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조경가 정영선 사진전 같은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 첫 전시로 펼친 한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전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해 전시 라인업이 예고됐지만 4일 공개된 전시는 선택과 집중 없이 나열식의 전시로 산만한 풍경을 연출했다. 그동안 만들었던 정원을 사진 액자로 다닥다닥 붙여 선보여 사진전인지 헛갈릴 정도다. 국내 최고의 미술관에서 왜 미술가가 아닌 조경가로 전시를 시작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부족하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여성 시대'라고 할 만큼 여성 작가들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1세대 여성 조경가로서 미술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볼 수도 없다. 전시 공간도 지하 1층 구석에 위치해 2024년 첫 기획전이라는 측면에서 옹색한 분위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조경가를 다룬 최초의 전시지만 조경가의 '정원 세계'를 깊이 조망할 수 없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한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82) 정원 특징은 생태의 회복과 '자연주의'다. 아시아선수촌(1986),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 호암미술관 희원(2002), 선유도공원(2001), 제주 오설록 티하우스(2010), 서울식물원(2014), 경춘선숲길(2015~2017), 두내원(2025)이 그의 손길로 만들어졌다. "삼천리금수강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처럼, 우리 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유 자생종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5일부터 9월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정영선의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까지 반세기 동안 성실하게 펼쳐 온 조경 활동을 총망라하는 자리다. 60여 개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대한 조경가의 아카이브 대부분이 최초로 공개되며 파스텔, 연필, 수채화 그림,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각종 기록자료 500여 점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시인 박목월(1915~1978)의 제자였다는 조경가 정영선은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다. 서울대학교 농학과 졸업 후 주부생활 잡지기자로 지내다 197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 불국사, 현충사 등 국가적 조경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4년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아시아공원 조경설계를 담당하며 40여 년간 국내 주요 건물 조경 설계를 도맡았다. 한국 최초의 근대 공원인 '탑골공원' 개선사업(2002)과 '광화문광장' 재정비(2009), 일제강점기 철길 중 유일하게 조선인의 자체 자본으로 건설된 경춘선을 공원화 한 '경춘선숲길'(2015~2017) 등 대규모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전시 제목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는 정영선이 좋아하는 신경림의 시에서 착안했다. 전시는 크게 7개의 ‘묶음’으로 구성했다. 사진과 더불어 천장에는 조경 영상으로 두르고 바닥에는 아크릴관에 드로잉 설계 도면등을 담아 그 위를 걸으면서 보게했다. ◆서울관 야외 종친부마당과 전시마당에 새 정원 조성 국립현대미술관은 근처에 있는 인왕산의 아름다움을 담은 새로운 정원을 조성했다. 미술관 내·외부에 계절감을 더하는 한국 고유의 자생식물을 식재하여 관람객에게 휴식처를 제공함과 동시에 조경가의 작품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실내 전시에 소개되는 500여 점의 조경 디자인 기록 자료의 다차원적인 연출을 위해 조경의 ‘시간성’에 주목한 정다운 감독의 영상과 사진작가 정지현, 양해남, 김용관, 신경섭 등의 경관 사진도 함께 소개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가 정영선이 평생 일군 작품세계 중 엄선한 60여 개의 작업과 서울관에 특화된 2개의 신작 정원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배우 한예리가 오디오가이드에 목소리를 재능 기부했다. 2024/04/04
