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 머큐리와 리빙스턴이 남긴 해방의 섬…'잔지바르' 물보라가 부서진다. 아이들이 전력으로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진다. 머뭇거림도, 준비 동작도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믿음 하나로, 파도 속을 향해 날아오른다. 바람 한 줄기, 터지는 함성. 이곳에서의 달리기는 경기이자 의식이며, 곧 삶이다. 운동화는 필요 없다. 잔지바르에서 달리는 아이들은 맨발로, 자유로, 그렇게 뛰어오른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인도양 위로, 크고 작은 배들이 유유히 떠있고, 해안가에는 형형색색 옷차림이 바람에 흩날린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Zanzibar)의 색은, 단지 풍광을 넘어선다. 페르시아어로 ‘검은 해안’을 뜻하는 잔지바르는, 산호와 향신료로 이름난 인도양의 무역항이자 한때 노예를 사고팔던 비극의 현장이었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 끝, 인도양 위에 떠 있는 잔지바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못사는 나라'로서의 아프리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박동친다. 이 섬은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이며, 다양한 문화가 혼용된 다문화 지역이다. 1964년에는 내륙국 탕가니카와 합병해 ‘탄자니아’라는 새로운 국가의 자치령이 되었고,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는 약 200~300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약 1.3배 크기인 잔지바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스펙트럼이다. 깊고 어두운 바다, 붉고 부드러운 태양, 환하고 다채로운 거리의 색들. 이곳에서는 눈이, 마음이, 감각의 모든 층위가 색에 반응한다. 특히 스톤타운의 바다는, 오래된 기억조차 용서한 듯이 푸르다. 한국이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드는 7~8월, 아프리카 동쪽의 잔지바르는 오히려 가을 문턱에 들어선 듯 선선하다. 바닷바람이 흐르고, 햇살은 뜨겁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걷고, 쉬고, 숨 쉬기에 딱 좋은 기후다. 숙소는 아랍풍 목조건물 스타일이 주를 이루며, 기본적인 시설은 넉넉하게 갖췄다. 널찍한 방 안에는 에어컨, 샤워기, 양변기, 편안한 침대가 구비되어 있어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가격은 1박 기준 조식 포함 12만~13만 원 선. 조식은 현지식과 함께 아시아인 입맛에 맞춘 메뉴도 있어 낯설지 않다. 포르다니 공원을 지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가면, 기념품 상점과 공방, 모스크와 주거지가 뒤엉킨 스톤타운에 닿는다. 커다란 목재 대문, 정교한 문양, 손으로 만든 장신구와 회화들. 이 도시는 분명 아프리카에 있지만, 중동의 어느 항구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스톤타운은 매년 6월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잔지바르의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해 질 무렵 포르다니 광장엔 생의 맥박이 펄떡인다. 아이들은 맨발로 바다를 향해 질주하고, 카메라를 향해 웃는다. 그 웃음은 수백 년 억눌린 기억을 단숨에 해방시킨다. 그리고 그 색의 정점, 그 해방의 스펙트럼 위에서 한 사람의 노래가 태어났다. ◆성지가 된 프레디 머큐리 생가 그는 단지 노래한 게 아니라, 이 섬의 ‘자유’를 전 세계에 울려 퍼지게 했다. 바다와 바람과 사랑과 저항 그 모든 감정의 색을 불렀다. 잔지바르 섬, 바다의 짠내와 뱃고동 소리를 타고 전설은 그렇게 태어났다. 퀸(Queen)의 보컬이자 세기의 록스타, 프레디 머큐리(본명: 파로크 불사라)는 이 섬의 작은 골목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가는 이제 프레디 머큐리 뮤지엄이라는 이름을 달고 관광객을 맞는다. 허름한 흰 벽의 외벽엔 조촐한 표식 하나, '이곳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났다.' 그러나 벽보다 더 진하게 그를 기억하는 것은 거리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곳. 뮤지엄 벽면엔 그의 말이 새겨져 있다. 'I'm not going to be a Star, I'm going to be a Legend.'(나는 스타가 되지 않을 거야. 나는 전설이 될 거야.) 프레디는 자신을 그렇게 예언했고, 잔지바르의 바다는 오늘도 그 진동을 기억한다. 바다와 바람과 자유, 그리고 해방의 목소리로. 스톤타운 중심에 자리한 프레디 머큐리 뮤지엄은 이제 작은 성지가 되었다. “여기가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곳이래.” 관광객들이 속삭이며 지나간다. 그는 잔지바르의 자부심이며, 해방의 목소리다. ◆노예제 폐지 상징 '리빙스턴 하우스' 그보다 훨씬 이전, 잔지바르는 또 하나의 역사의 무대였다. 스톤타운 시내 한복판, ‘리빙스턴 하우스(Livingstone House)’. 19세기 중엽, 스코틀랜드 출신의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의 유해가 잠시 안치되었던 장소다. 탄자니아 내륙에서 운구된 그의 시신은 잔지바르를 거쳐 대서양을 건너 런던으로 돌아갔다. 