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익갤러리, 차영석 개인전…"운동화, 신지 말고 보세요" 그림이 된 운동화, 욕망의 시험대에 올랐다. '연필 세밀화'로 유명한 차영석 작가가 운동화로 돌아왔다. '그냥 운동화'가 아니라 스니커즈(sneakers)로 불리는 '명품 신발'이다. 트렌드세터(Trend Setter)라면 한개쯤은 소장각인 운동화들이 캔버스에 새겨져 또다시 소유욕을 자극한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는 차영석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을 오는 10월6일부터 선보인다. 2018년 이 화랑 전시 후 3년만에 여는 전시다. 차영석 작가는 흔한 일상의 사물들을 아주 세밀하고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화가다. 이번 전시에는 발렌시아가, 샤넬 등 명품 운동화 76점과 그의 대표작인 '매 연작' 4점을 함께 공개한다. '비싼 신발'들이 즐비한전시장은 그야말로 '운동화 매장'같다. 몇 년 전부터 운동화에 꽂혔다는 작가는 여전히 지루하게 반복한 세밀화의 마력을 뽐낸다. 운동화는 한 땀 한 땀 만드는 장인 정신으로 완성했다. 연필에 집중하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컬러펜 아크릴 등 재료를 확장했다. 손맛에 다양한 연장이 더해지니 화려해졌다. 실제 운동화의 색감 뿐 아니라 질감까지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운동화’가 일상의 파편이자 미적인 대상이라는 것을 더욱 부각시켰다. "운동화는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에요. 개인 욕망의 발현 일 뿐 만 아니라 개인이 속한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죠." ‘운동화’는 일상적인 소모품이지만, 요즘 시대는 '재테크'와 '컬렉션'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운동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수집 아이템으로써 취미생활이자 동시대의 트렌드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산물이기도 하다. 일상 사물이 그림이 되면 존재감이 달라진다. 발렌시아가 운동화 그림은 진짜 운동화 가격보다 3배 정도 비싸다. 35 x 50 cm 크기 운동화 그림은 300만원이다. 신발은 닳아 감각상각 하지만 신발 그림은 반대다. 이번 개인전에는 2019년에 제작되었던 '매 연작'도 전시한다. 매 연작은 재현의 의미보다 작가의 특징인 세밀하게 선묘하는 독창적인 화풍이 잘 드러난다. 기존에 벽에 걸었던 설치 방법이 아닌 병풍 형태로 제작했다. 평면 작품에서 입체 작품으로 변환되어 새로운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는 "차영석 개인전은 서로 다른 것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매시업’의 사전적 용어처럼 고전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매 연작)과 동시대의 트렌디함을 보여주는 작품(운동화)이 한 전시장에서 어우러져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0월26일까지. 2021/09/29
127년전 '福·壽' 100번 쓴 '백수백복도'의 '뱀파이어 미학'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은 사라지지 않고 변할 뿐이다. 1894년 갑오춘서에 나온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는 2021년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보인다. '조선 의주에 사는 장인선'이 제작했다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이 '문자도'는 '뱀파이어 미학'을 전한다. 100년이 지나도 살아나 현대인의 손맛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백수백복도'는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민화와 달리 이름을 남긴게 가장 큰 특징이다. 복(福)자와 수(壽)자를 번갈아 100번을 반복했지만 지루함이 없는게 특징이다. 모두 다른 형태의 글자로 새긴 이 문자도는 보고 또 보면 독특한 개성미와 세련미의 극치다. 다양한 형태로 그려진 글씨는 '오래 사시고 복을 누리시라는 수복'의 의미를 담은 '찐마음'이 느껴진다. 복(福)자와 수(壽)자. 조선 시대 민화임에도 현대적인 화조화 패턴의 타이포그래피를 연상시킨다. 풍부한 회화성과 세련된 미감이 돋보이는 명작으로 평가되는 이 문자도의 존재감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백수백복도'를 대표작품으로 펼친 현대화랑의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전이다. 현대화랑은 지난 2018년 '민화, 현대를 만나다'전시를 연 이후 우리 민화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시 ‘화조’를 재조명해, 민화계와 미술애호가들에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 후속 전시인 이번 전시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에서는 빼어난 조선 시대 문자도 11점과 문자도를 새롭게 재해석한 현대미술가 박방영, 손동현, 신제현 3인의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 선조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었던 '문자도'는 선조들의 염원과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전시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는 한자를 활용한 동아시아 문자도 가운데서도, 유교의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를 그린 독특한 문자도를 주목한다.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윤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문자도는 18세기에 성행하며 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유교 덕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교화적인 목적으로 제작됐지만, 문자도는 각 지방의 문화와 결합되어 지방의 예술로 확산되고, 19세기 후반에는 장식화의 경향을 보이며 점차 조선 시대 생활미술을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각 전시공간에는 문자도의 창의적인 해석을 모색한 3인 3색의 작업이 조선 시대 문자도와 함께 펼쳐진다. ▲인간 삶의 이야기를 일필휘지의 필법과 상형그림으로 그려낸 박방영, ▲문자도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그라피티와 같은 현대적인 주제를 결합시켜 동양화의 관습적인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손동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화조문자도를 오마주하고 천하게 여겨지던 민화의 가치를 새로운 인식 속에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신제현의 작업이 전시된다. 