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리는 94세 화가' 알렉스 카츠의 위로 이번엔 미국의 세계적인 작가 '알렉스 카츠'(94)다. 지난 10월 서울점 개관 첫 전시로 독일 현대회화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 개인전을 열었던 이 이번엔 미국 출신 세계적인 작가 알렉스 카츠의 그림을 선보인다. 카츠는 '세계 10대 화가'로 등극한 살아있는 현대미술 거장이다. 유럽 명문 화랑의 자존심을 보이는 전시로, 국내 미술시장에 풍성함을 더해 눈길을 끈다. 1983년 잘츠부르크에 첫 갤러리를 연 타데우스 로팍은 40여년간 현대미술을 선보이며 세계 정상급 갤러리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브렉시트(Brexit)에도 런던에 지점 갤러리를 열어 화제가 된 후 코로나19 시대에도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 최초 지점을 개관 주목받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 Thaddaeus Ropac 대표는 "그동안 설치미술작가 이불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해와 서울이 위대한 예술가와 세련된 컬렉터가 있는 활기찬 예술 도시"라고 확신하며 독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에 한국 갤러리 개막 전시를 요청해 개관전을 화려하게 선보였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 두 번째 전시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 '꽃' 개인전 9일부터 서울점 두번째 전시로 펼치는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은 '꽃'을 주제로 한 회화를 조명한다. 지난 20년간 작가가 작업해 온 '꽃 시리즈' 중 이전에 소개된 적 없던 작품들과 더불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아우른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점은 "한 장르의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전시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 전시에 선보이는 '꽃 시리즈'는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에 그려진 것이다. 9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붓을 놓지 않고 다시 이 주제로 회귀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작가는 ""고 했다. 카츠는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2018년 롯데뮤지엄과 대구미술관(2019)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의 '꽃 시리즈'는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컬렉터라면 판화라도 한 점은 있어야할 그림으로 소장품에 꼽힌다. 사람 얼굴이나 꽃을 크게, 또 간결하게 담아내지만 경쾌함과 함께 현대적이면서 묘하게 세련미를 풍기는 그림은, 마치 '잇템'처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서 인기 '꽃 시리즈', 1950년대부터 시작 운동감 연구 "비가 오기에 꽃을 잘라 화병에 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이와 동일한 과정이긴 했지만, 그때는 꽃병보다 꽃에 더 관심이 갔다." 카츠는 1950년대 미국 메인(Maine) 주에 위치한 여름 별장에서 화병에 꽂힌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꽃 회화는 1960년대에 걸쳐 구현했던 단체 초상화와 관련이 있다. "꽃 또한 인물과 마찬가지로 형상들이 겹쳐져 있는데, 당시 그가 그렸던 칵테일 파티 장면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운동감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초기작 '금잔화(Marigolds)'(200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풀밭에 흩어져 있는–약간씩 다르게 표현된 각각의 꽃들은 자연의 움직임에 대한 순간적인 인상을 전달한다. 작품들은 작가의 고유한 붓놀림과 화면 구성력, 단순화된 색면이 돋보인다. 신작들은 꽃의 음영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켜 조각적인 존재감을 부여했다. ‘형상과 부피 자체의 묘사’에 치중하는 그는 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작업한다. 웻온웻 기법은 작가의 전매특허다. 카츠는 "꽃은 그리기 가장 어려운 형태를 지녔다"고 했다. "꽃의 물질성과 표면, 색상, 그리고 공간적 측면을 모두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꽃의 색감은 유화 물감으로 온전히 묘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는 물감을 섞는 과정에서 선명했던 안료가 기름에 의해 탁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색상의 명도를 높이기 위해 보색을 사용하여 신중하게 색의 균형을 맞춘다. 그래서 그가 기대하는 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전시에는 카츠의 신작 초상화 '밀짚모자 3'도 선보인다. 인물이 녹색 배경에 배치되어 있는데, 윙크 또는 옅은 미소를 띤 인물이 미묘하게 연결되며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움직이는 것 같은 거대한 꽃·초상화 대가' 알렉스 카츠는 누구? 알렉스 카츠(94)는 '현대초상회화 거장'으로 불린다. 1927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알렉스 카츠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1960년대 이래 인물초상을 그리며 가장 '뉴욕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장면같거나, 광고판 같은 그림이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을 내세운 초상화 같은 작품으로 일명 '카츠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에서는 팝아트 황제 앤디워홀(1928~1987)의 그림자가 있다. 앤디워홀이 '미술계 끝판왕'으로 활약했던 1960년대 알렉스 카츠도 뉴욕에 살고 있었다. 미국 산업사회 부흥기와 함께 뉴욕은 TV, 영화, 광고 등 새로운 미디어의 도시이자 바넷 뉴먼, 프란츠 클라인으로 대표되는 색면 추상, 잭슨 폴록의 올오버 페인팅(All over Painting), 제스퍼 존스, 앤디워홀의 팝아트 등 새로운 시각 예술이 공존하는 예술의 도시였다. '부흥의 도시'에서 화가로 살아내야 했던 그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았다. 다만 거장들의 기법을 모방해 섞었다. 색면과 인물의 모습을 결합한 카츠만의 독창적인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한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과 앤디워홀 팝아트, 또 '액션 페인팅' 잭슨폴록의 기법이 들락날락한다. 특히 선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선과 색, 브랜드의 이미지가 결합된 화면을 보여준 '코카콜라 시리즈'도 유명하다.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대충 그린 느낌이 강하다. 배경도 명암이나 그림자도 없이 단색으로만 칠해져있다. 자세히 봐도 더욱 결코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균형이 맞지 않고 왜곡된 느낌을 연출한다. "순간 포착을 하기때문이다. 카츠가 순간에 봤기 때문에 너무 공들여 그리면 그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카츠가 그린 인물은 초상화속에 인물이 가진 상징이 아니라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지속적인 현재 시제속에 머물게하는, 순간적인 아름다움에 감수성을 입힌 작업이다."(미술사학자 이주은) 1954년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한 이래 7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화, 드로잉, 조각, 판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빌보드 작업(1977)과 할렘역에 알루미늄 벽화(1984)를 제작하는 등 여러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최근 뉴욕 지하철역에 19점의 대형 작품을 설치하여 주목 받았다. 2022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2021/12/09
