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작가 시용쥔 서울 첫 개인전…인형극 무대 같은 전시 낡은 인형극 무대 위에서 ‘불온한 사랑’이 욕망과 기억의 파편으로 피어난다. 대만 작가 시용쥔의 서울 첫 개인전 '불온한 사랑(Forbidden Love)'이 오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3개 층에서 열린다. 작가는 인형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입체 연작을 중심으로, 이를 회화와 영상으로 확장하며 ‘불온한 세계’의 환상적 서사를 다층적으로 펼쳐낸다. 주방, 복도, 침실, 거리, 바, 공연 무대, 거실 등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장면은 오래된 장난감, 상품 패키지, 유년의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낡은 오브제들이 빚어내는 이 세계는, 사랑과 욕망, 순수와 타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 편의 초현실적 인형극처럼 보여진다. 전시명 ‘불온한 사랑’은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온 사물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새롭게 맺는 낯선 관계의 은유이자, 사랑의 이면에 도사린 욕망과 배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시용쥔은 대만의 경제 부흥기, 군부대 인근 마을에서 자라며 빠르게 버려지고 교체되는 사물들의 덧없음 속에서 예술의 단서를 찾았다. 1980년대의 상품 이미지와 광고, 패키지 등을 차용한 그의 작업은 현실의 질서를 전복하며 유년과 사회, 환상과 기억이 교차하는 무대를 구축한다. 시용쥔은 1978년 대만에서 태어나 2003년 국립대만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대만의 산업화와 소비문화가 교차하던 시기에 성장한 그는, 버려진 사물과 인형을 예술의 언어로 되살리는 작업을 이어왔다. 화이트 래빗 갤러리(시드니, 2025·2024), 하이데 현대미술관(멜버른, 2024), 타이동 미술관(대만, 2023),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상하이, 2022), 신베이 아트센터(대만, 2020), 금일미술관(베이징, 2012) 등에서 열린 주요 단체전에 참여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2009년과 2011년 게이사이 대만 타이카이 어워드를 수상했고, 작품은 화이트 래빗 갤러리(호주), 롱 뮤지엄(중국), 대만국립미술관, 아트뱅크, 타이베이 국립역사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25/10/11
'김나영♥' 마이큐 개인전…“모든 것은 심장에서 시작” “모든 것은 심장에서 시작된다.” 지난 4일 방송인 김나영과 결혼한 마이큐(44·본명 유현석)가 이번엔 화가로서 자신만의 리듬을 펼친다. 서울 강남대로 이길이구갤러리는 오는 18일부터 마이큐의 개인전 ‘사이, 흔적(Traces in Between)’을 개최한다. 전시는 존재와 부재, 충만과 공허 사이의 간극 속에서 태어나는 ‘흔적’을 주제로 한다. 마이큐는 회화라는 언어로 삶의 리듬과 감정의 균형을 시각화하며, 즉흥적 몸의 움직임으로 캔버스를 채운다. 그는 “틈과 밸런스를 찾는 순간이 곧 나의 회화 행위”라며 “회화는 재현이 아닌 기록이며, 감정이 머무는 순간을 시각화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선은 감각의 흔적이고, 색은 내면의 숨결이다. 그렇게 태어난 화면은 비워짐과 채워짐, 멈춤과 흐름, 통제와 우연이 만들어내는 ‘사이의 미학’을 구현한다. 박영택 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는 “마이큐의 화면은 검은 선으로 시작해 색과 붓질이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추상적 공간”이라며 “그 흐름은 음악의 리듬처럼 느껴진다”며 “마이큐의 회화는 몸의 행위가 감정의 기록으로 전환된 그림이며, 물감과 붓질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음악”이라고 평했다. 홍콩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마이큐는 다문화적 감수성과 정서적 유연성을 체득하며 성장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오랜 시간 음악계에서 활동해온 그는 2021년 이길이구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를 계기로 회화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2023년 두 번째 개인전 ‘Soft Slam’을 통해 시각 언어로의 확장을 모색했고, 2024년 김종영미술관 기획전 ‘어떤 변화: Metamorphosis’에 참여하며 예술적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2025/10/11
초고가 미술품 거래 ‘0건’…글로벌 미술시장 냉각 글로벌 미술시장에 한기가 돌고 있다. 초고가 미술품 거래가 끊기고, 평균 낙찰가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든 자산이 오르는 시대’에도 예술품만은 역주행 중이다. 글로벌 미술시장 분석기관 아트넷(Artnet)이 발표한 '2025 상반기 글로벌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순수미술 경매 총액은 47억2000만 달러(약 6조5000억 원)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정점이던 2022년 상반기(약 80억 달러)와 비교하면 40% 이상 축소됐다. 