정읍시, 한국화 명인 채태병 화백 초대전 '승천하는 청룡' 전시 전북 정읍시가 시 생활문화센터에서 오는 5월15일까지 한국화의 명인 묵호 채태병 화백 초대전 '승천하는 청룡'을 연다. 이번 전시는 '청룡의 해'를 기념하는 전시로 상상의 동물 중 하나인 용을 채태병 화백만의 색깔을 더해 웅장하게 표현한 작품이 걸렸다. 오랜 세월 신성시 여겨진 용의 모습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수묵채색 기법으로 섬세하고도 과감하게 용의 용맹함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민간신앙 속 용은 물을 지배하는 신으로 농경민족인 우리에게는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었다. 또 용은 위인과 같이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로 비유되면서 왕권이나 왕위를 상징하기도 했고 이에 걸맞게 임금과 관련되는 것에는 ‘용’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호칭하기도 했다. 채태병 화백은 문화체육관광부 초대 개인전, 한일 국제 서화 교류전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제6회 무궁화미술대전 공모전에서 국회의장상인 종합대상을 수상했고 2020년에는 한국화 명인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 작가 최초로 뉴욕 타임스퀘어 빅 스크린에 '현대미술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소개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생활문화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 누구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2024/04/04
조폐공사 화폐박물관 ‘櫻(앵)·花(화)·苔(태)’ 전시회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은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벚꽃 아래 ‘이케바나’와 ‘테라리움’의 동행 ‘櫻(앵), 花(화), 苔(태)’ 展을 이달 14일까지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케바나’는 꽃, 나무, 풀, 열매 등을 자연 그대로 꽂는 일본 전통 꽃꽂이로 어우러진 모양새를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과 삶을 표현한다. ‘테라리움’은 밀폐된 유리그릇이나 작은 유리병 안에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뜻한다. 전시회의 키워드는 ‘동행’으로 이케바나의 자연미와 테라리움의 인공미를 조화롭게 구성해 함께 걷는 삶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작품들은 대지 속 솟아나는 이끼를 통해 생명의 시작을 알리고, 박물관의 벚꽃으로 삶의 번창을, 열매로 인생의 아름다운 결실을 표현하고 있다. 일본에서 정통 이케바나를 사사받은 주미숙 작가는 2023년에 박물관 전시와 음악회에 멋진 작품을 앞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이케바나 오하라류’ 대전 준지부 회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성창훈 사장은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 삶을 꽃과 이끼로 신비롭게 표현한 작품들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며 “아름다운 벚꽃 명소 화폐박물관에서 자연과 삶의 조화를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04
천공?…2024화랑미술제 "걱정했는데 작품 팔려 깜짝…주말 더 기대" 2024 화랑미술제가 여유감 있게 출발했다. 3일 VIP 고객을 먼저 맞아 문을 연 행사는 4.10 총선과 아트바젤홍콩의 부진으로 인한 우려와 달리 관람객들이 붐볐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 올해는 연예인보다 의외의 인물이 등장 눈길을 끌었다. 긴 머리와 흰 모시 한복 패션으로 시선을 강탈한 그는 역술인 천공으로 갤러리 부스마다 들러 작품을 감상했다. 그의 뒤에는 여성 제자(3명)들이 같이 움직였다. 뉴시스와 만난 천공은 "그림 제자들이 많아 초대 받고 왔다"며 "전시장을 가끔 방문한다"고 말했다. 1시간 넘게 관람을 이어간 그는 사진 촬영을 원하는 관람객들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작품 구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참가 갤러리들은 "내심 걱정했는데 의외로 손님들이 많아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실제로 개막 후 몇 시간 만에 주요 갤러리들의 그림들이 팔려나갔다. 특히 국제갤러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하종현, 김윤신, 줄리안 오피, 장미셀 오토니엘, 문성식, 이희준, 안규철 작품이 속속 판매됐다. 이번 화랑미술제를 기점으로 새롭게 공개한 단색화 거장 하종현의 1000만~1200만 원 짜리 빨강, 파랑 흰색 판화는 걸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메인에 걸려 눈길을 사로잡는 칸디다 회퍼의 2m가 넘는 한화 8000만 원 대 대형 사진도 바로 새 주인을 찾았고, 1세대 목조각가 김윤신 작품 2점도 3만 달러~4만 달러에 팔렸다. 