리만머핀서울 손엠마 대표 "한국, 미술품 거래 비과세 매력" "한국미술시장을 수년간 지켜본 결과 시장 안정성의 장점, 성장 가능성의 강점을 발견했다. 좋은 작가와 좋은 미술관이 많은 것도 긍정적이다." 리만머핀(Lehmann Maupin)의 테스트는 끝났다. 4년간 20평 남짓 서울 지점을 운영한 리만머핀 서울이 이태원으로 확장 이전한다. 리만머핀은 미국 뉴욕에서 1996년 설립한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다. 이불은 물론 서도호와 서세옥 작품을 해외시장에 알리는데 역할을 했다. 2013년 홍콩에 이어 2017년 서울 갤러리를 개관, 아시아 미술시장을 점령해오고 있다. 내년 프리즈 아트페어 공동개최를 앞두고 해외 갤러리들의 서울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리만머핀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서울 안국동에서 한남동으로 넓히는 리만머핀 서울은 제일기획 본사와 구찌 한남점 매장, 리움미술관 등에 가까운 위치다. 그동안 세계 굴지의 화랑 지점이 협소하고 옹색했다는 이미지를 탈피할 전망이다. 확장세는 건물에서도 뽐낸다. 지난 2015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에스오에이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두 개의 층의 약 70평 규모로 특히 조각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야외 테라스까지 갖췄다. 리만머핀 서울은 손엠마 수석 디렉터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리만머핀을 성공적으로 이끈 보람은 확장 이전으로 돌아왔다. 엠마 디렉터는 20년간 큐레이터이자 갤러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으로 맥아서 비니언, 맨디 엘-사예, 길버트 앤 조지, 샹탈 조페, 라이자 루, 데이비드 살레, 세실리아 비쿠냐, 나리 워드 등 저명한 현대미술가들의 한국 첫 개인전을 성사시키며 리만머핀 갤러리의 정체성을 부각시켰다. 엠마 디렉터가 전한 리만머핀 비전과 한국미술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2017년 서울 개관 당시와 현재 한국미술시장, 얼마나 분위기가 다른가. "2017년에 비해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그 규모가 훨씬 커졌고 컬렉터 베이스도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미술시장이 이전보다 성장한 것은 물론 활발해졌음을 방증하기에, 지금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다. 내년에는 프리즈 서울까지 열리게 되면서, 이러한 성장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적인 화랑의 서울 진출, 리만머핀이 한국 시장에서 기대한 건 무엇이었나. "리만머핀의 두 대표(라쉘 리만(Rachel Lehmann)과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들은 한국과의 인연이 굉장히 오래된 편이다. 서도호 작가와 1990년대 말 부터 인연을 맺으며, 한국과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이 후 이불 작가와 일을 하면서 그 연결고리는 더 탄탄해져 서세옥, 김기린 등 여러 한국작가들의 전시로 이어져 왔다. 한국 작가분들과 일찌감치 시작된 두 대표들의 관계는 한국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으로 발전되었다고 본다. 라쉘 리만 대표는 자신이 이전 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라는 농담을 자주 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따라서 한국에 갤러리를 낸다는 것은 두 대표들의 오랜 염원이자 목표 중 하나였다고 본다. 이런 한국 시장에 갤러리가 지난 20여년간 함께 성장해온 다국적 작가들의 작업들을 소개하고 선보이는 것과 더불어 한국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작가들, 그리고 우리의 문화에 대해 더 깊이 배워나가는 것에 항상 큰 기대를 해왔다." ◆서울 진출, 어떤 성과가 있었나? "성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봐야할 것 같다. 인지도 면에서 리만머핀은 이미 국내 주요 작가, 서도호와 이불을 대표하는 국제 화랑 중 하나로 홍콩 아트바젤 후 한국 고객들에게 어느 정도는 알려진 화랑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한국에 진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한국 진출 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리만머핀 작가들이 국내 미술관이나 비엔날레의 전시에 소개되는 일이 더 잦아진 점을 꼽고 싶다. 주요하게 카데르 아티아(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2018), 맨디 엘사예(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2020), 오스제미오스(현대카드 스토리지, 《오스제미오스: 유 아 마이 게스트》, 2020), 헤르난 바스(스페이스K 서울, 《헤르난 바스: 모험, 나의 선택》, 2021)를 비롯하여 이불(서울시립미술관, 《이불 - 시작》, 2021)을 들 수 있다. ◆리만머핀이 아시아, 홍콩에 이어 서울을 택한 가장 주요 요인은 무엇이었나? "서울에는 홍콩보다 더 탄탄한 미술계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고 본다. 홍콩은 아트바젤 홍콩이 시작된 후 급성장한 아트 도시인 반면, 서울 나아가 한국은 이전부터 국공립 및 사립미술관들, 비영리 공간 그리고 높은 수준의 국제비엔날레(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술품 거래의 대부분이 비과세인 점도 판매에 있어 홍콩에 못지않은 매리트가 있는 곳이 한국이다."(현재 한국에서 판매하는 미술품은 가격이 6000만원 이하면 비과세다. 또 6000만원 이상이라도 국내 생존 작가의 경우 거래 가격과 상관없이 세금이 없다. 작고작가의 작품 중 6000만원 이상에만 기타 소득세가 적용된다.) ◆해외 유명 갤러리들 한국 진출속 리만머핀의 전략, 차별화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 작가 발굴에 대한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속적으로 작가 자료를 수집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작가 스튜디오 방문도 진행하면서 열심히 보고 연구하고 있다." ◆작품 구매층은? MZ세대 컬렉터 진짜 많은가? "구매층은 다양하다. 요즘 들어 MZ세대 컬렉터들이 이전에 비해 늘어난 것을 확실히 경험하고 있다. 키아프(Kiaf)에서 뿐만 아니라 갤러리에 문의하시는 분들 또한 월등히 높은 비율로 젊은 층이 늘어났다." ◆리만머핀 서울서 가장 흥행한 전시는? "샹탈 조페(2020-2021),세실리아 비쿠냐(2021), 그리고 맨디 엘사예(2021), 세 여성 작가들의 개인전을 연달아 개최한 것에 큰 의미를 둔다. 특히 세실리아 비쿠냐는 전시와 같은 시기에 광주비엔날레에서, 맨디 엘사예는 작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작업 세계가 폭 넓게 다뤄진 바 있기에 리만머핀 서울에서의 전시에 더욱 많은 관객들이 호응해준 것 같다." ◆아시아서 한국미술시장 매력은? "한국미술시장의 인프라 수준은 굉장히 수준이 높다. 이미 3대 국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며, 유수의 국, 공립 미술관 및 사립미술관들과 더불어 실력 있는 갤러리 그리고 작가들이 굉장히 많다. 이와 더불어 수준 높은 (개인 및 기관) 컬렉터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4년간 운영 디렉터로 인정받았다. 해외 지점 갤러리스트의 비법이 있나.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된 본사와의 긴밀한 소통. 내가 20여년간 갤러리스트로 활동하며 쌓아온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견해와 개인 컬렉터 및 기관과 다져온 탄탄한 네트워크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에 이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확장 이전 재개관 의미는. 앞으로 전시계획. 경쟁 상대는? "확장 이전에 대한 논의는 2019년 경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시장에 대한 믿음과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래리 피트먼(Lari Pittman)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최근 리만머핀의 아시아 공식 전속 작가로 이름을 올린 톰 프리드먼(Tom Friedman)의 전시 또한 예정되어 있다. 두 작가 모두 이미 20여년 이상 다수의 개인전과 국제전을 통해 작업을 널리 알려왔고, 또 현대미술사에 분명한 족적을 남겨온 작가들이다. 이처럼 국제적인 작가들의 국내 첫 개인전을 준비한다는 것은 특정 경쟁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폭넓게 공유하고자 하는 바램이 원동력이 된다." ◆리만머핀은 진짜 어떤 갤러리인가, 한국인 대표가 느끼는 강점과 단점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갤러리의 방향성은 한국의 서도호, 이불, 서세옥은 물론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다국적 작가들을 새로운 지역에 소개하는 것은 주요하게 여긴다. 나리 워드(Nari Ward)와 안젤 오테로(Angel Otero)는 각각 자메이카와 푸에르토리코 태생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알제리와 프랑스에서 자라 베를린과 파리에 거점을 둔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활동 중인 맨디 엘-사예(Mandy El-Sayegh), 쿠바계 미국인인 테레시타 페르난데즈(Teresita Fernández) 등 리만머핀의 소속 작가들은 지리적으로나 예술사적으로 특정 범주에 묶이지 않고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특히 리만머핀 서울에서 진행된 나리 워드, 안젤 오테로, 니콜라스 슬로보, 맥아서 비니언, 라이자 루 등의 전시는 작가들의 첫 서울 전시로 기록된다. 이처럼 정체성의 개념에 도전하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전속 작가들의 가능성과 힘을 지지하는 것이 리만머핀의 강점이다." 2021/12/05