전시를 기획한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한국회화사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문자도가 창의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과 만나 어떻게 독창적인 가치로 변화되는가를 실험하는 하나의 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유쾌한 문자그림들은 탁월한 솜씨와 고졸한 미감을 넘나들면서 그린 이의 개성과 삶의 방식들을 꾸밈없이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해학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민화지만 그림으로 인정받지 못한 배경은 이름 없는 무명화가들의 그림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그린이의 상상력에 따라 신출귀몰하고 불가사의한 표현이 가득한 민화 속에는 자연의 본성을 담아낸 당대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특히 문자도는 전형적 스토리텔링을 구사한 것(prototype)에서 대상을 생략하거나 과장한 것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표현이 풍부하다. 모던한 감각의 화조문자도, 어린아이의 익살맞은 낙서 같은 제주문자도 등에 이르기까지 조선 민화 문자도는 현대미술로 거듭난 오늘의 현란한 문자도에 견줘도 꿀리지 않는다. 형태와 재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비하고 독특한 개성미가 빛나는 '문자도'를 제대로 살펴볼수 있는 전시는 온라인 사전예약(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85123)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입장료 3000원. 2021/09/23
구순 박서보 화백의 식지않는 열정...'색채 묘법' "내 전부를 걸고 그림과 싸우는 거지요.” 박서보 화백의 열정은 여전했다. 구순의 나이에도 지팡이를 짚고 서서 하루 5시간 연필로 선을 긋는다. "늙어 다리에 힘이 없어 작업실에서 자빠져요. 서 있거나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점점 힘듭니다. 그래도 제 인생을 걸고 완성하고 싶어요." 목표가 있다. 내년에 베니스비엔날레 전시할 계획이다. 캔버스 크기는 200호(259× 195cm) 대작들에 신작을 선보인다. 2019년부터 시작한 작품으로 올해 말 끝낸다는 의지다. "지구에 살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죽어서 무덤에 들어가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중섭·박수근·김환기 등 '죽은 화가'와 달리 '박서보'는 살아 생전 화가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단색화 거장'으로 불리며 지난 10여 년 전 팔순에 최고의 화가로 등극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화가는 환갑 이후부터가 절정이라는 말을 박서보 화백이 증명했다. 자화자찬 화법의 1인자이기도 한 그는 "외국에서는 나를 한국 현대미술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자랑도 잊지 않는다. 일본 유학파 등 이전 세대와 달리 '토종 미술인'인 그의 그림 '묘법'은 마법이 됐다 '장르가 박서보'라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작품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끝까지 살아남아 단색화를 일궈내고 세계화시켰다"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닌 이유다. 2016년 영국 런던 화이트 큐브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데이미언 허스트와 트레이시 에민 등 영국 스타 작가뿐 아니라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세계 최고의 화랑에서 연 한국 작가 초대전은 한국 미술계의 쾌거이자 일대 사건이었다. 이후 세계 최고 화랑들의 러브콜이 이어져 파리 페로탕 갤러리, 국립 그랑팔레미술관, 도코갤러리, 홍콩 아시아소사이티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붓을 놓는다'는 팔순 이후부터 후끈한 봄날이 이어진 '행복한 화가'다. 작품값도 10년전보다 최고 20배 정도 상승했다.박 서보 화백은 평균 호당가격이 10여년 전보다 10배 올라 50만원이었던 호당가격은 2015년 400만원을 넘겼다. 100호 크기이면, 기본 4억선에 거래되는 셈이다. ◇장르가 된 '박서보 묘법'은 어떤 그림? '묘법(描法·Ecriture)'연작은1970년대 초 시작됐다. 화면에 물감을 바르고 연필로 수없이 선을 그은 '연필 묘법'이 이어지고 있다. 그림값도 치솟았고, 2007년작 '묘법'은 올해 처음 4억대를 돌파했다. 둘째 아들이 스승이다. "어느날 아들이 노트 네모칸 밖으로 글씨가 삐져 나가자 화가 나서 빗금을 막 그리더라고요. 그걸 옆에서 보고 '저게 체념이다'고 생각했죠." "아들이 하던 짓을 그림으로 흉내내 수없이 반복하니까 '연필 묘법'이 됐다"는 박 화백의 그림은 초기에는 사이 톰블리(Cy Twombly 1928~2011)의 그림과 비견됐지만, '산 자의 그림'은 생명력이 강했다. 사이 톰블리가 즉흥적인 에너지로 그려냈다면, 박서보는 깊은 내공의 볼수록 명상적인 그림이라는 평가를 획득했다. 지난 2014년 단색화가 세계미술시장에 진입했을때 박 화백의 당당함은 하늘을 찔렀다. 서양인들이 박 화백에 “한국의 피카소 같다”고 하자 “나는 피카소가 아니라 박카소다!”라고 맞받아친 일화는 유명하다. 1970년대 초기(연필) 묘법, 1980년대 중기 묘법, 2000년대 이후의 후기(색채) 묘법으로 구분된다. 연필 묘법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우고 수신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색채 묘법은 손의 흔적을 강조하는 대신 일정한 간격의 고랑으로 형태를 만들고 풍성한 색감을 강조하여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제작을 위해 작가는 두 달 이상 물에 충분히 불린 한지 세 겹을 캔버스 위에 붙이고, 표면이 마르기 전에 흑연 심으로 이뤄진 굵은 연필로 선을 그어 나간다. 연필로 긋는 행위로 인해 젖은 한지에는 농부가 논두렁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좌우로 밀려 산과 골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물기를 말린 후 스스로 경험한 자연 경관을 담아 내기 위해 표면에 아크릴 물감을 덧입힌다. 이렇게 연필로 그어내는 행위를 반복해 완성된 작품에는 축적된 시간이 덧입혀지고, 작가의 철학과 사유가 직조한 리듬이 생성된다. '회화에 동아시아의 자연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담아냄으로써 한국의 모더니즘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서보 묘법의 '색'...검정→오방색→흰색, 시대상 드러내 박서보의 회화에서 색은 시대상을 드러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전후 시기의 원형질 연작에서는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불안의 정서를 표현한 검은색, 1960년대 후반 서양의 기하학적 추상에 대응해 전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유전질 연작에서는 전통적인 오방색, 그리고 1970년대에 ‘비워 냄’을 몸소 실천한 연필묘법 연작에서는 색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위해 흰색을 선택했다. 그러던 그가 2000년 이후 강렬하고선명한 색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급진적인 시도는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던 그가 새로운 디지털문명을 대면하며 느낀 공포심과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현대인들 누구나 겪는시대적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상을 녹인 작업을 이어오던 그에게 ‘더 이상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없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고, 이는 스스로 작업 중단까지 고려하기에 충분한 배경이 되었는데, 그 끝에서작가가 찾은 돌파구는 다시금 색이었다. 