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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서 (빛과 어두움의 교차), 2026, Oil on canvas, 200 × 2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화가는 제주 숲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말. 정상곤(63)은 새벽마다 화구를 챙겨 제주 중산간 숲으로 향했다. 나무와 덩굴이 뒤엉킨 숲에서 그림을 그렸다. 고살리 숲에서도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숲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손이 시리고 해는 짧았다. 나무 사이로 스며든 빛은 금세 사라졌다. 그림을 채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남은 미완성의 흔적이 오히려 작품이 됐다.
제주 숲에서 빛과 어둠을 좇아온 정상곤의 개인전 '어두운 숲에서'가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와 목탄 드로잉 등 57점을 선보인다.
정상곤은 서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하고 회화와 판화를 넘나들며 자연을 그려왔다. 이번에는 풍경을 관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숲속에서 직접 작업했다.
처음에는 눈앞의 나무와 바위, 풀을 그리려 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형체는 쉽게 구분되지 않았다. 덩굴과 가지가 겹치고, 빛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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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살리 숲 260331, 2026, 종이에 목탄, 39 × 27 cm *재판매 및 DB 금지 |
작업은 점차 빠른 목탄 드로잉으로 바뀌었다. 거칠게 그은 선과 문질러 지운 자국, 미처 채우지 못한 여백이 화면에 남았다.
정상곤은 "그림을 매끈하게 완성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마주한 조건을 그대로 화면에 남기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나온 '고살리 숲'(2026)은 가로세로 2m의 대형 회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나무와 풀 사이로 푸른빛이 스며든다. 가까이 다가가면 붓질과 겹쳐진 색이 먼저 보이고, 멀어지면 숲의 풍경이 나타난다.
목탄 드로잉은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검은 선들이 뒤엉키며 나무의 형상을 만들지만, 어디까지가 나무이고 어디부터가 그림자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작가에게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사물의 경계가 흐려지고, 눈에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숲에서 그린 그림은 작업실에서도 이어졌다. 다시 보고, 지우고, 덧그리는 과정을 거쳐 현장의 경험을 화면에 옮겼다.
전시 중반부터는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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