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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어떤 조망 A certain view_2025_Oil on canvas_162.0 x 227.0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리기의 동력은 감정이다. 그중에서도 기쁨. 작가는 말한다. “기쁨의 에너지가 토대가 되지 않는 그리기는,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불가능하다.”
정보영의 개인전 'Still Light'는 작가가 수년간 천착해 온 빛에 대한 탐구를 한층 사유적인 밀도로 끌어올린 회화 28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서울 을지로 에브리아트 갤러리에서 7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의 장면들은 대부분 작가가 오랜 시간 관찰하고 기다린 ‘빛의 순간’을 토대로 한다.
해가 저물 무렵,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사각의 빛. 유리병 위에 닿았다가 커튼 끝자락으로 스치는 희미한 그림자. 공간 어딘가에 놓인 텅 빈 의자 위를 가로지르는 오후의 잔광.
작가는 이 찰나들을 수백 장의 사진으로 기록한 뒤, 그중 한 장면을 선택해 붓과 물감으로 다시 그린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감정이 개입된 응시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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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투명한 그림자 Transparent shadows_2025_Oil on canvas_61.0 x 73.0c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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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Playing with marbles #2-3_2025_Oil on canvas_33.0 x 436.0cm *재판매 및 DB 금지 |
빛이 사물과 충돌하며 감정의 표면을 일렁이게 할 때, 회화는 감정과 기억이 겹쳐지는 인식의 장으로 변모한다. 정보영의 화면은 실재와 환영, 존재와 부재 사이의 점진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작가에 따르면, 어느 날 “건축물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사각의 빛”은 그녀에게 시선의 전복을 일으켰다. 수평의 흐름을 따르던 눈은 수직으로 들어 올려졌고, 그 순간 빛은 실재하는 건축과 허상의 구조를 동시에 만들어내며 조망의 상대성을 환기시켰다.
정보영의 회화는 사유의 흔적처럼 조용히 번진다. 강렬한 광원은 없지만, 어스름 속 마른 풀과 낮은 외벽, 고요한 오후의 기류는 각기 다른 시점으로 흘러들며 여러 개의 캔버스에 안착된다.
이번 전시 'Still Light'는 사라지는 빛의 속도에 자신의 감정을 겹쳐 넣은 응시의 기록이자, 지금은 없는 무언가를 붙들기 위한 시도의 집합이다. 결국,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붙들어보려는 화가의 고요한 승부수다. 그 승부 끝에 남는 것은 사라진 시간의 한 조각, 그리고 그 조각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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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_바라보다 Looking_2025_Oil on canvas_145.0 x 112.0c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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