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DDP에 착륙한 톰 삭스 수공으로 쌓아올린 우주, 흔적의 미학. 톰 삭스는 “예술은 남기는 것”이라며, 손끝으로 우주를 다시 조립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착륙한 그의 세계는, 기술과 감정, 유머와 시스템이 교차하는 거대한 탐사의 장이다. 뉴욕 출신 아티스트 톰 삭스(Tom Sachs)는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천 겹의 합판과 테이프, 나사와 드릴로 쌓아올린 그의 작품처럼, 그의 말도 날것 그대로였다. 전세계 미술계에서 현재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톰 삭스는 합판, 박스, 테이프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산업 재료를 활용해 대중문화와 기술, 디자인의 상징적인 주요 산물을 브리콜라주(Bricolage∙손에 닿는 대로 아무 것이나 사용하는) 기법으로 정교하게 재제작하는 아티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25일부터 9월 7일까지 DDP 전시1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은 그의 대표작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Space Program: INFINITY)’를 중심으로, 총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newsis_inyoung_left_start:]]]]“화성은 잊어라.우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톰 삭스 [[[[:newsis_inyoung_left_end:]]]]전시는 작가가 2007년부터 구현해온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의 주요 작업들과,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를 질문하는 신작 멀티미디어 설치작 'Faith'까지 아우른다. 이 전시는 NASA의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브리콜라주 방식으로 구현한 대형 설치 프로젝트로, 핸드메이드로 구성한 우주선과 격리실, 채굴장비, 관제센터 등 가상의 탐사 세계가 펼쳐진다. 달, 화성, 유로파, 베스타 등 과거의 탐사 미션에 더해, 이번엔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라는 새로운 설정이 가세했다. 탐험은 우주의 끝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향한 여정이 된다. 전시는 총 9개 주요 섹션으로 구성된다. 입구의 정화실(RISCAR)을 시작으로, 채굴지(DIG SITE), 유물관(Astrobiology & Museum), 격리실(Quarantine), 체험형 Lunar Lander까지 이어지며, 관람객은 조각과 설치, 멀티미디어가 결합한 몰입형 우주를 탐험한다. 가장 깊숙한 곳엔 클라이맥스인 미션 관제센터(MCC)와 신작 'Faith'가 기다린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로서 미션을 수행하고 ID카드를 발급받으며 톰 삭스 스튜디오의 일원이 된다. 이날 한국 기자들을 만난 톰 삭스는 “우주를 탐사하는 일은 결국 인간 자신을 탐색하는 일”이라며, 질문의 방향을 안쪽으로 돌렸다. 예술과 과학, 집착과 유머, 기술과 아날로그 감각을 뒤섞은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세계가 응축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는 톰 삭스의 최신 대표작을 망라한 전시다. 톰 삭스는 1960~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그램’에 매료됐고, 더 나아가 일상 생활과 소비재에 등장하게 될 선구적인 신기술을 위한 인큐베이터로써 NASA의 지속적인 역할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양한 우주선 모델과 우주에서 사용하기 위해 신소재로 제작한 신발, 그의 몰입형 우주 프로그램인 등 우주 관련 작업을 다수 구현했다. 그는 "굉장히 오래 선보이는데 엔터테인먼트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 자리에서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떠나려고 한다. 우리의 미션은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를 망가뜨렸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로 가는 것도, 새로운 터전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지구에서 찾은 자원을 더 잘 이용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준비 기간만 18개월이 걸렸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관계자는 “전시의 구성부터 작품의 위치 등을 작가와 세밀하게 협의해 준비했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DDP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축물로, 마치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삭스는 “이 건물 자체가 자하 하디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곳은 우주선과 같은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선이 DDP 옥상에 착륙하는 모습을 생각해 봤고, 그 상상이 이번 전시의 작품으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스튜디오 운영 방식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지지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손으로 만드는 예술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았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29번째 프로젝트이자, 7년 만의 대형 복귀작인 이번 전시는 단지 우주를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다. DIY와 