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빛으로 꺼내온 예술가들...조덕현·서문근·김용택 "세상은 누군가의 상상 속 현실이다." 108년 세월을 품은 도정 공장이 폐허를 딛고 예술이 됐다. 쓰레기 더미에 '개굴창' 같던 공장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에너지 넘치는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거듭남의 미학'이 흐르게 된 건 세 남자의 상상과 열정, 그리고 기쁨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전북 익산 '춘포 도정 공장' 갤러리는 마치 '웜홀(Wormhole)'같았다. 서울에서 KTX 기차로 1시간 20분, 익산에서 춘포까지 20분 거리에 그 건물이 있다. '춘포 도정 공장'. 일제 강점 시기인 1914년 춘포 일대를 소유했던 일본인 대지주 호소카와 모리다치(細川護立, 1883~1970)가 인근 농토에서 거둬들인 벼를 현미로 가공하여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세운 정미소였다. 이후 1998년까지 운영하다 버려졌다. 108년의 역사속에서 흔들렸지만 부러지지 않은 공장은 질긴 운명이었다. 20년 만에 한 남자를 만나면서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쓰레기 10톤을 치웠어요."(서문근 대표) 그러자 죽어 있던 건물, 거칠게 긴장하던 풀과 나무들이 부드러워졌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어둠을 빛으로 끄집어내 온 세 남자를 익산에서 만났다. 춘포도정공장을 운명처럼 사들인 서문근 대표, 우연히 사진 찍다 들어온 작가 조덕현(이대 명예교수), 섬진강 시인 김용택. 이들은 이전에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다. 오로지 '춘포 도정 공장'이 처음 이어준 인연이다. ◆'춘포 도정 공장 갤러리' 서문근 대표 VS 작가 조덕현 "상상력은 일반적인 능력을 비범하게 확대시킨다." 서울에서 퇴직을 하고 고향에 내려온 서문근 대표는 이리저리 건물을 알아보고 다녔다. 4년 전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춘포 도정 공장이었다. 완전한 폐가였다. '다크 투어'팀들이 몰래 오가곤 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약 700여평의 공장, 터는 좋았다. 딱 가지고 있던 돈 만큼 흥정이 됐다. 그렇게 사들인 공장건물에 대해 말이 많았다. 아파트를 지어라 건물을 새로 지어라...그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치한 시간의 무게는 10톤의 쓰레기로 처리됐다. '귀신 나올 것 같던' 폐공장이 그 옛날 미곡을 쌓아 보관하는 창고의 모습을 드러냈다.(익산은 예로부터 곡창지대로 이름이 높았다.) 매일 청소하고 매만지고 바라보며 그는 춘포 공장에 푹 빠졌다. "멍때릴 때가 많았어요." 무엇을 해야 하나. 이 너른 공간을 어떻게 살려낼까. 어느 날 그가 나타났다. "작년 7월15일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합니다."(조덕현 작가) 작가 조덕현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춘포 도정 공장은 진짜 우연히, 99% 우연으로 왔습니다." 그의 인생에 도정 공장은 물론 춘포는 없었다. 이화여대 교수직을 퇴임하고 우리나라 오래된 지역에서 사진을 찍고 다녔다. 그날도 전북 지역 마을을 찍으러 왔다. 충남과 전북이 마주치는 지역 강경에 도착해 새벽에 촬영하러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골목길 안에 들어서는 순간 알았다. 좁은 길에서 렌트카는 반파가 됐다. "새 차인데...오늘은 완전히 망쳤다. 재수가 없으니 호텔 가서 쉬자"하고 차를 모는데 맑은 물 같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 한테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33년간 운전했지만 자동차 사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주에 있는 숙소에 가는 중 중간 기착지로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니 '춘포'가 보이더라. 점심을 먹으려고 춘포 맛집 사랑방 한식 백반집에 갔어요." 밥을 먹고 나니까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동네를 볼 겸 식당 건너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거기에 그 공장이 있었다. 마침 철문 쪽문이 열려 있었다.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제가 웬만하면 문열렸다고 안 들어갑니다. 사진 찍을 때 나의 예술행위를 빙자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철학이거든요. 정 찍고 싶으면 허락을 받고 촬영하는데, 그날은 안 찍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홀려 들어가듯이 들어갔는데,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어디서 오셨어요?" 심장이 철렁했다. "제가 사진작가인데요(아닌데...아무 말 대잔치였다)" 그렇게 만난 서문근 대표는 기골이 장대했다. "사진 몇 컷 후다닥 찍고 나오려는데 붙잡더라고요. 혹시 알고 왔냐고 묻더니 건물을 소개하겠다 해서 따라 들어갔어요." 서 대표는 한눈에 알아봤다. "아, 이 사람이 이 건물을 좋아하는구나." 그는 "사람들이 공장을 대하는 게 다르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면 걸음이 빨라져요, 잰걸음을 하죠. 조 작가가 그랬어요." 서 대표에 이끌려 들어간 공장은 1번방부터 7개의 공간으로 나눠 있었다. 낡았고 심란했다. "오죽하면 집사람이 와서 보고 전시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무너져서 사람 다칠 것 같다고."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 건물은 제게 엄청나게 미학적으로 보였어요. 한 여름에 (건물에)뻥뻥뻥 구멍이 뚫렸는데 그 아래 빛의 점이 뚝 떨어져 있는데...와우~" 그게 시작이었다. "뭐한 테 씐 것 같이 온 공장, '만물공장설'로 끝나는" 서문근 대표와의 '철렁한 만남'은 어느새 전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렇게 엉겹결에 조덕현 개인전 '108 and: 어둠과 빛, 바람과 비의 서사'전이 지난 4월22일 개막했다. 허름한 건물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 어우러진 전시다. 공장과 내외부에 설치된 작품들을 정원사가 철에 따라 정원을 가꾸듯 손보고 살피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진행한다. 조용했던 전시는 "나 혼자 보기 아깝거나", "나만 보고 싶은 전시"로 입소문을 탔다. 전시를 후원한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혼자 보기 아까운' 쪽으로 미술인들을 이끌고 있다. 6개월간의 1부 전시를 끝내고, 최근 2부 전시가 열렸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합류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시는 마치 '비엔날레급 전시장' 같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시는 '춘포 공장'에서 확장되어 완주 오스 갤러리와 방탄소년단( BTS) 화보촬영지로 더 유명세인 '아원 고택'으로 이어진다. 김용택 시인이 미발표한 짧은 시들이 투명 아크릴과 유리창에 쓰여지거나 물에 담겨 선보이는 전시는 기존의 시화전을 혁신한 분위기다. 미술과 문학의 진정한 공생, 새롭고 신선한 교류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가 조덕현 vs 시인 김용택 "상생 공생 기쁨 감사함" "결국엔 예술이 남는다." 익산 춘포 도정공장에서 열린 조덕현 개인전이 허름한 전시장에도 '있어빌리티(있어+bility)'한 건 작품과 연출력의 힘이기도 하지만, 윤이상 음악 덕분으로도 보인다. 폐건물이 평화롭게 보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서늘한 가을 바람, 오래된 시멘트 구멍에 집을 진 거미, 땅에 떨어진 갈색 낙엽, 초록의 낮은 풀, 바람에 하늘거리는 담쟁이 이파리, 그리고 투명한 유리창에 써 있는 김용택 시인의 시들을 마음에 와 닿게 하는 건 '윤이상의 음악 선율'이 보일 듯 말 듯 날아다니는 나비의 리듬처럼 흐르기 때문이다. 서걱서걱한 풍경을 말랑하게 물들인다. 이는 작가 조덕현의 꿈이 실현된 상상이다. "윤이상의 음악을 센 것만 생각하는데 말년 윤이상의 음악은 평화롭다"는 그는 "음의 정원' 컨셉의 정원을 꾸미는 것 같은 전시를 반영구적으로 진행하고 싶었는데, 지금 이 전시장 조건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윤이상 음악을 선택하면서 김용택 시인이 겹쳐 보였어요." 익산에서 40여분 걸리는 섬진강을 찾아가 시인 김용택을 만났다. "짧은 시들이 좋더라고요. 여백이 있으니까. 특히 요즘에 쓴 시들은 서정이 넘쳤어요. 여러 번 읽었지요. 너무 좋아서 더 넣고 싶었는데 공간의 제약으로 뺀 시도 많아요. 시들에 죄송할 정도로요. 하하~" 시인이 내준 미발표 원고 130여편을 읽고 또 읽고 읽고 풀어낸 전시는 그야말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게 모든 문장이 제자리에 놓여있는 느낌이다. 얼키설키한 나무건물 속살이 그대로 내보여진 공간에 시인의 시를 유리에 담아냈다. 희고 얇게 여리게 쓰여진 시들은 시공간을 관통하는 빛처럼 존재감을 발한다. 작가 조덕현은 사진같은 사실적인 회화로 근현대의 시간 속 개인의 실존과 운명을 재조명하고, 망각된 삶의 기억을 섬세하게 복원하여 서사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이다. "일단 공장 건물 자체가 슬픈 존재입니다.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을까? 지금까지 오면서 오해와 오명도 많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바지한 부분도 있었고 그러다 버려졌지요. 폐가로 있다가 되찾은 것은 사연이 보통이 아니구나. 여기서 내가 작업을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역사성과 대결은 벅찼다. "이 공간과 공간이 주는 물리적인 대상이 있지만 이 지역사람들의 삶, 결국 이 모든 게 '우리나라 근현대사다"라고 생각하자 실마리가 풀렸다." 그러다 이춘기씨를 찾아내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춘포 태생의 실존 인물 이춘기(1906-1991)를 중심으로 전시가 엮어졌다. "이 씨는 무명인으로 처절하게 살다가 돌아가신 분이예요.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삶의 열정을 쏟아낸 몸부림, 그 분이 도달하고 싶었던 지점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춘기 씨의 일기는 이중섭 못지않은 필력과 화력이 돋보인다. 무명 촌부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편지와 일기는 한쪽 벽에 빼곡히 전시되어 마치 피라미드 같은 '인생 역사 무덤'처럼 보인다. ◆거칠었던 폐공장, 순수해지기까지...'어둠과 빛, 바람과 비의 서사' 108년의 세월을 견디고 서문근, 조덕현, 김용택을 만난 폐공장은 순수해졌다. 전시 제목 '108 and: 어둠과 빛, 바람과 비의 서사'전에 모든게 함축됐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조덕현의 대규모 설치작업과 그림 전시와 함께 살포시 얹혀진 듯한 유리창의 시, 김용택 시인의 시들은 절로 발걸음을 멈추고 집중하게 한다. 관심을 받고 있는 건물, 그 땅에서 올라온 풀들은 보들보들하다. 그 사이 사이에 툭 툭 놓여진 물그릇 안에 시가 들어앉았다. 맑은 물속에서 숨을 쉬는 '시어'는 매일 자연을 품어 새로움을 전하고,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인 사람들은 경탄한다. 