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언덕 조성, 독립유공자 발굴…서울시, 광복 80년 기념사업 추진 서울시가 광복 80주년을 50여일 앞두고 '광복 80년, 서울의 기억'을 주제로 시민과 함께 공감하고 만들어가는 대규모 기념사업을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8월 15일 전후로 과거의 희생을 되새기는 '기억', 전 세대가 즐기는 '환희', 연대와 희망을 나누는 '미래'라는 3가지 주제로 18개 행사가 열린다. 이를 통해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던 서울 출신 독립운동가 500명을 발굴한다. 8월에는 국가보훈부에 그동안 발굴한 미서훈 독립운동가 서훈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후손 20명(11가족)을 5박6일(8월 12~17일)간 서울로 초청한다. 이들은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서대문형무소 등 독립운동 사적지를 방문하고 광복 80주년 서울시 경축 기념행사 등에 참석한다. 시민이 광복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도록 서울 주요 역사 유적지를 지나는 시내버스(101번, 400번)와 시범 운행하는 한강버스 외부를 태극기로 장식한다. 8월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전역을 운행한다. 8월부터 10월까지 초등학생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항일 독립운동 유적 답사를 운영한다. 7~8월 두 달간 '광복80주년기념사업 시민위원회' 80명이 독립 유적지와 광복 이후 서울의 발전상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 사진과 숏츠 등을 제작·공개하는 '광복순례단'으로 활동한다. 8월 15일 광복절 당일 보신각에서 타종 행사가 열린다. 8월 9일부터 16일까지 서울광장에는 광화문, 서울시청, 남대문, 청계천 등 주요 지역을 '렌티큘러 기법(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는 인쇄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이상룡 선생의 독립 투쟁을 조명하는 전시와 80년간 광복절 기념식 자료 등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전이 8월 5일부터 개최된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독립 유공자와 서울 시민 80명 서명을 담은 대형 태극기를 박물관 외벽에 건다. 8월까지 태극기 코스프레 등 광복 의미를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개인 SNS에 올린 시민에게 기념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연다. 광복절 당일 서울광장 특설 무대에서 경축식이 열린다. 해외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이야기가 인공지능 영상으로 소개되고 유명 가수가 축하 공연을 한다. 8월 16일에는 독립을 주제로 한 뮤지컬 '영웅'과 '레미제라블'의 주연 배우들이 참여하는 갈라 음악회가 개최된다. 8월 9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서울도서관 앞에는 80개 계단으로 이뤄진 대형 상징물 태극기 언덕이 조성된다. 서울도서관 꿈새김판에 가로 19m, 세로 8.5m 대형 태극기를 설치해 태극기의 의미와 감동을 전한다. 광복 이후 최초로 우리 기술로 만들고 우리말 이름을 붙인 열차 '해방자호'와 최신 열차인 'KTX청룡' 모형을 동시에 선보이는 광복 열차 전시가 열린다. 열차 내부는 역사 전시관으로 꾸민다. 대형 태극기 설치 미술 전시, 태극기와 함께한 근현대사 사진전,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 전시 등이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노들섬에서 개최된다. 독립 열사들의 모습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영상물을 제작해 8월 중으로 서울시 SNS과 미디어 보드 등을 통해 공개한다. 국내 체류 해외 청년 등과 함께 독립 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는 행사도 8월 열린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서울시는 이번 기념사업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재조명하고 시민이 광복의 의미를 함께 나누며 광복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25/06/25
김환기·박서보·이불…1950~90년대 한국미술 타임캡슐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 과천관이 26일 개막하는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는 1950~90년대를 압축한 ‘한국미술 타임캡슐’이다. 작가 70여 명의 작품 110점 중 17점은 ‘이건희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공개된 1부(1880~1940년대)에 이은 이번 전시는 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격동의 시대를 아우르며 한국미술사의 전환기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1·2부를 합쳐 과천관에서만 총 58점의 이건희컬렉션이 공개된다. ‘정부 수립과 미술’,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등 11개 소주제는 미술사를 시대 흐름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임대근 과천관 부장은 “작가의 방은 매년 교체하고, 일부 전시작도 순환 배치해 한국근현대미술사를 폭넓게 조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시의 백미는 ‘작가의 방’이다. 