작품당 평균 낙찰가는 2만4224달러로 전년보다 6.5% 하락하며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건수와 낙찰률 모두 떨어지며 시장의 상·하단 가격 지지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특히 5000만 달러 이상 작품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고, 1000만 달러 이상 거래는 43% 급감했다. 2022년 상반기 13건이 성사됐던 ‘트로피 아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셈이다. 반면 100만~1000만 달러 구간의 거래액은 13.8% 증가하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거품은 빠지고, 실수요 중심의 ‘중간 시장’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장르별로는 초현대미술이 31%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올드 마스터 분야는 24% 증가했다. 2020년대 들어 급등했던 신진 작가군의 시장이 투기 수요 이탈과 함께 식고, 안정적 가치가 검증된 고전 회화로 수요가 이동한 결과다. 온라인 경매도 위축됐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1억7,190만 달러,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팬데믹 시기 폭발적 성장을 보였던 온라인 거래가 다시 주춤하며, 시장은 전통 경매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 ◆국내 경매 시장도 냉각 한기는 한국 경매시장에도 깊숙이 번졌다.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 MARKET)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8개 주요 경매사에서 열린 112회 경매의 낙찰률은 50.4%, 총 낙찰액은 564억 원에 그쳤다. 출품작 1만여 점 가운데 절반만이 새 주인을 찾았다. 가격대별 비중을 보면 500만 원 미만 작품이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1000만~6,000만 원 구간이 12.8%, 1억 원 이상 작품은 2%에도 못 미친다. 고가 작품 거래가 줄고, 시장이 저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옥션이 상반기 252억 원으로 낙찰총액 1위를 기록했으며, 마이아트옥션이 낙찰률 기준으로 선두에 올랐다. 국내 전체 낙찰총액은 작년 같은 기간(660억 원)보다 16% 감소했다. 상반기 10억 원을 넘긴 낙찰작은 단 한 점뿐이었다. ◆예술의 가격, 다시 ‘본질’을 묻는 시간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선다. 미술품은 비유동성 자산이다. 거래비용이 높고 평가가 주관적이며, 시장 유동성과는 별개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결국 미술은 언제나 ‘늦게 반응하는 자산’이자, ‘현금화가 가장 어려운 자산’이다. 럭셔리 투자지수(KFLII)는 지난해 미술품 부문이 평균 18.3%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고급 와인(-9.1%), 희귀 위스키(-9.0%) 등 수집형 자산 전반이 동반 조정을 겪었다. 초부유층의 소비 위축이 예술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지금의 침체는 자본이 빠진 자리에서 ‘가치의 순수성’이 다시 드러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2025/10/11
창경궁에 가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11~12일 궁중문화축전 가을을 맞아 창경궁에서 역사 속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고, 화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10일 국가유산진흥원은 창경궁에서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 팸투어를 열고 창경궁 '시간여행' 리허설과 함께 창경궁 대온실에서 전통 화훼 체험 프로그램인 '동궐 장원서'를 공개했다. 창경궁 '시간여행'은 오는 11~12일 명정문·명정전·경춘전·통명전 등 네 공간을 무대로 선보이는 궁중극으로, 120분 동안 진행된다. 이날 리허설은 명정문과 명정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리허설 시작에 앞서 '시간여행' 연출을 맡은 송재성 감독은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시간 여행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배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예를 들어 통명전에서는 간택자 역할을 한다거나 명정문에선 백성 역을 맡는 식으로 참여를 많이 유도하려고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 감독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은 배우들이 현장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관객이 직접 극 속 인물이 돼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구성됐다. 명정문에서는 세 번의 우렁찬 대북 타고를 시작으로 영조 시대 궁중 의례인 '임문휼민의(臨門恤民儀)'가 재현됐다. 임문휼민의는 왕이 가뭄과 홍수로 고통받는 백성 앞에 직접 나서서 곡식을 나눠줘 구휼하던 궁중 의례다. 명정문 앞에 선 낭관은 관객들을 정리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임문휼민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낭관 옆에 통역관 배역이 함께 등장해 외국인 관람객들이 의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낭관은 관객과 직접 문답을 주고받으며 참여를 유도했다. 이어 세 번의 타고가 울리자 세자가 등장했고, 다시 한번 세 번의 타고와 함께 영조가 가마를 타고 입장했다. 영조의 등장 이후에는 관객과 함께 백성들의 고충이 이어졌고, 영조가 직접 곡식을 나눠주는 장면이 펼쳐졌다. 