조덕현 개인전에 초대된 김용택 시인도 깜짝 놀랐다. "야외는 장소마다 달라서 평화가 깨트려질 수가 있는데....특히 이곳은 거칠고 거칠어서 예술이 들어가 앉기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와서 볼때마다 놀란다"고 했다. 조덕현은 "시가 너무 좋아서 그런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시는 특히 텍스트가 중요하다"는 조 작가는 "시각적으로 해체해서 비주얼을 덧대기보다 '텍스트'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시 그림처럼 찾아낸 게 문체부 정자체"라고 했다. 실제로 감성어린 싯귀에 글씨체가 아름답게 똑 떨어진다. "만약 시인이 시를 낭송한다면 그 목소리와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 글씨체가 맞더라고요." 조 작가는 "미술의 영역에서 문학을 초대한다고 해서 흥분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문학을 짓밟게 된다. 공생, 상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 시인은 "내 여린 시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했는데, 몸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시가 담겨 있다"면서 "밥 같기도, 국 같기도 하고 너무 평화로운 상태"라며 전시에 만족감을 보였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을)죽이지 않고 살려낼 수 있을까.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조 작가와 말을 나누던 일흔다섯살의 김용택 시인이 조용히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아이 같은 모습의 시인은 역시 시인이었다. 그의 감탄은 시처럼 나왔다. "예술이라는 게 죽어가는 것들을 살리는 것이구나!." 전시는 2023년 4월22일까지. ◆조덕현 작가는? 1957년 강원도 횡성 출신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회화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 소게츠 미술관(1994), 필라델피아 ICA 미술관(1995), 앙드레 에머리히 갤러리(1997), 버지니아 미술관(1998), 파리 주드폼 미술관(2000)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상파울로 비엔날레(1994), 이스탄불 비엔날레(1995), 요하네스버그 비엔날레(1997), 광주 비엔날레(2002), 베니스 비엔날레(특별전) 등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국제적 예술 활동을 전개해 왔다. 2001년 제2회 한불 문화상, 2020년에 제20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미국 허쉬혼 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미술관, 후쿠오카 미술관, 네덜란드 호르컴 시청,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서울 PKM갤러리 전속 작가다. 2022/11/21
'안개 작가' 이기봉의 반전..."이 세상은 그림자 게임의 '환영'"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신비한 풍경화, 버드나무가 흔들거리는 그저 몽롱하고 축축한 초록의 풍경화로만 봤다. 몰라봤다. 그 뿌연 안개 너머의 '환영(幻影)의 세계'를. '안개 작가'로 유명한 이기봉(65)은 반전이었다. 시지각과 언어, 물질감각을 논하는 철학자같은 면모를 보였다. 국제갤러리에 14년 만에 등장한 그는 군살 없는 마른 몸태로 청산유수와 같이 말을 쏟아냈다. 국제 서울점과 부산점에서 동시에 '당신이 서 있는 곳'(Where You Stand) 개인전을 17일 개막했다. 안개 풍경과 '검은 추상' 신작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그는 삶을 포장해온 환영을 일깨우기 위해 애를 썼다. 현재의 삶이 매트릭스의 세상이라는 걸 알아차린 '네오'를 떠올리게 했다. 마치 '매트릭스 세계의 저항군'처럼 삶과 죽음 경계의 이 세계는 '환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기계의 숫자 사이로 문을 열고 다니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작가는 '막과 막 사이'를 넘나든다. 렉시글라스(얇은 아크릴 판)와 '얇은 폴리 천'을 무기로 보이지 않는 환영을 보이려 고도한 정신 노동을 하고 있다. 그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그가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투명한 막'...그 안개 같은 천의 무한 세계 "그 막 없이는 '환영'을 볼 수 없거든요" 안개풍경 작품은 파이버(fiber)라는 투명한 천이 겹쳐 있다. 그는 이 천을 '상상속의 투명한 막'으로 사용한다. "막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고 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저는 그 막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뚫고 싶기도 하고 깨트리고 싶기도 하고..." 천으로 가린 막은 눈을 뚫고 나갈 수 없는 경계망이다. "작업하면 별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하지만 저 천은 재료로서 오랫동안 진실이어서 끊임없이 쓰게 됩니다. 막을 쳤다고 다 좋아지는 건 아니어서 그래서 투쟁이 있죠. 하지만 진실을 얻게 되는 그 느낌, 환영을 만들어낼 때 그게 좋아서 그냥 하는 겁니다. 밤을 새서 많이 피곤하죠.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들게 나오면 그 경계선, 거기까지 도달하면 스스로 위안을 주고 칭찬합니다. '해냈다 잘 살았다'라고" 안개가 낀 듯 부드러워 보이는 작품은 결국 작가 행동의 결과다. "오랫동안 매만지다 보면 순화되고 부드러워지면서 작가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는데 도움이 되죠." 그는 작품의 방향은 '세계성'으로 잡았다고 했다. "일반 풍경하고 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일종의 풍경화라기보다 세계화"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자연은 꼭 나무 풀만이 아니고 흘러가는 모양태를 하는데 투명한 천, 그 막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안개처럼 보이는 그 흐름을 깊이 있게 인식시켜주고, 우리의 감각이나 지각을 혼란시켜주는 환영의 물질로 시각세계를 넓혀주는 존재감입니다." ◆"회화는 기계"...뇌가 조작해내는 허구들 "물질감각이 회화의 본질입니다." "회화는 일종의 기계"라는 그는 "뇌 안의 이미지들 현상들, 뇌가 조작해내는 허구들 이런 것들을 연출해내는 기계가 회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생각이 물질화, 표면화 됐을때 감각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회화라는 조건은 안개처럼 미스테리하고, 그것을 우리는 깊이 파악하기에 쉽지 않다는 거죠. 회화의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데, 메시지 전달 창구로서 디지털 패널처럼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회화는 그렇게 오랫동안 뇌 안의 세계를 반영하고 작동하는 기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죠." 그는 이 세계를 복잡성과 복잡성의 대면이라고 본다. "마치 데카르트의 기계론처럼 단순한 구조가 아닌 디지털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그걸 가르는 '얇은 막' 같은 '섬세함'은 필수조건이다. "회화는 아무리 거친 그림이라고 할지라도 섬세한, 심리적 감각적 흐름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섬세함)없이는 회화가 작동하지 않아요." ◆안개풍경...쌀쌀한 기분 온도 느낌까지 담아 숲과 나무, 왜 사람은 안보이냐고요? "나 혼자 있기 위해서입니다. 인위적인 구조물을 최소한으로 제거했죠. 아무런 보호막도 없고 장치도 없이 홀로 던져졌을 때, 강해지고 싶은 심리적인 감각을 표현한 겁니다." 그에게 물은 생명이다. "'습한걸 좋아합니다. 이 세계는 습도로 운행된다 생각하죠. 제게는 물 자체가 중요한 조건입니다. 물 관찰을 많이 하고 만지려고도 하고, 그러면 불가능성이 생긴다는 걸 인식하지요." '물가 풍경'은 그래서 안개 속 온도, 쌀쌀한 기분이 나는 것까지 생각한다. 물가를 그리는 이유는 또 있다. "화면을 자르는 역할이죠. 선을 그어서 해주면 균형감, 다양성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그 깊이감 온도의 느낌...10여년간 그려왔지만 물가 표현은 어려워요." 안개 풍경은 치렁치렁한 '버드나무'가 상징이기도 하다. 어릴 적 무서웠던 기억이 소환되어 있다. "엄청 큰 버드나무가 흑백으로 보였어요. 검은 물체가 흔들리는....으시시하기도 하고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럼에도 화면 중앙에서 흔들거리는 버드나무는 멋있는 자태다. 그래서 "그림이 잘 안될 때 집어넣으면 화면의 활력소를 주기도 하죠. 제 설치 작품에도 출현하는데 해외에서는 무섭다고 하더군요." 존재감이 강렬한 버드나무는 결과적으로는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삶과 죽음의 힘이다. "존재의식이 강렬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시선을 두고 관찰하면 이 세상은 메시지 투성입니다." ◆신작은 '혼돈의 방'...'언어의 투명성' 막으로 활용 '안개 풍경'이 흐린 세상을 보여준다면, 신작은 '환영의 혼돈'을 제시한다. "기차여행을 하다보면 내가 움직이는 건지 풍경이 움직이는 건지 혼돈스럽잖아요." '당신이 서 있는 곳'(Where You Stand)'을 이번 전시 제목으로 단 이유다. '안개 풍경'이 '얇은 천 막'으로 나왔다면, '혼돈의 방'은 '글자의 막'이 쳐졌다. 30여 년간 읽고 본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책 '논리 철학논고'를 깨달으면서다. "결국 이 세상은 알 수가 없다는 것.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해도 우리는 언어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영이라는 환영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비트겐슈타인이 '언어의 투명성'을 철학적(이론)으로 만들어냈다면, 자신은 "미학적(시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 세계는 진짜를 보는게 아니구나'를 깨닫게 된 놀라움은 언어를 '막'의 조건으로, 레이어의 쓰임새로 자유롭게 활용했다. "텍스트 자체는 내 안의 막입니다. 세상을 볼 때 결국 (언어)막을 통해서 보는 것이죠. 모든 이미지는 텍스트 구조안에 있어요. 그 막이 흥미로워 눈이 반짝반짝 떠졌던 작업입니다. 맑음이 흐림으로 변할 때 레이어처럼 텍스트가 갖는 혼돈의 효과가 과연 뭘까? 하는 불확실한 세계의 미학입니다." ◆이 세상은 '환영의 세계'...'당신이 서 있는 곳'이 중요 "세상은 애매하고 몽롱하며 별것도 아니고 그림자 파편의 조각들로 이뤄진 환영들입니다." 이쪽과 저쪽, 환영의 막을 치고 몽환적으로 그리며 찾아낸 건 '움직여라'는 명제다. 생각하고 움직이면 근거들이 만들어지는게 신기했다. 그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그린다는 것, 그게 나의 본성"이라고 했다. 어릴 적 부터 '피카소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도 그런 꿈이 있어요. 피카소처럼 되기를 원했다면, 이젠 피카소처럼 살다가 죽는게 꿈입니다." 그 꿈은 '새디스트적인 쾌락주의'로 완성되고 있다. 수많은 생각의 겹과 막의 층으로 이뤄진 작업은 혼자서 한다. "가끔 제자들이 해주기도 하는데, 결국 혼자 하는 작업입니다. 