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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아트 한남, 박철호 개인전 'Overlap'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자연을 닮은 형상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내는 흐름과 결이다."
박철호(61)의 작업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순환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존재의 위치를 사유하는 과정이 회화로 축적돼 온 결과다.
1990년대 판화 작업을 출발점으로, 자연의 형상과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자연의 내적 원리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30대 초반 미국 유학 시절을 기점으로 이러한 작업은 본격화됐다. 뉴욕의 판화 공방에서 작업하던 당시, 그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를 겪었다.
이때 우연히 목격한 비둘기 두 마리의 모습은 작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고, 이후 발표한 ‘Bird(새)’ 연작으로 이어졌다. 거칠고 검은 형태의 새는 당시 작가가 느꼈던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내면의 상태를 반영한다.
이후 그의 관심은 개인의 실존에서 자연으로 확장됐다. 유년 시절 자연 속에서의 경험과 동식물에 대한 꾸준한 관찰은 ‘Leaf(잎)’, ‘Hive(벌집)’, ‘Flower(꽃)’ 연작으로 이어지며, 자연을 박철호 작업 세계의 핵심적인 탐구 대상으로 자리 잡게 했다.
가나아트 한남에서 새해 첫 전시로 펼친 박철호의 개인전 ‘Overlap(중첩)'은 작가가 30여 년 전 판화 작업에서 체득한 신체적 감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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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아트 한남, 박철호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신작 ‘Overlap(중첩)’ 연작은 분말 형태의 안료를 사용해, 먹의 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선의 미묘한 차이와 얇지만 깊이 있는 결의 표현을 보여준다. 작가는 캔버스를 세운 상태에서 안료를 붓고 흘려보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선이 중력과 물성에 반응해 스스로 생성되도록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Forest(숲)’ 연작을 거쳐 2020년대 ‘Ripple(물결)’ 연작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화면 위를 흐르는 선의 움직임을 ‘결’이라 명명하는데, 이는 물결의 파문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상태를 가리킨다. 그는 이 ‘결’ 속에서 인간 또한 하나의 선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사유를 통해 존재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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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호, Overlap2503, 2025, Acrylic on canvas, 115 × 95 cm
*재판매 및 DB 금지 |
박철호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판화와 회화를 분리하지 않는 제작 방식에 있다. 초기의 석판화와 에칭 작업을 통해 축적된 매체 실험은 2010년 무렵부터 회화로 확장됐고, 이미지를 단일한 형상으로 완결하기보다 시간에 따라 축적되는 흔적과 변화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판화와 드로잉 작업을 비롯해 회화 연작 ‘Ripple(물결)’, 신작 ‘Overlap(중첩)’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열리며,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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