브리콜라주, 탐사와 환상, 시스템과 유머가 충돌하는 이 거대한 핸드메이드 우주는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한편 이 전시에서는 톰 삭스의 개성이 담긴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휴대용 현미경, 레이저 줄자 등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Infinity)’ 작품 속 우주 탐사 과정에 실제 활용된 도구를 비롯해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 등 총 101종의 굿즈를 전시장 내 아트샵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톰 삭스와 글로벌 브랜드가 협업해 제작한 한정판 아이템도 순차적으로 깜짝 공개할 예정이다. ◆톰 삭스? 196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1987년 런던 건축협회 건축학교에서 공부한 작가는 1989년 버몬트 주 베닝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조각, 회화, 도자기, 산업 및 그래픽 디자인과 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나는 피카소 작품과 화장실 청소 도구 사이에 어떠한 가치 차이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이든, 일상용품이든, 우주선이든 관계없이, 가장 깊이 있고 진정한 관계를 맺으며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고자 모든 것에 대해 탐험한다”고 했다. 35년 이상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톰 삭스의 작품은 전 세계 유수 미술관을 통해 소개됐다. 초기 전시회에서 작가는 전화번호부와 강력 접착테이프로 사무가구 제조사인 놀의 사무용 가구를 만들었고, 이후 폼 코어와 글루건만을 사용해 르 코르뷔지에의 1952년 주택 집합체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재창조했다. 주요 프로젝트로 자신의 버전으로 다시 만든 아폴로11 달 착륙선과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의 다리와 맥도날드 감자튀김 부스를 그대로 재현한 모델이 있으며, 이는 현재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2025/04/24
“회화는 감각의 피부”…알렉스 카버, 아시아 첫 개인전 인간은 고통을 어떻게 예술로 바꾸는가. 그리고 회화는 어떻게 살아있는 ‘피부’가 되는가. 서울 청담동 화이트 큐브 서울이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작가 알렉스 카버(Alex Carver, 41)의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Effigy)를 25일부터 6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카버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적·정치적 불안과 형이상학적 고통을 회화로 풀어낸 신작 1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Effigy(형상)’는 원래 사람의 모습을 닮은 상징 조각을 뜻하지만, 카버의 회화 안에서 형상은 타오르고 해체되며 결국 ‘감각과 사유의 연기’로 남는다. 불길에 휩싸인 인체, 의료기기의 도면, 피부를 확장하는 장치, 프로타주(frottage) 기법과 기계적 스텐실 스크린은 모두 “회화는 감각의 피부”라는 그의 선언을 증명한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은 단테의 ‘지옥(Inferno)’에서 아홉 개의 원을 내려가는 여정처럼 펼쳐진다. '승화'(2024), '무심한 시선'(2024), '숭배자들'(2025) 등에서 카버는 종교화의 구성과 불길 속에 뒤얽힌 신체를 중첩시키며, 고통과 황홀 사이의 심리적 지점을 파고든다. 그는 수술실의 구조에서 착안한 도면을 배경에 깔고, 화상 환자의 피부를 연장하는 ‘식피 확장기’를 회화 구성요소로 사용한다. 회화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치료와 트라우마의 반복된 층위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인간 형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풍경’ 연작이 이어진다.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2025), ‘견고한 모든 것’(All That Is Solid, 2025)등에서 그는 화상 환자의 무균 순환 시스템 도면을 흐릿하게 중첩하며, 대기처럼 유영하는 회화적 추상을 시도한다. 이 공간은 카버가 회화를 ‘은유적 피부’로 인식하는 지점이다. 그는 배경과 형상을 대등하게 다루며, 회화가 무엇을 재현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기억을 덧입힐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알렉스 카버는 콜럼비아대학교 MFA, 쿠퍼 유니언 BFA를 졸업하고 뉴욕과 아이다호 보이시를 오가며 활동한다. 회화뿐 아니라 영상, 설치,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2024년 베를린의 크라우파-투스카니 자이들러와 바젤 미술관 Parcours 프로젝트 등에서 주목받았다. 그의 영화는 테이트 모던,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화이트 큐브의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는 기존 갤러리 소속이 아닌 작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전시 프로그램이다. 카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첫 발을 디뎠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인간 형상의 중심성을 거부하고 형상과 배경을 대등하게 구성하는 알렉스 카버의 제작 방식은 회화라는 장르가 품을 수 있는 재현의 윤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며, 작가의 예술 실천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2025/04/24
