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경매시장 반토막…쿠사마 누른 고미술·이우환 '외화내빈(外華內貧)'. '프리즈키아프'로 화려했지만 정작 미술시장은 썰렁했다. 경매시장은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연 매출 규모가 불황기였던 2019년 수준인 약 1535억 원에 그쳤다. 총 낙찰률은 51.2%’로 나타났다. 27일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와 아트프라이스(대표 고윤정)가 발표한 2023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연말 결산에 따르면 올해 경매시장 낙찰총액은 약 15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 간 비교할 때 최저치의 낙찰총액 규모다. 2022년 약 2360억 원, 2021년 약 3294억 원, 2020년 약 1153억 원, 2019년 약 1565억 원 이었다. 국내 미술품 경매사 8개 경매사(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라이즈아트, 에이옥션, 칸옥션)에서 1월부터 12월 말까지 진행한 온오프라인 경매의 분석결과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이는 각 국내 경매사(해외법인 포함)의 순수미술품 외 모든 항목별 낙찰결과를 합산한 것이다. 서울옥션 제로베이스는 제외됐고, 이브닝 경매는 포함됐다. 또한 에이옥션 온라인(12/27)과 아이옥션 온라인(12/29)은 집계 일정상 제외됐다. ◆총 출품작은 2만7814점·총 낙찰률 51.2%…5년 간 최저 전체 집계 결과 총 출품작은 2만7814점·낙찰작 1만4238점·낙찰률 51.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 간 평균 60% 이상이었던 것에 비해 가장 낮은 낙찰률로, 낙찰작품 역시 가장 적은 수치다. (▲2022 총 출품작 3만985점 낙찰 1만8468점 낙찰률 59.6% ▲2021 총 출품작 3만2955점 낙찰 2만2235점 낙찰률 67.47% ▲2020 총 출품작 3만276점 낙찰 1만8349점 낙찰률 60.61% ▲2019 총 출품작 2만5962점 낙찰 1만7279점 낙찰률 66.55%) ◆낙찰총액 1순위는 K옥션…평균 낙찰률은 서울옥션이 높아 K옥션(약 581억 원)이 서울옥션(543억 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연속 2년을 앞섰던 서울옥션이 1위를 내줬지만, 연간 평균 낙찰률에선 56.9%로 K옥션의 40%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약 9800점을 출품해 약 3900여 점 낙찰한 기록으로 전체 평균 낙찰률 51%와도 큰 차이를 보인 결과다. 메이저 경매사의 고전이 미술 경매시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경매사별 상위 5순위 비중도를 살펴보면, ‘K옥션 38% → 서울옥션 35% → 마이아트옥션 19% → 아트데이옥션 3% → 아이옥션 2%’순이다. 상위 2순위 메이저 경매사 합산이 73%를 기록해, 80~90%였던 예년에 비해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큰 변화다. 이는 전체 최고 낙찰가 70억원 작품이 고미술을 전문으로 유통해온 마이아트옥션에서 판매한 점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낙찰총액은 이우환, 쿠사마 누르고 1위 탈환…2위는 조선백자·고미술 강세 낙찰 총액은 이우환 화백이 약 134억 6555만원(낙찰률 약 59%)으로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1위는 쿠사마 야요이(약 276억7436만원)었다. 반면, 낙찰가 1위는 단일 작품 최고가 기록은 절대적 강자였던 쿠사마 야요이를 누르고 조선백자인 백자청화오조룡문화 70억원이 차지해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최고 낙찰가 1위는 쿠사마 야요이(약 64억2000만원)로 쿠사마는 2020년부터 1위를 차지했었다. 올해는 특히 최고 낙찰가 1~3위가 조선시대 작품이며, 1위와 3위가 조선백자라는 점이 특별하다.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고미술품이 강세를 보인 점이 눈에 띈다. 조선시대 작품들이 8점을 올려 크게 활약했다. 낙찰 가격 상위 30순위에 조선백자는 6점이 올라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소 앞선 전망일 수도 있겠지만, 향후 전통미술의 선전 여부가 미술시장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낙찰총액 30순위 작가 중 생존작가는 12명 30순위에 생존작가 12명이 올라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 10월에 작고한 박서보 화백까지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1위 이우환을 비롯해 6위를 차지한 이배(본명 이영배),15위 이건용, 17위 하종현, 21위 최영욱, 22위 정상화, 23위 이강소, 24위 우국원, 26위 정영주, 27일 김종학, 28위 전광연, 30위 이왈종이 올라있다. 단색화 위주의 작가들 비율이 낮아지고, 다양한 성향의 작가와 작품이 고르게 편성된 점도 주목된다. 그만큼 단색화 열풍에 의존했던 시장이 이젠 다양화된 수요자의 기호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불황을 모르는 것처럼 최근 2년간 호황기를 누렸던 미술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년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 감정위원장은 “올해 미술시장은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경기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결과로 내년까지 미술시장 경기 회복은 더딜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속되는 불황의 그늘을 해소할 방안이 무엇인지 총체적인 점검과 미술계의 협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2023/12/27
한진섭 "바티칸 550년 간 빈자리에 딱 맞아…죽어도 여한 없다" 550년 간 빈자리였다.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우측 외벽에 기적이 벌어졌다. 지난 9월16일 4.5m 높이의 아치형 벽감(벽면을 안으로 파서 만든 공간)을 가린 흰 천이 벗겨지자 고개를 들고 바라보던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emozione'(감동). 갓 쓴 한복 입은 김대건 신부 성상.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하얀 대리석으로 나타난 신부는 이전부터 있었던 듯 그 자리에 딱 들어맞았다. 가톨릭 성인 중 동양 성인의 성상이 설치된 것은 가톨릭 교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바티칸 곳곳에 설치된 1000 여 개의 성인들 조각상은 전부 서양 사람 조각이어서 더욱 독보적이다. "조각상이 설치된 곳은 프란치스코, 베네딕토, 도미니코 등 수도회 설립자 성인들의 성상이 모셔진 곳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가장 좋은 명당자리가 베드로 성당이 지어진 지 500년이 지나도록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는 게 신기했어요. 마치 우리의 김대건 신부를 위해 이 자리를 비워 놓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조각가'로 유명한 한진섭(67)은 김대건 성상 축복식이 거행되는 그 날 눈이 벌게지도록 울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너무 너무 감격스럽고 말로는 표현 안되는 벅참에 눈물만 쏟았어요." 그는 특히 "한국 신자들만 알고 있는 김대건 신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서 정말 정말 행복했다"며 여전한 감동의 여운을 전했다. 한복 입은 김대건 성상은 2000년 가톨릭 교회의 전통도 바꿨다. 축복식 주례를 담당한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총책임자이자 예술성 장관인 마우로 감베티(Mauro Gambetti) 추기경은 "지금까지는 베네딕토회,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등 수도회 설립자 성인상들이 이곳에 세워졌는데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실 것”이라고 공표했다. 로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덕분이다. 김대건 신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2021년 바티칸에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바티칸에 김대건 성상을 세우고 싶었던 소망을 추진했다.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혔는데 한국 최초 신부이자 순교자였던 김대건 신부를 알고 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꺼이 허락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적…이태리 작가에서 한국 작가로 교체 '누가 만드느냐'가 문제였다. 교황청의 결정이 떨어지면서 가장 바빠진 사람은 바티칸 미술 담당 수석 사제였다. 아시아 최초 성인이 550년 간 비어있던 자리에 놓여지게 되면서 성상 제작 추진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그는 제일 먼저 이태리 작가를 선별하면서 "바티칸 벽감 조각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 이탈리아 조각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동을 건 건 유흥식 추기경이었다. "한국의 성인은 한국 작가가 만들어야 정신과 혼이 담겨야 한다"며 바티칸을 설득했다. "한국 조각가가 과연 이 엄청난 조각상을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유 추기경은 강경했다. "한국 성인의 조각은 한국 조각가가 제작해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결국 2022년 10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김대건 신부님 조각상 비용을 국내 천주교 모든 교구가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바티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조각상 제작이 공식화 되었고 한국 작가 찾기가 시작됐다. ◆"바티칸 내세운 3가지 조건 신기할 정도로 맞아" “어쩌면 제게 일어났던 일들이 결국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신부상을 세우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지난 2년 간 김대건 성상을 제작하고 설치하기까지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몇번을 울컥했다. 갱년기 나이 탓도 있지만, 김대건 신부 이야기를 하면 소년처럼 해맑은 표정이 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25세였어요. 순교 하신 나이가…김대건 신부에 대해 공부해보니 담대하고 신앙심이 엄청 깊은 분인데, 뚝심도 있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면서 포용력도 있고요. 그 담대함과 용기, 그러면서 겸손하고 인자한 그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그는 김대건 신부 성상 제작을 맡은 건 신기한 일이자 기적의 연속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티칸이 내세운 조건은 그를 부르는 듯 했다. 1. 천주교 신자여야 하고, 2. 이태리 대리석 산지인 까라라에서 작업을 해봤고, 3. 구상적인 돌 작업을 해야 했다. 