각종 이미지가 무차별적으로 범람하는 시대, 회화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색채 묘법 연작에서 회화는 더이상 자기표현의 도구로 기능하지 않는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의도된 경험을 강요하거나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화면에 정적인 고요함과 리듬감 있는 활력만을 남겨 보는 이의 스트레스를 흡인(吸引)하는 장을 만든다. 이는 그가 스스로의 작품을 ‘흡인지’라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라불리는 그가 단색화를 “행위의 무목적성, 행위의 무한반복성, 행위과정에서 생성된 흔적(물성)을 정신화 하는것”의 세 가지 요소로 정의 내린 사실도 이 같은 회화의 새로운 역할을 뒷받침한다.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2000년대 이후 근작 16점 공개 "나는 그림 그리기가 수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색칠과 선 긋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깊은 맛은 서양인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에요. 누구도 따라못할 밀도감을 담으려고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미술이 곧 방법론임을 주장하는 박서보는 여러 측면에서 회화에 내재한 기존 질서들을 전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캔버스에 유화물감과 연필로 작업해오던 그는 1980년대 이후 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양의 종이와는 달리 색과 빛을 흡수하는 성질의 한지는 ‘물아일체’를 실행하고자 하는 작가의 동양적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매체였다. 더 나아가 그 위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 즉 한지가 젖어 있는 동안 연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골을 만들고 음영을 부여한 건 연필이라는 도구를 종이의 원초적인 물질성에 굴복시켰다고 해석할 수있다. 그 결과 화면에는 연필의 흔적이 아닌 과정과 질서만이 오롯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15일 개막한 박서보 화백 개인전은 '박서보 색(감)'의 묘한 기운 '묘법'을 실감할 수 있다. ‘왜 회화 작업을 하는가?’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변화하는 시대상에 부응하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모색해온 그의 ‘후기 묘법’ 내지는 ‘색채 묘법’으로 알려진 2000년대 이후 근작 16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제갤러리 K1 공간에서는 공기색, 벚꽃색, 유채꽃색, 와인색을, 그리고 K1의 안쪽 전시장에서는 홍시색, 단풍색, 황금올리브색 등 박서보가 자연에서 화면으로 유인한 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10월 31일까지. ◇박서보 화백은 누구? 화가 박서보(1931·본명 박재홍)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어왔다. 1956년 김영환, 김충선, 문우식과 함께 '4인전'을 통해 반국전 선언을 발표, 앵포르멜 기수로 화단의 스타작가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962-1997) 및 학장(1986-1990)을역임했다. 2000년에는 명예교수로 임명되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 및 고문(1980)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대형 회고전을 비롯, 같은 해 독일 랑엔 재단(Langen Foundation), 2006년 프랑스 메트로폴 생떼띠엔느 근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국제갤러리와 손잡고 전시를 열고 있다. 그간 국제갤러리와 박서보는 국제갤러리(2014),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2015),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2016), 상하이 파워롱미술관(2018) 등에서 열린 그룹전들을 통해 단색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여정을 함께 해왔다.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은 지난 2010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구겐하임 아부다비, 홍콩 M+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21/09/17
김현식 개인전 '현玄'..."색을 넘어서고 싶었다" '혼을 다한 340점이 현(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는 작가 김현식 개인전 '현玄'을 8일 개막했다. 2018년 학고재 개인전 이후 3년 만의 전시다. 레진이 품은 '21세기 단색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레진(resin)을 붓고 단단히 굳힌 후 긁어내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평면 속에 드러내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평면 속 공간을 더 넓고 깊게 구현했다. 수많은 선긋기로 완성한 색색의 작품은 해외평론가들의 "동양적 신비로움"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미니멀 아트'로 다가섰다가 독특한 기법에 감탄하는 작품이다. (말끔하게 칠한 회화에 두꺼운 투명 코팅 처리를 해 놓은 것 같은 작품의 비밀은 '에폭시 레진'(epoxy resin)덕분이다. 공업용 투명 접착제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유리액자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다.) 김현식은 평면 속에 색이나 형태를 이용하여 깊고 아득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노자의 '현은 온갖 신묘함의 문'이라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레진을 붓고 말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에 다다르고자 했다." 겹겹이 쌓아 올린 선들 사이의 투명한 미지의 공간은 색을 넘어선 본질로서의 공간으로 작동한다. 학고재 우정우 디렉터는 "동양에서 말하는 현(玄)으로서의 절대 공간을 표현함으로써, 숭고주의 회화를 재해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품 '거울'(2021) 연작은 관찰자의 시선이 점진적으로 심연에 다다르게 한다. 작품을 보다 보면, 표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과 작품 속 공간 사이를 시선이 넘나들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현식은 이 연작을 큰 규모로(300) 선보여 우주를 구현하고자 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이 모습을 보고 이전에는 몰랐던 감정을 깨닫게 되었던 신화 속 나르시스처럼, 모든 것을 품은 현(玄)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다. 작가는 "표면 너머의 무한한 공간과 조우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이번 전시에 '신묘함의 문을 여는 것' 같은 작품 340점을 공개한다. 10월17일까지. 김현식은 1965년 경상남도 산청 출신으로 1992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울산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그동안 학고재, 모거모던아트(런던), 아트 로프트(브뤼셀), 노블레스 컬렉션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부산시립미술관(부산), 시안미술관(경북 영천) 등 주요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아트 바젤 홍콩(홍콩), 아트 브뤼셀(벨기에), 아트 파리스(프랑스) 등 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다. 2021/09/08