이화익갤러리도 2200만 원에 나온 하지훈의 불같은 '풍경 덩어리' 작품도 걸자마자 빨간 딱지를 붙였고 박기일 '구니'(480만 원)등 바로 팔렸다. 매년 명품 운동화로 주목 받은 차영석은 이번에 에르메스 가방과 큐빅이 빛나는 나이키 운동화를 선보여 올해도 완판 기대감을 낳고 있다. 두루아트 스페이스의 유선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탄탄한 판매고를 올린 가운데, 40대 중진 작가 및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판매됐다. 선화랑은 이영지, 이만나, 학고재의 이우성, 갤러리우의 한충석, 갤러리 나우의 고상우, 오션갤러리의 제니박, 인사갤러리의 루카스 랜킨이 주목 받았고, 키다리 갤러리에서는 최형길의 작품 6점이 모두 팔렸다. 갤러리가이아의 김명진과 갤러리진선의 박지은, 히든엠갤러리의 맹은희와 지미 밀란, 갤러리 플래닛의 임하리와 허보리, 갤러리 BHAK의 민킴, 이목화랑의 고지영 작품 20여 점과 임다인, 갤러리위의 고스, 손진형, 갤러리 41의 이내 등도 연이어 판매를 기록했다. 개인전을 선보인 부스들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오병욱 작가, 가나아트 히로시 스기토의 작품이 인기리에 팔려나갔다. 덕분에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참가한 화랑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은 모습이다. 물론 배경도 있다. 화랑협회가 파격 지원한 부스비로 5일 간 99만 원만 내면 된다. 점심값(20만원)도 제공되어 화랑들은 작품 1~2점만 팔아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국내 정상급 갤러리 156여 곳이 참여한 2024 화랑미술제는 모두 같은 크기(6m×7m×6m)부스에 출품 작가 6명으로 제한했다. 화랑협회에 따르면 VIP개막에는 전년 대비 약 5%증가한 4700여 명이 참석,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부스마다 젊은 작가 작품을 늘려 전시장은 밝고 쾌적하다. C, D홀을 사용하는 행사장은 전년 대비 넓어지면서 휴식 공간도 여유로워졌다. 5회째를 맞이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줌인)은 젊은 미술인재들이 대중 앞에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송지현, 심예지, 이성재, 이호준, 장수익, 최명원, 최혜연 등 총 10명의 작가가 공모를 통해 선발되어 저마다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다채로운 파트너십은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포르쉐 코리아가 작년에 이어 프로그램 파트너로 참여해 포토존을 운영하고 'Dreamers. On.(드리머스 온)' 수상자 1명에게 브랜드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첫 날 줌인 부스에서 진행된 아티스트 투어 행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이호준, 심예지, 최명원 등의 작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예년보다 젊어진 2024 화랑미술제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C홀과 D홀에서 7일까지 계속된다. 2024/04/04
천안 성성호수공원에 '미디어아트 영상관'…새 문예공간 충남 천안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에 빛과 영상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인 '미디어아트 영상관'이 들어선다. 천안시는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 영상관 구축 및 미디어아트 콘텐츠 제작’ 용역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시는 이날 박상돈 천안시장을 비롯한 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수보고회를 열어 영상관 설치 공간 활용과 타깃별 수요를 충족하는 콘텐츠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시는 오는 7월 중으로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 1층에 영상관을 조성해 호수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첨단 영상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상돈 시장은 “성성호수공원과 어우러지는 생동감 있는 미디어아트 콘텐츠와 영상관을 구축해 천안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2024/04/03