2040 구매력에 깜짝...해외 갤러리들 서울로 확장세 "아시아 미술시장 새 거점은 한국이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기존에 미술중심지 였던 홍콩이 정세 불안으로 흔들리면서 아시아 미술시장 판이 한국으로 움직이고 있다. 독일 베를린 유명 갤러리 쾨닉은 지난해 일본 도쿄 분점을 철수하고 서울을 택했다. 지난 4월 서울 청담동 MCM하우스에 '쾨닉 서울'을 개관한 요한 쾨니히 대표는 "한국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가지고 있어 갤러리를 오픈하게 됐다"고 했다. "2019년 처음 한국에 왔었다"는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파라다이스아트스페이스 등 수준 높은 기업 컬렉션에 놀랐다"며 런던에 이어 세번째 분점을 낸 것에 대해 밝혔다. 쾨닉은 비엔날레급 작가 40여명을 거느린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다. 패션 브랜드 MCM과 협업한 쾨닉 서울은 옥상에 조각정원을 마련하고 쾨닉 소속 작가들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쾨닉처럼 이미 서울에 지점 분점을 낸 글로벌 갤러리들도 한국이 올 들어 20~40대 MZ세대 컬렉터들의 구매력이 급증, 새로운 전초기지로 한국을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화이트큐브, 독일 에스터 쉬퍼, 스프루스 마거스, 오스트리아 타데우스 로팍 등은 한국인을 현지 디렉터로 서울에 상주시켜 작품 홍보와 판매를 늘리고 있다. 아시아 미술시장 주도권을 잡던 홍콩에서 서울로 방향키를 튼 것은 그림 거래에 관세가 없다는 점이 큰 배경이다. "서울에서 미술품 양도세는 6000만원 이하 면세이고 조각 및 생존 작가 작품도 양도세가 없어요." 프랑스 파리에 본점을 둔 세계적 화랑 페로탱 강주희 홍콩 서울 디렉터는 "특히 서울이 홍콩보다 나은 점은 바로 '임대료'"라며 "홍콩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료 측면에서도 서울이 유리하다"고 꼽았다. 페로탱은 2016년 서울 팔판동에 분점을 개관했다. ◆유럽 명문 화랑부터 세계 3대 갤러리까지 서울 분관 추진 유럽의 명문 화랑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도 한남동에 개관한데 이어 세계 3대 갤러리로 꼽히는 스위스 하우저앤워스와 독일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도 서울 분관을 추진중이다. 타데우스 로팍은 파리, 잘츠부르크, 서울에 총 6개의 지점을 두고 70여 명의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개관전으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을 열었다.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 헨리 무어, 조지 콘도 등 유명 작가 작품을 관리중이다. [[[[:newsis_bold_start:]]]] 올해 아트페어 열풍을 일으킨 아트부산에서 솔드아웃 사태를 맛 본 독일 베를린 페레스 프로젝트, 미국 뉴욕 글래드슨톤, 투팜스도 내년 서울에 분점을 낸다. [[[[:newsis_bold_end:]]]] 5월 아트부산에서 베스트 부스로 선정된 독일 페레스 프로젝트 조은혜 디렉터는 "아트부산은 2019년도부터 참여 했지만, 올해 아트부산은 기대를 뛰넘는 놀라운 결과였고 한국미술시장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 서울 분점을 결정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독일 신진 작가 12명의 작품을 판매했는데 오프닝 전에 판매가 이뤄지면서 '대박 갤러리'로 주목받았다. 조 디렉터는 "1987년생 멕시코 태생 마뉴엘솔라노라고의 작품을 한국에 처음 선보였는데 완판이 되면서 화제가 됐다"고 했다. "작가가 시각장애인이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고 있는 트렌스젠더라는 배경에 깜짝 놀라는 컬렉터들은 오히려 그러한 점에 더욱 관심을 보이며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미술시장의 성숙도를 느낄수 있었다" 조 디렉터는 "작품을 구매한 층은 20~40대 초반으로, 낯선 신진 작가 작품도 거부감 없이 반응하며 그림을 사는 MZ세대의 구매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2002년 변호사 출신의 쿠바계 미국인 하비에르 페레스에 의해 샌프랜시스코에서 설립됐다. 현재는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활발하게 다양한 배경의 젊은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인 하비에르 페레스는 2006년 '아트리뷰'의 '파워 100'에 오른 인물이다. 내년 상륙하는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 분점은 강북에 위치할 예정으로 뷰잉 공간 및 오피스 혹은 전시 공간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세계적 화랑 페이스·리만머핀 등 서울지점 확장세...공간 넓혀 이태원으로 이전 "지난 5년간 매출액이 증가해왔다. 앞으로 가능성을 보고 전시장 규모를 키운다"(페이스 서울 이영주 디렉터) 2017년 3월 이태원에 서울지점을 연 페이스서울은 지난 4월 이전 전시공간보다 4배 큰 661㎡(200평)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세계적인 화랑으로 꼽히는 페이스는 뉴욕이 본점으로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 작가 작품을 관리하며 국내 블루칩 작가 이우환이 소속된 갤러리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지점은 이전 기념 전시로 89세 미국 흑인 작가 샘 길리엄의 개인전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같은 해 국내에 진출한 서울 안국동 리만머핀 갤러리도 내년에 이태원으로 확장 이전한다. 4년여 만의 재개관은 같은 동네에 확장 이전한 페이스와 경쟁하며 젊은 미술애호가들과 MZ세대들을 공략할 전망이다. 1996년 미국 뉴욕에서 문을 연 리만머핀은 2013년 홍콩에 이어 2017년 서울 갤러리를 개관했다. 라쉘 리만과 또 한 명의 공동설립자인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은 지난 30년간 한국을 수 차례 왕복한 끝에 서울 지점을 결정했다. 리만머핀 서울 확장 이전 후에도 손엠마(Emma Son) 수석 디렉터가 운영한다. 리만머핀 서울은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전시로 동시대 가장 중요한 회화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진 현대미술가 래리 피트먼의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서 한국미술 급성장세 매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한국 시장은 미술 투자를 목적으로 한 개인 컬렉터들의 구매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미술품 관세가 없고 전시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싱가포르,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페레스 프로젝트 조은혜 디렉터) 세계적인 화상들은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라는데에 입을 모은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미국과의 교류가 용이한 중심지에 있고 한국 특히 서울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사회 인프라는 세계적인 아트마켓이 성장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위치한 미술관과 이미 국내에 진입하는 세계 주요 갤러리의 한국 지점들은 한국이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불어 전세계 최고의 국제공항을 1시간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한 한국화랑협회는 키아프와 인천공항공사와의 협업도 진행, 아트페어 마중물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동현 화랑협회 전시기획 팀장은 "특히 K 콘텐츠의 위력으로 아시아 문화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는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컨텐츠의 성장과 동시에 미술과 디자인 등 아트 앤 컬쳐 기반의 활동을 하기에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650억 원의 역대급 매출 대박이 나면서 세계적인 화랑들은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갤러리들은 이번 키아프에서 작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것에 깜짝 놀라 내년 행사 참가도 적극적으로 나서 확정했다. 이들은 정해진 부스에 맞게 작품을 가지고 온 것을 아쉬워하며 이미지로도 작품 판매를 했다는 후문이다. 키아프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미술시장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내년에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서울이 키아프와 동시에 열려 세계적 컬렉터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한국 미술시장이 기존 4000억 원 규모에서 5배에 달하는 2조원대로 성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12/04
RM도 1타강사도 "내돈내산"...MZ세대 '아트 플렉스' #지난 10월 서울옥션 경매장. 객장은 치열한 경합이 이어지고 있었다. 16억부터 출발한 작품 가격이 36억까지 치솟았다. 긴장감 속 숨죽이던 경매장, 젊은 남자가 패들(Paddle·경매 번호판)을 들었다. 36억5000만원. "낙찰됐습니다." 망치가 탕 내려쳤고, 박수가 터졌다. 그 순간 그 남자가 팔을 스윽 들고 일어났다. 키가 무척 큰 남자는 '승리자' 같았다. '저 그림 낙찰자가 바로 나입니다' 라고 알리는 몸짓처럼 보였다. 그렇게 유유히 객장을 빠져나간 그는 '최고의 자랑'을 세상에 알렸다. 자신의 SNS에 낙찰받은 작품을 사진과 함께 게시했다. 수학 1타강사로 유명한 현우진(34)씨였다. 36억 5000만 원에 사들인 건 일본 거장 쿠사마 야오이 2015년작 '골드 스카이네트(Gold-Sky-Nets)'였다. 알고 보니 그는 '쿠사마 마니아'였다. 현 씨는 올해 쿠사마의 비싼 작품을 모조리 사들였다. 3월, 23억에 낙찰받은 ‘인피니트 네트’를 시작으로, 6월 ‘실버네트’(29억원), 7월 ‘인피니트 네트’(31억원)까지 총액으로만 119억 5000만원어치에 달한다. 현씨는 자신의 SNS 프로필에라고 써놨다. ◆현 씨가 산 쿠사마 작품 판매한 사람은?...MZ세대 소장자 현씨가 '아트 플렉스(flex)'한 36억5000만원짜리 작품은 MZ세대 소장품이었다. 미술컬렉터들에 따르면 소장자는 40대 초반 남성 컬렉터다. 그는 2016년 이 작품을 9억 원 정도에 샀다. 5년을 소장하다 판매를 위해 존재감을 알렸다. 올 4월 부산서 열린 한 아트페어에 12억 원에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았다. 한 고객이 비싸다며 머뭇머뭇거리다 포기했다. 소장자는 7개월 후인 지난 10월 서울옥션에 위탁했고, 결국 36억5000만 원에 팔렸다. 쿠사마가 2015년에 그린 이 그림은 6년만에 30억 넘게 오른셈이다. 쿠사마 작품을 판 이 소장자는 이후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등 국내 블루칩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우고 론디노네 등 해외 유명작가 작품을 수집하며 '넘사벽 아트 플렉스' 행보를 진행중이다. ◆"이 작품 내가 샀어요" 아트플렉스...