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오코쿠메, 다시 서울에…동반자 폴 세구라와 국내 첫 2인전 말랑한 곡선, 또렷한 눈망울, 대담한 색. 귀엽고 감각적인 이 이미지 속엔 묘한 낯섦이 있다. 마치 팝아트와 고전회화가 뒤섞인 듯한 감각. 스페인 출신 글로벌 작가 오코쿠메(40)의 세계다. 지난해 첫 한국 개인전에서 전 작품이 완판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오코쿠메가 오는 7월 18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위치한 PBG에서 다시 등장한다. PBG는 이번 전시 'Two Voices, One Path'는 그녀의 평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협업자 폴 세구라(Pol Segura)와 함께하는 2인전으로, ‘나눔’과 ‘공존’의 의미를 회화로 풀어낸다고 전했다. 전시는 두 작가가 20년간의 삶을 함께하며 이뤄낸 감정의 균형과 시각적 연대에 주목한다. 작업실 안에서 공유해온 예술적 긴밀감이 이번에는 전시 공간으로 확장된다. 제목 그대로 ‘두 개의 목소리, 하나의 길’이다. 총 23점의 신작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에서 오코쿠메의 시그니처 캐릭터 ‘코스믹 걸(Cosmic Girl)’은 내면의 정서를 투영하는 안내자로 다시 등장한다. 오코쿠메의 회화는 시각적으로는 팝의 외형을 띠지만, 몽환적으로 중첩된 붓질과 여백, 감정의 흐름은 고전회화의 정서적 깊이를 떠올리게 한다. 폴 세구라는 추상적 색면과 드로잉, 감각적인 리듬의 구성으로 오코쿠메의 회화와 균형을 이룬다. 이질적인 두 작가의 작품은 충돌보다 공존을 향하며, 개별 언어가 모여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오코쿠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문 Llotja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파리, 베를린, 로스앤젤레스, 홍콩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양조위, 애드리안 챙 등 세계적 컬렉터들에게 소장되며 일찌감치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최근 홍콩에서 발매된 한정 에디션이 릴리즈 직후 완판되며 그 인기를 다시금 입증했다. 2025/06/28
심상용 관장 "추상미술은 보이는 것에 갇히지 않으려는 예술" “모든 추상미술은 세계와 세계 너머 사이에서 진리와 선(善)의 감각을 성취하려는 시도다.” 서울대학교미술관 심상용 관장은 추상이 더 이상 초월적 관념의 유희가 아니며, 몸과 감각, 사회와 물질에 깊이 뿌리내린 사유 방식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서울대미술관은 전관을 활용한 기획전 '도상(途上)의 추상(抽象)-세속의 길에서 추상하다'를 개최했다. 전시는 오는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관념의 영역에 고립되어 있던 추상을 ‘길 위’로 끌어내려 현실에 밀착된 언어로 다시 풀어낸다. “추상미술은 ‘보이는 것을 부정하는 예술’이 아니라, ‘보이는 것에 갇히지 않으려는 예술’”이라는 전시 서문처럼, 이들은 세속의 한복판에서 출발한 인식의 지층을 통해 동시대 추상의 구체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 17인의 작가, 감각의 지층을 걷다 회화, 사진, 설치를 아우르는 17명의 작가는 추상을 감각의 언어, 기억의 조형, 시간의 구조로 해석한다. 참여 작가는 김서울, 김아라, 박경률, 박미나, 박정혜, 송은주, 심우현, 심혜린, 안종대, 양자주, 이은경, 이창원, 이희준, 조경재, 조재영, 차승언, 최영빈 등이다. 각 작가는 독자적인 추상 언어를 펼친다. 김서울과 박미나는 회화의 물질성과 도구를 해체하며 그 존재 이유를 묻고, 김아라와 이희준은 건축과 도시의 기억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재조형한다. 박경률, 송은주, 심우현, 심혜린은 파편화된 서사와 감정의 리듬을 회화적 제스처로 번역하고, 안종대, 양자주, 이은경은 시간의 흔적이 겹쳐진 층위로 추상의 물성을 조망한다. 산업 재료와 조명으로 감각적 공명을 일으키는 이창원, 이미지와 공간 관계를 조형적으로 재배열하는 조경재·조재영, 직조 오류와 연산 구조를 탐구하는 차승언과 최영빈까지, 17개의 고유한 추상은 하나의 지도 위에서 현실과 비현실, 감각과 사유 사이를 횡단한다. 알다가도 모를 추상미술, 그러나 알고 보면 보인다. 서울대학교미술관 심상용 관장은 “추상미술의 언어는 알파벳 형태로만 주어진다. 우리가 보는 것은 마치 인쇄된 글자의 낯선 형상과 같다”고 말한다. “신문을 거꾸로 든 채로는 읽을 수 없다. 다시 뒤집어야 단어가, 의미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뒤집기’ 자체가 추상의 감상을 창작만큼이나 흥미롭고, 동시에 도전적인 경험으로 만든다”며 “이번 전시가 그 탐사를 위한 의미 있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는 7월 4일 김희영·최태만 교수의 연계 강연이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5/06/28