제 작품에 남의 살을 넣을 수는 없지 않나요? 내 살, 제 걸 갈아 넣는 걸 좋아합니다." '내 살이 들어가는', 내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 통해 알게 된 것도 '환영'이다. "손으로 위로 할 때 보세요 '마음의 환영'이 있잖아요. 그러면 손이 뭐냐. 귀중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구나. 하하 머리가 복잡합니다. 생각할 게 많죠. 관계망과 사고의 접합성 때문에 그래서 깊이감이 생깁니다." 그는 '의식, 장소, 환영'을 삶의 조건으로 본다. 전시 제목 '당신이 서 있는 곳'이 그래서 핵심어다. "당신이 서 있는 곳이 진짜 세계라는거죠. 딴 데서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여기 혼자 서서 멀리 도달할 수 없는 곳을 쳐다보는 저기 말고요. 결국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중요하다는 거죠" 이 말은 글자로 만든 설치 작업에 압축됐다.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만 있는 하얀 색의 설치 작품은 중간이 비어 있다. "우리는 텅 빈 시스템에 살고 있어요. 삶과 죽음의 관계, 삶 속에 죽음이 묻어 있고 죽음속에 생명이 묻어 있고, 분열적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 사이에 무한대 페이지들이 여기에 있지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텅 빈(empty) 공간인데 빛이 찬 진공관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책을 읽고 넘길때 막 넘기지 않지 않고 천천히 한 페이지씩 넘기잖아요. 신체들이 생명들이 삶들이 파노라마속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너는 어디 페이지를 읽고 있니?' 하는 질문을 해봤으면 합니다." 흐리거나 혼란한 '그림자 게임' 같은 세상의 환영을 보여주며 '너는 어디에 있니'를 묻는 그의 작업은 감각과 의식을 촉진한다. 하지만 온전한 밀도감에도 여전히 애매하며 해석되지 않는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다는 예술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에겐 여러개의 방이 있어요. 모델하우스처럼 이방, 저방, '예술의 방'이 있어요. 모든 사람들한테 원래 있었어요. 그런데 워낙 안 써서 방문이 잠겨 있어요. 저는 그 키를 드리는 거예요. 제 전시는 그 방을 소개하고 이 세계가 이렇게 아름다워요 말씀드리는 시간입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도록 그 '예술의 방'을 여세요." 역시 '예술은 환영'이다. 아름답고 무용(無用)한 것의 가치, '선(善)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안개 작가' 이기봉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86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 수상 후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 독일 ZKM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21년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단체전,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2012 폴란드 포즈난의 미디에이션 비엔날레(Mediations Biennale), 2011 모스크바 비엔날레, 2010 부산비엔날레, 2009 비엔날레 큐베(Biennale Cuvée), 2008 세비야 비엔날레(Sevilla Biennale) 및 싱가포르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2022/11/18
이숙자 화백 "보리밭 그리자 천경자 벗어나...이젠 그림에 나를 바치고 싶어" "늙음은 소멸이 아니더라." '보리밭' 작가로 유명한 이숙자 화백은 팔순의 깨달음, '삶의 기쁨'을 전했다. "지금도 그릴 수 있어 고맙고 좋은 시절입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18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만난 이 화백은 정정했다. 허리가 꼿꼿하고 날씬해 바지 정장 패션이 잘 어울렸다. 80세라는 나이가 무색했다. '선화랑 45주년' 특별전에 초대되어 개인전을 연 이 화백은 여전히 '그림 욕구'가 강했다. 이번 특별전에 대표작인 보리밭 시리즈와 초대형 작품인 '백두산' 등 40여 점을 내놓았다. 이 화백은 홍익대 출신으로 고(故) 천경자 화백(1924~2015)직계 제자다. 196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입선 이후 1980년 국전과 중앙미술대전에서 동시에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채색화의 정통성을 수립하는 작가'로 불린다. 50년 이상 석채를 이용한 채색 작업만을 고집하며 전통 채색화의 명맥을 유지해 온 독보적인 작가다. 청맥, 황맥 등 '보리밭' 시리즈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인 그의 자화상이 눈길을 끈다. '푸른 모자를 쓴 작가의 초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19년에 제작했다. 고운 모습과 함께 처연한 표정이 감도는 자화상에서 어쩐지 천경자 화백의 분위기가 풍긴다. "지금도 인물화는 영향을 받은 선 느낌 등이 나타나요." 이 화백도 안다. "제가 무슨 그림을 그려도 천 선생 흉내 낸다고 했어요. 그 소리가 싫었죠. 그런데 '보리밭'을 그리면서 그 소리가 들어갔어요." 1977년 국전에 출품한 '청맥'을 시작으로 이듬해 1978년 '맥파-청맥'으로 제1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 1980년 '맥파-황맥'으로 제3회 중앙미술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때부터 '보리밭 작가'가 됐다. 80년대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보리밭이라는 일관된 주제가 정착했다. 특히 1990년에 선보인 누드화 '이브의 보리밭'은 파격과 도발로 화단을 떠들썩하게 했다. "제 손자들이 지금은 25살, 22살인데 어릴 적에 묻더라고요. '할머니, 할머니는 왜 벌거벗은 여자를 그려?'...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것이었어요. 발가벗은 모습을 이상하지 않은 눈으로, 보통 사람 얼굴 보듯이 낯이 익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파격의 누드화'는 2008년까지 곤혹을 치뤘다. 고양 아람누리미술관에서 전시할 때 '이브의 보리밭'은 유치원생과 초등생에겐 관람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후 8년의 세월이 지나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 초대전때 달라졌다. "예전처럼 이상하지 않은 자연스런 분위기였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전시를 보고 전시장도 따로 출입금지띠를 만들지도 않았지요." 1990년대 본격적으로 등장한 보리밭 속 여성의 누드는 ‘이브의 보리밭’으로 불린다. 이브가 단순히 성적인 대상이 아닌 더욱 살아있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력을 가진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은 자연의 원천이자 생명의 근원입니다." 전시장에 나온 누드화 에피소드도 전했다. 음모가 드러난 그림에 대해 "(당시 걸크러쉬였던)천경자 선생도 이것 좀 안 그렸으면" 했고, 선배 화가는 "대중 앞에 저렇게까지 적나라하게 그리면 창피하지 않아?"라는 소리도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왜 저렇게 그렸지? 라는 생각을 했다. 자다가 벌거벗고 있는 꿈을 꾸면 부끄럽고 난처한테 왜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인권에 대한 반항의식, 인습에 대해 반항하는 것이 내 의식속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볼테면 봐!라고 그렸죠." 당시 그 음모에 대해 '멀리서 보면 거무스름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터럭 하나하나 자세히 그렸다'는 한 평론가의 평도 있었는데, 실은 '모델의 사실화'다. 이 화백은 "10년간 함께한 누드 모델의 진짜 모습이어서 그리면서도 그리고 나서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고 했다. 이 화백은 "누드화는 당당한 여성의 역할, 여성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작업하면서 쉬는 시간에 소설 '혼불'을 읽었는데 그 세월이 500년전도 아니고 불과 80년전이더라"면서 "지금 생각하면 똑같은 인간인데...그런데 세상은 변함이 없잖아요. 이란에서 히잡 반대시위가 여전하다"며 여성인권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보였다. "지난 2년은 저를 그림에 바치는 생활을 했어요. 살아오면서 쭉 시간에 쫓기듯 살아왔는데, 요즘은 휴식을 안 하면 그림을 못 그려요. 그래도 마음속으로 기쁨이 일어납니다." 화백은 평생 시간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젊을 땐 쫓기듯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시간에 눌린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업실에서 지내며 작업하지만, 2시간 정도 집중하면 힘에 부친다. 쉬기를 반복하며 작업하고 붓을 놓지 않고 있다. "주름은 용서가 안되더라." '푸른 모자의 자화상'으로 다시 이야기가 돌아갔다. "제 늙은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데 주름은 못 그린 것 같이요." "솔직하지 못했다"고 고해성사하듯 말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을 못한 작품이 있어요. 더 처절하게 지금의 나를 그리고 싶었어요. 실은 정말 처절한 나를 그리고 있었죠. 지금보다 더 말랐을 때, 주름이 많은 나를 데생을 다하고 색칠도 했는데...아...이번에 냈어야 하는데" 이 화백은 고개를 떨구며 "제 작품은 시간을 오래 끌면서 하는 작품들이다. 전시해야죠. 전시를 할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천경자'를 벗어난 '보리밭 작가'는 이제 그 명성도 벗어나고 싶다. "'보리밭 작가'라는 타이틀도 부담스러워요. 자기복제같이 또 그리고 또 그리고, 그런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보리밭은 아직도 그리고 싶어요. 제가 죽고 나서도 뭔가 사람들 가슴에 전달해줄 수 있는 그런 보리밭은 아직도 그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의 채색화 발전에 평생을 헌신해온 그는 "먹고사는 것도 힘든 시절, 화가가 되어야 겠다는 꿈, 그 그림에 대한 꿈 때문에 산 것 같다"고 했다. 이 화백은 "지금껏 그림 그리고 살아온 게 감사하다"고 했다. "'보리밭 작가'든 뭐든 관심 없어요. 나 스스로 바치는 작품, 내가 다 나를 바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삶은 감각의 향년이다. 노년의 그는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변함없는 열정과 집념을 보였다. 여전히 화가로서 늘어나고 있다. 선화랑 한국화가 이숙자 개인전은 11월19일까지 열린다. 2022/10/18