김마저 작가 기획 '꺼내진 조각 ‘a’ 프로젝트'…우리옛돌박물관 예술이란 혼자의 몫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길임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김마저 작가가 기획한 프로젝트 전시 '꺼내진 조각 ‘a’'가 서울 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후원자, 관람객이 함께 감정을 꺼내어 나누는 공동 창작의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김마저 작가는 지난해 ‘무각섬’ 전시를 통해 지원금 없이 오로지 자발적인 후원자와 컬렉터들의 참여로 대규모 설치 및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킨 바 있다. '꺼내진 조각 ‘a’'는 그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감정이라는 비가시적 요소를 조각으로 시각화한 실험이다. 이번 전시에서 후원자 각자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인 뒤, 그 감정이 작가의 손을 통해 하나의 조각으로 형상화되었다. 이름 붙이기에서 시작된 이 예술은 단지 감정 표현을 넘어 관계, 공감, 치유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작품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형상이며, 누군가의 결핍이자 소망이고, 예술가와 타자, 관객이 함께 만든 진정한 연대의 조각들이다. 관객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타인의 감정을 비추며 ‘예술적 공감’의 의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김마저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단순히 개인의 고독한 창작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느끼고, 함께 나누는 삶의 경험이다.” 전시는 5월 4일까지. 2025/04/24
출판보국에서 문화보국으로…'박영사 기념관' 개관 “책도 문화고, 미술도 문화입니다.” 출판사 박영사의 창립 7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 출판의 궤적을 담은 ‘박영사 기념관’이 파주에서 문을 열었다. 책과 예술, 지식과 감성의 결이 교차하는 이 공간은, 출판 명가의 새로운 문화 실험장이자, 파주시 미술문화특구로서의 위상을 더한다. 1952년 부산에서 시작된 박영사의 첫 출판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계몽의 씨앗을 틔웠다. 대중문화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출판사는 ‘박영사’로 사명을 바꾸며, 1970~1990년대 회계학, 법학, 미술사 등 다양한 학술서와 교양서를 통해 한국 지성사의 한 축을 담당했다. 24일 갤러리박영이 공개한 기념관은 박영사가 걸어온 시간을 물리적 공간에 아카이빙한 장소다. 층고 높은 전시실과 채광 가득한 유리홀로 구성된 공간에는 1950~90년대 시대별 주요 도서, 동양미술 단행본, 백과사전과 교과서 등 출판 유산이 시대의 서가처럼 재배치됐다. 전시 콘텐츠로 재해석된 책과 굿즈, 디자인 원고, 초판본이 함께 전시되며 관람객은 ‘읽는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기념관 개관과 함께 열린 기획전 'BAKYOUNG THE SHIFT 10: 지도에서 청사진으로'는 박영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전시다. 2016년부터 이어진 ‘더 시프트’ 시리즈는 출판의 철학을 예술 창작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로, 이번에는 7명의 작가(고형지, 박용호, 신지아, 이아영, 홍시, 최수정, 한윤제)가 공간의 의미를 예술언어로 해석했다. 2022년 박영사 창립 70주년 기념 전시인 '두레문화박영 ‘70展' 이후, 갤러리박영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5월 5일, 파주출판도시 내 새롭게 단장된 갤러리박영은 대중에게 전면 개방된다. 이번 리뉴얼은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 출판과 예술, 그리고 역사적 가치를 함께 담아낸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발자취를 되짚는 중요한 자리가 될 예정이다. 이번 공간에는 창업주 故안원욱 회장의 출판 철학이 오롯이 담긴 기념관과 고서 전시관이 함께 문을 연다. 전시장에는 박영사 출판사 본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1950년대 고서부터 출판과 미술, 문화전반에 걸친 한국 지성사의 흔적들이 한자리에 펼쳐진다. 특히 안중근, 안중식, 허백련, 손재형, 김명국, 오세창 등 안 회장이 소장하였던 고미술품들이 전시돼 박영사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간은 유료 멤버십 공간으로 운영되며, 네이버 예약제로 하루 3회(11시, 14시, 16시) 관람이 가능하다. “책을 단순히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고미술과 동양화, 서예까지 접목해 책을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구성하셨죠"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예전 간송가와의 교류로 제작된 고미술 서적들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며 “파주라는 도시가 출판도시를 넘어 미술문화특구로 성장하는 데 갤러리박영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 교양 총서였던 '박영문고'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281권이 발간된 이 총서는 철학, 윤리, 과학, 정치, 문학 등을 아우르며 국민 교양 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특히 '작고 가볍게,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철학은 오늘날까지 출판의 미감을 전한다. 박영사의 출판 철학은 오늘날 예술과 만나며 더욱 다채롭게 확장되고 있다. 고 안원욱 회장의 철학을 잇는 안종만 회장, 안수연 대표는 각각의 방식으로 '문화의 힘'을 현실로 실현 중이다. “문화의 힘, 파급효과는 굉장히 큽니다.” 과거 대통령 훈장을 수훈한 그 벽에는, 지금도 그 말이 낙관처럼 걸려 있다. 오래된 책들 사이,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공간. 출판보국의 철학과 문화보국의 의지가 스며든 이곳은, 한 사람의 의지로 시작된 출판이 세대를 넘어 문화의 유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증명하고 있다. 2025/04/24
