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 거장' 알폰스 무하, 체코 국보 11점 등 143점 서울로 “예술가는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ary)을 가져야 한다.” '아르누보 거장' 체코 예술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1860~1939)가 남긴 이 문장이, 100년의 시간을 건너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 ‘알폰스 무하: 빛과 꿈(Alphonse Mucha: The Artist as Visionary)’이 오는 8일부터 2026년 3월 4일까지 더현대서울 알트원(ALT.1)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체코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반출 허가를 받은 국보 11점을 포함해 유화 18점, 석판화, 드로잉, 조각, 보석 등 총 143점의 걸작을 선보인다. 그 중 70여 점은 국내 최초 공개작으로, 유화 '희망의 빛', '슬라비아', 조각 '자연의 여신' 등이 포함된다. ◆아르누보 거장 알폰스 무하 체코 남모라비아 지방의 작은 마을 이반치체(Ivančice)에서 태어난 무하는 20세기 전환기에 근대 디자인의 토대를 세운 국제 예술운동 아르누보(Art Nouveau)의 상징적 인물이다.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자연의 유기적 곡선, 식물의 형태, 여성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은 유려한 선(線)의 미학이 특징이다. 19세기 산업화가 낳은 차가운 기계미에 맞서, 예술을 다시 인간의 감각과 자연의 질서로 되돌리려는 감성의 반격이었다. 1890년대 파리에서 제작한 포스터로 시각예술의 새 장르를 열었고, 매혹적인 여성상과 유려한 곡선, 세밀한 구성, 실험적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해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이라는 독창적 시각언어를 완성했다. 그의 포스터는 단순한 장식미를 넘어, 예술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음을 증명한 혁명적 매체였다. 1894년 겨울, 파리의 전설적인 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새 연극 ‘지스몽다(Gismonda)’의 포스터를 의뢰하며 무하의 운명은 바뀌었다. 그가 완성한 '지스몽다'는 세로로 긴 화면과 황금빛 색조, 정적인 포즈, 그리고 아라베스크 무늬로 이루어진 독창적 디자인으로 프랑스 전역을 사로잡았다. 거리마다 포스터가 붙자 파리는 순식간에 ‘무하 스타일’의 열풍에 빠졌다. 파리에서의 성공을 뒤로한 무하는 조국 체코로 돌아와 예술을 통해 민족의 이상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그 결실이 바로 스무 점으로 이루어진 대작 연작 '슬라브 서사시(The Slav Epic)'다. 이 작품은 슬라브 민족의 역사와 자유, 신앙, 인류애를 담은 기념비적 회화로, 무하의 예술적 비전과 철학이 응축된 결정체다. 그는 “예술은 민족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 믿으며, 아름다움 속에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새겼다. ◆무하트러스트와 함께한 특별 협력 이번 전시는 무하의 예술철학과 유산을 지키는 공식 신탁기관 ‘무하트러스트(Mucha Trust)’의 협력으로 기획됐다. 무하의 손자이자 트러스트 대표 존 무하(John Mucha)와 큐레이터 도모코 사토(Tomoko Sato)가 직접 참여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패밀리 컬렉션에서 엄선된 유화 18점을 비롯해 석판화·드로잉·조각·보석 등 총 143점을 선보인다. 주최주관사인 액츠매니지먼트는 "체코 국보로 지정된 11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정부와 EU가 공동 승인한 반출 허가 절차를 거쳐 국내에 들여왔다고 밝혔다. 또한 "무하를 사랑하는 한국 관람객을 위해, 프라하에서도 보기 어려운 유화 18점이 체코와 런던에서 특별 공수되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익히 알려진 무하의 작품 중, 회화적 감수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유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프라하의 ‘무하 하우스’도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무하 하우스는 3대째 무하의 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개인저택으로, 미공개 작품과 습작, 그리고 화가 폴 고갱이 연주하던 하모니움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2025/11/03
