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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Maris, 2024, Oil on linen, 150 x 200 cm Courtesy of CHOI&CHOI Gallery and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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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복을 입은 여성들. 얼굴은 흐릿하고 표정도 없다. 하지만 옷의 주름과 무늬는 또렷하다. 익명의 얼굴 뒤에 숨은 삶의 흔적, 헬레나 파라다 김의 회화는 그 흔적을 좇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헬레나 파라다 김의 개인전 '빛이 머무는 시간'을 오는 16일부터 연다. 2016년 2인전 이후 9년 만의 서울 전시이자, 첫 개인전이다.
작가는 파독 간호사였던 한국인 어머니와 스페인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 쾰른에서 자랐고,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피터 도이그에게 수학하며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다층적 감수성은 그의 작업 세계의 핵심이다.
대표작 ‘스텔라 마리스’는 조선시대 혼례복인 활옷에 르네상스 회화의 도상을 겹쳐 놓은 작품이다. 봉황과 연꽃으로 수놓은 활옷 중앙에,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모와 아이’가 배치된다. 서양과 동양, 종교와 전통, 모성과 다산이라는 상징이 한 화면에서 교차한다.
'간호사와 학' 작품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촬영된 작가의 어머니와 동료 한국인 간호사들의 단체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창덕궁에 소장된 김은호 화백의 병풍 작품이 배경이 된 이 작품은 한국의 파독 노동자들의 역사를 교포 2세의 시선으로 증언하며 동시에 한 역사 속에서 개인과 가족, 집단이 겪어야 했던 운명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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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hahm Choi,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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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에서 한복을 입은 인물들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보다 한복이라는 의복 자체의 문화적 상징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초이앤초이 갤러리 최진희 대표는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한복들은 대부분 실제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와 함께 독일로 왔던 이모들, 비슷한 처지의 간호사 동료들이 소유했던 것들로 그녀들 개개인의 삶을 내포하고 있다"며 "파라다 김의 회화는 동서양 미술의 언어와 디아스포라의 서사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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