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이게 정말 그림?' 환장하겠네...이진용의 '환상적 리얼리즘'

등록 2021-06-26 05:00:00  |  수정 2022-01-21 18: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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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진용, Untitled, 2017, 73x91cm, Oil on canvas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 책은 책이 아니다'

2017년 학고재 개인전에서 귀신같은 붓놀림 그림으로 화제가 됐던 이진용(60)작가가 4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이번엔 서울 이태원 박여숙화랑에서 펼친다. 오는 7월1일부터 여는 전시는 '환상이 스며든 현실, 이진용의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환상적 리얼리즘'. 마치 마술사 공연같은 제목처럼 그의 그림은 대환장할 분위기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이걸 붓으로 그린거라고?' 속엣말이 튀어나올 정도다. 안경을 눈썹위로 올리고 바짝 다가가 다시 봐도 눈을 비빌 그림이다.

분명 유화로 그린 그림 맞다. 진짜 책처럼, 사실감 있게 부피나 재질감까지 느껴지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sim)을 구현한 ‘회화’의 진수다.

배경이 있다. 화가 이진용은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조소를 전공하고 페인팅에 천착해온 그의 작품은 데뷔 초기부터 현재까지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다른 작가들의 회화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피감(Mass)을 지녀 시각적인 질량감(Visual Weight Feeling)이 있는 독특한 화면을 구사한다.

 회화의 재료를 선택하는데도 유화물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그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작품을 창작해왔다.

작품 주제는 주로 자신이 모아 소장하고 있는 수집품(Collection)에서 선택해 주제로 차용한다. 

책, 열쇠, 여행가방, 목판활자, 화석 등 다양한 오브제들을 수집해오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컬렉션을  작업하는 스튜디오에 가득 채우고, 그런 컬렉션을 매일 보며 자신이 느껴온 감정과 세월의 흔적 그리고 실질적인 외양까지 캔버스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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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진용, Untitled, 2021, 116.5x116.5cm, Oil on canvas

이렇게 탄생한 이진용 작가의 작품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진이 줄 수 없는 붓으로만 이루어 낼 수 있는 표현적인 터치가 살아있는 분명한 그림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속 책들은 마술을 부린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헌 책방 고유의 냄새가 느껴지고, 손으로 만지면 바스러질 것 같은 촉감마저 스멀거리게 하면서 눈만 아니라 오감을 자극한다. 

책은 오래되어 더 이상 제목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다. 하드커버 양장본의 표지에 압인으로 제작된 음영까지 표현한 그의 섬세하면서 대담한 붓터치는 감탄을 넘어서게 한다.

세필이 아닌 제법 넓은 붓으로 한 획, 한 획 터치를 통해 켜켜이 쌓아 올린 유화가 주는 특유의 마티에르는 “어떤 형상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라 대상의 본질이나 시간의 축적을 표현한 것”이라는 작가의 이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진용은 1984년 부산의 로타리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일반적인 평면회화 작업부터 나무 혹은 돌을 이용한 조각이나 에폭시를 이용한 오브제와 꼴라주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 1993년 개인전으로 인연을 맺은 박여숙화랑과 함께 아트 쾰른, 아모리 쇼, 시카고 아트페어에 참가했고, 국내외 다양한 비엔날레와 초대전을 비롯하여 약 40여회의 개인전과 80여회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현재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박물관, 미국의 LA Artcore,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7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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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진용, Untitled, 2021, 105x200cm,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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