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VIO CHOE, TIME SIGNALS The Silver Answer, 2026,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91 × 91 cm_2_low (2)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선과 부호들은 서로 연결되고 분기하며 하나의 회로도처럼 치밀한 질서를 이룬다. 화살표, 눈, 원, 선, 분기점 같은 기호가 반복되고, 흩어진 듯한 선들은 서로 얽혀 하나의 구조를 형성한다.
4년 만에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 최비오 개인전 ‘TIME INTERFACE’는 고대의 문자 감각과 디지털 회로의 질서가 한 화면에서 겹쳐진 상태를 보여준다. 낙서처럼 보이지만 문명 이전의 회로도이자, 상형문자와 전자회로가 중첩된 지도처럼 읽힌다.
속도감 있게 휘감는 선과 원초적 기호들이 얽힌 화면은 무한한 공간을 유영하듯 펼쳐지며, 우주와 개체가 하나의 장으로 연결된 상태를 드러낸다.
 |
| VIO CHOE, TIME SIGNALS Responses (Tempo Code) 부분 확대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화가 최비오는 ‘시간’을 회화와 설치를 통해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는 문명의 기호를 해독하듯 읽히던 이전의 컬러 화면에서 벗어나, 실버와 코퍼, 블랙 중심의 화면으로 한층 절제되고 밀도 높아졌다.
최비오는 이번 전시에 대해 “과거와 미래가 맞닿는 시간의 접점을 다루고 있다”며 “미래가 현재로 무언가를 되돌려 보낼 수 있다면, 우리가 내리는 선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두고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보다 신호를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며 “통제자가 아니라 번역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
| 최비오 작가.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그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멀티미디어 아트를 공부한 뒤 미국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이후 스코프 마이애미, 컨텍스트 아트 마이애미, 독일 아트 카를스루에 등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작업을 확장해왔다. *재판매 및 DB 금지 |
그의 회화는 이미지를 담는 평면이 아니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시간과 에너지의 움직임이 기록되고 변환되는 장이다. 작업의 시작과 종료 시점, 재료의 물성, 신체의 행위와 우연의 개입까지 작품의 조건으로 끌어들인다.
이번 전시는 ‘Time Signals’라는 개념 아래 묶였다. ‘TIME SIGNALS: Responses (Tempo Code)’ 연작에서는 캔버스 뒷면에 날짜와 시간, 서명을 먼저 기록한 뒤, 이후의 회화 행위가 그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전개된다.
화면 위에는 0과 1의 이산적 단위가 배열되고, 그 위에 선과 기호가 축적되며 시간과 존재의 최소 조건이 구조화된다. 물감은 흘러내리고, 중력과 재료의 성질이 개입한 흔적이 남는다.
일부 작업에서는 문장을 적은 종이를 태운 재를 물감에 섞어 화면 위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때 남는 얼룩과 흔적은 감정과 시간, 물질이 만나는 과정을 드러내며, 화면은 미래의 좌표와 우연, 물질의 운동이 함께 작동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
| VIO CHOE, TIME SIGNALS The Gravity of Past, 2026,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116.8 × 91 cm *재판매 및 DB 금지 |
 |
| 최비오 개인전 전시 전경.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Photo_ Joel Moritz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장 중심에는 관객 참여형 설치 ‘137 Silent Observers’가 놓였다. 137개의 자연석은 일정한 구조 안에 배치되고, 관람객은 돌을 이동시키고 기록을 남기며 작업에 개입하는 장치다. 이 변화는 영상 ‘137 Pulses’와 회화로 이어지며 설치, 기록, 영상, 회화가 하나의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세상 만물의 기본 구조인 원자는 전기력이라는 에너지로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일으킨다. 과학이 수학과 실험으로 세계를 설명해왔다면, 나는 미술이라는 언어로 그 근원을 드러내고자 한다."
개별 작품의 나열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 전체를 통해 시간의 구조를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신호와 감각, 기록과 응답, 관찰과 참여가 교차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회화는 더 이상 고정된 이미지를 담는 평면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비오는 대학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멀티미디어 아트 석사(MFA)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이후 스코프 마이애미, 컨텍스트 아트 마이애미, 독일 아트 카를스루에 등 국제 아트페어에 참여해왔으며, 2017년 독일 헤펜하임 미술협회 초청으로 아시아인 최초 개인전을 열었다. 2019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팔라초 뱀보 전시에 초대됐다. 지난 3월에는 테파프 마스트리흐트에 참가해 세계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
| Installation view of _Vio Choe_ Time Interface_,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Photo_ Joel Moritz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