한진섭은 3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져 추천이 됐다. 2021년 12월, 바티칸 교황청에서 "성상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왔다. "모든 일이 신기했어요. 저는 사실 48년 간 돌 작업을 해온 조각가지만 사실적인 조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2년 전부터 우연히 한 성당의 의뢰로 한덕운 토마스 복자상을 조각했고, 대전교구청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김대건 신부 조각상을 제가 제작했었거든요." 그렇게 바티칸에 낼 서류도 갖춰졌고 대전교구청 성상 제작에 쓰였던 모형을 약간 변형하여 3개의 안을 바티칸에 제출했다. ◆십자가 든 모습에서 두 팔 벌린 자세로 결정…현장서 신기 "깜짝 놀랐어요. 가로 세로 비율이 딱 맞는 거에요." 2022년 7월, 바티칸에서 1,2차 심사를 통과해 최종 성상 제작 작가로 결정됐다. 두 팔을 벌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형태의 모형, 가슴에 손을 모으고 있는 형태의 모형, 왼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동적인 형태, 오른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것으로 자세를 교정한 모형 중 최종적으로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채택됐다. 처음에는 오른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자세가 선정됐는데, 설치 장소가 외부인점을 고려했을 때 눈과 비, 바람, 햇빛에 노출돼 시간이 지나면서 색감 등 변형의 우려가 있어 탈락됐다. "처음엔 어떻게 생긴 공간인지도 몰랐어요. 모형을 가지고 성상이 설치될 현장에 가보니 제가 제출했던 자료가 비례가 벽감에 딱 맞는 거에요.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죠." ◆대리석 원석…가장 어려운 '돌 찾는 일' 술술 풀려 바티칸에서 착수한 첫 번째 업무는 대리석 원석을 찾는 일이었다. 작품의 높이가 무려 3m70cm, 폭이 1m80cm여서 대리석 블록은 그보다 더 커야 했고 길이가 최소 4m 폭이 2m가 넘는 거대한 원석을 찾아야 했다. "거대한 조각상을 만들 돌을 찾는다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별 하나를 찾아내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학교 운동장의 몇 배나 되는 넓은 평지에 수천 개의 원석들이 촘촘히 쌓여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골라야 했어요" 1985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카라라에서 작업했던 그의 인맥이 힘이 됐다. 당시 동창들 몇몇은 카라라 교수가 됐고 같이 유학했던 친구들은 지역 유명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 동창이 성상을 만든다"며 발 벗고 돌 찾기를 나섰고, 그렇게 5개월 만에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서 대리석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 속보다 더 알 수 없는 게 돌 속입니다.” 무늬나 크랙(금)이 없어야 한다. 조각이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작업 중이라도 중단하고 새 돌을 찾아야 한다. 가슴을 졸이며 찾아낸 돌은 색상이 아름답고 무늬가 없고 크기도 대리석으로 땅과 닿아 있는 아래쪽을 확인하기 위해 대형 기중기로 들어 올리니 아래쪽에도 금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OK STAGETTI' “제가 김대건 신부님 성상으로 만든 돌은 미켈란젤로가 작업한 스타투아리오(Statuario) 대리석보다 더 단단하고 색상도 더 하얗고 좋습니다." ◆부담감 바짝 긴장 속 작업…4m 높이 사다리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해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두루마기 입은 모습을 돌로 표현하는 데 이탈리아 조각가들은 한복의 구조와 모양새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모형을 보고 비슷하게 만들지만 정확한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진섭은 김대건 조각상의 아래쪽부터 가슴 부분까지 한 땀 한 땀 조각을 해 나갔다. 이전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정교한 사실 조각이었다. 실제로 김대건 성상은 신발, 한복 바지, 대님에서 영대와 두루마기를 맨 끈에 이르기까지 얇은 천이 바람에 살짝 휘날리는 듯한 섬세함에서는 사실 조각의 극치를 보여준다. 손등에는 피부 속 보이지 않는 뼈대와 혈관까지 표현했고, 손가락 마디의 주름과 손톱도 이보다 더 정교할 수 없을 정도다. 전체와 부분 모두 대리석 조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뼈대와 살갗처럼 느껴진다 "동양 최초, 아시아 최초로 성인을 만드니까 어깨가 너무 무거웠어요. 한진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가 문제가 되면 안되잖아요. 베드로 대성전이 망가지면 안되고. 설치 때까지 매일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작업을 했어요. 한국에서도 기도와 응원을 보내 힘이 됐고요. 그러면서 저는 느꼈어요. 김대건 신부가 저와 함께 하고 있음을. 분명 제 옆에 계셔주셨어요." 작업을 하다가 그는 4m 가까운 높이의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단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자 주변 사람들이 놀랐고, 그는 이 또한 기적이라고 했다. "김대건 신부님이 떨어질 때도 받쳐주었다"고 믿고 있다. ◆설치…"김대건 신부가 여긴 내 자리야 뒷걸음질로 들어간 느낌" "완성되기까지 바티칸 미술 담당 수석 사제가 가장 걱정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박수를 많이 쳐주셨어요." 9월5일 작품을 설치할 벽감 아래에는 집 한 채도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은 철봉으로 만들어진 기초공사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대형 크레인으로 김대건 조각상을 들어 올려서 설치를 위해 미리 준비한 벽감 앞에 내려놔야 했다. 이 때 조각은 정확하게 벽감의 중앙에 놓여야 하고 바닥과 180도 수평이 유지되어야 파손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첫 번에 공중에 들려진 조각이 벽감의 중앙에 정확하게, 그리고 살포시 내려왔다. 장인들은 기계를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조각을 조금씩 안쪽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그 날 일꾼들도 바티칸 직원들로 전원 교체되었다. 벽감 안에 넣는 작업 방식은 2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사용했던 비누칠 방식이라고 했다. 신기한 일이 또 벌어졌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벽감 안에 쏘옥 들어갔어요. 너무 밀어 넣으면 빼지도 못하는데 한 번에 수평도 딱 맞았고, 마치 김대건 신부님이 '여긴 내 자리야' 하며 뒷걸음질해서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그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딱 맞았다"면서 "정말 신기하고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또 뭉클해 했다. ◆생생한 25세 청년 신부 부활…가장 어려웠던 건 얼굴 조각 머리에 쓴 갓부터 얼굴을 거쳐 갓끈과 두루마기와 저고리의 동정, 두루마기를 묶은 끈, 옷고름, 턱 밑에 단단히 묶은 갓끈, 양팔을 벌린 한복의 자연스러운 주름, 매끈한 영대. 마치 대리석에서 꺼낸 것 처럼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살아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정점은 얼굴이다. 그는 25세에 순교한 '청년 김대건 신부'를 표현하고자 했는데 얼굴 조각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얼굴에는 이목구비와 외모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 성인의 혼을 담아야 했다.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고, 용감하며, 담대한 모습에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성품과 영혼까지 불어넣어야 하는데, 정말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와 함께한 서양미술사학자인 고종희 한양여자대학 명예교수는 "잘생긴 코, 살짝 다문 입에서 성인의 기백이 느껴졌다.마지막 화룡점정은 눈동자"라면서 "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은 김대건 신부의 용감함과 담대함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 눈을 통해 완성되었다"며 "한진섭은 김대건 신부의 겉모습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까지 보여준 것"이라고 극찬했다. 성상의 백미는 또 있다. 뒷모습도 아름답고 정교하게 조각됐다. 이태리 조각가들은 뒤는 안보이니 대리석 그대로 둬도 된다고 했지만 한진섭은 뒷모습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곱게 떨어지는 도포자락에 묶은 끈의 주름까지 그대로 실제처럼 보인다. 좌대는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전한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라는 명문이 훈민정음체를 응용한 서체(디자이너 김진선)인 한글로 새겨졌다. 원래 영문 서체도 김진선씨의 서체가 쓰여질 예정이었지만 바티칸이 원한 'Times New Roman'서체로 바뀌었다. 이 몇 줄의 명문이 결정되기까지도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왼쪽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문장이 찍혀있다. "요즘 페이스북에 보니 사람들이 바티칸에서 보고 찍은 김대건 성상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대한민국 자부심이 느껴진다는 글과 함께요. 작가로서 저도 자부심도 느끼고 역사적인 일입니다. 제가 1981년에 유학 갔을 때는 못사는 나라라고 업신여겼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우리나라 국력은 강국입니다." 한국 작가 최초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신부 조각상을 세우고 돌아온 그를 위해 가나아트센터가 10년 만에 한진섭 개인전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과 이 감동을 다시 나누고 인간애와 사랑이 넘치는 한진섭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바티칸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형태의 60cm 크기 김대건 신부상을 비롯해 바티칸에 제출했던 네 가지 구상 모형과 소품 위주의 성상(聖像) 조각등 약 30여점을 내년 1월14일까지 선보인다. 한진섭은 "작고 두 번 하니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60cm 크기 성상 작업이 더 어려웠다"며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바티칸의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내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지금도 정말 그 거대한 성상을 어떻게 만들었지 싶다"는 그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 채 연신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진섭은 김대건 신부를 만들려고 태어났다' 이렇게 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조각가로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2023/12/16