테이트가 쏘아올린 질문…‘예술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영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 테이트(Tate)가 새로운 ‘생명줄’을 꺼냈다. 테이트는 최근 1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2580억 원)를 목표로 한 영구기금(endowment) 프로젝트 ‘Tate Future Fund’를 공식 출범하며, 장기적인 재정 자립 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 기금은 테이트의 전시, 연구,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원금은 보존하고 운용 수익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주요 미술관들이 운영해 온 영구기금 모델을 채택한 이번 결정은, 적자 예산을 감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미술관’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25주년을 맞은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에서 열린 갈라 행사에서 롤런드 러드(Roland Rudd) 이사회 의장이 기금 조성을 공식 발표했고, 이날만 100만 파운드가 모금됐다. 현재까지 총 4300만 파운드가 확보된 상태다. 26일 열린 갈라에는 팝 밴드 펫숍보이스와 배우 구엔돌린 크리스티가 공연을 선보였고, 미슐랭 셰프 루씨 로저스가 준비한 만찬이 테이트 트러스트 후원자들에게 제공됐다. 테이블보와 냅킨은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과 디자이너 피터 새빌이 디자인해 행사의 정체성을 더했다. 테이트 관장 마리아 발쇼는 “이 기금은 우리가 지금 당장 구멍을 메우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해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미국의 대형 미술관들이 이런 기금으로 유연성을 확보해온 만큼, 테이트 역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테이트는 2024~2025년 회계연도에 적자 예산을 승인한 상태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관람 수익과 자생적 수입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테이트는 영국 내 4개관(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을 운영하며, 국고 지원 외에도 유료 전시, 멤버십, 카페·숍 수익, 후원금 등으로 재원을 충당해 왔다. 테이트의 컬렉션 전시는 무료 관람이 원칙이며, 발쇼 관장은 “무료 입장은 테이트의 정체성”이라며 향후 유료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컬렉션은 국민의 것이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짜 전시’는 공짜가 아니다…테이트의 기금 실험이 던지는 질문 테이트의 행보는 단순히 해외 미술관의 재정 뉴스로 그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재정 압박에 직면한 것은 한국의 공공 미술관도 마찬가지이지만, 영구기금이나 구조적 수익모델을 갖춘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하거나 일회성 후원에 기대는 구조로, 장기적인 자립 기반은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테이트는 기부금 사용의 윤리성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모든 기부금은 윤리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기업 후원의 사회적 책임 논란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다. 한국 미술관 역시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외부 자본과의 접점을 보다 투명하고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예술계에선 이번 기금 조성이 “적자 보전이 아닌 창의적 재정 구조 설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실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2025/06/28
깜짝 ‘취향가옥’ 확장판…디뮤지엄, '남의 집' 800점 전시 시즌 1보다 더 짙어진 취향, 더 다양해진 '남의 집'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D MUSEUM)이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선보이는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는 지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취향가옥’의 확장판이다. 백남준·이우환·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대림문화재단의 대표 소장품은 물론,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개인 컬렉터의 프라이빗 컬렉션까지 합류하며 총 8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세계적 거장과 신예, 전통 공예와 파인아트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 스며들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전시는 ‘집’을 모티브로 구성된 세 개 층, 세 가지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구성된다. 