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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조우, 모던아트협회 1957-1960' 3부 '서로의 길-모던아트협회 1957-1960'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25 Ⓒ 국립현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하꼬방의 벽에 그려진 선이 한국 현대미술의 시작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폐허 위에도 예술은 피었다. 전쟁 직후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하꼬방을 아틀리에 삼고 삶을 그렸다.
1957년 ‘모던아트협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젊은 예술가들은 국전의 사실주의도, 앵포르멜의 급진도 아닌 제3의 길을 걸었다. 그 짧고 강렬했던 ‘모던’의 탄생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다시 깨어난다.
‘모던 아-트’ 멋쟁이 1세대 모더니스트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사의 전환기적 장면을 조명하는 '조우, 모던아트협회 1957-1960'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경, 문신, 박고석, 한묵, 황염수, 유영국, 이규상, 임완규, 정규, 정점식, 천경자 등 ‘모던아트협회’ 참여 작가 11명의 작품 156점과 아카이브 30점을 선보인다. 전쟁 직후의 궁핍한 현실과 재건의 긴장 속에서 예술의 새로운 길을 찾으려 했던 ‘모던 아-트’ 동인들의 낭만과 실험을 되살린다.
1957년 결성된 모던아트협회는 “현대회화의 문제”를 기치로 국전의 사실주의와 앵포르멜의 급진성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을 모색했다. 이들은 4년간 여섯 차례 전시를 통해 생활과 자연, 일상의 풍경을 추상적 언어로 전환하는 실험을 이어갔으며, 추상을 삶과 정신, 현실과 사유를 통합하는 태도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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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석, 〈범일동 풍경〉, 1951, 캔버스에 유화 물감, 39.3 × 51.4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가 기증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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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상, 〈작품 A〉, 1960, 합판에 유화 물감, 155 × 90 cm,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는 ‘모던아트협회 이전’, ‘모던아트협회 1957-1960’, ‘모던아트협회 이후’ 등 세 개의 시기로 구성된다. 협회의 형성과 전개, 해산 이후의 흐름까지 아우르며, 당시의 전시 비평과 기록을 바탕으로 실제 출품작을 재구성했다. 한묵의 ‘꽃과 두개골’(1953), 박고석의 ‘범일동 풍경’(1951), 황염수의 ‘나무’(1950년대) 등 다수의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1부 ‘살며, 그리며’는 부산 피란시절 미술가들의 교유와 생존의 흔적을, 2부 ‘열린 연대’는 1957~1960년 협회 활동의 정점기를, 3부 ‘서로의 길’은 해산 이후 각자의 노선을 조명한다. 특히 1960년대 후반 한묵, 유영국, 박고석 등 작가들이 독자적 화풍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의 작품들은 한국 추상의 기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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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조우, 모던아트협회 1957-1960' 2부 '열린 연대-모던아트협회 1957-1960'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25 Ⓒ 국립현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
또한 영상작가 김시헌이 AI 기술을 활용해 당시 전시와 풍경을 재현한 신작 ‘전위의 온기’가 도입부를 장식하며, 전시 관련 수필과 비평문을 ‘읽을거리’로 구성해 시대적 맥락을 함께 읽을 수 있게 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짧은 활동이었지만 모던아트협회의 문제의식은 이후 단색화와 민중미술로 이어지며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기원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6년 3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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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조우(遭遇)', 1960, 캔버스에 유화 물감, 79 × 58.5 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재판매 및 DB 금지 |
◆ 모던아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1957년, 박고석·유영국·이규상·한묵·황염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모던아트협회는 “현대회화의 문제”를 화두로 내세운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실험 그룹이다. 이들은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과 앵포르멜의 급진성을 모두 비켜가며, ‘제3의 길’을 모색한 최초의 예술 동인으로 평가된다.
협회는 동화화랑에서 제1회전을 시작으로 4년간 총 여섯 차례 전시를 이어갔고, 문신·정규·정점식·김경·천경자·임완규 등이 합류하면서 폭넓은 예술적 연대를 형성했다.
모던아트협회는 특정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구상과 추상, 표현주의와 절대추상을 아우르며 각자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열린 전시 문화를 만들었다.
짧은 활동이었지만 그들의 실험정신은 이후 단색화, 민중미술로 이어졌고,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기에 결정적 이정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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