'지금은 이건용 시대'..."'하트 100점 뮤지엄' 만들고 싶어" '대기만성', '가화만사성'은 이건용 화백에 딱 맞는 말이다. 올해 나이 80. 하반기에도 국내외에서 개인전이 잇따르고 있다. 2016년 뒤늦게 터진 그의 '신체 드로잉'은 현재까지 미술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특히 국내 굴지의 화랑인 현대화랑과 리안갤러리 전속이자, 미국 최고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전속 작가로 승승장구세다. 국내 내로라 하는 컬렉터들은 모두 소장했다는 그의 작품은 해외 미술관도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LA 시립 '라크마 미술관'에 이어 올해 초 프랑스 '루이뷔통 미술관'에서도 100호 3점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부터 활약한 국내 행위 미술 1세대 대표 작가의 환희다. "30일에 구겐하임 관장이 직접 온다고 했어.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지." 19일 리안갤러리에서 만난 이건용 화백은 "구겐하임 관장이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에 오기로 했다"며 "내가 전시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러브콜, 그에게 이젠 낯선 일이 아니다. 올해 초 페이스 홍콩 지점 전시 이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미국 코로나 사태로 열리지 못했다. 북미 최초의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조명하는 첫 도약의 무대로 기대가 큰 전시다.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에 이어 9월엔 예술의전당에서 퍼포먼스 전시와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이 이어진다. 빡빡한 전시 일정에 걱정은 부인 몫이다. "비타민 한 알도 안 드세요. 한 달 전에 코로나 걸렸는데, 약도 안 먹고 식사도 잘 안 하셔서 살이 더 빠졌어요." 이 화백 옆에서 무궁무진한 작업 활동 자랑을 가만히 듣고 있던 부인 승연례 화백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면서도 "남편은 평생 이 몸매다. 마른 것은 집안 내력"이라며 "여전히 생각이 기발하고 창조적"이라고 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부부는 존경과 사랑이 넘쳤다. 50년간 부인의 변치 않는 내조는 그를 '대기만성형'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는데 공헌이 크다. 작업 이야기로 말이 끊이지 않는 옆에서 "화백님 그림이 너무 좋다"며 칭찬을 이어가는 승 화백은 세상은 그를 청개구리 같다고 하지만 "유머가 있어서 좋다"며 잉꼬부부 면모를 보였다. "저희 아이들도 아빠 그림을 너무 좋아해요. 어쩌다 그림을 그려줄 때면 바로 액자에 끼워 걸어 벽이 다 아빠 그림으로 차 있을 정도"라고 했고 "할아버지의 힘찬 에너지를 받아 손자 손녀들도 그림을 잘 그리고 활발하다"면서 천진난만한 이 화백의 원천인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전했다. 부인의 칭찬 속 남편은 (천사가)승 화백이 9월 개인전을 연다고 귀띔했다. 부인을 '천사'라고 부른다는 이 화백은 의기양양하다. 현재 몸무게가 58kg이라는 그는 건강엔 자신 있다고 했다. 사실 마른 몸매는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40년 넘게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구부려 앉아 흰 분필로 움직이는 만큼 가벼운 몸은 긋고 지워나가는 무기다. "몸으로 선을 그리고 몸으로 선을 지우는 행위"로 그의 대표작인 '달팽이 걸음'은 퍼포먼스때마다 감동을 선사하며 여전히 현대미술계에서 신박한 작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리안갤러리서 세번째 개인전 '재탄생' 25일 개막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은 25일부터 이건용 작가의 개인전 ‘재탄생(Reborn)’을 개최한다. 신체 드로잉에 변주를 가한 다양한 스케일의 회화 및 설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캔버스 앞에 서서 뒤로 팔을 뻗어 그리고, 옆으로 팔을 휘둘러 나온 하트, 양 팔을 펼쳐 나온 복숭아 엉덩이 같은 하트 등 신작 '바디 스케이프(Bodyscape)' 신작은 모두 부인 천사의 말로 완성됐다. 이 화백이 뒤로, 앞으로 팔을 뻗어 그리다가 "어때?" 라고 물으면 "멋져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멈춘 작업이다. 이번 전시 작품은 동시대 작가라면 피해갈 수 없는 주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를 화폭에 담았다. 쓰레기 더미 사진 배경에 그의 필살기인 '신체 드로잉'을 초록 물감으로 긋는가 하면, 눈이 녹고 있는 빙하에 선 백 곰 두마리 위에 물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하트'를 그려내 눈길을 끈다. 리안갤러리는 최근 몇 년간 '이건용 시대'를 구가하며 익숙해진 그림의 변화를 위해 큰 싸리나무를 엮어 전시장을 연출했다. 46년 전 '그린다는 행위'를 혁신한 그의 '몸 짓'은 세상에 축복을 낳고 있다. 그 어렵다는 실험미술과 개념미술로 대중과 소통한 그는 이제 꿈이 하나 있다. "하트 뮤지엄을 만들고 싶어요. 이쁘든 안 이쁘든 이상하든 내 팔로 (휘둘러서)그린 하트 100점만 있는 '이건용의 하트 100점 뮤지엄'. 멋질 것 같지 않나요? 하하하." 2022/08/19
윤병락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 작가 꿈" ‘사과=윤병락’이다. 흔한 사과지만 미술시장에 오면 다르다. 비싸서 엄두가 안 나는 '사과'다. 가격은 해마다 올라 현재 100호 크기에 담긴 사과값은 9000만 원이다. 윤병락의 사과는 2004년 등장했다. 궤짝에 담긴 사과는 컬렉들을 홀렸다. 덕분에 ‘솔드아웃 작가’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아트옥션과 갤러리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인기 작가다. '윤병락 사과'를 차지하려면 기다림은 필수다. 기본 2년 이상은 참아야 할 정도다. '사과' 그림이 나온지 20여 년. 수많은 사과 그림이 쏟아지지만, '윤병락의 사과는 원조의 위엄을 뽐낸다. 명품의 차이는 디테일. '사과 그림'은 '진짜 사과'도 움찔할 정도로 감쪽같다. 맑고 깨끗한 색채와 독창적인 표면 처리는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손맛 덕분'이다. 변형 캔버스, 공간연출도 비법이다. 가정집이든 사무공간이든 사과나 사과 상자만 그려진 그림 만으로도 무한대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사과 그림은 '윤병락 사과'로 통하지만 제목이 따로 있다. '가을향기'로 명명됐지만 사시사철 싱싱한 향으로 진동한다. 윤병락은 왜 사과를 그리게 된 것일까? 3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윤병락: 아카이브'전을 연 작가에게 들어봤다. ◆처음부터 과일만 그렸나? 지금의 사과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2003년 연말 이후다. 과일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도 접시 모양의 변형 캔버스와 함께다. 이전엔 지금과는 다소 다른 전통적인 미학에 심취해 있었다. 물론 표현기법은 지금과 같은 극사실주의 화법이었다. 대학졸업 후 초기엔 낡고 퇴색된 옛 민속 기물에 주목했다. 시간의 훈장인 먼지가 곱게 내려앉은 기물들에서 남다른 삶의 정취를 보게됐다. ◆윤병락에게 ‘사과는? ‘사과=고향’이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영천에서 고등학교까지 살았다. 영천은 천지에 사과밭이 널린 곳이다. 아버지께서도 포도 과수원을 운영하고 어머니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과일 행상도 마다치 않으셨다.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시점(俯瞰視點)’ 화면이 독특하다 정물화 구성법을 정면으로 거스른 화법이다. 보통 정물화라고 하면 물체가 앞쪽부터 뒤쪽으로 겹겹이 쌓여가며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것을 정법으로 삼는다. 대개 앞쪽에 크고 무거운 기물을 배치해 안정감을 도모한다. 하지만 내 그림은 무겁고 큰 물건을 위쪽에 올리고 각각의 기물들은 독립적으로 흩어지게 배치했다. 미술학도 청년시절 새로움을 추구했던 객기로 출발했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서양화와 동양화 기법이 융합된 나만의 차별화 기법이다. ◆‘변형 캔버스’, 어떻게 나왔나? '변형 캔버스'를 짜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튀어나온 모양대로 나무패넬(합판)을 잘라내고 홈을 파내며, 수작업으로 최소 이틀 정도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작업실 한쪽에 목공실을 따로 마련해뒀다. 원하는 형태를 합판에 스케치한 후 직소(Jigsaw)를 이용해 곡선에 따라 자르는데, 오랜 기간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자작나무 합판을 두 겹으로 덧댄다. 이 위에 찢어도 잘 안 찢어질 정도 두께의 우리나라 전통한지(삼합 닥종이)를 캔버스 천처럼 입혀 붙인다. 붓질이 밀리거나 유화물감이 지나치게 스며들지 않도록 미디엄으로 서너 번 밑칠을 하면 바탕화면이 완성된다. 그 위에 처음부터 다시 스케치를 하고 밑칠을 한 다음 기본 채색에 들어간다. 유채물감의 무게감과 질감, 한지에 스민 부드러운 투명함 등이 어우러져 사과만의 신선도’가 완성된다. ◆자유로운 연출방식과 색다른 공간 구성도 눈길을 끈다 대형 사과상자 그림 주변에 마치 상자에서 굴러 내린 것같이 낱개의 사과 몇 알을 붙여놓다 보면 아주 색다른 생동감을 자아낸다. 낱개 사과를 어디에 어떻게 붙여 놓느냐에 따라 공간은 더욱 무한하게 확장되어,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입체적인 설치 영역으로 전환된다. 화가의 꿈은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키우기 시작했다. 경북대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화가는 ‘남들과는 좀 달라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시도해보는 것으로 발전하고, 대학 재학시절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기 위한 실험을 쉬지 않았다. 특히 군 제대 후 2학년에 복학하면서 학과의 암실 관리를 맡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회화 작업 외에도 사진이나, 실크스크린 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기가 되었다." ◆김흥수 화백 격려 큰 힘…전업작가로 "화가로 성공 살아남기" 목표 1993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으면서 전업작가의 꿈을 시도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흥수 화백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색감과 구성이 우수했고,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앞으로 훌륭한 작가가 될 자질이 있다”고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대학졸업 후 작가로 등단한 이후에도 늘 고민은 ‘화가로서 성공해 살아남기’였다. 몇 십 명이 한 공간에서 전시하는 그룹 전시에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내 그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이 집에 돌아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까지 ‘내 그림의 잔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바람은 졸업하자마자 가진 첫 개인전에서부터 기질을 발휘했다. 