이전 컬렉터들과 다른 모습 "이 그림 내가 샀어요"라고 알리는 건 미술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컬렉터들은 드러내지 않는게 미덕이었다. '검은 돈?' 이라는 비난의 두려움이 있었다. 경매사는 함구했고 이는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세상이 달라졌다. MZ세대들의 '아트 플렉스'는 당당해졌다. 방탄소년단 RM으로 시작됐다. RM은 미술관 화랑 나들이를 숨기지 않았다. SNS에 그림 앞 사진을 올렸고, 도자기를 끌어안고 므흣한 모습을 자랑했다. RM이 가는 전시마다 줄 서는 풍경이 연출됐고, RM이 픽한 그림은 완판됐다. 'RM이 반한 달항아리’, 'RM이 좋아하는 윤형근, 이우환' 등 'RM 효과'에 매체도 그의 행적을 쫒아 쓰며 아트 행보에 불을 지폈다. '미술시장이 RM에 기댄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20~30대까지 미술판을 확장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다. 미술판을 들어온 MZ세대들은 적극적인 구매력도 보였다. '3040 싹쓸이'에 미술시장은 대박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역대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올해 경매사와 아트페어는 사상 유례 없는 흥행 열풍으로 과열을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MZ세대 몰려온 키아프 역대 최대 매출 650억 역대급 매출 MZ세대들은 미술시장 역대급 호황을 이끌었다. 지난 10월13~17일 열린 키아프서울(KIAF SEOUL·이하 키아프)’가 증명했다. 첫날 VVIP 오픈에서만 약 350억원치가 거래됐다. 벽에 걸리기도 전에 팔려나간 그림들 때문에 우는 사람까지 생겼다. 단 5일간 열린 행사에서 팔린 금액은 650억치.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키아프 창립 이래 최고 기록이다. 행사를 주최한 키아프에 따르면 올해 처음 방문한 고객은 MZ세대라 불리는 20~40대가 가장 많았다. 새로운 미술 애호가가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화랑협회 김동현 팀장은 "올해 키아프에 첫 방문한 사람들의 반 이상이 21세~40세 사람들이었고, 이들 중 약 20% 정도가 적극적으로 작품을 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MZ세대 고객들은 거침없다. 망설이고 몇번을 보러 오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시 부스에 들어와 "이 작품들 다 얼마에요?" 라며 묻기도 해 화랑주가 더 당황했다는 일도 있다. 오히려 "그림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고 말렸다는 한 화랑주는 "옛날과 정말 달라졌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림이 좋아서라기보다, 아트테크로만 보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나 만 없어"...김환기 이우환 윤형근 우국원 작품 없어요? 반면 MZ세대들의 컬렉팅은 변화무쌍하다. 주식 부동산에 이어 미술품으로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타강사 현씨처럼 '아트 플렉스'가 SNS에 이어지면서 자극이 되고 있다. 한 미술품딜러는 "최근 그림을 찾는 MZ세대 컬렉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들은 '나 만 없어'라며 김환기 이우환 윤형근 작품을 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예인 픽' 그림은 대박이 터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의 집에 걸린 그림은 없어서 못파는 그림이 됐다. 배우 손예진·조윤희 거실에 걸린 그림 작가인 우국원의 작품값은 폭등했다. 서울옥션 케이옥션 양대경매사에 출품한 그림은한달새 2배 올라 2억을 넘기며 작가 최고가 경신했다. 케이옥션 8월 경매에서 우국원이 미운 오리를 그린 'Ugly Duckling'은 시작가 1500만원에 나와 치열한 경합 끝에 15배 폭등한 2억3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러한 그림 구매력은 '조각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30~40대 직장인들은 공동으로 사는 '그림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8년 공동 구매 미술품을 시작한 ‘아트앤가이드’는 공동 구매때마다 5분~10분만에 마감되며 활기다. 지난 7월 28일 공동구매를 시작한 ‘문형태’ 작가의 ‘Diamond(2017)’는 2100만 원에 매각돼 600%의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2020년 4월부터 앱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테사도 매각한 작품 모두 10%~30%대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 3월 조각투자 진행 당시 10분 만에 분할 소유권이 완판되며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아트테크 투자자 몰리면서 미술품 거래 플랫폼들은 작품 확보가 치열하다. 전문 아트 리서치 팀이 작품 상태, 경매 기록, 유찰률 등 글로벌 미술품 시장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풍요로움속에 자라 유학파가 많은 MZ세대 컬렉터들의 앞선 정보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MZ세대 아트플렉스 패턴...'게임'처럼 소비 기성세대와는 완전 달라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NZ세대의 아트마켓 소비패턴은 기성세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MZ세대 등 젊은층의 미술시장 참여와 거침없는 구매는 '감상을 넘어 투자 시대'로, "본격적인 미술품 투자의 시대가 왔다”는 진단이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연예인·인플루언서들의 전시장 방문과 작품 구입, 코로나19로 답답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아트 쇼핑’을 즐기는 측면도 일조했다"고 했다. '아트 쇼핑'은 과감하다. 기성세대가 장기간 면밀한 검토와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신중하게 지출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MZ세대는 대중의 선호도보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개인의 기호를 우선한 구매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MZ세대의 '아트 쇼핑'에 대해 김윤섭 미술평론가(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은 이렇게 전했다. "MZ세대 두드러진 성향 중엔 바로 완전한 게임세대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일명 '클릭세대'라는 점이죠. 마치 미술품을 꼭 갖고 싶은 게임아이템을 소장하듯 수집하는 예가 많습니다. 특히 일반 통화(通貨)보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에 더 익숙한 세대답게, '클릭' 몇 번으로 수억 원의 작품을 손쉽게 구매하기도 하는 것이죠." 실제로 코로나 시대 온라인 경매를 강화한 경매사들은 매월 80~90%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초기 주식세대들이 현실성과 이완된 무감각한 중독현상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살펴보면 확실히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MZ세대는 자신들이 익숙한 가상 디지털 매커니즘이 메타버스처럼 실생활 못지않은 '또 다른 일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MZ세대는 수집한 고가의 미술품을 플렉스한다. 개인의 수장고에 은밀하게 보관하는 게 아니라, 구입과 동시에 인스타나 페북처럼 가상사회관계망에 공개한다. 독점한 현물가치를 디지털 세계에서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상가치를 추가로 창출하는 셈이다. [[[[:newsis_bold_start:]]]] [[[[:newsis_bold_end:]]]]아트쇼핑, 아트테크에 나서 MZ세대 컬렉터들은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고, 웹 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MZ세대 중심의 새로워진 미술품 소비패턴 연구가 중요한 점은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아트마켓의 새로운 확장성을 가늠하는 채널이 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충동적이고 일시적은 중독 현상이라고 다소 자극적인 시선으로 폄훼하지 말아야할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3040 싹쓸이'에 미술시장 투자 과열 양상 우려도 있지만 MZ세대 컬렉터들은 NFT 미술품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시선이다. "한국의 MZ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세력이란 점에서도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바라본다면 미술시장의 새로운 활력이자 음성적이던 미술판이 투명한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MZ세대의 급부상으로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지만 현재 한국미술미장은 세계미술시장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조사업체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2020년 미술품 경매시장 점유율을 보면, 중국(39%)과 미국(27%)·영국·프랑스·독일이 전체의 89%를 차지한다. 아시아 시장은 중국이 67%, 홍콩 26%, 일본 2%, 한국이 1%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5000억여원으로 작다. 지난 1일 열린 크리스티 홍콩 12월 경매는 단 2일간 낙찰총액 14억9500만2500 달러(한화 약 2259억 원)을 기록했다. 2021/12/04
