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닿을 수 있어”…김보라 '터치투어 마음씨' "손으로 만지는 전시는 어떤 감각을 열어줄까?" 서울시립미술관이 2025년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의 첫 번째 전시로 저시력자 김보라 작가의 개인전 '터치투어 마음씨'를 선보인다. 전시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공간 LDK.DT에서 열린다. '터치투어 마음씨'는 시각장애인의 예술 감상을 돕기 위한 ‘터치투어’를 주제로,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감각의 미술 감상법을 제안한다. 작가는 장애 유무를 떠나 ‘촉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예술과 관계 맺는 방식을 탐색하며, “터치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보라 작가는 진행성 희귀 망막 질환을 지닌 저시력인으로, 중심 시야로만 세상을 본다. 파리-세르쥐 국공립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퍼포먼스와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첫 개인전이다. 전시는 '기억의 지도'(2017)와 '마음의 지도'(2025)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두 작품은 각각 '손의 기억'과 '마음의 감각'으로 어린 시절 동네를 재현한 작업으로, 감각의 층위를 달리한다. 이 외에도 설치와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감각의 작업이 펼쳐진다. 전시 제목처럼 ‘마음씨’ 좋은 감각의 방식으로 터치투어를 재해석한 것이다. 퍼포먼스 '전철역부터 전시장까지 함께 걷기'는 전시 기간 중 한남역과 한강진역에서 전시장까지 실제 동선을 따라 진행되며, 참여자의 감각과 제안을 반영해 걷기 자체를 감각의 여정으로 전환시킨다. 참여 신청은 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2008년부터 신진 작가를 지원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 기획과 홍보, 제작 전반을 지원하며 유망 작가의 첫 발을 돕고 있다. 2025년에는 김보라를 포함해 총 9명의 작가가 순차적으로 서울 각지 전시장에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25/06/23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윤혜정, 예술 3부작 완간 “하늘 아래 새로운 걸 발견한 건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 환호하거나 절망하거나 뭉클했던 순간과 재회했을 뿐입니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가 세 번째 예술 에세이집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을유문화사)를 출간했다. 세계 도시의 거대한 미술관부터 내 손안의 전시장까지, 예술이 놓이는 장소의 풍경을 따라 저자가 20여 년간 기록해 온 예술 경험과 사유를 풀어낸 ‘예술 견문집’이다. 이번 책은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2020), '인생, 예술'(2022)에 이은 ‘예술 3부작’의 마지막 권이다. 인터뷰와 에세이로 예술가의 내면과 감정적 풍경을 조망했던 전작들에 이어, 이번 신간은 예술의 ‘시간성과 장소성’에 주목한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의 자유와 해방, 베를린 미술관에서의 극적인 대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주로 돌아온 90대 작가 김윤신의 삶과 일의 균형까지. 이 책은 한때의 예술이 어떻게 오래도록 살아남는지를 삶과 기억, 기록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베니스비엔날레에 갈 때마다 전시를 모조리 봐야 한다는 강박과, 놓치는 전시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던 저자는 어느 순간 뜻밖의 전시장에서 ‘해방의 자유와 깨달음’을 맛본다.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는 제왕적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사라진 예술가 테칭 시에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자신만의 ‘인생 전시’를 경험한다. 또 일본 나오시마 마타베에서는 양혜규의 낮 전시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밤 전시를 통해 ‘아름다운 공생’이라는 감각을 곱씹는다. 그밖에도, 구순의 나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주로 작업실을 옮긴 김윤신 작가에게서는 ‘삶과 일의 이상적 관계’를 고찰하고, 한국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덴마크와 미국 컬렉터들의 집에서는 ‘소유하는 사랑의 실체’를 마주한다. 또한 추상미술을 일상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전시기획자로서의 고민과 어려움을 되짚고, 손안의 책을 통해 예술계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예술가의 답은 언제, 어디, 어떻게 작품이 전시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예술이 놓인 자리마다 생성되는 고유한 이야기와 감각을 소중히 간직한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13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혼자라면 가지 않았을 베니스비엔날레의 체르토사섬, 혼자라면 느끼지 못했을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의 황홀함, 혼자라면 알지 못했을 디종 콩소르시옴이라는 공간 등 윤혜정의 시선을 따라가는 사진은 마치 독자들이 함께 예술 기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 우리를 변화의 순간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예술은 박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경험하고 사유하며 기록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결국 이 책은 예술이라는 낯설고 불확실한 세계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유하고, 기억하고, 때론 흔들리며 나아간 기록이다. 예술을 삶으로 받아들여 온 저자의 감각과 직업정신이 응축된 한 권의 보고서다. 2025/06/22
