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방' 남경민 작가, 덜어내고 '내면의 풍경으로' "가급적 덜어내고 빼면서 조금은 가벼워지는 작업을 시도했다." 지난 2022년 이화익갤러리에서 7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스타 작가의 열정을 다시 보여준 화가 남경민(55)이 평화로워졌다. 2년 만에 발표한 '화가의 방' 신작은 비움의 미학으로 깊어진 면모를 보인다. 특히 '미티스의 연주하는 여인들' 작품은 밝은 색으로 화려하던 이전과 달리 갈색톤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이전 그림 화면의 공간에 가득 찬 구성이 단순화됐다. 작가를 상징하는 중요 오브제인 해골, 날개, 투명병 등의 물체들도 단순하게 배치됐다. 작가는 "내면의 흐름을 상징하는 나비도 적은 수로 공간의 적막감과 고요하고 차분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전엔 화면에 가득하던 오브제와 사물들도 빠져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강조되고 있는 신작 전시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 라루나에서 열리고 있다. '초대받은 N – 내면의 풍경으로' 타이틀로 구작을 포함해 22점을 선보인다. '마티스의 여인들'을 비롯해 반 고흐 '고흐의 방'과 '아를르 침실'도 눈길을 끈다. '고흐의 방'은 남경민 작가의 '내 영원한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 중 가장 애착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13년 만에 해바라기가 있는 '고흐의 방4'를 그리게 되었다"는 작가는 "고흐의 방 시리즈를 십 수년 만에 다시 그리게 된 것은 세월이 흘러도 내 안에 있는 간직되어있는 고흐의 영적인 에너지를 다시 꺼내어 교감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적막했던 이전 침실과 달리 평온한 분위기가 감돈다. 어두운 문과 대비되는 환한 방안에 활짝 핀 노란 해바라기 꽃을 중앙에 배치했다. 고흐를 추앙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newsis_inyoung_left_start:]]]]"한 없이 쓸쓸하면서도 한 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졌을 적막하기만한 그의 낡은 작업실. 그의 작은 숨소리가 나는 듯한 생명감이 살아있는 고흐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이 공간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가 죽어서 되찾은 명성에 가장 날개를 달아 준 해바라기그림은 고흐가 가장 많이 병적일 만큼이나 반복적으로 그렸다. 레이저로 살펴본 고흐의 해바라기작품은 어찌나 빠른 터치로 순식간에 그렸는지 그의 깊은 몰입이 광적일만큼 빠르게 표현된 그림이여서 걸작으로 꼽힌다 하던가. 정신병이 집 안 내력이어서 맑은 정신이 늘 아니였기에 언제 정신착란을 일킬줄 몰랐던 스스로를 인지했던 고흐. 정신이 맑은 상태일 때 그 순간을 놓치지않기 위해 캔버스위에 해바라기를 빠른 붓터치로 그리는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더 애닳은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나는 몰입과 집중력이 떨어질 때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들여다보곤한다. 고흐에 대한 시공을 초월한 서양의 선대의 선배화가의 쓸쓸함과 나의 애잔한 마음을 이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다. 고흐의 순수한 영혼이 나비로 승화되고 있다."(화가 남경민)[[[[:newsis_inyoung_left_end:]]]] '고흐의 아를르 침실'을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그려낸 작가는 고흐 내면의 담담한 의지를 느껴 먹먹해졌다고 했다. '아를르의 침실'은 고흐가 고갱을 아를르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하여 창작 생활을 같이 하기로 하고 꾸민 방이다. 남경민 작가는 이 그림 방 안의 창 밖에 '겨울 풍경'을 그려 넣었다. 고갱과 다툼 후 귀를 자르고 처절하게 고통스럽고 외로웠던 그의 심경이 자연 속에서 고요한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과 붕대를 감은 고흐의 자화상을 형형한 눈빛으로 담아 전설적인 화가의 자존심을 살렸다. 부드럽게 조우하는 파스텔톤 분위기로 방안은 평온한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한편 갤러리 라루나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2022년 설립된 갤러리로 웹사이트의 온라인 가상 전시관과 서울 청담동 갤러리에서 온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갤러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각기 다른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상전시는 희림이 보유한 VR 기술로 만들어져 마치 실제 전시장에 설치된 것과 같은 현장감을 준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시에 접속할 수 있다. VR 전시관은 도슨트의 해설과 작가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남경민 개인전 VR 전시관은 작품에 등장하는 정원을 모티브로, 총 5개의 전시실과 1개의 미디어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남경민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를 조명한다. 관람객이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배치해볼 수 있는 재미도 선사한다. 전시는 2025년 1월24일까지. 2024/12/05