54억5천 만원 '노란 호박'…쿠사마는 누구? "54억5000만원, 54억5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탕!" 일본 대표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92) 회화 노란 '호박'이 대박을 터트렸다. 올해 한국 경매 최고가와 작가 국내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지금까지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최고가 작품은 42억 원에 팔린 마르크 샤갈의 ‘생 폴의 정원’이다. 23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윈터 세일' 경매에서 쿠사마 '호박' 그림은 52억원에 경매에 올랐다. 1억씩 호가해 최종 54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서면이 아닌 현장에서 낙찰받아 주목됐다. 올해 코로나속에도 아트페어 흥행 얼풍과 낙찰률 80%를 넘는 경매시장 활황인 가운데 정점을 찍었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 36억5000만원(Gold Sky Nets) 낙찰된 최고가를 한달만에 갈아치운 기록이다. 'Gold Sky Nets'는 메가스터디 수학 1타 강사인 현우진씨가 낙찰받았다고 직접 알려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달 직접 경매장에 나와 36억5000만원짜리 작품을 낙찰받고, 자신의 SNS에 직접 낙찰 소식을 알려 이슈가 됐다. 현 씨는 '쿠사마 애호가'로 올해 붉은색 ‘인피니티 네트' 등 쿠사마 작품을 약 120억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슈퍼 컬렉터'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번 '노란 호박' 낙찰자는 현씨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 54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은 쿠사마의 회화 ‘호박’은 국내 소개된 작품 가운데 가장 큰 50호(116.7×90.3㎝)다. 쿠사마의 1981년작으로 추정가가 54억원에 매겨질 정도로 희귀 작품이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쿠사마가 본격적으로 호박 연작을 시작하던 초기작이라 희소성이 높다. "특히 쿠사마 작품은 구작(舊作)일수록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번 작품도 최고 70억선까지도 기대했다"고 했다. 1980년대 초 그린 '호박'은 쿠사마가 한동안 그리지 않았던 작업을 재개하며 본격적으로 '호박' 연작을 시작한 해다. 호박은 일명 '땡땡이 그림'의 최고봉이다. 1950년대 일본에서 미국으로 떠났다가 생활비 부족과 병세 악화로 1972년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 시작됐다. 점의 반복인 물방울 무늬를 캔버스에 가득 채워 넣은 호박은 강박증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쿠사마는 1980년대에 호박에 더욱 집중했다. 물방울무늬에 색을 입혀 생동감을 더했고 2000년대에는 모든 작품에 형형색색의 점이 뒤덮여졌다. 알록달록해진 점들이 회화, 판화, 설치, 패션, 영화 등으로 퍼지며 '쿠사마 땡땡이 호박'의 위력을 과시했다. 쿠사마 '호박'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호박' 중 최고가는 2019년 4월 소더비홍콩경매에서 5446만 홍콩달러(한화 약 82억4300만원)에 낙찰된 2010년 작 노란 '호박' 그림이다. 국내 최고가 경신에 이어 해외 경매도 주목된다. 오 쿠사마의 작품은 올해 10월 말 현재까지 국내 경매에서만 약 266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작가별 낙찰 총액은 이우환(약 350억 원)에 이어 2위다. 한편 '호박' 보다 더 비싼 쿠사마 작품은 '1타 강사'가 애호하는 '그물' 시리즈다. 2019년 4월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1959년작 ‘끝없는 그물(INTERMINABLE NET) #4’이 795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90억3000만원이었다. 쿠사마가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59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5개의 회화 작품 중 하나다. 쿠사마 특징인 동그란 패턴이 '그물망(網)'처럼 증식되어 끝없는 공간이 무한대로 연결되는 듯한 작품이다. ◆ 일명 '땡땡이 작가'로 불리는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는 글로벌 아트 마켓을 주름잡는 생존하는 최고의 여성 미술가다. 망(net)과 점(dot) 등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세계를 장악했다.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작품이 판매된 유일한 작가,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 낙찰가 1위 (2014년 710만 달러), 2016년 타임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과 트라우마’를 예술을 통해 승화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1929년 일본 나가노 마쓰모토시 출신으로 1947년 교토시립예술학교에 진학한 쿠사마 야요이는 1952년 첫 개인전을 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폭력적이었다. 부모를 피해 1958년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일본 전후 예술가 중 최초로 뉴욕으로 간 예술가다. 29세에 뉴욕에서 예술가로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혁명의 시작이었다. 도발적인 퍼포먼스를 끊임없이 펼치며 자신의 몸을 캔버스 삼아 점과 그물을 무수히 그렸다. '앤디 워홀'과의 싸움 등 처절하고 치열한 예술세계를 펼치다 1973년 일본으로 귀국했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서 검정 땡땡이 무늬의 노란 호박 설치미술로 전 세계 미술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검정색 빨간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감의 '땡땡이 작품'은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작품이지만 ‘최근 10년간 가장 작품값이 많이 오른 여성작가’로 선정됐다. 특히 그의 '노란 호박'은 땡땡이 작품의 진수다. 국내 미술시장 웬만한 컬렉터라면 필수템인 '호박 그림'은 그 중에서도 노란 호박이 최고다. 일본 나오시마 섬에 설치된 그의 '노란 호박'은 바닷가 앞에 거대하게 설치되어 전 세계인의 아트투어 성지로까지 등극했다.(나오시마 상징인 2.4m 크기 '노란 호박'은 지난 8월 태풍 9호 루핏의 영향으로 바다에 떠내려가 쪼개져 미술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했다.) 국내에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로비에 거대한 노란 호박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현재 나이 만 91세. 10살 무렵부터 시작된 땡땡이 그림은 여전히 무한반복되고 있다. '환영'·'강박'·'무한증식'·'물방울 무늬' 등 일관된 개념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물방울 무늬는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상징한다. 쿠사마 야요이는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강박과 환각의 정신질환이 수십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쿠사마는 붓을 놓고 있지 않다. 4 명품 패션브랜드 루이비통과 손잡고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고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미술관에서 대규모 순회 전을 개최했다. 국내에서도 2013년 대구미술관, 2014년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 열려 3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강박적인 물방울 무늬에 대한 집착은 보는 이의 시선을 현실 너머의 세상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불안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행위에서 나아가 이 세상도 함께 치유되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2021/11/24