김해성, 그림에 디지털 입히다…광주 아크갤러리 전시 손그림과 디지털이 만나면? 디지털과 손그림을 융합한 서양화가 김해성의 '꽃각시-드로잉 위드 디지털'전이 5~14일 광주 동구 아크갤러리에서 펼쳐진다. 김해성은 평면 회화를 그리다가 최근 '디지털 회화' 영역을 개척하며 주목받고 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뒤 스마트폰 스케치 애플리케이션으로 색을 덧입힌다. 이후 디지털 출력을 해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 주제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과학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유토피아 세상을 꿈꾸는 디지털 그림들이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해성은 조선대평생교육원 전담교수이며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여러 미술전의 운영위원·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독일 쾰른아트페어와 중국 아트베이징 등 다수 전시에 참여했다. 김해성 교수는 "'디지털이 인간을 정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디지털 회화를 시작했다"며 "손그림의 따스함과 기계의 정확하고 차가운 면을 함께 표현했다"고 밝혔다. 2024/04/03
부산역에 '티니핑' 온다…코레일유통·SAMG엔터 업무협약 코레일유통은 지난 2일 인기캐릭터 '티니핑 월드'의 제작사 에스에이엠지(SAMG)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K-애니메이션과 철도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융합을 통해 한국의 K-콘텐츠를 알리고 새로운 체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12일까지 부산역에서 ‘티니핑 스테이션 in 부산’을 운영한다. 티니핑 스테이션 in 부산은 캐릭터 테마파크 콘셉트로 체험과 소비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양사는 향후 ‘캐치! 티니핑’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 개발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K-IP와 철도 모빌리티의 결합을 통해 여행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과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며 “철도역을 국민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채워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24/04/03
지하 극장서 보는 으스스한 전시…아트선재센터, '혀 달린 비' 어둡고 껌껌한 지하 극장 안은 으스스하다. 흑백 영화가 상영되고 한편에선 객석 의자를 넘나드는 여인과 곰 인형을 태우는 장면이 반복된다. 여자가 내는 소리는 마치 심령술사가 무언가를 불러내는 것 같은 분위기다. 아트선재센터가 처음으로 펼친 극장형 전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4일 개막한 '혀 달린 비'는 故 차학경의 제의 공간처럼 보인다. 세실리아 비쿠냐, 차연서, 제시 천, 나미라, 차학경의 작품을 선보인다. 극장 객석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무대에 올라가 직접 살펴볼 수도 있다. 전시를 기획한 문지윤 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젠더적 상황이 야기하는 트라우마로 인해 강요된 침묵을 깨뜨리며, 기억의 통로를 뚫어 내기 위한 시적 발화의 힘과 해방적 말하기의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전시 제목에서 사용된 '혀 달린'이라는 표현은 김언희 시인의 '보고 싶은 오빠'에서 빌려왔다. 이는 비쿠냐의 ‘비’와 결합되어 시 언어에 내재한 몸-감각을 강조하는 트리거로 작동한다. "'혀’는 먹고 마시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사용되는 동시에 이성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언어를 발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중적 존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혀는 시 언어의 변혁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참여 작가들의 공통된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상징어로 제시된다." 칠레 출신 시인이자 미술가 비쿠냐(76)가 재미 예술가였던 차학경(1951~1982)에게 헌정한 '소리로 꿈꾸는 비 (Rain Dreamed by Sound)'가 이번 전시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극장(아트홀)을 가득 채우는 비쿠냐의 사운드 설치 작업은 차학경의 영혼을 위로하는 헌시이자 노래다. 칠레와 한국에서 뉴욕으로 이민 온 비쿠냐와 차학경은 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페미니즘, 샤머니즘, 모계적 전통과의 연결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차학경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언어적, 문화적 분열과 회복의 과정을 글쓰기와 퍼포먼스, 영상 설치 작업을 했다. 1982년 시이자 소설인 '딕테(Dictée)'를 발표하고 미국 문화예술계에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 강간 살해당했다. 