이건용 '바디 스케이프', 퍼포먼스 아닌 회화...갤러리현대
"화가는 모름지기 자기 앞에 현전해 있는 평면에 무언가를 그리지만, 저는 화면을 제 앞에다 놓고 제 신체가 허용하는 것만큼만, 화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선을 그리는 겁니다. 그것은 제가 평면을 보고 그 위에 무언가를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제 팔이 움직여서 그어진 선을 통해서, 내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일명 '뒤로 그림', 퍼포먼스 작가 이건용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8일 개막했다.
'Bodyscape(바디스케이프)' 주제로 열린 전시는 신작 회화 34점과 판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퍼포먼스 작가가 아닌 ‘화가’로서 이건용의 회화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이건용이 1976년 첫 발표한 'bodyscape' 연작은 작가가 신체를 제한한 상황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제작 과정을 담은 절제된 흑백 기록 사진과 전시장의 관람객 앞에서 공연되는 등 '이벤트로서의 드로잉'이라는 속성 때문에 이 연작은 주로 '퍼포먼스'의 맥락에서 해석 및 평가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Bodyscape' 연작이 회화로서 지닌 매력과 회화사적 의미를 살펴볼수 있다. 'bodyscape'의 아홉 연작이 모두 신작으로 제작되어 한 장소에서 공개되는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는 아크릴 물감, 연필,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로 완성한 종이 드로잉 작품과 판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10월 31일까지.
이건용은 194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만 여 권의 장서를 읽으며 문학, 종교, 철학, 인문학에 일찍이 관심을 가졌다. 배재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듣게 된 논리학 수업을 통해 현대철학을 접했다. 이를 통해 실존주의, 현상학, 언어분석철학에 눈떴고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에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서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 실린 문장인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에 대해 골몰하며 논리와 언어학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1969년 S.T(Space and Time 조형학회)를 조직해 현대미술에 관한 글을 번역해 토론하고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위적 미술 활동을 전개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신체항'을 중심으로 입체(설치) 작업을 선보였고, 1975년 '실내측정'과 '동일면적'을 시작으로 '달팽이걸음', '장소의 논리' 등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행했다. 1976년부터 현재까지
초딩 그림 같지만 반전 내공...'박사 화가' 이사라 개인전 이 그림 초딩이 그린 것 같지만, 미술학 박사 출신 화가 그림이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요술)공주를 그린 것 같은 이사라 작가의 'Dreams Come True'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8일부터 열린다. 신작 2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과 장난감에서 쌓았던 추억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또 고려청자 형식으로 제작한 테디베어 형태에 독특한 문양과 화려한 색을 입힌 조각품 3점도 공개한다. 쉬워 보이는 그림이지만 제작 과정은 노동집약적이다. 독특한 작업방식 때문에 캔버스 천에 바로 색을 칠할 수 없다. 캔버스 바닥 면에 작가가 조합한 재료를 칠하고 사포질을 한 다음에 다시 같은 재료를 다시 칠을 한다. 이런 식으로 일정한 두께의 층이 형성될 때까지 수 회를 반복한다. 인형을 만들 때도 만들어진 형태에 사포질을 백여 회 이상하면서 원하는 표면을 만든다. 이렇게 바탕 면을 만든 후에 원하는 형태와 색을 칠하고 난 뒤 날카로운 칼로 여백을 긁어낸다. 그러니까 화면에 보이는 흰색은 바닥에 칠했던 재료가 드러나게 되는 것. 또 페인트가 흘러내는 듯한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층을 만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계량할 수 없는 엄청난 노동량을 투입해야만 탄생하는 작업은 엄청난 열정과 끈기가 한 밑천이다. 임창섭 미술평론가는 "이사라 작가는 물질이 가지는 형태보다는 자신이 느꼈던 아름다웠던 추억에 자신의 색을 입혀내고 있다"며 "자신의 예술적 고통을 감내한 작품으로 감상자에게 행복이라는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이사라는 2002년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2014)를 취득했다. 그동안 'Happy Doll' 'Lucky Bear', 'Wonderland', Colorpool 등의 시리즈를 발표하며 2003년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왔다. 인형을 그린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뉴-이미지(New-Image)로 평가받고 있다. 동아미술상, 뉴 프론티어상, 최우수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2016년부터 가나아뜰리에 입주 작가로 활동중이다. 초현실적인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이석주 화백의 딸이다. 작가는 "드림스 컴 트루. 전시 타이틀처럼 그림을 보는 분들이 저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얻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루어질꺼야', '너를 믿어', '행복마법 한스푼', '난 희망을 보았어' 등 그림과 어울리는 제목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전시는 18일까지. 2021/09/07