각 층은 서로 다른 콘셉트의 하우스로 선보여 누군가의 집을 보듯 예술을 ‘사는’ 경험을 제공한다. ◆더 짙어진 취향, 더 다양해진 작품 먼저 2층 ‘스플릿 하우스(SPLIT HOUSE)’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스터피스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김창열의 1979년 작 '물방울 ENS 204'와 '회귀 SH97017'을 비롯해,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이우환의 대작 '바람과 함께'(1992), '조응'(1993)이 베이지·브라운 톤의 공간 속에 펼쳐진다. 여기에 피카소, 이정진, 권영우, 토리 베그, 이봉열, 최선희 등 각기 다른 매체의 작품들이 더해져 단정하고 품격 있는 미감으로 조화를 이룬다. 3층 테라스 하우스(TERRACE HOUSE)는 모노톤을 테마로 구성된 고요한 감성의 공간이다. 김영택의 섬세한 펜화 작업, 하종현의 1993년 작 '접합 93-011'과 '접합 93-024' 등 흑백의 회화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며, 주명덕·조르쥬 루쓰·요아킴 슈미트·올라퍼 엘리아슨의 사진 작품들이 미묘한 농담으로 공간을 채운다. 코엔 테이스, 한홍일, 김웅 등 현대 조형 작가들의 작품 또한 절제된 선율을 이루며 한층 정제된 무드를 만들어낸다. 4층에 위치한 듀플렉스 하우스(DUPLEX HOUSE)는 강렬한 색채와 유쾌한 감성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백남준의 대표작 '사과나무'와 '즐거운 인디언'이 나란히 등장하며, 로이 리히텐슈타인, 사라 모리스, 김기린, 박미나, 김보현, 파스칼 몽테이, 홍승혜, 이미혜 등의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와 더불어 유르겐 텔러, 파올로 라엘리, 더그 드부아 등 대림문화재단이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사진작가들의 대표작도 다시 선보인다. ◆‘취향의 컬렉션’으로 확장된 집 이번 전시는 여러 측면에서 시즌 1을 뛰어넘는 확장을 시도했다. 작품 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외부 컬렉터들의 소장품이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특히 카우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서브컬처와 팝아트 아이콘 관련 수집품, 희소한 빈티지 미니카와 레트로 서핑보드, 넥타이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600여 점의 오브제 컬렉션이 전시되며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양승진, 김현희, 이재하 등 국내 신진 작가들의 감각적인 디자인 가구와 전통 공예품도 함께 선보이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입체적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된다. 가구, 조명, 회화, 공예, 사진이 경계를 넘나들며 한 사람의 삶과 취향을 큐레이션하는 과정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디뮤지엄 측은 “'취향가옥 2'는 예술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 방식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상상력을 제시한다”며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컬렉팅에 대한 영감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관람료 6000~1만2000원. 2025/06/27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레고 쥬라기월드 특별 전시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이성헌)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글로벌 완구 브랜드 레고코리아가 손잡고 다음 달 1일부터 31일까지 특별 전시와 체험을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영화 쥬라기월드의 공룡 세계를 레고로 재현한 전시와 교육, 놀이가 마련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쥬라기월드가 나타났다'라는 주제 아래 레고 쥬라기월드 시리즈 모형 6종과 대형 티렉스 모형이 박물관 1층 중앙홀에 전시된다. 박물관 2층 생명진화관 내 공룡 골격 표본, 화석 전시와도 연계된다. 포토존 인증 이벤트, 공룡알 게임, 공룡 전문 연구가 박진영 박사 강연과 레고 조립 체험이 결합한 행사가 마련된다. 쥬라기월드 디자인이 적용된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입장권이 2만장 한정 발행된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이번 특별전이 대중성과 콘텐츠가 결합한 민관 협업의 좋은 사례"라며 "많은 관람객에게 공룡과 자연사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6/27
