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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래, 경계에 선 사물들…울라 폰 브란덴부르크 韓 첫 개인전

등록 2025-05-13 12:51:57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7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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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라 폰 브란덴부르크_물 아래 그림자, 전시 전경, 2025, 바라캇 컨템포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시장은 파란 커튼으로 둘러싸인 미로 같다. 부드러운 천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며, 관람객을 고요한 심연으로 이끈다. 커튼 위로 투사되는 5채널 영상 '아무도 중간을 그리지 않는다'(2019)는 부채, 리본, 셔츠, 구겨진 천, 메리 제인 슈즈 같은 사물들이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장면을 담는다. 현실과 꿈, 무의식의 층위를 넘나드는 이 영상은 관람객을 깊은 몰입의 상태로 이끈다.

독일 출신 작가 울라 폰 브란덴부르크(50)의 국내 첫 개인전 '물 아래 그림자(Shadows under water)'가 14일부터 서울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물과 그림자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현실과 무의식, 존재와 부재, 꿈과 기억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전시장에는 시아노타입 신작 평면 5점과 클로린 작업(2020) 5점, 5채널 영상과 블루 커튼 설치 작업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 커튼은 작가의 이전 전시에서 사용된 천을 재활용해 제작됐다. 빛바랜 시간의 흔적 위로 영상이 투사되며, 공간은 하나의 감각적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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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la von Brandenburg_profile_image courtesy of Barakat Contemporary *재판매 및 DB 금지


폰 브란덴부르크는 독일 카를수르에 예술대학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뒤,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연극적 접근방식과 고전문학, 표현주의 연극, 프로이트 이전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다매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화, 설치, 영상, 텍스타일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반복과 상징을 통해 ‘심리적 무대’를 구성한다.

작가는 “물은 무의식의 이미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영상 속 사물들은 자아의 잔재처럼 부유하며, 화면은 점점 어두워지다 블랙아웃된다. 시작도 끝도 없는 흐름 속에서 관람객은 사물과 감정, 존재와 흔적 사이에 서 있게 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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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라 폰 브란덴부르크_물 아래 그림자 전시 전경, 2025, 바라캇 컨템포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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