붓질의 격렬한 애무 '재현의 욕망'…이광호 'BLOW-UP' "화가로서 나의 눈은 아주 미세한 수풀 한 줄기까지,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재현의 욕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제갤러리에서 9년 만에 개인전을 연 이광호(55·이화여대 교수)의 그림은 여전히 관능적이다. 원초적인 손맛이 강렬한 추상과 환영의 세계로 초대한다. 한국 대표 '극사실주의 화가'의 변신일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작품도 가장 극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입니다. 더욱 더 보고자 하는 '눈의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죠." 화가는 보통 사진을 찍어 보고 그림을 그린다. 이번엔 습지 사진을 계속 확대했다. 벌려질수록 수풀 한 줄기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대상이 제거된 추상적 형상을 발견하는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그리는 과정에서는 언어와 생각이 배제된 상태가 되고 오로지 손끝의 감각에 몰입해서 붓질을 하게 됩니다." 손이 눈이 된 셈이다. 그동안 칭찬 같은 '사진 같다'는 말은 화가로서 서운했다. "이젠 추상의 세계로 갔냐고요?" 그가 입을 앙 다물고 웃었다. "저는 추상적으로 그리는 게 아닙니다. 사진을 극단적으로 확대하면 깨짐, '노이즈'가 생기는데, 그 '노이즈'까지 그린 것입니다. 분명한 극사실화죠. 그런데 추상화처럼 보인다면 이번엔 '사진 같다'는 말을 들을 것 같진 않네요." ◆인물→선인장→풍경화…"어떻게 칠하느냐 문제" "이제는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한 단계 발전했다는 생각입니다." 예고 미대를 나온 그가 '진짜 화가'가 된 건 16년 전이다. 이광호의 첫 전시는 2007년 국제갤러리에서 3인 회화 그룹전으로 시작됐다. 흔한 초상화 같은 '인터뷰(Inter-View)' 연작을 선보였는데, 이때까지는 몰라봤다. 2010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선인장' 연작에서 폭발했다. 화폭을 지배한 빨강 초록의 거대한 선인장은 촉수 달린 외계 생물체처럼 넘실거리며 모든 감각을 압도했다. 신경을 건드리는 고양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섹시한 그림'은 '이광호' 이름 석 자를 미술시장에 올려 세웠다. 이후 2014년 풍경화에 도전했다. 제주 곶자왈에서 발견한 덤불숲을 보면서다. 서로 곡선으로 한 덩어리로 뒤엉킨 그림은 생명력이 강렬했다. 에로틱함이 장착된 그림, 풍경화지만 풍경화가 아니다. 멀리서 보면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형상이 없다. 이번 신작도 그렇다. "결국은 ‘어떻게 칠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머리가 아닌 ‘눈’과 ‘손’의 영역입니다." 그는 "회화에서 '매너(Manner)'라는 말이 있다"며 붓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테크닉과 구별되는 것으로 전수 받을 수도 없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 화가만이 지닌 고유함이고 그에 따른 흔적의 어떤 느낌입니다." ◆이광호 'BLOW-UP'…'눈의 욕망' "그 풍경은 바로 제가 회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신비롭고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캐플러트랙(Kepler Track)의 등산로를 1시간 정도 올라가다 나타난 '습지'에 마음을 빼앗겼다. 2017년도에 우연히 발견한 후 여러 번 방문해서 촬영했다. 인적이 없어 숨소리와 새 소리만 들렸다. ‘고요한 시선’으로 습지를 관찰했다. 다양한 색의 이끼와 무수한 수풀, 하늘과 구름이 비치는 수면, 구름이 움직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은 붓질의 욕망을 자극했다. "회화의 기본기부터 다시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캔버스의 천과 바탕칠(ground)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동대문에서 생천을 구입해서 캔버스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올의 굵기가 다른 천에 바탕칠을 달리 적용해보기도 했다. 채색 이전의 준비 과정에 따라 물감의 흡수 정도가 달라지고 붓질할 때의 촉각적 감각이 달라지고 호흡의 느낌이 달라졌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재현의 기술을 넘어선 매너의 문제입니다." "저 만의 붓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그는 "이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이번 전시의 방법론적 주제는 '붓질 연구(A Study for Applying Paint)'"라고 했다. ◆붓은 애무의 도구…'붓질 연구' "저는 다양한 붓의 특성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나에게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어루만지는’ 행위이고 붓은 그 ‘애무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붓의 존재감을 새롭게 확인할 때 화가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것도 묘사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나빠졌고 지금은 ‘선인장 시리즈’처럼 분명한 외곽선을 지닌 대상을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풍경으로 대상이 변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윤곽의 구분이 약화 되면서 대상의 재현적인 측면 보다 내 감정의 흔적들이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시력의 한계에 반응하면서 적절한 붓질을 궁리하게 된 거죠."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 기법도 녹였다. 윤곽의 표현을 실험한 'encaustic' 기법이다. 밀랍(wax)에 안료를 섞은 고체물감을 불에 달구어 화면에 고착 시켰다. 화면 위의 물감이 녹으면서 윤곽이 섞이는 우연적 효과가 흥미로운 작업이다. ◆60개로 만든 '하나의 그림'…공간 경험 이번 전시 제목은 'blow-up'. 1966년 개봉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제목을 인용했다. 시선의 욕망과 시각적 진실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의 메시지와, 습지 사진을 확대한 이번 신작과 용어의 개념이 맞닿아 있다. 국제갤러리 안쪽 전시장에는 1년 여간 작업한 이광호의 대규모 풍경 회화가 장엄하게 펼쳐졌다. '하나의 그림(one picture)'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전시는 가로 세로 90·81㎝ 크기 직사각형의 60개의 작품을 3cm 간격으로 연결해서 설치했다. 각각의 캔버스가 전체 풍경 이미지의 일부이자 또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작품이다. 사진으로 구획한 이미지를 다시 일정 간격을 지닌 60개의 캔버스 프레임으로 모듈화 했다. "독립된 프레임이 갖는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1개의 작품을 떼어봤는데요. 이렇게 되면 상상의 영역에서 프레임 밖의 풍경, 더 나아가 전시 공간 밖으로 공간이 무한히 확장될 수도 있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공간의 느낌을 경험 하는 게 이전 전시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습지 사진을 따로 또 같이 그려낸 'BLOW-UP'은 '응시의 잔혹한 변증법'이다. 체험된 시점과 사진적 시점은 시각적인 것의 광란이다. 붓질이 극렬하게 어루만진 쾌감이 화폭에서 진동한다. '눈의 욕망'이 빚은 완벽한 환영이다. 아물아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보이는 것들을 산란 시키는 '이광호 그림'은 욕망과 통제를 벗어난 관음증의 표출이다. 구상성과 추상성의 합체로 덧없는 찰나의 순간을 밀착해 버린 영원성, 공간적 초월성이 압도한다. 19세기 '회화는 죽었다'고 반란한 사진에 대한 복수처럼 보인다. 늘 품고 다니는 그의 아바타 ‘꿩’을 승리의 깃발처럼 그림속에 심어놨다. 전시는 2024년 1월28일까지. 2023/12/15
갑자기 숨죽인 미술시장…조정기냐 침체기냐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시장이 조정기에서 침체기 양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호황기를 누린 미술시장이 올 들어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매시장도 활기를 잃었다. 낙찰률이 예년과 달리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경기불황 속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던 미술시장이 갑자기 숨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 속 투자와 매수 심리가 위축, 작품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1월 발표한 Art Basel과 UBS 보고서에 따르면 수집가들은 미술품 구매에 점점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 2800명의 고액자산가(HNW)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이 보고서에서 2023년 개인 수집가들은 다른 금융 자산에 비해 미술품에 소요되는 자금 비중을 2022년 24%에서 2023년 19%로 낮췄다. 미술품 판매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도 드러났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판매할 의향을 밝힌 수집가는 전체 비중의 26%로 2022년 보고된 39%에 비해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숨죽인 미술시장…3분기 경매시장 낙찰률 급감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센터가 발표한 '2023년 3분기(7~9월) 미술시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낙찰률 하락세가 완연하다. 올해 3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서울옥션·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의 낙찰 총액은 2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떨어졌다. 판매 작품 수(414점)와 낙찰률(65.51%)은 각각 14.67%, 10.23% 낮다. 10억 이상에 낙찰된 작품은 총 5점으로, 이 가운데 3점은 고미술이며, 이우환과 야요이 쿠사마 작품이 각각 1점이었다. 해외 미술품 경매 시장도 마찬가지. 지난 10월 5~6일 진행된 소더비와 필립스의 홍콩 경매 판매 총액은 10억6000만 홍콩 달러(약 177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5% 감소했다. 올 봄 경매와 비교하면 28.11% 급감한 수치다. 유명 대가의 작품은 팔리지만 가격이 높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10월5일 열린 소더비홍콩 경매에서 3490만 홍콩 달러(약 471억원, 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모딜리아니의 ‘폴레트 주르댕’이 보여준다. 