김환기와 윤형근을 집중 조명하며, 향(香)과 음악을 더해 시각·청각·후각이 어우러지는 감각적 몰입의 공간으로 연출됐다. ◆1부:정부 수립과 미술 해방 직후 정부가 주도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는 작가들에게 생존 통로이자 공적 무대였다. 초대 대통령상 수상작인 류경채 '폐림지 근방'(1949) 은 전후 폐허를 사실·추상이 뒤섞인 색채로 묘사해 국전의 화풍 변화를 예고했다. 박노수 '선소운'(1955), 안상철 '청일'(1959) 은 수묵과 채색, 전통과 모더니즘 어법이 교차하며 ‘국전 한국화’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한 작품들이다. 이 섹션은 제도와 화단이 맞물려 형성한 ‘전후 미술의 초상’을 보여준다. ◆2부: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1950년대 후반 작가들은 서구 모더니즘을 수용하되 토속적 정서를 결합하며 독자적 양식을 모색했다. 문우식 〈무명교를 위한 구도〉(1957) 는 건축적 화면 구성과 민속적 색감을 병치했다. 권옥연 〈토기〉(1964) 는 토속 기물을 현대적 평면에 올려놓아 ‘구상 속 추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내면과 현실을 새 언어로 번역한 시기다. ◆3부:추상미술의 확산 추상은 1960~70년대 한국 미술의 주역이었다. 박서보 '원형질 1-62'(1962) 가 보여주듯 앵포르멜 계열은 원초적 생명력을 표방했고, 이승조 '핵 No. G-99'(1968) 같은 기하 추상은 산업화·도시화의 시각적 리듬을 담아냈다. 한편 철조, 용접 등 ‘하드에지’ 재료 실험도 활발해 박석원 '초토'(1968), 송영수 '생의 형태'(1967) 가 시대 불안과 인간 감정을 물질로 형상화했다. ◆4부:작가의 방 Ⅰ – 김환기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초기 추상 '론도'(1938)의 리듬, 파리 시기 '산월'(1958)의 한국적 정서, 뉴욕 시기 '새벽 #3'(1964-65)의 점화(點畵)까지 김환기의 변주를 시기별로 배치한다. 협업 조향이 더해진 ‘푸른 여백’의 향은 관람객을 화가의 심상(心象) 속으로 끌어들인다. ◆5부: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주류 서사에서 소외된 여성 추상가들의 재발견. 이성자 '극지로 가는 길'(1983) 은 우주·여행의 서사를 캔버스에 펼치고, 최욱경 '환희'(1977) 는 본능적 색채로 여성 자아를 선언한다. 조각 김정숙, 태피스트리 박래현 등 다재료 실험도 병렬 배치해, 1960~80년대 여성 미술 다층성을 보여준다. ◆6부:행위·사물·개념 – 전위미술의 실험 ‘물질→행위→담론’으로 확장한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망라한다. 이승택 '바람 연작 드로잉'(1971) 은 바람 자국을 기록해 ‘보이지 않는 회화’를 제시했고, 이건용 '신체 드로잉 76-1'은 몸을 매개로 화면을 그리는 과정을 예술로 치환했다. 퍼포먼스 사진·드로잉·영상 등 매체 간 경계를 넘나든다. ◆7부:한국적 추상의 모색 – 단색화 1970년대 단색조 회화는 반복·여백·물성으로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축했다. 이우환 '점으로부터'(1973), 하종현 '접합' 시리즈, 박서보 ‘묘법’ 연작 등은 ‘행위로서의 붓질’과 ‘캔버스 물성’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8부:작가의 방 Ⅱ – 윤형근 '청다색, 천지문' '69-E8'(1969) 부터 '청다색 86-29'(1986) 까지 절제와 숭고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선별한 저음 위주의 사운드 스케이프가 청색·암갈색 화면과 공명해 ‘명상적 몰입’을 극대화한다. ◆9부:한국화의 새로운 전환 1980년대 한국화는 수묵·채색 구분을 넘었다. 박생광 '무속 4'(1980) 는 샤머니즘·민화를 현대 회화로 재해석했고, 천경자 '누가 울어 2'(1989) 는 채색과 강렬한 선으로 여성 서사를 그렸다. 전통영역 확장이라는 키워드가 돋보인다. ◆10부:형상의 회복과 현실의 반영 추상 전성기 속에서도 현실 참여적 형상미술이 급부상했다. 신학철 '한국근대사–종합'(1982-83), 서용선 '청계천에서'(1986-89) 는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을 제시하고, 김강용 '현실+장 79'(1979) 는 오브제 사진 콜라주로 현실 단면을 해체했다. ◆11부:동시대를 향하여 – 1990년대 이후 세계화·테크놀로지 시대에 미술은 ‘매체 실험’으로 이동한다. 박이소 '삼위일체'(1994), 안규철 '그 남자의 가방'(1993) 은 사물과 언어를 개념적으로 재구성했고, 이불 '스턴바우 No. 23'(2009) 은 기술 신체 융합을 통해 미래적 존재를 탐구한다. '스턴바우 No. 23'는 2025년 신소장품으로 수집되어 처음 선보여진다. 2부 전시 관람 포인트는 '작가의 방’ 체험형 전시다. 김환기 공간은 맞춤형 향(수토메 아포테케리 협업), 윤형근 공간은 정재일 음악감독 플레이리스트로 시청각·후각을 결합했다. 또한 청소년 대상 ‘MMCA 하이라이트’, 장애통합학급 프로그램 ‘함께 보는 미술관 한 작품’, 월간 전시 연계 강연도 열린다. 김성희 관장은 “앞서 개막한 1부와 함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상설전시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한국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전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근원을 살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25/06/25