유럽으로 향하는 긴 여정의 중간, 이 조용한 집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는 잔지바르에서 노예무역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이를 유럽 사회에 고발했다. 노예시장의 지하 감금소를 둘러보고, 어느 무명의 노예 무덤 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남겼다고 한다. “이곳에 인간이 있었다.” 현재 ‘리빙스턴 하우스’ 외벽의 붉은 원형 팻말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건물은 1841년부터 1874년까지 영국 영사관이었다. 스픽(Speke), 버튼(Burton), 그랜트(Grant), 커크(Kirk)가 이곳에 머물렀으며, 데이비드 리빙스턴의 시신도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 중 이 집에 안치되었다.” 시간은 흘렀고, 지금 이곳은 ‘LITHOS AFRICA’라는 보석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음악으로 자유를 외쳤다면, 리빙스턴은 침묵 속에서도 목소리를 남겼다. 두 사람은 시대도, 방식도 달랐지만, ‘해방’이라는 하나의 울림으로 이 섬에서 만나고 있었다. 이제 잔지바르의 뱃사공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프리즌 아일랜드’로 향한다. 한때 노예 수용소였던 이 섬은 지금 ‘프리즌 레스토랑’이 되어 커플이 칵테일을 마시며 웃는 장소로 변모했다. 가혹한 감금의 공간이 유쾌한 식사의 장소가 되었다. 시간이 만든 패러독스, 기억의 아이러니다. ◆스톤타운은 복원중 잔지바르의 스톤타운은 도시가 아니다. 시간이 내려앉은 건축의 박물관이다. 해양 문명과 제국주의, 노예무역과 독립운동의 파편들이 돌과 석회, 나무와 금속의 건축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썩은 창틀, 금 간 석회벽, 문 위에 말라붙은 조각들. 그 허름함은 오히려 생생한 기억의 증거다. “LET US SAVE OUR HERITAGE TOGETHER.”(우리의 유산을 함께 지켜냅시다) 복원의 구호 아래, 되묻는다. 기억은 누구의 것인가? 누가 이 유산을 기억할 권리를 갖는가? 과거의 고통을 품은 바다는, 지금 누군가의 놀이터가 되었다. 소금기 어린 검은 피부, 외국인의 카메라를 향한 장난기 어린 미소. 그들의 가벼운 몸짓은, 마치 이 섬이 품은 수백 년의 굴곡을 단숨에 해방시키려는 듯하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포르다니 광장은 해가 기울수록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거대한 야시장으로 변한다. 비록 외국인을 위한 관광지로 포장돼 있지만, 해방된 잔지바르인들의 삶은 검푸른 바다와 함께 뒤척이며,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만약 리빙스턴이 지금 이 거리를 다시 걷는다면, 그는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우리는 해방을 위해 싸웠고, 생은 이렇게 살아 숨쉰다.” ‘인도양의 흑진주’로 불리는 잔지바르에는 여덟 개의 비치가 있고, 그 곁마다 고급 리조트들이 자리한다. 수영장이 있고, 야자수 아래 하얀 파라솔이 드리워진 해변. 그 위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일렁인다. 낙후된 모험의 아프리카가 아니다. 눈앞에 펼쳐진 건 환상의 낙원이다. 해 질 무렵, 오렌지빛 노을 아래 검은 야자수가 실루엣처럼 떠오르고, 가로등과 상점의 불빛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유럽을 향해 밀려났던 검은 몸들의 기억. 그리고 되돌아오는 새로운 시간의 물결. 거대한 파도가 무겁게 뒤척이며 진동을 일으키는 잔지바르. 과거의 고통을 품은 바다는 이제 아이들의 함성과 물보라로 채워진다. 슬리퍼를 벗고 바다로 뛰어드는 그들의 발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자유’를 안다. 잔지바르의 거리마다 맨발의 리듬이 흐르고, 파도는 쉼 없이 속삭인다. 그 한가운데, 리빙스턴이 바라본 해방의 꿈과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자유의 선율이 여전히 살아 숨쉰다. 인간은 결국 반복하고, 순환하며, 다시 살아간다. 탄잔아의 장엄한 자연은 말없이 그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잔지바르의 파도는, 그 오래된 진실을 매일같이 다시 외친다. “자유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육체의 반응이다.” 2025/07/13
올림픽대로에서 만나는 현대미술…국립현대미술관 '도로 위 미술관' 이제 예술은 미술관을 넘어서, 자동차 유리창 너머로 들어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도~노량진 구간에 신설된 디지털존을 통해 2025 캠페인 ‘지금 여기, 국립현대미술관(MMCA Here and Now)’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디지털존은 여의도 진입 전후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 6기로 구성되며, 서울시 내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올림픽대로의 특성상 하루 평균 약 24만 대의 운전자에게 예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미술관 측은 “상습 정체 구간에 지루함 대신 예술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7월 1일부터 송출 중인 이번 콘텐츠는 사전 대국민 투표를 통해 선정된 미술관 소장작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장욱진, 서세옥, 김상유, 황규백, 이제창, 주경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영상화해 선보인다. 