이 작품은 2015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4281만 달러(약487억원, 수수료 포함)에 낙찰, 당일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아시아의 구매력 상승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했다. 소더비는 이 작품의 낙찰가를 4500만 달러(약 609억원)로 추정했지만 2015년 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고 판매를 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같은 날 경매에 출품 된 40점 중 10점이 유찰 되기도 했다.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센터 정준모 대표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경합을 이루며 거래되었던 작품들이 하한가 선에서 겨우 낙찰되거나 유찰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침체기는 가속화된다. 결국 가격을 조정해서라도 팔겠다는 판매자가 나서고 이후부터는 가격 하락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정기는 공급 부족 현상에서부터 시작된다. 호황기 최고점을 찍었던 작품들은 그 가격을 유지하고자 하는 원리다. 미술시장 애널리스트 이호숙 대표는 "시장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자 하는 구매 수요는 하락하기를 기다리게 되는데, 일정 기간 동안은 조금의 양보도 없이 이들의 욕구가 대립하게 되며 보합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경매를 해야하는 경매사들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가 돤다"면서 "때문에 높은 가격에 출품 된 작품들이 맥 없이 유찰되고, 낙찰율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최적의 매각 타이밍을 놓쳤던 기존 수요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 급랭으로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트페어도 열기 식어…런던보다 파리서 판매 급증 오픈런까지 보였던 '프리즈+키아프' 국내 아트페어 시장도 지난해와 달리 열기가 식은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은 많았지만 매출에 영향을 주는 고객이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이 매출 1조원 대를 첫 돌파했다는 보도와 달리 올해는 거래 금액이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미술문화 향유층은 급증했다. 프리즈와 키아프 측에 따르면 키아프 관객 수는 전년대비 15% 상승, 8만여 명이 방문했고, 프리즈 또한 방문객의 수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개최된 싱가포르의 아트SG(4만3000여 명)와 일본 겐다이 도쿄(2만여 명)보다 많은 숫자고 아시아 최고의 미술 행사인 아트바젤 홍콩(8만6000여 명)과 비슷하다. 미술시장은 경기와 정부 정책과 연동된다. 구매력의 관건은 세금 정책과 운송, 보관, 교통 등의 인프라의 경쟁력이다. 지난 10월 열린 '프리즈 런던'과 '아트바젤 파리'가 증명한다. 런던보다 파리에서 매출이 뛰었는데, 이는 정부의 지원과 브렉시트로 인해 변동된 세금 정책 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브렉시트 전에는 유럽 미술 수집가들이 관세 없이 런던에서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후 영국에서 EU 회원국으로 미술품을 보내려면 작품 가격의 5~20%가 관세로 붙고 각종 서류 작업 등 복잡한 행정 절차 또한 거쳐야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예술품 구입 시 다른 EU 회원국보다 낮은 수준인 5.5%의 세금을 낸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갤러리들도 이러한 조건들을 따져서 보다 좋은 작품들을 파리에 선보였고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각투자 논란 속 시장 위축…가격 산정 근거가 문제 미술시장 관망세 속에서 '조각 투자' 시장 또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극 투자는 주춤세다. 2018년부터 자본시장의 규제를 받지 않는 조각투자가 등장했지만 증권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2021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조각투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했다. 이에 조각투자사들은 사업을 중단했고 2022년 4월, 조각투자 등 신종 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 라인에 준하여 투자자 보호 조치안을 마련하여 제출하도록 해 지난 7월 제재가 면제됐다. 면제를 받은 조각투자사는 투게더 아트,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테사 4개사와, 추가 면제된 바이셀 스탠다드와 알티너스, 총 6개사다. 하지만 '가격의 적정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1호로 투자이행증권을 발행한 투게더아트가 20일만에 자진 철회 했다. 투게더 아트는 공모 자금 7억9000만원을 조달해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작품 'Stay Song 61'을 7억2000만원에 취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케이옥션에서 취득 가격을 높게 산정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됐다. 이같은 자진철회는 소싱, 발행, 감정, 보관, 관리, 처분을 발행사 및 연관 회사에서 담당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사례였다. 정준모 대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검증의 자격을 부여받은 감정평가사가 조각투자발행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한 가격을 그대로 받아서 인증해주는 구조적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미술시장의 흐름(2000년부터 2023년)을 뒤돌아보면, 2006-8년/2020-2022년의 뚜렷한 호황기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양상이 거의 유사한 패턴으로 형성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꼭지점에 이르러서는 일정 기간 보합세를 이루다가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이후 완만한 상승선을 따라 가다가 일정 시점에서 또 다시 정점을 찍는 호황기 시장에 이르게 되며 이후에는 또 같은 양상이 반복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분기별로 제출하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현재 시장은 놀랄 만큼의 위기도 아니다. 기간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다시 일상적인 시장으로 되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MZ 컬렉터들의 등장으로 미술시장이 과열된 건 사실이다. 플렉스(Flex·자기과시)의 최고 수단이지만 '아트테크'는 보는 만큼이 아닌 아는 만큼 돈 번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悅乎)아라, 미술품은 장기 투자다. 파는 것도 사는 것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림은 귀로 듣고 사면 안된다. 조정기이든 침체기이든 차분해진 시기, '그림 공부'하기 딱 좋은 시기다. 2023/11/11
대림미술관, 리움미술관 아성 도전…"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잠자던 대림미술관이 도발하듯 깨어났다. 피 한방을 넣은 '사탄 운동화'와 소금 한 알만한 초소형 명품 가방, 빨간 '아톰 부츠'로 '셀럽시장'에 기발함을 선사한 '미스치프(MSCHF)'를 서울에 모셔(?)왔다. 10일 개막하는 대림미술관의 'MSCHF: NOTHING IS SACRED'는 악동 그룹 '미스치프'를 전 세계 최초로 미술관으로 이끌어낸 전시다. 미스치프가 생산해 낸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100여 점이 총망라됐다. 상업씬에서 성공을 누린 미스치프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 세워 올해 초 '마우리치오 카텔란'으로 화려하게 재개한 리움미술관에 도전장을 내민 분위기다. 물론 리움미술관보다는 대림미술관이 선배다. 1996년 대림건설이 대림문화재단을 설립해 2002년 대림미술관을 개관했고, 2004년 삼성문화재단이 리움미술관을 열었다. 메세나 기업의 앞선 행보였지만, 규모와 전시 기획력 면에서 리움미술관에 뒤쳐졌다. 반면 대림미술관은 고상한 미술관의 틀을 깨고 리움미술관 보다 먼저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비전(Vision)으로 동시대 핫한 작가와 패션·디자인 전시를 잇따라 개최 흥행해, '젊은 미술관', '줄 서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사립미술관의 전시 경쟁은 문화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즐거운 동행'이다. 상반기 리움미술관 카텔란 전시가 'MZ들의 놀이터'였다면, 하반기 대림미술관 '미스치프' 전시는 잘파세대(Z+Alpha)의 필람코스로 인증될 듯하다. ◆권위 도발 대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약과 '미스치프는 ‘장난짓(mischief)’이라는 이름처럼 유쾌하지만, 시비를 거는 도발적인 작품들로 반전 재미를 선사한다. 권위에 도발하고 조롱하는 현대미술 대가 마우리치오 카텔란도 '미스치프'에 비하면 '꼰대' 분위기다. 카텔란이 작품을 직접 만들어 예술과 권위를 비꼬았다면, 이들은 일상의 상품과 제품을 비틀어 쥐락펴락한다. 감히 건들 수 없었던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접목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사회적 현상의 일부분을 꼬집어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은 살 수 있다." 미스치프는 명품브랜드, 식품, 의약품, 도서 등 장르를 넘나들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간파한다. 래퍼 릴 웨인(Lil Wayne), 프로듀서 디플로(Diplo) 등 유명 셀럽들이 앞다투어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된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로 대중들에게 특히 알려졌지만,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하여 제작한 예수 신발(JESUS SHOES)과 '사탄 신발(SATAN SHOES)'을 나이키와 협의 없이 출시해 법정 분쟁에 휘말리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도발적인 ‘시비’…돈 버는 재주도 탁월 미스치프는 세상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계를 무너뜨린다. 욕망, 투기, 보상, 강박적 집요함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꿰뚫는다. ‘우리에게 논란은 오히려 각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단단하게 만들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며 전진하고 있다. ‘예수 신발(Jesus Shoes)’은 예수님과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며 나이키 에어맥스 97 에어솔 부분에 성수를 넣고 판매,2019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로 등극했다. 