콘진원, 국립경주박물관서 '신라의 천년 울림' 전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6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정문 일대에서 디지털 문화유산 콘텐츠 '신라의 천년 울림'을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2일 가로 50m, 높이 4m 규모의 초대형 미디어월을 통해 공개된 '신라의 천년 울림'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한 전시다. 문화유산기술연구소(TRIC)가 신라 왕경의 공간 데이터를 실시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고, 덱스터스튜디오가 성덕대왕신종의 입체적 공명과 신라의 울림을 웅장하게 구현했다. 이번 콘텐츠는 APEC이 지향하는 연결·혁신·번영의 가치를 주제로 한다.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매개로 고대 국제도시 서라벌이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와 교류하던 정신을 오늘날의 경주로 이어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상은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으로 서막을 연다. 이어 신라왕경의 여명과 함께 황룡사 9층 목탑 등 당대 최고의 기술이 응집된 건축물을 통해 '혁신'을, 격자형 도로망으로 연결된 계획도시 서라벌을 통해 '연결'을, 신라 전성기의 찬란함을 통해 '번영'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경주에서 시작된 울림이 지구 상공으로 퍼져 나가며 태평양을 중심으로 세계와 공명하는 장대한 여정으로 마무리된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이번 전시는 신라의 천년 역사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K-콘텐츠의 혁신적 면모를 선보이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문화유산의 가치와 첨단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5/11/03
도봉구, 인공지능 축제 'AI가 온(ON) 도봉' 연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는 오는 8일 도봉구청 2층 선인봉홀에서 'AI가 온(ON) 도봉'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주민이 인공지능과 스마트 기술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 교육장이다. 행사는 인공지능 체험존과 디지털 체험존으로 나눠 운영된다. 인공지능 체험존에서는 인공지능 필터를 활용해 사진을 인화하는 '인공지능 미러포토'와 인공지능 로봇 기능을 체험해 보는 '인공지능 로봇체험'이 운영된다. 챗지피티(Chat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체험 행사를 비롯해 인공지능 슬로모션으로 회전 영상을 촬영해 특별한 사진을 남겨보는 '360플레이포토'가 마련된다. 디지털 체험존에서는 최신 기술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다. 드론을 조종해 게임을 해보는 '팝드론', 동작 제어기를 이용해 가상세계를 체험해 보는 '가상현실(VR) 올림픽', 상대방 음성을 실시간 문서로 변환해 자막으로 제공하는 '스마트글래스'가 운영된다. 동작인식밴드로 케이팝(K-POP) 댄스를 체험해 보는 '모션인식 댄스 체험'과 어르신이 직접 키오스크를 조작해보는 '테이블오더 키오스크'가 마련된다. 지역 미래상을 환기하는 'AI 미래도봉 그리기 대회' 공모전 시상식과 당선작 전시회도 열린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주민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직접 체험하면서 스마트 기술이 우리 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1/03
아르코 '예술후원인의 밤’…미술품 자선경매·선우예권 공연 예술의 생명은 결국 ‘이어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아르코·ARKO)는 지난 10월 30일 제13회 ‘2025 ARKO ARTS NIGHT – 예술후원인의밤’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예술을 잇다(Weaving the Arts)’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예술가와 후원자의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진 자리로, 국내외 예술 후원자와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100여 명이 함께했다. ◆예술과 후원의 ‘선순환’ 약속 올해로 13회를 맞은 ‘예술후원인의밤’은 단순한 감사의 자리가 아니라, 예술후원 기금 조성과 민간 후원 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갈라로 기획됐다. 정병국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더 나은 내일을 함께 꿈꾸게 하는 힘”이라며 “오늘의 행사는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약속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 출범한 공식 후원 멤버십 ‘ARKO ARTS SOCIETY’를 소개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연대가 젊은 예술가들의 길을 밝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대를 잇는 예술, 자선경매로 ‘Generation, 예술을 잇는 연대’를 주제로 한 자선경매에는 가나아트, 국제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현대 등 주요 갤러리와 재단 14곳, 작가 24명이 참여했다.