캠페인 이후에는 한국화 소장품 및 미술관 전시 연계 콘텐츠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산하 옥외광고센터의 기금조성용 공공광고사업의 일환이다. 운영은 광고회사 ‘올이즈웰’이 맡아 매체 디자인과 송출을 담당한다. 이 사업을 통해 조성된 수익은 지자체 불법 광고물 정비, 간판 개선 사업, 국제행사 재원 마련 등 공익사업에 활용된다. 김성희 관장은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도심 속 수많은 시민에게도 현대미술을 소개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예술의 장면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07/12
김환기 '항아리' 9억5000만원…케이옥션, 7월 경매 김환기(1913~1974)의 1958년작 회화 '항아리'가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출품됐다. 시작가는 9억5000만 원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총 104점, 약 87억 원어치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이라이트는 김환기의 '항아리'다. 푸른 색채와 백자의 흰빛이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이 작품은 작가가 사랑했던 조선 백자 항아리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풀어낸 회화다. 완전한 추상으로 이행하기 전 김환기 회화의 과도기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유영국의 1994년작 '워크(Walk)'가 시작가 5억 원에, 여성 추상화가 최욱경의 회화도 추정가 6300만~8000만 원에 각각 출품된다. 해외 작가로는 1980년대 유럽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밈모 팔라디노, 엔초 쿠키, 산드로 키아, 미켈 바르셀로의 회화가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하지만 유럽 현대미술사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지닌 작가들이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도 다채롭다. 도자 부문에선 ‘백자호’를 비롯해 ‘청자음각연화문매병’(2500만5000만 원), ‘백자청화운봉문호’(4000만1억 원)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회화로는 운보 김기창의 '복덕방'(3500만~6500만 원), 우향 박래현의 '잊혀진 역사 중에서'(4200만~1억2000만 원), 소정 변관식의 '춘경산수'(500만~1300만 원), 의재 허백련의 '추경산수'(1200만~3000만 원) 등을 선보인다. 경매 출품작은 12일부터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5/07/12
유인촌, 佛 문화예술공로훈장 김수자에 축전…"韓 현대미술 우수성 알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1일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 '오피시에'를 수훈한 한국 현대미술 김수자 작가에게 축하를 보냈다. 유 장관은 이날 축전을 통해 "이번 수훈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쾌거이며, 2026년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앞둔 양국 간 문화교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김수자 작가님의 대표적인 작업 '보따리' 연작은 다양한 전통 재료와 실험성을 융합한 독창적인 예술로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예술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기를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자 작가는 1990년 초대 이후 '이동'과 '몸'을 주제로 전통 보자기,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대규모 개인전 '호흡-별자리(To Breathe–Constellation)'를 열어 프랑스 내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프랑스 정부가 1957년 제정한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은 예술·문학 분야에서 프랑스 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훈장으로 코망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가 있다. 2025/07/11