비쿠냐가 작품에서 말하는 ‘비’는 제어할 수 없는 힘으로 젠더 폭력의 잔존하는 악몽에 파동을 일으키고, 마른 땅에 단비와 같이 고통받는 영혼을 정화시키는 힘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비쿠냐와 차학경 사이의 대화와 위로는 세대를 넘어, 나미라, 제시 천, 차연서로 연결된다. 비쿠냐의 사운드 작품이 끝나면 무대 뒤 백스테이지에 설치된 나미라(41)의 비디오 작업 '테트라포비아(TETRAPHOBIA)'가 상연된다. 건축과 현상학에서 착안한 나미라의 영상 작품은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다 차학경의 미완성 필름 '몽골에서 온 하얀 먼지(White Dust from Mongolia)'에서 영감을 받았다. 텅 빈 영화관의 관객석을 타고 넘어 무대 위로 등장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차학경이 '몽골에서 온 하얀 먼지'를 위해 마지막 장면으로 구상한 이미지였다. 버클리 미술관의 협조로 한국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몽골에서 온 하얀 먼지'는 차학경이 1980년 한국에서 촬영한 필름이다.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완성되지 못하고 유작이 된 이 필름은 일본 식민 통치를 피해 만주로 건너간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바탕으로 만주에 사는 실어증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비쿠냐의 사운드 작품과 나미라의 비디오 작품 사이에 설치된 제시 천의 '탈언어화의 악보(천지문 and Cosmos, no. 042823)'는 드로잉 설치 작업과 함께 차연실의 콜라주 작품은 차학경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을 전달한다. 극장 객석 중간 천장에 달아놓은 그림들은 마치 '제의의 공간'처럼 이 전시를 관통한다. 예술이 죽음과 상실에 대한 치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업이다. 전시연계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오는 25일 제시 천 작가가 기획한 여성 상모돌리기 퍼포먼스가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의 영감을 주었던 김언희 시인에 대한 유사 비평서 '미친, 사랑의 노래'에 대한 북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관람료 1만원. 전시는 5월5일까지. 2024/04/03
레이코 이케무라 국내 첫 미술관 전시…'Light on the Horizon' 개인전 이질적인 소재의 융합으로 주목받는 현대미술작가 레이코 이케무라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 ‘Light on the Horizon’이 3일부터 8월 4일까지 대전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HEREDIUM)에서 열린다. 레이코 이케무라는 1979년 스위스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40년간 전 세계 29개국에서 500회 이상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대미술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파리의 퐁피두 센터, 스위스의 바젤 미술관, 일본의 도쿄국립현대미술관 등 저명한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그의 작품 키워드는 ‘양면성’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현실세계와 정신세계의 연결 등 서로 다른 면을 가진 개념을 연결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는 작가에게 중요한 예술적 모티브인 ‘Horizon’이다. 바다가 하늘을 만나는 지점인 수평선과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지평선, 희랍어로 ‘한계’를 어원으로 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는 스페인에서 미술 공부를 했고, 스위스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해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화교류의 융합과도 같은 작가의 생애를 통해 알 수 있듯 작가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등 이질적인 분야를 통합해 낯선 상상의 공간을 탄생시키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다양한 경계를 흐릿하게 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역할이 작가에게는 바로 ‘Horizon’ 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의 최신작 총 31점으로 구성됐다. 회화부터 조각, 설치작품 등 다양한 작품군을 통해 수평선 위에 빛이 내려앉는 순간(Light on the Horizon)과 평원을 염원하는 작가의 위로를 담았다. 비현실적이고 무한한 공간감을 가진 배경과 인간-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상 등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세상 너머 존재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레이코 이케무라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질적인 것들을 융합하는 매력은 전시장소인 헤레디움의 특수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헤레디움은 1922년에 만들어진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복원한 건물이다. 근대적 문화유산이라는 과거의 공간에서 동시대적인 다양한 현대미술을 만남으로써 관람객은 시공간의 확장과 융합을 경험할 수 있다. 2024/04/03
