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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추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록 2025-11-30 0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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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람은 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왔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얼굴'이 ‘추함의 조건’을 묻는다면, 미술사가 이연식의 신간 '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추한 이유는 무엇인가'(도서출판 날)는 그 질문의 반대편에서 ‘미의 기준’을 해부한다.

책은 거대한 미학 이론의 숲으로 독자를 밀어 넣지 않는다. 대신 얼굴·몸·시간·종교·욕망·기억 같은 가장 일상적이고 사소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름다움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사회적 규칙이 되고, 예술이 되고, 때로는 권력이 되는지를 차근히 짚어낸다.

◆시대는 다시 ‘미의 기준’을 묻고 있다
온라인에서 ‘얼굴’을 둘러싼 담론이 급증하고, 인공지능이 아름다움의 규칙을 다시 쓰는 지금, 책은 오래된 미학의 질문들을 현재의 감각으로 끌어올린다.

“아름다움은 본능인가, 문화인가?”
 “왜 우리는 추한 것에도 끌리는가?”
“취향은 개인의 것인가, 권력의 것인가?”

저자는 “아름다움은 결국 설명되지 않는 것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욕망”이라며, 각 시대가 어떤 얼굴을 숭배해 왔는지, 왜 어떤 몸은 신성화되고 어떤 몸은 금지되었는지를 예술·종교·신화·정치의 맥락 안에서 살핀다.

"아름다움이 생물로서의 본능인지, 문화적 산물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채로운 게 바람직합니다. 그건 사회적으로 여러 가치관이 공존하는 게 좋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42쪽)

◆1부: 아름다움의 기원…얼굴과 몸 사이에서
왕소군·서시 같은 ‘미인화’가 실제 인물의 초상이 아니라 이상화된 얼굴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해, 아름다움이 어떻게 “전형과 환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밝힌다. 중세의 알몸이 ‘헐벗은 몸’으로 묘사되는 이유, 숭고가 신의 얼굴을 어떻게 재현해왔는지 등 서양 미술사적 설명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부: 미와 추의 경계
악마의 형상이 시대마다 왜 달라졌는지, 나이 듦의 미가 어떻게 ‘추함’에서 ‘편안함’으로 전환되었는지 등, 미적 판단을 흔드는 요소들을 분석한다. 특히 “취향은 결국 권력의 문제”라는 대목은 현대 미술 시장과 SNS 알고리즘 시대의 독자에게 강하게 와 닿는다.

"우리는 추한 모습에 끌리는 것뿐 아니라, 악마 같은 존재에 끌린다는 것도 살펴봐야 합니다. 인간이 묘사하는 악마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달라졌습니다. 악마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했죠. 묘하게 유연하고 요염한 느낌을 풍기기도 합니다."(125쪽)

◆3부: 아름다움이 예술이 되는 순간
예술의 조건, 규칙, 진실성, 그리고 창작과 향유의 문제까지 다룬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관객이라는 유명한 논의를, 예시 중심으로 쉽게 풀어낸다.

"취향은 결국 권력의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권력을 지닌 사람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취향을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억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157쪽)

"와비사비는 오래되어 낡은 건물이나 투박하게 만든 그릇 같은 것을 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입니다. 화려하지 않고 덧없는 것. 선명하게 드러나고 압도하듯 다가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스며들듯 깃든 아름다움입니다."(168쪽)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미학’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는 데 있다.

저자는 말한다. “미학은 예술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의 감정과 느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태도 자체가 미학이다.”

예술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에게는 실용적인 감각의 지도를, 아름다움의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는 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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