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같은 거장부터 김선우, 이피(이휘재) 등 젊은 세대 작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출품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김윤신은 “예술의 뜻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며 경매 대신 기부를 택해 감동을 더했다. 김선우 작가는 “창작의 불씨가 타오를 수 있도록 미래 세대 작가의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선우예권의 손끝에서 흐른 후원의 선율 이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를 전곡 연주하며, 음악으로 후원자들과 교감했다. 그는 공연 사례비 전액을 K-ARTS 펀드에 기부하며 “예술의 시간은 다음 세대를 향할 때 완성된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행사의 모든 수익금은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과 해외 교류를 지원하는 K-ARTS 펀드로 전액 사용된다. 아르코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예술과 후원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 기반을 한층 공고히 다졌다고 밝혔다. 2025/11/03
한국전통문화대, 전통미술공예학과 졸업전시 '전통을 전하다' 개최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오는 24일까지 전통미술공예학과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선보이는 '전통을 전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조각 ▲전통섬유 ▲전통도자 ▲전통회화 등 4개 전공 분야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조각 전공은 소조불상과 건칠불상 등 불교조각 작품을 비롯해 금속공예와 칠보공예를 접목한 함과 장신구, 전통짜임을 활용한 사방탁자, 자개와 옻칠을 활용한 작품과 와불상 등 다양한 창작 작품을 전시한다. 전통섬유 전공은 우리나라의 전통복식 재현을 중심으로, 복식 제작의 첫 단계인 직조부터 실제 복식을 완성하기까지의 전통 제작과정을 연구한 결과물을 공개한다. 전통도자 전공은 보물 '분청사기 상감모란당초문 장군' 등 실제 국가유산을 소재로 한 재현품과 생활 속 도자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창작품 등 전통 도자의 확장된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들을 내놓는다. 전통회화 전공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불교회화의 모사와 창작 작품, 전통안료를 활용한 전통채색화와 현대적 창작회화 등을 통해 전통회화의 계승과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졸업 작품 발표를 넘어, 미래의 전통미술공예 전문가로 성장할 학생들이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시대와 소통하는 예술 실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전통미술공예의 계승자이자 국가유산 보존·활용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체계적인 교육과 실무 중심의 지원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5/11/03
내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숲·매헌시민의숲서 180일간 열린다 서울시는 매년 도심 대표 공원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내년에는 '천만의 정원'을 부제로 서울숲 일대에서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180일 동안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와 함께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매헌시민의숲에서도 10월 한 달간 참여와 치유의 정원을 조성하는 축제를 연다. 행사장 규모는 역대 최대다. 공원 면적 기준 약 20만평에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로 특색 있는 경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장 외 성수동 등 주변 도심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성수동 등 주변 도심과 한강, 중랑천·양재천 등 지천변까지 활용해 정원을 조성하고 연결한 '도심형 정원 페스티벌'이 열린다. 주 행사장인 서울숲은 자연과 생태를 최대한 살린 정원으로 조성한다. 다양한 나무로 탄소 중립과 생물 다양성을 강화하고 인공물보다 자연 소재를 우선 활용한다. 폐목재 등 순환 자원 활용을 장려할 계획이다. 서울숲 인근 성수동 일대 골목과 자투리땅에 도심형 정원을 조성한다. 한강·중랑천 수변 공간까지 범위를 넓혀 계절별 경관을 조성한다. 서울숲 진입부와 중앙 잔디 광장을 주요 행사와 정원산업전, 초청작가정원 등이 펼쳐지는 중심 공간으로 조성한다. 유수지 인근은 물가에서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감성 정원으로 변화시킨다. 