라 스칼라 극장장 "정명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르디 지휘자" "제가 라 스칼라에 왔을 때 음악감독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지휘자는 누구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휘자가 누구일까 생각할때 정명훈을 떠올렸습니다." 21일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을 찾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장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을 라 스칼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르톰비나는 "내가 (정명훈을) 선택했지만 위원회나 밀라노 시장의 만장일치로 모두가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명훈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를 많이 지휘했다"고 했다. 정명훈은 지난달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라 스칼라의 동양인 음악감독은 247년 극장 역사상 최초다. 그는 현재 음악감독인 리카르도 샤이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부터 직을 맡아 2030년까지 수행한다. 오르톰비나의 임기도 2030년까지다. 정명훈은 1989년 라 스칼라에서 데뷔해 9편의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횟수다. 또 2023년에는 라 스칼라 역사상 유일한 명예 지휘자로 선정됐다. 오르톰비나는 동양인 음악감독 선임에 대한 이탈리아 내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냐는 질문에 "20~30년 전이었다면 이탈리아인이 아니란 이유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명훈은 이미 이탈리아인이나 마찬가지다. 베네치아에서 함께 여러번 같이 작업했는데 (정명훈은) 도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농담으로 그에게 '마르코 폴로'라고 했다"고 했다. 올해 2월부터 극장장 임기를 시작한 오르톰비나와 정명훈의 인연은 각별하다. 오르톰비나는 2007년부터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예술감독과 총감독으로 지냈는데, 정명훈은 해당 기간에 많은 시즌 무대에 올랐다. 오르톰비나는 "1992년 까사 베르디에서 여행가이드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투어를 온 미국인의 권유로 라 스칼라를 방문해 정명훈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공연을 봤다"며 정명훈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또 정명훈의 작품 해석 능력을 극찬했다. 오르톰비나는 "(클래식)음악이 우리 세대에 오래되고 옛날의 느낌이 있지만 정명훈은 베르디, 베토벤의 150년 전 음악도 오늘날 현대적으로 들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 스칼라 음악감독은 베르디, 모차르트, 슈만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르톰비나와 정명훈은 베르디로 하나가 되기도 한다. 정명훈은 지난달 음악감독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베르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다. 오르톰비나를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라고 지칭했다. 오르톰비나는 "정명훈은 베르디 작품 지휘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하나"라며 "정말 섬세하고 깊이 있게 베르디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내년 12월 라 스칼라 시즌 오프닝에 음악감독으로서 첫 무대를 갖는다. 그는 앞서 첫 작품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를 예고했다. 라 스칼라 극장 향후 계획에는 "베르디의 곡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톰비나도 이날 "라 스칼라가 미래에 더 열려있어야 한다"며 "모든 밀라노 거주자가 '라 스칼라를 가보지 못했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 중심에는 베르디가 있다. 이때 정명훈의 섬세함이 가미된다"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더 가까워지는 것이 정명훈과 라 스칼라가 해야 할 작업이다"라고 했다. 오르톰비나는 부산콘서트홀 개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2027년 개관을 앞두고 조언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복원된 건물이 라 스칼라"라며 극장이 도시에서 갖는 성격을 설명했다. 이어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우스도 이처럼 도시를 상징하고 시민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라 스칼라의 재정의 33%가 후원으로 이뤄진다며, 민간 투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라 스칼라의 오텔로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정명훈의 임명이 이제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났다"며 "아직 논의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오페라 공연) 내한을 올거고 이는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 18일 부산콘서트홀을 찾는다. 공연에서 정명훈의 지휘 아래 베르디의 서곡 '운명의 힘'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2025/06/22
칸딘스키보다 앞선 ‘숨겨진 추상화가’…힐마 아프 클린트 첫 한국 전시 “미술사에서 가장 먼저 추상화를 그린 사람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100년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이름은 오랫동안 미술사에서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그는 20세기 추상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칸딘스키보다 앞서 추상화를 시도한 작가,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려지지 않았던 이름. 그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오는 7월 19일부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은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대규모 순회전이다. 