'미술품 수장고' 1년 이용권도?…서울옥션 7월 경매 서울옥션이 여름 경매의 청량한 포문을 연다. 오는22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Contemporary Art Sale'는 ‘푸른색’을 주제로 한 기획 섹션 '블루'를 마련해, 청색의 다양한 작품을 경매에 부친다. 이번 경매는 총 77점, 낮은 추정가 총액 약 59억원 규모로, 유영국, 김창열, 이우환, 아야코 록카쿠, 요시토모 나라 등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이 새 주인을 찾는다. 이번 경매 하이라이트는 시작가 5억5000만원에 오르는 이우환의 동풍(East Winds)(1984)이 주목된다. 1984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동풍' 시리즈가 그려진 시기에 완성된 작품이다. 파란 선들은 수직과 수평으로 그어져 물감의 농담과 선의 길이감을 달리한 대담하고 간결한 붓질을 통해 자유로운 흐름을 화폭에 담아냈다. 김창열의 '회귀'는 200호 대형 화폭에 세밀하게 묘사된 물방울과 한자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작가의 대표적인 물방울 회화 연작 중 하나로, 환상적인 시각 효과와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느낄 수 있다. 추정가는 2억 2000만~3억 5000만원에 매겨졌다. 해외 작가 중에는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푸른색 수채화 대작이 2억5000만~4억원에 출품됐다. 푸른색 수평선과 하늘이 화폭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수채화 특유의 부드럽고 투명한 질감은 작품 전체에 명상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다.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가 4억5000만원에 출품된다.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천진난만함과 자유로움이 특징이다. 요시토모 나라의 'Wisdom Tooth'는 ‘사랑니’라는 모티프를 통해 성장통, 분노, 억압된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추정가는 2억8000만원이다. 이번 경매의 이색 하이라이트는 ‘장흥 아트 스토리지 8평형 1년 이용권'이다.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이 전문 수장고는 경기도 양주 장흥에 위치한 첨단 설비 공간으로, 연간 약 2400만원의 이용 가치가 있는 공간을 시작가 1000만원에 경매에 부친다. 보안·방재·항온항습까지 갖추고 지난해 문을 연 이 수장고는 미술품 보관에 최적화된 장소로, 실질적인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은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경매 출품작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12일부터 22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5/07/11
호반문화재단,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2025 H-EAA' 시상식 호반그룹의 호반문화재단은 지난 10일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에서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 '2025 H-EAA: HOBAN-Emerging Artist Awards'(H-EAA)의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우현희 이사장,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을 비롯해 권여현 홍익대학교 교수, 유진상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이선영 평론가 등 심사위원과 수상작가, 문화예술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호반문화재단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H-EAA 공모전을 열고 신진 작가에게 전시, 홍보, 전문가 매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69명의 작가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지난 2월 온라인 접수를 시작으로 포트폴리오 및 작품 실물 심사를 통해 7인의 작가가 최종 선정됐다. 올해는 83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공모전 개최 이래 역대 최다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대상은 숙련된 드리핑 기법을 통해 제주 해녀의 강인한 삶과 지역적 서사를 생생하게 표현하며, 진정성 있는 연작을 선보인 신민정 작가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유화의 질료감을 바탕으로 멜랑콜리한 정서를 담아내며, 익숙한 소재에 회화적 깊이를 더한 나광호 작가가 수상했다. 선정작가상은 고은주, 김기태, 남정근, 박상빈, 윤일권 작가가 선정됐다. 호반문화재단은 이날 대상 3000만원, 우수상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은 "청년 예술가들의 가능성과 열정을 마주하는 이 자리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호반문화재단은 작품마다 담긴 치열한 사유와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이들의 창작 여정을 꾸준히 응원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 H-EAA 선정작가전은 지난달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호반아트리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단단한 씨앗들이 피워내는 가능성’을 주제로 극사실주의 회화, 수묵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을 통해 선정작가 7명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담긴 대표작 57점을 선보인다. 2025/07/11