명정문을 지나면 보이는 명정전에서는 성종이 창경궁 완공을 기념해 열었던 궁중연회를 재현했다. 20여 명의 배우들은 대비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듯 궁중 무용 '헌선도(獻仙桃)'를 선보였다. 리허설에서 공개되지 않은 경춘전에서는 정조의 탄생을 알리는 태몽 이야기를, 통명전에서는 세 명의 처녀 중 왕비가 결정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창경궁 대온실에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올해 처음 선보이는 전통 화훼 체험 프로그램인 ‘동궐 장원서’가 진행된다. 조선시대 궁궐 조경과 화훼를 담당하던 장원서를 테마로 한다. 참여자들은 '반려화분 만들기'를 통해 궁궐 원예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전통차와 계절 다과를 즐기며 고문헌 속 장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노년층 맞춤 체험으로, 60세 미만(1966년 이후 출생자)은 참여할 수 없 점이 특징이다. 꽃꽂이 체험 진행을 맡은 권화사 오흥경 대표는 한국의 꽃꽂이가 서양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오 대표는 "한국 꽃꽂이는 기본적으로 하늘과 땅, 인간이 공존하는 사상이 들어간다"며 "서양은 근본적으로 진리라든가 이성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랑 접근하는 방식이 틀리다"고 말했다. 이어 "서양 사람들은 플로랄 폼으로 침봉을 한다"며 "우리는 예전부터 자연 소재 그대로를 침봉하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모양 자체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객으로는 대한노인회 종로구지회 소속 18명의 노인이 참여했다. 황옥금(83)씨는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오는 동안 설렜다"며 "나이먹은 사람들을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강순금(77)씨는 "노인회 지회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했다"며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는 처음이고, 신기한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2025/10/10
녹지광장에 아치형 구조물 뭐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눈길 푸른 잔디 위에 벽이 피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들어서면 꽃과 나무 사이로 아치형 구조물이 길게 이어진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다. '휴머나이즈 월'의 거대한 아치형 길을 따라 걸어가면 또 다른 주제전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축가·디자이너·장인 등 24개 팀이 선보이는 ‘24개의 벽(2.4m×4.8m)’은 각기 다른 재료와 질감을 통해 건축이 인간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벽 사이를 거닐면 즐거움·따뜻함·호기심 같은 감각의 파장이 몸을 통과한다. 독창적인 외벽 디자인은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끌며, 가을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보는 전시’를 넘어 ‘참여하는 축제’로 진화했다. ‘감정으로 디자인하기’ 워크숍, 시민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의 벽’, 그리고 도심 속 DJ파티 ‘아키비츠(ARCHI BEATS)’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건축 교실이, 연인에게는 도심 속 낭만 산책이, 친구에게는 감각을 나누는 놀이터가 된다. 토마스 헤더윅 스튜디오와 아키클래스가 기획한 어린이 프로그램 ‘감정으로 디자인하기’는 도심 속 예술 체험으로 호평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스탬프 이벤트’도 열려, 세 가지 프로그램을 모두 체험하면 기념 뱃지를 받을 수 있다. 연인이라면 조각보 모티브의 '휴머나이즈 월'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일상의 벽'을 함께 산책한 뒤 광화문 일대의 연계 전시로 하루를 이어갈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잔디와 벽, 음악과 감정이 어우러진 건축 축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비엔날레 기간은 11월 18일까지다. 2025/10/10
8살 발달장애 아티스트 이재혁, 성수동서 첫 개인전 2017년생, 여덟 살의 발달장애 아티스트 이재혁이 서울 성수동 카페 로우키(Lowkey)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2011년부터 발달장애 아티스트를 전문 예술가로 성장시켜온 시스플래닛(SYS PLANET)이 기획하고, 카페 로우키의 공간 후원으로 마련됐다. 전시 기간 동안 이재혁은 전시장에 직접 방문해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치며 작품을 완성해 간다. 아이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선들은 하나의 언어처럼,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문장이 된다. 시스플래닛은 “이재혁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창성의 원천이 된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 타협 없이 그려내는 그의 태도는 발달장애 예술가 특유의 집요함과 진정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어린 발달장애 아티스트의 독창성과 진정성을 통해 예술의 본질적인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2025/10/10