서울역사박물관, 통신사 문화교류 유산 128점 전시 특별전 조선시대 통신사 유물 128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이 오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통신사(通信使)는 일본 막부 요청으로 조선에서 파견된 공식 외교 사절단으로 '믿음을 통하는 사절'이라는 뜻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비롯해 일본 지정문화재, 한국 지정문화유산 등으로 구성된다. 총 1156㎡ 규모로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이래 가장 큰 규모 전시다.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11건 128점 유물이 전시된다. 이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 일본 지정문화재 8건, 한국 지정문화유산 4건 등 보물급 유물 32건(중복 지정 제외)이 포함된다. 재일동포 사학자 고(故) 신기수(1931~2002)가 평생 수집한 오사카역사박물관의 '신기수 컬렉션'과 양질의 통신사 자료를 보유한 국사편찬위원회와 에도도쿄박물관이 특별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다.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유물들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일본 미구쿠루미타마신사(美具久留御魂神社)에 봉헌된 통신사 그림 에마(繪馬), 국서 전달식에서 조선 사절의 위엄과 품격을 담아낸 '신미통신사정장복식도권(辛未通信使正裝服飾圖卷)(국사편찬위원회)', 통신정사 조엄이 출발을 앞두고 왕에게 남긴 비장한 각오의 글(서울역사박물관), 역관이자 천재 시인으로 불렸던 이언진이 항해 중 바다 위에서 직접 써 내려간 '송목관시독(松穆館詩牘)(서울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이들을 포함한 총 20여점 유물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에도에서 통신사 일행이 화려한 환대를 받는 장면을 금병풍으로 담은 '통신사환대도병풍(通信使歡待圖屛風)(센뉴지)', 조선 사절단의 행렬을 일본인의 시선에서 그려낸 '조선통신사등성행렬도권(朝鮮通信使登城行列圖卷)(시모노세키시립역사박물관)', 여정의 풍경을 30장면으로 풀어낸 '사로승구도권(槎路勝區圖卷)(국립중앙박물관)' 등 외교, 여정, 문학, 예술, 공예에 이르는 유물이 함께 전시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된다. '통신사와 함께, 한양에서 에도까지'를 주제로 한 보드게임형 체험 전시, 유물 퀴즈 존, 학급단체 교육 등이 준비된다. 24일 개막식에서는 경희궁 숭정전에서 삼사 임명식과 통신사 행렬을 재연한다. 다음 달 23일에는 통신사를 주제로 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고 신기수 선생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1979)' 상영회,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갤러리 토크, 미술사학자와 함께하는 통신사 미술 여행 등 강의가 마련될 예정이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교류의 흔적 속에서 '마음의 사귐'이 담긴 역사적 장면들을 관람객들이 차분히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4/24
서울 도심 한복판 거대한 모란꽃이 활짝 깜짝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모란꽃이 활짝 피었다. 신세계면세점 본점 외벽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영상 콘텐츠 ‘모란꽃이 피오니’는 조선 왕실의 궁중 장식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예술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신세계디에프는 23일, ‘K-컬처데이’의 일환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시각화한 대형 미디어 콘텐츠를 공개했다. 왕실의 화려함과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진 조선시대 궁중화 '모란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신세계스퀘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 미감을 전달하고 있다. 박물관이 함께 선보인 또 다른 콘텐츠 ‘움직이는 글자, 조선의 활자’는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활자 82만 점을 소재로 삼아 3D로 스캔하고 모델링한 체험형 콘텐츠다. 관람객은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활자화된 문장을 전광판에 띄울 수 있어, 전통과 디지털이 만나는 생생한 소통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콘텐츠들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K-컬처 뮤지엄’ 4관에서도 상영된다. 미러 구조의 몰입형 공간과 어우러져 또 다른 형태의 감각적 체험을 완성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문화유산의 깊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컬처데이’는 오는 6월 30일까지 신세계 본점, 인천공항, 신세계스퀘어 등에서 순차 상영되며, 박물관 콘텐츠의 새로운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04/24