당시 그림의 주인공은 사과가 아니었고, 초현실주의적인 형식이었다. 다소 장식성이거나 상징적인 성격에 가까웠다. ◆1995년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화단 데뷔 1995년 대학졸업후 고금미술연구회 수상 기념으로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열린 선정 작가로 개인전을 열고 화단에 데뷔했다. 그 첫 시작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병락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 작품은 건장한 남성이 정면을 보며 서 있는 형상을 닮은 화면을 연출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다부지게 주먹 쥔 양팔인데, 곧게 뻗은 두 다리는 다소곳하게 모으고 있다. 이는 제각각 인체 부위의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인데, 현재 ‘윤병락 스타일 변형 캔버스’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겠다. 이를 계기로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형화된 사각 형태의 화면’을 탈피하는 변형 작업을 본격화 했다. 캔버스의 사각 틀을 뭉갠다든가, 더 튀어나오게 덧붙여 나만의 기호에 맞는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이후 처음 배경을 없앤 그림은 2003년 주판을 그린 작품이다. 주판은 사각이니까 캔버스 비율만 맞추면 되겠다 싶어 실험해봤다. 작업을 하고 나니 ‘배경이 없어도 그림이 되는 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 배경 걸려 유명세 위에서 부감시점으로 바라본 그림은 2003년 시작됐다. 반닫이 위에 접시가 놓였고, 뽀얗게 쌓인 반닫이와 접시를 가로질러 나뭇가지를 기다랗게 올려놨다. 이 시기를 전후해 소소한 기물을 올려놓은 접시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작품에 ‘가을향기’라는 제목이 꾸준히 이어졌다. 고가구 반닫이 작품 '가을향기' 작품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 배경으로 걸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과는 단지 소재? 사과 궤짝만으로 화면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경이다. 사과는 단지 소재일 뿐이었다. 변형 캔버스를 통해서 ‘그림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무엇을 그리든지 소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2007년 나온 '가을향기'는 의미있다. 농부의 땀을 훔쳤던 흰 수건도 걸쳐놨다. 이건 화면의 숨구멍 역할이다. 이 시기에는 사과 자체의 묘사보다, 사과 상자가 지닌 공간감으로 ‘열린 조형성’을 연출하는데 더 집중했다. 사과는 전체적인 균형과 긴장감을 조율하는 요소였다. 초창기 사과 그림에선 간혹 반쪽으로 쪼개졌거나, 한 입 크게 베어 문 사과들이 등장한다. ◆사과가 커졌다. 전하는 메시지는? 2010년 전후 사회적으로 환경적 이슈가 크게 부각되었던 시기에 그렸던 사과에는 그러한 고민이 투영됐다. 환경문제의 화두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기온 상승에 따라 사과의 재배지가 점차 이동하다보면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에 소개된 북극곰이나 돼지를 등장시키거나, 그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다. 이런 작품은 2006년부터 그렸다. 동시대적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새로운 사과시리즈를 건축물과의 콜라보 또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거대하고 독창적인 공간 속 작품설치를 꿈꾸기도 한다. ◆사과 컬렉터, 미술애호가들에 하고 싶은 말은? 내게 사과는 유년시절 기쁨을 동반하는 고향의 향수가 어린 과실이다. 감상자 개인마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겠지만, 행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햇빛, 비, 바람 등 자연의 수혜 속에 결실을 맺은 사과는 수확의 기쁨이자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온 우주의 에너지가 사과 한 알에 응축되어 있으며 우리는 사과를 통해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인간 존립에 필수적인 자연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게 된다. 햇살을 듬뿍 받는 작품 속 사과를 보며 긍정적인 행복의 에너지가 전해지길 기대한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작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과들이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으로 점화된 그리스신화 속 황금사과,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가 대표적입니다. 세잔은 고전적 원근법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다시점으로 입체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지요. 나 또한 나만의 시각과 조형 어법으로 완성된 사과 작품으로 훗날 ‘윤병락의 사과’로 회자되는 꿈을 꿉니다.” 2022/05/03
'1분 18초'·'오픈런'...MZ세대 돌풍 미술시장 명암 #1분 18초. 12억 원이 순식간에 입금됐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서울옥션블루 소투(SOTWO)도 깜짝 놀랐다. 최근 진행한 이우환의 일명 '대화(Dialogue)' 두 작품이 공동구매 대비 각각 ‘최단’ 시간 ‘1분 18초’ (Dialogue 2019 4)와 ‘최고’ 금액 ‘12억’(Dialogue)으로 조기 마감됐다. 기존 공동구매한 이우환 작품 중에서 가장 큰 금액으로 알려진 작품이었다. #샤넬 오픈런도 아닌데, 갤러리 앞 텐트까지 등장했다. 최근 서울 평창동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열린 화가 청신 개인전은 '샤넬 오픈런'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시 개막 전날 밤부터 갤러리 근처에 '텐트족'이 등장했다. 그림을 사려고 ‘밤샘 원정’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상업 갤러리에 대기줄이 선 건 미술시장 역사상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선착순 1인당 1점' 대기번호까지 발급됐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라는 점에서 미술시장 사람들은 '해석 불가'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돈 되는 그림에 직진,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22 화랑미술제'는 문을 열자마자 이색풍경이 쏟아졌다. 개막을 알리는 순간, 점 찍어둔 부스를 향해 돌진하며 뛰는 사람들로 '메뚜기떼'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5시간 동안 3850여명이 입장해 북새통을 이뤘고 이 시간에 약 45억 원어치가 팔렸다. 이는 화랑미술제 최고 매출을 올렸던 지난해 화랑미술제 전체 매출 72억원의 50%를 첫날 하루에 넘기는 수치였다. 느긋하게 미술제를 찾은 50~60대 컬렉터들은 "세상 달라졌다"며 아연실색했다. #인기 작가 신작 작품이 바로 경매에 나온다. 우국원, 장마리아, 김희수, 김선우, 콰야 등 젊은 작가들의 신작들이 경매에 쏟아진다. 길어야 1년전, 불과 몇달전 개인전에서 판매했던 그림들이 벽에 걸리기도 전에 경매장으로 직행한다. 작가들은 허탈하다. 작품에 대한 관심보다 시세차익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이젠 무섭다고 했다. 작품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현상을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작가나 화랑이 방어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걸까? 소투에 따르면 블루칩 대표주자 이우환 작품 공동구매는 'MZ세대'의 미술 열풍을 확인하는 '1분18초'였다고 했다. 이우환 공동구매 회원 60%는 1980년 이후 출생자인 MZ세대다. 그 중 58%가 여성회원으로 2030세대 여성 고객 파워를 입증했다. 단순히 숫적 공세 뿐만이 아니다. 12억 규모의 공동구매액 중 52%인 약 6억 1000만원을 MZ세대가 구매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58만8292원으로 집계됐다. 50~60만원대는 자유롭게 지갑을 여는 MZ세대의 재테크 문화도 엿볼 수 있다. 해외 미술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미술시장 전문 컨설팅 기관인 아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밀레니얼 세대가 세계 고액 자산가 컬렉터 중 64%를 차지한다. 이들의 미술작품에 대한 지출은 평균 37만8000달러로 전체 세대 중 최고다. 평균 11만8000달러를 쓴 X세대보다 훨씬 높고, 베이비부머들의 4배에 가깝다. ◆MZ세대는 왜 아트테크에 꽂혔나 MZ세대가 미술시장에 뛰어든 것은 취미가 돈이 되는 '덕테크' 문화 현상과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소투 관계자는 "MZ세대는 국내 블루칩 작가인 이우환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작가들까지 아트테크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조엘 메슬러, 아모아코 보아포, 야요이 쿠사마, 힐러리 페시스 등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도 정보를 습득하고 투자하는 ‘덕테크’에 익숙하다는 것.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김재욱 대표는 "이는 SNS,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투자 관련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는 것도 배경"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를 소비하고 재확산하는 주요 고객층이 MZ세대"라며 "이들은 기존에 얻기 힘들었던 투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투자상품을 찾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MZ세대의 핫한 투자 아이템이 된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는 회원 6000여명이 매월 몰려들어 매출 성장률 250%를 기록중이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는게 아니라, '아는 만큼 돈 번다'는 일환이다. 