개관 30주년 앞둔 경기도박물관 "평생학교·놀이터로 탈바꿈" 경기도박물관이 오는 2026년 개관 30주년을 앞두고 '유물과 놀며 배우는' 평생학교이자 놀이터로 탈바꿈한다. '재개관' 수준의 프로그램과 공간 전면 개편 통해 2026년 50만 명, 2030년 100만 명의 관객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 관장은 2일 관장실에서 기자정담회를 열고 "박물관의 30년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내다보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경기도박물관은 1996년 개관 이래 '신박물관운동'의 발상지이자 '미래문화의 제너레이터'로서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 도박물관은 '주먹돌도끼'부터 고려 조선의 사경 도자 복식 초상 서화는 물론 'DMZ'까지 선사, 역사, 현대를 관통하는 다층적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국보 보물 50여 점을 포함해 모두 6만여 점에 달한다. 개관 30년을 앞둔 2024년, 도박물관은 전국 유일무이한 도립박물관이자 '중심'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했다. 그 결과 30년 역사를 되새김질하고, 유물·전시·교육·커뮤니티 등 모든 프로그램의 격을 높이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 관장은 이날 30년 박물관 성과를 토대로 '관객' 입장에서 재개관 수준으로 전면개편하겠다는 'GGPM(Gyeonggi Province Museum)' 브랜드화 방침을 발표했다. 유물의 보존과 전시를 넘어 관객이 주인이 돼 '유물과 놀며 배우는', '신물아일체'의 평생학교이자 놀이터로서 대전환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50만, 2030년 100만 관객 유치를 목표로 향후 30년 '선진경기문화복지', '신문화국가'의 중심지로서 경기도와 경기도박물관이 재탄생한다. 먼저 상설전시에서는 '선사-역사-근현대'의 시대 흐름을 기저로 주제별 보물급 유물을 하나의 공간에서 구현한다. 1700여 점의 상설전시 유물을 대폭 구조조정하고, 시대별 보물을 일관된 공간에서 360도 다면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기획전시는 지난 30년 동안 진행한 120여 건의 특별전을 '경기=세계'라는 키워드의 세 갈래 시리즈물로 전환한다.▲도내 31개 시·군과 서울의 역사를 통해 경기의 현재와 미래 전망까지 문제 삼는 '경기천년만년' ▲일제강점과 6·25전쟁의 결정인 남북분단 문제를 자유민주와 공산사회주의 세계의 화평으로 풀어내는 전시·학술·공연 일체의 축제프로그램 'DMZ 평화프로젝트' ▲중국과 일본은 물론 인도와 아랍, 동남아시아, 유럽·미국 등 서구권, 제3세계를 잇는 '경기=세계' 국제교류전 등이다. 학술분야에서는 지식 전달에 치중한 기존 '박물관대학'을 유물과 관객이 직접 대화하는 방식의 'GGPM문명강화'로 전환하고, '경기도박물관 30년, 온 길과 갈길-예술과 정치가 하나 되는 신문화국가 창조'를 주제로 국제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규방공예, 민화, 찾아가는 박물관, 교원·공무원 연수, 어린이·청소년 체험교실 등 개별적인 커뮤니티 활동과 경기뮤지엄파크홀과 야외에서 벌어지는 플리마켓, 버스킹공연, 영화 등도 'GGPM예술학교'로 확대 개편된다. 또 유물은 '콜렉션위원회'를 신설해 국보·보물급의 경기도박물관 필수유물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 밖에 ▲현행 도서자료실을 아카이브실로 이전복원 ▲카페와 같은 휴게공간 확보 ▲수장고 전실(前室)을 어린이박물관 수장고로 유물이전 ▲장애인 이동 엘리베이터 신규 설치 등 공간 전환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동국 관장은 "기계시대 변화에 걸맞은 학예 차원의 최고격의 변화된 프로그램 기획을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26년 개관 30년을 기점으로 유물, 전시, 학술, 교육, 아카이브 등 모든 프로그램을 대전환시켜 경기도박물관의 본래 모습과 위상 회복은 당위를 넘어 박물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또 "‘노소동락(老少同樂·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즐김)'하는 도민의 예술학교이자 평생 놀이터로서 뮤지엄 본연의 일을 수행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 이 모든 박물관 활동은 '도박생중계' 유튜브로 온라인에서도 관객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