변웅필, 세필로 살려낸 'SOMEONE'...'눈, 코, 입' 므흣 '민머리 자화상'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비비고 부빈다. 변웅필(51)작가의 신작전이 4년만에 열렸다. 22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에서 선보인 개인전은 '얼굴 잔치'다. 파스텔톤 색감에 얼굴 형상이 담긴 7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변웅필은 "인물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거리두기 시대여서 일까. 마스크도 없이 한 얼굴처럼 맞대고 부비는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옛날 감성을 돋게도 한다. 단순화된 인물들은 '마스크 시대'여서 탄생했다.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쓴 인물들은 무슨 표정을 짓는지 감정을 갖는지를 알 수 없다"며 "그저 보여지는 모습으로 상상할 수 밖에 없다. 이번 70명의 인물들 역시 그런 익명성과 보편성을 최대한 단순화시켰다"고 했다. 자신의 얼굴을 짓궂은 놀이를 즐기듯 이리저리 일그러트리고 강렬했던 초기 자화상과 달리 신작은 불필요한 감정이 최대한 배제됐다. "서양화 재료를 사용했지만, 완벽함보다는 뭔가 약간 모자란 듯 비움을 추구한 동양의 감성도 담았다"는 그는 전업작가로서 20년, 여전히 "회화는 무엇인지, 그림이 무엇인지"가 화두다. "화가로서 가장 기본적인 물음을 묵묵히 실천해가고 싶었다"는 그는 "그래서 가장 기본 색깔인 오방색을 나름대로 해석한 색조를 바탕으로 선과 면만으로 기본의 조형성을 완성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서울은 그를 환대했다. 얼굴을 거대하게 담아낸 '자화상'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009년 스타작가로 등극했고 미술시장 인기작가로 유명세를 누렸다. 세월이 흘렀고,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서 어느덧 50대 중견 작가가 되었다. 미술시장은 급변했지만, 화가는 쉽게 변할 수 없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끈질기게 밥벌이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강화도로 내려가 작업실을 짓고 하루하루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매끈하고 깔끔한 그림이 흔적이다. 세필을 사용하는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힘이다. 한쪽 방향으로만 칠하는 붓질이 특기로, 얼룩하나 없는 붓질로 완결됐다. 온 정신을 작품에 쏟았다는 증거다. 그의 대표작 ‘민머리 자화상’ 시리즈가 독일에서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감성적 결핍의 이야기였다면, 15년간 한국에서 다시 살며 어른이 된 그가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세상에 스며듦'의 미학을 보인다. 강렬한 표정에서 벗어나 가벼워진 드로잉처럼 보이는 이번 신작전 타이틀은 'SOMEONE'. 누군가와 함께한 작품은 뾰족함을 지우고 따뜻함으로 변신한 작가의 모습이다. 아이 같기도 어른 같기도 한 그림은 작가와 닮았다. (나이 지천명을 넘었지만 피터팬 같은 소년의 모습이 있다.) 수많은 인물 그림은 여백의 선으로 단순미가 돋보인다. 색과 색 사이 가느다란 선으로 살린 눈, 코, 입, 어깨라인이 압권이다. 마치 일필휘지로 동양화 난을 친듯한 기운생동 한 선의 미학을 보는 듯하다. 전시는 12월30일까지. ◆변웅필 작가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독일 뮌스터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와 마이스터과정을 졸업했다. 그동안 부산 아리랑갤러리)2018), 서울 갤러리조은 2014, 서울 UNC갤러리(2014), 서울 갤러리현대 윈도우(2013), 부산 아리랑갤러리(2012), 서울 갤러리현대(2009)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등 1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뮌스터미술대학 대상, DAAD외국인학생 장학금, 쿤스트아스텍프 미술상, 2005 아도 미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지학사 중학교 미술교과서, 천재교육 고등학교 미술교과서, 미진사 고등학교 미술교과서 등 국내 6종의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림명상', '느낌의 미술관' 등 여러 단행본 표지로 소개됐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OCI미술관, 인천 문화재단, 독일 MARTA현대미술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행정대법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21/11/22
박수근, 기분 좋은날...사후 56년만 '국민화가' 대접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오늘은 하늘에 있는 박수근(1914~1965) 기분 좋은 날이다. 생전 꿈꿨던 일이 이뤄졌다. 사후 56년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이 열린다. 정부에서 열어주는 최고의 전시이자 국민화가 칭호를 제대로 인정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개관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박수근 개인전이 11일 개막한다. 덕수궁미술관에서 펼치는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시는 국민화가 박수근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으로 역대 최다 작품과 자료 공개다. 특히 1962년 작품 '노인들의 대화'가 최초로 선보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교수인 조지프 리(1918~2009)가 1962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그동안 이 작품의 존재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조지프 리가 타계한 후 미시간대학교미술관에 기증되면서 전해졌다. 2016년 박수근 전작도록 발간사업 때 실물이 확인되었고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박수근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협업하고 유족, 연구자, 소장자 및 여러 기관의 협조로 만들어진 대규모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시 시대상과 화단의 토양을 재인식해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박수근, 명동 PX 작가에서 국민화가까지 박수근을 화가의 길로 이끈건 프랑스 농민화가 밀레의 그림때문이다. '만종'을 보면서 “하느님,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18세 때인 1932년 이른 봄의 농가를 모티프로 한 수채화 ‘봄이 오다’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 진짜 화가가 됐다. 가난한 화가의 꿈은 소박하고 단순했다.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기록했다. 빨래터의 아낙네들, 시장 사람들, 절구질하는 여인등 당시 우리나라 풍경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가난한 삶을 살아낸 그는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전형적인 서민상을 보여줬다. 49세때 백내장으로 한쪽눈을 실명한후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다가 51세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가난과 싸웠던 화가 박수근은 죽은뒤에야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가 됐고 그렇게 유명해졌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대표작 ‘빨래터’(1959)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되면서다.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이후 위작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국민화가'로 등극하며 작품값은 고공행진했다. 현재 작품값은 호당 가격 2억9000만원선이다. 이후 박수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가나아트센터, 갤러리현대등 국내 메이저화랑에서 박수근을 '제대로 보자'며 전시를 열기도 했다. 미술계는 "박수근이 한국 근대작가의 뿌리"라고 여긴다.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다. 창신동 집에서 명동 PX, 을지로의 반도화랑을 오가며 목도한 거리의 풍경, 이웃들의 모습을 화폭에 주로 담았다. 동시에, 동시대 서양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며 공간, 형태, 질감, 색감 등의 회화요소를 가다듬어 나갔고, 자신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던한 회화 형식과 화법을 구축했다. 일체의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거칠게 표면을 마감한 그의 회화는 ‘조선시대 도자기’, ‘창호지’, ‘초가집의 흙벽’, ‘사찰의 돌조각’ 등을 연상시키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 20종의 미술 교과서에서 박수근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필수교육만으로도 박수근을 알고 그림도 익숙하다. ◆덕수궁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선한 화가’,‘신실한 화가’, ‘이웃을 사랑한 화가’,‘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등의 수식어로만 제한되던 박수근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우선 박수근이 살았던 전후(戰後) 시대상에 주목하였고, 당시 화단의 파벌주의로 인한 냉대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불우한 화가였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박수근의 성취를 조망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시행된 박수근전작도록 발간사업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과 연구성과를 토대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수근의 활동을 소개한다. 전쟁 전 도청 서기와 미술교사를 지냈던 박수근은 전쟁 후에는 미군부대 내 PX에서 싸구려 초상화를 그렸고 그곳에서 소설가 박완서를 만났다. 미군부대는 박수근이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수모를 견뎌내야 했던 곳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아끼는 후원자들을 만나게 해준 곳이기도 했다. 박수근은 해방 후 최초의 상업화랑인 반도화랑에서도 외국인들에게 먼저 주목받았고, '동서미술전(Art in Asia and the West)'(샌프란시스코미술관, 1957), '한국현대회화전)'(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 1958) 등을 통해 한국 중견작가들과 함께 해외에 소개되었다. 