백남준 한국 첫 소개한 1세대 화랑주…정기용 원화랑 대표 별세 한국 1세대 화랑주 정기용 원화랑 대표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故) 정기용 대표는 1978년 서울 인사동에 원화랑을 설립한 이후 반세기 가까이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며, 한국 화랑계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1932년 인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대학 시절부터 고미술 수집을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화랑 활동에 뛰어들어, 신사실파(김환기·유영국·이중섭·장욱진 등) 회고전을 기획하며 국내 현대미술사의 장을 열었다. 특히 백남준의 국내 첫 전시를 후원한 인물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대표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소개하고 1984년 2월 원화랑에서 전시를 열며, 뉴욕에서 활동하던 백남준을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미술계에서는 정 대표를 “작가보다 작가를 더 잘 아는 화랑인”으로 기억한다. 그는 생전에 “작가가 70세까지 생존할 수 있어야 미술계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지론을 지켜왔다. 정현 조각가는 “원화랑은 1980년대 명동화랑, 동산방화랑과 함께 한국의 3대 화랑으로 꼽히던 곳”이라며 “정 대표는 단순한 상업 화랑인이 아니라, 작가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닌 조력자였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는 국내외를 막론한 감식안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조각가 김종영을 재조명하고, 미국의 임충섭·존 배, 독일의 노은님 등 해외 작가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프랑스 68혁명 이후 아방가르드 미술운동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urface)’의 작가 클로드 비알라, 피에르 뷔라글리오의 주요 작품을 조기에 수집했고, 이후 퐁피두 미술관이 회고전을 위해 해당 작품을 대여해 간 일화도 전해진다. 정현 작가는 “프랑스에서도 정 대표는 최고의 안목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았다”며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어떤 것이 좋은지 정확히 짚어내는 분이었다. ‘여기 있는 모든 작품은 한국 미술의 미래를 위한 밀알이 될 만한 것만 신중히 골랐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까지 건강하셨지만 5년 전 넘어지며 골반을 다치셨다. 올 초에는 보조기 없이도 잘 걷는 모습이었고, 3주 전에도 건강하게 뵈었는데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며 “신화 같은 일화를 남긴 분”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은 평소 나서기를 꺼리는 성품으로도 잘 알려졌다. 불교 유물을 동국대 박물관에 기증하고도 이름 붙은 전시실이나 감사패를 모두 고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김종영, 백남준, 노은님, 요제프 보이스 등 주요 작가의 작품 14점을 조용히 기증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이다. 2025/06/24
경주 예술의전당,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특별전…APEC 기념 경주문화재단은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1일부터 10월12일까지 경주 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근현대 미술의 1세대 거장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대표작과 드로잉 90여 점을 선보인다.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 다수를 포함해 국내 대표 5개 미술관과 기업의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깊이를 세계에 알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건희컬렉션 포함), 환기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이 참여한다. 4인의 거장들은 삶과 예술이 모두 다른 방향성을 지니며 각자의 방식으로 격동의 시대를 보냈다. 또 오늘날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기현 재단 대표이사는 “한국 근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5/06/24
