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제22회 문신미술상 요강 확정 경남 창원특례시는 문신미술상 운영위원회를 문신미술관에서 개최하고, 제22회 문신미술상 운영 계획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2002년 시작돼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문신미술상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문신 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선양사업이다. 문신미술상은 본상 1명과 문신미술상 청년작가상 1명을 각각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본상 수상자는 익년도 초대 개인전 개최와 작품 1점을 창원시에서 구입하는 특례가 부여된다. 청년작가상 수상자는 문신미술관 기획전에 참여한다. 심사 대상 작가 추천은 4월 3~28일, 심사 결과는 5월 중 일간지 등 홍보매체와 시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본상 및 청년작가상 시상식은 5월26일 문신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정현섭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세계적인 작가인 문신 선생을 선양하는 미술상인 만큼 창원특례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문신미술상 운영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미술상의 권위를 높이고, 문신 선생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3/01/30
세포그림 작가 이강욱 홍익대 교수, 제 1회 삼두미술상 수상 '세포 그림'으로 유명한 이강욱 작가(홍익대 미대 교수)가 제1회 삼두미술상을 수상했다. 울산의 문화·예술 활성화와 인재발굴의 뜻을 담아 삼두종합기술과 울산문화예술협회가 제정한 상으로, 울산에 연고가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수상 작가에는 개인전을 지원한다. 삼두미술상 위원장을 맡은 최은주 대구시립미술관장은 "새롭게 제정된 제1회 삼두미술상의 의미와 발전 지향성을 고려해 역량 있는 울산 출신의 현대미술작가 가운데 이강욱 작가를 선정했다"며 "이강욱 작가는 확고한 예술 세계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엿보였고, 앞으로 세계 미술계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작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수상 작가 기념전으로 '이강욱: 움직이는 상, 변화하는 색'전이 울주군 아트나살에서 2월 26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비가시적 공간(Invisible Space-image)'시리즈와 점, 선, 면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평면 위에 그리는 '지오메트릭 폼(Geometric form)', 회화의 기본 요소의 하나인 색을 이상의 역설적 공간을 표현하는 '제스처(The Gesture)'를 선보인다. 전시는 작가가 질문하는 ‘회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이고도 밀도 있는 실험의 전개 과정을 선보인다. 이강욱 작가는 박서보, 이우환을 계보로 잇는 한국 신추상의 독보적 작가로 평가 받는다. 미술 평론가인 홍익대 정연심 교수는 이강욱의 회화에 대해 "작가의 신체를 통한 행위성이 강조된다는 측면에서 1970-80년대 단색화의 계보를 잇는 반면, 색이나 재료의 물성 대신에톤과 레이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추상회화’로 이해될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이강욱 작가는? 1976년 울산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영국 런던 첼시미술대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 이스트 런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2021 Gallery Lotus(광주), 2019 Salihara ArtCenter(자카르타), 2017 아라리오갤러리(천안), 2016 아라리오갤러리(서울), 2014 동경화랑(도쿄) 등 총 32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많은 기획 단체전에 초대되었다. 2002년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동아미술대전 ‘동아미술상’ 등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 당시 26세 최연소 대상 작가이자 꽃미남 작가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대표적인 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호암미술관등), 국가기관(외교통상부, 한국전력 등), 국내 그룹(현대자동차, LS산전, 삼성의료원, 성모병원, 메리어트호텔 등)을 포함해 많은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LG패션과 현대자동차, 산업은행등의 기업들과 협력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3/01/30