참혹한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고단한 이웃의 생활을 담담하게 표현한 박수근을 통해 전후 1950-6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읽어낼 수 있다. ◆ '밀레를 사랑한 소년' 박수근...예술의 원천은? 전시는 박수근의 시대를 읽기 위해 ‘독학’, ‘전후(戰後) 화단’, ‘서민’, ‘한국미’ 4가지 키워드로 꾸몄다.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2부 '미군과 전람회', 3부 '창신동 사람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으로 구성했다. 박수근의 그림이 인기리에 매매된 반도화랑과 그의 그림을 수집한 외국인들을 소개, 이들이 박수근 작품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것이 어떻게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폭넓은 공감을 얻어냈는지 살펴볼수 있다.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은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박수근이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0대 시절의 수채화부터 1950년대 유화까지 그의 초기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수근이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참고했던 화집, 미술 잡지, 그림엽서 등의 자료들은 그가 다양한 미술 정보를 섭렵하며 화풍을 완성하게 된 과정과 박수근 예술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2부 '미군과 전람회'에서는 한국전쟁 후 재개된 제2회 국전에서의 특선 수상작부터 그가 참여한 주요 전람회 출품작들을 전시한다. 박수근의 미군 PX 초상화가 시절과 용산미군부대(SAC) 도서실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1962)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매개로 박수근이 견뎌낸 참혹한 시대를 공감하고, 2부에서 소개되는 그의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을 새롭게 감상해 보기를 제안한다. 3부 '창신동 사람들'은 박수근이 정착한 창신동을 중심으로 가족, 이웃, 시장의 상인 등 그가 날마다 마주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최근 박수근전작도록사업을 통해 조사된 유화 2점이 공개된다. 또한 박수근의 그림과 함께 당시 시대상을 담은 한영수의 사진이 전시되어, 역사상 가장 가난했던 1950-6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을 따스한 시선과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한 예술가의 미덕을 발견할 수 있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이 완성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박수근이 평생 즐겨 그린 소재는 여성과 나무이다. 그의 그림에서 고단한 노동을 하는 여성과 잎사귀를 다 떨군 나목은 ‘추운’시대를 맨몸으로 견뎌낸 한국인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전쟁후 질곡의 삶을 살며 화폭에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았던 가난한 화가의 열정과 성취감을 만나볼 수 있다. 왜 '국민 화가'인지를 제대로 느껴볼수 있는 기회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박수근을 새로운 시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작가의 가방(Artist Box)(가제)’교구재를 개발하여 전시가 종료되는 3월 1일부터 전국 중등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전시는 2022년 3월 1일까지. 2021/11/11
강승희 "'새벽', 유화와 씨름..눈물겹게 얻어낸 서정성" 사람은 매일 깨어나고 죽는다. '새벽'은 그렇게 온다. 청회색빛을 머금고… "김포 작업실에 앉아 있으면 여백을 생각하게 된다. 평야가 펼쳐지고, 한강 하류의 넉넉함이 있다. 비어있음이 좋고, 한적한 공간이 좋다…정적이고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여기에 커다란 여백을 주어 더 허전하고 비어있는 공간을 표현한다. 그 공간과 더불어 어쩌면 고독함을 넘어 자유로운 사유를 표현하고 싶다." '새벽 작가' 강승희 유화전이 10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서정적인 동판화 작가로 알려진 작가는 2019년 노화랑에서 첫 번째 유화전을 선보인 이후 '판화 작가'에서 '유화 작가'로 완전 변신했다. 2년만에 신작을 전시하는 이번 작품은 유화물감으로 수없이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해서 나왔다. 김포 작업실에서 밤에서 새벽까지 캔버스와 유화로 씨름했다. 젊어서부터 ‘새벽’이라는 시간에 매달렸다. "적막하고 심심하면서 어둡지도 밝지도 않는 새벽이 감성 시간으로 이끌었다. 교수라는 직업이 작업 시간을 축내고 있었지만, 나머지 모든 시간을 캔버스에 쏟았다." 그렇게 밤과 낮이 교차하는 새벽을 절묘하게 캔버스에 옮겨 놓았다. 미술평론가 고충완도 "작가에게 매체를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고 선택"이라며 치열한 작업에 동의했다. "판화에서 일군 그만의 정서, 풍경의 서정성 혹은 시간의 감성이라고 해도 좋을 어떤 상징적인 감성을 형상화하는데 유화라는 매체에 정진하고 있다. 이미 그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남들은 다 알고 있지만, 자신은 몰라 여전히 캔버스에 몰입하는 작가가 강승희이다." 제주가 고향인 강승희는 홍익대학교에서 유화를 전공하고 판화를 부전공했다. 현재 추계예술대학에서 판화를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판화로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91년 제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 같은 해에 일본 ‘와카야마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2등, 2000년에 제1회 칭다오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판화가다. 극도의 세밀함으로 수묵화의 먹이 퍼지는 효과를 판화 제작기법으로 표현해낸 작품은 중국,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고 국내에서는 최고의 판화작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영국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중국 ‘중경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적막하고 심심한, 허허롭고 고요한, 눈에 띄는 변화도 없고 별반 시선을 끌 만한 것도 없는 풍경이 여백을 떠올리게 해서 좋고 고독해서 좋다. 자연스럽게 한강 하구를 걷는 것이, 논밭 사잇길을 걷는 것이 작가의 산책코스가 되었다. 그대로 작가의 그림을 보는 것 같고, 작가의 그림 속에 들어온 것도 같다."(미술평론가 고충환) 새벽의 어스름한 대기와 고요한 새벽의 기운. 막 깨어나는 순간이며, 아직 깨어나지는 않은 미몽의 시간, 그 새벽에 강승희의 '새벽'이 매번 새 삶을 경배하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2021/11/09
호암미술관 품격과 파격...'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전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전시다. 거친 자연에서 가장 귀한 창조물을 만드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영리함은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 공간에 쇠로 만든 파티션과 쇼케이스를 사용한 파격적인 전시 연출은 위대함과 경건함을 동시에 전한다.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전시는 호암미술관이 40년만에 새 단장해 선보여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휴관했다가 지난 8일 다시 문을 열고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현대 야금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한국공예장인)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국보 5점, 보물 2점, 현대미술 9점, 국가무형문화재작품 5점 등 45점이 전시됐다. ◆호암미술관 40년만에 새 단장 경기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1982년 4월 개관한 사립 뮤지엄이다.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자가 생전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 미술품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한국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호암의 뜻에 따라 주로 고미술품 전시를 펼쳐왔다. 반면 이번 전시는 고미술품이지만 컨템퍼러리 전시처럼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잊힌 미술관처럼 돼 있는 호암을 리뉴얼"한 이유다. 호암과 리움이 태생에 차이가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융합하는 방향에서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다. 삼성문화재단측은 "호암은 옛 작품들만 전시하는 박물관처럼 인식이 됐지만 이젠 국내를 넘어 세계 미술계에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글로벌 뮤지엄이 되기 위해 당대 미술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움에 이어 호암미술관 리뉴얼 작업도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맡았다. 편의성과 미적인 측면을 고려한 콘셉트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창립 40주년이 되는 내년 4월까지 리뉴얼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 전...