펨바 아이들과 그린 예술…차케차케 시장 "행복합니다" 모델도, 교본도 없었다. 아이들은 마음에서 나오는 선과 색으로 펨바의 여름을 채웠다. 물감과 붓, 크레파스와 마커를 손에 든 아이들은 거대한 캔버스와 천 위에 그림을 그렸다. 누구 하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따라,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순수의 세계로 들어갔다. 어느새 피카소와 바스키아를 떠올리게 하는 대담한 화면들이 탄생했고, 아이들은 손에 묻은 물감조차 아까운 듯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신나요!”라며 크레파스와 붓을 놓지 않았다. 11일 오후, 탄자니아 펨바 섬 차케차케시에 위치한 CDP센터는 미술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현장을 찾은 Mgeni Yahya Khatibu 차케차케 시장은 미술수업에서 탄생한 그림들을 둘러보며 아이들의 표현력과 순수함을 이끌어내는 그림 그리기를 함께 해 줘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CDP센터와 아이프칠드런의 예술나눔 활동에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계속 이어지길 희망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아티스트가 아이들에게 펼치는 페이스페인팅을 직접 받으며 수업 열기를 체감했다. 한국 작가에 한쪽 얼굴을 맡긴 그는 뺨 위에 얹힌 하얀 꽃나비를 확인하며 “정말 멋지다.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AIF)이 주관한 제4차 국제예술나눔 프로그램 ‘K-Emotion 아트드림 탄자니아’의 일환이다. 지난 7일부터 2주간 펨바 지역에서 열리고 있으며, 회화·조각·자수·음악·영화·연기 등 총 6개 장르의 예술수업이 진행 중이다. 아이프칠드런(AIF)홍보대사인 배우 유준상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 김남표, 아트놈, 박성수, 연누리, 영화감독 민병훈, 뮤지션 소피, 전시기획사 이지수 대표 등 총 8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창작과 감정의 ‘표현 실습장’을 펼쳤다. 들은 아크릴 물감, 붓, 색연필, 색종이, 스케치북을 비롯해 영양제와 공책 등 기증품까지 직접 꾸려, 총 23kg 분량의 14박스에 담아 펨바로 날아왔다. 아이프칠드런이 3일째 이어간 이날 미술수업에서는, 펨바 아이들 300여 명이 함께 거대한 집단 추상화를 완성하며 창의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는 거대한 집단 추상화가 완성되었고, 자수 드로잉 수업에는 바늘을 꿰어 수를 놓는 아이들의 집중한 눈빛이 이어졌다. 배우 유준상은 한국인 최초로 펨바 아이들에게 연기 수업을 진행하며 “표현의 기회는 곧 존엄”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윤섭 AIF 이사장은 “올해는 지난해 사전 예술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본격적인 예술 체험이 이뤄졌다”며, “향후 펨바에 한국 작가들과 아이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아트비전스쿨’(예술학교+전시장+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이프칠드런은 차케차케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카티부 차케차케 시장은 “아트비전스쿨이 하루빨리 건립되어, 펨바 아이들이 앞으로도 행복하고 기쁨이 넘치는 미술 수업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한국에서 온 화가들과 함께, 연기 수업을 선사한 배우 유준상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프칠드런은 이번 수업에서 탄생한 아이들의 '그림'과 '그림 박스 의자'는 한국으로 가져와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2025/07/10
샤넬×프리즈 ‘나우 & 넥스트’ 시즌4, 김윤철·김보희 등 6인 참여 김윤철·전소정, 김보희·정유미, 이진주·임노식 작가가 '샤넬X프리즈 ‘나우 & 넥스트’ 시즌 4에 출동한다. 샤넬과 프리즈(Frieze)가 공동 기획한 ‘나우 & 넥스트(NOW & NEXT)’ 프로젝트가 2025년 네 번째 시즌을 맞아, 한국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작가 6인을 공개했다. 이번 시즌에는 김윤철–전소정, 김보희–정유미, 이진주–임노식 등 총 3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세대와 매체를 넘나드는 창작의 대화를 통해, 오늘과 내일, ‘지금(NOW)’과 ‘다음(NEXT)’을 연결한다는 시리즈의 철학을 구현한다. 김윤철은 설치, 드로잉, 사운드 등 매체를 넘나들며 기술 기반의 실험적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전소정은 영상과 텍스트를 통해 현대 미학과 정치적 담론을 교차시킨다. 김보희는 전통 회화 기법에 예리한 자연 관찰을 더해 고요한 풍경을 포착하고, 정유미는 기억과 상상 사이를 부유하는 추상적 회화를 구축해왔다. 이진주는 동양화의 정서를 기반으로 무의식의 장면들을 구현하며, 임노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회화를 통해 호출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나우 & 넥스트’는 2022년 프리즈 서울 론칭과 함께 시작된 비디오 시리즈로, 매년 서울을 거점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전 세계에 소개해왔다. 올해 선정된 작가들의 시리즈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5’ 기간 중 순차 공개된다. 2025/07/10
