완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가장 극적으로 구현됐다. 프랑스의 이성과 한국의 정신이 교차하는 그 건축은 두 건축가의 만남을 증언하는 결정적 작품이자, 한국 현대건축사의 기념비로 남았다. ◆반세기 만에 드러나는 ‘진해 해군공관’ 이번 전시의 백미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김중업의 또 다른 걸작, 진해 해군공관의 첫 공개다. 1968년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던 이 건축은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접근조차 어려웠다. 잡지 속 몇 장의 흑백 사진만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건축사진가 김용관의 렌즈를 통해 생생한 현재의 모습이 처음 공개된다. 김중업은 이 건축에서 한국 전통의 지붕선과 빛·물의 흐름, 그리고 둥근 천공의 환상적 디테일을 통해 실험적 공간미학을 완성했다. ◆사라져가는 건축, 사진과 가구로 되살리다 전시는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다. 부산대 인문관, 경남문화예술회관, 서산부인과 등 이미 철거되거나 변형된 건축의 잔상을 사진으로 복원한다. 김용관은 건축의 시간을 기록하며, 공간이 어떻게 기억으로 퇴적되는지를 포착한다. 프랑스 작가 마누엘 부고는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프로젝트 ‘찬디가르’를 촬영한 사진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의 도면을 그렸던 바로 그 현장을, 반세기 뒤 새로운 시선으로 되살린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이 참여해, 연희정음의 공간에 그의 가구를 배치하며 ‘앉고 머무는 건축’을 완성한다. ◆공간이 곧 작품이 되는 전시 이번 전시는 11월 6일 연희정음을 시작으로, 11월 7일부터는 주한프랑스대사관으로 무대를 확장한다.연희정음에서는 김중업이 설계한 주택이 전시장 자체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사진과 가구 사이를 거닐며 ‘사는 건축’을 체험하고, 대사관에서는 두 건축가의 언어가 어떻게 닮고 다른지를 사진으로 비교한다. ◆한불 140년, 건축이 잇는 문화의 대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유산을 오늘의 예술 언어로 번역한 ‘현재형 대화’다. 사진작가 김용관·마누엘 부고, 디자이너 박종선이 참여해 한국과 프랑스, 과거와 현재, 기록과 창조가 교차한다. 전시에 맞춰 연희정음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사진작가 김용관과 마누엘 부고가 참여해,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두 건축가의 건축 이미지와 기록의 의미를 공유한다. 11월 22일 오후 3시에는 연희정음을 리모델링한 건축가 김종석, 주한프랑스대사관을 리모델링한 윤태훈이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작업의 과정’을 소개한다. 또한 고려대 김현섭 교수가 김중업의 건축 사유를 학문적·실천적 차원에서 조명하며, 한국 현대건축의 국제적 교류와 오늘날의 의미를 짚는다. 2025/10/10
가수 솔비, 예술가 권지안으로 대구 첫 초대전 가수로 유명한 솔비가 시각 예술가 '권지안' 이름으로 대구에서 첫 초대전을 연다.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오는 14일부터 내달 22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청문당에서 권지안 초대전 '언어의 리듬'을 개최한다. 전시는 권지안의 대표 연작 '허밍레터 시리즈'와 애플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됐다.허밍레터 시리즈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음악 작업 중 느낀 감정들을 언어 대신 멜로디의 흥얼거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권 작가는 작품에 대해 "글이나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감정을 허밍으로 풀어냈다"며 "입으로 하는 청각 낙서이자 생명을 의미하는 언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받은 영감을 화폭에 옮긴 이 시리즈는 리듬과 색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애플 시리즈는 권 작가가 미술을 시작할 당시 받은 조롱 섞인 댓글 "사과는 그릴 줄 아니?"에서 출발했다. 권지안은 이를 예술의 언어로 승화시켜 알파벳 26자를 사과 모양 폰트로 변주했다. 작품은 알루미늄과 금속의 차가운 질감을 활용해 온라인 폭력성을 편안하고 재치 있게 풀어냈다. 권 작가는 "악플은 또 다른 미술 재료였다"며 부정적 언어를 예술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체험형 전시로 마련된다. 2층 '오늘의 기분' 공간에서는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이 만든 자연의 소리를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3층 '나만의 허밍 드로잉'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허밍을 직접 녹음하고 시각화된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지역 청년예술가 황주승과 협업한 '미니어처 애플 시리즈'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시민들이 애플 시리즈를 3D로 재구성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기간은 25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열린다. 박정숙 재단 대표이사는 "언어의 힘과 그 이면을 성찰하고 예술을 통해 치유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라며 "권지안 작가의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공감과 위로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0/10