국보 보물등 45점 전시 ‘야금(冶金)’은 광석의 채굴에서부터 금속을 추출, 정련하여 사용 목적에 적합한 형상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금속 유물의 제작 기술이나 장식 기법 등에 치우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각 시대의 상징이자 위대한 지혜로서 야금에 대해 조명한다. 더불어 야금에 깃든 지혜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으로 계승되어 오늘날 예술의 영역에서 조각, 설치미술, 영상 등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있는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한다. 전시는 선사시대 청동기 유물 중심의 1부 '자연과 신: 오랜 추상과 상징의 미학'으로 시작하여 2부 '왕: 숭고한 권위와 호국의 염원', 3부 '부처: 적멸의 빛과 해탈의 울림'에서 고미술 분야 전반에서 야금의 전통을 다룬다. 국내 현존하는 가야 금관 중 유일하게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금관'도 전시됐다. 당시 가장 귀한 재료인 순금과 옥에 세밀한 제작기술이 접목된 한국 고대 야금의 정수를 간직한 작품이다. 가야의 우수한 철기문화를 상징하는 '철제 갑옷'을 통해 한국 야금 기술이 초기 장신구 위주에서 나라를 지키는 실제 무구들로 확산, 발전되는 양상을 살필 수 있다. 마지막 4부 '예술: 위대한 지혜와 영원한 예술'에서는 현대 야금의 전통과 계승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한국공예장인) 작품과 현대 작가들의 조각, 공예, 영상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야금에 깃든 위대한 지혜를 폭넓게 보여준다. 선조들이 남기 예술력과 함께 서양 작가의 작품도 어우러져 이 시대 '야금' 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 배의 '원자의 갈비뼈'는 가는 철사를 용접하여 정교하고 복잡한 유기적 형태를 구축하며 인종과 연령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의 살과 피와 뼈의 원자는 동일한 구조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삶에 기초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를 전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직접 관람을 못해도 현장서 보는 것처럼 친절하게 진행한다. 책임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호암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고, 11월에는 금속공예 기법 소개 영상도 공개한다. 용두보당, 청동은입사향완 등에서 볼 수 있는 세밀한 전통기법을 영상으로 재현하여 방문 전 볼 수 있게 유튜브에 게시(누금 기법, 은입사 기법, 아말감도금 기법, 금박도금기법)한다. 전시 오디오 가이드 '큐피커(Qpicker)' 앱을 통해 전시 및 전통정원 '희원' 설명도 제공한다. 전시는 관람 2주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관람은 무료. 전시는 12월12일까지. 2021/11/04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톰 안홀트 '낙화'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가왕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노래가 떠오르는 그림이다. 독일에서 날아온 화가 톰 안홀트(34)는 '이중적'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데, 로맨틱함 보다는 폭력적이고 쓸쓸하면서 공포감이 스민 그림을 내놓았다. 2019년 학고재청담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선보인 이후 호평받고 학고재에서 전시를 약속한 그는 2년만에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한국에 들어왔다. 2년 만에 한국에 가져온 그림은 피고 지고, 밝음과 어둠이 함께하는 양가적인 서사가 가득하다. 그는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지난해 런던, 베를린, 로스앤젤레스, 코펜하겐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을 선보이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학고재 본관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톰 안홀트가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유화 12점과 수채화 12점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의 서사’다. 늘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의 양가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시에 선보인 화면들은 저마다 낭만적인 동시에 불안하고, 때로 폭력적인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다. 톰 안홀트의 작업은 미술사와 가족사, 경험과 상상 속 이야기들을 하나의 화면 위에 중첩하는게 특징이다. 복합적인 서사의 망을 특유의 영화적 감각으로 엮어낸다. 전시 타이틀은 '낙화'.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품 '낙화'가 그대로 보여준다. 전시명과 동일한 '낙화'는 전시를 구성하는 이야기의 마무리로 "줄기로부터 떨구어진 꽃은 미약하게 살아 있으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독일에서 내한해 27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톰 안홀트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미약하게 살아 있는 꽃 봉우리가 사랑의 정서를 상징한다"면서 "이번 전시에 마지막으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용기를 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을 주제로 했지만 화면속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마치 연극무대처럼 풀어낸 그림은 작가가 책을 쓰듯 이야기를 구성했다. 동심 가득한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나,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풀어놓은 전집 같은 전시다.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연 톰 안홀트는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다시금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 순서는 마치 책 첫페이지에서 연결되듯 이어진다. '부서진 바위 (무명의 페르시아 세밀화)'(2021)의 연인처럼 폭력성을 드러낸다. 또 '2 AM'(2021)의 인물이 잠든 밤중 침대 밑의 유령이 되어 꿈의 세계를 괴롭히기도 한다. 사랑은 '낯선 사람'(2021)이 드러내는 고립의 정서를 감내하는 일이다. 마직막으로 '인사가 아닌'(2021)의 화면은 버림받은 연인의 무력감을 묘사한다. 예기치 못한 죽음의 상황, 또는 익사의 위기 속에서 도움을 외면당한 이의 절망에 비유된다. 톰 안홀트의 작업은 주로 콜라주와 수채화 습작에서 시작된다. 자르고, 편집하고, 확대한 일상의 장면들이 작가 특유의 영화 필름기법처럼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에는 가로 세로 직사각형의 액자에 담겨 더욱 눈길을 끈다. 매스미디어 시대, 오로지 붓과 물감으로만 완성한 젊은 작가의 작품이 신선하다. '페인팅은 위대하다'는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전시는 11월21일까지. ◆톰 안홀트는 누구? 톰 안홀트는 1987년 영국 바스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페르시아계 유대인 혈통을 지닌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랐다. 2010년 런던예술대학교 첼시 컬리지 오브 아츠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에 정착했다. 회화 작가로서 독자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미술사와 자신의 가족사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이에 삶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더해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을 구축해낸다. 톰 안홀트는 청소년기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막스 베크만(Max Beckmann)의 전시를 관람한 것을 계기로 작가의 꿈을 키웠다. 유럽의 모더니즘 작가들로부터 받은 영향을 기반 삼아, 기독교 중심의 서구 문화와 서아시아의 페르시안 세밀화 양식을 작품세계에 끌어들였다. 서구 모더니즘과 이슬람의 문화적 요소가 하나의 화면 위에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화면 속 밤하늘에 빛나는 달, 기하학적 무늬들, 평면적인 배치는 페르시아 세밀화에서 참조한 요소들이다. 지난 2018년 쿤스트 페어라인 울름(울름, 독일)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2019년 학고재청담(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았다. 갤러리 아이겐+아르트(베를린; 라이프치히, 독일), 갤러리 미카엘 안데르센(베를린; 코펜하겐), 조쉬 릴리(런던), 프랑수아 게발리 갤러리(로스앤젤레스, 미국), 1969갤러리(뉴욕)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동시대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컬렉션 알레산드로 베네통(트레비소, 이탈리아), 컬렉션 마리오 테스티노(런던), 컬렉션 미티넨(독일; 핀란드), 사치 컬렉션(런던), 덴마크 서지센터(코펜하겐) 외 다수의 기관 및 재단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