나도 들어가 있는 듯 초대형 영상 압권...문경원&전준호展 '미지에서 온 소식'이 생생하다. 작품이 전시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영상의 흐름에 따라 조명이 점멸하거나 음향이 흘러나오는 공간으로 연출된다.마치 영상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영상이 보여주는 서사는 세로 4.25m 가로 2.92m의 대형 풍경화를 통로 삼아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이어진다. 관람의 몰입도를 확장시킨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전시가 개막했다. 서울·독일(2012), 미국(2013), 스위스(2015), 영국(2018), 다시 서울(2021)로 이어진 문경원&전준호의 장기 프로젝트다. 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공개된 이 전시는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전시로,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나 상생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 후원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이번 '문경원&전준호' 전시는 2012년 올해의 작가상 이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을 통해 9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여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모순과 위기 속 예술의 의미와 작가의 역할이라는 주제의식이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경원&전준호의 '미지에서 온 소식'은 둘의 대표 장기 프로젝트로 19세기 후반 영국의 미술공예운동(Art & Craft Movement)을 이끈 사상가이자 소설가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2012년 제13회 독일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13)에서 첫 선을 보였다. 문경원&전준호는 미술계에서 부부같은 부부 아닌 작가로 유명하다.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하며 자본주의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과 예술을 둘러싼 권력관계 등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문경원&전준호는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선보인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조차 표시되지 않는 ‘자유의 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이 ‘자유의 마을’을 두 작가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독특한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사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기형적 세계로서 조망한다. 동시에 전 지구적 팬데믹 상황으로 수많은 단절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현재를 성찰하는 담론으로 확장시켰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오랜 시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고립된 자유의 마을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반영하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변주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시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사진, 대형 회화 그리고 연계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두 개의 스크린이 등을 마주한 형태로 설치되며, 각각의 스크린 속 영상은 오랜 세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상과 제도의 모순과 충돌로 빚어진 두 고립된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증명을 위해 고투하는 두 인물의 삶은 시공을 넘어 서로 연결되며 펼쳐진다. 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박스에 대형 플랫폼을 설치하여 분야별 전문가들과 전시 의제를 토론해보는‘모바일 아고라’를 진행한다. 총 5회에 걸쳐 건축, 과학, 디자인, 인문학 등 전문가를 초청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맞닥트린 위기의 원인을 탐색하며 미래를 위한 대안을 탐색한다. 건축가 유현준, 디자인 그룹 BKID, 생태학자 최재천, 뇌과학자 정재승 외 해외 패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2022년 4월 29일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022년 2월 20일까지. 2021/09/02
갤러리애프터눈 김아미 대표 "'RM픽' 김희수 개인전 뜨겁네요 벌써 80% 판매" "정말 실감해요. 유명 작가 그림이 아닌데도 그림이 무섭게 팔려요." 미술시장은 코로나19시대 의외로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경매사들은 80~90% 낙찰률로 불과 3시간만에 200억 돌파를 순식간에 해내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 최고점을 찍었던 2006~2007년 활황세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오는 9월1일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여는 갤러리애프터눈 김아미 대표는 미술시장의 뜨거움에 깜짝 놀라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팔려나갔던' 15년전 처럼 인기 작품들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며 첫 개관전도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얼떨떨하다고 했다. 9월1일부터 펼치는 개관전은 '김희수 개인전'. 전시 개막전인데 80%이상 이미 판매가 됐다. 김희수. 미술시장에는 덜 알려졌지만, 이미 셀럽(셀러브리티. 유행을 이끄는 유명 인사)들이 픽(Pick)한 작품으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방탄소년단 RM이 김희수 작품을 구매해 더욱 화제다. RM과 친구인 가수 콜드(본명 김희수)는 RM이 자신의 오피스 오픈 선물로 김희수 작가 작품을 선물했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RM은 2019년 김희수의 문래동 전시때부터 관심을 가졌다고 해요." 김아미 대표는 "RM이 픽한 그림이라는 아우라도 있지만 김희수 작품은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색다른 깊이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갤러리스트로 변신했다. 20여년의 기자 생활을 접고 첫 개관전을 준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이거 된다"는 촉이 왔다. 전시장 외벽에 설치한 작품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작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달라진 미술시장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했다. '유명 작가만 팔린다'는 말은 옛말이라는 것. "이전엔 돈 많은 '큰손’들이 절대적이었다면, 이젠 젊은 컬렉터, MZ세대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경매시장에서 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등 젊은 작가들 작품이 수천만원~억대에 팔려나가는 배경이기도 하죠." 김아미 대표와 김희수 작가는 3년전 한 경매사에서 만난 인연이 이어졌다. 