'솔섬' 세계에 알린 英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 50주년 강원도 삼척 소나무 군락지 '솔섬'을 세계에 알린 영국 사진 작가 마이클 케나(70)의 50주년 기념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풍경 사진의 대가'로 전 세계 사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다양한 풍경들을 통해 사람과 주변 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고민하는 작가는 전통적인 흑백 은염 인화 방식을 통해 아날로그 과정을 통한 기다림의 시간이 바로 창작의 요소라는 철학이다.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촬영하여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나무 숲을 보존하는데 그의 사진 한 장이 큰 역할을 했다. 삼척시는 케나 작품의 제목을 빌어 '솔섬’으로 지명을 바꾸고 이곳을 강원도의 관광 명소로 지정했다. 인간의 개발 의지보다 더 중요한 예술적 자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던져준 바 있다. 2011년 공근혜갤러리가 연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에서 당시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강원도 삼척의 소나무 군락지를 촬영한 '솔섬' 사진은 그동안 전 세계 많은 팬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알리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마이클 케나를 한국에 알린 공근혜 갤러리가 작가의 작업을 모아 '철학자의 나무 II'전을 선보인다. 한국의 솔섬 연작들과 홋카이도의 철학자의 나무 연작 등이 전시됐다. 모국인 영국에서 찍은 70, 80년대의 초기 사진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는 케나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40x 40cm의 대형 사이즈로 인화한 10여 점의 최신작들도 함께 나왔다. 반세기를 꾸준히 아날로그 사진만을 고집하며 걸어온 마이클 케나가 포착한 각국의 나무 사진들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작가가 나무에 바치는 순수한 경외감마저 안긴다. 한편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마이클 케나는 이번 방문 동안, 울릉도, 독도 바다를 카메라에 담는다. 독일에서 출판 예정인 'KOREA' 사진집을 위한 마지막 한국 촬영이다. 케나는 2022년 11월 프랑스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 (Officier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상했다. 이를 기념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나무를 주제로 한 신간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전시는 2월25일까지. 공근혜 갤러리는 청와대 춘추관 옆에 있다. 2023/01/30
'상춘십곡-봄을 환대하라'…춘천예술촌 1기 입주작가전 '상춘십곡(賞春什曲)-봄을 환대하라' 겨울 한파 속 미리 봄의 기운을 만나볼 수 있는 대형 전시가 열린다. 춘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춘천예술촌 레지던시 프로그램 1기 입주 작가 결과 보고전시다. 작가 10명의 군집 개인전 형식으로 200여 점을 선보인다.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2월1일부터 28일까지 펼친다. 다소 어렵게 읽히는 전시 제목 ‘상춘십곡(賞春什曲)’은 조선 전기 정극인(丁克仁)이 지은 가사 '상춘곡(賞春曲)'에서 차용했다. 전시감독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상춘곡'은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자연 친화적인 가치관’이 담긴 내용"이라며 "상춘곡에서 제목을 빌어온 이번 전시는 마치 봄(春)의 경치를 감상(賞)한 느낌을 노래(曲)한 것처럼 작가 10명의 작품으로 ‘인생의 봄을 환대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이 전시에는 회화 성향 5인(이광택·이효숙·루시·박시월·전영진), 입체와 설치 성향의 5인(홍준호·장승근·송신규·박소영·정승혜)으로 나눠 한국화, 서양화, 사진, 판화, 조각, 설치, 영상 등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상춘십곡(賞春什曲)-봄을 환대하라' 초대작가 10명 이광택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동양적 감성이 담긴 문인화를 좋아해 중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작품 역시 한국 문인화의 전통을 21세기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다. 특히 강원도 출신의 대표적인 근대소설가 이효석과 김유정의 문학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보고 읽는 문학성 짙은 작품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이효숙 작가는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시각화한 ‘시간의 이야기를 기록을 옮긴 삶의 본질이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마치 내면에 잠든 삶에 대한 고민을 간결한 시어(詩語)로 표현한 것처럼 담백한 미감이 특징이다. 한지 특유의 담담한 화면에 반복된 연필 긋기로 작가적 인내력이 빛난다. 루시 작가의 그림엔 크고 작은 원이나 네모 혹은 세모의 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조형이 서로 붙고 떨어지길 반복하며 새로운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이는 작가가 ‘각각의 존재가 지진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순수하고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꿈꾸는 자유로움을 선물한다. 박시월 작가는 ‘아름다움의 순간에 대한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누군가 쉽게 말하는 ‘아름다운 순간’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실체나 물증도 없이 오직 말과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것을 기록해보는 시각화 과정이다. 캔버스 화면과 표면을 갈아낸 유리판의 만남을 활용한 표현기법이 부드러운 감흥을 자아낸다. 전영진 작가는 ‘상상하는 것에 큰 힘이 있음’을 그림으로 말한다. 