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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반 데벨데 '현실로 바꾼 상상력'

등록 2024-03-08 05:00:00  |  수정 2024-03-08 09:59:50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이수 동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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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언론공개회를 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작업하는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엉뚱하고 흥미진진한 예술세계가 아트선재센터에 펼쳐졌다.

'평행 우주 이론에 관심이 많다"는 반 데 벨데는 이번 개인전 제목도 독특하다.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며 미술사를 가로지른다. 앙리 마티스, 에밀 놀데, 피에트 몬드리안 등을 만나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가 된듯한 ‘ 허구적 자서전에 기반한 작업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자기 집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 오타쿠처럼 작업한 드로잉, 회화, 영상, 조각, 설치 등 50 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을 때 한 말을 자신의 작품 제목('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과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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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언론공개회를 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2024.03.07. [email protected]


리너스 반 데 벨데는 "외광파 회화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며 "무언가를 상상하여 상상의 풍경에 도달하거나 과거의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이라고 했다.

반 데 벨데가 많은 미술 사조들 속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들이 작업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자신과는 가장 다르기 때문이다.

외광파 화가들이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보고 겪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반 데 벨데는 작업실 안 안락의자에 머물며 상상의 여행을 하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다.  "공상은 강력한 도구"라는 그는 "이 상상의 세계가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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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언론공개회를 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작가의 대표 작업으로 잘 알려진 대형 목탄화와 오일 파스텔화, 색연필화를 비롯해 영상, 조각, 설치 작업을 망라해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동시 진행된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파편화된 이야기가 무의식적인 꿈의 연속처럼 펼쳐지는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열린다.

영화 '라 루타 내추럴'(2019~2022)에서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하고, '하루의 삶'(2021~2023)에서는 외광파 작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그린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며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저마다의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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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언론공개회를 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2024.03.07. [email protected]

반 데 벨데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모두 작가가 작업실에서 목재와 골판지 등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실물 크기의 세트장과 골판지 자동차부터 미니어처 모형들까지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세트와 소품들을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것들은 수공예 작업처럼 하나하나 공들여 제작되었음에도 취약한 재료와 만듦새를 일부러 드러내어 우리가 영화적 환영을 보고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상상의 여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영화 세트이자 조각인 '소품, 터널'(2020) 외에도 공상을 하고 영감을 얻는 자리이자 여러 평행우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인 빈 침대를 그린 차콜 드로잉, 탐험가, 예술가 등의 실존 인물들의 삶을 담 오일 파스텔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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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작업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언론공개회를 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갖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아트선재센터는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전시는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미술과 언어 등이 충돌하며 삶과 예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면적 시야를 열어준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때로는 터무니없는 공상 같고 때로는 진지한 예술적 고민을 담은 작가의 내적 모험에 동행해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상상력의 무한한 힘을 함께 시험해 보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전시는 5월12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