당시 신문사 경매회사를 이끌던 김 대표는 어느날 우연히 이중섭 박수근 이우환 그림속에 깔린 드로잉을 발견했다. 10만원에 올라온 그림이었지만 김 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후 그 그림은 미술시장으로 길어올려졌다. 지난해 헤럴드아트데이에서 열린 '노멀 라이프-드로잉'(Normal Life – Drawing)전으로 '김희수 브랜드'를 생성시켰다. 이번 갤러리애프터눈 개관전과 함께 공들인 김희수 신작은 드로잉에서 진화해 아크릴-유화 회화와 도자 작품을 선보인다. 셀럽들의 인기작가로 급부상한 작가의 작품값은 "호당 30만원선에 매겨졌다." 거친 붓자국 굵은 선으로 투박하게 보이지만 감성을 묘하게 자극한다. 마치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임재범의 '너를 위해')노래처럼 쓸쓸함과 외로움이 공존한다. 그동안 미술시장에서 익숙한 팝아트와, 매끈한 구상화와는 다른 결로 해외 작가 작품처럼도 보인다.(서용선 작품과 비슷해보인다고도 한다) 미대 출신이 아니다. 1984년생인 작가는 건국대학교에서 광고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사진, 영상 분야에서 일을 했다. 사진 상업스튜디오에서 모델과 작업하다,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환경과)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은데 하고싶다는 것 하나 때문에 붙잡고 있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서른 살의 나이에 전업 미술작가로 전향했다. 무엇을 그릴까 고민속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고, "쉽고 이뻐보이는 것에 매료됐다." 그래서일까 대담한 선과 색채가 거침없다. 경기도 양수리에서 홀로 작업하는 작가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린다. 특히 같은 이미지를 수백, 수천 번 반복 스케치한 후 그림을 완성한다. "아크릴로 작업하는데 처음에 어떻게 할지를 잘 몰라서 또 칠하고 칠하니 두꺼워지더라고요." 묘한 '갬성'(감성)을 자극하는 건 초심과 반복의 힘 덕분이다. 일명 '겹치기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은 마치 목조각품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홀로 바람을 맞고, 외로움을 견디며, 그리워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작가의 영혼이 낭만처럼 담겼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인 'NORMAL LIFE'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면서도 방대하게 보여준다. 1부와 2부로 각각 나뉘어 석 달 동안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종이 작품들을 비롯해 수채, 조각, 설치 작품 등을 소개한다. 9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진행되는 1부 전시에서는 'Be Normal' 이라는 소주제로 120호 대작들을 비롯한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이후 10월 23일부터 11월 28일까지 이어지는 2부 전시에서는 'People' 이라는 소주제 아래 수채 소품들과 대형 설치 작업을 공개한다. 특히 2부에서는 100여 명의 인간 군상을 보다 밝고 재치 있게 표현한 신작 수채 소품들로 전시의 주제를 연결한다. 김아미 대표는 "무심한 듯 보이는 평범한 표정 속에 일상의 희로애락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작가의 대표작 이미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장기간 전시를 마련했다"며 "작가의 양수리 작업실이 전시공간에 그대로 재현되는 대형 설치 작업도 볼 수 있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객은 시간당 40명으로 제한한다. 한편 9월1일 개관전을 시작으로 미술시장에 진입한 갤러리애프터눈은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길고 규모있게 선보일 예정이다. 갤러리 이름은 지친 오후의 휴식같은 시간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다. 김희수(9~11월) 개인전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전시 계획이 잡혔다. 방상혁(12월), 오유경(1월), 모모킴(2월), 콰야(3월), 이슬아(5월)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아트 렉처를 운영하며 삼청동 아트 스트리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목표다. 2021/08/30
'독일 핫한 작가' 데이비드 레만 '에로틱한 프로파간다' "액션페인팅의 창시자 잭슨 폴록(1912~1956)에 비견될 자유분방함! 동전의 앞면 혹은 뒷면? 호 아니면 불호? Yes 혹은 No? 서로 다른 이면의 경계를 넘나든다."(독일 미술비평가 라우라 클림트) 독일을 대표하는 차세대 주목 작가 데이비드 레만(34)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린다. 독일의 주요 미술관 기획전에 초대되어 강렬한 색감과 터치로 “동년배 작가들이 지켜야 할 기준을 세운 새로운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미술계에 눈도장을 찍고 있는 작가다. 2일 아시아 처음으로 개막한 서울 전시는 강남 청담동과 강북 삼청동 갤러리 3곳서 동시에 선보인다.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대표 최진희ㆍ최선희)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에서 회화 작품 45여점과 드로잉 30여점 등 총 75점을 전시한다. 작품은 어떤 형식이나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드로잉 기법이 특징이다. 초이앤라거 최선희 대표에 따르면 레만은 학창시절부터 회화와 드로잉을 넘나들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예술가상과 장학금을 독차지 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 연방주에서 수여하는 ‘젊은 예술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됐다. 이후 2019년 독일의 주요 4개 도시에서 ‘독일 이머징 회화 작가 특별 순회전’의 53인 젊은 회화 작가로 뽑히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순회전의 진행 방식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독일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인 50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1차로 뽑힌 200명 작가의 작업실을 모든 심사위원들이 2년간 일일이 방문해 최종 53명 본선 초대작가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때 드레스덴의 미술관에서 접한 올드마스터 페인팅들에서 너무 큰 감명을 받았고, 이미 그때부터 화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독일의 유명 미술비평가인 라우라 클림트는 레만의 작품에 대해 “단순한 희망을 불어넣기보다는 탈이데올로기적 미로 속으로 우리들을 밀어 넣는다"며 "레만의 작품은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과감한 조형적 실험정신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유쾌 발랄해보이지만 진지함이 내재되어 있는게 힘이다. 그의 작품은 천 년의 회화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모리스 루이스(1912~1962, 미국 화가)가 했던 것 같은 얼룩 기법으로 시작하여 티치아노(1490~1576,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와 유사한 글레이징 (glazing) 기법을 수백 번 반복했다. 