어린 시절 상상만했던 에피소드들을 그림과 설치형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평소 우주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성으로 떠나는 상상여행’을 재치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홍준호 작가는 사진의 프로세스를 활용한 다양한 회화적 변주를 시도한다. 평소 촬영한 이미지나 채집한 아카이브 이미지에 물리적 힘을 가해 구기거나 균열을 가게 한다. 작가는 이를 ‘비(非)사진적 사진을 만드는 과정’으로 여긴다. 다층적 혹은 촉각적 사진의 재해석이 홍준화식 조형언어인 셈이다. 장승근 작가는 유화 작업을 기반으로 에어브러쉬나 설치작업을 병행한다. 특히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속 신체 변형 클리셰’ 개념을 활용한 작품형식은 친숙하면서도 생경함을 동시에 전해준다. 마치 이름 모를 괴물의 변형된 신체와 익숙한 히어로의 어색한 만남 등 작가적 상상이 가미된 상황극을 연출하고 있는 듯하다. 송신규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의 영역을 혼합해 자신의 체험적 기억을 작품에 옮긴다. 송 작가는 사라지고 변형되며 다시 태어나는 자연의 순리를 수행적인 제작방식으로 표현한다. 천에 안료를 수없이 문지르고 덧칠하거나 긁어내는 과정의 층위가 곧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박소영 작가는 자연의 변화를 사회, 역사, 유불선(儒佛仙)과 같은 다층적 이야기로 연결해 작업화한다. 그의 탐구력은 자연사나 인문학 또는 신화적 종교관 등을 넘나드는 광폭의 조형어법을 보여준다. 작품의 설치방식 역시 평면적인 드로잉과 페인팅부터 퍼포먼스, 영상, 음향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한 의외의 조합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완성해낸다. 정승혜 작가는 ‘기후재난 시대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태도’를 작가적 신념으로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 가령 작가 스스로 채식을 실천하며 매일 식생활에서 발생하는 식물부산물을 모은다든지, 일상의 산책 과정에서 채집한 낙엽이나 농사부산물 등을 활용해 벽돌을 만드는 행위를 지속한다. 이렇게 제작된 벽돌은 실제 전시장에서 설치물로 활용된다. 2023/01/30
교황이 운석에 맞아 쓰러졌다...마우리치오 카텔란 韓 첫 개인전 이럴 수가! 교황이 거대한 돌(운석)에 맞아 쓰러졌다. 그가 안간힘을 쓰고 의지하고 있는 건 가느다란 십자가 지팡이다. 붉은 카펫 바닥에 쓰러진 교황은 요한 바오르 2세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딱딱하게 굳어 있는 교황은 인조 조각이지만(종교인이라면 더욱더)감정을 요동치게 한다. 권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일까? 짓궂은 농담에 불과한 것일까? 1999년 쿤스트할레 바젤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다양한 반응을 일으킨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종교적 지도자이자 바티칸 시국의 원수인 교황에 파격적인 설정을 적용한 모습처럼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권위를 조롱하는 작품들로 현대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바나나' 작품으로 떠들썩했던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를 떠올려 보자. 그는 전시 부스현장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였고 이 작품은 12만 달러에 팔려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전시 도중 한 작가가 벽에 붙어있는 바나나를 떼어 먹어버리면서 사건이 극대화됐다. 갤러리측이 항의하자 바나나를 먹어 치운 작가는 이것도 퍼포먼스라며 항변했고, 웃기는 작품이라는 소문이 나자 부스에 인파가 몰리면서 전시 중단 사태까지 맞았다. 작품을 내리기까지 거듭해서 논란을 일으킨 이 바나나의 제목은 '코미디언'이어서 현대미술의 아이러니함을 드러냈다. 당시 외신을 타고 세계적인 이슈를 만든 그 작품은 '바나나가 작품이 될 수 있냐, 아니냐', 고작 바나나를 벽에 붙였는데 '12만 달러에 팔리는게 맞냐 아니냐'로 설왕설래하며 미술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처럼 카텔란의 작품은 모순을 드러내며 질문하게 한다. 변곡점이 많은 그의 인생사는 전형적인 미술가 유형을 벗어난 배경이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다양한 직군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다 미술계에 몸담게 됐다. 작품이 나올때마다 첨예한 토론을 유발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도덕적 합리성이나 계몽적 이상을 설파하는 예술가의 역할은 거부한다. 그는 사기꾼, 협잡꾼, 악동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릿광대를 자처한다고 했다. 스스로를 희화화지만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꿰뚫고 삶의 폐부를 찌르며 현실을 예리하게 비평하는 현실 비평가로서 이 시대 가장 뜨거운 작가로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2011년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리움서 첫 대규모 한국 개인전 유머와 풍자로 뭉친 도발적인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신통방통함을 선사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이태원 리움미술관은 새해 첫 전시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를 31일부터 펼친다.