이에 더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협업하여 만든 나이키 운동화 에어솔에 진짜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신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선보이기도 했다. 돈 버는 재주도 탁월하다. 미스치프는 극도로 낮은 해상도로 '블러' 처리된 돈뭉치 모양의 피규어를 20달러, 한화 약 3만 원에 판매했고 이는 단 몇 분 안에 매진되었다. 다양한 국가의 에디션으로 선보인 ‘블러(Blur)시리즈’는 충동구매의 극단적인 끝을 실험한 작품이라고 밝혔다.(한국의 화폐 5만 원권 단위의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소금 한 톨보다 작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루이비통 가방을 경매로 선보여 원래 가격의 4배가 넘는 6만3000달러, 한화 약 8400만 원에 판매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하고 가공하여 만든 대중적인 아이템 버켄스탁 샌들 ‘버킨스탁(Birkinstock)’을 선보여 최고가 9000만 원대로 판매한 바 있으며, 현실의 제약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고 밝힌 만화 아톰 부츠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 등을 선보여 유명 스타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미스치프 장난 짓…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은 건들 수 없는 것일까?" 이 생각에 신발 업체 뿐만 아니라 팝아티스트 전설 앤디 워홀과 데미언 허스트도 당했다. '어쩌면 앤디 워홀의 ‘요정’ 진품 (Possibly Real Copy Of ‘Fairies’ by Andy Warhol)'이라는 제목으로 미스치프가 구입한 앤디워홀 진품 1점과 가품 999점을 섞어서 누구도 진짜를 알 수 없는 구조로 모두 판매한 바 있다. 또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스팟 페인팅 시리즈 중 하나인 L-Isoleucine T-Butyl Ester(2018)을 구매한 뒤 작품의 88개의 점을 각각 오려내어 총 88점의 작품과 그 틀을 되팔며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를 소재로 게임 프로그램인 ‘BTS IN BATTLE’을 출시하기도 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해 매진되고 다신 재판매(리셀) 열풍을 일으키는 미스치프의 화제와 논란의 상품들은 현대인의 물질적 소유와 소비 심리를 찌르며 예술로 올라서고 있다. '벽에 붙인 바나나' 등 그동안 미술계에서 도발의 권위자였던 카텔란과 한 식구가 되어 '짓궂은 장난'은 현대 미술사를 새롭게 쓸 것으로 보인다. 카텔란이 전속으로 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갤러리인 페로탕(Perrotin)갤러리가 미스치프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페로탕 뉴욕에서 개인전도 연 바 있다. ◆"건드지 못할 성역 없다 집착같은 열정" "힘 있는 사람 자꾸 건드려야 세상이 변한다"는게 이들의 야심찬 전략이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8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미스치프 멤버 3명은 "팀원들이 탐색하는 공통의 언어는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는데 집착 같은 열정이 있다"며 "예술가 디자이너 개발자 변호사 등 20여 명이 모인 미스치프는 세상이 정의할 수조차 없는 퍼포먼스 아트를 실행하는 그룹"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성역,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예술, 종교, 기술 등 보편화된 사회 분야의 인식을 타파하는 이들의 상품이 이제 작품으로 변신 우월함을 과시하는 전시가 아이러니하다. 현대미술은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1층에 굿즈 판매 매장을 둔 대림미술관은 2~4층에서 전시를 펼친다. 대담하고 발칙한 성경책 같은 전시 도록도 압권이다. 전시는 2024년 3월31일까지. 관람료 3000~1만7000원. ◆미스치프(MSCHF)는?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Stephen Tetreault)가 설립한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미국 뉴욕의 브루 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스치프는 스스로를 ‘무엇’이다 정의 내리지 않고, 다양한 범주의 한정판 작품을 홈페이지에 2주마다 ‘드롭(Drop)’하는 방식으로 도발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마다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까지 당연시 해온 대중문화와 사회적 관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미스치프의 행보에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예술, 오브제, 기술 및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스치프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23/11/09
현란한 골법용필 극치…학고재, 박광수 '구리와 손' 우글우글 붓질이 폭주하는 그림은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듯 잠자던 본능을 일깨운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굴레의 소용돌이를 휘감으며 원시에서 문명으로 문명에서 원시로 내달리게 한다. 그 한복판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인간으로, 현란함과 혼란함을 온몸에 두른 채 볼수록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펼치는 박광수 작가의 개인전 '구리와 손'은 오랜만에 신선하고 독특한 회화의 맛을 전한다. 우글거리는 화려한 색채와 필치에도 선들이 생동하는 '골법용필(骨法用筆)’ 드로잉이 돋보인다. 화면을 가득 채운 현란한 채색과 기운 넘치는 속도감, 짜임새와 무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전 아크릴 작업에서 벗어나 유화로 그려진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기름기가 더해져" 진득하고 담백해졌다. 평면속에서도 입체감을 전하는 그림은 작가가 만든 붓놀림 기법이 만든 흔적이다. 물감을 더하고 지워내 동서양 회화의 장점을 압축했다. 미술사의 레퍼런스가 화면 구성에 작동된 그림은 장르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이다.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유년기에 숲과 자연을 사랑했다는 마음이 스며있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현대미술에서의 구상적 회화(figurative painting)임에도 산수화의 구성이 보이는가 하면,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회화에서처럼 사물과 환경이 주인공과 일체화되는 형식에 근접한다"며 "기하학과 수학으로 계산하는 서구의 선원근법(linear perspective)과 달리 산수화는 산속을 거닐며 화가가 온몸으로 느꼈던 풍경의 생생한 생명적 체험을 그려낸 것처럼 박광수의 체험적 화풍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많은 경우 본인이 처한 가혹한 상황을 감내해 내고 있다. 그 끝은 대부분 실패인데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림에서 색들이 충만하게 매혹적이기도 위협적이기도 하며 서로 간의 강렬한 충돌로 그 세계가 극단적이길 원한다."(작가 노트) '구리와 손'이라는 다소 엉뚱한 개인전 제목에 대해 학고재는 "‘구리(銅, copper)’와 ‘손(手, hand)’은 문명의 시원과 과정에 대한 은유"라고 했다. “그림 안에는 불완전한 덩어리와 그것을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만드는 또 다른 덩어리인 인간이 등장합니다.” 반짝이고 산화하며 연청색으로 변해 가는 구리의 색에 매료되었다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 구리의 색을 인간의 손과 발에 입혔다. 만드는 자, 만들어진 자 모두를 '덩어리’로 통칭하며 작가가 이 둘의 관계를 표현하며 파생되는 여러 의미들을 내포한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손을 가리켜 눈에 보이는 뇌'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숨이 멎을 정도로 현란함의 극치를 보이는 그림은 작가의 '뇌 같은 손'의 울부짖음이자, 진흙탕 같은 세상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화가의 야성미에 홀리게 한다. (보일 듯 말듯한 그림 속 인물들의 손이 유독 크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는 게 흥미롭다) 학고재 갤러리는 "박광수는 현재 국내외 미술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 등 미술계 관계자의 관심을 집중 시키는 대표적 청년 작가"라며 "이번 전시 작품(100호 크기 1000만 원 선)은 벌써 판매가 끝났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9일까지. ◆박광수 작가는? 198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200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호미술관(서울), 인사미술공간(서울), 두산갤러리(뉴욕, 서울), 신한갤러리(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두산레지던시 뉴욕,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인천아트플랫폼 등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제5회 종근당 예술지상, 제7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23/11/08