관람자가 완성하는 수원시립미술관 ‘공생’…윤향로·유지완·민병훈展 빛과 소리, 언어와 숨결이 한 무대 위에 얽힌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남기민)이 펼친 동시대미술전 ‘공생’전은 오늘의 사회에서 ‘함께 산다’는 감각을 새롭게 탐색한다. ‘공생’은 인간과 비인간, 자아와 타자 등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맺는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낯설고 어색한 마주침 속에서 생겨나는 조화와 가능성에 주목하며, 예술을 매개로 우리 시대의 공존을 재사유한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사운드·문학 등 서로 다른 언어의 신작 7점을 선보인다. 윤향로, 유지완, 민병훈 세 작가의 커미션 작업을 통해 예술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다층적으로 확장한다. ◆회화, 소리, 문학이 직조한 ‘공생’의 장면들 윤향로는 굴 껍질 형태의 신작 ‘오이스터’(2025)를 통해 비정형 캔버스(shaped canvas)의 회화적 실험을 선보인다. 8.8m 높이의 천장에 매달린 이 작품은 화이트 큐브 공간과 대비되며, 안과 밖의 경계 위에서 존재들의 관계를 상징한다. 굴 껍질의 곡선은 닫힌 세계를 열고, 타자와의 접촉을 허락하는 생명의 문처럼 다가온다. 유지완은 다중 채널 사운드 작업 ‘그 밤 꿈’과 ‘통로’를 통해 전시장을 하나의 감각적 무대로 바꾼다. 무성영화의 변사 목소리, 도시의 잡음을 재조합해 ‘유령처럼 잔존하는 소리의 기억’을 불러내며, 익숙한 미술관 공간을 낯선 청각적 풍경으로 전환한다. 민병훈은 단편소설 ‘서로에게 겨우 매달린 사람들처럼’으로 문학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동과 정주의 공간에서 포착한 장면을 서사로 엮어, 실재하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망을 상상한다. 그의 문장은 타자와의 공생을 언어적 차원에서 재구성한다. ◆관람자가 완성하는 ‘함께 있음’ 전시는 카펫 위로 입장하는 무대형 구성으로, 유지완의 사운드 작업 청음 환경을 고려해 회차별 80명으로 제한된다. 관람 시간은 매시 정시부터 50분이며, 네이버 사전예약(50명)과 현장 발권(30명)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 ‘릴레이 소설쓰기: 너를 찾기’도 상시 운영된다. 민병훈의 소설 속 키워드를 단서로 관람객이 ‘너’라는 타자를 상상해 이어 쓰는 프로그램으로, 완성된 릴레이 소설은 미술관 2층 라이브러리에서 수시로 열람할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3월 2일까지. 2025/10/10
2025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입주작가 기획전… 이강욱·박효정·이시온 2025년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입주작가로 선정된 이강욱, 박효정, 이시온이 3개월간의 레지던스 활동을 마무리하며 공동 기획전을 연다. 전시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파리 마레 지구의 오르-샹 갤러리(Galerie Hors-Champs)에서 열리며, 개막식은 16일 오후 6시에 개최된다. 전시 제목은 ‘네 손가락, 모래로 된 내 나침반(Tes doigts, mes boussoles de sable)’으로, 기획은 파리이응노레지던스 매니저 박정선이 입주작가 3인과 함께 진행했다. 현재 작가들은 파리 인근 보-쉬르-센(Vaux-sur-Seine)에 위치한 ‘이응노 아틀리에’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레지던스 기간 동안 제작한 신작을 공개한다. 파리이응노레지던스는 2022년부터 현지에서 전시를 이어오며 파리 미술계와 활발히 교류해 왔다. 올해는 파리의 예술 중심지 마레 지구의 오르-샹 갤러리와 협력해, 입주 작가들에게 예술적 사고와 국제적 시야를 확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파리 주요 갤러리들이 밀집한 마레 지구에서 우리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역량 있는 지역 작가들이 이응노미술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5/10/10
김중업×르 코르뷔지에 사진전…‘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오래된 주택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오는 11월 6일, 두 건축가의 시간과 공간을 잇는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전시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역사적 만남을 출발점으로, 오늘의 시선에서 다시 쓰는 건축과 예술의 대화다. ◆베네치아에서 파리까지, 스승과 제자의 운명적 인연 1952년 9월, 유네스코가 주최한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 젊은 건축가 김중업은 그곳에서 르 코르뷔지에를 처음 만난다. 같은 해 그는 파리의 아틀리에에 합류해 근대건축의 원리와 공간 철학을 몸소 배웠고, 1955년까지 이어진 이 경험은 그의 세계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합리와 기능을 중시하는 서구 건축의 질서 위에 한국적 공간 감각을 결합한 그의 사유는, 1962년 완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가장 극적으로 구현됐다. 