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조각, 설치, 벽화 등 주요 작품 총 38점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돋보이는 초기작 뿐만 아니라 예술의 본질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 온 바나나 작품인 '코미디언'(2019) 등 최근 화제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동물'(말)을 뜻밖의 장소에 등장시켜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령'(2021), '비디비도비디부'(1996), 극사실적인 조각인 교황이 쓰러진 '아홉 번째 시간'(1999)을 비롯하여 자화상에 해당하는 '찰리'(2003) 등을 포함한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뒤에서 보면 어린아이 같은데 앞에서 보면 딱 떠오르는 얼굴로 카텔란을 또다시 논쟁적 작가로 부상하게 한 '그'(2001)도 전시됐다. 단정한 옷을 입고 공손히 무릎 꿇은 히틀러의 얼굴을 한 작품으로,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내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유발하게 한다. 카텔란은 작품은 개인적 서사에 기반한 강력한 감정을 담아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게 특징이다. 미술관의 바닥을 뚫고 엉뚱한 곳으로 나와버린 듯한 카텔란의 얼굴을 담은 '무제'(2001)는 미술계에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외부인과 같은 카텔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는 빨간 카펫에 시신을 연상하게 하는 아홉 개의 대리석 조각 작품인 '모두'(2007)와 침상에 죽은 듯 나란히 누워 있는 두 명의 카텔란이 등장하는 '우리'(2010)도 공개해 죽음에 대한 복합적인 심상을 이끌어낸다. 이 작품들은 최근 우리에게 일어난 참사의 기억을 소환하고 추모하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들을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 온 작가"라며 ““이라고 밝혔다. 전시 기간 동안 카텔란의 작업 세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큐레이터이자 평론가 프란체스코 보나미의 아티스트 토크와 전시 기획 의도와 주요 대표작을 소개하는 김성원(리움미술관 부관장)의 큐레이터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관람은 무료지만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전시는 7월16일까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누구? 마우리치오 카텔란(b.1960·이탈리아 파도바)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미술 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학적이고 도발적인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일상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차용하면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넘나들어 ‘뒤샹의 후계자’로도 평가 받는다. 피렐리 행거비코카, 밀라노(2021), UCCA 현대미술관, 상해(2021), 블레넘 궁전, 우드스톡(2019), 모네 드 파리, 파리(2016),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2016/2011), 바이엘러 미술관, 리헨/바젤(2013), 팔라초 레알레, 밀라노(2010), 테이트 모던, 런던(2007)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또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17/2001), 베니스 비엔날레(2011/2009/2003/2001/1999/1997/1993), 광주비엔날레(2010/1995), 시드니 비엔날레(2008), 휘트니 비엔날레(2004) 등 유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피에르 파올로 페라리와 '토일렛 페이퍼(TOILETPAPER)'를 공동 창간하고, '찰리(Charlie)', '퍼머넌트 푸드(Permanent Food)'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출판 활동을 펼쳤다. 1995년 '제 6회 카리브해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알리 수보트닉과 함께 2002년 뉴욕에 ‘더 롱 갤러리(The Wrong Gallery)’를 설립했다. 2018년 중국 유즈 미술관에서 'The Artist is Present'를 기획하는 등 미술 현장과 제도를 비평적으로 재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3/01/30
국립민속박물관, '병풍 장황' 연구 자료집 발간 국립민속박물관은 자료집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병풍 장황'을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박물관 소장 병풍 128점의 장황을 연구한 성과물이 담겼다. '장황'(粧䌙)은 그림·글씨를 감상하거나 보관할 수 있도록 족자·병풍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주는 형식·형태·기술이다. 병풍의 장황은 서화를 꾸미고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전체적인 구도나 분위기까지 결정하는 요소다. 민속박물관은 2017년부터 6년여에 걸쳐 소장품을 중심으로 장황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병풍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광학 현미경 조사, 적외선 분광분석 등 과학적 분석과 상태조사를 통해 병풍 그림과 장황의 재질·시기를 파악했다. 민속박물관 소장 병풍은 대부분 자유로운 장황 양식을 갖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의 것들로 확인됐다. 현대로 갈수록 기존의 전통 장황 재료인 비단이나 능화지를 대신해 비스코스 레이온·디아세테이트·나일론과 같은 화학섬유 및 인쇄 양지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문화재 보존처리·복원의 길잡이로 활용될 전망이다. 2023/01/30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전시품 일부 교체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전시품 일부를 교체했다고 30일 밝혔다. 