즉흥적으로 그린듯 자유분방해 보이는 그림은 젊은 컬렉터들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때마다 품절 사태를 보이며 '데이비드 레만'의 이름을 구축하고 있다. 데이비드 레만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성사시킨 초이앤라거갤러리의 최진희 대표는 “34세 나이의 데이비드 레만을 독일 회화계에서는 ‘젊음’과 ‘야생’이라는 단어로 함축하여 표현한다"며 "그의 회화는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주제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며, 에로틱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고 도발적으로 캔버스에 토해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작품 'halbzeit time'이 그 예다. 왼편에 히틀러 모습을 한 극우파 인물이 탐욕스럽게 구운 소시지를 먹고 있다. 오른편에는 체게바라의 배지(badge)를 가슴에 단 페이크 혁명가의 모습, 귀족의 옷을 입고 나치의 손동작을 한 남성의 모습도 보인다. 여러 이념들이 끊임없이 이용되고 선동되는 현 정치의 모습을 강렬하게 풍자적으로 꼬집고 있다. 또 다른 대표작 'Casanova'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영화 '카사노바'를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 속의 과장된 향락적인 장면과 의상, 색채, 광적인 향연, 육체의 쾌락, 하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허무함이나 우울함 등의 어두운 분위기를 충동적이면서도 과감한 붓 터치로 잡아냈다. 데이비드 레만은 자신의 예술론에 대해 “예술가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에 자신의 입장을 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특히 포퓰리즘(populism)이나 극우사상에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고 레만 작품의 주제가 사회정치적인 주제나 선정성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 일어나는 사건이나 현상을 과거 역사 및 고대 신화와 혼합하여 자극적이지만 유머러스하게, 또는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 풍자적으로 다룬다. 그는 종종 문학, 영화,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에서 받는 느낌이나 영감을 캔버스에 즉흥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의 그림은 회화와 회화의 역사 및 주제, 그리고 회화가 가지는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담론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울리케 크레마이어 브란덴부르크 현대미술관 관장은 “데이비드 레만의 그림은 결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며 추켜세웠다. 작품 전반의 첫인상은 다소 성(性)적인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파간다(propaganda)’ 성향이 강해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다른 정신적 깊이가 엿보인다. 평소 니체나 쇼펜하우어 등의 철학에 심취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실제 그림 전공 이전에 2년 간 철학 수업에 전념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특히 캔버스에서 춤추듯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붓질부터, 솜털의 섬세한 결로 빚은 듯 세심한 붓질이 공존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점이다. 구아슈, 유화물감, 구리 산화제, 스프레이 페인트 등의 다양한 재료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율법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회화 본연의 맛, 그러니까 '붓질의 맛'과 '물감의 맛'을 느끼게 한다. '이념 밖의 미로-Puzzling Astonishment’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는 최근 독일 현대회화의 전성기를 이끌어가는 트렌드와 독일 이머징 작가의 역량을 살펴볼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9월18일까지. 데이비드 레만은 1987년 독일 구동독 소도시인 루카우(Luckau)에서 태어나 코트부스(Cottbus)에서 자랐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 발레리 파브르(Valerie Favre) 교수에게 회화를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과 회화 전반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2019년 독일의 본, 비스바덴, 함부르크, 켐니츠 4개 도시에서 진행된 ‘독일 이머징 회화 작가 대규모 순회전시’의 참여 작가로 초대되어 순회 그룹전을 거치면서 차세대 주요 회화작가로 독일 전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0년 쾰른의 초이앤라거갤러리에서 개최된 구동독 출신 작가 3인전을 기점으로 독일의 비중 있는 미술애호가들과 컬렉터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는 코트부스(Cottbus)에서 거주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에 있다. 2021/08/02
박대성 화백 '정관자득'..."내년 美 순회전, 23년전 삼성 덕분" "내년 미국 순회전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소산 박대성(76) 화백은 '수묵화 대가', '불국사 화가'로 불린다. 화단에서도 그는 독보적이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성공한 '수묵 덕후' 화가다. 현란한 현대미술이 판을 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순도 '100% 먹 맛'으로 미술시장을 평정했다. 청와대에 잇따라 그의 그림이 걸리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는 그의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소산이야말로 우리 현대사 동족상잔의 처참한 희생이었다. 그 시절, 그 어린 나이에 팔 하나를 잃었다."(김형국(가나문화재단 이사장) 한눈 팔지 않고 집념같은 그림 그리기는 결핍이 키워낸 불굴의 정신이다. 그는 다섯 살 때 고아가 됐고 6.25전쟁 때 한쪽 팔도 잃었다. "갱지에 끼적끼적 병풍에 있던 그림을 따라 그리면 어르신들이 '고놈 그림 참 잘 그린다'고 칭찬을 했어요. 그게 힘이됐죠. 그래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그림만 그렸어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 한쪽팔의 결핍은 먹과 붓맛에 취하게했다. 