미술투자자문사 마스터웍스(Masterworks)가 현대미술과 금융투자자산의 25년간(1995~2020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미술(1945년 이후 제작 작품) 수익률(14.0%)은 기존 안정적인 전통적 투자품인 '금(6.5%)'보다도 높아 재테크 수단도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재욱 대표는 "미술품은 단순히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짐에 따라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를 표출하려는 MZ세대의 니즈와 부합하는 것도 작용하지만, 공동구매 또는 조각투자가 등장하면서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가격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미술품 투자에 열광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특히 "미술품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되어 있어, P2P와 코인투자에 익숙한 MZ세대가 중장년층보다 고위험군에 속한 미술품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유연한 것도 아트테크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국제적인 아트페어나 글로벌 수준의 주요 갤러리들이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 활성화로 해외미술 콘텐츠가 큰 장벽 없이 열리면서 MZ세대의 소비문화가 미술문화로 확장하고 있다. ◆"돈 된다"...MZ세대가 미술품에 열광하는 이유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중개채널(화랑 경매딜러 외)의 실적이나 유명세를 따지지 않더라고요." 16~20일 열린 2022화랑미술제는 역대 최대 매출인 177억원 어치의 판매고를 열렸다. 유명 대형 화랑뿐만 아니라 중소형 화랑들도 예년과 다른 매출 실적을 냈다. 화랑미술제와 키아프(KIAF)를 운영하는 한국화랑협회 김동현 팀장은 "작년부터 진짜로 미술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이를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를 소장하고 컬렉터가 되는 게 이전처럼 정말 부자들이 즐기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 모두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되는 느낌이에요." 김 팀장은 "미술 행사에 찾아오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독특한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이고 라이프 스타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방탄소년단 RM 등 연예인 스타들과 셀럽들이 미술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젊은층이 예술쪽에도 눈을 뜨기 시작해 새로운 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MZ세대에 인기인 작품들은 유명인의 집에 걸렸거나, 스타가 소장한 작품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다. "MZ세대 컬렉터들은 작가 개인의 역량보다 본인이 선호하는 대중스타(인플루언서)에 의해 대외적으로의 노출 빈도수를 높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게 미술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도 한몫했다. 집에 있는 시간도 길어졌고, 인테리어 소비가 대폭 늘면서 동시에 그림을 집에 두고 즐기는 문화 자체가 모든 세대와 성별로 넓혀지고 있다. 김동현 팀장은 "이로인해 예술에 접근을 막았던 허들이 낮아지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새로운 트렌드 중심으로 아트가 부각되면서 네트워크 방식의 틀과 구조도 변모해가는 것 같다"면서 "이젠 기업들도 브랜딩과 프로모션에 아트를 포함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 역시 미술시장의 대중화를 넓여주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야요이 쿠사마, 카우스 등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이 아트 상품과의 결합되면서 과거 중장년층 컬렉터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보다 친숙한 형식으로 MZ세대에게 다가가는 것도 이유다. 이전 팝아트보다 더 가볍고 단순한 된 필체의 웹툰 스타일 그림이 뜨는 배경이다. ◆MZ세대, 디지털 문화 온라인 소비세대…NFT도 부담감 없이 접근 "MZ세대는 구입한 작품을 장기간 보유하기보다 단기적인 수익창출의 목적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젊은 수요층 중심으로 미술품 공동구매 열기가 뜨거운 현상도 그 연장선으로 보이죠."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기성 컬렉터인 부모세대가 생산세대라면, MZ세대는 소비세대"라며 "이들의 아트테크 접근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모세대는 신중하고 이성적 소비패턴이라면, MZ세대는 즉흥적이고 감성적 소비패턴 성향이 강합니다. 또한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인플루언서 팬덤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있죠." MZ세대는 디지털 문화권의 주역으로서, 온라인 소비주체다. 가상공간(SNS 사회관계망, 인스타, 블로그, 메타버스 등)의 일상화를 통해, 실물보다 이미지 소비에 익숙한 세대로, 메타버스 혁신 시대의 실질적인 주체적 그룹으로 급부상했다. NFT와 미술품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가상자산이 코인거래소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암호화폐로 고수익을 올리고, IT기업에서 연봉이 높은 젊은 기업인들의 문화소비 수준도 높아지면서 미술품 투자의 새로운 신규 고객층으로 부각되었다. 국내 미술시장 갤러리의 세대교체 변화와도 맞물렸다. 1세대 창립자에서 2세대 자녀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MZ세대 등장과도 시기적으로 맞물렸다. 이로인해 주요 갤러리에서는 해외 미술품 국내 전시가 늘고 있고, 서울옥션에 이어 올해 케이옥션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미술품 투자 시장의 열기가 높아졌다. ◆올해 미술시장도 벌써 흥행 예고...프리즈+키아프 등 개최 1조원대 돌파 전망 지난해 국내 경매시장 낙찰총액은 3296억 원대로 2020년보다 3배 커진 183.2%까지 치솟았다. 아트페어와 갤러리 시장까지 합치면 9000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유례없는 매출 팽창세로 지난 5년간 최고 수준의 매출 기록이다. 올해 미술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인 3월 경매는 91% 낙찰률을 보이며 흥행 열풍을 예고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022년 1분기 경매 결과가 약 184억 증가, 85% 늘어난 실적이다. 서울옥션도 컬렉터층이 젊어졌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가입한 신규 회원 약 3500명중 MZ세대인 30대가 가장 많다. 올해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중 하나인 영국 런던 프리즈(Frieze)가 9월 서울에서 열린다. 화랑협회는 "프리즈와 공동 개최하는 올해 KIAF 아트페어를 통해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아시아 최고 미술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로인해 국내 미술시장 사상 첫 1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Z세대 미술시장 돌풍속 명과 암 뚜렷...생태계 선순환 대책도 시급 MZ세대가 미술시장에 출몰을 알린 건 지난해 열린 '키아프(KIAF)'였다. 이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빨간 딱지를 남겼고, 화랑들은 오랜만에 돈바람에 취했다. '작품만 사러온' 사람들이 밀려와 화랑 주인들이 뒷걸음쳤다는 후문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고객들은 작가와 작품에는 관심이 없었다. 작품을 몇번을 보러 오고 작가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이전 고객들과 달리 작품가격, 판매 여부만 묻는 젊은 고객에 무서울 정도였다는 외국계 한 화랑주는 MZ세대로 인한 미술시장 흥행 열풍이 새로운 미술시장이 열린 것이 아닌 '한탕주의 투기 열풍'은 아닐까 우려했다. MZ세대 ‘아트테크’ 열풍으로 미술시장 ‘빅뱅’이 시작됐다. 미술 산업을 흔들며 팽창시키고 있다. 하지만 재테크에만 매몰된 과도한 투기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온라인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중심의 수요층 세대교체 바람의 급물살도 미술시장의 확산세는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과열 현상은 미술품 투기의혹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여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밝혔다. 미술시장의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선순환 시스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창작자들의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미술 산업을 지원하는 기업에 세제혜택 등 미술품 수집을 장려하는 정책적 뒷받침 등도 요구되고 있다. 김영석 이사장은 "현물에 투자하고 현물중심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넘어, 창작가인 작가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책 마련이 급선무"라며 "결국 MZ세대도 머지않아 또 다른 기성세대가 될 것이니, 경매사·화랑 등은 트렌드나 일시적인 유행에 너무 민감한 것보다 MZ세대 열풍 이후를 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2022/03/26
김재욱 대표 "미술품 쪼개기 개척..부자들만의 리그' 깬 보람" "누가 그림을 쪼개 사냐.", "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했지만 그 "뭘 몰라서"가 세상을 뒤집었다. 일명 '미술품 쪼개기 투자'로 불리는 미술품 공동구매다. '부자들만의 리그' 벽을 깼다. '나만의 그림'이 아닌, '우리의 그림'으로 판을 넓혔다. '미술품 공동 구매' 방식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 김재욱(41)열매컴퍼니 대표다. 공인 회계사에서 미술사업에 뛰어든 '청년 벤처 사업가'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미술시장 대중화와 미술품 투자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고, 승승장구세다. 1만원으로도 김환기, 이우환, 피카소, 야오이 쿠사마 작품을 살 수 있다. 수억 짜리 그림도 공동구매에 올리면 순식간에 팔린다. 1분에서 7분은 골드타임이다. '쪼개사는 그림', MZ세대에 핫한 '아트테크'가 됐다. 20~30대의 일석이조 투자처가 된 '그림 투자'는 코로나속에도 뜨거운 미술시장 열풍의 배경이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화랑과 경매시장의 사이를 비집고 흥행중이다. 현재 국내 미술품공동구매 시장은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를 선두로, 후발주자인 아트투게더, 타사 등 3개 업체가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김재욱 대표는 "매번 공동구매때마다 예상외로 뜨거운 열기를 이루고 있다"며 "미술품은 '큰 손 사모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벗게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된 공동구매 방식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무기다.