10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회화, 드로잉 등 총 140여 점을 선보이며 클린트의 독창적인 시각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자연 관찰을 토대로 한 초기 드로잉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 상징적·추상적 회화, 압도적 규모의 연작까지 모두 아우른다. 특히 1907년 제작된 대작 연작 ‘가장 큰 그림(The Ten Largest)’ 시리즈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보다 8년 앞선, 역사적 회화”라며 “도쿄 전시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구성과 도록으로 한국 관객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생전 자신의 작업이 시대를 앞섰다고 판단해, 사후 20년간 작품을 공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렇게 봉인됐던 1200점의 그림과 100편 이상의 노트는 조카의 다락방에서 발견돼, 1986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처음 전시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되기까지는 27년이 더 걸렸다. 201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은 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미술사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만약 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과분한 관심은 없었을 것”이라는 보수적 혹평을 넘어서, 클린트는 이제 추상의 기원을 다시 쓰는 이름이 되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앞서 사전 예매를 오는 7월 18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다.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기간 내 예매 시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2025/06/21
모란미술관 개관 35주년…'남양주 청년작가' 10人 조명 모란미술관이 개관 35주년을 맞아 지역 청년작가를 조명하는 전시 'MORAN2025'를 개최한다.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모란스페이스 1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MORAN2025'는 남양주시에 연고를 둔 만 40세 이하 청년작가 10인을 공모로 선정해, 회화·조각·설치·판화 등 총 36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은 ‘Me, Others, Right here And Now’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2025년, 바로 지금 여기의 나와 너희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90년 개관 이래 한국 현대조각과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해 온 미술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 예술가들을 향한 지속적 관심을 실천하는 자리다. 선정된 작가는 고현우, 김규진, 김재규, 김지영, 방인균, 서종원, 신채훈, 이서희, 조상빈, 황수환 등 총 10명이다. 심사는 김성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감독, 임성훈 성신여대 교수, 조은정 고려대 교수, 최태만 국민대 교수 등 미술평론가 4인이 맡았다. 조은정 평론가는 전시 서문에서 “청년작가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존재”라고 평하며,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말을 인용해 “길을 잃었을 때야말로 진정한 성장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격려를 전했다.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은 “젊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시기이자, 많은 기회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번 전시가 작가들의 성장을 돕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6/21
'단색화 거장' 하종현 화백, 프랑스 샤토 라 코스트서 첫 개인전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90)화백이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의 문화예술 복합공간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에서 개인전 'Light Into Color'를 연다.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서울 국제갤러리와 뉴욕 티나킴갤러리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작가가 프랑스 남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장소는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파빌리온으로, 포도밭 한가운데 땅을 6미터 파내 조성된 계곡 형태의 공간이다. 자연광이 유입되는 유리 구조의 내부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 '접합'중 최근 10년간의 작업 18점이 소개된다. 평면 회화에 공간성을 부여한 이 시리즈는 동양의 명상성과 서구의 조형 실험을 교차시키며 단색화의 지평을 확장시켜 왔다. 하종현은 마포(마대 자루)의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올리고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으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는 “'접합'작업은 단순한 재료의 결합을 넘어, 시간의 메아리를 좇고 캔버스가 역사와 함께 호흡하도록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매년 제자들과 함께 샤토 라 코스트를 방문해 공간의 울림을 경험해왔다고 밝혔다. “남프랑스의 빛과 공기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예술가의 감각을 일깨우는 고요한 힘을 지닌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이 공간, 빛, 공기, 기억과 교감하며 하나의 존재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샤토 라 코스트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산더 칼더, 제니 홀저, 장-미셸 오토니엘 등의 작품이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 예술 산책로(Art & Architecture Walk)’로 유명하다. 