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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추상철 기자 =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 등이 공개되고 있다.
APEC 2025 KOREA와 개관 80주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회는 신라 금관 발굴 이래 104년 만에 여섯 점을 한 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다. 2025.10.27. [email protected] |
[경주=뉴시스] 조기용 기자 = 신라 금관 여섯 점이 104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개관 80주년과 2025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Silla Gold Crowns: Power and Prestige)'을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신라역사관 3a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APEC 정상회의의 공식 문화 행사 중 하나로, 일반 공개는 내달 2일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57년부터 서기 935년까지 천 년 이상 이어진 신라는 동아시아 문명 속에서 독자적인 미의식과 정교한 금속공예 기술을 꽃피운 왕국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 천년의 시간 속에서 변치 않은 황금의 미학이 어떻게 권력과 정신의 상징으로 작용했는지를 되짚는다.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가장 경주적이고, 가장 신라적인 '신라 금관'에 주목했다"며 "고대 많은 왕조 중에서 하나의 관을 전통적으로 디자인해서 100년 가까이 금관을 사용한 나라는 신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5세기 신라는 왕권과 권력을 가시적으로 표출해야 했다. 이때 필요한 장치가 바로 금관과 같은 황금 장신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라 왕조는 권력을 높이고 자신들을 신성시 하기 위해 '황금'에 주목했다. 지배층은 상징성을 위해 금으로 관을 만들었고, 이는 곧 금관의 시초가 된다. 폭넓게 금으로 만든 관을 금관으로 볼 수 있지만 같은 정형과 전통의 방식을 따르지만 각각의 금관마다 차별점이 존재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금관이 다 똑같이 보이더라도 전통을 지키지만 이에 벗어난 파격의 디자인이 있는데 이는 한자리에 모아야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관은 국립중앙박물관에 3점(금관총·서봉총·금령총 금관), 국립경주박물관에 3점(황남대총 북분·천마총·교동 금관)이 나눠져 있었다.
금관은 ▲머리띠 ▲세움 장식 ▲드리개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머리띠는 블록 장식, 물결 무늬, 원점 무늬 등이 새겨져 있다. 세움 장식 중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사슴뿔과 새 형상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뜻한다.
김 학예연구사는 "역사학계에서는 나뭇가지를 삼한 시대부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소도 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리개는 머리띠 아래로 떨어진 장식으로, 곱은옥과 날개는 생명력과 재생을, 황금빛은 절대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 다만 모든 금관이 동일하게 장식이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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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뉴시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에서 전시되고 있는 교동 금관.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제공) 2025.10.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27일 공개된 전시장 도입부는 가장 먼저 출토된 교동 금관(1972년)으로 시작된다. 교동 금관은 다른 5점의 금관과 달리 유일하게 사슴뿔 모양 세움 장식, 드리개, 곱은옥 등이 없다. 김 학예연구사는 "교동 금관은 전형적인 금관이 만들기 전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관총 금관을 중심으로, 서봉총·금령총 금관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금관총 금관은 신라 금관 중 최초로 발견된 금관이다. 머리띠 위에 3개의 나뭇가지 모양과 2개의 사슴뿔 모양 세움 장식이 붙여져 있다. 금관총 금관은 이사지왕(尒斯智王)의 것으로, 당시 함께 출토된 칼에서 왕이름이 새겨져 있어 금관의 주인이 확인됐다.
서봉총 금관은 주인이 여성, 즉 왕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른 금관과 달리 붉은 고리로 장식됐기 때문이다. 또 머리띠와 세움 장식 사이 모자를 만들고, 이 위에 새를 새기는 특징을 가져 김 학예연구사는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령총 금관은 왕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금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띠와 허리띠가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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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추상철 기자 =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 등이 공개되고 있다.
APEC 2025 KOREA와 개관 80주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회는 신라 금관 발굴 이래 104년 만에 여섯 점을 한 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다. 2025.10.27. [email protected] |
박물관은 금관을 무덤별로 나누는 대신 왕, 왕비, 왕자 등 각각의 소유였던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을 함께 전시해 신라 시대의 '로열 패밀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뒤편에는 황남대총 북분 금관이 전시됐다. 여섯 점의 금관 중 가장 전형적인 금관으로 평가받지만 파격적인 디자인도 존재했다. 다른 금관과 달리 드리개가 세 쌍의 드리개가 존재해 착용하면 얼굴을 가릴 정도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천마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황금 장신구를 통해 신라인이 믿었던 '죽음 너머의 황금'을 풀어낸다. 무덤 주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장식된 모습은 생전의 부와 권력이 사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란 신라인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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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뉴시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에서 전시되고 있는 천마총 금관과 금제 장신구.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제공) 2025.10.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는 지난 100년간의 학술 연구 성과가 반영됐다. 이날 김 학예연구사는 모관의 의미를 변화한 사실을 공유했다. 그는 "모관이 처음 출토됐을 때 일본 학자들은 모관이 금관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 내관으로 부르고 금관을 외관으로 불렀지만, 해방 이후 우리나라 연구결과 모관은 일상용, 금관은 장송용으로 구분된 사실이 발견됐다"며 "우리나라 연구 성과가 전시에 담겨 있다"고 헀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는 '디지털 돋보기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금관의 정교한 세공 흔적을 확대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금관의 제작 기법과 순도 분석, 상징 해석, 재료의 원산지 등 최신 연구 결과를 시각자료로 구성했다. 특히 금관이 실제 착용물이었는지 장송용이었는지를 둘러싼 학계 논쟁과 사슴뿔 세움 장식의 해석 등도 정보 영상으로 소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실체를 새롭게 해석하며 신라의 황금문화가 오늘날 K-컬처의 원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당시 신라의 국제적 위상과 문화교류의 흔적을 함께 조명한다"고 전했다.
윤상덕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과거와 현재, 신라와 세계를 잇는 문화외교의 장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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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추상철 기자 =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이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APEC 2025 KOREA와 개관 80주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회는 신라 금관 발굴 이래 104년 만에 여섯 점을 한 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다. 2025.10.27.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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