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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기억, 달의 미감…윤주동 '희고 둥근 빛'

등록 2025-07-07 01:00:00  |  수정 2025-07-07 01: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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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달항아리는 하나의 도자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정신성과 미감을 응축한 하나의 상징이자, 시간 속에서 빚어진 문화의 형상이다.

책 '희고 둥근 빛'은 이 상징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려는 사진작가 윤주동의 집념과 사유를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이다.

18세기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는 더 이상 과거의 골동품이 아니다. 경매 시장에서 수십억 원에 거래되며, 전통과 예술,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기능하고 있다. 윤주동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단순한 복원이나 모방을 넘어 현대적인 조형성과 감각을 입히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변형되기 전에 원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지 도자기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전통을 어떻게 이어가고, 어떻게 지금의 언어로 다시 말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책은 Korean Art Archive 1923(KAA1923)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기록과 아카이빙을 지향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윤주동은 달항아리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전국의 광산과 가마터를 직접 찾아다니고, 조선왕조실록과 박물관 강의를 탐독하며 기술과 안목을 축적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달항아리는 과거의 원형성과 오늘의 미감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백자’다.

특히 흥미로운 비유는 작가의 언어에서 등장한다. 그는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차이를 예로 들며, “원형을 가진 언어가 시대 변화에 더 유연하다”고 말한다.

달항아리도 마찬가지다. 복원이란 과거를 현재로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변형을 위한 토대를 다지는 일이다.

'희고 둥근 빛' 이 책은 단순한 도자 작품집이 아니다. 백자의 재현과 변형, 전통과 현대, 손끝의 감각과 역사적 문맥이 맞물린 예술적 통찰이자, 장인정신과 미학적 실천의 일지다.

달의 곡선처럼 유연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기록은, 우리가 무엇을 계승하고 어떻게 창조할지를 묻는 조용한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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