"대한민국 자수를 다 망쳐?"…섬유예술 혁신한 이신자 "그때는 손꾸락으로 했냐 발꼬락으로 했냐고 했어" 이젠 한국 섬유예술의 거목이 된 '태피스트리(tapestry)' 1세대 작가 이신자(대한민국 예술원 회원)는 여전히 앞선 모습이다.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난 이신자 화백은 1930년생, 아흔 셋의 나이가 무색했다. 꼿꼿하게 허리를 세운채 세련미를 풍겼다. 자수를 파격적인 '섬유 예술'로 진화시킨 혁신가답게 할머니 모습이 아니었다. 검정 원피스에 나무를 형상화한 작품 브로치를 달고 기하학 무늬가 수놓은 검정 스타킹에 구두를 신어 쨍쨍한 각선미를 과시했다. 청력 기능이 약간 떨어졌지만 기억력은 생생했다. "선생님이 없었어. 혼자 하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까…자수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욕했죠. 대한민국 다 망친다고." 1950년대 당시, 한 땀 한 땀 섬세하게 수를 놓은 자수가 보편적인 시대, 이신자의 자수는 그야말로 황당했다. 듬성듬성, 투둑투둑 엉성하게 실을 꿰매고 붙이듯 한 작업은 혹평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대한민국 자수는 이신자가 다 망쳤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파격은 신세계를 열었다. 자수인들이 보기에 듬성하고 웃기는(?)자수 병풍 작품과 천을 투박하게 이어붙인 아플리케 작품으로 1956년(제5회)과 1958년(제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교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30세에 국전 초대작가가 되었다. 1965년 신문회관에서 연 1회 개인전은 '실과 바늘을 사용해서 만든 그림 같이 보인다'는 언론의 호평 속에 주목 받았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바탕은 창호지 구긴 것 아니면 나무 망사 등 천에만 의존하던 옛법을 버렸고 실도 명주실 아닌 노끈,푸대자로, 올 등 굵기와 질을 골라가며 변화 많게 사용하고 있어 이 현재 자수는 실과 바늘을 사용해서 만든 그림같이 보인다. 수법이 무척 재미있고 창의적이다"라고 썼다. "그 시절에 자수는 그저 화가들의 그림을 받아서 놓는 게 대부분이었거든." 이신자 화백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사실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몰라서 모든 것(재료)을 다 쓰니 그렇게 됐다"며 "선생님이 있었거나 자수학과 출신이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수 같은 작업을 하지만 그는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이다. "1970년대에 외국에서 가서 보니까 패티스트리가 굉장히 눈에 들어온게" 시작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저렇게 짜는 걸 해봐야 되겠다 해서 한 거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어떠냐, 저떠냐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요. 모든 것은 내 스스로가 했어요. 실도 털실 몇 가지 종류밖에 없어 애들 옷 사서 그거 풀어서 쓰기도 하고…직조기가 없었으니까 못 박아서 그냥 그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한국 섬유예술의 1세대 작가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를 22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태피스트리, 염색, 드로잉 등 새로운 표현과 재료를 사용한 작품을 재조명한다. 작가 이신자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어휘조차 없던 시절에 ‘태피스트리’ (tapestry)를 국내에 소개하는 효시적 역할을 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한 주역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의 아카이브 30여 점을 통해 이신자의 작업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다. 1965년 첫 개인전때 놀라움을 선사한 '실로 그린 그림' 같은 신기함은 여전하다. 옛날 '이걸 손가락으로 했냐'는 비난은 이젠 "이걸 진짜 손으로, 어떻게 했냐"는 감탄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파괴적 혁신'은 열정과 성실함이 힘이다. "나는 그냥 잔 적이 없어요. 다음 작품을 뭘 할까? 그러면 어떤 천을 쓸까? 이러한 방법을 할까? 머릿속으로 해보고는 생각이 나면, 일어나서 스케치를 해두곤 했죠." 초기 작업에는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와 같이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가 활용됐다. 작품은 거칠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장생도'(1958), '도시의 이미지'(1961), '노이로제'(1961) 등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고, 천을 덧대는 기법인 아플리케(appliqué)를 하여 캔버스의 바탕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며 한국 섬유미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냈다. "태피스트리라는 게 뭔지도 잘 몰랐어요. 그냥 실을, 물감으로 생각해서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1972년 국전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전통적인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독특한 재질감과 입체적 표현을 만들어냈다. 이후 작품에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로 신비감을 더하고, 간결하지만 대담한 기하학적 구성이 독특하다. 거대한 크기에 담아낸 작품은 '실로 그린 추상화'로 보인다. 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라 일컬을 만큼 국내 섬유 미술계가 새 국면을 맞이한 1984~1993년대 작품은 설치미술까지 나아갔다. '숲의 왕자'(1987)와 같은 의상 디자인과 무대막 등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표현 방법이 압권이다. 19m에 이르는 대작 '한강, 서울의 맥'은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기고자 3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이다.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한강의 물줄기를 중심으로 올림픽 주경기장, 63빌딩, 워커힐 등 서울의 일부를 구상적으로 다루되 사실적인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흑과 백이 결합된 회색 톤에 스푸마토(sfumato)풍으로 빛을 은유하듯 이미지를 투영했다. 붓 대신 손으로 태피스트리 수묵화를 그려내며, 아주 세밀한 명암 표현으로 태피스트리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동시대 예술로 보면 어쩌면 한물간 구닥다리 작품이지만 실물로 보는 작품은 경이롭다. 이 화백의 작업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전시는 인간의 손길이, 편견없는 생각이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한 단계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매일 꾸준하고 순수한 반복의 행위가 어떻게 예술혼으로 이끄는지, 그 지난한 고통을 뚫고 희열을 맛 본 작품의 위대함을 전한다. 회고전은 이신자의 작품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4부로 나누어, 각 시기별 한국 섬유미술사의 변천사와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모상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작품의 뒷면까지 볼 수 있는 입체적인 전시 연출로 작품 속을 거닐며 감상할 수 있다. 평생 고된 노동같은 수작업을 해온 작가는 고령의 나이에도 식지 않은 열정을 보였다. "아직 작업할 수 있는 의욕이 있다"며 "건강하면 젊은 사람들이 하는 작업을 지금도 하고 싶다"고 했다. "섬유미술은 회화와는 달리 재료에서 오는 독특함이 있잖아요. 따뜻하잖아요. 왜 섬유 작업을 하냐고 물어보는데, 난 참 포근하고 좋거든." 전시는 2024년 2월18일까지. 관람료 2000원. 2023/09/21
흥분·쏠림 사라진 '프리즈'…반전 없는 '키아프' '돈은 빛이다.' '2023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극명하게 보여줬다. 코엑스의 1,3층 같은 전시장인데 같은 작품도, 같은 부스도 달랐다. '조명발' 차이다. 프리즈가 마치 명품관 처럼 보이는 배경이다. 디테일의 차이는 작품 가치도 변하게 한다. 입구에서 떨어진 부스들은 약간 어두운 분위기로 빨려들게 한다. 각 부스들은 세심한 조명 설치로 은은하면서도 작품에 집중력을 높였다. 프리즈 런던의 팀들이 내한 전시장을 설계하고, 각 부스별 인테리어는 작품을 위한 조명으로 완성됐다. 반면 키아프는 입구부터 속을 다 보여주듯 펼쳐지는 부스들로 산만했다. 형광등으로 쏟아지는 '조명발'과 오밀조밀 좁고 강약 없는 분위기는 '아웃렛 같다'는 반응이다. 프리즈는 심리전이 무기다. 빛의 조절로 주목도를 높여 감정과 소비의 미덕을 자극한다. 여기서 '지금 당장 사야 한다'는 브랜드의 힘이 발휘된다. 문을 열자마자 데이비즈 즈워너가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을 77억에, 하우저앤워스가 니콜라스 파티의 그림을 16억6800만 원(1,250,000 USD)에 팔아 치우는 배경이다. 이 두 화랑을 포함한 글래드스톤, 페이스, 리만머핀, 화이트 큐브 등 세계적인 유명 화랑들은 지난해에 이어 100억 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시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아트페어에서 더 뚜렷하다. '미술품 쇼핑'은 큰 손 부자들의 '플렉스(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머니 게임장'으로, 'VIP 먼저 모시기'가 열리는 이유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문을 열었지만 달라 보이는 건 관점의 차이이기도 하다. 키아프가 화랑협 회원 화랑들을 위한 행사라면, 프리즈는 컬렉터들을 위한 행사다. 프리즈 서울을 운영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는 지난해와 달리 전시 환경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입출구를 3개로 늘려 편안한 동선과 시간 예약으로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겼다. 덕분에 올해는 사람이 많아도 한산해 보였다. 키아프는 '프리즈 특수'를 위한 회원 화랑의 대거 참여로, 좁은 부스가 더욱 북적이는 현상을 보였다. 아웃렛 같고 명품관 같은 차이는 투자의 차이다. 기획력도 '머니 싸움'이다. 키아프 부스가 1000만 원 선이라면 프리즈 부스는 3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차이, 작은 변화는 결국 2~3배의 돈의 차이가 갈랐다. 잔치는 끝났다. 키아프는 10일 폐막한 방문객은 5일간 총 8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이는 작년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키아프에는 총 20개국 21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작년 17개국 164개 갤러리가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장소에서 비좁게 열렸다는 것도 반증한다. 특별전과 젊은 작가들을 선보인 'Kiaf PLUS'도 옹색했다. 코엑스 그랜드볼룸과 코엑스 복도에서 열린 이 행사들은 키아프서울 전시장과 동선이 한번에 이어지지 않아 '특별한 빛'이 덜 났다. "작년보다 다채로움으로 기획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키아프 서울을 운영한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프리즈의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며 자책했다. 황 회장은 "국내외 기업과 미술관이 프리즈에만 올인 해 메인 스폰서를 못 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미디어 아트전이나 채색화 특별전의 규모와 공간 확보를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프리즈 서울은 6~9일까지 나흘간 7만 여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프리즈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LG전자가 참여, 김환기의 작품을 재현하며 눈길을 끌었다. '프리즈 효과'는 아트페어 기간, 다양한 미술 행사가 열려 문화계에 활기를 선사했다. 디아재단, M+, LACMA, 델피나 등 세계적인 미술관 인사들과 중국 큰손, 미주유럽 컬렉터 2만 여명이 방문, 전시장 뿐만 아니라 호텔, 맛집 등이 '아트 특수'를 누렸다. 