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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진위 논란 재점화…국가유산청 “보물 지정 재검토”

등록 2025-10-22 14:53:32  |  수정 2025-10-22 17:00:24

‘직지’보다 138년 앞선 고려 활자로 주목

감사원 “심의 과정 검증결과 누락·왜곡”

국감 조계원 의원 "확실한 진위 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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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 금속활자! 문화재인가? 아닌가?’ 토론회에 증도가자가 전시되어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선 유물로 주목받았던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7년 문화재청이 보물 지정 심의 과정에서 검증조사 결과를 누락·왜곡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국가유산청은 재조사를 통해 보물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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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증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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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상대로 “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연구 결과, 증도가자가 진품 고려 금속활자라는 결론이 났다. 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가 확인된 셈인데 왜 부결됐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허 청장은 “당시 서체와 주조, 조판 등을 비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조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 누락과 통계 오류 등 다수의 위법·부당성이 확인됐다”며 “역사를 왜곡한 심의였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감사원은 ‘재심의 가능 여부는 국가유산청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자료를 이첩했다”며 “일부 학계에서 ‘직지심경파’가 증도가자의 진품 인정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는 확실한 진위 규명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허 청장은 “이첩된 자료를 면밀히 검토 중이며, 활자뿐 아니라 함께 출토된 청동소반과 청동초두 등도 비교 분석할 계획”이라며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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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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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증도가자(고려금속활자) 보물 지정 신청에 대한 문화재청 부결 결정 반박 기자회견에서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이 신청인 반박을 하고 있다. 2017.04.17. [email protected]


‘증도가자’를 소장 중인 다보성갤러리 김종춘 회장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보물로 인정받지 못한 채 10년 넘게 방치된 현실이 안타깝다”며 “뒤늦게라도 바로잡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증도가자’는 불교 경전 ‘남명천화상영 송증도가(南明泉和尙 頌證道歌)’의 인쇄본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고려 금속활자다. 2010년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인쇄본만 전하는 ‘직지심체요절’과 달리 실물 활자가 남아 있어, 인류 인쇄문화의 기원을 바꿀 유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출처 불분명과 제작 기법 논란이 이어졌고, 2017년 문화재청은 “고려시대 제작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물 지정을 부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단순한 진위 다툼이 아니라 국가 문화유산 검증 시스템의 신뢰 문제”라고 본다. 한 문화사학자는 “증도가자가 진품이든 아니든, 판단 기준은 정치나 학계 권위가 아니라 과학적 증거와 투명한 절차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