안도 다다오, 장 누벨, 프랭크 게리, 오스카 니마이어 등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한국 작가로는 박서보(20212022), 강명희(20242025)에 이어 하종현이 세 번째로 초청됐다. 샤토 라 코스트 측은 “엑상 프로방스 출신 폴 세잔의 예술 유산과 하종현의 실험정신이 미술사적 경계를 넘어 공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935년 경남 산청 출생인 하종현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미술대학 학장,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뉴욕, 파리, 런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퐁피두센터, M+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상파울루, 파리, 프라하 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해왔다. 2025/06/21
갤러리현대 이승택, '아트바젤 2025' 베스트 부스 선정 갤러리현대가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2025’에서 ‘베스트 부스’로 선정됐다.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개막한 아트바젤 2025에서 갤러리현대는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이승택(93) 작가의 솔로 부스로 참여해, 미술 전문 매체 아트시(Artsy)가 꼽은 ‘10대 베스트 부스(The 10 Best Booths at Art Basel 2025)’에 이름을 올렸다. 갤러리현대 부스(G13)는 이승택이 창안한 독자적 조형 개념인 ‘비조각(Non-Sculpture)’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표 연작 ‘묶기’ 시리즈를 통해 전통적 조각의 형식을 해체하고, 사물과 물질의 긴장 상태를 조형 언어로 풀어낸 점이 주목받았다. 아트시의 에디터 아룬 카카르는 “전후 한국 아방가르드의 거장 이승택은 '비조각'이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적 관습을 뒤엎었다"며 "자유와 억압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하는 그의 작품은 아르테 포베라, 개념미술 등 서구의 주요 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부스에는 청동 토르소를 밧줄로 단단히 묶은 작품부터, 바위와 나무 구조물을 얽어맨 오브제까지, ‘정지된 상태 속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이승택의 예술세계가 동시대 글로벌 아트 신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는 분위기다. 행사는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2025/06/20
페이스, '춤추는 조각' 조엘 샤피로 별세…향년 83세 포스트 미니멀리즘 조각의 선구자 조엘 샤피로(Joel Shapiro)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전속 갤러리인 페이스(Pace Gallery)는 샤피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지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샤피로는 직육면체 조합으로 마치 춤추는 사람같은 조각을 만들어온 미국의 세계적인 조각가다. 1970년대 미국 미술계에 등장해 금속과 목재, 도료를 활용한 추상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조각으로 미니멀리즘의 엄격함을 비틀고 확장시킨 인물이다. 산업 재료를 활용하되 그것을 유쾌하고 감성적인 형태로 전환해, 날렵하게 뻗은 직선 구조물이 팔다리를 형상화한 인체 조각은 그의 시그니처가 됐다. 그는 “조각이 때로는 인체처럼 보이고, 또 다른 순간에는 단순히 나무토막들의 결합처럼 보이는 경계 상태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조각은 종종 목재로 먼저 구성된 뒤 청동이나 알루미늄으로 옮겨졌으며, 일부는 생생한 색감으로 채색되었다. “채색은 미니멀리즘에선 금기였지만, 나는 그것을 흔들고 싶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1941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샤피로는 뉴욕대학교(NYU)에서 자유예술학을 전공한 뒤, 1965~67년 평화봉사단(Peace Corps)으로 인도 남부에 체류했다. 그는 “예술가로 살겠다는 결심은 그때 확고해졌다”고 회상했다. 귀국 후 NYU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1969년 휘트니 미술관의 기획전 'Anti-Illusion: Procedures/Materials'에서 에바 헤세, 브루스 나우만 등과 함께 포스트 미니멀리즘을 주도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샤피로는 1994년 서울 갤러리 서미 개인전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으며, 2008년에는 가나아트에서 서울과 부산을 순회하는 전시를 열었다. 2021년에는 페이스갤러리 서울의 확장 개관전을 통해 신작 조각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났다. 샤피로는 “내 작업은 나뭇가지를 굽혀서 만든 것 같은 추상적인 언어"라며 "예술은 분석적이거나 지적이지 않다"고 했다.그는 지난 2008년 한국 전시회에 내한 "가끔 어린 아이들이 내 작품 앞에서 동작을 흉내내기도 한다"면서 "작품에 나타나는 움직임은 사고의 표출이며 경험에서 비롯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대표작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 세계 주요 공간에 설치됐고, 작품은 뉴욕 휘트니미술관, 런던 테이트,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스톰킹 아트센터 등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2025/06/20