한강시민공원과 중랑천놀빛광장 등은 강을 볼 수 있는 조망 정원 등을 조성한다. 서울 대표 거리공연 '구석구석라이브'와 다양한 예술 공연을 선보이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스테이지'가 행사 기간 중 서울숲 일대에서 열린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매헌시민의숲에서도 내년 10월 1일부터 27일까지 가을 특별 축제가 열린다. 매헌시민의숲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 개원해 내년 40주년을 맞는다. 한국 최초로 숲 개념을 도입한 공원이다. 매헌시민의숲에서는 인근 서초문화예술공원과 양재천·여의천으로 정원 조성 범위를 확대한다. 올해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12만평 규모 부지에 111개 정원을 운영했다. 10일 만에 111만명이 다녀갔다. 주변 상권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8% 증가했고 정원마켓은 총 매출액 2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1000만명 이상이 찾은 국제정원박람회를 내년에는 세계인이 즐기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스토리 담은 수준 높고 다양한 정원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보는 즐거움을 넘어 치유과 힐링의 기능을 더한 국제정원박람회를 완성해 '정원도시 서울'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2025/11/03
프랑스 설치사진작가 조르주 루스, 27년 만에 개인전 서울의 기억을 사진으로 새긴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Georges Rousse, 78) 가 27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았다. 공근혜갤러리는 1998년 루스의 한국 첫 전시를 소개했던 인연을 기념하며, 오는 21일부터 12월 13일까지 그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변화를 예술로 기록해온 작가의 오랜 여정을 되짚는 자리다. 전시에는 1990년대 서울 청계천 황학동 재개발 현장을 배경으로 한 '서울, 1998' 시리즈 2점과, 현장 설치 작업 구상 과정에서 제작된 수채화 드로잉 신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27년 전의 '서울, 1998'은 급격히 변화한 서울의 풍경 속에서 사라진 장소의 기억을 복원하는 시각적 아카이브로 평가된다. 루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1998년 처음 서울을 방문해 철거를 앞둔 낡은 양옥집 외벽에 붉은 원을 그렸습니다. 나에게 붉은색은 사진에 필요한 태양빛, 그리고 사라지는 공간을 위한 인사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의 '서울, 1998'과 더불어, 성곡미술관 30주년 기념전에서 선보인 신작 '서울, 2025' 사진 작품과 수채화 드로잉도 함께 공개된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지에서 진행된 설치 사진 6점과 드로잉 17점이 더해져, ‘시간과 공간의 시학(詩學)’을 구축하는 루스 예술의 궤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공근혜갤러리는 “이번 전시는 도시의 변화를 예술적 언어로 기록한 작가의 40년 여정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억의 풍경’을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11/03
한복, 중국 문화권 진출… 사비나미술관·우문화박물관, 한중 복식예술교류전 한복이 중국 문화권에서 예술로 다시 태어났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 위치한 국립기관 우문화박물관(吴文化博物馆)에서 한중 복식예술교류전 ‘옷, 예술이 되다 服之艺’를 개최한다. 10월 3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한국의 사비나미술관과 중국의 우문화박물관, 쑤저우 실크박물관 등 주요 문화기관 3곳이 전통복식을 주제로 공동 기획한 국제 문화예술 교류 프로젝트다. 전시가 열리는 쑤저우 우문화박물관은 중국 오(吳)지역의 문화를 연구·전시하는 국립문화기관으로, 고대 오나라 문명과 실크문화의 본거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한복이 현대미술 언어로 소개된다는 점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 확대와 한·중 문화교류의 심화를 상징한다. 전시에는 총 17인의 한국 작가가 참여해 한복의 소재, 문양, 색, 도안, 형태 등 전통적 요소를 탐구하고 이를 현대미술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창겸, 이이남, 박인옥, 정연두, 이세경 등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조형 감각으로 한복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변주하며,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예술적 지평을 펼친다. 