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이 열린지 5년. 2019년 첫 회 16억 원 매출에서 지난해 180억원 규모로 성장한 열매컴퍼니는 올해 최대 700억 원까지 공동구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달 평균 4회 공동구매를 진행하며 평균 수익률은 18%를 기록하고 있다. 회원수는 6000명, 매출 성장률은 250%를 기록중이다. "올해 코스닥 상장까지 준비한다"며 분주한 김 대표를 만나 미술품공동구매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금융맨'에서 '미술시장 혁신가'로...미술품공동구매 창업 배경은 회계사로 간송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사업 준비를 했다. 애초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 2013년 2월, 인사동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산 첫 작품(단순 프린트였다)을 시작으로 10년간 200점이 넘는 작품을 컬렉팅했다. 신진작가부터 유명작가까지, 원작부터 판화, 프린트, 조각에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작품을 샀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도 만들었었다. 의욕이 넘쳤고 내가 산 작품은 모두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투자를 위한 작품은 정해져 있었고, 배경 지식 없이 좋아서 산 작품들은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그렇게 3년쯤 지나다보니 회의감이 들더라. 그때 나같은 월급쟁이들은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서 전문적인 지식과 네트워크를 쌓고 다시 컬렉팅을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산 작품을 팔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 사가려고 할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후 컬렉팅이 더 즐거워졌다. 다만, 투자가치가 높은 유명작가의 작품은 가격이 비싸서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바로 미술품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이다. 2018년 10월 30일 론칭했다. 처음 작품을 컬렉팅하는 고객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방식의 가격 정보와 작품 정보를 제공하고, 소유권 분할을 통해 가격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국내에 없는 일이어서 시행착오도 겪고 홀대도 받았다." ◆공동구매 첫 작품은 김환기 '산월'...7분만에 마감 화제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를 론칭하자 미술시장 관심이 모아져 더욱 떨렸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가득 채우며 선매입을 한 작품으로 공동구매 전날 밤은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2018년 10월30일이었다. 4500만원에 공동구매로 내놓은 김환기 ‘산월’(1963)은 오픈 7분만에 마감됐다. 구매자 전원이 30분 내 입금을 완료하고 구매를 확정했다. 30~40대가 전체 63%를 차지했다. 한달만에 작품은 5500만원에 매각됐고 수익률 22%는 바로 참여자들에 배분했다. 이때 미술품 투자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기대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시장을 대중화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내 생각이 적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MZ세대들에 인기...매월 30억 원대 공동구매 진행 "공동구매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다. 물론 MZ세대 비율이 60% 정도 차지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조금 높다. 미술시장 흥행과 함께 그림투자 열풍이 일면서 미술품 공동구매시장도 급증세다. 단골 고객만 2000명 이상이다. 아트앤가이드는 2019년 16억 원, 2020년 31억 원, 2021년 18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1년 말 월 20억원 정도 공동구매를 진행했다면 2022년 들어 매월 30억원 이상을 공동구매하고 있다. 올해는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까지 공동구매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르면 1분만에 늦어도 10분안에 마감되는 이유는 투자도 하면서 동시에 예술을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NFT와 같은 최신 기술이 적용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인 전망도 긍정적이다." ◆아트앤가이드 공동구매 차별화는 "선매입한 작품을 1만 원에서 많게 100만 원까지 분할 판매한다. 구매수는 작품가격에 따라 10점 안팎으로 제한한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소액투자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한 공동구매 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공동구매 작품에 회사도 5~10%를 함께 투자한다. 공동구매자와 수익과 리스크를 나누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다. 공동구매한 120점 이상의 작품 중 재매각율이 60% 이상이고 평균수익률이 34%(평균보유기간 10개월)에 달한다는 점이 타 업체와 차별화다. 소유권 현황, 매각현황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한다. 특히 후발업체들의 경우 IT나 거래소 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트앤가이드는 본질에 집중한다. 공동구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한번도 작품을 사보지 않은 분들이고, 재매각에 관심이 높으실 수 밖에 없다보니 유명 작가의 작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가격 산정 능력이 경쟁력이다 보니 내부에 작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가격산정시스템을 구축했고 미술전문분석팀을 운영하여 작품 선매입과 재매각에서 탁월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굵직한 기업서 투자 잇따라...200억 규모 펀딩 진행 사업 성장세 "3명에서 시작한 사업은 현재 25명이 근무하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작품 소싱, 재판매, 가격 분석 담당은 물론 약점으로 지적되던 IT팀도 제대로 구축할 수 있게됐다. 투자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성장 비결은 기업투자가 이어진 것도 크게 작용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이에스인베스터, 위메이드, 이앤벤처파트너스, 한양증권 등이 주주다. 최근 200억원 규모의 추가 펀딩을 진행 중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 NF T시대 준비는? "분명 앞으로 메타버스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당연히 미술품공동구매 시장도 준비를 할 수 밖에 없고 NFT를 비롯한 최신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법의 테두리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누구도 피해를 보지않고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목표다." ◆미술시장 전망 미술품 투자 매력은? "국내 미술시장(4000억 원 규모)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규모 면에서나 사업 면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아직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고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는 말과 같다. 국력이 증가하고 세계에서 인지도가 증가하며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명작가의 미술품은 희소성을 지닌 자산으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증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과 높은 환금성, 폭넓은 세제혜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향유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까지 가지고 있는게 큰 매력이다. 미술품 투자가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대중으로 확대될수록 미술시장이 산업화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술품공동구매 시장을 개척한 열매컴퍼니는 미술애호가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미술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미술품 인테리어 제작을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2022/02/19
'도도새' 김선우 작가와 서울옥션 그리고 가나아트센터 김선우(33)작가. 미술시장에 무명의 작가가 이름을 빛낸 건 지난해 서울옥션 경매에서다. 우국원 작가와 함께 억대에 낙찰행진을 기록하며 떠올랐다. 멸종한 '도도새'를 주인공으로한 작품은 '이상 현상'이라 할 만큼 높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지난해 10월 서울옥션에 출품된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오마주 한 ‘모리셔스섬의 일요일’은 1억1500만원에 낙찰됐고, 양대 경매사에 출품될 때마다 추정가의 수배를 웃돌며 팔려나갔다. 경매장에 출품후 2년반만에 그림값이 20배가 급등하며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작품 가격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양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는 2006~2007년 경매시장에서 부상한 반짝 스타 작가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경매장이 만든 작가'라는 시선속에 옥션이 띄운 김선우 작가를 가나아트에서 다시 개인전을 예고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김선우 개인전 'Paradise'를 오는 27일부터 2월 27일까지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작가 발굴하고 전시하는 화랑의 역할을 경매사가 먼저 하고 '돈이 되는 작가'로 선정되면 화랑에서 전시, 작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보인다.(작가는 가나아트가 만든 프린트베이커리 전속작가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서울옥션은 가나아트가 모체로, 1983년 이호재 현 서울옥션 회장이 개관했다. 1998년 설립한 서울옥션은 이호재 회장과 가족이 경영한다. 