미술품 경매시장, 5년 내 최저…총거래액 작년보다 37% 감소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총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고, 낙찰률과 최고 낙찰가 모두 하락했다. 시장 전반의 침체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는 27일 발표한 ‘2025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결산’ 자료에서, 올해 1~6월 경매시장 총거래액이 약 57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917억 원 대비 345억 원(37%) 감소한 수치로,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상반기 거래액을 보면 ▲2021년 1438억 원 ▲2022년 1446억 원 ▲2023년 811억 원 ▲2024년 917억 원으로 꾸준한 하락세가 이어졌다. 낙찰률도 48.77%로 떨어지며, 2021년(65.4%)과 2022년(65.3%)의 호황기 대비 15%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출품작 수는 1만784점으로 전년보다 261점 줄었고, 낙찰작 수는 5259점으로 250점 감소했다. 작가별 낙찰총액 1위는 이우환으로, 상반기 약 39억 원(낙찰률 52%)의 성적을 거뒀다. 2022년 이우환의 상반기 낙찰총액은 200억 원으로, 현재는 그 5분의 1 수준이다. 뒤를 이어 ▲이배(36억 원, 64.6%) ▲김환기(25억 원, 60.0%) ▲김창렬(22억 원, 69.6%) ▲박수근(17억 원, 62.5%)이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한국 작가라는 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최고 낙찰가는 이우환의 대형 회화 〈Dialogue〉(218.5×291.3㎝)로, 지난 5월 서울옥션에서 16억 원에 낙찰됐다. 작년 최고 낙찰가였던 김환기 작품(50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경매사별로는 K옥션이 약 253억 원으로, 210억 원을 기록한 서울옥션을 앞질러 거래액 1위를 차지했다. 낙찰률에서는 마이아트옥션이 63.6%로 가장 높았고, K옥션은 52.1%, 서울옥션은 49.9%를 기록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 이사장은 “글로벌 경제 불안과 정치적 이슈 지속, 정책 지원의 부재 등이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다만 새로운 정부가 문화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긍정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진행된 서울옥션, K옥션, 마이아트옥션 등 국내 9개 경매사의 온·오프라인 경매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단, 6월 30일 진행된 토탈아트옥션 온라인 경매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2025/06/27
수원 간 '화랑미술제' 첫날 4700명 몰려…"지역 아트페어 가능성 확인"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지난해에 이어 수원에서 다시 한번 포문을 열었다. 26일 수원컨벤션센터(SCC)에서 VIP 오프닝으로 막을 연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에는 이날 하루 동안 약 4700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으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지난해 첫 개최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104개 갤러리, 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년도보다 한층 확대된 규모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행사는 29일까지 열린다. 개막식에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비롯해 이국진 조직위원장, 이선엽 AFW PARTNERS 대표,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젊고 실험적인 감각…MZ 컬렉터의 눈을 사로잡다 이머징 작가들의 신작부터 블루칩 작가의 대표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광교를 중심으로 한 MZ세대 컬렉터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홍승태, 박보선, 장수익, 이영지 등 젊은 작가들의 신작은 참신한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고, 선화랑의 강유진, 갤러리그림손의 채성필, 나인갤러리의 우병출, 갤러리 명의 배준성 등 인기 작가들 역시 꾸준한 호응을 얻었다. 샘터화랑의 박서보·김창열, 021갤러리의 류재하, 갤러리전의 정길영 등 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도 깊은 울림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서울 중심의 틀을 깨다…경기 남부권 예술시장 ‘확장 중’ 이번 페어는 서울에 집중된 미술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고, 지역 기반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광교호수공원이라는 지역 자원과 수원컨벤션센터의 인프라, 그리고 화랑협회의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며 경기 남부권 미술 소비의 잠재력이 구체화됐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반응이 더 다양해졌고, 관람객 접근성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경기 남부권의 미술 수요가 현실로 드러난 자리였다”고 말했다. ◆생활 밀착형 아트페어…가족도, 반려동물도 함께 올해 행사에서는 다양한 관람층을 포용하는 콘텐츠가 눈에 띄었다. 3층 컨벤션홀 키즈 아트살롱 '그림아 놀자'에서는 달항아리를 빚고 미니 책가도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1층 로비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펫모차 대여소와 포블스 부스가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했다. 