미래의 유물, 서울에 도착했다…다니엘 아샴 '기억의 건축' 고대의 형상에 현대의 물성을 덧입히고, 그 위에 미래의 시선을 얹었다. 미국 작가 다니엘 아샴의 개인전 '기억의 건축'은 마치 미래의 고고학자가 발굴한 유물처럼, 세 겹의 시간. 과거·현재·미래가 충돌하는 조형 세계를 펼쳐낸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페로탕 서울에서 10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2017년 개인전, 2024년 롯데뮤지엄 회고전에 이은 아샴의 세 번째 한국 전시다. 작가 특유의 개념인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을 회화, 조각, 드로잉을 통해 보여준다. 아샴은 현대 문명의 오브제를 석고, 모래, 화산재 등의 재료로 만들어 고고학적 유물처럼 연출해왔다. 카메라, 마이크, 공중전화 등 20세기의 일상적 사물이 미래의 고고학자에게 ‘발굴된 현재’가 되는 방식이다. 이 조형적 환치는 시간의 일직선적 개념을 해체하고, 물질을 통해 시간성과 상징의 무시대성을 실험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전시의 대표작인 'Amalgamized Venus of Arles'(2023)는 그리스 아프로디테 조각을 모티브로, 고광택 스테인리스 스틸, 녹청 청동, 연마된 청동을 혼합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세 재료는 정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지만, 관람자의 시선이 회전할수록 서로 충돌하며 시각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고대 조각의 질감과 현대 산업의 광택이 한 덩어리 안에서 부딪히며, 시간의 충돌이 조각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캐스트 샌드’ 조각 연작도 주목할 만하다. 'Stairs in the Labyrinth'(2025)는 모래를 주조해 만든 작품으로, 여성의 두상 내부가 고대 건축처럼 구성되어 있다. 미로처럼 얽힌 구조와 그 속을 오르내리는 미세한 인간 군상은 마치 마그리트와 에셔의 시공간을 떠올리게 하며, 시각과 정신의 균형을 뒤흔든다. 이러한 조형은 회화와 드로잉에서도 이어진다. 단색의 풍경 속에서 거대한 조각상의 머리가 숲과 정글, 폐허 속에 떠오르듯 나타나고, 이를 바라보는 탐험가의 뒷모습이 실루엣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는 19세기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구성과도 닮아 관람자를 고고학적 발견의 순간으로 이끈다. 아샴의 세계에서 조각은 시간의 장치이며, 감상자는 상상의 고고학자다. 그가 구축한 ‘기억의 건축’은 단순한 고대 오마주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재조립하는 조형적 사유의 실험장이다. 전시는 8월 16일까지. 관람은 무료.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은? 1980년 미국 클리블랜드 출생으로, 뉴욕 쿠퍼 유니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조각, 회화, 드로잉, 영화, 건축, 패션을 넘나들며, ‘상상의 고고학’을 중심 개념으로 삼아 현대의 오브제를 고대 유물처럼 가공하고, 시간·기억·기술의 층위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5/07/10
콘진원, 프랑스 '어메이징 페스티벌'서 첫 한국 공동관 운영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프랑스 빌팽트에서 열린 '2025 어메이징 페스티벌'에서 최초로 한국 공동관을 운영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은 대형 문화축제인 '재팬 엑스포' 내 행사로 전 세계 대중문화를 소개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종합 콘텐츠 축제다. 최근 웹툰과 대중음악 등 한국 콘텐츠가 포함되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했고, 아시아 서브컬처 전반을 아우르는 행사로 성장하고 있다. 콘진원에 따르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현지 구매자와 수출 상담을 통해 총 285만 달러(약 39억원)의 상담 실적을 거뒀다. 나흘간 누적 관람객은 4만7000여 명을 기록해 산업 관계자와 일반 관람객의 관심을 끌어냈다. 콘진원은 K-만화·웹툰 수출 확대와 세계 시장에서의 인지도 제고를 목표로 디씨씨이엔티, 리버스, 비브라보, 서울미디어코믹스, 투유드림 등 총 5개 국내 콘텐츠 기업을 소개했다. 각 기업은 자사 대표 작품을 포함해 총 25개 작품을 현지에서 선보였다. 현장에서는 프랑스 기반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전문 유통사 아비스(Abysse)와 유럽 최대 규모의 출판 그룹 산하 브랜드 오노(ONO) 등 현지 관계자들과의 협업 논의가 이뤄졌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 사인회 등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이현주 콘진원 콘텐츠IP진흥본부 본부장은 "K-만화·웹툰은 독창성과 서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 수요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