거리에서 시작된 상징 '바스키아', 올 가을 서울 온다 “나는 흑인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가다.”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그는 거리의 낙서를 미술관 벽에 올린 최초의 화가였다.낙서, 해골, 왕관, 그리고 언어. 그는 그래피티와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미지와 텍스트, 회화와 언어를 끊임없이 결합했다. 바스키아에게 ‘그림’은 언제나 복합적인 표현이었다. 오는 9월 22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바스키아 회고전이다. 세계 8개국 주요 기관과 컬렉터로부터 대여한 회화 33점을 포함해 총 60여 점의 작품과, 그가 생전 직접 쓴 창작 노트 8권(총 155쪽)도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왕관, 해골, 그리고 언어… 바스키아는 ‘기호로 그린’ 화가였다 바스키아는 1980년대 초 뉴욕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 동안 약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뉴욕 대안학교 시절 ‘SAMO(SAMe Old shit)’라는 이름으로 그래피티를 남기며 활동했고, 198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최연소로 참여했다. 이듬해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협업하며 주목받았지만, 워홀의 사망 이후 은둔했고, 198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요절했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982년작 '무제'가 약 1500억 원에 낙찰되며 앤디 워홀을 넘어 현대미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대미술의 커트 코베인’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다. ◆기호를 읽는 전시… 동아시아와의 ‘문화 연결’도 시도 이번 전시는 바스키아 작품 속 왕관·해골·숫자·언어 등 도상적 기호의 상징 해석에 집중한다. 특히 그의 시각 언어를 동아시아 미학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훈민정음 해례본, 추사 김정희의 서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함께 소개되며 ‘기호의 시각화’라는 주제 아래 시대와 지역을 넘는 조우가 구성된다. 기획은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바스키아×워홀: 네 개의 손으로 그리기'(2023)를 포함해 바스키아 전시만 25회 이상 기획한 큐레이터 디터 부흐하르트(Dieter Buchhart), 안나 카리나 호프바우어(Anna Karina Hofbauer), 그리고 국내 현대미술 플랫폼 숨엑스(SU:MEX)의 이지윤 대표가 공동으로 맡았다.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E&A가 투자했다. ◆“지워진 존재들의 언어로, 그는 캔버스를 채웠다” 바스키아는 단지 거리에서 시작된 그래피티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회적 언어의 구조를 다시 쓰고, 권력의 문법 밖에서 자신을 말하는 방식을 찾아냈다. 그림을 보지 않고 읽게 만들고, 읽다 보면 다시 그림을 보게 만드는 힘-그것이 오늘날에도 바스키아가 계속 소환되는 이유다. 이지윤 숨 대표는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보편적 소통 수단으로서 ‘기호와 상징’에 대한 탐구를 담았다”며, “바스키아 작품 속 기호를 한국 문화의 상징성과 함께 조망함으로써, 서로 다른 문화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만나고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6/24
용산구,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느루아트' 운영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가 지난 20일 발달 장애인 미술 작업실 '느루아트(청파로73길 42)'를 정식 개관했다고 24일 밝혔다. 명칭은 순우리말 '느루'를 활용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미술 작업실'이란 뜻을 담았다. 느루아트는 발달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고 미술을 매개로 지역 사회와 소통하도록 돕기 위해 조성됐다. 현재 발달 장애 청년 작가 13명이 활동 중이다. 느루아트는 서울시 소유 유휴 공간인 '감나무집(도시재생사업 거점시설)'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연면적 146.32㎡ 규모다. 1층에는 지역 주민과 만나는 '작은 전시장', 2층에는 청년 작가들이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전용 작업 공간이 마련했다. 발달 장애인 예술가 창작 지원, 청년 작가 작품 전시 등이 열릴 예정이다. 구는 올 하반기부터는 발달 장애인 청년 작가 전시회를 개최해 문화 예술 활동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구는 2023년 12월 발달 장애 청년 미술전 '한 발 앞으로'를 개최하고 2024~2025년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발달 장애 청년 작가 분들이 느루아트에서 마음껏 펼칠 작품 행보가 기대된다"며 "앞으로 이곳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없는 '유니버설 용산'을 상징하는 대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5/06/24