전시품의 안전한 관리와 다양한 문화재 소개를 위한 목적이다. 의궤의 상세한 기록방식을 소개한 코너에서 경희궁 재건축 내용을 담은 '서궐영건도감의궤'(외규262)를 '경덕궁수리소의궤'(외규75·유일본)로 교체했다. 1693년(숙종 19)에 있었던 경희궁 수리 공사를 정리한 것으로, 전각별 수리 내용이 꼼꼼히 기록돼 있어 조선시대 건축 공사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근엄한 분위기로 관람객을 압도하던 '세조어진'(모사본)은 '조영복 초상'(보물·경기도박물관)으로 바뀌었다. 함께 전시된 의궤가 '숙종어용도사도감의궤'(외규93)로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초상화를 그린 이는 조선 후기의 문인 화가 조영석(1686~1761)이다. 공신녹훈 의궤를 소개한 코너에서는 '보사녹훈도감의궤'(외규47) 및 '보사복훈도감의궤'(외규76)를 '분무녹훈도감의궤'(외규130·131)로 교체했다. 이 의궤는 영조 즉위 초 발생한 반란을 진압하는 데에 공헌한 이들을 분무공신으로 책봉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와 관련된 '오명항 분무공신화상'(경기도박물관)과 '이삼 분무공신교서'(한국유교문화진흥원 기탁)도 새롭게 전시하게 됐다. 교체 전시를 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2월 1~10일 무료입장 이벤트를 연다. 별도의 예약이나 입장권 발권 없이 현장에서 바로 전시실에 입장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월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연계 강연과 학술대회도 마련했다. 2월15일에 기록물로서 조선왕조의궤의 가장 큰 특징인 '상세함'을 주제로 강연을 연다. 의궤를 연구해온 미술사 분야의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건축사 분야의 조재모 경북대 교수,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임혜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강연을 맡았다. 2월24일에는 '의궤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을 주제로 연계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외규장각 의궤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역사 기록물로서 의궤의 가치를 확인하고 연구·활용 방향을 전망한다. 2023/01/30
[인사]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광주박물관장 이애령 ▲국립중앙박물관 대구박물관장 김규동 2023/01/30
[박현주 아트클럽]무라카미 다카시 말고 이우환, 부산시립미술관 '키다리 아저씨' 모든 이야기는 무한하게 변화하는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다. "부산에 왔다" 1월 초 빅뱅 지드래곤(35) 인스타에 공개된 무라카미 다카시(61)의 인사 영상 배경이 밝혀졌다.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막한 그의 개인전 첫 장면은 '727 드래곤', 그러니까 지드래곤 '권지용 컬렉션' 그림으로 시작된다. 다카시가 '부산에 왔다'고 신고할 만큼 지드래곤은 그의 슈퍼 컬렉터다. 6~7년 전 '빅뱅 시대'에 지드래곤 뮤직비디오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결을 같이했다. 컬러풀한 꽃잎을 가진 캐릭터를 지드래곤이 모자로 쓰면서 인기몰이한 다카시의 '스마일 꽃' 캐릭터는 '꽃방석'을 짝퉁 세계화 시키기도 했다. 빅뱅 멤버들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며 '미술 세계'에 눈 떴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그들이 어떤 작품을 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었다. 이번 다카시의 전시처럼 앞으로 K팝의 전사들이 세계미술시장 큰 손으로 드러날 것 같은 예감이다. (이 전시에는 빅뱅 탑의 소장품도 있다) 전시장 입구를 막은 듯 거대하게 걸린 지드래곤 소장품 '727 드래곤'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가로 3m 세로 4.5m 크기로 그의 상징과 특징이 모두 녹아 있다. 다카시를 뜨게 한 '도브( DOB)캐릭터'가 변형된 작품이다. 미키마우스 같은데 이상한 귀여움이 작렬했던 도브는 이 작품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12세기 일본의 유명한 시기산의 전설 에마키(Shigisan Engi Emaki, 信貴山縁起絵巻)에서 영감을 받은 구름을 결합한 작업이다. 2018년에 그린 그림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서구와 일본 등을 평평한 구조로 해석한 ‘슈퍼플랫(Superfla)'의 정신을 기괴하게 뿜어낸다. ◆'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도쿄예술대 일본화 1호 박사 무라카미 다카시는 영리한 '일본화' 작가다. 인형같은 그림과 현란한 색에 홀려 귀엽다고 다가섰다가 '헉 이게 뭐야!'하고 기겁하게 하는 그림이다. 그는 1993년 도쿄 예술대학 일본화과가 배출한 일본화 1호 박사다. 어릴적 만화광이었다는 그는 스스로 '오타쿠 예술가'로 칭하며 부상했다. 천박한 소비문화와 성 도착 현상 등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귀엽고 환상적이고 묵시론적인 '신 일본화'를 창출했다. 2002년 루이비통에 디자이너로 영입되면서 세계적인 인물로 주가를 경신했고 피규어 등 키덜트 상품을 양산했다. 170억 원이 넘는 작품(My Lonesome Cowboy)부터 피규어, 티셔츠, 인형, 슬리퍼 등의 상품까지 '일상속 예술'을 지배하고 있다. 2008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안에 들기도 했다. 일본 우키요에나 금박을 붙인 회화에서 영감을 받고 서양 현대 회화의 '평면성'과 섞어,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인 '슈퍼플랫'을 만들었다. 2002년 게이사이 아트페어를 세워 12년간 운영, 지금은 월드 스타가 된 아야코 로카쿠를 배출했고 '카이 카이 키키'라는 아트그룹을 설립 MR 등 후배들을 키워내 '아시아의 앤디워홀'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유행이 지난걸까? 