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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영, 〈좀비가 있는 풍경〉, 2026,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8분 17초(loop), 유튜브 플레이 리스트 실시간 재생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좀비에게 쫓기던 사람이 가까스로 피신한 공간. 그곳에는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바깥은 공포로 가득하지만 안쪽은 따뜻하고 평화롭다.
게임 광고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이다. 그러나 송시영 작가는 이 광고에서 또 다른 풍경을 읽는다. 생존의 공포를 자극한 뒤 안락한 공간을 보여주며 소비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다.
작품 ‘좀비가 있는 풍경’(2026)은 실제 게임 내용과 무관하게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활용한 게임 ‘다크워 서바이벌’의 광고 문법을 다룬다. 좀비의 위협과 지브리풍의 따뜻한 실내가 대비되는 화면을 통해 공포와 소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미래는 과연 지금보다 나아질까.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지만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인공지능(AI)은 일상이 됐고 전쟁과 기후 위기, 경제적 불안정은 삶을 흔든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작가들이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감각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서울 강남구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작가전 ‘모든 먼 것은 닫혀 있다(Close to Far)’다. 김솔이, 서영, 송시영, 임다울, 잔쟈 등 5명이 회화와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과거와 미래가 한 점으로 모여 닫힌 현재를 이룬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다가가도 끝내 닿을 수 없는 먼 것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시는 미래를 향해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른다는 익숙한 생각에서 벗어난다. 과거는 데이터로 언제든 불려 나오고, 미래의 기술은 이미 현재에 들어와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도 점점 흐려진다.
잔쟈는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인간의 진보를 뜻하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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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쟈, 〈Orbit and Phenomena〉, 2026, 철판, 흑연 가루, 철제봉과 너트, 가변크기 ( *재판매 및 DB 금지 |
작품 ‘Directional’(2026)은 고속철도와 항공기, 비행체의 앞부분을 닮은 형상을 통해 속도를 다룬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설계된 형태가 시계추처럼 움직이거나 멈춰 선다.
미사일과 로켓을 연상시키는 산업 소재도 등장한다. ‘궤도와 현상’(2026)은 휘어진 철판에 스피커를 부착해 철판 자체가 소리를 내도록 만든 작품이다. 역재생한 미사일 발사 소리를 겹쳐 기술의 속도와 파괴의 관계를 드러낸다.
김솔이는 몸의 감각에서 출발한다.
‘둠·아나테마·이누이’(2025)는 난청과 이명, 어지러움 등 작가가 경험한 청각 이상을 소리와 조각으로 옮겼다. 세 대의 스피커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흘러나오고 관객은 조각에 앉아 이를 들을 수 있다.
과거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몸의 이상 신호가 현재의 감각으로 되돌아오는 경험이다.
서영은 기억과 실제 경험 사이의 거리를 탐색한다.
‘빨간 망토와 자각몽’(2026)은 두 화면에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신체를 담는다. 한쪽에서는 손깍지를 낀 팔이 느리게 움직이고, 다른 화면에서는 걸어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꿈과 현실에서 다르게 작동하는 몸의 감각을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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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솔이, 〈서와 극 書 隙〉, 2026, 단프라 무빙박스, 조명, 가변크기 사진=소농지 *재판매 및 DB 금지 |
임다울은 우리가 보는 것이 곧 실재인지 질문한다.
‘목성공포증’(2026)은 전시장 벽에 그린 그림을 관객이 직접 볼 수 없도록 하고, CCTV 시점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서만 보게 만든 작업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기술이 오히려 보는 방식을 제한하는 역설을 드러낸다.
전시는 젊은 세대가 기술을 무조건 환영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기술에 대한 매혹과 불신이 공존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는 서로 뒤엉킨다.
하이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이성휘·이선주가 공동 기획했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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