한국 설화·무속 英서 조명…제이디 차, 터너상 최종 후보 한국 전통 설화와 무속의 이미지가 영국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터너상(Turner Prize) 2025년 최종 후보에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Zadie Xa ·42)가 선정됐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은 23일(현지시간), 올해 터너상 후보로 은넨나 카루, 모하메드 사미, 레네 마티치와 함께 제이디 차를 발표했다. 영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 상은 매해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해 동시대 미술 담론의 흐름을 이끌어왔다.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차는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계 2세로서의 정체성을 예술의 중심에 놓고 작업해왔다. 마고할미, 바리공주, 구미호 등 한국 설화 속 인물과 전통 직물인 조각보를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아, 회화와 텍스타일,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터너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심해의 메아리를 가로지르는 달빛 고백: 당신의 조상은 고래이고, 지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비엔날레 16에서 선보인 설치작품이다. 협업 작가 베니토 마요르 발레호와 함께 제작했으며, 대형 회화, 조각보, 황동 풍경 650여 개가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다. 바다의 이미지를 통해 조상과 기억, 지구의 서사를 환기하며, 동아시아적 상상력을 현대적 언어로 확장시켰다. 제이드 차는 2022년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23년 스페이스K 서울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어 한국 관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의 예술은 뿌리를 되짚는 여정”이라고 밝히며,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중심에 둔 작업세계를 설명한 바 있다. 터너상은 1984년 제정된 현대미술상으로, 영국 출신 또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는 12월 9일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상금은 2만5000파운드(약 4700만원)다. 최종 후보들의 전시는 오는 9월 27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브래드퍼드 카트라이트 홀 미술관(Cartwright Hall Art Gallery)에서 열린다. 2025/04/24
DDP 최초 레이저 아트 전시…윤제호 ‘이원공명’ 빛과 소리의 흐름 속, 존재는 완성된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윤제호의 개인전 ‘이원공명(Resonance of Reality and Virtuality)’을 오는 25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에서 개최한다. DDP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레이저 아트 전시다. ‘현실과 가상’, ‘기술과 감각’의 경계를 주제로, 레이저 빛과 전자기 신호, 사운드 등 비물질적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안한다. 윤제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컴퓨터 작곡을 전공한 미디어 아티스트로, 디지털 사운드와 빛, 공간 기반의 작업을 통해 감각과 기술, 존재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존(Zone)으로 구성된다. 각 존은 연극의 장면처럼 구성돼,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작품을 완성하도록 유도한다. 추상적인 빛의 흐름에서 시작해, 사운드·설치·영상이 하나의 시퀀스를 이루며 감각적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윤 작가는 레이저 빛과 사운드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직접 걷고 머무르며 몸 전체로 체험하는 몰입형 환경을 제시한다. 날카롭고 섬세한 광선, 사방을 울리는 반향음, 반사 큐브를 통과하는 빛의 흐름은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작품을 완성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전시는 현실과 가상, 과거와 미래가 중첩되는 경계를 시각화한다. 과거 공상과학 이미지가 현대 기술로 구현되며, 기술에 대한 향수와 기대, 그리고 비판적 시선을 동시에 자극한다. ‘레이저’는 이 경계를 관통하는 핵심 매체로 기능한다. 전시장 내부는 감각의 무대다. 날카롭고 정제된 파란 레이저들이 공중을 가르며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리는가 하면, 적·청·녹 세 가지 광선이 교차하며 시각적 긴장을 만든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수십 줄의 레이저가 천장과 바닥을 동시에 관통하며 관람자의 동선에 리듬을 부여한다. 반사 큐브 사이로 흩뿌려지는 빛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감각을 확장시킨다. 윤 작가는 “작품 안에서 마주하는 빛과 소리가, 관람자에게 긍정적인 미래의 울림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일인 25일 무용단 ‘Dance MUA’와 협업한 오프닝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6월에는 윤 작가와의 대화 ‘아티스트 토크’도 예정돼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차강희 대표는 “이번 전시는 기술과 감각이 만나는 오늘의 미디어아트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관람자에게 새로운 감각의 창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4/24