허공에 멈춘 시간·흔들리는 산…빌 비올라가 전하는 '움직이는 고요' 초록 연못을 한 동안 보고 있던 남자가 얍 소리와 함께 뛰어 오른다. 그런데. 허공에 그대로 멈췄다. 무언가 잘못되었나 싶은 순간 일렁이는 물결이 알려준다. 화면은 계속되고 있음을. 결국 남자는 물 속에서 알몸으로 나와 다시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옛날 영상 기법으로 촌스럽기도 하지만 보고 난 이후는 달라진다. 물 세례 받은 듯한 정화의 감정이 일렁이는 물결에 반사된 빛과 시간을 의식하게 한다. 흔들흔들…삶이란 순환이라는 것을. 빌 비올라가 1977년 제작한 'The Reflecting Pool'은 그의 트라우마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호수에 빠져 거의 익사 할 뻔한 찰나의 순간에 목격한 수면 아래에서 빛과 아름다움은 이후 그의 작업 세계에 초월적인 차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79년 선보인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영상은 일렁거림의 극대화를 보여준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스크린에 투사 되는 산의 이미지가 화면 바로 아래의 물 웅덩이에 반사되는 구조다. 물 표면의 일렁임에 따라 산의 모습도 함께 흔들린다. 오색 빛깔로 반짝이며 ‘흔들리는 산’의 모습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잠잠해지며 안정을 되찾는다. 정적이고 단단한, 시간의 기념비로서 존재하는 산을 취약하고 불안정한 이미지로 제시한 빌 비올라는 이미지로서의 산이 갖는 안정감의 함정에 대해, 또 한편으로는 시간의 축적이 건네는 안식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게 한다. 빌 비올라(Bill Viola). 지난 7월, 73세로 타계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의 추모전 같은 전시가 국제갤러리에 마련됐다. 국제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이자 작고 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는 빌 비올라의 명상적인 작업 세계를 다시 보게 한다. 영상 설치 및 영상 작품 7점을 선보인다. 살아있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한 작품 당 10~30분 정도 소요되는 비디오 영상은 연말 연시 성찰의 시간과 묵상할 수 있는 전시로 제격이다. 1951년 뉴욕에서 태어난 빌 비올라는 지난 50여 년간 비디오아트를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립하는 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회화와 뉴미디어, 인지심리학, 전자 음악을 수학하고 미국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1973년 실험적 스튜디오(Experimental Studios) 학과의 학사 학위를 받았다. 강렬한 영상 설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비올라는 영상 기술을 통해 인식, 인지, 자아 성찰의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왔다. 자신의 영상을 '주관적 인식의 언어로 기술한 시각적 시(詩) 내지는 우화'라고 표현하기도 한 그는 불교의 선종, 이슬람의 수피교, 기독교의 신비주의와 같은 영적 전통에 기반을 둔 영상 언어를 특징으로 삼아 심도 깊은 휴머니즘과 내면의 초월적인 비전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2004년 그리스 올림픽에 초청받아 커미션 작업을 선보였고 2014년, 2016년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위한 두 점의 작품 'Martyrs (Earth, Air, Fire, Water)'와 'Mary'를 제작했는데, 이는 영국 내 성공회 성당에 최초로 영상 작품이 영구 설치된 사례다. 1989년 맥아더 재단 펠로우십(MacArthur Foundation Fellowship), 1993년 스코히건 훈장(Skowhegan Medal), 2009년 XXI 카탈루냐 국제상(XXI Catalonia International Prize), 2011년 일본 미술 협회의 프레미움 임페리얼(Praemium Imperiale from the Japan Art Association) 등을 포함해 수많은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빌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움직이는 고요)'전시는 2025년 1월26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