아뜰리에 아키 15주년 특별전…권기수·정진 등 19명 전시 아뜰리에 아키가 설립 15주년을 맞아 특별전 ‘ATELIER AKI: Here and Beyond’를 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의 지난 여정과 앞으로의 방향을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 동시대 미술의 ‘현재’와 ‘다음’을 선명하게 조망한다. 아뜰리에 아키는 "2010년 설립된 이후 꾸준한 작가 발굴과 해외 진출, 기업 및 기관 협업을 통해 글로벌 미술 시장 속에 한국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해 왔다"며 "국내외 주요 기관 컬렉션 및 해외 저변 확대라는 구체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오는 28일 개막해 1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1부와 2부, 두 장으로 구성됐다. 1부는 지난 15년간 아뜰리에 아키와 긴밀히 협업해온 작가 12인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이 세계 속에서 구축한 존재감을 되짚는다. 반면 2부는 갤러리와 새롭게 동행할 작가군을 중심으로 ‘다음 세대를 향한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다. 1부 참여 작가인 권기수, 권능, 권대훈, 김승주, 서상익, 윤상윤, 이연미, 정성준, 정수영, 정유미, 채지민, 최영욱은 서로 다른 조형 언어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다. 2부에서는 김한나, 남다현, 백경호, 이세준, 임하리, 임현정, 정진 작가가 참여해 자전적 서사, 감각의 잔상, 불안과 상상, 기억의 재배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정서적 공감과 내면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조망하며, 예술의 가치와 방향성을 함께 모색한다. 아뜰리에 아키는 "15주년 기념 전시는 단순한 '축하'의 자리가 아니다"라며 "예술 현장에서 마음을 다해 고민했던 '동반 성장, 상생'이라는 가치가 다음 세대에까지 어떤 방식으로 전승될지 탐구하는 현장"이라고 전했다. 2025/10/10
건축·예술 경계 허문 '이우환 공간' 10년…부산의 상징으로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이 공간은, 작가의 철학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자 부산의 상징이 되었다. ‘이우환 공간’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이우환 예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일본 나오시마에 이은 세계 두 번째 개인 미술관으로, 입지 선정부터 건축 설계와 디자인까지 작가가 직접 참여했다. 작가 이우환은 건물의 높이와 공간 구성은 물론 마감재, 조명, 집기까지 세부 설계에 관여하며, 작품 하나하나의 설치에 자신의 미학을 투영했다.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공간은 일본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2010년) 이후 한국 여러 도시가 유치 경쟁을 벌이던 가운데, 부산시가 시민공원 부지를 내세워 설득에 나서며 성사됐다. 작가가 청소년기를 보낸 도시라는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3년 7월 건립 협약을 맺은 뒤 작가는 다수의 작품을 기증하며 공간의 상설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국비와 시비 47억원이 투입되어 2015년 4월 문을 연 공간은 연면적 1400.83㎡,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이우환 공간’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타 미술관과는 다른 특별한 곳”이라고 말한 바 있다. 건축과 작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조화 속에서 ‘존재와 관계’의 미학을 실험한 공간이다. 1층에는 조각 작품 ‘관계항–좁은 문’, ‘물(物)과 언어’ 등 대표작 4점이, 2층에는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등 회화 15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은 작품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의 여백에서 ‘이우환 예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우환(89)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 경남중학교를 거쳐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나, 같은 해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도쿄 사토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평론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에서 그는 조형 중심의 예술 개념을 비판하고, 사물과 공간, 시간, 관람의 관계로 예술을 확장했다. 이러한 사유는 1960~70년대 일본 ‘모노하’ 운동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고, 한국 단색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금관문화훈장, 유네스코미술상, 일본 세계문화상 등을 수상한 그는 현재 한국과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방명록 이벤트 ▲온라인 퀴즈 ▲찻자리 체험 ▲기념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우환 공간은 작가가 직접 설계한 독창적 건축물이자 부산의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며 “개관 10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과 작품을 새롭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10/10
서울 가을밤 밝히는 '노원 달빛산책'…'모두의 달' 뜬다 서울의 가을밤이 빛으로 물든다. 공공미술 축제 '2025 노원 달빛산책 : 모두의 달'이 오는 17일 점등식을 시작으로 한 달간 이어진다. 올해 6회를 맞은 '달빛산책'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시민형 예술축제다.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당현천 전 구간이 '야외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수락산에서 발원한 당현천 2km 구간을 따라 전시가 이어진다. 올해 주제는 '모두의 달'. 달이 가진 보편적 상징성을 통해 개인의 이야기가 공동체의 빛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국내외 18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30여 점의 빛조각과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이번 축제는 서울을 넘어 세계와 예술의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올해 초 대만 타이난의 '월진항등제'와 문화교류 협약을 맺으며 국제 공공미술 교류의 새 장을 열었다. 대만 UxU 스튜디오는 빛의 고리와 씨앗을 형상화한 대형 설치작품 '인피니티 노원'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토어 스튜디오(Toer Studio)는 유쾌한 빛의 조형물 '바운싱 아이디어스'로 관람객에게 '통통 튀는 생각들'을 선사한다. 