사비나미술관은 "개막행사에는 5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며 특히 김창겸·이이남 작가의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우문화박물관 외벽(4층 높이)에 투사되어 관람객의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박물관 역사상 최초의 미디어파사드 상영으로, 전통복식이 미디어아트로 확장되는 장면은 ‘예술로서의 한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전통복식은 의복을 넘어선 생활철학이자 정신문화의 정수이며, 이번 전시는 한국과 중국이 각자의 전통을 예술로 재해석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한복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한국문화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세계무대에 알리고, 동아시아 전통이 오늘날 새로운 예술 언어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2026년 1월 25일까지 열린다. 2025/11/03
한화문화재단, 뉴욕에 한국 기업 최초 전시공간 개관 한국 예술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 뉴욕의 중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펼친다. 한화문화재단은 오는 11월 7일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에 비영리 전시공간 ‘스페이스 제로원(Space ZeroOne)’을 개관한다. 이곳은 한국 기업 산하 문화재단이 뉴욕에서 직접 운영하는 유일한 전시공간으로, 한국 동시대 예술의 국제적 확산과 글로벌 창작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총 326㎡ 규모로, 트라이베카 중심가 1층에 자리해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전시, 커미션, 공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스페이스 제로원의 첫 전시 ‘Contours of Zero’는 기술, 물질성, 문화 정체성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한국 신진 작가 8인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한화문화재단의 ‘영민 해외 레지던시 지원’ 프로그램 출신 백정기, 유지영, 지희킴을 비롯해 박정혜, 서진호, 송민정, 오가영, 홍기하 작가가 참여한다. 이성수 한화문화재단 이사장은 “‘스페이스 제로원’은 뉴욕 현대미술계에서 한화문화재단의 존재감을 확립할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작가들의 창작 여정이 ‘Zero’에서 ‘One’으로, 나아가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장 중층 라운지에는 홍승혜 작가의 ‘메자닌 라운지(Mezzanine Lounge)’가 함께 공개된다. 작가의 기하학적 추상 오브제로 구성된 공간은 ‘사용 가능한 예술’을 실험하며, 관객이 머무르고 교류하는 새로운 유형의 예술 경험을 제안한다. 한화문화재단은 이번 개관을 계기로 한국 예술가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뉴욕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예술 네트워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2025/11/03
차경(借景), 마음이 창이 되는 순간[박현주 아트에세이 ②] 가을의 희원(熙園)은 빛을 잘 안다. 호암미술관 언덕 아래,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로 가득 찬 미술관 뒤편에 조용히 숨 쉬는 정원이 있다. 빛이 머무는 법을, 그리고 물러나는 법을 아는 곳. 햇살은 격자문 사이로 고요히 흘러내리고, 단풍은 스스로 제 색을 찾아 들어온다. 그곳에서는 누군가 풍경을 만들지 않는다. 세상이 스스로 걸어 들어올 뿐이다. 나무 한 그루, 기둥 하나, 창살 사이의 틈새까지 모든 것이 프레임이 되고, 그림이 된다. 그림을 그린 이는 없지만 풍경은 언제나 완성돼 있다. 이곳이 ‘차경(借景)’의 정원이다. ‘경치를 빌린다’는 말은, 사실은 마음을 빌려준다는 뜻이다. 바라보는 순간, 그 풍경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나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희원의 창은 그 사이의 경계를 지운다. 안과 밖, 인간과 자연, 보는 자와 보이는 것,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바람이 지나가면 풍경이 바뀌고, 구름이 머물면 시간이 느려진다. 희원은 그 모든 변화를 조용히 품는다. 단풍이 지는 날조차 아름다운 이유는 그 잎새 하나에도 세월이 잠시 머물기 때문이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언제나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희원의 방식이고, 차경의 마음이다. 꾸미지 않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완성된 미학. 그래서 희원은 정원이 아니라 하나의 눈이다. 계절을 바라보는 눈, 자연을 듣는 귀, 그리고 잠시 세상을 빌려 마음을 비추는 거울. 보는 일이란, 결국 마음이 세상을 빌려 쓰는 일이다.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