특히 서울 한남동, 청담동의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에서는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파티를 펼쳐 '아트바젤 홍콩' 못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키아프와 2차전을 치른 프리즈 서울은 여전히 여유감이 넘쳤다. 작년처럼 오픈런도 없었고, 쏠림 현상도 적었지만 미소를 장착한 채 장사를 마쳤다. 초고가와 유명 작품이 지난해와 달리 덜하다는 지적에도 "올해 120여개 갤러리는 자기들의 타깃에 맞춰서 최고의 작품을 갖고 왔다"며 한국 미술시장을 파악한 분위기다. 그러면서 조각품을 특화한 '프리즈 조각'전도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프리즈의 폭스 CEO는 "서울에서도 야외 조각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프리즈 서울 기간 서울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벤트를 보고 '서울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프리즈는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해마다 10월 여는 ‘프리즈 런던’에서 행사장 밖 야외에 조각 작품을 별도의 섹션으로 꾸린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신감이 붙은 프리즈는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전통 아트페어인 '뉴욕 아모리쇼'와 '엑스포 시카고'를 인수했다. 프리즈는 키아프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라고 했다. '상생 관계'가 아니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5년 간 공동 개최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다. 아시아 진출을 노리던 프리즈와 국제화를 엿보던 키아프의 야심이 공생하고 있지만 '키아프'라는 한국 '토종 아트페어'의 대항은 2차전에도 힘겨워 보인다. 3층의 프리즈가 '서울시 유럽구'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성황을 보일때 키아프에 8만 여명이 북적인 건 한국미술시당을 살리려는 미술 애호가들의 응원과 사랑 덕분이다. 화랑과 작가, 컬렉터의 미술 수준이 섬세하게 발전하는 곳이 아트페어의 긍정효과다. '총성 없는 미술 전쟁'의 효과는 국내 미술계 전반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개최로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1조원 대를 돌파했다. 2021년(7563억 원)보다 37% 증가한 금액으로 지난해 아트페어에서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3279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급성장해, 작년에 '죽 써서 프리즈 줬다'고 키아프를 지적한 배경이다. '프리즈'의 서울 진출로 아트바젤 홍콩을 위협할 정도로 한국 미술판은 확장됐다. 몇군데 대형화랑의 기획력과 연출력으로는 부족하다. 키아프가 프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다채로움을 위한 '정(情)의 문화'가 아닌 '엄격한 잣대'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아직 3번의 기회가 남았다. 한국화랑협회는 아시아 미술시장을 반전시킬 '키아프 브랜드' 전략을 재구축할 때다. 2023/09/11
'아니쉬 카푸어'의 반전…잔혹한 아름다운 세계 삶은 이토록 격렬한 것인가. 모든 걸 쏟아내어 터져 버린 듯 붉은 피빛으로 점철된 화면은 기묘한 충동을 꿈틀거리게 한다.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원초적이고 성적인 기운까지 터트려 불안정한 감각을 촉발시킨다. '미술이 아름답다고?'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라는 듯 고정관념을 희롱한다. 보는 이의 신체적 감각까지 시험하는 지극히 자극적인 이 작품의 작가는 이전 이미지를 확 깬다. 매끈하게 반짝이며 반사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아니쉬 카푸어 작품이다.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 리움미술관 앞마당에 15m 높이의 73개 스테인리스 스틸공으로 세워진 조각 '큰 나무와 눈'(2009)으로 유명한 작가다. 1954년생 인도 뭄바이 출신으로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선정되어 주목 받은 아니쉬 카푸어는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 받는다. 2012년 아시아 처음으로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어 한국에도 알려진 그는 2003년부터 국제갤러리와 손잡고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은 팬데믹 시대에 작업한 작품들로 선보인다. 모두가 갇혀있던 시대, 작가로서 '살아있음'의 몸부림이었을까? 붉은 피빛의 회화 작품은 코로나 사태에 작업실에서 몰두하면서 탄생했다. 내면의 욕망이 폭발한듯 강렬하고 표현주의적이다. 유화, 섬유유리 및 실리콘으로 제작돼 날 것의 상태를 구현해 유혈이 낭자한 내장을 연상시킨다. 혐오와 공포감까지 자아내는 탓일까. 물감이 피처럼 터져 캔버스 위에 진득하게 흩뿌려지고 발라진 회화는 묘한 쾌감까지 진동케한다. 마치 엄청난 무력에 의해 그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려진 물질의 존재감은 섬뜩하지만 매혹적으로 다가오는게 독특하다.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붉은색으로 무장해 생의 격렬함을 뿜어내는 작품에 대해 국제갤러리 윤혜정 디렉터는 "아름다움과 잔혹함, 아름다움과 두려움은 늘 공존한다"며 "피빛은 원초적인 생명력, 여성적인 창조의 힘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아니쉬 카푸어의 형식 언어를 구축하는 핵심 자원인 붉은색은 생의 맹렬한 숭고미를 일관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피빛 회화'의 흥분감은 그의 대표적인 '검정 작품' 앞에서 다시 침묵하게 한다. '있는데 없는', '보이는데 안 보이는' 블랙홀 같은 검정 조각은 모든 것을 삼키는 '잔혹한 마술'이다. 분명 옆에서 바라보면 삼각뿔이 보이는데 다시 앞으로 가면 평면으로 압착되어 시지각을 어지럽힌다. 빛 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마저 흡수시켜 각 오브제의 표면에 안착해 '검은 구멍'으로 일체화된다. 빛을 99.6% 흡수해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으로 불리는 '반타블랙' 덕분이다, 카푸어가 이 물질을 예술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있어 '카푸어 블랙'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존과 부재를 동시에 구현하는 '검은 조각'의 있고도 없는 '물질의 비물질화'는 카푸어 작업의 핵심이다. "무언가를 가시화하는 방식에 대한 역사인 반면, 나는 그와 정반대의 일, 즉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천착했다. 내 작업의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미와 추로 뒤덮은 화화와 조각, 물질성과 정신성으로 가득찬 작가의 작품 세계는 예술의 초월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다. 자극적이고도 섹시하게 물질의 ‘사이(in-between)'의 상태를 포착해내는 그는 스스로 '조각하는 화가'라고 부른다. 벽에 걸린 4점의 거대한 덩어리 조각도 압권이다. 얇은 천으로 둘러싼 덩어리들은 지질학적 조직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괴물의 해부학적 내장의 모양같기도 하다. 카푸어를 대표하는 색채인 진한 빨강과 검정을 입은 조각 작품들 중 특히 두 점은 '그림자(Shadow)'와 '섭취(Ingest)'라는 제목을 통해 미술과 마술 사이, 괴이함이 소용돌이치는 잔혹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초대한다. 국제갤러리 K1, K2, K3 전 공간에 걸쳐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한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은 K아트의 선전속 K갤러리의 위상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화상과 컬렉터들이 모이는 프리즈서울+키아프서울(9.6~10)기간 '필수 관람' 코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10월22일까지. ◆작가 아니쉬 카푸어는? 1954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런던과 베니스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의 갤러리 델 아카데미아 디 베네치아와 팔라조 맨프린(2022), 영국 옥스포드 현대미술관(2021), 중국 선전 현대미술 및 도시계획 박물관(2021), 영국 노포크 호턴 홀(2020), 독일 뮌헨 모던 피나코텍 미술관(2020),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펀다시온 프로아(2019), 중국 베이징 중앙 미술관 및 황실 사원 아카데미(2019), 포르투갈 포르투 세랄베스 현대미술관(2018), 멕시코 시티 현대미술관(2016),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Void Field'(1989)를 선보이며 프리미오 듀밀라(Premio Duemila)를 수상했고, 이듬해 영국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받았다. 카푸어의 작품은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주요 상설전시로 소개되고 있으며, 고유한 공공미술은 전세계 곳곳에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2023/08/30
"키아프+프리즈 2차전...中 큰 손 왕서방 기대감" 황달성 vs 패트릭 리 "더 이상 당할 수 없다"(키아프 황달성 회장) vs "성공을 기원한다"(프리즈 패트릭 리 디렉터)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의 2차전이 시작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미술장터’가 오는 9월 다시 요동친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9월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총성없는 문화 전쟁'을 벌인다. 작년보다 56곳이 증가한 총 330개의 국내외 화랑들이 집결한다. 첫 회 판매고를 올린 하우저앤워스,데이비드즈워너, 페이스, 리만머핀, 화이트 큐브 등 세계적인 화랑들도 재참가한다. 지난해는 프리즈의 완승으로 키아프는 '안방까지 뺏겼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코로나 사태인 2021년 키아프는 650억 대 매출을 기록하며 몸집을 키우던 때였다. 2022년 '공동 개최' 전략적 제휴는 프리즈의 화끈한 '서울 침공'으로 막을 내렸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듯한 위력이었다. 7만명 이상이 방문한 '프리즈 돌풍'은 긴가민가하던 '아트테크'에 불을 지폈다. 덕분에 10여 년 간 4000억 원대로 제자리걸음 하던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 원 대를 넘어섰다. 키아프는 '악마와의 계약'을 한 셈이다. 프리즈와 5년 간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해야 할 운명이다. 아시아 진출을 노리던 프리즈와 국제화를 엿보던 키아프의 야심이 미술판을 서울로 돌렸다. 올해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못 온 중국의 ‘큰 손’ 컬렉터들까지 대거 방문할 예정이어서 벌써 뜨거운 한판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 날만 기다렸다'는 투자자들 탓에 국내 경매시장 낙찰률까지 떨어졌다는 후문이 돌 정도다. 