100년 서울역, 100가지 로컬 이야기…문화역서울284, '서울백화점' 100년 전, 사람과 물자가 모이던 서울역이 이번엔 전국의 문화와 이야기를 실어 나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구 서울역 개장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 '서울백화점 – Local to Seoul 100 Diaries'가 오는 25일부터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전국 각지의 생활문화 브랜드 100여 개를 한자리에 모아 지역 고유의 맛, 멋, 놀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철도 교통의 관문이자 근대문화유산인 서울역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지역문화의 연결 플랫폼이자,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1층 중앙홀에는 참여 지역 브랜드들의 대표 상품과 책자, 관광 정보가 비치되며, 매주 주말마다 지역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판매 장터도 열린다. 전시 공간은 ‘서울역에서 떠나는 지역 여행’을 주제로 경전선, 중앙선, 전라선 등 7개 철도 노선별 테마로 구성돼 있다. 통영의 옻칠과 나전칠기를 비롯해 안동·문경·영주의 전통 장인정신, 천안의 학화호도과자, 춘천 청년메이커 브랜드 ‘메이드 바이 약사천’ 등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생활문화 콘텐츠가 시각적으로 풀어져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2층 공간에서는 전시에 소개된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어 지역 문화가 실질적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도 갖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로컬 100(지역문화 매력 100선)’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서울284는 1925년 준공돼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로 자리했다. 2004년까지 철도 기능을 수행한 후,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며, 올해 100주년을 맞아 전시·공연·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전시 관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284(www.seoul284.org)와 공진원 누리집(www.kcdf.or.kr), 인스타그램(@culturestationseoul284)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5/04/24
"우리들의 블루스 속 그 화가" 정은혜, 대구서 첫 배리어프리 전시회 "장애 예술가 4인이 보여주는 '다름'을 사랑하는 법" 행복북구문화재단은 배리어프리 기획 전시 '널 사랑해'를 내달 5일부터 6월14일까지 대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와 명봉에서 연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장애인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 이용에 장해가 되는 장벽을 없앤 형식이다. 널 사랑해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전한 정은혜 작가를 비롯한 박종선, 임우진, 피주헌 등 4인의 장애 예술가가 참여하는 전시다. 작가들은 장애 예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전한다. 전시는 기존 '작가 시선'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감상의 주체인 '우리 시선'에 주목한다. 관람객의 시선과 태도가 공존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의 장을 지향한다. 갤러리 금호에는 정은혜 작가의 회화작품 20여 점과 나머지 작가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갤러리 명봉에는 정 작가의 예술적 성장과 가족 서사를 담은 팝업북 전시가 마련된다. 팝업북은 정 작가의 어머니이자 예술가인 장차현실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예술과 삶이 맞닿은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장에는 점자 캡션, 음성 안내, 수어 영상, 쉬운 문장의 캡션 등 배리어프리 요소가 적용된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도 주목할 만하다. 정은혜 작가는 단순한 선과 색감으로 인물의 개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감각을 작품에 녹인다. 박종선 작가는 동물, 풍경, 인물 등 소재를 따뜻한 색감과 섬세한 선으로 담아낸다. 임우진 작가는 풍경과 건축물을 통해 '경계'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독창적인 공간을 구성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펼친다. 피주헌 작가는 가족과 반려견을 소재로 사랑과 감사를 과감한 색채와 선으로 표현한다. 부대행사인 정은혜 작가와 함께하는 '은혜로운 하루'는 24일 열린다. 프로그램은 작가와의 대화, 사인회, 체험 부스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매주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어린이날을 제외한 공휴일과 일요일은 휴관한다. 박정숙 재단 대표이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진정한 공존의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한 전시"라며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전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누구나 예술을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