전 회차 조기 마감된 도슨트 프로그램, ‘컬렉터를 위한 세금상식’, ‘아트 컬렉팅 트렌드’ 등 실용적 주제의 토크 프로그램도 예술 초심자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됐다. ◆“지방에서도 공신력 있는 아트페어 가능”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미술시장 확장이 중요하다”며 “지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아트페어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첫 개최에 이어 올해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문화도시로서의 역량을 재확인했다. 예술과 경제, 지역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아트페어의 역할이 앞으로 지역사회와 어떻게 맞물려 확장될지 주목된다. 2025/06/27
관객이 채우는 감각의 실험장…생각의 벙커 ‘999.9 프로젝트’ 예술인지, 아닌지. 공연인지, 아닌지. 그 애매한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실험적 예술 프로젝트가 충북 청주의 ‘생각의 벙커’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름하여 ‘999.9 프로젝트’. 완벽에 가까운 수치를 표방하면서도 단 0.1의 여백을 남긴다. 그 틈은 관객의 감각으로 채워진다. 충청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프로젝트는 7월 20일까지 이어진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땀인지 알게 뭐야!’라는 부제를 단 이 전시는, 장소 특정적 공간인 벙커를 실험적 예술 무대로 확장한다. 충북문화재단 전시운영TF팀의 한석현 씨는 “‘999.9’는 금속의 순도에서 따온 숫자이자, 예술이 언제나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미술, 공연, 설치, 패션, 음악을 넘나든다. 김남균 작가는 복싱 링 위에서 클래식 연주가 펼쳐지는 ‘네 쇼는 재미없다’를 선보이며 장르와 신체의 이질적 충돌을 연출한다. 이상홍의 작품은 흑과 백으로 채워지는 관객 참여형 평면 작업이다. 이외에도 ▲장회영의 ‘Van Gogh Cats’, ▲황정경의 벙커 속 바다, ▲빈&골 블랙죠 콜렉터의 빈티지 오브제, ▲청주대학교 아트앤패션디자인학과의 실험 의상, ▲발달장애인과 청년 예술가의 협업 전시 등 다층적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공연 또한 풍성하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클럽 모다트의 DJ 퍼포먼스가 벙커의 밤을 채운다. 오는 28일 오후 2시와 5시에는 왓와이 아트의 국악 실험 공연 ‘in:out’, 같은 날 저녁 7시에는 한국재즈협회 청주지부의 촛불 아래 재즈×탱고 콜라보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전기·조명 없이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자연 잔향과 불빛만으로 감각의 깊이를 더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양금과 해금, 라이트 퍼포먼스, ▲탱고 강습과 연회, ▲춤공장댄스컴퍼니의 퍼포먼스, ▲관객 참여형 플래시몹 등 매주 새로운 장르의 무대가 펼쳐진다. ‘999.9 프로젝트’는 예술의 정답이 아닌 질문을 전시한다. 물리적 폐쇄성과 긴장감을 지닌 벙커라는 장소는 장르와 형식을 해체하는 창조적 무대로 변모하고, 관객은 감각으로 반응하고, 울림으로 완성하는 동반자로 초대된다. 모든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며, 일부 특별공연은 사전 예약제(선착순)로 운영된다. 2025/06/26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홍보대사에 배우 김규리 위촉 전남도가 26일 배우 김규리를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위촉식에선 김영록 전남지사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위촉을 축하하고, 수묵을 통해 전남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김규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예술인으로, 깊은 감성과 예술적 소양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수묵의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릴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홍보대사 위촉으로, 수묵비엔날레 국내외 홍보는 물론 전남의 예술자산과 관광 자원을 널리 소개하는데 앞장설 예정이다. 