프랑스의 이성과 한국의 정신이 교차하는 그 건축은 두 건축가의 만남을 증언하는 결정적 작품이자, 한국 현대건축사의 기념비로 남았다. ◆반세기 만에 드러나는 ‘진해 해군공관’ 이번 전시의 백미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김중업의 또 다른 걸작, 진해 해군공관의 첫 공개다. 1968년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던 이 건축은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접근조차 어려웠다. 잡지 속 몇 장의 흑백 사진만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건축사진가 김용관의 렌즈를 통해 생생한 현재의 모습이 처음 공개된다. 김중업은 이 건축에서 한국 전통의 지붕선과 빛·물의 흐름, 그리고 둥근 천공의 환상적 디테일을 통해 실험적 공간미학을 완성했다. ◆사라져가는 건축, 사진과 가구로 되살리다 전시는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다. 부산대 인문관, 경남문화예술회관, 서산부인과 등 이미 철거되거나 변형된 건축의 잔상을 사진으로 복원한다. 김용관은 건축의 시간을 기록하며, 공간이 어떻게 기억으로 퇴적되는지를 포착한다. 프랑스 작가 마누엘 부고는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프로젝트 ‘찬디가르’를 촬영한 사진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의 도면을 그렸던 바로 그 현장을, 반세기 뒤 새로운 시선으로 되살린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이 참여해, 연희정음의 공간에 그의 가구를 배치하며 ‘앉고 머무는 건축’을 완성한다. ◆공간이 곧 작품이 되는 전시 이번 전시는 11월 6일 연희정음을 시작으로, 11월 7일부터는 주한프랑스대사관으로 무대를 확장한다.연희정음에서는 김중업이 설계한 주택이 전시장 자체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사진과 가구 사이를 거닐며 ‘사는 건축’을 체험하고, 대사관에서는 두 건축가의 언어가 어떻게 닮고 다른지를 사진으로 비교한다. ◆한불 140년, 건축이 잇는 문화의 대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유산을 오늘의 예술 언어로 번역한 ‘현재형 대화’다. 사진작가 김용관·마누엘 부고, 디자이너 박종선이 참여해 한국과 프랑스, 과거와 현재, 기록과 창조가 교차한다. 전시에 맞춰 연희정음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사진작가 김용관과 마누엘 부고가 참여해,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두 건축가의 건축 이미지와 기록의 의미를 공유한다. 11월 22일 오후 3시에는 연희정음을 리모델링한 건축가 김종석, 주한프랑스대사관을 리모델링한 윤태훈이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작업의 과정’을 소개한다. 또한 고려대 김현섭 교수가 김중업의 건축 사유를 학문적·실천적 차원에서 조명하며, 한국 현대건축의 국제적 교류와 오늘날의 의미를 짚는다. 2025/10/10
가수 솔비, 예술가 권지안으로 대구 첫 초대전 가수로 유명한 솔비가 시각 예술가 '권지안' 이름으로 대구에서 첫 초대전을 연다.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오는 14일부터 내달 22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청문당에서 권지안 초대전 '언어의 리듬'을 개최한다. 전시는 권지안의 대표 연작 '허밍레터 시리즈'와 애플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됐다.허밍레터 시리즈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음악 작업 중 느낀 감정들을 언어 대신 멜로디의 흥얼거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권 작가는 작품에 대해 "글이나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감정을 허밍으로 풀어냈다"며 "입으로 하는 청각 낙서이자 생명을 의미하는 언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받은 영감을 화폭에 옮긴 이 시리즈는 리듬과 색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애플 시리즈는 권 작가가 미술을 시작할 당시 받은 조롱 섞인 댓글 "사과는 그릴 줄 아니?"에서 출발했다. 권지안은 이를 예술의 언어로 승화시켜 알파벳 26자를 사과 모양 폰트로 변주했다. 작품은 알루미늄과 금속의 차가운 질감을 활용해 온라인 폭력성을 편안하고 재치 있게 풀어냈다. 권 작가는 "악플은 또 다른 미술 재료였다"며 부정적 언어를 예술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체험형 전시로 마련된다. 2층 '오늘의 기분' 공간에서는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이 만든 자연의 소리를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3층 '나만의 허밍 드로잉'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허밍을 직접 녹음하고 시각화된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지역 청년예술가 황주승과 협업한 '미니어처 애플 시리즈'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시민들이 애플 시리즈를 3D로 재구성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기간은 25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열린다. 박정숙 재단 대표이사는 "언어의 힘과 그 이면을 성찰하고 예술을 통해 치유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라며 "권지안 작가의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공감과 위로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