아트와 상품의 경계를 넘고 넘은 그의 전략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NFT 바람을 타고 제작한 디지털 아트도 죽을 쒀 판매를 중단했던 그는 영화 '해파리의 눈' 2탄까지 말아 먹고 2년전 "저 거덜났어요"라고 인스타에 고백한 바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이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아트 상품'같다. 대규모 회고전을 꾸민 이번 전시도 아트페어나 경매장, 또는 명품 컬래버레이션 같은 매장 분위기다. 부산에 온 무라카미 다카시는 천진난만했다. 기자들을 끌고 다니며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하는 그는 .) 너무 유명해서 식상하기까지 한 작품 대신 그는 스스로 작품이 되기로 한 듯 했다. 분홍색 젤리피시 인형 모자를 쓰고 나타나 두 손바닥을 펼쳐 내미는가 하면 발한쪽 발을 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포즈를 취했다. 10년 전 서울 플라토 전시에서 양복을 입고 등장해 '오타쿠 꼰대' 같았던 모습은 이제 덥수룩한 수염과 거친 머릿결로 노숙자나 교주 그 사이의 분위기를 풍겼다. 자신감은 여전했다. 뉴욕 모마에서 연 전시가 역대급 관람객을 동원한 것처럼 이번 전시도 부산시립미술관 역대급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예술과 상업사이에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미술관 문턱을 낮추는데 공헌했다"면서 "현대미술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파먹고 좀비가 되어 나타난 그에게 동시대 당신의 미술의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자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 ◆지드래곤 아닌, 이우환 때문에 왔다...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덕분 한국에서 10년 만에 170여 점을 선보인 무라카미 다카시 대규모 회고전은 이우환 화백(84)덕분이다. 부산시립미술관에 2015년 상설 전시관인 '이우환 공간'이 생기면서 부산시립미술관이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특히 2020년 방탄소년단 RM이 부산 팬미팅 공연을 앞두고 찾아 온 후 그야말로 '방탄소년단 성지'로 부상했다.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를 쓴 방명록이 화제가 되면서 RM이 이우환 광팬으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 '이우환 공간'은 2013년 부산과 대구가 ‘원조 경쟁’을 벌이며 치열한 유치전 끝에 부산에 설립된 미술관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우환 예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일본 나오시마에 이은 세계 두 번째의 이우환 개인미술관으로 입지 선정부터 건축 기본설계와 디자인까지 이우환 작가가 직접 참여했다. 지상 2층·지하 1층 연면적 1400㎡규모다. '이우환 공간'이 생겼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유명세는 일상의 힘을 이길 수 없다. 거대한 돌, 점 하나만 그려있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림을 날마다 보기란 고역이다. '이우환 제대로 보기'도 하루 이틀이지 관람객들의 반응은 시들해졌다. 상설전 운영의 한계였다. 이우환 화백이 제안을 했다. "내 친구들을 데려오겠다." 그렇게 '이우환과 친구들'전시가 기획됐고 2019년 안토니 곰리가 첫 친구로 부산땅을 밟았다.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조각가인 안토니 곰리의 신작이 소개됐지만 열풍은 일지 않았다. 내홍에 쌓였던 부산시립미술관은 관장이 바뀌면서 급물살을 탔다. 서울시립북서울 관장이었던 기혜경씨가 부산시립미술관장으로 오면서 '이우환과 그 친구들'이 몸집을 키웠다. 기혜경 관장은 2020년 이우환과 그 친구들 두번째 전시는 시립미술관 본관 3층과 이우환 공간 두 공간에서 펼쳤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빌비올라의 개인전으로 국내에서 흔치 않는 전시였다. 2021년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국내 최대 회고전이자 첫 유작전이 열려 화제가 됐다. 사진예술가, 설치작가, 비디오아티스트, 그리고 가장 위대한 프랑스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볼탕스키는 부산시립미술관 10월 전시를 준비하다 7월 타계했다. 갑작스런 별세로 작가의 전시 대부분이 취소되었지만 부산시립미술관 전시만 열 수 있었다. 기혜경 관장은 "이우환 화백이 직접 나서 챙긴 전시로 볼탕스키와 이 화백의 의리와 예술 교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전시는 한국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희귀 전시가 됐다"고 했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성황...부산시립미술관은 리모델링중 "무라카미님의 작품은 얼른 보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고 화려합니다. 그러나 다시 보면 독이 있고 강한 비판성이 감춰져 있어 지나칠 수 없습니다. 90년대 중반에 아시아를 휩쓸고 곧 세계 미술계에 무라카미 바람이 분 것을 기억해요. 언제나 넘치는 패기와 부정과 긍정 반전 역전의 드라마성에 놀랍니다. 코로나로 위축된 상황에 힘찬 예술가의 외침이 필요합니다."(이우환 편지 중) 무라카미 다카시 좀비' 전은 '이우환과 그 친구들' 4번째 전시다. 이우환 화백이 직접 손 편지를 써 무라카미 다카시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카시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의 초대를 받고 기뻤다며 부산에서 전시가 열려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는 보험가액만 950억 원어치 작품이 공수됐다. 