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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여고생들의 옛 사진, 그림이 됐다…조덕현 '기억의 강'

등록 2026-10-14 00:01:00  |  수정 2026-10-14 00:16:24

구하우스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연필·콘테로 되살린 옛 사진 속 얼굴들

8m 대형 신작 '덧' 등 11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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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 므네모시네 4, 캔버스에 연필과 콘테, 2024, 194x39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개성 호수돈여고에서 찍은 오래된 흑백사진. 한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런데 사진이 아니다. 화가 조덕현이 캔버스에 연필과 콘테로 그린 그림이다. 한 장의 단체사진 속 인물마다 다른 표정과 시선, 옷차림까지 섬세하게 되살렸다. 잊힐 뻔한 여학생들의 얼굴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양평 구하우스미술관(관장 구정순)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조덕현 개인전 '므네모시네: 기억의 강'을 14일 개막한다.

전시는 고미술 수장가 욱천 진호섭(1905~1951)의 사진첩에서 출발했다. 사진첩에는 진호섭의 아내 김영희가 호수돈여고에 다니던 시절의 모습과 가족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개성에서 활동한 진호섭은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고 지키려 했던 인물이다. 해방 전후 혼란 속에서 남쪽으로 옮기던 문화재를 소련군에 압수당했고, 6·25전쟁 중 이를 되찾으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조덕현은 오래된 흑백사진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사진-드로잉'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역사에 가려진 익명의 개인들을 회화로 불러내며 기억과 시간의 의미를 탐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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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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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네모시네 5, 캔버스에 연필과 콘테, 2024, 162x130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 '므네모시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억의 여신이다. 작가는 사진 속 인물과 사물을 통해 사라진 시간을 현재로 소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로 8m, 세로 3.8m의 대형 신작 '덧-Palimpsestus'도 처음 공개한다. 16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작품으로, 석고와 색채를 쌓고 균열을 내거나 일부를 벗겨낸 뒤 다시 색을 입혔다.

오래된 사진을 재현하던 작업에서 한발 나아가 기억이 어떻게 쌓이고 지워지며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회화의 물질성과 제작 과정으로 보여준다.

11월 2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므네모시네' 연작 7점과 신작, 설치 작품 등 총 11점을 선보인다.

구하우스미술관은 구정순 관장이 평생 수집한 700여 점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립미술관이다. 구 관장은 미술품 수집을 통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구축하고 이를 대중과 공유해 온 컬렉터다. EBS 방송 '이웃집 백만장자'에 출연해 미술품 수집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21일 패션 퍼포먼스 '기억의 런웨이', 30일 이성낙 박사의 초상화 강연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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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