김 지사는 "김규리 홍보대사께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사회를 맡은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사회적 이슈에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서 예술인으로서 진정성과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비엔날레 기간 중 도청 갤러리에서 개인전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홍보대사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줘 감사드린다"며 "윤재갑 총감독과도 평소 잘 아는 사이로, 두 분의 협력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김규리 홍보대사와 함께 전시프로그램, 체험 콘텐츠, 글로벌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시민과 관람객이 함께 즐길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해 수묵비엔날레의 대중성과 국제적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2025/06/26
새소리 흐르고 지진파 울리는 아르코미술관…‘드리프팅 스테이션’ 개막 “언어는 근대의 도구였어요. 그 언어 아래 비인간은 배제되고 열등하게 여겨졌죠. 이번 전시는 소리·후각·촉각처럼 ‘말 이전의 감각’을 깨우고 싶었습니다.” 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창작산실 협력전 '드리프팅 스테이션―찬미와 애도에 관한 행성간 다종 오페라'는 ‘떠도는 미술관(Drifting Museum)’이라는 파격적 모델을 제안한다. 과정과 관계의 생성을 전시에 앞세우며, 인간 중심 제도·언어를 비틀고 비인간 존재와의 감응을 시험한다. 기획자 조주현 큐레이터는 2021년 출범한 국제 다학제 네트워크 ‘드리프팅 커리큘럼’의 중간 경유지라고 전시를 규정한다. “애초엔 충남 천수만 철새도래지를 무대로 한 모바일 공공미술이었어요. 전시는 탈(脫) 인류세 뮤지엄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전시 제목인 ‘드리프팅(Drifting)’은 정착·제도화·언어화된 흐름에서 벗어나 떠도는 행위, ‘스테이션(Station)’은 잠시 머무는 간이역을 뜻한다. 조 큐레이터는 “법·학교·뮤지엄 같은 근대 시스템을 해체하고 다시 짜는 비서사적 큐레이션”이라며, ‘행성 시학(Planetary Poetics·지구를 넘어선 시공 상상력)’아래 감정·기억·공존의 감각을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20여년간 미술기관에서 일한 뒤 2021년 독립 큐레이터로 전향한 그는 예술·과학·환경을 넘나드는 다학제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전시장에는 데이터, 사운드, 오브제, AR 등 다양한 매체가 동원돼 총 8팀의 작가가 구축한 ‘다종 오페라’가 펼쳐진다. 전시장 입구 바닥에서 시작되는 김정모의 작업은 관객의 ‘발걸음’을 매개 삼는다. 바닥에 깔린 센서는 움직임을 수집해, 멸종 생명종의 신호를 호출하는 데이터로 바꾼다. 조용한 관람도, 북적이는 동선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어지는 천경우의 설치작 '버드 리스너'는 청각장애인의 상상 속 ‘새소리’를 사운드로 구현했다. 지휘자와 협업해 녹음한 다채로운 음향은 전시장 전체를 감싸며, 보이지 않는 새들의 서식지를 감각적으로 상기시킨다. 한편 벽면엔 관람객이 완성하는 ‘초록의 판화’도 준비돼 있어, 시각뿐 아니라 참여의 경험도 유도한다. 대만 작가 장은만은 아프리카 대왕달팽이의 이주 경로와 대만 원주민 여성의 서사를 엮는다. 느리고 무거운 존재의 궤적은, 신화와 기억의 층위를 따라 전시장 안을 이동한다. 안정주, 전소정, 안데스는 각기 다른 형식으로 데이터를 청각과 촉각의 감각으로 전환한다. 특히 안데스의 작업은 지질 데이터와 테크노 리듬을 혼합한 ‘지질학적 테크노’로, 지진파가 바닥과 벽면을 울리는 다중 설치작이다. 마지막으로 인도 기반 콜렉티브 ‘하이로조익/디자이어스’는 새의 시선을 상상해 구성한 오페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비인간 존재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감정과 신화를 조합한 이 작업은, 다종 존재들과 감응하는 윤리를 탐색한다. 이 전시는 끝이 아닌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하다. 조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와 함께 '드리프팅 스테이션'은 오는 7월 천수만 철새도래지 현장 워크숍이 예정돼 있고, 2027년에는 영국 리버풀예술대학 미디어고고학자들과 확장형 전시가 추진된다"고 말했다. “협업을 플랫폼 삼아 환경운동가·인문학자·행동주의자들과 다학제 실험을 계속할 겁니다.” 오감으로 체험하며 쉽게 다가오는 전시와 달리, 영어로 쓰인 긴 제목은 마치 ‘개념의 교도소’에 갇힌 듯하다. 언어가 과잉일 때 감각은 오히려 닫히기도 한다. ‘드리프팅 스테이션’이라는 명칭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조 큐레이터는 “결국 부제로 단 찬미와 애도가 감정이자 윤리를 강조하는 의미”라며, “제목이 낯설어도 관람객들이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면 자연스럽게 와 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팬데믹 이후 꾸준히 이어온 기후위기 담론과 예술 실천을, 인류세 연구자·기획자들과 함께 심화·확장할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관람은 무료.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