당초 이 전시는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지만 작품이 설치되던 중 태풍이 문제가 됐다. 노후한 미술관 건물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결국 미뤄졌다. (개관한 지 23년이 돼 시설 노후화,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 부재 등으로 운영에 애로를 겪어 왔다. 결국 부산시는 260억 원을 투입해 1월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2024년 4월 준공과 재개관할 예정이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4번째로 온 무라카미 다카시 좀비 전은 대규모 회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기간이 짧다. 1만원으로 책정됐던 관람료도 무료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인기 작가의 파격적인 전시다. 공짜 전시가 되면서 아트 상품인 굿즈 판매는 포기했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은 "원래 굿즈 판매 매장까지 공간을 잡아놨는데 다카시측의 까다로운 조건과 짧은 전시기간 때문에 굿즈 판매는 없던 걸로 했다"면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 예산은 9억5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우크라 전쟁에 유류와 운송비가 미친 듯 오르면서 상황은 급박해졌다. "정해진 예산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데 고민 고민하다가 부산시의 허락을 받고 외부에서 펀딩을 받으려 했죠. 투자사와 협의해서 티켓 가격을 결정하는데 전시 기간이 짧아지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어요. 투자사도 밑지는 장사는 할 수 없잖아요." 기혜경 관장은 이번 전시 유치는 부산시 덕분이라며 부산시에 공을 돌렸다. "시에서 전시 기간도 짧아졌는데 오히려 다 오픈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는 게 나은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기 관장은 "박형준 시장이 어차피 미술관이 돈을 받아 받자 남는 장사도 아니라면서 문화복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번에 예산지원 등 시에서 풀어주지 않았으면 이번 전시는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흔희 볼 수 없는 거장의 개인전을 '무료 전시'라는 통큰 전략을 쓴 부산시는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우환 공간이 생기면서 부산시립미술관의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기혜경 관장은 "지역 거점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은 기본이고 부산시립미술관은 관광문화와 연동되어서 가는 것이 필수"라며 "미술관은 영화와 매칭하고 해양성에 타깃을 맞춘 동남아시아 아시아권역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이우환 공간'덕분이 크다. 사실, 이우환이 아니었으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무슨 전시를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기혜경 관장은 "이우환 선생님한테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했다. 앞으로 이우환 공간을 어떻게 활성화 시키고, 또 공간 자체는 작지만 이우환이라는 빅네임을 활용해서 어떻게 프로모션 해야 하는지가 숙제로도 남았다고 했다. '이우환 공간'은 미술 작가들의 새로운 미술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유명 작가의 고향에 짓는 수장고 같은 미술관이 아닌, 동시대 살아있는 작가로서 현대미술을 공유하고 교감하며 상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어머, 이 전시는 꼭 봐야 해!" 새해 벽두 미술계는 부산시립미술관 무라카미로 떠들썩하다. 코로나가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등장한 '무라카미 좀비'는 입소문을 내며 부산행에 오르게 하고 있다. 좀비 서사가 강화된 21세기는 '생존 강박' 시대다. 귀엽지만 기괴하고 덧없고 끝이 없는 '슈퍼플랫한 삶'을 넘어서기 위해 미치도록 현란하게 몸부림친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는 3월12일까지다. 2023/01/29
"사악하기에 사로잡힌다" 박기웅x서울스카이 '48VILLAINS' #빌런 TV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 대중 예술 작품에서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악역'(惡役)이다. 물론 작가가 밑바탕을 잘 그리고, 연출자가 그럴듯하게 판을 깔면 그 위에서 배우가 연기로 훌륭하게 표현해내는 게 전제 조건이긴 해도 많은 악역은 우리 기억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는다. '선역'(善役)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할리우드 영화 '조커'처럼 일부 악역이 주인공인 작품도 있지만)보다도 더 그렇다. 