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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허무함…데이미언 허스트 '다이아몬드 해골’ [박현주 아트에세이 ⑳]

등록 2026-03-21 01:01:00  |  수정 2026-03-21 02:20:24

인간 두개골 위 8601개의 빛

‘신의 사랑을 위하여’ 국현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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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데이미언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두개골을 장식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죽음은 이렇게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

이건 신의 사랑인가, 인간의 집착인가.

유리 케이스 안, 해골 하나가 빛난다.
백금 위에 촘촘히 박힌 다이아몬드가 빛을 쪼갠다.
눈은 그 반짝임에 붙들린다.
잠시, 우리는 그것을 보석처럼 바라본다.

그러나 오래 보면
이내 알게 된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해골은 죽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덮는다.
반짝임은 공포를 가리고,
가격은 질문을 밀어낸다.

죽음은 더 이상 사유가 아니라
전시되는 이미지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소비한다.

허스트는 늘 죽음을 꺼내 놓았다.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 썩어가는 생명, 유리 안에 갇힌 시간.

그러나 여기서 죽음은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
지나치게 매끈하고, 지나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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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26.03.18. [email protected]


죽음을 견디기 어려워진 시대는
그것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그렇게 가공된 죽음은
결국 우리 자신을 닮아간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그 제목은 거창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사라지지 않으려는 욕망.
남고자 하는 의지.
끝내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값을 매기려는 집착.

빛은 눈을 홀리고, 의미는 미끄러진다.

우리는 빛 앞에서
질문을 멈춘다.

아름다움은 생각을 늦추고,
가격은 판단을 대신한다.

그래서 이 해골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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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와 ‘신의 사랑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죽음을 이렇게까지 꾸며야 했는가,
아니면 우리는 이미
이렇게 꾸며진 삶을 살고 있는가.

찬란하게 빛나지만
남는 것은 없다.

그 빛은 오래 머물지 않고,
의미는 붙잡히지 않는다.

그저 한순간,
눈부셨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우리는 믿기로 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