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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독자 홀린 그 연재 책으로..성수영의 '명화의 탄생,그때 그 사람'

등록 2024-03-08 09:51:25  |  수정 2024-03-09 09: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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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주말마다 독자들을 홀렸던 화가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어 나왔다.

한국경제 문화부 성수영 기자가 연재하는 '성수영의 그때 그사람들'로 문화 분야 구독자 1위, 포털 누적 조회 수 4000만을 넘어선 화제의 코너다.

"좋은 음악과 훌륭한 글은 처음 한 소절만으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고 그냥 즐겨도 좋은데, 미술은 조금 다르잖아요. 대체 뭘 그린 건지, 어떤 의미가 담긴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해요. 물론 작품을 보는 취향은 분명 제각각이죠. 남들이 다 좋다는 그림도 본인의 눈에 차지 않을 수 있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막연히 잘 모르겠고 어렵다는 이유로 미술을 싫어하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술을 재밌고 알기 쉽게 전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였어요."

성수영 기자는 "보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달라는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재분을 모아 다듬고 미연재분을 추가해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 27인의 찬란한 명화들과 함께 화가의 인생을 드라마처럼 볼수 있다. 그동안 들려주던 이야기에 한층 깊이를 더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초현실주의의 대가 마그리트를 비롯해 색채의 마술사 샤갈, 인상주의의 아버지 모네,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로 유명한 엘리자베트 르 브룅,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 등 총 27인의 삶과 대표작을 소개한다.

화가들의 삶을 단편 영화처럼 보여주는 작품은 생동감과 긴박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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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가 30대 초중반이던 1875년 그린 자화상. 클락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예로 우리가 행복의 화가로 부르는 ‘르누아르’. 그의 별명은 삶에 행복한 일만 가득해서 그렇게 된 것인가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르누아르는 사귀던 연인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을 입양 보낸 뒤 연인 또한 떠나보냈다. 바로 가난 때문이었다. 이런 괴로움은 르누아르가 평생 겪었던 고통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의 삶에는 수많은 고난이 있었다.

그러나 르누아르는 고난이 자신의 그림에 스며드는 걸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밥을 굶을 때도, 세상이 그의 작품에 돌을 던질 때도, 딸과 생이별했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거나 자신의 곁을 떠날 때도, 격심한 고통에 시달릴 때도 오직 행복만을 그렸다. 르누아르의 손이 붓을 건드리는 모든 순간마다 어김없이 캔버스에는 화사한 행복이 피어났다. 그의 작품은 운명이 주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끈질긴 집념으로 행복을 캔버스에 담아낸, 한 사람의 승리를 상징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특징,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과 작품, 작품이 주는 의미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또한 루브르를 비롯해 오르세, 오랑주리,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을 이 책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다.

미술과 관람객 사이에 쉽게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은 이 책은 나도 모르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뿐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명화의 뒷이야기를 통해 어렵게 만 느껴졌던 미술을 쉽게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결국 미술은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 예술은 우리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다시 힘 내게 하는 '비타민C'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방향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용기를 내서 그 길을 계속 가세요. 그렇다면 사랑이 됐든 일이 됐든, 그 길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22쪽, 영국 19C 회화 거장 프레데릭 레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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