이것도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 아닐까 싶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강도 사건에서 인질들이 인질범에 대해 분노나 증오가 아닌 공감과 동조를 했던 것처럼 악역을 욕하면서 그들을 사랑하게 되고 마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우리는 그런 악역을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처럼 '빌런'(Villain)이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악역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인 셈이다. #배우 박기웅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한 박기웅은 2006년 휴대폰 '스카이' CF에서 보여준 일명 '맷돌 춤'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열연했지만, 사실 그를 대중에게 '배우'로 각인한 것들은 악역이다. 2010년 KBS 2TV '추노'의 '그분',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의 '도르곤', 2012년 KBS 2TV '각시탈'의 '기무라 슌지', 2016년 MBC TV '몬스터'의 '도건우' 등 나쁘거나 섬뜩하거나 무서운 빌런으로 사랑받았다. #작가 박기웅 박기웅은 '미대 오빠'로 불린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대진대)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얻게 된 애칭이다. 연기에 매진하느라 그림은 많이 그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예 붓을 놓지는 않았다. 다만 본격적으로 전시를 하기보다 SNS를 통해 팬들에게 작품을 살짝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2021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명품 편집숍에서 오픈 기념 컬래버 전시를 한 것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다채로운 전시를 펼쳐 작가로서도 커리어를 쌓아왔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가 4월11일까지 '특별 전시관'에서 '박기웅 특별전'인 '48VILLAINS'(48빌런스)를 연다. 이번 전시는 악역에 '진심'인 배우 겸 3년 차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겼다. 전시명 그대로 '빌런'을 주제로 한 박기웅의 인물화와 다른 작가들과 의기투합한 설치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 서울스카이 입구로 들어서면 총 5개 섹션에 걸쳐 전시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각 섹션을 거치는 동안 빌런을 마주하고, 서서히 그들에게 동화하게 된다. 제1 섹션은 박기웅이 김재준 작가와 함께한 '내 안의 빌런'이다. 관람객은 매직 미러에서 송출되는 빌런 영상과 거울 속 자기 모습을 통해 내면의 '백'과 '흑'을 관찰할 수 있다. 제2 섹션은 '빌런의 에너지'다. 살아있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빌런의 심장 박동 소리와 지속해서 달라지는 벽 색상이 어우러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제3 섹션 '빌런화'(VILLAINIZATION)에서는 박기웅과 노치욱 작가가 컬래버레이션한 인터렉션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모니터 속 수많은 빌런의 픽셀 이미지와 하나가 되면서 빌런으로 '흑화'(黑化)한다. 제4 섹션이 바로 메인 섹션인 '48VILLAINS'다. 세기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영화 속 빌런 48인을 담았다. 흑백 모노톤에 집약한 페인팅 작업으로 빌런의 어두운 삶과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한다. 할리우드 영화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캐시 배이츠), '다크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조슈 브롤린), '루시'의 '미스터 장'(최민식) 등이 작품 속 강렬한 빌런 포스를 풍기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기웅은 20년 가까이 연기자로서 살아오며 얻게 된 깊이 있는 감정선과 정규 미술 전공자다운 실력으로 수많은 명작 속 빌런을 선보인다. 캔버스 위에 켜켜이 쌓아 올린, 밀도 높은 페인팅으로 완성한 이들 작품은 실존하는 배우의 자아와 표현의 산물인 빌런, 모두를 대변한다.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빌런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은 스스로 또는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속 잊지 못할 장면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는 경험을 하거나 친구, 연인, 가족과 '빌런 이름 맞히기' 경쟁을 해보자. 끝으로 제5 섹션 '아티스트의 빌런'은 '배우 박기웅'과 '작가 박기웅'이 만나 나누는, 솔직하면서 담백한 이야기를 인터뷰 영상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제4 섹션에 심취하다 보면 자칫 흥미로운 이 섹션을 보지 못한 채 전망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르니 잘 챙겨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한 번 타면 되돌릴 수 없다. 박기웅은 "배우이자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작품에 담았다"며 "마치 소극장에서 관객을 가까이 마주하는 것처럼 대화하듯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모든 관람객이 주체가 돼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 많은 공감을 했으면 한다"고 청했다. 서울스카이 관람 시 이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한편 서울스카이는 세계 세 번째, 국내 최고 높이 전망대를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NFT 오프라인 체험전 '지구로의 여행, 지구 여행자 홀닉', MZ세대 취향을 반영한 미디어 체험전 '시간, 하늘에 그리다 - 한영수전', 국내 수중 사진계 1세대 장남원 작가와 손잡은 미디어 체험전 '나는 고래' 등을 진행해 체험형 문화 예술 공간 면모를 뽐냈다.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