실제로 얼리버드로 오픈한 티켓은 하루 만에 매진됐고, 화랑들조차 25만 원 짜리 프리뷰 티켓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라고 했다. 키아프를 운영하는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과 프리즈 서울을 진행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는 "올해 아트페어도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갤러리들이 꾸준히 새로 개장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보이는 반증"이라며 "특히 올해는 일본과 중국 컬렉터들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전시 기획력을 더 높였다"고 했다. ‘경쟁 구도’를 피할 수 없지만 양측은 "홍콩과 벌이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패권'을 서울로 가져오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3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전략을 들어봤다. ◆키아프 서울:20개국 210개 갤러리 참여..."젊은 작가 발굴 소개의 장" "올해는 젊은 작가를 통해 역동적인 한국 미술 현장을 선보여 프리즈 서울과 차별화한다." 키아프 운영위원장인 황달성 회장은 "키아프는 젊은 작가를 발굴·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초점을 맞췄다. "키아프만의 젊음과 역동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신작 중심으로 행사를 꾸렸다"며 '프리즈 쏠림 현상'을 설욕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프리즈의 작품과 가격차가 있어 상대적으로 위축이 될 수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젊은 작가를 찾으려면 프리즈 서울보다 키아프로 올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키아프는'몸집을 불렸다. 지난해보다 46곳이 늘어난 210개 갤러리(국내 137개·해외 73개)가 참가한다. 이는 올 초 협회장 선거에서 1표 차로 승리한 황 회장의 화합과 상생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 화랑 증가는 '보은 차원'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화랑협회는 이번 참가 화랑 심사는 6차까지 거치며 신중했다고 밝혔다. 키아프는 'K 아트'의 저력을 다지는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 특히 △키아프 플러스 △키아프 하이라이트 △키아프 특별전 등 8개 프로그램으로 프리즈에 맞불 작전을 펼친다. 지난해 세텍에서 열렸던 '키아프 플러스'가 코엑스로 들어온다. '따로 국밥'처럼 운영됐던 부작용을 탈피, 키아프와 같은 장소에서 연합, 젊은 작가들의 세를 뽐낼 예정이다. ‘키아프 하이라이트’는 올해 신설됐다. 황 회장은 "참여 작가들의 홍보와 지원에 힘쓰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드'를 제정한다"며 "3명 작가를 선정하여 코엑스의 후원으로 30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수여한다"고 했다. 특별전은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2개의 전시로 마련했다. 미디어 강국의 강점을 살린 '뉴미디어 아트 특별전'과 전통 한국화의 영광을 재현하는 '박생광·박래현의 '그대로의 색깔 고향' 전이다. "키아프가 추구하는 미래 지향적인 성향을 보여줌과 동시에 키아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전통 한국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장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었다. 황 회장은 "키아프는 젊은 작가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작년에 제기되었던 아쉬운 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올해는 더욱 발전적인 페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 유관 기관 등이 적극 협력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협회 미술행사에 정부와 유관기관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아트페어가 미술 올림픽'처럼 치뤄지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세계젝인 미술기관, 파워 컬렉터들 등 수 만명이 방문, 문화 인프라 확장은 물론 관광과 유통 산업까지 이어진다. 국가 대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사 선수(작가)들과 문화 수준을 경험하고 경쟁하는 장이다." 키아프 서울은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세계 이례적인 국제아트페어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 영국 프리즈, 프랑스 피악이 전 세계 '토종 아트페어'를 삼키며 각 나라별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식 페어'에 대항하고 있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A, B홀과 그랜드 볼룸을 포함한 1층 전체를 사용, 9월6~10일까지 열린다. ◆프리즈 서울:120개 갤러리 참가...70개 아시아 갤러리 포커스 "올해는 70여 개의 아시아 갤러리에 주목해달라." 패트릭 리(Patrick Lee)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즈 서울 개최 후 서울이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예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글로벌 그룹의 디렉터로 거시적인 안목을 보였다. "좋은 아트 페어는 컬렉터와 큐레이터 간의 상호 연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프리즈가 아시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했다. 이는 "올해 처음 참여하는 아시아 갤러리들이 증가한 것이 반증"이라며 "아시아 갤러리들의 서울 진출은 한국의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여유감을 보였다. 2023 프리즈서울에는 30여개국 12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이중 메인 섹션에 아시아에 기반을 둔 갤러리 70곳이 부스를 차린다. 한국에서는 갤러리바톤, 국제갤러리, 학고재, 갤러리현대, PKM갤러리가 지난해에 이어 이름을 올렸고, 가나아트가 첫 참가한다. 아시아 기반 젊은 갤러리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 (Focus Asia)'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예술 작품을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 특별 섹션이 볼거리다. 지난해 600억 대 피카소 작품 등 미술관급 작품을 선보인 마스터스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올해 프리즈 마스터스는 고대 유물부터 희귀 필사본과 서적, 20세기 걸작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예술을 한자리에 모아 국내외 컬렉터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시카고 그레이 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의 첫 참가를 기념해 짐 다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하우메 플렌자, 맥아서 비니언, 레온 폴크 스미스, 에블린 스태팅거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또 폴 세잔, 헬렌 프랑켄탈러, 루시안 프로이트, 앙리 마티스, 조안 미첼, 파블로 피카소, 에곤 실레, 윌리엄 터너 등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 작품도 들어온다. 키아프가 참여 갤러리의 수를 대폭 늘린 것과 달리 지난해와 비슷하게 120개 갤러리를 유지한 패트릭 리 디렉터는 '전시 환경 디테일'에 집중했다. 작년 '멸치 떼처럼 쓸려 다닐 정도로' 북적였던 공간을 개선했다. "2개의 입출구였던 전시장은 3개의 문을 열어 동선을 관리, 쾌적한 관람에 신경을 썼고 행사의 사소한 부문까지 챙겼다. 관람객들은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갤러리들의 노출도와 운송, 보관 장소, 케이터링 메뉴까지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한 감각을 자랑하지만 프리즈도 시작은 미미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벼룩시장처럼 임시 텐트를 치고 문을 열었다. '예술은 백만장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기치와 신진 작가들의 '신선한 미술'로 흥행하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등극했다. 글로벌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 Endeavor의 자회사 IMG 그룹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2014년 프리즈 뉴욕, 2019년 프리즈 LA에 이어 2022년 서울까지 진출했다. 프리즈 서울을 이끄는 리 디렉터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갤러리현대 전무 출신이다. 프리즈 서울의 흥행에 힘입어 LG올레드(LG OLED)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 프리즈의 글로벌 리드 파트너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도이치뱅크(Deutsche Bank)가 지원을 계속한다. 리 디렉터는 “특히 올해는 엔데믹으로 일본, 중국 컬렉터들도 대거 방한이 예정되어 있어 기대감이 크다"며 "한국이 가진 전반적인 에너지에 대해 높은 평가가 있었고 참가 갤러리들의 수준도 높은 만큼 다양한 부대 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이 예술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는 '머니게임, 미술 장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프리즈가 한국 미술시장을 싹쓸이한다는 지적도 있다. 리 디렉터는 단순하게 장사로만 보는 건 편견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아트 페어는 담론을 제시하고 플랫폼 형성을 목적으로 개최한다"며 "프리즈는 단순한 미술장터가 아니다"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물론 세일즈 역시 성공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술 담론과 플랫폼 형성 여부에 따라 성공적인 아트 페어인가 아닌가 결정된다. 아트 페어를 통해 새로운 관객, 새로운 미술이 형성되고 흡수되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덕분에 고객들의 수준이 섬세하게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관람객과 작가와 화랑과 의미 있는 관계, 건강한 미술 세계의 커뮤니티 형성이 목적인 프리즈는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2023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 D홀에서 6~9일까지 열린다. 202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