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구정아×논픽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향·냄새로 물들인다

등록 2024-02-21 17:15:11  |  수정 2024-02-21 17:46:21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 기억 600여편 수집

개인의 다양한 사연들 모아 17개 향으로 전시

한국관, 4월17일 오후 4시 공식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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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구정아 작가가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관에는 지난해 3월에 선정된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 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구정아 작가가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다. 2024.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술가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도 많이 한다. 보편성이 아닌 특수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는 창조의 과정 행위다. 그런 행동을 작가는 목숨 걸고 한다."

오는 4월17일 개막하는 제 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단독 선정된 구정아 작가가 당찬 소감을 밝혔다. 향의 기억을 수집해 펼치는 작업에 대해 아름답지 않은 향도 있는데 어떻게 보편성과 특수성을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우문현답이었다.

21일 아르코미술관에서 한국관 전시 계획안을 발표한 작가는 "보이지 않는 물질도 물질이라는 것과, 이물질들의 다양한 차원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면서 "경계가 없는 향과 냄새라는 물질을 통해서 우리의 공동 미래가 다시 개발이 되고 발명이 되고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한국관 전시는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를 타이틀로 향과 냄새로 물들일 전망이다.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Odor’에 드라마 ‘rama’를 결합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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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설희(오른쪽) 예술감독이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관에는 지난해 3월에 선정된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 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구정아 작가가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다. 2024.02.21. [email protected]

한국관 예술감독인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는 "구정아는 1990년대 부터 향 설치작업을 해온 향 탐구자"라면서 "구정아에 대해 한국에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향으로 공간과 경험들을 빚어오는 것을 보며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 협업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이번 작업은 구정아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는 구정아가 지난 30여 년간 다루어 온 주요 주제와 특유의 조각-설치의 측면을 아우른다.  전시의 테마는 ‘향’이다. 향은 활동 초창기인 1996년 파리 스튜디오의 작은 옷장에 좀약을 배치한 냄새 설치작품 '스웨터의 옷장' 이래, 구정아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핵심 소재다. 이후 도쿄 모리미술관(2003), 카지노 룩셈부르크 미술관(2005), 뉴욕 디아 파운데이션(2010), 런던 채링 크로스 역의 사용 중지된 주빌리 라인 승강장(2016), 지겐 현대미술관(2022) 등의 전시에서 냄새 경험의 규모를 확장해 왔다.

구정아는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한 이번 한국관 전시는 한국의 자화상을 만드는데 주체자로서, 각자의 사연을 향으로 채집해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옷장 속 나프탈렌 냄새, 밥 짓는 냄새, 공중목욕탕의 냄새, 할머니 할아버지 냄새 등 개인의 다양한 사연들을 모아 17개의 향으로 선보이는 전시는 뷰티브랜드 논픽션이 조향을 담당했다. '기억이 향으로 탄생되는 과정'은 한국의 시대상을 담은 20가지 영감의 키워드로 뽑아냈다. 산, 햇살, 먼지, 겨울, 낙엽 등 17가지 향기와 함께 마스터 퍼뮤머 도미닉로피옹이 1개의 커머셜 향수로 개발한다.

자칫 '논픽션 향수' 신제품 출시장이 될 것 같은 우려에 대해 야콥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은 "구정아는 향과 냄새 작업으로 전 세계 미술관에서 작업을 진행하며 예술적 실천을 이어온 작가"라며 "예를 들어 작가들이 작업할 때 전문가와 협업 하는 것처럼 이번 논픽션과의 작업도 향과 관련해 작가가 전문가와 협업 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수집한 ‘향기의 기억'은 현재 대한민국의 향으로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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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설희(가운데) 예술감독이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관에는 지난해 3월에 선정된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 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구정아 작가가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다. 2024.02.21. [email protected]


두 예술감독은 5가지 방식으로 전시장을 연출할 계획이다.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로 기능하는 조각으로, 전시장 바닥에 새긴 무한대 기호로서, 더불어 뫼비우스의 띠 형태로 구현된 두 개의 나무 설치 작품으로 한국관을 관통하며, 변주되는 주제는 구정아의 ‘우스(OUSSS)’를 상기시키는 메아리로도 작용한다. 작가가 1990년대 창안한 무한 변신의 개념인 '우스'는, 물질과 비물질의 영역을 뛰어넘어 명확한 경계가 없는 어느 곳으로 ‘감각적 경험의 또 다른 확장’을 제시한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은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는 경계 없이 모든 곳에 산포, 이산하는 ‘향’의 속성은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만나는 이방인의 존재를 반추하게끔 할 것"이라며 "베니스비엔날레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 총감독이 기획한 국경과 경계를 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미술전 전체 주제인 '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의 맥락과 닿아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고국이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활동하는 이설희&야콥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과 구정아 작가는 "이번 한국관의 향기 여행을 통해 앞으로 확장될 한국인의 정의를 고민했다"면서 "이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의 범주가 넓어지기를 바라는 한편 한국인으로 선뜻 포섭되지 않는 일군과도 교류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한편 향기 메모리 오픈 콜을 통해 수집한 약 600여 편의 이야기는 베니스비엔날레 프리뷰 첫 날인 4월17일 한국관 홈페이지(www.korean-pavilion.or.kr)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오픈 콜 향기 사연 모집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의 이름은 2024년 한국관 전시 도록에 게재된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은 4월 20일부터 11월 24일(프리뷰: 4월 17일~19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약 7개월간 열린다. 한국관은 4월 17일 오후 4시에 공식 개막식을 진행한다.

한국관 전시 공식 후원사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논픽션, 루마 재단, 디네슨, 러쉬코리아, 일진문화재단, 블룸버그, 니콜레타 피오루치재단, 아그네스 비, 바자 아트, 아트허브코펜하겐, 그리고 알바라한 브루다이스, 필라 코리아스, 핑크써머 갤러리, 피케이엠 갤러리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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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구정아 작가가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4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관에는 지난해 3월에 선정된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 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구정아 작가가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다. 2024.02.21. [email protected]

◆한국관 대표작가 구정아는?
구정아는 모든 곳에서 살고 일하는(lives and works everywhere) 작가다. 그간 그는 건축 요소, 언어, 드로잉, 그림, 조각, 애니메이션, 영상, 사운드, 향 등 여러 매체를 사용해 세상의 다양한 경계와 구분을 흐려왔다. 특히 향, 빛, 온도, 사운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시각예술의 재료로 끌어오고, 소소하고 내밀한 경험과 대규모 몰입형 작품을 융합해 일상의 시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점이 그의 주요한 특징이다. 사물과 풍경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재배열’해 인간과 자연, 언어와 과학, 감각과 논리를 시적으로 승화한다는 평가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2012), 디아파운데이션 및 디아비콘(2010), 파리 퐁피두센터(200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베니스비엔날레(2014, 2009, 2003, 2001, 1995), 리버풀비엔날레(2010), 부산 및 광주비엔날레(2020; 2014, 2002, 1997)와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2010, 2004, 2002), 루이비통 파운데이션(2015), 국립현대미술관(2015) 등의 유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2년 휴고보스상 최종 후보, 2005년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 2016년 주영한국문화원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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