가나아트 덕분에 국내 미술시장이 대중화되고 급성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미술시장에서는 '가나에서 전시하고 경매에서 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22년 새해 벽두 한국화랑협회가 작심하고 양대 경매사에 "우리도 경매를 한다"고 선전포고 한 것은, 이같은 현상에 반발하는 배경이다. 협회는 그간 옥션사의 젊은 작가들의 직거래로 인한 작가 성장 저해와 지나친 개최에 미술시장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가격 유동성이 야기하는 투기 조장, 주요 거래 작가 이외의 작가들에 대한 평가절하 등을 꼬집으며 이러한 시장의 불균형은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나아트센터는 국내 최고 화랑으로 꼽힌다. 작가 입장에서 대형 화랑에서 전시는 '성공한 작가'라는 이미지가 구축된다. 하지만 좋은 작가, 성장하는 작가로의 발판이 '일회용'이라면 이는 전체 미술시장 구조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같은 현상은 20~30대 스타작가로 반짝이며 대형 화랑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40~50대 중견작가가 되어 '잊히는 작가'로 전락한 현재 미술시장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선한 그림이 지루한 그림으로 되는 건 화랑의 역할도 크다. 컬렉터들의 입맛에만 길들여진 그림만 양산하는 건 글로벌 마켓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양해야 될 일이다. 한편 김선우 작가는 동국대학교 서양화과(2015)를 졸업했다. 2014년부터 ‘새(鳥)상’이라는 말로 세상(世上)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을지 아트 프로젝트 선정 작가로 미술계에 데뷔, 2019년 삼성 비스포크 랑데뷰 디자인 공모전 우수상, 2019년 광화문 국제 아트 페스티벌 EBS방송공사사장상을 수상했다. 2022/01/21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 백남준 말이 맞았다 1977년 백남준이 마흔다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발표한 글과 LP음반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었다. 그의 말처럼 사후 16년째에도 '그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백남준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 예술인'으로 불린다.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예술의 매체로 사용한 ‘비디오 아트’ 아버지로 세계 미술사에 등극되어 있다. 2006년 미국 타임지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수많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펼치기도 했다. 1932년 서울 출생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유명했던 그는 2006년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74살, 숙환으로 별세했다. 10여년간 뇌졸중을 앓아온 그는 투병중에도 전위적이고 실헌적인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아, 예술가들에 귀감이 됐다. 올해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 전시계획을 통해 올해는 '다다익선'을 재가동하고 백남준 축제를 추진한다고 밝힌바 있다. 과천관 로비에 설치된 '다다익선' 복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백남준 아카이브', '백남준 효과'전시를 개최한다. 백남준이 한국 동시대 미술사에 남긴 발자취를 짚어보는 첫 전시로 추진 주목받고 있다. 이와함께 백남준아트센터도 11일 2022년 전시 계획을 발표하며 '대체 불가능한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라는 선언으로 '백남준이 한다면'이라는 상상력으로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백남준아트센터 김성은 관장은 "9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백남준을 끝없는 긍정의 모습으로 기억하고자 한다"며 "기술과 예술과 사람을 대하는 백남준의 다정한 태도를 환기하며, 백남준아트센터를 찾는 이들을 더욱 환대하고 찾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과감한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백남준의 축제'는 연극, 실험음악,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비디오 월, 멀티 비디오 프로젝션, 레이저 설치 등과 같이 무한히 확장하는 새로운 차원의 신비한 공간으로 선보여 한계가 없었던 백남준의 예술적 도전과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로 포문...백남준 기일인 29일 서비스 공개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으로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로 포문을 연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백남준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물리적으로 소장하고 있으며, 이를 전시와 열람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해 왔다. 2021년 스마트 미술관 사업을 통해 구축한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는 백남준아트센터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웹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백남준의 기일인 오는 29일 0시에 서비스를 공개한다. 이어 3월과 7월에는 백남준의 끝없는 예술적 도전을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의 특별전을 개최하며, 백남준의 생일인 7월 20일에는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를 시작한다.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는 1977년 백남준이 발표한 LP음반의 제목으로, 여기에는 쇤베르크의 음악을 4배로 천천히 재생한 음원이 담겨있다. 원문인 “My Jubilee ist Unverhemmet”는 독일어와 영어가 섞여 있는 자유로운 백남준의 언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22년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백남준이 사용한 ‘쥬빌리(Jubilee)’를 단순한 기쁨의 뜻을 넘어 ‘축제’로, ‘운베르헤메트(Unverhemmet)’는 ‘한계가 없다, 거칠 것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 백남준의 예술적 근원을 보여줄 예정이다.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1월29일 봉은사에서 매년 추모재 한편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10월 경기 용인 기흥구에 개관했다. 백남준(1932~2006)은 생전에 그의 이름을 딴 이 아트센터를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했다.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라고 그가 주장한 철학을 이어받은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구현하기 위해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활동에 대한 창조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연구를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실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 1월29일 별세한 백남준의 유해는 봉은사 법왕루에 안치되어 있다. 고인의 사진과 하영진 조각가가 주조한 작품인 백남준의 데드마스크(사후 고인의 얼굴을 청동으로 본떠 만든 상)가 설치되어 있다. 봉은사는 백남준을 기리는 많은 이들과 함께 백남준의 예술 세계가 후대에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추모재를 2007년부터 지내고 있다. 2022/01/11
박수근 '고목' 같은 문성식 '겨울나무' 마치 박수근의 '고목'같아 보이는 이 그림은 문성식의 신작 '겨울나무'다. 두터운 물감이 그대로 발려 벽화같은 그림은 화강암 같은 울퉁불퉁한 질감이 특징인 박수근의 작품이 고와 보일 정도로 거친 분위기다. 물감을 두텁게 칠해서 최대한의 질감과 입체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티치아노(Titian)와 틴토레토(Tintoretto)가 처음 사용했다. '임파스토' 기법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문성식이 이 기술(?)을 내세운 건 아니다. '드로잉'에 천착하고 있는 그는 이번 신작에도 연필과 유화 간의 마찰에 주목했다. 신작 대부분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 그림을 그리는 ‘유화 드로잉’이다. 마티에르가 두껍게 발리는 표현법인 '임파스토' 기법을 닮은 이 방식을 통해 작가는 연필과 유화 사이의 저항을 이겨내고 캔버스 위에 마치 부조와 같은 형태로 ‘그리려고 하는 의지’, 즉 ‘삶’을 고착한다. 문성식의 신작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다. 'Life 삶'을 주제로 21일부터 여는 이번 전시는 2011년, 2019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연필은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 이는 과장 없고, 꾸밈이 없는 제 성격과 닮은 것 같다." 대학 시절부터 연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문성식은 이 재료를 단순한 도구로 쓰기보다는 그 특성을 고유한 회화언어 일부로 발전시켰다. '삶'이라는 방대한 주제 안에서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의 소소한 기록들을 제시한다. 일상의 장면들, 주변 동물과 식물 등의 모습을 표현한 약 100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을 중심으로, 2019년부터 진행해온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지난 2021년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 연작 중 10여 점도 공개한다. 그림은 작가의 습성과 닮아 있다. 연필의 매력은 의식의 명령을 손이라는 매개를 거쳐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작가 문성식은? 1980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수학했다. 200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몬차 지오바니 비엔날레 'Serrone'(2011), 독일 보훔미술관 '유사한 차이'(2010), 체코 프라하비엔날레 '회화의 확장'(2009), 국제갤러리 'On Painting'(2007) 등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리움 삼성미술관, 두산아트센터, 하이트컬렉션, 소마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2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