G갤러리, 이해반·최수진·카밀라 알베르티 3인전 고정된 선은 없다. 모든 경계는 흔들리고, 이어지고, 해체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갤러리는 오는 25일부터 여성 작가 3인의 그룹전 'The Mutable Line(유동하는 선)'을 연다. 회화 작가 이해반과 최수진, 설치의 카밀라 알베르티(Camilla Alberti)작가가 참여했다. 이해반(35)은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군사적 긴장과 생태적 감성이 교차하는 완충지대를 기억 속에서 꺼내어, 모호한 선들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깊이를 회화로 시각화한다. 최수진(39)은 감각과 기억, 환상의 이미지들을 조각처럼 분할하고 퍼즐처럼 조립하며 하나의 화면으로 통합해낸다. 일상의 파편들이 재구성된 그녀의 회화는, 네모난 화면 안에서 시간과 장소의 단층을 보여주는 다층적 풍경이다. 이탈리아 작가 카밀라 알베르티(31)는 인간 중심주의의 시선을 벗어난 생태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조각, 식물, 녹슨 천 등을 사용해 비인간 존재들의 ‘공존하는 피부’를 상상하며, 물질과 생명이 얽힌 생태계를 설치로 구현했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2025/06/24
“키치 앤 팝:한국적 팝아트의 현재”…서울시립미술관, 상하이 순회전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과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원장 강용민)은 오는 27일부터 9월 13일까지,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전을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후원하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한국의 동시대 시각문화가 지닌 고유한 감각을 아시아권에 소개하는 해외 순회 프로젝트다. 전시는 오는 10월 주홍콩 한국문화원으로 이어진다. '키치 앤 팝'은 K-팝을 비롯한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한국적 팝아트(Korean Pop Art)’를 동시대 시각문화의 맥락에서 재조명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작품을 비롯해 돈선필, 추미림, 노상호, 심래정, 류성실, 우정수 등 1980년대 이후 출생 작가들의 신작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포스트 인터넷’ 시대 이후의 매체 전환과 개별화된 감각을 반영한 새로운 팝아트의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는 ‘개별화된 팝’과 ‘쿨-키치(cool-kitsch)’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2000년대 대량소비문화와 글로벌리즘 아래 형성된 한국적 팝아트의 형성기와, 2010년대 이후 SNS와 AI 등 기술 환경 속에서 재편된 작가들의 시각 언어를 함께 조망한다. 홍경택, 박미나, 김신혜 등 2000년대 초중반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며, 세대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한국 팝아트의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 이후의 시각문화 환경 속에서 ‘한국적 팝아트’라는 개념의 본질적 속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개별화된 팝’과 ‘쿨-키치’를 중심으로 그 형성과 변주 과정을 함께 탐색해보도록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시와 연계해, 참여 작가 추미림의 신작을 바탕으로 한 시민참여형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상하이 도시를 배경으로, 스티커와 스탬프를 활용한 ‘나만의 풍경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현지 관람객이 일상과 예술을 새롭게 연결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재편되는 한국적 팝아트의 역동성을 상하이와 홍콩의 순회전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계와 더욱 긴밀히 교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6/24
디자인 마이애미, 9월 서울 DDP서 아시아 첫 전시회 세계 수준의 디자인 페어인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가 아시아 최초 전시회 장소로 서울을 지목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디자인 마이애미와 협력해 오는 9월 1일부터 14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아시아 첫 전시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디자인 마이애미는 갤러리, 디자이너, 브랜드, 전문가, 컬렉터, 애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탁월한 소장 가치를 지닌 디자인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디자인 플랫폼이다. 