한국의 대표 작가들도 대거 참여한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이용백은 미디어아트 '엔젤-솔저'를, 유영호는 세계 여러 도시를 밝힌 상징적 조각 '그리팅맨'을 선보인다. 전영일 스튜디오의 '빛의 종점'과 '조화', 박봉기의 '호흡' 시리즈, 김상연의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김주환의 '숲 : 홀로 서는 사람들', 이기범의 '산책 드로잉', 장진익의 '생태의 균형', 인송자의 '순간을 걷다', 변대용의 '달빛 산책', 윤제호의 '월광응답' 등 다양한 조각·설치·미디어아트가 당현천을 채운다. 예술이 공동체와 손잡는 작업들도 돋보인다. 김연진 작가는 지역 중독관리통합센터 회원과 가족이 함께 유리조형을 만든 커뮤니티 아트 '언젠가 너와 나'를 선보인다. 1000도 넘는 열과 숨결로 빚은 이 작품은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성지현·정동균 작가는 청년 커뮤니티와 협업한 참여형 설치 '발빛'을, 이찬주와 조영철은 어린이들과 함께한 '달빛 예술학교' 프로젝트로 각각 '불빛이 비추는 곳'과 '천마 설계도'를 완성했다. '시민이 시민에게 작품을 해설해주는' 시민 도슨트 '달빛 해설사'와 함께하는 달빛 투어도 눈길을 끈다. 18일부터 한 달간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되며, 장애인·이동약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전국의 기관이나 단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노원문화재단 축제기획단은 "'모두의 달'이라는 주제처럼 '달빛산책'은 각자의 삶이 모여 빛나는 공동체를 이루는 순간을 만나보는 야외 공공미술 축제"라며 "시민이 함께 걷고 느끼며 공감하는 열린 예술의 장"이라고 전했다. 2025/10/10
"한글날 579돌, 9돌 아이와 나왔어요"…광화문 세종대왕상에 시민 행렬 '북적' "한글날이 579돌이라는 이야기를 아이와 나눴는데 아이는 9돌이에요. '한글이 570년 먼저 세상에 나왔구나' 이런 이야기도 하고 책 한 권 보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가 좋을 것 같네요." 제579돌 한글날을 맞은 9일 정수정(37)씨는 남편 강현명(41)씨, 아들 강윤우(9)군와 함께 서울시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세상을 잇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양반이 아닌 서민을 위한 글을 창제하신 것 아니겠느냐"라며 "그 뜻을 품고 아이가 주위 사람을 잘 돌보고,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이를 듣던 강군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왜 만들었는지도 안다. 바로 백성을 위해서"라고 호응했다. 이날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이 증축공사 중 화재가 발생해 휴관에 들어가면서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한 시민은 광화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세종대왕상 앞에서 사진을 찍던 아버지 장호영(44)씨와 장재원(12)군은 경남 진주시에서 올라왔다. 장씨는 "아무래도 경남에서 오기가 쉽지는 않은데 긴 추석 연휴가 있다 보니 올 수 있었다"면서 "회사와 학교가 쉬는 덕분에 멀리 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번처럼 긴 연휴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장군은 "한글날 행사에 참석하니 재미있다"라며 "역사에 관심이 많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원래 알았다"고 덧붙였다. 하선은(43)씨와 함께 온 색동저고리 차림의 윤태이(4)양은 양가 할머니와 함께 태극기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가했다. 하씨는 "감사하게도 추석 연휴랑 붙어있어서 한글날을 더 깊게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기억하고, 기념하고 아이랑 나올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앞서도 몸이 못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연휴가 길다 보니 한글날을 기념하고 감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휘호대회에 참가한 미국 국적의 박현숙(79)씨는 "세종대왕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씨를) 꾹 쓸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씨는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다시 한국으로 이민 오려고 수속 중"이라며 "한국을 항상 그리워하고 외국에서도 토요 한국학교를 다녔다. 문화, 그림, 글씨, 역사 같은 부분을 집중해서 가르쳤다"고 귀띔했다. 시민 행렬은 세종대왕상 인근 세종문화회관 세종이야기 전시실로 이어졌다. 오전 10시께 세종이야기 전시실에는 시민 30여 명이 관람하고 있었다. 세종이야기 전시장에서는 '한글을 마주하다-보시기에 좋았더라' 특별전시도 진행됐다. 이용민(36)씨와 박민지(32)씨 부부는 한 살배기 자녀와 함께 전시실을 찾았다. 이용민씨는 "근처 구경을 와보기는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한글의 유래 같은 것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체험 코스가 많아진 것 같아서 흥미로울 것 같다.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오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글·국어 관련 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도 광화문광장에 모여 세종대왕상에 헌화했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요즘 물밀듯 외국어가 들어오면서 한국어와 한글이 위협받는 처지에 있다"면서 "옛날 선현이 지켜온 정신을 살리면서 한글과 한국어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579돌 한글날 경축식'에서는 한글 발전 유공자 훈포장 및 표창 수여식도 진행했다. 한편 휴관 중인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날 한글에 관한 각종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한글문화지식 100'을 발간하고 국립중앙박물관 앞마당에서 선착순 100명에게 책을 나눠주기도 했다.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