묵화부터 고서에 이르기까지 독학으로 고행의 길을 걸었다. 20대이던 1970년대 국전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국전에서 상을 여덟번이나 받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수묵 담채화 '상림'(1979)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쪽 팔 작가'가 아닌 '한국화가 박대성'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90년대 '가장 잘 팔리는 작가'로 인기를 끌던 그는 현대미술을 공부하겠다고 199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수채화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그는 깨달았다. "먹의 번짐처럼 퍼지는 수채화 그림을 보던 순간에 가슴에 불현듯 불국사가 떠올랐고" 1년만에 보따리를 쌌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곳이 경주 불국사다.무조건 주지스님을 찾아 "불국사를 그리고 싶다. 그림 그릴 암자하나 내달라"고 했다.(인생은 아이러니다. 그는 경주가 고향도 아니고 천주교 신자다.) 이듬해인 1996년 인사동이 발칵 뒤집혔다. '그림에서 광채가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산이 불국사 전경을 그린 가로 9m 세로 2.3m '천년배산'과 가로 8m 세로 2m 화폭에 눈내린 불국사를 담은 '불국설경'때문이었다. 그렇게 경주에 뿌리를 내린 그는 83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하며 경주 솔거미술관 건립의 기초를 마련했다. 박대성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최근 세간에 공개되며 이목을 끌었던 이건희 컬렉션에도 그의 작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며, 소산 박대성이 한국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 화백은 "내년 미국 순회전을 하기까지 삼성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1998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젊은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라"는 선구안 덕분. 그 해 호암갤러리에서 그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또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 때는 대거 방한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 가운데 90여 명이 그의 경주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그때부터 상상도 못 하던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장의 추천으로 세계적인 컬렉터가 그의 그림을 사들였는가 하면, 그 대작이 미술관 특별실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이후 20년후 이제 한국화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순회전'을 앞두고 있다. 2022년 7월 미국 LA 카운티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등에서 전시한다. 또한 북미 순회전 기간에 맞춰 다트머스 대학교의 김성림 교수를 중심으로 미국 미술사학자들이 집필한 한국 현대미술을 다루는 서적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는 서양에서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을 미술사적으로 비교 분석한 최초의 서적으로, 특히 한국 전통 수묵화의 현대화에 앞장선 박대성 작가를 주목한다. 그가 '한국화가'로 세상을 놀라킬 준비는 이미 1995년, 붓자루 싸들고 미국으로 갔던 때부터 시작됐다. 박 화백의 당당함은 미술인들도 새삼 화들짝할 정도로 기백이 대단하다. 그는 전시를 앞두고 만난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당신의 취학 경력에서 영어 익힐 기회가 없었다던데 어찌 무모한 행각이었던가?"라고 묻자 "거기도 벙어리가 살고 있데!”라고 일갈했다. 2022 미국 순회전을 앞두고 가나아트는 소산 박대성의 개인전 '靜觀自得: Insight'을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순회전에 앞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마지막 개인전이다. 겸재 정선부터 이상범, 변관식의 진경산수화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박대성은 전통에 머물러 있던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새가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초점인 부감법과 다시점을 적절히 이용하여 한 화면에 담기 어려운 빼곡한 산맥과 그 사이의 문화재를 강조와 생략을 통해 역동적으로 배치한다. 담대하면서 섬세한 붓질과 농묵, 담묵의 기술적인 조절로 탄생한 그의 수묵화는 마치 광각렌즈를 통해 보는 듯한 파노라믹 뷰를 평면적으로 연출한다. 또한 막사발이나 청화백자 같은 한국 전통 도자기의 표면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수묵화 주제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 '靜觀自得'(정관자득)은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다. 작가는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의 주제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금강산, 천제연, 소나무 등 자연의 소재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신작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수집한 전통 도자기 및 공예품을 사실적으로 그린 ‘고미’ 연작 또한 대거 전시된다. 이와 더불어 소규모 정물화도 함께 전시되어 박 화백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아우른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한국 미술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이름이 다시 한번 대중에게 각인된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지난 3월,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한 아이가 보험가 1억 원 상당의 작품 위에 올라가 이를 훼손하고, 그의 부모는 사진을 찍으며 이를 방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현장을 담은 영상이 보도되자 한국의 관람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많은 이들이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박대성은 아이가 미술관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가져가길 바라지 않는다며 그들을 넓은 아량으로 용서했다. 또한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한 작품의 훼손 역시도 나름의 역사이기에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며 거장다운 도량을 보였다. 이 사건을 다룬 뉴스는 유튜브에서 219만 회 이상 재생되며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었고, 소산 박대성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한생명,부산시립미술관,산업은행,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뮤지엄,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아라리오미술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청와대,호암미술관,휴스턴뮤지엄, LA 카운티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