디자인 마이애미는 세계 최고 수준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박물관 수준의 20·21세기 가구, 조명, 오브제 아트를 전시하고 유명 브랜드들과 몰입형 디자인 협업을 한다.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는 약 1000㎡ 규모 이간수문전시장 내 실내전시공간(2개층)과 야외플라자를 활용한다. 빛에 의해 밝아진 상태 '일루미네이티드(Illuminated)'를 주제로 한국 고유 정체성과 독창성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행사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서울(Frieze Seoul)'과 같은 시기에 개최된다. 행사 기간 중 서울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대문 일대 상권 활성화와 관광 수요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한다고 재단은 밝혔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디자인 마이애미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선보이는 것은 한국 디자인의 성장과 서울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DDP라는 상징적인 건축 공간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독창성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25/06/24
“검열인가 편집인가”…서울시립미술관 도록 논란 확산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 도록 원고 게재 불가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며, 미술계에서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편집 판단을 넘어, 공공미술관의 출판 윤리와 소통 책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시립미술관 산하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가 기획한 전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3월6일~7월27일)의 도록 원고에서 비롯됐다. 초청 필자인 남웅 평론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비판하는 서두를 포함한 평론을 제출했지만, 지난 2월 미술관 측으로부터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게재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해당 사실이 4월 말 공론화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19일 공식 누리집에 입장문을 게재했다. 미술관 측은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는 없었다”며 “원고가 전시 기획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평론가와의 소통이 세심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논란을 심도 있게 재검토해 필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오는 12월 발간 예정인 도록에는 성명, 논평, 언론보도 등 다양한 비평적 목소리를 함께 담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시 출판 과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일부 작가와 비평가들은 지난 21일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연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예술인연대는 성명을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은 입장이 불리해지자 언제든 검열을 ‘소통의 오해’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관의 입맛에 맞는 창작물만 요구하는 태도는 예술과 비평의 존립을 위협한다”며 “평론 게재 불가 결정 과정 및 관련 기록 공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23일 기준, 서명에는 노원희, 양혜규, 이미래, 임흥순, 전소정 등 국내 대표 작가를 포함해 50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입장문이 문제의 본질인 ‘검열’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소통 오류인지,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표현의 자유 침해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전시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7월22일까지 열린다.서울시립미술관의 주제 기획전으로 기관 의제인 ‘행동’과 연계해 전시를 풀어냈다. 영상, 사진, 설치 작품으로 발표하는 권은비, 김아영,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총 7인(1팀)이 참여했다.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이 협업 기관으로, 풍성한 자료와 함께 구성되어 있다.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