감자깎이에서 재난 병원, 로봇 손가락까지…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디자인은 곧 공존의 전략이다. 감자칼에서 시작된 포용의 감각은 재난 대응 팝업 병원과 인간의 손을 확장하는 로봇 엄지손가락까지 이어진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라는 주제로 주요 전시 작품을 공개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이 어떻게 타인을 인식하고 감싸는지를 묻는다.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을 키워드로,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라는 네 개의 관점에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가능성을 조명한다. 전시는 오는 8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65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모든 사람이 편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포용디자인으로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너’라는 세계이자 무한한 세계의 만남과 공존이라는 것을 제시할 것이다." 총감독을 맡은 최수신(미국 사바나예술대학 SCAD 학부장)은 “올해 행사는 유럽, 미국 등지에서 태동하고 발전해 온 유니버설 디자인과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개념을 더욱 확장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역할로서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1관부터 4관까지, 포용의 구체적인 얼굴들 1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세계’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헬렌 함린 센터의 '롤레이터(Rollater)'를 중심으로,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보행 보조기기를 새롭게 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전동 스쿠터와 밸런스 보드 기능이 결합돼 다양한 연령층이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이동 보조 기기다. 2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삶’에는 미국 스마트디자인의 '옥소 굿그립 감자칼'이 전시된다. 관절염을 앓던 아내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품은 안정적인 그립감으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 유니버설 디자인의 상징이 된 사례다. 3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모빌리티’는 KAIST의 '볼륨스퀘어: 특수 재난 대응 모바일 팝업 병원'을 통해 극한의 상황에서도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응급 디자인을 제시한다. 전쟁, 자연재해, 감염병 상황에서도 모두가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4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미래’에는 다니 클로드(Dani Clode)의 <세 번째 엄지손가락(Third Thumb)>이 출품된다. 이 로봇 보조 손가락은 사용자의 손에 부착돼 발가락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이의 신체 기능을 확장하는 인터페이스 실험의 일환이다. ◆선언과 실험의 장…디자인이 사회를 안는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실천적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도 다채롭게 마련한다. 개막일인 8월 30일에는 디자이너, 정책가,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발표될 ‘광주 포용디자인 매니페스토’는 포용디자인의 글로벌 기준이자 선언이 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디자인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와 광주송정역을 대상으로 한 ‘광주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 등 지역과 연결된 실험적 디자인 실천도 주목된다. 노약자와 장애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지하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결과물은 3전시관에 구현된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의 본질은 인류가 지닌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만들어 나가는 데에 있다"며 "올해 행사는 단순한 디자인 전시를 넘어, 기술과 감성, 공공성과 미래가 어우러진 ‘사회적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5/06/20
군산근대미술관, 민병헌 작가 초대전 '그레이' 개최 전북자치도 군산근대미술관(구 18은행)이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민병헌 작가 초대전 '민병헌 그레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촬영부터 암실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 아날로그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작품 20여 점이 공개된다. 아날로그 사진의 대가로 불리는 민 작가는 흑과 백 사이 수많은 회색조를 활용해 독창적인 서정미를 표현해왔다. 그의 고유한 시선과 표현 방식은 '민병헌 그레이(grey)'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확고한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전시 작품은 빛과 원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흐릿한 이미지 속에 피사체를 암시하는 기법으로 관람객에게 동양화나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회색의 미학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작가의 대표 시리즈인 Weed, Deep Fog, River, Snowland, Waterfall, Sky, Nude, Bird 등을 통해 일상과 자연의 장면이 환상적이고도 본질적인 형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40여 년간 아날로그 사진을 고수해온 민 작가는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제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감각의 재현이 아닌 내면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과 대상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의 감정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MoMA SF),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암스테르담 라익스뮤지엄 등 국내외 유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대표 전시로는 '회색의 미학'을 주제로 戒(갤러리 구조), 황홀지경(포스코미술전), 민병헌, 사진하다(스페이스22), 강(한미미술관) 등이 있다.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